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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선 시승기-61.9㎞ 50분 대에 주파, 대구·경북 한 라인으로 연결 실감

한상갑기자
등록일 2025-01-30 18:13 게재일 2025-01-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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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대구·경북광역철도 타보니
지난 달 14일 개통된 대경선이 하루 이용객 2만8000명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설 연휴기간을 이용 경산-구미까지 전 구간을 시승해 보았다. /한상갑기자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앞서 대경선(大慶線)이 먼저 뚫렸네요. 열차가 길을 텄으니 이제 지역 주민들도 한뜻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어수선한 정국, 정치 상황이 문제입니다.”

설 명절로 들뜬 27일 경산역 대합실. TV에서는 대통령 구속과 향후 전망을 알리는 패널들의 목소리가 역 구내를 울리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토론소리를 뒤로 하고 대경선 열차 시승에 나섰다.

대경선이 개통된 지 벌써 40여 일, 최근 1일 평균 이용객이 2만8000명을 기록했다. 당초 예측했던 수요에 접근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기착지 경산을 출발해 종점인 구미까지 대경선 61.9㎞ 전 구간을 돌아보았다.

 

경산역 출발 10분만에 동대구역 도착, 도시철도 1호선과 연결 젊은층 북적

7개 구간 중 최장인 ‘서대구~왜관’ 최고시속 100㎞ 달리는 덕에 지루함 없어

종점인 구미역으로 향하는 길에는 금오산과 철새 노니는 낙동강이 한눈에

경산서 구미로 출퇴근 한다는 직장인 “월 30만원 들던 교통비 10만원으로”

종점에 이르기까지 빈자리 거의 안보여… 도심구간엔 입석 승객도 상당수

경산-대구-칠곡-구미 연결로 대구경북 간 심리적 거리도 한껏 가까워진 듯

□ 난방시설, 공기청정기 완비 승차감도 쾌적

시승을 위해 대구에서 도시철도-시내버스 환승을 거듭하며 경산역에 도착했다, 여행자의 거친 호흡이 가라앉기도 전에 열차는 첫 정거장인 동대구역을 향해 출발했다.

제일 먼저 객실 내 인테리어, 시설들이 하나 둘씩 시야에 들어왔다. 도시철도와 달리 의자는 플라스틱 재질이었고 열선이 깔려 따뜻했다. 공기청정기와 난방시설도 잘 가동돼 실내는 쾌적했다.

외곽지를 오가는 광역열차라서 승차감이 다소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편안했다. 1435㎜의 안정된 궤간(軌間)과 도시철도 급의 구동음(AC 2.5kV, 60Hz) 덕이었다.

연휴 기간이라서인지 경산을 출발할 때부터 승객은 만원이었다. 열차는 대구 3호선보다 작은 2량이었고, 양 끝 실내가 한눈에 관찰되었다.

경산에서 구미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한 직장인은 “무궁화호가 하루 32회 만 운행해 불편했는데 이제 (대경선이) 하루 100회 이상 운행돼 출퇴근 스트레스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경선은 출퇴근 직장인들의 경제적 부담도 대폭 줄여 주었다. 한 시민은 “구미에서 경산까지 가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기름값이 하루 1만 원은 나온다”며 “여기에 주차료까지 더해 월 30만 원 가까이 지출했지만 이젠 하루 왕복 5600원에 월10만 원이면 교통비가 다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 동대구역서 경산지역 대학생들 환승

열차는 정확히 10분 후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동대구역에서는 도시철도 1호선과 연결된다. 경일대, 호산대, 대구한의대, 대구가톨릭대 학생들은 여기서 환승해 안심을 거쳐 부호-하양까지 간다.

열차는 바로 도심 구간을 지나 대구역에 도착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저마다 일정과 약속을 위해 하차를 서두르고 있었다.

대구교대 앞에서 친구들과 약속 모임을 잡았다는 한 대학생은 “옛날에는 시내 약속을 잡으면 한두 시간 전부터 서둘러야 했지만 이젠 대경선만 타면 15분 만에 도심에 도착하고 또 도시철도 환승이 가능해 비용 면에서도 훨씬 절감된다”고 말했다.

열차는 12시 4분에 서대구역에 도착했다. KTX, SRT 승객들이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고속철도 승객들은 동대구역에서 대부분 내렸는지 하차 승객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열차는 7개 구간 중 가장 장거리인 서대구~왜관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이 구간은 무려 23.3㎞로 도시철도 3호선 전체 구간과 비슷한 거리지만, 최고 시속 100㎞로 달리는 덕에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16분 소요)

올해 말에는 이 구간에 ‘북삼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칠곡산업단지가 바로 옆에 있어 근로자들의 출퇴근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이웃한 약목면 주민들도 ‘약목역’을 설치해달라는 주민 궐기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구미역사로 들어오고 있는 대경선 열차.
구미역사로 들어오고 있는 대경선 열차.

□ 대구·경북이 한 라인으로 연결 실감

열차는 사곡역에 잠시 멈춰 섰다가 이내 종점인 구미역을 향해 달렸다. 차창 너머로 눈에 덮인 금오산과 철새 떼가 노니는 낙동강이 눈에 들어왔다.

종점에 이를 때까지 전 구간에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도심 구간은 입석 손님들도 상당수 있었다.

설빔 차림으로 하차를 준비하던 한 주부는 “한파주의보에 대설주의보까지 겹쳐 차를 두고 대경선을 이용해 구미 시댁으로 가게 되었는데 열차가 너무 쾌적하고 시간도 빨라 명절 연휴를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구미역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8분으로 전체 시간은 1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기사나 블로그 등에서 ‘40분 대에 주파한다’는 내용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 몇 번 서행한 적이 있어 그 시간이 오버 타임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구미역에 내린 김에 식사를 위해 300여m 거리에 있는 구미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명절 특수로 발 디딜 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구미시는 대경선 개통을 구미 상업, 유통 발전으로 연결하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에 나섰다. 시는 구미역과 문화로 일대 유동인구,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가연합회와 간담회를 열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교통카드 충전기.
교통카드 충전기.

□ 대구·경북 광역 전철망 조성 희망

다시 구미역으로 돌아와 귀갓길에 오른다. 대경선 구미 플랫폼엔 벌써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출발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끝나고 입실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열차는 만석이 되었고, 기자가 대구역까지 오는 동안 한 번도 빈자리가 생기지 않았다.

경산-대구-칠곡-구미가 한 라인으로 연결되면서 대구·경북 간 심리적 거리가 한껏 가까워졌음을 실감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현실화 한다면 바로 이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구시 환경운동연합의 최진문 운영위원장은 “새로운 교통수단이 생기면 그에 맞춰 시민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고, 공간적 분업이 활성화 된다”며 “향후 대구·경북 전체를 아우르는 광역전철망이 빨리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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