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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택지개발·사통팔달 교통망 이어 첨단 지식산업 도시로”

경산시의 산업과 경제는 빠르게 성장한 특징이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경산은 대도시의 배후 도시, 대구광역시의 베드타운의 색채가 짙었으나 빠른 산업과 경제성장으로 현재는 경북의 3대 도시로 자리 잡았다.1960년대까지 경산은 전형적인 농업 중심 사회로 미곡(쌀) 생산이 농업의 중심에, ‘대구 능금’의 대표 산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사과의 전체 85%를 차지했었다.1970년대 초반에는 섬유업체가 전체 제조업체의 85%를 차지하다 1975년 석유 파동 이후 감소했다.1990년대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돼 진량읍과 자인면에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고 2008년 지식경제부로부터 경제자유구역 지구로 지정되어 첨단지식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식산업지구 지정으로 첨단지식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생산 비중이 증가하게 되었다.즉 경산시의 빠른 성장에는 1980년대 지역에서 지어지기 시작한 아파트와 대구시의 배후 도시의 이점을 살린 택지개발, 사통팔달의 교통의 편리성을 고려한 산업단지의 조성이 인구 유입을 불러온 결과로 볼 수 있다.글싣는 순서① 역사② 산업과 경제③ 문화와 관광④교육과 사회복지⑤ 미래 ◇택지개발과 지역의 주거경산은 대구광역시와 연접하고 대구시 수성구와는 시가지가 바로 이어져 생활권이 같음에도 지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정주권 보장으로 대구지역 주민의 전입이 많은 편이다.시민들에게는 편리성을, 전입인구의 유도를 위해 경산시는 1900년부터 택지조성에 나서 옥산1지구(51만 5천628㎡)부터 하양(무학)지구(48만 1천630㎡)까지 9곳에 409만 935㎡의 택지를 개발하고 신대·부적지구(45만 855㎡) 등 9곳의 도시개발을 완료하거나 진행 중이다.또 경산지구(63만 6천398㎡) 등 6곳의 토지구획정리사업과 일단의 주택지 조성사업을 완료했다.이러한 경산시의 도시개발정책으로 아파트는 지속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전통적인 형태의 가옥은 점점 사라지는 아쉬움이 있다.영남대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경일대 등의 대학과 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에는 원룸 촌이 형성되는 등 지역에 아파트와 원룸이 집중된 것은 대구시의 베드타운, 대학도시로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경산의 옛 중심지들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서상동 도시재생사업 등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산업단지의 개발경산지역의 경제와 산업에 밀접한 관계인 산업단지의 시초는 지방공업 단지로 1994년 4월 준공된 진량읍 신상·대원·황제·봉회리 일원의 경산1 일반산업단지(구 진량공단) 157만 7천413㎡다. 일반산업단지는 산업의 적정한 지방 분산을 촉진하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시ㆍ도지사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단지다.이후 자인면 북사리와 교촌리 일원 48만 9천299㎡의 제2 산업단지가 1999년, 제3 산업단지(149만 7천259㎡)는 2009년, 경산1-1 산업단지(7만 6천20㎡)가 2021년 10월, 제4 산업단지(239만 6천999㎡)가 최근 준공되는 등 603만 6천990㎥의 산업단지가 조성돼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도시로 변모했다.경산1 일반산업단지에는 기계와 조립금속, 섬유, 의복, 전기, 전자, 자동차부품 등의 무공해 업종을 유치하는 등 산업단지마다 특색 있는 업종을 유치했다.경산지역의 산업단지에는 3만 5천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며 이들 대부분이 기계·금속(8천366명)과 자동차 운송장비(6천732명), 전기·전자(5천191명) 등에 근무하고 섬유 의복과 식품에도 6천99명이 근무하며 지역 산업을 이끌고 있다. 계획 중인 산업단지는 경산도시첨단산업단지와 재활산업특화단지가 있다.◇산업구조 변화의 핵심 경산지식산업지구경산지식산업지구는 경산의 산업지도를 바꾼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 내 경산지식산업지구는 382만 3천804㎡로 2012년 사업을 시작해 비록 준공이 2023년으로 1년 미루어졌지만, 지금까지 지역에 없던 업종을 유치해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경산지식산업지구의 주력업종은 차세대 건설기계와 자동차, 철도차량 부품산업, 첨단 메디컬섬유 융합소재산업 등이 입주하고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신세계 명품아울렛의 입주 여부다.1·2단계 사업인 경산지식산업지구는 1단계 283만 9천644㎡는 분양률 93%에 2단계 98만 4천160㎡도 분양률 37%를 기록하고 1단계에는 151개 기업이, 2단계에도 9개 업체 등 160개 업체가 입주를 희망해 현재 112개 업체가 입주를 완료하고 83개 업체가 가동하는 등 경산지역의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특히 경산지식산업지구가 주목받는 것은 미래의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7개의 국책 연구기관의 입주다.차세대 건설기계부품 설계지원센터와 차세대 건설기계부품 융복합센터, 첨단메디컬 융합섬유센터, 무선전력전송기술센터, 미래 모빌리티기술센터, 메디컬융합소재 실용화센터, 차세대 차량융합부품제품화지원거점센터 등 6개 기관은 입주를 완료했으며 사물무선충전실증기반구축사업은 현재 설계용역 중이다. ◇신세계 명품아울렛신세계 명품아울렛은 지역 경제의 활력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애초 1단계 17만 7천㎡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신세계 명품아울렛은 세계적인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미국 사이먼프로퍼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200여 개의 국내외 유명 잡화 브랜드로 구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부지도 2단계 산업용지 15만 4천120㎡로 축소 입주할 예정이지만 산업용지를 유통상업용지로 전환해야 하는 선결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치권과 조현일 시장 등이 산업자원부 실무진들과 접촉하며 실마리를 찾기에 적극적이며 16만 명의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서명부가 전달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경산지식산업지구에 신세계 명품아울렛이 조성되면 2천여 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내외 관광객이 유치되면서 인근인 청도와 영천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지역주력산업의 변화지역의 주력산업은 쌀과 과일에서 석유화학과 섬유·의복으로, 또 기계·금속과 자동차·운송장비로, 다시 전기·전자로 산업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산업을 이끄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171개 중 현대·기아 등의 1차 협력사는 23개에 그치고 2~3차 중소·영세기업이 대부분으로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고 완성차의 높은 의존성에 단순 차체(섀시, 바디) 생산이 145개에 이르고 내연기관 관련 부품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경산시는 변화하는 산업생태계를 따라잡고자 미래 차 기술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에 나서며 인력 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의 경제와 산업의 지속적인 발달에는 고부가가치산업의 비중이 높아야 한다.고부가가치산업을 유치하려면 산업단지도 필요하지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당근책,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경산시가 앞으로 30년, 50년, 100년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책개발과 함께 경산시의회가 함께하는 인센티브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3-05-01

“4차산업혁명시대에 아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이 중요”

‘전문적인 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산업계의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 마이스터고등학교는 취업을 최고 목표로 하는 전문 직업교육 고등학교다.내년이면 개교 70주년을 맞는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는 2010년 마이스터고교로 전환한 이래 11년 평균 취업률 96%로 전자 교육의 메카로 자리를 굳혔다. 이 학교 출신 선배이자 중견기업 CEO 경력의 이준우 교장은 후배들에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무엇을 아는 것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동료에게 존중받는 기술인이 될 것을 주문한다.기업가로서의 경험을 “기업은 잘 나갈 때 새로운 먹거리를 찾거나 다른 곳으로 안착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는다. -기업 대표에서 고교 교장으로 온 것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팬택 대표로서의 마지막 소임이었던 MA를 완수하고 진로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퇴사를 며칠 앞둔 때 구미전자공고 총동창회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모교에 교장을 새로 뽑는데 한 번 지원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망설이다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보람이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모교여서 새로운 의욕으로 지원하게 됐다.-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최근 구미전자공고를 방문해 뉴스의 중심이 됐다.△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3월 구미전자공고를 방문해 ‘전자기기용 인쇄회로기판(PCB)’설계 수업을 참관했다. 이날 이 회장의 방문에서 인재양성에 대단히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 학교를 방문한 것도 그런 점을 격려하기 위한 행보였을 것이다. 구미전자공고가 인재 양성의 표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인정받은 것으로 본다. 이 회장에게 학교장으로서 부임 후 시스템반도체반 운영 동 특화교육과 ‘Clean Up School 캠페인’의 지속적 추진을 설명했다. 깨끗한 학교 환경 속에서 학생들의 바른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3정5S’의 생활화를 통한 인성교육 프로젝트를 설명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학교의 예전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내가 부임하고 학교를 신축하고 정비했다. 학교 교육의 혁신과 함께 시설투자도 추진한 결과다. 2021년 본관을 신축했고 2020년 융합전자관을 신축했다. 지난해에는 풋살장과 안내실을 준공했다. 그밖에 여학생 기숙사 주변 환경 정리사업과 본관 중앙정원을 정비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이준우 교장이 학교 경영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무엇인가.△시스템의 정착이다. 학교도 사회 속에서 경쟁하는 일종의 공동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속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역사상 많은 문명과 국가들이 번성하고 소멸했으며 범위를 좁혀보면 기업, 학교는 물론 많은 단체나 기관들이 경쟁에 쳐져 사라졌다. 영속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나는 취임 초부터 ‘시스템 경영의 정착’을 강조했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떠나기 마련이다. 조직의 수장이 바뀐다고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도출된 원칙이나 운영 시스템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가 마이스터고의 특성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마이스터고는 취업을 최우선 교육목표로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마이스터교의 목적이다. 마이스터고의 강점이라 할 방과 후 교육을 학교 재량으로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1학년부터 2학년 1학기까지는 영어와 전공을 교육하고, 그 뒤로는 전공심화교육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3년 전부터는 이를 발전시켜 학생들의 적성과 역량, 학업성취도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진로를 지도하는 ‘G-value Up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학생 개개인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맞춤식 진로지도를 통해 행복한 취업을 실현하는 ‘구미전자공고 가치키움 진로지도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공기업이나 대기업을 희망하지만 학교로서는 학생들의 능력과 적성 역량 등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최적의 취업을 성취시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제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구미전자공고 자랑을 해 달라.△무엇보다 높은 취업률과 우수한 취업의 질을 자랑하고 싶다. 물론 예전에도 구미전자공고의 취업률은 높았지만 마이스터고로 전환한 이후 11년 평균 누적 취업률이 96.2%를 기록했다. 직군별로 보면 대기업 44.3%, 공기업 11.5%, 중견 중소기업이 40.4%다. 마이스터고 개교 초기에는 대기업 취업 비중이 60%를 넘었으나 2016년 부임한 이래 학생들의 취업목표를 대기업과 공기업 50%, 중견 강소기업 50%로 설정하고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 전체의 노력으로 2019년 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교경영 최우수학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전자고라는 특수성에도 전자분야기관 최초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종합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구미전자공고만의 선도적 교육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구미전자공고는 대기업이나 공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RDE반을 운영하여 우수한 인재를 중견 중소기업에 취업시키고 있다. 2020년부터는 고교로서는 처음으로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테크니션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강의는 실리콘밸리 출신 전문가와 금오공대 교수가 와서 지도하고 있다. 팹리스 기업에 반도체 인력을 공급하려는 목적인데 이는 기술 발전과 산업수요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물론 반도체의 설계는 박사급 연구원들의 몫이지만 분석과 검증 같은 테크니션은 마이스터고에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학에서의 시스템반도체 교육 강화에 앞서는 획기적 발상이고 시도다.-4차산업과 AI가 주도하는 시대에 학교 교육내용이 산업사회 현장에서 쓸모없어지는 사태가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그런 염려는 없을 것 같다. 그러면 학교로서의 존재 의미가 사라질 것이다. 요즘 많은 일선 학교에서도 학과 개편이라든가 교육 내용에 변화를 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학교 홈페이지의 학교장 인사말에서 ‘미래사회는 IT 및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다. 새로운 시대는 첨단 분야에서 실무능력을 갖춘 기술인재인 뉴 칼라를 요구한다’고 썼다. 다만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명제에 충실한지를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SW(쇼프트웨어), 콘텐츠의 무한 변신을 보면서 앞으로의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궁금하다.△솔직히 정확한 답을 알지 못한다. 이 부분은 기술자나 교육자의 영역이 아닌 인류학자나 철학자의 영역인 것 같다.-교훈과 교육방침 외에 학교경영방침이 ‘Back to the Basic’이라고 붙어 있다.△학교에 오니 직원 월급 줄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제일 좋더라. 학교는 회사와 달리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면 되니 경영상 리스크는 약하고 학교장의 적극적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불변하는 교훈과 달리 교장으로서 경영방침을 도입키로 하고 처음에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으로 정했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존중하면서 더 잘 해보자는 뜻이었다. 그러다가 2년 뒤에 학교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전 구성원의 중지를 모아 ‘Back to the Basic’으로 정하고 세부 항목으로 ‘품성 동심 정진(品性 同心 精進)’으로 정했다. 학생들에게는 바른 품성을, 교직원은 학교 발전을 위해 한마음을 모으며 전 구성원이 힘써 실천하자는 의미를 담았다.-학교 경영에서 교직원이나 학생들과의 마찰은 없었나.△수천명의 조직원을 두고 연매출 3조원 이상의 회사를 경영해 본 CEO로서 고교를 운영하는데 특별한 점은 없었다. 기업은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는 당장의 성과 보다는 방향을 정확히 잡고 기다리면서 천천히 목표를 향해 가면 된다. 우리 학교는 취업이라는 최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팬택은 어떤 회사였나.△휴대폰 업계에서 세계 10대 기업에 들었던 기술력 있는 기업이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도입 초기에는 2위였다. 팬택은 수많은 세계 최초의 기술을 보유했고 그 기술력에서 세계적 자부심을 가진 회사였다. 전 직원이 일심동체가 돼 미친듯이 일한 때가 좋았다. 삼성이나 애플보다 앞서간 기술도 갖고 있었다. 휴대폰 사업 초기에는 많은 기업이 뛰어들어 모두 돈을 벌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성숙기가 되면서 하나씩 사라지고 일부만 살아남았다. 팬택에 그 순서가 닥쳐왔던 것이다. 너무 잘 나갔던 것 같다.-팬택 시절을 회상하면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어디인가.△몇 년 전 내가 취임했을 때 모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하겠다며 학교에 찾아와서 묻더라. 모두가 팬택은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MA를 통해 쏠리드와 인수합병을 완료했다. 회사경영을 이어달리기로 표현하면 나는 주어진 구간을 완주하고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긴 것이다. 다만 조금 더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회사가 잘 될 때 휴대폰 기술과 관련된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거나 다른 곳에 안착시키려는 노력을 추진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학생일 때, 기업인일 때, 교장일 때, 이준우의 욕심에 차이가 있나.△욕심이라기보다 추구하는 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인일 때는 연구원 출신이어서인지 세계 최초, 또는 대한민국 최초와 같은 제품이나 기술에 집착했던 것 같다. 기술로서는 절대 경쟁사에 뒤지지 말자는 소명 의식이 있었고 실제 성공한 예도 많다. 세계최초 one-board PCB휴대폰, 내장형 카메라폰, Endless metal case 폰, 국내 최초 지상파 DMB폰 등이 그것이다. 교장이 되고나서는 최초보다 표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타이틀로 ‘마이스터고의 표준’이라고 적어놓았다. 마이스터고로서는 가장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모델을 추구하고자 하는 학교 구성원의 의지와 소망을 담은 것이다.-평소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졸업생들에게 사회에서는 누구보다 동료들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다. 직장의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상사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스킬이 요구될 때도 있고, 부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칫 관대함으로 흐르기 쉽지만 동료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동료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솔선수범의 리더십과 함께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약간 손해를 본다는 느낌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설명해 준다.□ 이준우(李俊雨·60)국립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교장강원도 홍천. 국립구미전자공업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포항공대 전자공학과 석사, 박사.현대전자 시스템 IC 연구소 선입연구원, 이동통신단말기본부 선임연구원(PCS단말기 HW연구실장).팬택앤큐리텔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상무. 중앙연구소장.팬택 부사장, 사장. 대표이사. 팬택자산관리 법률상관리인 대표이사.평소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젊은 청년으로 보아주길 바라는, 자칭 ‘보통 사람’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좀 멋지다’고 평가받고 싶어 한다.회사에서는 남들이 맡기 싫어하는 어려운 일을 솔선해서 맡아 성공시켰다. 보상이 나오면 부하 직원들에게 나눠줘 다면평가에서 늘 1등을 받았다. 시간이 되면 산에 가거나 친구들과 필드에서 운동을 한다. “구미는 가족이 있는 판교보다 여유가 있는 도시다. 선후배와 친구들도 많아서 정이 간다.”/이경우 편집위원

2023-05-01

시민과 함께하는 해병… 2만여 명 관람 ‘뜨거웠던 이틀’

‘2023 포항 해병대문화 축제’가 지난 29일과 30일 이틀간 오천읍 해병의거리(서문사거리 일원)와 해병대 제1사단에서 2만여 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4년 만에 열린 이번 축제는 한미70주년을 맞아 미해병대 캠프무적 대원들과 17개 시도지부 해병전우회원이 참여하는 등 해병대 부대별 개방행사와 함께 이뤄져 오랜만에 오천 서문사거리가 북새통을 이뤘다. 축제 첫날인 오전 10시 해병대 부대 입장시간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부대입구에‘해병대원 여러분이 포항의 영웅입니다’가 적혀진 포토월에는 시민들의 훈훈한 응원메시지가 눈길을 모았다.페인트탄 사격체험, 실전체력체험존 등 해병문화체험부스와 각종 해병대 장비탑승 대기소마다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도솔관과 해병대 역사관, 해룡의 집 등 부대시설에도 다양한 이벤트로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해병의 거리에서는 해병4컷 사진촬영존과 군번줄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크로마키 포토존 등 해병대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부스들이 운영됐으며 다양한 해병대 굿즈들을 판매하는‘해병어울림 문화마켓’을 열어 방문객들이 따뜻한 추억을 남겼다.이외에도 양일간 군악대, 무적도, 의장대 등 각종 시연행사와 함께 병영체험 및 장비전시, 해병이 연날리기 이벤트가 이뤄지는 전투연병장 등 다양한 장소서 알찬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해병대 제1사단 내부를 간단한 출입확인팔찌 착용 이후 도보로 부대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해병체험과 이벤트가 펼쳐졌고 해병의거리 특설무대에서는 첫날 해병대와 미 해병대의 군복 변천사를 훤칠한 해병대 장병들이 무대 위에서 선보인 ‘마린룩 페스티벌’과 ‘어린이 무적도 공연’ 그리고 마마무 솔라 등 인기가수들의 축하공연인 ‘레드마린 드림콘서트’도 인기를 끌었다. 30일 행사는 맑은 날씨만큼이나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아 해병대 장병들의 끼와 다부진 몸을 볼 수 있는‘핫피플 선발대회’와‘쇼미더마린 공연’을 즐겼으며 현역복무 중인 그룹 블락비의 피오의 축하공연으로 축제의 즐거움을 더했다.한편, 포항해병대문화 축제기간 포항사랑카드 10%할인 행사가 병행돼 많은 시민이 방문했으며 오천읍 8개 자생단체 200여 명의 주민들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환경제공을 위해 이른 아침 클린데이 행사를 전개해 미담이 되기도 했다. 사진=이용선기자/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2023-04-30

“뚜벅이 여행, 오히려 좋아” 걸어서 만나는 진짜 월포

포항에게 바다는 먹거리 창고이자 놀이터였으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관문이었다. 최근에는 K-드라마 대표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면서 ‘관광지’로써 지역을 알리고 있다. 특히 청하면 월포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풀잔디를 거닐 수 있는 마을이다. 고속도로는 물론 동해선 기차가 오가는 월포역이 있어 뚜벅이 여행가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월포에서 즐기는 유유자적 힐링 투어 5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청하시장청하5일장이 열리는 이곳은 포항 사람이 아니라면 ‘공진시장’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터다. 지난 2021년 성황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 극 중 주인공이 사는 마을이었던 공진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바다내음과 함께 낮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인 조용한 마을이 전세계에서 방문하는 명소로 부상했다. 입구에도 공진시장이라는 간판이 달려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 아니므로 청하시장을 검색해 찾아가야 한다.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보라슈퍼’다. 드라마 속에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곳이다. 현재는 추억의 간식과 장난감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공진반점’이 있다. 남자 주인공이 배달부로 일하는 중국집으로 나왔지만, 현실에서는 곰탕 맛집으로 소문났다. 또 청하5일장 주변으로 ‘청호철물’, ‘오징어 탑’ 등이 드라마 속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마치 갯마을로 들어와 있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가장 인기있는 장소는 역시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 카페다. 파스텔톤의 커다란 문과 덩쿨이 내려앉은 카페 전경은 파란 하늘에도, 노을진 붉은 하늘에도 잘 어울린다. 방문객들은 당장이라도 주인공들이 나와 반겨줄 것 같은 풍경에 매료돼 기념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 기청산식물원과 청하중학교기청산식물원은 청하중학교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69년 기청산농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04년 환경부의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선정됐다. 현재까지 서식지 내에서 보존이 어려운 멸종위기야생식물 종을 관리하고 복원사업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등 멸종위기야생식물 지킴이 역할을 해내고 있다.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여 자칫 지나칠 수 있지만, 단돈 8천원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2천500여 종의 멸종위기야생식물이 모여 살고 있어 아이들의 자연 학습 놀이터로 제격이다.전시시설도 식물의 환경에 맞게 다양하다. 오는 5월에는 ‘벚꽃 엔딩’의 아쉬움을 달래줄 백합나무(튤립나무)와 쪽동백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백합나무는 목련과로 높이 50∼60m의 크기로 자란다. 손바닥을 펼친 듯한 커다란 초록잎 위로 황녹색의 꽃이 튤립처럼 핀다. 쪽동백나무는 옥령화라고도 불린다. 때죽나뭇과의 낙엽 활엽교목으로 흰 꽃이 포도알처럼 늘어져 탐스럽게 피어난다. 나무는 가구재로, 씨는 머릿기름이나 초의 원료로 쓴다. 6월에는 노오란 모감주나무가 자태를 뽐낸다. 종자가 염주로 만들어져 염주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황색의 꽃이 펴 개나리와 닮았다. 꽃이 지고 나면 꽈리처럼 생긴 열매가 달린다.기청산식물원과 얼굴을 마주한 청하중학교는 지난 2005년 환경보전 우수 시범학교로 선정된 만큼 경관이 뛰어난 학교로 유명하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학교와 학생들이 직접 텃밭을 가꾸는 풍경은 옛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사이로 봄에는 벚꽃이 나리고 가을에는 노란 단풍이 물들어 운치를 더한다. □ 용두 허우리 향나무용두리에 뿌리내린 허우리 향나무는 높이 7m, 바닥둘레만 4.66m에 달하는 거목이다. 2.90m나 되는 4개의 큰 줄기가 갈라져 압도적이다. 이 향나무에는 일화가 전해 내려져 온다. 향나무가 지키고 있는 용두 1리와 2리는 원래 한마을이었으나, 오래전 큰 홍수로 도랑이 넘쳐 마을이 두 지역으로 갈라져 멀어지게 됐다. 이 때문에 마을 노인분들이 서로 왕래할 수 없는 처지가 됐고 서로 사랑하던 북촌할배와 광명할매 또한 헤어지게 됐다. 이에 마을 구장이 향나무를 심어 두 어르신이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원했다.하지만 주민들은 낭만적인 유래와 다르게 재밌는 이야기를 꺼냈다. 할매마을과 할배마을의 사이에 우환과 다툼이 있었지만, 향나무를 심고 난 후 마을이 평온하고 화목해졌다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앞세우던 향나무가 수백년 간 마을 수호자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음은 사실이다.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따가운 봄볕을 피하고 있노라면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와 풀잎 쓰다듬는 소리를 낸다. 여행 중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운이 좋다면 고령의 마을 어르신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어볼 수도 있다. □ 월포해수욕장포항이 경북을 대표하는 바다도시인 만큼 동네마다 각양각색의 해수욕장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월포해수욕장의 매력은 뭘까. 달 월(月)에 물가 포(浦)라는 그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곳은 달이 가장 먼저 뜨는 ‘달맞이 명소’다. 일찍이 이 사실을 안 이들은 구룡포 해맞이공원에 가기 하루 전날 밤 이곳에서 떠오르는 달에 소원을 실어 보낸다. 방송인 전현무가 방송국에서 대상을 수상한 날 밤 월포의 한 펜션에 내려와 일출을 보며 2023년 새해 첫날을 기념하기도 했다.달은 달현산 아래 바다 인근에서 가장 보기 좋다. 까만 바다에 고개를 내미는 파도가 하얀 달빛에 부서지는 일은 소중한 이와 오래 즐기고픈 장면이다. 첫해를 맞이하며 열정을 다짐하기 전에 조용히 어둠을 밝히는 달님에게 지난해가 무사히 지나갔음을 감사히 기도하고 한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또, 해양스포츠를 빼놓을 수 없겠다. 월포는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평균 200m로 낮아 초보자가 서핑을 도전하기 좋다. 주민들과 월포초등학교 학생들이 플로깅, 블루카본 등 해양생태계보호 활동을 하고 있어 환경적으로도 깨끗하고 안전하다. 백사장에는 옛날부터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데 썼던 후릿그물과 배 한 척이 서 있다. 서핑 후 보드와 함께 인증샷을 찍으면서 절대 놓치면 안 될 포토존이다. □ 사방기념공원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에 위치한 이곳은 한국 사방사업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7년 문을 열어 사방의 목적과 중요성 등을 설명하는 뜻깊은 장소다. 이 공원은 1975년부터 5년간 360만명이 투입돼 4천500㏊를 단기간에 녹지화한 전국 최대 규모의 영일지구사방사업 성공기를 보여주며, 외부공원과 사방사업 기술변천과 각종 자료를 모아 전시한 실내전시실로 나눠져 있다. 주차장에서 언덕길을 오르면 드넓은 잔디광장에 다양한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고, 뒤로는 탁 트인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기념관 안에서는 영상물과 게임 등 체험형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설명 안내도 무료로 제공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2층으로는 외부공원과 이어진다. 자주색의 비단향꽃무, 들국화 같은 마가렛과 색색의 데이지가 올망졸망 모여 있는 꽃길을 따라 걸어가면 하늘을 담은 연못이 펼쳐진다. 사방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한 동상들이 있는 산지사방 전시장을 지나고, 억새밭이 손짓하는 바람의 언덕에 다다른다. 뒤돌아보면 성큼 다가온 바다와 일직선으로 이어진 계단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묵은봉 정상 직전에는 관해루가 있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정자로 남쪽 호미곶이 희미하게 보인다. 정상 동북쪽으로는 청진리 항구와 해안선이 평화롭다. 사방사업에 대한 이해부터 산을 직접 느끼며 오르기까지 마침내 발아래 바다와 산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을 담으면 평온과 기쁨이 마음을 채운다./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2023-04-27

‘찻사발에 담긴 천년의 불꽃’ 문경 도자기 한눈에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명예문화관광축제인 ‘2023 문경찻사발축제’가 개막한다.올해 축제는 29일부터 5월 7까지 9일 간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일원에서 ‘찻사발에 담긴 천년의 불꽃’이란 주제로 전면 오프라인으로 개최한다.올해 25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4년만에 전면 오프라인 행사로 열린다. 장민호, 김희재, 박서진, 김의영, 최석준, 주미 등 최정상급 가수들의 개막축하공연으로 화려한 개막을 알린다. 또한 박구윤, 박주희, 안성준, 박규리 등으로 채워지는 폐막식 및 트롯인 문경공연까지 축제의 여흥이 쉼 없이 이어진다. 찻사발이 지닌 생활자기로서의 본질적 가치를 담아 새롭게, 멋있게, 재밌는 축제로 관람객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문경 찻사발이 생활도자기로의 전환점을 맞게 될 이번 축제에서는 축제 상품이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판매돼 생활도자기로 훌륭하게 쓰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축제 기간 중 문경새재 축제장 입장료와 주차요금도 모두 무료이다.4년 만에 전면 현장축제로 열리는 ‘2023 문경찻사발축제’를 미리 돌아본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 차려지는 기획전시‘기획전시’프로그램는 우리나라와 문경을 대표하는 도예명장과 한· 중·일 도예작가들의 다양한 도자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먼저 오픈세트장 강녕전에서 펼쳐질 ‘무형문화재 특별전’과 ‘도예명장 특별전’을 만날 수 있다. 백산 김정옥, 묵심 이학천, 문산 김영식, 미산 김선식 국가·경북도 무형문화재, 경북도 최고장인 월파 이정환, 우남 김경식, 문경 도자기명장 월봉 오정택, 황당 김억주, 청마 유태근, 도광 김경선 등 도자기 장인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 20점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국제교류전’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도예작가를 초청해 문경찻사발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 전시되는 60여점의 작품은 축제장을 찾는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오픈세트장 백제궁에서 펼쳐질 ‘문경도자기 명품전’은 전통의 맥을 이어온 문경 사기장들의 명품 52점이 전시돼 문경도자기의 진수를 선보인다.이밖에 역사와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제20회 전국찻사발 공모대전’의 입상작 10점, 역대수상작 19점을 포함한 123점의 작품이 전시되는 ‘문경도자기 한상차림전’은 문경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생활자기들의 멋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제공된다.이번 기획전시 프로그램은 다양하고 우수한 전통도자기 작품들을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즐기며 문경도자기의 멋과 정취를 가득 담아갈 수 있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특별하고 다채로운 부대행사2023 문경찻사발축제는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고 있다.먼저, ‘특별행사’로 문경 도자기 명장들이 도자기를 직접 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도자기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직접 설명해 주는 소통형 참여프로그램 ‘사기장의 하루’행사가 축제기간 중 1일 2회(10시, 14시) 오픈세트장 광화문 무대에서 펼쳐진다.그리고, 문경찻사발축제의 백미인 ‘문경도자기 명품경매 및 생활자기경매’가 마련된다. 생활자기 경매는 4월 30일과 5월 6일, 문경도자기 명품경매는 5월 5일과 7일 오픈세트장 저잣거리 주무대에서 당일 오후 3시에 진행 될 예정이다.이밖에도 다례시연, 아름다운 찻자리, 전국가루차 투다대회, 문경전국발물레경진대회, 이야기할머니가 들려주는 문경찻사발이야기, 찻사발 원픽이벤트, 찻사발의 산 시간제한 이벤트, 찻사발 할인! 체험스템프 이벤트가 준비된다.또 100만원대 다완을 10만원에 한정판매하고 50만원대 다시세트도 10만원에 판매하는 요장별 다완 및 생활자기 한정판매 이벤트,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념한 ‘웅이마술사의 신기한 마술 이야기’등의 특별행사가 이어진다. 문경찻사발축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체험행사’로는 ‘찻사발 빚기’와 ‘찻사발 그림그리기’, 5만원 상당의 혜택을 사전예약 1만5천원에 누릴 수 있는 ‘찻사발 원픽패스권’, 풀장 속 꽁꽁 숨어 있는 황금 찻사발을 찾는 ‘1300 황금찻사발을 찾아라’ 등이 눈길을 끈다. 그 외에 찻퀴즈온더블럭, 찻사발 패달보트, 차담이 네컷, 망각의 찻집, 스탠딩 찻자리, 다례체험 등 가족·연인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새롭게 마련했다.또한, 1천만원 상당의 황금다완 경품 이벤트, 축제의 주인인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민의 날 진행, 문경찻사발의 이색적인 재미를 표현하는 광화문 글러벌스타 월담스토리, 문경특산물 판매, 문경문화 예술인 자유공연, 차담이 페이퍼 포토존 등의 ‘알찬행사’들은 축제의 재미를 더해 준다.안동MBC 정오의 희망곡 오픈스튜디오, 찾아가는 영화관, 문경도자기와 향토음식 한상차림전, 한복 패션쇼, 제1회 문경 전국사진 촬영대회, 신스틸러 페스티벌, 문경사랑 연예인초청 골프대회, 문경도자심포징엄, 문경친환경 캠핑프로그램, NH농협과 함께하는 건빵박사·이은결 스페셜 마술쇼 등의 ‘부대행사’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신현국 문경시장은 “4년 만에 전면 오프라인 축제로 개최되는 제25회 문경찻사발축제 준비에 관계자 모두가 어느때보다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고 밝혔다.신 시장은 “특히 관광객의 안전과 교통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에 중점을 두고 차질없이 축제를 준비를 했으니 안심하고 문경을 방문해 코로나19의 역경을 버텨내고 일상을 회복중인 우리 모두가 봄기운이 가득한 문경새재에서 문경찻사발 축제의 진수를 만끽하고 힐링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23-04-26

“보양식·왕의 밥상·사찰음식… 왜 잘못 알고 있었을까?”

이른 아침과 밤에는 아직 춥고, 낮엔 벌써 여름이 온 듯 덥다. 이런 계절엔 감기에 걸리기도 쉽지만 입맛 역시 잃기 십상이다. ‘잔인한 달’ 4월엔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 육체의 건강을 위해선 좋은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정신 건강을 챙기려면 뭘 해야 할까? 여기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수백수천의 선현(先賢)들이 때마다 강조했으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와 중국에서 날아온 짙은 황사에 콜록대는 기침을 참기 힘든 늦봄. 여기 육체적 건강을 지켜줄 음식에 관해 쓴 책 2권이 있다. 읽으면 정신적 풍요까지 선물 받을 수 있는. 이번 주말엔 이 책들을 읽음으로써 달아나버린 봄날의 입맛을 되찾아보면 어떨까?“영화처럼 극적이던 삶이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뀐 건 세상엔 ‘나보다 강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안 뒤”‘민어의 노래' 접한 한 시인은 “외로움에 기갈 든 영혼들의 뱃속을 든든히 채워준다”고 극찬하기도“양반이 민어로 보신했다는 말은 근거 없어… 궁중 음식도 허구, 우리 시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음식” ▲요리 재료에서 건져 올린 맛있는 詩-김옥종의 ‘민어의 노래’문장이란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삶의 총체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삶=문장’이라 할 수 있을 터. 그러니 당연지사 사람이 쓰는 문장에는 살아온 삶이 녹아들기 마련이다.여기 커다란 손과 덩치를 가진 한 사내가 있다. 10대 땐 고향인 전남 신안과 학창시절을 보낸 목포에서 ‘소년 주먹’으로 유명했다. 자신의 완력을 과신했던 시절엔 한국인 최초로 K-1 파이터가 돼 일본 격투기 선수와 맞붙었다. 육체가 정신보다 빠르게 성장했던 사람 김옥종.불같이 뜨겁고 영화처럼 극적이던 삶이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뀐 건 ‘세상엔 나보다 강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다.그 무렵 그는 밤거리가 아닌 부엌에서 칼을 들었다. 요리사가 된 것이다. 채소를 다듬고, 생선을 말리고, 육수를 끓였다. 철부지 아들이 커가는 걸 말없이 지켜보던 어머니와 함께 조그만 식당을 운영한 것.그리고 다시 2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김옥종은 이제 자신이 만들어내는 요리를 소재로 시를 쓴다. 40대 중반 문예지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그가 지천명(知天命)을 넘겨 출간한 첫 시집이 ‘민어의 노래’다.자신이 만들고 손님이 먹는 김옥종의 요리 대부분은 이 책에서 시의 제목이 됐다. 그는 음식을 매개로 삶의 희비, 세상의 빛과 그림자, 인간의 본성을 해석해 낸다. 예를 들자면 이런 문장이다.세월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 것민어 몇 마리 돌아왔다고 기다림이 끝난 것은 아니다…-위의 책 표제작 중 일부.곧 다가올 초여름 제철 생선 민어를 요리하며 ‘세월’과 ‘끝나지 않는 기다림’을 떠올리는 사람. 이를 시인 외에 어떤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책장을 넘겨 아래 시를 보자.나도 한 번씩은 조금 피가 흐르더라도가슴을 열어겨울 쪽볕에 한나절은 말리고 싶다졸여낸 것은 생선이나 사람이나깊어지는 건 매한가지 아니겠나.-위의 책 중 ‘건정’ 전문.전통 방식으로 말린 생선 ‘건정’은 김옥종이 사용하는 요리 재료 중 하나다. 바람과 햇살 아래서 말라가는 생선을 보며 사람 또한 깊어지기 위해선 곰삭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는 포착해낸다. 평소 ‘삶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문장이다.오래 묵힌 간장 혹은, 잘 삭힌 홍어처럼 독자를 매혹하는 김옥종 시의 매력은 ‘주꾸미 초무침’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다.‘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석쇠 받치고/잘 여문 도다리 자글자글 하얀 속살/애틋하게 올려놓고/노랑 잎 봄동 데쳐서 막걸리 식초에/주꾸미 뒹구는 호시절에는/생의 건너편에 있는 것들까지 부르고 잡다.’맛있는 걸 앞에 두고도 함께 할 사람이 없어 외로워하는 현대인들, 결국은 자신만큼 사랑할 어떤 것도 찾지 못한 소시민들에게 김옥종은 “생의 건너편에 있는 것들까지도 모두 불러 모아 한상 잘 차려 먹이고 싶다”는 너른 마음 씀씀이를 보여준다.‘민어의 노래’를 접한 시인 하나는 이 시집을 두고 “외로움에 기갈 든 영혼들의 뱃속을 든든히 채워준다”는 상찬을 얹었다.기자는 여기에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다. “음식을 재료로 만들어낸 김옥종의 시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잊었던 인간의 따스한 체온을 되찾게 해준다”고. ▲뭘 알고 먹어야 더 맛있는 법-황광해의 ‘한식을 위한 변명’황광해는 음식과 요리 관련 글에서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규합총서’ 등의 고문헌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돌올한 칼럼니스트다. 그의 문장은 짧고 군더더기가 없어 쉽고 편하게 읽힌다.황광해와 함께 밥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그는 누구보다 음식과 식재료에 대해 많이 알지만 ‘지식’을 무기로 식탁에서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과장이 없고 명료한 사람이다. ‘한식을 위한 변명’은 음식평론가 황광해가 썼다. 첫 장을 펴면 열거된 소제목부터가 심상찮다.‘보양식은 없다’‘조선의 왕들은 사치스럽게 먹었다?’‘먹음직스러운 사찰 음식은 없다’‘궁중의 음식, 나라의 치욕이자 수치’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한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복(顚覆)시키는 제목들.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 제목들이 황광해의 딱딱 끊어 쓰는 단문에 의해 부연된다.동서(東西)와 고금(古今)의 여러 자료를 검토·인용해 설득력을 높이고, 의구심을 가질 독자를 위해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실제적 사례를 들려주는 것.먼저 보양식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한식을 위한 변명’에서 황광해는 잘라 말한다. “보양식은 없다.” 이러한 단언에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물음이 뒤따른다.“아니, 보양식이 없다니요? 우리 조상들이 먹던 삼계탕, 장어, 민어, 개고기 등은 그럼 뭡니까?”황광해가 답한다. “보양식에 관한 한 우리는 발전이 아닌 퇴보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있지도 않았던 보양식을 억지로 만들어 먹고 있다”고.이를 증명하기 위해 보양식으로 가장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인 삼계탕이 원래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음이 기록된 ‘일성록’과 ‘몽경당일사’ 등을 인용한다. 또한 오늘날 삼계탕을 만들 때 사용되는 ‘영계(20여일 키운 어린 닭)’가 과거에는 사용된 적이 없음도 증명해낸다.비싼 가격임에도 각광받는 민어회와 장어 요리 역시 조선시대엔 ‘보양식’과 거리가 멀었다는 게 황광해의 주장.“양반이 민어로 보신했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 당시 민어 보신은 불가능했다. 양반들은 대부분 한양 도성이나 대도시에 살았다. 바닷가에서 민어를 옮기는 일은 불가능했다. 궁궐에서도 민어회를 먹거나 생민어로 탕을 끓였다는 기록은 없다.”여기에 덧붙여 장어를 귀한 보양식으로 대접하는 세태는 일본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장어를 좋게 여기지 않았다. 그때 장어는 정체가 불분명한 녀석이었다”는 게 황광해의 설명이다.세칭 ‘궁중요리’에 관한 황광해의 태도도 명확하다. “왕의 밥상, 궁중의 음식은 허구다. 왕의 밥상은 없었다. 우리 시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구의 음식”이라는 것. 조선시대의 여러 문헌에 근거해 ‘왕의 밥상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친다.‘궁중음식을 전승한 기능보유자’ 또는 ‘조선 왕조의 마지막 상궁’으로 불리는 한희순에 대한 황광해의 인물평은 가혹하게 보일 정도다. 요약하면 이렇다.‘한희순이 고종과 순종, 계비 순정효황후 윤씨의 밥상을 책임졌다는 건 엉터리 소설이다. 무너진 왕조라도 왕실의 식사는 남자, 숙수의 몫이었다. 어린 여자 나인이 밥상을 책임졌다는 것은 유교적 사회질서 구조와 조선의 궁궐을 모르니 하는 소리다. 한희순은 고종 시대엔 제대로 일을 할 연차도 되지 않았다.’황광해의 문장과 주장은 열광과 비난을 동시에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 또한 책을 읽는 재미.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해 ‘한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갈 것인지는 ‘한식을 위한 변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다./홍성식기자hss@kbmaeil.com

2023-04-25

“피해 아동이 사회안전망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인이 사건’ 당시 포항의 한 교회에서는 1인 시위가 오래 이어졌다. 정인이의 외가였지만 도움은커녕 방조를 넘어 학대에 동참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포항시민은 더 분노했고 미안해했다. 어느덧 추모의 열기가 식고 사건은 잊히고 있지만 정인이가 남기고 간 것들은 있다. 수많은 정인이들을 살리기 위한 법 개정과 대응 시스템의 강화, ‘학대피해 아동쉼터(이하 쉼터)’의 확충이 그것이다. 포항에 3곳인 쉼터 가운데 한 곳인 선린나래 아동쉼터에서 이정미 원장을 만났다. 간판도 안내표지도 없는 쉼터는 보통의 가정집과 다름없는 온기가 흘렀다. -쉼터 주소가 비공개인 이유는.△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 아동은 가해자와 즉시 분리된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안타까운 건 피해 아동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피해 아동이 안전하게 귀가하기 위해서는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준비가 갖춰져야 하고 대부분의 가해자인 부모가 본인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은 금지된다.-내부는 여느 가정집과 다름없는 이곳을 소개한다면.△공동생활 가정 형태로 운영하는 학대피해 아동쉼터로 2018년에 설립됐다. 학대피해를 입은 0세~18세 미만 여자아이들이 이용한다. 이용 기간은 최장 9개월까지 가능하며 정원은 7명이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늘 정원이 차 있었다. 지난겨울에만 정원을 넘어 생활하다 지금은 한 명이 남아있다. 한꺼번에 몰릴 때도 있고 여유가 있을 때도 있는데, 인원 감소를 곧바로 학대 감소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쉼터를 몰라서 고통받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주로 어떤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오나.△부모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 많다. 그 외에도 성 학대와 방임, 유기 등 이유는 다양하다. 어린아이라는 이유로 학대가 너무나 쉽게 이뤄진다. 피해 아동이 사회의 안전망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전선의 방어선이 바로 이곳이다.-학대피해를 입은 아동이 쉼터로 오기까지 과정은.△학대피해가 신고되면 시청 교육청소년과 아동보호팀 전담조사관이 경찰과 함께 출동하여 가해자와 아동을 분리한다. 성폭력 피해 아동의 경우 해바라기센터에서 진술과 조사를 맡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분리된 아동을 쉼터로 보내고 퇴소 이후까지 관리를 담당한다. 이 모든 과정을 시 아동보호팀이 총괄한다.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여러 기관이 다각도로 긴밀하게 협조하는 시스템이다.-쉼터에서 아이들의 생활은 어떠한가.△아이들은 한밤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러운 낯선 곳이 얼마나 두렵겠나. 처음에는 사람을 까칠하게 대하고 무엇보다 타인을 신뢰하지 않는다. 성 학대를 당했다면 남성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크다. 시에서 입소 통보가 오면 아이들 주소를 쉼터로 옮기고 곧바로 전학을 해서 학업에 공백이 없도록 한다.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회복을 돕고, 학원이나 캠프 등 아동 개개별이 원하는 활동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쉼터에서는 아이들이 역경에 좌절하고 깨지는 유리잔이 아니라 고무공처럼 역경을 발판 삼아 꿋꿋하게 다시 튀어 오르는 회복 탄력성을 키우도록 돕는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예체능 활동은 물론 과외나 다양한 체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사안이 경미하거나 빨리 가정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가정으로 복귀한 뒤에도 교사에게 연락을 하거나 상담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쉼터에서 가정으로의 복귀 절차는.△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정부방침은 가정 복귀를 우선 과제로 삼고 시설로 입소시킨다. 한번 복지시설에 입소하면 양육자의 원가정복귀 의사가 있더라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부모와 아동이 준비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원가정 복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동이 별 무리 없이 적응하고 부모도 약속도 잘 지키는지, 학대가 재발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졌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아동과 양육자의 상담을 함께 진행하고 안정된 상황이 되면 통합사례회의를 거쳐 퇴소하게 된다. 최종 결정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시 아동보호팀, 쉼터, 경찰 등 최소 3개 이상 기관이 참여하는 ‘아동학대 사례판정위원회’가 결정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가 준비됐는지 판단하고, 쉼터는 아동이 귀가해도 좋은지 의견을 제시한다.-쉼터 아동에게 원가정 복귀에 의사를 물어보면 어떻게 답하나.△피해 아동들은 대부분의 가해자인 부모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양가적 감정을 지닌다. 학대받은 아이들이 모든 피해를 감당하는 현실이다. 심각한 학대 피해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다수의 아이들은 원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복귀프로그램을 통해 원가정에 다녀온 아이들은 되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 표정이 밝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재학대율도 만만치 않은 만큼 퇴소 이후의 사후 관리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 원가정에 복귀하는 대신 장기 쉼터나 애육원으로 가는 아동도 있다.-복지 분야에 종사한 지 얼마나 되셨는지. 처음에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복지 분야에서 일한 지는 15년 정도 됐다. 교회 노인대학 봉사를 계기로 체계적인 돌봄에 관심이 생겼고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했다. 한 사람의 문제를 사회 구조의 측면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복지 이념에 마음이 끌렸다. 사회복지의 이념인 ‘여럿이 함께’라는 말을 좋아한다. 장애인과 노인, 심리 상담 등 복지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고, 보건복지부와 포항시가 설립한 장애인 근로작업장인 포항바이오파크의 창립 멤버로도 참여했다. 제품 제조와 포장, 홍보, 판매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하다 보니 당시 동료들끼리 거길 겪고 나면 더 이상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후에는 ‘포항 생명의 전화’에도 몸을 담았다. -전화 한 통에서 생명을 구하는 힘을 느낀 적이 있나.△생명의 전화는 국내 최장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민간 기관이다. 포항에만 100여 명 상담사가 24시간 상담한다. 매일같이 통화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얘기를 들어줘서 도움이 됐다는 사람도 있다. 생명의 전화에서 근무한 지 2년 차였을 때, 상습적으로 전화를 해오던 상담자가 밧줄을 옆에 두고 술을 마신다며 극단적 선택 의사를 내비쳤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통화가 끊기지 않도록 대화를 이어가며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정말 상담자가 밧줄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그날 첫 출근했던 신입 상담사가 긴박했던 상황을 목격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하루 만에 사표를 던졌다.-늘 힘든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지치지 않나.△학대받은 아동들의 사정을 듣다 보면 눈물이 안 날 수 없다. 그래도 선생님들과는 감정이입을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설혹 무뎌지더라도 냉정하게 처신해야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 가여운 마음은 크지만 지나치게 이입하면 교사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된다. 어떻게 하면 잘 도울 수 있을지를 집중하며 문제를 객관화하고, 자신의 소진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의 경우는 사람들을 만나 에너지를 얻는다. 다양한 모임을 성심성의껏 찾아서 사람들과 교류한다. 억지로라도 시간을 만들어 공연을 보거나 여행을 하고 독서클럽을 찾는다.-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말은 축구 선수가 축구를 하며 휴식한다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인생을 모두 가져온다고 하지 않나. 내가 경험하지 못한 걸 상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사람에게서 얻은 에너지는 아이들을 대할 때도 좋은 에너지로 작용한다. 내가 속한 모임 대부분은 10년 이상 가족처럼 만난 사람들이다. 세월을 같이 보내면서 늘 함께 한다는 것에 힘을 얻는다.-쉼터의 아이들도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쉼터의 아이들 또한 공동생활을 하며 서로를 보듬는 법을 알아 간다. 물론 극도의 스트레스로 심리 상태가 불안정한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공감하고 유대하는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고 본다. 상처받은 이가 나 혼자만이 아님을 깨닫고, 상처 있는 채로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어린 시절의 학대는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고 트라우마로 남는다. 한창 사랑받을 나이에 상처받고 굴곡지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잘해주는 것,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사랑해 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이정미 아동쉼터 원장은봉사 활동을 하다 ‘여럿이 함께’라는 사회복지의 이념에 매료되어 가정폭력상담사와 생명의전화 전화상담원, 사회복지사, 성폭력상담원 등의 자격을 취득했다.위덕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실천을 전공하고, 노인과 장애인, 학대피해 아동들을 도우며 사회복지의 일선을 담당했다.경북농아인협회에서 수화통역사, 직업재활시설인 포항바이오파크에서 홍보 업무, 포항생명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상담사로 일했다.현재 포항선린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선린나래 아동쉼터’에서 학대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쉼을 얻고 꿈을 가꿔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배은정 작가

2023-04-24

‘청송사과’ ‘산소카페’… 청송 읽는 2개의 핵심 키워드

부산의 자갈치시장, 흑산도의 홍어, 태안의 젓갈, 전주의 한옥마을, 마산의 아구찜,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머드(Mud)….모두가 해당 도시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연이어 따라오는 특산물이나 관광 명소다. 이처럼 다른 지역이 가지지 못한 걸 보유하고 있는 도시는 관광 부문에 있어 듬직한 지원군을 얻고 있는 셈.경북 청송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홍보로 사과를 한국 최고의 명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즐기며 여행할 수 있는 도시’라는 브랜드 이미지까지 공고히 하고 있다.‘청송사과’와 ‘산소카페 청송’은 이제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보통 명사가 됐다. 지난 주말 청송군을 돌아보며 이 ‘보통 명사’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했다. 다음은 그 결과에 대한 간략한 보고서다. □ 청송사과·산소카페 청송,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선정‘특산품 브랜드’는 청송사과, ‘도시를 상징하는 브랜드’로는 산소카페가 경북의 청정 자연 속에서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청송군을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지역민의 땀방울 속에서 향기롭게 자라는 사과와 타지역 어느 곳과도 확연하게 구별되는 맑은 공기와 오염되지 않은 환경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산소카페’가 관광객들에게 청송이 가진 장점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이를 증명하듯 지난 4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시상식’에서 ‘청송사과’와 ‘산소카페 청송군’이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이로써 ‘청송사과’는 11년 연속, ‘산소카페 청송군’은 4년 연속으로 개별 분야에서 최고상이라 할 수 있는 대상을 차지하게 됐다”는 게 청송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브랜드를 선별하는 ‘2023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은 권위와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유수의 브랜드 시상식이란 건 이미 주지의 사실.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한 대표브랜드 대상 경연에는 청송사과를 비롯해 8개의 사과 브랜드가 후보에 올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사과를 즐겨 먹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선택은 지난 대표브랜드 경연에서와 마찬가지로 냉정하고 명확했다.소비자들은 인지도, 차별화, 신뢰도, 품질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청송사과”라고 인정하고, 기꺼이 청송사과를 선택했다.심사위원들은 소비자들이 청송사과를 최고 브랜드로 인지한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고 한다. “사과 재배에 적합한 자연 환경, 우수한 품질 관리, 앞선 재배 기술과 적극적인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일교차가 큰 청송의 지역적 특성은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다시 찾는 청송사과 맛의 가장 큰 비밀 가운데 하나다. □ 최고 품질 사과 만들기 위한 청송 농민들의 노력청송사과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연평균 13℃가 넘는 해발 240m 이상의 산지에서 길러지고 있다. 사과 생육 기간에 일교차가 크면 사과는 다음 세대를 위해 영양분을 과육에 저장한다. 낮과 밤 사이의 큰 일교차가 사과의 영양분을 저장하는 활동을 촉진해 과육을 단단하게 하고 단맛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것.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청송사과는 자연 환경 하나에만 의지해 만들어진 브랜드가 아니다”라는 게 청송사과 재배 농가들의 한결같은 부연이다.“더 아삭하고 당도가 높은 사과 재배를 위한 청송 농민들의 수십 년 간 노력은 다른 지역이 따라올 수 없는 사과 재배 지식과 기술을 축적하게 했다”는 것이 농민들의 자긍심이다. 또한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홍보 또한 한국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대표 과일 자리에 청송사과를 올려놓았다”고 덧붙였다.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청송군은 1994년 청송사과 상표 등록, 2007년 청송사과 지리적 표시제 등록, 키 낮은 사과 묘목 도입, 친환경 저농약 재배 기술 확장, 과수 고품질 시설 현대화, 청송황금사과 ‘황금진’ 개발 등 상품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이고 있다.여기에 더해 대도시 시식 홍보행사, 직거래 판매 지원, 청송사과 유통센터 운영, 청송사과 품질보증제 시행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의 신뢰와 호응을 일으켰다는 게 지역 전문가들의 견해다.한국 최고 사과를 재배한다는 농민들의 자부심과 청송군의 노력은 세계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인도네시아에 한국 최초로 사과를 수출하는 결과도 가져왔다.청송군은 202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연간 300t 사과 수출 쿼터 승인과 사과주스 5년간 무제한 수출 승인을 받았다. 이 또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성과다. 여기에 청송군은 사과 생산량 증가가 가져올 가격 하락에 대비해 사과 수출량을 1만t까지 늘리는 계획도 세웠다. □ 청송의 긍정적 이미지 극대화시킨 ‘산소카페’이날 2023년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시상식에서는 ‘산소카페 청송군’도 4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지역 도시 브랜드의 저력을 내외에 선보였다.도시 브랜드 부문은 청송을 비롯한 8개의 지자체가 수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작 선정 과정에서 최초 상기도, 보조인지도, 마케팅 활동, 브랜드 선호도 등 4가지 항목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건 ‘산소카페 청송군’이었다.‘산소카페 청송군’은 “청송이 가진 청정한 자연 환경과 우수한 자연 자원에 공간적인 상징색을 입혀 지역의 가치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청송군청의 이어지는 설명.지역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국제슬로시티 청송, 전국 최대 규모의 백일홍 정원인 ‘산소카페 청송정원’ 등은 자연환경을 잘 가꾸며 보전하고 있는 청송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된다.청송군은 이런 이미지를 보다 확실하게 드러내기 위해 주산지 왕버들 나무 복원, 신기리 명품숲 조성, 청송정원 주변 생태공원 조성, 청송백자 레지던스 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이는 청송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자연으로부터 위로받고 새로운 힘을 얻어가는 기반이 돼주고 있다. 전선 지중화 사업과 도시재생 사업, 농촌 공간 정비사업 역시 청송을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 가기 위한 프로젝트다.이와 함께 전국 최초 관내 시내버스 전면 무료운행으로 주민과 관광객의 이동 편의성을 높인 것도 청송의 이미지 상승에 호재로 작용 중이다. “자가용 이용을 줄여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부연이 잇따른다.“청송사과와 산소카페 청송군을 대한민국 최고 브랜드로 선택해 주신 소비자들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한 윤경희 군수는 “청송군은 군민과 함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보다 우수한 품질의 사과를 생산해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그 도시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대표 특산품과 긍정적 이미지가 있는 도시. 이는 한국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지향하는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청송은 이미 그 지향의 절반쯤을 이룬 셈이다. 그래서다. 더 기대되는 건 청송군의 미래다. /김종철·홍성식 기자

2023-04-23

첨단 기술 산업 육성으로 청년이 돌아오는 고령

고령군은 그간 민선8기 핵심사업이라 부를 수 있는 ‘555 프로젝트(인구 5만명, 도시 신규주택 5천호, 청년인구 5천명)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노력은 2023년 4월 현재도 현재 진행형이다. “딸기와 수박이 맛있는 농촌마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첨단기술산업을 육성하고,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함으로써 떠났던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고장을 꿈꾸는 고령. 미래를 위해 준비된 고령군의 각종 사업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아래에서 점검해본다.□ 첨단기업 유치로 잘사는 고령 건설고령군은 지난해 말 IP테크, 백운지업과 투자유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IP테크와 백운지업은 동고령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할 예정이다.IP테크는 투자규모 36억 원 고용계획 25명이며, 백운지업의 투자규모는 81억 원, 14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이는 ‘범군민 고령사랑 주소 갖기 운동’에 동참하는 효과도 있어, 인구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지속적인 기업 유치활동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증가에 힘쓸 계획”이라는 것이 이와 관련된 고령군청의 설명.고령은 기업 투자유치 MOU 체결을 시작으로 관광시설과 산업 인프라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미 경북도청과 투자유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도 시작됐다.여기에 첨단기술산업과 중견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는 민선8기 역점시책인 ‘5.5.5 프로젝트’의 달성 기반이 될 전망이다.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통한 인구 유입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대가야읍과 다산면 지역의 신규 주거단지 조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엔 ‘대가야지구 도시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우람종합건설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대가야지구 도시개발사업은 고령군 대가야읍 장기리 189번지 일원 면적 8만1천690㎡에 주택 625세대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지난 1월부터는 서석홍 고령군 명예군수의 1호 기부를 시작으로 고령 출향인과 고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시행 100일 만인 4월 10일엔 1억2천만 원이 모금되는 실적을 올렸다.고향사랑기부금은 기부자에게는 세액공제와 답례품 제공,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재정 확충, 지역 생산자에게는 농가소득 증대라는 1석3조의 효과가 있는 사업.고령군은 답례품으로 고령옥미, 멜론, 딸기, 수박, 감자, 양파와 한우, 한돈, 고령사랑상품권 등 빼어난 품질의 고령 특산품을 준비했다.또, 기부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대가야생활촌 숙박권과 캠핑장 이용권 등 관광서비스 상품도 선물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들이 기부한 돈은 별도기금으로 편성돼 사회 취약계층과 문화·예술·보건 등 주민복리 증진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 산업단지 조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통상 사람들은 고령군을 인구 3만 명이 조금 넘는 딸기, 메론, 감자의 특산물 산지로 알고 있다. 하지만, “고령은 대구 인근에 위치한 제조업 강소도시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산업단지 4곳과 농공단지 2곳에는 330여 업체 5천5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그외 쌍림, 성산, 개진 등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에는 개별 공장 600여 곳이 가동 중이다.고령군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미래 산업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준비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현재 고령군은 다산면 일대 66만8천㎡ 규모의 월성일반산업단지와 개진면 일대 22만1천㎡ 규모의 열뫼일반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이는 2024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데이터 센터 유치와 물류시설, 첨단산업 관련 중견기업을 데려오기 위한 홍보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산업단지 내 공장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뿐 아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광주-대구고속도로의 교차점에 위치한 성산면에는 동고령IC 물류단지가 11만4천㎡ 규모로 만들어지고 있다. 광역교통망으로의 용이한 접근은 물론, 물류 수송을 위한 최적지로 손색이 없다.고령군은 “이 물류단지가 2025년 상반기에 준공되면 한국 중부권과 경남·전라권을 잇는 물류산업의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민선 8기 시작과 함께 고령군은 현재 조성 중인 산업단지와 별개로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사전작업도 시작했다.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직접 시행함으로써 분양가를 낮춰 규모 있는 중견기업 유치를 목표로 한다”는 게 군청 관계자의 부연이다.유치 업종도 산업구조의 변화에 발맞춰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산업을 끌어들여 지속가능한 산업구조 형성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령군은 2개의 고속국도가 교차하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다. 또한, 대도시 대구를 접하고 있어 인력 수급도 용이하다. 이는 제조업 입지에 최적의 장소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장점을 살려 향후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제조업 부흥의 기회를 잡고자 하는 게 고령군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다. □ 청년들이 돌아오는 고령군으로지난해는 원자재 가격과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 국내외 여건 악화로 기업 운영이 힘겨웠다. 올해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중고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실에 무너지지 않고 위기를 기회 삼아 변화와 도약의 해를 만들고자 하는 게 고령군의 다짐이다.이를 위해 지난해 말 ‘고령군 기업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고령군에 소재한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또한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대출 이자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금리 부담을 덜어 기업 경영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기업인의 애로사항을 듣는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곧 준공될 금빛마실어울림센터에 고령군 기업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함으로써 공장 설립 절차 상담과 시책 정보를 제공하는 건 이런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아울러 고령군과 기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관내 기업체 고령사랑 주소갖기 운동’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지방 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인의 참여와 역할이 중요한 만큼, 근로자 전입 기업에 대한 근로환경 개선 및 물류비 지원이 추진된다. 이는 고령군과 기업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로 지역 발전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 메타버스 통해 지역 발전 밑그림 그려메타버스는 가공 혹은,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것. 현재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의 경험과 현실세계의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서로 연결되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추세.메타버스는 코로나19의 오랜 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를 충족할 새로운 대안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미래산업으로 육성 중이다.고령 역시 ‘고령군 메타버스 서비스 발굴 및 활성화 연구용역’을 발주해 군민 편의 서비스와 주민과 접목 가능한 콘텐츠 발굴 등을 모색하고 있다. 시공간적 제약과 언어 장벽 등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공공 부문 메타버스 구축사업이 활용 목적과 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일회성 또는, 보여주기식 홍보로 추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 플랫폼을 우선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4차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산업·문화·역사 등 지역의 특화자원에 기반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플랫폼 개발 사업은 고령군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된다.혁신을 꿈꾸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통로로 청년들이 메타버스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이를 보다 나은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은 고령군의 궁극적 지향점이다.향후에도 고령군은 메타버스가 가져올 다양한 기술 발달과 새로운 서비스 출현, 시대적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 콘텐츠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3-04-19

“재능 기부로 국내외 후배 파티셰 양성 글로벌 베이커리 컨설팅업체 만들 터”

“포항시민 전체가 두 번씩 먹을 양은 팔았을 걸요.”대체 이처럼 크게 히트 친 상품이 뭘까? 궁금증이 일어날 만하다. 한스드림베이커리 한상백(52) 대표가 만든 갈릭바게트(바게트 사이에 마늘 소스를 넣은 빵)의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대단하다.포항의 인구를 50만 명으로 잡으면 지금까지 대략 100만 개의 갈릭바게트를 만들어 판매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빵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하는 한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꿈과 스케일이 남들보다 컸던 사람.교육자였던 아버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10년째 병상에 누워있던 1980년대 후반. 기울어진 집안을 돕기 위해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하려던 아들 한상백을 아버지가 극구 말렸다.“너는 꼭 육군사관학교에 가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돼야 한다”는 부친의 뜻을 거역하지 못한 한 대표는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입학 후 한 달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부친의 안타까운 죽음과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생활. 방황이 시작됐다. 싸움도 하고 사고도 쳤다.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에 ‘고교생 한상백’을 구한 게 바로 빵이다.제빵 일을 하던 형의 권유로 한국제과고등기술학교에 입학한 것. 1988년 일이다. 그해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다.열여덟 살이던 한 대표가 올림픽을 취재하러 온 전 세계 기자들이 먹을 빵을 진열하는 일을 했다. 아직은 빵을 만들지 못하던 때였으니 허드렛일을 맡은 것이다. 그때 조그만 빵 하나가 인종과 나이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웃음을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그로부터 35년의 시간이 흘렀다. 빵을 통해 존재를 전이시킨 한상백 대표는 지금도 빵과 첫사랑에 빠졌던 순간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또한 여전히 빵 안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모험이 즐겁고 흥미롭다고 말한다.지금은 파티셰(Patissier)라고 불리는 ‘제빵사’의 영역을 넘어 한국만이 아닌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강연자로 살고 있는 한 대표. 그는 빵을 매개체로 사람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앞으로 10년 후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 있는 ‘글로벌 베이커리 컨설팅업체’를 만들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한상백 대표를 지난 월요일 만났다. 다음은 그가 들려준 빵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고향은 어디이고 어린 시절은 어디서 보냈나.△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른 살까지 서울에서 살았다. 20대 때 3년은 일본에서 제빵 기술을 배웠다. 포항에 정착한 건 30대 후반쯤이다.-처음 빵과 인연을 맺게 된 시기는.△아버지가 오래 편찮으셔서 집안 형편이 좋지 못했다. 상업고교를 가려 했는데 군인이 되길 원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인문계 고등학교로 갔다. 근데,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슬픔과 상실감에 방황했는데, 이를 지켜보던 큰형이 ‘빵 만드는 일을 해보라’고 권유해 한국제과고등기술학교에 들어가게 됐다.-제빵 일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인가.△어릴 때부터 가난했기에 여유로운 인생을 살아보지 못했다. 그러니, 어지간히 어려운 건 어렵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빵을 맛보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을 보는 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즐겁다. -빵을 만들며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제빵 일을 한 게 햇수로 36년째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빵에 관한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 외국으로 다니며 사람들에게 빵이 가진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권위 있는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여러 차례라던데.△2011년 중국 광저우에서 국제 제빵월드컵이 열렸다. 거기서 아시아권 1등을 했다. 빵 분야에선 나라를 대표한 것이었으니, 마치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태극기를 보고 애국가를 들으면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까.(웃음).-잊을 수 없는 포항에서의 기억도 있을 텐데.△포항제철고에 아는 교사가 있다. 그분 제자의 아버지가 간경화에 걸렸다. 수술비 3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빵을 만들어 수익금 300만 원을 지원했다. 지인도 뜻을 보태라며 100만 원을 보내왔다. 포항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이 소식을 알고는 모자라는 수술비를 모금했고. 15년 전쯤 일이다. 따스한 마음들이 모였지만, 아쉽게도 그분은 수술을 며칠 앞두고 돌아가셨다. 중국집 요리사였는데, 죽기 얼마 전 자신이 만든 음식을 들고 내게 찾아와 고맙다며 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주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나를 필요로 하는 강연회나 교육 현장이 있으면 가려고 노력한다. 내가 사회로부터 많은 걸 받았으니 그걸 돌려주는 일종의 재능 기부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빵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도 시간이 많이 사용된다.-‘재능 기부’라는 말이 인상적인데.△방황했던 어린 시절 빵을 통해 새로운 삶의 길을 열 수 있었다. 후배들도 자신의 길을 찾기 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세상으로부터 내가 받은 걸 돌려주고 싶을 뿐이다. -30년 넘게 빵을 만들었다. 아직도 빵을 만드는 게 어렵나.△자신이 하는 일을 쉽다고 말하는 사람은 프로가 아니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빵 만들기다. 시대에 따라 바뀌는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항상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 역시 아직 완전한 빵을 만들지 못한다.-당신에게 빵은 어떤 의미인가.△내 인생을 바꾼 존재다. 빵을 통해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를 가지게 됐다. 전 세계 빵 요리사들과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후배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어떤 인간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고 싶은지.△현재 내 직업은 제빵사인 동시에 강연자다. 빵을 매개체로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으로 개입해 그들의 성장시키고 싶은 게 내 꿈이다. 갈등하고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싶다. -계획하고 있는 앞날의 청사진은.△국내와 해외에 많은 후배들을 양성해 글로벌 베이커리 컨설팅업체를 설립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어가 필수다. 나는 지금도 빵을 만들면서 유튜브 등을 통해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 예순 살이 넘으면 파티셰가 아닌 ‘글로벌 CEO’의 삶을 살고자 한다.-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내가 10대 때는 곁에 보살펴 줄 사람이 없었다. 어머니도 종일 식당에서 일을 해야 했기에 자식에게 따스한 관심을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조그만 난관 앞에서도 쉽게 좌절한다. 그런 상황이 되면 부모가 앞장서 ‘힘들면 그만둬’라고 하는데, 난 그런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어려움 없이 성장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자식을 나약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부모가 먼저 나약함을 버려야 한다.사진=이용선기자/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4-18

명품 영양산나물로 건강한 맛 느껴보세요

예전부터 건강한 먹거리를 이야기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봄이면 온갖 종류의 산나물이 온갖 지천에 널려 있다.산나물은 봄철의 대표적인 제철 음식이며 그중에서도 영양산나물은 일월산 청정 지역에서 자란 오래된 영양의 대표 먹거리이다.봄철이면 집집마다 식탁에 영양산나물로 가득하다. 초록빛 싱그러움이 더해져 봄철 어떤 요리보다도 훌륭한 별미 중의 별미로 꼽는다. 영양산나물의 쌉싸름한 맛과 짙은 향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지금이 제철임을 느끼게 만든다.특히 영양산나물축제는 봄철 전국의 소비자들이 찾고 있는 건강한 맛 영양산나물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오도창 영양군수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 된 콘텐츠로 색다른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영양산나물축제의 성공을 위해 주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협조 부탁드린다”며 “영양산나물축제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최고의 만족을 할 수 있는 축제를 준비 중이며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농가들의 소득 증대에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건강한 먹거리 ‘영영양산나물축제’제18회 영양산나물축제가 오는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영양 일월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영양군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산나물축제를 18번이나 진행해 오면서 거듭 진화해왔고 매년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해 관광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영양산나물축제는 영양군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찾지 못했던 산림 도처에 널려 있는‘산채’를 주목하면서 산나물축제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산채’라는 소재의 특이성과 정체성, 발전가능성 등에 무게를 두고 영양의 미래 동력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양군의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는 등 해를 거듭하며 발전하는 영양산나물축제와 함께 산채의 무한한 가능성도 하나씩 발견되고 있다. □ 명품 영양산나물의 건강한 맛의 비결낙동강 반변천의 발원지인 일월산의 청정 자연 속에서 탄생한 산나물은 맛과 향기가 뛰어나 전국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영양군은 전체 면적 중에 약 87%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내륙 깊숙한 청정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산나물이 서식하기 좋은 토양(갈색산림토)과 기후조건을 갖춰 양질의 산나물과 희귀 약초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그래서 영양산나물은 웰빙 음식이라기보다는 거의 ‘약초’라고 볼 수 있다.최적의 자연환경 속에서 자라난 영양산나물은 맛과 향이 뛰어나고 미네랄, 비타민, 섬유소와 같은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자연의 보양식이라 할 수 있다.특히 청정 자연에서 자란 일월산 산나물은 건강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건강식으로 먹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 □ 영양산나물의 대표 영양 어수리영양 일월산은 예로부터 춘양목이 많이 나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1960~1980년대에 벌목이 많이 이뤄진 탓에 큰 소나무는 거의 사라졌다.사라진 소나무 사이로 햇볕이 적당히 드는 곳에 터를 잡은 것이 바로 어수리로 해발 700~800m 이상 되는 높은 산에 자생하며 동의보감에서는 피를 맑게 하는 식물로 기록되어 있다.예로부터 부드럽고 향이 좋으며 약효도 좋아 약초꾼들 사이에선 왕삼(王蔘)으로 불렸다. 어수리의 이름처럼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다고 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은 최고급 산나물로 현재는 영양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어수리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초생으로 청정지역에서 겨울철 눈 속에서 싹을 틔우고 이른 봄 제일 먼저 식탁에 오르는 산나물이다. 2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어린순을 채취해 수확하게 되는데 이곳 일월산 자락의 어수리는 그 맛과 향이 진해 전국에서도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는다. □ 제18회 영양산나물축제의 즐길거리영양군의 밤하늘을 홍보하기 위해 ‘별이 빛나는 밤에 콘서트’를 진행한다. 또 별을 보며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야간트래킹 탄소중립 캠페인과 신선하고 건강한 맛의 산나물을 구매할 수 있는 산나물장터가 운영된다.일월산에서 자라는 청정 산나물을 이용해 일월산 높이인 1천 219m의 의미를 부여하는 1천 219인분 산나물 비빔밥 만들기와 시식회는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와 맛을 선사한다.원놀음, 영양풍물단, 청소년 및 동호회, 밴드 공연 등 지역민들이 참가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들이 준비되어 있다. 오락가락 가요제, 현장 경매 ‘진품명품’, 사투리의 고유한 멋과 지역문화 특성을 담은 영양고유사투리 경연대회 ‘영양말 겨라보시더!’ 등 축제장의 작은 공간을 활용한 산나물 파티 분위기를 조성한다. 산나물 가공요리 강연, 산나물 떡매치기, 산나물 그림퀴즈 이벤트를 진행해 영양산나물축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먹거리는 물론이고 재미와 추억을 남겨 줄 것으로 기대된다.또 한글 최초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체험, 사상체질 무료진단, 이색 포토존, 이색쉼터 등이 조성돼 산나물 축제 외에도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 산나물로 요리한 산촌 먹거리촌산나물축제 기간 동안 봄의 기운을 물씬 풍길 수 있는 산골오지 먹거리를 스토리텔링해 건강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인다.관광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먹거리와 체험을 통해 영양산나물축제의 핵심 방문객층인 가족단위를 대상으로 즐길 거리를 충족시킬 계획이다.산나물 축제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산나물 고기굼터를 운영해 행사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양하고 건강한 맛의 영양산나물과 신선한 고기를 같이 먹을 수 있다.산나물 고로케, 산나물 핫바, 산나물 피자 등 산나물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음식들을 준비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먹거리촌도 운영된다. 또 늘어가는 비건인들의 수요에 맞춰 산나물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일품 요리들은 비건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산나물 채취 체험5월 1일부터 5월 14일까지 영양의 일월산, 개별 체험장 7~8개소에서 산나물 채취 체험행사가 진행된다.봄이 주는 청정 자연의 선물인 ‘산나물’을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체험행사 마련을 위해 매년 영양군에서는 영양만의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산나물이 자라는 일월산 일대를 특별 관리해 오고 있다.산나물 채취체험을 희망하는 관광객들을 체험농가에 연결해 주고, 체험객들은 입맛에 생소한 산나물을 직접 채취·맛보며 산나물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양산나물을 홍보하는 효과로 이어진다.특히 영양 산나물은 그 자리에서 뜯어서 맛을 보아도 될 만큼 깨끗하고 무공해여서 체험객들은 청정 영양 산나물의 맛을 보고 향을 맡으며 산나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23-04-18

2025 APEC 정상회의는 역사도시 경주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로 화룡점정(畵龍點睛) 찍겠다”주낙영 경주시장이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는 경주의 미래를 위한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유치 의지를 표명했다.주 시장은 4월 정례석회에서 “지난해 경주시는 1조 103억원의 국도비 확보를 비롯해 예산 2조원 시대를 열었고, 新형산강프로젝트를 비롯한 사상 최대 정부공모사업 선정, 공공기관 청렴도 1등급 달성, SMR국가산업단지 유치 등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경주의 미래 백년대계를 앞당길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로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을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2025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선정을 놓고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한창이다. 미·중·일·러 4강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정상회의 개최 도시가 얻게 될 유무형의 사회경제적 유발 효과는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지금까지 경주를 비롯해 인천, 제주, 부산 등 지자체가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뜨거운 유치전을 펴고 있다. 이처럼 여러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경주시도 일찌감치 유치 도시 도전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경주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도시이자 국제회의도시에서 첨단과학산업도시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 □ APEC 정상회의 개최의 의미와 전망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를 의미하는 APEC은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개최된 12개국 간 각료회의를 시작으로, 1993년부터는 매년 개최되며 명실상부한 역내 최고위급 지역경제협력체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호주와 함께 APEC 창설을 주도했으며,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인 1991년 이미 서울 각료회의를 개최해 헌장격인 ‘서울선언’을 마련한 바 있다.이처럼 우리나라는 APEC 출범과 함께 이미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2005년 제13차 정상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하며, 또 하나의 대역사를 만든 바 있다.지난 2015년 필리핀에서 열린 제23차 APEC 정상회의에서는 2025년 정상회의를 또다시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의 외교·경제·문화적 영향력을 세계로 확산하고, 중소기업의 국제화, 지방균형발전 등 포용적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에 경주시는 세계문화유산이 집적된 도시에서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며 국격을 한 단계 올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특히 수도권이 아닌 소규모 지방도시에서의 개최는 APEC ‘비전 2040’의 포용적 성장과 정부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균형발전 가치 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경주에서 개최되어야 하는 이유무엇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시로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주다. 한마디로 가장 한국다운 도시인 것이다.지난 수년간 APEC 교육장관회의, 제7차 세계물포럼, 제14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충분한 역량도 갖추고 있다.각국 정상의 경호와 안전을 위한 입지적 조건도 아주 우수하다. 정상회의가 열릴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 간 이동 동선이 매우 짧을 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도시와 달리 바다에 접해있지 않고 호리병처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정상 경호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됐을 때도 한미정상회담은 경주서 열렸는데 회담장소인 보문단지 일대가 경호에 최적지였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선보이기 위한 적지 또한 경주다. 경주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자력발전소, SMR 연구개발의 전초기지가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양성자가속기센터,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가 있다. 특히 최근 SMR 국가산업단지 선정은 세계에 우리 원전산업을 세일즈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포항과 울산, 구미 등 산업도시와 인접한 경주는 다양한 산업시찰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최적지이기도 하다.단순히 회의만 한다면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편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면, 그 도시는 반드시 경주가 되어야 한다.개최도시의 유불리를 떠나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고 상상해 보자. 행사가 열리는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이 최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세계 정상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과 월지, 첨성대, 월정교 등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진다면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가 아닐까.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정상회의는 단순히 회의를 한다거나 도시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전통과 경제발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국격 상승과 국가자긍심을 고취하는 국제회의”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지정된 보문관광단지는 지리적 특성 상 정상 경호와 안전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성공적인 국제행사 개최 경험을 살려 가장 한국적 이미지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경주야말로 정상회의의 최적지라 자부한다”고 밝혔다.주 시장은 또 “APEC 정상회의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포용적 성장을 지향하는 APEC의 관례”라며 “현재 유치 의사를 피력한 도시 가운데 유일한 기초자치단체로, 정부의 국정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서라도 지방도시인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할 충분한 명분과 당위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선진 시민의식과 문화 정착의 터닝 포인트경주시는 지난달 30일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유치 활동에 돌입했다. 이에 발맞춰 대정부 유치 활동과 시민의 유치 공감대를 확산하는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이러한 움직임 중에 눈에 띄는 경주시의 유치 전략이 또 있다. APEC 정상회의는 각국 정상이 대거 참가하는 국제행사로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를 주목하므로, 이에 걸맞은 사회 분위기 조성을 통해 이번 기회를 선진 시민의식과 문화 정착의 터닝 포인트로 활용하겠다는 게 경주시의 복안이다.이를 위해 칭찬하기, 주인의식 갖기, 공익 우선 및 배려하기 등 시민의식 함양 4대 과제를 선정했다. 범시민추진위원회 소속 단체를 중심으로 주체적 역할을 부여하고 시민사회 각계각층에서 민간 주도의 자발적 실천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한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생활환경·교통·행락질서 등 3대 기초질서 지키기를 추진한다. 분야별 실천다짐대회와 더불어 연중 지속적인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경주를 찾는 방문객에게 친절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 줌으로써 정상회의 유치도시로서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국내외 관광객 증가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로 머무르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글로벌 문화관광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혁신할 방안을 추진한다.친절, 청결, 신용, 안전 등 관광선진화 4대 실천운동과 관광 인프라의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친절하고 안전한 손님맞이 준비 태세를 갖춘다. 4대 과제별 세부실천 사항을 발굴하는 한편 숙박업, 음식업, 운송업, 관광업소 등 서비스 업종의 자율 실천을 점검하고 민관 합동 친절교육과 언론과 연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주요 관광지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정비하고 외국어 안내판과 편의시설의 개선, 노후·불량 시설에 대한 개체 독려, 화재와 위생, 방역 등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등 관광서비스 체계 선진화와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3-04-17

“전시 컨벤션을 넘어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겁니다”

대구가 국제도시에 걸맞은 위상을 굳히고 있는 바탕에는 엑스코의 존재가 절대적이다.대구 엑스코는 대형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유치, 개최해서 대구 지역 경제 활성화와 도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대구 엑스코의 창립에서부터 기공까지 전 과정을 주무 사무관으로 총괄해 온 이상길 엑스코 사장(전 대구시 행정부지사)이 엑스코 창립 27년 만에 엑스코 사장으로 와서 엑스코의 한 단계 도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사장은 대구 엑스코를 전시 컨벤션을 넘어서는 대구의 대표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대구에 엑스코가 있어 자랑스럽다. 엑스코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인가.△지역 기업과 산업의 판로 개척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가교 역할을 엑스코가 하고 있다. 엑스코는 전시·컨벤션을 통해 지역 기업들이 정부 정책과 산업별 역점 사업들을 한눈에 확인하고 산업 트렌드에 따른 맞춤형 기술과 제품 개발, 제도적·금전적 지원책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지역 산업에 특화된 전시회와 컨벤션을 통해 국내 산업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행사가 열리면 전 세계인들이 대구로 모여 비즈니스 교류뿐만 아니라 숙박, 식도락,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소비 활동이 이루어져 경제적 파급효과뿐 아니라 대구의 도시 브랜드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엑스코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어떤 것들이 있나.△연간 130건 이상의 전시회를 포함하여 2천건 이상의 콘서트, 이벤트, 학회 등 각종 행사가 개최되고 250만명이 방문하는 지역 대표 전시컨벤션센터로 역할 하고 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2015년 세계물포럼, 2019년 세계뇌신경과학총회 등 수많은 국제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특히 2021년 엑스코 확장 개관 이후에는 2022년 세계 3대 가스산업회의인 세계가스총회와 전 세계 30만 농업관계자들이 모이는 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 등 대형 전시회의 유치와 개최가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엑스코가 2천19건의 행사를 개최해 매출 328억원, 영업이익 13억원, 당기순이익 25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어렵다고들 했다. 엑스코도 많은 적자를 냈다는데 사장이 바뀌었다고 그렇게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시기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벗어난 것이 결정적 도움이 됐다. 그리고 세계가스총회라는 정부 사업을 엑스코가 개최했던 것이 영향이 컸다. 또 홍준표 대구시장의 취임 이후 전시회에 삼성이나 LG, 현대 등의 대기업 본사들이 참여하면서 개막식에도 본사 사장들이 직접 참석하는 등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기업들도 시 보조금 사업으로 참여하던 전시 행사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회사 스스로 경영혁신 개혁을 한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지난해 9월 취임하고 이제 반 년 지났다. 그동안 경영혁신을 어떻게 했나.△먼저 나 자신부터 희생하는 솔선수범으로 시작했다. 사장의 연봉을 40% 깎아 버렸다. 그리고 내가 엑스코를 설립 당시 마련했던 사장 관사를 내손으로 없앴다. 그러니 내 연봉의 절반은 깎인 셈이다. 그리고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부서장 직급을 30% 줄이고 위계적인 수직적 조직을 업무 중심의 수평적 조직으로 바꿨다. 물론 이런 엄청난 개혁은 직원들의 사전 동의를 얻어서 실행했다. 그래서 갈등 없이 추진할 수 있었다.-엑스코 사장으로 온 것을 시절인연이라 그랬다. 엑스코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나.△1994년 대구전시컨벤션센터(대구 엑스코 전신) 건립 업무를 맡은 것이 첫 인연이다. 나로서는 공직의 첫 프로젝트였다. 서울의 코엑스 외에는 지방에 컨벤션센터가 없던 때였는데 대구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해 싱가포르, 홍콩 등 MICE 선도국 사례들을 벤치마킹해서 국비를 확보하고 기공식을 열기까지 총 과정을 맡아 수행했다. 1995년 엑스코 설립을 시작으로 대구시 기획관리실장,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정책관, 대구시 행정부시장, 대구예술문화대학장, 민선 8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장을 지내며 지방행정과 문화예술산업에 대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그리고 엑스코 설립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엑스코 사장으로 왔으니 시절인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엑스코 건립 과정에도 사연이 많았을 것 같다.△대구에 전시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게 된 것은 정치적 결정이 뒤따른 것이긴 했다. 당시 김용태 내무부장관이 국비 200억원을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건립 계획을 수립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러나 계장인 내가 500억원으로 올려서 조해녕 시장의 결재를 직접 받아냈다. 여기에다 당시 밀라노프로젝트 자금 200억원을 끌어오는 묘안도 찾아냈다. 공단으로 설립하지 않고 주식회사로 출발하면서 민간자본 5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대구시내 7개 유력 건설사의 공사대금을 출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민간 자본의 출자 여력이 한정된 상태에서 대구시의 우회 출자나 보조금은 감사 지적사항이 되어 담당자의 징계라는 악순환이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제한 규정인 지방공기업법 79조2항을 폐지하는 성과도 올렸다. 돌이켜보니 공무원이 법 개정은 하는 수가 있어도 법 제정은 정말 어렵고 힘든, 대단한 성과였다. -일을 열정적으로, 또 확실하게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엑스코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설립 당시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협의할 때 담당 서기관이 기획재정부에 예산서 제출을 앞두고 휴가를 가버린 적이 있었다. 그는 장관 지시에도 ‘장관은 1년이면 바뀌지만 나는 30년 공무원 생활을 해야 한다’며 거부했고 그는 다른 자리로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식으로 담당 서기관이 3번이나 바뀌고 예산도 통상산업부 수출과에서 중소기업과를 바뀌는 등 곡절을 겪어가며 기공식을 할 수 있었다. 한여름 사무실에 에어컨도 없었는데 너무 더워 저고리를 벗고 런닝셔츠 바람으로 일하다 그대로 국장실로 불려 간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광경을 본 선배 국장이 ‘건방지다’고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오해가 풀리기도 했다.-대구시 체육과장으로 있으면서도 큰일을 맡아 해냈다.△나는 선례가 없는 일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많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업들을 맡았으니 시장들이 나에게 (믿고) 맡긴 것이다. 체육과장으로 임명된 것은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과 대구시민축구단을 창단하는 것이었다. 월드컵과 유니버시아드 대회라는 국제 대회를 무사히 치렀다. 대구FC는 전국 최초의 시민구단이었다. 그 때 열렬한 축구팬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구의 축구경기를 자주 참관했다. 그럴 때면 표를 100장, 200장씩 주문하곤 했으며 한 번도 외상없이 깔끔하게 표 값을 정산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임 시절 장관들이나 학교 동창 등과 구경을 했을 것으로 알고 있다.-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때로는 원칙보다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을 것 같다.△대구무역센터 건립 건축 설계공모 당선작 번복 사건이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결정한 설계작을 불과 몇 시간 만에 번복한 서류를 들이밀어 접수를 거부했다가 신문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당사자들이 구속되고 사건을 되돌렸지만 원위치하기까지 8달이나 걸렸고 이 사태를 수습하느라 개인적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다. 원칙에는 분명하고 강하게 대처한 것이다.-선비정신을 이야기한 책도 냈다.△젊은 사무관이었던 시절, 당시 시장님(조해녕)의 ‘대구 정신 정립 필요성’에 대한 훈시를 듣고 생각을 거듭해왔다. 대구시와 중앙정부를 오가며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강의와 세미나 등을 통해 대구를 알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대구의 원형은 선비정신이라고 결론내렸다. 사물의 본질과 명분, 의를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이를 실천하는 정신을 선비정신이라고 생각하고 대구가 선비정신의 본향이라고 생각해 왔다. 시민들이 대구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대구가 창조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새롭게 도약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썼다.-엑스코의 주변이 상권도 형성되지 않았고 환경도 삭막해 행사가 끝나면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썰렁해진다.△내가 취임하고 굉장히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주변환경 정비다. 엑스코의 전시 컨벤션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외에도 주변경관 개선과 야외광장 컨텐츠 마련 등으로 대구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동관에는 실내 조경을 개선하고 서관에는 생활밀착형 숲을 조성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려 한다. 최근에는 야간에도 엑스코 주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엑스코는 대구시민들에게 어떤 존재인가.△엑스코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연문화 진흥을 통해 대구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촉매제이며 시민들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 엑스코의 존재 가치를 만들어 준다. 서로 동반성장을 이끌어가는 ‘상생관계’라고 생각한다. 엑스코는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된 전시 컨벤션의 지속적인 개최를 통해 지역과 동반 성장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품격 있는 시설과 개최능력을 통해 국제회의 도시로서의 면모를 세계에 과시하며 대구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힘써왔다. 엑스코는 시민들의 경제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통해 대구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왔다고 생각한다.-엑스코의 미래 모습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엑스코는 시민들이 찾아오고 싶은 문화예술의 중심지이자 복합 문화공간으로 연중 300만명이 방문하는 대한민국 글로벌 전시컨벤션센터로 도약하는 것이다. 설립 30주년이 되는 2025년까지 가동률 55%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엑스코는 문화 예술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마이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엑스코가 전시와 컨벤션을 통해 대구시의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기업의 활로 개척을 지원하고 마이스산업 육성에 노력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문화행사를 통해 대구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시민과 대구시 간의 간격을 줄이는 데도 힘쓸 것이다.□ 이상길(李相吉·59)· 경북 고령 출신· 성광고. 경북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학과 석사. 미 시라큐스대 맥스엘스쿨 석사(행정학과).· 35회 행정고시 합격.·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세제실 과장, 지방재정정책관.· 대구광역시 기획조정실장, 행정부시장.· 민선8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장.· 계명대학교 사회과학대 특임교수.· 경영혁신대상(2023년 1월, 한국신문방송인협회).· 녹조근정훈장(2004년).· 젊은 사무관 시절 물불 안가리고 앞으로 전진한 도전형 행정가.·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대구시에서 22년, 중앙부처에서 8년을 근무했다.· 엑스코(대구전시컨벤션센터) 건립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주무 사무관으로 선례 없고 추진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도맡았다. 대구FC 창단, 첨복재단 등 주요기관 설립, 2002 대구월드컵경기장 건립,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성공적 개최를 통해 행정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이경우 편집위원

2023-04-17

대청호가 품은 화려한 비밀 충북 옥천 ‘천상의 정원’

봄은 무법자 같다. 예고도 없이 꽃을 이끌고 와서 남도를 점령하고 중부지방까지 밀고 들어왔다. 미처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꽃망울을 터뜨리고 봄이 이미 한가운데까지 왔음을 선포해버린다. 벚꽃이 피는 듯한데 어느새 사르락 길섶으로 사라졌다.충북 옥천에 있는 ‘천상의 정원’에도 봄이 이미 절정이다. 안타깝게도 꽃이 빽빽하게 피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만큼은 봄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마지막 향연을 펼치는 봄꽃을 찾아 나들이를 가면 어떨까? ◇경관 농업의 꿈 이룬 ‘천상의 정원’대전에서 옥천으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자 눈이 환해졌다. 길목마다 벚꽃이 계절보다 일찍 제 모습을 드러냈다. ‘대청호 오동선 벚꽃길’부터 충북 보은 ‘회남면 벚꽃길’까지 이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에 꽃들이 만개했다. 철없이 일찍 피어버린 벚꽃이 반가워 차창을 여니 하얀 벚꽃이 바람에 후드득 날아와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벚꽃 터널을 지나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 마을을 지날 때쯤 ‘천상의 정원’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천상의 정원의 공식 명칭은 ‘수생식물학습원’. 빼어난 자연환경 덕분에 심리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내적 치유센터’라는 이름도 내걸었다. 공식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 예의겠지만 아무래도 이곳은 천상의 정원으로 부르는 것이 제격이다.천상의 정원을 꾸민 이는 청주 주님의교회 원로목사인 주서택 원장 부부다. 주 원장은 농촌의 자연환경과 농업 현장이 관광자원이 되는 경관농업(景觀農業)을 꿈꿨다. 주 원장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다섯 가구와 함께 2002년 대청호 주변 야산을 사서 집을 짓고, 나무를 심어 정원을 조성했다. 그렇게 18년이 흘렀다. 정원에는 꽃이 피었고 마치 하늘나라에 정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 2008년에는 충북교육청이 과학체험학습장으로 지정해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명품정원이 대청호에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반인도 꾸준히 찾기 시작했다.천상의 정원 입구에는 기독교적 색채가 느껴지는 ‘좁은 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가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 나온다. 그 길을 지나 10m 정도 걸으면 넓은 정원이 펼쳐진다. 정원에는 화사하게 핀 자목련과 크로커스, 튤립 등 다양한 꽃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야말로 꽃의 정원이다.천상의 정원은 검은색 바위 위에 있다. 바위는 ‘흑색 황강리층 변성퇴적암’이라는 어려운 이름을 달고 있다. 흑색 황강리층 변성퇴적암은 바닷속에 있던 바위인데 오랜 시간에 걸쳐 바다가 육지가 되고 변형돼 생성된 세월의 결정체인 셈이다. 천상의 정원은 원래 포도밭이었는데 정원으로 꾸미려고 흙을 파내다 바위가 나오자 바위를 그대로 두고 정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검은색의 바위와 화사한 꽃이 어우러지니 꽃은 더 도드라지고 바위는 호위병처럼 듬직하다. ◇유럽식 건물과 작은 교회 등 이채정원을 거닐면 ‘여기서부터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 ‘바람이 주인이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등의 낭만적인 글이 적힌 팻말들이 길을 안내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정원의 풍경을 충분히 느끼라는 말일 게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채 20분도 안 걸리지만 바위틈에 자란 들꽃과 소나무는 물론 대청호의 푸른 물결까지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걸음 떼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정원에는 ‘천상의 바람길’과 ‘꽃산아래벼랑’이라는 두 코스의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천상의 바람길이 매화와 홍도화 등이 핀 길을 따라 둥글게 돌아가는 구간이라면 꽃산 아래 벼랑길은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구간이다. 암벽을 타고 올라간다지만 철제 계단을 설치해 놓아서 안전하다. 벼랑길 위에 정자가 있는데, 대청호를 조망하기 좋다. 비가 오는 날이면 구름이 산허리에 걸리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 위로는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비경이 드러난다고 한다.정자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유럽식 건물 다섯 채가 보인다. 마치 유럽의 작은 성을 연상하게 하는 건축물들은 ‘아버지의 집’ ‘호수 위의 집’ ‘해 뜨는 집’ ‘달과 별의 집’ 등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중에서 달과 별의 집은 전망대 역할을 한다. 건물 꼭대기에 성탑 전망대가 있고 좁고 가파른 철제 사다리를 아슬아슬 딛고 올라서면 대청호와 학습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둘레길이 끝나는 지점은 분재원과 실내정원이다. 분재원에는 소나무 모과나무 소사나무 영산홍 등 500여 그루의 분재가 전시돼 있고 실내정원에서는 수련 가시연 연꽃 부레옥잠화 물양귀비 파피루스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카페에서 작은 교회당 이정표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가파른 길에 계단을 따라 ‘달과 별의 집’에 닿는다. 이 건물 성곽 같은 곳에 오르면 학습원 모두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다소 아찔한 철 계단이 있다. 평일에는 관리소에 이야기하고 올라야 한다.천상의 정원에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가 있다. 성인 4명만 들어가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예배를 드리지는 않지만 일반 교회처럼 강대상과 예배 의자, 십자가까지 갖추고 있다. 교회 안에 설치된 통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대청호의 풍경이 화사하다.천상의 정원은 모두 둘러보는 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4~5월에 가장 많은 꽃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주중에는 한적하지만 주말에는 많은 이가 찾기 때문에 하루 방문자를 제한하여 사전예약자에 한해서만 입장할 수 있다. 평일에는 현장 예약도 가능하다. 입장비는 유아 3천원, 학생 4천원, 일반 6천원, 경로와 국가 유공자 5천원, 단체 5천원이다. /최병일 작가 옥천에서 더불어 가볼만한 곳 2선△옥천성당과 정지용 생가옥천역 근처에 있는 옥천성당은 충청북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1940년대 천주교 성당이다.옥천성당은 메리놀외방전교회 미국인 사제에 의해 건립된 성당으로 파스텔톤의 매혹적인 색감 때문에 사진 명소로 이름이 높다.옥천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시 ‘향수’의 저자 정지용이 태어난 곳이다.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 40-1번지에는 정지용의 생가가 잘 복원되어 있다. 두 개의 사립문과 부엌 딸린 안채, 행랑채 등 2동이 일자형 초가집으로 구성돼 있다. △호수에 떠있는 산 ‘부소담악’대청호가 품은 ‘천상의 정원’ 군북면 추소리에는 옥천의 명물인 부소담악(芙沼潭岳)이 있다.부소무니 마을 앞 호수에 떠있는 산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700m에 이르는 암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 장관을 이룬다.부소담악 능선에는 추소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안개 낀 날 아침에 부소무니 마을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담을 수 있다./최병일 작가

2023-04-13

참꽃 흐드러지는 봄, 분홍에 취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19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던 비슬산 참꽃문화제가 4년 만에 다시 지역민과 방문객에게 돌아온다.비슬산에는 매년 4월 30만 평에 달하는 전국 최대 참꽃군락지를 감상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군은 이 시기에 맞춰 명실상부 대구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비슬산 참꽃문화제를 개최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올해 참꽃문화제를 방문하는 방문객은 새로운 운행수단을 만날 수 있다.기존의 비슬산 반딧불이 전기차가 운행을 중단하고, 전기버스 12대가 셔틀로 운행된다.셔틀버스는 무료로 운영되지만, 발권소에서 표를 받은 후 대기장에서 대기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인원체크를 하기 위함이다. 운행 시간은 약 16분쯤 된다.또한, 이번 참꽃문화제는 기존의 참꽃문화제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지금까지는 방문객이 공연 이외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했다면 올해는 다양한 체험, 포토존을 운영해 방문객이 자유롭게 축제를 즐기고 축제에서 경험한 즐거운 추억들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축제를 운영할 계획이다.첫날인 15일 오후 1시 30분부터 진행되는 ‘개막 축하공연’에는 대구 출신이자 ‘내일은 국민가수’와 ‘국가가 부른다.’에 출연하며 매력 넘치는 무대를 선사하는 가수 이솔로몬과 ‘이브의 경고’, ‘이유 같지 않은 이유’ 등 다수의 히트곡을 가진 가수 박미경이 출연해 축제의 흥을 돋을 예정이다.이어 이튿날인 16일 오전 10시부터는 지역의 생활문화예술동호회가 참여하는 ‘참꽃 생활문화예술제’와 이전과 다른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넌버벌 퍼포먼스, 미스트롯 지원이의 축하공연 등이 열리며, 오후 1시 30분부터는 ‘참꽃 프린지 페스티벌’이 진행된다.이 외에도 참꽃문화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참꽃 화전’, ‘인생 네컷부스’ 등 방문객들이 소중한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체험존과 지역의 기관 및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홍보존이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향후 비슬산 참꽃문화제 축제 일정과 참꽃 군락지의 참꽃 개화 상황은 비슬산 참꽃문화제 홈페이지(www.biseu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슬산 참꽃문화제는 무료로 개최되며,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참꽃문화제는 지역대표 축제로 코로나로 인해 4년만에 개최됨에 따라 전국에서 많은 행락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성군 추산으로는 약 10만 명이다. 이로인해 교통 지·정체로 인한 혼잡이 우려되는 상황이다.이에 달성군과 달성경찰서는 축제 개최에 맞춰 원활한 교통소통과 방문객의 안전확보를 위한 교통안전 관리대책을 수립·시행한다. 양 기관은 축제 기간부터 오는 23일까지 비슬산 순환도로(휴양림입구네거리→비슬산공영주차장→비슬카페네거리→용봉천교) 8.4㎞ 구간을 일방통행으로 지정 및 교통관리 통제소 7개소를 설치·운영하는 등 원활한 교통소통과 시민안전확보를 위해 연인원 880명(경찰240, 달성군 138, 교통용역 382, 사회단체 120)을 투입해 교통관리를 할 계획이다.전용찬 달성경찰서장은 “비슬산 참꽃문화제에 방문하시는 시민들께서는 교통혼잡을 감안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며 “개인차량을 이용하시는 경우에는 달성군에서 지정한 주차장(7개소 5천660대)에 주차 후 순환버스를 이용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전했다.한편 대구시도 시민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비슬산 참꽃문화제에 시내버스 맞춤노선인 비슬1번 등을 운영한다. 평소 비슬산은 토요일, 공휴일에 600번(휴양림방면) 노선과 달성5번(휴양림방면) 노선이 비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으로 운행 중이다. 그러나, 참꽃문화제로 이용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행사장 임시주차장에서 휴양림 주차장까지 시내버스 맞춤노선 비슬1번을 운행한다. 비슬1번 노선은 행사기간인 15일∼16일 2일간 오전 8시 30분∼오후 6시까지 운행하며, 이용할 승객은 행사 임시주차장(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경권연구센터 동편) 인근 휴양림입구삼거리 임시정류소에서 탑승하면 되고, 시내버스 일반노선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단, 휴양림입구삼거리와 비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만 승하차 가능하다.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 인터뷰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비슬산은 대구 지역 대표 명산천혜 자연서 안전·힐링 관광을비슬산은 일찍이 정성천왕(靜聖天王)을 산신으로 숭배한 산악신앙의 성지이자 신라시대 이래로 불교문화를 꽃피운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명산이었다. 일연스님이 22세 때 승과에 급제한 후 22년간 기거하면서 ‘삼국유사’의 집필을 구상한 곳도 바로 비슬산이다. 과거 융성했던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지금도 비슬산에는 이름난 사찰들이 산재해 있다.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고 수계의식을 행한 금강계단이 있는 용연사, 고려 3대 종파 가운데 하나였던 유가종의 중심 도량인 유가사, 현세의 재난을 물리치고 안녕을 기원한 지장 도량으로 알려진 소재사, 일제강점기에 폐사된 후 약 100년만인 2014년에 중창돼 비슬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은 대견사 등이 그것이다. 불교유적 외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슬산 암괴류도 빼놓을 수 없다. 빙하기 후기에 형성된 화강암 거석들이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을 만들거나 산 사면이나 골짜기를 따라 강처럼 흘러내리면서 주변 지형들과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길이가 2㎞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암괴류이다.비슬산 참꽃문화제의 의미는 남다르다.천혜의 자연경관 비슬산과 함께 4월 중하순경 만개하는 정상 참꽃군락지와 달성군 곳곳의 관광자원을 문화콘텐츠로 이어나가 전국 제일가는 문화관광도시 달성군을 알릴수 있는 지역 대표문화축제로 달성 군민과 우리 지역을 찾아오시는 관광객이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유서깊은 사찰(유가사, 소재사, 대견사)과 문화유적들이 곳곳에 산재돼 있는 비슬산 정상에 떠나가는 봄을 아쉬워할 4월에 30만평에 달하는 참꽃군락지 진분홍 천상화원을 배경으로 비슬산과 달성문화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과 이와 어우러진 축하공연 등의 즐길 거리를 마련해 전 국민이 매년 기대하는 참꽃 문화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최재훈 달성군수는 “달성만큼 산과 강이 도심 속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다 갖춘 도시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송해공원과 사문진주막촌이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언택트(untact) 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한 달성군의 관광지가 안전하고 힐링하기 좋은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며 “달성을 생동하는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에 군정을 집중하고 있고, 사람 중심의 공간, 모두가 숨 쉬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예술이 흐르는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니까 전국에서 많이들 찾아와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4-12

“포항, 나만의 ‘보물창고’이자 내 문학의 영감을 주는 재료”

최근 ‘독특한’ 책 한 권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품집에 수록된 8편의 소설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포항을 소재로 삼고 있는 ‘어룡이 놀던 자리’. 사진이는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일종의 ‘사건’처럼 느껴졌다.책을 펴들었다. 소재는 ‘포항’으로 단일하지만, 수록된 개별 작품에서 읽히는 메시지는 각기 달랐다.‘디어 마이 엉클’에서는 한국전쟁이 야기한 비극의 그림자가, ‘관목(貫目)’에선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아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이, ‘불꽃 지다’로 가면 비루한 상황에서도 놓칠 수 없는 인간의 순정한 마음이 기자의 눈앞으로 성큼 다가섰다.책을 엮어 세상에 내놓은 김도일(49)은 마흔 즈음에 소설 쓰기를 시작한 늦깎이. 흥미롭게도 세상 사람들에게 작가로서의 존재를 알린 첫 소설도 ‘2017년 포항 소재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포항을 ‘씨줄’ 삼아 묵직하고 깊이 있는 역사의식과 인간 본질 탐구를 자신의 문학 속에 빠른 속도로 축적하고 있는 김도일. 제대로 된 그물을 짜기 위해선 튼튼한 씨줄과 날줄 모두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책에서 무시로 감지되는 ‘역사를 바로 보기 위한 노력’과 지속적 ‘인간 본질 탐구’는 김 작가가 손에 든 ‘날줄’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술가에게 늦은 출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마지막에 가닿을 목적지니까. 소설가와 시인, 화가와 작곡가는 단거리 육상선수가 아닌 마라토너(Marathoner) 같은 존재.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듬직한 몸피와 호방한 목소리를 가진 김도일은 막 출발선을 떠나 5km 지점쯤을 통과하고 있는 마라톤 선수, 아니 소설가다.지난 주말 오후. 환한 봄빛 아래 푸른 파도 일렁이는 영일대해수욕장 한 카페에서 김도일을 만났다.무슨 이유로 포항을 문학의 주요 소재로 선택했는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뭔지,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지 조목조목 물었다. 그의 답변은 소설 속 문장을 닮아 따뜻하고 명쾌했다. -태어난 곳과 유년을 보낸 지역은.△1974년 경북 영덕에서 과수원집 막내로 태어났다. 중학교를 마치고 포항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이후 계속 포항에서 살고 있다.-학창시절엔 어떤 아이였나.△열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같은 시기에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셨다. 슬펐지만 내 슬픔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남매끼리 보듬고 살아나가야 한다는 결속 같은 것이 생겼다. 원래 성격이 어떤지와 상관없이 외향적이어야만 했다. 학우들 눈에도 그렇게 보였는지, 고등학교 때는 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대학에선 뭘 공부했고, 어떻게 보냈는지.△경찰이 되고 싶어 행정학과에 지원했다. 1학년 때 학교 신문사에 들어갔다. 대학 생활 전부를 거기에 바쳤다. 학사장교 지원도 학보사 활동을 보장받으면서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1996년 광주 5·18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대학생 기자 대표로 두 피고인 뒤에 자리해 재판을 볼 수 있었다. 취재한 것을 전국 대학신문에 보내고, 혼자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찾은 기억이 있다.-해병대 장교로 예편했다고 들었다.△1997년 임관해 2003년 대위로 전역했으니 6년을 해병대에 있었다. 낙하산 강하, 헬기 레펠, 사격, 전술훈련은 즐거웠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했다. 군인임을 자각하고 군인으로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보람도 있었다. 그런데… 사단 전 병력이 일주일간 골프장에서 토끼풀을 뽑은 적이 있다. 사령관이 골프 치러 오기 전까지 끝내야 하는 임무였다. 작업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졌다. 라운딩 하던 민간인이 우리를 보며 흘리던 웃음이 아직 기억난다. 해병으로서, 장교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그게 전역을 결심한 이유다.-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나.△10년 전 마흔에 첫 소설을 썼다. 건강했던 몸이 병원을 자주 찾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를 극복하고자 처음에는 에세이를 필사했다. 그러다가 시를 베끼게 되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가 소설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소설을 썼는데, 안 흔들리고는 소설을 쓰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군대 장교’와 ‘소설가’라는 두 존재는 쉽게 매치가 어려운데.△오히려 군대 경험이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의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이 됐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인간이 극한 환경에서 어떻게 단순화 되는지, 폭압적인 권력에 굴복하고 인간이 그 일부가 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군인을 천직으로 알고 국가와 임무에 헌신하는 선후배 장교들 앞에서 부끄러워진 적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황석영과 현기영도 해병대 출신이다.-왜 ‘포항’이라는 소재에 천착하는가.△내가 사는 곳이 이야기가 풍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소설을 쓰기 전부터 가졌다. 그러던 중 첫 작품 응모를 ‘포항 소재 문학상’에 했는데 입상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소설 소재를 찾다보니 묻혀 있기엔 아까운 포항 관련 역사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나만의 보물창고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억지로 끼워 맞춰 어색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포항을 소재로 이야기를 쓰려 한다.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자체가 너무 재밌다. -첫 소설집 ‘어룡이 놀던 자리’를 받아들었을 때 기분은.△기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감정이 몰려와 당황스러웠다. 그냥 멍했다. 내 안에서 커다란 덩어리가 빠져나간 듯 허탈감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 여파가 몸에 영향을 미쳐 몸살을 지독하게 앓았다. ‘이제 어떡하지?’라는 불안감도 있었고 내 이야기가 이제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슬퍼 눈물도 조금 흘렸다. 한 일주일 후에야 겨우 기뻐할 수 있었다.-책에 수록된 것들 중 한 작품만 독자들에게 권한다면.△표제작이다. 개발시대 포항의 이면을 압축해 담았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지형, 마을에 대한 향수와 어쩔 수 없이 실향민이 돼야 했던 이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썼다. ‘어룡이 놀던 자리’는 포항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소설 속 공간에 살았던 분이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앞으로도 ‘포항’이 당신 소설의 주요한 소재인가.△매우 중요하지만 유일한 소재는 아니다. 내가 특징을 가장 잘 이해하고 능숙하게 다를 수 있는 재료가 포항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포항이라는 소재에 맞지 않는데 억지로 끼워 넣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는 다른 소재를 찾겠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포항에서 나오는 재료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신에게 소설이란 어떤 의미인지.△계속 길을 찾아 헤매고 끊임없이 흔들리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소설 다음으로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평범한 일상이다. 소설 또한 이 범주에 들어간다. 아침에 인사하고 헤어진 이를 무사한 모습으로 저녁에 다시 마주하는 것, 따뜻한 물로 씻은 후 밝은 등 아래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 내일의 노동을 위해 낡은 침대에 몸을 누이는 것, 이 모든 일상이 내겐 귀하다.-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지.△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소설을 쓰고 있으면 좋겠다. 외국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것에도 도전하고 싶다. 10년 후면 직장에서도 정년이 다 돼 갈 텐데 소설과 번역을 번갈아 한다면 퇴직 후의 삶이 재밌을 것 같다. 이를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은 뭔가.△일제강점기 구룡포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해방 후 일본으로 쫓겨난 사람들을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재일동포와 함께 다뤄보고자 한다. 이들의 상황은 정반대지만 양쪽 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처지다. 현재 자료조사 중인데 이 단계에서부터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리고, 언젠가는 경북 동해안 일대의 근대를 배경으로 최소 3권 이상 되는 분량의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풀어내고 싶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4-11

“선악이 없는 수학은 아름답고 명료한 존재죠"

최영주 교수에게는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1980년대 미국에서 강의를 시작했을 때 동양인 여성 수학 교수는 처음이란 말을 들었다. 국내 최초로 암호학 관련 강의를 포스텍에 개설했고, 당시 캠퍼스에서 유일한 임산부였다. 국내 여성 수학자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수학회 학술상’을 수상했고, 정수론 국제학회지에 국내 수학자 최초로 편집위원에 선정됐으며, 한국여성수리과학회 설립에 참여했다. 한국 여성 수학자의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최영주 교수와의 약속은 최적치를 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른 봄에 연락이 닿아, 꽃 피는 캠퍼스에서, 4월 초로, 다시 모일로 수렴됐다. 약속 시간은 분 단위였다. 숫자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수학자려니 했다. 해외 수학자들과의 화상회의와 학과 세미나 사이, 포스텍 교수식당에서 최영주 교수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인터뷰 전에 자료를 좀 읽었는데 외계어가 따로 없었다.△수학이 어렵게 인식되는 건 수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수학은 생활 도처에 있다. 당장 이곳에 오기 전에 들른 주차장도 수학 지식이 들어간 곳이다. 최소 면적에 최대한 많은 주차를 위해서 수학이 이용된다. 나뭇가지마다 다른 패턴이나 포물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공에서도 수학을 볼 수 있다. 다만 대중들에게 어렵게 인식되는 것이 문제인데 어떤 이는 농담처럼 수학 대중화가 웬만한 수학 난제보다 어렵다는 말도 한다.-수학의 여러 분야 가운데 정수론의 새로운 방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수학은 수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수학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분야가 정수론이다. 나무마다 잎사귀 패턴이 다른 것처럼 수에도 패턴이 있다. 정수론은 수학의 가장 근본인 ‘수’의 패턴이나 성질을 연구하는 순수수학이다. 나는 정수론 중에도 다양한 수학적 방법을 동원해 수의 성질을 연구하는 ‘보형 형식(modular form)’을 연구한다.-수학은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학문이라고 여겨진다. 수학에 뛰어난 학생이었나.△수학을 잘 한다기보다 다른 과목을 못했다. 특히나 암기과목은 재능이 없었다. 내 답이 왜 틀렸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학은 명료해서 좋다. 변치 않고 선악이 없다. 증명하는 방법이 다를 뿐 자체로는 변함이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이 좋아 수학과에 진학했고 대학 축제에서 만난 동갑내기(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와 결혼해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 정수론 분야의 석학을 만나 오래됐으면서도 낡지 않는 현대 순수수학의 핵심인 정수론에 매료됐다. -정수론은 수천 년 된 수학의 한 분야인데 아직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남았나.△‘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 중 4분의 1이 정수론 연구자다. 정수론은 수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분야로 난제가 많다. 모두들 알맹이를 알고 싶어 하지 않나? 수의 알맹이는 소수(素數, Prime Number)이다. 소수는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눠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로, 2, 3, 5, 7, 11, 13 등이다. 세상의 모든 수는 소인수분해를 통해 소수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6은 2 곱하기 3으로 쪼개진다. 소수만 알면 모든 수의 비밀은 풀린다. 소수의 존재는 기원전에 알려졌고 소수의 분포는 독일의 수학자인 가우스가 수백 년 전에 증명했다.(가우스는 정수론을 ‘수학의 여왕’이라고 했다.) 소수의 성질을 밝히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많은 수학자들이 무한한 소수 분포나 규칙성을 밝혀내려 했지만, 어느 누구도 정답이라고 할 만한 패턴을 밝혀내진 못했다. -소수의 패턴은 왜 중요한가. 그 복잡하고 어려운 걸 어디다 쓴단 건가.△소인수분해가 유용하게 쓰이는 분야는 암호학이다. 소수를 곱해 만든 합성수를 상대에게 전달하고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으면 암호가 풀리는 것이 암호 해독의 원리이다. 소인수분해를 활용한 암호는 공용키로는 맨 먼저 나온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뱅킹 등에 두루 사용된다. 이처럼 정수론은 다양한 암호체계를 만들고 암호의 효용성과 안전성을 분석하는 핵심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암호학은 단순히 암호를 만들고 푸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보호하고, 전달 과정의 오류를 검증하는 수학적 방법이다. 인터넷 통신이나 화상으로 대화를 할 때 이미지가 깨지거나 잡음이 섞이는 걸 거르는 것에도 정수론이 쓰인다. 고급 정수론을 사용하면 이런 오류들을 경제적, 효율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 그걸 ‘오류 정정 부호(error correcting codes)’라고 한다.-국내 최초로 암호론 강의를 개설했다고.△미국에서 강의를 하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미국 국가안전보장원에서 정수론을 전공한 수학자들을 대거 채용했다. 미국 국방부가 주도하던 아르파넷 네트워크(세계 최초의 네트워크 망)를 대신해 상용 인터넷 서비스들이 시작되던 시기다. 포스텍에 부임한 1990년, 국내에서 암호학은 생소한 분야였다. 관련 강의를 개설하고 수학자가 주관하는 암호론 국제 학회를 개최했다.-지금도 암호학을 연구하나.△암호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암호를 만들고 깨지고 개선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어느 날 문득 ‘현타’가 오더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피타고라스 정리처럼 2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는 보형 형식과 연결된 L-함수를 연구하고 있다. 언제 계산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보형 형식이다. 보형 형식은 세계 수학자들이 들러붙어 연구하는 이론이다. 나는 그 가운데 아주 실오라기 같은 이론을 정립했다. 보형 형식에 가중치라는 것이 있는데, 기존에는 정수와 반정수(정수에 1/2을 더해서 나타낼 수 있는 수) 가중치만 집중했다면, 나는 실수에 대한 이론을 개발했다. 8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실가중치 주기이론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풀리지 않는 문제를 껴안고 있으면 힘들지 않나.△아침에 일어나면 문제를 풀 생각에 신이 난다. 이렇게 저렇게 풀어봐야지 설렌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낙담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그래서 다른 연구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연구활동 중 대다수의 시간은 다른 수학자의 논문을 읽고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을 접목해 본다. 방금 전에도 해외 수학자들과 화상회의로 머리를 맞댔다.-안 풀릴 땐 어떻게 하나.△산책이나 수영, 요가가 도움이 된다. 논문 하나에 5년이 걸릴 때도 있고 다음이라는 기약도 없다. 하지만 안 풀리는 문제에는 희망이 있다. 문제를 풀고 난 뒤의 기쁨은 얼마 가지 않는다. 답을 알고 나면 더 어려운 문제를 찾게 된다. 몇 년간 답이 잡힐 듯 말 듯 한 문제가 있었는데 워크숍에 가보니 후배가 풀었더라. 그럴 때를 제외하고 포기란 없다.-‘챗GPT’를 이용하면 수학자도 수월해지겠다.△요즘 틈만 나면 반려동물 다루듯 챗GPT와 대화한다. 파급력이 어마해서 교육 분야는 혁명적으로 바뀌겠지만 수학자의 일을 대신하진 못할 것이다. 수학은 문제를 푸는 일인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일이다. 문제를 풀 때도 기존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수학은 새로운 길을 만드는 창조적인 일이다. 챗GPT에 정보를 제공하면 바른 답으로 수렴하겠지만 창의성을 가질 수는 없다.-수학 이외 도저히 안 풀리는 문제가 있나.△자식이 아닐까.(웃음) 물론 자식은 풀어야 하는 수학 문제와 다르다. 다만 충분히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육아보다 일을 우선으로 살았다. 여성 교수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여자라서 어떻다는 말을 듣기 싫어 일에 더 몰두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후회한다는 건 아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나의 선택지는 일이다. -최영주 교수에게 수학이란?△인간이 사고하는 영역 중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변치 않는 걸 찾기 위해 엄청나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수학은 아름답고도 간절한 것이다. 항상 더 깊은 진리에 목말라 있는 수학자의 삶은 두려움과 애달픔의 연속이다. 한동안 죽도시장 새벽 경매 구경을 자주 갔다. 긴장된 분위기의 경매장은 치열한 수 싸움의 현장이었다. 연구실에 앉아 풀리지 않는다고 낙담하는 것이 철없는 넋두리로 느껴졌다.-가장 사랑하는 수식은.△‘L-함수’이다. 한 사람이 하루 이틀 만에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 연구자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100년이 넘는 수식이다. 본질적이지만 여전히 주로 추측에 의존하는 현대 해석학 수론의 일부이다. 속성은 대부분 증명되지 않았고 체계적으로 정리되지도 않았다. 내가 평생 이해하고 싶은 함수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수학이 어디에 적용될지 바로 답하는 것은 어렵다. 수학자가 찾는 것은 변치 않는 진리이고 그 진리가 어디에 쓰일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인류는 여전히 수천 년 전 수학에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최영주 교수는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릴랜드대, 콜로라도대 조교수를 거쳐 1990년 포스텍에 부임했다. 2002년 국내 여성 수학자 가운데 최초로 대한수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여성 수학자들의 권리를 위해 한국여성수리과학회 설립에 참여하고 회장을 맡기도 했다.‘2008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과 2013년 미국 수학회 초대 석학회원(펠로)로 선정됐다. 세계여성수학자대회 지역 조직위원과 세계수학자연맹 여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내외 여성 수학자의 교류에 앞장섰다. 2018년 여성 최초로 국내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인 ‘대한수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정수론 최대 난제로 꼽히는 ‘L-함수’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큰 진보를 이끌어낸 공로였다. 제17회 경암상(2021)과 과학기술훈장 혁신장(2022)을 수상했다./배은정 작가

2023-04-10

“경주 SMR 국가산단, 한국경제 구원투수·새 성장 동력”

경주시가 최근 SMR 국가산단 유치로 세계 원전수출시장 선점과 원전 중심의 과학산업도시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경주시는 지난달 15일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업단지 최종 후보지로 확정됐다.사업비 3천966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경주 문무대왕면 일원에 세계 원전시장을 공략할 150만㎡ 규모의 SMR 국가산단이 들어선다.SMR 국가산단 조성사업은 국내 소형모듈원전 연구개발의 요람이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연계한 특화사업으로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민선 8기 경주시의 핵심 전략사업이다.그간 역사문화도시로만 알려졌던 경주시가 제조업 중심의 국가산단을 보유하게 돼 첨단 과학산업도시로 한 걸음 더 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 소형모듈원자로(SMR)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는 300MW 이하의 발전용량으로 기존 대형원전 대비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모듈형 구성을 통해 경제성을 높인 소형 원자로이다. 수소생산과 해양,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최적의 발전원으로 글로벌 원전시장의 새로운 먹거리 각광받고 있다.또 초기 투자비가 적고 건설 기간이 짧아 자금회수도 빠르며, 기술발전에 따라 경량화와 발전용량 증가도 가능하다.지난 2021년 7월 착공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SMR 혁신제조 클러스터 기반구축을 목표로 조성됐으며 경주시는 이를 실현한 ‘SMR 국가산단’ 조성을 전략적으로 추진했다.이에 SMR 국가산단이 차세대 원전의 주요 부품과 기기 모듈의 생산 시설로 많은 고용창출을 통한 실질적 경제효과 있을 것이라 판단해 소형모듈원자로 특화 산업단지 유치를 선택한 것이다. □ SMR 국가산단 유치 성과국토부는 지난해 8월 새정부 출범과 함께 국토균형발전과 차별화된 강소도시 육성을 위해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계획을 발표했다.경주시는 지난해 10월 제안서를 제출하고 현장실사, 전문가 종합평가, 산업입지 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등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쳤다.특히 신규 국가산업단지 평가과정에서 가장 큰 관건으로 알려진 입주수요 확보를 위해 전국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서면서 대기업을 포함한 225개 기업에 275만㎡의 입주수요 면적을 확보하는 고무적인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앞서 지난해 9월 SMR 국가산단 유치를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4개 기관과 차세대 발전시스템 ‘초임계 CO2 발전 기술’ 업무협약, 10월 포스텍 및 한수원 등 6개 기관과 ‘경주 SMR 국가산단 유치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이어 지난 2월 대형해운사 HMM, 장금상선 등 9개 기관과 ‘원자력 추진 선박·해양시스템 기술개발’ 업무협약 등 다양한 유관기관과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SMR 시장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 국가 차세대 원자력 산업 핵심거점경주시 문무대왕면 동경주 IC 부근 일원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가 2030년까지 조성된다.경주시는 SMR 연구개발 및 생산 국가혁신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통합형 제조와 미래 혁신원자력산업 플랫폼을 차별화해 산업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다. 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소형모듈원자로 연구개발과 연계해 소형모듈원자로 제조, 소부장(소재·품·장비)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 기업의 집적화를 통해 국가 차세대 원자력 산업의 핵심거점이 될 전망이다.산업단지에는 원자력·전력산업, 원전해체, 연구개발서비스 등 핵심 23개 업종과 그린에너지, 소재부품, 전기설비 등 연관 29개 업종이 입주한다.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최근 경주시의 연구용역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SMR국가산단을 통해 유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7천3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천410억원, 취업유발효과 5천399명이다. 산단 조성 후 가동 시에는 생산유발효과 6조7천357억원, 취업유발효과 2만 2천779명에 달한다.이제 경주는 6기의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폐장에 현재 건설 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비롯해 중수로 해체기술원과 SMR 국가산단이 들어서면 명실상부한 원자력 산업 메카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다. □ 과제와 전망국가산단 지정과 가동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파급효과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빠르게 나타나기 위해서는 국가산단 지정과 가동까지 시간을 당겨야 한다.향후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관계부처 협의 등의 행정절차가 필요하다.지난달 3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산단 후보지 관련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범정부 추진단 Kick-off 회의를 개최했다.먼저 경주시는 올 상반기 LH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시행자 선정 협의를 신속하게 진행한 후 내년도 상반기 까지 예비타당성 신청을 비롯해 입주기업 유치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이어 산업단지 신청·승인 후 2026년 공사 착공을 목표로 모든 행정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이것은 기업들의 입주 완료를 포함한 총 사업기간은 2030년까지이나 사업의 신속한 추진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행정절차 이행을 최단 기간에 완료해 조기 조성하겠다는 각오다.특히 입주 근로자들이 지역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립형 자립고 유치, 안락한 주거단지 등 정주여건 조성에도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 이튿날인 지난 16일부터 체코 트레비치시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원전 6기를 보유한 도시의 시장이 직접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원전 수주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주낙영 경주시장은 “SMR은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를 도약시킬 구원투수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며 “향후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지역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3-04-06

이 봄, 책속의 낭만을 찾아서

앞다투어 화들짝 피어난 꽃들이, 한순간 난분분 떨어져 황홀한 분홍빛 풍경을 만들어내는 봄날이다. 4월은 연인끼리, 식구끼리, 심지어 혼자이어도 꽃 무더기 속으로 훌쩍 여행하고 싶은 좋은 시절.하지만, 세상엔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도서관은 지상에 존재하는 천국”이라 했다. 그의 말을 조금 확대하면 서점도 마찬가지 아닐까?지금까지 개나리와 진달래, 매화와 벚꽃 사이를 거닐며 봄의 낭만을 즐겼다면, 이번 주말엔 책들 속에서 천국을 찾아보는 게 어떨지. 아래 봄꽃 닮은 문장으로 축조된 2권의 책을 권한다. 박철화의 ‘김현, 따듯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말’ ▲‘제자’가 사라진 ‘스승’에게 띄운 애틋한 편지-‘김현, 따듯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말’희귀한 상징과 은유에 관해 말하려면 먼 옛날이야기를 소급해야 한다.지난한 자기 수련을 통해 ‘깨달은 자’가 된 석가가 사부대중(四部大衆) 앞에 섰다. 무슨 말이 나올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그가 말라가는 연꽃 한 송이를 아주 천천히 들어올렸다. 모여든 이들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일었다.“저건 뭐지?”군중 사이에 석가가 귀애하던 제자 가섭이 자리했다. 스승의 눈길은 당연지사 거기로 향했다. 궁금했을 것이다.“가섭아. 너는 이 상징과 은유를 이해하겠느냐?”그런데, 제자가 씨익 웃는다. 더 놀라운 건 가섭의 웃음이 아닌 석가모니의 태도였다. 왜냐? 그가 제자보다 더 크게 웃었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나 아는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에피소드다.최근 염화미소의 웃음에 더해 울음까지를 포함하며 2000년의 세월을 찰나처럼 뛰어넘는 문장을 확인했다. ‘스승’ 김현(1942~1990)을 아프고 아름답게 추억하는 ‘제자’ 박철화의 책 ‘따듯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말’을 통해서다.제자의 아버지는 10명 가까운 형제의 장남이었다. 1960년대. 큰아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터. 그 부담감은 폭음으로 이어졌다. ‘제자’는 혼자만의 공부방을 가져본 적도, 영어와 수학을 심화학습 시켜주는 학원도 다녀보지 못했다.중고교 시절,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재래식 화장실에서 밭으로 인분을 퍼 나르기도 했던 ‘제자’는 학력고사를 치르던 전날도 아버지의 주정 탓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붉어진 눈알로 시험을 봤다. 그럼에도 ‘제자’는 서울대에 합격한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관지와 폐에 깃든 병과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20대 초반을 캠퍼스가 아닌 병실에서 보내야했던 ‘제자’. 거기서 그는 고교 시절 스치듯 읽었던 ‘스승’의 책과 만난다. 병원에 누운 ‘제자’에게 ‘스승’의 문장은 죽음의 유혹을 견디게 한 치료제였다.20대는 그런 나이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 모두가 우습고 시시하며 하찮아 보이는 시기. ‘제자’도 그랬다. 공부하는 것도, 문학에의 열망을 드러내는 것도 유치하게 생각됐다. 강의는 뒷전. 학교 인근 산을 오르내리며 시집을 읽고, 낮밤 없이 취하도록 술만 마셨다.그런 ‘제자’를 ‘스승’이 연구실로 불렀다. 그리고는 숙제 하나를 낸다.“강의에 들어오지 않은 걸 이해할 테니, 책을 하나 골라 그걸 비평해봐라. 네가 원한다면 포르노 소설도 좋다.”박완서의 작품을 텍스트로 선택한 ‘제자’는 오래전부터 흠모했던 ‘스승’에게 부끄럽지 않을 리포트를 만들기 위해 악전고투(惡戰苦鬪)한다. 그걸 읽은 ‘스승’은 “너는 문장을 떠나서는 살기 힘든 인간”이라는 칭찬인지, 저주인지 모를 말을 했다.“문학이란 것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의 가장 깊고 다양하며 섬세한 변주 양식이란 걸 스승은 내게 가르쳤다”고 ‘제자’는 말한다.행복이란 주어지는 게 아니라 결핍과 고통과 싸워가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가르친 ‘스승’. 그 가르침 안에는 필연적으로 불행도 함께 존재한다는 걸 ‘제자’는 빨리 깨우쳐야 했다. 겨우 48세. 그 아까운 나이에 ‘스승’의 간에 암세포가 똬리를 틀었다.1990년 여름. ‘스승’이 죽었다. 스물다섯이었던 ‘제자’의 울타리도 함께 무너졌다. 프랑스로 떠난 ‘제자’.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20년 넘는 세월 동안 그는 ‘스승’과 나누었던 개인적인 이야기와 둘만의 교류에 관해 입을 다물고 살았다.여기까지 읽은 이들이라면 짐작할 것이다. 수차례 등장하는 ‘스승’은 열정적인 불문학 연구자이자 영민한 문학평론가인 김현이고, ‘제자’는 문학평론가이자 전 중앙대 교수인 박철화라는 걸.‘따듯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말’은 전문 예술용어와 낯선 외국 언어·기호학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열거된 책이 아니다. 생경한 문예사조와 난해한 인용으로 가득 찬 얼치기 문학평론가의 문장은 더더욱 아니다.‘따듯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말’은 웃음과 눈물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자 했던 행복한 두 글쟁이의 ‘염화미소’인 동시에 발신인은 있지만 수신인은 부재한 ‘슬픈 연애편지’다. 그럼으로 이 봄에 읽기에 맞춤한 책이다. 박완서 단편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부끄럽지 않은 삶이 만들어준 박완서의 문장-‘친절한 복희씨’예컨대 이런 풍경이다.아직은 오염의 불길이 옮겨 붙지 않아 저녁놀이 핏빛으로 붉은 마을에 하나 둘 등이 켜진다. 은으로 만든 숟가락 달그락거리며 혼자 저녁식사를 끝낸 조그만 여자 노인이 바지런히 몸을 움직여 설거지를 마치곤 손에 묻은 물기를 앞치마에 훔치고 오래된 책들이 풍겨오는 향기 근사한 제 방 책상에 앉는다.오동나무로 짠 수십 년 된 가구들. 배경 음악으론 리하르트 바그너의 장엄함보단 프레데리크 쇼팽의 섬세함이, 폴 앵카의 신명보단 조안 바에즈의 적요가 어울린다.몸만큼이나 작은, 주름 가득한 손등 아래서 탄생하는 나이답지 않은 젊은 문장. 젊은 날의 열정이 사라진 자리엔 노인만이 획득할 수 있는 촘촘한 지혜가 들어차 새로운 세대의 무모한 모험을 안내할 지도가 그려진다. 다름 아닌 박완서(1931~2011)의 소설이다.해가 기운지는 이미 오래. 보름을 기다려 살찌는 달의 마법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면 쪼글쪼글한 할머니는 어느새 열일곱 소녀가 된다. 그렇다. 할머니였던 시절에도 박완서의 문장은 영원히 소녀였다.박완서의 단편 모음집 ‘친절한 복희씨’를 기쁜 마음으로 펼치며 책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는다. 마지막에 적힌 단 한 줄의 문장.‘아차산 기슭에서 길고 지루한 여름을 보내고 나서’.위에 박완서가 살았던 상상 속 동네 풍경을 길고도 세세하게 묘사한 이유는 바로 이 문장이 주는 쓸쓸함 때문. 허나, 우리네 생이 매양 쓸쓸함으로만 차 있지는 않을 터. 이에 대한 박완서의 부연이 재밌다.“이 책은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농담 같은 문장이지만 여기에선 삶의 간난신고와 세상의 풍파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나이 먹은 지혜로운 자의 겸양이 읽힌다.그렇다. 문학이 아니라면 무엇이 있어 이토록 재미없고, 슬프며, 지루한 생을 견디게 할 것인가. 인간의 위무자로 역할 하는 소설, 지상의 비루함을 잠시나마 쓴웃음 지으며 잊게 하는 소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친절한 복희씨’는 판타스틱을 넘어 ‘퍼펙트’하다.이런 비유는 어떨까? 제 욕망에 못 이겨 10년 세월을 바깥으로만 떠돈 사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등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외할머니의 손길. 맞다. 박완서의 소설 아니, 그녀의 문장을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따뜻한 손길’이다.다정하기 짝이 없는 박완서의 ‘어루만짐’은 이 책에서도 시종여일하다. ‘그리움을 위하여’ ‘그 남자네 집’ ‘촛불 밝힌 식탁’ 등으로 명명돼 실린 아홉 작품 중 어느 하나를 중뿔나게 지목해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좋을 정도.“박경리와 더불어 한국 현대문학의 한 산맥으로 오연하게 솟았다”라 말해도 좋을 박완서 문장의 따스한 엄정함 속을 헤매노라면 굳이 눈 밝은 독자가 아니더라도 박완서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게 얼마만한 행운인지 단박에 짐작할 수 있다.아래는 그중에서도 가장 빛난다고 생각하는 문장이다. 이런 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게 아닐지.‘그가 죽고 내가 죽는다 해도 이 세상엔 그만한 흔적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허공에서 치마 두른 한 여자가 한 남자의 깍짓동만 한 허리를 껴안고 일단 하늘 높이 비상해 찰나의 자유를 맛보고 곧장 강물로 추락하는 환을, 인생 절정의 순간이 이러리라 싶게 터질 듯한 환희로 지켜본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4-04

“대구상고 100주년 기념, 새 100년 여는 첫걸음”

1923년 대구 대봉동에서 개교한 대구상고(상원고)가 16일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이 학교 5만여 동문들은 금융 산업계를 비롯 각계에 진출해서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했다. 또 야구와 럭비 등 스포츠에서도 발군의 실력으로 체육진흥을 넘어 국민 사기를 진작시켰다. 학교는 달서구 상인동으로 옮기고 후학들은 남녀공학 인문계로 바뀌어 선배들의 구국 교육열을 이어가고 있다. 이 학교 28회 졸업생 이종주 총동창회 고문(전 대구광역시장)은 “개교 100주년을 맞은 대상인의 기백에 무한한 자긍심을 느낀다”며 후배들에게 전통 계승을 당부한다. 36년여 공직생활을 한 그는 대구시 행정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대구상고 100년을 축하한다. ‘대상인’으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한 세기 질곡의 역사 속에서 학문과 독립애국정신을 일깨워 온 대구상고가 자랑스럽다. 5만 동문과 함께 100주년을 마음껏 축하한다. 일제 식민 치하에서 개교한 모교가 민족적 갈등과 수적 열세(당시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더 많았다)를 딛고 오늘이 있기까지 동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개교 100주년을 맞아 많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개교기념일인 4월 16일 기념식부터 기념공원 조성 제막식과 운동회, 전시회 등 연중 30여 종의 행사를 통해 대상인의 저력을 과시할 계획이다. 동문들의 폭발적이고 전폭적인 참여로 100주년 기념 발전기금만도 지난해까지 27억원을 모금했다. 이번 100주년 행사는 앞으로의 100년을 시작하는 새로운 첫걸음이 될 것으로 믿는다.-대구상고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 먼저 불의에 항거한 역사를 자랑한다.△1942년 일제의 내선일치 황국신민화 교육 등에 항거해 학생들이 민족의 자주독립을 쟁취하고자 비밀결사 독립운동 태극단을 조직했다. 이듬해 이상호 등 26명이 전원 체포 구금돼 옥고를 치렀던 사실이 해방 이후에야 알려졌다. 내가 동창회장 때 현 모교 교정에 태극단 기념비를 새로 세우고 그들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때는 수많은 동문들이 학도의병대로 참전해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1960년 자유당 독재정권에 항거한 대구 2·28학생의거에 참여한 것도 불의에 항거한 대상인의 혼을 보여준 사건이다.-운동에서도 대구상고는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프로야구가 없던 시절 고교야구가 인기였고 대구상고는 전국적 스타군단이었다. 전국대회 결승전에는 대구에서 버스로 단체 응원을 가기도 했고 응원을 통해 선후배가 하나로 결속해서 대상인의 저력을 보여줬다. 6·25 직전 청룡기대회에서 우승해서 우승기를 안고 한강을 건너온 추억이 새롭다. 정구부와 럭비부도 전국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공부하면서도 운동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상업교육의 산실로서 모교 출신 인재들이 우리나라 금융계는 물론 산업계에 대거 진출해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대상인들은 지금도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학창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것 같다.△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키가 작아 선발되지 못했던 것 같다. 뒷날 삼성라이온즈 감독이 된 서영무와 동기였는데 영무는 야구를 하고 나는 뽑히지 못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승마였는데 6개월 동안 마굿간 청소만 시켜서 그만두고 럭비를 했다. 운동을 하고 싶었고 당시로서는 선수가 되지 않고서는 운동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지금 상원고는 남녀공학의 인문계로 전환해 또 다른 교육 비전을 갖고 전진하고 있어 든든하다. 100년을 맞은 상원의 혼을 보니 아름답고 위대하다. 후배들이 ‘푸른 꿈을 안고 오늘도 힘차게’ 대상의 혼을 면면히 이어가리라고 확신한다. 국가를 인간에 비유하면 몸과 같고 그 역사는 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세기를 맞은 대상의 체력은 굳건하고 그 기백과 영혼은 너무나 자랑스럽다. 불의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선배들의 기백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선배들의 저력을 이어 대상인의 전통을 굳게 이어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기를 바란다.-대구시장으로 공직생활 마감했다. 그런데 그 때 큰 사고가 났다.△시장 취임 한 달도 안 돼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상인동 가스폭발사고가 터졌다. 현장을 보니 참혹하고 앞이 캄캄했다. 그런 초대형 사고를 8일 만에 장례까지 모두 마치고 수습했다. 사상자 유가족들이 몰려왔을 때 시장으로서 직접 마주쳤다. 그때 “나는 3개월 한시적 시장이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설득했더니 모두 수긍하더라. 두고두고 생각해봐도 공직 생활 중 가장 잘한 연설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대구에 왔을 때 경호원으로부터 영접이 늦었다고 핀잔을 들었다. 그러나 사건 수습과 관련,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10여 차례 격려 전화를 받기도 했다. 당시 대구백화점(현 롯데백화점) 터파기 공사 중 일어난 사고여서 대백 측에 ‘선보상 후구상’ 안을 확약 받은 것이 사태 해결의 결정타였다고 생각한다.-해외로 공무 출장도 다녔을 것이다.△김무연 대구시장 당시 기획관으로 일본 삿포로시와 자매결연을 맺으러 갔다. 당시 대구JC와 삿포로JC가 자매결연을 맺고 있었고 사전 조율이 된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현지에서 자매결연이 불발되자 호텔에 돌아온 김 시장은 위스키를 병째 들이키며 고심하고 있었다. 궁리 끝에 ‘대구-삿포로 양 도시간 정보교환협정’을 맺는 아이디어를 내서 일본 측의 흔쾌한 호응을 얻어냈다. 이후 10여 년간 양 도시의 공무원들이 오가며 서로 정보를 공유했던 적이 있었다. 대구와 자매결연을 맺은 미국 애틀란타에도 시의원들과 2번이나 다녀왔고 PACOM(아시아태평양 시장회의)에서 2번이나 대구 대표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당시 지역 정치인들과 대구시정 협조는 잘 된 편이었나.△지역 정치인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특히 박준규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대구를 위해 많은 예산을 챙겨 주었다. 1987년 대구지하철을 처음 기획했을 때 설계도만도 8t 트럭 한 대 분량이었다. 그걸 전문가도 아닌 대구시 기획관이 모두 읽고 결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담당 과장과 국장 등에게 검토하게 하고 나는 국회와 경제기획원 등 중앙부처, 철도청 등에 브리핑하러 다녔는데 정치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대구시정의 산 증인이라고들 한다. 업적을 몇 가지 들어 달라.△태종학 대구시장은 대구시의 기본 도시계획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당시 김무연 전 시장이 기획관이었고 이규이 전 시장이 공보실장이었다. 나는 공보관으로 그때 대구시립교향악단을 창단했는데 서울에 이어 두 번째였다. 시민회관을 기획 공모해서 건립하고 대구시사를 편찬 발간했으며 향교를 근대화했다. 김무연 시장 때 도시새마을운동의 하나로 반상회를 전국 처음 시범운영했고 ‘목련회의 여반장’이란 홍보영화를 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상희 시장 때 보사국장으로 대구 쓰레기매립장을 현대화했고 달서구의 미나리깡을 매립해서 공단으로 개발했으며 앞산 수목원 부지, 두류공원 문화회관 부지, 쓰레기 소각장 현대화 등을 했다.-경북도내에서도 영주 구미 포항시장으로 재직하는 기회를 가졌다.△농촌도시 영주를 작은 대구처럼 만들고 싶었고 그런 그림으로 도시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구미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여서 멋진 도시를 만들고 싶었는데 당시 이판석 도지사의 부름을 받고 기획관리실장으로 불려 들어오는 바람에 이루지 못했다. 포항시장 1년 4개월 동안 포항∼울진 간 도로 확장, 포항비행장에서 포항시내간 도로확장, 쓰레기매립장 건설, 형산강 대교 건설 등 많은 일들을 해냈다. 돌아보니 신명과 열정이 넘치던 때였다.-관선 시절에는 여차하면 사표를 내야 했다던데.△포항시장 재직 중에 대형 산불이 났다. 영일군에서 난 불이 포항시로 넘어온 것이다. 시·군이 통합되기 전이었고 대형 산불이 나면 단체장이 책임을 졌던 때였다. 소방차뿐 아니라 헬기까지 동원해서 위기를 넘겼지만 청와대에서 ‘시장 사표를 받아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전지 4장에 산불이 난 지역 주변 지도에 탄약고와 위험물을 비롯한 중요시설, 민가 등을 표시하고 풍향과 풍속, 산불저지선, 헬기와 소방차, 소방인력의 배치를 담은 산불진화작전도를 작성해서 청와대로 올라갔다. 그러나 해명 대신 ‘두고 가라’는 비서관의 말만 듣고는 포항으로 내려왔다. 그러고는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며 20일을 보냈더니 ‘표창장’과 함께 산불피해 복구비로 1억6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여기에다 지역 경제인들의 협조로 피해복구를 할 수 있었다.-스포츠를 취미생활 이상으로 즐겼던 것 같다.△학생 때 운동을 했고 대구시청에 들어가서는 배드민턴 경북도 대표선수 생활을 10여 년 했다. 당시 경북여고 박점순 학생이 일본에서 우승하고 돌아와서 도청 마당에서 시범경기를 했고 이를 보고 배드민턴 팀을 만들었던 것이다. 1966년 전국체전에서 대표선수로 결승전에서 이기면서 경북도를 종합 3위로 올려놓았고 공으로 그해 경북도 최고체육상을 받았다.-취미생활도 다양하다. 글씨를 잘 써 달성공원의 석주 이상룡 구국 기념비 비문을 썼더라.△임시정부 국무령 석주 이상룡의 구국기념비는 대구시에서 공모가 있었다. 시청 서기 시절이었는데 응모하라는 부친의 강권으로 밤낮없이 연습해서 당선됐고 쌀 1가마니를 부상으로 받았다. 이은상 시인이 비문을 짓고 글씨는 내가 썼다. 어려서 가친의 글 쓰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고 중학시절 서예 선생으로부터 배운 것이 전부이고 공모전에 출품한 적이 없다. 그러나 공직 생활 중 가는 곳마다 준공 현장이나 행사 때 필요하다면 직접 썼다. 주변에서 좋은 일이 생긴 직원이나 후배들에게도 붓글씨를 선물해 주기도 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배에게 학위 취득을 축하하는 기념부채를 선물했더니 그냥 학위장을 전시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누구의 무슨 체냐’고 물을 때면 내 호를 들어 ‘중산(重山)체’라고 말해준다.-그림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화첩도 내고 전시회도 열었다.△서예와 함께 동아백화점에서 회화교실을 운영할 때 그림을 시작했다. 모교 대구상고를 비롯, 수성못과 달성공원, 팔공산, 두류공원, 비슬산, 문화예술회관 등을 그렸다. 이걸 전시회를 열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사갔다. 순식간에 팔려나가 예상을 웃도는 거금을 챙겼다. 지금도 날마다 A4에 수채화를 그리고 좋아하는 시나 글을 적어 주변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날려 보낸다. 하루 인사인 셈이다.-일상을 어떻게 소일하고 있나. 지금 바람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골프 정기 월례회도 있고 가족이나 친지들과 월 두세 차례 골프장에 나간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시간을 보낼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나이 들어감을 새삼 느끼는 요즈음이다. 다만 후배들이 대상의 전통을 이어가고 대구가 발전하길 바랄 뿐이다.□ 이종주(李鍾宙·88)전 대구광역시장, 대구 출신. 대구상고, 영남대 행정학과. 석사.1960년 대구시청 서기보로 출발. 대구시 총무과장, 시정과장, 기획관, 기획관리실장, 내무국장, 보사국장, 중구청장, 동구청장, 대구시부시장 역임. 경북도 기획관리실장, 영주시장, 구미시장, 포항시장 역임.대구상고 총동창회장. 대구시럭비협회장. 대구스포츠맨클럽 회장. 88올림픽 대구대회 사무총장. 대구시 원로자문회의 의장. 국무령 이상룡 기념사업회 이사장. 고성이씨대구종친회장. 녹조근정훈장 수상.자서전 ‘염평봉직’, 수필집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시골버스 소묘’ ‘유화집 달구벌’ 출간 및 유화 개인전 개최.36년 동안 대구 경북에서 주무 또는 책임자로 전근대적 대구의 형태를 근대화하는 현장 행정을 수행했다. 일을 겁내지 않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시정을 이끌었던 실천형 행정가다./이경우 편집위원

2023-04-03

오롯이 혼자서, 흙으로 보석을 빚는 예술혼을 만나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유럽인은 예술가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역마다 예술가들이 마을공동체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거리의 예술가조차 자유롭고 당당하다. 예술인이 모인 마을도 수없이 많다. 지중해의 예술인 마을 생 폴 드 방스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의 센텐드레, 세라믹 예술가들이 모인 핀란드 피스카스 빌리지까지 특색 있는 예술촌이 예술은 물론 관광을 떠받치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다. 경기 이천에 있는 도자예술마을이다. 예술과 개성이 넘치는 마을로 이번 주말 산책을 떠나보면 어떨까? ◇전통 도자의 메카 된 국제적 예술마을이천하면 품질 좋은 쌀과 도자기가 연상될 만큼 예전부터 도자마을로 이름이 높았다. 이천이 도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16세기 초부터였다고 한다. 이천 특산품으로 백옥과 도기(陶器)가 유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이천이 도자마을로 명성을 이어온 것은 도자 원료인 양질의 흙과 땔감이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양과 가까워 도자를 유통하기 편한 지리적인 여건까지 갖췄다. 지금까지도 이천 곳곳에 도자기를 생산했던 가마터 유적이 남아 있을 정도니 조선시대 도자마을로 얼마나 융성했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등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전통 도자기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도공들의 노력으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일명 ‘예스파크’로 불리는 이천도자예술마을이 지금처럼 대규모 도예촌으로 성장한 것은 2005년 6월 이천 사음동과 신둔면 일원의 360만여㎡를 국내 첫 도자산업특구로 지정하고부터였다. 기존에 터를 잡은 도예가를 중심으로 좋은 환경에서 작업하고 싶은 전국의 도예가들이 이곳에 모이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도예가들이 힘을 합쳐 2018년 4월 신둔면 고척리에 국내 최대 공예타운(40만6000㎡)인 도자예술마을을 조성했다. 해외에서 한국 도자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천에 거주하는 도예명장들이 2018년과 2019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열린 세계문화유산·장인 박람회에 참여해 도자 제작 과정을 시연하기도 했다. 관람객은 물론 프랑스 대통령의 영부인까지 열광하기도 했다.우리 도예의 우수성은 K콘텐츠에 중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이천도자예술마을은 이미 국제무대에서 예술 도시로 인정받았다. 2018년 6월 폴란드에서 열린 제12회 유네스코 연례회의에서 국내 최초로 공예부문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돼 세계 도자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총 72개국 180개 창의도시의 의장(議長)도시로 추대되기도 했다. 세계가 도자를 비롯한 한국 공예의 우수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년 열리는 이천도자기축제에는 독일 등 외국 작가의 참여가 꾸준하다. 이천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한국 도자는 1990년대까지 주로 일본으로 수출됐다. 최근에는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은 물론 미국이나 중동에서도 관심이 커졌다. 이천의 도요장 한 곳이 영국과 10억원 어치의 수출계약을 진행한 이력도 있다. 유럽에서는 분업으로 도자를 만든다. 한국의 명장들은 모든 과정을 혼자 진행한다. 그래서 작가의 예술혼이 깃들어 있다. 가치도 높게 평가된다. 한국 도자는 형태 변화가 다양하고 중후함이 있다”고 말했다.이천도자예술마을은 가마마을, 사부작마을, 회랑마을, 별마을 등 모두 4개 마을로 나뉘어 있으며 도자를 필두로 유리, 옻칠, 고가구·조각·목공예·섬유 등 350여 개 공방이 입주해 있다. 이 가운데 70~80%를 도자가 차지한다. 공방이 입주한 건물은 보통 3층짜리로 공방에 따라 1~2층은 공방, 2~3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는데 3층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곳도 30여 곳이나 된다. 당일 코스로 방문할 수도 있고 예술을 체험할 목적이라면 장기체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도자 체험하며 느끼는 예술의 향기마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소는 3층짜리 건물이 기타 모양으로 디자인된 세라 기타문화관이다. 도자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수제 기타 제작 공방을 보고 우쿨렐레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전통기법으로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마을은 이천도예마을의 상징 같은 곳이다. 그중 이향구 도자 명장이 운영하는 남양요 전통가마는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이곳에서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소성 과정 등 도자기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공방에 딸린 점포에는 이 명장이 만든 다양한 도예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은 한 점 가격이 8천만원이나 하는 대작 ‘달항아리’다. 이천도예마을을 찾았다면 해주도자박물관은 반드시 들르는 것이 좋다. 해주 엄기환 선생이 운영하는 박물관에는 60년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 모아 놓은 도자기들이 전시돼 있다. 엄 선생의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지순택, 서광수 같은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전통 도예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자기도 만날 수 있다. 여경란 도예가의 공방 ‘여기담기’에서는 강아지, 새 등 동물 캐릭터와 어린아이들의 형상을 빚은 도자기를 구경할 수 있다. 도자예술이 단지 그릇을 만드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박기용 작가의 물레를 이용한 백자 그릇과 노미랑 작가의 독특한 도자 조각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가기공방, 실용성을 갖춘 자기 전문 공방인 토토공방도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이다.도자기 외에 다른 구경을 하고 싶다면 별마을에 있는 유리공방 플럭스(FLUX)를 추천한다. 관광객들이 유리공예를 직접 체험할 수 있고, 다양한 유리공예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이천도예마을 여행 팁이천도자예술마을의 공방들은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전시된 작품도 다양해 사전에 정보를 일별한 뒤 둘러보면 더욱 깊이있게 관람할 수 있다. 도자예술마을 입구의 한옥으로 조성된 관광안내소에 지도와 공방 정보 등이 수록된 안내서가 비치돼 있다. 안내 직원으로부터 공방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도자예술마을 내 모든 공방은 작가의 작업 공간뿐만 아니라 갤러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작가로부터 직접 창작 의도를 듣고 작품을 감상하거나 살 수 있다.걷기를 좋아한다면 천천히 공방들을 둘러보면서 구경할 수 있지만 워낙 단지가 커서 차로 이동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공방에 주차장이 있고 도로도 잘 정비돼 있다. 함께 가볼만한 곳이천은 말산업특구이기도 하다. 호법면 솔밭승마클럽에서는 체험 승마를 할 수 있다.말과 교감하며 땀 흘리고 나면 기분이 제대로 전환된다. 신둔면의 ‘안옥화음식갤러리’는 약선요리를 내는 농가 맛집이다. 맛도 좋고 보기에도 예쁜 음식들을 예쁜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낸다.가정집을 식당으로 사용해 분위기가 더 푸근하다. 사전 예약으로만 운영된다.마장면의 에덴파라다이스호텔은 이천의 새로운 숙소로 주목 받는 곳이다. 정원이 예쁘고 찻집이 운치가 있어 투숙하지 않더라도 일부러 찾는 이들이 제법 있다./최병일 작가

2023-03-30

유기농 마스크팩·대체육 오랜 노력 끝에 만들었죠

견인불발(堅忍不拔)과 기호지세(騎虎之勢).여성 사업가를 지칭하는 단어로 적절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농업회사 하이청 박해성(57) 대표를 만나며 떠올린 이 두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예기치 않은 불행과 그 불행을 넘어서려는 그녀의 노력을 가장 간명하게 표현한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서울에서 태어나 별다른 부침(浮沈) 없이 살아온 박 대표는 20대 후반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남편의 치료를 위해 경상북도를 처음으로 찾았다. 일정 기간이 지나자 부군의 병이 호전되는가 싶었는데, 또 다른 고난이 박 대표를 찾아왔다. 자기가 여성 암에 걸린 것.낯선 포항에서 문구점과 레스토랑, 임대업 등을 하던 그녀는 “자연이 병을 치료해줄 수 있다”는 말에 기대 생전 처음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그런데, 이것 봐라. 육체적으로 힘든 농사일이 가슴과 자궁 안으로 번져가던 암세포의 증식을 거짓말처럼 막아냈다. 그때 든 생각이 있었다.‘흙을 만지며 사는 게 앞으로의 내 삶이 될 수도 있겠구나.’결심은 바로 실행으로 이어졌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으로 들어가 땅을 사고 거기에 깨와 감자, 무 등을 심기 시작한 것.마흔을 넘겨 늦깎이 농사꾼이 된 박 대표는 자신을 치료해준 고마운 땅이니 농약 없이 유기농으로 농작물을 가꾸게 된다. 처음엔 실패와 고생이 없을 수 없었다.새벽 5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일에 열중했지만, 수확량은 다른 농지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었다. 당연지사 거기서 이익이 나올 수도 없었다.그러나,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법.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땀과 눈물을 쏟아 부은 땅은 얼마 전부터 박해성 대표에게 ‘은혜’를 갚기 시작했다.하이청이 공력을 쏟아 부어 만든 식물성 콜라겐이 함유된 ‘금화규 마스크 팩’은 포항의 대형 뷰티센터 이용자들에게 호평 받았고, 21세기형 환경 친화제품이라 할 대체육 ‘도시새댁 돌미역 네모땡’은 꼼꼼하고 까다로운 평가 과정을 무사히 통과해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에 입점하게 된 것.사실 이전에도 박 대표의 회사는 작지 않은 사업성과를 올린 바 있다. 하이청은 포항에서 미국으로 처음 무를 수출했고, 저 멀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도 시래기를 수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17년 전 치유가 힘든 암을 앓았던 조그만 여성이 고통과 절망에 굴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배경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앞서 언급한 견인불발은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굳센 의지’를, 기호지세는 ‘달려온 길을 더 정열적으로 뛰어가는 힘’을 의미한다.지난주 목요일 오후. 본사 편집국에서 박해성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넘쳐나는 에너지가 주위 사방을 압도하는 그녀와 기자와 주고받은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서울에서 포항으로 온 시기와 이주 이유는.△1995년이다. 남편이 아팠다. 경주에 사는 맹인 치료사를 찾아왔다. 금방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간 머물렀다. 지인이 문구용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해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포항에 정착하게 됐다.-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한 계기는.△2006년쯤이다. 가슴에 암이 생겼다. 적지 않은 이들이 ‘암에 걸리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하지 않나. 나 역시 비슷한 심경이었다. 처음엔 암에 좋다는 와송(瓦松·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을 키웠다. 농사를 시작하면서 놀랍게도 암이 호전됐다. 자궁에 생긴 혹도 사라졌다. 아마도 흙이 주는 에너지 덕분 아니었을까.-무를 재배해 해외 수출도 했다던데.△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미국과 캐나다로 무차와 무말랭이, 시래기 등을 보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방식으로 키워낸 농작물이었다. 환자인 내가 먹어도 안심할 수 있는 무와 깨, 감자를 키우고 싶었다. 또한, 기계면에서 함께 농사짓는 동네 어르신들의 판로도 열어주려 했다. -농약 없이 농사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맞다. 새벽부터 나와 하루 종일 잡초를 뽑는 것보다 간단하게 제초제 한 번 치는 게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내 병을 치유해준 땅을 위해서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7~8년가량 되니 땅도 ‘농약 없는 농사’에 적응하는 것 같다. 이제 내가 사는 동네에도 유기농을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사실 이런 게 생활 속 환경보호의 실천 아닐까.-하이청이 생산한 유기농 작물로 만든 상품은 어떤 게 있나.△최근엔 금화규에서 추출한 식물성 콜라겐으로 마스크 팩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금화규는 천연 에스트로겐이 함유돼 염증과 노화를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이미 포항에서 운영되는 뷰티센터 인디자인페이스의 다수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본격적인 마케팅과 판로 확장을 위해 얼마 전엔 ‘인디자인페이스 유니’라는 별도 법인도 만들었다. -고기 없이 고기 맛을 내는 대체육도 개발했다고 들었다.△알다시피 소, 돼지, 양을 키우려면 수질 오염과 메탄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걱정해야 한다. 대체육 생산은 건강은 물론, 환경보호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새로운 사업이다. 하이청은 기존 대체육과 전혀 다른 식감을 가진 제품을 만들었다.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무와 청정 바다에서 해녀가 채취한 포항 돌미역을 접목시킨 결과다. 여기에 자연산 해조류에서 추출한 ‘아미노산 복합체’를 더했더니 맛 또한 좋아졌다. 곧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소비자의 직접 평가를 받는 일만 남았다.-사업의 다각화와 확장도 생각하고 있는지.△우리가 만든 시래기를 맛보고 격려해준 미국과 두바이 교민들을 잊을 수 없다. 만드는 사람의 수고를 가장 잘 아는 건 소비자다. 그러니, 먹는 걸 생산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정직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는 차(茶)로 마실 수도 있고, 가루로 만들어 수프에 장식용으로 뿌리는 것도 가능한 시래기 가공품이 완성 단계에 있다. 앞으로는 유럽 수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변하지 않고 지켜갈 사업의 원칙이 있다면.△이익만 생각한다면 오래 가지 못한다. 좋은 차와 커다란 집만으로는 완전한 행복을 만들 수 없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며 봉사하는 삶을 지향하고자 한다. 평생 힘든 육체노동을 한 탓에 허리가 굽은 동네 할머니들을 보며 내가 기계면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만약 크게 성공한다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뭘 할 생각인가.△운전을 못하는 노인이 시골에서 병원에 다니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 종일 진료실에서 기다렸다가 짧은 시간 물리치료를 받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료 셔틀버스 운행은 그분들을 돕는 방법 중 하나다. 농사를 하며 생긴 질병을 치료할 땐 지원도 해주고 싶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더 큰 그림을 그려보자면, 농촌 노인을 위한 전문병원도 세울 수 있으면 좋겠다.-덧붙이고 싶은 말이 남았는지.△농사를 통해 암을 이겨내고, 유기농 농산물 수출과 마스크 팩, 대체육 생산으로 작지 않은 보람을 느끼며 살아왔다.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성실한 농사꾼으로, 이웃과 더불어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다. 남들은 ‘뭐 하러 그렇게 바쁘게 사냐’ ‘왜 힘들게 자꾸 새로운 사업을 벌이느냐’고 하는데, 그건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우리 공장엔 동네 어르신들이 자주 놀러 온다. 농사일로 일생을 보낸 그분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데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3-28

“빈 망태기 채워주던 선배 해녀… 그들에 도움되고 싶었죠”

요즘은 다르겠지만 고기잡이배 촬영을 가면 여자 스텝은 승선이 거부되던 일이 흔했다. 바다마을에는 미신이 많고 그들이 경외하는 신(요왕할멈이나 영등할매)에 여성성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어촌사회는 남성 위주였다. 뿌리 깊은 남성 중심 문화는 어업인의 의식에도 드러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실태 조사를 보면 남성 어업인은 스스로를 어업 경영주로 인식하는 반면 여성은 어업활동의 보조적 역할로 인식했다. 뱃일에 집안일까지 남성보다 곱절을 일하면서도 스스로를 낮춘 것이다. 그러니 어촌사회의 실질적 주체인 어촌계는 어떻겠는가. 제주를 제외하면 여성 어촌계장은 보기 힘든 귀한 존재다. 40년 가까이 물질을 해온 해녀이자 구룡포리 어촌계를 이끄는 성정희 어촌계장을 구룡포 해녀사랑방 ‘바당꽃’에서 만났다  - 한창 바쁜 철이라고?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다.  △3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미역철’이다. 짧지만 해녀들이 고소득을 올리는 시기이다. 경북에서 해녀가 채취하는 미역은 전국 자연산 미역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다. 해녀들에게 미역이 ‘봄’이고 봄이 ‘미역’이다.- 바다에서 ‘농번기’ 그러니까 ‘어번기’가 바로 지금이네.△보통 2월부터 6월까지 어번기라 하지만 한겨울을 빼면 연중 일을 한다. 6월까지 해삼을 채취한다. 70년대만 해도 넘쳐나던 해삼이 지금은 귀해졌다. 7월에 가장 맛있는 멍게도 요즘은 보기 힘들고 홍합도 멸종되다시피 했다. 대신 10년 전에는 없던 소라가 넘쳐난다. 가을에는 말똥성게를 채취한다. 둥글고 가시가 짧아 말똥같이 생겼다고 말똥성게다. 말똥성게 하고 나면 문어 차례다. 문어는 12월부터 5월까지 주로 잡는다. 전복은 9~10월 산란기를 제외하고 연중 작업이다.- 문어는 값이 좋은 만큼 작업이 힘들다고.△워낙 영리하고 난폭해서 잘못 건드리면 위험하다. 물속에서 문어를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겁부터 난다. 나처럼 대통시러운(덤벙대는) 해녀는 못 잡고, 경험이 많은 상군들이 잘 잡는다.- 상군 해녀는 어떻게 되나.△연륜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 구룡포 해녀 40명 가운데 10명 정도가 상군이다. 상군은 수심 10미터 넘게 내려가는데 나는 수심을 못 타서 상군은 못 된다. ‘숨’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기에 중, 하군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상군이 될 수 없다. 스킨 스쿠버를 배워봐도 실력이 안 늘더라.- 바닷속 자원 사정이 늘 같지는 않나 보다. 채취하는 해산물에도 시류가 있나.△내가 어릴 때만 해도 꽁치나 오징어가 풍부했고 전복이나 말똥성게는 취급도 안 했다. 당시 주품목은 천초(우뭇가사리)나 도박(해조), 미역 같은 해조류였다. 모래사장이 부족해서 학교 운동장이나 밭에 널어 말릴 정도로 천초와 도박이 수두룩했다. 양식이 활발하지 않은 때라 미역 값이 특히 좋았다. 미역 부스러기를 줘도 떡과 바꿔먹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동네 대소사를 챙기던 한학자로, 배는 안 타셨지만 집에 큰 미역돌이 있었다. ‘미역짬’이라고도 하는 미역바위를 밭처럼 사고팔았다.- 가장 하기 어려운 작업은.△성게는 잡는 것도 힘들고 뒷일도 많다. 대여섯 시간 쪼그려 앉아 까다 보면 관절이 남아나질 않는다. 미역도 마찬가지다. 남해는 밖으로 드러난 갯바위가 많지만 동해는 바닷속에 있으니 물속에서 작업해야 한다. 낫으로 끊은 미역 줄기를 옮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은 크레인이 있지만 예전에는 젖은 미역을 손으로 끌어올렸다. 손질해서 일일이 뒤집어가며 말리는 후작업도 만만찮다. 그것뿐인가? 가을에는 미역바위를 닦아야 포자가 잘 정착한다. 기세 작업은 밭매기와 비슷하다. 물속에서 숨 안 쉬고 맨다고 생각해 보라. 농기구는 종류도 천차만별이더구먼 어촌은 죄다 수작업이다. 누가 장비를 좀 개발해주면 좋겠다.- 2015년도인가, 동료를 구한 해녀로 성정희 이름 석 자가 뉴스를 탔다.△해녀는 살기 위해 숨을 멈춰야 한다. 자신의 숨을 넘어서는 순간 ‘물숨’을 먹게 된다. 간호사 출신이라 그런지 물질하는 틈틈이 주변을 살핀다. 같이 물에 들어간 해녀가 2분이 넘도록 안 올라오더라. 다행히 숨넘어가는 해녀를 끌어올려 심폐소생술로 골든타임을 지켰다. 이 일을 겪고 생각해 보니 30년 물질을 하는 동안 응급처치 한 번을 못 배웠다. 뱃사람들은 소양교육이니 안전교육을 하는데 말이다. 해경에 가서 따졌더니 바로 와서 교육을 시켜줬다. 요즘은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가진 해남이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작년에도 응급상황의 80대 해녀를 살려냈다. 구룡포 1호 청년 해남이다. 작년에 들어왔는데 벌써 상군을 능가할 정도로 물질이 능숙하다. 태왁을 잡고 물질하는 성정희 해녀. - 간호사가 어쩌다 해녀가 됐나.  △보통 해녀들은 10대에 물질을 시작하지만 나는 30대 중반에 한 늦깎이 해녀이다. 구룡포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대구로 진학했다. 당시엔 여학생이 도시로 유학 가는 일이 드물었다. 구룡포에선 처음일 것이다. 동생 둘까지 대구로 와서 뒷바라지도 같이 했다. 졸업하고 서독에 가려로 간호 학원을 다녔다. 독일로 파견된 간호사와 광부가 외화을 벌어주던 시기였다. 병원에 근무하다 결혼을 하면서 파독 간호사의 꿈은 접었다. 남편이 사업을 했는데 잘 안됐다. 도시에서 공부한 잘난 딸, 걱정하실까 봐 어머니 생전엔 표도 못 내고 빈집에 돼서야 돌아왔다. 돌아와보니 말똥성게를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며 고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남편은 평생 처음인 오징어 배를 타고 나는 물질을 시작했다. 위로 오빠가 셋인데, 외양선 1등 항해사와 대형 유조선 선장 출신도 있으니 바다를 터전 삼아 살 핏줄인가 싶다.- 구룡포가 고향이니 물질은 금방 배웠겠다.△눈만 뜨면 바다에서 놀았으니 수영 실력은 기가 막힌다. 그러면 뭘 하나. 일을 안 시켜줬다. 6개월 이상 거주하고 60일 이상 어촌계 활동을 해야 계원 자격증이 나온다는 거였다. 구룡포 어촌계에선 작업을 못 하고 타지로 원정 갈 때 따라나서 일수를 채웠다. 물질은 서툴렀지만 해녀들 뒤를 따라다니며 잡는 법을 익혔다. 나는 사실 물질 보다 작업을 잘 따왔다. 작업할 해녀가 없는 지역은 바다를 팔았다. 해녀가 없으니까 작업권을 위탁하는 것이다. 열댓 명씩 팀을 꾸려 남의 바다로 작업하러 다녔다.- 늦깎이 해녀가 어촌계장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가난하던 시절, 선배 해녀의 친절을 잊지 못한다. 물질이 서툴러 비어있던 내 망태기에 슬쩍 물건을 넣어주던 따뜻함을. 지금 나는 부자는 아니어도 살만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녀들은 여전히 빈곤하다. 어촌계 일을 제안받고 처음엔 엄두가 안 났다. 그러다 해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2년간 리더 교육이나 연수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다. 해녀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천한 직업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제주 해녀는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 했는데 똑같은 일을 하는 육당 해녀(육지 해녀)는 왜 안 되나 싶더라. 선거 나갈 때만 해도 여자가 무슨, 이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어촌계 발전에 남녀가 어딨냐고,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꿈꾸는 어촌계의 모습은.△충남 태안군 어느 어촌계는 계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배당금에다 퇴직금까지 준단다. 우리는 배당금 한 번 못 받아봤다. 구룡포를 찾는 관광객은 늘었지만 먹거리 시장은 부족하다. 구룡포리 어촌계 사무실 자리에 ‘해녀 비즈니스타운’을 건립할 계획이다. 해녀가 잡은 걸 직거래하면 해녀도 좋고 소비자도 좋은 일 아닌가. 부산이나 제주도 어촌계를 찾아다니며 수익 창출과 분배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구룡포리를 행복한 마을로 만들고 싶다. 열심히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말은 않을 것이다.- 어촌계장이자 해녀로서 바라는 바가 있다면.△내가 물질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구룡포 해녀는 100명이 넘었다. 지금은 40여 명으로 대다수가 고령이다. 이대로 두면 해녀 문화는 사라질 운명이다. 현재 우리 마을에는 4명의 젊은 해녀·해남이 있다. 어촌계 최고의 보물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해녀학교’를 열어 최정예 엘리트 해녀 20명을 모아 최상의 어촌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처음에는 해녀가 더 들어오면 밥그릇 뺏기는 일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바다는 어떻게 가꿔가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자원이다. 성게 수출도 준비 단계에 있다. 해녀는 정년퇴직이 없고 시간 투자 대비 고소득이다. 해녀만큼 일한 대가가 돌아오는 직업도 많지 않으니 젊은이들이 과감하게 도전해 보면 좋겠다.성정희 어촌계장은 1952년 구룡포에서 태어나 구룡포에서 초,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 경북여상을 다녔다. 졸업 후 간호사로 근무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해녀가 됐다. 구룡포수협 최초의 여성 이사를 거쳐, 2021년 4월 18일 치러진 구룡포리 어촌계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선거 당시 ‘어촌뉴딜 300 사업’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지난해에는 동해안 첫 해녀축제인 ‘구룡포 해녀의 밤’을 개최했다. 40여 년간 해녀문화 계승·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2 자랑스러운 도민상’ 특별상을 수상했다.나름 관리하는 해녀라고 자부한다. 피부 관리도 받고 독서도 즐긴다.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수차례 정독했다. 좋은 말은 내 것으로 만들고자 메모를 한다. 최근 메모는 “최후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은 가장 힘이 센 사람이나 영리한 사람들이 아니라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이라는 찰스 다윈의 말이다. /배은정 작가

2023-03-27

순흥은 역모 땅인가, 충절 고장인가… 단종 아픔 품은 영주

단종과 관련 영주시(순흥)는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단종복위를 이끌던 금성대군의 죽음, 순흥도호부의 폐부와 함께 역적의 고장이라는 오명, 백성들의 죽음으로 이어진 피끝마을, 올곧은 충성심으로 백성들로부터 신격화 된 금성대군의 제를 지내는 두레골 성황당이 아직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단종애사에는 비구니가 된 단종의 누이 경혜공주와 남편 정종, 사약을 받은 단종의 숙부인 금성대군과 안평대군의 가슴 시린 사연을 담고 있다.단종과 관련한 슬픈 가족사와 단종으로부터 왕권을 찬탈한 수양대군은 권력의 화신인가, 왕권 강화를 위한 결단이었나, 순흥은 역모의 땅인가, 충절의 고장인가를 두고 현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 금성대군과 두레골 성황제금성대군은 세종과 소현왕후 사이에서 6남으로 태어났다.이름은 유(瑜), 단종의 숙부이자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의 친동생이다.금성대군은 수양대군이 단종으로부터 왕권탈취의 야심을 갖자, 이에 반대하다 1455년 단종 3년 모반혐의로 삭녕에 유배되고 다시 광주로 옮겨졌다.1456년 성삼문·박팽년 등 사육신의 단종복위운동이 실패하자 이에 연루돼 경상도 순흥(영주)으로 유배지가 옮겨졌다.금성대군은 순흥부사 이보흠과 함께 고을 군사와 향리를 모으고 도내의 사족들에게 격문을 돌려 의병을 일으켜 단종복위를 계획했으나 거사 전에 발가되 반역죄로 처형당했다.순흥부의 주민들은 사약을 받고 사사된 금성대군의 충절을 받들어 신격화하고 사사된 곳에서 그의 혈흔이 묻은 돌을 발견하고 주변에 단을 쌓고 제사를 지냈다.이를 금성단이라 하며 현재 영주시 순흥면 소수서원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금성대군의 혈석은 소백산 국망봉 밑 두레골에 옮겨 모셔졌고 이 일을 주관한 사람들은 상민(常民) 자치기군인 순흥초군청이었다.순흥 사람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날 정성을 모으고 소를 잡아 금성대군 제사를 지내는 두레골 성황제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금성단 근처에는 정축지변 당시 스스로 말라죽은 후 200년 뒤 되살아나 충신수라 불리는 압각수가 있다.압각수가 살아난 1년 후쯤 순흥도호부가 재설치 돼 압각수는 현재까지 영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피끝마을마을 이름은 ‘피’가 냇물을 따라 흐르다 멈춰 ‘끝’난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다.1457년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의 단종복위 거사가 실패하자 세조의 측근인 한명회와 6촌간인 안동부사 한명진이 군사를 이끌고와 순흥도호부에 불을 지르고 인근 백성들을 무참하게 죽였다.그리고 다시 한양에서 철기병이 출동해 2차 학살을 저질렀다.이로 인해 당시 도호부였던 순흥은 황폐화되고 근방 30리 안에 산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정축지변이라 한다.당시 순흥과 주변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284호에 1천679명이었지만 단종복위 사건으로 당시 약 300여명의 백성들이 희생 됐을 것으로 역사가들은 추론하고 있다.단종애사의 묘사에 따르면 이때 순흥 청다리 아래 목이 잘려 죽은 사람들의 피가 죽계천을 타고 10리를 흘러 멈춘 곳이 지금의 동촌1리이다. 이런 연유로 이곳은 ‘피끝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당시 순흥에 본적을 두고 있던 순흥 안씨 문중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전해진다.□ 순흥면의 수난순흥은 역모의 땅이라 해 온갖 차별을 받게 된다.당시 도호부였을 만큼 컸던 순흥은 단종복위 사건을 계기로 폐부가 되고 행정 구역은 각각 영천(榮川), 풍기, 봉화로 나뉘어져 통합 된다.순흥에 소수서원을 세운 주세붕이 정축지변 당시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밤마다 울어대자 이들을 달래고자 바위에 붉은 글씨로 경(敬)이라 새겼다는 경자바위의 유래가 조선 후기의 유학자인 이야순의 글을 통해 전해지며 경자 바위는 소수서원내 죽계천변에 현존하고 있다.현재도 지역 주민들은 어린아이들을 놀릴 때 ‘순흥 청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는데 이는 정축지변 당시 고아가 된 어린 아이들이 이곳에 버려졌다가 키워진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단종단종은 1441년(세종 23)에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으며 이름은 홍위(弘暐)다.비는 여산부원군 송현수의 딸 정순왕후 송씨다.단종과 정순왕후 사이에는 후사가 없었다. 1448년(세종 30) 8세의 나이로 왕세손에 책봉되고 1450년 문종의 즉위와 함께 왕세자가 됐다.1452년5월, 문종이 죽으면서 왕위에 올랐다. 이때 단종의 나이 12세였다.단종은 즉위 1년 만에 숙부인 수양대군이 일으킨 정란(靖亂)으로 유명무실한 왕이 됐다.1455년 왕위를 수양대군에게 선위하고 상왕으로 물러났다.1457년(세조 3) 6월에 성삼문, 박팽년 등의 집현전 학사들이 단종 복위 운동을 펼친 것을 기화로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됐다.노산군으로 강등됨과 동시에 영월로 유배된 단종은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계획이 사전에 발각된 사건을 계기로 사약을 받았다.□ 단종 가족사문종의 아내 세자빈 권씨는 단종을 낳은 다음날 산후병으로 사망한다.문종은 재혼하지 않고 6살이 된 경혜공주와 단종 남매를 키웠으나 재위 2년만에 사망하면서 어린 남매만이 남게 됐다.경혜공주의 남편 영양위 정종은 금성대군과 친했다는 이유로 강원도 영월, 경기도 양평, 수원, 김포 통진으로 유배지를 옮겨 다녔다.이때부터 경혜공주는 정종과 함께 유배지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1456년 사육신 사건이 터지며 정종과 공주는 전라도 광주로 유배되고 이곳에서 혼인한 9년만에 아들 정미수가 태어난다.정종은 모반을 꾀했다는 혐의로 1461년 한양으로 불러올려 심문을 하고 거혈형에 처해진다.경혜공주는 동생 단종과 남편 종종, 삼촌들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한 많은 삶을 살다가 비구니가 된다.1474년 38세 일기로 생을 마친다.단종의 삼촌인 안평대군은 계유정난에서 이복동생 계양군 이증의 무고로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 반대세력을 죽일 때 강화도로 귀향 보내지고 이후 교동도로 이배 되며 36세에 사사 당한다.안평대군은 김종서가 수양대군을 견제하고자 끌어들이면서 다수파의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됐다.세조(수양대군)의 삼촌이자 단종의 큰 할아버지격인 양녕대군은 세조를 지원하며 단종, 금성대군, 안평대군, 정종의 죽음에 깊이 관여했다는 내용이 세조실록 9권에 남아 있다./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3-03-27

문화로 물드는 대한민국·문화로 꽃피는 지방시대

문화체육관광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이행하기 위한 문화 분야 비전을 담은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을 23일 발표했다.법정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85곳이 비수도권에 위치하는 등 지방소멸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박보균 장관은 “지방시대는 문화로 펼쳐진다. 지역 주민의 문화만족도가 높아져야 지역소멸을 차단할 수 있다”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박 장관은 “경제, 교육보다, 문화에 투자할 때 지역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라며 “오늘 발표한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하여 각 지역이 지닌 고유의 문화매력으로 도시의 경쟁력과 차별화를 이끌어내겠다”라고 밝혔다. □‘함께 누리는 문화, 문화로 매력있는 지역’ 만들 3대 전략·11대 과제문체부는 지난해부터 전문가 자문과 대구를 비롯한 지역 순회 의견수렴 등을 진행하고, 핵심 국정 가치인 자유와 연대를 바탕으로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 전략’을 수립했다. 정책비전을 ‘함께 누리는 문화, 문화로 매력있는 지역’으로 제시하고 현재 각 10%로 나타나는 읍·면지역 주민과 대도시 주민 간 문화예술관람율 및 여가생활만족도 격차를 2027년까지 5% 내로 축소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이를 실현할 3대 추진전략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자유롭고 공정한 문화누림 △지역 고유의 문화매력 발굴·확산 △문화를 통한 지역자립과 발전이며 11대 추진과제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립 문화시설 확충과 지역 구석구석 ‘고품격 문화서비스’ 제공비수도권은 수도권에 비해 전체 문화시설 수뿐 아니라 국립 문화시설 수도 저조해 문화향유의 ‘양’과 ‘질’ 모두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속관(충주·진주), 국가문헌보존관(평창) 등 주요 국립문화시설 5곳을 2027년까지 비수도권에 신규 및 이전 건립하고, 현재 서울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 이전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고품격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국립예술단체와 박물관의 지역 순회공연·전시도 확대한다. 국립오페라단· 발레단·합창단 등의 지역 순회공연은 지난해 81개 지역에서 올해 101개 지역으로 25% 확대돼 지역 주민들을 찾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 주요 소장품의 순회전도 지속 추진한다. △동네마다 슬리퍼를 신고 즐기는 문화생활 ‘15분 문화슬세권’ 조성공공문화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문화도시’ 등 지역 지원 사업과 연계해 지역서점, 카페, 공방과 같은 일상공간에서도 소소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15분 문화슬세권(슬리퍼+역세권의 합성어)’을 조성한다. 지난해 전국 18개 문화도시에서 3천407곳의 동네 문화공간이 탄생했고, 2027년까지 약 1만 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약 80개 지역 중소형 서점에는 문화활동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지역 갤러리 및 유휴 전시공간 60여 곳에 다양한 시각예술콘텐츠를 제공한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지역별 특색 있는 공간들이 문화공간으로 재발견된다. 거제도는 지역 내 5개 해수욕장에서 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여는 등 지역마다 문화생활의 지형이 확장될 예정이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우선·맞춤 정책지원으로 지역소멸 대응올해부터 인구감소지역은 문화·관광분야 4개 공모사업에서 가점 부여 등 우대를 받고, 박물관·미술관 운영에 있어 법정 기준을 완화 적용하는 등 정책특례를 받는다. 문화환경이 취약한 지역에는 문화인프라·프로그램· 인력 등을 맞춤 지원(‘지역문화 활력촉진 지원사업’)하는 한편, 관계부처와 협업을 통해 ‘지역활력타운 조성’을 신규 추진(2023년 7개 지역)한다. 지역활력타운은 주거·생활인프라·생활서비스가 복합된 생활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문체부는 선정된 지자체에 국민체육센터 건립과 문화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K-컬처의 원형인 지역문화, 특색있는 고유 매력을 발굴·확산K-컬처가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는 상황에서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문화매력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지역별 문화자원을 활용한 특화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무형 문화 자원인 ‘지역문화매력 100선’을 선정해 국내외에 알린다. 또한 워케이션, 생활이 여행이 되는 생활관광(‘살아보기’) 등으로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고, 지역 명소·상품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관광주민증’ 발급(11개 지역) 등으로 생활인구를 유입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강원 평창과 충북 옥천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관광주민증’ 사업은 올해 2월까지 5개월간 발급자 수가 2개 지역 정주인구의 52%인 4만7천여 명에 달한다. △지역발전을 이끌 문화분야 전문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지역의 청년들이 문화를 통해 자기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감수성을 키우고 이를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하는 정책들도 추진한다. 먼저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문화·예술 교육을 받고 관련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과 일자리 창출·매칭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학교 교육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예술꽃 씨앗학교’)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초등학생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각 지역의 수업용 교육자료 제작을 지원한다.(2023년 3개 지역 공모) 향후 이를 확대해 정식 인정절차를 거친 ‘지역교과서’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부터 2027년까지 지역문화 기획자 총 1천850명 양성을 목표로, 지역대학의 문화 관련학과 졸업자 등 대상 전문 교육과 지역 내 문화재단, 문화원 등 문화시설에서의 일 경험(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창작·창업에 도전하는 ‘로컬콘텐츠 프로듀서’ 지원과 문화분야 인력 매칭 시스템인 (가칭)‘지역문화 인재은행’ 도입 등을 신규 추진해 창의적 인력을 통해 지역의 자립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3-23

“포항 넘어 서울·경기도 술과 당당하게 경쟁하고파”

대학을 졸업하고 화학 회사에 다니던 30대 초중반 청년 셋이 의기투합 사업을 시작했다. 막걸리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비즈니스의 시작은 비참함(?)에 가까웠다.대형 마트를 찾아가 “저희가 만든 술입니다. 여기서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부탁하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막걸리를 가져와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바쁘니까 나가주세요”라며 문전박대 당한 것만 수십 차례.그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상황은 180도 변했다. 홀대 받던 청년들의 막걸리는 모내기와 벼 베기로 바쁜 농번기엔 하루 6천 병이 팔린다. 연매출 12억 원, 직원도 한둘씩 늘어 9명이 됐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주조장(酒造場)으로 변모한 것이다.어떤 마트 경영자는 13년 전 자신이 쫓아낸 청년을 알아보지 못하고, 먼저 인사하며 깍듯한 태도로 반긴다. 유쾌하고 즐거운 ‘창업 성공기’가 아닐 수 없다.‘옹해야’라 이름 붙인 탁주를 필두로 7종류의 막걸리를 생산하는 청슬전통도가 정광욱(47) 대표는 어려웠던 사업 초기를 떠올리며 “지금은 다 웃음을 부르는 추억”이라 말했다.“술은 그걸 만드는 사람과 닮는다”는 믿음을 가진 정 대표는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을 흔쾌히 직원으로 받아들여 9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또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 직장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품 넉넉한 사업가이기도 하다.그가 올 3월 초순 막걸리에 이어 증류식 소주 3종을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30년 이상 ‘청탁불문·두주불사(淸濁不問 斗酒不辭)’로 살아온 기자로선 오크통과 항아리에 숙성시킨 3종류 술맛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일.유대인 율법학자들은 ‘탈무드’에서 “사람을 원숭이와 돼지로 만들어버린다”며 술을 평가절하 했다.하지만, 미국의 시인 제임스 더글러스 모리슨(James Douglas Morrison)은 정반대의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술은 인간의 넋을 본질적 자리로 돌려놓는 영혼재귀(靈魂再歸)의 수단”이라 상찬한 것. 어떤 게 옳은 말일까?귓가를 간질이며 불어오는 봄바람이 낮술 한잔을 간절하게 만들던 지난 16일.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 자리한 청슬전통도가를 찾아 정 대표와 만났다.그는 갓 출시된 ‘따끈따끈한’ 영일만 소주, 문덕 헬로우부대 소주, 새록새로 소주를 각각 1병씩 들고 호탕하게 웃으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태어난 곳과 유년을 보낸 지역은 어딘가.△1976년 포항 죽천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중·고교를 모두 포항에서 다녔다. 한동대에선 국제정치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막걸리와는 무관해 보이는 이력이다.△대학 졸업 후 잠시 정치판을 기웃거렸고, 화학 회사를 몇 년 다니기도 했다. 헌데, 그것들이 체질에 맞지 않았다. 함께 회사를 다니던 친구 둘에게 “술 만드는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제의했다. 그게 서른네 살 때다. 학생 때도 암벽과 빙벽을 오르는 모험과 도전을 즐겼다. 그런 기질이 안정적 직장생활보다는 망하든 흥하든 화끈하게 승부를 볼 수 있는 사업쪽으로 나를 이끈 듯하다.-처음부터 당신이 만든 막걸리가 잘 팔리진 않았을 텐데.△그랬다. 막걸리를 취급하는 마트와 소매점에서 구박을 당한 적도 많았다. 모든 게 처음이니 술을 만드는 것도, 파는 것도 서툴렀다. 여러 가지 난관에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다. 궁여지책으로 ‘내가 만든 막걸리이니 내가 직접 팔아보자’며 2011년엔 전통주점 ‘옹해야’를 열기도 했다. 다 지난 이야기다. 주조장과 주점 모두 꾸준히 이름을 알려 오늘도 성장 중이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이젠 포항에선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있는 막걸리가 됐다.(웃음) -얼마 전엔 증류식 소주를 만들었다고 들었다.△포항시, 문덕·해도동 상가협의회와 협력해 3가지 종류의 증류식 숙성소주를 지난 3월 초 출시했다. ‘문덕 헬로우부대 소주’는 오크통에 숙성시키고, ‘영일만 소주’와 ‘새록새로 소주’는 항아리에 60일간 숙성한다. 3종의 소주는 숙성 방식과 누룩 함량을 달리해 기성세대(영일만 소주)와 군인들(문덕 헬로우부대 소주), MZ세대(새록새로 소주)의 각기 다른 입맛에 맞추고자 노력했다.-예나 지금이나 술을 빚는 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한데.△술의 원료인 효모(酵母)는 온도에 굉장히 민감하다.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술을 망친다. 특히 여름에 그렇다. 13년을 해왔지만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좋은 술을 만드는 핵심 키워드는 ‘온도 관리’다.-술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즐거움은.△우리 주조장에서 빚은 술을 마시고 좋아하는 사람을 볼 때다. “하루의 스트레스가 싹 풀렸다” “잠시나마 슬픔을 잊게 해줬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덩달아 기쁘다.‘청슬도가’라는 주조장 이름이 독특하다. 정광욱 대표는 시(詩)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신경림, 정호승, 안도현의 시집을 읽으며 청년시절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맑은 소리가 나는 거문고’라는 뜻의 청슬(淸瑟)에선 술 향기가 아닌 문학의 향기가 느껴졌다.한국의 주조장은 대를 이어 운영되는 곳이 흔하다. 대부분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노하우가 담긴 술을 만든다는 이야기. 그러나, 정 대표는 주조장 창업 1세대다. 백지에 스스로 그림을 그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도전정신을 자극했다.“다른 주조장은 전통을 이어가기에 주조법이 변화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것과 다르게 나는 효모도 다양하게 써보고, 숙성 용기도 바꿔가며 여러 실험을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그 ‘실패의 힘’으로 나만의 스타일을 찾게 됐다.” -단답형 질문이다. 최고의 주도(酒道)는 뭐라 생각하는지.△취하면 대부분이 자기 말만 하려 한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주도가 아닐까. -어떤 마음가짐으로 술을 빚나.△‘만드는 자의 고통이 클수록 마시는 자의 즐거움은 커진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시장에 선보인 증류식 소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처음 만드는 증류주라 ‘여과 공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최대 주류회사에서 수십 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후배의 아버지가 그걸 명쾌하게 해결해줬다. 여과 과정만이 아닌 정제와 숙성법도 조언했다. 내겐 잊지 못할 은인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우리 주조장 증류식 숙성소주를 맛본 사람들이 “목 넘김이 부드럽고 깨끗하다”는 의견을 전해줬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자신감으로 또 어떤 도전을 할 것인가.△포항을 넘어 서울·경기 지역으로 진출하고 싶다. 막걸리는 유통기간이 짧고 유통망도 대기업에 비해 잘 구축돼 있지 않아 타 지역 술과 경쟁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소주는 다르다. 청슬전통도가가 빚은 증류식 소주는 서울과 경기도 어떤 주조장에서 만들어지는 술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고 자부한다. 공평한 시장 상황만 주어진다면 맛과 품질에서 당당하게 겨뤄보고 싶다.-청슬도가가 어떤 주조장으로 기억됐으면 하는지.△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 인간미가 느껴지는 직장을 만들고자 한다.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술에는 만드는 사람의 성품이 담긴다는 걸 믿는다. 술로 맺어지는 인간관계가 술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언젠가 내 아들이 “아버지 뒤를 이어 저도 술을 빚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기쁘게 “그래. 좋은 결정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3-03-21

대구서 안경 수출로 경제대국 건설에 힘 보태다

자원빈국 대한민국이 산업화를 이루고 세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여기서 우리는 산업화로 생산된 재화를 무역으로 효율을 극대화해 경제발전에 기여한 수많은 무역상들을 기억해야 한다. 거기에는 우리 상품을 선전하고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동네처럼 누빈 대형 종합무역상사에서부터 그야말로 보따리장수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대한민국 안경 산업의 메카 대구에서 안경을 통해 세계 시장을 열고 외화를 벌어들인 윤달호 전 한국안경수출협회 회장. 그는 대구 안경이 4차산업시대에 맞는 시설 투자와 인력개발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안경 수출로 평생을 보냈다. 안경 수출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대학 졸업할 때 최고 인기 직종이 무역업이었고 나도 무역을 하고 싶었는데 당시 정부에서 수출을 장려할 때였다. 마침 대구의 국제셀룰로이드라는 안경회사에서 무역업을 할 신입사원을 모집했고 그것이 무역과의 첫 인연이 됐다.-대구의 안경 산업은 어느 정도인가. 과거에는 어느 정도였고 지금은 어떤가.△대구는 한국 안경산업의 메카라 할 정도로 한국 안경의 80%, 많을 때는 90%까지 차지했다. 지금은 전국 안경 제조사 1천145곳 중 대구가 503곳(44%)이지만 한때는 80% 이상을 차지했다. 안경 생산량에서도 압도적이다. 특히 안경테는 거의 대구에서 석권했으니 지금도 수출의 70%를 대구가 차지하고 있다. 세계 안경 시장의 주요생산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지금은 중국에 밀려 침체기에 들어섰다. 안경 소재가 메탈(금속) 테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다시 금속소재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 민감한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왜 대구에서 안경 산업이 발흥하게 됐나.△국내 첫 안경공장이 대구에 들어선 것이 그 계기가 됐을 것이다. 일본에서 안경 공장을 하던 김재수 회장(1984년 작고)이 1946년 북구 침산동에서 국제셀룰로이드라는 안경공장을 설립했다. 국제셀룰로이드는 수많은 안경 기능공들을 배출했고 그들이 곳곳에서 제2, 제3의 안경공장을 설립하면서 대구의 안경공장이 부흥하게 된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은 대구로 안경업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미 설립된 국제셀룰로이드에 자극받아 안경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그러면 한국 안경의 세계시장에서의 위치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나.△안경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그러나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고용 증대에는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지만 자그마치 260가지 공정이 들어가야 안경이 탄생한다. 그러니 내가 있던 국제셀룰로이드도 한 때는 직원이 700명이 넘었다. 그만큼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래서 안경산업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우리나라로 왔고 이제는 중국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안경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모든 제품이 그렇겠지만 한국 안경(made in Korea)도 제품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 경쟁력이라면 가격과 품질, 서비스(Delivery 납기 등)인데 지금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경쟁력이 있어야 내수도 잘 되고 수출도 잘 될 것 아닌가. 제품 경쟁력이 있으면 영어를 못해도 세계 바이어들이 안경 구입하러 한국으로 몰려온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도 말까지는 이런 현상이 이어졌다. 심지어 통역을 대동하고 오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우리나라 안경 제품의 경쟁력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다.-안경이 시력 보조용 의료기기에서 패션상품으로 변해가는 모양이다.△안경 착용이 많지 않았던 1970년도까지는 안경테가 거의 의료용구 개념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후반부터는 이탈리아 제품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면서 안경이 패션화 되었다. 예전에는 독일제 ‘로덴스톡’ ‘마비츠’ 등 안경테가 주류였고 선글래스는 미국이 ‘레이반’이 고유명사처럼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샤넬’이나 ‘루이비통’ ‘톰포드’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대구에서 다이렉트로 수출을 하는 품목이 많이 있었나.△대구가 섬유도시라지만 당시 대구의 갑을이나 동국 등 유명 섬유회사들도 서울사무소를 통해서 수출을 했고 대구에서 직접 수출한 것은 안경이 처음이다. 그러니 내가 대구지역 수출의 초창기 멤버였던 셈이다.-언제 처음 수출시장을 개척하러 갔나.△여행 자유화 전인 1980년이었다. 처음 뉴욕으로 출장을 갔을 때는 비자는커녕 여권조차도 고급관료나 갑류 무역회사 사원이라야 발급받던 시대였다. 회사에서는 큰 기대보다 ‘경험이나 하고 와라’는 식으로 출장을 보낸 것이다. 혼자서 커다란 견본품 가방과 옷가방 서류가방을 둘러메고 끌고 대구에서 김포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도쿄와 호놀룰루, 앵커리지를 거쳐 뉴욕에 도착하니 기내에서 코피가 주루룩 흘러내렸다. 36시간을 비행기에 갇혀 있다가 생긴 일이었다.-아직도 기억나는 이야기가 많이 있을 것 같다.△뉴욕 맨해튼 호텔에서 바이어와 미팅을 하고 나와 짐가방을 들고 택시를 잡으려다 덩치 큰 흑인 포터를 만났다. 수고비로 1달러를 주니 ‘9달러를 달라’고 했다. 겁도 나고 해서 10달러짜리 지폐를 줬더니 1달러를 거슬러 주더라. 사람들은 나더러 ‘운 좋았다’며 ‘어떻게 9달러로 해결했느냐’고 하더라. 9달러는 내 목숨값이었던 거다. 그 뒤로는 내 별명이 ‘9달러’가 됐다.-당시 국내 수출액 중 안경이 얼마를 차지했나. 대구의 안경 수출액은 얼마나 되나.△안경은 생활필수품이 아니어서 수출액 비중은 미미하다. 현재 안경 수출액은 1억5천790만달러 정도다. 미국 현지에서 종합무역상사원들을 만나곤 했다. 그들은 한 달에 1건만 성사돼도 성공적이라 했지만 안경은 단가가 적어서 나는 하루에도 2, 3건씩 판매해야 했다. 그러나 재미도 훨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해 대구의 안경 수출액은 5천970만달러로 전국 수출의 37.8%를 차지했다. 직원 7명이던 우리 회사가 한창때는 직원 1천명의 회사와 맞먹는 한 달 7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영어는 언제부터 유창하게 했나.△국제광학 무역부에 있을 때 회장 배려로 영어회화 공부를 했다. 또 미8군 사령관 부인에게 직접 회화를 배웠고 나중에는 매일 미8군에 가서 미군에게 영어회화를 공부해야 했다. 덕분에 88서울올림픽에는 명예통역원을 맡기도 했고 한국관광공사의 명예통역안내원으로 인정받았다. 대구상공회의소의 무역실무 영어를 강의하기도 했다.-무역회사를 설립했다. 왜 안경산업을 직접 하지 않았나.△나는 법대 출신이어서 제조에는 자신이 없었고 직종은 전문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경 수출이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을 때 종합무역상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며칠 고민하다가 내 길을 가기로 작정하고 ‘아이디자인즈’를 창립했다. 사무실 전세는 옆집 사장이 빌려줬고 칠성시장에서 중고 전화기와 타자기를 샀다. 버스 토큰 100개를 사서 호주머니에 넣고는 대중교통으로 우체국이며 세관과 은행 업무를 처리했다. 그야말로 ‘버스 안에서도 뛰어다녔다’고 했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해외 바이어를 상대하는 일도 많았을 것 같다.△덕분에 대구의 유명 호텔과 유명 요리집에서 VIP 대접을 받았다. 한창때는 대구시내 호텔에 바이어들을 분산 수용해놓고 시간차로 구매 상담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낮 상담도 그렇지만 밤 접대도 빠뜨릴 수 없었다. 별보기 운동을 날마다 하는 꼴이었다. 1년 중 300일 이상을 술에 절어 있어야 했으니 무역담당은 술상무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한번은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호텔로 바이어를 찾아가서는 커피를 타면서 설탕을 재떨이에 털어 넣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이어가 이상하게 보는 바람에 실수한 것을 눈치 채고는 ‘나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절반은 버리고 절반만 커피에 넣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적도 있다.-무역업을 하면서 안경만 팔았나.△미국 리비에라의 극동총책을 맡았다. 안경 이외에도 많은 수출품목들을 연계해 줬다. 대구에서 무역창구가 없는 회사에는 대리로 무역을 맡아주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에 유리그릇을 연계해주기도 했고 섬유나 간장 공구 등을 팔아주기도 했다. 한 액세서리 업체에서 여성 머리핀만 서너 컨테이너를 팔아주기도 했다.-리비에라는 어떤 회사인가△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에 본사를 둔 유럽 ‘룩소티카’ ‘사필로’ 등 브랜드를 키운 세계 1등 무역업체다. 회장 클리오트는 유대인으로 메이시, 브루밍데일, 로드앤테일러 등 미국 백화점 매출의 50%를 점유하는 회사다. ‘세계 선글래스업계의 왕’으로 불리는 그는 출장가면 그 도시 최고의 호텔 스위트룸을 사용한다. 이탈리아에서 구입하던 선글래스를 3분의 1 가격으로 공급했는데 가격과 품질에 만족하면서 클리오트의 1등 공신이 됐고 극동책임자가 됐다. 밀라노에서 세계적인 안경 엑스포인 ‘이탈리아 미도 쇼’에 참석했다가 나오다가 택시를 기다리는 일본 안경회사 사장을 만났다. 클리오트 회장은 내게 누구냐고 묻고는 이내 내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벤츠 리무진에 나를 태우고는 출발했다. 아직 부회장 3명이 전시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클리오트 회장은 일본 사장에게 나의 위신을 세워주려 했던 것이다. 프린시페 디 사보이아 호텔에서는 세계적인 영화제가 열렸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참석했다. 내가 경호원을 뚫고 가서 인사를 하자 기꺼이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역시 세계적인 스타였다. 클리오트의 삼남 결혼식이 포르투갈 리스본의 고성에서 치러졌을 때 하객들은 전세계에서 전용기를 타고 왔다. 클리오트는 내게 결혼예식에 맞는 정장과 와이셔츠, 넥타이, 양말까지 입혀줬다. 나는 평소 하얀 양말을 즐겨 신었는데 그걸 본 미국 동료들은 ‘당신 마이클 잭슨이냐’고 놀려대기도 했다.-한국 안경산업은 어떤 위치에 있고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지금은 안경 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대구의 안경산업은 존폐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안경 사업자들이 돈을 벌어 안경 사업에 기술과 인력양성에 재투자하는데 인색하고 다른 곳으로 신경을 쓴 흔적들이 있다. 그것이 안경산업을 힘들게 만들었다. 우리 후발주자인 홍콩만 하더라도 안경 사업체가 상장된 회사도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상장사가 한 곳도 없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지금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후회되는 일이나 자랑은 어떤 것인가.△돌아보니 나름 열심히 살았고 후회는 없다. 세계적인 업체에서 일하면서 대구의 안경을 세계에 알렸고 수출 불모지 대구에서 무역업의 터전을 마련했다고 나름 자부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업이 주춤했는데다 지난해엔 코로나에 걸려 처음으로 일주일 격리돼 쉬었더니 너무 좋더라. 이제 45년 몸 바친 안경업을 정리할 때라고 생각했다.□ 윤달호(尹達浩·69)대구 출신. 경대사대부고, 영남대 행정학과 졸. 전 국제광학 무역부장. 리비에라 극동담당총책. 폴라로이드 한국 에이전트. 아틀란틱 한국 에이전트. 전 한국안경수출협회 회장. 전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 이사. 전 대구경실련 이사. 대구에서 안경 수출로 대구의 안경 산업과 수출역량을 키운 무역업자. 회사원일 때는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했고 회사 설립 후에는 ‘버스 안에서도 뛰어다닌다’고 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답설야중거(踏雪夜中去·눈 내린 들길을 걸을 때는 조심해서 걸어라. 지금 내가 걷는 발걸음이 뒷사람의 길이 될 것)’이라는 서산대사의 시구를 늘 좌우명으로 삼았다./이경우 편집위원

2023-03-20

“바이오 강국,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이 선도한다”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가 지난 15일 국토교통부 산업입지정책심의회 결과에 따라, 신규 국가산업단지로 최종 선정했다.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지역공약으로 이번 신규 국가산단 선정을 통해, 국정과제인 바이오헬스 강국 도약을 선도해 나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2030년까지 풍산읍 노리 일원 132만㎡(약 40만평) 부지에 3천579억여 원을 투입해 ‘안동 바이오 생명 국가산업단지’를 건설한다.이곳 산단에는 백신·HEMP 바이오의약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바이오 백신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을 세울 계획이다. 특히 안동시가 국가산단 신청에 앞서 입주수요를 조사한 결과, 172개 기업이 산업용지 면적 대비 227.2%(91만㎡)의 부지에 입주를 희망했다.안동시는 이를 바탕으로 2040년까지 76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4조2천800억 원이 투자되고, 생산유발 효과는 8조6천2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3만여 명의 고용유발효과도 기대된다.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국가산단 지정과 관련,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가 글로벌 백신·바이오 산업의 허브로 발전을 거듭해 국가 바이오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지방시대 국가균형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구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여망에 부응해 미래 백년대계를 이끌어 갈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가산단 선정 비결은.△지역 경제의 발전을 소망하는 시민들의 염원과 함께 그간 구축해온 바이오 산업 기업·기관의 우수한 생태계와 사통팔달의 교통망, 기업들의 높은 입주 수요가 만나 이번 신규 국가산단 선정이 이뤄질 수 있었다.무엇보다,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으로 발표되고, 바이오산업을 통한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목표로 하는 국정과제에 부합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안동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해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유치해 안동에서 국내 최초의 국산 백신 1호를 생산했고, 2020년 헴프 규제자유특구에 지정되며 의료용 헴프 산업화의 새 지평도 열고 있다.백신산업 전주기 지원을 위한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비임상지원)와 동물세포 실증지원센터(임상시료생산지원)도 마련했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국제백신연구소 등을 통한 국내외 연구 기관 네트워크는 산업 생태계를 이끌어 가고 있다.국가산단 선정에 앞서, 2회에 걸친 입주 수요조사 결과, 172개 기업이 산업용지 면적 대비 227.2%(91만㎡)의 부지에 입주를 희망했다. 특히, 핵심업종(10개사, 6개 업종) 및 연관업종(47개사, 14개업종)에서 112.6%의 수요를 확보했다.또한, 국도34호선 인접, 중앙고속도로(서안동IC)가 근접하고 있으며, 중앙선 복선화 사업을 통하여 중부 내륙권의 지리적 중심지 및 우수한 광역접근성을 가지고 있다.-2030년까지 국가산업단지 완성을 위한 안동시 향후 계획은.△앞으로, 바이오·백신 인프라와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바이오·백신 생산거점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백신 원천 기술개발 연구, 백신 생산 신기술 공정 개발 및 상용화 생산 방식 도입, 백신 소부장 국산화 실증, 헴프 소재 원료 의약품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제조 등으로 의료의약품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다.또한, 경북 안동 백신산업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충북 오송 생명과학단지, 전남 화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와 연계한 백신 공동 연구개발, 실증, 상용화 등을 통하여 국가 바이오생명산업 발전을 선도할 계획이다.기존 바이오 산업 시설에 더해 백신후보물질 기술개발을 위한 첨단백신공정기술센터, 백신 인재양성을 위한 백신전문인력육성지원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다방면의 기업지원을 위한 바이오·백신 오픈이노베이션센터와 국가백신은행, 원부자재 실증, 헴프실증지원센터도 구축해 전주기 지원 기반을 마련한다.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도 유치해 바이오·백신산업의 세계화를 선도할 것이다.우선 국가산단을 시행할 사업시행자를 선정 후, KBI의 타당성조사와 산업단지계획(안) 수립 후, 인·허가 등의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산업단지계획 심의를 거쳐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다. 산단 예정지 주민들의 수용성 확보에도 최선을 다해 사업 기간을 앞당길 것이다. 지난해 실시한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지자체 지원정책을 개발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한,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조례 제정도 필요하다. -국가산단 입주 희망 기업들과 예상 투자 금액은.△전문 조사기관을 통해 총 2회에 걸쳐 기업체 책임자를 대상으로 입주수요조사를 실시했다.수요조사 결과 172개 기업이 산업용지 면적 대비 227.2%(91만㎡)의 입주수요를 희망했다. 핵심업종(10개사, 6개 업종) 및 연관업종(47개사, 14개 업종)은 112.6%의 수요를 확보했다.특히, 앵커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10만㎡에 5,000억여 원의 전략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유한건강생활에서도 6.6만㎡ 부지에 1천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입주 기업 등 투자효과 및 생산유발, 고용유발 효과 등 기대효과는.△세계 백신시장은 2019년도 330억 달러에서 2021년 656억 달러, 2022년에는 29% 증가한 849억 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세계 헴프 시장은 2018년 134억 달러에서 2024년 444억 달러로 연평균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국가적으로 바이오 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급속히 커져가는 시점이다. 국정과제인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주도해 나간다는 목표로 바이오·백신산업 클러스터 조성, 백신 전주기 지원 및 선순환 백신 생태계 구축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또한, 식약처가 최근 2024년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헴프 성분 의약품의 제조수입 허용 이후 헴프 특구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대마 산업 발전을 이끌어 갈 계획이다.국가산업단지 최종 가동단계에 이르면 76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4조2천800억원이 투자되고, 생산유발 효과는 8조6천200억원, 3만여 명(직접고용 4천300명, 고용유발효과 2만7천9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또, 국가산업단지 조성(총사업비 3천579억원)에 따른 4천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천301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예상된다. 권기창 안동시장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다 이번 성과 외에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국가산단에 입주하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을 통한 경제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산학협력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로 젊은 인재들이 도시로 떠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취직해 인구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선순환 효과로 젊고 활기찬 도시가 조성되는 것이 가장 기대된다.이번 국가산단 선정에 더해, 정부가 추진하는 기회발전특구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전 기업에 대해 파격적인 세제지원과 규제특례가 가능해 현 정부가 비전으로 삼는 지방시대 균형발전의 최적지로서 특화모델을 발굴하고 추진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이제 지역 숙원 사업으로 경북 도청 이전에 이어,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에 선정이 해결됐다. 남아있는 숙원사업은 자연환경보전지역 해제와 70사단부지 활용, 공동 의과대학 유치를 꼽을 수 있다.-국가산단과 관련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을 실감하며 지역경제 발전을 염원해온 15만 안동시민과 함께 국가산단 선정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이제 안동은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선정으로 우리나라의 바이오 생명산업을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바이오 전문 산업단지가 될 수 있도록 안동의 부흥을 위해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고 힘차게 전진 또 전진하겠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3-19

스마트농업 사활 건 영천, ‘농업 1조시대’ 연다

영천시가 찾아오는 부자농촌 건설을 목표로 농업발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2018년부터 매년 100억 원씩 농업 예산을 증액하고, 올해 1천56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경쟁력 있는 부자농촌을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영천시의 농가수는 21년 말 기준으로 1만5천 579호로 영천시의 총 세대수 5만3천904세대의 29%를 차지하고 있고, 경지면적은 1만 7천806ha(논 30%, 밭 70%)이다.농업총생산액 8천823억원(조수익 8천 610억 가공 213억) 중 농업소득은 3천759억원으로 농가당 2억4천 128만원이다. 소득 구성비는 과수 49%, 마늘 23%, 축산 21%, 기타 4%, 벼 3%이다.영천시는 농업 1조원시대를 열기 위해 농업의 첨단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지원과 방안을 내 놓고 있다.최기문 영천시장 “먹거리와 직결되는 농업의 기반이 무너지면 우리들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만큼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해 농가 소득을 보장하고, 농촌의 미래가치를 창출해 나가기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해 농업 분야 성과중앙부처와 경북도로부터 총 10개의 기관 표창을 받았다. 대표 적으로 영천 한방마늘산업특구이다. 전국 184개 특구 중 최우수 특구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과 상금 2억 원을 받았다. 농기계임대사업 평가에서는 3년 연속 전국 2위, 경북도 1위를 받아 14억 원의 사업비도 확보했다.이밖에 시·군농정평가에서는 9년 연속, 농식품 수출정책 시군평가에서는 3년 연속으로 기관표창을 받았다. 또 채소특작분야 시책평가 대상, 농산물 직거래 우수시군 평가 대상, 축산업무 종합평가 대상, 농촌진흥사업 우수기관 종합평가 최우수상 등의 성과를 냈다.□ 전국 최초로 작약 주산지 지정지난 1월 26일 전국 최초로 작약 주산지에 지정됐다. 작약 주산지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정하는 재배면적 50ha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영천시는 2020년부터 재배면적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 300농가에서 110ha를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은 5천 여t으로 전국 생산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다.주산지로 지정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2019년부터 이어온 작약 꽃 축제를 통해 영천 작약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노력이 인정을 받았다. 시는 주산지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져나가기 위해 2023년~2027년 영천시 원예산업 발전계획에 작약을 전략 품목으로 선정·육성할 계획이다.지난해 경북생약농업협동조합이 밭작물공동경영체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받은 사업비 10억 원으로 작약 선별·가공·저장시설을 건립하고, 농가 조직화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다. □ 유류비 인상에 따른 농민 지원책기록적인 한파와 함께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정부와 각 지자체는 서민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농가들이 외면받지 않도록 경북 최초로 시 자체 예산 10억 원을 긴급 투입했다.농업용 기계·난방기를 사용하는 1만2천500호 농가에 지난해 면세유 인상분 차액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일손부족 해결 위한 지원책영천시는 경북도 발표 ‘시군 장래인구 추계’에서 2040년 인구 증가 지역으로 전망됐다. 합계 출산율 또한 전국 시구 단위 1위를 차지하는 등 지역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열어가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특히, 농업분야에서는 일손부족이 큰 애로사항이다. 안정적으로 농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농촌인력지원센터의 내실 있는 운영과 외국인 근로자 확보, 청년 농업 육성으로 농촌 고령화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시는 우선 동서남북 권역별 농기계임대사업소에 더해 작산동 일원에 제5사업장을 추가 건립해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중장기적으로는 지방소멸과 함께 기후변화, 고령화 등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팜 단지를 확대하고, 정보통신기술과 농업을 접목해 첨단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농업을 새로운 일자리로 바라보는 청년들을 위해 스마트팜 취·창업, 영농정착 및 융자지원 등 맞춤형 지원도 강화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 농업분야 경쟁력 확보 방안지역의 건강한 먹거리가 안정적으로 직거래될 수 있도록 로컬푸드직매장 개설을 적극 검토하고 별빛한우, 영천와인 등 지역의 농·특산품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홍보 전략을 도모하고 있다.한방마늘산업특구, 마늘주산지, 마늘농촌융복합산업지구 지정으로 제2도약기를 맞은 영천마늘의 브랜드화를 위해 올해 경북 1호 마늘 공판장과 마늘 융복합센터 건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로 차별화된 경쟁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코로나 여파로 대내외 농·특산물 판매시장이 위축되고 지난해까지 성장했던 샤인머스캣도 과잉생산과 품질저하로 인해 판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대외적인 농업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농민들의 위기감에서 벗어나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신품종 개발과 새로운 해외 유통망 개척에 적극 나선다. 또 착과량 및 출하시기 조절과 농업인들의 인식개선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나갈 방침이다.영천/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3-03-16

누구나 살고 싶은 청송군쾌적한 도시 건설로 시작

2023년 봄을 맞은 청송군은 주민의 행복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각종 사업 계획을 수립해 열정적으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누구나 살고 싶은 행복한 농촌공간 조성”이란 올해 목표를 세운 청송군은 정주서비스 기능 확충과 활력을 촉진하고자 22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청송군은 체계적인 농촌 정비와 살고 싶은 농촌마을 조성, 쾌적한 도시 건설, 낙후된 시가지 재생, 농촌 일손 부족 해소 등의 세부적 사업 추진으로 군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래에서 그에 관한 구체적 사업 추진 계획을 알아본다. □ 청송읍 행정문화센터, 기초생활 기반 확충가장 먼저 농촌공간 정비 및 살고 싶은 마을 조성을 위해 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이 진행된다. 청송읍 행정문화센터를 신축하기 위해 읍사무소를 청송군 실내체육관으로 임시 이전했고, 상반기 중 신축공사가 발주된다. 이를 통해 청송읍의 기초생활 기반 확충과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주변 마을과 연계된 농촌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게 청송군의 복안이다.청송읍 소재지 금월로엔 55억 원의 예산으로 전신주와 통신주를 지중화 해 전선 없는 거리를 조성한다. 이는 ‘산소 카페’로 불리는 청송의 청정한 이미지를 높이고 안전한 보행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사업.또한 농촌공간 정비사업은 공모 신청을 추진 중이며 4월에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향후 5년간 추진되는데, 청송읍 덕리 일원에 축사 7동, 우사·견사 12동, 기타 창고 7동 등을 철거해 악취와 소음 등 고질적 민원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유해시설 철거 후에는 공공임대주택, 영농실습농장, 농촌커뮤니티 복합문화센터 등을 조성해 주거와 복지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이와 함께 마을 만들기 사업,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으로 마을회관 리모델링, 마을 진입로 확장, 담장 정비 등도 진행돼 안정적인 생활 인프라도 확충된다. □ 도시재생사업으로 낙후된 시가지 정리부남면 1개 지구, 진보면 4개 지구엔 도시계획도로를 정비해 체계적 정주기반을 마련하고, 청송군관리계획을 재정비해 개발 및 보전체계도 구축한다. 군 계획시설 등에 대한 민원을 해소함으로써 행정 신뢰도도 향상시킬 계획이다.다른 한편으로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청송읍과 진보면 소재지의 낙후된 시가지를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시켜 나간다. 진보진안지구 도시재생뉴딜사업은 복합커뮤니티센터 신축, 마을회관과 복지회관 리모델링, 노후주택 수리 등으로 추진된다.도시재생뉴딜사업과 연계해 추진되는 진보로 전선지중화사업은 ‘산소 카페 청송군’의 깨끗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일조할 전망이다.또, 청송금곡지구 도시재생사업으로 청송읍 금곡리에 ‘5080 청춘 삶터’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조성 중이며, 여기서는 창업지원, 건강·문화, 취미활동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는 5080 신중년층 세대를 중심으로 한 사회통합과 공동체의식 활성화에 도움을 주게 된다.청송군은 이외에도 안정적 영농 수행을 위한 기반 마련과 농촌일손 부족 해소를 위한 지원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으로 도시 사람들에게 농촌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귀농인들에게는 영농기술 학습과 정보습득 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다.농촌지역 일손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송군 영농일자리지원센터와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영농일자리지원센터는 사과 적과, 고추 수확, 사과 수확 등에 필요한 인력을 350농가, 4천여 명가량 지원할 계획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시행을 통해서는 외국 지자체와 MOU 체결 방식과 결혼이민자 가족 및 친척 초청 방식으로 110농가에 630명의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여기에 더해 과중한 농작업 활동과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 농업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출산농가 영농도우미 지원, 행복바우처 지원, 농작업 편의장비 지원, 공동급식시설 지원 등의 사업도 시행된다. □ 정주환경 개선은 ‘도약하는 청송’의 밑거름최근 청송군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됐다. 안정적인 정주환경 조성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건설행정서비스 만족도 제고 및 댐·발전소 주변지역 균형발전’ ‘쾌적한 가로환경 조성 및 도로 인프라 구축’ ‘농업기반시설 확충으로 안정적인 용수공급’ ‘자연과 환경이 조화되는 친환경적인 하천정비’ ‘주민생활 편익시설 확충으로 살기 좋은 행복 청송 건설’은 위와 관련된 세부 전략. 이는 ‘하나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군은 댐·발전소 주변 균형개발을 위해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에 7억 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에 2억8천만 원을 투입한다. 이 예산으로 댐과 발전소 건설의 간접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소득증대 및 생활기반 조성사업이 추진된다. 안정적인 건설 환경 조성과 지역 건설 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게 청송군의 의지다.관내 도로 정비를 통해서는 군민의 안전과 도로 이용 편의를 증진시킨다. 군도 및 농어촌도로 확포장, 선형 개량, 아스콘 덧씌우기 등은 쾌적한 도로환경을 제공하게 되고,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신호기·무인단속카메라 등을 설치해 교통사고도 예방한다.또한 청송교·월막교, 덕천교·송강2교·중평교 등 2종 시설물(연장100m 이상 교량)에 관한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그외 교량도 정기 안전점검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정비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 나갈 방침이다.농업용수 부족으로 상습적 가뭄 피해를 입고 있는 이전·거두지구에는 소규모 농촌용수개발사업을 펼쳐 저수지, 용수로 등의 수리시설을 설치한다. 이는 농업용수의 안정적 확보·공급으로 가뭄 피해 최소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이와 함께 청송군은 진보면 세장리 황곡지구, 안덕면 지소리 구덕지구, 현서면 모계리 두루골지구엔 취수시설과 송수관로를 설치하고, 노후된 저수지와 농업기반 시설물 46곳을 개·보수할 계획도 세웠다. 이는 농업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 “군민 만족감 높여줄 다양한 사업 추진”재해위험 개선지구 정비사업과 소하천 정비사업, 하천 시설물 유지관리 및 일반하천 개보수사업, 하천 및 소하천 정비사업 등도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군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위해 진행되는 사업들이다.태풍 마이삭·하이선 피해 복구와 반복적인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국·도비 96억 원이 투입된다. 이는 구평천 재해복구사업의 추진으로 이어지며, 이밖에도 자연과 환경이 조화되는 친환경적인 하천생태계를 보전하고 수질환경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생활 속 불편함의 해소를 위해 마을 안길 포장, 농로 포장, 세천 정비, 소교량 가설 등 군민 편익시설 확충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속도감 있게 해결하고 차질 없이 완료한다는 것도 청송군의 방침이다.지난해엔 진보면 67개 점포의 간판 개선이 완료됐다. 앞으로도 진보로 구간의 순차적 간판 개선사업을 시행해 쾌적한 도시공간을 조성하게 된다. 또, 지방소멸 대응기금 6억 원을 확보해 청송읍과 진보면을 제외한 6개 면 간판개선사업도 실시할 예정이다.이러한 다양한 사업의 추진을 천명한 윤경희 청송군수는 “안정적 정주환경 조성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군민이 행복한 살기 좋은 청송군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김종철·홍성식기자

2023-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