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기획ㆍ특집

‘천을귀인’으로 하늘의 신이 돕는다는 최고의 길신

신년휘호칠흑 같은 길고 긴 터널을 기어서 지나왔다.인생은 예고 없이 덮치고 찾아오지만 우리 모두는 지혜와 슬기로 이겨냈다.새 희망과 같이 새해가 열린다. 작품은 ‘개운 홍희(開運鴻禧)’이며“세상에 대운이 열러 큰 기쁨이 온다”라는 내용이다. 홍희(鴻禧)는 큰 복이고 경사스러운 기쁨이다.새해 삶의 참다운 주인공이 되시길 기원하면서 거칠고 서투르지만 정성과 기운을 담았다. 솔뫼 정현식개인전 15회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경상북도 문화상 수상서체 개발 : 솔뫼민체 외 8종저서 : ‘푸른 소를 타다’ 외 8권동국대, 승가대 외래 교수 역임 / (현)솔뫼서예연구소장 신년세화달 속의 계수나무 밑에서 절구를 찧는 토끼 부부, 호랑이와 함께 익살과 해학을 민화 속에서 보여주는 장면은늘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즐거움을 준다.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토끼의 해. 토끼처럼 지혜롭고 추진력 있게한 해를 보내야 한다.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면 흥할 것이요 지혜를 멀리하고 삶의 즐거움을 잊으면매우 어려울 것이다. 덕을 나누고 베풀면 그만큼 복은 돌아온다. 그것이 가장 큰 지혜다. 모락 권정찬초대개인전 51회대형 휘호 퍼포먼스 30여회미국대통령상 금상 수상현 국제예술인협회 대표저서 : ‘깨달음의 순간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2023년 계묘년 ‘흑묘의 해’ 띠풀이2023년 계묘년(癸卯年) 토끼해를 맞았다.토끼는 생김새가 자그마하고 귀엽다. 표정이 놀란 듯한 이미지로 우리의 정서에 가장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토끼를 뜻하는 한자어 ‘묘(卯)’자는 만물의 성장과 번창, 풍요의 의미가 들어있다. 이는 농경민족의 특성이자 토끼의 속성이다. 토끼는 어느 짐승보다 생명력으로 가득 찬 상징인 셈이다. 토끼는 열두 띠의 동물 중 남다른 재치와 추진력을 가졌다고 한다. 구전동화에서 토끼는 호랑이를 속이는 토끼, 자라를 속이는 토끼 등으로 속임수의 명수로 그려진다. 민첩한 특성 때문에 심부름꾼이나 전령 등 충성스러운 동물로도 나타난다.韓·中·日 공통 ‘만물의 성장·풍요’ 상징민담·속담 속에선 지략·교만 이미지로육십갑자 중 40번째 계묘년인 올해는토끼의 지혜와 더불어 화합·상생 기원 토끼는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전설에는 밝고 둥근 달 속 계수나무 아래에는 한 쌍의 토끼가 다정스럽게 방아를 찧는다. 옛사람들은 달 속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상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싶어 했다. 불로장생의 약을 찧는 토끼는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이다.토끼는 묘방(卯方)인 동쪽을 맡은 방위신이다. 양(陽)의 세계인 태양에서 양기를 받아먹고, 음(陰)의 세계인 달에서 장생약(長生藥)인 음기를 받아먹는다. 그 음양 기운이 간경(肝經)에 들어 눈이 밝은 동물로서 토끼의 간은 불로장생의 영약(靈藥)이 된다. ‘토끼전’에 나오는 토끼의 간은 그래서 별주부가 목숨 걸고 찾는다.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 속에 따라간 토끼가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기의 간을 꺼내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기지를 발휘하는 장면은 토끼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신의 간을 배밖에 내놓았다가 필요할 때만 넣고 다닌다며 용왕을 속이는 토끼의 재치는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토끼는 번식력이 왕성하다. 일정한 발정기가 없이도 아무 때나 짝짓기를 해 새끼를 잉태할 수 있는 생물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토끼뿐이라고 한다. 생식력은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먹잇감·사냥감으로 태어난 약자의 생존방식이다. 잡아먹히는 숫자보다 더 많은 새끼를 번식해야만 비로소 자기 종족을 보존할 수가 있다.우리 민족과 토끼우리 민족의 심성은 토끼에 잘 나타난다. 옛날이야기 ‘토끼와 거북이’ 속 꾀쟁이 토끼나 보름달 속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를 짷으며 살고 있는 토끼, 힘있게 솟구쳐 뛰는 깡총깡총 토끼 등은 그 역할이 다양했다.우리 조상들은 토끼가 주는 순결함과 평화로움 때문에 일찍이 토끼를 이상향에 사는 동물로 만들어 놓았다. 옛사람들은 달을 늘 이상향으로 그렸고, 그 이상향에는 계수나무와 함께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전통 민속화에서 해(日)는 곧잘 발이 셋 달린 까마귀로 표현되고, 달(月)은 토끼로 표현된다.사찰의 신장탱화(神將幁畵)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까마귀(해)와 토끼(달)를 머리에 이거나 손에 들고 있는 일월성신도(日月星神圖), 양산 통도사와 수원 팔달사에는 거북이 등에 실려 용궁으로 가는 토끼 모습을 그린 벽화도 있다. 효자문 열녀문, 산신각 등 옛 건축에는 기둥과 서까래 사이에 거북이를 타고 있는 토끼를 조각했다. 이는 그 건물이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형상물이다.토끼는 깨끗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공예품에서 많이 그려지고 새겨진다. 연적(硯滴)으로도 토끼 형상을 많이 쓴다. 토끼는 앞발이 짧고 뒷발이 길어서 오르막을 잘 올라간다. 그래서 토끼 꿈은 승진을 의미한다.토끼는 평화와 다산을 상징한다. 조선 후기 유명화가인 조영석의 ‘암하춘토’(巖下春兎·바위 아래 봄 토끼)와 김득신의 ‘추계유금도’(秋谿遊禽圖·가을 계곡에 노니는 동물 그림) 등에서 볼 수 있다.민간에 전해져 오는 토끼와 관련된 설화에서 토끼는 주로 지략의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이는 토끼라는 연약한 동물에 민중들의 인식이 더해져 탐관오리나 권력자 등 강한 자를 지혜롭게 물리치고 골려주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토끼는 민담뿐만 아니라 속담에도 많이 등장한다. 대개 생태적 속성을 소재로 한 것인데 그 캐릭터가 다양하다. 그 하나가 연약함과 민첩성인데, ‘토끼는 굴을 셋 판다’는 속담은 위기 탈출을 위해 비상구를 셋을 만들어 대책을 미리 세운다는 뜻으로 토끼의 영리함을 나타낸다. ‘범 없는 골에는 토끼가 스승이다’는 토끼의 교만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토끼가 제 방귀에 놀란다’는 토끼의 나약함과 소심함을 표현한 것이다. ‘호랑이 잡으려다 토끼 잡는다’는 토끼가 보잘것없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계묘년 간지 풀이2023년은 육십갑자 중 40번째로 계묘년이다. 천간(千干)인 계(癸)는 오행상 색깔이 검은색이고 묘(卯)가 토끼이니 올해는 검은 토끼띠 해가 된다.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넷째인 토끼(묘·卯)는 쥐 다음으로 작은 짐승이다. 하지만 그 위치는 당당하게도 호랑이와 용 사이에 있다. 토끼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에 공통된 십이지 상징 코드에서 만물의 생장과 번창, 풍요를 상징한다.역술인들은 계묘에서 천간에 해당하는 계는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가 순환을 한다는 오행(五行) 이론을 말한다. 수(水)를 상징하고, 지지(地支)에 해당하는 묘(卯)는 목(木)을 상징해 수가 목을 도와주는 형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갈등이 불거졌던 2022년 임인년과 다르게 2023년은 세상에 내리는 이슬비처럼 어린나무나 화초와 같이 좋게 마무리하는 화합과 상생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계묘(癸卯)는 육십갑자 중 천을귀인(天乙貴人·하늘의 은덕을 받는 길신)으로 하늘의 신이 돕는다는 최고의 길신이다. 하늘의 은덕을 받아 각자가 맡은 바 자리에서 성실히 살아간다면 좋은 기운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를 믿는다면, 2023년은 천을귀인의 도움으로 2022년에 벌어졌던 사건들이 토끼의 지혜와 더불어 잘 마무리되는 한해가 될 것이다.토끼는 영원한 꾀보다토끼는 영원한 꾀보, 꾀쟁이다. 그 바탕은 토끼는 꾀가 많고 지혜로운 동물이다. 옛날이야기에서 토끼는 힘이 약하고 몸집이 작은 것에 반비례해 매우 영특하고 착한 동물로 그려진다. 토끼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또 다른 소재인 호랑이 등의 맹수에 비하면 약한 동물이 틀림없다. 체구가 크고 힘은 강하나 우둔한 동물들에게 토끼는 저항하는 의롭고 꾀 많은 동물 구실을 도맡는다. 자신이 가진 꾀와 영리함으로 다른 강한 동물에게 지거나 이용당하지 않고 오히려 이용함으로써 골탕을 먹이기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새해 아침의 햇살이 온 세상 삼라만상을 비춘다. 천을귀인(天乙貴人)이라는 계묘년 새해 아침에 부치는 한해의 희망과 소망이 더욱 간절하다. 여리지만 날쌔고 재빠르며 지혜와 슬기, 불로장생의 영약을 만드는 토끼처럼 토끼해 2023년에는 슬기롭고 밝은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도움말=류대창 명리연구자, 천진기 전 국립민속박물관장

2023-01-01

서대구 역세권 개발·3조 규모 도심 태양광 ‘미래 50년 신성장판’

30년 동안 매듭을 짓지 못했던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 해결, 대구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호탄으로 3조 원 규모 대구 태양광 발전 단지 조성 등은 민선 8기 ‘홍준표 호’가 출범하면서 이뤄낸 성과다.여기에 대구시가 추진 중인 서대구 역세권 개발로 서남부권 발전을 위한 교통허브를 조성하고, 대구 수성못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등 대구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 대구역세권 개발대구시가 추진 중인 서대구 역세권 개발은 서대구역 인근 4곳의 하·폐수처리시설을 통합해 지하화 및 상부 공원화, 서대구 역세권을 복합환승센터 건립 등을 통해 교통허브로의 개발이 핵심이다.특히, 서남부권 발전의 신호탄을 올린 서대구역 개통은 우수한 광역교통 인프라와 연계해 영남권 경제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경제·산업·문화 교통허브로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대구시는 지난 2019년 9월 서대구 역세권 개발 비전을 발표했다.이듬해 5월 투자유치설명회를 열고, 같은 해 12월까지 민간제안서를 신청받아 제안자를 1차 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행정안전부 등 관련부처 및 사업자와 민·관 공동 도시개발 방식의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했다.하지만, 대장동 사태 이후 올해 6월 민·관 공동 시행방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개발이익환수, 사업자 직접사용 제한, 국토부 감독강화 등 도시개발법이 개정·시행됐다.여기에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침체, 레고랜드 사태 발생 등으로 민간 투자사업 개발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기존의 사업방식으로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대구시는 기존의 사업방식에서 토지소유 형태와 개발 가능시기 등 부지여건별 특성에 맞게 전환해 단계별로 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우선, 공공성이 높은 복합환승센터는 국·시비 및 기금을 투입해 역세권 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구체적으로 서대구역 남·북측에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고, 서대구역 남측은 환승 시설, 청년 및 기업지원시설과 같은 공공기능을 중심으로 오는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우선 추진키로 했다.또, 환승 시설은 서대구역의 철도와 대구 서쪽에 분산된 버스정류장, 도심항공교통(UAM)을 포함한 미래교통과 도시철도 등의 효율적인 배치로 환승 기능을 강화해 서대구 역세권이 미래 교통허브가 되도록 조성할 방침이다.시는 오는 2025년 착공을 위해 올해 초 복합환승센터 지정 및 승인과 함께 도시재생혁신지구 지정 절차를 추진해 국비 및 국가정책기금이 투자될 수 있도록 하고 내년까지 설계 및 실시계획 인가 등 행정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 태양광 민자사업 성공적 모델 조성대구시는 민자 3조원 규모의 대구 도심 산업단지에 지붕형 태양광 사업을 유치하면서 대기업 지역유치에 신호탄을 올렸다.과감한 규제개혁과 혁신으로 민간 대규모 투자사업의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 대기업의 지역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낼 복안이다.이 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국내 대기업인 한화, LS, LG, 현대그룹 관련 업체와 대구의 주요 7개 산업단지가 참여해 대구 산업단지 지붕 및 유휴부지에 태양광 1.5GW를 설치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민간투자 사업이다.지난해 11월 초 한화자산운용(주)과 SRS(주)가 대구 스마트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대구시와 산업단지관리공단, 제안사가 참여한 실무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했다.한 달 뒤 한화자산운용(주)·협력사(5곳)·산업단지관리기관(7곳)과 ‘대구 스마트 산단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한화자산운용(주)은 대구시 태양광사업을 위해 3조원 규모의 전용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고, LS일렉트릭, 한화시스템,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책임시공을 맡는다.LG에너지솔루션 AVEL은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을 담당하고, 현장 시공을 담당하는 협력사는 대구 지역업체로만 구성된다.이 사업은 대구 도심 면적의 15%에 이르는 산업단지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보급하고, 1급 발암물질인 노후 석면 슬레이트 공장지붕 116만㎡ 전체를 철거함으로써 ‘탄소중립 선도도시’ 건설과 함께 친환경 산단 조성을 통해 시민 건강 증진 등 다양한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구시는 이 사업을 통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95만t 감축, 전력자립률 12.9% 상승, 태양광 보급률 전국 1위 달성, 고용유발효과 2만 8천 명, 지역 시공 참여업체 매출액 약 1조원 증대, 참여업체 7천500만원∼8천500억원의 수익 등 직접적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수성못 수상공연장 세계적인 관광지로 조성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수성못에 2천115㎡ 규모의 플로팅 수상무대와 1천700석의 관람석을 설치해 세계적인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수성못 영상분수를 리모델링해 독창적인 미디어아트 영상을 만들고, 수성못과 들안길 먹거리타운 일대를 오가며 투어를 할 수 있도록 오픈카 형태의 셔틀버스도 운행한다.상화동산은 친환경 녹색광장으로 정비하고, 수성유원지 북서편에 대형주차장도 조성해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춘다. 여기에 수성못 보행로도 넓혀 걷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의 수성못 관할권 분쟁이 선결과제다. 농어촌공사는 대구시와 수성구를 상대로 수성못 용지 매입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무단 점유를 이유로 부당이익금반환청구 소송을 하면서 관할권 분쟁의 불씨를 지폈다.법원은 지난 2021년 9월 대구시에 11억여 원, 수성구에 1억2천여 만원을 공사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이에 수성구는 수성못과 인근 도로, 산책로 등에 대해 9억 원의 재산세와 지방교육세 부과하라고 농어촌공사에 통보하는 등 갈등을 겪고 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의 수성못 관할권을 대구시에 이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구 취수원 안동·임하댐 맑은 물 공급그동안 구미시와 갈등을 빚어왔던 대구 취수원이전 문제가 안동·임하댐 맑은 물을 공급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으로 해법을 찾았다.안동·임하댐에서 대구로 끌어올 하루 취수량은 60만t으로 계획하고 있다. 취수를 위해 영주댐·안동댐·임하댐·영천댐·운문댐을 잇는 총 연장 180km의 관로를 설치하는데, 1조4천억원 규모의 예산이 추정된다.사업비는 용역을 통해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산출할 예정이고, 공급관을 통해 물공급이 필요한 예천, 의성, 군위 등 다른 지자체에도 맑은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해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2일 안동댐에서 안동시와 안동·임하댐의 맑은 물 공급과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협약에 따라 안동시는 대구시에 맑은 물 공급을 지원하고, 대구시는 안동시에 국비 재원 등 기금지원을 협력하기로 했다.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의 낙동강 상수원 구축체계사업과 대구의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으로 맑은 물을 통한 상생과 미래를 함께 열어갈 역사적인 오늘 안동에 오신 걸 환영한다”며“안동은 댐으로 인해 인구급감, 호흡기 질환, 자연환경 보전구역 과다 설정 등의 피해가 많아, 안동댐과 임하댐 수자원의 산업화를 통해 하류주민에 맑은 물을 공급하고 상류지역은 상생발전을 이루어 진정한 낙동강 상하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시와 안동시는 먹는 물 공급과 상생발전이라는 이번 협약을 마중물 삼아 지금까지 상생협력 차원을 뛰어넘는 경제·산업·문화 등 전 분야의 협력방안을 강구하겠다”며“두 도시 간 협력은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의 모델이 돼 영남권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의 상생발전 본보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23-01-01

“지방시대 일자리 혁명, 경북이 주도”

이철우사진 경북도지사는 “계묘년(癸卯年) 새해의 출발선에 섰다. 새해는 밝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는 지속되고 있고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위기 속에 더욱 힘을 발휘하는 지혜와 강인한 뜀박질로 장애물을 뛰어넘는 토끼처럼, 지금의 난관도 모두가 합심해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신년 인사를 했다.이 지사는 이어 민선8기 경북도정은 ‘대한민국 지방시대’의 역사적 소명을 안고 도민 여러분의 굳건한 지지 속에 출범했다고 소개했다.그는 “역대 최초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TF를 만들었고, ‘지방시대’라는 국정목표도 함께 도출했다. 저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이자 중앙지방협력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한민국 지방시대의 대변인이 되었다. 도청 조직에 ‘지방시대정책국’을 신설해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물론이고 인구, 교육, 그리고 외국인 정책까지 포함한 대한민국 지방시대의 표본을 만들 진용까지 갖추었다”고 자평했다.그는 올해 도정 목표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원년으로 ‘지방시대 일자리혁명’을 통해 청년들의 희망을 되찾아 주겠다고 제시했다. 새정부의 국가전략산업벨트를 경북으로 확장해 지방시대 일자리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또 문화관광 혁명의 원년의 해로 만들고 대학의 힘으로 교육혁명도 이뤄내고, 돌봄혁명을 통한 국민행복시대 개막, 외국인 공동체 혁명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형 다문화시대 개막, 신공항의 성공을 위한 실행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이 지사는 “지방시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전제하고 “대한민국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룩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50년 넘게 지속된 수도권 집중으로 청년들이 경쟁의 소용돌이로 내몰리고, 국민들이 행복하거나 희망을 품기도 힘든 나라가 되었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일하고 배울 기회가 넘쳐나서 다시 지방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대가 와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가치와 삶의 양식이 존중받는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나아가 우리가 가진 경제발전, 민주화, 새마을운동, 한류 등 성공의 경험과 고유의 가치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보편적인 가치로 만들어 갈 때 비로소 ‘존경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 지사는 “평소 경북은 성공할 수밖에 없고, 될 수밖에 없는 땅이라는 강한 믿음으로 도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경북도정은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를 더 큰 성공으로 이어가기 위해 혁명적인 지방시대를 열어 가겠다”고 밝혔다.이 지사는 “대한민국 성공의 역사를 견인해온 경북도민의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 모두 ‘동해안의 기적, 낙동강의 기적’을 이끌어 지방 성공시대, 초일류 국가로 나아가는데 함께 힘을 모으자”고 부탁했다./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3-01-01

“신공항 경제권 구축, 세계로 가는 대구”

민선8기 홍준표사진 대구시장이 “취임 2년차인 2023년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는 ‘대구 굴기의 원년’으로 삼고 미래 50년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취임 6개월만에 공공기관 통폐합 등 공공혁신, 시정혁신, 재정혁신을 추진하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추진, 군위군 대구 편입, 맑은 물 하이웨이정책 추진 등으로 대구미래 50년의 설계도를 완성한 홍 시장은 2023년에는 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비롯한 2023년 7대 시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대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홍 시장은 통합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에 올인한다. 내년 초 국회 통과를 목표로 국회 및 당·정, 광주 등과 공감대 유지 및 협업으로 임시국회 개원 즉시 특별법 통과를 처리한다는 계획이며, 신공항 경제권 설계에 착수해 세계로 도약할 미래 50년의 초석을 굳건하게 다질 계획이다.5대 신산업을 전국 최고의 미래자산으로 키운다. UAM 산업은 모빌리티 부품 생태계를 활용해 실증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센서산업을 집적화하는 D-센서 클러스터 구축에 매진한다. 서비스 로봇산업 융복합단지 조성에 역량을 모으고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의료데이터 중계 플랫폼도 구축한다. ABB산업은 2조2천억 원 규모의 8대 메가프로젝트 사업을 연내에 확정·추진한다.도시 그랜드 디자인으로 50년 미래공간을 설계한다. 향후 20여 년에 걸쳐 대구의 지도를 군부대, 법원·검찰청 등 공공시설의 후적지 400만평을 중심으로 새롭게 그린다. 사업비 100조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대구를 재건한다.맑은 물 하이웨이를 국가 주도로 추진한다. 이 사업은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국무조정실, 환경부와 최적의 활용방안을 도출하고 맑은 물 하이웨이사업 추진방안 검토용역을 상반기 내로 마쳐 30년 넘게 끌어온 대구시민의 생명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고강도 채무감축을 통한 재정 건전화에 박차를 가한다. 공공부문의 예산절감을 통해 1천400억 원을 조기 상환하고 신규 지방채 미발행, 선심성 예산 배제 등으로 임기 내에 1조5천억 원의 채무를 상환하는 고강도 재정혁신을 쉼 없이 추진한다.민선8기 출범 6개월만에 한화그룹과도 3조 원 규모의 MOU를 체결하는 등 투자유치 성과를 발판삼아 새해에는 5대 미래신산업과 첨단 지식서비스 기업 등 신성장 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또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5% 감축, 중수도 시스템 도입,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설계 완료, 대구의 대표 축제 통합 개최 등 높아진 삶의 질을 시민들이 직접 느끼는 체감행정 서비스를 강화한다.홍 시장은 “계묘년 한 해도 시정혁신의 고삐를 절대 늦추지 않겠다. 후대에 물려줄 주요 핵심사업들을 제대로 추진해 대도약의 기반을 닦겠다”며 “대구 미래 50년을 향한 역사적 도전에 시민 여러분도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23-01-01

수마(水魔)도 끄지 못한 포스코 영웅들의 ‘기적불씨’

“이 거대한 설비는 다시 용틀임을 하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낼 것이다.”포스코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철강인들의 맹렬한 기세는 위기의 상황에서 더욱더 불타올랐다. 지난해 9월 6일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냉천이 범람했다. 포스코를 집어삼킨 붉은 흙탕물은 중국 황하(黃河)와도 같았다.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인력으로 맞설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두려움이었다.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눈물도 강처럼 하염없이 흘러넘쳤다.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수해로 49년 만에 공장 조업이 전면 중단됐다. 그러나 철강인들은 절망만 하고 있지 않았다. 고로에 희망의 불꽃을 태웠다.작은 불씨가 하나둘씩 모이더니 이내 광염(狂炎)으로 휩싸였다. 마침내 모두의 염원이 담긴 제품을 생산해 내고야 말았다. 100일 만에 이뤄낸 기적이었다. 포스코 영웅들의 업적이었다. 위기 속 빛을 발한 직원들의 기지포항제철소 조기 정상화를 위해 직원들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 제강공장 직원들은 밤낮없이 복구 작업에 몰두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공장 전체에 물이 1m 높이까지 차올랐다. 공장 전기가 끊겨 조명조차 없었다. 정전으로 배수용 수중 펌프를 가동할 수 없게 됐다. 배수 작업에 엄두조차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직원들이 떠올린 묘수는 ‘전기차 배터리’였다.제강공장 김태우 부공장장은 본인 소유의 전기차 배터리를 연결해 임시방편으로 공장에 전기를 공급했다. 어두웠던 공간에 한줄기 빛이 쏟아졌다. 희망이 생겼다. 전기차를 소유한 직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수중 펌프를 가동하고, 소형 펌프에 전원을 연결했다. 전기가 끊긴 상황 속에서도 배수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색 아이디어는 복구 작업에 효율을 더했다.김 부공장장은 “낮에는 배수펌프를 가동하고 밤에는 사무실 불을 밝히는 데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했다”며 “배터리가 방전되면 인근 충전소에서 차를 다시 충전했다. 급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협력사 직원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전기·전자 설비의 핵심 부품인 제어 기판은 물에 닿은 채로 방치되면 부식이 돼 복구가 영구적으로 불가능하다. 신속히 세척한 후 건조해야 한다. 직원들은 침수된 장치를 하나하나 분해해 물로 청소한 후 헤어드라이어와 온풍기를 활용해 건조작업을 했다. 수많은 제어 장치를 수작업으로 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작업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구석구석 남은 물기를 싹 제거하기가 어려웠다.에어컨 정비 전문 협력사인 ‘아이랙스’ 의 김태복 과장은 고추 건조기를 활용해 에어컨 안의 제어용 기판을 건조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고추 건조기를 활용하면 직원들이 직접 건조 작업을 하지 않아도 한 번에 대량으로 제어용 기판 건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고향 집에서 사용하던 농기계인 고추 건조기를 직접 싣고 와 전기 수리공장 한쪽에 설치했다. 대량으로 제어용 기판 건조를 시작했다. 낮에는 기판의 세정 작업에 집중한 후 퇴근 무렵 고추 건조기에 기판을 넣었다. 다음 날 아침 물기가 바싹 마른 건조된 기판을 꺼낸 뒤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 설비 건조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전기·전자 제어장치를 담당하는 EIC 기술부의 한 직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활약을 이어가는 헌신적인 협력사 직원들 덕분에 제철소 완전 복구가 멀지만은 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제3의 영웅, 포항 시민들“포스코 힘내세요! 포항 시민과 영원히 함께할 포스코를 응원합니다!”포항제철소에는 연일 응원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포스코를 향한 응원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자매결연, 혁신허브 활동 등으로 포스코와 인연을 맺은 한울·서림·기쁨의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왔다.포항 시민들의 지원 물품도 속속 도착했다. 포항 향토청년회, 포항 소기업연합회 등 여러단체에서 비타민 음료, 떡 등 간식을 전달했다. 포항 신광면 원법사의 주지 해운스님은 밤새 아궁이에 불을 때며 구운 절편 2천명분을 포장까지 손수 해 전달했다.포항제철소의 자매 마을에서도 애정어린 마음을 보내왔다. 품질기술부와 자매결연을 맺은 죽도시장 수산상인회에서는 구운 계란과 떡 등을 현장에 전달했다. 구룡포읍 삼정1,2리, 해도동 대해불빛시장 상인회, 영일대 북부시장 상인회 등도 성원했다.이백희 포항제철소장은 “어려운 시기임에도 선뜻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서준 시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현재까지 2·3전기강판, 1·2냉연, 1·2열연, 2·3후판 등 15개 공장이 재가동됐다. 이달에는 도금과 STS 1냉연 공장이 작동 대기 중이다.포항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직원들의 헌신과 기지에 힘입어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은 매서운 날씨에도 뜨겁게 순항 중이다. “포스코의 저력은 불가능의 목표를 가능으로 만드는 것”인터뷰 손병락 포스코 1호 명장 1977년 4월 25일 입사한 손병락(65) 명장은 현대조선(現 현대중공업)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시운전을 마치고 배에서 내려 퇴근길에 정문에서 판매하는 신문에서 포항제철(포스코의 옛 사명) 모집공고를 보고 시험에 응시해 입사했다. 당시 공무부 전기수리과로 입사해 전력 계통 및 제어 업무를 6여 년을 했다. 그 후 변압기 업무를 5년 한 후, 1987년 11월 고전압전동기 업무 책임자로 회전기 업무를 시작했다. 2014년 6월까지 전동기, 발전기, 변압기, 차단기 등 전기기기 관련 업무를 해왔다.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인도네시아로 해외 기술 지원을 나갔을 때 포스코 명장 1호로 선정됐다. 귀국 후 2016년부터 2017년 말까지 2년간 고객사 솔루션 기술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입사 이래 46년동안 거의 전기 분야에 힘을 쏟아 왔다. 최근 손 명장과 비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처음 수해 현장을 봤을 때 어땠나.△눈앞이 캄캄했다. ‘이것 정말 큰일났다’ 싶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전례없이 전원을 차단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정말 모든 전원을 차단했을까?’, ‘우선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이니 대피 해야한다’ 등 머릿속에 정말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전원이 차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기실이 침수되면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 전원 차단 여부가 가장 중요했다. 다행히 가동전 전원 차단 지시가 있었기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전원 차단이 정말 신의 한 수 였다. 몇백 번을 다시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결정이다.- 복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물이 빠지고 진흙 덩어리가 돼 있는 설비를 보며, 전원이 차단됐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 복구의 희망을 엿봤다. 전기는 물과는 상극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우리 기술자의 몫이므로 46년의 직장 생활을 이 분야에서만 몸 담아온 나의 시각에서는 충분한 가능성이 보였다. 제철소내 설비를 집어삼킨 흙탕물의 전기적 특성만 파악한다면 가능하다 판단해 바로 샘플링해서 시험을 했고, 그 결과 복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복구 계획은 어떻게 세웠는지.△처음에는 오직 어떻게든 설비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복구를 해내지 못하면 우리는 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암울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모든 설비를 움직이는 동력원인 전동기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가 핵심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했고, 주기용과 보기용으로 구분 복구방안을 경영층에 보고를 드렸다. 인력, 예산, 신경 쓰지 말고 수행하라고 재가했다. 경영층의 믿음과 신뢰 속에 구체적으로 자재, 장비, 인력 수급계획을 수립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복구 중 뿌듯했던 일과 힘들었던 순간은.△1열연복구를 마치고 3후판 압연기용 전동기 복구 작업중 현장에서 회장을 비롯한 경영층에 복구 상황 중간보고 시 경영층이 우리에게 보여준 신뢰와 격려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현장 여건에 따라 설비 성능 복원 작업은 정말 다양하게 전개된다. 설비 성능 복원작업 진행 중 계획과 다르게 일부 설비의 성능 확보가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상황도 생겼다. 기술자로서는 가장 난감한 상황이다. 이럴 때마다 품질, 공기, 방법, 향후 잔존수명 등에 대해 제작사를 비롯한 주변의 관련 기술진의 다양한 의견을 경영진이 믿음 하나로 격려하고 힘을 실어줄 때 가장 뿌듯했었던 것 같다. 경영진, 동료들의 신뢰가 있었기에 복구도 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 후배들, 포스코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우리는 지난 54년간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 그것을 가능으로 만들면서 오늘날의 포스코가 됐다. 이것이 우리의 힘이고 포스코의 저력이다. 힘을 모으면 못할 일도 못 이룰 일도 없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번에 한 마음으로 단합해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이 지옥 같은 터널을 무사하게 지나와 또다른 신화를 만들어 왔다.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선배들의 오랜 경험과 기술을 후배들의 명석한 두뇌로 재 정리하고,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우리의 기술로 발전시키고 승화시켜 주기를 당부한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포스코인 모두가 포항 시민이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동반자이다. 포항이 없는 포스코도 없고 포스코 없는 포항시도 존재할 수 없다. 이번 침수피해 복구과정에서 보여준 수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원을 보며 포항 시민은 또 다른 포스코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포스코는 해 낼 것이라고 믿고 응원해 주고, 빠른 복구를 위한 아낌없는 지원에 감사하다. 우리는 하나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포스코는 영원히 포항과 함께 할 것이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3-01-01

군위군, 7월부터 대구시 편입… TK 정치지형도 바뀐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의 산물인 ‘경북 군위군에서 대구시 군위군으로의 편입’이 2022년 12월 8일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23년 7월 1일자로 최종 확정됐다. 군위군의 대구 편입은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의 전제 조건이기도 해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제정 작업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 이면에는 대구와 경북지역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구 재편 문제가 발생한다.당장 2024년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는 만큼 정치권은 경북의 경우 군위군이 빠진 자리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가 고민이고 대구 선거구도 군위군의 편입 지역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물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이라는 최종 관문을 남겨 두고 있지만, 고민거리는 상당히 많다.군위군의 대구 편입에 따른 선거구 변화는 2023년 1월 31일 선거구 획정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하한선 13만9천명, 상한선 27만8천명의 기준을 두고 여러 가지 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지역 정치권의 선거구 개편에 대한 의견들을 종합해 대구시와 경북도 선거구 조정을 심도있게 살펴 본다.□ 경북 선거구 변경은 예천군 안 유력경북 도내 선거구에서 현재 군위군은 의성·청송·영덕과 한 지역구로 묶여 있다.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의 지역구인 이곳의 인구는 선거구 인구 하한선을 겨우 넘는 13만9천221명으로 경북지역 13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인구가 적다.군위군 2만3천여명의 인구가 대구로 편입되면 의성·청송·영덕 지역구는 인구 하한선에 미치지 못해 독립 선거구가 되지 못한다.이에 따라 이 선거구에 현재 안동과 한 선거구인 예천군을 군위군이 빠진 자리에 대입시키는 안이 가장 유력하다. 이를 경우 예천군의 인구가 5만5천여명이기 때문에 인구 하한선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지역구 국회의원 수도 줄지 않고 그대로 유지가 된다.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최근 이 안이 별다른 무리 없이 선거구를 조정하는 방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을 정도로 실현성이 높다고 관측된다.인구 15만7천명인 안동은 단독 선거구 유지가 가능하고 문경시와 같은 선거구였던 19대 총선(2012년) 이후 단 한 번도 지역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예천으로서는 정치적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장점도 있다.문제는 예천군이 선거 때마다 지역구가 조정됐기 때문에 예천군민들은 다시 분리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여기에다 안동시는 경북도청 신도시를 예천군과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도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근거로 예천군의 분리를 반대하는 분위기다.또 다른 안은 영주·영양·울진·봉화 선거구에서 울진군을 군위군 자리에 포진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이 안은 4만7천명인 울진군이 빠져나가면 인구 소멸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나머지 지역의 불안감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해 역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농후하다.또 울진군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영덕군과 분리됐다가 다시 합쳐지는 안이기에 잦은 변경이 반가울 리 없다.세번째 안은 경북 북부지역 선거구를 인구수에 맞춰 ‘ㄱ자’나 ‘ㄴ자’ 형태로 변경하는 내용도 거론되지만, 이를 경우에는 자칫 잘못하면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이 1곳 감소할 수 있어 일찌감치 제외된 상황이다.이렇게 되면 과거처럼 생활권과 문화가 다른 지역이 한데 묶여 갈등 요소로 작용하는 상황이 다시 재현될 수 있어 채택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그동안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두고 경북지역 일부 국회의원이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도 바로 이같은 의석수 감소라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기에 선호할 수 없는 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대구 선거구는 동구을·군위 될 듯대구시 군위군이 되면 선거구는 동구을이나 북구을과 합쳐 단일 선거구로 묶이게 된다.어느쪽으로 합쳐지느냐에 따라 공천 판도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현 지방의원과 출마 희망자들의 희비도 엇갈릴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군위군의 인구는 경북지역에서 울릉군과 영양군 다음으로 적어 대구 선거구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지도상으로는 대구 동구 중대동, 신무동, 용수동과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동산리가 약 5㎞ 정도의 경계가 맞물려 있어 이 선거구로 합쳐질 가능성이 크다. 군위군이 동구을과 한 선거구가 되면 전국에서도 꽤나 넓은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있다.하지만, 군위군 부계면과 동구을과는 지리상으로만 연결고리가 있을뿐 팔공산 능선이 대부분을 차지해 생활권과는 거리가 멀다.두 지역을 왕래하기 위해서는 산을 넘거나 팔공산터널을 지나 칠곡군의 거쳐야 하는데다 영천시를 우회해야 하는 단점이 있어 지역구 관리에 상당한 불편함이 따른다.실질적인 군위군의 생활권은 칠곡군 동명면으로 인해 직접 대구시와 접한 곳은 없어도 북구을과 가깝다. 또 군위 출신 유권자의 다수가 북구을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감안하면 위치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한 선거구로 묶여도 무방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군위군 출신들이 많이 사는 북구을 국회의원 선거 때 군위 유권자들이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즉 군위 출향 인사들의 결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그러나 경계를 마주하는 지역이 없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게리멘더링식으로 평가될 수 있는 단점으로 인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부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생활권과 지리상 단점 극복은 동명면과 가산면 편입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경북 칠곡군 동명면 혹은 가산면을 대구시로 편입하면 해결된다.칠곡군 동명면을 편입하면 팔공산터널, 가산면을 편입하면 5번 국도를 통해 연결된다. 칠곡군 동명면은 오래전부터 대구 편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하지만 동명면과 가산면이 대구시에 편입될 경우 칠곡군의 영역과 인구가 줄어드는 등 큰 손실로 인해 칠곡군이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불가능하다.팔공산에 가로막힌 대구와 군위를 한 번에 바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앞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항길을 감안한 직통 터널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단점은 산지의 면적에 대한 압박이 크고 대구∼군위 사이 경계선의 팔공산이 도립공원 지역이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 논란 및 개발제한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2월 16일 군위군청을 직접 방문해 “대구가 첨단산업단지를 만들 곳은 군위밖에 없다”며 “대구 동구와 군위로 직접 갈 수 있는 도로가 없기에 동구 파계사와 연결되는 팔공산터널을 새로 뚫어 대구와 연결하고 새로운 도로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원은 1석 이상의 증가 효과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도 의석수와 지역구 조정 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제8회 지방선거에서 이미 선출된 경북도의원은 그대로 대구시의회 의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에 대구시의회는 군위 몫의 의석 한자리가 늘어나 총 31석이 되고 경북도의회는 도의원 한 석을 잃게 되면서 현재 60석이 59석으로 줄어든다. 심지어 경북도의회는 선거구 획정 인구의 상하 편차 기준이 기존 4배에서 3배로 줄어들어 의원 정수가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고민거리다.이에 반해 대구시의회는 의석수 한 석이 늘어나면서 전문위원 수가 증가한다. 현행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시의원 ‘30명 이하’일 경우 전문위원을 총 7명 이내로 두도록 명시돼 있다.군위의 편입으로 대구시의원 수가 31명이 되면 ‘40명 이하’에 해당해 전문위원 2명을 추가로 두게 되고 현재 상임위원회도 1∼2개 더 늘일 수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2023-01-01

포항, 철강도시 넘어 ‘K-배터리 1등 도시’를 선도한다

포항시가 ‘K-배터리 1등 도시’로서 대한민국의 배터리산업 글로벌 탑티어(일류강국) 도약에 앞장서고 있다.포항시는 미래 신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배터리(이차전지)에서 초격차의 R&D(연구개발)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지속 확장하는 데 성공하면서 ‘K-배터리 선도도시’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여기에 더해 포항시는 차별화된 기반을 바탕으로 정부가 첨단전략산업의 글로벌 초격차 경쟁력 확보와 지속 성장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하는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동반 유치 성공을 다짐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 핵심 첨단산업인 이차전지의 ‘쾌속충전’에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세계적인 배터리 허브도시’로 한 층 도약해 나가며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현재 전 세계는 탄소중립을 화두로 에너지 페러다임 전환에 대비해 시장 선점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전기차 등에 활용되며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이차전지는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산업 패권의 핵심 열쇠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포항시는 이러한 시대적인 큰 흐름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결과, 2019년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시작으로 미래전략산업 육성과 대규모의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며 배터리 산업을 앞세워 철강중심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특히, 포항 배터리특구는 전국 29개 특구 중 신산업 분야 규제혁신이 지역경제 성장과 지역균형 발전을 선도하고 일자리 창출을 견인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둔 우수사례로 인정받아 지난해 전국 최초로 3년 연속 우수 특구로 지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최고의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갖춘 포항포항시는 배터리 관련 R&D 및 인프라 구축과 규제 개선 등의 기반이 된 특구 지정에 힘입어 (주)에코프로, (주)포스코케미칼, GS건설(주) 등 Big3 앵커 기업을 필두로 중소 전후방 기업들로부터 현재까지 4조1천634억 원(MOU기준)의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또한, 2021년 준공된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는 포항이 대한민국 배터리 선도도시로 도약하는데 핵심 촉매제가 되고 있다.반세기 철강 산업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왔던 포항은 이제 배터리 산업의 전주기적인 밸류체인을 완성해 가며 ‘세계적인 배터리 허브도시’로 도약하며 미래 100년의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열고 있다.포항시는 이차전지산업 인프라 구축에 어느 도시보다도 집중하며,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 ‘인라인 자동평가 센터 구축’ 등을 순조롭게 해 나가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나갈 방침이다.포항이라는 한 도시 차원의 성장을 넘어 대한민국의 압도적인 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가 될 것으로 시는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에 따라 올해 상반기 선정 예정인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기반시설 구축 및 세제 감면 지원 등 전략산업의 혁신발전과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다양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어 글로벌 기업의 포항 투자가 혁신적으로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화상면담으로 속도가 붙은 테슬라의 아시아 제2공장 기가팩토리의 한국 투자와 관련해 포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경쟁력을 갖춘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있다.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이 내세우는 ‘이차전지 특화단지’지정 최적지로의 가장 큰 강점은 배터리 앵커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한 기업 집적화와 국가적인 지원에 힘입은 클러스터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해 초격차의 전략산업 성장 기반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더불어 포항은 테슬라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부품’ 등 수급에 모두 용이하다. 포스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용 프리미엄 철강 생산·수급 체계가 구축돼 있으며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연관기업의 집적화로 최고의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고, 인근 경주 등의 자동차부품 클러스터도 가까워 전기차 부품 수급 역시 쉽다는 장점이 있다.또한 포항은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가속기연구소 등 대학과 연구소, R&D기관이 밀집해 있어 이차전지 분야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지원할 생태계를 갖추고 있고, 동해선 철도,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경주공항 등 광역교통망체계와 동해 유일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을 보유하고 있어 항만물류를 활용한 배터리 원료, 소재 유통과 공급이 수월한 것도 모두 이점으로 통한다. 포항 경제 대도약할 최대의 기회향후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건설되면 포항에서 생산된 배터리 관련 제품이 전기차(자동차)소재 산업 등에 특화된 경북 여타 시·군과 연계해 전 세계로 편리하게 수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 유치는 배터리특구,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 등 이차전지 관련 클러스터와 연계된 시너지 또한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함께 테슬라 기가팩토리 포항 유치는 지난 1973년 포항제철소 1기 준공 이후 반세기 만에 찾아온 포항 경제 대도약의 최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포항의 미래 100년을 책임지는 신산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하는데 경북도를 비롯해 지역의 산학연관과 모든 역량을 모으고 있다.포항시는 경북도 등과 함께 ‘경북 이차전지 산학연관 혁신 거버넌스’ 출범을 시작으로 ‘경북 이차전지 특화단지 타당성 분석’ 착수보고회와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 국제컨퍼런스 2022’,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포럼’ 등을 연이어 열며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지역의 혁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K-배터리가 초격차의 경쟁력을 지속 확보하기 위해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반드시 포항에 유치돼야 한다”면서 “포항이 철강도시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략산업을 견인하는 세계적인 신산업 경제도시로 도약하는데 더욱더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23-01-01

‘세계로! 미래로!’ 대구와 경북 ‘통합신공항’으로 힘찬 비상

대구시에 군위군이 편입되며 2030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대구와 경북의 미래 신성장산업의 육성기지가 될 전망이다.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 상생 발전은 물론 기업 유치를 위한 산업단지와 공항 복합신도시 등이 조성됨으로써 대구 경북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터전이 마련되는 것이다.지난해 12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전제 조건이었던 군위군 대구 편입이 담긴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2023년 7월 1일부터 군위군은 경북도가 아닌 대구시가 된다.넓이 614km²인 군위군이 편입되면 대구시의 면적은 884km²에서 1천498km²로 늘어나 전국 특별·광역시 중 가장 넓어진다. 대구시는 넓어진 면적과 풍부한 가용자원이 미래 신산업 육성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으로 각종 인·허가 등 법정사무에 대한 군위군의 원활한 협조로 통합신공항 건설사업 추진도 탄력을 받게 된다.군위군도 인구유입에 따른 소멸위기 극복은 물론, 첨단산업단지 유치와 문화·관광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 마련하는 등 도시 수준의 사회기반시설 확충, 교육과 의료서비스 향상이 기대된다.대구시는 군위군 행정구역 변경에 따른 후속조치로 주요 사업계획 검토(도시·교통계획, 학군 조정, 농업·상수도 분야), 자치법규 정비, 국·공유재산 및 물품인수, 사무 인계인수, 세입·세출예산 조정, 전산시스템 정비, 각종 공부정리, 안내표지판 정비 등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다.□ 통합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 청신호통합신공항 건설의 전제 조건이었던 군위군의 대구시로 편입문제가 해결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신공항 특별법 통과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군공항 이전으로 시작된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은 사업추진 초기부터 10조 원이 넘는 공항 건설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와 함께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결정되고 난 후에도 지역에서는 찬반이 들끓었다.그러나 민선 8기 홍준표 시장이 취임하고 난 뒤 수도권 집중을 막고 중앙과 지방이 균형 발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요구하고 사업 추진 우려 요소인 군 공항 건설비 부족 시 국비 지원과 배후 산업단지, 연결 교통망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통합신공항 건설이 가시화되고 있다.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선결조건인 경북 군위군의 대구 편입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골자로 하는 ‘경북도와 대구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법률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7월부터 군위는 대구로 편입된다.이에 홍 시장은 국회에서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을 발의한 민주당 송갑석 의원을 만나 통합신공항 특별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 위원인 민주당 최인호, 맹성규, 한준호 의원과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을 만나 설득하는 등 통합신공항 특별법안 연내 통과를 위해 국회와 광주를 오가며 총력전을 펼쳤다.통합신공항 특별법은 지난해 8월 2일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 등 국회의원 84명이 공동발의했다. 여기에는 민주당 의원 9명도 동참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민간공항 건설은 전액 국비로, 군 공항 건설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하되, 부족분은 국비로 지원하게 된다. 기부 대 양여는 사업시행자가 군 공항을 새로 지어 기부하고, 기존 K-2 부지를 양여받아 개발하는 방식이다.또 통합신공항을 유사시 인천국제공항의 대체공항이자 ‘중남부권 중추공항’으로 규정하고, ‘중장거리 운항 및 최대중량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이 포함된 공항’으로 규모를 정했으며, 부담금 면제와 의제 처리 등 특례 적용도 담고 있다.홍 시장은 “특별법은 시점이 문제지만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본다”며 “인천공항 여객과 항공 화물을 가져오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제2경제권이 대구·경북에 생긴다”고 말했다. □ 중남부권 중추공항과 신경제권 형성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구·경북은 공항을 중심으로 광대한 공항 배후지를 보다 손쉽게 확보할 수 있어 공항 신도시 및 항공클러스터 구축, 통합신공항과 연계한 미래 신산업 발굴·육성이 용이해진다. 그동안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들고 싶어도 부지가 없어 애태우던 대구시는 신공항을 중심으로 공항복합도시, 국가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및 자유무역지대 등 다양한 신규 산업 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이런 가운데 대구시의 통합신공항 기본계획이 발표되면서 중남부권 중추공항과 공항을 중심으로 하는 대구·경북 신경제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홍 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통합신공항 건설, 군부대 이전, 대구시 신청사 개발 등 대구 미래 50년과 관련된 토목건설 사업이 적게는 60조 원 많게는 10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고 “대구공항과 군부대 이전 등으로 생기는 20곳의 후적지는 국내 메이저 건설사 5개가 동원돼도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대구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특히 홍 시장은 수도권 집중을 막고 중앙과 지방이 균형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합신공항을 중추공항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지난 8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홍 시장은 “인천공항이 화물의 98%를 독점하고 있는 현재의 공항 정책을 고수하면 지방 소멸을 막을 길이 없다”며 “인천공항 일변도의 여객과 물류를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가덕도, 무안 등 네 개로 분산시켜야 국가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며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막고 대한민국 산업의 재배치를 위해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인천공항 여객수송 능력의 25%, 항공 화물의 절반을 가져오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대한민국 제2경제권이 대구·경북에 생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는 공항신도시와 항공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용역을 추진하는 등 공항신도시 건설과 연계 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이는 공항신도시의 주거, 산업 수요를 분석하고 단계별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통합신공항을 경제·물류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용역에는 신공항 물류단지가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한 제반 여건분석과 사전준비도 포함되며, 공항 주변권역에 조성 예정인 푸드밸리(농식품클러스터), 테마파크(관광문화단지) 등의 개별 사업들도 기본구상을 마치고 입지선정 등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한다.의성군과 군위군을 비롯한 인근 시·군들도 통합신공항 건설에 따른 낙수효과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방소멸 1, 2위를 다투는 의성군과 군위군은 공항 유치로 2030년 이후 에어시티(공항도시)로의 변신을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의성군은 항공물류 정비산업단지 및 배후 주거단지 조성 외에 농식품 클러스터(푸드밸리) 조성과 관광문화단지(의성랜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군위군은 대구 편입과 민항 터미널, 군 영외관사, 배후산단을 통한 신도시 건설, 군위군 관통 도로 등 2040 종합발전계획을 마련 중이다.구미시는 지난달 23일 공항경제권 특례도시 전국 1호를 목표로 구미시 공항경제권 거점도시 특례사무 지정 신청 동의안을 구미시의회에서 통과시켰다.이와 함께 대구·경북선 철도 및 경북도청과 의성 간 도로 건설 등 연결 교통망 확충으로 물류단지와 신도시 공항 접근성 개선도 추진 중이다. □ 통합신공항 건설 2025년 본격 시동대구시는 오는 2025년 대구·경북 발전에 핵심 앵커시설이 될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시는 2022년 8월 국방부와의 협의를 거쳐 통합신공항의 기본계획에 대한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청사진을 공개했다. 통합신공항 중 민간 공항 부문은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조사를 수행 중이다.군 공항 청사진은 활주로 위치와 방향, 주요 군부대 시설 규모 및 배치 계획, 총사업비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군시설 이전도 주한미군, 미7공군 등과 실무협의를 통해 기본계획에 반영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사업기간은 2030년까지이며 이전사업비는 약 11조4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부지 면적은 16.9㎢로 기존 군 공항보다 약 2.3배 넓어졌고 활주로 2본, 계류장, 엄체호, 탄약고, 유류저장시설 및 건물 700여동 등이 배치된다.활주로 길이는 2.7㎞ 길이의 활주로 2곳을 건설한 뒤 이 중 1곳은 3.8㎞로 늘이는 방안을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유럽과 미주까지 운항할 수 있는 대형 여객기 취항을 위한 것이다.특히 신공항의 민간 공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3.2㎞의 민간 전용 활주로 1곳의 추가 건설도 국토부에 요청했다. 주활주로는 3.8㎞ 길이를 갖춰 시간당 50회 이상 항공기 운항이 가능한 규모로 건설한다. 하지만 통합신공항의 특성상 군과 민간이 같이 활주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2045년부터 수요 처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대구시에 따르면 2035년 통합신공항은 우리나라 전체 국제 항공여객 수요의 14.2%인 1천998만 명, 국제 항공화물 수요의 25.1%인 148만t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했다.2060년이 되면 국제 항공여객 수요는 2천887만 명, 국제 항공 화물 수요는 197만t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류장은 항공기의 원활한 운항 지원을 위해 여객기 53곳과 화물기 4곳을 포함한 57곳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됐다.화물터미널은 예측된 화물 수요와 화물터미널에 적용하는 시설 기준을 반영해 21만1천㎡(인천공항의 67.6%)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객터미널은 인천공항의 절반 수준인 53만3천㎡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객터미널에는 2030년쯤 상용화가 예상되는 도심항공교통(UAM)을 위한 버티포트, 공항 접근 교통수단이 집결된 환승센터, 감염병 대응 등 재난특화시설, 컨벤션·전시·복합문화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미래 50년 번영의 토대가 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중남부권 물류·여객 중심의 중추공항으로 건설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과 함께 남은 절차들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며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2030년 완공하고 2035년에는 민간 전용 활주로 1곳의 추가 건설을 추진해 명실상부한 중남부권 중추공항으로 발전시켜 유사 시 대응 능력을 높이고 지방경제의 비즈니스공항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23-01-01

소형모듈원자로 연구개발 ‘원전 최강국’ 다시 새긴다

경북도가 글로벌원전시장 메카로 도약한다.경북도가 글로벌원전시장 메카로 도약과 동시에 원전시대를 활짝열고 미래먹거리 확보에 나선다.경북도는 국내원전 26기중 절반을 보유한 원전도시이자 향후 원전클러스터 집적지로 대한민국의 미래뿐 아니라 경북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지난 5년간 주춤한게 사실이다.앞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정책을 공식화, 기존 원전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은 물론 건설예정된 신규원전마저 건설을 취소하는 등 탈원전정책을 노골화 해 원전집적지로 비상하겠다는 경북으로서는 힘든 상황이었다.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윤석열 정부는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원전산업의 육성이 미래 국가의 경쟁력과 더불어 먹거리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라는 인식이 확고, 경북도가 추구하는 원전클러스터의 앞날을 비춰주고 있다.최근 진행된 신한울1호기 준공식 날 윤석열 대통령은 “신한울1호기 준공식과 연계해 우리나라 원전산업이 다시 도약하고 세계로 뻗어나갈수 있도록 원전생태계 복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지원하겠다”고 말해 경북도를 뒷받침했다. 그리고 이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이미 예정된 해외일정의 날짜를 조정하면서까지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원전미래 건설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 신한울1호기 준공으로 원전클러스터 탄력그동안 학수고대했던 신한울1호기의 준공으로 원전클러스터가 더욱 속도를 내게됐다.대한민국의 27번째 원전이자 경북의 13번째 원전인 신한울 1호기가 건설을 시작한지 12년 만인 지난달 14일 드디어 준공식을 개최하고 상업운전에 들어갔다.신한울 원전 1호기는 냉각재 펌프(RCP)와 원전계측 제어시스템(MMIS) 등 핵심 설비와 코드 등을 모두 국산화해 기술적으로 자립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APR1400)’이다.2010년 착공해 10년 만인 2020년 완공하고 1년 6개월의 시운전 끝에 2022년 12월 상업운전에 돌입했다.동일노형의 원전이 앞서 아랍에미리트(UAE)로의 수출에 성공했고 지금은 정부에서 체코와 폴란드 등으로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당초 2017년 준공 후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경주·포항 지진에 따른 부지 안전성 강화 조치, 기자재 품질 강화 및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 품질검증 등의 이유로 당초 계획보다 약 5년여 늦게 준공·상업운전 일정이 지연됐다.신한울 원전 1호기 상업운전으로 올겨울 전력 수급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신한울 1호기는 발전 용량 1400㎿(메가와트)로 연간 예상 발전량은 약 1만424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게 되며, 경북의 전력사용량의 23.5%에 달하는 규모로 국내 총 발전량의 약 1.8%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이번 신한울 1호기 가동으로 전력공급 능력이 지난해보다 5.5GW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경북 동해안은 중수로와 경수로 등 모든 원자로형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까지 위치하고 있어 원자력산업 및 RD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거점지역이다.전 세계 추세인 원전 세일즈 시대에 맞춰 경북도가 원전수출과 원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 및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의 메카로 발돋움해 나가고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번 신한울 1호기 준공으로 경북은 국내 원전 25기 중 13기의 원전이 가동하는 국내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으로 국가 전력수급계획과 에너지 정책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중단했던 신한울 3·4호기 조기 건설재개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다수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현재 공정률은 99%인 신한울 2호기도 올해 초 운영허가를 취득해 오는 9월쯤 상업운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에서 적극 건의해 나갈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 탈원전 폐기 선언윤석열 대통령은 울진 신한울 1호기 준공기념행사의 대독한 축사에서 “정부 출범 후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했다”고 밝히며 올해를 ‘원전 산업 재도약 원년’으로 규정했다.원전 생태계 복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을 약속하며 “올해 1조원 규모였던 일자리, 금융, 연구·개발 등 원전 산업 관련 지원을 내년에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더불어 신한울 1호기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APR1400 노형으로 계측제어설비와 같은 주요 기자재 핵심 기술을 완전 국산화한 최초의 원전”이라고 강조했다.아울러 “각국 정상을 만날 때도 APR1400 브로슈어를 들고 원전 시공의 신속성, 건설 비용의 합리성,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자랑을 해왔다”며 “세계 최고의 원전”이라고 덧붙였다.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당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도 밝혔다.윤 대통령은 4천억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약이 체결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원전 건설 시장이 더욱더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하며 “독자적인 소형모듈 원전(SMR) 개발에 총 4천억원을 투자해 미래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운영 허가가 만료된 원전의 계속 운전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은 특별법 제정과 핵심기술 확보를 통해 책임지고 관리하는 등 원전 건설과 운영에 있어서 방점을 ‘안전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도 밝혔다.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탈원전 정책에 따라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을 찾아 ‘탈원전 폐기’를 공약했었다.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신한울 1호기 준공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며 “신한울 1호기는 경북 전력 소비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함으로써 국민 경제와 산업계를 든든하게 뒷받침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경북도의 미래를 밝게헸다.이철우 도지사는 “소멸해가는 지역을 살리고 미래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은 원전클러스터가 최고의 대안인만큼, 정부의 탈원전폐기 정책과 궤를 같이해 그동안 중단된 원전건설로 경북의 미래를 밝게 열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경북도, 소형모듈원자로 연구·산업 글로벌 중심 도약경북도가 글로벌 원전시장의 새로운 먹거리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과 관련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해 원전 최강국 건설과 SMR 연구·산업 글로벌 중심으로 도약을 노린다.과거 대형원전으로 대표되던 글로벌 원자력 시장은 다양한 수요처에 공급이 가능하고 모듈화로 건설단가가 저렴하며, 화력대체,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 다방면 활용이 가능한 소형모듈원자로로 급변하고 있으며, 미래 SMR 시장선점을 위해 각국의 개발경쟁이 치열하다.IAEA(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0여 국가에서 71종의 SMR이 개발 중에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6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윤석열 정부는 국가 원전 생태계 복원과 원전수출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차세대 SMR 독자노형 개발 등 미래 원전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RD사업에 투자하고,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의 확대를 통해 원전 최강국의 지위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경북도는 경주 감포읍 일원에 국내 SMR 연구개발의 요람이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건립사업을 2025년 준공목표로 추진중이다.연구소와 연계한 SMR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대응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는 등 SMR 연구개발·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더불어 수소생산에 적합한 SMR인 고온가스로(HTGR)를 활용해 미래에너지라 불리는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원자력수소 생산실증 및 국가산단 조성을 통해 수소 저장·운송·활용 등 산업화한다는 전략이다.또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건립사업에 내년 국비가 반영돼 교육용 연구로 구축을 통한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이철우 도지사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회장을 만나 경북에서 추진 중인 SMR 국가산단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SMR 관련 글로벌 대기업 유치를 위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이철우 지사는 “세계적으로 소형원자로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기술개발 경쟁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에서부터 건설, 해체, 저장까지 원자력 전주기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해 원자력 재도약의 시대를 경북이 선도하겠다”고 말했다./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3-01-01

경북, 규제특구사업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파도 넘는다

규제자유특구는 규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신기술에 기반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지역에 지정되는 구역으로 2019년 4월 도입됐다. 이 제도는 신산업 전 분야에 걸쳐 지역단위의 규제샌드박스를 지정·운영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신기술과 혁신역량을 키우고, 지역 주도로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다.현재 경북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포항) △산업용 헴프(안동) △스마트 그린물류(김천)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경산) 4개의 특구가 지정돼 지역 신산업 육성 및 혁신기업들의 전진기지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경북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 포항의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경북의 ‘차세대 배터리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는 2019년 7월 전국 첫 ‘규제자유특구’ 지정 7곳에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경북도는 포항 영일만 산단과 블루밸리산단 2개 구역 약 17만 평에 이차전지 생산 및 리사이클링 기술, 설비를 갖춘 혁신기업인 에코프로GEM, GS건설, 피플웍스, 성호기업, 에스아이셀, 경북테크노파크를 특구사업자로 참여시켜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 빅뱅의 시대에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현재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배터리 배출량 증가로 리사이클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국내법과 제도의 기반 취약으로 배터리 관련 활용기술 개발 및 산업화에 어려움이 있어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신기술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특히, 2040년에는 신차의 절반 이상과 전세계 차량 가운데 3분의 1이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2050년 배터리시장 규모도 약 6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북도는 배터리(이차전지) 산업을 적극해 규제특구를 ‘배터리 국가선도 클러스터’로 육성, 이차전지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차전지 소재산업 종합 클러스터인 ‘가속기 기반 차세대 배터리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포항을 RD를 중심으로, 구미·포항 소재생산, 김천 실증, 경산 충전, 경주·영천 전기차 생산으로 5대 거점을 형성한다는 복안이다.사업도 순조롭다. 배터리 특구는 GS건설의 1천억 원 투자를 시작으로 에코프로, 포스코케미칼 등 총 5천552억 등 1조8천억 원의 민간투자와 기업투자, 1천531명의 신규고용 창출을 통해 배터리 핵심소재-배터리 완제품-전기차로 이어지는 전 주기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 생태계가 구축된 가장 성공적인 특구 모델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이 같은 성과로 지난 8월 중기부 운영성과평가에서 전국 최초 3년 연속 최우수 특구로 선정됐으며, 지난 6일에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최한 ‘국가균형발전사업 우수사례 시상식 및 성과발표회’에서 기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한편, 지난 2019년에 시작한 배터리특구는 2+2년의 실증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년 8월 실증 종료를 앞두고 있다. □ 안동의 산업용 헴프안동의 산업용 헴프 특구는 국내 최초 70년간 엄격한 규제로 버려지던 대마를 산업용 헴프 재배 실증, 헴프 관리 실증, 원료의약품(CBD) 제조수출 실증 착수 등으로 이어지는 고부가 산업화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2020년 7월 제3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지정, 2021년부터 4년간 사업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안동시는 임하면과 풍산읍 일대, 경산시 등 총 5개 지역 총 34만841㎡의 부지에 스마트팜 기업을 유치해 ICT융합기술을 활용한 산업용 헴프를 안전하게 재배하고, 헴프에서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고순도 CBD(통증과 염증을 줄이며 간질 발작을 조절하고 정신질환과 중독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성분)를 추출·정제해 원료 의약품으로 제조·수출하거나 대마 성분의 의료목적 제품을 개발·제조한다. 특히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안동시 바이오산업연구원 일대와 경산시에 이미 조성된 기반을 최대한 활용하고, 경북 바이오산업단지 2단지를 ‘대마기반 바이오산업 특화산업단지’로 육성, 바이오기업들의 투자유치에 집중하고 있다.안동이 ‘경북 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헴프재배 실증, 원료의약품 제조·수출 실증, 산업용 헴프관리 실증 등을 위해 바이오산업단지에 입주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특구 사업에는 산업용 헴프 재배 사업 19개사, 원료의약품 제조·수출 사업 14개사, 산업화 헴프 관리 사업 3개사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정부(식약처)도 올해 6월 규제혁신 100대 과제 중 하나로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해 의료용 헴프 제조와 수입 규제를 완화할 계획을 발표하며, ‘헴프’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에 힘을 더했다.경북도와 안동시는 올해 1단계 특구사업(재정지원) 종료 후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사업이 동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특구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례관리, 안착화 지원, 전주기 이력 및 보안관리 등 발전을 꾀하고 있다.현재까지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는 3차 특구 중 가장 먼저 실증에 착수했으며, 특구 내 기관 및 기업을 20개에서 35개로 확대, 고용창출(72명), 안동과학대학교 바이오헴프학과 신설을 통한 인력양성 등 한국 헴프 산업화의 표준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8월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우수특구로 선정돼, 추가 예산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받았다. □ 김천의 스마트 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김천의 스마트 그린물류 특구는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도심형 생활물류 산업화 선점을 목표로 미래 G-물류산업 육성의 신호탄으로 구도심과 신도심의 주차장 내 첨단IT기반 물류센터를 구축해 종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도심형 친환경 근거리 배송서비스를 실증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1년 6월 제8차 규제자유특구 심의위원회에서 지정받았다.이 특구는 올해 8월부터 오는 2025년 7월까지 총 290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김천시 구도심과 혁신도시 일원에서 11개의 첨단물류 혁신기업이 참여해 도심지 노외주차장을 이용한 주차장 겸용 스마트 생활물류거점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중소상공인 전용 풀필먼트 물류서비스(AI연동 재고관리, 온라인 주문연동, 분류, 포장, 반품 등 물류일괄대행서비스)와 중소상공인 제품 및 기존 택배물품의 이종 물류를 통합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도심 4㎞ 이내 구간 물류배송에 쓰이는 1t 디젤 트럭을 3륜형 전기자전거로 대체하고, 4차 산업기술을 활용해 물류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자 추진됐다. 경북도는 특구사업을 통해 △상생-협력모델 △지역 일자리창출 △신산업 육성 △탄소중립을 실현할 계획이다.현재 이곳 특구에는 메쉬코리아 본사이전 및 1천억 원 투자유치 등 쿠팡, 메쉬코리아, 알톤자전거 등 도심형 생활물류 통합플랫폼 6개사, 도심형 친환경 근거리 배송서비스 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경북도와 김천시는 11월 율곡동 지텍 크리스탈파크에서 출발해 이지더원 아파트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스마트그린물류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따른 카고바이크 실증을 실시 했다.이날 실증은 20명의 운전자들이 전기자전거·일반자전거·전동퀵보드·카고바이크를 타고 진행하는 등 기존 자전거도로를 운행하는 이륜자전거와 개인 이동장치인 전동퀵보드 등과 함께 주행하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주행특성 데이터 수집, 특례대상 차량 혼입 비율 변화에 따른 교통 영향도 분석 수행으로 2023년도 실제 사업에 대비했다.□ 경산의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특구경산의 무선충전 특구는 올해 8월 제8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경북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가 심의 의결돼 신규 특구로 지정 지난 9월부터 2026년 8월까지 4년간 총 사업비 185억 원 규모로 경산 지식산업지구 일원에서 국내 전기차 무선충전 분야 혁신기업 8개 사가 참여한 가운데 실증을 수행한다. 8개 회사는 그린파워, 화인파워엑스, 파워마스터반도체, GS커넥트, 에이스안테나, 레더스테크놀로지, 마이브, 바이에너지사다.무선충전 특구는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혁신을 통한 전기차 충전 패러다임 대전환이 핵심으로 유선에서 무선으로 충전방식을 전환해 사용자의 편리성과 안전성, 기기 간 호환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규제자유특구는 3가지 세부사업으로 구성된다. 먼저, 전기차 고출력 무선충전 실증으로 22kw급 무선충전 시스템의 선제적 실증과 향후 초고속 무선충전(50kw 이상) 국제기준 정립에 참여한다. 또 정유사의 미래형 주유소 신사업과 연계한 국내최초 도심거점 주유소 내 무선충전인프라 실증도 진행한다.마지막으로 초소형 전기차 무선충전 실증으로 주요기술 국산화 및 상용화 실증을 통해 물류, 택배 서비스 등 특수목적차량에 우선 적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럽 등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경북도는 이번 특구를 통해 미래차 신산업벨트 구축, 무선충전 산업생태계 조성, 신시장 창출, 혁신성장 거점 구축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 경북도 세포배양식품으로 5년 연속 특구 지정 추진2019년 포항 배터리 리사이클링, 2020년 안동 산업용 헴프, 2021년 김천 스마트 그린물류, 올해 경산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특구를 출범한 경북도는 2023년 지정 예정인 제9차 규제자유특구 신규지정에서도 ‘세포배양식품(배양육)’을 내세워 5년 연속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세포배양식품은 2028년이면 시장규모가 28조 원(연간 생산량 15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선진국도 세포배양식품을 인정하는 추세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식품을 식품으로 인정해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에선 2020년부터 세포배양 닭고기가 판매되고 있다. 세포배양식품의 선두국가인 네덜란드에서는 2013년 세포배양 소고기 패티를 개발한 바 있다. 현재 이스라엘, 일본, 중국 등도 연구개발과 스타트업 창업이 확산하는 추세다.경북도는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가 지정될 시 미래형 식품산업을 육성, 신시장을 주도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철저한 준비와 기획으로 5번째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에 세포배양식품 특구가 지정된다면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식품에 대한 선제적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다”며 “식품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기업투자유치,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1-01

동해안 균형발전 거점도시 조성, 지방소멸 위기 적극 대응

지난해 러-우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세계정세와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 오미크론 재확산과 가뭄, 9월 태풍 힌남노에 이르기까지 포항시의 상황은 결코 순탄치않았다.2023년의 경제 전망 역시 매우 어두운 상황이다. 특히, 포항은 힌남노로 인한 기업 피해가 지역 경제와 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항시 행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세계 변화의 흐름에 철저하게 대응해 지속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 자연과 조화로운 친환경도시, 시민의 삶이 즐거운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안전도시 포항2023년을 안전도시 원년으로 삼아 재난 인프라를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어떠한 재난에도 철저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우선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도시 종합계획 용역을 시행해 도시 전체의 안전진단과 방재 성능을 재검토하고 침수 예방과 통수능력 향상을 위한 종합방안을 강구한다.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냉천, 칠성천, 지바우천, 대화천, 장기천에 대해서는 1천716억원의 국도비 예산을 투입해 개선복구사업을 시급하게 추진하고, 도시 침수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우회 대배수터널’과 차수벽 같은 대형 안전인프라 사업도 착실히 준비한다. 이와 함께 빗물펌프장 개선, 국가하천 정비, 항사댐 건설, 저수지 홍수기능 강화와 같이 당장 할 수 있는 사업들은 신속하게 추진한다.3천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형산강 하도 준설은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오천 지역 치수관리를 위한 항사댐은 예비타당성 면제 등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2024년에 착공될 수 있도록 환경부와 적극 협의할 계획이다.□ 신성장산업 확장임기 내 총 50개사 10조 원의 투자유치를 목표로 신성장 핵심산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민관합동 기업유치위원회’를 활용해 글로벌기업을 유치하고, 과감한 세제혜택과 정책지원을 위해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회발전특구, 연구산업진흥단지, 국가전략산업 특구에 지정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한다.먼저 이차전지 산업은 글로벌 배터리 거점도시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포항을 국가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만들어, 기업들에 우수한 인프라와 연구 지원, 세제 혜택을 제공해 경쟁력을 높인다. 바이오·헬스 산업도 적극적인 투자로 핵심기술과 시장을 선점한다.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위해 의료계와 인식을 공유하고, 민간기업 유치를 통해 ‘스마트병원’과 ‘의과학융합연구센터’ 건립에도 고삐를 당긴다.포항을 친환경에너지 도시로 만들 수소경제 활성화를 꾀한다. 수소연료전지발전 클러스터 예타가 통과되면 입주를 희망하고 있는 72개 기업과 함께 내년부터 블루밸리 산업단지에 신속히 조성될 수 있도록 하고, 청정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정부 전략에 발맞춰 연료전지 클러스터와 수소도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포항이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표준으로 만든다.이차전지, 바이오, 수소의 3대 주력 산업과 함께 융합과 혁신의 기술기반으로 새로운 기회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사람 중심의 친환경 도시 건설도심 곳곳에 푸른 숲과 산책로를 확장해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보행친화도시를 조성한다. 포스코대로와 희망대로에 숲길을 조성해 철길숲을 중심으로 도심 전체를 연결하는 녹색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철길숲에 시민광장을 만들고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안둘레길을 내년에 모두 연결하겠다.4대 하천 생태복원에도 더욱 박차를 가한다. 학산천 복원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구도심 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양학천 복원을 위한 절차도 미리 준비해서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계획이다.사람이 모여드는 활기차고 편리한 도시환경 조성과 교통 인프라 혁신을 추진한다. 수서행 고속철도 유치와 포항역 주차장 확충으로 광역철도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고, 국도 31호선 확장과 국지도 20호선 건설, 도심순환 3축 가로망 개설로 시민 교통난 해소 및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옛 포항역 철도부지 복합개발을 위한 기반시설을 내년 준공하고, 2천896억 원 규모의 흥해특별재생사업도 신속하게 마무리 짓는다. 스마트 교통정보 시스템 구축,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 및 환호공원 주차타워 조성으로 시민 교통 편의를 증진한다.□ 문화관광 친화도시 건설포항만의 천혜의 해양자원과 조화로운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천만 관광도시로 도약시킨다는 방침이다.영일대해수욕장과 어우러지는 특급호텔과 해상케이블카를 통해 전국 최고의 도심 해양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과 산림복지단지를 차질 없이 추진해 동해안 해양힐링의 중심지로 조성한다.또한, 국제 서핑특화지구를 조성하고 다양한 해양레포츠 프로그램도 계속 늘려 포항만의 즐길거리를 만든다.새롭게 개장한 문화예술팩토리와 꿈트리를 중심으로 시민의 문화접근성을 높이고, 남북구 거점도서관 운영과 시립미술관 제2관, 복합 문화예술체험거점 조성, 석곡기념관과 역사박물관 건립으로 문화도시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다목적 체육센터와 다원복합센터, 생활체육파크 등 시민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 인프라 구축에도 만전을 기한다.□ 나눔과 공존의 복지 실현생애주기별 공감복지를 제공하고 저출생·초고령화의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강화한다.영유아 긴급돌봄 체계 강화와 다함께 돌봄센터 확대로 안전한 보육환경을 만들고, 청소년 문화의 집을 남구에도 설치하고 다양한 문화체험과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개설해 미래교육 환경을 조성한다.어르신들의 경제 자립을 위한 일자리를 지속 확대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복합커뮤니티센터와 스마트돌봄을 강화하고, 근로자 복지를 위한 다목적 복지센터 건립한다.권역별 보건지소와 진료소를 통합해 수준 높은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지마을 주민을 위한 화상진료시스템과 찾아가는 의료봉사를 확대해 나간다.흥해읍으로 이전하는 북구보건소는 토털케어 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고, 현재의 북구보건소는 건강생활지원센터로 리모델링해 만성질환 관리에 집중한다.□ 올해 포항 시정 방침올해 시정은 지난 8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들을 마무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 백년 지속가능한 포항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더욱 집중한다.경북 동해안 100만명의 인구가 포항을 중심으로 수도권 못지않은 문화, 의료, 교육, 복지, 교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포항을 ‘동해안 균형발전 거점도시’로 만들어 수도권 집중과 인구감소, 지방소멸의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추모공원과 포항에코빌리지 등 도시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들은 행정의 지속성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또한, 대학과 기업 등 산학연과 인근 도시와의 광역협력을 강화해 시정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인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포항의 미래가 달렸다. 그 어느 때보다 단합된 힘과 지혜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시민의 의지와 지혜를 담아내는 시정으로 ‘함께하는 변화 도약하는 포항’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세계로 도약하는 환동해중심도시 포항’을 만들어 가는 길에 시민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23-01-01

구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함께 나래 펼친다

□ 통합신공항 최대 수혜지역구미국가5산업단지는 군위군 소보면에 들어서는 통합신공항과의 거리가 불과 10㎞ 내외에 불과하다. 이는 내륙에 위치한 구미공단의 물류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산단의 경우 IT전자, 광학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주요 수출 품목인데, 전체 수출액의 53%(158억불)가량을 인천공항(항공물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통합신공항은 기존 구미공단의 물류체계 변화와 함께 새로운 신성장 산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구미시는 통합신공항 시대를 맞아 명실상부한 K-신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전략산업 육성과 기업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미시가 추진하는 전략산업이 바로 반도체 특화단지와 메타버스 혁신특구, 방산혁신클러스터사업이다. 구미시는 이들 산업들을 통해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양질의 일자리 제공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소비력을 높이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반도체 특화단지 구축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육성을 위해 2022년 8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제정하고, 반도체 분야를 포함한 전략산업의 육성, 특화단지 지정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리고 5년간 340조원 이상의 기업투자를 촉진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고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경북도와 구미시도 구미공단에 ‘첨단 반도체 소재·부품·설계 특화단지’구축에 나섰다. 구미는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에서 유일하게 소재 부품부터 수요기업까지 반도체 전 공급망이 완비돼 추가 비용없이 이미 조성된 반도체산업 기반으로 신속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과 성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구미에는 삼성전자, LG이노텍, SK실트론 등 글로벌 대기업과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 123개 업체가 이미 밸류체인을 형성해 있고, 구미국가5단지(2단계) 81만평을 활용한 대규모 투자와 반도체 생산 필수인 풍부한 공업용수(일공급 4만3천㎥, 가동률 23%)와 안정적인 전력(5공단 내 에너지센터 건립 중)이 완비돼 있다.또 통합신공항 예정지로부터 20분 거리로 물류 경쟁력 확보와 산·학·연간 연대와 협력으로 ‘차세대 반도체 분야’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양성 및 관리 강화로 반도체 성장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무엇보다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산업 클러스터를 구미까지 확대해 국가 균형발전의 돌파구로 삼을 수 있어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하고 있는 현 정부에도 균형발전을 촉진할 기회가 될 수 있다.구미시도 김장호 시장과 반도체기업(SK실트론, LG이노텍, 삼성SDI, 매그나칩반도체, KEC, 원익큐엔씨, 엘비루셈,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코마테놀로지), 반도체실무위원회, 용역사 등이 참여하는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전략회를 통해 특화단지 지정 분야 및 요건 등을 검토하고 대응 상황과 추진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또 전략회의 결과를 토대로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세부 시행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특히, 김 시장은 수시로 반도체기업들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업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구미시는 지역의 산업 생태계 다양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방위산업은 최첨단기술개발의 국가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과학기술적 파급효과가 매우 높은 산업이기에 이미 선정된 창원, 대전을 비롯한 충남, 경남, 울산, 광주 등 국방벤처센터가 있는 지역 모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방산혁신클러스터사업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국비 245억원과 지방비를 포함해 500억원 이내의 사업비로 (가칭)첨단방위산업진흥센터 건립 및 시험장비 구축, 기술개발지원, 인력양성 및 창업 지원 등을 진행하게 된다. 비롯 사업비는 그리 크진 않지만, 앞으로 방위산업을 통한 지역의 신기술 개발 및 발전은 물론 제조업 중심의 구미가 RD 관련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방사청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은 국방 5대 신산업(AI, 로봇, 반도체, 우주/항공, 유무인) 관련 지역특화클러스터를 통해 방산중소벤터기업의 기술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2026년까지 이미 선정된 창원과 대전을 포함해 6개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구미시는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내륙최대 국가산업단지 1천94만평을 보유하고 있으며, 2천400여개 제조업체가 통신장비, 반도체, 전자부품, 5G, 부품소재 등을 주생산품으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국가산단 중 전기, 전자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방산 10대 기업에 속하는 LIG넥스원, 한화 시스템 등 대기업을 필두로 139개 방산업체가 구미에 위치해 있다. 또 방위사업청 방산기업 원스톱지원센터, 국방기술품질원 유도탄약센터,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방산육성사업2단(구미국방벤처센터 포함) 등의 유관기관과 방사청 전문인력양성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금오공대를 비롯해 연구기관, 특성화고 등 우수 인재도 풍부하다. □ 공항배후도시 조성 박차구미시는 통합신공항 조성으로 인한 공항배후도시로서 갖춰야 할 인프라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광역교통망 확보로 접근성 개선 및 물류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미∼군위 간 고속도로 건설 추진 △장천∼군위IC 국도 67호선 개량 △5산단∼서군위IC 지방도 927호선 확장 △서대구∼의성 광역철도(신공항 경유)에 동구미역 신설 △신공항 연계 대중교통 구축 및 지능형 교통체계(ITS) 사업을 추진한다.또 공항 연계 도시기본계획 수립 및 배후단지 공동주택 보급을 위해 제5차 국토종합계획, 경북도 종합계획 등 상위계획 반영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신공항 배후지인 구미 5산단 내 1만1천380세대 공동주택을 보급할 계획이다.김장호 구미시장은 “통합신공항 시대 도래와 함께 구미시가 통합신공항 배후도시로서 명실상부한 K-신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산업 생태계 구축과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3-01-01

연말연시 ‘위로와 위안의 선물’ 책 한권 어때요

그 옛날 현자(賢者)들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그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책망할 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인터넷과 휴대폰이 장악한 지금 시대에 ‘책’에서 ‘길’을 찾는 이들이 주위에 얼마나 있겠나. 지극히 적은 숫자일 게 뻔하다. 그러나, 다시 돌아보면 책은 인간에게 위로와 위안을 선물해왔다. 아주 오랜 시간 전부터. 그것까지 부정하긴 어렵다.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곧 닫히고, 이어 새로운 희망으로 맞이할 2023년이 열리는 시기다. 시끌벅적한 연말 모임도 나쁠 것 없지만, 책과 함께 조용히 새해를 설계해도 좋을 이때. 1권의 시집과 1권의 산문집, 1권의 장편소설을 독자들께 정중하게 권한다. 강우식 ‘살아가는 슬픔, 벽’ 2줄 짧은 시로 세상을 해석하다강우식 ‘살아가는 슬픔, 벽’빼어난 시는 짧다. 이에 관해선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시가 드러내야 하는 세상과 인간의 본질이란 결국 간명한 것이니. ‘2행 시집’이란 부제가 붙은 강우식의 책이 빛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 1941년 강우식과 같은 해에 태어난 많은 작가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시인 조태일과 소설가 이문구 등. 그보다 아래 연배인 문학평론가 김현과 시인 이성부, 소설가 김성동도 이미 지상의 사람이 아니다.20~30대 젊은 시인들이 문제적 작품을 들고 나오며 한국 시단의 새로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오늘. 나이를 잊고 ‘삼국지’의 노장 황충을 닮은 시적 결기를 보여주는 강우식의 작품들이 독자는 반갑다. 서시격으로 읽히는 ‘시인의 말’은 오랫동안 시를 써온 사람의 간절한 바람이 읽힌다.‘무릎장단 저절로 쳐지는좋은 시 한두 수쯤 있었으면 한다.’앞서 말한 것처럼 강우식의 이 책은 모두 2행짜리 단출한 시로 이뤄졌다. 19세기 중반 활동했던 프랑스 시인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라는 제목의 산문시집으로 유명한 그지만, 기실 로트레아몽 최고의 절창은 2줄짜리 시 ‘나무’다.‘나무는자신의 위대함을 모른다.'다시 강우식으로 돌아간다. 나이 먹어 부드러워진 눈으로 보면 세상의 질서와 이치, 사람의 도리와 본성이 명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가을비 3’이 그렇다. 불평등에 땅을 치던 젊은이도 세월이 흘러 세상 보는 눈을 가지게 되면 마침내 이런 결론에 가닿지 않을까?‘빈한하게 살아 한 생이었다고 푸념치마라누군들 저 비울음에 젖어 목줄 떨며 안 지나가겠는가.’책에 실린 짤막한 연애시 또한 흥미롭다. 애틋하면서도 웃음을 부르는 ‘삼월이’란 작품이다.‘가시내를 사랑했나봐 지금도 못 잊는 걸 보니어릴 때 3월이 오면 기를 쓰고 놀렸던 이름삼월이.’책의 끝부분. 강우식은 2행의 짧은 시 작업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촌철살인은 못되더라도 시의 군더더기 없는 맛을 나타내려고 쓴다.”조금이라도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강우식은 문단에 나온 후 20년을 4행시 작업에 매달렸다. 그리고, 다시 발견한 2행시. 시인도 그와 함께 더 가벼워지고 명료해졌다. 유영갑 ‘갈대 위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 자연을 친구 삼아 홀로 살아내다유영갑 ‘갈대 위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시인에겐 세상의 진실과 인간의 본질이 길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짧게 요약되는 게 아닐까.‘월간문학’으로 등단해 ‘푸른 옷소매’ ‘달의 꽃’ 등을 쓴 소설가 유영갑을 여러 차례 만났다.자기 뜻을 먼저 앞세우지 않고, 조용히 앉아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점잖은 사람. 동그란 낡은 안경테 뒤로 비치는 눈빛이 선하고 정 깊어 보였다. 그는 네온사인 번득이는 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고향인 시골마을 강화도로 들어가 빈 집을 수리해 산다. 이미 오래 전부터다. 바다 냄새와 쓸쓸한 하늘이 그의 친구들이다.유영갑의 산문집 ‘갈대 위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는 정갈한 식탁과 닮은 책이다. 투박하지만 맛깔스럽다. 이 책은 나이 지긋한 사내가 유배지처럼 한적한 시골에 살며 맛보는 삶의 쓸쓸함과 달콤함, 사람살이의 고단함과 즐거움, 어릴 적 뛰놀던 고향의 풍광과 기억까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도 사람을 닮는 것인가? ‘갈대 위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에 실린 문장들은 유영갑처럼 따뜻하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겨울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인내와 끈기를 강요한다. 그런 점에서 이 계절은 내 삶의 어떤 부분과 닮아 있다. 하지만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고통이라는 불방망이에 두드려 맞을수록 내면이 단단해진다는 사실을.-위의 책 ‘강화극장’ 중에서.혼자 견뎌야 하는 차가운 겨울에도 다가올 봄의 희망을 잃지 않고, 외딴 마을 가는 길에서 만난 텅 빈 도로에서 풍선처럼 부풀어야 마땅할 생에 대한 기대를 떠올리는 사람이 바로 유영갑이다.이 책은 훈훈한 문장 외에도 아마추어 실력을 뛰어넘는 유영갑의 사진을 보는 기쁨까지 선물한다. 그가 렌즈를 통해 본 강화도의 바다와 벌판, 그곳에 기대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모습 역시 정겹고 따스하다.때로는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살림살이를 한탄하고,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강화도 사람’ 유영갑은 행복해 보인다. 왜냐? 유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나 하나만이 아닌 ‘우리’를 위해 기쁘게 밥 한 술 덜어줄 수 있는 이웃들이 존재하는 고향에서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웃음과 씁쓸한 뒷맛을 주는 읽을거리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일부일처제’라는 굳어진 사회 시스템을 유쾌하게 깨부수는 작가. 그걸 읽는 독자들은 재밌고도 놀랍다.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소설적으로 풀어낸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가볍고 경쾌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도 관심을 끈다.이 작품은 평범한 회사원 덕훈과 온몸으로 자유연애를 실천하며 사는 분방하고 독특한 여자 인아의 연애담으로 시작된다. 둘의 사랑 이야기 속에 양념처럼 섞여드는 게 바로 축구.작가는 축구를 통해 인간보편의 삶을 설명하는 독특한 방식을 구사하는데, 이를 위해 수십 권의 축구 관련 서적은 물론, 오만가지 스포츠 인터넷사이트를 섭렵한 듯하다.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설 속 설정은 아슬아슬한 게임처럼 이어지고, 인아는 누구의 자식인지 확인하기 힘든 딸까지 낳는다. 묘한 건 덕훈의 태도다. 인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 속에서 덕훈과 인아, 그녀의 딸과 두 번째 남편은 뉴질랜드로 떠나기로 합의하는데….세상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곧잘 벌어지고, 이해하기 힘든 사랑의 방식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생경한 소재와 특이한 발상의 작품 ‘아내가 결혼했다’는 한국사회의 상식으로는 수긍하기 힘든 여성의 복혼(複婚)을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큰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힌다. 이는 박현욱 문장이 가진 ‘몰입의 힘’ 때문이다.누군가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가부장제를 극단적으로 묘사한 블랙 코미디로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한다. 맞다. 기자 역시 웃음 끝에 묻어나는 씁쓸한 뒷맛이 나쁘지 않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2-27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 작가는 카메라 뒤에 있어야죠”

우리가 보는 것보다 때론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터만 남은 유적지의 황량함이나 유물에 내려앉은 시간의 더께를 담아내기에 한 장의 사진만한 것이 또 있을까. 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오세윤’ 이름 석 자를 알 것이다. 모른다해도 그가 찍은 사진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지금까지 촬영한 박물관 도록만 300여 권. 2000년대 이후 전국 국립박물관과 문화재청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나 도록의 대부분을 촬영하고 있다. 국내 문화재 관련 저작들의 상당수 사진도 그의 작품이다.경주학연구원 한편에 있는 그의 작업실 당호는 ‘여진당(如眞堂)’이다. 이영훈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사진을 참되게 찍으라고 지어주었단다. 문화유산에 대한 안목과 애정을 렌즈에 담아내는 사진가에게 맞춤한 이름이다. -사진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중고교를 다니던 70년대는 칼라 필름이 없었다. 사진관에서 필름 한 통을 사면 카메라를 빌려줬다. 하루는 친구 집에 갔다가 ‘캐논 AE-1’ 카메라에 매료됐다. 촬영렌즈와 파인더렌즈가 따로 있던 이전 카메라와 달리, 찍는 눈과 보는 눈이 같은 ‘일안 반사식(SLR:Single lens reflex)’에다 줌 렌즈까지 갖췄다. 줌을 당겨 바라본 렌즈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것이다. 친구 아버지가 일본을 오가던 보따리상인데, 부모님이 지불할 거라고 거짓말하고 카메라를 가져왔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작동시켜보며 카메라를 속속들이 탐구했다. 아버지에게 들켜 압수당하기 전까지 말이다.-첫 카메라를 가지게 된 건 언제인가.△사진만큼 책을 좋아해서 국문과를 지원해 경주로 오게됐다. 부모님이 주신 입학금과 등록금, 방값, 생활비를 모으니 액수가 제법 컸다. 몽땅 들이부어 ‘니콘 F3’를 샀다. 그 이후로 카메라를 끌어안고 동아리방이나 친구 자취방을 떠돌았다. 등록을 안 하니까 지도 교수였던 고(故) 김형수 선생이 나를 불렀다. 사정을 들은 교수님이 그 자리에서 경리 과장을 불러, 반드시 등록할 친구니 기한을 연장해 주라고 했다. 웨딩 촬영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여름방학 직전에 등록금을 냈다. 당시 공사 중이던 동국대병원에서 벽돌도 날랐다. 다행히 장학금을 받아 부담이 덜했다.-문화재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대학 강의 중에 삼국유사 강독이 있었다.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유적지 안내판이 수업내용 그대로였다. 신기한 마음에 관심이 커졌고 그때부터 문화재에 빠져든 것 같다. 필름 값을 벌기 위해 대학 때부터 교내외 행사를 촬영했다. 야외 웨딩 촬영 개념이 없을 때라 은행에 가서 여성잡지를 뒤져보기도 했다. 박물관에서 의뢰받은 문화재 촬영도 종종 했다. 사진은 좋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침 IMF때라 사진관 일이 녹록치 않았다. 그때 박물관 일을 제안한 사람이 강우방 전 경주박물관장이다.-경주박물관에서 한 첫 작업을 기억하나.△신라 기와를 촬영하고 도록으로 만들었다. 기존의 정형화된 앵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지금이야 문화재 도록에 이미지 사진이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불필요한 사진으로 폄하했다. 여러모로 공을 들인 신라 기와 도록은 문화재 도록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촬영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다르게 찍을 수 있었다. 혼자 작업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많지만 내 것이 되는 순간 큰 힘을 발휘한다.-문화재청이나 국립박물관이 내놓은 도록이나 연구서적에 실린 사진 대부분을 촬영하지만 맨 뒷장의 이름 석 자가 전부다. 얼굴 없는 사진가라 불리는데.△사진쟁이는 카메라 뒤에 있어야 한다.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하면 끝난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무슨 사진을 찍나. 일본 슈지츠대학의 가종수 교수와 캄보디아 고대 유적을 촬영하러 갔을 때였다. 우연히 만난 한국인 관광객이 문화재 사진가 가운데 오세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알아주면 반갑고 몰라줘도 내 일을 하면 그만이다.-타국에서 듣는 이름 석 자가 반가웠겠다. 문화재를 촬영하면서 보람이 있다면.△경주 남산의 경우 도록을 찍고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심사를 할 때 벽돌만한 사진첩을 쭉 돌렸는데 남산을 와보지 못한 위원들이 남산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은 모두 필름으로 촬영했다. 도록을 만들면서 남산을 수두룩하게 다녔다.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하루종일 산에 머물러보기도 하고 뱀에 물려 식겁한 곳도 남산이다.-문화유적마다 촬영하기 적당한 때가 있나.△물론이다. 그래서 피사체에 대한 사전 이해가 중요하다. 경주학연구원에서 20년 넘게 공부하는 이유다. 신라 초기 작품인 배리 삼존석불은 눈동자가 없고 눈두덩이 부어 있어서 위에서 빛을 비춰야 미소가 살아난다. 이목구비며 목의 삼도(三道)까지 세밀하게 표현된 통일신라시대 불상은 측면광이 필요하다. 탑 아래 부조를 찍으려면 빛이 넓게 들어오는 늦가을 오전이 좋다. 한여름의 이른 아침은 북쪽 면까지 빛이 든다.-사진은 그야말로 빛의 과학이네.△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다. 문이과적 소양을 두루 발휘하지 않으면 몸이 고생한다. 전남 영암 월출산에 있는 마애여래좌상을 촬영하러 간 적이 있다. 불상은 남향이 일반적이라 새벽에 출발했는데 막상 가보니 서쪽을 바로보고 있었다. 어쩔 도리가 있나. 산중에서 6시간 넘게 기다렸다.-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인내심과 더불어 문화재 사진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뭔가.△유물을 이해하고 유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물러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촬영하다가도 위험하다 싶으면 카메라를 빼야 한다. 경주 항공을 찍고 싶어 헬기 조종을 배웠다. 2인승 헬기를 조종하며 사진을 찍다가 엔진이 꺼지는 바람에 죽다 살아났다. 지금은 드론이 대신하니 그럴 일이 없다. -전국의 문화재 발굴 현장을 다니며 촬영을 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일도 많겠다.△경남 함안에 있는 고분을 촬영하다 고고학계에 길이 남을 발견을 했다. 말이산 고분군은 일제강점기에 도굴되어 재조사를 한 아라가야 유물로, 무덤 내부를 붉게 칠한 주칠(朱漆)고분이다. 붉은 벽을 촬영하러 들어갔는데 천장에 무수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조사 결과 무덤을 만들 당시 새긴 별자리인 성혈(星穴)임이 밝혀졌다. 성혈이 무덤방에서 발견된 건 처음이라 당시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다뤘다.-일제시대 경주 문화재를 촬영한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노세 우시조라는 일본인이 1920년대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이다. 일본의 문화재 전문 사진업체인 아스카엔이 소장하던 걸 경주학연구원이 일본에 가서 찍어왔다. 고해상 디지털 카메라로 유리 필름을 찍고 반전시키는 방식이다. 700장 이상 찍어서 돌아왔고, 7만 장이 아직 일본에 남아 있다. 나머지도 촬영하기로 코로나 전에 MOU를 맺었지만 예산이 걸림돌이다. 행정담당자는 확실한 결과물을 원하지만 7만 장 안에 뭐가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나 건축물의 수리 전 단계를 볼 수 있는 귀한 자료임은 분명하다. 먼저 찍어온 자료들을 토대로 한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문화재를 촬영하다보면 안타까운 일도 많이 보겠다.△남북이 공동으로 진행한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에 참여했다. 만월대는 송악산 기슭에 위치한 고려의 궁궐터이다. 북한 사람들은 송악산을 누운 여인네를 닮았다며 오마니산이라고 부른다. 2007년 발굴조사가 시작되어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고 2018년 12월에 갑작스럽게 철수했다. 나는 네 차례 북한을 방문해 만월대 발굴유적을 촬영했다. ‘남북공동 발굴조사보고서’ 1권의 표지 사진도 직접 찍은 것이다. 궁궐터의 주 건물지와 계단을 한 앵글에 담고 싶어 개성공단에서 가로등 수리용 차를 섭외해왔다. 발굴된 유적은 평양으로 옮겼고 숙소는 개성공단에 있었다. 만월대에 남한의 현장 사무실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생각하면 안타깝고, 이산가족이 된 느낌도 든다.-쉴 때는 주로 뭘 하나.△축구선수들이 쉬는 시간에 족구를 하듯, 짬이 날 때마다 내 사진을 찍는다. 바삐 찍을 필요도 없고 대상을 감상하며 물러서보기도 하고 다가가보기도 하며 촬영을 즐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분황사 주차장에 간다. 시야가 탁 트여 음악을 틀어놓고 남산을 바라보기 좋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그날의 촬영지를 정한다. 창림사 탑 옆에 앉아서 언덕 아래를 내려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냥 보고 있다가 안 찍고 내려올 때도 많다. 예전에는 악착같이 찍으려 했지만 요즘은 눈으로도 찍고 온다.-경주에 살면서 웬만한 건 렌즈에 담지 않았나. 앞으로 더 담고 싶은 것이 있다면.△어제와 오늘의 경주가 다르다. 그날 못 찍으면 영원히 못 찍는다. 석조 조각을 좋아한다. 돌 조각에서 피가 도는 생명감을 느낀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실크로드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을 다녀왔다. 아침에 나올 때 카메라가 없으면 불안하다. 언제든지 찍을 수 있도록 한 몸처럼 지니고 다닌다.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 사진이다. 사진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계속 찍을 것이다.오세윤 사진가는경북 김천 출생으로 경주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부터 문화유산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으며 정형화된 앵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문화유적을 표현해왔다. 문화재를 전문으로 찍은 1세가 한석홍, 김대벽, 안장헌 이라면 오세윤 작가는 1.5세대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부터 전국 국립박물관과 문화재 유물과 국보 사진 대부분 그가 촬영하고 있다. 대표 전시로는 ‘신라를 찾아서’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미술관 특별전 ‘천년 묵은 옛터에 풀은 여전히 새롭네(한석홍·안장헌·오세윤 3인전)’가 있다. ‘경주 남산’ 도록 발간에 참여해 남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기여했다. 우수한 문화유산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3월에 문화재청장 표창을 받았다./배은정 작가

2022-12-26

볼거리·즐길거리 많은 베트남 매력에 빠지다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완화되면서 베트남 여행이 다시 활기를 뛰고 있다.베트남에서도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을 찾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1/4에 해당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베트남 최대 민간 항공사인 비엣젯(Vietjet)도 부산에서 나트랑, 호치민시티, 다낭을 연결하는 항공노선 출시를 기념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한국 미디어를 대상으로 베트남 팸투어를 실시했다.미디어팸투어는 5일간의 일정으로 호치민과 나트랑(냐짱)에서 진행됐다.베엣젯 항공은 인천∼베트남 노선 8개, 부산∼베트남 노선 4개 등 총 12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비엣젯 항공은 최근 한국 미디어 팸투어에서 내년 대구에서 베트남 다낭을 잇는 노선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체험의 매력에 빠지다…호치민베트남에서 가장 큰 경제, 문화, 오락의 중심지인 호치민은 도시 곳곳에 고대 건축물, 역사적 기념물이 즐비하다.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만큼 노트르담 성당, 중앙 우체국 등 도시 곳곳에 프랑스의 흔적들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전쟁의 흔적도 기록한 유적지와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베트남 역사의 기록물들을 관광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호치민의 관광은 체험이라 할 수 있다.-베트남 요리 체험호치민에 있는 레스토랑 ‘호아툭(Hoa Tuc)’에서는 하루 두번 오전 9시와 오후 2시30분, 베트남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반세오(Banh Xeo)’라는 음식인데, 베트남식 ‘부침개’이다.19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 크레페의 영향을 받아 생겼다는 설도 있고, 인도식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쌀가루 옥수수가루 달걀 코코넛 밀크가 기본 반죽 재료이다.우리나라 부침개보다는 얇고 바삭하게 구워야 해 반죽 농도와 불 조절이 중요하다.만든 음식은 호아툭 레스토랑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참가 비용은 어른 80만동(한화 4만4천원), 아이는 56만동(한화 3만 원)이다. -아오쇼와 베스파(스쿠터) 체험호치민 시내 중앙에 있는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베트남 전통 창작공연 ‘아오쇼(A O Show)’가 펼쳐진다.마을을 뜻하는 베트남어 ‘랑(Lang)’의 ‘A’와 도시를 의미하는 ‘타잉 포(ThanhPho)’에서 ‘O’를 가져왔다. 대나무 장대와 대나무 바구니만으로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집약해 보여 주며, 역동적이면서도 코믹한 연기가 인상적이다.베스파 체험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스쿠터를 타고 야시장을 돌며 쌀국수, 닭고기 꼬치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다.야경은 물론 시민들이 생활하는 주택가 골목까지 탐방을 할 수 있어 호치민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눈에 담을 수 있다. 다만, 스쿠터 특성상 매연을 감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마스크를 필히 챙길 것을 권한다.-전쟁의 흔적 구찌터널호치민에서 60㎞ 가량 떨어진 구찌터널(Cu Chi Tunnels)은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콩이 미군을 피해 은신처로 활용한 지하 터널이다. 총 길이가 2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터널의 높이와 폭이 좁아 몸집이 큰 미군은 들어갈 수 없었다. 지하에는 숙소, 부엌, 침실, 회의실, 무기 창고, 병원, 극장까지 있었다고 한다.또 이곳에서는 당시 베트콩이 미군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무기들도 볼 수 있다. 일부 구간에는 구찌터널을 직접 체험할 수 공간도 존재한다.100m 가량의 이 체험 터널은 20m, 40m, 60m, 80m 등으로 나뉘어 출구가 있어 중간에 힘이 들 경우 빠져 나올 수도 있다. △최고의 휴양도시 나트랑(냐짱)‘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우는 냐짱은 우리들에겐 영어식 발음인 나트랑으로 더 잘알려져 있다.베트남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인 냐짱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꼭 가 봐야 하는 휴양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얀 모래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냐짱의 해변에는 많은 고급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이중에서도 지난 7월 오픈한 5성급 리조트 아나 만다라 깜라인은 뛰어난 시설과 서비스로 해외 대표 여행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아나 뷰티풀 하우스(Ana Beautiful House)는 한국의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 나트랑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목적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볼거리 많은 냐짱 냐짱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롱손사, 대성당, 뽀나가르참탑, 혼쫑곶 등이다. 롱손사는 1886년 세워진 불교 사찰로 냐짱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높이 25m의 좌불상과 높이 14m의 와불상이 유명하다. 냐짱 중심지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냐짱강 북쪽 화강암 언덕 위에 9세기 참파왕국이 세운 사원 ‘포나가르참탑(Thap Po nagar)’이 있다.뽀나가르참탑은 힌두교 사원으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참파 유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이다. 혼쫑곶은 크고 둥근 돌무더기가 절경을 이룬 곳으로, 바위와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아주 멋지다. -테마파크 빈원더스베트남 최대 그룹인 빈그룹이 운영하는 테마파크 빈원더스는 섬 하나를 리조트 타운으로 꾸며 놓았다. 섬에 위치한 탓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이곳에는 워터파크, 사파리, 아쿠아리움, 놀이공원, 식물원 등 볼거리가 가득해 가족단위 관광객이 주로 찾는다.△비엣젯항공, VIP서비스 ‘스카이보스’베트남 최대 민간 항공사인 비엣젯항공(Vietjet Air)이 최고급 항공서비스 ‘스카이보스 비즈니스(SkyBoss Business)’를 도입했다.스카이보스는 비즈니스 개념의 최고급 항공권 등급으로, 광폭 동체 A330 항공기에서 비행을 즐길 수 있다.스카이보스 비즈니스 승객에게는 △체크인 서비스 △휴대 수하물 18㎏과 2㎏를 초과하지 않는 소형 가방 1개 △위탁 수하물 최대 60㎏ △골프 장비 1세트 △탑승구부터 항공기까지 전용 자동차 환승 △비즈니스 라운지 이용 △여행자 보험 △비행 일자와 노선 무료 변경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승객들은 항공기 탑승과 출국 절차를 마친 후, 탑승까지 기다리지 않고 스카이보스 비지니스 클래스 탑승 시 제공되는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김해공항을 이용한 스카이보스 비지니스 클래스 고객은 대한항공 라운지 이용이 가능하다.스카이보스 좌석은 비행기 출입구 맨 앞좌석에 형성돼 타고 내릴 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받는다. 탑승을 하면 기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목베개, 이불, 안대가 들어있는 프리미엄 키트가 무료로 제공된다.또 비행이 시작되면 원하는 기내식을 선택할 수 있으며, 메뉴 선택의 폭도 넓다. 음료 역시 코코넛 음료과 허브차와 같은 다양한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비엣젯항공 관계자는 “비엣젯항공은 더 많은 노선과 저렴한 운임으로, 승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2-12-23

1천25개의 섬 천국… 보랏빛 세상이 펼쳐진다

전라남도 신안군은 바다 위에 1천25개 섬이 별처럼 무수히 떠 있는 섬 천국이다. 우리나라 전체 섬의 25%와 갯벌 대부분이 신안에 있다. 섬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보물이 많은 곳이다.바다에 흩어진 섬들은 2019년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목포와 연결돼 육지가 됐다. 바다의 오지로 불렸던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같은 섬들을 차량으로 쉽게 갈 수 있다. 땅이 얼어붙고 매운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바다와 너른 갯벌,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매력적인 섬들이 수 놓인 신안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동백 파마머리 부부 벽화가 익살스러운 암태도흩어진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이름 붙은 암태도는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소작농들이 항쟁을 벌인 ‘암태도 소작쟁의’로 유명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암태도 소작 농민들에게 8할의 소작료를 징수한 대지주와 이를 비호하는 일제에 저항한 대표적인 농민항쟁이다. 소작인 400~500명이 배를 타고 목포로 나가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청을 점거하며 저항했다. 일본 경찰은 농민대표들을 구속했다. 소작농들이 암태소작인회를 조직해 투쟁하며 소작료를 4할로 내리게 하고, 농민대표들도 풀려나게 한 항쟁의 역사가 깃든 섬이다.‘암태도소작인항쟁기념탑’이 세워진 암태도는 길가 담장에 그려진 벽화 하나로 관광 명소가 됐다. 기동 삼거리의 노부부가 사는 집 담장에 부부의 얼굴이 벽에 그려져 있고 담장 위로 애기동백이 마치 파마머리를 한 듯 동그랗게 피어오른다. 동백꽃 피는 겨울, ‘동백 파마 벽화’에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 위로 붉은 꽃이 화려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림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벽화는 신안군수의 아이디어로 할머니의 얼굴만 먼저 그렸다. 할머니는 담장에 얼굴이 크게 그려지자 부끄럽다며 벽화를 지우고 싶어 했다.동백나무 머리 벽화가 인기를 끌면서 남편인 할아버지도 자기 얼굴을 그려 달라 요청했지만 할머니 파마머리와 비슷한 크기의 애기동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에서 동백을 구해와 부부의 모습으로 완성된 재치 넘치는 벽화는 마을의 명소가 됐다. 벽화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기려 섬과 섬을 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해변을 품은 자은도‘자애롭고 은혜로운 섬’ 자은도(慈恩島)는 신안군의 면 단위 섬 중 가장 크다. 주민들이 손으로 둑을 쌓아 바다를 간척해 농토를 일구어 면적이 넓어졌다. 암태도가 육지와 연결되면서 연도교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자은도에는 유난히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울창한 소나무 숲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분계해변에는 거꾸로 매달린 여인의 모습 같은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여인송’이라 이름 붙여진 소나무에 슬픈 사연이 있다. 금실 좋은 어부 부부가 말다툼한 후 남편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시간이 흘러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날마다 분계해변 솔숲에 올라가 남편을 기다렸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소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바다를 바라보니 남편이 탄 배가 돌아오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아내는 큰 소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의 배가 돌아오고 있는 환상을 보며 기뻐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얼마 후 바다에서 돌아온 남편은 아내를 소나무 아래 묻어주었다. 소나무는 점차 거꾸로 선 여인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 나무가 바로 그리움이 사무친 여인송이다. 여인의 간절함이 차가운 바람으로 불어오는 듯 솔숲은 흔들리고 겨울 바다는 스산하다.둔장해변에는 자은도의 명물인 인도교가 있다. 섬과 섬이 다리로 연결돼 육지와 끊임없이 이어져 끝없이 발전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무한대(∞)를 뜻하는 ‘무한의다리’로 이름 지었다. 다리 난간의 곡선도 기호 모양처럼 보인다. 1004m 길이의 해상목교는 자은도와 구리도, 고도, 할미도를 잇는다. 물이 찰랑일 때 다리를 건너면 바다 위를 걷는 듯하다. 썰물이 되면 아름다운 갯벌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둔장해변에서 무한한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듯 쭉 뻗어 있는 다리를 건너면 구리도에 닿는다. 구리도는 들어갈 수 없다. 왼쪽으로 연결된 긴 다리를 건너면 할미도로 이어진다. 할미도에는 동양 최대규모의 독살이 있다. 독살은 서해안의 조수간만 차이를 이용하는 원시 고기잡이 방식이다. 해안에 돌을 쌓아놓고 밀물에 고기가 들어왔다가 썰물에 물이 빠지면 돌담에 남아 있는 고기를 잡는다. 섬이 아담해 기암괴석 절벽과 돌탑을 쌓아놓은 해변을 따라 금세 돌아볼 수 있다. 다리를 건너 다시 둔장해변으로 돌아오면 바다 너머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들이 석양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섬은 낭만으로 물든다.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예술혼이 깃든 안좌도안좌도에는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화가 김환기 화백의 생가가 있다.수화(樹話) 김환기는 1913년 안좌도 읍동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때 경성으로 유학 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떠나 그림을 공부했다. 그림값이 가장 비싼 한국 화가로 손꼽히는 김환기가 살던 생가는 그의 그림 한 점 없이 고택만 오롯이 국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생가 앞에 ‘요코하마 풍경’이라는 복사본 그림만 걸려 있다.고택은 백두산 소나무로 지어 견고하고 기품 있다. 대문 앞에는 고인돌처럼 생긴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수화는 청년 시절 이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스케치했다.방 한 칸 크기만큼의 뒤주가 있던 지주 집안에서 풍족했던 그는 1942년 넓은 농토를 모두 농사짓던 소작인들에게 나누어주고 안좌도를 떠났다. 맞은편 앞집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등 동네 곳곳에서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자은도 분계해변 여인송. 안좌도는 보랏빛 섬으로도 유명하다. 안좌도 남쪽에서 형제처럼 마주 보고 있는 바가지를 엎어놓은 모양의 박지도와 어느 쪽으로 봐도 반달 같은 반월도를 통틀어 퍼플섬이라 부른다. 2007년, 배를 타고 드나들던 두 섬에 처음 다리가 놓였다. 평생을 박지도에서 산 김매금 할머니의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소망’이 이루어졌다.안좌도에서 박지도까지 547m,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915m의 길이인 해상인도교는 두 섬에서 많이 나는 도라지꽃과 콜라비의 보랏빛 색감에서 영감을 얻어 다리를 보라색으로 칠하고 퍼플교라 불렀다.세 군데의 섬을 넘나들 수 있는 퍼플교는 보랏빛 옷, 신발, 모자, 우산 등을 착용하면 무료로 건널 수 있다. 박지도는 퍼플교로만 오고 갈 수 있지만 반월도는 나룻배가 있어 퇴촌마을과 안좌도 두리마을을 오가기도 한다. 온통 보랏빛 섬에서 바다를 천천히 떠가는 배와 포구의 풍경은 오히려 정겹다.섬 안의 아름다운 해안길을 산책하며 둘러보면 촘촘히 붙어있는 지붕, 도로, 휴지통, 식당, 그릇 등도 보라색이다.마을을 닮아 하늘도 청잣빛으로 빛난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면 다리에 보라색 조명이 불을 밝힌다. 검은 바다도 보랏빛으로 물드는 섬은 신비롭다./신안=글·사진 이솔 객원기자

2022-12-22

언어의 연금술사 시인들이 전하는 사랑과 희망

계절은 저마다 제 이름값을 한다. 뚝 떨어진 기온 탓에 두꺼운 외투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겨울.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몸만이 아닌 마음까지 추워지는 이 계절.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인 인간에겐 육체와 정신을 데워줄 위로가 필요하다. 그 위로의 주요한 재료가 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사랑’과 ‘희망’이 아닐지.고래로부터 시인은 언어의 조탁을 통해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왔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세밑. 차가운 세상과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시집 3권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사랑 때문에 울 수 있어야 시인박철 ‘사랑을 쓰다’‘김포행 막차’와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의 시인 박철이 사랑을 노래한 시만을 골라 묶은 책이 있다. 이름하여 연시집 ‘사랑을 쓰다’. 거기엔 아래와 같은 눈물 어린 사랑 노래가 가득하다.끈이 있으니 연이다/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줄도 손길도 없으면/한낱 종이장에 불과하리/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날아라 훨훨/외로운 들길, 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다시 한 번/돌아올 때까지.-위의 책 중 ‘연’.이미 100년 전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가 말했다. “혼자서는 절대 저지르지 못하는 죄가 사랑”이라고. 박철 역시 발레리처럼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에 익숙한 시인.하여, 그는 연과 끈, 눈물과 아픔, 날아오름과 지상의 길을 짝지어주며 사랑을 노래한다. 두 존재의 합일을 통해서만이 온전히 실현되는 사랑이라는 극적인 사건.그렇게 실현된 사랑은 현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 박철은 시력이 35년인 문단의 중견. 하지만, 여전히 소년의 미소를 지닌 사람이다.때론 간명함이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아름답다. 번지르르한 수백 마디의 말보다 자신 앞에 앉은 누군가에게 맑은 물 한 잔 따라주며, 그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는 것. 진실한 사랑이란 바로 그런 소박한 정적(靜寂)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지.사랑 때문에 눈물짓는 사람이 드물어진 시대. 시집을 읽은 가수 김창완은 박철이 “초등학교 학생 같은 순수한 사람”이기에 “울지 않도록 안아 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시간을 들여 ‘사랑을 쓰다’ 속을 산책한 기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시인이란 천형처럼 주어진 말간 슬픔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지도 없이 혼자 먼 길을 가는 사람. 사랑이 그를 울릴지라도, 세상에서 저 혼자만 서러울지라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가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그 운명을 박철은 이렇게 노래한다. 이 차가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꽃잎을 열면’이라는 시다.그대의 꽃잎을 열면 푸른 하늘/비 개인 맑은 날/붉게 타는 그대의 숲 속을 헤매이다/꽃잎을 열어 목을 적시면/어두운 세상/나만 홀로 서럽다. 절망 속에 숨은 희망을 찾아서국내외 시인 50명 시모음 ‘설운 서른’누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른은 서러운 나이”라고 선언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30세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서글픈 나이다.20대의 정열이 걷힌 메마른 시기. 꿈과 낭만, 이상과 희망보다는 일상과 현실에 가까워지는 나이. 앞으로 다가올 40~50대 지지부진한 삶에 대한 걱정으로 움츠러드는 때.세상과 인간을 읽는 ‘예민한 촉수’라고 할 시인들이 이처럼 서러운 나이 서른을 그냥 두고 넘길 리 없다. 오래전부터 수많은 시인들은 바로 이 ‘문제적 나이’ 서른을 각자의 방식과 목소리로 노래해왔다.‘설운 서른’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국내외 시인 50명이 서른에 관해 쓴 시를 모은 것이다. 딜런 토마스와 잉게보르크 바하만에서부터 천양희와 최승자, 여기에 서른 즈음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의 작품까지 담긴 시집 ‘설운 서른’. 그들은 각자의 스타일로 서른에 관해 읊조린다.‘푸른빛과 싸우다’의 시인 송재학은 서른을 ‘더러운 청춘의 끝’으로 정의하며 아래와 같은 음울한 노래를 부른다. ‘노을’이란 시다.나는 더러운 청춘의 끝에 서서 부글거리는 강물을 후회로 바라보았다/썩은 폐를 거쳐간 연애와 밥을 생각할 때 검은 강은 거품과 기억을 섞었다/누군가 창밖으로 찢어진 편지와 노래를 던졌다….더 이상 정열과 열정이 있을 수 없고, 생에 대한 장밋빛 낙관도 사라진 서른 살. 시인은 아름다웠던 연애의 기억마저 ‘썩은 폐’ 혹은, ‘검은 강’이란 시어로 어둡게 그려낸다. 여기서 창밖으로 던져진 ‘편지와 노래’란 젊음의 영역을 뺏긴 시인이 애타게 그리워하는 청춘의 은유가 아닐지.‘이 시대의 사랑’ ‘내 무덤 푸르고’ 등의 시집을 통해 절망과 회의의 시학을 독자들에게 보여준 최승자는 송재학보다 암울 쪽으로 한걸음 더 나간다.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서른 살은 온다/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위의 책 중 ‘삼십 세’.‘설운 서른’에 담긴 시 대부분은 잿빛으로 음울하고, 동굴처럼 어둡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시인은 추락하는 것들의 서러움만을 노래하진 않는다. 절망과 회의 속에서도 전망을 찾아가는 사람이 또한 시인이지 않겠나.‘사람의 등불’로 독자들에게 친숙한 고재종 시인은 서른이란 서러운 나이 또한 생의 여정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걸어야 할 피해갈 수 없는 ‘길’임을 새삼 알려준다. 그 노래가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길이 길이라 하면 늘 그러한 길이 아니어서/나는 다시 피에 젖은 흙빛의 길 위에 섰다/길은 항상 저만큼의 풍광 속에서 일렁거렸다….-위의 책 중 ‘길의 길’. 모든 걸 견디게 하는 힘 사랑송기원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송기원의 시집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은 출생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렸던 중학생 시절 송기원의 절망과 예민했던 문학청년 시절의 고뇌가 오롯이 담겼다.송기원의 생애는 그야말로 기구했다. 지난 세기엔 민주화운동에 투신, 감옥을 4번이나 들락거렸고, 그 와중에 어머니가 사망하는 아픔도 겪었다. 세상과 문학에 염증을 느끼고 인도로 떠나기도 했으며, 오랜 기간 절필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이처럼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송기원이 긴 세월을 침묵으로 이겨내고 혼란과 혼돈으로 점철된 인간사를 한 발자국 뒤에서 그윽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게 바로 이 시집이다.“그대여, 얼마나 오래 숨어살면서 그대에게 가는 길을 찾아야/ 그대는 치자꽃 향기처럼 나에게 풍겨올는지요”라는 시구(詩句)는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친다.시집은 ‘바람꽃’ ‘각시붓꽃’ ‘수선화’ ‘달맞이꽃’ ‘능소화’ ‘망초꽃’ 등 갖가지 꽃 이름으로 환하다. 그중 복사꽃은 이 책의 ‘절창 중 절창’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이런 노래다.갓난애에게 젖을 물리다 말고/사립문을 뛰쳐나온 갓 스물 새댁/아직도 뚝뚝 젖이 돋는 젖무덤을/말기에 넣을 새도 없이/뒤란 복사꽃 그늘로 스며드네/차마 첫정을 못 잊어 시집까지 찾아온/ 떠꺼머리 휘파람이 이제야 그치네.읽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한 폭의 수채화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시. 모질고 모진 첫사랑을 떠올리는 순간만은 이 혹한의 추위도 잠시 물러가려나./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2-20

역사문화관광·신성장사업·열린 교통망 ‘천년고도 경주’만의 도시 가치 높인다

민선8기 경주시에 대한 25만 경주 시민들의 기대감은 매우 높다. 재선에 성공한 주낙영 경주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경주의 큰 변화를 강조해 온 만큼, 새로운 경주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그렇다고 경주시민들이 희망만 갖고 사는 것은 아니다. 3년 째 이어져 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올해 초 발발 이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영웅은 난세가 만든다고 했던가.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성장률 잿빛 전망 속에 주낙영 경주시장을 만나 ‘보릿고개’를 넘을 그의 복안을 직접 들어봤다. □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 도시 조성을 위해 모든 역량 총동원할 것신라왕경복원·정비 사업에 대해 별도 예산 과목 신설, 추진단 활성화, 국비 보조율 상향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천년 신라왕경 디지털(메타버스) 복원으로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작정이다. 이를 통해 경주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제고시킨다.먼저 문무대왕 성역화 사업과 문무대왕 해양역사관 건립에 박차를 가해 문무대왕의 호국정신과 진취적인 기상을 습득하는 배움의 장을 열 계획이다. 또 경주 읍성 권역 활성화를 통해 성곽도시 경주의 옛 모습과 시가지 역사문화 거점기능을 회복시키고 해월 최시형 선생 생가 복원, 고운 최치원 선생 기념관 건립, 수운기념관 및 교육수련관 운영으로 경주의 역사적 인물 부흥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적지로 지정된 손곡동과 물천리 경마장 부지에 대해 정비·활용계획을 수립해 문화재의 보존과 부지 적정 활용의 길을 조화롭게 모색할 계획이다.이밖에도 황리단길을 비롯한 대릉원, 읍성 일원에 디지털로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관광도시를 조성하고 경주의 무형자산과 도시자원을 토대로 왕릉, 화랑, 동학, 경주학, 실크로드, 향가, 신라달밤, 남산, 형산강, 경주바다를 콘텐츠로 한 10대 뉴브랜드를 개발해 미래 도시이미지를 가꾸어 나갈 작정이다. □ 신성장 산업과 일자리 육성은 물론 민생경제 활성화에도 역량 집중e모빌리티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 자율운행 자동차 스마트캐빈 기술개발 실증사업 등을 토대로 미래형 자동차부품산업의 혁신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무엇보다 경주시는 미래 꿈의 에너지인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지난해 착공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에도 총력을 기울여 경주를 미래에너지산업의 메카로 만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이와 함께 방사성폐기물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월성원자력 환경관리센터와 분석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사성폐기물 정밀분석센터를 설립해 시민의 안전과 환경보전에도 철저를 기할 계획이다.특히 산단대개조 사업의 빈틈없는 추진과 자동차 분야의 소재부품장비 특화산업단지, 국내외 혁신기업 유치로 다양하고 풍성한 일자리 창출에도 행정력을 집중한다. 이어 경주역사 및 부지를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도심 뉴타운을 건설해 도시공간 재창출을 통해 침체된 도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 온 가족은 물론 청년에게도 희망을 주는 도시 조성에도 힘 쏟는다경주시는 지난해 여성친화도시 선정에 이어 올해는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해 경주시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며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임을 인정받은 바 있다.이에 힘입어 경주시는 행복결혼식과 신혼부부 전세자금 이자 지원, 난임부부 시술비와 출산 축하금·장려금, 영아수당과 24시간 영유아 응급진료센터 확충 등 결혼부터 임신, 출산, 육아에 이르는 전 과정의 집중케어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경주시는 먼저 어린이집과 부모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육아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기관인 육아 종합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장난감도서관 추가 설치, 공동주택 내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 양육의 부담을 덜어줄 작정이다. 또 등·하교 및 1인 여성가구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아동과 여성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안심거리를 확대해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초등학생 입학 축하금,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구입비, 경주시 장학금 등 교육 관련 지원예산을 지속적으로 증액하며 미래지향적 인재 양성에 행정력을 집중한다.이 뿐만이 아니다. 복합문화 도서관·미술관 건립 추진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교 급식 통합지원센터 운영으로 고품질 학교급식을 실현하며, 청소년 문화마당 조성, 신라랑(新羅郞) 자기개발 프로젝트, 진로교육체험센터, 꿈드림센터 운영 등 청소년 비타민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 젊은이가 돌아오는 부자 농어촌으로 살맛나는 경주 만들기에 집중신농업혁신타운 조기 준공, 농산물 가공 종합지원센터와 농기계 임대사업소 추가 건립, 친환경 식물영양센터 조성으로 미래 농업을 선도하고 ICT 기반의 스마트팜과 스마트축산을 확대시켜 농가 소득 증대에도 앞장설 계획이다.또 기후변화 등 예상치 못한 재해·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 지원율을 확대하고 신기술과 신품종 보급으로 새로운 소득작물을 육성하며, 무인 헬기·드론을 활용한 병해충 방제 등 예찰 강화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우수한 지역 자연환경과 농촌자원을 활용한 치유센터, 팜센터, 치유농장 등 친환경 치유농업 돌봄단지를 조성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회복과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농어민 수당, 삼광벼 재배농가 경영안전 지원,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황금과일 마케팅, 외국 농업연수생 농촌현장 투입 등 안정적인 농업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브랜드 전용 사료 생산을 위한 조사료 가공시설 등 경주한우 품질 제고를 위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축산농가 악취문제 해결과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개선으로 축산업 환경개선을 추진한다. 시설 노후화와 연령 고령화에 대비해 자동제어기, 자동 급이기, 로봇착유기 등 자동화 시설을 갖춰 경영비 절감과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미래지향적인 축산 발전을 이끌 작정이다. 주낙영 시장 □ 친환경 도시 조성과 편리한 교통망 확충하며 열린 소통 시정 약속동천~황성 도시바람길숲, 신라왕경숲, 유아숲체험원 조성으로 맑은 공기와 숨 쉬기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친환경 도시가스 공급망 확대로 보급률을 끌어올리는데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또 마을단위 생활쓰레기 및 영농폐기물 공동 집하장과 도심지역 소규모 공동주택 분리수거대 설치 등 제로 웨이스트 경주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재활용선별시설 현대화와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 증설로 종합자원화시설을 확충하고, 탄소중립시대에 발맞춘 기초환경교육센터 설립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주요 진입관문 경관 개선과 노후된 건축물에 경주 특화색채인 경주8색을 적용하는 신라 경주다움 디자인으로 밝고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조성한다. 전통한옥 건축물 건립·수선비를 확대 지원해 역사문화도시의 품격을 지키고, 국립공원 정원벨트, 서라벌 황금정원, 신 형산강 프로젝트 등 새로운 문화관광 정원도시를 구현할 계획이다.사계절 색채감 있는 꽃길을 조성하고 도심을 관통하는 신라달밤 황금조명 갤러리로 걷고 싶은 산책공간을 제공해 24시간 볼거리가 있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가로환경을 만든다. 동남권 광역생활 전철망 개통 추진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고 지방도 945호선의 국지도 승격과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안전한 교통망 확충에 힘쓸 작정이다.특히 내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황금대교와 보문~구정 간 도로, 흥무로, 칠평로 확포장 등 주요 도로망의 조기 개설로 시민이 편리한 도시교통체계 구축에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의지도 밝혔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늘 희망은 있고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꿈을 이룰 수 있듯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노적성해(露積成海)의 마음으로 힘을 모은다면, 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2-12-19

“새마을운동으로 통합과 상생의 따뜻한 세상을”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밑거름이다. 가난을 극복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다시 새마을운동이 국민 생활에 활기를 되찾아주는 모멘텀이 되겠다며 시동을 걸었다.곽대훈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은 “새마을정신은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삶의 근본”이라며 지금 시대정신에 맞는 새마을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선언했다.곽 회장은 사회갈등 해소와 공동체 의식 회복, 사회적 자본 구축을 통한 지구촌 공동 번영이라는 새마을 운동의 시대정신을 구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라는 경쾌한 리듬이 골목골목에 울려 퍼지고 마을과 빌딩마다 푸른 새마을깃발이 펄럭이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통합과 상생의 따뜻한 세상이다. -새마을운동 하면 왠지 고풍스럽고 산업화시대로의 회귀 같다. 새마을운동의 시대정신은 어떤 것인가.△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에 밑거름이 된 국민운동이다. ‘잘 살아 보자’는 열망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준 운동이다. 이런 정신에 나눔과 배려, 연대를 통한 사회 통합과 상생을 이루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새마을운동이 경제적 선진국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모두 제 위치에서 스스로의 본분을 다하며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역할이다.-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지 50년이 넘었다. 그동안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을 꼽나.△1970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주거환경 개선, 소득증대, 인프라 구축 등 지역사회 개발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돌봄과 나눔을 지속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는 전국 28만여개소에서 방역활동과 마스크 제작 배부, 성금과 성품 기부, 헌혈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였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나 태풍 힌남노가 덮쳤을 때도 푸른 조끼 새마을 회원들의 공동체를 위한 솔선수범은 사회 통합을 선도했다. 1990년대 외환위기에는 새마을부녀회의 ‘애국 가락지 모으기 운동’이 금 모으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2007년 서해안의 기름 유출사고 때는 실의에 빠진 지역민을 위로해 주기도 했다.-새마을운동이 세계적,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있나.△물론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 강국이 된 대한민국의 새마을운동 경험은 인류 공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5년 UNDP(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는 빈곤타파 및 기아종식을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인정받았으며 2013년에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대한 정부 및 민간문서, 관련사진, 영상물 등 새마을운동기록물 2만2천여 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그런 새마을운동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지금 왜 새마을운동인가.△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시대적 위기와 국가 안팎의 격변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담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시 새마을운동, 세계와 함께’라는 슬로건은 바로 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마을운동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적 이상기후에 대해 새마을회원들은 대중교통 이용과 1회용품 줄이기 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환경보전운동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부 등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환경보전운동과 친환경문화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이웃이 사라지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세태에서 새마을 사회안전망을 통한 공동체정신 회복에도 새마을운동은 역할하고 있다. 홀몸 어르신 돌봄에 앞장서고 다문화가정과 새마을회원들이 결연을 맺어 우리 사회에 정착을 돕고 있다. 구호가 아닌 직접 행동하고 실천하면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새마을운동중앙회장에 취임한 지 겨우 두 달이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지난 9월 29일 선거에서 당선된 뒤 그날 오후 2시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10월 5일 국정감사를 받았고 12일에는 10여개국 대사를 포함한 50여개국 지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지구촌 새마을대회’를 가졌다. 13일에는 전국 새마을지도자 1만여명이 참석해 대회를 열었다. 숨 가빴다. 지금은 중앙회 조직과 경영상태 전반을 스크린하고 있는 중이다. 새마을운동 중앙회의 재정상태를 구체적 사안별로 점검하고 있다.-중앙회장으로 지금 새마을운동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침체된 조직에 사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일 한 만큼 평가받아야 한다. 전국 지역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중앙회의 사무직과 전국 시·도, 시·군·구 새마을회의 사무직, 그리고 새마을지도자들간의 소통을 통해 통합을 이뤄내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전국 새마을지도자 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에 큰 관심을 표시하면서 곽 회장이 제시한 사회갈등 해소와 공동체 의식 회복, 사회적 자본 구축을 통한 지구촌 공동 번영이라는 새마을운동의 비전에 공감한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마을운동 지도자들을 격려하시고는 “새마을운동 정신의 밑바탕인 자유와 연대의 정신을 살려 국민통합과 질서 회복을 위한 국민정신으로서 세대와 지역, 계층을 넘어 보편적 가치를 실천해 달라”고 당부하셨다. 대통령의 참석도 뜻밖인데다 오찬까지 함께 했는데 특히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새마을운동의 방향까지 제시해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최외출 영남대 총장으로부터 새마을운동에 대한 과외공부를 하신 것을 알았다. 저도 영남대 총장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최 총장의 새마을 특강을 들었다. 국가지도자급 전문 인력은 대학에서 양성하면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했다.-새마을운동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젊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것 같다.△새마을운동 조직을 보다 젊게 만들기 위해 전국 65개 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8개 대학에 대학새마을동아리를 결성해 새마을운동의 질적 변화를 이루어나가고 있다. 요즘 청년들은 뉴트로, 복고문화에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삶의 가치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과거 근면 자조 협동을 실천 덕목으로 한 새마을정신이 캠퍼스에서 공동체 정신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 인류의 과제인 환경보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에 청년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국 대학새마을 동아리 학생들은 지역별 특색에 맞춘 활동을 포함해 농촌 일손돕기, 소외계층 돌봄, 환경보전운동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동아리에서 활동한 학생들이 사회인이 돼 새마을운동으로 참여가 이어지게 되면 새마을운동이 자연스럽게 젊어질 것이고 나아가 새마을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마을운동의 정신인가, 경제적 사회적 정책인가.△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으로 자유와 민주주의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그로 인해 공동체 결속은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으며 국가 발전의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재난과 재해도 급증하고 식량안보와 에너지 위기까지 고조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현실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수많은 국가적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 온 새마을운동의 위대한 저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해소와 공동체 의식 회복을 위한 ‘사회적 자본 구축’,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한 ‘지구촌 공동 번영’을 위해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역할일 것이다.-우리 국민들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인식은 어떨 것이라고 보나.△몇 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가장 기여한 업적이나 정책’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새마을운동이 1위로 지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거국적인 근대화 운동이 새마을운동이고 국민의식개혁과 국가발전에도 새마을운동이 원동력으로 크게 기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새마을운동 중앙회는 ‘친환경문화의 조성’, ‘공동체 정신 함양’, ‘지구촌 공동 번영’을 중점 추진하고 세대간 공감과 소통을 위한 MZ 새마을운동을 활성화하여 더 젊고 활력이 넘치도록 질적 변화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새마을운동의 세계화는 어떻게 진전되고 있나.△기아와 빈곤 탈출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발전 모델로서 국제사회에서도 새마을운동이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새마을운동 노하우를 전수받기를 원하거나 시범마을의 추가 지정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10월 새마을운동 중앙회를 방문한 탄자니아 총리도 한국의 새마을운동 노하우와 농촌개발 경험을 자국에 적극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올해 10개국 42개 마을을 ‘새마을 시범마을’로 조성했다. 지난 2016년 세계 46개국의 새마을회를 하나로 연결해 새마을운동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구촌 곳곳의 새마을 회원단체들이 연대해 자립적 공동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SGL)도 창립했다.-새마을운동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대구시 국민운동지원과장으로 새마을운동과 인연을 맺고 도시 새마을운동 활성화와 미래지향적 발전방향을 고민했다. 달서구청장 재직시 회관 건립을 지원했으며 국회의원으로 새마을운동조직육성법 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하는 등 새마을운동에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고 생각한다.-정치인 곽대훈으로서 성과와 후회되는 일은 어떤 것이 있나.△당선되자마자 탄핵 정국으로 의정활동에 의욕을 가졌으나 소신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 초선그룹 모임인 새벽을 만들어 활동했고 등원 초기엔 강성 발언도 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당의 시스템이 붕괴돼 버리더라. 그러면서 당내 리더들을 중심으로 그룹이 형성됐고 어느 쪽에도 가담 않은 독립군처럼 외톨이가 되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이곳저곳 기웃거릴 수도 없었고 부른다고 다가갈 수도 없었다. 산업통상위원회에서는 지난 정권이 거세게 몰아붙이는 탈원전 정책에 맞서 분투했다. 특히 대구의 성서산업단지를 활성화하려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아쉽다.-이제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이 됐다. 정치와는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려 하나.△새마을운동에는 여·야가 없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새마을운동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도록 노력할 뿐이다. 지금 전국 시·도별로 진행되고 있는 새마을지도자대회마다 참석해서는 단체장을 만나 새마을운동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더라. 특히 호남쪽 새마을지도자 대회에서는 그곳 단체장으로부터 새마을운동을 적극 지원해 주겠다는 답변을 얻었다./이경우 편집위원□ 곽대훈(郭大勳·67)대구 출신. 경북고. 고려대 행정학과 졸.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수료.제22회 행정고시 합격.대구광역시 행정관리국장, 달서구 부구청장을 거쳐 민선 달서구청장 3연임. 제20대 국회의원(대구 달서구 갑, 새누리당).달서구청장 재임 당시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과 국가생산성 정보화 부문 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 인증받은 진중하면서도 빈틈없는 지장(智將)형 리더십의 소유자다. 온정주의에 빠지지 말라며 늘 기본을 강조하고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야 큰일도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선출직 국회의원까지 했으니 스스로 복이 많다고 위로하면서 회원들이 신바람 나게 사기를 올려주고 시대가 요구하는 새마을운동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를 통합하는 새마을운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한다.

2022-12-19

통합신공항 최대 수혜지 구미, 사통팔달 광역교통망 잇는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의 전제 조건이었던 경북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 문제가 최근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신공항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신공항 영향권 도시들의 경제권 선점 경쟁도 본격화 되고 있다.신공항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구미시도 대구경북의 경제축으로 도약하기 위해 발빠르게 광역도로망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신공항 개항에 맞춰 산업물류 수송을 위한 구미∼군위 간 고속도로 건설과 구미∼군위 IC 간 국도 67호선 개량 사업 등의 도로망 확충과 대구∼경북 광역철도사업과 대구권 광역철도사업 등 철도망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이에 본지는 구미시가 신공항 개항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광역교통망 사업과 이로 인해 변화되는 도시의 모습을 미리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 통합신공항 중심지를 위한 광역교통망 확충구미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로 인한 항공산업시대에 맞춰 산업물류 수송을 위한 광역교통망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대표적으로 신공항 개항에 맞춰 산업물류 수송의 편의증진과 이동인구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구미∼군위 간 고속도로 건설(1조5천468억원) △구미∼군위 IC 간 국도 67호선 개량(482억원) △5산단∼서군위IC를 잇는 지방도 927호선 개량(511억원) △도개∼군위 간 국지도 68호선 확장(500억원) △산동∼군위 간 923호선 확장(450억원) △대구∼경북 광역철도사업(2조444억원) △대구권 광역철도사업(1천986억원) 등이다.특히, 구미∼군위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경부고속, 중앙고속, 중부내륙, 상주∼영천 민자고속 도로 등과 연계할 수 있어 구미산단 2천400여개 업체들의 산업물류 수송 원활과 교통 불편 해소로 국가산업단지와 남부권 항공물류수송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 구미시 장천면에서 군위IC까지 약 10㎞ 구간을 개량하는 구미∼군위 IC 간 국도 67호선 개량사업은 신공항과 연결되는 국지도 확장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통수요에 선제적 대응과 더불어 광역교통망 간 접근성 향상, 산단 입주기업 물류비용 절감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장천지역의 문화·관광사업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이 구간은 공사가 진행 중으로, 2024년 말 준공예정이다.여기에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있는 대구∼경북 광역철도 사업 중 서대구와 신공항을 잇는 광역철도 구간 내 동구미역 신설에 대한 강한 의지도 표명하고 있다.구미시는 통합신공항 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 중 최우선 과제로 동구미역 신설을 꼽고 있다.또 2015년부터 시작한 대구권 광역철도 건설사업도 원활히 진행됨에 따라 2024년 개통이 되면 구미시는 한층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이 구축된다. □ 교차로 통행방법 개선을 위한 도로입체구조화 추진구미시는 혁신적인 도로시설 개선을 통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 입체교차화를 추진한다.민선 8기 비전 중 하나인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인구 유입 확대’를 위해 도로 교통망을 개선하고자, 총 사업비 250억원의 예산을 투자하는 송림네거리 입체교차로를 필두로 원지평로 네거리, 구미고 네거리, 사곡오거리 등에 입체교차로 설치를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다.입체교차로 설치는 시민들의 출퇴근 시간 단축은 물론 국가산업단지와 국도의 접근성을 높여 구미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은 물류비용 절감의 효과를, 구미시민은 편리하고 쾌적하고 편리한 도로 순환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또 구미시는 연결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한다. 2021년 개통된 북구미 하이패스IC와 국도대체우회도로는 구미 진출입 차량 교통 분산효과로,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인바 있다.이에 구미시는 시민들의 이동거리와 소요시간 단축 편의를 고려한 구평∼칠곡 중리 간 직주연계도로와 구미국가산업단지 제5단지 진입도로 개설 등 세밀한 도로교통망 개설로 구미 진입부터 도착지까지 이용하기 쉬운 도로망을 개설해 나갈 계획이다.□ 도로정비도 선제적으로구미시는 새로운 도로 개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도로정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한 시는 지난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를 대설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국도, 지방도, 시·군도 약 550㎞, 교량(터널) 204개에 대해 도로제설 종합대책을 수립했다.또 도로상황관제실을 구축해 지역 주요 도로 구간의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강설 시 염수분사장치 가동 등 즉시 대응이 가능한 현대적인 시스템을 조성했다. 제설대책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염화칼슘 40t, 비식용소금 307t, 모래 3천800㎥와 친환경 제설제도 15t 마련했다. 친환경 제설제는 자동차의 부식을 낮추고 도로의 콘크리트 파손을 줄여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는 장점이 있다. 읍·면·동에는 빙방사(모래주머니) 4만1천여 개를 배부해 제설 취약지역에 상시 배치하도록 했다.제설장비는 덤프트럭, 굴삭기, 모래살포기 등 총 58대를 확보했으며, 시청을 중심으로 선산출장소, 각 읍·면·동 등 관계기관 간 인력 및 장비 협력 지원체계를 구축해 효율적인 제설작업 이뤄지도록 했다.여기에 안전사고 사전예방을 위해 상시 응달지역 및 급경사지 등 결빙취약구간에 자동염수분사장치를 가동해 제설 취약구간 12개소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스마트한 도로 조명구미시는 적극적인 에너지 절감 실천과 효율적인 시설 관리를 위해 도로 조명 기구를 스마트 친환경 고효율 LED조명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노후 가로등 2천789개를 고효율 LED 등기구로 교체하고, 첨단 IoT 기능을 활용해 원격 제어 및 고장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조명제어장치 1천656개를 국비 15억1천만원을 투입해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이를 통해 기존보다 야간에 도로가 1.5배 밝아지는 효과와 함께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원격 관제로 실시간 도로 조명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신속한 민원 응대가 가능해졌다.또 기존 조명대비 약 40%의 에너지 절감 효과와 더불어 연간 탄소배출량을 1천449t에서 869t으로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의 모든 길을 새희망 구미시대로 통하는 안전하고 편리한 길로 만드는 것이 구미시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며 “편리하고 안전한 도로정책을 통해 정주여건을 높여 인구유입 등 새희망 구미시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2-12-18

제대로 보고 즐기는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이 답

지난 2015년 고령군이 ‘2017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지역관광 발전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경북에서는 최초로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면서 경북의 작은 소도시이자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을 본격적으로 대외홍보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지역의 관광산업을 주도하며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민간조직 고령군관광협의회도 구성하였다.고령군은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을 통해서 관광산업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인식개선, 콘텐츠 상품개발, 관광환경개선사업, 온·오프라인 홍보 이벤트를 통한 관광마케팅 등이 추진되었으며, 관광상품개발과 관광객 수용대세 개선 등 지역관광 발전을 위한 토대 마련과 매력적인 관광목적지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고령관광의 달민선 8기가 시작되자 고령군은 낙동강을 인접하고 있는 지자체간 연계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8월 29일 대구 달서구청에서 이남철 고령군수,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 등 3개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연계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고, 그 첫 번째 사업인 지역연계 투어버스 ‘달리고’(달서구+달성군+고령군=달2고) 사업은 3개 지자체의 주요 관광지를 연계하는 투어버스를 운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대구시관광협회를 통해 9월 중순부터 사업을 시작하여 고령관광의 달에도 대구지역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지역 간 연계협력을 통해 관광사업의 활로를 개척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지역 가치를 창출하는 모범 사례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관광객 유치활동으로는 ‘체험! 경북 가족여행’, 시군대표관광지 육성사업-‘왕의 길 현의 노래(王道絃歌)’, 고령 일주일 살아보기 등을 통해서 수도권 대상의 관광객을 모집하고 1박 2일 체류형 관광프로그램으로 시행하였다. 그 외에도 보조사업으로 추진된 버스투어 사업, 팸투어 등을 고령관광의 달에 집중하여 실행함으로써 침체된 지역의 관광산업 재건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가야생활촌에서는 입장료 50% 할인과 3대 문화권 사업(사계)을 펼침으로써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 고령관광의 달 운영성과이번 고령관광의 달 이벤트를 마치고 관내 주요 관광지점별 관광객 수를 집계한 결과 10월 관광객 수는 7만5천964명으로 전월(5만4천180명)보다 2만1천784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대비 40% 증가, 전년도 동월대비 24% 증가한 수치다.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일상 회복 움직임에 따라 즉각적인 홍보전략과 차별화된 관광마케팅 추진으로 지역 관광산업을 견인하고 내수 확대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진단된다.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를 대비한 ‘기념사업’을 ‘기원사업’으로 변경 추진함으로써 고령군에 대한 관심도를 증대시키고, 대가야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를 제시하여 여행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만족도를 상승시켰고, 세계적인 음악공연을 포함한 다채로운 공연프로그램은 글로벌 문화에 대한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게다가 친환경 캠핑페스타로 지역과 미래를 배려하는 바람직한 캠핑문화 정착과 기부문화의 선례도 남겼다.그렇지만 야간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부족, 관광의 달 이벤트에 관내 업체의 낮은 참여율과 할인율, 다양한 숙박시설의 부재로 체류형 관광상품의 부재, 지역민들의 낮은 인지도 등은 이번 캠페인의 한계점으로 드러났다. ◇ 빅데이터 분석결과고령군은 행정안전부 빅데이터 공통기반 플랫폼인 ‘혜안’을 활용한 고령관광의 달 동안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대상으로는 고령군 관광에 대한 소셜데이터(뉴스, 블로그, 트위터)를 가지고 데이터과학 기반의 소셜분석기법을 활용하였다. 해당 기간에 ‘고령군’을 키워드로 하고 관광, 여행, 캠핑, 야행, 투어, 공연, 맛집, 숙박, 체험, 마케팅 등을 포함하도록 했고, 계약, 입찰, 검진 등 관광의 달 목적에 맞지 않는 다수의 배제어를 적용하였다.일별 검색추이 현황을 살펴보면 ‘고령관광의 달’ 캠페인 초기 2회의 주말연휴기간과 우즈베키스탄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공연, 문화재야행, 친환경캠핑, 트롯한마당 행사 전후 매체별 연급 빈도가 급증하였다.키워드 검색 현황에서는 지산동 고분군, 이남철, 경상북도, 대가야, 고령딸기, 가락 트롯마당 순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긍정적인 단어가 88.4%로 많이 언급되었고 긍정키워드는 기대, 노력, 발전, 최선, 행복 순으로 나타났다. 관광의 달 첫 번째 주말 연휴에 긍정키워드가 급증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여행수요의 폭증과 연관되고, ‘영주시’는 배제어로 포함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기대감의 키워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우즈베키스탄 초청공연과 부산국제관광전으로 긍정 키워드가 다시 증가하였으며, 문화재야행과 캠핑페스타로 지속적인 긍정어가 표출되었다. 이번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요약해본다면, 주요 미디어를 통한 고령군 관광 키워드 언급에 대하여 분석해본 결과 뉴스와 블로그에서 각각 69.8%, 16.1%로 나타나 뉴스매체의 언급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고령관광의 달 캠페인 기간 중 특히, 이남철 군수의 적극적인 행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관광지로는 지산동 고분군, 대가야박물관을, 지역특산품으로 고령딸기를 선호함을 주요 키워드로 알 수 있다.매체유형 검색결과 뉴스매체에서 월등하게 언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블로그를 통하거나 시대적 트렌드에 부합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매체를 통해서 집중적인 관광홍보가 필요하고,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박물관 등 관심도가 높은 관광지를 중심으로 주변 관광지 및 문화시설과 연계하고 이색적인 관광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고령군 방문 만족도를 극대화하여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는 관광서비스시스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 관광마케팅의 변곡점 도래고령군은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한 방편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해왔다. 2014년 조직개편에서 관광 행정조직을 세분해 인력을 배치했고, 많은 예산을 들여 각종 관광자원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대외적으로는 관광마케팅 부서와 고령군관광협의회라는 민간조직도 구성해 운영해왔다. 그런데도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유발효과는 미미하다. 이는 관광산업의 성장과정에서 고령군이 아직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하지 못한 요인으로 진단할 수 있다.최근 관광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고령 관광객의 주된 연령층이 50~70대로 확인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유·초등 현장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등 학생단체의 이동이 다시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20~30대의 고령군 방문율은 매우 저조하다. 이에 대한 원인을 살펴보면 고령군이 역사관광을 중심으로 관광자원 개발을 하다 보니 매력도가 떨어지고 지역문화 또한 가야금 등 정적인 요소가 대부분이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역동적인 체험거리가 없고, 최신 관광트렌드를 반영한 매력물이 없다.지난 2015~2022년까지 약 8년간을 돌이켜보면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요소는 예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즉, 체험거리가 줄었기 때문에 체류시간도 늘어날 수가 없다. 관광시설은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개발됐다. 그렇다 보니 단체관광객이 방문하면 시설 규모에 맞춰 프로그램이 운영돼 체험행사 운영시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불편하게 된다.다양한 체험거리가 있어야 고령이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다. 기초적인 관광인프라부터 점검하고 확충해야 한다. 교통, 숙박, 음식, 서비스 등 기본적인 태세를 잘 갖춘 상태에서 홍보·마케팅을 해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령, 상점을 개점했으면 상품진열대에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하고 품질이 좋아야 장사가 잘되는 이치와 똑같다. 지금껏 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만을 위해 노력을 해왔고 등재 이후 파생될 수 있는 지역의 관광수요에 대해 예측하고 준비하지도 못하고 있다. 민선 8기를 맞아 고령관광은 새로운 시대적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관광트렌드를 외면하고 역사관광자원만 개발할 것인지, 관광객의 수요 욕구를 반영한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개발하여 지역에 대한 관광매력도를 끌어올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대응 전략12월 12일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제6차 관광진흥기본계획(2023~2027)을 심의·의결하였다. 2023년을 관광대국의 원년으로 삼고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한국문화(K-Culture)와 함께 관광매력국가’ 실현을 위한 관광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고령군은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사업추진과 더불어 정부의 관광진흥 기본방향을 충분히 검토하여 효과적인 관광개발과 관광마케팅을 펼쳐야 굴뚝 없는 산업의 대명사인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즉흥적이고 임시방편의 관광은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관광산업은 고령군의 지속가능한 발전모델로 육성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제는 고령군의 미래관광을 고민하는 생산적인 관광행정을 펼쳐나가야 한다. 고령/전병휴기자

2022-12-14

겨울 그 너머에서 함께하는 성찰의 시간

불어오는 바람이 부쩍 차가워진 12월 중순. 매운 날씨 탓에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기다. 너나없이 따뜻한 거실이나 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이럴 땐 영화 한 편 감상하는 것도 잠시잠깐 추위를 잊을 수 있는 유용한 여가 보내기 방편이 아닐까.세상엔 감독과 배우의 숫자만큼 다양하고 많은 영화가 있다. 그중 어떤 걸 선택해 볼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다.혼자 있을 때면 생각이 많아지고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해보는 계절인 겨울. 내친김에 인간과 세상이 어떤 양상으로 존재하고, 변화해나갈 것인지 한 번쯤 떠올려보고 싶은 이들에게 어울리는 영화 2편을 소개한다. 운명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살인자 ‘향수’20세기 초반의 유럽 진보 소장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무정부주의와 변형된 마르크시즘이 횡행하던 때다.“모든 극단은 불온하고 위험하다. 그러나, 아름답다.”이 명제가 비단 사회학과 정치학에서만 적용된 건 아니다. 예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질서와 시스템에 대한 변혁이 숨 가쁘게 진행된 것처럼,사물을 유사하게 모사만 해오던 화풍이 변했고,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실존주의가 문학 서술의 새로운 사조로 떠올랐으며, 이른바 ‘전위예술’이 등장했다.그러나, 이 극단 추구가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됐다는 건 어쩌면 우리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문학애호가라면 기억할 것이다. 지난 시절 한국에 불어 닥친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풍’의 진원지가 된 소설 ‘향수’가 톰 튀크베어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이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된 때는 18세기 프랑스. 좀 더 구체적으론 파리와 그라스란 도시다. 원작자와 감독은 문장과 영상을 통해 말한다. “극단의 추구는 이미 그때부터 시작됐다.” 누구도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향기까지 맡을 수 있는 한 사내가 파리 빈민가에서 태어난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이 극단의 향기중독자는 극단적으로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어내는 게 꿈이다.그러나, 극단의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은 극단의 수단 없이는 불가능한 법.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몰고 다니는 이 불온하고 위험한 사내는 아름다움을 위해 살인이란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다. 아니,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운명이 그를 ‘그 방식(살인)’으로 몰고 갔다고 봐야 옳겠다.대체 그 향수는 무엇을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었을까? 쥐스킨트의 명성을 제외하고도 빼어난 이 영화는 시종일관 우울하고 어두운 톤으로 진행되며, 침울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묻는다.“만약 당신이 그루누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어쩔 수 없는 운명의 길과 피해가야 마땅한 현실의 길 사이에서 망연한 표정으로 헤매는 주인공과 관객들이 동시에 어른거린다.관객들이 ‘향수’에 열광한다면 그것은 쥐스킨트의 명성에 힘입은 바 크겠지만, 영화 자체로도 완성도가 빼어나다.당대 유럽 풍경의 사실적인 묘사는 물론, 속도감 있고 스릴 넘치는 편집과 연출기법이 튀크베어 감독의 만만찮은 공력을 짐작케 한다.고대 이집트의 전설에 매혹된 극단적 감각의 사내는 과연 불온과 위험을 넘어 극단의 아름다움과 조우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는 진정으로 행복했을까? 또한, 그 행복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읽는 행위가 전제돼야 상상력을 펼쳐 감동에 이를 수 있는 문자예술(소설)과 달리 가만히 앉아 보는 것만으로도 일정 정도의 깨달음과 즐거움을 주는 영상예술. 영화 ‘향수’는 읽는 재미와는 또 다른 보는 재미를 준다. 어떤 거냐고?한물간 향수 제조자 주세페 발디니 역할로 잠시잠깐 등장하지만, 그 존재감이 누구보다 강렬한 명배우 더스틴 호프만과의 만남, 영화 말미 광장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춤과 같은 난교, 마지막 장면의 충격적 재현이 그렇다. 실험과 독창성이 빚어낸 걸작 ‘홀리 마운틴’보통의 사람들로부터 “저 사람은 천재”라는 이야기를 듣는 예술가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독창성의 획득, 흉내 낼 수 없는 창조력, 거기에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慧眼) 등이 바로 그것.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남아메리카 칠레 출신의 러시아계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는 재론의 여지없이 천재다. 그것도 앞에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붙여도 좋은.대학에선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자유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파리로 훌쩍 날아가 마임(Mime·대사를 사용하지 않고 표정과 몸짓으로 전달되는 연극)을 수련한 그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전 유럽을 휩쓸었던 초현실주의의 세례를 받은 마지막 세대다.또한,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자신이 선택한 문예이론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바꾸고자 했던 혁명가였다.실험과 도전, 생경함과 낯설게 하기, 더불어 앞서 언급한 독창성과 창조력에 미래 예측력까지 두루 갖춘 조도로프스키의 영화.그가 자그마치 47년 전에 만든 ‘홀리 마운틴’. 영화는 그 당시부터 극장을 찾은 사람들의 경악과 고개 갸우뚱거림, 한숨을 불렀다.조도로프스키가 한국 관객들에게 전혀 생소한 감독은 아니다. 1989년에 연출한 ‘성스러운 피’는 국내에서도 개봉돼 흥행에선 실패했지만, 소수의 뜨거운 마니아를 만들어냈다.하지만, ‘성스러운 피’는 조도로프스키가 만든 가장 쉽고 대중적인 작품. 그럼에도 상영 도중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객석에서 일어선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홀리 마운틴’에는 ‘성스러운 피’보다 훨씬 더 많은 상징과 복선이 숨겨져 있다. 마치 매우 복잡한 추리소설 수십 권을 한꺼번에 읽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해석이 난감한 어려운 영화라는 이야기.영화를 시간 때우기 방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홀리 마운틴’을 만난다면 감독과 관객 모두에게 불행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선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영화 한 편을 두고 의미 부여가 과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천만에.해괴한 영화 문법과 비교 대상이 없는 이질적인 촬영기법, 거기에 천재의 광기까지 참을성 있게 견뎌낼 각오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 ‘홀리 마운틴’ 관람은 고문에 가까울 것이기에.장황한 사전 설명과 달리 영화의 줄거리는 간략하고 간명하다.남아메리카의 한 나라로 짐작될 뿐, 어딘지 명확히 알 수 없는 땅에 떨어진 신(神)을 닮은 사내. 자기표현에 서툰 이 사내는 여러 협잡꾼들에게 휘둘리다 불구의 난쟁이와 함께 정체 모호한 지도자를 따라 불멸의 산을 찾아 나선다.그들 곁에는 권력과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또 다른 일행이 있다. 그리고, 이어서 펼쳐지는 갖가지 사건들….2시간이면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 속에 감독이 담을 수 있는 메시지는 얼마나 될까?‘홀리 마운틴’ 안에는 자본주의 비판,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 유럽의 남미 침략에 대한 은유, 권력의 본질에 대한 연구, 구획되지 않는 자아와 타자 사이, 인간의 유한성과 세계의 영원성 탐구 등이 모조리 담겨있다.그것도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포장된 상태다. 이 영화가 1975년에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하나하나가 초현실주의 회화 같은 수백 개의 영화 속 장면들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뿜어내는 빛이 눈부시다.그 빛을 조율하는 조도로프스키의 감각은 “놀랍다”는 말만으론 표현이 불가능하다.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빼어난 예술품 앞에서 느끼게 되는 정신적 충격)을 불러온다는 평론가도 있었으니.아흔을 넘겼음에도 나이와 무관하게 창작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은 이 늙지 않는 천재는 알프레드 히치콕과 조지 로메로를 흠모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소설가를 지망하는 문학청년이라면 누구나 톨스토이를 읽는다. 그러나, 톨스토이를 읽는 청년 모두가 톨스토이처럼 쓸 수는 없는 법. 허나, 조도로프스키는 그걸 해냈다. 히치콕과 로메로를 뛰어넘은 것이다.이 단정이 비단 기자만의 판단이 아니라는 걸 영화를 본 사람들이 증언해줄 터.‘홀리 마운틴’을 만난다는 건 셀 수 없이 많은 명화가 끝없이 이어진 어두운 복도를 설레는 마음으로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가슴 떨림’에 동참해보길 권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2-13

“호스피스는 임박한 죽음이 아닌 귀중한 여생에 집중”

말기 암 환자나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호스피스이다. 호스피스는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여생을 잘 마무리하고 평온한 죽음을 맞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잘 죽는 것은 잘 사는 것이며,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많은 이들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본 호스피스 의사에게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일까. 포항의료원 호스피스센터에서 내과 전문의이자 호스피스 의사인 유재훈 센터장을 만났다. 호스피스 병동은 임종의 이미지와 달리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공간은 쾌적했다. -호스피스 병동은 어떤 곳인가.△치료를 해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신체 고통을 줄이고 심리적 안정을 지원받는 곳이다. 죽음은 치료의 실패가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호스피스의 주된 역할 중 하나이다.-호스피스 서비스는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나.△호스피스 서비스는 입원형, 자문형, 가정형이 있다. 포항의료원 호스피스센터는 현재 입원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중단되었던 자문형 호스피스를 재개할 계획이다. 자문형은 일반 병동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다. 호스피스 팀이 집으로 방문하는 가정형은 수요는 많지만 활성화가 덜 되어 있다. -일반 병동과의 차이점은.△지금까지 병원은 의료진과 환자 중심이다. 호스피스는 의료진과 환자뿐 아니라 가족까지 확대된 개념이다. 일반 병동은 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심장이 뛰지 않을 시 연명치료를 하게 된다. 호스피스는 주로 통증조절에 초점을 맞추고 연명의료 중단을 환자 본인이 결정할 수 있어 여생의 삶의 질을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링거나 주사, 투약 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며, 외출이나 여행도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다녀올 수 있다.-담당의로서 증상이 나빠질까 봐 우려되지 않나.△미리 걱정해서 환자들의 마지막 소망을 막을 수는 없다. 호스피스 환자들의 버킷리스트를 보면 정말 단순하다. 뭘 먹고 싶다거나, 어디를 가고 싶다거나, 누구를 만나고 싶다는 것등. 건강한 이들에게는 별일이 아니지만 말기 환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움직일 수 있을 때 다니라고 말씀드린다. 일주일 뒤면 그 컨디션도 안될 때도 있다. 의료진의 판단하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원하는 일을 하시도록 한다. 얼마 전에는 입원 당시에 외출은 엄두도 못 내던 환자가 아들의 결혼식도 다녀오고, 통증까지 조절돼 퇴원을 했다. 유재훈 포항의료원 호스피스센터장. -코로나 시기 호스피스 환자들은 더 힘들었을 것 같다.△코로나19 관련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기존 환자들을 소개(疏開)하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말기 암 환자나 거동이 안되는 분들은 전국 병원에 연락해 전원시켰다. 국가적인 재난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감염병전담병원 전환 하루 전까지 촉박하게 환자를 타 병원으로 어렵게 이송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원망도 많이 들었고 안타까운 심정도 컸다.-호스피스 의사가 된 계기는.△주전공이 내과여서 말기 암 환자를 보게 된다. 말기 환자는 정서적 지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호스피스가 그런 역할을 담당한다. 호스피스 전문의가 된 건 6년 정도 됐다. 호스피스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을 치고 실습 과정을 거쳐야 호스피스 인정의 자격이 부여된다. 수업은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토론하고 연극하는 방식이다. 호스피스 병동은 팀워크로 움직이기 때문이다.-호스피스 병동의 팀워크는 누가 만드나.△우리 병원에는 간호사 15명과 도우미 30명, 사회복지사 1명, 의사 3명이 근무한다.-호스피스 병동에서 의사의 역할은 얼마라고 말할 수 있나.△의학적 판단은 의사가 잘하겠지만 전반적인 컨디션 파악은 간호사들이 훨씬 잘한다. 일반 병동에서 의사의 역할이 70~80% 라면, 호스피스에서는 30%나 될까. 간호사가 30%를 담당하고 요양보호사와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의 역할도 크다. 구성원 중에 한쪽만 삐끗해도 돌아가지 않는 시스템이다. 호스피스에서는 관계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가 거의 가족처럼 지낸다. 이번 월드컵에도 휴게실에서 함께 TV를 보며 대표팀을 응원했다.-호스피스를 받는 시점은 어떻게 정하나.△일반적으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치료가 불가능한 시기를 판단한다. 대부분 전문의의 판단으로 호스피스에 오게 되지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우선 일반 병동에 입원시켜 혈액검사와 CT 검사를 하고 치료가 가능하면 환자를 설득한다.-보통 의료 행위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지만 호스피스 의사는 죽음을 지키는 일을 한다. 일반 병동과 호스피스 병동을 오가며 느끼는 온도차가 크겠다.△의사가 해야 할 일은 다르지 않다. 호스피스가 없을 때도 말기 암 환자는 병동에 있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과 처치를 하는 점은 비슷하다. 다만 그 목적이 치료보다는 돌봄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호스피스에서는 완치보다 고통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 호스피스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환자가 많아 중압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해서 회진을 돌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퇴근하는 발걸음이 가볍다.-죽음을 목격하면서 쌓이는 심적 부담감은 어떻게 해결하나.△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겨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죽음이든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하면 그나마 덜하다. 가능한 한 좀 더 손잡아드리고, 뭐가 불편한지 살피고, 해결할 수 없다면 상황을 솔직하게 말씀드린다. 호스피스 전문의로서 두 가지 원칙은 최선을 다한다는 것과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병명을 모른 채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마지막을 긍정적으로 마무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호스피스 팀원 모두 임종을 많이 접하다 보니 정서적 소진이 높은 수준이다. 병동 내 소진관리 프로그램으로 팀원들과 대화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해 팀원들의 소진을 관리하고 있다.-최근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허용하는 존엄사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적극적인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환자는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지만 결국 마지막 버튼을 누르는 역할은 의사가 해야 한다. 의사들에게 버거운 짐을 지우는 일이며 심적 부담이 큰 일이다. 다만 특정 요건이 엄격하게 갖춰진 상태에서의 연명의료 중단은 찬성한다. 그리고 경제적 부담으로 죽음이 강요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말기 환자의 존엄하고 품위있는 임종을 위해서는 호스피스 지원부터 확대해야 한다.-호스피스 병동이 얼마나 부족한 상황인가.△현재 전국의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 수는 96개 1천595병상이며 경북에는 12개 기관 196병상이 전부이다. 경북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부족한 수준이다. 포항에는 포항성모병원과 포항의료원 두 곳뿐인 현실이다. 포항의료원 호스피스센터는 코로나19 직전에 리모델링을 시작해 코로나 시기 두 차례 오픈했다가 문을 닫아야만 했다. 당시 언제 운영을 재개하는지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수요가 많아서 대기하는 실정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말기 질환 환자의 반 이상이 호스피스 치료를 받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환자가 원해도 들어갈 병실이 없다. 포항의료원은 호스피스 병상을 차츰 늘릴 계획이며, 호스피스 사업은 공공의료기관이 해야 하는 사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임종과 관련된 죽음의 질이 높아져야한다. 호스피스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모든 이들이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법적,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암 환자 위주로 호스피스 병동이 운영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말기 질환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익숙하고 편안한 각자의 집에서 받는 가정형 호스피스의 활성화도 필요하다.-한 사람이 삶을 마무리하는 호스피스에서 남은 사람들은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좋은 죽음은 떠나는 이에게도 남은 이에게도 해당될텐데, 의사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웰다잉(well-dying)’은 무엇인가.△의사로선 환자가 되도록 덜 아프고 조금이라도 명료한 의식으로 마지막을 맞길 바란다. 호스피스는 임박한 죽음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삶에 집중한다. 마지막 나날을 충만하게 해주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웰다잉을 위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때 연명치료 여부를 미리 결정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죽음을 앞두고 단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호스피스 환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배은정 작가유재훈 센터장은단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심장연수강좌를 수료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정회원이며 현재 경상북도포항의료원 진료부장과 호스피스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다. 포항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은 2012년 12월 완화의료전문기관(입원형)으로 20병상이 지정되어 경상북도 최초로 운영을 시작했고,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했다가 리모델링을 거쳐 올해 10월부터 26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2022-12-12

대가야 500여 년 ‘망각의 역사’서 ‘기억의 역사’로

가야고분군 중 하나인 고령 지산동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언제 확정될까? 비단 고령군민만이 아니라 이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세계유산(世界遺産·UNESCO World Heritage)이란 유네스코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정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말한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유산들을 지속적으로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해왔다.가야고분군은 문화유산에 해당하며, 만약 등재된다면 한국의 16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지산동고분군은 연속유산(지리적으로 연접하지 않는 각 하위 요소로 구성된 유산)인 가야고분군 중 하나에 해당된다.가야고분군은 고령 지산동고분군을 비롯해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등 7개의 고분군을 포함한다.대가야의 역사가 숨 쉬는 고령 지산동고분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바 있다.지난 2018년에는 합천 옥전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등 4개의 고분군이 추가돼 가야고분군 유산 범위가 확대 결정됐고, 2019년 7개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것.지산동고분군은 올해 세계유산위원회를 통해 최종 등재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의 악화로 지금은 등재 여부를 논의할 세계유산위원회가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태다.현재 외교부와 문화재청은 국제 정세 변화를 파악하며, 지산동고분군의 세계유산등재 여부와 시기를 추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신라에 의해 대가야의 역사는 지워졌지만그렇다면 고령 지산동고분군은 어떤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가진 것일까? 지산동고분군은 5~6세기에 걸쳐 축조된 대가야 지배층의 집단묘역이다.대가야는 기원후 42년 시조 이진아시왕이 건국해 562년 멸망 때까지 지속된 고대국가다. 대가야의 중심은 지금의 고령군이었고, 고령군은 대가야 멸망 후 대가야군(大伽倻郡)을 두었다가 신라 경덕왕 시기(757)에 고령군(高靈郡)으로 개칭됐다.‘삼국사기’ 등 각종 역사서를 볼 때 당시 대가야는 ‘가라(加羅)’로 불리었음을 알 수 있고, 대가야라는 명칭은 고려시대 기록에서부터 나온다.대가야는 전기 가야사회를 주도했던 금관가야가 쇠퇴한 이후 5세기부터 급속하게 성장해 후기 가야사회를 주도했다. 6세기에는 그 영역이 합천, 거창, 산청, 함양, 남원, 장수, 여수, 순천까지 뻗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산동고분군은 대가야의 전성기였던 5~6세기에 가야권역 최대 규모로 축조됐다.대가야는 562년 신라 진흥왕에 의해 멸망했는데, 신라는 대가야를 멸한 후 대가야군을 설치하고 지배세력을 해체시키는 등 대가야를 역사 속에서 지우려 했다.이로 인해 지산동고분군에는 대가야 멸망 이후 더 이상 가야고분이 축조되지 않았으며, 대가야를 점령한 신라의 고분만이 만들어졌다. 멸망 후 대가야의 고분문화는 의외의 지역인 강원도 동해시 추암동고분군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대가야 지배세력을 와해시킨 신라의 사민정책(정치적 목적에 의해 백성들을 강제이주 시키는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역사학계의 추정.이처럼 대가야는 주체적 기록을 남기지 못했고, 나라의 역사가 철저히 지워지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현재는 각종 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통해 대가야의 역사가 복원되는 중이다. □ 발굴·조사, 지속적으로 진행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미루어 짐작하게 해주는 귀한 유적 지산동고분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초기에 작성된 ‘신증동국여지승람’ 고령현 고적조에 등장한다. 거기선 “현의 서쪽 2리 남짓 되는 곳에 옛 무덤이 있는데, 세간에서는 금림왕릉이라고 일컫는다”고 쓰고 있다. 그러니, 그 시기부터 지산동고분군을 왕릉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최초 발굴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 동경제국대학 세키노 타다시 교수가 조선총독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했다. 일제강점기 동안 시행된 조사는 모두 8차례다.하지만, 그때 진행된 지산동고분군을 비롯한 가야유적의 발굴과 조사는 식민사관인 임나일본부설(일본이 한반도 남부 가야 지역에 일본부를 설치해 통치했다는 주장)의 증명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 짙었다. 또한, 발굴·조사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조차 남아있지 않다.유일하게 위치를 알 수 있는 곳이 금림왕릉, 즉 현 5호분(구 39호분)인데 이는 지산동고분군 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큰 고분이다. 이마저도 조사 기록은 남아있지 않고, 당시 사진과 출토 유물 일부만이 전해질 뿐이다.지산동고분군이 사적 79호로 지정된 것은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1962년의 이듬해인 1963년 1월 21일이다. 1970년대 후반엔 문화재관리국의 ‘가야문화권 유적 보존을 위한 정화사업’의 한 방편으로 지산동 44·45호분이 경북대학교 박물관과 계명대학교 박물관에 의해 발굴·조사됐다. 이 중 44호분은 직경 27m의 대형 고분으로 내부에서 주곽 1기·부곽 2기·순장곽 32기가 확인됐다. 이 고분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순장된 무덤이다.44·45호분의 발굴과 조사는 가야사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즈음부터 방치됐던 가야사 연구가 다시 적극적으로 진행된다. 1978년에는 32~35호분이 발굴·조사됐고, 이를 통해 대가야식 묘제의 정형이 재차 확인됐다, 32호분에선 가야 최초의 금동관이 출토돼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다음에는 30호분과 73~75호분 등 5세기 전반기, 그러니까 지산동고분군 조영 초기에 축조된 고분이 조사됐고, 최근엔 그간 비밀스럽게 존재했던 고분군의 남쪽 구릉에 위치한 518호분과 604호분이 조사되기도 했다. 남쪽 구릉의 고분 또한 북쪽 구릉 것과 마찬가지로 대가야 양식의 묘제와 부장품이 확인됐다.지산동고분군에 대한 발굴과 조사는 앞으로는 꾸준히 이어져 5세기 중후기에 축조된 고분의 형태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고, 더 나아가 대가야 매장문화의 비밀을 밝혀낼 것으로 전망된다. □ 세계유산 등재로 가야의 비밀 밝혀지길지산동고분군은 고령시를 병풍처럼 감싼 해발 310m의 주산으로부터 남쪽으로 뻗은 가지능선을 따라 조영돼 있다. 능선의 정상부엔 대형분이 있고, 그 주변으로는 중·소형분이 분포된 것이 특징.현재까지 확인된 봉토분은 706기다. 봉토가 남아있지 않은 소형 무덤을 포함하면 그 수가 수천에 이른다고 한다.북쪽과 남쪽에 만들어진 고분은 크게 볼 때 ‘대가야 고분문화’라는 동일한 양상을 보여준다. 다만 북쪽 구역의 구릉은 주산의 주능선에 해당하며, 이곳에 축조된 고분은 남쪽 구역의 고분에 비해 입지와 규모면에서 우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는 보다 좋은 곳에 무덤을 만들어 대가야사회에서 지배층의 권위를 과시하고, 사회적 지배관계를 확립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것으로 보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그러니, 북쪽 구릉에 자리한 대형분에 묻힌 이들은 대가야의 최고 지배층이었을 가능성이 높다.지산동고분군을 포함한 대가야고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순장곽. 한반도 고대사회에서 순장(신분이 높은 이가 죽었을 때 강제 혹은, 스스로 죽어 함께 묻히는 장례풍습)은 적지 않게 확인된다. 이런 경우 대개 매장주체부 또는, 부장공간에 순장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산동고분군의 경우엔 순장자를 위한 단독석곽을 묘역 안에 마련하고 있다. 이는 지산동고분군을 중심으로 한 대가야고분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지금까지 확인된 가야고분군은 모두 1천여 기. 수많은 가야고분군은 묘제양식과 토기양식의 분포를 통해 7개의 문화권으로 분류됐다. 고분군의 규모와 유물 등을 통해 각 문화권의 중심고분군이 확인된 것이다. 그 중심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를 기다리는 7개 가야고분군이다.우리나라 고대사회의 한 축이었던 가야는 500년 이상 한반도 남부에 실제로 존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체적 역사서가 없어 가야의 역사를 제대로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고령 지산동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의 세계 유산 등재는 가야 역사를 비롯한 정치·경제·문화의 복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기에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가야고분군이 언제 정식 등재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2-12-08

“문경~김천 고속철 예타 통과, 지역경제 살릴 디딤돌로”

문경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인 중부내륙철도의 문경~김천 구간 철도 건설사업이 지난달 통과되면서 그간 사업추진을 위해 노력해온 문경시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신현국 문경시장은 너무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라며 사업 성사를 크게 반겼다. ◇중부내륙철도의 문경~김천 구간 사업 예타 통과 소감지난 11월 28일 예타를 통과한 이 사업은 중부내륙철도를 거제까지 잇게 되는 총사업비 1조3천31억원의 대형국책사업이다.2019년 5월 착수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를 위해 문경시는 김천·상주시와 함께 서명운동을 실시해 3개시의 인구 중 80%가 넘는 24만5천명의 서명을 받아 대통령실을 포함 중앙부처에 탄원서 전달하고 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호소문을 제출하는 등 수십 차례 관련부서를 방문해 예타 통과를 위해 노력해왔다. 경북도를 포함한 문경·상주·김천 시민과 공직자의 하나된 마음과 노력으로 예비타당성조사 종합평가회의에서 비용편익분석(B/C) 결과가 기준값 1.0 보다 낮은 0.58 정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성 분석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1월 28일에 열린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극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된 것으로 보고 있다.신 시장은 “비록 비용편익 분석에서는 낮은 값을 받았지만 철도는 공급을 통해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국가기간사업이므로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낙후된 경북북부지방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역시 부지런히 두드리면 열리는 법이라며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재차 언급했다.◇중부내륙철도의 문경~김천 구간 사업 예타 통과 예상 효과중부선(수서~김천~거제) 노선 중 유일한 미연결 구간으로써 사업이 시행되면 서울에서 거제까지 준고속 철도망이 완성되어 수도권과 중부내륙의 낙후지역, 남부내륙을 연달아 연결하는 산업벨트 구축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이 최종 추진되면 수서에서는 문경까지 65분, 김천까지는 90분, 거제까지는 180분이 걸려 구간별로 기존 이동시간보다 짧게는 60분에서 길게는 100분 가까이 이동시간이 대폭 단축되는 효과가 생긴다.이렇게 되면 문경시는 수도권, 남부권이 연결되는 철도 교통 중심지로서 지역경제 신 성장의 중심축이 되어 인적·물적 교류가 활성화되고 특히 문경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 대학교 유치와 관광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시장은 “이번 예타 통과까지 함께 노력해 준 문경시민과 중앙부처, 경북도 등 모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한체대 유치 추진의 목적과 효과신 시장은 자신의 주요 공약사항으로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의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체육대학교의 문경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한체대 이전으로 학생과 교직원을 전입인구와 상주 인구로 확보해 인구 감소를 막고 지역 내 경제 활성화를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국군체육부대를 위시해 각종 스포츠의 전지훈련장이자 크고 작은 대회가 열리고 있는 스포츠 중심 도시인 문경은 수도권과의 수월한 접근성과 편리한 교통, 쾌적한 훈련시스템이 구축되어 체육훈련 활동에 우수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는 한체대가 이전할 최적지로 문경시가 최적지라는 것.◇한체대 유치 추진 진행 상황과 전망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하였고, 문경시민들의 간절한 꿈과 희망의 뜻을 모아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내부 의지를 다졌다. 곧 문경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한국체육대학교 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유치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꾸준히 관련 부처와 다방면 인사들을 직접 만나 추진 당위성을 설명하며 유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추가 기관 유치 계획한체대에 이어 숭실대 제2캠퍼스 유치도 추진중이다.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숭실대학교와 관내 위치한 문경대학교를 통합해 숭실대학교 제2캠퍼스를 만들어보자는 구상. 숭실대의 경우 문과대와 공과대학으로 편중된 학부 구성을 통합을 통해 다양화하고, 문경대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존폐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가 된다는 것.먼저 숭실대 측에는 이미 숭실대 연수원이 있는 점을 활용해 학교를 설득하고 있다. 지난 사과축제기간에는 직접 숭실대 캠퍼스에 가서 ‘문경감홍사과나눠주기’ 행사도 진행하였는데, 이렇게 잦은 접촉을 통해 숭실대 학내 구성원들에게 문경시의 존재를 알리고 친근감을 형성하려 노력중이다. 문경대의 경우 최근 통합을 우려하는 의견을 내기도 하였지만 학령인구감소라는 직면한 문제를 맞아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위해 우리시에서 내민 손을 잡으리라 확신한다. 얼마 전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문경시와 문경대, 숭실대간의 3자 MOU를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서로 간 큰 틀에서 통합이 합의되면 세부안을 맞춰 빠른 시일 안에 진행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문경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계획문경새재를 비롯한 우리시의 자연과 관광자원은 풍족하고 그것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이제는 추가적인 자본 유치를 통해 한 층 더 도약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전부터 주장해왔던 문경새재 주흘산 케이블카 설치로 대규모 관광산업 활성화가 큰 과제다. 현재 문경새재 케이블카는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추진 중에 있으며 제영향평가와 같은 인허가 문제도 빠른 시일 안에 통과할 수 있도록 부서에서 지혜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수준이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문경시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선 가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지켜봐 주기 바란다.◇가을축제(오미자, 사과, 한우)에 대한 평가와 추후 개선점하반기 가을축제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오미자 축제는 동로면 이 떠들썩하게 사람들이 찾아 난리통을 이뤘고, 사과축제는 문경새재의 그 넓은 주차장이 가득 차고 축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투자’라는 시정방향에 따라 가을축제는 모든 프로그램 구성과 인기가수들이 출연한 축하공연까지 전국 최고의 수준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농가 매출 증대와 참여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다시 한번 더 축제를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행사였다. 특히, 우리시 주도로 전국방송으로 진행된 공중파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나서는 문경새재의 사과축제 현장뿐만 아니라 시청 당직실까지 문경사과를 찾는 사람이 많아 담당 부서에서 판매 안내를 하느라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될 정도였다.이 모든 게 중생종 대표 명품사과인 ‘문경감홍사과’의 우수한 상품성과 민관 모두의 힘을 모아 일궈낸 알찬 홍보와 축제 구성을 통해 탁월한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라 생각한다.아쉬운 점은 지난 오랜 시간동안 축제 예산이 정체되어 더 크게 성장 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예산을 현실에 맞게 증액해 기간과 컨텐츠를 늘려 더 많은 분들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할 예정이니 이 역시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문경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성원과 지지를문경시민들께서 오랜 시간 공백기를 보냈던 저를 다시 불러주신 것은 심각한 인구감소에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적극 대응해 문경의 미래인 우리 젊은 세대들이 살아갈 만한 문경 땅을 만들어 달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앞서 말씀드린 공약사항 중에 쉬운 내용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Yes’라는 긍정의 힘만이 위기의 절박한 문경을 구할 수 있는 만큼, 쉽지 않지만 조금씩 나아가야만 하는 우리 시정 목표를 시민분들께서도 함께 공유해주시고 격려와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2-12-07

잔잔한 물결·무성한 갈대 따라 맨발 산책 어때요

2022년 12월 첫날이었다.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 11월 말까지 봄처럼 따스했던 날이 그날은 맵고 찼다. 북쪽에서 불어온 찬바람 탓에 체감온도가 영하 5도는 됐을 듯.포항 남구 대송면 조박지 인근을 걸어보기 위해 정오쯤 북구청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에 올랐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이니 빈속으로 산책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차에서 내리니 연일전통시장이 지척. 따끈한 순두부찌개가 겨울 점심으로 제격이기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딸려 나온 밑반찬이 깔끔했다. 게다가 음식을 가져다준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의 생글생글 웃는 친절까지. 일금 8천 원의 저렴하고 만족스런 식사였다.어딜 가건 아직도 인정과 사람살이의 따스함이 남아 있는 한국 전통시장 내 식당에서의 끼니 해결은 선택 실패의 가능성이 낮은 법. 배가 부르니 마음도 훈훈해졌다.연일시장을 나와 도로를 건너니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조박지가 가물거렸다. 일직선으로 뻗은 농로 끝에 자리한 조박지는 남구 연일읍 인주리와 대송면 남성리에 걸쳐 자리했다.‘적계못’으로도 불리는 조박저수지는 한국전쟁이 있기 전 1949년 가을에 만들어졌으니 일흔을 넘긴 나이다. 그 세월 때문일까? 농업용 저수지 치고는 풍경이 점잖고 의젓했다(?).차가운 날씨 탓인지 봄이나 가을처럼 저수지 주변을 걷는 이들은 드물었다. 그러나, 무인지경(無人之境)은 아니었다. 1시간 30분쯤 산책을 즐기는 동안 10여 명의 사람들을 봤으니. ▲양말만 신고, 혹은 맨발로 산책하는 ‘조박지 사람들’잘 정돈된 저수지 둘레길 위로 올라서니 30대 여성 하나가 양말만 신은 채 걷기운동을 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맨발로 흙길을 걷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어온 터. 그러나, 외투 깃으로 얼굴까지 가려야 하는 겨울 한복판에서 그 모습을 실제로 보니 놀라웠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놀라운 광경과 만나게 됐다. 이번에는 족히 일흔은 넘겼을 어르신이었다. 그분은 아예 양말도 없이 맨발이었다. 혹여 동상에나 걸리지 않을까 싶어 걱정을 전하며 물었다.“추운데 괜찮으세요?”주름진 얼굴임에도 티 없이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가 이런 대답을 들려줬다.“아무 문제없습니다.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요 뭘. 젊은이도 한 번 맨발로 걸어 봐요. 기분이 상쾌해.”기자는 쉰둘. ‘젊은이’로 불릴 나이는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그 단어가 듣기 좋았다. 사실 조박지는 이전부터 ‘맨발 산책로’로 유명한 곳.포항시는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친환경 도시 건설을 위해 ‘포항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장기간 진행했고, 그 일환으로 조박저수지 둘레길 조성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봄 완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포항시청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자.“조박지 둘레길은 오어지 둘레길과 함께 원점 회귀가 가능한 순환형 수변 산책로다. 조박지에선 황금빛 들판과 갈대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철새가 서식하고 있기에 편안하고 아름다운 힐링 공간으로 다가온다. 1.5km의 산책로 구간엔 폭 3m 중 1.5m는 편의를 위해 보행 매트를 설치했고, 나머지 1.5m는 마사토로 돼있어 맨발로 걸으며 건강을 챙길 수 있다.”동장군의 위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발을 벗은 채 저수지 둘레를 걷는 사람들. 그들 앞에선 동짓달 겨울 추위도 무색했다.바람에 서걱거리는 갈대와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적계못의 풍경은 재론의 여지없이 근사했다. 멀리서 온 산책자를 위해 이 계절이 준비한 선물 같았다. ▲‘반면교사’ 해야 할 전설 속을 걷는 저수지 둘레길어딜 가나 우리나라 시골 마을엔 전해오는 설화나 전설이 한두 개쯤은 있기 마련. 조박지도 다르지 않다. 그곳엔 이런 이야기가 떠돈다.옛날 조박곡(적계못 뒤쪽 마을)에 부자가 살았다. 당연지사 어려운 형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들었다.그들이 귀찮았던 부자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승려에게 사람들이 제 집에 드나들지 못하도록 할 방법을 물었다.“집 앞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없애면 된다”는 대답을 듣고는, 적계못(조박지)에 바위를 빠뜨려버린다. 그날 이후 찾아오는 이들은 없어졌다.그러나, 세상사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 그 부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재산을 모두 잃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외로워졌다고 한다.이 설화는 우리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 속에서 배울 것은 벤치마킹(Bench marking)하고, 어떤 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조박지에 얽힌 전설은 분명 반면교사의 대상일 듯. 30분가량 저수지 둘레길을 걷다가 아래쪽을 보니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이 휑했다. 저 들판을 채우는 건 결국 더불어 땀 흘리는 걸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함께 나누는 인간들이 아닐지. 예나 지금이나. 또한, 앞으로도.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은 오후 3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조박지 둘레길에 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갈 찻집 하나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드문드문 놓인 벤치에 앉아 꽤 오래 저수지를 바라봤다. 어떤 철학자는 “수면을 응시하는 건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말없이 상념에 잠겼던 그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걷기’는 스스로를 비우고 삶을 일으키는 방법잔잔한 물결과 무성한 갈대, 길에서 만난 산책 동지들과 새 몇 마리가 함께 해준 조박지 둘레길에서의 걷기운동. 아무리 추워도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단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오는 게 좋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12월 겨울 산책은 앞서 언급한 어르신의 말처럼 ‘상쾌’했다.‘나는 걷는다’란 제목의 책이 있다. 30년 이상 프랑스의 여러 신문과 잡지를 거치며 정치부·사회부 기자로 활동한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저자다.그는 발로 걷는 여행을 통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며 스스로를 비우는 법을 배웠고, 은퇴 이후 사회적 소수자가 되어버린 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출판사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천99일간 그가 남긴 여행의 기록에는 순례자의 경건한 침묵과, 30여 년간 숨 가쁘게 뛰어왔던 퇴직 기자의 한결 여유로워진 사유, 그리고 엄청난 독서량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지식이 묻어난다. 홀로 바람처럼 걸어온 그는 이제 함께 걷기를 제안한다”는 설명으로 이 책을 권하고 있다.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러 나라를 거치며 꿈꾸던 도보 여행을 실현한 그를 부러워할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일상에 갇힌 보통의 사람들이야 겨우 집 주변이나 지척의 산책로만을 맴도는 게 전부니까.하지만, 지레 실망하거나 푸념할 필요는 없다. 걷기운동, 도보 여행, 산책은 결국 자신의 몸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는가.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만들어낸 그 새로운 길은 터키와 중국에도 있고, 스페인과 캐나다에도 있고, 여름이면 가시연꽃 피는 포항의 조그만 저수지인 적계못 근처에도 있지 않겠나./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2-06

“대구 교육 역사의 힘… 미래와 비전 열어가는 공간”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 역사적 유물이나 예술품 등 온갖 자료들을 수집 보관 전시하는 박물관의 기능이 보고 느끼는 공간에서 체험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대구교육박물관은 대구 교육의 역사적 힘을 보여주고 대구 교육의 미래와 비전을 열어가는 공간이다.디지털 정보화 사회에서 문화 예술의 격차는 디지털 격차 이상으로 사회 발전에 치명적이다. 이를 치유할 공간이 바로 박물관이다. 서로 소통하고 통섭해서 바뀌어 갈 수 있는 현장, 인생에서 제3의 장소가 박물관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 그는 “대구를 정확하게 알리고 대구의 교육현장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다”며 대구교육박물관이 그 역할을 맡겠다고 한다. -대구에 교육박물관이 들어서고 5년이 됐다. 교육박물관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그 필요성은 어디에 있는지 물으면 이상한가?△대구와 대구의 교육, 역사를 키워드로 밀착된 교육적 역사를 찾아내고 있다. 잊혀질 수 없는 역사,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를 재조명하는 곳이 교육박물관이다. 대구라는 지역을 바르고 정확하게 보고 또 대구를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한 곳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교육도시 대구교육의 ‘숨’과 ‘결’을 드러내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어 왔다.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했고 지난 4년 동안 한 번도 ‘왜’라는 의문은 해보지 않았다.-대구교육박물관이 다른 지역 박물관과 다른 특징은 어떤 것이 있나.△대구는 대구의 역사박물관이 없다. 그래서 대구교육박물관은 연 2회씩 기획전을 열고 있다. 대구의 역사를 드러내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대구는 6·25 전쟁 통에 대구로 피난 온 중학생들을 위한 피난학교를 열었던 곳이고 이런 피난학교는 세계 역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대구읍성은 대구시민들의 마음 속 문화재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에게 훼손당했다는 증오심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읍성이 생겨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축성의 교훈을 배우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또 ‘학창, 시절 인연’이라는 기획은 개개인이 저마다의 성장기 꿈과 기억을 흑백사진을 통해 소환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2·28 민주운동, 국채보상운동 등 상설전을 통해 대구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랑거리를 발굴해 가고 있다.-대구교육박물관은 어떤 콘셉트로 만들어졌나.△말하자면 고현학(考現學)과 디지로그(digilog)를 통해 대구 역사를 찾아내 보여주는 현장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고현학은 고대 삶의 풍속에서 시대를 대변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니 현대적 고고학이라 할 수 있다. 사물을 단순히 새것과 옛것으로 구분하지 않고 존재의 본질을 통해 현대인에게 무엇인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빗살무늬 토기를 단순히 고대 유물로만 묶어두지 않고 최신 상품 디자인으로 응용하는 식이라 할 수 있다. 또 디지로그는 21세기 디지털 기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날로그의 정서를 더해서 그 풍요로움을 더한다는 개념이다. 애매한 절충이 아니라 유연한 퓨전과 하이브리드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대구교육박물관 설립 당시 교육청의 주문은 어떤 것이었나.△우동기 당시 대구시교육감은 대구시교육박물관이 체험학습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육박물관을 찾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교육박물관을 찾아 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초등 3학년은 생존수영을, 초등 5학년은 과학관을, 6학년은 수련원을 필수코스로 규정한 것이다. 또 중학 1학년은 자유학기제에 교육박물관 탐방을 추천하고 있다. 따라서 연 4만 명 정도의 초중학생이 대구교육박물관을 반드시 찾게 만들었다. 대구시교육청이 교육박물관의 비전을 실천할 수 있게 교육박물관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대구를 교육도시라고 한다. 학교가 많다고 교육도시인가, 시민의 교육 수준이나 교양 수준이 교육도시인가.△대구가 교육도시라는 것은 ‘역사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자리에서 빛나는 과거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이제 ‘역사도 날개가 달려있다’는 걸 알게 하고 그 비상의 명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교육명품도시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목표와 현재 교육 현장의 실태를 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나.△교육과 학습, 이것을 ‘즐거움(樂)’으로 묘파한 공맹의 가르침에만 갇혀 있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리는 게 아니라, 현실감 있는 교육현장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학생들이 느끼고, 느낀 만큼 행동하는 박물관으로 매순간 진화하는 중이다.-세계의 박물관을 두루 살펴봤다. 박물관에서 찾아낸 인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얘기한 ‘제3의 장소’를 박물관이라고 인식하게 됐고 대구교육박물관을 그런 제3의 장소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내외 박물관을 돌아봤는데 인간의 지속가능성은 박물관의 미래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제3의 공간이란 어떤 의미인가.△인간에게 태어나면서부터 주공간인 집과 삶의 공간인 일터 이외에 문화 예술과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공적 자리인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레이 올드버그가 이야기했다. 영어로 ‘The good place’라고 하는 그 공간의 역할을 박물관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영화나 연극 공연을 보고 즐기는 등의 문화 예술을 하는 공간이다.-세계 여러 박물관 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박물관은 어디를 꼽나.△캐나다 오타와의 전쟁박물관과 워싱턴의 오럴뮤지엄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코어’가 그것이다. 세계 곳곳에 전쟁박물관이 있지만 오타와의 그곳은 무명용사를 기억하는 방법이 특별히 감동적이었다. 해마다 1차대전 승전기념일인 11월 11일 오전 11시면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무명용사의 방을 비쳐주도록 설계돼 있고 건물 위쪽에 거대한 조형물은 ‘잊지 않기 위하여’라는 글자를 모르스부호로 만들었다. TV나 신문의 감동적 기사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 누구라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미안해하고 용서하는 목소리를 담아내는 스토리코어의 의도를 알고 나면 누구라도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다.-문화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시대적 변화와 변해야 할 것, 변하지 않은 것 등을 경험에 비춰 이야기해 달라.△지금 지역에서 누가 변화의 물줄기를 이해하고 있는가. 아무도 모르는 제4차 산업혁명을 기다리며, 문화와 예술분야에서도 막연한 융복합과정을 치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와 겸손인데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배려는 대화를 연성화 시킨다. 내가 한 발 양보하니 나를 향한 뾰족한 창이 무디어지는 것을 체험으로 배웠다. 겸손은 상대가 경청하더라. 특히 강의에서는 모두가 주목하더라.예산과 제도만으로 문화 예술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지역의 문화예술이 성장을 멈춰버린 ‘하이랜드 증후군’을 앓는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정보 이용 격차)보다도 아트 컬처 디바이드(예술 문화 격차)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다.-한국에 들어온 지 10여 년이 됐다. 대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겠나.△이민을 가기 전 TBC 라디오 PD 시절 원로대담을 마련했다. 초대한 원로들이 말로는 ‘너희들이 해라’고 했지만 대담을 통해 그들이 다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원로들을 대접하면서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구에 어른이 없는 것이 아니다. 대구의 맨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출향인사들을 대우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그 때 갖게 됐다. 대구사람들에 대한 정의가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대구 출생이 아니면 아무리 오래 대구에서 기반을 다지고 생활해도 대구 사람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가 있더라. 대구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외국인으로 대구사람이 얼마나 있나. 이젠 거버넌스를 이뤄야 한다.-경력이 다양하더라.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방송 활동을 했다. 환경이나 수용자의 태도 등에서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가, 또는 같은가.△방송 PD, 대형극장의 총감독, 박물관장의 경험을 오랫동안 쌓아왔다. 지금 생각하니 모두가 박물관에 유용한 경험으로 쓰여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해외 경험은 고작 10년이었지만 다양하고 생생한 해외 체험은 지금의 곡해된 다문화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김 관장은 지역 문화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단연 ‘삼국유사’다. 경산에서 태어나서 달성에서 득도하고 대구에서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했으며 군위에서 열반에 든 일연선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중요하다. 정말 우리가 너무 소홀히 대접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대구교육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미래의 문화유산·삼국유사’를 한 번 보시기를 권한다. 삼국유사의 현창을 위한 가장 중심도시가 대구이기 때문이다. 전국 18개 지방자치단체가 ‘삼국유사의 콘텐츠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젠 대구가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구미문화예술회관장, 천마아트센터 감독을 역임했다. 지역 문화와 한국의 위상, 세계적 추세 등 문화예술과 우리 현실을 평가하면.△한류에 대해 한 3년간 고민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 현실감을 갖고 세계성을 인식하면서 지냈다. 결론은 K-문화콘텐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상한 쏠림 현상으로,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한류’다. 우리나라가 아닌 세계 도처에서 날아오르는 콘텐츠를 발굴,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외동포 맨 파워의 바른 인식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문화선진국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지금 교육박물관이 준비하고 있는 기획 아이템은 무엇인가.△이달 23일부터 ‘대구큰장, 서문시장 100년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이면 서문시장이 개장 100년이다. 이번 기회에 서문시장이 정치적 파워를 과시하는 그들만의 현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대구의 영화이기도 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배용균 감독이 주인공 기봉을 통해 ‘사바세계’로 묘사한 곳이 서문시장이다. 또 학생들이 품고 있는 역사적 영웅이야기를 1인극으로 표현하는 ‘나의 영웅이야기’를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1930∼50년대 대구의 문화인물들을 역사현장 위주로 재구성한 사진앨범 ‘그리운 풍경, 살가운 얼굴들’도 제작중이다.□ 김정학(金政鶴·63)대구 출생. 영남고, 영남대 영문과, 동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행정대학원 문화행정전공 수료.BBS불교방송 PD, TBC대구방송 라디오 FM방송 편성팀장. LA미주한국일보 뉴미디어국장, 캐나다 라디오코리아 대표, LA라디오코리아 본부장,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총감독, 국악방송 부장, 구미문화예술회관 관장, 대구교육박물관설립추진단장 등을 거쳤다.경력에서 나타나듯 그는 에너지가 넘치고 적극적이며 박물관처럼 박학하다. 캐나다에서 미국 LA로, 다시 한국에 와서 여러 곳으로 불려 다니면서 일했다. 주로 개업전문이었다. 가는 곳마다 첫 테이프를 끊었고 반석에 올려놓았다. 그를 만나면 누구나 시작, 출발, 그리고 창의의 DNA를 나누어 가질 듯하다.9남매의 막내지만 5대 봉제사를 지내면서 지방을 도맡았다. “전 대구시교육감이었던 삼촌(김연철)은 영문과 출신인 내게 지방을 쓰게 하셨다. 그게 한문에 관심을 갖게 했고 한문의 매력에 빠졌다”며 “한자 교육은 꼭 필요하고 한자박물관을 건립하고 싶다”고 강력히 주장한다./이경우 편집위원

2022-12-05

하늘 길을 걸어 초겨울 서정속으로 ‘한탄강 주상절리길’

걷기 여행이 열풍이다. 사실 걷기 여행은 코로나19 시기에도 유행했지만 코로나 시대가 끝나가는 시기에도 가장 각광받는 여행 패턴으로 떠올랐다. 다비드 르 브르통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사회학과 교수는 “걷기는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고 단순하게 하고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을 털어낸다”고 했다. 걷기를 통해 여행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삶의 깊은 성찰과 철학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주말 강원도 철원에 있는 한탄강의 비경을 따라 걷기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 한탄강을 발아래 두고 벼랑 사이를 걷다한탄강 주상절리길 트레킹의 시작점은 두 군데다. 강원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드르니마을 매표소와 순담매표소 중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좋다. 물윗길까지 걷고 싶다면 드르니마을에서 들어가는 편이 낫다. 드르니마을은 ‘왕이 들렀다가 간 마을’이라는 뜻이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고려 왕건에 쫓겨 피신할 때 이 마을에 들렀다가 나갔다고 한다.전에는 한탄강의 깊고 험한 골짜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배를 타야 했지만 최근 한탄강을 감상하는 법이 달라졌다. 철원군은 지난해 11월 한탄강 협곡의 험한 절벽 사이로 길을 내고 일반에 개방했다. ‘한탄강 하늘길’로 불리는 잔도(棧道)다. 잔도는 험한 벼랑 같은 곳에 선반처럼 매단 길이다. 한탄강을 발아래 두고 벼랑 사이로 걷는 길이다. 지상에서 20~30m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길이 3.6㎞나 이어진다. 드르니 전망대에서 얼어붙은 한탄강을 내려다보며 서서히 길을 나섰다.“협곡에 잔도를 설치하는 데 꼬박 4년이 걸렸어요. 공사비가 300억원이나 들었죠. 강 건너편이 경기 포천 땅인데 이쪽에선 자재가 들어올 길이 없어 저쪽에서 협곡을 건너 이리로 줄을 연결해 날랐습니다.”김영애 한탄강지질공원 해설사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한탄강의 절경을 주마간산 격으로 감상했지만 잔도가 생기면서 주상절리의 협곡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한탄강 협곡과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해 마그마가 흐른 자리에 생긴 지형이다. 수십만 년 전 북녘땅 평강군 오리산에서 수차례 마그마가 분출했고 한탄강을 따라 철원과 포천, 연천을 지나 파주, 문산까지 100㎞ 이상 흘러온 마그마가 식은 뒤 용암대지가 강의 침식 작용을 받으면서 주상절리가 형성됐다. 국내에서 유일한 현무암 협곡이다. 2020년 7월 서울 여의도 면적의 400배에 달하는 한탄강 일대 1천165.61㎢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 아찔한 절벽, 한 폭의 수채화 풍경원래 한탄강은 사철 매혹적인 걷기 길로 유명한 곳이었다. 봄이면 분홍색 진달래꽃이 계곡을 물들이고, 여름이면 주상절리길 곳곳에 있는 폭포의 풍광이 장쾌하다. 단풍과 절벽이 어우러지는 가을을 지나 소복하게 눈이 내리면 한탄강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잔도라 걷는 내내 상공에서 협곡을 감상한다는 점, 스릴감이 넘친다는 점이 이 길의 인기 포인트다. 지상 수십 미터 높이에서 바라보는 주상절리는 올려다볼 때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게다가 잔도는 격자형 철재로 만들어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바닥까지 훤히 보인다. 풍경과 아슬아슬한 재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잔도길은 잘 정비돼 있다. 포인트마다 안내판이 있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곳곳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됐다. 13개의 출렁다리(잔교)와 10개의 쉼터에는 각각 지질이나 풍경과 관련한 이름이 붙었다. 현무암 주상절리가 급경사를 이루는 ‘쌍자라바위교’, 주상절리 틈에서 자라는 돌단풍을 만날 수 있는 ‘돌단풍교’,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현화교’, 갈라진 암석이나 지층을 볼 수 있는 ‘단층교’, 빠른 물살에 깎여 우뚝 서 있는 듯한 화강암을 볼 수 있는 ‘선돌교’ 등이 대표적이다. 화강암과 현무암이 공존하는 한탄강의 절경을 감상하기 적당한 포인트는 현화교와 쌍자라바위교다. 화강암과 현무암의 부정합이 신비롭다. 단층과 이름이 아닌 2번 홀교는 예외다. 인근 한탄강CC 골프장 2번 홀에서 골프공이 날아오는 곳이라 붙인 이름이다. 골프공에서 탐방객을 보호하기 위해 다리에 보호망을 설치했다. ◇ 다리와 쉼터마다 이야깃거리 ‘풍성’쉼터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동주황벽 쉼터’는 볕을 받아 황토 빛깔로 변한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동주는 철원의 옛 지명이다. ‘샘소쉼터’에는 암석 사이로 솟는 샘이 있고 ‘돌단풍쉼터’는 돌단풍이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다. 협곡의 비경이 드러나는 곳에는 전망대를 설치했다. 드르니 스카이전망대, 순담 스카이전망대,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 등 3개다. 철원한탄강 스카이전망대는 잔도 중간 바닥이 투명한 강화유리로 돼 있어 한탄강 협곡 아래가 아찔하게 보인다.잔도 구간에는 매점이 없고 음식물도 먹을 수 없다. 트레킹 코스에 10개의 쉼터가 있어 쉬어 갈 수 있다. 매표소 입장 시간은 겨울철 기준으로 매일 오전 9시~오후 3시. 입장료는 일반인 기준 1만원인데 50%를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매주 화요일 휴무. 물윗길의 고석정 꽃밭에 임시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인근 놀이마당에는 얼음트레킹을 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겨울의 추억을 간직할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 얼음미끄럼틀 등이 조성됐다.철원한탄강주상절리길 순담매표소에서 고석정(강원기념물)이 멀지 않다. 고석정은 한탄강 변에 있는 정자로, 일대의 협곡을 통칭하기도 한다. 정자 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웅장하고, 주변에 은빛 모래톱이 펼쳐져 이색적이다. 지금의 정자는 현대에 새로 건립했으며, 일대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같이 가볼만한 곳 -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한탄강의 새 명물로 떠오른 철원한탄강은하수교도 놓칠 수 없다. 철원9경에 속하는 송대소 주상절리 협곡에 건설한 총 길이 180m, 폭 3m 현수교다. 주변 지형과 어우러지도록 설계한 은하수교는 철원군 상징물 중 하나인 두루미를 형상화했다. 은하수교 개통으로 양쪽 유역을 편하게 오가며 한탄강의 빼어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철원 노동당사(국가등록문화재) 맞은편에 조성한 철원역사문화공원도 꼭 가볼만하다. 철원이 번성했던 근대의 시가지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 철원역을 중심으로 학교, 우편국, 극장, 의원, 여관, 기와집, 초가집 등이 들어섰다. 철원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소이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공원 입장료는 없다. 모노레일 이용료는 어른 5천원, 청소년 3천원, 어린이 2천원이며 요금의 절반 이상을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최병일 작가

2022-12-01

전쟁 후의 폐허에 ‘애린’과 ‘선린’의 꽃을 피운 사람

6·25전쟁 때 부모 잃은 고아들을 보살핀 선린애육원과 학업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문해(文解) 교육을 실시한 애린공민학교의 설립, 나환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정착촌인 애도원(愛道園) 조성, 포항시립도서관 건립, 포항문화원 설립, 포항 최초의 문화제인 개항제(開港際) 개최, 포항문화원 부설 독서회 발족, 포항시민헌장 기초, 옛 포항시민의 노래와 포철공고, 오천중 교가 작사 등. 이 모든 일을 한 사람이 주도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전쟁 후 초토가 된 포항에서 문화와 복지의 씨를 뿌리고 가꾼 이명석(李明錫, 1904∼1979). 그의 삶을 알아야 포항의 정신과 문화, 복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1965년 7월 포항 중앙동의 애린예식장에서 포항 최초의 극단인 은하(銀河)가 창단 기념으로 최동주의 창작극 ‘비와 대화’를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관객은 겨우 네 명에 불과해 150석 규모의 예식장은 텅텅 비었다. 당황한 연극단원들은 공연 준비를 도와준 이명석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격려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간 이명석은 열변을 토했다. “다른 사람들을 더 데리고 와야지, 왜 여러분만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까?” 그리고는 이명석도 울었고 단원들도 울었다. 극단 은하의 첫 번째 공연은 그렇게 막이 올랐다.은하는 마땅한 연습 장소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극단을 꾸렸다. 하루는 상원동 골목길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여기서 와 이라노”하고 물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선뜻 연습 장소를 구해주는 등 갖가지 도움을 주었다.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 은하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친 극단으로 발돋움했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청년 연극인들을 도와준 그 사람이 이명석이다. 교남학교 거쳐 간사이미술원 입학이명석은 포항과 인접한 영덕군 강구면 삼사리에서 태어났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고 이명석의 집안도 다를 바 없었다. 부친이 기독교인이 되면서 가족 모두 기독교인이 되었고 1911년 삼사리에 교회가 설립될 때 온 집안이 앞장섰다. 영덕 장사학교에서 한글을 익힌 그는 열두 살 때 꼬박 열흘을 걸어서 대구에 도착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장사학교 교사가 알려준 사립학교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학교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이명석은 절망하지 않았다. 서문시장 등에서 일하며 4년여를 버티다가 1921년 애국지사 홍주일 등이 세운 사설 강습소인 교남(嶠南)학교(현 대륜고)에 들어갔다.4년 만에 교남학교를 졸업한 이명석은 관부연락선(關釜連絡船)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더 큰 곳에 가서 꿈을 펼쳐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명석은 장사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해 아사이 츄(淺井忠, 1856∼1907)가 설립한 간사이(關西)미술원에 입학했다. 고학을 하며 힘겹게 2년을 보냈지만 3년차 가을에 각혈을 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무리하게 일하며 공부한 탓이었다. 폐결핵 진단이 나왔고 학교에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문화예술로 계몽운동을 펼치겠다는 뜻 품어귀국한 이명석은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일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영해 원황교회 도달석 집사의 장녀 도우술과 결혼했다. 그리고 포항으로 이사하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일본으로 가서 자리를 잡은 다음 식구들을 불러들이기로 하고 관부연락선에 몸을 실었다.다시 일본 땅을 밟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제대로 먹지 못했고 유리공장에서 안전 장구도 없이 위험천만한 일을 했다. 여름 태풍 때 공장 굴뚝이 무너지면서 공장을 덮치는 대형 사고가 터져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명석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병원에서 또다시 결핵 판정을 받은 이명석은 더이상 일본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이명석은 포항교회(현 포항 제일교회)에 등록하고 페인트 작업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처음에는 일본인 주택의 벽면이나 창틀 페인트 작업을 하다가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선박 도색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1938년에 대구일보 기자인 박영달, 포항읍사무소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김대정을 만나 호형호제하며 지내게 되었다. 박영달은 뒷날 사진작가로 역량을 인정받았고, 김대정은 이육사와 친교할 정도로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높았다.이명석은 이때부터 문화예술로 계몽운동을 펼쳐보겠다는 뜻을 품었다. 포항교회 청년들로 관악대를 조직해 농촌 계몽운동을 전개하는가 하면 답답한 주민들의 가슴에 신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정신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포항의 거리에는 고아들이 떠돌아다녔다. 미 해병과 선교사, 포항의 교회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아들을 보듬을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하려 했다. 실무를 맡은 이명석은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딱한 고아들의 눈망울을 떠올리며 하나둘 해결해 나갔다. 드디어 고아원을 개원하게 되었고 명칭을 지어야 했다. 이명석은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어려운 아이들의 이웃이 되자는 뜻에서 ‘선린애육원’이 좋겠다고 제안했고, 관계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미 해병 기념 소아진료소가 의원(醫院)으로 바뀔 때 ‘선린의원’이라는 명칭을 제안한 사람도 그였다.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는 동안 교육의 기회를 놓쳐 우리글을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포항 제일교회에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공민학교를 설립했는데 학생 수가 계속 늘어나 수용이 힘들었다. 그 대안도 이명석이 감당했다. 그의 집터에 학교를 세워 운영한 것이다. 학교의 명칭은 애린공민학교라 했다. 이 학교를 거쳐 간 학생은 수천 명에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이명석은 주변의 괄시를 견디다 못해 도움을 요청한 흥해 성곡리 음성 나환자들의 후견인이 되어 애도원이라는 농장을 조성하고 애도교회 설립도 이끌어주었다. 전쟁 후의 폐허에 ‘애린’과 ‘선린’이라는 아름다운 꽃은 이렇게 피어났다.지역 문화예술의 주춧돌 놓아이명석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박영달, 김대정에 이어 한흑구를 만나게 된 것은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들은 박영달이 중앙동에 개업한 ‘청포도다방’에서 수시로 만나 척박한 지역 문화를 살려 나갈 길을 모색했다.이명석은 몸을 던져 길을 내는 사람이었다. 포항문화원을 설립했고, 포항 최초의 문화제인 ‘개항제’를 주도했으며, 포항예총과 포항문인협회의 기반을 닦았다. 시립도서관 건립 운동을 펼쳤으며, 포항문화원 부설 독서회도 발족했다. 특히 독서회 발기 취지문은 직접 작성할 정도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그는 1966년 결핵이 완치되었을 때 호를 재생(再生)이라고 지었다. 새로운 몸을 허락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이고, 포항 문화의 르네상스를 실천하리라는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그가 얼마나 포항을 생각했는지는 그가 작사하고 장남 이진우가 작곡한 ‘옛 포항시민의 노래’에서 느낄 수 있다.“대한의 새벽 날이 밝아 새는 내 고장 / 형산강 흐름 끝에 송도 명사(明沙) 고와서 / 동해의 고기떼가 모여드는 영일만 / 갈매기 흥겨워서 파도 곁에 춤춘다 / 여기는 경북 관문 아늑한 복지 / 정답게 뭉치자 우리 시민들 / 대포항(大浦項) 건설의 노래를 부르자”이명석은 1979년 4월 차남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머물다가 그해 9월 28일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가 지상에서 남긴 마지막 기도문은 풍진세상을 살아가는 후세들이 거듭 읽어야 할 감동적인 글이다.“하나님, 저에게 적당한 재산, 적당한 건강, 적당한 수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병을 짐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짐이 있었기에 나태와 탐욕을 경계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게 주님의 큰 뜻과 계획이셨음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제가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적당한 일을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안하게 불러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이명석의 뜻을 기리고자 1998년 2월 28일 포항의 문인들이 중심이 되어 그가 생전 자주 거닐었던 수도산 덕수공원에 문화공덕비를 세웠다.글 : 김도형 작가, 사진 제공 : (재)애린복지재단, 참고문헌 : 박이득·김삼일·이남오·김일광 엮음 ‘재생 이명석’(새암, 2018)끝

2022-11-30

솔향 머금은 바닷바람과 추억이 만나 발길 이끄는 곳

동빈큰다리를 건너니 불어오는 바람에 소나무 향기가 실렸다.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질이는 좋은 냄새다. 초겨울 도심의 회색 거리가 환해졌다.5분이나 걸었을까? ‘울울창창(鬱鬱蒼蒼)’이라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쭉쭉 뻗은 키 큰 소나무와 계절을 잊고 피어난 새하얀 장미, 거기에 산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조각상들까지.이름 하여 ‘포항 송도 솔밭 도시숲’이다. 도시와 숲이라는 이질적 두 단어가 여기선 불협화음이 아닌 최상의 하모니를 이룬다.송도 솔밭 도시숲은 어떻게 생겨나고 조성된 공간일까?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가 이 궁금증을 풀어준다.“이 소나무 숲은 1929년 어부보안림(魚付保安林)으로 지정됐고, 1945년 해방 후 더 많은 나무를 심어 포항의 대표적 방풍림이 됐다. 이후 솔밭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1968년 철강산업단지 조성 이후 백사장 손실과 함께 솔밭이 훼손되기 시작했고, 고층 아파트와 아스팔트 길이 생겨나며 솔밭의 이미지가 위기를 맞았다. 이에 2017년 솔밭 재생을 목적으로 도시숲 사업을 시작해 각종 편의시설, 조형물, 솔내음 둘레길, 족구장 등을 만들어 도시숲으로 재탄생했다.” ▲ 그리운 사람 떠올리는 소나무 숲길낮에도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한 소나무 숲 저편에 차가운 푸른 보석의 색채로 바다가 빛난다. 송도 해변이다.소나무 숲길과 해변 길이 지척이라 한꺼번에 걸어볼 수 있으니, 이곳을 ‘걷기운동의 최적지’라고 불러도 탓할 사람은 없을 듯했다.짧아서 아쉬운 가을을 보내고, 길고 지루할 게 분명한 겨울을 맞이하는 시기. 그래선지 솔잎 사이로 쏟아지는 11월 오후의 햇살 한 줌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여기에 소나무 향기가 더해져 어떤 산책로보다 쾌적했다.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안기거나 안아주고 싶은 누군가의 체온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이럴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애틋한 기억으로 남은 지난 시절의 인연이 그리워진다. 아프고 시린 사랑 없이 성장하는 인간은 세상에 없으니까. 시인 김이하(63)도 그랬던 것 같다. 그가 포항에 와서 송도 솔밭 도시숲을 걸었는지는 알 수 없다.허나, 김 시인의 포항 방문 여부와 무관하게 아래 인용하는 시 ‘오늘, 그대에게’는 솔숲 길을 산책하며 낭송하기 안성맞춤이다. 귀 기울여 들어보자.울먹거리던 마음이끝내 산을 넘지 못했다나무 끌텅을 딛기도 전에새소리에 귀를 내기도 전에바람에 귀밑털을 날리기도 전에마음이 뭉텅뭉텅네 생각에 베이고우울한 한 생이끝내 너를 넘지 못했다…(후략)그렇다. 사람은 언제나 무언가의 결핍과 불화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울먹거리기도 하고, 뭉텅뭉텅 베이는 마음에 우울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우울한 한 생이/끝내 너를 넘지 못했다’는 슬픈 고백도 나온다.그러나, 결국 상처를 주며 떠나간 ‘너’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있을 수 없는 법. 김이하의 시는 그걸 노래하고 있는 게 아닐지.사라지는 가을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잠시 섬세한 감상에 휩싸였다. 산책자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자, 이제 기운을 차리고 걷는 속도를 조금 높여 바다로 가보자. ▲ 한 시절 ‘동해안 최고 해수욕장’으로 불렸던 송도몇 주 전 포항운하관 전시장에서 송도해수욕장의 1970년대를 찍은 흑백사진을 본 적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커다란 모래사장에 송곳 꽂을 틈 하나 없었다.포항에서 태어나고 자란 60대 후반의 상인은 그 시절을 뚜렷하게 기억했다. 약간의 과장이 섞였을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으니.“포항 사람은 물론이고, 대구와 부산에서 온 가족들, 방학을 맞아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동해까지 달려온 서울 대학생들이 여름 내내 끊이질 않았어. 거기서 8월 한 달 쭈쭈바(합성수지 용기에 담아 얼린 얼음과자)만 팔아도 1년을 먹고살았다니까.”오른편으로 송도 해변을 끼고 15분가량 걸었다. 바다 건너로 포항제철이 보였다. 몇몇 조형물을 지나며 그게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인지 알아보는 재미도 만만찮았다.대규모 철강공장이 들어서기 전 송도해수욕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반세기 전 풍경이니 기자는 알 수 없는 일. 그래서 ‘나무위키’에서 포항 송도를 검색했다.“일제강점기에 포항이 읍으로 승격되던 1931년 정식으로 해수욕장으로 개장되며 백사송림(白砂松林·새하얀 모래와 소나무 숲)의 휴양지로 알려졌다. 1935년 형산강 제방 축조공사의 여파로 규모가 반으로 줄었지만, 1945년 해방 후에도 포항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이었다.”그랬던 송도해수욕장이 제 모습을 잃은 건 1960년대 후반부터다. 철강단지 조성과 함께 송도 자체가 도시화되면서 소나무 숲을 잠식했고, 1970년대 두 차례의 큰 해일로 백사장이 사라진 것. 방파제로도 모래 유실을 온전히 막기 어려웠다고 한다. ▲ 부활 기다리는 송도해수욕장 지나 ‘포항함 체험관’으로송도 해변이 최고의 주가를 올릴 때 엄마 손 잡고 물장구치던 아이들은 이제 중년이 됐다. 송도해수욕장의 50년 전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낭만적 추억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그러나,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최근 들려온 낭보(朗報)가 있으니 ‘내년에 송도해수욕장이 재개장 한다’는 것. 2012년부터 포항시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주도한 ‘송도해수욕장 복원사업’이 막바지 작업을 끝내고 2007년 폐장 이후 16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잊고 살았던 유년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2023년엔 적지 않은 50~60대 피서객들이 송도 해변으로 몰려오지 않을까?오후 4시경 시작한 산책을 이어가던 시간. 솔밭과 해수욕장에 초저녁 어둠이 찾아들었다.젊은 연인들이 적잖게 보였다. 아마도 조개구이와 통닭을 파는 ‘송도 해변 맛집’을 찾아온 것이리라. 내년 여름엔 송도해수욕장이 청춘과 중년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됐으면.1시간 조금 넘게 소나무 숲과 백사장을 오가며 4㎞를 걸었다. 이제 걷기운동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아까 건너온 동빈큰다리 쪽을 향했다.다리 아래 군함 한 척이 정박해 있다. ‘포항함 체험관’이다. 그날은 시간이 늦어 그냥 지나쳤는데, 다음날 다시 가보니 한 번쯤 살펴볼 가치가 충분하다.30여 년간 우리 바다 수호의 임무를 완수하고 퇴역한 해군의 1천200t급 초계함인 포항함은 퇴역 후 교류 관계가 잦았던 포항시 동빈내항에 선상 병영체험관으로 꾸며졌다.안내를 맡은 직원의 위트와 친절함이 돋보였던 포항함 체험관. 무료 관람이니 부담 없이 찾아볼 수 있는 송도 산책의 마무리 코스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