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대담 - 경북 경제진단<br/>최병일 편집국장·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
경북 지역은 석유 가스 매장, 인구 소멸, 지역 균형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등 해결해야 할 다양한 이슈로 넘쳐나고 있다.
지난 20일 포항이 포항 기회발전특구에 지정되면서 포항 현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특히 포항 영일만 유전에 대한 이슈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매일은 창간 34주년을 맞아 경북매일 본사 회의실에서 최병일 편집국장과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이 경북지역 산업·경제 현안에 대해 진단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포항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을 살펴보고 미래 포항이 가야할 길을 알아본다.
순서
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
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
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
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원유저장시설 등 관련 산단 조성,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부가가치 상당하겠지만
동해안 놓고 보면 석유화학 단지인 울산이 직접적인 수혜 받을 가능성 매우 높아
개발과정서 지진 우려 완전히 배제 할 수 없기에 안전대책·책임소재 분명히 해야
-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포항이 뉴스의 중심에 섰는데 이번 석유가스 발표가 포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우선 긍정적인 영향으로 본다. 석유 유전 자체(소유권)가 포항하고 관련도가 0%라도 대상 영해는 포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확실하게 시추 결과가 나오면, 적어도 그 유전을 안정화시키고 개발하고 상업·생산에 이르기까지의 준비 등을 위한 전진기지는 포항이 거점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그다음 포항만 놓고 볼 게 아니라 동해안을 놓고 본다면 포항보다는 울산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업 연관 분석의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단순히 철강 별개, 석유·화학 별개가 아니라 석유·화학이 잘 나가거나 자동차가 잘 나가면 후방에 있는 철강 자재의 수요가 같이 늘어난다. 다만, 그런 효과 자체가 유전하고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건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 부정적인 효과는 이미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대통령이 조금 섣부르게 발표를 한 것 같다. 나름대로 좋은 소식이고 근거가 있는 소식이다 보니까 아마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시추 승인정도야 산업자원부 장관 정도 선에서 결재하고 끝내도 되었을 것 같은데, 시추가 제대로 된 후 좋은 소식이 나왔을 그때 대통령이 발표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쨌든 정부가 푸시를 하거나 조금 도움을 줘 시추 승인까지 온 단계로 봤을 때, 그 공이 현 정부에 있다고 본다면 국면 전환용으로 아마 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예측 단계하고 물리 탐사, 시추 단계에서의 가능성 추정은 갭이 너무 크다. 정부는 2026년까지 시추 작업을 통해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1단계인 물리 탐사 결과가 나온 만큼, 2단계인 탐사시추를 진행한다.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최소 다섯 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한개당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총 5000억원이 거론되는데 나오기만 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올해 말에 첫 번째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다.
- 석유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포항지역에서도 탐사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1966년부터 해저 석유 가스 전 탐사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4500만 배럴 규모의 동해 가스전을 발견해서 3년 전인 2021년까지 상업생산을 마친 바 있다. 그러니까 시추를 몇 개를 할 것이냐가 아니라 그 가능성을 보고 말해야 한다. 50개가 됐든, 100개가 됐든, 이번 기회에 동해안에 아예 석유는 없다, 아니면 있는데 진짜 조금밖에 없어서 뽑을 정도는 안 된다고 앞으로 또 50년 뒤에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 사람들이 ‘포항 앞바다의 석유’ 그 다음에 ‘영일만 석유’ 이런 식의 키워드에 포항의 뉴스가 쏟아지다 보니까 이게 마치 유전을 발견하거나 뽑아내면, 포항에 엄청난 이득이 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두바이의 경우 100% 두바이 소유 유전이니까, 두바이 돈으로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국제관광허브를 만든 것이다. 포항의 경우에는 석유·가스가 펑펑 나든, 100년 동안 나든, 포항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 일부 시민 단체와 정치인이 지진 안전 보장 없는 석유 시추를 반대하고 있다.
△지열발전소 개발 관련 촉발지진 때문에 포항시민들은 지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석유시추가 지진을 유발한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유국도 좋지만 지진 재발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우려가 많다고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도 포항 영일만은 단층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석유·가스 개발과정에서 단층지대를 건드려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 그만큼 지진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외국에서도 시추와 관련해서 지진이슈가 부각된 사례가 있는가?
△최근 네덜란드 정부도 38년간 천연가스 시추가 계속되면서 지진 발생위험이 급증했다는 지적에 시추를 중단하고 시설을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 지열발전소 촉발 지진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아직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 중이라고 한다. 포항 앞바다에서 지진발생 가능성이 있는 석유·가스전 개발이 꼭 필요하다면 안전대책과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해야 하며 국민 안전보장 없는 자원개발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요즘에는 기술이 좋아져서 지진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다양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영일만 석유 매장량은 엄청난 규모이고 시추가 성공하면 그만큼 부가가치가 큰 것은 사실아닌가?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 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양이라고 한다. 실제 매장이 확인되면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최소한의 원유저장탱크 시설과 같은 석유 산업 단지 조성은 물론 포항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등 부가가치가 상당할 것이다. 다만, 포항은 제철 단지이고, 울산은 석유 화학 단지이니 당연히 석유 화학 업종 관련 기업이나 지역에서 긍정적이다. 수천 ㎞까지 이르는 러시아에서 유럽까지 석유나 가스 파이프라인이 있다. 따라서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을 통해 다이렉트로 울산 단지로 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
- 포항보다 울산이 더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아쉽다.
△동해 가스전도 그런 식으로 했다. 해양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고 본다. 오히려 포항시가 신경 쓸 부분은 시추 계획으로 인해 포항 영일만항으로 진출하는 항로에 하필이면 걸린다든지, 러시아와 환동해 무역을 하거나 크루즈가 지나갈 적에 걸린다든지 등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 포항의 땅과 아파트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포항 입장에서는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는 최고의 호재이다. 향후 포항이 수혜를 받았을 경우 막대한 산업 인력도 몰려올 것을 예상한다면, 포항 부동산 경기 부양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지역적인 마인드로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을 경제 효과라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최소한 포항지역민들이 기획부동산의 부축임에 부화뇌동해 부동산 쪽에 과도한 눈길을 보내는 것은 말리고 싶다.
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