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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 에너지 산업 중추기지로 도약

경주시가 역사문화관광도시를 넘어 ‘더 큰 경주! 더 나은 미래첨단 산업도시’로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주낙영 경주시장은 2018년 취임 이후 5년간 경주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 온 만큼, 새로운 경주를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감은 크다. 3년을 끌어온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전쟁으로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경주시의 복안을 직접 들어봤다. □ 신성장 동력 산업 역량 집중경주시는 정부 예산 심의에서 확보한 국비를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 산업에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먼저 미래 꿈의 에너지인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 상용화를 위해 지난 2021년 착공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또 지난해 3월 정부의 신규 국가산단 공모서 경주가 선정되면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원전시장을 공략할 150만㎡ 규모의 SMR국가산업단지가 경주시 문무대왕면 일원에 들어서게 됐다.현재 국가산단은 전국 47곳으로 경북은 구미 6곳, 포항 2곳, 경주 1곳(월성원전) 등 9곳인 것을 감안하면, 경주시는 제조업 분야 첫 국가산단 유치라는 큰 결실을 거둔 셈이다.SMR국가산단 조성사업은 국내 소형모듈원전 연구개발의 요람이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연계한 특화사업으로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민선8기 경주시의 핵심 전략이다.지난달 19일 경주시 양남면 나산리 일원에서 첫 삽을 뜬 ‘중수로해체기술원’ 역시 경주의 백년대계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첨단 에너지 산업 도시 도약‘작은 부품 묶음 원자로’라는 그 뜻 그대로 SMR은 출력 300㎿급 이하의 소형원자로로 안전성이 높고 설계와 제작이 매우 간소한 원자로다.현재 세계 20여 국가가 71종의 SMR을 개발 중이며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향후 SMR 시장규모가 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세계 패권을 거머쥔 미국도 정부 주도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2050 탄소중립의 핵심전략으로 SMR개발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우리 정부도 SMR 독자개발 등 원전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RD사업 투자를 공언하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경주가 있다.경주는 6기의 원전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있어 원전산업의 최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또 지난해 7월 감포읍 일원에 SMR 연구개발의 요람이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착공에 들어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문무대왕과학연구소 건립사업은 국비 2천700억원 등 모두 6천540억원을 투입해 1145만㎡ 부지에 연구시설 16개동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오는 2025년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완공되면 연구 인력만 500~1천여 명으로 소형 모듈 원자로(SMR) 연구개발 등 원전 고도화를 담당하게 된다.경주시는 차세대 원자력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착공을 계기로 경주를 중심으로 원자력 연구개발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서울대 원자력연구소 유치 등 연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경주 SMR 국가산단정부는 지난해 3월 경주시 문무대왕면을 미래 원자력산업을 주도할 SMR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최종 확정했다.MR혁신원자력 국가산단은 문무대왕면 동경주IC 인근 150만㎡(46만 평)에 2030년까지 3천966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조성된다.경주 문무대왕면 일원엔 세계 원전시장을 공략할 150만㎡ 규모의 SMR 국가산단이 들어서게 된다.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차세대 원자력 연구개발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경주시의 구상이다.SMR은 쇄빙선·선박 등 해양용과 우주용 전력 에너지원으로 응용 가능해 2035년에 세계 시장이 630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현장 설치로 비용이 적게 들고 대형 원전과 비교해 안전성도 높은 편이다.SMR국가산단에는 원자력·전력, 원전해체, 연구개발서비스 등 핵심 23개 업종과 그린에너지, 소재부품, 전기설비 등 29개 연관업종이 입주할 전망이다.경주시가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에 앞서 SMR 연관 기업을 대상으로 한 ‘SMR 국가산단 경주 지정 시 입주의향’ 등을 물은 조사를 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225개 기업에서 275만㎡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이는 예정 시설용지(97만㎡) 대비 283%에 해당하는 것으로, SMR 국가산단에 기업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는 방증이다.경주시와 경북도는 SMR부품 인허가기관 설립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전 추진, 장기 임대 등 미분양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경주시는 SMR 국가산단 유치 타당성 조사에 나서며, 미래에너지 산업 중심도시로서의 비상을 서두르고 있다. □ 원전해체 기술의 중심 중수로해체기술원원전 해체 기술 고도화·사용화 종합 컨트롤타워가 될 ‘중수로해체기술원’이 지난달 19일 경주에서 첫 삽을 떴다.원전 해체기술개발의 전초 기지가 될 이 시설은 경주시를 비롯 경북도,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 산업부 등 4개 기관이 참여하는 사업이다.2026년 말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723억원을 들여 2만 9천487㎡ 부지에 방사화학분석동, Mock-up 시험동, 사무연구동 등이 들어선다.중수로해체기술원이 완공되면 원전해체 현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개발기술을 실검증 시설 및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원전해체 기술에 요구되는 전문인력 기술지원 및 연구개발·실증 공간이 될 전망이다.이밖에도 해체 사업 관련 폐기물 분석 인프라 구축 및 분석사업을 통해 해체사업의 안전성 및 신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SMR국가산단,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중수로해체기술원이 본격가동하면 경주는 물론 경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이른바 에너지 산업 중추기지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4-01-02

의사과학자 양성·스마트 병원 건립 연구중심의대 포항이 최적지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과 백신개발 경쟁을 겪으며 바이오헬스 산업은 글로벌 핵심산업으로 성장했다.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 규모는 3대 주력 산업인 조선, 반도체, 자동차의 3.4배로 지난 2020년 13.8조 달러 규모가 2026년에는 19.7조 달러, 즉 1경9천7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윤석열 대통령도 국가전략관점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도록 교육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 추진계획’을 발표해 “지역의 의대 신설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포항시는 수년 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과 스마트병원 건립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시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의사과학자 양성 관계부처 장관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국회에서 ‘연구중심의대 설립 국회 정책 토론회’를, 7월에는 포스코국제관에서 ‘바이오보국(報國)을 위한 바이오산업 미래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실시한 의대 설립 촉구 범시민 서명운동이 보름여 만에 20만 명을 돌파하면서 조기에 목표를 달성, 의대 설립을 향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망을 확인했다. △ 의사과학자 양성을 통한 국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의사과학자란 진료와 연구를 동시에 하는 과학자이자 중개연구자로서, 융복합기술 연구, 신약 개발 등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전문인력이다. 노벨상 생리의학 부문 역대 수상자 총 227명 가운데 절반 이상(119명)이 의사과학자 출신이며 미국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국립보건원의(NIH) 감독관 69%가 의사과학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코로나 백신 개발 경쟁에서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와도 벌어진 기술 격차는 ‘의사과학자’ 차이가 결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국 모더나, 독일 바이오엔테크 등 세계 상위 10대 제약 최고기술책임자(CTO)의 70%가 의사과학자다.포항시는 미국 주요 의학전문대학원의 사례를 분석해 연구중심의대의 교육과정을 8년 기본 구조로 정했다. 기존의 기초 의학과 임상의학 중심의 전통적인 의학교육에서 벗어나 의학 교육에 공학 원리를 통합한 새로운 의학 교육 커리큘럼이다. 형태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입학생 1·2학년은 MD(의무 석사 과정)로 기초의학과 임상이론, 의료 인문학 등 임상실습 전 교육을 받는다. 3~6학년은 PhD(박사과정)로 각 전공별 필수 과목을 배운다. 7·8학년은 MD(의무 석사 과정)로 핵심임상실습과 학생인턴십, 의료 인문학, 연구심화 등 임상실습교육을 이수한다. 졸업 후 2년은 필수로 연구에 참여하게 되며 그 후 창업 시 2년 간 지원 받을 수 있다.연구중심의대가 설립되면 포항과 경북도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가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로 10년 내 세계 10위권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의료기기 수입의존도가 지난 2018년 대비 62.8% 경감될 것으로 보이며, 오는 2027년에는 의약품 수출 규모 160억 달성이 예상된다. 또 포항시는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 구축과 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 스타트업 전주기 글로벌 성장 지원에 나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바이오산업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열악한 지방의료 개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新모델 제시지방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심각한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북은 의료 최대 취약지다. 인구 천명당 의사 수는 2022년 7월 기준 서울 3.45명, 대전 2.63명, 대구·광주 2.62명 등이나 경북은 1.39명으로 최하위다. 우리나라에 상급종합병원이 45개가 있지만 경북에는 하나도 없다. 입원환자사망률과 치료가능사망률은 전국 최고 수치를 보인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포항시에 따르면 의사과학자 양성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국민의 86%, 이 중 80%가 의사과학자 양성 의과대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포항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피츠버그시 성공사례에 착안, 바이오 산업 에코시스템을 도입해 균형 발전의 첫걸음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피츠버그시는 철강 도시에서 4차 산업도시 전환에 성공했다. 피츠버그시는 현재 생활 과학을 비롯한 에너지, 로봇 등 8개 주요 산업을 기반으로 대학을 활용한 기술 개발 RD(연구개발)·기업 및 대학, 병원, 연구소 등과 연계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 포항시도 과학과 공학을 기반으로 한 의학교육 표준모델 정립으로 바이오 헬스 산업을 선도하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해 국가 바이오 헬스 RD 거점으로 도약, 대한민국 바이오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포항과 경북이 기업과 의료 인프라를 연계해 에코 시스템 구축으로 지방 발전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병원 건립으로 경북 ‘초(超)광역권’ 의료 혁신거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포항의 연구중심의대와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안동 백신생산단지가 연계되기 때문이다. 시는 지역 주도의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중심의대 학생들에게 지역 연구소를 통한 일자리 보장과 벤처창업 자금 등 안정적인 진로 지원을 하면서 졸업 후에도 대구경북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새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바이오보국(報國)을 위한 포항시의 차별성포항시는 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 병원 설립을 위해 수년 전부터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시는 바이오헬스 케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우수한 연구 교수진을 확보했다. 특히 포스텍은 바이오 분야에 우수한 연구 인력을 갖추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 상위 10% 논문 비율 국내 1위, 최근 5년간 바이오·의료분야 기술이전 수익 118억원을 달성했다.포항시는 전주기적 산업화 인프라를 갖췄다. 연구는 포항가속기연구소,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미래 IT융합연구원 등에서 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셀트리온은 포항가속기연구소가 보유한 기기와 같은 방사광가속기(PLS-II)를 활용해 COVID-19(코로나19) 치료제와 COVID-단백질의 결합 구조를 0.27nm 수준으로 규명하는 성과를 냈다. 연구 단계에서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는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생명공학연구센터, 의료기기혁신센터,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등에서 이뤄진다. 극저온전자현미경은 2017년 노벨화학상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활용됐다. 앞으로 포항시에서도 세포막단백질연구소에서 보유한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세포막단백질 구조기반 신약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기술상용화는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강소연구개발특구와 연계하면 된다. 안동에 소재한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은 2023년 11월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를 개소하고 백신산업화 촉진을 위한 전략적 기업 육성·지원을 약속했다. 이렇게 포항은 교육인력과 연구 인프라, 시스템 확보로 의대 정원 확보 시 민간 자본을 통한 신속한 의대 설립과 효율적 운영이 가능한 구조다.지역 의료와 협력 체계 구축도 마쳤다. 지난 2022년 10월 포항시는 경북도, 포스텍, 포항시 6개 주요 종합병원과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및 병원설립’ 업무 협약을 맺고 지역 내 대형병원과 연구병원-임상병원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또 빅데이터 활용 연구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공유 범위를 확대하고 기존 병원 전문분야 및 노하우를 활용한 전공의 과정 고도화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 최초로 지역 의료계와 협력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포항시는 ‘3대 특성화 분야’에 매진할 뜻을 품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반 정밀의학으로 ‘예측의학’에 나선다. 이로써 개인별 맞춤형 생체주기 분석과 진단, 첨단 맞춤형 의료기기·스마트 의료기기·최첨단 영상 진단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맞춤형 신약 개발’로 방사광가속기 및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구조 기반 신약 개발과 식물 기반 그린 백신 개발을 꾀한다. ‘재생의학’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재생의학을 위해 3D 바이오 프린팅을 기반으로 한 생체 모방 기술과 인공장기 개발, 줄기세포 재생 치료제 개발에 힘쓴다. 또 생체융합기술, 스마트 바이오·의료용 나노소재 개발도 추진한다.이강덕 시장은 “기존 의사과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연구력 강화를 위해 연구중심의대 설립은 국가적·시대적 요구 사항”이라며 “급성장 하는 AI 등 첨단 기술과 공학 기반 헬스케어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연구중심의대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최대의 바이오·생명과학 클러스터인 보스턴 클러스터를 검토해 포항을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로 만들 것”이라며 “의사과학자양성과 스마트병원 설립 등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이 발전하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4-01-01

미주·유럽 직항 1천만 이용… 물류·여객 복합허브 건설

대구·경북 100년 미래 발전의 핵심이 될 TK신공항의 대역사가 시작된다. ‘TK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TK신공항 특별법)이 지난해 4월 제정되고 대구시와 국방부가 K-2 군공항 이전에 합의한 데 이어 신공항과 후적지 개발사업을 수행할 특수목적법인(SPC)을 올해 3월까지 설립하기로 하는 등 TK신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TK신공항은 총 사업비가 12조 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군공항을 신설하고 그 후적지를 개발해 사업비를 마련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한다. 사업비가 부족하면 국비로 보조하도록 특별법에 규정돼 있다. 민간 공항은 전액 국비로 건설하게 된다. ◇올해 SPC설립으로 건설 본격화대구시는 중남부권 허브공항 역할을 할 TK신공항 건설과 후적지(공항 이전 뒤 남는 땅) 개발을 위해 올해 1분기까지 (가칭)TK신공항건설(주)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신공항건설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한국공항공사 등 국가 공기업, 대구도시공사 등 지방 공기업 등과 연내 신공항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신공항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공구 분할과 동시 착공을 계획도 마련했다.국방부로부터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대구시는 올해 상반기에 사업대행자(공공 50% 초과, 민간 50% 미만)를 공모 선정해 상호 협약에 따라 SPC를 설립하고 2024년 민·군공항 기본 및 실시설계 후 2025년 착공해 오는 2030년 개항할 계획이다.대구시는 지난해 연말 사업대행자(SPC) 구성을 위한 설명회를 가졌다. ‘SPC 구성을 위한 투자설명회’에는 삼성전자, 신세계 등 대기업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 대우건설, 디엘이앤씨, 동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KDB산업은행, IBK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 대구은행 등 금융기관과 한국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들도 참석했다. 시는 내년까지 SPC ‘TK신공항건설’을 설립할 예정이다.TK신공항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허브공항 역할 수행을 위해 길이 3천200m(폭 60m)와 2천755m(폭 45m)의 2개 활주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민항활주로와 군사용 활주로 2곳이 건설되면 통합신공항에서는 매년 10만t 이상의 화물을 항공으로 이송할 수 있게 된다.신공항의 접근성과 정시성 확보를 위해 전용도로와 철도 구축은 물론 여객·화물을 통합신공항까지 바로 보낼 수 있는 공항도심터미널도 건설된다. 고속도로 읍내JCT~군위JCT 고속도로(25.5㎞) 확장, 성주~대구 고속도로(25㎞)도 건설에 이어 철도노선 신설로 서대구KTX역~통합신공항(47㎞), 김천~구미~통합신공항~영덕(143.9㎞), 안동~통합신공항~영천(71.3㎞), 통합신공항~포항(66㎞)노선 신설이 추진된다. 대구~통합신공항~안동을 연결하는 대구도시철도 신설도 검토되고 있다. 광역교통인프라 구축을 마무리되면 대구까지 이동거리가 30분으로 단축된다.또한 군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관통 도로가 들어서 대구에서 출발해 군위 우보를 지나 통합신공항을 잇고 장기적으로는 △전북 전주~김천~구미~신공항 △포항~신공항△안동~신공항~영천을 잇는 철도망이 추진돼 군위·의성을 육상교통 요충지로도 발전시킬 방침이다. 이밖에도 군위·의성에 항공클러스터를 건설해 각종 항공 관련 산업체를 유치할 계획이다.신공항이 들어서는 의성 비안면과 군위 소보면 일대는 공항주변 도시조성을 위해 △항공부품·소재단지 △항공전자부품단지 △항공엔지니어링 서비스단지 △항공서비스전문 인력양성단지 △항공정비단지 △항공물류복합단지 △항공벤처연구단지 △기내식·식품가공단지 등을 비롯해 관광, 주거 및 업무·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공항도시로 조성된다.이와 함께 군위·의성에는 각 1천500억 원씩 총 3천억 원을 재원으로 한 4개 분야 11개 단위의 군 공항 이전주변지역 지원사업도 함께 추진된다.◇후적지는 글로벌 신성장도시로 개발대구시는 TK신공항 건설사업을 토대로 미래산업 전환과 도시공간 개조를 통한 대구 재도약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대구 군공항이 떠나고 남는 694만여㎡ 부지는 미래첨단산업·관광·상업·금융 중심의 글로벌 신성장 도시로 개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랜드마크 시설을 짓고 도심항공교통(UAM)·로봇배송·자율주행 등 첨단모빌리티를 선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또 과감한 규제 혁신과 제도개선으로 글로벌 기업·인재도 유치할 계획이다.대구시는 K-2 후적지를 공간혁신, 서비스혁신, 산업혁명, 환경혁신 등 4대 혁신전략에 따라 개발한다.K-2 공항 후적지와 금호강에서 낙동강까지 7개의 호수와 24㎞의 물길로 도시전체를 문화수변 도시로 공간을 혁신해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메타버스세계가 공존하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로 만든다.TK신공항까지 20분내로 도달할 수 있도록 도심항공교통(UAM)을 운영 하고, 자율주행도로와 지하물류 터널, 로봇배송 체계를 도입하는 등 로봇과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라이프를 실현하는 도시를 만들 계획이다.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 등 대구 5대 미래산업의 글로벌 앵커기업을 유치하고 관광·상업·레저·MICE 산업과 디지털 기반의 신산업도시로 만들고 태양광,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를 도입하고, 물재이용을 통해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물순환시스템을 구축한다.이들 4개 혁신전략으로 개발된 후적지는 글로벌 신성장 도시 조성을 위한 △글로벌 관광 밸리(139만㎡) △메디컬 헬스케어 밸리(99만㎡) △미래산업 밸리(152만㎡) △소호+베니스 문화 밸리(104만㎡) △디지털전환 밸리(97만㎡) △글로벌 창의인재 밸리(107만㎡) 등 6개 밸리 마다 하나의 랜드마크 클러스터를 특화할 계획이다.글로벌 관광 밸리에는 후적지 중앙에 24만㎡의 대규모 인공호수를 조성해 세계적인 랜드마크 시설과 함께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카지노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칠성급호텔, 문화·레져기능이 융합된 복합쇼핑 공간을 조성해 두바이 다운타운과 싱가폴 마리나베이를 넘어서는 글로벌 관광지로 만든다.메디컬 헬스케어 밸리에는 AI·ICT·메타버스 기반의 메디컬 관광과 시니어 타운 등 AI·로봇 기반 맞춤형 케어를 도입하고, 안티에이징 등 메디컬 헬스케어 연구·개발 등 메디컬 헬스케어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미래산업 밸리에는 반도체와 UAM, 로봇산업 중심의 RD 연구소와 첨단기업을 유치하고 조세감면 등 혁신적 기업지원을 통해 입주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대구의 신성장 거점으로 조성한다.소호+베니스 문화 밸리에는 쾌적한 수변과 함께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업무·상업·문화·여가 복합공간으로 조성해 ABB산업·K-컬처·문화·전시·여가·창조 활동이 활발한 공간으로 만든다.디지털전환 밸리에는 AI·IoE·ICT 등 디지털 산업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디지털 사이언스 파크, 스타트업 허브, RD 시설 등을 잇는 글로벌 디지털 활주로를 만들고, UAM·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혁신과 함께 지하공간에는 스마트 물류터널·데이터센터 등으로 활용한다.글로벌 창의인재 밸리에는 삶터·일터·놀이터가 공존하는 스마트한 글로벌 인재 친화형 정주공간으로 조성하고 국제학교와 글로벌 캠퍼스 등을 유치해 대구 5대 미래산업을 이끌어 갈 국내외 우수 연구인력을 유치하는 특화공간으로 만든다. ◇신공항 경제파급효과는 100조대역사인 TK신공항 건설로 대구·경북은 약 100조 원의 경제파급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지역은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지난 2022년 대구경북연구원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통합신공항 건설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군공항건설·이전 11조 5천억 원, 민간공항건설 2조 6천억 원, 연결교통망 구축 13조 6천억 원, 배후도시 건설 1조 4천억 원, 항공화물·물류단지 건설운영 8천억 원 등 무려 66조 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이와 함께 부가가치유발액은 32조 1천억 원, 취업유발 효과는 63만 명으로 분석됐다.여객 수요는 지난 2019년 대구공항 최대 이용객 467만 명보다 3배 이상 많은 1천226만~1천573만 명, 화물 수요는 2019년(3.5만t)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15만2천~21만8천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24시간 여객기와 화물기가 오르내리는 공항이 된다.연간 1천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관문공항이 될 TK신공항이 오는 2030년 완공되면 미주·유럽직항 등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해 그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했던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해 충청·전라권가지 아우르는 여객과 물류 복합허브공항 역할을 수행하는 명실상부한 관문공항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이곤영기자lgy1964@kbmaeil.com

2024-01-01

SMR 개발 앞세운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이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되었으며 세계 어느 곳에서든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온도가 1.4℃ 상승해 지구온난화 경향이 근래에 더 심해졌고, 더욱 가파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은 이제 일상이며, 우리나라도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온도가 1.4℃ 상승해 온난화 경향이 심해졌다.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파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 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18년 제48차 IPCC 총회에서 치열한 논의 끝에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승인하고 파리협정 채택 시 합의된 1.5℃ 목표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IPCC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하고 2050년 쯤에는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했다. □ 지구온난화시대 원전의 대안우리나라도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LULUCF 제외)은 1990년도에 비해 149.0% 증가했고 2017년도보다는 2.5% 증가했다. 1990년대는 경제성장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늘었고 1998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14.1% 감소한 이후로 2000년대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건강하고 넉넉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2020년 10월 28일 ‘2050 탄소중립 선언’ 및 12월 10일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했다.이 같은 추세에 가장 빠르게 대처한 것은 경북이다. 신규 시책 중 동해안 전략산업 분야에 ‘에너지 및 원자력대전환 전략사업’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하이브리드(원자력+신재생에너지) 청정수소 생산기지 구축과 수소연료전지 및 수전해 핵심기업 투자유치 촉진, 해양용 용융염 원자로 기술개발사업 등 3개 사업이 중심이다. 경북도는 이를 중장기 사업으로 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사업 구체화 및 실행력을 높여 2024년부터 국책사업화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이는 윤석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침체된 원자력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자력 차세대 연구개발, 원전수출 등 원전최강국 건설을 국정과제로 제시한데 따라 국내 원전 최대 집적지이며, 한수원, 한전기술, 중저준위 방폐장,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등 원자력 인프라를 모두 갖춘 경북이 원자력 생태계를 주도해나간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경북은 올해 ‘경주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와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가 국토교통부의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최종 선정됐다. □ SMR은 더욱 안전한 원전소형모듈원자로란 기존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배관없이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 안에 배치해 일반적으로 500MW급 이하인 중·소형원자로(SMR)를 말하며 IAEA(세계원자력에너지협회)는 300MW급 이하를 소형원자로, 700MW이하를 중형원자로로 분류한다. ‘Small Modular Reactor’ 혹은 ‘Small and Medium Sized Reactors’라는 의미로 SMR을 약어로 사용한다.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SMART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의 줄임말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라는 SMR모델의 개발을 시작해 2012년 7월 세계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소형모듈원자로는 기존 대형원전과 비교해 피동 안전시스템을 채택하고, 단순화된 설계, 일체형 설계로 배관 파단 사고 등의 가능성을 제거해 높은 안전성 확보에 용이하고, 모듈화로 다수의 모듈을 동시 설치, 일괄 설치를 통해 시공 작업을 대폭 감소시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대형원전 대비 절반 이하 부지에 건설 가능, 안전성 확대로 주변 대피구역 최소화, 기존 화력발전소 부지에 건설이 가능하다. 아울러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부하 추종 운전기술을 채택, 출력조절도 가능하며, 전력 생산 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 공정열 활용, 지역난방, 해양 탐사 등 다목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시장 전망도 좋다. Idaho National Laboratory는 글로벌 분산전원 시스템의 수요로 SMR이 2030년 전체 신규원전 중 30%에서 2050년 50%로 비중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daho National Laboratory는 전체 원전 시장에서 건설되는 원전 종류별 비중이 대형원전의 경우 4세대 원전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SMR의 경우 초소형 원자로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IAEA(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0여 국가에서 71종의 SMR이 개발 중인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SMR 시장규모가 6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또한 원자력은 전기 생산과정에 탄소배출이 없어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최적의 에너지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저비용으로 질좋은 청정수소 대량공급이 가능해 정부의 청정수소 200만t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 □ 원전 해체시장 교두보 확보경북도의 원자력 르네상스 실현을 위한 주요골자를 살펴보면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원자력수소를 중심으로한 원자력 산업생태계 구축과 산·학·연과 연계를 통한 차세대 원자력 연구기반 강화 및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원자력 선도국가로의 도약이다.이를 토대로 ‘2023년 경북도는 향후 원자력 100년을 준비할 원자력산업 태동의 원년으로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며, 주요 전략과제로 산업, 연구개발, 협력 등 3개 분야에 대한 12개 전략과제를 제시했다.첫 번째, 원자력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해 기업육성 기반을 강화한다.경북도는 경주 감포읍 일원에 조성 중인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연계해 경주 SMR 국가산단을 조성하고 SMR 소부장 제조기반을 강화하여 해외 수출공급망을 구축한다. 아울러, 수소생산에 적합한 SMR 등 원자력을 활용해 미래에너지라 불리는 청정수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원자력수소 생산실증 및 국가산단 조성을 통해 수소 저장·운송·활용 등 산업화하고 연 2만t 청정수소 생산기반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또한, SMR 혁신제조기술 지원센터 등 SMR 제조기반을 강화해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엔지니어링 등 앵커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기업RD, 판로개척 지원을 통해 원자력 관련 강소기업 10개, 스타트업 10개를 육성하여 소부장 기반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두 번째 차세대 원자력 연구기반 강화로 미래 원전먹거리를 창출한다.경주 감포읍에 건설 중인 국내 최대 SMR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조기 개원을 추진래 2025년까지 조성을 완료하고, 저출력 연구로, 대학 공동RD센터 등을 갖춘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 설립을 추진, 차세대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갖출 계획이다.또한, 지난해 6월 예타 통과돼 부지선정 중인 중수로해체기술원 건설사업을 올해 착공, 원전해체 관련 지역기업 육성을 통해 해외 원전해체 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해나갈 예정이며, 원자력추진용 용융염원자로(MSR) 기술개발 및 원자력 활용 원자력수소 생산·실증사업 등 차세대 원자로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으로 연구기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세 번째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원자력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한다.경북도는 국내 원자력 정책이슈를 선점하고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2023년 국제 원자력에너지 산업전’을 지난 4월 개최하고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원자력학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2023 원자력산업 국제회의(ICAPP)’ 등 국제행사 등을 통해 국내 및 해외 원자력 관련 대학, 기업,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가칭)원자력에너지 월드 컨퍼런스(NEWC)’를 준비하고 있다.여기에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양선박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로 감축하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규제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경북도는 대형선박 추진용 SMR 기술개발과 실증을 통해 향후 상용화를 위한 협력 기반을 구축 한다.이철우 지사는 “세계적으로 소형원자로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기술개발 경쟁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에서부터 건설, 해체, 저장까지 원자력 전주기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원자력 산업생태계를 갖추어 원자력 르네상스를 경북도가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1-01

“2026년 地選 통합단체장 뽑아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방소멸을 막고 세계적인 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통합이 필요하다”며 “2026년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대구와 경북 통합 단체장을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지방이 이대로 가면 소멸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광역자치단체뿐 아니라 도내 작은 시군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는 지역민 여론조사와 투표, 의회 통과, 법안 마련 등 절차가 쉽지 않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에서 관련 법 제정 등 논의가 탄력을 받고 전국적으로 통합 논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분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지사는 “올해 새로운 산업성장판을 갖춘 만큼 앞으로 미래 성장동력으로 경북 산업지도를 신속하게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를 지방화를 이끌 제대로 된 성장판을 확보한 해라 평가하고 올해에는 넓어진 성장판을 민간의 활력으로 채우기 위해 관주도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민간과 시장이 주도하는 지역발전전략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이 지사는 “그동안 공공재정에 의존하는 지역발전전략은 산발적 소규모투자에 머물러 지역의 판을 획기적으로 바꾸는데 부족했고 민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재정투자는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투자였다”고 평가하면서, 중앙정부와 함께 만들어온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사업의 성공모델을 만들고 ‘경북 민간투자활성화 펀드’도 출범해 민간에 마중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민간중심의 지역발전전략으로 전환을 선언한 만큼 기업활동 자유 증진을 위한 규제혁신 강화도 화두로 내세웠다.민선 7기부터 지역의 발전을 선도해온 규제자유특구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현재 4개인 특구를 신규 유치해 확장하고 기존 특구는 국제적인 표준과 산업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혁신특구로 육성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지역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산업단지 등에서 기업들이 겪고 있는 규제와 행정절차의 지연등을 즉각 처리하기 위한 규제혁신 전담기관을 권역별로 지정해 현장밀착형 규제완화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정부의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로 대표되는 4대 지방시대특구는 추진단을 만들어 기획단계에서부터 민간기업, 대학과 원팀이 되어 추진하고 확실한 투자결정이 미리 확보된 특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지방시대를 위한 역점과제인 k-U시티를 지속확산하고 시군에서도 아이디어를 내고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반도체 인력 2만명 양성과 제조업 현장에 외국인 인재유입을 위한 ‘글로벌 학당’, ‘외국인 지원센터’도 운영한다는 계획을 전했다.대구경북 신공항 배후 신도시 구성도 언급했다.“세계적인 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규모의 공항 건설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배후 공항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 또 물류 공항으로서 역할도 대단히 크다. 그래서 항공 물류단지, 중소형 항공기 보수·정비 중심의 항공산업 클러스터, 농식품산업 클러스터, 미래형 모빌리티 특화도시 조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내년에 국가시범 스마트도시 지정 및 사업시행자 선정에 이어 2026년까지 기본 및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부터는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도민에게 새해인사도 건넸다.“지난 한해 경제 등 정말 어려웠고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도민의 힘든 생활을 덜어주는 게 행정의 역할이다. 도민 생활이 계속 어려우면 내년 초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서민 삶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작년에 다양한 성과들로 많은 기회들이 생겨난 만큼,교육혁신과 인재양성을 지속하고 민간이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일상화 된다면 경북이 달라지고 대한민국의 지방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01-01

“창의·융합·혁신, 환동해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한해 될 것”

이강덕 포항시장은 2024년 포항이 ‘창의·융합·혁신으로 지속가능한 환동해중심도시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지난 한해 성과를 되짚으며, 올 한해 시정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은 이강덕 포항시장과의 일문일답. -2024 포항지역 경제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세계적으로 미중 무역 갈등, 러-우 전쟁 장기화 및 미국 대선 등 불안정한 정세 속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지역은 이차전지 등 신산업의 투자 증가에 힘입어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9로 전국 평균인 69보다 높지만, 전국적으로 고물가, 고금리의 장기화에 따른 서민경제 위축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포항이 역점 추진하는 이차전지·수소·바이오 등 신산업의 경우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인 만큼, 지속가능한 도시의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지난해 주요 성과를 뽑자면.△지난해는 철강중심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자 했던 오랜 노력들이 큰 빛을 본 의미 깊은 한 해였다. 역대 최대 규모인 7조4천억원 투자유치와 특히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예타 통과는 포항의 미래먹거리 마련은 물론 국가경쟁력에도 크게 기여할 기념비적인 이정표였다. 아울러 포스텍의 ‘글로컬대학30’ 선정은 도시와 대학이 협력해 지역의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높일 기반을 마련한 소중한 결실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생태, 교육, 복지 등 시정 각 분야에서도 다양한 성과가 나타났다. 상생숲길 인도교 준공, 기후대응 도시숲 확충 등 생활권역의 녹지를 더욱 늘었다. 오랜 숙원이던 포항~수서SRT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경북 동해안 광역 교통편의가 증진됐다. 아울러 통합보훈회관과 흥해복합커뮤니티센터 개관 등 모든 세대가 행복한 복지 실현을 위해서도 노력했다.-포항의 미래전략 산업, 어떻게 키우고 있나.△포항의 신성장산업들을 더욱 고도화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전지보국·바이오보국·디지털보국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블루밸리 국가산단 계획을 패스트트랙으로 변경하고, 관련 인프라와 맞춤 인재 양성 시스템을 통해 ‘이차전지 메가 클러스터’로 성장시켜가겠다.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후속 사업인 ‘배터리 글로벌 혁신특구’로 지정받아 사용후 배터리 국제표준을 만들고, 산학연관이 협업해 양극재 글로벌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선점할 방침이다.수소 분야도 연료전지 클러스터의 본격 추진을 중심으로 전주기 생태계를 구현해 ‘K-수소경제 선도모델’을 만들어 가겠다. 수소차량·충전소 보급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수소특화단지’도 지정받아 기업이 포항으로 몰려 오도록 생태계를 튼튼히 다지겠다.바이오 분야도 지난해 선정된 과기부의 바이오미래기술 혁신연구센터(IRC) 공모가 본격화돼 578억 원 규모의 유전자·세포치료제 연구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바이오 기업들이 지역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핵심 인프라를 계속 늘리고, 대학과 협력을 강화해 ‘환동해 바이오 융합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이와 함께 AI, 로봇, 시스템반도체 등에 강점을 가진 기반을 바탕으로 디지털, 소프트웨어 산업을 새로운 블루칩으로 키워가겠다. 이를위해 ‘철강 금속 DX(디지털전환) 실증센터’ 구축, ‘경북형 디지털혁신거점’ 지정 ‘글로벌 산학협력관’ 설립 등을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자한다.-포항의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추진 전략은.△상급종합병원이 전무한 경북은 전국 시·도 중 의료 최대 취약지로 손꼽히고 포항 또한 도시 위상에 비해 의료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지역 의료 붕괴를 막고 지방시대를 견인하기 위해 경북 초(超) 광역권 의료 혁신 거점인 포스텍 의과대학은 반드시 필요하다.2015년 처음 포스텍 의대를 제안한 이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특히 최근 진행한 설립 촉구 대시민 결의대회에 이은 서명 운동에서 단시간에 20만 명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서명하면서 광역 차원에서 지역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의지를 결집했다.지역의료 현실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바로잡고,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포스텍 의대를 신설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역량을 더욱 모으고 중앙정부에 강력히 요구하며 설득해 가겠다. -올해 시정 목표와 중점 추진할 정책은.△‘창의·융합·혁신으로 지속가능한 환동해중심도시 포항’을 시정 목표로 지역 균형발전 모델 도시를 실현위해 2천여 공직자들과 매진하겠다. 지난 성과들을 더욱 고도화하고 어려운 대내외적 위기 상황 극복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특히 3대 핵심 시정 운영 방향으로 △미래가치 확장 △민생활력 제고 △도시품격 향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미래 가치확장’은 앞서 말씀드린 신산업 고도화와 미래 산업 대전환으로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하는 첨단산업도시로 한층 도약하는 구상이다.이어 시민 삶이 풍요롭고 행복한 ‘민생활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양질의 일자리’를 더욱 늘릴 수 있도록 전력·용수, 산업단지 등 인프라를 적기에 확충해 탄력을 받고 있는 기업 유치를 가속화한다. 아울러 서민경제 근간인 전통시장 혁신, 소상공인·중소기업 맞춤형 지원 정책으로 활력을 불어 넣을 계획이다.더불어 정주여건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선도하고자 ‘도시의 품격’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어딜 가든 숲과 정원처럼 쾌적한 도시를 위해 그린웨이를 확장해 미세먼지 차단숲과 맨발걷기 황톳길 등을 늘리고 학산천 생태하천 복원을 마무리하는 등 정주여건을 혁신한다. 특히 시민 삶에 꼭 필요한 추모공원·에코빌리지·그린바이오파크 등 필수시설을 주민 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갈 방침이다.-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말씀은.△포항시가 거두어 온 성과들은 시민 모두의 노력과 헌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새해에도 여러분과 함께 더 큰 희망과 기회가 함께하는 더욱 풍요로운 포항을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동해안 균형발전의 거점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여정에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아울러 갑진년 새해 모든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 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감사합니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4-01-01

“취임 후 대구 재도약 기본틀 완성”

공공개혁을 신호탄으로 공간혁신, 재정혁신, 산업혁신, 민생혁신으로 대구가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 마련에 심혈을 기울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2024년은 대구경북신공항, 달빛고속철도, 후적지 개발을 통해 대구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버금가는 새로운 남부 경제권의 초석을 다지는데 집중한다. 2024년을 맞아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민선 8기 성과와 올해 역점사업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민선 8기 취임 1년 6개월 동안 18개 공공기관을 11개로 통폐합하고 유명무실한 각종 위원회를 대폭 정비하는 등 공공개혁을 신호탄으로 대대적인 혁신을 시작했다.대구경북의 백년대계인 TK신공항 건설은 지난 4월 특별법 제정이 기폭제가 되어11월 20일 국방부와 ‘군공항 이전사업 합의각서’를 체결했고 대구시가 사업시행자로 지위를 확보해 본격적인 비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구의 경제구조를 5대 미래신산업인ABB,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헬스케어 중심으로 전환해 민선8기 1년 6개월 만에지난 10년간 투자총액의 1.7배에 달하는 8조 1천367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도심 군부대 통합이전은 지난 12월 14일 국방부와 민·군 상생 MOU체결을 마쳤고 밀리터리 복합타운으로 이전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달빛철도특별법은 헌정사상 역대 최고로 많은 26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해 국회 국토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민선8기 혁신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홍 시장은 2024년에는 대구경북신공항, 달빛철도, 후적지 개발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신공항 건설의 토대를 마련한 홍 시장은 올해 1분기 내에 건설의 공공부문은 한국공항공사, 민간부문은 삼성그룹이 중심이 되어 (가칭)TK신공항건설(주) 설립을 목표로 SPC 구성을 신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어 국방부 사업계획 승인과 공구별 동시 착공 및 준공을 거쳐 2029년 조기에 신공항이 개항할 수 있도록 역량을 총결집할 방침이다. 달빛철도는 신공항 개항과 동시에 개통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해 광주, 호남의 물류와 여객을 TK신공항으로 흡수하는 중추적 연결고리로 만들 방침이다.K-2 후적지는 금융, 관광, 상업의‘24시간 잠들지 않는 수변도시’로 만들고 신공항 배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규제프리존을 추진해 글로벌 첨단산업단지로 만든다.대구공항이 빠져나간 후적지는 두바이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장점만을 흡수해 랜드마크 초대형 빌딩을 품은 금융, 관광, 상업의 중심지로 개발해 글로벌 신성장 거점으로 변화시키며, 군위 신공항 배후지에는 해외 유명 대학의 분교 설치는 물론, 복합휴양 문화공간도 조성하고 공항 산단 등의 종사자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수도권 수준의 교육, 의료, 문화, 쇼핑,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에어시티로 건설한다.대구를 ‘글로벌 내륙수변도시’로 전환하는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도 추진한다. 마중물 역할을 할 선도사업으로 2024년 말 안심습지 일원에 국가생태탐방로를 조성하고 2025년에는 대명유수지, 달성습지, 화원유원지를 연계하는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을 완료해 지역의 경관 명소 창출 및 관광 활성화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2026년에는 금호강 동촌 일원을 친수복합공간으로 조성하고 하중도, 금호워터폴리스 일원을 관광·레저·문화중심으로 개발하는 등 2028년까지 금호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는 섬유산업 몰락 이후 산업구조 대개편에 실패해 30년째 쇠락한 도시로 전락해 버렸다”고 진단하고 “민선8기 대개혁으로 대구 미래 50년을 책임지게 될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달빛철도 건설, 도심 군부대 이전 등 핵심 정책들의 기본 틀도 완성됐다. 그 틀을 내실있게 채워나가 한반도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2024-01-01

강력한 힘과 지혜로운, 성장·희망의 신비로운 존재

신년휘호동서를 막론하고 교룡은 전설상의 동물로 인류 문화에 등장했으며 그 모양이 청동기에도 사용되었다. 백과사전인 도감 ‘화한삼재도회’에 따르면, 교룡은 눈썹이 있고 뱀과 비슷하며 네 개의 발과 비늘이 있으며 길이가 5m로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비유로는 ‘때를 못 만나 뜻을 이루지 못함’을 뜻한다. ‘교룡득수(蛟龍得水)’는 용이 물을 얻었으니 좋은 기회를 얻는다는 뜻으로, 새해에는 각자가 설계한 삶의 목표가 긍정적인 변화 속에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선정하여 휘호하였다. 2024년 갑진년은 십간(十干)의 오방색을 합친 푸른 용(靑龍)의 해이다. 늘상 오가는 한해지만 새해에는 청룡의 기운을 받아 모든 분이 보람찬 삶의 설계를 꼭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신년세화 갑진년 청룡의 해 문화적 상징·의미 ‘솟아올라라, 용!’2024년 갑진년(甲辰年) 용띠 새해가 밝았다. 십이지(十二支)의 다섯 번째 동물인 용은 열두 띠 동물 중 유일한 상상 속 동물이며, 변화무쌍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서 왕권과 권력, 수신과 풍요를 상징한다. 올해는 ‘청룡의 해’다. 청룡(靑龍)은 동쪽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만물이 근원인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이다. 갑진년 새해, 청룡의 청량하고 신성한 기운을 듬뿍 받아 모두 활기차게 비상하시기를 소원한다.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에 큰 영향 미친 상서로운 존재용은 실존하지 않는 동물인데도 정형화된 형태와 상징성을 가지고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불교에서는 호법의 의미로, 지배층에서는 왕권·권위·입신의 의미로, 피지배층에서는 벽사·기복의 의미로 용을 사용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용을 명예롭고 상서로운 존재로 받아들였다.우리의 생활과 의식구조에 밀접하게 자리 잡은 용의 흔적은 지금도 산, 폭포, 바위 등의 자연물, 지명, 사찰명에 남아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도 동화책 속의 용, 게임 속 캐릭터, 전설을 표현한 구조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한국문화에서의 용은 삼국통일 이후 불교가 독자적인 호국 신앙으로 발전하면서 용은 호국룡(護國龍)의 성격을 띄기도 했다.승천해 가뭄에 단비를 뿌리고 풍요와 복을 주는 존재용은 낙타·호랑이·사슴·뱀 등 여러 동물이 합성된 상상의 동물이다. 서양에서는 주로 퇴치해야 하는 존재로 나타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상서(祥瑞)롭고 신령한 동물로 인식된다. 우리 민속에서 용은 생명의 근원인 비와 물을 상징한다. 수신(水神)으로서 ‘용신’, ‘용왕’ 등 민속신앙의 대상이 됐고 지역별로 다양한 의례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은 ‘기우제’다.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는 ‘용왕제’, 정초 우물가에서 행해지는 ‘용알뜨기’, 대보름 강가에서 용신에게 제물을 공양하는 ‘어부심’ 등도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 용에게 비를 빌었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용에게 풍어(豐漁)와 안녕(安寧)을 빌었다.건국 신화부터 속담까지 민속문화 속 용의 상징한국의 용에 대한 최초 기록은 주몽, 박혁거세 등 건국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용왕도·농기(農旗) 등 그림에는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형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얼음이 갈라진 모습을 ‘용의 짓’으로 보고 그해 풍흉을 점쳤으며, 뜻한 바를 모두 이뤘을 때 ‘용이 여의주를 얻은 격’이라고 하는 등 용 관련 풍속과 속담도 다양하다.용이 깃든 물건으로 액을 물리치고, 재복(財福)과 출세를 바라다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용의 신령스러운 능력을 가까이 두고자 했다. 복식·건축·그림·도자기·가구 등 여러 분야에서 용 문양을 폭넓게 사용했다. 지붕에 용마루, 기와에는 용두(龍頭)를 장식해 화재 예방과 벽사의 뜻을 담았다. 정초에는 용호(龍虎) 그림과 문자를 대문에 붙여 재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했으며, 농기에 용 그림을 그려 풍요를 희망했다. 또한 문방사우(文房四友)나 문자도(文字圖)에 용 문양을 넣어 출세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입신출세’의 뜻을 지닌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는 격려와 응원의 의미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인간의 이해를 넘는 신비의 상징문학에서 용에 대한 신비는 주로 판타지 작품 속에서 나타나 인간과는 애증 관계를 묘사한다. 최근 들어 드래곤 캐스트·미르 등의 게임에서 드래곤은 중요한 아이템으로 표현되고 있다. 절대적 무기인 갑옷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드래곤들을 물리치고 비늘을 얻어야 한다. 과거 광야에서 용과 싸우던 기사들이 이제는 게임의 환상 속에서 드래곤과 맞서고 성장해가는 것이다.용은 왕을 상징한다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외의 대상이다. 동양에서는 국가 또는 왕과 동일시하는 동시에 용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변고가 있을 징조로 보았다. 신화 속의 수신(水神)인 용은 혼인을 통해 국조(國祖), 군주, 씨족조(氏族祖) 등 귀인의 어버이다. 석탈해는 용성국 왕과 적녀국 왕녀 간의 소생이고, 고려 태조 왕건은 작제건과 용녀의 소생인 용건의 아들이다. 백제 무왕(武王)인 서동은 어머니가 과부로 서울 남지변에 살던 중에 그 연못의 지룡과 교통하여 출생하였고, 후백제 시조 견훤은 광주 북촌의 부잣집 딸이 구렁이와 교혼하여 낳았다. 창녕 조씨의 시조 조계룡은 용의 후예라고 하는 씨족의 시조 신화로서 나타난다.천후(天候) 다스림이 절대적인 농경 문화권에서 군왕과 용은 자연스럽게 결합된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임금의 덕을 용덕(龍德), 그 지위를 용위(龍位)라고 하였고,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龍床)·용좌(龍座), 임금이 입는 의복을 용의(龍依)·용포(龍袍), 임금이 타는 수레를 용가(龍駕)·용거(龍車), 임금이 타는 배를 용선(龍船)이라고 했다. 심지어 임금이 흘리는 눈물을 용루(龍淚)라고 불렀다.용꿈-태몽으로서 최고의 꿈‘용꿈을 꾸고 자식을 얻으면 훌륭하게 된다’는 말처럼 한국인은 용꿈을 장차 크게 이름을 떨칠 자식을 낳게 될 꿈으로 여긴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나는 등용(登龍)의 꿈’은 승진하고 벼슬에 오르는 꿈으로 해석된다.개천에서 용 난다용은 큰못·큰물·깊은 물에서 산다. 또한 아무리 좋은 못이라도 두 마리의 용은 같이 살 수 없다. 용이 활동할 수 있는 큰물에서 용이 나듯이, 인간사의 모든 일도 여건이 잘 조성돼야 성취할 수 있다. 개천이나 시궁창·흙탕물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빈천한 가정에서도 노력에 따라 때로 걸출한 인물이 날 수 있다는 뜻이 된다.용이 하늘에 가려면 여의주·물·비·바람·구름이 필요하듯이 사람이 출세하려고 한다거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주위 여건이 맞아야 한다. 여의주를 잃은 용, 물을 잃고 땅 위에 나온 용, 낚시에 걸린 용은 무능한 존재, 세도를 잃은 사람, 재물을 밝히다가 망신을 당한 사람에 비유된다. 그래서 용도 물 밖에 나오면 개미가 덤빈다.지렁이도 용꿈을 꿀 수 있다. 못난 미꾸라지도 오래 정진하면 용이 될 수 있듯이 빈천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도 오랫동안 끈질기게 노력하면 출세할 수 있다. 자유자재로 조화를 부리는 용도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에는 오르지 못한다. 현대의 모든 이들도 무슨 일이나 큰일을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미리 만들고 고리를 풀어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1-01

경북 곳곳 다양한 해넘이·해맞이 행사… 어디로 가볼까?

반갑게 맞이했던 토끼가 쏜살 같이 흐른 시간 속에 아쉽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연이어 푸른 용이 ‘희망과 꿈’을 여의주에 담아 물고 우리들 곁으로 다가올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온다.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목전으로 다가왔다.사람들은 저마다 토끼의 해를 돌아보며 하려했으나 하지 못했던 일들을 떠올리고, 곧 다가올 용의 해에는 보다 나은 세상 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꿈꾼다. 이는 매년 12월 막바지면 늘상 있는 일.지는 2023년의 마지막 해를 보며 회상에 잠기고, 떠오르는 2024년 첫 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그들이 함께 모여 송년의 아쉬움을 나누며, 신년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해넘이’와 ‘해맞이’ 행사가 전국에서 준비되고 있다. 경상북도도 마찬가지다.경북은 동해와 마주보고 있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솟아오르는 새해 첫 일출의 붉은 장엄함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혜택 받은 공간’이기도 하다.2023년의 마지막 날, 그리고 2024년 첫 날의 일몰과 일출 관련 행사를 경북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해넘이와 해맞이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 다양한 곳에서 다채롭게 펼쳐질 경북의 송년-신년 행사를 소개한다. ◆2024년 갑진년 첫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독도-울릉도독도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일출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오는 2024년 1월 1일 독도의 일출은 오전 7시 26분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니,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들은 새해 첫 일출을 가장 먼저 보게 된다. 육지를 떠나와 먼 섬에서 고생하며 지내는 이들에겐 ‘반가운 선물’ 같을 터.독도에 이어 울릉도의 일출 예상 시각은 오전 7시31분. 갑진년 첫 해와 만나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울릉산악회는 오는 31일과 2024년 1월 1일 성인봉에 올라 시산제(始山祭)를 지낼 예정이다.울릉군 차원에서도 해맞이 행사가 준비된다. 신년 첫날 울릉도 저동항 촛대암 방파제에서 ‘대한민국 일출제’를 여는 것. “참석하신 분들 모두와 떡국을 나눌 것”이란 게 울릉군청의 설명이다.떠나는 2023년 토끼의 해를 송별하며 2024년 용의 해를 반기는 프로젝트는 또 있다.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울릉크루즈는 31일 밤 11시 50분 포항을 출발한다. 그 배에 오른 승객들이 동해에서 1월 1일 일출을 볼 수 있도록 울릉크루즈는 울릉도 입항을 조금 늦출 예정이다. 선상에서 맞이하는 해맞이는 색다른 감흥을 사람들에게 선물할 듯하다.◆포항 호미곶에선 해군 항공사령부의 화려한 비행쇼 관람 가능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호미곶 해맞이’도 참여할 사람들을 위한 각종 준비를 마쳤다. ‘청룡의 승천을 함께 만나요’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될 ‘제26회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바로 그것.오는 31일 저녁부터 신년 1월 1일 새벽까지 호미곶 해맞이광장은 인파로 넘쳐날 것이 분명하다. 이번 해맞이 행사는 포항시와 포항문화재단이 손을 맞잡고 준비했다. DGB대구은행과 남포항농협도 후원으로 힘을 보탰다.공식 행사는 1월 1일 오전 6시 45분 ‘신년 대북 공연’으로 시작된다는 것이 포항시의 설명. 이어 ‘2023 포항 리뷰 영상 송출’ ‘새해 인사와 신년 사자성어 발표·퍼포먼스’가 펼쳐진다.해맞이 축전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해군 항공사령부와 해병대 항공단의 축하 비행쇼도 호미곶 하늘을 근사하게 수놓는다.해넘이와 해맞이 행사의 가장 큰 적은 해마다 ‘추운 날씨’로 지목돼 왔다. 포항시는 “혹한을 녹여줄 ‘호미곶 마켓’과 떡국 나눔 행사가 그날 추위를 다소 녹여줄 것”이라 부연했다.사실 날씨가 좀 추우면 또 어떤가? 해맞이 행사 참여자들 곁엔 체온으로 서로를 따스하게 녹여줄 가족과 연인, 친구가 있을 텐데. ◆‘문향’ 안동에서도 해넘이-해맞이 행사 의욕적으로 준비‘한국의 문향(文鄕)’으로 불리는 안동 역시 올해도 빼놓지 않고 해넘이와 해맞이 행사를 연다. 일단 31일 웅부공원 시민의 종각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제야 타종식’이 진행된다. 이 행사는 밤 10시 30분 시작될 예정.타종식은 시민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는 50여 명의 인사들이 11개 조로 편성돼 33번 종을 치는 방식으로 열린다. 타종의 마지막 조는 당일 행사장에서 뽑은 시민들이 맡게 된다.안동시가 전한 2024년 신년 메시지는 ‘백절불굴 중력이산(百折不屈 衆力移山)’이다. 이는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타종식에 이어 1월 1일엔 ‘시민과 함께하는 2024 새해 해맞이’가 펼쳐질 예정. 참여를 원하는 이들은 오전 7시 안동국제컨벤션센터 옥상정원을 찾으면 된다.새해 행사의 주관은 한국정신문화재단이 맡았다. “행사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공연과 떡국 나눠 먹기, 만복이 찾아오길 기원하는 풍물공연 등으로 마련됐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사전 참여 신청이 필요한 행사이니 문의할 사항이 있다면 한국정신문화재단 문화사업팀을 방문하거나 전화 또는 이메일로 연락하면 된다.◆경주와 영덕에서도 사람들 이목을 끌 신년 행사 펼쳐져경주에서는 ‘2024 문무대왕릉 신년 해룡축제’가 송년 해넘이와 신년 해맞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펼쳐진다. 행사장은 경주시 봉길리 해변에 위치한 문무대왕릉 일대.31일 저녁 7시에 ‘해룡 일출제’ 안내가 시작되고, 전야제로 ‘7080 콘서트’와 ‘가족오락실-겨울 캠핑’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새해를 15분 앞둔 밤 11시 45분부터는 ‘아듀, 2023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밝아올 1월 1일 새아침엔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홍보영상’이 상영되고, 참석자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도 진행된다. ‘희망을 노래하다’라는 부제로 마련된 성악 공연과 여의주에 커다란 소원지를 띄워 보내는 행사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것 같다.이와 더불어 경주시와 경주문화재단은 ‘2023 신라대종 제야의 타종식’도 준비했다. 31일 밤 11시에 열리는 타종식은 신라대종공원과 봉화대 일원에서 펼쳐진다. 신라고취대의 오프닝 공연과 경주·익산 시민합창단이 손을 잡고 노래할 시민 합창회, 불꽃놀이 등이 참여자들을 매혹시킬 듯하다.‘아름다운 바다 색깔’이 한국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영덕군에서도 가는 해를 전송하고 오는 해를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행사가 준비됐다.영덕의 ‘2024 새해맞이 타종식’은 31일 밤 10시에 삼사해상공원 경북대종 앞과 헬기격납고에서 시작된다.“송년음악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타종식, 신년사 발표 등이 열릴 것이고, 행사장엔 먹거리 부스도 설치된다”는 것이 영덕군의 설명이다. 예상 참가 인원은 약 5천여 명.송년음악제는 영덕군 여성합창단의 식전 공연과 함께 진성, 최유나, 황충재 등의 공연으로 구성됐다.이번 경북대종 타종 행사는 군비 2억 원을 들여 영덕군 자체 행사로 추진되는 것이라 간소하게 진행될 예정이지만, 송년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신년의 희망을 설계한다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듯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2-28

교육재단 출범·국가 스마트산단 유치… ‘군민이 빛나는 달성’

2023년 한 해 가장 높이 도약한 지자체를 꼽으라면 대구 달성군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달성군은 올해 제2국가산단 등 각종 사업 유치부터 군민 편의를 위한 교육·복지사업 확대까지 전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했다. 진정한 의미의 ‘군민이 빛나는 달성’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달성군의 1년을 톺아본다. △착실하게 내실 채운 ‘아이 키우기 좋은 달성’ 목표- 달성군의 평균 연령은 41.2세로 대구시에서 주민 연령대가 가장 낮다. 젊은 신혼부부의 유입이 많은 만큼 교육·보육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자녀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 무렵 대입을 위해 지역을 떠나는 인구가 적지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가장 눈에 띄는 노력의 결과는 달성교육재단 설립이다. 달성교육재단은 기존 달성장학재단에 교육, 진로진학, 도서관 업무를 포함해 새롭게 출범했다. 재단은 군에서 진행하던 입시설명회, 진로진학 컨설팅 등 사업을 한층 체계화했다. 관내 청소년에게 더 나은 입시·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평생학습 프로그램, 달성인문대학 등 도서관 사업도 재단을 통해 진행한다.장학금 지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100명이던 장학생은 재단이 생긴 올해 236명으로 늘었다. 총 지급 금액 역시 4억3천만 원에 달한다.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영어교육 사업 역시 학부모들의 호평을 얻고 있는 부분이다. 일례로 어린이집 영어교사 전담배치 사업을 신청한 관내 181개 어린이집에 주 2회 영어강사가 방문해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 없이 양질의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 취지다.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활동이기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달성군은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 지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교육 혁신에 계속 힘을 쏟고 있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자체, 시·도교육청, 대학 등이 협력·지원하는 정책이다. 관련 규제 완화 및 최대 100억 원 예산 지원 등 혜택이 있다.어린이는 물론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권역별 도서관 건립도 순항 중이다. 2천억 원 이상의 군비를 들여 북부권 다사 복합커뮤니티 센터, 남부권 달성 비슬도서관, 중부권 화원 공공복합청사 도서관을 짓는다. 달성군립도서관이 운영 중이긴 하나, 주민 수와 권역 규모에 비해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했다.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특화사업인 창의놀이터 구성도 한창이다. 화원읍 본리 미리내어린이공원을 시작으로 달성군 곳곳에 더 많은 창의놀이터가 들어설 예정이다.△살기 좋은 도시, 복지·문화의 향기로 채우다- ‘살기 좋은 도시’의 기준은 모두에게 다르다. 하지만, 안전과 건강이 보장되는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엔 예외가 없다. 달성군은 북쪽의 다사읍에서 남쪽 구지면까지 이어지는 넓은 권역을 자랑하는 만큼 쾌적한 삶을 위한 의료사업 선호가 다양하다. 그럼에도 외곽 지역의 의료 취약 계층에게 병원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시작한 사업이 찾아가는 이동건강 버스 ‘달성건강빵빵이’다. 간호사부터 정신건강임상심리사까지 전문 인력이 팀을 이뤄, 건강측정장비를 탑재한 버스를 타고 주민 요청에 따라 지역을 순회하고 있다. 이미 달성군 관내 20여곳에서 검진을 마친 상태다.유가읍 행복한 병원 응급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등장했다. 달성군은 응급의료 공백을 없애기 위해 행복한 병원을 응급실 운영 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했다. 올해 4월 문을 연 병원은 한 달에 최대 1천900여 명의 환자가 방문해 현재까지 1만 명 이상이 찾았다.더욱 편리한 삶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도 활발하다. 화원읍에 있던 대구교도소가 지난달 하빈면으로 이사하며 지역 풍경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달성군은 교도소가 빠져나간 자리에 달성군 국립근대미술관 및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다만 대형사업인 만큼 관련 시설이 들어서기까지 길게는 4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달성군은 이 기간 빈 교도소 부지로 인해 주민 치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교도소 녹지 내 산책로 등 휴게시설을 꾸민다. 오랜 세월 금기된 공간이었던 교도소가 주민을 위한 공원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여기에 더해 새롭게 조성한 공원들이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다사읍 세천리의 세천늪테마정원은 어린왕자 등 색다른 주제를 담은 정원으로 꾸며져 그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달성군은 산책로 정비 등을 꾸준히 이어가며, 이곳을 ‘대구시 지방정원 1호’로도 등록하려 한다.이뿐만 아니라 2024년 유가읍 테크노중앙대로, 테크노남로 일대에 미세먼지 차단숲을 조성하는 등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개선을 지속해서 진행한다.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파크골프장 등 체육시설도 확충 중이며, 각종 숙원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도 가능하게 됐다. 그동안 문화사업에서 다소 소외되었던 가창면의 제1순위 사업인 ‘가창 주민종합복지회관 건립’은 도시계획시설 변경 용역을 진행 중이며, ‘구지 근로자 복합문화센터’ 건립도 이달 행정안전부 주관 ‘기업의 지방이전 촉진을 위한 공모사업’ 선정으로 국비 25억 원을 확보했다.△달성 지역 산단, 대구의 성장 동력으로 거듭나다- 2023년은 지역 산단과 관련한 새로운 뉴스가 끊임없이 이어진 한 해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올해 3월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 유치가 결정됐다. 300만㎡(92만평) 규모의 제2국가산단이 화원읍과 옥포읍 일원에 최종 선정된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제조업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지식서비스업 기업이 들어서, 18조6천3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만3천여 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8월에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다. 이는 로봇 제품 성능·서비스 실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생기는 대규모 로봇 실증 인프라다.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논공읍·구지면 달성 1·2차 산업단지, 현풍·유가읍 대구테크노폴리스 일대는 정부의 ‘모빌리티 모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중 한 곳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 모터산업 관련 기업들이 모여 있는 달성군의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하빈면 대평리 일원으로 이전, 2032년까지 약 4천억 원을 들여 첨단도매유통시설을 건립한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희소식이다. 전국에서 3번째로 큰 도매시장으로 연간 1조 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지역 내 기업에 세제, 금융, 정주여건 혜택을 제공하는 기회발전특구 지정도 추진되고 있다. 균형 잡힌 지역 발전을 위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내놓은 계획이다. 대구시가 수립하는 계획에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와 대구테크노폴리스가 포함된다. 최재훈 달성군수 △2024년도 군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 해 될 것- 달성군은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쉼 없는 한 해를 보냈다. 그 결과는 올해 기관수상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앙 31건, 대구시 11건, 외부 17건 등 총 59건의 수상을 달성했다. 교부세 포함 시상금만 9억3천만 원이 넘는다.행정안전부 지자체 혁신평가 우수상 및 주민참여예산 우수 자치단체 선정 등 더 나은 조직·기획을 위해 활약한 점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보건복지부 겨울 취약계층 지원 표창 및 지역복지사업 보육정책 부문 평가 최우수상 등 주민 복지와 관련한 활동도 호응을 얻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국제관광박람회 최우수상 등 문화관광과 관련한 성장에도 주목할 만하다. 전 공직자가 한마음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최재훈 달성군수는 “군민의 염원과 전 공직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여느 때보다 감사하고 풍성한 2023년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닻을 올린 사업들이 막힘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아끼지 않으며, 2024년 갑진년 초심을 새롭게 해 안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12-28

마침내 하늘 닿은 그곳에 만고충절 ‘장군솔’

구름 위를 거닐면서 선녀를 만나는 꿈을 꾸었다. 길몽이라 믿으면서 또 잠이 들었다. 아침 안개가 무언가 감추려는 듯 산허리를 감쌌다. 겨우 찾은 입구에는 두 마리의 개가 지키고선 낯선 이방인을 보고 연신 짖어대었다. 잭이 콩나무를 타고 하늘나라 거인의 집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안개구름 속으로 한 계단 한 계단 나무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 70도 경사진 계단은 397개나 되었다. 오르다가 멈추어 가쁜 숨을 고르고 또 오르기를 반복하여 마침내 하늘에 닿았다. 고생만큼 기쁨은 컸다. 계단으로 시작해 계단으로 끝나는 곳에 영양 답곡리 천연기념물 만지송 노거수가 기다렸다. 그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에 놀랐다. 이런 묘한 감정은 언제, 어디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천상의 선녀를 만난 것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졌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주민들은 이 나무를 ‘장수 나무’ 또는 ‘장군송’으로 부르기도 했다. ‘어떤 장수가 이 나무를 심으면서 나무의 생존 여부가 자신의 성공과 실패에 연결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이 이 나무에 지극정성으로 빌면 나무의 영험함으로 아들을 낳게 된다는 속설도 함께 전한다.” 나라를 위해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의 성공과 실패가 나무의 살고 죽음과 연결된다고 하니 주민들에게 나무는 태극기와 같은 애국심의 상징물이 되고, 만고충절(萬古忠節)의 나무로 마음속에 심어졌을 것이다. 어찌 보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한 마을을 보호해 주는 신통한 능력까지 있다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 4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아름답고 웅장한 소나무 노거수를 그 옛날 나무를 심은 장수를 생각하면서 만고 충절의 ‘장군솔(將軍松)’이라 별호를 붙여주고 싶다.아름답고 웅장한 장군솔을 무엇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자연은 신이 창조해낸 가장 위대한 예술이며 모든 예술의 영원한 주제이다. 소나무 노거수의 형태적 아름다움과 내재 된 정신적 미학을, 푸른 잎과 붉은 가지의 조화를 화가라면 어떻게 표현할까? 화려한 색감의 수채화가 좋을까? 은은한 멋이 있는 수묵화가 좋을까? 신라의 화가 솔거라면 늘 푸른 잎에서 희망을, 붉은 가지 용틀임하는 모습에서 용기를 모두 함께 담아 그려놓을 수 있을 텐데. 나무와 숲은 음악 작품의 소재이고 주제이며 악상 발견의 장소이다. 자연의 노랫소리 들린다. 새소리, 벌레 울음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바람 소리 등 묘한 소리가 하모니가 된 원시적 자연의 노랫소리다. 자연이 만든 화음을 들으니, 마음이 정화되고 안정된다. 숲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로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음악가라면 어떻게 표현할까? 베토벤과 모차르트라면 피아노나 바이올린 소리로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산림 문학 시에다 곡을 붙여서 만든 서정적인 가곡으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최상의 감정 표현이 그저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바람이 솔가지를 스쳐 지나간다. 묘한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본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미세한 감정의 차이를 느낀다. 바람이 솔가지를 스칠 때마다 쉬이익, 쉬이익하는 통소 소리 같은 송뢰가 들리고 때로는 솨악, 솨아악 하는 파도 소리 같은 송도가 들린다. 미세한 자연의 솔바람 소리의 떨림이 나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어느 악기라도 이런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흉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평소에는 시끄럽게만 느껴졌던 소리가 이렇게 아름답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통방통하다.사진작가라면 사실 그대로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사진 한 장 속에는 소리, 냄새 등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있다. 사진은 인간적이면서도 자연이 지니는 원초적인 에너지를 함축하고 한순간을 영원히 정지시킨다. 그림이 덧셈의 예술이라면 사진은 뺄셈의 예술이다. 주변의 군더더기는 모두 없애 버리고 중점적인 포인트만 담아 강조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풍광과 모습은 순간적으로 나타나 순식간에 사라진다. 사진은 이 순간을 담아낼 수 있으니 오늘 마음껏 실력 발휘 좀 해 볼까 싶다. 장군솔의 이모저모를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순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렌즈에 훔쳐 담고 가슴에도 담았다. 지금의 아름다운 느낌의 감정을 시로 표현해 본다.‘천상의 만고충절 장군솔/안개구름 사라지자늘 푸른 옷에 옥구슬 별이 대롱대롱/아침 햇살에 반짝이네.천상의 만고충절 장군솔/안개구름 사라지자붉은 속살의 기운/가슴을 불태우네.‘범인이 고상하고 멋진 표현을 한다는 욕심 자체가 애당초 부질없는 짓인 것 같다. 문학, 예술가들이 와서 장군솔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자연이 빚어놓은 장군솔은 어느 예술작품보다 훌륭하다. 또한 문학, 예술작품 대상물이기도 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천상에서 놀다가 산에 기대어 세워 놓은 긴 나무 사다리 계단을 타고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 마을에서 장군솔을 바라보니 동산에 떠오르는 푸른 보름달 같기도 하고, 서산에 걸린 푸른 반달 같기도 하다. 용이 꽈리를 틀고 있는 모습 같은 붉은색의 만 가지가 아직도 머리에 맴돌고 있다. 나무는 살아 있는 모습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나무야말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예술품이고 숲은 그들을 진열한 박물관이다. 장군솔의 건강함에서 아름다움을 보았고, 아름다움에서 건강함을 보았다. 건강과 아름다움은 하나로 연결되는가 보다. 우리의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도 건강한 삶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장군솔을 보고 깨달았다. 채우지도 못할 물질적 욕심은 뒤로하고 감추어진 노거수를 찾아 헤매고 찾은 노거수의 숨겨진 고유성과 진리를 또 찾았다. 수백 년 쌓아온 노거수의 공덕과 지혜는 문학, 예술이 되어 민속 문화의 꽃을 피우고 우리 삶에 즐거움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문학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고, 예술은 우리 영혼을 맑게 해 준다. 한 해를 보내면서 영양 답곡리 장군솔에 나라의 번영과 평화가 무궁하리라 빌어본다.장군솔 노거수의 이름이 지어진 사연장군솔 노거수는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산 159번, 고도 313m, 위도 36.54343, 경도 129.138582에 위치해 있다. 수령 420년, 키 15m, 가슴둘레 4.4m, 앉은 자리 폭 20m. 다섯 줄기에 23개의 지지대가 설치돼 있다. 1982년 11월 10일 보호수로 지정됐다. 1998년 12월 23일 만지송(萬枝松)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만지송이라는 이름은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진 모양에서 유래했다. 소나무 품종은 반송(盤松)이다. 나무의 생김새가 쟁반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3-12-27

젊은이 바글거리는 거리, 색다른 즐거움 가득

대체 ‘여행’이란 뭘까? 사람은 왜 자신이 일상을 보내는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생경한 시간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이는 대단히 어려운 질문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수십 개 나라를 돌아본 이들도 선뜻 “그건 말이지…”라고 시작되는 답을 꺼내기 쉽지 않은.기자 역시 위와 같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봤고, 주위에서도 유사한 궁금증을 드러내는 이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 그럼에도 인간이 여행하는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다.다만 하나. 30개쯤의 국가를 헤매고 돌아다니며 깨달은 건 있다.‘사람이 사는 모습은 그게 동양이건 서양이건, 백인이 주류인 국가이건 황인이 모여 사는 나라이건 흑인이 다수인 곳이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통칭 ‘지구인들’은 그 삶의 형태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는 게 기자의 생각.그러나, 세대 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는 듯하다. 같은 시간, 동일한 정치·경제·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X세대와 MZ세대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행위의 저변에 깔린 사고체계 사이엔 크고 분명한 간극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지난 달 X세대인 기자가 다녀온 일본 오사카 여행에서도 그 ‘간극’을 확인할 수 있었다. MZ세대는 X세대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어떤 게 그랬냐고? ▲도톤보리 ‘글리코’ 아래 포토 존에 만들어진 기나긴 줄오사카 여행을 결정하고 이를 점심 먹는 자리에서 알렸을 때, 20~30대 후배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했다.“오사카하면 도톤보리죠.”그래서 알게 됐다. MZ세대의 오사카 여행 핫 플레이스는 ‘도톤보리’란 걸. 그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이 의문에 ‘두산백과’는 아래와 같은 답을 들려줬다.“도톤보리(道頓堀)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번화가다. 고급 상점들이 즐비한 신사이바시와 달리 서민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 난바로 이어지는 에비스바시에서 동쪽의 닛폰바시에 이르는 지역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독특한 간판이 많다. 특히 에비스바시의 글리코 제과점 옥외 간판은 지역의 트레이드마크다. 에비스바시는 젊은이들의 난파(젊은 남성이 처음 본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행동을 일컫는 일본어)로 유명하여 ‘난파 다리’라고도 불린다. 난파를 당하지 않고 이 다리를 건너게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여성이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는 ‘난파’가 성행한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다코야키 가게, 회전초밥 식당, 유명한 라면집 같은 음식점도 흔하다.” 숙소에서 도톤보리까지는 지하철을 타면 1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 유명세를 익히 들었으니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해가 질 무렵에 찾는 게 좋다”는 정보까지 알아냈으니 늦은 오후에 도톤보리행 지하철에 올랐다.과연 그랬다. 서울에 비유하자면 홍대 앞 젊음의 거리와 명동을 합쳐놓은 것 같고, 경북 포항에 빗대 말하자면 영일대해수욕장 번화가와 맛집 많은 쌍용사거리를 모아놓은 듯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일본과 한국은 물론 중국과 서양의 MZ세대가 말 그대로 바글거렸다.앞서 언급한 ‘난파 다리’에도 가봤는데, 여행자가 워낙 많아 누가 누굴 유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난파’라는 행위가 이제 사라진 것인지도 확인이 불가능했다.이름난 음식점이나 카페가 아닌 길 한가운데 100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도 낯선 풍경이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모두가 동일한 지점에 서서 순서대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활짝 웃으며 가끔 다리를 들어올리기도 하는 젊은이들의 카메라 렌즈에 담기는 건 흰색 운동복을 입은 사람을 그린 커다란 간판. 그림 속 사람은 ‘글리코’라고 했다.MZ세대가 만들어낸 도톤보리 거리의 긴 줄을 입 벌리고 바라보는 X세대에게 ‘글로코’가 뭔지 여행안내서 ‘저스트 고(Just go) 관광지’가 친절하게 알려준다.“도톤보리 초입에 위치한 에비스바시 주변에는 다양한 네온사인이 눈길을 끄는데 그 중에서도 ‘글리코’ 네온사인이 가장 눈에 띈다. 1935년 글리코 사인이 도톤보리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글리코의 마라토너가 오사카 돔과 가이유칸, 쓰텐카쿠, 오사카 성을 돌아 도톤보리에 골인한다는 내용을 의미하고 있다. 지금은 오사카의 명물이 되었고 기념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한국으로 돌아와 포털사이트에 ‘오사카 여행’ ‘도톤보리’ 등의 단어를 입력하고 검색을 해보니 연이어 떠오르는 사진 10장 중 5~6장엔 글리코가 웃고 있다. 하기야 오사카를 찾은 여행객들 모두 너나없이 거기서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라면집은 물론 다코야키 좌판 앞에서도 기꺼이 줄을 서는…도톤보리를 특정할 수 있는 단어 중엔 ‘줄서기’가 포함돼야 마땅하다.비단 ‘글리코’ 아래만이 아니었다. 이름난 초밥집과 라면집은 물론, 거리에서 다코야키(밀가루 반죽에 조그맣게 자른 문어와 파 등을 넣고 한입 크기의 구워낸 음식)를 파는 노점 앞도 ‘줄...줄...줄’로 가득했다. 그 줄 속엔 MZ세대가 다수.지난여름. 정년퇴직을 앞둔 50대 후반 선배와 냉면을 먹으러 갔다. 지역에서 소문난 맛집이라 가게 앞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선배는 찌푸린 표정으로 잘라 말했다.“내 돈 주고 점심 사먹으면서 무슨 줄까지 서냐. 다른 식당으로 가자.”얼마 전 X세대 친구들 셋이 서울 홍익대 인근 거리에서 클럽에 입장하려고 길게 줄을 늘어선 젊은이들을 봤다.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강남역 근처 클럽도 저렇다더라. 대체 이 추운 날 왜 저러는지 난 이해가 안 돼. 너희는 이해 되냐?”그렇다. 이건 세대 간 차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기자 역시 ‘삶의 즐거움 중 절반은 먹는 즐거움’이라 생각하는 사람임에도 3박4일의 오사카 여행 중 이름난 초밥집이나 라면 가게 앞에서 줄을 서본 적이 없다. 그게 토톤보리였건, 다른 유명 관광지였건.그러니, 다코야키 좌판 앞 줄에 섞일 이유도 없었고, 글리코와 함께 사진 속에 담기려고 줄을 설 생각 또한 눈곱만치도 없었다.식당과 카페, 클럽과 포토 존에서 길고 반듯한 ‘줄’을 만들어내는 MZ세대는 X세대인 기자에겐 이해가 힘든 생소한 구경거리에 가까웠다. 그건 어쩔 수 없이 먹어버린 나이 탓만이었을까? ▲돌아보면 기성세대도 ‘줄’을 설 때가 드물지 않았지되짚어 생각해보면 21세기 주류로 성장하고 있는 MZ세대의 ‘자발적 줄서기’와는 다른 형태의 줄이 만들어지던 시절이 있었다.인터넷을 통해 기차표와 버스 티켓을 예매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전. 명절을 맞은 기성세대는 고향으로 돌아갈 기차 티켓이나 버스표를 사기 위해 역이나 터미널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섰다.그보다 한 세대 전. 민족 간의 전쟁으로 인해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은 먼 나라에서 원조품으로 보낸 밀가루나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 만들어진 긴 줄에 섞여야 했다.앞서 ‘세대 간에는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과 사고체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보다 더 큰 전제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말도 했다.그랬다. ‘자발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게 어떤 국가이건 어떤 인종이건 어떤 민족이건 어떤 세대건 줄을 서보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거나 없을 터. 이는 여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 중 하나다.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다녀온 오사카 여행은 적지 않은 즐거움을 선물했고, 거기서 다시 지루한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기도 했다. 밤늦은 닛폰바시 거리에서 맛본 따끈한 어묵, 도심을 오가는 낡은 전철, 화려하면서도 익살스런 통천각 주변의 주점 간판들, 오사카 인근 교토의 청수사 아래 정감 가득한 골목, 그리고 ‘토톤보리의 스타 중 스타’ 글리코까지 오래 기억할 것 같다.마지막으로 여담 하나.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부랴부랴 도착한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무시무시할 정도로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만들어낸 ‘줄’에 섞였다. 항공기 발권 수속에서 보안검색대까지 자그마치 1시간 50분을 지루한 ‘줄 속’에 서있어야 했다.그러고 보니 일본 오사카 여행은 ‘줄’에서 시작해 ‘줄’로 끝났구나./홍성식기자 hss@kbmaeil.com끝

2023-12-26

태풍·지진·신공항… 함께 울고 웃었던 2023 계묘년

2023년도 어느듯 저물어 가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늘 쓰는 다사다난이란 말이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 여름 예천, 문경, 봉화, 영주 등 북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27명이 목숨을 잃었다. 모두가 열심히 살던 우리 이웃이자 선량한 주민들이었다. 폭우뿐만 아니라 지진도 빼놓을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새벽잠을 깨운 경주지진, 포항 지진손배소 정부책임 인정 판결 등 지진은 이제 우리 일상을 차지해버렸다. 신공항 특별법통과, 이차전지주 광풍 등 올 한해 신문지면을 장식했던 대구경북의 주요 뉴스를 간추려 2023년을 되돌아본다.▷예천 등 경북북부 집중호우 사망 실종 27명…전국 인명 피해 절반 집중지난 7월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예천, 영주, 봉화, 문경 등 경북북부지역에 지속된 폭우로 피해가 속출했다. 이 기간 이들 지역에 300에서 4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경북에서만 사망 18명(예천8명, 영주4명, 봉화4명, 문경2명), 실종 9명(예천9), 부상 17명(예천12명, 영주2명, 문경1명, 봉화2명) 등 27명의 사망·실종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1천576세대 2천359명이 주택이 산사태로 사라지거나 파손돼 대피를 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군 감천면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특별재난지역선포 등 신속한 후속조치를 지시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 4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데 이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서 법적토대가 마련돼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갈수 있게 됐다. 지역정치권과 신공항 특별법 국회통과를 일제히 환영하고 신공항건설에 지역의 역량을 결집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대구시는 4월 17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국회 통과를 기념하는 전직원 조회를 열어 대구 미래 50년을 향한 본격적인 출발을 선포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신공항 건설을 통해 대구가 세계로 열린 도시, 파워풀 도시로 우뚝 솟는 대구굴기의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포항지진은 인재… 정부는 시민들에게 배상해야지난 11월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포항시민 5만여명이 정부와 관련기업을 상대로 지난 2017년과 2018년 발생한 촉발지진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지진손해배상 집단소송에서 소송에 참여한 개인별로 200~30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이 판결을 계기로 소송에 참여하지 못했던 포항시민들도 소송에 합류하려고 나서면서 변호사 사무실마다 아침일찍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소송에 필요한 주민등록초본 발급건수가 폭증했다. 포항시는 정부에 일괄배상을 촉구하는 한편 무료법률상담소를 개설하는 등 취약층의 소송참여 지원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새벽 경주지진에 지진악몽 재현지난 11월 30일 오전 4시 55분쯤 경주 동남동쪽 19㎞지역 문무대왕면에서 발생한 규모 4.0 지진으로 경주를 비롯한 인근 포항, 울산지역 주민들은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진동에 놀라 새벽잠을 설쳤다.경주시민들은 7년전인 2016년 9월 12일 규모 5.8 지진악몽을 떠올렸다. 다행히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경주지역이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경주와 포항, 그리고 울산주민들은 본진에 이어 더 큰 여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경주시민들과 마찬가지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촉발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포항 이차전지, 구미 반도체, 대구 모터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지난 7월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한 국가첨단전략산업단지에 포항은 이차전지, 구미는 반도체, 대구시는 모터 소부장 특화단지로 각각 지정되면서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화단지로 선정되면 첨단전략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인·허가 신속 처리 특례, 기반시설 구축(특화단지 산업기반시설 우선 지원), 민원 처리, 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을 패키지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반도체, 이차전지 산업 글로벌 초격차를 경북이 이끌 수 있게 된다.경북도는 반도체,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대한민국의 전략산업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나무재선충병 극성… 포항 피해 심해경북의 대다수 지역 야산들이 올해도 재선충병을 피해가지 못하면서 애써 가꾼 산들은 민둥산으로 변했다. 특히 포항은 올해 전국에서 재선충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구룡포부터 호미곶까지 남부 해안선을 따라 산림 2만1천㏊에서 소나무 20만여 그루가 고사했다.소나무 재선충병은 크기가 약 1㎜인 실 모양 벌레인 재선충이, 소나무 조직의 수분 통로를 막아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보통 가을인 9∼10월에 재선충병이 발생하나 올해는 6월에도 극성을 부렸다. 포항시는 최근 1년반 동안 2천800ha 지역의 소나무 13만여 그루를 제거했고 경북도도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58만여 그루 소나무를 제거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피해를 근원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차전지주 광풍… 지금은 고점대비 반 토막난 상태지난 7월 주식시장에서는 이차전지관련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신고가를 갱신하는 뜀박질이 이어졌다. 이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는 50만원대에서 60만원을 돌파하더니 90만원, 곧이어 100만원을 돌파하면서 황제주로 등극했다.에코프로 형제주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친엔도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웠으며 포스코와 포스코 퓨처엠도 상승행렬에 올라타기 시작, 사상최고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에코프로는 급기야 153만원을 찍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처럼 휘몰아치던 광풍은 고점 우려에 꺼지기 시작, 지금의 주가는 대부분 당시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뒤늦게 뛰어든 개미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5APEC경주 유치 서명 146만명 돌파2025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위한 경주시민들의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경주시는 지난 4일 기준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위한 100만 서명운동 85일 만에 146만 3천874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이번 서명운동은 지난 9월 7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희망 포럼’에서 100만인 서명운동 출정 퍼포먼스를 통해 본격화된지 3개월도 안돼 거둔 성과다. 경주시는 유치서명을 시작한지 한 달여 만에 50만여 명을 넘어서면서 서명 목표 달성에 대한 초기 우려와 달리 2개월 만에 100만 달성했다. 이어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최종 146만여 명이 참여하면서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 대한 시민과 국민적 관심이 대단히 뜨거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5년간 1천억 지원 글로컬 대학 경북서 3개대 선정교육부 주관 ‘글로컬대학’사업에 안동대-경북도립대, 포항공과대 총 2곳 3개 대학이 지난 11월 13일 최종 선정됐다글로컬 대학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할 역량이 있는 비수도권 대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대학 한 곳당 5년간 1천억원을 지원한다. 이들 2곳 3개 대학은 지난 6월 전국 108개 대학과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예비 지정됐고, 이후 세부 실행계획서 작성과 대면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안동대-경북도립대는 전국 최초 국공립대 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통합대학으로 입학정원 대폭 감축과 통합대학 내에 공공부총장제도 도입과 대학과 지자체, 혁신공공기관을 연결하는 전담기관인 K-ER협업센터를 설치·운영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포항시-포스코 화해의 손잡다이강덕 포항시장과 최정우 포스코회장이 지난 7월 3일 포항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포스코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서 20개월 만에 만났다.두 사람은 그간 지주사인 포스코 홀딩스 본사 소재지 문제 등을 두고 포항시와 포스코간의 갈등과 오해를 풀고 상생해 나가기로 했다.이강덕 시장의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달라는 요청에 최정우 회장은 2030년까지 국내외 투자 전체 121조 중 포항과 광양 등에 73조를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정상호기자 jyr933@kbmaeil.com/사진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3-12-25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지방도시 본보기 된다

2023년이 시작될 때 고령군은 “젊은 고령-힘있는 고령”을 슬로건으로 군민들과 함께 하고자 했다.이남철 고령군수는 “군정 혁신과 고령의 밝은 미래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약속은 고금리·고물가 등 서민경제의 위기와 교부세 감소로 인한 지방 재정 운용의 어려움 속에서도 상당 부분 지켜졌다는 평가다.고령군은 지난 9월 오랜 염원이었던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라는 경사를 맞았다. 이제 고령군은 ‘세계유산의 도시’임을 내세우며 국제적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전환기에 서있다. 인구 유입 확대를 위해 다산 곽촌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벌이고, 다산 상곡·좌학리 일대에 신규 아파트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고령군은 클라인가르텐 및 천년건축, 청년임대주택 등 지속적인 정주 인프라 구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는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한 맞춤형 처방전이라 할 수 있다.또한 고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단지 2곳을 조성 중이며, 친환경 청정에너지발전소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 세일즈 활동으로 ‘투자유치 9천억 원 시대’를 열었다.이와 함께 대구권 메가시티의 배후도시로서 고령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각종 개발사업 추진과 첨단 앵커기업 유치에도 총력 대응 중이다.이런 노력은 각종 외부평가에서 증명됐다. 2023 고령 대가야축제 경상북도 지정축제 ‘최우수상’ 수상과 시군 문화유산분야 평가 ‘최우수상’ 수상, 지역자율형 사회서비스 투자사업 ‘최우수상‘ 수상 등 모두 47개 분야에서 상을 받는 기쁨을 누린 것이다. 이는 지역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내년엔 역대 최대 규모인 4천407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경쟁력 높은 역동적 군정을 추진할 목표와 계획을 세웠다“는 고령군의 2024년을 미리 전망해본다. □ 청년 희망도시, 세계유산의 도시로 성장할 발판 마련고령군은 2024년에도 지역의 미래 핵심키워드를 청년으로 삼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다양한 청년정책을 준비 중이다.청년임대주택, 천년건축 시범마을, 클라인가르텐과 청년농촌보금자리 조성사업 등을 추진해 지역 청년의 안정적인 주거 인프라를 구축하고, 청년 일자리 조성을 위해 2024년 준공 예정인 월성일반산업단지 일대에 첨단기술산업 중심의 중견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여기에 청년 일자리·창업지원센터 운영과 함께 청년 창업 및 지역 정착지원사업, 청년몰, 청년특화거리 조성 등을 추진해 청년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문화예술창작소 건립, 청년 예술인 창작지원과 록 페스티벌 등 문화예술 행사를 통해 청년중심의 문화가 지역 곳곳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청년이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청년희망도시를 만든다는 것이 고령군의 복안이다.지역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라 할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역사·문화·관광 모든 측면에서 고령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령군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통합관리기구 유치와 세계유산 가야고분군 방문자센터 건립을 시작으로, 세계유산 야간경관 조성, 대가야 고도 지정 등을 추진해 세계유산의 보존과 역사적 가치를 제고해 나가고 있다.세계유산축전, 문화유산 야행 등 가야고분군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도 적극 추진해 고령을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유산의 도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관광산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이끄는 중요한 미래전략산업이다. 이를 감안해 은행나무숲 바래미 생태레저단지와 함께 야간경관 명소화 사업, 어북실 명품 초화단지 조성 등을 추진한다.이는 차별화된 시도와 변화로 낮과 밤 모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거점을 만들어내고,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고령관광 100만 시대’는 그렇게 열릴 것으로 추정된다.경상북도 지정 3회 연속 최우수 축제에 빛나는 ‘대가야축제’는 세계유산을 테마로 한‘대가야의 고분군’이라는 주제로, 내년 3월 개최될 예정이다.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축제로 성장시킨다는 것이 고령군의 다짐이다. □ 살기 좋은 스마트 농촌과 지속가능한 산업인프라 구축인구 감소, 기후 변화 등 급변하는 농촌의 현실을 감안해 고령군은 스마트농업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새로운 농업인구 유인과 귀농·귀촌인을 위한 정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청년복합귀농타운, 임대형 스마트팜 등 귀농·귀촌 통합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그 구체적 사례다.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원과 농업인력뱅크 운영, 농기계 임대사업소 조성 등 농촌 인구구조 변화와 고령화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 고령군의 계획이다.이와 함께 스마트 농업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시설 현대화 및 스마트팜 보급 확대, 과학영농 기반구축 등 농업 환경변화에 따른 농업기술혁신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고령딸기 농촌융복합 산업지구 조성, 농산물가공 종합처리장 설치 등으로 우수한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 창출과 유통 활성화를 통한 농가소득 향상은 부자농촌을 실현해 나갈 힘이 되어줄 것이다.국가적으로 메가시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달빛내륙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발의와 함께 대구 제2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됐다. 이에 따라 대구권 메가시티의 배후도시로서 고령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령군은 다산면 곽촌지구 개발사업을 비롯해 좌학·상곡지구 신규 주거단지를 조성하고, 월성일반산업단지 준공에 앞서 투자유치 활성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특히 다산면에 집약된 산업단지 일대를 고령형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 첨단중견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 중이다.지역의 미래성장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친환경 청정에너지 발전소와 신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노후산업단지 대개조사업, 산업단지 아름다운 거리 조성 등 기업하기 좋은 산업 인프라 구축에 진력하고 있다.지역 발전의 초석이 될 대가야 하이패스 IC, 달빛내륙고속철도 조성, 국지도 및 지방도 확장 등 광역교통망 구축에서도 선제적 대응을 통해 고령군을 영호남 물류교통의 허브로 조성해 나간다는 게 고령의 미래 전략이다. □ 군정의 모든 방향은 ‘군민을 위해, 군민을 향해’로 설정고령군은 차별 없는 사회참여 인프라 조성을 위한 장애인 종합복지센터와 노인복지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어르신 돌봄 시스템 및 공공일자리 확대 등 지역사회서비스 제공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도 소홀할 수 없다.공공보건과 민간의료기관의 협업을 통한 군민체감형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 헬시하트 사업과 감염병 대비 태세 확립 등 각종 재난·응급 의료체계 구축으로 공공보건안전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령만의 특색 있는 출산정책인 산후조리비 지원사업을 통해서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다함께 돌봄센터 및 지역아동센터 지원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환경 조성에도 노력 중이다.또, 군민체육관 건립 등 생활체육시설 조성과 체육활동지원으로 군민의 여가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자연재해 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안심귀가거리 조성 등 각종 재난재해를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군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령군은 ‘현장’과 ‘소통’을 군정의 핵심가치로 삼아 지난 1년 6개월 동안 50여 차례 각계각층의 군민 3천여 명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군정에 반영해왔다.이에 더해 살기 좋은 도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군 관리계획 재정비와 성장관리계획을 수립해 난개발을 방지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 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을 추진해 ‘살기 좋은 도시, 지속가능한 고령’을 만든다는 계획이다.보편적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무상급식, 교복 무상지급, 고등학교 무상교육 등 3대 무상교육을 추진해 나가고, 어린이과학체험관 개관, 창의 융·복합 프로그램 운영 확대 등 지역인재 육성지원에도 땀을 쏟고 있다는 게 고령군의 설명이다.미래 전략 수립과 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합쳐지고 있는 고령군의 2024년을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남철 고령군수는 “군정혁신과 고령의 밝은 미래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약속은 고금리·고물가 등 서민 경제의 위기와 교부세 감소로 인한 지방 재정 운용의 어려움 속에서도 상당 부분 지켜졌다는 평가다. 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3-12-25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 구미 동서지역 균형발전 견인할 터”

최근 ‘반도체산업 특화단지 지정’과 ‘방산클러스터 유치’에 성공한 구미시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인근 지자체와의 유기적인 연결과 공항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교통망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미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의 거리가 불과 10㎞ 이내에 인접한 국가산단을 보유하고 있어 지난해 기준 경상북도 항공 수출액의 93%, 수출입 물동량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구미시의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물류 거점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미시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배후도시, 물류 거점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교통망 확충 사업들은 무엇이며,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 신공항 경제권 중심도시 구미, 광역 교통 인프라 구축신공항 개항 후 항공물류 이동 중심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구미시는 혁신적인 교통망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연구원이 발표한 신공항 수요전망에 따르면 2050년까지 신공항을 거점으로 한 중부권 항공물류 수요는 2030년 20만t, 2040년 38만t, 2050년 72만t으로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구미시는 중부권 항공물류 허브로서 신공항 활성화와 더불어 중서부 광역경제권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신공항 핵심 배후도시로서 첨단산업단지 등 최적의 산업인프라를 기반으로 경제력 기반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성, 김천, 대구 군위를 비롯한 인근 지자체들과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 국가산단 입주기업들의 물류비 절감 및 항공수출 증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중서부권 광역발전 마중물, 구미∼군위 고속도로 건설‘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된 구미∼군위 고속도로 건설은 총연장 24.9㎞에 1조 5천468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지난 10월 국토교통부에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착수했다. 구미시는 내년 중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구미와 대구 군위를 최단거리로 잇는 이 사업은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식 의원(국힘·구미시을)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질의하면서 언급됐으며, 김장호 구미시장은 대통령실, 국회, 정부세종청사 등을 수시로 찾아가 사업 조기 추진을 건의해 내년 시행예정이었던 사전타당성 조사를 올해 10월로 앞당겼다. 구미∼군위 고속도로 사업이 완료되면 경부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등의 기존 교통망과 연계돼 원활한 산업물류 수송과 물류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사업은 신공항 활성화뿐만 아니라 대전·충청권을 포함한 경북중서부 광역경제권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신공항 개항 후 항공물류 이동의 주요도로로 예상되는 구미국가5산단에서 서군위IC까지 연결되는 지방도 927호선(국도 33호선∼5산단∼서군위IC∼신공항)을 국도로 승격해 신공항 배후의 교통인프라 향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신공항과 가장 가까운 구미국가5산단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고아읍 송림리에서 해평면 문량리를 연결하는 연장 4.6㎞, 사업비 1천899억원이 투입되는 ‘제5단지 진입도로 공사’가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6차선으로 구성된 이 구간은 지방도 927호선과 접목돼 5산단 입주기업들의 신공항 연계와 정주여건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 국가산단과 신공항을 연결하는 ‘동구미역’신설구미시는 국가산업단지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연결하는 대구경북선 동구미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사전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대구경북선(서대구∼신공항∼의성)은 서대구에서 출발해 통합신공항과 의성군을 잇는 61.3㎞에 2조 444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구미시는 서대구∼신공항 구간이 구미지역을 관통함에 따라 구미국가5산단과 근접한 지역에 ‘동구미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시는 신공항 입지 선정(2020년 8월) 이후 국미국가5산단 1단계의 분양률이 24%에서 95%로 상승할 만큼 발전가능성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또 반도체 소재부품 세계시장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의 구미산단의 미래발전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9월 구미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발언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안 보고회에서 원 장관은 “현재 대구경북선 노선을 어디로 할지 심사 중인데 (제가 예상하기로는) 구미시민과 상공인들의 염원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직 장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는데 여러분들이 잘 알아들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동구미역 신설에 대한 필요성이 충분하고, 중앙부처가 동구미역 신설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역사 신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동서횡단철도 구축구미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으로 인한 글로벌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기존 경부선 구미역에 중부내륙선 KTX-이음(속도 250㎞/h)을 정차하는 방안을 추진함과 동시에 동서횡단철도(전주∼김천, 의성∼영덕)의 단절 구간인 김천∼의성 구간에 구미역을 추가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지역과 전북지역을 잇는 동서횡단철도 사업은 동서통합 및 영호남간 교류, 지역균형발전, 철도 네트워크 효율화 등을 위해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김천∼영덕’구간을 시작으로 2∼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새만금∼대야’, ‘전주∼김천’, ‘의성∼영덕’등 단구간 형태로 제안돼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당초, 구미시는 신공항과 연결된 이 사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나, 김장호 구미시장이 당선된 직후 단절된 김천∼의성 구간에 구미역을 추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김 시장은 동서횡단철도가 ‘김천∼구미∼의성(신공항)∼영덕’구간으로 구성이 되면 신공항 연결성과 더불어 환동해권 철도 연결이 가능해 사통팔달의 전국 철도망 구축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이 사업은 ‘전주∼김천’, ‘의성∼영덕’구간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사업에 검토사업으로 반영된 상태다. 이에 구미시는 현재 단절돼 있는 ‘김천∼의성’구간에 구미를 반영시켜 내년 상반기 제5차 국가철도망 사업에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대구경북신공항, 혁신도시, 국가산업단지 등 충분한 잠재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구미가 반영될 경우 제1차 국가철도망 계획 수립 이후, 경제성과 타당성 미확보로 진행되지 못한 ‘김천∼영덕’간 철도사업은 추진에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김장호 구미시장은 “새만금∼구미∼영덕으로 연결되는 동서횡단철도 사업이 추진된다면 건국이래 동서로 단절되었던 국토를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구미는 경부선, 경북선 등 대구·경북지역과 밀접하게 연계돼 경북내륙권 및 부산울산권과의 교통 결절점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신공항 개항으로 맞게 될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광역교통망을 반드시 구축해 구미를 동서지역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3-12-25

장흥삼합·강진 한정식·벌교 꼬막… 겨울 미식 기행 ‘딱’이네

겨울에 떠나는 여행은 고적하다. 허다한 풍경이 눈에 덮이거나 쓸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계절에 떠나도 미식 여행은 행복하다. 특히 미식의 본고장인 전라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겨울에 즐길만한 전라도의 대표 먹거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사철 삼합 겨울엔 석화까지 장흥의 맛전남 장흥은 산과 들 바다가 주는 맛있는 음식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겨울 제철 음식으로 매생이 감태 석화구이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매생이는 겨울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고 일출 포인트인 남포마을의 ‘석화구이’는 가치에 비해 덜 알려진 우리나라 최고의 명물로 꼽힌다.장흥군민 보다 많은 사육두수를 자랑하는 ‘한우’ 청정해역 득량만에서 채취한 ‘키조개’ 슬로시티에서 키운 ‘표고버섯’을 함께 구어 먹는 ‘장흥삼합’도 별미 중의 별미에 속한다. 세 가지를 단정히 쌓아 먹으면 부드러운 소고기의 육즙과 말캉하게 뜯기는 키조개의 질감, 또 표고버섯의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누가 더 잘났다 자기주장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하나하나 따로 먹을 때의 재미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장흥에는 토요일마다 ‘정남진 토요시장’이 열린다. 전국 최초의 주말 시장인 토요시장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저렴한 한우고기 그리고 고향의 훈훈한 정이 듬뿍 담겨 있는 할머니 장터가 유명하다. 장흥삼합을 비롯해 낙지 바지락 쭈꾸미, 전어 등의 싱싱한 해산물과 함께 전통 순두부 곱창전골 등 먹을 것이 풍성하다. ◇산해진미가 춤을 추는 강진의 한정식전남 강진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개미진다고 이야기한다. 개미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다. 산해진미가 올라오는 강진 한정식은 전라도 음식 중에 최고로 꼽힌다. 강진의 한정식이 발달한 것은 물자가 풍부하거나 교역이 발달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강진이 유배지였기 때문이었다. 유배를 왔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는 법. 오히려 음식에 대한 욕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유배를 온 귀족이나 양반이 이곳의 특산물을 이용해 양반식 식단과 궁중음식을 차려 먹었던 것이 유래다.강진의 한정식은 예전에는 90여 가지가 넘는 음식이 상에 올랐다.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음식이다. 강진 한정식집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은 유흥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나온 해태식당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예향(구 명동식당)이 더 맛있다고 한다. 육회는 물론 부드러운 토하젓과 두툼한 광어회, 표고버섯탕수까지 모두 맛있다.강진의 또 다른 먹거리는 뱀장어다. 자연산도 있지만 양식도 많이 키우고 있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 목리장어센터를 비롯해 강진의 장어구이는 기름기를 많이 뺀 소금구이를 즐겨 먹는다. ◇간간하고 알큰한 벌교의 겨울 맛 벌교‘벌교에서는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벌교 출신의 주먹(건달)들이 많은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의병장인 안규홍이 의병 활동을 하며 투쟁했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벌교에서 또하나 자랑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음식 자랑이다. 보성에 붙어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음식솜씨만큼은 일품이다. 보성의 겨울 먹거리 중 일품은 역시 꼬막이다. 갯벌에서 나는 참꼬막은 수심 10m 정도의 모래 진흙밭에서 사는 새꼬막보다 성장은 더디지만 감칠 맛이 난다. 전국 참꼬막의 90% 이상이 전남에서 잡히고 반 이상이 여자만 대포와 장암에서 난다.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꼬막을 가리켜 “살이 노랗고 맛이 달다”라고 하였는데, 단맛이 나는 것은 꼬막에 글리코겐 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 소설 ‘태백산맥’은 꼬막을 이렇게 표현했다참꼬막은 그대로 쪄내거나 간장양념을 올린 양념 참꼬막으로 내고, 큼직한 피꼬막은 매콤한 양념장에 채소와 함께 무쳐낸다. ◇폭신폭신 도톰한 식감이 자랑, 풍천장어곰장어도 아니고, 붕장어도 아니다. 고창에서는 풍천장어를 맛봐야 한다. 풍천장어는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서 서식하는 장어다. 풍천(風川)이란 말도 바닷물과 강물이 합쳐지는 지형을 말하는데, 고창군 선운사 인근의 인천강이 바로 풍천이다.다른 곳에도 풍천이 많지만 풍천장어는 ‘전라북도 고창군에서 생산되는 장어’라고 명시돼 있을 만큼 고창군의 지분이 막대하단 말씀. 그래서일까, 고창에서 맛 본 풍천장어의 맛을 잊지 못하겠다. 껍질위로 도톰하게 살이 올라 한 조각이 입 안 가득, 포근하게 무너지는 식감은 씹으면 씹을수록 중독적이다. 골고루 양념을 발라 간을 더하니 장어가 낯선 여행자에게도 부담이 없다.곁들여 나오는 명이나물 장아찌나 깻잎 장아찌와 함께 먹으면 짭쪼롬한 맛이 더해져 더욱 식욕을 돋군다. 민물과 바닷물을 모두 누비는 장어이니 어쩐지 더 보신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일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배가 짱짱한 느낌, 풍천장어에게 공을 돌리겠다. ◇구석구석 관광도 알차게잘 먹는 만큼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 맛을 따라 갔으면, 이 고장의 멋을 따라갈 차례. 장흥-강진-고창을 거쳐가는 코스마다 지역의 명소가 마중한다. 장흥에서는 편백나무숲 우드랜드와 가우도 출렁다리를 만난다.피톤치드가 솟아나는 우드랜드는 아무 생각 없이 훠이훠이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섬의 모양이 소의 머리를 닮았다는 가우도는 두 개의 출렁다리로 육지와 이어져 있다. 섬을 빙 둘러 생태탐방로인 ‘함께해길’도 만들어져 있는데, 약 1시간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다. 사방에 펼쳐지는 바다의 풍경은 괜히 마음을 촉촉하게 한다.고창에서는 선운사를 들른다. 가을이면 상사화가 파도처럼 넘실대는 선운사, 혹시 가을이 아니어도 편안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만으로 아름다운 곳이 아니던가. 잘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여행을 떠나기 전 근심과 걱정들이 모두 날아간다.장흥·강진·고창/글·사진=차민경 여행작가

2023-12-21

갑진년 ‘푸른 용의 해’ 경주 관광객 5천만 향해 달린다

경주만큼 볼거리많고 한국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곳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주춤했던 관광객들이 다시 천년도시 경주를 찾고 있다. 그야말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10월말 기준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해 3천793만명 보다 6.6% 증가한 4천43만명으로 국내 관광 일번지 명성을 되찾고 있다.올해 최고 이벤트는 단연 대릉원 입장료 전면 폐지와 천마총 발굴 50년을 기념해 열린 ‘대릉원 미디어아트’이다.여기에 대릉원(11월말 기준 145만명)과 황리단길(11월말 기준 1247만명) 등에 집중된 관광객들을 중심상가로 유인하기 위해 펼쳐진 불금예찬과 중심상권 동행 행사를 비롯한 경주문화관1918 활성화는 경주 관광 외연을 시내 전역으로 확장시켰다.경주시는 내년도 갑진년, 푸른 용의 해를 맞아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를 통해 관광객 5천만 시대를 활짝 열어 국제 관광도시와 세계적인 MICE 산업도시로 위상을 드높일 계획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중단 없는 지역 문화관광 발전을 위해 올 한해 쉼 없이 달려온 결과 올해 경주로ON 출시, 스마트 에어돔 개관, 도심 관광·상권 활성화 등의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며 “내년도 청룡의 해 갑진년에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유치하고 역사문화관광 특례시 지정도 조속히 완료해 미래 경주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지난 9월부터 시작한 100만인 경주유치 서명운동이 불과 85일 만에 146만 명의 지지를 이끌어 내면서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에 대한 시도민들의 뜨거운 의지와 열망을 보여줬다.서명지는 이달 중 공모 신청에 앞서 외교부 준비기획단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앞으로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APEC 유치 추진단’은 공모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대내·외 홍보, 범시민 유치활동 지원 등을 펼쳐 나간다.추진단을 중심으로 타 도시와 차별화된 유치제안, 현장실사,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외교부 공모절차에 철저히 준비하고 대정부와 정계는 물론 공중파, SNS 등을 활용해 막바지 유치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도심 관광·상권 활성화경주에서 국내 처음으로 대릉원 고분을 배경으로 펼쳐진 미디어아트가 야간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떠올랐다.대릉원 무료 개방과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기념해 펼쳐진 ‘2023 경주 대릉원 미디어아트’는 5월4일~6월4일 대릉원을 찾은 관광객 수는 31만4천163명으로 지난해 1년간 전체 대릉원 방문객 132만 9천114명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옛 경주역은 ‘경주문화관1918’로 개관 후 MZ세대들이 선호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해 활기를 띠었다. 올해는 △1918 콘서트(5회, 1만2천300여명) △아트마켓1918(6회, 2천여명) △유명 미술가 전시전(5회, 2만8천946명) △무료대관(269회, 2만9천628명) △문화창착소 프로그램(60회, 93명) 등의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중심상권 금리단길에서 5월26일~11월3일 열린 불금예찬 야시장은 21회에 걸쳐 4만3천여 명이 방문해 새로운 관광코스로 각광받았다. 특히 봉황대 뮤직스퀘어, 거리예술위크 등과 연계돼 매출액 1억원을 훌쩍 넘겼다. □ 신라의 맥을 잇는 새로운 관광명소신라 금관이 출토된 ‘금관총’과 신라고분의 대한 이해도를 높일 ‘신라고분정보센터’를 비롯한 신라왕궁 출토유물 전시관인 ‘신라월성연구센터(숭문대)’가 올 6~7월 개관돼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신라 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과 함께 디지털 복원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신라인의 생활상이나 신라왕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천년 신라왕경 디지털(메타버스) 복원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2027년까지 1천365억원 예산을 들여 타임머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신라 왕경(王京) 핵심 유적의 디지털 복원도 병행한다. 복원 결과물을 일반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현실 공간속 디지털 체험관도 조성한다.경주민속공예촌과 맞닿은 곳에는 신라 공예인들의 숨결을 느끼고 신진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위한 공간인 ‘신라금속 공예관’은 내년 6월 개관된다.감포에는 문무대왕 해양 정신과 신라 해양 역사를 교육·전시하는 공간인 ‘문무대왕 해양역사관(2025년)’, 문무대왕면에는 해양문화체험 복합센터인 ‘선부역사기념공원(2027년)’이 각각 개관돼 해양관광 르네상스 시대를 열 예정이다.□ 관광객 5천만 시대경주시가 역사문화관광 특례시 지정 추진과 경주로ON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관광도시 조성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해 대한민국 역사문화관광 중심지로 발돋움한다.지난 9월부터 교통·숙박 예약에서 맛집 검색까지 모바일 관광앱인 ‘경주로ON’ 하나로 경주 여행이 가능해졌다.여기에 향후 황리단길 생활문화센터, 대릉원, 신경주역 등을 활용한 오프라인 여행자 라운지에는 ‘경주로 ON’과 연동되는 디지털사이니지, 짐보관 서비스, 포토부스, 북카페 등으로 편리하고 안락한 여행자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경주보문단지 내 동궁원, 버드파크와 함께 또 다른 힐링 명소로 거듭날 경주 식물원(라원)도 2025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궁원의 부족한 콘텐츠인 가상현실(VR), 증가현실(AR) 등의 체험시설 도입과 야외 정원을 시설을 대폭 확대했다.여기에 도서관과 지식정보센터, 커뮤니티 공간을 접목한 복합문화도서관도 2026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도서관, 생활문화시설, 경주의 자연을 융합한 이른바 ‘카페형 도서관’으로 미래 지향적 공간을 만든다는 게 경주시의 기본 구상이다. □ 권역별 생활체육 인프라 조성사계절 전천후 축구 훈련장 시설인 ‘스마트 에어돔’이 4월16일 정식 개장 후 폭염과 한파 속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특히 여름철 24℃, 겨울철 18℃로 1년 365일 쾌적한 운동 환경이 유지되고 있어 각종 축구대회, 프로팀 훈련, 동호회 시합, 행사장소 대관 등으로 올 한해(12월8일 기준) 총 이용객수는 1만7천여 명에 이른다.스포츠 복지를 통한 건강한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권역별 파크골프장은 물론 체육센터 및 체육공원 조성사업도 순항 중이다.경주시는 내년 연말까지 39억 원 예산을 들여 △시내권(경주파크골프 제2구장) 18홀 △북경주(안강) 9홀 △남경주(외동) 9홀 등 총 36홀을 추가 조성한다.기존에 조성 완료된 △시내권 36홀 △서경주(건천) 9홀 △동경주(양남) 18홀을 더하면 5개 권역에 파크골프장이 총 99홀이 운영되는 셈이다.7월에는 건천에 다목적 체육공원이 준공됐다. 향후 충효 국민체육센터(2026년), 현곡 체육공원(2025년), 남경주 국민체육센터(2026년), 반다비 국민체육센터(2027년), 베이스볼파크 3구장(2025년) 완공으로 시민 건강증진과 여가활동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3-12-20

어부들의 안전과 풍어를 가져다 주었던 ‘죽변항의 수호신’

겨울 해변의 풍경은 삭막하고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해변 모래밭을 거닐고 있거나 산책하는 연인을 볼 때면 낭만적인 분위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 붉은 기운을 뿜으며 동해에 솟아오르는 아침 해맞이는 언제나 가슴이 벅차오른다.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물비늘은 한 줄기 햇살이 만든 자연의 걸작품이다. 그 풍경은 언제 보아도 장관이며 늘 나에게 용기를 심어 준다. 더더욱 고기잡이배들이 새벽의 정적을 깨고 뱃고동 소리를 울리면서 항구를 드나들 때면 항구의 아침은 활기에 차 넘친다.그 옛날 신비의 섬 울릉도에서 바다를 건너 이곳 울진 죽변항에 정착한 노거수가 있으니 바로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 297-2번지에 주소를 두고 살아가고 있는 향나무이다. 그는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찬란한 아침의 장관을 맞이하는 죽변항의 수호신이다. 그의 삶을 높이 평가하여 나라에서는 1964년 1월 31일 천연기념물 제158호로 품계를 높여주었다. 지난해 여름 울진에 살고 있는 집안 조카 집을 아내와 함께 방문했다. 가족과 함께 해변에 있는 횟집으로 점심 먹으러 갔다. 물회가 유명하고 맛있다고 하여 한 그릇을 뚝딱 먹고는 죽변항에 정박해 놓은 낚싯배를 보러 갔다. 그는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배에 태워 연안 근처 체험 낚싯배를 운전하고 있었다. “겁나고 위험하지 않니?”라고 물어보니 해양경찰과 항상 연락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대왕 문어를 잡고 낚싯배를 운영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행복하다고 덧붙여 말했다.우리를 ‘폭풍 속으로 드라마 세트장’으로 안내하여 주변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구경시켜 주었다. 우린 ‘하트해변’을 보면서 ‘용의 꿈길’을 걷고 등대를 둘러보고 죽변항을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세계 4대 인류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강을 끼고 있었지만, 오늘날 세계 80억 인구 중에 삼분의 이가 바다에서 60km 이내에 살고 있다. 바다가 우리 삶의 중심축으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말해 주면서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지난해 제대로 보지 못한 울릉도에서 왔다는 후정리 향나무 노거수를 올해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노거수 여행’에서 마주했다. 그는 1916년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발행 ‘거수(巨樹)·노수(老樹)·명목지(名木誌)’ 기록에 416살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올해는 523살이 된다. 산 나이로 따지면 죽변항의 터줏대감이다. 이를 주민들도 인정하고 죽변항 수호신으로 경배하며 제사를 모시고 있다.향나무 노거수 전설에 콘텐츠의 옷을 입혀본다. “그 옛날 죽변항은 괭이갈매기가 모래밭에 앉아 졸거나 창공을 나르며 고깃배를 호위하고 있다. 어부들은 작은 항구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바쁘다고 총총거리며 뛰거나 서둘지도 않는다. 느긋하게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향나무 한 그루가 괭이갈매기 안내를 받으며 울릉도에서 망망대해 동해를 건너 울진 죽변항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울릉도에서 떠밀려온 것으로 알고 울릉도가 바라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향나무는 밑둥치에서 두 가지로 하늘로 뻗어 자랐다. 한 줄기는 곧게 하늘로 자랐으나 다른 한 줄기는 도로변으로 비스듬히 누워 자랐다. 가지는 아래로 처졌다.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의 몸에 쇠사슬로 묶거나 지팡이로 지지해 주었다.그리고 보니 쌍둥이 향나무 노거수라 해도 좋을 듯하고 처진 향나무 노거수라 해도 좋을 듯하다. ‘쌍둥이’란 말은 함께 한다는 외롭지 않다는 느낌이 있으나 ‘처진’다는 말은 뭔가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어 아무래도 ‘쌍둥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주민들의 사랑에 감동한 향나무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어부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풍어를 가져다주었다. 향나무 노거수는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고 주민들은 향나무의 멋진 모습과 진한 향기에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서로 상생하면서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향나무는 울릉도와 울진 죽변항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맺어 주었다”푸른 하늘 흰 구름의 배경에 구불구불한 가지에 몽실몽실한 잎은 향나무 고유의 미를 한껏 높여 놓았다. 눈길을 뗄 수 없다. 아름다움에 빠져 한참을 몸과 마음이 정지 화면이 되었다. 고사 된 두 가지를 제거하지 않고 방부, 방수 처리하여 미라로 만들어 놓았다. 동물 형상의 조형 작품 같았다.또 다른 향나무 두 그루는 하나는 언덕 아래로, 다른 하나는 언덕 위로 누워서 자라고 있다. 땅속에 있어야 할 뿌리가 거의 모두 땅 밖으로 노출되다시피 하여 보는 사람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나무의 생명의 끈질김은 우리 인간의 생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향나무 노거수는 당집을 가지고 있었다. 통나무집으로 지붕은 기와를 얹었다. 태극 문양을 가슴에 달고 바닷가 도로변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인사를 주고받으면 앞으로 수백 년 세월을 또 보낼 것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에는 윤슬이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향나무 노거수 푸른 잎에는 바닷바람이 입맞춤하고 있다. 조그만 항구의 쌍둥이 향나무 무궁하여라. 울진군민의 지극한 나무 사랑울진군은 맑고 깨끗한 바다와 하늘, 그리고 솔이 울창한 산을 가지고 있는 살기 좋은 아름다운 고장이다. 특히 울진군 죽변항은 해산물의 보고이며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이다. 울릉도와 직선 거리상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향나무는 측백나뭇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전국에 분포한다. 동해안 지방의 해안과 울릉도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잎에는 인엽과 침엽의 종류가 있다. 침엽은 흔히 3륜생이고 아래가지에 많다. 인엽은 둔두로서 끝이 가지에 거의 붙는다. 자웅이주 또는 드물게 자웅동주로서 꽃은 4~5월에 피고 열매는 다음 해 9~10월에 자흑색으로 익는다.본 향나무는 1916년 일제 강점기에 조사한 내용을 보면 한반도 전역에 향나무 25주 중 경북에 3그루가 기록되어 있다. 당시 수고는 9m, 수령은 416년으로 기재되어 있다. 현재 수령을 계산하면 523년이 된다. 키는 13.5m이다. 울릉도에서 파도에 떠밀려 내려온 향나무 노거수를 심었다는 전설로 보아 울진 군민의 나무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3-12-20

교토, 京都, Kyoto… 어디로 가라는 거지?

먼저 옛날이야기 하나.X세대인 기자가 중학교에 입학했던 1984년.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없던 생소한 과목의 교과서를 여러 개 만나게 됐다. 대표적인 게 ‘영어’와 ‘한문’.요즘이야 각종 선행학습이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도 영어를 곧잘 하고, 고학년이 되면 중학교 수학을 미리 예습 한다고 하지만, 20세기엔 그런 경우가 드물었다.무슨 그림 같은 글자의 획수를 외우고, 그걸 어떻게 읽는지 알아내야 하는 ‘한문’은 여러 중학생들을 곤혹스럽게 했다.당시 기자의 한문 교사는 시험을 봐서 틀리는 문제의 숫자대로 매를 때렸던 사람. 겨우 열서너 살 아이들의 허벅지에 멍이 들도록 매질을 했으니, 지금이라면 난리가 날 일이지만 40년 전엔 그런 교사가 적지 않았다.어쨌건, 그 ‘무서운 교사’ 덕분(?)에 어거지로 한문을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폭력은 인간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진 못하지만 쉽게 굴복시키곤 했으니. ▲맞아가며 배운 한자가 일본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세월은 흘렀고, 이제 기자의 나이가 중학교 시절 한문 교사보다 많아졌다. 그 세월 속에서 일본을 여러 차례 여행했다.오키나와, 홋카이도, 후쿠오카, 오사카…. 이 도시들을 돌아다닐 때 한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게 큰 도움이 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지하철이나 전철을 이용하며 역 표지판을 볼 때도 그랬고, 식당에서 일본어로 적힌 메뉴판을 앞에 놓고도 그랬으며, 심지어 오키나와의 한 극장에서 상영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일본어 자막을 살필 때도 그랬다.맞아가면서 배운 한자의 도움을 중년이 돼서 받았으니, 이걸 ‘스승의 은혜’라고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하다. 각설하고.지난 11월 17일. 오사카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X세대와 MZ세대를 불문, 오사카를 찾는 관광객 열에 예닐곱은 인근 도시 교토(京都)를 찾는다고 한다.교토는 한국에 비유하자면 경주와 같은 위상을 가진 도시다. 고풍스러운 동시에 거리마다 역사의 흔적이 스며있다고 했다. 흥미가 생겼다. 그러니, 가볼 수밖에.오사카에서 지하철과 전철을 이용해 1시간 정도면 교토에 도착할 수 있고, 거기서 버스로 20여 분을 더 가면 청수사(淸水寺)가 있다고 했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이 사찰이 어떤 곳인지 여행안내서 ‘저스트고(Just go) 관광지’가 알려준다.“교토 기요미즈데라(청수사)는 오토와산(音羽山) 중턱의 절벽 위에 위치한 사원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위태로워 보이지만 막상 들어서면 탁 트인 전망에 가슴까지 시원해진다.본당에서 바라보이는 모습이 절경이다. 사찰 안에는 사랑을 이뤄준다는 지슈진자(地主神社)와 마시면 건강·학업·연애에 효험이 있다는 오토와 폭포가 있다. 8세기에 오토와 폭포를 발견한 엔친 대사가 관음상을 모신 것이 이곳에 절이 생긴 시초다. 기요미즈(淸水·맑고 깨끗한 물)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사계절 모두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지만 4월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11월 말부터 12월 초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교토, 京都, Kyoto… 이것들 중 어떤 게 익숙한지기자가 교토 인근 오사카를 찾은 건 11월 중순. 때마침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철이었다.그래서였을까? 오사카 외곽에서 교토로 향하는 전철을 타는 역엔 여행자 차림을 한 이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물론 거기엔 한국인도 적지 않았다.일본 전철은 한국의 지하철처럼 이용하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정해진다. 정확한 전철 이용 요금을 알기 위해선 먼저 역에 걸린 노선도에서 자신의 목적지를 찾아야 한다. 거기에 지불해야 할 요금이 적혀 있으니까.기자의 눈엔 어렵지 않게 ‘京都(경도)’란 한자라 보였다. 승차권 판매기 앞에서 발권을 하고 있는데,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커플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노선도를 올려다보며 “교토가 어디 있지?”라고 서로에게 묻는다.하기야, 오사카 교외 전철노선도는 서울 지하철노선도 만큼이나 복잡하니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X세대의 친절함을 발휘해 MZ세대를 돕기로 했다.“저기 노선도 왼편 위쪽에 경도가 있잖아요.”“경도요? 교토가 아니고요?”“한자로 경도면 그게 교토잖아요.”“아, 그래요? 우린 한자를 잘 읽지 못해서.”기억에 의하면 그 노선도엔 영어 표기가 없었던 것도 같다. 어쨌건 MZ세대 여행자들에겐 한자 표기보다 영어 표기가 익숙한 듯했다. 물론, 이런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같은 학교 선후배라는 둘은 하루 만에 청수사는 물론, 교토의 또 다른 명소인 금각사(金閣寺)와 은각사(銀閣寺)까지 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오가는 게 만만치 않은 거리다. 그런 일정을 가볍게 소화해낼 수 있는 MZ세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쉰 살을 넘긴 이후의 여행에선 마음보다 몸이 먼저 지치는 경우가 흔하다. 기자 또한 그런 나이가 됐다.그래서 가능하면 하루에 한두 군데 이상의 관광지는 찾지 않는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다. 무리한 일정을 짜면 다음날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환한 웃음을 남긴 채 손을 잡고 사라지는 MZ세대 커플의 뒷모습을 보면서,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인도 남부 베나울림 해변길을 슬리퍼 신고 6km나 걸어도 멀쩡했던 기자의 청년시절이 떠올랐다. 그 순간, 잠시잠깐 서글퍼졌다는 걸 부정하고 싶지 않다.그렇다. 유행가 노랫말처럼 누구에게나 빛나는 젊음의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 짧고 올 때처럼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게 세상사 불변의 이치다. ▲청수사 아래엔 매력적인 일본풍의 오르막길이 있고…지하철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다시 버스로 환승한 후 그 버스에서 내려 30여 분 가까이 걸어서 어렵사리 도착한 청수사는 솔직히 말하자면 예상했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이런 말을 하면 괜한 자국 우월주의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지만, 사찰의 미학적 완성도는 경주 불국사에 미치지 못했고, 청수사 인근 산의 단풍 또한 설악산 단풍의 휘황함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외려 기자를 매료시킨 건 청수사를 오르내리는 ‘길’과 그 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골목’이었다. 고아(高雅)한 일본풍의 목조주택이 늘어선 길과 골목엔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카페, 선술집이 여러 개 있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일본 전통과자의 달콤함을 맛본 것도 좋았다.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 시기라 인테리어가 독특한 작은 선술집에서 따끈한 청주 한 잔을 청해 마셨다. 옆자리에 앉은 노부부가 조그만 접시에 담긴 완두콩을 맛있게 먹고 있길래, “나도 주세요”라고 했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삶은 완두콩 8~9알까지 돈을 받고 파는 안주였다. 팝콘과 통조림 옥수수 따위의 ‘한국식 공짜 안주’에 익숙한 기자였기에 놀라움 끝에 쓴웃음이 나왔던 기억도 청수사 아래 골목길과 함께 남았다. 오사카로 돌아오니 해가 저물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톤보리(道頓堀)로 향했다. 오사카의 야경을 보며 ‘도톤보리 리버 크루즈’를 즐기기 위해 배에 오르는 일본과 한국의 MZ세대가 숱했다.기자 역시 타볼까 했으나 다음날로 미루고, 몰려오는 시장기부터 끄기로 했다. 오사카를 10여 차례 이상 여행한 선배가 추천한 ‘금룡’이란 옥호의 식당에서 ‘한국 사람 입에 잘 맞는다’고 소문난 일본 라면을 먹었다.식당 입구에 한자로 ‘金龍’이라 적혀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했던가? 부산과 경남 밀양에서 맛본 돼지국밥 스타일의 국물이 썩 좋았다.야식으론 간장과 향신료에 절인 닭고기를 은근한 불에 오래 끓여낸 요리를 먹었는데, 그것도 감칠맛이 그저 그만이었다.그렇다. 일본 음식은 장식이 정갈하고 맛도 있다. 이건 기자만의 오버센스가 아닐 것 같다.(계속)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2-19

“시민 체감 지역발전 목표… 문경 미래투자 역량 집중한다”

문경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도시개발을 진행한다.  한국체육대학 문경이전도 추진한다. 외식테마파크를 조성한다. 문경시가 올 한해 추진하려고 하는 주요사업들의 골자다.  문경시는 9천 300억 원 규모의 2024년 본예산을 편성해 지난달 21일 문경시의회에 제출했다.내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 100억 원(1.09%) 늘어난 규모이며, 일반회계는 1.47% 증가한 8천300억 원, 특별회계는 금년과 동일한 260억 원, 공기업특별회계는 2.63% 감소한 740억 원이다.일반회계 분야별 주요예산은 △일반공공행정 분야 471억 원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 96억 원 △교육 분야 54억 원 △문화 및 관광 분야 455억 원 △환경 분야 635억 원 △사회복지 분야 1천857억 원 △보건 분야 109억 원 △농림해양수산 분야 1천364억 원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 124억 원 △교통 및 물류 분야 357억 원 △국토 및 지역개발 분야 1천49억 원이다.시는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지방교부세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 우선순위를 면밀히 검토한 전략적 세출 구조조정으로 전년보다 증가한 규모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다.민선8기 출범 이래 시민행복에 힘쓴 결과 경북소방장비기술원 및 경북농민사관학교 유치, 더본 코리아(대표 백종원) MOU 체결, 4대 축제 성공 개최, 각종 국제대회 유치 등 값진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대학·기업 유치 및 지역경제 활성화중부내륙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역세권 도시개발사업과 농산물 도매시장 건립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문경역을 중심으로 신도시 건설의 큰 그림을 구상해 나간다.또한, 지난달 통합이 결정된 숭실대와 문경대는 연내 MOU를 체결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한국체육대학교 이전의 돌파구도 함께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아울러 외식창업 테마파크 조성사업 7억 원, 중장기 소상공인 활성화 대책 마련 57억 4천만 원, 중소기업 지원 10억 2천만 원, 도시민 전통시장 등 마케팅 투어 1억 원 등의 예산을 편성해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관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특히, 경제선순환 효과가 큰 ‘지역사랑상품권’은 국비가 전액 삭감된 만큼 시비 43억 5천만 원을 투입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고, 지역경기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활력 넘치는 스포츠도시 육성스포츠·체육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체육행사 지원 48억 6천만 원, 실업팀 육성 46억 4천만 원, 체육시설 설치 및 보강에 54억 6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각종 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상권회복에 힘을 더하고, 소프트테니스·육상·씨름 등 실업팀을 육성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지역홍보 효과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또한, 실내테니스 경기장 및 필드하키장 건립, 국제소프트테니스장 및 국민체육센터 개보수 등 스포츠 인프라를 확충하고, ‘세계군인 태권도 선수권 대회’, ‘세계 태권도 한마당’, ‘아시아 유·청소년 유도선수권 대회’, ‘국무총리배 세계 바둑선수권 대회’ 등 국제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해 2025 아시아 소프트테니스대회, 2031 세계군인 체육대회 유치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명품 문화·관광도시 완성천만 관광객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주흘산 케이블카 조성사업 220억 원, 문경새재지구 관광지 조성계획 수립 용역비 6억 원, 미디어사업 지원 8억 3천만 원, 에코월드 운영 18억 4천만 원, 문경돌리네습지 탐방센터 조성사업에 21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먼저, 주흘산 케이블카와 하늘길을 연계해 세계적인 관광시설로 조성하고, 대규모 워터파크 및 5성급 호텔 투자유치를 위한 문경새재지구 관광지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더본 외식산업개발원과 협력해 상권을 활성화하고, 에코월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내 서바이벌 스포츠, VR 실감컨텐츠존 조성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도 보강해 나갈 계획이다.아울러 오픈세트장·실내촬영 스튜디오 등 우수한 촬영 인프라를 활용한 영화·드라마 제작 지원을 강화하고, 문경돌리네습지 탐방센터 조성 및 람사르 습지도시인증을 차질 없이 추진해 시 관광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여나갈 계획이다.□ 일등 농업·농촌 실현농업 분야 보조금 지원 595억 3천만 원, 축산업 보조금 지원 91억 원 등 어려운 세입 여건 속에서도 농·축산 분야 보조금은 올해 대비 35억 원이 증액된 686억 원으로 편성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문경 농업의 명품화를 실현한다.감홍사과, 오미자를 특화해 과실생산 전문단지를 조성하고, 재배장려금을 대폭 늘리는 등 생산면적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한우 풀사료 및 톱밥 지원, 조사료 생산지원, 마을형 공동퇴비사 조성 등 축산업 기자재 및 환경개선 관리를 지원해 약돌 한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벼 육묘대, 채소·특작 기자재 지원 등 식량작물 농가와 원예특작 농가에 대한 지원도 빠짐없이 챙긴다.또한, 농촌인력지원센터 건립 12억 5천만 원,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24억 3천만 원을 편성해 농촌일손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간다. □ 교육·복지도시 건설기초연금 678억 4천만 원, 노인일자리사업 112억 8천만원, 장애인 지원 80억 4천만 원, 저소득층 생계급여 지원 162억 9천만 원을 편성해 어르신과 장애인, 저소득층에게 촘촘하고 두터운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또한, 영남진폐재해자 복지회관 신축, 아동청소년 어울림센터 조성, 가족센터 건립 등 다양한 복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흥덕생활공원 물놀이터 및 놀이시설 설치, 영강 어린이 물놀이 축제를 확대·운영해 부모와 아이가 행복한 놀이문화도 조성한다.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장학회 운영 및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교육취약지역의 평생학습을 보편화해 배움으로 행복한 평생학습도시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 안전·청결·친절한 도시 구현안전을 위한 예산으로 집중호우 피해복구사업 260억 원, 하천재해 예방사업 40억 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15억 원, 소하천 정비사업 39억 원,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 42억 원 등을 편성했다.신속한 피해 복구와 체계적인 재해예방사업으로 불편을 해소함과 동시에 점점 예측이 어려워지는 자연재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여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주력한다.또한, 정부 국정과제인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열분해 기술을 활용한 순환자원 활성화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친절에 대한 평가를 체계화하여 전국 최고의 친절도시 만들기에 앞장선다.신현국 문경시장은“경기침체에 따른 국세 감소 등으로 세입여건이 어느 때보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계획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민선8기 공약사업과 현안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발전을 목표로 대학·기업유치, 스포츠·관광·농업 등 미래투자에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23-12-18

“더이상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취급 말아야 한다”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조항이 신설된 개정안은 국회에 머물러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돈만 지불하면 원하는 동물을 살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버릴 수 있다. 구매자를 보호하기 위한 매매계약서에는 동물의 기본 정보와 건강에 관한 사항을 적도록 하지만 구매자의 사육 능력이나 사육환경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 반려동물 인구에 비례해서 유기동물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이다.겨울비가 장맛비처럼 내리던 저녁. 어둠이 내린 시골길을 더듬어 포항시동물보호센터를 찾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구조되었다는 강아지가 유리 부스 안에서 부산스럽게 오가며 끙끙 앓았다.직원의 말로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탄 모양인데 도대체 어떤 사연으로 버려졌을까. 김태연 센터장과 만난 사무실은 어린 강아지들을 보호하는 집중실과 문 하나로 통하는 위치했다. 김 센터장과 인터뷰하는 내내 낯선 곳에서 첫날을 맞은 강아지들의 불안한 짖음이 이어졌다. -포항시동물보호센터에는 어떤 동물들이 생활하나.△현재 130여 마리의 개와 10여 마리의 고양이를 보호한다. 지난 11월에만 63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12마리가 원래 주인을 찾았고, 39마리는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건강상의 이유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폐사한 개체가 25마리이다. 개와 고양이 외에 토끼나, 햄스터, 염소나 앵무새도 구조한 적이 있다. 야생 동물의 경우, 건강상의 문제가 없으면 방사하고 나머지는 경상북도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인계해 치료하거나 야생 적응 훈련 등을 받도록 한다. 다섯 명의 직원이 돌아가면서 구조와 보호, 방문자 응대까지 한다.-주된 유기 장소는 어디인가.△우리 센터에서는 연간 천여 마리를 구조해서 보호한다. 대부분 도심 지역에서 발견되며, 드물게 센터 앞에 묶어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 봄과 여름철에 구조하는 수가 늘어나는 편이다. 유기가 많아서라기보다 그 시기에 번식하는 길고양이나 들개가 많은 영향인 듯하다. -유기동물의 구조 과정과 보호 시스템은 어떠한가.△센터나 관공서를 통해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 담당자가 현장으로 출동한다. 동물의 안전 확보를 위해 포획 틀이나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개와 고양이고 그중에서도 개의 비중이 월등하다. 입소한 동물은 전염병이나 기생충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1주일 정도 대기실에서 지낸다. 그러면서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을 통해 주인을 찾는 공고를 열흘간 올린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하며 사진도 예쁘게 찍는다. 고양이도 동일한 공고 과정을 거친 뒤에 고양이 전용 보호동에서 지낸다. -주인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안락사를 시키는 기준이 있는지.△주인을 찾지 못해서 삼사년 씩 센터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 건강상의 문제로 자연사하는 경우도 있고 불가피하게 안락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해를 끼칠 때이다. 전염병에 걸렸거나 고령으로 정상 생활이 힘들 때도 안타깝지만 안락사를 선택한다.-포항시동물보호센터는 강아지 사진을 잘 찍기로 유명하다고 들었다.△센터에서 구조하는 동물의 60% 정도가 입양된다. 많을 때는 한 달에 50마리가 넘는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사진 한 장으로 첫 인상을 결정한다.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면 확실히 입양률이 높다. 센터 한 쪽을 스튜디오처럼 꾸며서 강아지들을 촬영한 지 3년 정도 됐다. 지금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많이 따라하지만 첫 시작이 포항이다. 서울에서 취재해 갔을 정도로 유명하다. 현재 입양 업무 다수는 포항시산림조합 숲마을에 위치한 ‘포항시유기동물입양센터’로 옮겼다. 포항시동물보호센터는 구조와 보호 업무를 위주로 한다.입양을 원하신다면 도심에서 더 가까운 포항시유기동물입양센터를 찾아달라. 김태연 포항시동물보호센터장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양하기 위해 보호센터를 찾는 사람도 있는지.△올해부터 입대나 건강상의 이유로 반려동물을 더 이상 키우기 어려운 경우, 지자체의 심사를 거쳐 동물보호센터에서 동물을 인수하여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전까지는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파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궁핍이고, 홀로 사는 노인의 요양원 입소나 사망 등으로 지인들이 센터로 연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물보호센터는 앞서 언급한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 단지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파양을 받아주는 곳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의 동물보호 시스템에서 아쉬움이 있다면.△입양 후에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늘 궁금하고 염려스럽다. 현재의 시스템은 구조와 보호에 집중하고 있고 입양 후 동물들의 생사나 복지를 담당하기 어렵다. 입양 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입양자들이 입양 동물의 근황을 시스템에 올리도록 강제하는 조치가 있으면 어떨까 싶다. -센터장께서도 반려동물을 키우시는지.△대학생 때 유키라는 하얀색 암컷 페키니즈를 키웠는데 유기견 출신이었다. 처음 키우다 보니 배변 훈련이나 산책 등 어려움이 컸다. 12년 정도 키우다가 병으로 떠나보냈는데, 상실감이 얼마나 컸던지 여전히 마음 한쪽이 아린다. 지금은 열 살 된 고양이를 키운다. 사랑스럽고 위안을 주는 존재지만,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가족이 있어 안타까움도 가진다. 동물을 키우려는 분들은 반드시 미리 확인하길 바란다.-수의학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길을 의심해 본 적은 없는지.△수의과대학 6년 동안 그런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학업이 버거운 면도 있었지만 가장 큰 갈등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본과 3학년에 살아있는 동물을 치료하는 전공수업이 있었다. 그때 관리하던 동물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고 골든타임을 넘겨 안락사시켰다. 과연 이 길을 계속 걷는 게 맞는지, 나 자신이나 동물을 위해서 옳은 선택인지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동물권 인식이 확산하면서 개 식용을 비롯해 산천어축제, 소싸움, 승마 체험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는 이슈들이다. 결국 사회적 합의를 거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추구해야 할 가치를 법으로 녹여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용견 문제의 경우 수십 년간 케케묵은 갈등을 유발하다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식용견 사육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식용견 협회 등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소싸움 대회도 학대 요소가 명백하지만 지자체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지 않다. 결국 동물의 복지 증진과 그에 따른 동물권 증진이라는 시대정신을 현실에 투영시키는 것은 일방의 도덕적 우위에만 의지해 실현할 수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논의해야 한다.-동물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나라도 있다는데 동물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유럽이나 미국과 차이가 있다. 법은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현재 동물권과 관련한 시대정신은 더 이상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동물의 권리는 차근차근 늘어날 것이고 미국처럼 재산을 상속받는 동물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동물권 증진을 요구하는 한편에서는 동물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동물을 대하는 인식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다.△예전과 비교하면 동물을 대하는 태도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마당에 묶어 기르는 시골 개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는 잔반을 주거나 목줄이 짧아서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사료를 먹이고 목줄을 길게 해서 기른다.반면 일부지만 동물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을 키우는 건 시혜를 베푸는 일이 아니다. 동물과 함께하며 그들과 생태계를 공유하는 것은 어쩌면 지구에 사는 존재로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가 아닐까. 한 번쯤 고민해보길 소망한다.-동물을 대하는 인식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을까.△동물권 증진과 관련해서 축산업에는 과연 동물권을 보장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다. 좁은 케이지, 스툴 안에서 알을 낳고 분만하는 양계·양돈농장, 인위적으로 수정시켜서 지속해서 송아지를 낳게 만드는 한우 사육 농장들 모두 시대정신에 비춰봤을 때 분명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산업과 동물권 증진의 시대정신이 부딪히는 현시점에서 시대정신만 고집하는 것은 기존 산업 종사자들에게 가혹하다. 해당 산업 자체적으로도 동물권리증진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동물복지농장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법적, 제도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다.저 역시나 동물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게 생명으로 존중받고 권리를 보장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본인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방식은 동물권 이슈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옳지 않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마주하다 보면 동물들이 존중받고 인간과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리라 믿는다. /배은정 작가김태연 센터장은포항 흥해에서 태어나 포항고등학교를 다녔고 강원대학교에서 수의학을 공부했다. 포항시청 축산과에서 공중방역 수의사로 근무한 뒤, 경기도 안산시에서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4년여 전, 연로한 부모님과 가까이서 지내고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포항시동물보호센터의 민간위탁 법인인 영일동물플러스 이사장이자 포항시동물보호센터장이다.

2023-12-18

고령군 ‘전략사업 추진’ ‘투자유치’로 미래성장 토대 다진다

고령군이 다가올 미래를 위한 각종 전략사업 추진과 투자유치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추진하며, 동고령IC 물류단지와 송곡일반산업단지 조성에 진력하고 있는 것.이와 더불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산동 고분군의 디지털 서비스 구축과 인공지능 전문가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고령군의 관련 사업과 투자유치 현황, 향후 계획까지를 아래에서 꼼꼼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발전소 건설 협약고령군(군수 이남철)은 최근 한국중부발전과 ‘친환경 청정에너지 발전소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이 협약을 통해 조성될 발전소는 고령군 성산면 오곡리 일원에 500MW급 LNG 발전소 1기. 발전소가 들어서면 사용연료는 천연가스며, 최첨단 환경설비를 갖춰 운영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8천억 원이 투입된다.고령군은 이번 투자 협약을 계기로 기업 투자유치 등에 유리한 안정적인 에너지 및 공업용수 공급을 확보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서의 조건을 갖추게 됐다.더불어 향후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변 지원사업과 발전소 건설 및 운영기간에 지역 업체 참여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재정 증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여기에 더해 운영 인력 등 상주 인력 유입에 따른 인구 증가와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올해 고령군은 지역 산업·경제 환경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투자유치 전략 수립을 위해 투자유치 종합계획을 세웠다.계획의 주요 내용은 고령군 투자여건 및 기업유치 환경에 대한 진단·분석과 기업체 유치에 필요한 개발 가용지 발굴과 입지 분석, 정부 국정과제와 민선8기 사업계획에 연계된 투자유치 전략 수립, 대구·경북 등 투자의향 기업에 대한 수요조사, 투자유치 목표산업 등이다.이를 통해 첨단기술산업과 중견기업 등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으로 고령군의 미래 산업지도를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이외에도 고령군은 2024년 관내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판로 개척을 위해 해외무역사절단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참여업체는 약 10개로 현재 수출 품목에 대한 예비 수요조사를 실시 중이다. 참여 품목은 식품, 타포린, 농자재 등으로 해외 수요가 많은 품목에 관해 사전 현지 시장 수요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파견 국가 선정 등에서 내실 있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 기회발전특구 지정 지역경제 활성화고령군은 또 정부 균형발전 핵심 과제인 기회발전특구 제도 시행에 따라 특구지정을 추진하게 된다.기회발전특구란 지방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 및 행정 지원, 규제특례, 정주 여건 개선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제도다.고령군은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위해 준공 예정인 산업단지 부지를 대상으로 앵커기업 유치활동을 열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를 통해 각종 세제감면 및 규제특례를 통한 대규모 투자유치로 지역 일자리 증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게 고령군의 부연이다.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통한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모색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 서석홍 고령군 명예군수의 1호 기부를 시작으로, 고령 출향인과 고령을 사랑하는 기부자들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를 통해 현재 시행 11개월 만에 목표 모금액인 2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령군이 목표 모금액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 각지에 있는 출향인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개인 기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뿐만이 아니라 향우회, 사회단체, 공무원, 농협임직원 등의 활발한 상호 교류를 통한 기부가 큰 힘이 되었다는 평가다.고령군 다산면 월성리 일대에 668천㎡(20만 평)의 대규모 계획 입지로 월성일반산업단지 조성도 원활하게 추진 중에 있다.월성일반산업단지는 반경 7km 이내에 중부내륙고속도로 화원옥포IC, 유천하이패스IC, 대구외곽순환도로 달서IC, 광주-대구고속도로 동고령IC가 인접하고 있기에 산업단지로서 최상의 접근성을 가졌다.동시에 인근 대구성서일반산업단지와 연접해 각종 산업물류 비용 절감 및 생산활동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고령군은 “월성일반산업단지는 2024년 말 준공 예정으로 첨단기술산업과 중견기업 유치를 위해 다방면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동고령IC 물류단지와 송곡일반산업단지중부내륙고속도로와 광주-대구고속도로의 교차점에 위치한 성산면에는 동고령IC 물류단지가 114천㎡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현재 토지 보상이 문제없이 진행돼 2024년이면 착공할 계획이다. 이 물류단지가 2025년 준공되면 고속국도 IC에 바로 인접한 물류단지로 광역교통망에 대한 용이한 접근성을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렇기에 물류 수송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대한민국 중부권과 경남·전라권을 잇는 물류산업의 요충지가 될 것으로 고령군은 기대하고 있다.여기에 더해 고령군 다산면 일대에는 262천㎡ 규모의 송곡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게 된다.이곳 역시 토지 보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2026년 준공되면 고령1·2차일반산업단지, 동고령일반산업단지, 대구성서산업단지와 연계해 낙동강을 축으로 하는 기계, 금속, 자동차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관내로 근로자의 전입을 유도하는 것도 고령군의 향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22년 말 ‘고령군 기업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조례 제정을 통해 고령군에 소재하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육성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등 관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각종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 중”이라는 것이 고령군의 설명이다.높은 금리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중소기업 운전자금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금리 부담을 덜어줘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는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인건비를 지원해, 청년인구 유입과 지역 정착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도 고령군의 방침이다. □ 지산동 고분군 디지털 서비스 구축고령군은 최근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로 대가야의 역사를 잇는 문화관광 도시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이에 대가야 고분의 경관 및 역사성·장소성 등을 메타버스로 구현해 대가야 역사문화 및 유산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관광 콘텐츠로 활용한다는 것이 고령군의 향후 계획이다.이를 위해 ‘대가야 고분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2023년 11월부터 구축하기 시작했고, 이 프로젝트는 내년 6월에 완성돼 서비스가 제공된다.이 프로젝트는 지산동 고분군의 대표 고분인 44, 30호분 2기의 고분 구조 및 부장 유물을 디지털 트윈 DB로 구축해 과학적 학술연구, 전시와 문화재 관리에 활용함으로써 세계유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정과제인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핵심이자, 지난 9월 13일 정부의 ‘초거대 AI 산업 도약 방안’ 발표와 함께 주목을 끌고 있는 ‘전국민의 AI 일상화’ 실현에도 고령군은 적극 부응하고 있다.지능정보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행정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고령군은 관련 전문가도 양성하기로 결정했다.이 계획에 따라 직원들을 인공지능 전문가로 성장시킴으로써 국민이 불편을 느끼는 공공서비스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행정의 효율성까지 극대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3-12-17

노거수 아래 망망대해… 우주에 떠 있는 지구를 상상케 해

포항에서 울진으로 동해 해안선을 따라가 보면 올망졸망한 아름다운 크고 작은 항구가 즐비하다. 바다는 맑고 푸르며 해안 모래밭은 파도에 씻겨 햇살에 반짝인다. 해안을 따라 바다에 닿아있는 나지막한 산자락 모양이 예쁜 주름치마 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겹쳐 보인다.천혜의 아름다운 섬 울릉도를 가장 짧은 시간에 오가는 뱃길이 여기 후포항에 있다. 작지만, 아름다움으로 치면 후포항은 세계 3대 미항이라 불리는 나폴리, 시드니, 리우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영덕과 울진 경계 사이에 있는 후포항 등기산 공원은 신석기 유물을 품은 팽나무 노거수가 자생하고 있다. 자연과 문화, 역사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마을 동산처럼 오르기 쉬워 많은 사람이 찾는다. 볼거리와 먹을거리 못지않게 생각거리가 있는 곳, 울진군 후포항에 있는 등기산 공원의 신석기 유물을 품은 팽나무 노거수를 찾았다. 먼저 등기산 정상에 있는 원통 모형의 신석기 유적관에 들어섰다. 유적관에는 이곳 등기산에서 발굴된 BC 10,000년에서 BC 2,000년 사이 살았던 우리 조상의 무덤 모형을 전시해 놓았다.계단식 구덩이에 집단 매장 무덤으로 20세 전후로 보이는 남녀 유골이 40인 이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유골의 남녀 성비가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100여 점이 넘는 장대형 석부들이 유골 위에서 출토되었다고 한다. 농경 생활 이전의 수렵 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의 무덤으로 여타 발굴된 무덤과는 달랐다.불현듯 인신 공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0인 이상의 유골 주인이 20대 전후의 젊은 남녀로 성비가 비슷하다는 것도 그렇고 전망 좋은 언덕 위 구덩이에 묻혔다는 사실도 그렇다. 고대 중국에서는 동지에는 하늘에 제사 지내고 하지에는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신에게 올리는 제사는 제물을 바쳤다. 이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 공양이 최고의 제물로 여겼다고 한다.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는 것이 너무 끔찍한 일이라 머리를 도리질하면서 부정해 보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인신 공양은 바다와 하늘에 대한 최고의 예우가 아닐까 싶다. 사실 하늘에 지내는 제사의 제물보다 정성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그 간절함의 소원을 빌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 이상의 정성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신석기 유적관을 나와 등기산 공원 산책길을 걸었다. 팽나무 노거수 아래에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막힘없이 망망대해를 180도까지 시야를 넓혀서 볼 수 있다. 수평선은 희끄무레한 물안개 띠로 직선이 아닌 둥그렇게 그어져 있다. 이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끝도 없는 무한히 넓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지구를 상상해 본다.배를 육지로 인도하는 작은 항구의 등대가 있는 이곳은 바다를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바다는 물론 아름다운 후포항과 주변의 자연경관을 오롯이 한눈에 넣을 수 있다. 바다에 떠 있는 조각배는 밤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을 연상케 한다.어찌 보면 바다와 하늘은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았다. 여자와 남자, 어머니와 아버지와 같은 음양의 느낌으로 와닿았다. 먼바다 수평선 구름 띠에 숨어 바다와 하늘이 밀회를 즐기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너머는 볼 수 없으나 상상하는 것으로 즐겁다.팽나무 노거수에 눈길이 옮겨갔다. 위아래를 톺아보면서 그의 묘한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나무는 곧은 한줄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보통인데 눈앞의 팽나무는 여러 가지가 뭉치고 꼬이고 비비대면서 묘한 모습이다. 위로 또는 옆으로 뻗어나간 가지의 모습이 어쩜 그렇게 특이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지.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한다. 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모습은 낚시꾼에게는 대어이고, 약초를 캐는 사람에게는 대물처럼 나에게는 대박이다. 자연의 걸작품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것은 누구의 허락도 제지도 없다. 순간의 멋진 모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세월이 해풍과 합작한 팽나무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톺아보니 기쁨과 즐거움 배가된다.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언덕 위 팽나무는 과히 대장부 기개답다. 앞뒤 위아래 탁 트인 언덕 위라 무엇 하나 막아주는 방패막이도 없다. 그런데도 세차게 휘몰아치는 바닷바람에 맞서 늠름하게 살아가는 그 인내와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내와 용기의 배짱을 좀 일찍 배웠다면 나 또한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가까이 다가가 살며시 두 팔 벌려 안아 본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온다. 눈을 감고 그 기운을 받는다. 지난 세월 힘들다고 포기하고 주저한 적이 얼마나 많았든가. 용기를 잃지 않고 참고 인내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잘 다듬어진 공원 산책길에는 각 항구의 등대, 교회 모형, 전망대, 조형물, 스카이워크 등 다양한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살을 먹으면서 바닷바람에 춤추는 팽나무 노거수에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가까이하고 싶은 감정의 샘물이 솟는다.신석기 유물을 품은 팽나무 노거수는 묘한 모습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을 볼 수 있고 세계 3대 미향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후포항을 내려다볼 수 있는 등기산 공원을 ‘후포항 팽나무숲 공원’으로 부르고 싶다.팽나무에겐 최적의 환경 갖춘 등기산 공원팽나무는 해안단구 및 하안단구의 돌출 지형에서 통기성과 통수성이 우수한 토양 환경에서 잘 자란다. 뿌리가 발달 되어 강한 바람에도 견딘다. 그런 토양 환경이라면 등기산 공원이 최적지가 아닐까 싶다.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언제나 불어오고 있다. 하늘에는 햇살이 막힘없이 푸른 잎에 쉽게 닿을 수 있다. 동해안, 남해안 지역은 팽나무의 서식처이다. 팽나무는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방풍림, 정자목으로 안성맞춤의 나무이다.신석기 유적관을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등기산을 지키는 자생 팽나무 노거수 품격을 높여주면 어떨까? 성주 성 밖 왕버들숲처럼 등기산을 ‘후포항 팽나무숲 공원’으로 조성하면 어떨까.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3-12-13

X와 MZ의 여행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달랐다

지난달 초. 드물게 20대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선물(?)처럼 다가왔다. 20~30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직장문화로 인해 50대 중년의 간부 직원이 20~30대 신입 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거나, 밤늦도록 술을 마시는 풍경은 보기 어려워졌다.추석을 전후해 일본 오사카에 다녀왔다는 그들은 “시내 번화가에 가면 일본어보다 한국말이 더 많이 들린다”며 “요사이 MZ세대들은 가깝고, 볼거리 많고, 음식 맛있는 일본에 자주 간다”고 했다.얼마 전부터 약세인 일본 엔화로 인해 체감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도 일본을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편의점 샌드위치와 도시락은 오히려 한국보다 싸요. 맛도 좋고요”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세칭 ‘X세대’로 불리는 기자 주변엔 ‘MZ세대’가 드물다. 불과 한 세대 차이임에도 사고와 인식 체계는 물론,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기준과 잣대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끼는 두 세대.그래서였을 것이다. MZ세대의 여행 패턴이 궁금했던 X세대는 한국의 MZ세대가 대거 몰려든다는 오사카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그래서 마음먹은 김에 곧바로 김해공항 출발 오사카 간사이공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후 숙소까지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오사카를 여행했다. ▲X세대, MZ세대의 여행 성지를 향해 비행기에 오르다떠나기 전 먼저 개념 정리부터 해보기로 했다. 입버릇처럼 “MZ... MZ세대”라고 하지만 그 명칭이 무얼 의미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나무위키’는 “1980년생부터 1990년대 초중반생인 밀레니얼세대(M세대)와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생인 Z세대를 묶어 부르는 한국의 신조어”라고 MZ세대를 정의하며 아래와 같이 덧붙이고 있다.“일단 한국에서 MZ세대는 대체로 군사정권 시기를 겪지 않았거나, 아주 유년기 때 겪은 사실상의 민주화 이후 신세대를 의미하는 용어이며 X세대 이전의 기성세대와의 대비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성세대 측에서 젊은 세대를 한데 묶느라 지나치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세대가 탄생해버렸다.”위에서도 다시 한 번 언급되는 X세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서, 전체적으로 정확한 특징을 묘사하기 어려운 모호한 세대”를 지칭한다. 이는 ‘상담학 사전’의 정의다. 같은 책은 X세대를 다음과 같이 부연한다.“주로 1990년대 초에 이르러 신세대의 특징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으며, 베이비붐 세대 마지막 10년을 이루는 시기에 태어났다고 해서 베이비 버스트 세대(baby bust generation)라고도 부른다. X세대라는 말은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출간한 소설 ‘X세대(Generation-X)’에서 처음 사용했고, 이전의 세대들과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는 뜻으로 X를 붙여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게 됐다.”전혀 달라 보이는 두 세대에게서도 공통점은 발견된다. “지나치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세대(MZ세대)라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X세대)”라는 것. 이는 양측 모두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모호한 세대’라는 뜻이겠지.어쨌건 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중순. 1971년생 만 52세의 X세대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세대가 유명 관광지와 맛집마다 넘쳐난다는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느낀 ‘세대 차이’기자와 격의 없이 지내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중년들은 가끔 이런 속내를 털어놓으며 허탈하게 웃곤 한다.“내 자식이지만 20~30대 마음을 모르겠어. 걔들은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인 것 같아. 지구인과 화성인의 차이도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걸.”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X세대를 포함한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에선 현격한 차이가 보이는 듯하다.친구들 여러 명이 모여 여행 기간 동안 사용될 숙박비와 식비 등의 돈을 여행사에 미리 지불하고, 가이드를 따라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패키지여행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겐 스스로 관광 스케줄을 짤 이유가 거의 없다.반면 MZ세대들은 혼자서 여행지를 결정하고, 어떤 장소를 돌아볼 것인지 체크하고, 가격을 비교해가며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한다. 그러니, 여행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X세대인 기자의 경우 패키지여행과 나 홀로 자유여행을 몇 번씩 두루 경험했다. 확실히 패키지여행이 편하긴 했다. 이제 가이드를 따라 이름난 관광지와 현지 식당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걷는 게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그런데, MZ세대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유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서설이 지나치게 길었다. 어쨌건 숙소 예약과 비행기 티켓 예매 후 시간은 흘렀고, 김해국제공항에서 간사이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날이 됐다.바로 옆 좌석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앉았다. 둘 모두 비행기 이륙 전부터 분주해 보였다.핸드폰을 열어 유심(USIM) 카드를 바꾸고, 한국어를 입력하면 즉시 일본어로 번역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문제없이 실행되는지 확인하고, 저녁에 찾아갈 오사카의 맛집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MZ세대.비행기가 날아가는 1시간 10분 내내 견과류를 안주 삼아 포도주를 마시며, 잡념에 빠져있던 기자와는 여행의 시작부터가 달랐다. 그래서다.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이것도 일종의 세대 차이겠지?” ▲통천각 아래 번화가 맛집에서 줄서는 MZ세대오사카 간사이공항의 입국 절차는 비교적 간단했다. 한국에서 관련 서류를 핸드폰에 저장해온 이들은 불과 20여 분 만에 입국장과 세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까.급행 전철을 타고 숙소까지 가는데도 40분이면 충분했다. 버스나 일반 전철을 이용한다고 해도 1시간가량이면 오사카 시내 어디건 가닿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단출한 여행 가방을 숙소에 두고 발걸음 가볍게 거리로 나섰다. 예약한 숙소에서는 통천각(通天閣)이 지척이었다. 일본인들은 ‘쓰텐가쿠’라 부르는 통천각은 어떤 건물일까? ‘저스트 고(Just go) 관광지’의 설명은 이렇다.“쓰텐카쿠(통천각)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다. 신세카이에 자리해 있다. 쓰텐카쿠는 ‘하늘과 통하는 높은 건물’이라는 뜻. 메이지 시대 초기 유학자 후지사와 난가쿠가 이름 지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모방해 만든 첫 번째 쓰텐카쿠는 1912년 만들어졌다. 당시 높이 64m로 동양에서 가장 높았다. 일본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화재로 소실됐고, 1956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졌다.”건물을 돌아보고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통천각 주변은 덴노지 동물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오사카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당연지사 거리가 일본인과 한국인, 그 외에도 중국인과 백인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다.일본 사람들이 ‘줄 서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다. 유명한 음식점과 간식 가게 앞에 하루 종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반듯한 줄’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모습을 여러 매체가 영상과 사진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통천각 아래 번화가에선 그 줄에 섞여 있는 적지 않은 수의 한국 MZ세대를 볼 수 있다. 이는 맛집 앞에서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 자체도 여행에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그럼 기자의 저녁 식사는 어땠냐고? 그냥 손님이 적은 한적한 식당에서 초밥을 먹었다. 그럼에도 썩 맛있었다.여행의 첫날이 저물고 있었다. ‘내일은 MZ세대가 더 많이 찾는다는 도톤보리(道頓堀)에 가봐야지’라고 마음먹었다.(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2-12

성주군, 주민중심·미래지향적 교통환경 조성에 온힘

“군민이 군수입니다”라는 군정 철학을 지향하고 있는 성주군은 현재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남부내륙철도 성주역 유치에 성공해 많은 군민들이 함께 기뻐하는 경사를 맞았고, 이를 통해 명실공히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로 새롭게 태어난 성주군.성주군은 변화하는 도시 여건과 공간구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이용자 중심의 편리한 대중교통체계 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래에서 성주군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주민중심·미래지향적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교통복지 서비스 제공을 지향성주군 교통환경 조성사업의 골자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교통복지 서비스 제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버스정보시스템(BIS) 구축, 버스승강장 신설 및 교체로 이용객 편의 증진, 교통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이동권 보장 확대 추진으로 다시 세분화된다.지난 2020년 국토부 공모사업으로 시작한 버스정보시스템(BIS) 사업은 지난 10월에 마무리됐고, 이번 달부터는 본격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다는 것이 성주군청의 설명이다.버스정보시스템(Bus Information System)은 운행 중인 버스의 실시간 위치정보는 물론, 도착 예정시간, 노선, 날씨 등 다양한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첨단교통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이 사업에는 국비 포함 총7억3천만 원이 투입됐다. 성주군에서 운행하는 모든 농어촌버스와 전기마을버스에 차량 단말기, 자동 승객계수장치, 내외부 행선지 안내기를 장착하고, 주요 거점 승강장 27곳에는 버스정보안내기(BIT)를 설치해 이용객의 편의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또한, 대구광역철도 개통 시기인 2024년 12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 공동생활권 대중교통(버스·도시철도·광역철도) 광역환승체계는 해당 권역 안에서 대중교통 환승시 무료, 또는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이는 “교통복지 향상과 대중교통 서비스 편의 제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성주군은 부연했다.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쾌적한 버스승강장을 디자인하는 ‘아트 성주’도 주목된다.성주군은 대중교통 휴게공간(편의시설)의 획기적 개선과 확충을 위해 스마트 버스승강장을 신설하고, 노후 버스승강장 교체를 진행해 향후 성주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아트승강장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지난해 읍면별 승강장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올해는 3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스마트 버스승강장 1곳, 노후 버스승강장 23곳, 130여 곳의 의자·백보드·태양광LED·유리 등을 보수했다. 이를 통해 지역 이미지도 개선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수립용역을 통해 버스승강장 표준디자인을 개발해 성주참외를 연상시키는 노란색과 부드러운 곡선을 입힌 특색 있는 승강장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2021년 16곳(스마트 승강장 신설 5, 노후 승강장 교체 11), 2022년 23곳(스마트 승강장 신설 7, 노후 승강장 교체 16), 2023년 24곳(스마트 승강장 신설 1, 노후 승강장 교체 23)의 승강장 신규 설치 및 시설 개선은 군민을 포함한 이용객들에게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제공했다.성주군은 “앞으로도 주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관련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마을버스, 성주군민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아2021년부터 군 직영으로 시작한 읍내 순환 전기마을버스는 이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군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시장, 병원, 창의문화센터, 종합사회복지관 등 읍소재지 주요 거점지역의 접근성을 높여 지역 경제에 활력소도 되고 있다. 전기마을버스는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형 교통모델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지원도 받았다. 2022년에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국가균형발전사업 삶의 질 향상’ 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현재 마을버스는 4개 노선이다. 임시 성주버스정류장~중앙로~집단 주거지역(실리안·하나로1,2차·청구APT·신성강변타운 등)을 1일 100회 운행해 월평균 5천300여 명이 이용 중이다. 앞으로는 노선 개편을 통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성주일반산업단지, 문화예술회관 등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택시를 활용한 교통복지 정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14년부터 운영 중인 별고을택시는 63개 리, 107개 마을을 구석구석 운행하며, 대중교통 소외지역인 벽·오지 주민들(일 평균 160명)의 든든한 발이 되고 있다.중증 보행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일명 교통약자 콜택시·운행차량 6대)도 반응이 뜨거워 예약이 쉽지 않다. 매우 저렴한 금액으로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어디든 갈 수 있어서다. 내년에는 매일 24시간 운영으로 확대될 예정이라 주민들이 받을 혜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성주군은 지난 3년간 학생·노인 등 교통약자들의 대중교통 불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으며, 이런 노력은 내년에도 쭉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 교통 인프라와 미래지향적 지능형 교통 시스템 구축스마트 교통안전환경 조성과 선진 교통행정 추진도 성주군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군민과 함께하는 주민생활 밀착형 교통안전 시설물 구축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편리한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정책 발굴과 선진 교통행정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성주군은 설명한다.만성적 주차난을 겪고 있는 성주읍 예산리와 벽진면 수촌리 주민들을 위해 마을 안 부지를 활용한 소규모 공용주차장을 조성했고, 이를 통해 주민들은 주차 편의를 누리고 있다.인근 성주역사테마공원과 벽진문화센터를 연계함으로서써 주민들의 여가생활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교통사고 위험지역에 교통안전 시설물을 보급하는 것에도 주력 중이다. 과속단속 카메라, 경보신호기, 스마트신호기, 스마트교차로, 발광형 교통안전표지판, 고원식 횡단보도, 반사경, 표지봉, 표지병 등을 설치해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 이는 교통사고 예방에도 효과를 거뒀다.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된 고원식 횡단보도 등 교통안전시설물 설치사업과 어린이 및 노인보호구역 등 불법 주·정차 단속과 계도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또한 등굣길 교통안전 캠페인을 민·관이 합동으로 실시해 어린이보호구역을 ‘교통사고 제로존’으로 만든다는 목표로 매년 지속적 홍보활동 또한 이어가는 중이다.대구시와 칠곡군 및 성주문화예술회관 방면에서 성주읍내로 진입할 때 교차하는 성산교 앞 성주군 상하수도사업소 진입로 부근은 관내 최고의 교통사고 위험지역이다.이런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주행속도 하향 및 과속카메라, 고원식 횡단보도, 스마트교차로, 가변속도표출기, 횡단보도투광기, 속도제한 표지판 등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해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것이 성주군의 방침이다.성주읍과 초전면을 잇는 지방도 905호선 내 성주고교 교차로에 운영 중인 신호등으로 인해 좌회전 차량이나 횡단보도 보행자가 없음에도 정지해야 하는 교통불편 사항은 스마트신호등 체계를 도입해 도로 이용자의 불편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2009년부터 현재까지 10년 이상 성주읍 경산사거리, 종로사거리, 희망약국 사거리에 불법주정차 단속 CCTV를 설치·운영해 성주읍 중심 시가지의 장기적인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소하고, CCTV가 없는 곳의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교통단속 요원들의 지속적인 단속과 계도로 원활한 교통 흐름 유지와 교통질서 확립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주군은 교통 분야는 생명과 직결되고, 군민의 일상에서 가장 먼저 불편을 체감하는 부분임을 인식해 “무엇보다 군민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선진 교통 인프라 확충과 미래지향적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완성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3-12-11

웅장한 도시 위용, 그러나 호텔엔 냉장고 없고 카페 화장실은 남녀공용…

영국 런던을 여행하면서 느낀점들을 몇 가지 간추려 소개한다.일종의 여행후기인 셈이다.먼저 호텔부터 이야기 해보면 체크인 시간이 비교적 늦다는 점이다.투숙한 호텔은 오후 3시로 정해져 있었지만 그 마저도 룸 청소 미비로 로비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영국에선 잊는게 좋다. 바쁠것 없이 느긋하게 일하는 방식과 코로나때 떠난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다보니 일손부족이 원인으로 보였다. 여행기간 중 어느날은 굿은 날씨 때문에 오후 5시반 쯤 돌아와 보니 룸 청소가 안돼 있었다. 프런트에 이야기하고 40분을 기다린 뒤에야 겨우 입실했다. 물론 호텔마다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지만 한국과는 다른 것 같았다.첫 날 호텔방에서 깜짝 놀란 게 하나 있다. 냉장고를 찾지 못했기 때문. 호텔에 냉장고가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영국에선 이처럼 3성급 이하 호텔엔 냉장고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경비 절약을 위해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해결할 생각은 접어야 했다. 심지어 생수는 물론 치약, 칫솔, 슬리퍼도 안보였다. 그나마 커피포트가 있는 게 다행이었다.런던의 마트에서 파는 각종 식재료 가격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우유는 생수랑 가격이 비슷하고 베이커리나 과일도 엄청 싸게 느껴졌다. 하지만 호텔에 냉장고가 없는 상황에서 저렴한 먹거리는 그림의 떡에 그쳤다. 런던은 집값부터 교통비, 외식물가 등 모든 것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한곳으로 꼽힌다. 더욱이 2020년 1월31일 영국이 유럽연합(EU)로부터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물가상승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관광객들의 쇼핑유도를 위해 시행중인 세금 환급혜택도 영국은 찾을 수 없었다. 브렉시트 때문에 유명 브랜드제품은 오히려 더 비싼 상황. 이로 인해 영국 현지인들도 유럽 다른 나라를 찾아 쇼핑을 떠난다고 하니 환급은 언감생심일 뿐이다.런던의 거리엔 현대식 건물보다 오래된 건물이 훨씬 더 많다.수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거리를 구경하면서 걷는 것 자체가 바로 관광이고 그런 건물들이 바로 관광상품이었다.하지만 보기에 좋다고 모든 것이 다 좋은 건 아니었다. 현대식 건물과 달리 노후 건물인 만큼 취약점이 적지 않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게 화장실 문제. 오래된 건물인 탓에 화장실 설치나 리모델링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보니 식당이나 레스토랑의 대부분 화장실은 낡고 좁다. 그마저도 남녀공용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너무 불편했다. 청결상태 역시 우리와 비교가 안됐다. 영화 ‘노팅힐’의 촬영지 주변 상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들 마다 자체 화장실이 없었다. 점원은 손님들에게 인근 공중화장실 이용을 권했다. 그런데 거기도 남녀공용인데다 대기줄이 엄청났다. 이래저래 참고 지내야 했다.런던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안 공중화장실은 한 곳도 볼 수 없었다. 아예 없다고 말하는게 맞을 것 같았다. 지하철역사 군데군데 공중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언제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한국과 너무 달랐다.런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대영박물관 투어다. 말로만 듣던 대영박물관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광활한 전시공간과 엄청난 유물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국립 자연사박물관도 마찬가지. 지구의 탄생과정부터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각종 전시물과 동식물의 화석들은 자연 세계로의 여행 이었다. 전세계 유물의 집합소라 할 만한 대영박물관부터 자연사박물관, 국립초상화 미술관, 국립미술관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입장료가 없다는 점이다. 미술관만 해도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를 비롯 유럽 유명화가들의 걸작들이 무수히 전시돼 있는데도 입장료를 안 받는 운영방식이 의외였다. 대영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은 주마간산식으로 봐도 한 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런던으로 오는 전세계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돼버린 박물관과 미술관은 영국이 지닌 문화와 예술의 힘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무료입장 운영도 그런 의미를 체득하고 느껴보라는 영국의 배려로 해석하면 무리일까. 런던에서 또 하나 놀란 것은 바로 영국인들의 생활 속에 파고든 K-푸드의 위력.대영박물관 주변은 물론 런던 여기저기서 김치찌개, 순두부를 파는 한국 식당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유명 마트나 쇼핑센터는 물론 동네 슈퍼에서도 한국의 신라면과 새우깡, 소주 등 K-푸드가 상품진열대에 빼곡했다. 제품들은 매장내 가장 좋은 위치에 배치돼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해놓았다.굳이 한국에서 번거롭게 준비해가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얼마든지 구입 가능할 정도로 K-푸드는 일상화되어 있었다. 여행중 버로우 마켓, 대영박물관, 해롯백화점 등 유명 관광지나 쇼핑센터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구 반대편 런던은 이제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해외여행지로, 충분한 매력을 지닌 도시로 손색이 없었다. /글·사진=정상호기자 jyr933@kbmaeil.com

202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