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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위기 넘어 도전·혁신으로 환동해 중심도시로 도약할 터”

이강덕 포항시장은 “‘푸른 뱀의 해’ 을사년 새해는 포항이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환동해중심도시로 도약을 한층 더 가속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거둔 성과를 되돌아보고, 올 한해 시정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새해 포항 경제 어떻게 전망하는지. △세계적으로 중동지역 긴장 지속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저가 철강 공급 과잉과 전기차 캐즘 지속,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해 지역 주력인 철강과 이차전지 산업 침체와 불확실성은 가중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에 더해 국내 정국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때 못지않게 더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철강·이차전지 산업의 회복, 소상공인 지원 확대,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특별 지원을 지속 호소하고 골목상권을 위한 ‘착한소비’ 촉진, 소상공인 특례보증 재원 확대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지난해 주요 성과를 꼽자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산업과 경제, 교육과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산업 육성과 정주여건 개선 등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먼저 시가 역점 육성중인 3대 신산업(이차전지·바이오·수소) 특화단지를 모두 석권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 도시로 변화에 성공하고 있다. 또한 기초 지자체로는 유일하게 2개 대학(포스텍, 한동대)이 ‘글로컬대학30’ 지정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기회발전특구, 교육발전특구, 기업혁신파크 등을 연이어 유치하면서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균형 발전의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시의 지속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숙원사업인 POEX 착공과 추모공원 부지 최종선정 등 중요한 발걸음을 디뎠고, 1114억 원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 소상공인 특례 보증 재원 마련 등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올해 시정 방향과 중점 추진 정책은. △그동안의 성과를 더욱 고도화하고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향상과 도시 경쟁력을 높일 4대 핵심 가치이자 시정 운영 방향으로 ‘성장가치 확대’, ‘도시가치 확장’, ‘시민가치 향상’, ‘생활가치 제고’로 정했다. 먼저 ‘성장가치 확대’는 신성장산업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도시로 지속 성장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특화단지 유치로 탄력 받고 있는 3대 신산업을 비롯해 차세대 신성장동력이 될 AI까지 각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거점 인프라 구축과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도시가치 확장’은 포항만의 특색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국제회의 개최 및 관광거점 조성 등 관광·마이스산업을 활성화해 매력적인 도시로의 도시 가치를 높이는 청사진이다. 또 포항이 가진 지정학적·전략적인 위치를 활용해 영일만항을 더욱 활성화하고, 사통팔달 교통 인프라 또한 확충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한다. ‘시민가치 향상’은 글로벌 산학협력관 건립, 지역 대학과 연계한 맞춤형 인재 양성 등 청년들이 창업하기 좋은 도시, 지역에서 인재·대학·도시가 동반 성장하는 시민을 중심 가치에 둔 도시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의지이다. 끝으로 ‘생활가치 제고’는 해파랑길 단절구간 연결, 학산천 생태복원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녹지공간은 확충은 물론 일상 속에서 문화, 역사, 생활 복지기반을 강화해 시민 삶의 여유를 지원하고자 한다. -포항의 전략산업, 현재 어떻게 육성하고 있는지? △또 다른 주력으로 자리 잡은 이차전지의 경우 오픈이노베이션센터와 첨단전략 산업진흥원과 같은 초격차 경쟁력을 강화할 전방위 산업 육성 거점을 조성하고, 전기선박 등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사업과 특구 지정을 추진해 전기차 캐즘을 슬기롭게 극복하고자 한다. 바이오 분야는 대구경북첨단복합의료단지 확장,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 조성 등을 추진해 혁신적인 메디컬 시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수소 분야 역시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국내 분산에너지법 시행과 EU탄소국경세 등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하고, 연료전지 관련 인프라 확충과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더할 방침이다. 특히, 새로운 신성장엔진이 될 ‘AI·디지털’산업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포항을 AI산업의 메카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 인프라인 AI가속기 센터 건립, 연구데이터 통합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아울러 중소기업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및 철강산업 첨단화 등 지역 산업에 AI를 접목해 디지털 전환도 해 나가겠다. -시민이 체감할 만한 정주 여건 개선도 중요한데. △시민들이 일상에서 쉼과 여가, 복지 등을 편안하게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 먼저 학교 주변에 자녀안심 그린숲 등 생활권 녹색 공간을 더욱 늘리고자 한다. 또한 동해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해파랑길의 단절구간을 연결해 걷기 좋은 여행길을 잇고, 학산천 생태 복원 등을 통해 쾌적한 환경을 계속 만들 방침이다. 또한, 올해부터 본격 운영되는 아이누리센터를 중심으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포항형 영유아 돌봄 환경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전국 최초로 보건소와 재난트라우마센터를 통합해 흥해에 건립되는 북구보건소 운영을 필두로 공공보건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출산·소아 의료 중심으로 빈틈없는 의료체계 구축에도 힘쓸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해도국민체육센터 등 생활 체육 인프라를 계속 늘려 시민들의 일상에 건강과 활력을 불어 넣고, 시립박물관과 시립미술관 2관의 본격적인 건립으로 시민 생활과 가까운 문화 저변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먼저 민선 6기부터 8기까지 최초 3선시장으로 선택해주신 시민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우리 포항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혁신과 도전을 추구하는 DNA가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 시민들께서 도전의 선두에 서 주셨고, 현재 4차 산업 혁명시대에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기회를 찾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지금, 작지만 강한 도시,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도시, 세계와 경쟁하는 글로벌 도시를 시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 우리시의 향후 여정에 계속해서 많은 응원과 관심, 격려를 부탁드리며 새해 모든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 하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1-01

지혜·치유·재생 상징… 묵은 허물 벗고 새 희망 꿈꾸는 한 해

금강경오가해에서 ‘회사반정(廻邪返正) 발란반정(拔亂返正)’이란 말이 나온다. 삿됨을 돌이켜 바름으로 돌아오니 이것은 어려움을 뽑아내고 바른 것으로 돌아가 태평을 얻는다 하였다. 즉 혼란을 수습하고 정상을 회복한다는 의미이다.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운무(雲霧)한 상태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을사년 새해에는 회복되고 태평한 국리민복(國利民福)의 한 해를 기대하고 희망해 본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해’로, 특별한 새해가 되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을 담아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겨내면 좋겠다.또한 푸른 뱀띠가 상징하는 젊음과 생명력의 에너지로, 뱀띠가 의미하는 지혜를 모아 풍요로움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십이지신 중 용을 제외하고 제일 어른삼국유사·박혁거세 신화서 풍요·다산그리스·로마 신화 ‘지혜로운 뱀이야기’세계 여러나라 의사협회 뱀 마크 연원조선후기 유행한 ‘당사주’ 뱀띠 특징에용모단정 하고 학업과 예능 문무 겸비재물과 사람 지켜주는 귀한 존재 인식제주지역에선 신으로 여겨 복 빌기도“대한민국, 뱀처럼 지혜롭게 다시 태어나자!” ‘푸른 뱀의 해’인 2025년 새해가 밝았다. 2025년은 육십갑자(10간과 12지를 합해 만든 60개의 간지)의 42번째 해인 을사년(乙巳年)이다.‘을(乙)’은 푸른색을, ‘사(巳)’는 뱀을 의미해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라고 불린다. 예로부터 뱀은 불사(不死)·재생(再生)·영생(永生)의 상징이었다. 겨울잠을 자는 뱀은 매번 죽음으로부터 재생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존재로 인식됐고, 무덤의 수호신, 지신(地神), 죽은 이의 재생과 영생을 돕는 존재로 여겨졌다. 을사년 새해, 묵은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영생의 지혜를 본받아 새롭게 시작하자.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민통합과 상생 발전이 함께 이뤄져 온 국민이 평화롭기를 소망한다. △생태적 특징 ‘뱀’ 하면 가정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징그러움이다. 매서운 눈, 날름거리는 혀, 차가운 감촉, 치명적인 독. 뱀은 숨 막히는 공포의 대상이면서도 아찔한 매력을 지닌 유혹자였다. ‘창세기’에서 이브를 유혹해 인간을 낙원에서 쫓겨나게 만든 동물이 바로 뱀이다. 하지만, 뱀은 생태적으로 성장할 때 허물을 벗고, 겨울잠을 자기 위해 종적을 감추고, 겨울잠에서 다시 살아나는 뱀은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의 존재로 인식돼왔다. 뱀의 신성은 이 불사의 존재라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 인류는 오랫동안 뱀을 숭상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뱀같이 지혜로워라’고 가르쳤고, 뱀을 점술에 이용한 고대 기록도 많다. 당시 사람들에게 뱀은 땅속에 살면서 재앙이 닥쳐오면 미리 알려주는 존재다. △십이지신 중 제일 어른 12지의 6번째 동물인 뱀은 시각으로는 오전 9시에서 11시, 방향으로는 남남동, 달로는 음력 4월에 해당한다. 뱀은 가상의 동물인 용을 제외하고는 십이지신 동물 중 제일 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일한 파충류이기 때문이다. 뱀은 치유와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로, 각기 다른 문화와 신화에서 긍정적인 에너지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존재로 취급된다. 뱀과 관련된 설화 중 ‘삼국유사’ 1권의 박혁거세 신화에서는 뱀이 풍요를 분배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인도, 태국, 캄보디아 등을 잇는 남방 신화에서도 뱀은 우주의 생기와 대지의 뜻을 전하는 전령, 진리의 수호자로 숭배된다. 제주도에는 뱀의 민속신앙이 발달돼 있으며, 뱀은 집안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성격도 지닌다. 뱀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로서, 크면 구렁이가 되고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가 되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거나 어떤 계기를 만나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설화 체계가 있다. △상상 속 뱀과 치유의 상징 뱀은 치유를 상징하는 동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지혜로운 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의술의 신 ‘아폴론’의 아들인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의 번개를 맞아 죽은 고린도 왕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뱀 한 마리가 가져온 약초를 이용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지팡이를 휘감은 뱀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 신화가 세계보건기구(WHO) 마크(사진)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의 의학(의사)협회가 뱀이 그려진 마크를 이용하는 연원이다. 우리나라에서 뱀은 재물과 사람을 지켜주는 가신(家神)으로 간주되어 귀한 존재로 여겨져 왔고, 제주 지역에서는 뱀을 신으로 여겨 복을 빌기도 했다. 또한 뱀은 남근(男根)의 상징으로도 여겨져, 여성과의 성적 접촉과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로 믿어졌다. 뱀 꿈은 임신을 예고하는 길몽으로 해석됐으며, 뱀과의 접촉은 대체로 좋은 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구렁이가 자신을 물거나, 여성의 몸에 감기거나, 대문에 들어오거나, 구멍으로 들어가는 꿈은 비범한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태몽으로 해석됐다. 푸른 뱀 꿈(청사몽 靑蛇夢)이나 뱀을 만지는 꿈(무사몽 撫蛇夢)은 최고의 길몽으로 여겨졌다. 반면에, 뱀이 주변을 떠나거나, 죽거나, 불쾌한 방식으로 기어 다니거나, 혀를 날름거리는 꿈은 재수 없는 꿈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인내의 상징 ‘이무기’는 한국 설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 용이 되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며 지내는 오래 묵은 뱀이다.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 이무기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내의 상징’이다. 겨울잠을 자다가 다시 살아나는 곰이 웅녀로 변해 단군을 낳았듯이, 겨울에 죽었다가 봄에 다시 살아나는 뱀의 재생 능력은 고구려 벽화고분, 신라 토우, 삼국유사의 ‘박혁거세’, ‘경문왕’, ‘가락국 김수로왕’ 등에서 무덤의 수호신이 되고, 죽은 이의 환생과 영생을 기원할 때 형상화됐다. 민속학적으로 십이지신의 여섯 번째 동물인 뱀은 남남동쪽을 지키는 방위신(동서남북과 중앙인 5방위를 지키는 신)이다. 뱀은 다른 십이지 동물에 뒤지지 않는 대접을 받았으며,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운명을 같이하는 친숙한 존재였다. 인간의 운을 점치는 책으로 조선 후기 민간에 크게 유행한 ‘당사주’에는 뱀띠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나온다. 이 책은 뱀띠인 사람에 대해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문장력과 무술)를 함께 갖췄다”고 말하고 있다. 현실에서 뱀은 징그럽고 해로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부 뱀이 가진 치명적인 독으로 인해 사람들은 뱀을 피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했다. 상상 속 뱀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묘한 존재다. 설화 속 뱀은 은혜를 갚는 선한 존재로, 때로는 욕심이 많은 악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상상 속의 뱀은 저승세계에서 나쁜 사람에게 벌을 주는 절대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조선 전기에 그려진 ‘시왕도’는 저승을 다스리는 10명의 왕들이 집행하는 재판과 형벌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뱀은 나쁜 사람에게 벌을 주는 존재로 묘사돼 있다. △다산(多産)의 상징 우리나라에서 뱀은 재물과 사람을 지켜주는 귀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사람들은 집안에 들어온 커다란 구렁이가 재산을 지키고 재물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동물이라 여겨 이를 내쫓지 않고 오히려 잘 보호했다. 제주 지역에서는 뱀을 신으로 여겨 쌀과 깨끗한 물을 뿌리면서 복을 빌었다. 또 신라시대의 박혁거세 신화에 따르면 뱀은 여러 개의 알 또는 새끼를 낳으므로 풍요와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쓰였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네 업 신앙에서 보이는 구렁이 숭배다. ‘업’은 한 집안의 살림을 보호하는 동물이나 사람을 가리키는데, 우리 민속에서는 예부터 업단지를 만들어 그 안에 쌀이나 돈을 넣어 두고 뱀을 신으로 모셨다. △약용으로 쓰는 뱀 뱀은 민간 의료의 약용으로도 쓰인다. 약용으로 쓰는 뱀은 주로 살모사, 구렁이, 칠점사, 독사, 독뱀 등이다. 뱀은 강장 작용을 하고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하강 작용을 하며, 일체의 허약성으로 오는 질환에 사용된다고 알려졌다. 뱀 허물도 중요한 약재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산림경제(山林經濟)’ 등에서도 뱀 허물이 약재로 쓰인다고 기록돼 있다. 한국 문화에서 푸른 뱀은 지혜, 치유, 재생, 생명력,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벅찬 가슴으로 새로운 희망을 꿈꾸지만 올해의 시작에 거는 기대는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12지 동물 중에서도 유독 ‘지혜와 부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온 뱀은 뒤를 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동물이다. 을사년 뱀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도 뱀처럼 지혜롭게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기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1-01

민선 8기 김장호 시장 2년 6개월 만에 8조1807억 투자유치

구미시가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구미시는 민선 8기 출범 2년 6개월 만에 604개 기업으로부터 8조 1807억원의 투자와 5천615명의 고용 창출을 이뤄냈다. 이는 민선 7기 4년간의 투자유치(8조 2000억원) 실적과 맞먹는다. 구미시의 이러한 성과는 반도체, 방산, 이차전지, AI 첨단산업 등 미래 핵심 산업 육성과 최적의 투자환경 조성, 적극적인 행정추진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본지는 구미시의 성공적인 투자유치 전략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살펴봤다. □ 미래 핵심 산업 집중 유치 지난해 4월 방산 혁신클러스터 유치, 7월 반도체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지정에 이어 올해 6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구미시는 첨단산업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미시는 2024년 한 해 263개 기업에서 3조 8493억원의 투자와 1738명의 신규 고용을 확보했다. 이는 첨단산업 중심의 투자유치에 전력을 다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구미시는 민선 8기 들어 반도체 분야에서 5개 기업이 1조 4687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차전지 분야는 10개 기업이 6742억원, 방위산업 분야는 5602억원의 투자가 확정됐다. 구미시는 이러한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반도체, 방위산업, 2차전지 등 첨단 산업 중심의 투자 유치 전략을 통해 지역 경제 구조를 첨단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또 기업의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베테랑 팀장 제도’를 도입하고, 규제 완화와 인허가 지원을 통해 투자 실행력을 높였다. □ 연이은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공 고금리와 고물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구미시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연이어 성공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구미하이테크에너지는 지난달 13일 코람코자산운용과 손잡고 구미5산단에 2조원 규모의 AI데이터센터와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을 확정했다. 이 사업은 오는 2028년까지 구미하이테크밸리(5산단) 내에 100㎿급 AI데이터센터와 60㎿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구축하는 것으로, 사업은 구미하이테크에너지가 주도하며, 코람코자산운용의 금융지원과 시공사 및 전문운영사와의 협력체계로 추진된다. 구미하이테크에너지는 풍부한 전력과 안정적인 자연환경을 갖춘 구미에 수소연료전지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 2028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주)알코도 구미에 2500억원 규모의 알루미늄 생산공장 건립을 약속했다. (주)알코는 알루미늄 재료 제조 기업 (주)멜콤인터네셔널이 사업 확장을 위해 2024년 신규 설립한 회사로 알루미늄 압연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중국의 정책변화에 따른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를 목표로 1산단 내 대지면적 6만6115㎡(약 2만평)규모의 부지에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구미공장에는 2027년까지 1차 라인에 4기, 2030년까지 2차 라인에 16기를 추가해 총 20기의 압연 라인을 구축할 계획으로, 500명 이상의 신규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구미시는 대규모 투자유치를 연이어 성공하면서 ‘2024 경상북도 투자유치 대상’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2019년, 2021년, 2022년 대상과 2023년 우수상에 이어 5년 연속 수상이다. □ AI데이터센터 메카로 도약 구미시가 AI데이터센터 분야의 새로운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 최초로 AI데이터센터와 수소발전소를 결합한 신개념 모델을 유치한 데 이어, 삼성SDS의 AI데이터센터 건립 계획까지 더해져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삼성SDS는 최근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내 부지 일부를 215억원에 매입했다. 삼성SDS가 매입한 부지에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립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는 국내외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와 IT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삼성SDS는 국내 5곳(서울 상암, 수원, 구미, 춘천, 동탄)과 해외 13곳 등 총 18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으로, 신규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19번째 센터가 된다. 클라우드는 IT서비스 부문에서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올해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63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으며, IT서비스 부문 총 매출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SDS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CSP)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MSP)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클라우드 관련 주요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구미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 비용과 안정적인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데이터센터 운영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구미에는 지난 1996년 설립된 삼성SDS의 데이터센터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 또 신공항(직선거리 약 10㎞), 고속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다양하고 낙동강 기반의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이 가능하다. “나는 ‘영업 6급’ …기업 모시기 더 전력” 인터뷰 조용경 투자유치1팀장 조용경 투자유치1팀장 기업을 모셔오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일한다는 구미시 조용경(43) 투자유치1팀장의 말이다. 조 팀장은 구미지역 기업인들에게는 해결사로 통한다. 적극적인 업무 추진으로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먼저 알고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최근 구미지역에 투자한 반도체 관련 A기업도 조 팀장의 업무 능력 덕분에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A기업은 공장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법령 해석을 잘못해 짓던 공장을 부수고 다시 지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비용도 문제였지만, 공사시기가 늦어지면 제품 납품에 차질이 생겨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조용경 팀장과 팀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행정기관들을 찾아 다녔다. 문제점에 대해 적극 어필하고 법령 해석을 기업에 유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발품을 팔았다. 구미시 투자유치1팀의 이러한 노력으로 결국 A기업은 별 다른 문제 없이 건축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A기업은 조만간 조 팀장 등에게 감사장을 전달 할 예정이다. 조용경 팀장은 “A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된 일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기업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인들을 만나고 나면 지역에 더 좋은 투자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행정6급이지만 늘 영업6급이라는 마음으로 기업인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기업 유치를 위해선 수도권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2024년 최초로 수도권에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2번이나 개최했다. SNS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조 팀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을 가만히 앉아 볼 수만은 없다”며 “기업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요소들을 사전에 파악해 구미가 얼마나 기업하기 좋은 도시인지를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미는 55년의 국가공단의 역사가 숨쉬는 말그대로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중심”이라며 “기업이 곧 구미이다. 기업을 모시는 일을 사명으로 알고 구미가 대한민국의 산업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1-01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절벽 위 푸른 노송시간 초월한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 느껴져

2025년 뱀띠 새해를 맞이하여 지혜롭고 진중하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내연산 향로봉을 오르면서 계곡의 아름다움에 반해 또다시 이곳을 찾으리라고 마음을 먹은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던 차 노거수회를 창립한 이삼우 회장님의 전화를 받고 내연산 계곡의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겸재 정선이 그린 ‘내연산폭포도’와 ‘고사의송관란도’에 그려진 노송이 이 계곡 암벽 위에 실제 자라고 있다고 하면서 함께 가서 보기를 권했다. 300여 년 전 그린 작품에 나오는 소나무가 실제 현존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뛰었다. 천원권 지폐에 실린 ‘계상정거도’는 예술적 감각과 조선의 자연미를 상징적으로 잘 묘사한 문화적 의미가 깊은 겸재 정선의 작품이다. 내연산 계곡의 아름다운 자연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인정한 마당에 그림 속의 노송을 천연기념물 반열로 올려놓는 것이 옳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위 위나 틈새에 살아가는 소나무 사진 마니아들도 있다. 그 끈질긴 삶의 모습에 매료되어 위험천만한 곳도 아랑곳 하지 않고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 국민 또한 그러한 암벽의 바위 소나무를 환호한다. 우선 미루고 보는 나의 성격과 빠른 세월 때문에 어영부영하다 보니 그로부터 수개월이 훌쩍 지났다. 더는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하여 지난 연말에 노송을 찾아 나셨다. 먼저 겸재 정선의 ‘내연산 폭포’ 진경산수화를 찾아 노송의 위치를 마음속으로 새겼다. 화가의 붓끝에 내 마음을 싣고 캠퍼스를 종횡무진으로 누비었다. 듬뿍 묻힌 붓끝을 꾹 눌러 대담하고 굵은 선으로 폭포 주변 바위의 견고함과 자연의 역동성을 표현해 나갔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부드럽고 유려한 선으로 표현되어, 거친 바위와 대비를 이루었다. 먹의 농담을 활용해 산과 바위의 질감을 묘사하고, 채색으로 나무와 폭포, 바위, 산 등 자연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그 붓끝의 마침은 아니나 다를까 기암괴석 절벽 위 천년송이었다. 만고에 움직일 수 없는 깎아지른 큰 바위 절벽 폭포 위에 충절의 푸른 노송을 심어 놓았다. 암벽 바위 위에 살아가는 노송을 찾아내어 그림 속에 담아 영원히 잊혀지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불멸의 ‘겸재 천년송’으로 재탄생해 놓았다. 그런 악조건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푸른 소나무는 끈질김과 굳센 의지를 말해주었다.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바위산은 무한한 가능성을 말해주고 계곡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은 동해에 발을 담그고 영원히 마르지 않는 꿈을 꾸고 있다. 붓끝은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흐르는 물처럼 때로는 휘몰아치는 바람처럼 거침없었다. 그렇게 하여 그림 속 소나무의 실제 위치와 형태 등 생태를 상상해 가슴에 품었다. 현장에 도착했다. 학소대 기암절벽과 바위암 선일대, 물보라를 일으키는 연산폭포 등 한 폭의 산수화로 펼쳐 놓은 풍경이었다. 내연산의 풍광을 보며 300년 전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여기서 시작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장의 복잡함 자연의 풍경을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움과 힘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순함은 궁극의 세련됨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단순함은 가장 복잡한 과정을 통과한 마지막 결정체인 다이아몬드와 같기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내연산의 절벽과 낙하하는 물줄기, 주변의 수목이 조화를 이루며, 단순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담았다. 자연 속에 담긴 유교적 이상과 조화로운 인간 정신을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겸재의 그림은 내연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해주었다. 그뿐만 아니다. 모르고 무심하게 지나칠법한 높은 암벽 바위를 붙들고 살아가는 끈질긴 소나무의 생명력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송을 보고도 그곳을 찾아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절벽의 바위 위에 있는지라 접근할 수 없었다. 이삼우 노거수회 회장님과 통화를 하고 스케치한 그림을 카카오톡으로 송부받아 겨우 접근 할 수 있는 바위 틈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천년송 가까이 갔을 때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어 멀찌감치서 사진을 촬영하고 그 생명의 끈질김을 감상하고 겨우 엎드려 팔을 뻗쳐 손으로 악수하고 심호흡했다. 절벽 바위 위에는 다섯 그루의 소나무가 살아가고 있었다. 나이를 짐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저 천년송 오 형제라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덩치가 큰 소나무는 그래도 약간의 흙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아마 납작하고 가느다란 긴 뿌리가 멀리 계곡으로 발을 뻗고 있지 않을까? 그저 신비할 따름이다. 겸재의 붓끝에서 피어난 그림 속 노송을 눈으로 직접 마주하니, 그의 마음에 스며들었을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늘을 향해 구불구불 뻗어나간 가지는 마치 시간을 초월한 손짓처럼 보였다. 천년의 세월을 견디며 이 자리를 지켜온 노송은 단순한 나무 그 이상이었다. 그 안에는 자연의 고고한 품격과 생명력, 그리고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노송 아래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나무를 타고 흐르는 시간의 숨결, 바위 속 깊이 자리 잡은 뿌리가 전해주는 묵직한 에너지가 온몸을 감쌌다. 그의 붓끝이 그린 단순한 풍경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 그리고 시간이 쌓아 올린 경외의 기록이었다. 이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려는 식물학자이며 향토 사학자이시고 노거수회를 창립한 이삼우 기청산식물원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이 나무가 단지 한 그루의 나무를 넘어 자연유산임과 동시에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든 문화유산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나는 겸재의 그림 속에서 이 폭포와 노송이 어우러진 장면을 떠올렸다. 그가 붓끝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은 단지 자연의 형태가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그의 철학과 마음이었음을 깨달았다. 노송과 폭포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초월한 자연의 위대함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이러한 자연유산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야말로 우리에게 자연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운다. 만약 이 노송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하나의 나무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이 될 것이다. 겸양의 미덕으로 평생을 살아온 겸재 정선의 삶의 철학과 도덕을 본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겸재 정선의 붓끝에서 태어난 천년 노송과 폭포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다.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畫)를 창시했다. 1733년 영조 때 청하 현감을 지냈다. 부채 그림인 ‘고사의송관란도(高士倚松觀瀾圖)’와 ‘청하 내연산폭포도’에 등장하는 소나무와 아주 흡사한 소나무가 현재도 내연산 폭포 벼랑 위에서 자라고 있다. 그림 속의 소나무를 현재 벼랑 위의 소나무로 특정하고 ‘겸재송’이라 최초로 이름한 것은 포항의 이삼우(李森友) 기청산식물원 원장이다.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한국의 자연과 전통미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계상정거도(천원권 지폐에 실린 그림), 인왕제색도, 금강전도, 월송정, 망양정 등 많은 작품이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1-01

동해 상징 ‘오징어·도루묵·명태’ 사라진 자리 ‘방어’가 꿰찼다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동해안에 살던 명태와 오징어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갱이, 삼치 등이 대신하고 있다. 죽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 씨는 “오징어와 명태는 아예 씨가 말랐다. 전갱이와 삼치는 많이 잡히고 있지만, 예전의 풍성함은 사라졌다”고 전했다. 동해안 대표 겨울어종 도루묵도 자취를 감췄다. 작년 도루묵 어획 총량은 총 172t으로 지난해 433t보다 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룡포에서 생선조림 가게를 운영하는 남 씨는 “매일 아침 일찍 어판장에 도루묵을 사러 가는데 갈수록 도루묵을 사기가 힘들다. 그렇게 흔하던 도루묵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모르겠다”며 “찾는 손님은 많은데 물량이 적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분야 기후 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대중성 어종인 고등어, 살오징어, 멸치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2010년대부터 살오징어는 어획량이 급감했고, 멸치와 고등어류도 감소 또는 정체 상태를 보였다. 반면, 주요 난류성 어종인 방어류, 전갱이류, 삼치류는 지난 40년간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30년 차 오징어잡이 선장 박씨는 “예전과 같은 어획량을 기대할 수 없다. 바다에 나가면 오징어가 보이지 않는다”며 “30년 넘게 배를 탔지만, 요즘은 오징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바다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동해안의 오징어 어획량은 10년 전 9400t에서 2023년 1300t으로 급격히 감소한 반면, 난류성 어종인 방어의 어획량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해안에서 잡힌 방어는 4700t에 달해 전체 어종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예전에는 제주가 방어의 주산지였으나, 지금은 동해안이 대표적인 어획지로 부상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정선해양조사 관측 결과 지난 56년(1968~2023) 동안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44℃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 수온 상승률은 0.0125℃/yr로 동기간 0.70℃ 상승해 한국 연근해의 연평균 표층 수온 상승률이 전 지구 평균과 비교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해역별 표층 수온은 동해 1.90℃, 서해 1.27℃, 남해 1.15℃ 상승해, 동해의 표층 수온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러한 수온 상승은 해양 생태계에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동해안에서는 여름철 상어가 자주 출몰하고 있는데, 2022년 1마리에서 지난해 15마리로, 올해는 30마리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공격성이 강한 청상아리와 같은 상어도 적지 않게 포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어의 먹이가 되는 방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증가하면서 먹이를 따라 상어의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청하고 있다. 수산과학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2100년까지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은 최대 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며, 특히 동해는 최대 5℃ 내외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76년 뒤 바다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질 것이며, 이는 전 지구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온대성 어종이 사라지고, 열대·아열대성 어종이 동해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어류 양식에도 큰 피해를 준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자연재해에 따른 양식어업 피해는 총 326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는 1947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환성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수산자원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한류성 어종인 명태, 도루묵, 임연수의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방어류, 삼치류, 전갱이류는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다. 오징어는 동해에서 자원 수준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수온 상승으로 분포가 동해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어장 형성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어업인들에게 신속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들과 TF팀을 꾸려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1-01

“10∼20년 후 동해는 ‘아열대어’ 세상될 것”

해양환경을 27년간 꾸준하게 연구한 이승호사진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는 “이상기후로 인해 어종변화가 뚜렷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해수온 상승으로 차가운 물에 서식하는 종은 감소하고, 따뜻한 물에 서식하는 종은 북쪽으로 서식처를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대표적 난류성어종인 참다랑어 어군이 동해에서 관찰되는 등 어종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도 난류성 어종 증가와 명태와 같은 한류성 어종이 감소하고 수온상승이 지속된다면 10~20년 후에는 아열대성 어종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상기후가 동해안 어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 최근 오징어 어군이 따뜻한 물을 따라 북상하면서 오징어 어획량은 2010년대 1만여t 에서 최근 10분의 1 수준인 1300 t 정도 어획되고 있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방어는 주로 제주도에서 잡혔는데, 이제 동해안에서 5000t 정도 잡히는 일반적인 어종이 됐다. 난류성어종인 고등어는 1970년대 8만t 정도에서, 2000년대 초반 15만t 이상으로 증가했다. 20년이 지나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2023년 5만t, 2024년 3만 7000t으로 해마다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도 너무 더워진 바다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해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남해안의 대표 어종인 멸치는 강릉해역까지 북상했다. 특히 대표적 난류성어종인 참다랑어 어군이 동해에서 관찰되는 등 어종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 동해안의 어류 생태계 변화가 해양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 성게는 해조류를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바다사막화를 가속화 시키는데 성게를 먹는 한류성 어종인 돔류가 감소하면서 그 빈자리를 무절석회조류(시멘트 같은 탄산칼슘 성분의 조류)가 증가해 바다가 하얗게 보이게 된다. 이로인해 다른 생물들에게도 영향을 주면서 해조류 생육지가 없어지고 결국 어류의 서식지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승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대표 - 어종 변화로 인해 동해안 지역의 어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 어종 변화는 어획량 변화, 대상종 변화, 어구변화, 작업방법, 어업시기 변화 등 어촌문화 전반에 변화를 주고 있다. 어획량은 감소하는 만큼 어종복원, 서식지 복원, 연안습지복원과 함께 잡는 어업이 아닌 기르는 어업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 앞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대비해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 20년후 동해안 수온은 약 1.5~ 2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문제 혹은 몇 몇 나라가 나서서 될 일이 절대 아니고 전지구적인 문제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공조를 강화하고 긴밀하게 협력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탄소배출을 줄이고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하여 그 변화 시기를 늦춰야 한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1-01

포스코, 유망 강소 기업 발굴과 육성의 요람으로

포스코가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포스코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체인지업그라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망 강소 기업 발굴과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체인지업그라운드는 포스코가 약 830억 원을 투자해 건립한 벤처 보육공간이다. 포스코 그룹의 80여 국가와 162개 법인 등 비즈니스 네트워크, 단일 캠퍼스 기준으로 세계 2위 수준인 약 2조 원 규모의 RD 시설과 5000여 명의 연구인력, 포항과 경북도 등 지자체의 지원 시스템 등을 모두 활용하는 벤처밸리의 허브이다. 현재 벤처기업 104곳이 입주해 있으며, 근무인원은 1100여 명, 기업가치는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연구중심대학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방사광가속기 등 40년간 축적된 RD 인프라와 산학연 협력 체제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원천기술 사업화 스케일업, 오픈랩과 제조 인큐베이팅 센터포스코 그룹의 ‘원천기술 사업화 스케일업’ 프로그램은 소재·부품·장비 분야 스타트업의 지속 성장을 돕는다.이 프로그램은 데스밸리(Death Valley·창업 3~7년 차 기업이 경영 어려움을 겪는 시기) 극복을 위해 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검증과 스케일업(Scale-up) 과정을 필수적으로 지원한다.이 실용화 지원은 RIST가 담당하고 있다. RIST는 제철소 현장지원 연구를 시작으로 비철 소재, 환경에너지, 설비엔지니어링 분야로 확장하며, 국내 유일의 실용화 전문 연구기관으로 성장했으며, 오픈랩과 제조 인큐베이팅 센터(제조 I/C)를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오픈랩은 대학 등 외부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미래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기초 및 원천 기술의 스케일업 연구를 진행한다.여기서는 시제품을 만들어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여 제품화하고, 이를 창업으로 연계한다.제조 I/C는 창업 기업의 빠른 상용화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도시형 공장이다.파일럿 설비 구축을 위한 제조 공간과 시험 및 가공 설비를 제공하며, 양산에 필요한 엔지니어링도 지원한다.현재 RIST의 실험동과 나노융합기술원에서는 바이오앱, 그래핀스퀘어 등 벤처기업 3곳의 스케일업을 돕고 있다. 제조 I/C는 소부장 분야 벤처기업 스케일업에 특화된 국내 유일의 프로그램으로, 해외 창업 생태계에서도 드물다. 이 프로그램의 운영 효과에 주목한 중소벤처기업부, 경북도와 포항시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력 국책사업으로, 약 4000㎡ 규모의 ‘첨단 제조 I/C’를 구축 중이다. 2025년 말 준공 예정인 이 센터는 앞으로 30년간 100개 이상의 제조 스타트업의 상용화 스케일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유망 스타트업 발굴육성, 포벤처스 및 POSCO Idea Market Place포스코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해 두 가지 주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첫 번째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포벤처스(POVENTURES)’로, 이는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도전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창업 이후 최대 3년까지 창업무급휴직과 사업화에 필요한 지식재산권(IP) 실시권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2019년 시행 이후 현재 6기까지 31팀을 선발했으며, 이 중 18팀이 창업에 성공했다.두 번째 프로그램은 3년 이내 초기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POSCO IMP)’이다.이는 국내 대기업 최초의 공모 프로그램으로, 소재 지역이나 모집 분야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선발된 팀에게는 최대 5억 원까지 투자가 이뤄지며, 판로개척과 투자유치 지원, 스타트업 월드컵 등 글로벌 진출 기회도 제공된다.2020년 이후 총 6262팀이 응모했고, 이 중 65팀을 선발해 190억 원을 투자했다.앞으로 제조 인큐베이팅 센터 등과 연계해 상용화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벤처 펀드의 투자도 연계할 계획이다. ‘도전! K-스타트업’서 잇단 수상… 육성기업들 성과 빛을 발하다 ◇‘도전! K-스타트업’ 대회에서 빛난 포스코 육성 벤처기업포스코가 육성한 벤처기업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지난해 12월 열린 ‘도전! K-스타트업’ 대회에서 벤처기업들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도전! K-스타트업’은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10개 정부부처가 협업해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 경진대회이다. 올해 총 6238개 팀이 참여했으며, 예선리그부터 치열한 경쟁을 거쳐 왕중왕전까지 총 20팀이 최종 수상팀으로 선정됐다. 그 중 포스코가 육성을 지원한 스타트업인 △바이오브릭스 △고레로보틱스 △앰버로드 △일만백만 모두 창업리그에서 수상했다. 고부가가치 의료용 바이오잉크 소재를 개발하는 바이오브릭스는 최고상인 대상을, 자율주행로봇을 활용해 건설자재를 배송하는 고레로보틱스는 최우수상을, 공정 최적화 AI솔루션을 개발하는 앰버로드는 우수상을, 고객 최적화 영상 제공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인 일만백만이 장려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 대회에서 수상한 포스코 육성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2025년 새해 포부를 들어봤다. △바이오브릭스 장진아 대표 - 대상(대통령상)우리 바이오브릭스는 동물성 소재 기반 바이오잉크 개발로 인체 인공장기 생성소재를 개발해 의료기술의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임상용 바이오잉크 소재로의 적용과 더 나아가서 의료기기 및 의약품의 주요한 성능을 부여하는 혁신 소재로의 가능성을 타진해 글로벌 넘버원 dECM(조직 또는 세포로부터 핵, 세포막, 핵산과 같은 세포 성분이 제거되고 남은 세포 밖에 존재하지만 세포와 밀접하게 연관된 고분자들) 공급자가 되고자 한다. 2025년에는 난치성 각막 궤양 치료용 의료기기(GelCODE)의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과 후속 제품의 대동물 유효성 평가를 앞두고 있다. 혁신 바이오 소재의 임상 진입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고레로보틱스 이동민 대표 - 최우수상(교육부장관상)2025년은 건설산업에 있어 혹독한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위기를 활용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 고레로보틱스가 개발중인 차세대 건설자재 운반 로봇으로 공사기간 단축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다. 물류 데이터로 건설사가 보다 효율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국내 건설산업이 겪고 있는 인력부족 및 대한민국 고령화 문제는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고레로보틱스가 제공하는 솔루션은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만큼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한다. 최근 민간투자 57억과 정부지원금 27억 원을 수주해 약 84억 원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흔들림 없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 이앤씨에서 지난 10년간 근무하며 쌓은 건설 현장 경험과 미국 유수 대학 UCLA, MIT, 미시건 등 출신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수준 높은 로봇을 개발해 포항에 이차전지, 제조업, 건설산업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    △앰버로드 임언호 대표 - 우수상(환경부장관상)앰버로드는 대중소기업 제조 공정 최적화에 필요한 AI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글로벌 제조업들이 AI도입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제조 AI쇼핑몰’이 되는 것이다. 2025년에는 더 많은 글로벌 제조업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동시에 고도로 커스터마이징된 다양한 AI솔루션 제품군을 출시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앰버로드는 포스코에서 8년 간 33건의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적용해 매년 397억 원의 이익을 낸 노하우가 있다. 기존 제조 AI 솔루션들이 높은 비용과 오랜 기간이 소요됨에도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 달리, 앰버로드는 몇 가지 차별 포인트로 성과를 낸 것이다. 데이터 수집을 통한 AI 모델 개발, 모델 운영관리 시스템 구축 등으로 올인원 솔루션을 3개월 안에 적용하고, 실시간 AI 모델 추천 의사결정 가이드를 통해 현장 작업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앰버로드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제조업계의 AI 도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일만백만 김유석 대표 - 장려상(특허청장상)일만백만은 고객 정보 등을 인공지능이 자동 학습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비즈니스 영상을 만들고 있다. 일만백만은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AI 영상 생성 기술을 개발했다.우리 기술은 단순히 영상 제작을 넘어, 기업의 정체성을 정확히 반영하고 직관적으로 편집이 가능하며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새해에는 일만백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하는 해가 될 것이다. CES 2025 혁신상 수상을 시작으로, 이미 검증된 우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유수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특히 POSCO IMP의 지원으로 글로벌 기술 검증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문서에서 영상으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화하는 시대에, 일만백만이 그 혁신을 주도하겠다.   /이부용 기자

2025-01-01

성주군, 호국보훈고장 기반 다지고 취약계층 든든한 동반자로

성주군은 9개단체 6000여명의 오랜 숙원이었던 보훈회관을 신축하고 61년된 충혼탑을 재정비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등 호국보훈의 고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군은 또 취약계층의 든든한 동반자로 소외되는 주민없이 모든 군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주민복지 향상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 보훈회관 신축 성주군은 지역 내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의 복지 증진을 위해 신축한 성주군 보훈회관이 지난 11월 22일 준공식을 거쳐 본격 운영중이다. 그동안 보훈단체 회원들은 오래된 건물이나 콘테이너하우스 등 열악한 환경과 산재한 사무실에서 어렵게 소통하며 보훈회관 건립의 필요성을 지속 제기하고 있었다. 군은 2022년 신축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5월까지 28억원의 예산으로 성주읍 경산리에 지상 3층 연면적 955.5㎡규모로 건물을 완공하고 상이군경회 등 9개 보훈단체가 6월에 입주를 완료했다. 10월말 보훈회관과 연접한 청년창업랩 건물을 리모델링해 성주군보훈회관으로 사용하게 됨으로 체력단련실, 카페 및 대회의실까지 조성하여 보훈관련 각종 행사나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 독립운동 기념공원 조성 성주군은 지역 내 호국·독립 정신을 계승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61년된 충혼탑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독립운동기념공원 조성으로 호국보훈의 고장 기반을 다졌다. 충혼탑은 710위의 위패가 모셔진 성주군의 대표적인 추모 공간이지만, 계단으로만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협소하다. 1963년에 건립돼 노후화됐을 뿐만 아니라 고령의 국가유공자들의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전면적인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성주군은 20억정도의 예산으로 현부지를 9m정도 절토해 1400평의 바닥면적을 확보한 뒤 탑신교체, 주차장확보, 화장실설치 등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추모공간으로 정비코자 25년부터 본격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성주군은 88명의 독립운동가를 보유하고 있는 독립운동의 고장이다. 4.2 만세운동 및 1919년 파리장서운동에 참여한 유림이 15명에 이르고 있어 군 지역 참여자가 가장 많다. 군은 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성주군 독립운동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41억원의 예산으로 파리장서 운동의 모의장소인 백세각과 연계해 5000여평 규모로 독립운동가 및 파리장서운동 기억의 벽, 기념비, 유아숲놀이터 등을 조성해 군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 참한별 온동네 스무바퀴 성주군은 주민과의 소통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성주군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추진한 ‘참한별 온동네 스무바퀴’사업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이 사업은 오지마을 등 평소 복지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20개 마을을 찾아가 주민과 소통하고,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는 것.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민과 즐거움을 나누며 마지막에는 이웃주민과 함께 어우러지는 장(洞心通:마을과 마음이 통하다)을 만드는 성주군만의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올해도 20마을 3200여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군은 발굴된 8가구를 사례관리대상자로 지속 관리중이며 지난 11월 14일 참여마을대표자 및 참여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한 총평회시 호평을 받았다. □ 아너소사이어티 도내 군부 최다 한 사람의 기부가 빛이 되어 성주가 기부와 나눔문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 한해 많은 아너소사이어티가 탄생했다.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고액기부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명이나 가입해 총 11명의 아너소사이어티가 성주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며 경북도내 군부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주군나눔봉사단(명예단장 김이숙)은 기부기간을 정하지 않고 일년내내 활동을 하며 ‘착한가게’, ‘정기기부자 발굴’, ‘기부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며 폭넓은 기부나눔 문화 확산에 애쓰고 있다. □ 568명 찾아가는 행복기동대 올해 5월 고독사예방 게이트키퍼 행복기동대를 경북도에서 가장 먼저 발족했다. 현재 568명이 각 읍면에서 위기가구 발굴 및 고립·단절된 이웃과 1:1 결연 사업을 추진해 고독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부를 살피고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대상자 중심으로 운영하던 실무분과를 주거환경·고독사예방· 통합돌봄·읍면네트워크 분과로 재정비해 新 복지사각지대 문제에 대응하고,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 스마트 복지 안전체계구축 군민의 복지 접근성과 필요한 복지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성주복지 플랫폼’ 구축 및 운영, 카카오톡채널의 ‘성주군희망드림’, 스마트폰을 활용한 ‘복지알림위기앱’등 다양한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언제 어디서나 쉽고 간편하게 위기가구를 발굴 제보하고 1:1상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효과는 위기상황에 처한 군민들의 공공복지 서비스 신청률을 높이고 각종 교육서비스 신청 기능을 추가하여 시간적·물리적 제약을 해소해 참여 기회의 폭을 대폭 넓혔다. □ 이웃사촌복지센터 운영 경북도에서 5년째 추진중인 이웃사촌복지센터는 도내 6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으며 성주군이 우수 이웃사촌복지센터를 운영하여 해마다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참여한 읍면은 총 10개소로 자체 주민간담회를 통해 지역민들의욕구를 파악하고 마을마다 원하는 프로그램지원, 주민역량강화교육, 동아리 지원 등을 통해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마을의 문제에 참여하여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매년 각 마을별로 추진하던 마을축제는 금년에 4개 마을이 함께 참여해 마을간 화합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성주군 이웃사촌복지센터는 복지인프라가 적은 농촌지역에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도시에 살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많다는 인식확산과 함께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지역의 문제에 참여하여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복지 안전망 강화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 성주군은 지역 내 취약계층의 자립적인 삶을 지원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맞춤형 복지급여 선정기준 및 지원기준 상향에 따라 330세대 446명(전체 2110 세대 2653명)의 수급자를 책정, 생계급여 등을 지원해 수급자의 최저생활 보장을 강화했다. 의료급여 대상자의 건강 관리능력 향상과 합리적 의료 이용을 돕기 위해 정기적인 가정 방문을 진행하고 입원 필요도가 낮은 수급자가 집에서도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재가 의료급여 사업을 통해 3가구에 병원 진료 지원, 돌봄, 주거환경개선 등을 실시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해 외부 출입을 하지 못하고 집안에 홀로 있는 취약계층 13세대를 방문해 전문가가 대상자의 근력 정도 및 운동능력을 확인한 후 맞춤형 운동 지도를 통해 일상생활 영위와 삶의 질 향상을 도모했다. 아울러 비정상거처(쪽방·비닐하우스·컨테이너·여관 등)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12세대에 주거상향 지원사업을 통해 임대료 지원과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했다. /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4-12-30

성주군, 2025년 농업조수입 1조원 시대 열기 ‘총력’

2025년 성주군 의회는 농정과 본예산 550억원을 삭감없이 원안 가결하였다. 이는 2024년 본예산 513억원 대비 37억원이 증액된 금액으로 성주군 행정과 의회는 농업조수입 1조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 참외조수입 6200억원을 달성한 이유는 행정과 의회가 하나가 되어 농업분야에 아낌없는 지원과 3800여 달인인 된 참외재배 농가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2년 연속 성주참외 조수입 6000억원 달성은 참외 농가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행정의 정책발굴, 의회의 적극적인 지원 등 모든 분야의 단합된 노력 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군수는 이어 “앞으로 우리 미래 농업 세대들이 판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참외 조수입 7000억원과 농업소득 1조원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농업분야에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 이상기후 신속 대응 지난 2024년 한해, 성주참외는 1월부터 3월까지 잦은 강우, 일조량 부족 등 이상기후로 인해 수정, 착과불량, 발효과·기형과 발생이 증가하여 생산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행정, 생산자, 유통기관 등이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참외 조수입 6200억원을 달성했다. 주요 추진내용으로는 △일조량 피해에 따른 참외 영양제 공급지원(3억원) △일조량 부족 재해인정 및 지원(52억원) △쿠팡 MOU체결(온라인 매출 확대 협약) △참외 작황 및 출하 동향 점검을 위한 농식품부장관 방문 △성주참외 소비촉진 및 홍보행사 추진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 외국인 계절근로자 안정적 입국 성주군에서는 농촌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으로 인한 구조적 일손부족 현상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내·외 인력풀을 활용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농업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2024년에는 상반기 867명, 하반기 102명 도입했다. 내년에도 상반기 1500명, 하반기 300명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또한 농업분야 국내 근로인력 모집 및 필요 농가에 근로인력을 알선·중개하는 농촌인력 중개센터도 적극 추진하여 고질적인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소해 나가고 있다. □참외 생산기반시설 현대화 성주군에서는 고품질 참외 생산을 위해 시설현대화 사 업에 연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한 시설원예 현대화사업(PO필름)은 광 투과율을 증대시켜 성주참외 품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시설 현대화사업에 집중 지원하여 참외품질 향상 및 농가 경영비 절감을 견인하고자 한다. 2025년도 주요 추진사업으로는 △시설원예 현대화사업(PO필름, 측·천창 자동개폐 등) △시설원예 에너지절감(보온덮개 자동개폐기) △시설원예 품질개선사업(인발파이프) △성주형 스마트 참외시설(스마트 보온덮개 자동개폐기, 스마트 관수관비기 등) △스마트 원예단지 기반조성사업 등이다. □ 비상품 농산물 자원화센터 발효과 및 저급 참외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고 엄격한 선별과정을 통한 고품질 참외만을 유통시키고자 전국 최초 시설인 ‘비상품 농산물 자원화 센터’를 건립해 2024년도부터 본격 운영하고 있다. 저급과 반입동에서 마지막 액비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진행, 전면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비상품 농산물 자원화센터로 인해 저급과 수매 희망 농가 장시간 대기, 처리 과부화, 악취 발생 등의 불편 사항을 전면 개선하였고, 또한 수매된 저급과 참외를 활용한 액비를 연중 생산하여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자연환경 보전으로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 농산물 유통시설 자동화 참외 유통시설에도 스마트한 바람을 일으킨다. 기존 12개 APC(산지유통 처리시설) 중 4개 APC(참외원협, 성주, 대가, 월항)에 AI 선별 시스템 등으로 이루어진 스마트시설을 지원하였고, 내년에는 성주농협(추가 설치), 수륜농협에 지원하여 농산물 입고·저장·선별·포장 등 APC 기능을 자동화하고, 단계별로 생성되는 정보를 디지털화하여 물류·거래 등에 자동으로 정보를 전달·환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 수출시장 확대로 유통다변화 아울러 더 빠른 속도로 변화된 소비트렌드를 반영하고 MZ세대에 맞는 전략적 마케팅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다변화된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농특산물 온라인 유통지원(참외쇼핑몰, 라이브커머스, 꾸러미, 우체국쇼핑몰 등)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브랜드 홍보 영상 촬영 △대형유통업체와 함께하는 MZ세대를 겨냥한 복합 체험형 공간 구성 △성주참외축제 개최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사업 등 온·오프라인 전방위 지원을 통한 유통 다변화도 모색한다. 또한, 한국을 넘어 세계속의 성주 참외를 위한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 최근 국제적인 정세, 금리인상 등 여건은 녹록치 않지만 지난해 255t 13억2200만원의 수출실적을 달성하였고, 올해는 지역내 수출농산물 생산자 단체의 노력으로 266t, 13억7900만원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 성주참외 3대 혁신운동 지난 2024년 12월 4일 구성된 ‘성주 참외산업 대전환 혁신운동 추진위원회(회장 배선호)’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주참외 3대 혁신운동이 기대되고 있다. 3대 혁신운동은 첫째, 참외 유통혁신이다. 이는 성주참외 주거래 단위를 현재 10kg 박스에서 7.5kg 또는 5kg으로 경량화 추진과 참외 스티커 미부착 운동이다. 둘째, 참외품질 혁신운동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참외자조금 단가가 박스당 40원으로 동결되어 왔다. 이는 거출액 매년 감소, 이상기후에 따른 저급과 수매량 증가 등의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하여 참외자조금 인상, 그리고, 참외 액비 활용도를 제고하여 농가 경영비 절감에 기여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마지막 셋째, 농업환경 혁신운동이다. 농자재 수명연장으로 경영비 절감을 위하여 농자재 보관 간이시설 설치와 참외 저급과 및 농산부산물 퇴비화를 위해 간이 퇴비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4-12-29

“응급 의료체계 강화·도농 원격 협진 통해 군민 건강 책임질 터”

봉화군보건소는 도시와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최근 공공보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장비개선을 통해 군민들에게 보다 향상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건지소 및 보건진료소의 공공건축 그린리모델링, 군립노인전문요양병원의 치매전문병동 건립, 저출산 대응 소아청소년과 설치 등으로 의료시설 현대화 및 맞춤형 의료혜택 제공에 노력해 왔다. 또 농어촌의료서비스개선사업으로 최신 의료장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가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 대비해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선택예방접종 지원으로 감염병 발생 최소화를 모색하고 있다. 인근 도시 병원들과 원격협진 등 의료협력체계 구축과 다양한 건강증진사업으로 군민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보건의료시설 지속적인 환경개선과 의료장비 확충을 통해 지역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받도록 더욱 노력하겠으며, 내실있는 보건사업 운영으로 군민의 건강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보건의료시설 인프라 확충 봉화군보건소는 노후 공공건축물의 에너지 성능향상을 위한 국토교통부 그린리모델링사업 공모에 참여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총 15억 여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포함한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등 총 9곳을 그린리모델링했다. 이로써 기존 노후 보건시설물의 내외부 단열, 창호교체, 고효율 냉난방시설 교체로 보건시설물의 에너지를 절감해 쾌적하고 청결한 재실 환경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또한 석포면보건지소와 삼동 및 북곡진료소는 신축으로 최신 보건환경을 갖추게 됐으며, 지속적인 보건의료기관의 신축과 그린리모델링사업으로 지역사회 보건수행의 중추적 역할은 물론 군민들의 이용 만족도 또한 더욱 향상되고 있다. □ 치매전문병동 건립 노인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치매환자의 전문적인 치료와 치매 친환경 공간이 필요하게 됐다. 2024년도에 보건복지부 공립요양병원 기능보강 공모사업으로 총 32억 원의 사업비로 봉화군립노인전문병원에 치매전문병동을 증축하여 치매전문 병상수를 43병상에서 86병상으로 늘릴 수 있게 됐으며, 최신 의료장비 19종 190대를 보강해 치매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치매환자 가족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치매안심센터와 협력해 지역사회 치매인식 개선사업, 퇴원치매환자 일상생활 복귀지원, 퇴원환자 거주지 환경개선 사업 등 공공보건 의료사업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여 치매 조기 발견과 중증화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으로 치매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 □ 소아청소년과 개설 2023년 7월 봉화해성병원과 협력해 소아청소년과를 개설했으며, 2024년 6월에는 보건복지부 의료취약지 의료기관 소아청소년과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매주 금요일은 저녁 8시 20분까지 3시간 연장 진료를 실시해 직장인 부모를 둔 아이들이 일과시간 이후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원정 진료로 인한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관내 소아청소년과 운영을 크게 반기고 있다. □ 응급의료체계 확립 응급의료체계 확립을 위해 봉화해성병원의 응급실 운영을 지원하고, 긴급 중환자의 신속한 후송지원을 위해 관내 응급의료전용 닥터헬기장 5곳도 운영하고 있다.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위해 의무기관 등에 자동심장충격기 120대를 운영하고, 평소 재난 위기상황 응급의료 대응 훈련을 생활화해 경북도 주관 2024년 보건소 신속대응반 도상훈련 평가에서 우수기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의약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관내 약국 등 의약품 취급소 등 41곳의 지도점검 및 경로당 등 74곳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운영으로 2024년 의약안전관리 시책성과대회에서도 우수기관상을 받았다. □ 감염병 발생 최소화 봉화군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긴박했으나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 살려 감염병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올해부터 보건소 신규사업으로 예방접종비를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하는 선택예방접종지원사업을 실시해 감염병 발생 최소화에 기여하고 있다. 예방접종종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감염증(HPV, 남성청소년 및 저소득층 남성), 폐렴구균감염증(60세 이상 성인 중 면역저하자), 인플루엔자(독감, 50세 이상), 대상포진(60세 이상 저소득층)이 해당되며, 저출산 대응정책으로 임신부 백일해 예방접종도 지원하고 있다. □ 임신과 출산환경 조성 봉화군보건소는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과 안정적인 양육환경을 제공해 출산 장려는 물론 군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임신 사전 건강관리 가임력 검사비 지원 및 난임부부 대상 체외수정 및 인공시술비를 지원하고, 특히 난임부부 지원은 2024년 소득제한이 폐지되면서 보다 많은 가정이 혜택을 보고 있으며, 월 2회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 자체사업으로 출생아건강보장보험(둘째아 이상), 출산육아지원금 지원(매달 5세까지), 산후조리비 지원(100만 원) 등 차별화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양육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첫만남바우처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 출산육아용품 대여사업을 시행 중이며 주민의 요구에 발맞춘 다양한 임신·출산·양육 지원을 통해 아이 낳기 좋은 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유관기관간 연계협력 강화 봉화군보건소는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의 의료접근성 개선과 의료인력 부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내 병원과 협력은 물론 인근 시군의 의료기관과 연계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안동의료원과 서벽 및 분천보건진료소의 원격협진 진료를 통해 고혈압, 당뇨질환자의 정기적인 진료와 건강상담을 실시하고, 안동병원과는 응급의료 용헬기(닥터헬기) 이송지원으로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고 있으며, 영주적십자병원과는 공공보건의료서비스 협력을 통해 지역 의료·보건·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12-26

비상계엄 조치에 깜짝… 의료계 파업에 주민 불안

다사다난(多事多難).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았다는 뜻이다. 2024년 갑진년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이 펼쳐진 해였다. 의료대란 사건으로 전공의가 현장을 떠나고 포스코 공장 화재와 트럼프의 당선 등으로 대구 경북권 경제의 근심거리가 늘어난 해이기도 했다. 영일만 지역의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과 경주의 APEC 유치 등은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뒤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며 다사다난의 정점을 찍었다. 2024년 주요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1.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2024년 대한민국의 가장 큰 뉴스는 12월 3일 밤에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였다. 윤 대통령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45년 만에 계엄을 선포했고, 국회 본청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했다. 당시 계엄 선포 뉴스를 본 수많은 시민이 한밤중 국회 앞으로 모여 계엄 해제를 외치며 계엄군을 막아서는 긴급한 상황이 펼쳐졌다. 의원들은 곧장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2시간 30여 분만에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했다.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또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수사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헌정 사상 세 번째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파면 또는 업무 복귀가 결정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회·정치적 불안정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리스크로 작용했다. 계엄·탄핵 여파에 더해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국내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는 중이다. 실제로 26일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1460원을 돌파하는 등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연말로 예정된 송년회·행사도 줄줄이 취소되는 등 연말 서민 경기 역시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2. 의료대란 속 환자불안 지속 정부가 올해 2월 내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자 의사단체들이 집단휴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의대 증원은 27년 만에 이뤄진 셈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를 강도높게 비판했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전공의들과 함께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파업이 의료 현장에 미치는 혼란이 클 것으로 보고, 파업 돌입 시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때는 징계하겠다는 강경대응 방침을 정했다. 결국, 전국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을 떠났고, 대구·경북 전공의도 사직서를 잇따라 제출하는 등 의료 혼란은 현실화 했다. 전공의 사직서 제출은 경북대병원 등 6개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됐고, 동국대 경주병원 일부 전공의도 대열에 동참했다. 대학별 의대증원은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분보다 낮은 인원을 선발키로 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여전히 환자들의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3. 경북권 덮친 재선충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우리나라 최초 발생한 이후 꾸준히 확산해왔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북도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74만그루(감염목 40만그루, 감염우려목 34만그루)에 이르고 있으며 전국 피해목 187만그루의 40%를 차지한다. 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19개 시군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도는 기후변화로 인해 소나무 생육환경이 악화한데다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활동기간이 늘어나면서 대거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지역별 방제 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포항, 경주, 안동, 고령, 성주는 특별방제구역(3만1375ha)내 피해목은 모두 베어내고 175ha에는 활엽수로 수종을 바꿔 심을 예정이다. 또 일반적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10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 고사목에서 월동하므로 이 때 일괄적으로 집중 방제를 진행중이다. 포항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가지와 주요 도로변, 보호수 등 주민 환경 밀접지와 보존 가치가 있는 산림에 대해서는 우선 방제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소나무류 베기 사업으로 수종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전국 최대 송이 산지 영덕군에서는 민관으로 구성된 전문 방제단을 꾸려 송이 생산지를 지키기 위한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4. 포항 철강산업과 2차 전지산업의 위기 포항의 철강과 2차 전지 산업이 여러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 지속과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전 세계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 1선재 공장의 폐쇄와 현대제철 포항2공장 가동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더해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의 연이은 화재와 포스코 노조의 파업 출정식이 겹치는 등 포스코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등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은 파업과 생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탄소 중립’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건립을 적극 추진하고 뒷받침해야 하는 이유이다. 2차전지 산업은 차세대 배터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 및 에너지 저장장치(ESS) 수요 증가로 급성장했으나 배터리 화재 사고와 안전성 문제, 치열한 가격 경쟁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이 일시적 수요 둔화, 캐즘(chasm) 현상을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해 나가려면 배터리의 성능과 함께 친환경성 개선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시장 상황이나 각 나라의 규정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5. APEC 정상회의 개최지 경주 지난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경주시가 최종 확정됐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경주가 선정된 것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의 이미지가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APEC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태평양 연안 21개 주요 국가가 회원국으로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62.2%, 교역량의 50.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 지역경제협력체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정상회의 개최를 목표로 APEC 준비지원단 구성, 지원 분야별 세부 실행계획 수립하고 주요 회의장 및 숙박시설 인프라를 정비하는 등 개최 준비에 본격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북도와 경주시는 경북연구원·경북문화관광공사·경주화백컨벤션센터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마이스(MICE) 산업 분야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국내외 홍보마케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경우 전국적으로 1조8000억원을 넘는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북연구원에 따르면 경북지역 경제에만 생산 유발 효과 972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4654억원, 취업창출효과 7908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6.동해 석유·가스 찾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2024년 11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첫 탐사 시추 지점으로 ‘대왕고래’로 명명된 8광구와 6-1광구 북부 지역이 최종 확정됐다. 해당 지역은 경북 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해역으로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풍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프로젝트는 자원 안보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되며 지구상 가장 큰 생물인 대왕고래의 이름을 따 그 상징성을 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제3차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전략 회의’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제출한 시추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시추선은 12월 중순 부산항에 입항해 준비 절차를 거친 뒤 약 2개월 동안 시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추 결과는 2025년 상반기에 발표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2월 2일 ‘대왕고래 프로젝트’예산 505억 원 중 497억 원을 삭감하면서 사업은 난항에 직면했다.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 간의 재정 지원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시추 작업으로 인한 어민 피해 보상 대책 부재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7. 지역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트럼프 재집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대구·경북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이차전지 소재 등 지역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는 자동차 부품과 섬유제품이 수출 주력 품목으로 각각 전체 수출의 13.1%와 6.0%를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연간 수출액은 약 96억 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이 재도입될 경우 자동차 부품에 최대 25%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 매출이 최소 15% 감소하고 연간 약 12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달성군과 달서구의 주요 자동차 부품 및 섬유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 또한, 이차전지 산업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동맹국 수입품에 10%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미국 내 생산 공장에만 세금 감면과 보조금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시사했다. 8. 무산과 추진을 반복하는 TK 행정통합 대구시와 경북도를 모두 폐지하고 산하에 시·군·구가 모두 존재하는 형태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2024년 하반기를 강타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2019년 말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선언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북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거센 반대의견으로 지지부진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에 비판적인 홍준표 시장이 당선됨에 따라 무산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홍 시장이 올해 대구를 경북으로 흡수하는 대신 경북을 대구로 흡수하는 방식의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홍 시장은 시·군·구의 역할을 축소하는 통합 방안을 제시하면서 경북도뿐만 아니라 경북 각 시·군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빠른 통합을 원하던 홍 시장은 “8월말까지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장기과제로 넘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무산되는 듯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안전부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통합 논의가 다시 재개됐고, 결국 2026년 7월에 통합 지자체장을 선출하는 것을 목표로 통합이 합의됐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도민들을 대상으로 통합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통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안동·예천·영주 경북북부권을 중심으로 통합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최근 계엄 사태로 대구경북 통합은 또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9. 수도권과 강원·경북권을 기차로 잇다 올해 말 △동해선(포항~삼척) △중부내륙선(이천~문경) △중앙선(도담~영천) △대구권광역전철(구미~경산) △대구도시철도1호선(안심~하양)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가장 먼저 지난 11월 중부내륙선이 개통해 30일 운행을 시작했다. 중부내륙선은 경기도 이천에서 경북 문경을 연결하는 총연장 93.2㎞의 노선으로 남북을 종단하는 내륙 중앙 간선철도망의 한 축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동해중부선(포항~삼척)도 12월 통한다. 동해중부선은 총연장 166.3㎞의 노선으로 지난 2009년 착공했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기존 강릉~삼척, 포항~부산 철도 노선과 연결돼 강릉에서 부산까지 열차 이동이 가능해진다. 영천에서 청량리 구간을 KTX이음 열차로 2시간대에 주파하는 중앙선 복선화 사업도 올해 말 완료된다. 이 노선은 수도권과의 접근뿐 아니라 경부고속선(신경주~울산~부산) 동해남부선(신경주~태화강~부전)과 연계 시 안동에서 부산·울산까지 2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하게 돼 광역 대도시권(부산, 울산)으로의 접근성 향상을 가져올 전망이다. 비수도권 최초 광역철도인 대구권광역철도(구미~경산)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노선은 구미~칠곡~대구~경산 간을 40분대에 연결해 출퇴근 직장인, 지역민, 통학생의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노선은 출퇴근 시간 상습 정체 구간인 국도 4호선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경산산업단지 통근자 및 인근 대학생의 등하교를 책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도는 광역철도의 개통 시기에 맞춰 대구와 경북도 8개 시·군을 연계한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을 확대 구축한다. 10. 대구은행 시중은행으로 출범 대구은행이 올해 시중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4월 금융 당국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인가방식 및 절차’에 따라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인가내용을 변경하는 은행업 본인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16일 제9차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경북권 중심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자본금 요건, 대주주 요건 등 인가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대구은행은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한국씨티·SC제일은행에 이은 7번째 시중은행이다. 이번 인가로 대구은행은 수도권과 경상도권에 한정됐던 영업을 앞으로 3년 동안 충청·강원 등에 영업점 14곳을 신설해 영업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시중은행 대비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왔던 부담도 완화하며 경쟁력 있는 금리도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구은행은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으로서 시중은행 전환 이후에도 대구·경북권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 /종합취재팀

2024-12-26

백성의 힘으로 이룬 치산치수 ‘신의 한 수’가 되다

다사다난했던 갑진년 힘과 권력으로 상징되는 용의 해는 저물어간다. 두 진영으로 양분된 국론분열이 더욱 가슴을 아린다. 마지막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안동 하회마을 출신 류성룡 선생이 생각나 만송정 솔숲으로 향했다. 그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일본의 침략을 예측하고 훈련도감을 설치했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허공의 메아리가 되고 결국 일본의 침략으로 국토는 유린당했다. 그러고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자는 징비록을 남겼다. 그의 형인 류운룡 선생은 매년 강물 범람으로 거듭되는 마을의 침수 피해를 예방하고자 주민들과 함께 마을 북쪽 강변에 1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어 홍수로부터 보호했다. 오늘날 만송정이라 부르는 솔숲이다. 솔숲 속을 거닐면서 류성룡 선생은 10만 양병설을 생각하고 징비록을 저술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만송정 솔숲은 추운 겨울임에도 충절의 상징, 푸르름을 띤 채 곧고 의연하게 서 있었다. 낙동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하회마을, 그 곡선의 중심에서 만송정 솔밭은 마을과 자연을 하나로 엮는 생명줄이다. 만송정 솔숲은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손길이 조화를 이뤄낸 상징이며, 하회마을 주민들이 세상과 자연에 건넨 가장 진중한 대답이다. 숲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지고, 그 안에 깃든 사연은 더욱 깊어진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돌며 만든 유려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낙동강의 물길은 부드럽게 마을을 품었고, 마을 사람들은 이 품속에서 삶을 일구었다. 그러나 낙동강은 언제나 온화한 품성만을 보여주진 않았다. 장마철이면 강물이 넘쳐흐르고, 마을의 들판과 집들은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주민들은 낙동강의 은혜와 위협을 동시에 느끼며 강과 공존할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만송정(萬松亭) 솔숲이다. 겸암(謙巖) 류운룡(柳雲龍)은 풍수지리적으로 마을 맞은편의 북쪽 64m 높이의 절벽, 부용대의 기운이 세고 이곳이 허하여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솔밭에 만송정이 세워져 있었으나 대홍수 때 물이 넘쳐 유실되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름만 남아 있다. 치산치수(治山治水) 사업은 보통 나라가 맡아 하는 일이지만, 마을 주민이 힘을 합쳐 일궈 낸 미담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여름에는 수해를 막고 마을 사람들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겨울에는 찬 북서풍을 막아주는 미세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솔숲은 단순히 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해 오고 있다. 강변 숲 조성은 산림으로 하천을 관리하였으니, 치산치수를 동시에 한 것으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다. 숲의 소나무 뿌리는 강가의 흙을 단단히 잡아주고, 울창한 숲은 바람과 물길을 막아주는 자연의 방벽이 되었다. 만송정은 처음부터 자연의 일부였지만, 주민의 지혜와 손길로 그 의미를 더했다. 주민들이 하나둘 정성스럽게 심은 소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었고, 숲은 세월이 흐르면서 하회마을의 상징이 되었다. 만송정의 소나무 숲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숲은 낙동강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며 하회마을의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만송정은 단순히 강변의 숲이 아니다. 하회마을 주민들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주민들은 강물이 들이닥칠 때 숲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만송정은 물질적 혜택을 넘어선 정신적 안식처로도 작용했다. 소나무 숲의 고요함과 위엄은 하회마을 주민들에게 자연과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스승과 같았다. 주민들은 만송정 숲을 거닐며 자연 속에서 학문을 논하고,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겼다. 소나무의 굳건함과 늘 푸른 자태는 그들에게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하는 매개체였다. 만송정은 하회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산책로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의 자연유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만송정은 하회마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자연적 배경이며, 조선시대의 자연관과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 건너편 부용대에 서서 솔숲을 내려다보면, 낙동강이 부드럽게 휘돌아 흐르는 곡선과 함께 만송정의 짙은 녹음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용대는 이름 그대로 연꽃이 피어난 듯한 절경을 자랑하지만, 그 풍경의 완성은 만송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숲은 단순히 나무의 집합이 아니라 마을의 숨결을 담고 있는 듯하다. 소나무 하나하나가 뿜어내는 푸르른 기운이 낙동강 물길을 따라 마을 곳곳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숲을 가꾼 주민들의 손길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하회마을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소나무 한 그루에 깃든 정성과 지혜, 그리고 자연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만송정은 지금도 이렇게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다. 부용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하회마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의 조화가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이다. 오늘날 하회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은 만송정 솔숲을 들어서기 전에 낙동강 둑 위에 조성된 느티나무와 벚나무의 터널 길을 거닐게 될 것이다. 봄에는 흩날리는 꽃비로 걷는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고 여름은 풍성한 그늘로 흐르는 땀을 씻어 줄 것이다. 나무 아래 거닐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지혜가 만난 순간을 느낀다. 숲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만송정은 인간의 손길로 조성되었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 속에 녹아들어 완성된 공간이다. 만송정과 낙동강, 그리고 부용대가 어우러진 풍경은 하회마을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낙동강이 만든 곡선은 마치 자연이 그려낸 걸작의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강변에 펼쳐진 만송정은 자연의 일부로서 그 작품의 색을 더하고, 부용대는 풍경을 한눈에 담는 액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회마을과 만송정, 그리고 낙동강과 부용대가 어우러진 풍경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공존의 가치와 방향성을 제시한다. 솔숲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솔숲을 돌아 흘러가는 강물처럼 어려운 정치 난국이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기원하면서 푸른 만송정 솔숲의 솔향을 마음껏 마시면서 어깨를 편다. 겸암 류운룡(柳雲龍)과 만송정 솔숲 류운룡은 조선 중기(1539~1601)의 학자이자 정치가다. 퇴계 이황의 학문을 계승했으며 성리학 발전에 기여했다. 만송정 솔숲도 조성했다. 동생 류성룡(1542~1607)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를 보좌하며 나라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후대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징비록’을 집필했다. ‘겸암’에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세상의 이치를 따르고자 한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만송정과 겸암정자는 류운룡이 자연 속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철학적 사색을 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장소다. 겸암정자는 부용대 절벽 위에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12-25

글로벌 ‘지속 가능 발전’ 도전… 포스코 ‘하이렉스’로 응답하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수소환원제철 공법 ‘하이렉스’(HyREX·Hydrogen Reduction)를 통해 시험 설비에서 최초로 쇳물을 생산했다. 이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한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됐다. 하이렉스 공법은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의 수소와 반응시켜 고체 형태의 철을 만들어낸 뒤, 이를 전기용융로(ESF)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통해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개발 중인 유사 기술과 비교했을 때 저가 원료 사용이 가능해 경제적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하이렉스를 기반으로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구축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장기적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의 이 같은 혁신은 단순히 철강 생산 방식을 혁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글로벌 도전에 응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어떠한 철강 생산 방법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1.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 필요성2. 수소환원제철, 해외에서는 어떻게3. 정부,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해야 ◇ 스웨덴, HYBRIT 스웨덴 수소환원제철 HYBRIT 이니셔티브를 주관하는 HYBRIT Development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에 걸친 수소환원제철 연구 결과 보고서를 최근 스웨덴에너지청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을 원료로 하는 기존의 고로 기술은 일반적으로 강철 1톤(t)당 2.2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나, HYBRIT 공정은 전기로에서 슬래그 형성제 첨가하는 공정에서만 강철 1t당 0.05t 미만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해당 수치를 버림해 0.0t으로 발표했다. HYBRIT의 공정은 무탄소 전기를 공급해 알카라인 수전해로 수소를 생산하고, 생산돼 저장된 수소는 철광석 펠릿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해 철광석 펠릿을 수소를 활용해 환원철(Direct Reduced Iron·DRI)을 만든다. 강철의 금속화율이 높을수록 압력을 더 잘 버티고, 낙하 충격에 내구성이 높으며, 마모에 더 강하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라 운송, 보관 및 용융에 유리하다. 스웨덴 수소환원제철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SSAB는 2026년 옥셀뢰순드, 2028년 룰레오 지역에 수소환원제철을 활용하는 제철소 건설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제철소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전기 공급 확보가 향후 과제로 봤다. HYBRIT 이니셔티브의 공동 주도 기업인 LKAB(스웨덴 국영 광산회사)가 세계 최초로 옐리바레에 수소환원철을 생산하는 공장 건설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허가 절차 문제로 주춤한 상황이다. H2 Green Steel의 2023년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4배 이상의 손실을 기록(8억 1600만 SEK)했으나, 회사 인수 및 생산 준비로 초과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현재 수소환원제철 생산을 위한 모든 계획이 수월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H2 Green Steel의 대규모 수소환원제철 공장 건설을 위해 2억 6500만 유로(약 2억 8400만 미달러) 투입을 발표했다. 해당 투자는 690MW급 수전해 시설, 전기로 2기, 냉간압연 및 마감 시설을 포함한다. ◇ 독일, SALCOS 독일의 철강업체 잘츠기터 제철소와 에너지 기업 우니퍼는 잘츠기터가 추진하는 저탄소 철강 프로젝트인 SALCOS의 일환으로 향후 그린수소 공급에 관한 예비 계약을 지난 4월 체결했다. SALCOS(Salzgitter Low CO₂ Steelmaking·잘츠기터 저탄소 제철소)의 핵심 기술은 수소 기반 환원법이다. 이 방법은 철강 생산에 필요한 환원제를 기존의 코크스 대신 수소를 사용하여 CO2 배출을 크게 줄이는 방식이다. 수소는 철광석을 환원하는 데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된 부산물은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다. 이로 인해 철강 생산의 환경 영향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또한 SALCOS는 전기로(EAF ·Electric Arc Furnace) 기술을 결합해 기존의 고로 방식을 대체할 방침이다. 전기로는 재활용된 철강 스크랩을 고온에서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이 기존 방식보다 적다. SALCOS는 이 두 기술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새로운 철강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SALCOS는 2021년부터 실험적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첫 번째 단계로 수소 기반 철강 생산을 위한 실험로를 설치했다. 현재까지는 수소 생산을 위한 그린 수소(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한 수소)의 공급망 구축과 이를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SALCOS 프로젝트는 철강 산업의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 및 수소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등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일본, H2-DRI 기술 일본은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JFE Steel과 POSCO는 일본 내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탄소 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철강 산업의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H2-DRI(Hydrogen Direct Reduced Iron)방식이다. 수소를 사용해 철광석을 직접 환원해 철을 추출하는 기술로, 기존의 고로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H2-DRI에서의 주요 과정은 직접 환원법(DRI)과 결합된 전기로(EAF)를 채택했다. 철강 생산에 필요한 수소는 주로 그린 수소를 사용한다. DRI는 수소를 사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고, 철을 얻는 과정이다. 이 방식에서의 부산물은 물로, 기존의 고로 방식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환경적으로 훨씬 더 친환경적이다. EAF는 DRI로 생산된 환원된 철은 전기로를 이용해 추가적인 가공을 거쳐 고품질 철강 제품으로 변환된다. H2-DRI 기술은 일본의 주요 철강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JFE 스틸, 미쓰이 미탈, 신일본제철(일본제철) 등이다. 이들은 정부와 협력해 수소를 활용한 저탄소 철강 생산 기술을 실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수소 전략을 통해 이러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철강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소 공급망 구축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소 공급망과 H2-DRI 기술의 결합은 일본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 핀란드, FINNGREEN FINNGREEN 프로젝트는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을 직접 환원시키는 기술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이를 통해 CO2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핀란드는 2020년대 중반부터 수소 기반 제철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2035년까지 핀란드의 철강 산업을 탄소 중립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SAB(스웨덴 및 핀란드 합작 제철기업)는 핀란드와 스웨덴에 위치한 제철소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탄소 배출 제로’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SSAB는 핀란드의 베스테로스에 위치한 제철소에서 HYBRIT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HYBRIT 프로젝트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철강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95% 이상 줄일 목표를 가지고 있다. HYBRIT는 SSAB, LKAB(스웨덴의 철광석 생산 기업), Vattenfall(스웨덴의 에너지 기업)이 협력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2026년까지 상업적인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을 크게 감소시키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핀란드 정부는 수소 경제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수소 기반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핀란드는 EU의 기후 변화 대응 전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캐나다, H2GreenSteel H2GreenSteel은 캐나다 정부와 다양한 민간 기업의 협력 하에 진행되고 있다. H2GreenSteel은 스웨덴을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유럽연합(EU)과 북미 지역의 협력으로, 청정 수소와 재생 가능 에너지의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 캐나다는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중요한 공급처가 될 수 있으며, 유럽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철강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H2GreenSteel은 2030년까지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부용기자

2024-12-22

소상공인 지원부터 취약층 보호까지 “민생 최우선”

희망으로 설계했던 2024년도 저물어간다. 하지만, 지역의 경제 회복과 민생을 안정시켜 주민을 편하게 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성주군 역시 마찬가지다. 성주군은 2024년 연말을 맞아 지역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종합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소상공인 지원, 취약계층 보호, 재난 예방 등 여러 방안을 포함하여 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주군은 “앞으로도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민생 안전망을 강화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래에서 성주군이 고심 끝에 준비해 내놓은 각종 관련 정책을 간략하게 요약한다. ▲소상공인에게 다양한 지원 통해 경제 활성화 모색 소상공인들은 지역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성주군은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성주군 지역상품권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한시적으로 인상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를 도모한다. 이 할인율은 2025년 1월 한 달 동안 적용되며, 2억원의 추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소상공인들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36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특례보증을 3% 이자율로 지원하고, 카드 수수료 일부를 지원하는 대책도 준비해 조기에 시행할 계획이라는 게 성주군의 부연이다. 예산 절감액 10억원을 해제하여 소비 진작을 위한 사업에 투입하고, 해맞이와 크리스마스 행사 등 지역 행사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민들의 참여와 소비를 유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여기에 더해 관내 920개 요식업체에 50ℓ 종량제봉투를 무료로 제공해 소상공인들의 경비 절감에 도움을 줄 방침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와 지원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 지속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취약계층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성주군은 이들을 보호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위기상황 가구 지원 (3억9000만원) 및 노인일자리 부대비 조기 집행(3억원)과 위기 상황에 처한 가구를 대상으로 3억9000만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추진한다. 이에 더해 주거, 식량, 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신속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노인일자리 부대비(3억원)를 조기 집행해 노인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 자녀 결식아동 급식 및 긴급돌봄 우선지원(10.2억원)도 진행된다. 소상공인 자녀 중 결식아동들에게 급식 지원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며,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자녀들이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공사·용역 조기 발주와 재난 예방에도 전력 앞서 언급된 것 외에도 성주군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25년 공사 및 용역을 조기에 발주하여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552건, 613억원 규모의 공사와 52건, 13억원 규모의 용역을 조기 발주해, 지역 건설 산업의 활력을 불어넣고, 관련 업종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게 성주군의 방침이다. 재난 예방 및 대응을 통한 군민 안전 지키기에도 나선다. 성주군은 대설, 한파, 산불 등 자연 재난에 대비하여 철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군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왔다. 대설과 한파를 대비해 TF팀을 구성하고, 자연재난대책본부를 운영하여 긴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산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산불전문예방진화대(27명)와 산불감시원(81명)을 투입하여 산불 예방 활동을 보다 강화하고, 구제역, AI, ASF 등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특별방역반도 운영하게 된다. ▲지역특산물 소비 촉진과 연말연시 소비 활성화 성주군은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며, 참외 첫 출하 행사 등 다양한 홍보를 통해 농산물의 판로 확보에 힘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회단체 및 공직자들이 앞장서서 지역 특산물 소비에 참여한다. 지역 농산물 판로를 확대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특별 판촉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온라인 쇼핑몰 및 포털사이트를 통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성주군 공직자들은 연말연시 각종 회식과 모임을 지역 내에서 진행하며, 특히 보건소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지역 식당에서의 소비를 촉진 하게 된다. 아울러 소상공인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추진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소상공인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정책의 실현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이병환 성주군수 “지역 경제 살리기에 모두가 동참을” 성주군은 위에서 이야기 된 각종 정책과 대책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부터 취약계층 보호, 재난 예방까지 전방위적으로 민생 안정을 도모하고,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 앞으로 기관·사회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이에 관한 부연 설명이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돼 소상공인 등 지역 경제 주체의 어려움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며 “모든 공직자와 사회단체, 소상공인이 함께 지역경제 살리기에 동참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군민 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총력으로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주/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4-12-19

조선·일제강점기·근대에 이르기까지 포항 도심 상권 요충지

영일대 북부시장(이하 북부시장)은 포항의 상업과 전통시장 역사뿐만 아니라 인문학, 건축, 음식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공간이다. 포항 도심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데다 단순한 상업 공간 외 역사, 문화 등 인문학적 요소도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구룡포와 함께 일제강점기 식민지 흔적이 많이 남아있어 ‘블랙 투어리즘’ 코스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북부시장을 들여다보는 목적이나 시각에 따라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대신동’(大新洞)이라는 지명이고, 둘째는 동빈내항과의 관계, 셋째는 등 푸른 생선, 마지막은 물회다. 물론 이 네 개의 코드로 북부시장 전체를 조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 얼개들을 잘 조합해 시장의 실체에 접근해 보기로 한다. ◆나루끝 일대는 상업, 물류 중심지 북부시장 인근에 있는 나루끝(나루터) 지역은 일찍부터 흥해와 영일 경계에서 육상, 해상 교량 역할을 담당했다. ‘경상도지리지’에 의하면 ‘영일만 어촌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이 나루끝을 거쳐 내륙으로, 또 육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바닷가로 운반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전기 나루끝 근처에 포항 지역 유일 ‘국립호텔’인 여천원(余川院)이 들어선 것만 봐도 현재 대신동 일대가 교통, 상업, 행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흥해와 포항장이 서던 중앙동(남부) 사이에서 교통 중심으로 자리 잡았던 나루끝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며 다시 한 번 발전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일제는 1908년 ‘한일어업협정’ 이후 본토민의 조선 이주 사업을 벌이기 시작하는 데, 1920년대 이후 포항에 일본인들의 조선 이주가 본격화 된다. 이들은 주로 여천, 중앙동 일대에 모여 집단거주지, 상권을 형성했다. 당시 포항의 중심이었던 중정(仲町), 본정(本町)과 북부시장 근처 동빈정(東濱町)에도 일인들의 집단촌, 상가가 형성됐다. 특히 일인들은 이 일대를 ‘큰 터에서 새롭게 일어난 동네’라 해 대신동(大新洞)이라고 명명했다. 새 지명까지 지어가며 이 지역에 정착한 것은 그만큼 자신들이 이 지역 거주에 큰 의미를 두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일인들의 포항 거주가 식민지 경제 침탈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시장 역사 측면에서는 상업과 유통, 물류를 일으키는 큰 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포항의 해양 물류, 어업 중심 동빈내항 1872년 제작된 ‘포항진지도’(浦項鎭地圖)를 들여다보는 것도 재밌다. 지도상으로 보면 현재 나루끝, 대신동 일대에 포항창진(浦項倉鎭)의 진지가 구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창진’은 조창(漕倉), 세곡(稅穀) 등 호조(戶曹)의 재정 기능과 군사 목적의 진(鎭)이 복합된 관청이다. 1749년 영조 최악의 기근 때 구휼(救恤)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동해안 지역을 제치고 포항에 창진이 설치된 것은 영일만 일대가 동해안 해로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이 포항창진의 전통을 이어받은 곳이 바로 북부시장이 위치한 동빈내항이다. 동빈내항은 1917년 ‘지방항’으로 지정되면서 1930년대 포항의 수산, 해양 물류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또 동해안의 풍부한 어족자원을 바탕으로 청어, 정어리, 오징어, 가자미, 꽁치, 멸치 등 수산기지로도 이름을 떨쳤다. 일제강점기 경제 침탈 기지로, 한국 전쟁 당시 전략상 군사항구로 기능하던 동빈내항은 1953년 휴전 이후 다시 동해안 상업·물류기지, 어업 전진기지로 크게 번창했다. 6·25 전쟁 직후 동빈내항, 형산강 일대에는 피난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전후(戰後) 일자리와 음식이 나름 풍부했기 때문이다. 이 난민 라인은 동빈내항-죽도시장-연일 부조장 등으로 이어졌는데 그중 동빈내항 북부시장 근처 난민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한다. ◆위판장 들어서며 한때 포항 최대 시장으로 북부시장이 포항 도심 주류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1960년대 수협위판장이 시장 인근에 들어서면서부터. 위판장이 들어서면서 영덕, 흥해, 감포 등 동해안 일대에서 잡은 모든 활어, 수산물들이 북부시장으로 몰려들었다. “1960년대 북부시장은 생선을 실은 나무 박스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 사이를 상인, 장꾼, 어부, 일꾼들이 하루 종일 북적거렸습니다. 시장에는 온종일 활어들이 넘치고 가판, 식당마다 손님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죠.” 북부시장 근처에서 나고 자랐다는 상인회 이성관 회장은 60여 년 전 북부시장 풍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장 한 켠엔 고래고기 경매장(현 롯데백화점 근처)까지 들어섰다고 하니 그 규모와 위세를 짐작할 만하다. 특히 북부시장의 설립(1955년)은 죽도시장보다 6년이나 빨라 당시 북부시장이 포항의 북부 상권의 핵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북부시장의 중개, 도매, 위판시설 입지는 상권만 키운 게 아니었다. 위판장에서 쏟아지는 생선들, 어선에서 갓 잡아 올린 활어들을 이용한 음식들이 다양하게 개발됐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시장을 들락거렸다는 한 어르신은 “당시엔 가판에서 선어(鮮魚)는 물론 활어들을 막 썰어서 파는 노점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고급 횟칼로 활어 결을 따라 ‘한점 한점’ 써는 방식이 아닌 지느러미와 껍질만 대충 날리고 부엌칼로 막 썰어 파는 요리였다. 이 요리가 현재 북부시장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 ‘등푸른생선막회’의 출발이었다. 이 막회는 북부시장의 메인요리로 자리 잡으며 명성을 쌓아갔다. 막회 이후 북부시장의 미식(美食) 계보를 이어 받은 요리는 물회였다. 1960년 ‘새포항물회식당’에서 개발되었다는 물회는 큰 인기를 얻은 후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 회장은 “옛날 뱃사람들이 조업 중에 잡은 생선들을 고추장에 비벼 먹었는데, 이를 좀 더 빨리 먹기 위해 물을 부었던 것이 물회의 유래”라고 설명했다. 이 작은 발상의 전환은 포항을 ‘맛의 도시’ ‘미식의 도시’로 부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한때 TV에 소개되며 수십미터 장사진 반세기 동안 포항 북부 상권의 중추를 담당하던 영일대북부시장은 2006년 포항 시청사가 남구 대잠동으로 이전하면서 상권이 급속히 위축됐다. 급격한 상권의 위축 속에서 생존전략으로 등장한 것이 ‘등푸른 막회 특화거리’였다. 당시 막회거리를 기획했던 이성관 상인회장은 “40~50년 전 시장 노점, 가판에서 맛있게 먹었던 막회를 특화요리로 개발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며 “마침 포항시에서 행정, 재정적으로 도움을 줘 빛을 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막회거리는 2016년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이어 수요미식회, 생생정보통 등 TV에 소개되면서 전국 미식거리로 데뷔했다. TV 방영 이후 골목엔 수십미터씩 대기 줄이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고 덕분에 주변 횟집에도 손님들이 모여들어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TV 방영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시장엔 아직도 막회, 물회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TV 방영 시점만은 못하지만 포항 물회, 막회에 대한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인지 아직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북부시장이 전국적인 맛집 거리로 도약한데는 TV, 매스콤의 소개가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지만, 그 바탕에는 수많은 시장의 부침 속에서 자리를 지켜온 아낙네들과 물회, 막회라는 메뉴를 꾸준히 지켜온 횟집 상인들의 끈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12-19

배꼽인사로 맞이하는 풍채 좋은 거인을 만나다

산자수명한 청송에 처음 부임했을 때 일이다. 우연한 기회에 ‘할아버지가 손자를 업고 있는 형상의 소나무 노거수’를 만났다. 폐교된 초등학교 교실 앞 운동장에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첩첩산중 마을이라 모두 도시로 떠나고 학생 수가 줄어 분교가 되더니 끝내 그 이름마저 사라졌다.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하여 ‘클라이밍 등 산악 스포츠 아카데미’를 운영하면 어떨까,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하여 현장을 방문했을 때 텅 빈 교실 구석에는 거미줄이 운동장에는 흩날리는 흙먼지만이 난무했다. 학생과 선생님이 없으니 귀곡산장 같아 을씨년스러움이 살을 파고들어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소나무가 이를 잠재우고 노구의 몸으로 방문객에게 정중히 배꼽인사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많은 소나무를 보아 왔지만, 작은 키에도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그의 품에 안길 수 없었다. 키는 난쟁이 임에도 앉은 풍채는 거인의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에서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음을, 우여곡절을 겪었음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기암괴석이나 높은 산의 바위 틈바구니 등 악조건에 살아가는 노송이라면 몰라도 다른 나무와 경쟁도 없는 넓은 학교 운동장에서 살아가는 나무는 이런 불구의 모습일 수가 없었다. 소나무의 지난 삶이 어떠했는지 내 어린 추억과 맞물려 스멀스멀 떠올랐다. 짐작건대 선생님께 혼난 개구쟁이 어린 학생 응석을 받아주다 허리가 굽었나, 아니면 어린 학생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다 그랬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시골 산중이라 그 흔한 장난감이나 놀이시설이 없어 어린 학생들과 친구가 되어 놀아주며 목말 태워 주다 그랬을까. 아니면 개구쟁이의 짓궂은 장난에 이런 불구가 되었을까. 이제는 목마를 탈 아이들도 장난을 칠 개구쟁이도 없어 마냥 쓸쓸한 불구의 몸으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외로운 할아버지 신세가 되었다. 푸름은 옛날과 다름이 없으나 등 굽은 노송의 모습에서 짠한 안쓰러움이 앞섰다. 이 학교 출신 노인들에 의하면 학교 다닐 때 말을 탄다고 하면서 12명이나 나무에 올라탔다고 했다. 나이는 대략 200년으로 추측했다. 이런 내용도 모르는 조경업자가 1억 원이라는 비싼 값을 제시하면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였으나 마을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고향에서 편안하게 일생을 살면서 추억을 간직한 채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 주민들의 마음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소나무는 지난 시절에는 어린 학생들의 친구가 되어 단순한 나무 이상의 존재로, 학생들은 소나무의 끈기와 강인함을 보면서 살아가는 데 많은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하여 ‘클라이밍 등 산악 스포츠 아카데미’를 운영하였을 때는 도전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끈기와 강인함의 메시지를 또 전달했을 것이다. 등반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소나무를 보며 자연 속에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특히 클라이밍과 같은 도전적인 스포츠와 결합했을 때 소나무의 강인함과 고요함은 선수들에게 균형 잡힌 심신 단련과 내면의 성찰을 위한 환경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는 ‘클라이밍 등 산악 스포츠 아카데미’의 운영은 수명을 다하고 또 다른 ‘휴, 청송’이라는 회의와 숙박을 할 수 있는 자연 속 생활형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소나무는 이곳을 찾아 숙박하면서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정신 수양의 매개체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소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피톤치드를 많이 방출하며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소나무는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끈기와 강인함, 푸름의 용기로 상징되는 이미지는 찾아오는 많은 방문객에게 큰 울림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까이에 천혜의 자연 얼음골에 인공폭포가 있다. 청송군 주왕산면 내룡리 1번지에 수부정(水浮亭) 식당이 마주하는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깊은 계곡 주변에는 기암괴석과 바위 등 수목이 울창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기후의 현상도 나타난다. 한 여름철 섭씨 32도 이상만 되면 돌너덜에 얼음이 끼고 32도 이하가 되면 얼음이 녹는다. 이곳 탕건봉 바위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62m의 인공폭포는 1998년 공직 생활 시절 특이하고 빼어난 자연경관에 매료되어 필자가 제안하여 인공폭포를 만들었다. 겨울에는 빙벽으로 발전하여 지금의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이 열리는 명소로 탈바꿈하였다. 이는 수부정 식당을 운영하면서 인공폭포를 관리하는 김필상씨의 실수 덕분이라고 한다. 그는 지역 토박이로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겨울에 인공폭포에 물을 흐르게 하고는 저녁에 잠그는 것을 잊어 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절벽에 떨어지는 폭포는 하얀 빙벽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봄, 여름, 가을에는 인공폭포의 물보라가 겨울에는 하얀 빙벽의 아름다움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청송군의 효자 관광지이다.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국제 아이스 클라이밍대회를 계속해서 개최 해오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행사는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우리의 기억에서도 가물가물 멀어져 가지만, 소나무 노거수는 이를 지켜보고 그 하나하나를 자신의 나이테에 매년 꼼꼼히 새겨놓는다. 노송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나무 몸통과 가지에 스며든 이끼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다. 굽이굽이 자란 나무의 곡선은 자연의 우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 같고, 고요한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소나무 노거수는 평화와 안식을 선사한다. 자연과 하나 되어 숨 쉬는 소나무의 모습은 인간에게 겸손함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하늘로 솟아오르지 않고 수평으로 뻗어나간 나무의 몸은 굽이진 삶의 역경을 견디며 꿋꿋이 살아온 존재를 연상시킨다. 붉게 빛나는 껍질은 태양을 머금은 듯 따스하고, 거친 표면 속에는 내면의 강인함이 느껴진다. 누구든 자연과 삶의 깊은 교감을 경험할 수 있을 듯하다. 햇살이 소나무 사이로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키며 삶의 지혜를 전하는 소나무야말로 우리의 참 스승이 아닐까. 청송의 또 다른 매력 아이스클라이밍 ▲청송 전국 아이스클라이밍 선수권대회 페스티벌기간: 2025. 1. 4.(토) ~ 5.(일) ▲UIAA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 기간: 2025. 1. 10.(금) ~ 1. 12.(일) 장소: 청송 얼음골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팔각산로 140(내룡리 22-4)경기종목 : 아이스클라이밍 난이도·속도 경기문의 : 청송군 문화경제과 체육진흥팀(054-870-6207) ▲휴 청송(회의와 숙박을 할 수 있는 자연 속 생활형)숙박시설: 2인실(10개), 가족실(2개), 단체실(1개)회의실: 1실(45인~50인 컴퓨터, 음향 및 프로젝트 사용 가능)시설: 족구장, 텐트 야영장, 어린이 놀이기구, 샤워실, 화장실, 세탁실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팔각산로 11-4 문의: 054-873-8991)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12-18

역사적 사실을 재료로 문학적 진실에 다가서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2000년 8월 12일. 러시아의 잠수함 쿠르스크가 바렌츠해(海)에서 가라앉는다. 108m의 심해였고, 침몰한 잠수함엔 118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이 잠수함이 왜 침몰했는지, 어째서 그곳에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사건이 생겼는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지금까지도 거의 없다. 역사 속 수수께끼로 남은 것이다. 바로 이 역사적 사건(사실)을 씨줄과 날줄 삼아 문학적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자 노력한 소설가가 있다. 열정과 에너지에, 적지 않은 시간까지 바쳐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 20대 젊은 작가 홍기훈(27)이다. 러시아에서 침몰한 잠수함 이야기를, 미국 기자의 입장에서, 한국 작가가 쓴 흥미로운 소설 ‘가라앉는 마음’은 포항에 자리한 출판사 도서출판 득수가 펴냈다. 소설과 소설가의 발굴에서부터 작품의 취재와 집필 과정, 그리고, 작가 홍기훈이 ‘가라앉는 마음’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까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래 독자를 대신해 작가와 작품에 관해 기자가 던진 질문과 홍기훈이 들려준 답변을 요약 정리해 옮긴다. - 역사적 사건,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사고를 찾아내 장편을 완성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 듯하다. 쿠르스크호 침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처음에 내 시선을 끈 것은 본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였다. 다들 사고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알아도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알아낸 내용을 기반으로 소설을 준비하기까지 했지만, 집필 직전 미국의 HBO에서 그 사건을 다룬 동명의 드라마를 개봉했다. 드라마에서는 체르노빌 사고를 완벽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건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쿠르스크 유가족들이 군 장성들에게 화를 내다가, 진정제를 주사 당한 뒤 끌려 나가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대체 어떤 나라가 사고 희생자의 유가족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진정제를 주사하는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를 꼭 알아내고 싶었다. - 쿠르스크호 침몰 사고의 개요를 독자들에게 간략하게 설명 부탁한다. △2000년의 러시아는 1991년의 소련 붕괴와 1998년의 모라토리엄 여파로 여전히 휘청거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쿠르스크는 소련 시절에 설계되어 러시아 시기에 건조된 핵잠수함으로, 2000년 여름 바렌츠해에서 훈련 도중 침몰해 승무원 전원이 사망했다. - 소설의 집필은 ‘취재-집필-수정 및 퇴고’가 통상적이다.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취재에는 3개월, 집필에는 5개월이 걸렸다. 수정에 3개월, 퇴고에도 집필과 비슷한 기간이 소모되었으니 다 따지면 1년 반 가까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사건이라는 것은 늘 양파와 같아서, 까도 까도 끝이 없다. 집필 기간에도, 수정 및 퇴고 기간에도 계속 사건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내내 취재를 겸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 ‘가라앉는 마음’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방식을 택한 이유는 뭔가. △서방 국가에 살며 서방 언론을 접하는 내가 그 나라 사람들의 내면을 전부 안다는 듯 함부로 표현하며 글을 써내는 게 그리 좋은 선택 같지는 않았다. 내게서 편견을 완전히 걷어낼 자신이 없었기에 그런 부분까지도 작품에 녹여내자 싶었고, 그것이 인터뷰 형식의 소설을 쓰게 된 이유이다. - 이번 작품의 형식 혹은,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작가가 있다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가라면 셀 수 없이 많겠지만, 인터뷰라는 방식 자체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라는 벨라루스 작가의 영향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한데, 실존 인물들을 만나 수집한 인터뷰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써내는 ‘목소리 소설’의 창시자다. - 자료 수집 과정이 만만찮았을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가장 큰 문제는 자료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일단 소련 붕괴는 국내에서 관심 가지는 연구자가 거의 없는 주제고, 쿠르스크 침몰은 한술 더 뜬다. 국내의 주요 도서관이나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봐도 쿠르스크 침몰에 대해 다룬 논문은 단 한 건인데, 그마저도 침몰 사건 자체가 아닌 영화 ‘쿠르스크’에 대한 내용이다. 해외에서도 자료를 찾는 것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소련 특유의 비밀주의 문화에 더해, 1990년대-2000년대 사이의 러시아는 사회가 완전히 무너져서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거나 기록할 상황이 아니었다. 서방 언론사의 편파적인 시선만을 전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런 이유로 교차 검증 가능한 자료들만 소설 내에 사용했는데, 그 자잘한 내용들을 한 번에 떠올릴 자신이 없어 필사를 하기도 했다. - ‘가라앉는 마음’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가. △이 책은 성경이 아니다. 절대적인 진실 같은 건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래서 이 사건과 낯선 나라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좋겠다. - 지금도 세계에선 전쟁이란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치인들은 스스로가 대단히 합리적이고 동시에 정의롭다고 믿으며, 거기에서 기인하는 각자의 명분이 있다. 그 알량한 명분을 자랑스럽게 손에 쥔 채 전쟁과 같은 끔찍한 일을 계획하고, 동시에 국민을 교묘히 선동한다. 거기서 희생되는 건 잘려 나간 다리를 보며 울부짖는 군인, 혹은 공습으로 시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된 죄 없는 아이들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소설의 제목은 누가 지은 것인가. 또, 제목에 담긴 함의는. △가라앉은 것은 단순히 잠수함과 그 승조원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리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제목은 출판사와 내가 십수 건의 시안을 두고 여러 번 협의한 끝에 골랐는데, 처음에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하다가도 보면 볼수록 끌리는 은근한 맛이 있어 골랐다. - 왜 소설을 쓰게 됐고, 당신에게 소설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쓰게 되었다. 우스우리만치 단순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쓰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쓰는 건 재미있지만, 의미가 추가된 것이다. 나는 물리적 시간에 치여 소설을 쓸 수 없는 이들을 대신해 ‘시간’을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 쿠르스크 침몰 사건을 다룬 장편 ‘가라앉는 마음’ 표지. - 이른바 ‘MZ세대’는 문자보다 짧고 가벼운 영상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런 견해에는 완전히 동의한다. 소설조차 종이책보다는 웹소설 시장에서 더 많이 읽히는 마당에, 접근성 좋은 가벼운 영상의 인기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유튜브 쇼츠를 위시한 짧은 영상은 단순히 가벼운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영양가가 없다는 게 문제다. 소설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낀다. 늘 혼자, 거의 돈을 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게 소설 아닐까? 하지만, 영상과 소설 어느 하나만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 ‘가라앉는 마음’ 출간 이후 주위의 반응은. △소설을 출간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기존에 연습을 위해 쓴 소설들은 많았다. 그런 습작을 꾸준히 읽어왔던 지인들에게는 이번 소설로 크게 도약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외부 독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있기는 한데, 막 출간된 소설이라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없었다. 그러니, 내심 궁금하다. - 앞으론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소설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인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여기에는 별다른 창의성이 묻어있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대신 정교함이 있다. 감히 비유하자면 호쾌하게 만들어낸 독특한 형상의 전위적 조각품보다는, 한 땀 한 땀 무늬를 그려 넣은 도자기 그릇에 가까운 듯하다. 낯선 사건,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다루지만 무엇 하나 빼놓지 않으려 애쓰며 소설을 썼고, 앞으로도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12-17

“2025 APEC 품은 경주시, 국제 협력·교류 중심지로 도약”

2025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경주시가 국제 협력과 교류의 중심지, 첨단과학도시로서 입지를 세웠다. 이번 특별법은 경주라는 도시명이 명시된 두 번째 특별법으로 신라왕경특별법에 이어 경주의 미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특별법 제정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 설치와 국가·지자체의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가 명확히 했다. e-모빌리티 연구단지 내에는 지난해 미래차 첨단소재 성형가공센터 준공에 이어 탄소소재 부품 리사이클링 센터가 지난 4월 문을 열어 차세대 모빌리티 혁신부품 산업도시 도약의 기틀을 확고하게 다졌다. 특히 올해는 남산 일원 37만여㎥가 39년 만에 문화재 구역에서 해제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또 경주가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의 올해 여름휴가 여행지 만족도 조사에서 당당히 전국 1위에 선정되며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명성을 굳건히 다졌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내년에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로 단순한 개최 도시를 넘어 경주가 국제적 협력과 교류의 중심지가 되도록 남은 기간 손님맞이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APEC 정상회의로 글로벌 도시 도약 내년 10월 말 경주에서는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이다. 21개 회원국을 비롯해 2~3개 초청국의 정상, 기업인 등 총 2만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경주시와 경북도는 APEC 성공 개최를 위해 △완벽한 기반시설 조성 △APEC 레거시 미래 비전 △경제 APEC △문화관광 APEC △시도민과 함께하는 APEC 등 5가지 추진 전략을 세웠다. 12월 현재 국비 1719억원, 도비 579억5000만원, 시비 947억5000만원 등 총 3246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향후 다양한 기념 사업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비를 더 추가로 건의할 예정이다. □ 여름휴가 여행지 만족 전국 1위 황리단길은 사계절 내내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전국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인기에는 한옥에 대한 건축 행정절차 간소화, 보행 친화 거리 조성, 대릉원 입장료 전면 폐지 등 경주시의 행정적·재정적 뒷받침이 큰 역할을 했다. 대릉원 돌담길에서는 4월 한 달 간 매주 금·토요일, 10월 한 달 간 매주 토·일요일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거리 예술공연과 함께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에코플레이 로드가 열렸다. 이로 인해 상반기에는 누적 입장객 15만 명, 하반기에는 13만 명이 방문하면서 또 다른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천북 물천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자전거 펌프트랙(Pump Track)이 지난 4월 정식 문을 열었다. 자전거 공원은 어린이를 위한 초급 코스부터 일반인(중급), 전문가(고급) 코스까지 난이도별로 도로를 갖췄다. 경주시는 균형 있는 생활체육 환경을 만들고자 권역별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북경주 파크골프장이 개장하면 시내권 54홀, 서경주 9홀, 남경주 9홀, 동경주 36홀, 북경주 9홀 등 지역 내 파크골프장은 모두 117홀 규모로 늘게 된다. 보문관광단지에 ‘대한민국 관광역사공원’이 조성됐다. 보문관광단지의 개발 역사와 도내 시군의 주요 관광지를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인 스토리 광장을 비롯해 산책로, 전망 공간으로 구성됐다. □ 금리단길 새로운 핫플레이스 기대 금리단길이 빛을 주제로 한 감성 테마거리로 탈바꿈됐다. ‘신라의 황금문화와 경주의 별 개양성’을 주제로 지난해 5월부터 7억 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빛광장 520㎡와 빛거리 300m를 조성했다. 황리단길과 차별화된 상권 개발과 점포 활성화를 위해 골목길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빈 점포 창업자 12곳에게 점포당 3000만원, 스타점포 발굴 사업으로 10곳 업체당 1000만원 상당의 직·간접 지원이 이뤄졌다.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는 16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상 7층 규모의 황오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했다. 여기 들어서는 상생협력상가는 주민, 청년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점포를 참여시킬 예정이다. □ 녹색 경주로 삶의 질 높여 현곡면과 황성동을 잇는 길이 371m, 폭 20m 왕복 4차로의 황금대교가 지난 5월 준공됐다. 주거밀집 지역인 이 2곳의 교통난 해소와 정주 여건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황리단길 인근에 차량 894대를 수용할 수 있는 환승주차장이 내년 12월경 들어선다. 이 사업은 사정동 428번지 일원 4만7248㎡ 부지에 235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공영 주차장을 만드는 사업이다. 경주 시내버스 위치를 모바일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초정밀버스정보 서비스가 지난 8월 12일부터 개시됐다. 카카오맵 어플에서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버스 실시간 운행 위치 정보를 10㎝ 오차 범위 내 1초 단위로 갱신해 준다. 황성공원 내 부지 16만271㎡의 숲을 복원하고 산책로와 물길을 만드는 ‘도시바람길숲 사업’이 지난 11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갔다. 주낙영 경주시장 □ 생애주기별 인구정책 경주시가 저출생 문제 극복과 24시간 안전한 분만 환경 조성을 위해 맘존여성병원에 매월 1250만 원의 산부인과 전문의 1명 인건비를 협약 해지 시까지 지원한다. 지역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를 위해서는 68가구 규모로 임대인과 협약을 맺어 임대인에게 월 최대 55만원까지 1년간 임대료를 지원한다. 청년신혼부부는 매월 월세 5만원과 보증금만 부담하면 된다. 내년 7월부터는 경주시 거주 70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게 된다. 이 사업은 70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국가유공자의 이동권을 보장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어르신 기본요금 무료택시 사업도 내년부터 1회 사용 한도가 8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늘고, 연간 지원 금액도 13만2000원에서 16만원으로 인상된다. 경주시는 지난 4월 ‘2024 경주형 저출생과 전쟁 종합대책 보고회’를 열고 인구 감소 완화와 미래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할 63개 사업에 791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4-12-16

“학생 한명한명의 가능성과 꿈 실현하는 ‘맞춤형 교육’ 실천”

칠곡교육지원청(교육장 구서영)은 ‘따뜻한 배움 모두가 빛나는 칠곡교육’이라는 비전과 ‘도전하는 나, 소통하는 우리, 함께 펼치는 미래’라는 지표로 학생중심 교육혁신을 선도하며 교육발전 특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맞춤형 성장 지원과 자치 역량 강화를 통한 건전한 학생문화 조성, 지역간 화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구서영 교육장은 “칠곡교육지원청은 학생 한명 한명의 가능성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맞춤형교육을 실천하며 미래 세대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육장은 이어 “학생 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해 학업은 물론 정서적, 진로적 성장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해 지역사회의 신뢰을 얻고 있다. 특히 영호남 학생 자치프로그램은 칠곡이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의 통합과 화합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학생맞춤형통합지원 칠곡교육청은 2023년부터 3년간 학생맞춤통합지원 시범교육지원청 운영을 통해 위기 학생을 발굴하여 지원하고 있다. 현재 통합지원 및 협력단을 구성하여 맞춤형 통합지원 환경 조성과 연계 지원을 활성화했다. 28명의 학생을 발굴해 교육환경 개선과 심리상담비, 병원치료비 등을 지원 등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위기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며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내고 있다. □ 도전! 호국 시간 여행자 교육장 인증제 도전! 호국 시간여행자 교육장 인증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목표를 정해 칠곡의 호국유적지를 비롯한 경상북도 호국유적지를 탐방하고 지역의 호국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개인 맞춤형 체험 활동이다. 탐방이 끝나면 인증 기준에 따라 교육장 인증서를 수여하는 인증제 프로그램으로 2022년부터 3년간 관내 초·중 1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칠곡교육청에서는 학생맞춤형 미션과 소감을 담은 워크북을 제작·배해 학생들이 탐방을 통해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스스로 미션을 만들어 가족과 함께 해결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가족들의 큰 호웅을 얻고 있다. 칠곡교육청은 앞으로도 ‘도전! 호국 시간여행자’와 같은 스스로 도전하는 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칠곡-해남’ 학생자치교류활동 영호남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칠곡-해남’ 학생 교류 프로그램으로 지역간 화합과 이해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칠곡(초 21교, 중 11교)과 해남(초 19교, 중 11교)의 학생들은 양자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건전하고 행복한 학생문화 조성을 위해 칠곡-해남 지역 학생자치회 활동을 강화해 한달 여간의 공통의 실천과제를 정하고, 각급 학교에서 실천을 한 후, 그 활동 결과를 온라인자치회의를 통해 학생들이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자치활동은 리더십과 공동체 의식 함양과 학교내 민주적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긍정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 칠곡도서관 신축 칠곡도서관은 1959년 건립돼 64년이 경과 된 오래된 건물이다. 그동안 시설의 노후화와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독서 및 문화 활동의 어려움과 좁은 진입로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다. 도서관은 칠곡의 행정, 교통, 교육의 중심지로 도서관의 접근성을 고려해 현 부지에 신축한다. 규모는 지하 1층·지상 3층(부지 4,777㎡, 연면적 3200㎡)으로 2027년 3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토지 보상을 마치고 8월 칠곡군 담당부서와 도서관 관계자, 지역주민 등 60여명을 대상으로 ‘계획설계 설명회’를 열었다. 신축 도서관은 정보 이용 공간의 통합 및 개방화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가족과 함께 주말을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도서관, 청소년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 사회통합·세대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따뜻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한다. □ 기하로 더 즐거워지는 수학 칠곡수학체험센터(센터장 오홍현)는 경북도 중부권역 거점센터로서 ‘기하로 더 즐거워지는 수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만지고 느끼고 깨닫는 수학을 구현하는 탐구·체험형 수학 활동 공간이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탐구형 교구와 대형 교구를 통한 수학적 원리 탐구 기회 제공, 학생과 일반인, 가족단위 체험활동 지원을 통해 즐겁게 수학적 원리를 느낄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칠곡수학체험센터에서는 학교단체수학체험교실과 이동수학체험교실, 학생 수학동아리 활동 지원, 방학 중 수학체험캠프, 토요가족체험 프로그램, 대형교구 대여 등 체험·탐구 중심의 수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또한 체험·탐구 과정 중심의 수학교육 방법 개선과 전문성을 위한 교사대상 직무연수,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학 클리닉 및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자녀교육에 대한 소통을 위해 학부모 연수를 진행하고 있디. 특히 칠곡교육지원청이 주최하고 칠곡수학체험센터가 주관한 ‘2024 경북 중부권 수학축전’이 지난 10월 개최됐다. 이 행사는 ‘독서로 더 즐거워지는 수학! 수학으로 더 밝아지는 미래!’라는 주제로 학생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학 체험에 도전하면서 수학의 즐거움과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행사에는 경북도 중부권 유·초·중·고등학교 학생 250여명, 학부모 200여 명 등 450여 명이 참여해 펄러비즈로 주사위 만들기 등 수학체험마당 29종, 구조물 만들기(그래비트랙스) 등 대회 3종, 수학대중화 강연으로 ‘파이 미로 저자 김상미’외 3명의 작가와의 만남, 수학독서 골든벨 및 루빅스큐브 맞추기 미션 등 특별행사 4종을 운영해 참가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 교육발전특구 지정 박차 칠곡교육청과 칠곡군은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의 파트너로서 대학, 산업체 등 지역기관들과의 협력으로 지역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인재 양성과 정주 기반 마련을 위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칠곡교육청은 초·중 학생들이 상시로 쉬며 공부할 수 있는 ‘마을늘봄학교’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육가족을 대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사제동행 어울림 버스킹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교실 등의 학교 연계 프로그램 △지역 대학(경북과학대, 대구예술대)연계 체험과 같은 학생체험 프로그램 △칠곡교육가족한마음 樂 콘서트 △앱 활용 건강 UP 챌린지 △교육가족문화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2024-12-15

확 바뀌는 성주군 대중교통 체계… ‘사통팔달 교통요지’로

광역 환승, K-패스, 70세 이상 무료승차 등 대중교통 시스템에서부터 감응 신호체계, 고원식 횡단보도 등의 스마트한 도로환경까지 성주군의 대중교통 체계가 대폭 변화했다. 성주군은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대구·경북 대중교통 광역환승 시행일(2024년 12월 14일)과 발맞춰 구간마다 달라지던 버스요금을 단일화하고, 주변 지자체 및 광역철도(대경선)와 환승도 가능하게 조정했다. □ 거리에 따른 구간요금 사라지고, 광역환승 혜택 가장 먼저 거리에 따른 구간요금이 사라진다. 250번 좌석버스는 2000원, 0번 일반버스는 표준요금인 1500원으로 모두 동일하다. 이외에 성주-가천·수륜-고령-대구서부정류장 노선(8100원)이 성주에서 고령까지 단일요금 1500원으로 통일돼 5200원으로 낮아진다. 광역환승의 경우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무료 환승 혜택도 볼 수 있다. 성주에서 250번 버스를 타고 환승 시 1500원을 더 내야 탈 수 있었던 지하철, 시내버스와 환승체계가 구축돼 내릴 때 교통카드를 찍고 30분 내 지하철 통과 시 ‘환승입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0원이 결제된다. 이는 기존에 환승하던 대구·경산·영천 세 개 지자체에서 성주·칠곡·고령·김천·구미·청도 여섯 개 지자체로 확대된 대중교통 광역환승시스템으로 타 시·군(9개 시·군)을 넘나들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구광역시 지하철, 시내버스로 갈아탈 경우 하차 후 30분 이내 탑승하면 무료 환승이 가능하고, 타 시군은 하차 후 1시간 이내 탑승하면 무료 환승이 가능하게 된다. 최대 2회 무료 환승이 가능하다. □ 광역철도 대경선 50% 할인과 청소년 요금 할인 광역철도 대경선(구미~경산)은 50% 할인받고 환승한다. 구미부터 칠곡, 대구를 거쳐 경산까지 연결되는 광역철도 대경선이 12월 14일 동시 개통되며 교통카드로 환승하면 표준요금의 절반을 할인해 준다. 광역철도 또한 대구 지하철과 비슷한 운행간격으로 환승 적용을 위해 30분 이내 개찰구를 통과해야 하며, 거리에 따라 구간요금이 있으니 확인 후 탑승하면 된다. 청소년(13세~18세)과 어린이(6세~12세)의 경우 250번은 청소년, 어린이 각 1300원, 800원으로 다른 노선은 850원, 400원으로 요금이 인하된다. 다만 청소년, 어린이가 어른용 교통카드를 사용할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없으므로 미리 나이에 맞는 교통카드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오는 2025년 1월 1일부터는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학생, 직장인 등은 추가로 환급을 받는다. 성주군에 주소를 두고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K-패스 카드를 발급받고 홈페이지나 앱에서 회원가입을 한 후 K패스 교통카드로 전국 어디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일반 20%, 청소년 30%, 저소득층은 53%의 환급률로 최대 60회까지 환급받는다.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은 전국 전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농어촌버스, 신분당선, 광역버스, GTX를 전부 포함한다. 2025년 7월 1일부터 70세 이상 어르신은 무료로 탑승이 가능하다. 성주군에 주소를 둔 70세 이상 주민은 내년 7월 1일부터 광역환승에 포함된 9개 지자체 대중교통과 지하철, 광역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6월중‘어르신 통합무임 교통카드’를 주소지 읍·면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게 되며, 마을별로 발급 일자를 구분해 이장회의를 통해 홍보할 계획이다. □ 사통팔달 교통요지로 변화 중인 성주군 농어촌버스는 군민에게 충실한 발로써 40여 년간 꾸준히 인구, 물류 수송의 핵을 담당해 왔다. 이제 광역환승으로 요금이 줄어들고 환승으로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 확장되면 성주 주요 인프라에 활기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역환승, 노인무료 등 대중교통 서비스에 관한 문의는 새마을교통과 교통행정팀(054-930-6256)으로 하면 된다. 국도 33호선 신호체계도 스마트해진다. 기존의 일반 신호시스템을 개선하여 신호대기 시 손실시간을 최소화하고 교통사고와 통행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국도 33호선 교차로에 감응신호시스템이 구축된다. 감응신호시스템은 좌회전 차량이나 접속도로에서의 진입차량 및 횡단보도 보행자를 감응한 경우에만 신호를 부여하고, 나머지 시간은 주도로에만 직진신호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3개년 동안 성주군을 지나는 국도 33호선 구간 중 총연장 20㎞, 8개 신호교차로에 감응신호시스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감응신호시스템이 구축되면 교차로 내 불필요한 신호대기와 교통 혼잡을 완화하여 획기적으로 교통흐름을 개선할 수 있으며, 또한 불법 좌회전, 무단횡단,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행위 근절 및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교차로에 차량진입을 알려주는 스마트교차로알리미를 설치하여 교통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스마트교차로알리미는 도로 특성상 진입 차량을 인지하기 어려워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교차로에 주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과 경고 문구를 안내전광판에 표출하여 부도로에서 진입하는 차량의 서행을 유도한다.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을 전광판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충돌을 방지하여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2023년 초전면 칠선리에 최초로 도입 후 2024년 상반기에 성주교차로 램프구간에 설치하여 운영 중이다. 또한 올해 연말까지 성주읍 예산리에 추가 설치될 예정. 시야확보가 어려운 교차로에 점차 확대하여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교통안전지수 개선율 전국 1위 성주 성주군은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2023년도 교통안전지수를 평가한 결과 개선율 부문에서 군 지역 그룹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 이병환 성주군수는 “교통환경 개선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교통안전 사업을 다각도로 시행하는 등 취약점에 대해 더욱 행정력을 집중해 군민의 교통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과 관련된 신호체계, 교통지도 단속 등의 문의는 새마을교통과 교통지도팀(054-930-6252)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4-12-15

포스코형 ‘내화물 열풍 건조 장치’ 3종 만들어 대한민국 특허

“모든 원인과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김수학(62)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포스코 포항제철소 명장이 처음 인연을 맺었던 주물선고로는 330㎥ 크기였다. 입사 후 몇 년이 지났을 무렵 주물선고로가 1080㎥ 규모의 신주물선고로로 대체됐다. 자연스럽게 그는 고로를 건설하는 단계부터 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주물선고로와 인연을 맺고 설비관리를 총괄하며 지낸 지 22년이 흘렀을 때였다. ‘종풍’. 설비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폐쇄하는 것을 말한다. 2012년, 종풍 후 보전작업을 거쳐 2021년 이 주물선고로를 완전히 철거하는 공사에도 참여했다. 주물선고로는 일반고로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고로조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은 다 필요하다. 또한 고로가 겪을 수 있는 모든 문제 또한 다 겪을 수 있다. 그렇기에 주물선고로와 함께하는 동안 김 명장은 고로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고로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품은 김 명장에게 숙련기술인의 길을 들어 본다. - 포스코에 입사하게 된 과정은. 1962년 부산에서 3남1녀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부산에서 생활하다가 강원도 철원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이후 서울에 머물던 중 우연히 신문에 난 포스코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해 입사하게 됐다. 1986년 12월 포스코에 입사한 후, 제선 분야에서 38년째 근무 중이다. 입사 초기부터 2012년까지 고로 공장에서 전 공정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고로 건설부터 조업, 폐쇄, 보전, 철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하며 전문성을 키웠다. 2012년 이후에는 제선부 기술개발 섹션에서 내화물 품질관리 및 관련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업무는. △고로 주상내화물 품질관리, 송풍지관 수급 및 건조작업, 고위험 수작업 기계화 추진, 저근속사원 기술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공장 내 낭비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공정 개선과 신기술 적용, 장비 개발 업무도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 고로의 노심 활성화 장비 성능 향상과 내화물 잔존 측정을 위한 3D 스캐닝 기술 적용 등 혁신적인 기술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 주물선고로란 무엇인지. 그 역할은. △주물선고로도 용선을 뽑아내는 고로이다. 다만, 일반 고로의 용선과는 성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고로에서는 철광석과 코크스로 용선이라는 쇳물을 뽑아내고, 이 용선을 제강공정에서 받아서 취련을 거친 뒤 압연공정으로 보낸다. 제철공정을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렇다. 그런데 때로는 제선공정, 그러니까 고로에서 생산하는 쇳물의 양과 제강공정에서 필요로 하는 쇳물이 양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제강에서는 용선이 100만큼 필요한데 고로에서 생산하는 양이 90이다. 이럴 때 주물선고로가 용선 수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제강에서 용선이 부족할 경우 주물선고로에서 생산한 용선으로 모자란 양을 보충해 주는 거다. 반대로 고로 생산량이 제강 사용량보다 많을 경우 주물용 냉선, 즉 괴(塊)의 형태로 만들어 완제품으로 판매하거나 제강에서 사용하도록 하니 용선 생산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황에 따라 주물용 냉선은 부가가치가 높은 완제품이 되기도 했다. - 업무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입사 후 몇 년이 지났을 무렵 신주물선고로(용광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자연스럽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주물선 고로의 탄생부터 종풍까지 모든 순간을 지켜봤다. 완벽하게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무(無)의 상태에서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만큼 기쁨 그리고 아쉬움까지, 희로애락을 모두 느끼게 해준 고마운 설비였다. 한 사람이 이렇게 설비가 태어나 사라질 때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고단함을 잊을 정도로 귀중한 경험이었고, 인생에서 단 한번 뿐인 경험이었다. - QSS 시범요원 활동 경험을 들려달라. △2006년 QSS(Quick Six Sigma)라는 단어나 개념이 낯설던 시절, 시범요원으로 선발돼 개선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관련 지식이나 인프라가 전무한 상태였지만,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개선 활동을 수행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보완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툴을 만들고, 낭비 요소를 발굴하여 다양한 개선 활동을 발굴했다.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QSS 인재들이 양성돼 현재까지 QSS 개선리더 53기가 배출됐다. 각 현장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25년은 QSS 활동이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QSS2.0이라는 버전으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이를 통해 더욱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개선 활동을 이어 나가며, 포스코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 - ‘내화물 열풍 건조 장치’를 개발해 특허 취득까지 이뤄냈다고. △브라질 CSP(Companhia Siderurgica do Pecem) 제철소에 설비관리기술 슈퍼바이저로 파견 근무를 했었다. 당시 현지 제철소에서 우리와 다르게 운용 중인 내화물 건조 장치를 보고 영감을 받아 ‘포스코형 내화물 열풍건조장치’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포스코가 고로 조업을 시작한 이후, 무려 50년간 사용하던 기존 직화 방식을 뿌리째 뽑아내고 새롭게 현장을 바꾸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유럽 아르셀로미탈과 티셴크루프 등 선진 철강사 벤치마킹을 통해 수없이 검증하고, 전문가들과 연구를 거듭하는 등 끊임없는 도전 끝에 포스코형 내화물 열풍 건조 장치 3종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포스코에 가장 적합한 장치를 개발해 광양제철소에도 적용했으며 전사적으로 품질, 원가, 안전,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놀라울만한 성과를 냈다. 이 장치 덕분에 대한민국 특허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 명장으로서 후배 양성과 기술 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명장이 된 후에도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포스코 신입사원 특강, 명장과의 대화, 포스코 기술대학 과제 활동 지도, 저근속사원 교육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직원들이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고자 노력 중이다. - 인생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나의 인생철학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자녀들도 마찬가지이다. 훌륭한 자식보다 행복한 자식이 되기를 원한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총 2가지이다. 첫째, 가정을 사랑으로 채우는 것이다. 가족들을 소중히 여기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둘째, 회사 생활에서도 가정과 같이 모든 일을 내 일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평소 젊은 후배들에게도 주인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인생에서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다 보면 모든 일에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지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포스코는 일반 기업과는 다른 특별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주인 없는 회사’ 라고 말하지만, 포스코는 회사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고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자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자랑스러운 우리의 철강기업이다. 현재 철강업계 불황, 제철소 위기 상황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위기 앞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주인 정신’으로 구성원 모두가 회사를 지켜나갈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세계 속에서 우뚝 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수학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명장은 △올해의 용선인 선정(2011년) △포스코회장 표창(2012년)△브라질CSP 고로조업 및 설비관리기술 전수(2016년)△제선조업 혁신기술개발 대한민국 특허(2018년)△포스코 명장(2021년)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12-15

겨울 별미 ‘과메기 회·김밥, 돌장어 어묵·튀김’ 건강한 맛 매료

포항시가 주최하고 본지가 주관한 포항의 대표 특산물 ‘구룡포과메기와 영일만 검은돌장어’의 뛰어난 맛과 영양을 알리기 위한 ‘2024 포항 구룡포과메기&영일만 검은돌장어 미디어 홍보 행사’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개최됐다. 행사에 참석한 언론인과 유명 파워블로거들은 이날 ‘종가의 손맛’이 더해진 구룡포과메기와 검은돌장어 요리가 선사하는 맛과 풍미에 엄지를 ‘척’하고 올렸다. 포항 특산품 도시락 “참신하네” ○…이날 참가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포항 구룡포과메기와 영일만 검은돌장어를 활용한 도시락이었다. 도시락 안에 담긴 박정남 명인의 요리는 담음새도 좋고 맛도 더욱 좋아 인기 만점이었다. 행사 초반, 시식대에 도시락을 진열하자 참가자들이 채소롤과 윤기 흐르는 과메기, 돌장어 튀김 등을 보며 “도시락이 예뻐서 장식용으로 가져온 모형인 줄 알았다”, “참신하다”, “먹기에 아까울 정도”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파워블로거들 “맛집이 여기 있네” ○…행사에 참여한 파워블로거들은 구룡포과메기와 검은돌장어 요리를 시식하며 “와”, “최고다”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시식을 개시하자마자 과메기를 넣은 ‘채소롤’과 ‘과메기 김밥’등은 순식간에 동났고, 시식한 파워블로거들은 “아삭해서 식감이 살아있어 좋았다”고 호평했다. 한 파워블로거는 “전국 맛집을 많이 다니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먹어볼 수 없었던 음식들이다”며 “새로운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칠갑산’ 가수 주병선 깜짝 등장 ○…이날 행사장에 국민 인기곡 ‘칠갑산’의 가수 주병선씨와 가요채널 ‘뮤직캠프 쇼쇼쇼’의 진행자로 친숙한 유해모씨가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주병선씨는 “과메기를 활용해 여러 한식을 만든 것이 새로웠다”면서 “언제먹어도 과메기는 정말 한국적인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과메기에 대한 많은 홍보가 필요할 것 같고, 앞으로도 많은 홍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맛있게 만들겠다”는 약속 ○…전세계의 기후이변으로 우리나라도 전국 해역에서 고수온으로 인한 어업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포항 구룡포과메기 생산에도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좌동근 이사장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좋은 과메기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좌 이사장은 “최근 꽁치 어획량 감소로 과메기 생산이 많이 어려움에 놓여있다”면서 “이상기후로 인한 수온 상승 현상이 이어져 꽁치가 잘 잡히지 않고 개체수가 줄어 크기도 과거에 비해 많이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지만 더 좋은 원료를 가지고 앞으로도 더욱 맛있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4-12-12

“한 그루 잘 키우면 벤츠도 사”산주들 설득해 만든 명품숲

만추(晩秋)는 늦은 가을이라는 계절적인 의미를 넘어, 늦가을의 고즈넉한 아름다움, 쓸쓸함 그리고 지나간 시간의 여운 같은 추억이 담긴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우리의 가슴을 물들게 한다. ‘100대 명품 숲’의 하나인 울주 소호리 산192 한독 참나무숲을 만추에 ‘숲과 자연’이라는 공부 모임 회원들과 함께 탐방에 나셨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는데 만산홍엽의 아름다운 산자락을 타고 곡예 하듯이 고갯길과 꼬부랑길을 따라 차로 오르내리면서 드라이브하는 것은 즐거운 미지의 오지 탐험 같다. 누군가는 산 고개 넘어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여 잿길만 찾아다니는 마니아도 있다고 한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만추의 산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고 반면에 도로변 논밭의 오곡은 벌써 농부들이 갈무리하여 덩그렇게 속을 다 내보여 감흥과 쓸쓸함이 교차했다. 도착한 곳은 소호리 산192 한독 참나무 숲을 조성한 김종관 박사님 댁이었다. 마을로부터 좀 떨어진 외딴 산자락 끄트머리에 있는 동향의 아담한 주택이었다. 그는 고려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사유림 경영 사업에 뛰어들어 오늘날의 소호리 참나무숲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1974년 시작된 한독 산림 협력사업으로 독일의 임업 기술자들과 함께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 깡촌 소호리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여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으로 올려놓았다. 이후에도 베트남, 몽골 등 외국 산림 녹화사업에 한평생을 헌신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산림녹화, 사유림 경영 사업 이야기는 ‘소호리 산192’라는 소설로 탄생했다. 언젠가 또 한 편의 인생과 숲이라는 분야의 다큐멘터리로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조명할지 모를 일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이곳에 다시 돌아와 주민들과 함께 산림 경영으로 잘 사는 마을을 만들고자 주름진 이마에 맺힌 부부의 땀방울은 영롱한 이슬방울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김 박사님의 안내로 ‘소호리 산192 한독 참나무숲’으로 갔다.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아 지금은 100대 명품 숲으로 선정되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참나무는 평균 키가 20m가 넘으며 가슴높이 둘레가 80cm나 된다면서 그는 지난 일들을 전쟁 승리 장군의 무용담처럼 거침없이 그리고 쉼 없이 설명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민둥산이 된 산을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위해 “200년 된 참나무 한 그루를 베어 팔면 벤츠 승용차 한 대를 살 수 있다”라고 하면서 산주들을 설득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설명 들으면서 울울창창한 참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 4800㏊ 산림 대부분이 사유림으로 많은 수의 산주가 동의해야 추진이 가능한 사업이라는 것까지만 듣고 더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왜냐면 수림의 비탈길을 한 줄로 이어져 올랐기 때문에 맨 꽁지에 붙어 오르는 나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이제부터 나 홀로 시간이다. 비슷한 크기의 참나무가 미끈하고 큰 키의 잘생긴 자신의 몸매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주변을 둘러쌌다. 다른 산의 참나무림이랄까 숲과는 그 모습이 달랐다. 나무 목재로 10층의 건물도 짓는다고 하니 경제성은 충분할 테고, 간벌하고 또 그곳에 어린나무를 심어 키우면 앞으로 계속해서 베고, 심고를 반복할 수 있어 산에서도 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벨 때는 돈이 생기고 녹색 숲일 때는 맑은 공기와 같은 공익적 가치와 그곳에서 힐링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사업이 있을까 싶다. 참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나무이다. 이름도 나무 중 가장 재질이 좋고 진짜 나무란 의미의 ‘참’이다. 상수리부터 굴참, 떡갈, 신갈, 갈참, 졸참나무까지 6종을 보통 ‘참나무’라고 부른다. 활엽수인 참나무 아래에 그늘에도 잘 자라는 전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가 조화롭게 조성된 숲은 울주 소호리 참나무 숲이 유일할 것 같다. 숲속에는 수령이 40~45년 가까이 되는 참나무들이 전나무, 잣나무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이는 곧게 자라는 침엽수들 덕분에 참나무는 경쟁하여 자기도 곧고 굵게 자랐다. 나무와 나무 사이 공간이 좁아지니 참나무는 옆으로 가지를 뻗지 않고 곧게 잘 자랐고 결국 숲은 경제성 있는 보기 좋은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었다. 참나무를 간벌하면 아래 전나무가 후계목이 되고 전나무를 간벌하고 나면 또 잣나무가 후계목이 될 수 있도록 조림되어 있었다. 나무 아래 땅 위에는 나뭇잎으로 빈틈없이 깔려있어 땅속에 살아가는 미생물과 작은 동물들은 겨울나는데 아무런 걱정도 없겠다 싶다. 나무와 이별한 낙엽은 이렇게 또 희생정신으로 이불이 되고 먹이가 되는 것을 볼 때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낙엽 위에 떨어진 도토리는 흙을 만날 수 없어 뿌리를 내릴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나 산까치나 다람쥐 등이 땅속에 파묻어 놓고 때로는 잊어버려 뿌리를 내리고 어린나무로 자란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낙엽이 땅을 덮는다고 하지만, 바람이 이를 밀어내고 짐승이 뒤집혀 놓아 도토리는 흙과 교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다. 마침, 도토리 한 알이 몸속의 기운을 내밀고 새싹으로 변하여 줄기가 아닌 뿌리로 변하여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대단한 힘이다. 참으로 괴이한 현상이다. 어떻게 부드럽고 연약한 새싹이 거친 땅을 파고들까. 보고 또 보아도 신기한 생명의 힘을 느꼈다. 나무는 자신을 보호한 녹색의 잎을 가을이 되면 미련 없이 또 어김없이 원래의 곳으로 보내드린다. 뿌리에서 빨아올린 물을 나뭇잎에 불어넣어 녹색의 옷으로 자신을 보호하지만, 가을이라는 계절이 올 때면 물의 공급을 멈추고 나뭇잎은 원래의 모습인 울긋불긋한 단풍의 모습으로 변하고 붙잡아 주던 물의 손길이 끊어지면 원래의 곳으로 돌아간다. 이별이 아닌 또 다른 모습으로 또 다른 일을 시작한다. 그렇게 나무의 생명은 끝이 아니라 변하고 이어지는 영원한 생명의 순환이 아닐까 싶다. 경사진 숲의 비탈길은 낙엽으로 인하여 미끄러웠다. 그 미끄러움이 오히려 종아리 근육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된다니 이것 또한 불평할 일이 아니다 싶다. 드디어 비탈길은 끝나고 넓고 평탄한 임도가 나타났다. 주변의 산 능선, 골짜기 등 먼 곳을 조망할 수 있어 좋았다. 맞은편 산에는 일본잎갈나무의 단풍이 붉게 물들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했다. 여름 같았으면 볼 수 없는 경관을 만추에는 볼 수 있으니 이 또한 가을 산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언제까지 임도를 다 돌아다니며 걸을 수는 없으니, 공부 모임의 지도교수이며 김종관 박사의 대학 동기이기도 한 박용구 교수님께서 여기서 기념 촬영을 하고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맞은편 동쪽 백운산과 남서쪽 고헌산, 북쪽 문복산 자락의 물송골봉이 병풍처럼 해발 500m 이상의 고지대인 소호리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다. 국토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행정의 수장이신 임상섭 산림청장은 얼마 전 이곳 소호리 참나무숲을 찾아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 미래세대를 위한 자원보존과 산림의 사회적 기능을 유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제 산림을 보존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과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산림행정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만추의 계절에 만난 ‘소호리 한독 참나무 숲’의 탐방은 우리 산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은…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전국의 집 가까운 숲 가운데 산림청이 우리나라의 생태적, 역사적, 문화적, 경관적 가치를 지닌 숲을 선정해 발표한 것이다. 생태적 가치(희귀 식물과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건강한 숲)를 지닌 숲, 역사·문화적 가치(오래된 숲, 전통적인 이야기가 깃든 숲)를 가진 숲, 휴양·경관적 가치(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힐링 공간으로 활용이 가능한 숲)를 간직한 숲을 지정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12-11

초겨울에 다시 만나는 선도산과 서악동 고분군

언제나처럼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의 속도처럼 빨랐다. 취재를 위한 현장 답사 차원에서 처음으로 경주 선도산과 서악 일대를 돌아본 건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다. 올해 7~8월은 유난스러운 폭염이 사람들을 괴롭혔다. 마애여래삼존불을 만나기 위해 산을 오를 때면 목덜미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숨결은 거칠어졌고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웠다. 고대왕국 신라의 시작을 알린 박혁거세의 탄생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비밀스러운 여성 ‘선도산 성모’를 모시고 있다는 성모사(聖母祠) 처마 아래서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며 차가운 얼음물을 들이켰던 기억이 선명하다. 서악마을 곳곳에 자리한 왕들의 무덤을 살필 땐 그곳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의 최고 권력자들을 떠올렸다. 무열왕, 법흥왕, 진흥왕, 진지왕, 문성왕, 헌안왕… 1400여 년 전을 살았던 그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보려면 큰 상상력이 필요했다. 그럴 때면 뜨거운 바람이 머리칼을 훑고 지나갔다. 저물 무렵 석양이 유난히 붉었다. 세상사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또한 끝이 있다. 선도산과 서악마을, 서악동 고분군, 백제인들이 성스러운 산으로 믿었던 충남 청양의 칠갑산까지 두루 돌아봤던 여정의 끝이 이제야 보인다. 최근에 찾아간 서악의 산과 왕릉 주변엔 늦가을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11월 말이었으니 그럴만했다. 바람은 차가워졌고, 짙푸른 녹음은 갈색으로 변했다. 2시간 가까운 긴 산책에도 땀이 흐르지 않았다. 쉽지 않은 취재와 기사 작성이었지만 보람과 감동이 없지 않았다. ‘4개월 동안 내가 보고 느낀 건 무엇이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문화와 예술을 귀하게 여겼던 천년왕국 신라의 유물을 직접 보고, 선도산 성모의 설화와 전설 속에 담긴 은유와 상징을 파악하려 애쓰고, 줄줄이 늘어선 신라 통치자들의 유택에 관한 논문을 읽었던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발견한 선도산의 3가지 보물을 다시 한 번 요약하는 것으로 짧지 않았던 여정을 마무리하려 한다. ◆ 여전히 아우라 내뿜는 마애여래삼존불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 혹은, 서악동 마애여래삼존입상으로 불리는 불상은 무열왕 통치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사학자들은 “무열왕의 아들 문무왕이 조성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지만, 연대를 알려주는 사료가 없어 불상이 깎아 세워진 시기를 정확하게 아는 이는 없다. 지금은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지만 부처상과 보살상이 내뿜는 아우라(aura·예술품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는 흘러버린 1천 년 이상의 시간과는 무관하게 빛난다. ‘두산백과’는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의 현재 모습을 그려내듯 설명하고 있다. 이런 문장이다. “본존(本尊) 높이 6.85m, 왼쪽 협시보살(脇侍菩薩) 높이 4.05m, 오른쪽 협시보살 높이 4.05m다. 선도산 정상의 커다란 바위에 본존을 조각하고, 양 협시보살은 다른 돌로 된 삼존불상이다. 본존불의 얼굴은 많이 파손되었으나 고졸(古拙)한 미소가 남아 있고, 목은 길지만 삼도(三道)는 잘 보이지 않으며, 어깨는 넓고 크나 움츠린 것 같아 군위(軍威)의 삼존석굴 본존불과 같은 형태다. 한쪽 어깨에 걸친 법의(法衣)는 묵직하게 보인다…(후략)” 부처의 양쪽을 보좌하듯 서있는 2개의 보살상은 파손의 정도가 비교적 덜하다. 그래서일까? 거기서 “신라인의 미소를 봤다”고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중생을 구제한다는 자비의 관음보살은 우아한 기풍을 엿보게 하는데, 본존불에 비해 신체는 섬세하며 몸의 굴곡도 잘 나타나 있다. 중생의 어리석음을 없애준다는 대세지보살은 얼굴과 손의 모양만 다를 뿐 모든 면에서 관음보살과 동일하다. 사각형의 얼굴에 눈을 바로 뜨고 있어 남성적인 힘을 풍긴다”는 건 ‘위키백과’의 부연이다. 경주를 비롯한 한국 곳곳엔 돌을 깎아 만든 불상이 드물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빼어난 미적 감각과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게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이다. 이 평가에 관해선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 서악동 고분군에 김유신 무덤이? 사적 제142호인 서악동 고분군은 경주 시내 한복판에서 관광객들을 맞는 대릉원과는 또 다른 고적함과 조용함으로 여행자들에게 다가온다. 서악마을 초입에 자리한 무열왕릉은 웅장하고 거대하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열왕 김춘추를 모르지 않는다. ‘삼한일통의 토대를 닦았다’고 이야기되는 무열왕은 영화와 TV 속 역사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김춘추의 업적과 위상에 어울리는 대형 고분이다. 무열왕릉을 뒤로 하고 선도산 자락으로 발길을 옮기면 적지 않은 수의 고분을 볼 수 있다. 비석이 없어 매장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기 어렵지만, 학계에선 이 무덤들을 왕릉으로 추정한다. 법흥왕, 진흥왕, 진지왕 등이 깨어나지 못할 영원한 잠에 들어있다고 여겨지는 서악동 고분군의 주인들에 관한 ‘나무위키’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여기엔 무열왕 이상으로 지명도가 높은 신라 장군 김유신이 등장한다. “서악동 고분군과 김유신묘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는데, 바로 배총(陪51A2·큰 무덤 옆에 딸린 작은 무덤) 중 하나가 김유신의 무덤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김유신묘는 난간석이 설치된 무덤으로 왕릉급의 장식으로 형성돼 있다. 난간석의 변화 등을 추론할 때 지금의 김유신묘는 김유신의 무덤이 아니라 신라 왕들 가운데 한 명의 무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서악동 고분군 아래 2기의 배총 가운데 하나가 실제 김유신의 무덤일 것이라는 추정을 하기도 한다.” 이미 1351년 전에 사망한 김유신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아볼 방법이 있을까?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할 듯하다. 그러나, 이런저런 논란과는 별개로 선도산 아래 서악동 고분군에 잠든 이들이 7세기 신라의 최고 권력자들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 2100여 년 전 신라의 시작을 알린 선도산 성모 신라는 기원전 57년에 태동해 935년까지 지속된 우리 땅 고대왕조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는 “진한 6부, 혹은 사로 6촌이 자신들을 다스려 줄 임금을 원하고 있었다. 이때 하늘에서 내려와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를 맞이해 거서간(임금)으로 세웠다”고 쓰고 있다. 신라의 출발에 관한 서술이다. 박혁거세를 신라의 첫 번째 통치자로 보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학자들이 동의한다. 그의 탄생에 관해선 각기 다른 두 가지 설화가 전한다. 이와 관련한 고문헌의 기록을 아래 옮긴다. “박혁거세가 하늘에서 강림한 말이 낳은 알에서 태어난 난생설화를 전하면서도 한편으로 선도 산신(山神) 설화를 함께 기술해두었다. 선도성모 설화(仙桃聖母 說話) 또는 사소부인 설화, 파소부인 설화는 신라의 건국자 박혁거세의 생모가 바다를 건너가 박혁거세를 낳은 후, 경주 선도산 산신이 되었다는 설화다. 역사책에서 선도 성모의 이름은 파소 혹은, 사소라고 기록돼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선도 산신(파소·사소)이 바로 바로 선도산 성모다. ‘한국민속문학사전’에 의하면 선도산 성모는 신라의 시조모로 알려졌기에 신라 건국 시기에 출현한 존재로 볼 수 있다. 김부식이 송나라 사신으로 가서 접한 성모 숭봉(崇奉)의 일을 ‘삼국사기’에 기록한 것이 최초의 자료라고 한다. 역사 서적 속에 등장하는 선도산 성모는 2100여 년 전 인물이다. 타임머신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누구도 그녀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명확하게 알려줄 수 없다. 하지만, 신라의 시작과 함께 이야기되는 박혁거세와 밀접한 관계로 기록된 선도산 성모는 앞으로도 신라 역사의 주요한 연구대상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끝

2024-12-10

포항 운주산 안국사, 신라 불교 전래의 ‘열쇠’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소재한 운주산에 신라에서 불교가 공인되기 이전 시기에 창건된 대규모 옛 절터가 있었다는 문헌 기록과 함께 그 절터에서 여러 시기로 추정되는 토기편들이 발견되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기계면 남계리 운주산 북쪽 중간 ‘절골’이라는 산중턱에 소지마립간대(479년) 에 이미 왕의 국사가 수도하던 사찰이 있었다는 것이다. 소지마립간대는 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법흥왕대(528년) 이전 시대라는 점과 각종 사료를 통해 안국사가 신라 왕실에 불교 전파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상존하면서  이곳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특히 당시 왕이 직접 두 번이나 행차하였고, 왕이 직접 그 절의 이름을 ‘운주산 안국사’라고 지어주었다는 내용이 담긴 문헌 기록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이 1989년에 발견되면서 더욱 안국사 절터에 대한 시선이 쏠린다.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은 1757년(영조 33) 운주산 안국사 승려가 태백산 각화사 사고 중에 남아있던 안국사 관련 사적을 다시 정리하여 목판본으로 제작됐으며,  현재 목판본은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소장 중이다.  1989년 동국대 신라문화연구소 ‘신라문화 제6집’에 안국사 관련 전문 및 간략 해제문이 실려있고,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의 원문 번역은 ‘기계기북향토지’ 109∼123페이지에도 게재됐다.  기계면 남계리 ‘운주산 안국사’는 조선 영조 때 목판본으로 제작된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을 비롯하여 포항시에서 발행한 시사, 군사 그리고 옥산서원 사제문 일기, 동경 잡기 등 문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기록들을 바탕으로 2024년 상반기에 포항시 향토문화유산 지정 신청에 따른 현장조사에서 신라토기가 발견되었고 그에 따라 포항시 향토문화유산 제2024-1호로 지정되었다.   지난 4월 포항시가 향토문화유산 지정에 따른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라토기로 추정되는 조각편들과 승탑군, 와편, 석물들이 발견되어 향토사학자들을 들뜨게 만들기도 했다. 사학계는 이러한 유적 발견이 삼국유사의 사금갑 설화와 연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라 초기 불교의 전래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당국의 발굴조사를 통한 체계적인 학술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에 따르면, 신라 왕궁의 천주사 분수승 사건으로 승려들이 죽임을 당하게 되자, 서라벌의 도인인 원일 스님은 남산 석골에 숨어 지냈다. 이후 스님이 숨어 있던 남산에서 상스러운 빛이 일어나자, 소지왕은 원일 스님에게 변고를 물었다. 이에 스님은 승려를 주륙하고 불법을 훼손한 때문에 국운에 해가 미칠까 두렵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소지왕은 원일 스님을 국사로 삼고 불교를 받드니, 다시 일월이 빛나고 천지가 밝아졌다. 이후 원일 스님은 왕성에서 3년을 머물다가 도성 북쪽 80여리 산꼭대기에 옮겨 살았다. 소지왕이 직접 행차하여 산 중턱 평평한 곳으로 옮기고 법당과 신승당을 짓고 승려 100여 명이 상주하게 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행차하여 사찰을 살펴본 후 친히 ‘운주산 안국사’라 이름을 지어 주었다.'  삼국유사 사금갑 설화를 비롯 안국사와 관련된 사료는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소지 마립간 즉위 10년, 신라 소지왕 또는 비처왕이 못 속에서 나온 노인의 편지 때문에 죽을 위기를 넘겼다는 내용과  왕실 내전에서 향을 피우며 불교 의식을 주관하던 분수승이 궁주와 은밀히 간통하고 있어 두 사람이 처형당했고, 그로 인해 승려들이 대대적으로 숙청당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불교 공인 이전인 소지마립간 당시 불교에 대한 귀족들의 반발로 인하여 승려들이 숙청당하고 산속으로 숨어 지냈다’라는 내용과 궤를 같이 해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의 기록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정경희 교수는 논문을 통해 “운주산 안국사는 신라에 불교가 공인되기 전 가장 큰 규모의 사찰로 운주산 일대에 많은 암자를 거느린 천년 고찰이었으나 지금은 상안국사와 하안국사 양사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밝힌다.  영일군사 포항시사에서도 “안국사는 불국사와 동일한 규모의 사찰이었으며, 신라시대 절 안국사가 있을 때에는 큰 마을이 있었는데 절골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고, 이후 일제 강점기에는 산남의진 1대 대장 정용기가 의병 활동의 주둔지로 이용하다 1910년에 소실되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옥산서원 사제문 일기에서는 “조선 정조 1792년 3월 16일 정혜사, 안국사, 거동사, 법광사 네 개 사찰의 스님들을 불러 선비 밥상을 배전하여 돕도록 하였다”라고 적혀 있다.  또 다른 관련 연구 논문으로, 경주대학교 이강식 교수는 ‘기마 군단을 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라에서 입지를 다지고 삼국 통일의 원동력이 된 김유신 장군은 왕경인이 아니라 기계인이라는 변증’을 제시하며, 김유신 장군의 본가 터가 기계 현내리에 위치해 있음을 밝혔다. 신라 왕경과 기계 지역 간의 교류와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영천시사에서는 “안국사가 위치한 운주산은 조선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김백암 장군이 병사를 이끌고 성을 쌓고 진터를 설치해 한양을 지키기 위한 산성으로, 영천 수성(守城)이라는 자연부락 이름이 유래했다”라고 적고 있다.   또한, “산 중턱에는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난처로 이용된 동굴이 있다”라고 기록돼 있다.  또 폐사지 안국사지에 대하여 2012년 한국의 사지(下) 지표조사 보고서에서는 1669년에 간행된 동경잡기, 1800년 무렵의 범우고 광여도 등과 성대중의 안국사 중 수기, 1845년 증보 간행된 동경잡기 등에서도 안국사에 대한 사료가 나타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번 포항시 향토문화유산 지정 관련 조사 이전에도 지역의 많은 향토사학자들과 언론에서도 안국사에 대한 역사적 가치에 관심이 있어 왔다. 그중 경북매일(2022년 5월 31일)에서는 ‘산남의진 기억하고 추모하자’, 경북일보(2011년 8월 12일 칼럼)에서는 ‘광복절에 생각하는 안국사 터’, 경북일보(2011년 8월 15일 칼럼)에서는 ‘청성 성대중 안국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다’ 등의 기획 보도를 한 바 있다. 신라가 고대 국가로 발전한 힘의 원천인 철기 문화가 왕성했던 당시, 기계천을 중심으로 기계 인비리 암각화 고인돌, 문성리 고인돌, 성계리 고인돌 마을 등에서 동시대의 토속신앙의 유물·유적들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주민들이 살아왔음을 유추 해 볼 수 있다. 특히, 신라에 불교가 공인되기 이전인 소지왕 대에 왕의 국사가 당시 경주현 기계 지역에 위치한 운주산 안국사에서 수도한 기록은 매우 귀중하고 소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안국사의 각종 사료를 살펴보면 신라의 불교 전파과정 짐작이 가능하다.  고구려에서 경상북도 구미 도개면 신라불교 초전지를 거쳐, 우리 지역에는 고구려의 최남단인 청하면(지명이 고구려 아혜현을 신라 경덕왕 때 해아현으로 개칭)으로 들어와 신광면(흥곡리 신라인 무덤 및 지증왕 대 냉수리 신라비 및 냉수리 고분 존재)을 거쳐, 기계면(신라 대 지명 모혜현, 인비리 암각화 및 최대의 고인돌 집단 분포지, 김유신 장군 생가 터, 그리고 소지왕의 국사 원일이 수도하던 운주산 안국사 위치)으로 흘러 든 것으로 볼수 있는 것이다.   신라 김 씨 왕실이 불교 수용을 통한 왕권 강화를 시도한 것도 안국사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신라 왕실은 경주 낭산(박혁 거세 탄생지인 나정에 신궁을 짓고 불교 수용에 힘썼으며, 김 씨 왕실의 삼산 오악 제의 중심인 중악)을 삼신산으로 지정하여 선불 융합을 이루었는데,  밀교와 불교가 융합하며 신라에 불교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운주산 안국사는 불교의 그 전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장소라 할 수 있다. 오상기 전 포항석곡도서관 팀장   신라 사찰 창건 시기를 보면, 안국사는 불교 공인 이전인 소지왕, 479년에 창건되었다. 이는 포항 지역의 3대 사찰인 보경사(진평왕, 579년), 법광사지(진평왕, 602년), 오어사(진평왕대)가 신라 불교 공인 이후 불교가 왕성한 활동을 한 시기에 창건된 것보다 이른 시기다. 또한, 신라 초기 불교의 정착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일설에 의하면 100여 명이 강론했고 백련사 등 많은 암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현재도 ‘절골’이라는 자연부락명이 그대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운주산 안국사’는 전불시대, 신라에 불교가 전래되는 과정을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불교가 공인된 이후의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등으로부터 신라 왕궁의 북쪽의 외침을 지켜왔으며, 조선시대 임진왜란에는 왜구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하였고, 특히 일제 강점기 산남의진 제1대 의병장 정용기 장군의 의병활동 주둔지로 줄곧 호국의 산, 호국사찰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 국가문화유산청 차원에서 현장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관련한 학술연구를 통하여 신라 불교 전래 과정과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있는 ‘신라운주산안국사사적’ 목판본이 포항시립박물관으로 회수 받을 수 있을 것과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4-12-09

화석 대신 ‘수소환원 원리’로 철 생산, 탄소 배출 획기적 절감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철강 산업은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에 따라 저탄소 또는 탄소 배출을 아예 하지 않는 철강 생산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철강 산업은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파리 협정(2015) 등 국제적인 기후 협약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농도가 계속 증가하면서 지구 온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한 ‘수소환원제철소’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 필요성2. 수소환원제철, 해외에서는 어떻게3. 정부,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해야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문제 철강 산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탄소 배출원이다. 철강 산업은 고온의 가열과 화학 반응을 통해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한다. 이는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철강 산업은 전 세계 산업 배출량의 약 7~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철강이 건설, 자동차, 기계 등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인 재료이기 때문에, 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 배출이 막대함을 의미한다. 철강 생산에서 CO₂ 배출의 주요 원인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제철 공정이다. 철강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인 고로 제철에서 코크스라는 화석 연료가 철광석과 반응해 철을 추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러한 탄소 배출 문제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기술 접근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기술들은 기존의 제철 방식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탄소 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기술은 제철, 화력발전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분리, 포집해 저장하는 것이다. CCUS 기술은 탄소중립 실현의 가교가 되는 ‘브릿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4%를 CCUS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탄소포집 기술을 이용하면 대기중에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고갈 유전, 가스전 등에 수십~수백만년 저장할 수 있다. 탄소 포집, 운송, 저장 기술은 이미 어느정도 상용화돼 있고, 기술 성숙도도 높아 단기간 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한국의 경우,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이 부족해 탄소포집기술 활용이 제한적이다. 한국석유공사(KNOC) 주도로 동해가스전 저장소를 개발하고 있지만, 연간 40만 t 수준에 불과하다. 철강업계에서만 연간 탄소배출량이 1억t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많은 민간 기업들은 탄소포집, 저장, 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탄소 저장소를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국영가스공사인 ‘페르타미나(Pertamina)’와 탄소 포집 및 저장 사업을 추진하고자 협력하고 있다. 찔레곤에 위치한 크라카타우 포스코에서 50~250㎞ 떨어진 인근 해상에 고갈중인 유전과 가스전을 활용해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계획이다. 포스코는 2030년부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폐유전 및 가스전에 보관하는 실증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 전기로 제철(EAF, Electric Arc Furnace)과 철강 스크랩(재활용된 철)을 많이 사용하는 방법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중요한 접근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필요성 전통적인 제철 방법인 고로 제철(Blast Furnace)은 코크스라는 화석 연료를 사용해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는 대기 중으로 방출돼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고, 이는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의 기본적인 원리는 수소(H₂)가 철광석(Fe2O3)과 반응해 철(Fe)을 추출하는 것이다. 즉, 철광석(Fe2O3)과 수소(H₂)가 반응해 철(Fe)과 물(H₂O)을 생성하는 반응이다. 이때, 수소는 철광석을 환원시키는 역할을 하며, 기존에 사용되던 코크스를 대신한다. 즉, 수소환원제철은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기존 제철 방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수소를 활용한 제철 기술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수소는 풍부하게 존재하는 자원이므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철강 생산을 위한 원료로도 유망하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도전 과제 철강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되면, 철강업계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기존의 철강 생산 시설을 수소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도 가능하므로, 새로운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 수소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원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어, 철강업계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은 청정 수소의 공급이다. 청정 수소는 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풍력, 태양광 등)로부터 생산할 수 있지만, 현재 수소 생산 비용이 높고, 이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운반하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으며, 기술적 안정성과 대규모 상용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시험이 필요하다.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 기술적 안정화 등의 여러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프로젝트 포스코는 2019년부터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선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해왔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소’를 구축해 수소를 사용한 철강 생산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대한 시험을 마친 후, 상용화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뿐만 아니라 한국의 철강 산업, 나아가 전 세계 철강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의 제철소가 사용할 수소는 대부분 청정 수소가 돼야 하므로, 수소 생산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 생산비용을 낮추는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수소환원제철소를 구축함으로써, 한국은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탄소 배출 문제에 대응하는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수소를 통한 철강 생산 방식은 장기적으로 운영비 절감과 함께 친환경적인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다. △기후 변화 대응과 글로벌 경쟁력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가 상용화되면, 한국은 기후 변화 대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글로벌 철강산업의 환경적 규제를 준수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잡을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 같은 주요 경제권에서는 철강산업에 대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수소환원제철소는 이러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는 단순히 철강 산업의 혁신을 넘어,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탄소 중립 사회를 목표로 하는 현재, 수소를 활용한 제철 기술은 철강업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소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철강 산업의 미래를 선도하고,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한 주역이 될 것이다.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12-08

첫 ‘1조 예산 시대’ 여는 문경, 시민 행복도시 완성한다

문경시의 내년도 본예산 규모가 개청 이래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다. 2025년에는 주요 공약사업 및 현안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 궤도에 오르는 만큼, 문경시는 과감한 재정투자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 속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면, 내년 예산안은 시정 역점 사업에 적극적으로 재원을 투입함으로써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으로 위축된 지역 경기 활성화와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 역점 사업 민선8기 공약사업과 더불어 신성장동력 TF팀 운영으로 발굴한 역점 현안사업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한다. 문경새재 관광지 조성사업 108억원, 문경타워 건립사업 46억원, 문경역세권 도시개발사업 148억원, 모전 ON 유-길 조성사업 80억원, 문경새재 야간경관조명 조성사업 25억원 등을 편성했다. 시민과의 약속인 공약사업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한편, ‘체류형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속 가능한 새로운 관광자원을 조성해 지역 활력화에도 집중한다. 각종 개발사업 외에도 시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필수적인 예산들도 반영했다. □ 농·축산업 발전 사과 등 과수산업 지원 92억원과 오미자농가 지원 18억 6000만원, 문경새재 농특산품 직판장 리모델링 공사 15억원, 문경 감홍사과 브랜드 명품화 사업 16억원, 문경오미자 K-Food 육성사업 12억원 등을 반영했다. 농산물 생산 및 유통을 지원하고 지역 대표 특산물인 약돌축산물과 감홍사과·오미자 산업 육성에 주력한다. 아울러 전년 대비 농·축산업 분야 보조금을 85억 6000만원 증액 편성, 지역 근간 산업인 농·축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 □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닻별거리 및 닻별의 집 조성사업 등 16억원과 지역상품권 운영 46억원, 상권르네상스사업 8억 5000만원, 소상공인 시설 및 경영개선 지원사업 6억원, 중소기업 운전자금 이차보전 6억원 등을 반영했다. 스타 마케팅을 활용한 ‘닻별거리’조성 및 관련 콘텐츠 개발로 구도심을 거점으로 한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적극 지원한다. □ 스포츠 도시 육성 각종 체육대회 행사 지원 49억원과 BMX 체험장 조성 11억원, 실내테니스 경기장 건립 49억 6000만원, 매봉 국민체육센터 건립 4억원 등을 편성, 지역경제와 상권 활성화의 중추가 되고 있는 스포츠 도시 문경 조성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 교통 및 물류 인프라 구축 시내버스 무료화 사업비 15억원과 도시공공형버스 및 희망택시 등 교통수단 운영비 지원 15억 5000만원, 어린이보호구역 및 실버안전길 조성 등 교통안전 개선 사업 3억 3000만원 등을 반영해 시민의 교통 안전과 교통 약자의 폭넓은 이동권을 보장한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되는 시내버스 전면 무료 운행에 따른 사업비를 지원,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경감하고 시민 교통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 재난·안전 기반 확충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 96억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45억원, 하천재해예방사업 18억 7000만원, 소하천 정비사업 32억 5000만원, 하천위험시설물 정비 69억원 등을 편성했다. 시는 각종 자연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 신현국 문경시장 □ 2025년 시정 구상 신현국 문경시장은 민선8기 출범 이래‘긍정의 힘! Yes문경’을 가치로 폐광지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결과, 문경의 성장동력이 될 사업들이 결실을 맺으며 희망찬 미래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대표 성과로는 경북 농민사관학교와 더본 외식산업개발원 개원, 단산터널 개설공사 재개, 세계소프트테니스대회 등 국제대회 유치를 통한 스포츠 도시 위상 제고, 용두리 슈퍼와 관광용 테마열차 운행, 프리미엄 감홍사과 신세계 백화점 런칭 행사 등을 들었다. 지난 성과를 토대로 민선8기 후반기를 맞아 더욱 완성도 높은 지역발전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KTX 문경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숭실대·문경대 통합 △주흘산 케이블카 및 하늘길 조성 등 체류형 관광산업 완성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포츠·체육 도시로 도약 △권역별 도시개발사업 완성 △농업소득 1조원 실현 △스마일 도시 문경 완성 등 6대 시정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숭실대·문경대 통합은 양 대학 간 실무협의를 통해 통합방법을 구체화해 온 만큼 통합추진에 속도를 높여 가시적 성과 달성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둘째, 주흘산 케이블카와 하늘길을 2027년 완공 목표로, 문경타워·문경새재 야간경관조명 조성 등 새재 권역을 중심으로 신규 콘텐츠를 마련해 체류형 관광산업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포츠·체육 도시로 도약을 위해 2031년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읍면별 신규 파크골프장 확대 조성, 종목별 체육행사 유치에 힘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방침이다. 넷째, 권역별 도시개발사업 완성을 위해 역세권과 연계한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신규 산업단지 및 농공단지, 공공 열분해시설 설치사업을 본격화해 최적의 투자 환경을 마련한다. 아울러, 박서진과 닻별거리, 포장마차 먹거리, 달빛주막 등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모전 ON 유-길 조성사업, 중앙공원·모전공원 정비사업을 내년 완공해 시민 휴식 공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섯째, 농업소득 1조원 실현을 위해 감홍사과와 오미자의 재배면적 확대에 집중하고, 감홍사과, 오미자, 약돌한우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여 문경 농특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스마일 도시 문경 완성’을 위해 교육과 복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를 시행해 시민 모두가 품격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행복 도시 문경을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신현국 시장은 “어려운 세입 여건 속에서도 국·도비 확보를 위한 노력과 각종 공모사업 선정으로 부채 없는 건정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개청 이래 첫 본예산 1조 원 시대를 열었다”며 “문경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주요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시민 행복 도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4-12-05

선비의 기개 닮은 거대한 품엔 풍류와 배움 함께 숨 쉬어

영귀봉(靈龜峰)과 서원(書院)을 감돌고 흐르는 죽계천 맑은 물에 은행나무와 솔숲이 목욕재계한다. 솔잎에 매달린 이슬방울은 죽계천 윤슬의 반짝임과 솔숲으로 스며든 아침 햇살로 불을 밝힌 듯 유난히도 반짝인다. 유생들과 함께 둥그렇게 성생단(省牲壇)을 둘러싸고 있다. 뭔가 성스러운 의식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살이 통통 오른 소 한 마리가 멀뚱멀뚱한 큰 눈으로 콧김을 내뿜고 있다. 서원의 관리가 향사 의식의 순서를 적은 홀기(笏記)에 따라 제향 제물을 올려 두고 흠집 여부를 살펴 보고 있는 중이다. 성생의(省牲儀) 또는 충돌례(充腯禮) 등으로 불리며 제물을 검사하고 품평하는 생간품(牲看品)을 하고 있다. 서쪽에 선 축관이 준비한 제물이 적합한지를 ‘돌(腯)’하고 물으니, 헌관이 좋다고 판단하여 ‘충(充)’하니 의식은 끝이 나고 제물을 준비한다. 이곳 순흥 출신의 고려 시대 대학자 안향의 학문 정신을 기리는 행사 의식 중 제물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솔숲 속 소수서원 지도문 앞 성생단 양옆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처음부터 오늘날까지 향사 준비 과정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축관과 헌관은 제물로 사용 함에 새끼를 밴 암소와 병들거나 약한 소는 제외하고, 참여한 제관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 될 수 있도록 그 기준을 삼으라고 암시했을지도 모른다. 성인을 섬기고 그 정신을 이어받는 향사 일에 제관이나 유생들은 힘들다거나 불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제물은 결국 알게 모르게 참여한 사람들의 배를 채워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향사나 제사에 참여도 저조하고 그로 인하여 힘들어하며 불평하니 옛날과는 희비가 엇갈린다. 안향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자이며 동방 신 유교의 비조(鼻祖)라고 한다. 풍기 군수였던 주세붕(周世鵬)이 이곳에 사묘를 세워 선생의 위패를 봉안하고 백운동 서원을 창건했다. 이를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재임하면서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았다. 한때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서원은 홍역을 치렀지만, 소수서원은 역사적 중요성과 상징성이 높았기 때문에 완전히 폐지되지 않고 있다가 그 후 다시 복원하여 지금까지 잘 보존하여 유지되어 오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이곳에는 통일신라시대 숙수사(宿水寺)라는 절이 있었다. 절의 상징 조형물인 당간지주(幢竿支柱)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무슨 사유인지 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소수서원이 들어섰다. 그리고 주변에는 울창한 숲을 조성하고 서원을 출입하는 지도문 양옆에 은행나무 암그루와 수그루 두 그루를 심어 놓았다. 소나무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항상 푸름을 간직하는 것이 선비의 기개와 닮았기 때문에 학자수(學者樹)라 불렀다. 그리고 우람하고 하늘 높이 치솟은 은행나무는 할아버지와 손자 간의 세대를 잇고 인내와 기다림을 상징하는 나무로 공손수(公孫樹)라 불렀다. 이러한 상징적인 자연물을 늘 가까이 하면서 잊지 말라고 하는 숨은 뜻이 담겨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에서 휴식하고 수양하는 일은 조선 시대 성리학을 배우는 하나의 수업 과정이기도 하다. 솔숲은 낙락장송(落落長松)이라 불리는 건장한 소나무로 울울창창하다. 숲은 서원의 경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기록에 따르면 선조 1586년에 평창의 유생 이충언이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한 효종 1654년에 영귀봉 아래에서 남쪽 나래에 이르기까지 소나무 1000여 그루를 심었는데 산 것이 겨우 500여 그루였다고 한다. 그 후 소를 방목하거나 화재가 나지 않도록 하고 소나무를 더 심어 지금의 숲으로 무성하게 했다고 한다. 서원을 짓고 주변에 나무를 심어 숲속 서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조상의 나무사랑, 숲 사랑, 자연사랑이 돋보이는 사례로 오늘날까지 우리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풍광에 심신을 치유받는다. 푸른 하늘로 힘차게 솟아있는 솔숲의 은행나무 노거수 두 그루는 나이 500살 동갑내기이다. 키 21m, 가슴둘레 4m의 수나무는 소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키 25m, 가슴둘레 5m의 암나무는 죽계천 언덕 위에 있다. 수피가 벗겨져서 그런지 밑둥치에서 많은 줄기가 뻗어 올랐다. 서로 마주 보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부부 은행나무이다. 오늘따라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노란 꽃잎을 방문객의 머리 위에 뿌리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솔숲의 풍광이다.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소수서원의 이름에 걸맞게 은행나무도 천연기념물로 품격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에는 국보와 보물, 안향과 주세붕 초상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문화재를 더욱 품위 있게 받쳐주는 것은 서원을 감싸고 흐르는 죽계천 맑은 물과 푸른 솔숲, 거대한 암수 두 그루의 은행나무 노거수가 아닐까 싶다. 이들 삼박자가 없다면 소수서원 역시 덩그런 벌판 위에 세워진 하나의 건물에 불과할 것이다. 특히 소수서원에 영혼을 불어넣고 활기를 띠게 하는 것은 살아 숨 쉬는 자연물인 솔숲과 은행나무이다. 죽계천 주변에는 솔숲과 함께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각종 풍류를 즐기며 경각심을 고취하는 시설물과 글귀가 있다. 푸른 솔숲에 노랗게 물든 단풍잎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맑은 죽계천에 비친 노란 단풍 옷을 입은 은행나무는 또 어떠하고. 이런 환상적인 경관에 취하면서도 또 배울 것은 배우는 삶 속에 풍류와 배움이 함께하는 길을 걷도록 해 두었다. 주세붕(周世鵬)이 경(敬)이라는 글자를 바위에 새겨 놓은 경자암(敬字巖), 푸른 산의 기운과 시원한 물빛에 취하여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다는 취한대(翠寒臺),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정자인 경렴정(景濂亭) 등 죽계천을 끼고 있어 자연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모임과 풍류, 심신을 수양하던 장소로 풍광이 수려한 곳에 위치하여 유생들은 시연(詩宴)을 베풀고,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웠다. 이곳에서 우리 조상의 다양한 삶을 그려 보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소수서원의 은행나무와 솔숲은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조화의 정수다. 500년 세월을 견딘 은행나무는 유생들의 굳건한 의지를 상징하고, 적송의 푸름은 선비의 절개를 닮았다. 죽계천 맑은 물과 경자암의 글귀는 학문의 숭고함과 성인의 공경을 일깨운다. 솔숲 사이를 걸으면 자연의 품에서 선비의 기개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은행나무의 거대한 품은 후학을 품는 서원의 정신과 같고, 소나무의 긴 가지는 하늘을 향해 쉼 없이 뻗어 나가는 학문을 닮았다. 이곳은 학문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진 조선 유생들의 이상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힐링의 장소로 탈바꿈하지 않았나 싶다.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이 곱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 아래 가을 정취에 넋을 잃고 있다.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은… 소수서원은 지방에 설립한 사립 고등교육기관이다. 조선시대 서원 중에서 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필암서원, 돈암서원, 병산서원, 무성서원, 도동서원의 9개 서원이 2019년 7월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이란 이름으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됐다. 소수박물관은 성리학을 주제로 선비문화를 조명한 유교 전문 박물관이다.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정신문화를 계승함과 동시에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대에 ‘유(儒)와 한(韓)’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문화 재창달 교육원이고, 선비촌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터다. 선비세상은 대한민국 K-문화 테마파크다. 한옥, 한복, 한식, 한글, 한지, 한음악의 6개 한국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첨단매체를 통해 선비정신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체험공간으로 역할한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12-04

지역발전 토대 다져 ‘군민 행복시대’ 활짝 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4년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다. 벌써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다. 올 한 해 고령군은 ‘군민 행복’과 ‘발전하는 지역’을 지향하며 다양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실행했다. 그 가운데 고령군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5번째 한국의 고도’로 지정받았다는 것이 관심을 끌었고, 연중 쉼 없이 펼쳐온 고령군의 청년정책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고령군의 노력도 좋은 평가를 받을만했다. 아래에서 위에 언급된 2024년 고령군 주요 정책의 추진 과정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본다. ◆한국의 ‘5번째 고도(古都)’로 지정된 고령 올해 고령군은 군민들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경사를 맞았다. 고령이 ‘대가야 고도(古都)’로 공식 지정된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고도 보존육성 중앙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고령군이 한국에서 5번째 고도로 지정됐음을 고지했다. 2004년 3월 5일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경주, 공주, 부여, 익산에 이어 고령군이 5번째 한국의 고도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고도란, 이름 그대로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의 중심지이며 오랜된 수도라는 뜻. 이는 앞서 언급된 다섯 도시, 즉 경주, 부여, 공주, 익산, 고령의 역사·문화적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1600년 전 대가야의 도읍이던 고령군 대가야읍 일대는 최근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 산성인 주산성, 대가야 궁성지, 고아리 벽화 고분 등 대가야의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고대 국가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역사적·경관적 가치가 잘 보존돼 관광지로서의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내외의 평가다. 고령이 고도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역사·문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주민지원사업 등이 가능해졌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한 지역 활력 증진과 주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 그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고령군 활성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고도 지정 이후 관련 사업을 추진할 이남철 고령군수는 “고령이 20여 년 만에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대가야 도읍지 고령이 공식적인 대가야의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이라 군민과 함께 기뻐했다”며 관련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를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고령군은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대가야 궁성지 발굴 및 복원 정비사업, 세계유산 및 핵심유적 탐방거점센터 건립, 고도 주민협의회 구성 및 고도 육성 아카데미 설립 등을 차근차근 추진할 예정이다. ◆청년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의 변화 지향 현재 고령군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구정책도 청년인구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투자 역시 아끼지 않는다. 청년인구 활성화 정책이 인구의 주요 이탈층인 청년을 붙잡고, 이를 통해 미래 출산율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안정된 지역의 인구 구성을 이끌어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이중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사업은 고령군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지난 가을엔 다산면 벌지리에서 ‘천년건축 시범마을 조성 기공식’을 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고,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다짐했다. ‘천년건축 시범마을 조성사업’은 경북도가 인구 감소로 쇠퇴하는 지역의 위기 앞에서 모범적이고 자랑스러운 전통인 하회마을처럼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게 흔들림 없이 지속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새로운 도시 모델 구축을 목표로 8개 시·군을 선정해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고령군이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을 알렸다. 고령군의 천년건축 시범마을 조성사업은 지역특성에 맞는 지속가능한 주거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인재와 청년들이 찾아오는 지방시대 전환의 상징적인 장소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앞으로 사업비 230억 원을 들여 면적 2만5370㎡ 부지에 임대주택 25동 70호(공동주택 8동 44호, 단독주택 17동 26호), 커뮤니티센터, 테라피농장, 체육시설, 돌봄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고령군은 경북개발공사와 함께하는 임대주택사업도 추진 중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50호가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2026년 하반기가 되면 1차 사업으로 지어질 20호에 사람들이 입주하게 된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경북도의 저출생 대응사업과 연계해 돌봄시설을 포함하는 공동주택으로 공급하게 된다. 일자리·청년창업지원센터 운영, 자격증 취득 지원, 청년 근로자 교통비 지원, 청년 창업자 임차료 및 리모델링 지원, 예비창업가 육성사업 등 적극적 청년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는 고령군은 지난여름 열린 제29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에서 ‘일자리창출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거 관련 정책과 함께 청년층 이탈의 주요 원인인 자녀의 양육과 교육환경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책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 중이다. 원어민 영어교실, 창의력 증진 프로그램 등 수요는 높으나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교육과정을 개설해 제공하고 있으며, 봄에는 고령 어린이과학체험관을 개관해 부족한 교육인프라를 확충했다. 다자녀가정의 양육부담을 경감해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멈춤 없이 진행됐고, 3월부터 다자녀가정 양육장려금과 학자금 지급사업을 시작했다. 양육장려금은 고령군에 사는 3자녀 이상 가구 중 1~6세 셋째 이상 자녀에게는 매월 20만원, 7~18세 셋째 이상 자녀에게는 매월 15만원을 고령사랑상품권 등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게 고령군의 설명이다. ◆베트남·태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노력 고령군은 올해 해외 시장 개척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 10월에 베트남과 태국 시장 판로 개척에 나선 고령군 해외무역사절단은 수출상담 87건, 상담금액 307억 원의 성과를 거뒀다. MOU 체결건수도 22건이고, MOU 체결금액은 645만 달러다. 베트남 해외투자청과 태국 투자청 방문으로 고령군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평가받았다. 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와의 경제교류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고령군 우수기업의 베트남 진출 지원과 지역 우수제품·농식품의 공동 컨설팅의 길이 펼쳐진 것이다. 더불어 베트남 최대 한국 식품 유통업체 K-마켓과 수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고령군 해외무역사절단은 aT한국농수산식품공사 태국지사와 KOTRA 방콕무역관도 방문해 태국-한국간 수출입 동향을 파악하고, 한국 농식품의 태국시장 수출 전략을 고심하기도 했다. 고령군 해외무역사절단에는 이남철 고령군수 등 공무원과 고령군의회 의원들, 고령군 중소기업 10개 업체 등이 참가했다. 베트남 해외진출기업인 해원산업 현지공장인 해원비나 견학을 시작으로 베트남 하노이, 태국 방콕에서 현지 상담회를 개최했다는 게 고령군의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참가 기업과 해외 바이어간 수출 상담도 진행했다. 향후 고령군은 태국 내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고령군 우수 농특산물과 가공식품의 태국시장 진출 또한 모색할 예정이다. 해외무역사절단 파견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낸 고령군은 앞으로도 고령군 우수기업 및 제품의 해외시장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방침을 알려왔다. 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4-12-03

전쟁의 공포 속 신라 백성의 마음 위로해준 ‘염화미소’

불국정토(佛國淨土) 혹은, 서방정토(西方淨土)가 되고자 했던 신라엔 돌과 나무로 조각한 불상이 부지기수였다. 이 사실에는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석굴암은 직사각형 전실(前室)과 원형의 주실(主室)이 복도 역할을 하는 통로로 연결돼 있다. 360여 개의 돌로 천장을 만들어낸 기법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그 빼어남이 빠지지 않는다. 석굴암 본존불(本尊佛·가장 높은 지위의 부처)과 십일면관음보살상, 사천왕상 등은 능수능란한 석조 기법과 사실적이고 완벽에 가까운 표현, 화려함과 미려함에서 21세기 석물조각 기법을 훌쩍 뛰어넘는 신라 석공들의 기예를 보여준다. 경주 남산의 미륵곡 마애여래좌상(彌勒谷 磨崖如來坐像) 또한 신라 사람들의 탁월한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불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다. ‘위키백과’는 “신라시대 보리사터로 추정되는 곳에 남아 있는 전체 높이 4.36m, 불상 높이 2.44m의 석불좌상으로 현재 경주 남산에 있는 신라시대의 석불 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불상”으로 미륵곡 마애여래좌상을 평가한다.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한 머리는 상투 형태로 높게 솟아 있으며, 둥근 얼굴에서는 은은하게 내면적인 웃음이 번지고 있다”는 묘사는 이 불상이 지닌 사실감과 핍진함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라시대 만들어진 불상은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통일신라시대를 전후한 시절에 들어선 왕릉이 즐비한 서악 일대를 굽어보며 온화한 웃음을 짓고 있는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은 어떤 위상과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5.81m의 아미타여래입상과 4.53m의 관음보살상 영남대학교 한국학과 이창국의 논문 ‘경주 선도산 아미타삼존상의 조성 시기와 조성 목적’에선 위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할 수 있다. 논문은 아래와 같은 서술로 시작된다. “경주 시가지 서쪽에는 서천(형산강)이 남에서 북으로 흐르고 있다. 이 서천 너머에 무열왕릉과 경주 서악동 고분군이 자리한 선도산(해발 380m)이 있다. 선도산에는 신라 왕릉과 고분을 비롯하여 ‘서형산성(西兄山城)’ ‘경주 서악동 삼층석탑(보물 제65호)’ ‘성모사(聖母祠)’ 등 여러 문화유산들이 산재하고 있다. 그리고 아미타삼존상이 이 산의 정상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 쓰인 ‘아미타삼존상’은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을 지칭하는 것이다. 고대 신라는 물론, 현대 경주에서도 기이한 설화와 신성함이 숨 쉬는 지역으로 지목되는 선도산 일대의 형상을 설명한 이창국의 논문은 마애여래삼존불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높이 5.81m의 아미타여래입상을 본존불로 하여 좌측에 높이 4.53m의 관음보살상, 우측에 현재 높이 4.56m의 대세지보살상이 있다. 이중 본존불은 자연 암벽인 안산암에 조각된 마애불이고, 좌우측의 협시보살상은 화강암으로 조각된 별도의 독립된 입상이다. 본존불의 얼굴은 현재 코의 일부와 입과 턱을 제외한 상당 부분이 파손되었으며, 바닥에는 별석의 화강암대가 있다. 대좌는 복판의 복련석 5매로 구성되어 있으나, 우협시상 측면에 본존불의 대좌로 추정되는 석재편들이 있어 현재의 대좌는 변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차례 찾아 그 지역을 꼼꼼히 돌아본 경주 서악마을(선도산 일대)엔 무열왕릉을 비롯해 진흥왕릉, 진지왕릉, 문성왕릉, 헌안왕릉, 법흥왕릉 등으로 추정되는 무덤들이 지호지간에 흩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그림을 그리듯 묘사하자면 마애여래삼존불이 선도산 정상 부근에 우뚝 서서 부처를 숭배하고, 불가(佛家)의 이념과 사상을 적극적으로 따르고자 했던 신라의 지배자들이 묻힌 능(陵)을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인 것이다. ◆신라 백성들을 하나로 묶어낼 대상물의 필요성 이런 외형적인 모습을 갖춘 마애여래삼존불이 선도산에 자리한 것에는 ‘보이지 않는 이유’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경주 선도산 아미타삼존상의 조성 시기와 조성 목적’엔 “신라의 지배층들은 민심 이반에 대처하고, 삼국통일전쟁에 따른 신라인들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강구했을 것”이란 문장이 나온다. 6~7세기는 신라가 백제·고구려·당나라와 영토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다투던 시기다. 피와 살점이 튀고, 언제 생명을 잃을 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신라의 지배층은 백성을 하나로 묶어낼 이데올로기가 필요했을 터. 그랬기에 “불교적 대안으로 아미타신앙을 유행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아미타신앙의 대상물로, 신라인들의 마음을 위로할 존재물로 삼존불을 조성했을 것”이란 게 논문을 쓴 이창국의 추론이다. 살아있을 때 덕을 쌓고 선행을 베푼다면 죽어서 부처가 다스리는 극락(極樂)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삼국통일 즈음 전쟁 시기에 신라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선도산 마애여래삼존불은 그런 믿음의 토대 위에 만들어졌던 게 아닐지. 계속 경주 서악마을엔 어떤 이야기가…선도산 성모 설화 스며있는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공간 지금의 경주 서악마을은 ‘황금의 고대왕국’으로 불리는 신라의 시작을 알린 선도산 성모의 신비로운 설화가 스며있고, 미학적인 측면에서의 완성도가 그 어느 석불보다 뛰어난 마애여래삼존불이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또한, 신라를 통치한 여러 왕의 유택(幽宅)들까지 줄지어 늘어선 지역이니 서악마을은 말 그대로 ‘역사와 전통이 유구한 공간’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는 경주 서악마을 고분군(古墳群·다수의 고분이 집중된 곳)의 가치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려주고 있다. “경주 서악동 고분군은 경주시 서악동 무열왕릉 바로 뒤편 구릉에 분포하는 4개의 대형 무덤을 가리킨다. 1964년 8월 29일 사적으로 지정됐다. 이곳 고분들은 경주분지의 대형 고분과 비슷한 형태로 둥글게 흙을 쌓아 올린 원형봉토 고분이다. 아직 발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내부구조를 알 수는 없으나, 봉분이 거대한 점, 자연돌을 이용해 둘레돌을 두른 점 및 무열왕릉보다 높은 곳에 있는 점으로 보아 왕릉으로 추측한다. 안에는 나무로 된 네모난 방을 만들고 그 위와 주변에 돌무더기를 쌓은 돌무지덧널무덤 형식으로 추정할 수 있다.” 왕의 무덤과 신라인들이 ‘성스러운 어머니’로 추종했던 여성의 신화, 여기에 거대한 석불의 비밀스러움까지 깃든 서악마을은 그간 유물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지역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4년 3월 출간된 ‘서악마을 이야기’엔 이런 노력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담겨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선도산 아래 서악마을이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쏟은 15년간의 땀방울을 보여준다. 그랬기에 경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문화유산 주변의 경관과 마을을 대상으로 삼은 선도적 노력과 풍성한 활용 사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간 서악마을은 삼층석탑 주변에 작약과 구절초를 심어 지역민과 관광객을 위한 축제를 열었고, 인근 서원과 서당에서 고택 체험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가 어우러지는 각종 행사도 다수 기획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신라 왕릉 여러 기가 선도산에 자리한 이유는 서남으로 뻗은 능선과 동서의 계곡 건너에 있는 능선 등을 종합해 볼 때 풍수지리 사상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풍수지리설에 더해 경주 서악마을을 ‘고대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었던 건 신라의 문화와 예술을 역사적 단절 없이 오늘에 이어가고 싶다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꽃피는 계절엔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고, 울울창창 나무들 푸른 여름엔 우리 땅의 건강함을 확인할 수 있으며, 눈 내리는 겨울이면 낭만과 서정 속에서 즐거이 서성일 수 있는 경주 서악마을. 이런 공간을 가졌다는 건 비단 경주 사람들만의 행운이 아닌 우리 모두의 즐거움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