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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분·PH·수온·영양, AI 자동 조절⋯ 24시간 연중무휴 수확

한상갑 기자
등록일 2025-06-29 18:06 게재일 2025-06-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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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반도체 김, 스마트 양식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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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양식장에는 바다와 동일한 김 생육 환경이 조성된다. AI, IOT(사물 인터넷) 등 스마트 시스템을 적용해 빛과 수온, 염도, 수소이온농도(PH)까지 자동으로 관리된다. 사진은 스마트 김양식장을 AI로 재현한 모습.

미국 뉴저지엔 ‘에어로팜’(AeroFarms)이라는 스마트 농장이 있다. 세계 최대 아파트형 농장인 이 회사는 IoT 센서를 이용 작물의 생산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AI,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물의 생육 상태를 최적화한다. 수십만 평의 농지가 스마트 팜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 회사는 생산성을 390배나 향상시킬 수 있었다.

글 싣는 순서

① 바다에서 육지로, 김 산업의  변화
② 국내 스마트 김 양식장 현장을 가다
③ 일본의  김 양식장 세노수산 취재기
④ 세노수산의 돌김 양식 성공 비결 
⑤ 경북도의 육상 김 양식 기술 개발

오늘 소개할 ‘스마트 김 양식장’은 에어로팜의 스마트 농장이 ‘바다 버전’으로 응용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자치단체나 식품회사들이 스마트 김 양식에 뛰어드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급격한 해수온의 상승 탓이다. 전문가들은 김 생육의 적당한 해수온(5~15도)이 50년 이내 50일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갯병, 황백화 같은 질병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바다김 양식, 전문가들은 그 대안을 육상 양식장에서 찾는다. 한 번 대규모 시설 투자와 재배 시스템이 정비되면 계절, 수온의 제약에서 벗어나 연중무휴로 재배,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북도도 ‘육상 김양식’ 기술개발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스마트 양식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2030년까지 ‘동해형 돌김 종자’를 개발하고 대량 생산기술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국 육상 김 양식장, 자치단체, 연구소, 식품회사를 방문, 견학하며 기초자료를 수집해 연구에 반영하고 있다.

새로운 김 양식 패러다임의 변화시대를 맞아 스마트 김 양식에 뛰어든 기업체와 연구소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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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오송 풀무원의 바이오리액터 모습. /풀무원 제공

 

충북 오송 ‘풀무원기술원’

대형 수조 ‘바이오리액터’에
양식장 환경 재현, AI로 제어
연간 24회 이상 김 수확 가능

◆풀무원, 바이오리액터 수조로 특화

풀무원은 2021년부토 육상 김 양식 개발에 나서 양식 김을 초기 상품화 단계까지 끌어 올렸다.

2014년부터 해조류 종자 연구를 시작해 해양 양식 전반에 걸친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구축하며, 이 분야 선두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

풀무원의 가장 특화된 기술은 바이오리액터로 분리는 대형 수조(水曹)다. 작은 드럼통 만한 이 생물반응조에 바다 환경을 그대로 재연해 해초를 생산하는 구조다.

풀무원 관계자는 “수조 안에는 바다와 동일한 김 생육 환경이 조성되었다”며 “AI, IOT(사물 인터넷) 등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빛과 수온, 염도, 수소이온농도(PH)가 자동으로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전체 시스템의 정교한 설계는 물론 조명의 종류, 배치 간격, 수조의 재질과 용량 등도 최적화해야 된다는 것.

건물에 들어서자 연구실 한 켠에서는 수백 개의 플라스크에서 종자를 배양하고 있었다. 채묘(採苗)된 종자를 어린 묘로 양성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자란 유묘(幼苗)는 바이오리액터에 옮겨진 후 성체가 될 때까지 자라게 된다. 수조에서 바로 성체(成體)로 성장시키기 때문에 양식장 같은 거치대, 지주(支柱), 그물이 필요 없다.

생물반응조에 유엽(幼葉)을 넣어 성체를 수확하는데 약 2주 기간이 소요된다. 이런 진척도라면 단순 계산으로도 연간 24회 이상의 수확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풀무원 측은 3년 이내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육상에서 생산한 김이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김 양식 기술이 축적되면 어민들에게 종자 분양, 보급 등 양식 기술을 이전하고 이를 통해 어민들은 소득 향상을 도모하고 회사 측은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가 가능해 상생 구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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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격포에 있는 ‘지평선육상김’.  /지평선육상김 제공

 

전북 부안 ‘지평선육상김’

200평 공장에 스마트 시설 갖춰
온도·습도·광량·살균 원격 제어
국내 최초로 양식장 특허 등록

◆대한민국 최초 특허 등록 ‘지평선육상김’

전북 부안군 격포에 2022년 설립된 ‘지평선육상김’은 200평 공장에 자동화 기계와 스마트 온실 제어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곳은 국내 최초로 김 양식장 특허를 취득한 곳으로 유명하다. 김 양식의 방식, 시설, 일부 공정을 특허 낸 것이 아니고 양식장 시스템 자체를 등록했다.

이 외에도 수질정화장치를 이용한 수질관리와 살균처리 시스템,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공조 시스템, 김발 자동 이송 및 수확 시스템 등 최신 자동화 기술을 도입했다.

지평선육상김은 김양식 방식의 주요 방식인 ‘지주식’(支柱式)’과 ‘부류식(浮流式)’의 장단점을 보완해서 만든 일석이조, 친환경 방식을 갖추고 있다. 지평선이 자랑하는 방식은 적층(積層)식 거치대 구조. 스마트 팜의 다단계, 수직구조처럼 거치대를 다단(多段)으로 집적해서 배치하는 구조다. 좁은 면적에 시설들을 밀집해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양식장 공간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

3000평의 바다 양식장엔 1.8×40m 그물이 70~80책이 설치되지만 이 곳에서는 동일 면적 기준 600책 이상의 세팅이 가능하다.

연간 5개월만 생산이 가능한 바다와 달리 연중 생산이 가능해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10배 이상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지평선육상김 이정민 부대표는 “(집적화)덕분에 면적 축소, 수온유지, 사계절 생산, 최적의 광량(光量), 고품질 유기농 김생산 등 많은 장점을 도모할 수 있다”며 “이런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김 생산 기간을 기존의 3분의 1로 단축시키고, 성장률을 10배 이상 높이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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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이다정 연구원

“실험 과정 거쳐 곧 상용화 단계 진입”
풀무원기술원 이다정 연구원

“하루 종일 김을 들여다보고 퇴근하면 거실 TV 화면이 김으로 보여요.”
풀무원이 국내 스마트 김 양식 분야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데는 연구원,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운명처럼 시작한 해조류와의 만남, 연구원들은 김과의 교류(?)를 위해 하루에 수십 장, 연간 수천 장의 김을 시식하고 있다고 한다. 
“5년을 공들인 김 연구인데 ‘김 새면’ 안되죠.” 불철주야 김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풀무원의 이다정 연구원을 만나 보았다.

△바이오리액터는 풀무원의 독자 기술인가? 
바이오리액터는 원래 미세조류나 미생물 배양에 활용되는 일반적인 기술이다. 풀무원은 이러한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김의 생육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제어 기술을 접목해 김 양식에 최적화된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해상 양식과 달리, 육상 환경에서는 수온, 광량(光量), 영양염, 유속(流速) 등 주요 생장 조건을 정밀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풀무원은 이를 활용해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생장을 유도하고, 고품질의 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 김 양식은 단순 양식의 성공에 이어 궁극적으로 고부가가치 김 생산에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본다. 
풀무원은 육상양식 기술을 바탕으로 김의 품종 다양화, 기능성 성분 강화, 유해물질 저감 등 고품질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김을 단순 식재료를 넘어 건강식품, 간편식, 화장품, 의약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소재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CJ, 대상, 풀무원 등 식품회사들과 중소기업들이 육상 김 양식에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의 스마트 양식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와있나
국내 해조류 스마트 양식 기술은 이제 막 실증 단계를 거쳐, 상용화 기술 개발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스마트 양식은 기존 해상 양식과 달리, 데이터 기반의 생산 관리와 자동화 기술이 핵심이며, 수산업과 IT 기술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풀무원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연속 양식과 수질 제어의 안정성을 확보해 왔으며, 현재는 영상 기반 생육 모니터링과 품질 분석 기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 김 양식이 대규모 시설 투자 대비 경제성,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량 생산을 거쳐 상용화 단계로 연착륙할 수 있을까?
스마트 김 양식은 안정적인 생산환경, 품질 균일성, 연중생산, 위생관리,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기존 해상양식 대비 뚜렷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강점은 특히 해외 수출 및 프리미엄 시장 진출 시 일관된 품질을 기반으로 한 제품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며, 중장기적인 경제성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어업인과의 협력을 통해 생산 규모의 단계적 확대와 경제성과 지속성을 겸비한 상용화 모델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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