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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모델·위성 감지·AI 기술 결합 ‘다층 대응’ 구축한 캐나다

박형남 기자
등록일 2025-11-12 19:58 게재일 2025-11-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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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대응 패러다임 전환] ‘기후 변화 시대’ 캐나다는 인공지능과 위성으로 ‘산불 예측 시대’ 연다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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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파이어스마트 BC 코디네이터가 초등학교에서 산불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파이어스마트 BC 제공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산림 면적을 보유한 나라 중 한 곳이다. 캐나다는 전체 국토 면적이 약 998만 ㎢에 달하는데 약 38%인 347만 ㎢가 산림으로 구성돼 있다. 캐나다 산림 면적은 세계 산림 면적의 약 9%에 해당할 정도로 넓어 그만큼 산불이 잦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더해 지구 온난화 가속화에 따른 ‘열돔 현상’이 캐나다를 뒤덮으면서 매년 수천 건의 산불과 맞서 싸우고 있다. 캐나다 산림청(NRCan)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캐나다에서 산불로 소실된 면적은 약 5만3천㎢로 캐나다 산림 면적의 1.5%가 불에 탔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건조·강풍 등 극단적 기상 조건이 빈번해진 탓에 산불 발생 가능성과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산불 발생 변수에 대비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는 한발 앞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불 예방 활동에 집중하는 동시에 예기치 못한 산불이 일어나더라도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캐나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캐나다산불정보시스템(CWFIS·Canadian Wildland Fire Information System)을 통해 첨단 예측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실천할 수 있는 파이어스마트(FireSmart) 프로그램을 통해 ‘산불 피해 최소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난화 ‘열돔현상’에 매년 수천 건씩 산불 발생 
2500여 기상관측소 데이터 활용하는 CWFIS
산불위험지수·화재행동예측지도 만들어 대비
정확도 위해 2029년엔 ‘소형위성’도 띄울 계획 


지역사회-정부-주민 협력 ‘파이어스마트’ 가동
교육·식생관리 등 ‘피해 최소화’ 환경구축 힘써

 

전통 시스템에서 첨단 예측으로

캐나다 산림청이 운영 중인 CWFIS는 위성 관측, 기상 데이터, 식생 정보 등을 매일 통합해 전국의 화재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국가 플랫폼이다. CWFIS는 캐나다 및 미국을 포함한 2천5백여개의 기상관측소 데이터를 활용해 기상관측자료, 연료상태, 지형자료 등을 파악하고 산불 위험지수 및 화재행동예측을 지도로 만들어 산불 위험에 대비한다. 산불 지도화를 통해 통해 산불이 발생했을 때 대응 자원을 즉각 배치할 수 있고, 지자체나 일반 시민이 지역 화재 위험도를 확인하고 빠르게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 위성 관측을 통해 산불 발생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불 대응 기관들이 산불 초기 대응에 신속하게 나설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등 전략을 수립하는 자료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 ‘Forest Fire Behaviour Prediction(FBP·산불확산예측)’ 시스템은 바람, 습도, 연료 종류에 따른 화재의 확산 속도와 강도를 예측하는 모델로, 현장 소방대와 지방정부가 자원 배치와 대피 판단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의 품질과 현실 적용에 있어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어 캐나다는 최근 위성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첨단 산불 예측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 우주국의 ‘‘WildFireSat’ 프로젝트는 소형 위성 여러 대를 띄워 캐나다 전역의 열 신호와 연기를 실시간 감지하기 위한 것으로 2029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FBP등 모델의 정확도를 위성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발화 초기의 작은 불씨까지 포착해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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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파이어스마트 BC’의 산불 진압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파이어스마트 BC 제공

이같은 노력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여러 차례 대형 산불을 겪으면서 나름의 대책들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발표한 종합대책에는 기상청과 산림청을 주축으로 ‘드론·위성·CCTV를 활용한 입체적 산불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계획 단계로 구체적 실행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기상청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산불 대응에 있어 기상 관측 및 예보, 경보 발령 등 역할이 대부분이다. 산불 발생 후 진화, 자원 배치, 화재 확산 속도 예측 등은 주로 산림청, 소방청, 지자체 등에서 맡고 있어 통합된 시스템 하에서 인공지능에 기반한 산불 대응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변국이나 캐나다·미국처럼 산불발생 가능성과 화재행동 예측, 자원배치까지 아우르는 종합 예측 모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산림청 및 국립산림과학원 등이 전국 각 지역별 지형과 산림 현황, 기상청 예보 정보(온도·습도·풍속 등)를 활용해 산불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예측 제공하는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로서는 산불 예측과 확산 모델 전체를 커버할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고, 산불 예방에 주력하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 비해 연료(낙엽, 식생 밀도)상태, 지형의 복잡성, 국지 기후 등 변수 반영에 취약한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및 발전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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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산 아래 주택 인근에서 불에 잘 탈 우려가 있는 마른 나뭇가지, 낙엽들을 쓸어모으고 있다. /파이어스마트 BC 제공

캐나다, 정부 주도 개발 동시에 지역사회-주민 협력 프로그램 마련

이와 함께 산불 피해를 줄이고자 지역 사회-정부-주민이 협력하는 파이어스마트(FireSmart)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파이어스마트는 캐나다 전역 산불 위험을 줄이고 지역사회 산불 탄력성을 높이고자 고안된 종합프로그램이다.

파이어스마트는 △교육 △식생 관리 △법률 및 계획 수립 △개발 시 고려사항 관리 △주택과 기반시설 생존 가능성을 높일 개발 규제 도입 △기관 간 협력 △교차 훈련 △비상계획 수립 등 7가지 핵심 원칙 하에 운영되며, 이는 각 지역 파이어스마트 코디네이터와 지역 대표 등이 주도하고 실행한다.

지난 7월 방문한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파이어스마트 BC’의 경우 ‘지역사회 중심 예방문화 확대’를 목표로 산불 위험 인식을 높이고 예방과 완화에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산불 위험지역 내 산불 확산 원인이 될 수 있는 나뭇가지나 낙엽 같은 ‘연료’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위험을 줄이는 식생 관리부터 각 주의 공공 정책과 통합 토지 이용 계획, 법률 명령 등을 정비해 화재에도 잘 견디는 건축자재로 주택을 짓는 등 방법을 통해 생존력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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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어린이가 불에 잘 탈 염려가 큰 마른 나뭇 가지나 낙엽을 치우는 연료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파이어스마트 BC 제공

특히 산불은 ‘정부만이 아닌 주민들과의 공동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주민 중심에서 산불 예방 활동 및 실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신문, TV 등 전통적 방식에 더해 SNS 등 젊은 층이 향유하는 플랫폼을 통해 산불 예방과 행동 요령, 파이어스마트 BC 활동 관련 홍보·소통 등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지방자치단체-소방 등이 산불 예방과 안전에 공감하고 대처 요령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민이 주체가 되는 산불 예방 활동인 셈인데 이는 국내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산불의 직접적 피해자는 다름 아닌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은 비단 산과 임야 뿐 아니라 도시 주택과 도로, 학교 등 주거지역을 위협했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연이 피해를 입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의 생활과 생명을 위협했다. 때문에 산불이 ‘주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같은 점에서 ‘불이 나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주민과 힘을 함께 모으겠다는 캐나다의 정책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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