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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몽족은 고구려 후예” 여행·출장 땐 꼭 먀오·몽족촌 방문

가장 먼저 독특한 이력이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챈다. 얼마 전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역사에세이 ‘역사의 파편-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의 슬픈 역사’(들꽃출판사 刊)를 쓴 윤기묵(63)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이학(理學·물리학, 화학, 천문학, 지질학 등 자연과학을 통칭하는 단어) 석사 학위도 가졌다. 지금 하는 일도 역사 연구나 글쓰기와는 멀어 보인다. 그는 강원도에서 기계 사업과 식품 제조업, 수제맥주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그런데, 늦은 나이인 마흔셋에 시인으로 등단했고, 이후 ‘역사를 외다’ ‘외로운 사람은 착하다’ ‘촛불 하나가 등대처럼’ 이란 제목의 시집을 냈다. 역사에세이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만주 벌판을 잊은 그대에게’는 윤씨의 역사 관련 전작(前作). 이쯤 되면 우리가 흔하게 보는 고만고만한 사업가는 아닌 게 분명하다. 비즈니스 마인드와 시인의 성정(性情)을 두루 갖추고, 거기에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면모까지 보이며 1인3역을 해내고 있으니. △한국문단 중진 이승철 시인이 본 윤기묵은 사업가이자 시인,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윤기묵씨. ‘다재다능’이라 불러도 무방한 윤기묵의 그간 행적과 정체성에 대해선 ‘역사의 파편’ 뒤표지에 실린 선배 시인 이승철의 문장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런 대목이다.“역사의식을 갖고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 시(詩)문학사를 살펴보더라도 신동엽, 김남주, 고정희 시인 등이 그런 부류에 속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윤기묵도 역사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갖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그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독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역사의식을 중심에 두고 그간 출간된 시와 에세이를 통해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펼쳐왔다. 결국 참된 시는 역사고, 역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주는 진실의 빛이 아닐까.”이승철의 발문(跋文)을 읽고 다시 보니 윤기묵이 어째서 바쁜 사업의 와중에도 한국과 관련된 아시아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왔는지 어렴풋이 짐작된다.윤기묵은 바이어나 사업 파트너를 만나러 중국에 가면 꼭 먀오족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했다. 마시면 다음 날 숙취로 괴로울 것이 뻔한 독한 술임에도 베트남에 갈 때면 반드시 몽족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왜 그럴까? 윤기묵은 이렇게 답한다.“나는 고구려 음식도 모르고 술 맛도 모르지만 먀오족과 몽족이 고구려 유민일 가능성이 높다기에 그들의 밥과 술을 조상의 음식인양 챙겨 먹었던 것”이라고.어? 정말 그럴까.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여러 차례 봐왔던 화려한 의상의 몽족이 정말로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란 말인가. △아마추어 역사학자의 꼼꼼한 ‘몽족 탐구’윤기묵에게 몽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한 책이 있다. 김인희가 2010년 출간한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이 바로 그것. 그 책은 먀오족과 몽족이 고구려 유민의 후예라고 주장한다.“668년 고구려가 신라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고 이듬해인 669년 20만 명에 이르는 고구려 유민이 중국으로 끌려갔다. 그중 10만 명이 중국 남방으로 이주해 먀오족의 기원이 됐다. 이후 명나라·청나라 시대에 들어서며 이들 가운데 일부가 동남아시아로 이주해 몽족이 됐다.”김인희는 19가지의 증거를 들어가며 먀오족의 중심세력이 고구려 유민임을 증명했다는 게 윤기묵의 생각이다.‘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 외에도 윤씨에게 역사적 영감과 정보를 제공한 책은 여럿이다.유재현의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미국 예일대 제임스 스콧 교수의 저서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 AP통신 기자로 활동한 찰스 펜의 ‘호치민 평전’ 등.윤기묵의 ‘역사의 파편-또 다른 한국인의 초상, 몽족의 슬픈 역사’는 베트남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생생한 체험담과 아시아 역사 속에서 풍파를 겪은 몽족의 역사, 여기에 소설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몽족의 이야기까지를 다채롭게 담았다.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낀 행복한 독서 체험을 했다는 게 기자의 독후감이다.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됐다. 불가피한 이유로 도시에 남은 사람이라면 윤기묵과 함께 ‘몽족의 역사’를 찾아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7-23

전 세계 약 1000만명 거주, 中 5대 민족 중 하나

몽족(Hmong족)은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태국, 미국 등에서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다. 중국어로는 먀오족(苗族)이라 한다. 동남아식 발음은 메오족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몽(hoong)족이라 불렀다.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몽족은 베트남뿐 아니라 라오스, 버마, 태국 산간 지역에 살고 있다. 중국 내에서 한족, 좡족, 만주족, 회족을 포함한 5대 민족에 들어가는 큰 민족 중 하나다. 라오스에서는 3대 종족 중 하나. 묘족과 같은 민족 집단으로 같은 계통의 언어를 사용한다.몽족의 기원은 기원전 3세기 중국 황하 유역에서 발원한다. 지난 2000년 동안 중국 남부 일부 지역에서 생활했음을 학자들이 밝혀낸 바 있다. 명·청나라 시절엔 묘족에게 부과되던 불합리한 과세에 저항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정치적 보복을 피해 점차 서쪽으로 이주했다. 특히 청나라 말기에 있었던 한족과의 전투 이후 동남아로 대거 이동했다고 알려졌다.몽족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른바 ‘베트남 사건’이다 1960년대에 미국은 공산주의 베트남 정부에 반감을 가진 소수민족을 찾았고 그중 대표적인 집단이 몽족이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와 그린베레는 몽족을 무장시켜 라오스, 베트남 공산화를 막고 북베트남의 후방을 교란하는 비밀 작전을 진행했다.몽족은 미국을 신뢰하며 열성적으로 참전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 미군이 철수하면서 보복의 대상이 됐다. 1975년 사회주의 성향의 정당이 라오스를 장악하자, 수만 명의 몽족이 태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시도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기아나, 캐나다 등의 국가로도 떠났다.여려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몽족의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800만 명, 베트남 79만 명, 라오스 70만 명, 미국 22만 명, 태국 15만 명, 프랑스 1만5000명, 오스트레일리아 2000명, 기아나 1500명, 캐나다 600명, 독일 500명 등.몽족 일부는 유엔의 재정착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라오스로 돌아왔다. 몽족의 언어인 몽어(Hmongic)는 두 개의 주요 방언군으로 나뉜다. 이 두 방언은 발음과 어휘에서 차이가 있고 상호 이해는 제한적이다. 몽어 문자가 없었으나, 20세기 중반에 로마자로 표기한 몽어가 개발됐다 .몽족은 전통적으로 농업과 산간지대에서는 임업에 종사했다. 또한 화려한 전통 의상과 수공예품으로 유명하다. 몽족의 사회 구조는 가족 중심주의며,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현재 몽족은 여러 국가에서 소수민족으로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중이다. 교육과 경제적 기회의 부족, 문화적 차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정리=황인무 수습기자

2024-07-23

보도자료 작성 돕고, 사업건의 초안까지 ‘뚝딱’

우리 생활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개인에 맞춘 제품을 추천받거나,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등 점점 우리 생활의 중심에 AI가 들어오고 있다. 경북매일신문은 AI가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 경북도와 각 지자체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기술개발의 현재와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알아보고, 동시에 데이터보안·개인정보보호·AI의 윤리성 문제 등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경북도청의 사무실 책상에 한 사람이 앉아 있지만, 자료 작성은 혼자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라는 시스템이 일을 돕고 있어서 직원들의 업무능률이 두 배로 올랐다.일을 돕고 있는 AI는 지난해 3월 경북도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챗봇서비스인 ‘챗경북’이다. 지난달 행정업무 지원 서비스에 챗경북을 접목한 뒤 도청 사무실 곳곳의 풍경이 달라졌다. ‘챗경북’은 경북연구원이 ‘Chat GPT’를 경북에 맞게 설정해 자체 개발한, 경북도민을 위한 정책지원 AI 챗봇 서비스로서 특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챗경북은 현재 △보도자료 작성 지원 △사업 건의 조서 작성 지원 △경북도청 공무원 공부 모임인 화공(화요일에 공부하자!) 특강을 돕고 있다.먼저 보도자료와 사업 건의 조서는 관련 문서와 자료만 있으면 초안을 작성해 준다. 1시간 정도 걸리는 초안 작성 시간을 3분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화공특강 챗봇은 경북도 공식 유튜브 채널 ‘보이소TV’에서 제공하는 특강 내용을 기반으로 묻고 답하며 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경북도는 앞으로 업무지침서를 비롯한 법정·판례 검토, 민원 서류 적절성 검증과 같은 단순 반복 업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지원을 늘려 정부예산 분석이나 공모과제 사업제안서 작성 지원과 같은 업무기획 관련 서비스도 탑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이 모든 것은 지금까지 공상과학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미래기술,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이 더 이상 상상 속의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빚어지는 사회 현상이다.인공지능은 사실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 있다. ‘얼굴인식’ 기능과 애플 시리(Siri)와 같은 ‘음성인식’ 기능이 그것이다. 인터넷 검색에서 자동으로 추천 검색어를 띄워 주는 것도, 유튜브 영상 자동 자막 생성도 모두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들이다. 이렇듯 AI는 공상과학에서 우리 실생활로 급격히 침투했다. 미래상품의 경쟁력은 인공지능 기능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서로 AI기술 개발과 보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경쟁 대열에 합류한지 오래다. 현재 경북도와 경북연구원은 AI 기술을 전 분야에 적용해 경북의 발전을 선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6대 추진전략을 수립, 정책선도형 연구를 강화하고, 글로벌 전문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경북형 생성형 AI를 활용한 연구와 실증 연구와 다양한 세미나, 포럼을 개최해 AI 연구 결과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 기술의 이해와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경북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경북도의 이런 정책이 가져올 결과는 도민들의 편의성 증대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신기술을 농특산물 유통 플랫폼에 활용하면 관련 매출 상승, 판로 확대 등도 가능해진다.이와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해 차량 모터, 부품의 소리나 진동의 이상 상황을 감지해 대응하는 기술도 적용한다.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시·공간을 초월해 현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차량 유지보수가 가능해진다. 특히, 철도에 적용할 경우 비용 절감과 철도 운행 시간을 늘려 운송 수익도 증대된다.유철균 경북연구원장은 “AI가 곧 경북의 미래이며, AI 경북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하며 “경북연구원이 AI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원장은 “경북이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AI 시대의 선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경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용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7-21

“포항 경제 불균형 해소, 대기업 외 다양한 산업 발전시켜야”

2022년 1월 제정된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이들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포용적 사회, 깨끗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지속가능성’에 기초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발전으로,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만 한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포항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핵심만 얘기하면 지금 포항의 불균형은 딱 하나다. 어떤 경제가 발전하면 대기업이 있고 중소기업, 소기업이 따라가는 자체적인 기업 그룹 군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 계열에서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에코프로 하나, 철강 계열에서 포항 제철 하나 이렇게 딱 2개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 두 개의 기업군 외에는 별 볼 일 없는 취급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별로 위 두 대기업 말고도 대표될 수 있게끔 균형화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포항은 포스코가 뭐 한다고 하면 온 도시가 그냥 난리가 난다. 이렇게 대기업에 이목이 집중 되는 것을 해소해야 한다.- 서울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에만 신경을 쓸 게 아니고.△그렇다. 포항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산업 집중 현상, 다시 말하자면 불균형 현상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불균형을 그냥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현재는 제철만 있으니까, 제철에 이어 기계 금속, 가공, 조립 그리고 열처리까지 해서 최종재까지 갈 수 있게 해 철강 산업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포항 내에서 최종재까지 만들어지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일반 산업, 유통 물류까지 성장해 저절로 균형 발전이 될 것이라 본다. -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보여주기식 행정, 중장기 전략이 부재한 성과위주의 정책 때문이라 본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지.△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싱크탱크(Think Tank)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간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일 먼저 꿈이 있어야 한다. 그 꿈을 꾼 것을 나름대로 지혜롭게 생각해서 위기를 헤쳐 나갈 꾀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가 산업이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그럼, 포항의 꿈은 누가 그리고 포항의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할 꾀는 누가 내어야 하는가. 지금 포항에는 꿈을 꾸거나 꾀를 부리는 사람이 없다. 꿈을 꿀 수 있는 제일 좋은 사람은 정치인인데, 문제는 정치인이 헛된 꿈을 꾼다는 것에 있다. 정치인이 꿈을 위해서 생각해 내는 꾀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자기의 장기 집권, 정치적 역량 강화를 위한 꾀이지 포항이라는 도시를 위해서 내는 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담당할 싱크탱크(Think Tank)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그 탱크에서 나오는 모든 꿈이나 꾀는 지자체장이 바뀜에 따라 방향성이 바뀌는 것이 아닌 흔들림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 포항의 경우 어떤 부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보는지.△지금 현재 포항은 인구 50만을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구 50만 이상이면 국토개발 국회법상 포항을 대도시로 인정을 해준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 시내에 있는 개발 사업에 경북도지사의 사인이 필요가 없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시장이 다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구가 설정이 될 수 있다. 현재 남구, 북구가 있다. 물론 포항시 인구가 앞으로 48만, 47만으로 4만~5만 명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포항의 체급이나 경제력이 확 줄어들지는 않는다. 인구가 조금 줄어들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 유출로 50만이 깨지고 대도시가 아니게 되면 멋지게 지어놓은 북구청, 남구청 그리고 남·북구로 갈라진 각종 지자체 소관의 어떤 기관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과거 관공서가 흩어지면서 지금 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갖 건물 근처에 임대가 붙어있고 그런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건물이 띄엄띄엄 있었다고 한다면, 보기 흉한 임대 건물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을 써야 한다고.△지금은 구도심이 된 지역에 너무 사람이 많다, 복잡하다, 하드웨어가 부족하다 등의 불만이 생기면 주말에는 공실이 되어버리는 학교공간을 활용해 장사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한다든지, 이미 있는 것에 융합을 하는 방식을 예전부터 개발해 왔었어야 한다.그랬다면 급격한 도심 공동화 현상을 다시 살리겠다고 ‘꿈틀로’를 만드는 등 무리한 정책을 안 썼어도 됐었다. 정치하는 분들은 어떤 사업을 얼마를 들여서 얼마나 대규모로 진행하는가에 눈이 많이 가기 쉬운데, 그것보다는 그게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꼭 노인복지회관이 있어야 노인의 복지가 향상되는가를 고민하고, 만약 노인복지회관이 없으면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현재 남는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을 채택해 비용적 측면을 절약할 수도 있다. 앞으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꼭 눈에 안 띄더라도 내실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 그게 되려면 결국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시장과 시의원을 뽑아야 한다./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끝

2024-07-21

괴테·모차르트 등 흔적 담긴 명소 모두 복원, 사후에 더 유명

△독일이 독일인을 사랑하기튀빙겐은 독일인이 사랑하는 시인 휠덜린의 도시다. 릴케가 휠덜린을 자신들의 선구자로 여겼고, 철학자 하이데거가 ‘시인의 시인’이라고 할 만큼 그는 뛰어난 시인이었다. 튀빙겐대학교 신학대를 졸업한 유명한 철학자로 헤겔도 있는데, 둘은 신학교 동기로 기숙사도 한 방을 쓸 정도로 친했다. 튀빙겐 신학교 정문에는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있다. 그뿐이다. 튀빙겐은 헤겔은 잊고 휠덜린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정신착란증으로 입원했던 정신병원이 있고 그 바로 앞 네카어강가에는 그가 살던 집이 있다. 무려 36년간이나 그를 돌본 목수 짐머의 집이 휠덜린의 탑이라는 이름으로 건재하는데, 지금은 휠덜린박물관으로 잘 보존되어 있다. 그의 이름을 딴 휠덜린길이 있는 건 물론이다. 영면에 든 후 그가 묻힌 공동묘지엔 시들지 않은 꽃과 작은 소품들도 놓여 있으니 여전히 그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았다. 튀빙겐 성당 부근엔 헤르만 헤세가 한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서점이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땐 수리로 문을 닫아 구경할 수는 없었다. 대신 바깥에 헤세의 초상과 그가 지은 책 몇 권을 전시해 두고 있었다. 사실 헤세를 보기 위해서 튀빙겐에서 멀지 않은 도시 칼프를 가려고 했다. 그의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의 배경이 되는 도시로, 소설 속 장면이 곳곳에 있고 헤세박물관도 있다기에 꼭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 박물관 역시 수리로 문을 닫은 상태라 가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유명인이 남긴 발자취와 흔적을 모두 찾아 보존하여 남기고 시민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공간으로 만들어 두는 독일시민들이었다. 그들은 떠났지만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시민과 함께하고 있었다. 휠덜린박물관과 헤세의 서점은 관광객을 위한 명소라기보다는 시민을 공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괴테가 여행으로 잠시 들러 10일간 머물렀다는 곳도, 약 3년간 직원으로 있었던 헤세의 서점 자취도 없애지 않고 기억하는 시민정신은 뭘까.“괴테가 사랑한 도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하이델베르크대학이 있는 도시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하이델베르크중앙역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문구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요, 연극감독, 철학자, 식물학자이자 정치인이기까지 했던 괴테의 흔적은 독일 곳곳에서 발견한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해는 우리나라가 주빈국이었기에 많은 문인들이 독일의 작품 낭독회도 했고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출판사가 대거 참석한 큰 국제행사였다. 그때 마침 운좋게도 일행으로 독일을 처음 방문했고, 여러 도시를 다녔다. 프랑크푸르트의 괴테박물관도 당연히 들렀는데,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여타 도시에도 이렇게 그를 기억하려는 곳이 많은 줄은 이번에야 알았다. 그가 잠시 머문 호텔, 그가 음식을 먹고 토했다는 식당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하이델베르크에는 ‘괴테가 거의 머물 뻔했다’는 글귀를 써 둔 식당도 있단다. 밤늦게 도착해서 찾은 식당에 하필 빈 자리가 없었나 보다. 하이델베르크는 괴테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프랑크푸르트에서 자주 왕래했던, 그래서 더 특별한 곳이다. 과연 하이델베르크를 걷다 보면 괴테가 자주 머물었다는 집에 붙여둔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전 국민의 사랑을 어지간히도 받았고 여전히 받고 있는 괴테였다. 그 길의 남쪽, 또 다른 집에는 철학자 야스퍼스가 1923년 1월부터 1948년 3월까지 3년간 살았다는 표지가 선명하고 같은 골목에는 1817년 1월부터 1818년 9월까지 철학자 헤겔이 살았던 집도 있었다. 그들이 머물고 발 닿는 곳마다 표지를 해서 기억하고 기념하고 아끼는 시민들이 있어 그들은 죽었어도 살아있어 참 좋겠다 싶다. 뮌헨대학교 부근의 릴케의 집을 어렵사리 찾았더니 개조되어 아쉬웠지만 릴케와 그의 연인인 루 살로메가 잠시 살았던 집은 잘 보존되어 있다고 들었다.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프로이드박물관오스트리아는 모차르트(1756~1791)에게 진심이다.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생가는 샛노란색 모차르트박물관으로 꾸며져 관광객들로 항상 문전성시다. 임대아파트였던 이 집의 3층만이 그의 집이었으나 지금은 6층 건물 전체가 박물관이다. 거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 마카르트 광장에는 1773년 이사해서 7년간 모차르트하우스가 있다. 이 또한 박물관으로 꾸며 악보 등을 전시하거나 간혹 연주회도 하는 장소로 사용한다고 했다. 그 앞엔 모차르트의 동상이 있다. 가까이엔 모차르트가 죽은 후 그의 부인이 경영하였다는 카페가 성업 중이었다. 일부러 찾아갔지만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포기해야했다. 빈의 호프부르크 궁전의 정원에도 그의 동상이 있다. 슈테판 성당 부근의 골목에 들어가면 그가 빈에 있을 때 1784년부터 1787년까지 거주했던 집도 모차르트하우스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빈모차르트오케스트라가 있어 빈을 찾는 모차르트의 팬이라면 언제든 공연을 볼 수가 있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관광 상품은 모차르트 초콜릿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모차르트의 오스트리아다. 괴테도 이런 명언을 남겼다. “모차르트와 같은 현상은 언제나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기적으로 남는다.”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 생리학자, 심리학자, 철학자인 프로이드는 저 유명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다. 20세기의 큰 인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로이드는 빈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대학 교수로 있다가 빈에서 병원을 개업하여 꿈의 정신분석을 시도했다. 그가 생전에 살았던 곳이 지금은 프로이드박물관이다. 동생이 잘못 찾겠다면서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더니 자기 집이 가까이 있다면서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평범한 동네 가운데 있는 박물관은 생가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기에 가능했다. 그의 생애 디오라마는 물론이고 병원 진료실과 상담실, 그의 학문과 논문, 진료 당시의 메모 등등이 모두 전시되어 있어, 마치 지금도 병원을 운영하는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 1층엔 그의 저서와 정신분석학 관련 서적과 굿즈, 커피도 파는 카페도 있었다. 크지 않은 박물관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람객들이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전시물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튀빙겐 부르사가세 18번지엔 홀로코스트 가해자 테오도르 단케너가 태어난 집이며, 그의 만행을 세세히 알려주는 표지. 독일에는 이같은 전범국인 자신들의 만행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곳곳에 있다. △독일인이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이번 여행에서 받은 또 하나의 충격은 거리 곳곳에서 발견한 나치의 만행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표지판이었다. 크지 않은 도시 튀빙겐에서만도 4개나 봤다. 일부러 찾은 것이 아니라 거리를 걷다가 보였고 동생의 설명으로 안 거였다. 네카어강 가운데 섬에서는 큰 나치집회가 열렸다는 표지가 있었다. 지금은 대학교의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튀빙겐 성에서 발견한 표지판의 큰 글씨는 ‘민족사회주의의 과학과 범죄’. 일부 과학자들이 국가사회주의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인명까지 엄중하게 밝혀두었다. 휠덜린의 시집을 사기 위해 찾았던 서점 앞에도 있었다. 히틀러의 조직원으로 유대인 살인의 중요한 역할을 한 행적을 쓰고 사진까지 척 붙여놓았다. 나쁜 조상의 잘못된 만행을 인정하고 만천하에 공개하여 그 잘못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이런 독일인의 태도는 같은 제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인 일본의 그것과 대조되는 거였기에 오히려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 피해자가 엄연하게 있음에도 일본은 그들의 만행을 감추고 지우기에 바쁘고 오히려 미화하려 들지 않는가. △경주의 동리목월문학관이 좀 아쉽다이번 독일과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관광지보다는 관심있는 시인이나 예술가의 흔적을 찾게 되면서 다시 새삼 그들의 높은 문화의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모름지기 생가는 무조건 박물관으로 보존하고 활용하고 있음을 보면서 문득 경주의 동리목월문학관이 생각난다. 김동리와 박목월은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에 큰 소설가요, 시인이다. 한 도시에 위대한 문인이 두 분이나 났음은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그들의 생가가 엄연함에도 문학관을 전혀 엉뚱한 곳, 토함산 자락 불국사 맞은편 한 귀퉁이에 있음은 후인으로서 심히 부끄럽다. 후에 건천의 박목월 생가터는 복원했으나 성건동의 동리 생가터는 그렇지 못해, 가까이에 문학비 건립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으니 심히 속상하다. 동리와 목월이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에서 우뚝한데도 타 도시 그 어떤 시인이나 소설가의 문학관보다 더 초라함을 부인할 수가 없다. 모쪼록 경주에 성건동에 동리문학관이 생겨 그의 모든 자료들이 옮겨지고, 박목월의 생가에도 그의 작품과 모든 유품들이 전시되어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 경주시민이 갈망하고 있다. 또한 경주엔 그들의 족적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런 곳을 모두 찾아 간데족족 표지판을 붙이는 시민운동이라도 벌여볼까.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끝

2024-07-18

모든 혁신은 사람으로부터… 시청 공직문화에 새 바람

민선 8기 김장호 구미시장이 ‘모든 혁신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신념하에 시작한 ‘굿모닝 수요특강’이 7월 17일로 100회를 맞았다. 공무원들의 관행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트랜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작한 ‘굿모닝 수요특강’은 그동안 국도정 과제, 최신트랜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진행해왔다. 2년여 간 지속되어 온 ‘굿모닝 수요특강’이 구미시 공직사회에 미친 영향과 성과는 무엇이며,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떠한지 김장호 구미시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굿모닝 수요특강 기획한 이유는.- 민선 8기 시정 슬로건을 ‘새희망 구미시대’로 정한 이유는 시민들에게 새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 새희망을 이루기 위해선 변화와 혁신이 반드시 필요했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이들은 다름아닌 구미시의 공직자들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늘 하던대로 하면 된다’는 인식부터 바꾸지 않으면 변화와 혁신은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공직자들도 새로운 트랜드를 알아야만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와 미래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2년 7월 20일부터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오전 7시 30분에 아침특강인 ‘굿모닝 수요특강’을 개설했다.△수요특강 100회 달성 소감은.- 우선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100회를 맞았다. 그동안 이른 아침시간을 할애해가며 배움의 열정을 보여 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덕분에 강의에서 나온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구미시 정책에 연결하기 위한 시도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수요특강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적지 않은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른 아침에 나와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고,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그렇다고 혁신을 위한 공부를 포기할 순 없어 해결방법을 모색한 것이 바로 ‘시차출근제’였다.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는 제도인데 전직원을 대상으로 월 2회 이상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지금은 시차출근제가 정착이 되어 본청에서 거리가 멀리 떨어진 출장소 등의 직원들도 수요특강에 참석하고 있다. 수요특강을 100회까지 이어오면서 느낀 것은 시장이 100번 말하는 것보다 전문강사가 변해야하는 이유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지금 구미시 공무원들의 식견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도 올라가 있다. 또 행정을 기존의 관행대로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해야 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요특강이 구미 공직사회에 가져 온 혁신이다.△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무엇인지.한회 한회 모두 특별한 강의였지만, 개인적으로 세계의 여러 도시들이 새롭게 발전하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97회 수요특강에서 언급된 스페인 빌바오시의 경우 재건 문화 산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은 쇠퇴하던 공업 도시 빌바오를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도시가 문화예술을 입음으로 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에 굉장히 인상 깊었다. 구미라는 도시에 문화예술을 어떻게 입혀야할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 또 기억에 남는 강의는 세바스티앙 베르트랑 교수의 ‘해외에서 보는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51회 특강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국인도 아닌 프랑스 역사학자가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에 감동했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고향인 구미에서 특강이 이뤄진 것이 뜻깊었다. 가장 고민을 가지고 들었던 강의는 역시 인구 문제였다. 저출산과 관련된 인구 주제가 나왔을 때마다 느낀 것은 구미도 지금이 마지막 타임이라는 것이다. 특강을 통해서 구미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찾고, 더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걸 느낀다. △수요특강 내용이 주요 사업에 접목된 사례가 있는지.수요특강에서 나온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의 내용 중 구미지역에 필요한 부분은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산샛강, 금오산, 비산나루터 등이다.예술 문화적 안목 향상과 공간과 디자인 중요성 인식을 위한 강의를 수차례에 걸쳐 진행한 결과 지산샛강 고니벅스, 경북도민체전 조형물, 구미IC 조형물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고, 시청사 호국보훈의 달(2023.6) 앰비언트 광고기법 적용 등의 이색적인 홍보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 모종린 골목길경제학자의 강의 후 경북 최초 로컬크리에이터 발굴 및 육성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구미시·경북도·한국푸드테크협의 업무협약 MOU 체결 및 구미 미래농업 장기 플랜 마련 뒤에도 수요특강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요특강을 통해 3차례에 걸쳐 저출생 극복을 위한 진행한 심층강연의 내용을 토대로 돌봄체계 확대, 여성 청년 유출 방지 대책, 가족친화 인프라 구축, 강동-강서 도심간 대중교통 활성화 등의 정책을 이끌어 냈다.△수요특강 후 관련부서에 업무지시가 많다고 하는데.수요특강 후 특별히 업무지시가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요특강을 하는 취지가 전문강사들이 이야기하는 좋은 사례와 정책들을 구미에 접목시키는 것이니 그와 관련된 부서가 한동안 바빠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또 내가 업무를 지시한다기보다 관련 부서 스스로 연구하고 정책을 시도해 나가기 때문에 바빠지는 것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수요특강은 취미클럽 활동이 아니다. 구미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예산을 들여 전문강사들의 고견을 듣는 것이니 만큼 구미발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수요특강 앞으로 어떤 점이 달라지나.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지만,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초빙하도록 노력하겠다. 또 수요특강이 일반적인 강연 형태여서 방법적인 한계는 분명이 존재한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다 보니 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의 질문 시간을 늘리고 토론 위주의 강의도 한번 시도해 보겠다. 수요특강은 그동안 미래산업 27회, 문화축제관광 25회, 인구·균형발전 13회, 도시계획 9회, 도시홍보 6회, 시정혁신·조직문화 12회, 심리안정·자기개발 8회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해 왔다. 구미시정과 관련된 주제들이 대부분임에도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수요특강을 듣기 위해 이른 아침 시청을 방문하기도 한다. 오늘도 100회 기념으로 마련된 ‘세상의 모든 음악, 아침을 여는 음악의 향기’라는 콘서트 형식의 강의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주셨다.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겠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4-07-17

모진 세월 어떻게 견디셨는지요? 700살 나무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오래됨과 거대함에 놀랐다. 나이가 700살, 키가 30m, 허리둘레 10m 훌쩍 넘었다. 경북 안동 녹전면 사신리 257-6번지에 살고 있는 느티나무 노거수이다. 1982년 11월 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국의 자연 유산이다. 나이와 외모에 놀라 고개 숙이고 경외감을 표했다. “어떻게 모진 세월의 풍파에도 불구하고 큰 몸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지요?” 노거수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래 말을 하지 못하지, 아니 내가 알아듣지 못할지도 모르지.” 한참을 노거수 주위를 서성이며 쳐다보고 있으니 마을 어른이 지팡이를 짚고 나오시더니 말없이 정자에 올라앉으셨다. 그리고 나무와 지는 해를 바라보셨다. 하루의 해가 동쪽 하늘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이제 서쪽 산마루에 올라앉아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모두가 황혼에 물들어 가는데 느티나무 노거수만은 늠름한 모습으로 모두를 압도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어떻게 그런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지는 서쪽 하늘의 해는 여름 더위의 열기도 거두어 갈 모양이다. 벌써 한 낮의 온기와 차이가 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 어른도 느티나무 노거수도 나도 말이 없다. 침묵으로 더 많은 생각을 마음속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침 조용한 정적을 깨고 푸드덕하는 소리가 나 쳐다보니 매에 쫓긴 참새가 나뭇잎 속으로 숨어들어 용케도 죽음을 면했다. 참새는 느티나무 노거수 품에 안겼다. 느티나무 노거수는 약자의 피난처였다. 품속에서 매미 소리가 들렸다. 느티나무 노거수 품은 참새와 매 등 작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고 쉼터이다. 적으로부터 피난처이고 놀이터이다. 그들에게 먹이를 공급해 주고 삶을 이어가도록 희생을 감내한다.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흙 속의 영양분과 물을 빨아 먹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얼굴과 몸을 내밀어 호흡하면서 빛에너지를 섭취한다. 다른 생명체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먹고 다른 생명체들이 호흡하는 신선한 산소를 뿜어낸다. 지구상에 무한히 있는 흙과 물, 공기와 햇볕으로 살아간다.다른 생명체를 먹어야만 살아가는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스스로 지구상 무한히 많은 자원으로 독립해서 살아간다. 인간처럼 미래를 걱정하면서 창고를 만들어 쓸데없이 많이 쌓아 놓지는 않는다. 가을 되면 가지에 매달린 잎을 떨어뜨려 흙의 영양분으로 되돌려 놓는다. 공기와 물을 깨끗이 정화하여 지구의 청소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욕심이 없고 남을 품고 배려하는 것을 보니 갑자기 노거수가 성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철이 없던 시절, 나뭇가지에 톱질하고 겨울엔 몸속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래도 나무는 참고 인내하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으려고 했다. 몸뚱이의 속은 시꺼멓게 타고 속살은 없어지더라도 용케 피부를 재생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태풍이라도 만나면 허리가 부러지고 심지어 다시는 재생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를 때도 있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딱따구리는 몸을 쪼아 구멍을 내고 그 속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래도 원망하기는커녕 기꺼이 몸을 내어주고 품어주었다. 이런 희생정신에 창조주도 감동하여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는 하도록 했다. 잎에는 독성물질과 고약한 냄새를 몸에는 가시로 몸을 보호하도록 했다.사람을 비롯한 생명체는 죽으면 다른 생명체의 먹이가 되든지 아니면 땅에 묻혀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나무는 삶을 마감해도 또 다른 삶이 기다린다. 물론 사람과 마찬가지로 후손 나무를 위하여 흙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경우에는 인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종이가 되어 역사의 기록을 담고, 집의 튼튼한 기둥과 서까래가 되어 인간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의자가 되고 탁자가 되고 칼잡이도 되어 우리의 생활 도구가 된다. 이밖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인간이 필요한 기계나 도구의 재료로 사용된다. 아름다운 무늬의 장신구가 되고 보석함이 되어 늘 우리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있다.생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거실이나 전시실에 걸어두고 늘 감상하면서 그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에 감탄의 미소를 띠고 있다. 음악으로 작곡되어 눈을 감고도 나무의 모습을 다른 누구의 상징물로 대신하여 그리워하며 애달파 하고 있다. 이 모두가 생전의 나무 성품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가 후손목의 자양분이 된다.말없이 있던 노거수가 말을 해 왔다. “인간도 나를 보살펴 주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를 도와주는 것은 자연이란다. 바람은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지만, 나를 강하게 만든단다. 어릴 때는 바람에 꺾이지 않기 위하여 부드러움을 간직하지. 그리고 자라면 그동안 면역력이 생겨 버틸 수 있단다. 바람은 기능을 잃어버린 몸의 가지를 제거해 주고 영글지 못하는 열매를 떼어내어 준단다. 나를 괴롭히는 벌레를 나로부터 떨어지게 한단다. 구름과 비는 목마른 나에게 물을 주어 새로운 힘을 돋우어 준단다. 자연이 이렇게 알게 모르게 나를 돕고 있단다. 그러니 너무 날씨 탓만 하지 말게나. 이 외에도 말해 줄 것이 많다마는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보렴.”노거수는 생명체라면 가리지 않고 품고 안았다. 제 것을 내어주고 그들의 생명을 이어주었다. 그저 참고 인내하면서 사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그에 맞는 옷을 갈아입고 살아간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천수를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지혜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이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종합병원이다.나무 없는 마을이라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새들이 찾아와 노래를 불러 줄래도 앉을 자리가 없고, 바람이 먼 곳에서 찾아와 좋은 소식을 전해 줄래도 멈추어 쉴 자리가 없다. 장수한 노거수는 마을의 역사를 도서관의 역사책처럼 나이테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을 소중한 생명체다. 우리 삶의 여정에 마주치는 노거수는 지혜와 교훈, 위안을 준다. 노거수가 담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가치를 탐구하는 산림 문학은 우리의 삶의 영혼을 살찌게 하리라 믿는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17

내국인 떠난 시드니 도심 빈자리,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

시드니는 호주의 문화·금융·관광의 중심지다. 또한, 호주를 상징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대표적 이민국가인 호주답게 시드니는 여러 민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호주 통계청(ABS)이 2021년 발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485만 명 중 40.5%(194만 명)가 이민자다. 이는 호주 전체평균인 29.1%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호주 전역을 살펴보면 이민자 비율 상위 10개 지역 중 5개(오번(Aurburn), 페어필드(Fairfield), 파라마타(Parramatta), 스트라스필드-버우드애쉬필드(Strathfield-Burwood-Ashfield), 캔터베리(Canterbury)가 시드니 권역에 속해 있다.특히 오번은 이민자 비율이 60%로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들보다 이민자가 더 많이 산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시드니 시민들의 민족 구성은 △영국계 (21.8%) △호주인 (20.4%) △중국계 (11.6%) △아일랜드계 (7.2%) △스코틀랜드계 (5.6%) △인도계 (4.9%) △이탈리아계 (4.3%) △레바논계 (3.5%) △필리핀계 (2.7%) △그리스계 (2.6%) △베트남계 (2.5%) △한국계 (1.4%)의 순이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호주 국적을 가진 시드니 시민 중 자기 자신의 뿌리가 ‘호주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1970년대 중반부터 청년인구가 대거 유출되고 있는 점은 시드니와 대구·경북이 유사하다.시드니는 40여 년 전부터 중앙정부의 이민정책을 바탕으로 인구유출 문제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해왔다. 실제로 시드니는 호주에서 인구유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임에도 도시로 유입되는 해외노동자들 덕에 해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민족·인종적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시드니’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로 공존하는 모습은 인구유출 문제 해결을 위해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대구·경북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듯하다.물론, 최근 서구권을 중심으로 자국민들과 섞이지 못하는 외국인들에 의한 사건과 사고들이 빈발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역소멸과 인구감소 시대를 맞이한 지금 ‘다문화’라는 의제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형 정책 전망이 아닐까?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인 밀집지역이 증가하고, 그들이 내국인이 떠난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이미 다문화시대를 맞이했다고 보는 게 맞다.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지금, 대구·경북과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시드니 다문화사회의 형성 과정과 현황을 되짚어 본다.△ 시드니, 경제 중심지에서 다문화 중심지로시드니는 호주대륙에 외국인 정착이 시작된 이래 뉴사우스웨일스의 주도(主都)로 꾸준히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다른 국가들이 그랬듯 시드니도 처음부터 다문화 사회를 이룬 건 아니다. 1700년대 대륙 개척 이후 줄곧 백인들의 땅이었던 호주에 1851년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시드니를 비롯한 대도시에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이 기간 중국계 이주민 인구는 급증해 이후 시드니, 멜버른과 같은 대도시의 상업, 무역업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불안감을 느낀 호주인들은 경기불황의 원인으로 이들을 지목하는 등 이민자들에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은 호주 전역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1861년에는 3000명 규모의 유럽, 북미, 호주의 금광 광부들이 합심해 중국인 광부들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이 여파로 1861년부터 중국계 이민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호주 사람들은 이후에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급기야 호주 연방정부는 1901년 백호주의 정책을 발표한다.당시 국회의원이던 에드먼드 바튼의 발언으로 당시 호주 사회가 이민자들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짐작할 수 있다.그는 “열등하고 부적절한 아시아 사람들이 호주에 도착해 백인 호주 사람의 미래를 위협한다”며 총리가 된 후 1901년 백호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이민제한법을 통과시킨다.호주의 ‘반아시아 정서’가 바뀌기 시작한 건 190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때 호주는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정립하기 시작했고, 1973년 백호주의 정책을 폐지하는 한편, 연이어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시드니를 비롯한 대도시들의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한다. 필요노동력을 외국인으로 충원해야했던 호주 정부는 본격적으로 이민자 유치를 위한 정책을 펼친다. △바다를 건너온 ‘이민자들의 관문’ 시드니호주가 이민자들을 대거 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드니는 다문화사회 구성을 위한 이민자들의 ‘관문도시’로 역할하게 된다.‘관문도시’란 한 도시가 개인의 사회적 이동, 혹은 이주에 있어 중간지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시드니는 ‘호주의 경제 1번지’로 많은 일자리가 있다. 또한 대도시 특유의 주거 생활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민자들에게 다른 지역보다 나은 교육 환경과 생활 환경 을 제공한다. 이는 이민자들이 이주 초기 시드니에 정착하게 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그간 시드니는 정부의 다문화 정책을 바탕으로 많은 이민자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왔다.이를 통해 이주 초기 이민자들이 호주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시드니에서 축적한 경제적·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호주의 다른 지역으로도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배경을 제공했다. 시드니는 2016년 발표된 글로벌네트워크연결성(GNC) 조사에 의하면 호주에서 가장 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되는 동시에 가장 많은 인구가 유출되는 도시다. ‘인구 이동의 관문’이라는 이야기.△자국민들은 떠나는 시드니, 이민자가 채워2000년대 중반 400만 명가량이던 시드니 인구는 2021년 485만 명으로 늘었다. 시드니 광역권 인구까지 합치면 523만 명에 달한다.흥미로운 건 지난 40년간의 자료를 살펴보면, 시드니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의 숫자 역시 호주의 다른 주요 도시들보다 높다는 것. 이는 매년 호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 중 다수가 시드니를 정착지로 선호하며, 첫 직장이나 유학생활의 출발지로 삼지만, 거기서 살다가 도시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호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16년까지 45년간 시드니에서 호주 전역으로 유출된 인구는 71만6832명이다.시드니 거주 인구의 출생지 비율을 보면 1976년 25%에도 미치지 못했던 해외 출생자(이민자) 비율이 지난 2021년 인구조사에선 40%를 넘어섰다. 이처럼 시드니는 호주 내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유출됐음에도 해외 이민자 유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어왔다. 이는 도시의 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내국인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워주고 있는 시드니의 사례는 떠나가는 내국인으로 인해 침체 위기에 처한 도시가 다시 활성화되는 ‘도시재생’의 긍정적 사례가 아닐지.지속적으로 청년 인구가 외부로 나갔고 있음에도, 2023년 시드니는 ‘포화 상태’를 선언하고 도시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제한했다. 이는 ‘인구 증가’라는 측면에서 해외노동자 유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싶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6

마이스산업 핵심 인프라 장착, 국제 관광컨벤션도시로 ‘도약’

포항시는 오는 18일 북구 장성동 1287번지 일원에 마이스(MICE)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포엑스)’를 착공한다. 시는 수년간 도시 브랜드 경쟁력을 더 높이고 지역경제의 성장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규모 회의장을 갖춘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다.4년 만에 그 결실을 보게 된 시는 전국에 난립한 국제컨벤션센터들과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 지역 특성을 살린 전시·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설 활용을 극대화하는 등 꼼꼼한 전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포항시를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신청, 마이스산업 거점 도시로 육성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리는 마이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포엑스 건립을 통한 중심지로 새롭게 도약해 세계적 도시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한 포항시의 전략을 살펴본다. △마이스 산업 육성 통해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 대표 지방 도시로 도약포항시는 인구나 산업 규모 면에서 월등히 앞선 경북 제1의 도시임에도 전시컨벤션센터의 부재로 국제 규모 행사를 상당수 포기해야 했다. 해마다 200회가 넘는 심포지엄과 포럼도 전시회를 열 공간이 없어 소규모 강연과 토론 위주로 개최할 뿐이었다.시는 포엑스 1단계 준공 후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 지역 주력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바이오·수소 등 특화 신산업을 융·복합한 국제 전시행사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철강 중심 회색 도시에서 인간중심 생태·탄소중립도시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하는 국제회의들을 준비하고 유치할 방침이다.시는 마이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도심 해변 입지를 차별화한 시민친화형 컨벤션센터 운영이 목표포항시는 포항과 유사한 도심 해변에 입지한 ICC 시드니와 같이 시민친화형 컨벤션센터로의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심 해변인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 건립될 컨벤션센터는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는 오션뷰가 강점이다. 포항역, 포항버스터미널 등 교통 거점시설과 20분 내에 위치해 접근성 또한 편리하다.마이스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즐길 거리도 산재해 있다. 포엑스 인근에 스페이스 워크, 영일대해수욕장, 장미원, 죽도시장 등 인지도 높은 관광자원이 있다. 센터 인근지역의 다양한 숙박시설에 더하여 고급호텔 등도 건립된다. 포항시는 도시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지난해 주력사업으로 구도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과 포항해상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본격화했다.△경쟁우위 및 차별화포엑스는 경북지역에서 가장 넓은 전시장 공간으로 건립된다. 마이스산업 초기 설계 단계부터 타 지자체와 달리 ‘마이스 지원위원회’를 운영했다.앞으로 건축 및 마이스 분야 학계, 산업계 전문가 13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해당 위원회는 컨벤션센터 건립 및 마이스산업 육성과 관련된 자문역할을 수행하게 된다.포엑스는 전시컨벤션 행사뿐만 아니라 평소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된다.△안정적 센터 운영 기반 마련 계획신성장 산업 중심의 특화된 국제 규모 전시회를 개발할 방침이다. 포항 국제컨퍼런스(POBATT)를 중심으로 컨벤션 규모를 확대하고 이차전지 전주기 밸류체인을 완성할 전시회 등 배터리 융·복합행사를 계획하고 있다.포항 배터리 위크(가칭·IBW in Pohang-International Battery Week in Pohang)와 국제 바이오 포항(가칭·BIO PH) 등의 행사를 통합해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포항 및 경북도의 해양관광 콘텐츠 홍보를 위한 B2C(기업 대 소비자) 전시회와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전, 포항 철강 마라톤대회, 스틸아트페스티벌 등 포항시가 주관하고 있는 철강 관련 행사 등을 혼합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국제 방사광기기학회 총회(SRI), 아·태물리컨퍼런스(APPC), 세계철강협회 총회(World Steel) 등 지역 자원과 연계한 국제회의 유치를 통해 국제 마이스 도시로의 입지도 확대한다.2025년 출범을 목표로 하는 재단법인은 문화·관광사업과 분리된 독립적인 MICE 전담 조직으로서 포항 마이스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관광·마이스 도시로의 이미지 전환을 위한 마케팅 전략현재 주력산업인 철강산업 외 배터리, 바이오, 수소 등 신성장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또한 철강산업에 기반한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관광도시, 문화도시, 녹색도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포항 철길숲, 해도도시숲 등 도심 곳곳에 숲과 정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4대 하천 복원 등 녹색도시로 변화하고 있다.신성장 산업과 관광·문화·환경에 기반한 새로운 먹거리 요소 발굴을 위한 마이스 산업 육성 등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역특화 전시회 및 컨벤션 육성포항시는 지역특화 컨벤션 육성이 향후 마이스 도시로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 미래 유망산업을 육성하며 도시 산업구조를 변화시켜가고 있다. 관련하여 현재 ‘이차전지 국제컨퍼런스’, ‘가속기 기반 바이오분야 컨퍼런스’, ‘포항국제수소연료전지포럼’ 등 지역특화 행사를 지속 개최 중이다.이외에도, 포항이 보유한 강소연구개발특구, 포항벤처밸리 등에서 신규로 개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사업(애플 연구센터, 그래핀 등) 특화 행사를 지속 육성할 계획이다.△국제회의 복합지구 추진마이스 개최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센터 일대의 ‘포항형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마이스 유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컨벤션센터 중심 일대와 포항 전역으로 포항에서의 체류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관광·마이스 자원 조성을 기획하고 있다.구체적으로 ▲레저-영일만관광특구 조성(해수욕장, 물회거리), 환호공원(스페이스워크, 시립미술관), 포항운하, 포항크루즈, 영일만항 크루즈(울릉도 크루즈, 국제크루즈) ▲쇼핑-죽도시장, 롯데백화점 등 ▲숙박-라한호텔(3성급) 이외, 센터 1KM 이내 환호공원 특급호텔(4성급, 400실)을 건립할 예정이다.△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 의미 담아포엑스 건립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 피해로 인해 급격하게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해 ‘포항지진 특별법’에 따라 국비가 지원되는 사업이다.포엑스가 가장 고려하고 있는 사항은 ‘시민 친화’다. 마이스와 문화가 공존하며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많이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지역문화행사, 이벤트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시설 비수기의 비효율도 극복할 예정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마이스 행사 기획 및 국제행사 유치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지속 가능한 마이스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시민을 위한 시설을 유치하는 등 시민 친화적인 컨벤션센터를 만들어 지역 내 경제·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7-16

황리단길∼계림∼동궁과 월지∼박물관 잇는 ‘트램’ 어때요

초여름 태양이 다소 뜨거웠으나 이국(異國)의 부드러운 햇살을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전 지구적 재앙으로 악명을 떨치기 바로 전해. 오스트리아를 찾았다.비엔나 숙소를 나와 도나우강(江)으로 가는 트램에 올랐다. 캄캄한 터널 속을 달리는 지하철과 달리 주위 풍경이 환히 보이는 지상 노면전차를 타고 도시 외곽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흥겨운 소풍이자, 일상을 벗어난 여행으로 다가왔다. 트램 안에서 보이는 비엔나 시청과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은 행정 관청이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까웠다. 밤이 되면 청사 외벽에 극장처럼 커다란 영사막을 설치해 요한 스트라우스의 클래식 공연을 상영하는 곳이 비엔나 시청 건물.도나우강변에서의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엔 쇤부른 궁전에 들렀다. 역시 트램을 타고서였다. 비엔나 도심은 큰 산과 눈에 띄는 굴곡이 드물어 평평한 지형이다. 트램을 만들기에 좋은 지리적 환경을 갖췄다는 이야기. ▲한국 지자체도 효용성 높은 트램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오스트리아만이 아니다. 동유럽 국가로 함께 묶이는 헝가리, 불가리아, 세르비아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로 불리는 도시 튀르키예 이스탄불 역시 트램이 저렴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매력 갖춘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한국에서 대중교통과 관광 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트램에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서울에선 1899년부터 1968년까지 트램이 운행됐다. 서울 중심가 종로에서 마포까지 운행되던 지상 노면전차는 대중가요와 소설의 소재로도 사용됐다. “밤 깊은 마포 종점~”으로 시작되는 ‘은방울자매’의 노래를 기억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자동차를 소유한 개인이 늘어나고, 지하철이 만들어지면서 서울의 트램은 그 모습을 감췄다.하지만, 시대는 또 변했다. 넘쳐나는 자가용으로 인해 극심한 교통 체증이 유발되면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세상이 온 것. 그런 이유로 서울시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총연장 5.4km의 트램을 건설할 예정이다.‘한국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부산도 풍광 좋은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오륙도와 이기대(二妓臺)까지 이어지는 트램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세웠다. 2023년 2월엔 이 구간 트램의 사업 타당성 재조사가 실시되기도 했다.이외에도 울산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저공해 트램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마산· 진해와 통합되며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아직 지하철이 없는 창원시도 2030년엔 트램이 오가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사전 타당성 조사를 받았다.대전과 제주도 역시 ‘교통 인프라 개선’과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멀리 내다보고 트램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편리하고 저렴하며 효율적으로 도심 관광지 이어주는 트램 생겼으면…2016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업무를 위해 경주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대를 100여 차례 이상 오갔다. 그 결과물로 2000매 가량의 원고와 6권의 책이 남았다. 그러니, 경주에 관한 애정과 관심이 누구보다 크다 자부할 수 있다.비엔나 역시 기자가 좋아하는 도시. 그랬기에 7년의 간격을 두고 거푸 2번을 찾아갔고, 갈 때마다 일주일 이상 머물렀다.‘많은 것이 닮은 도시’ 한국의 경주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도심 대부분이 평평한 지형이고 좁은 공간에 역사 유적과 유물, 관광객을 매혹하는 명소가 많다는 것이 두 도시의 공통점.그래서다. 비엔나의 트램이 편리하고 저렴하며 효율적으로 도심 관광지를 이어주듯, 경주에도 트램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건.경주시외버스터미널을 기점으로 황리단길-대릉원-첨성대-계림-동궁과 월지-월성 발굴 현장-국립 경주박물관을 이어주는 트램이 생긴다면 비엔나의 ‘링 스트라세’ 못지않은 명물이자 도시의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위에 언급한 구간에서의 경제적·문화관광적 효과가 현실에서 증명된다면 트램의 운행 지역을 보다 넓혀 진흥왕릉과 김유신 묘, 진평왕릉까지 잇고, 더 나아가 경주시 외곽 감은사지와 문무왕 수중릉까지 확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이런 상상을 하는 건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만든다.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황리단길에서 경주 트램에 올라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수많은 왕릉 사이를 달려, 첨성대와 계림에서 신라의 탄생과 선덕여왕의 능력을 되새기고, 동궁과 월지에 화사하게 핀 연꽃을 감상한 후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경주박물관에 들어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하나’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트램의 외부는 신라가 가진 이미지를 잘 표현한 디자인을 공모해 꾸미고, 내부엔 스크린을 설치해 트램이 지나는 곳, 즉 대릉원, 동궁과 월지, 계림, 첨성대, 경주박물관, 황리단길 관련 영상물을 보여준다면 경주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이 “금상첨화(錦上添花)”라며 무릎을 치지 않을까 싶다.그런 날이 가까운 시기에 도래하기를 경주시민, 경주를 사랑하는 관광객들과 함께 기다려본다. (끝) 비엔나의 ‘실용적 명물’ 트램 ‘링 스트라세’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도심의 효율적인 교통 흐름과 출퇴근 시간 차량 정체 등을 막기 위해 도시 곳곳을 거미줄처럼 잇는 대중교통을 운행하고 있다. 거기에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트램(노면전차)은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모습까지 보여줘 여행자들에게 편의에 더해 즐거움까지 제공한다.트램과 버스, 기차와 지하철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비엔나 어느 곳이건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Wiener Linien’이라 불리는 비엔나의 대중교통은 트램 노선 29개, 지하철 노선 5개, 버스 노선 127개로 이뤄졌다. 야간에도 운행되는 노선이 있어 실용성도 높다.비엔나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티켓만 구입해 트램, 버스,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자동판매기와 역 매표소는 물론, 담배와 신문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상점에서도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 ▲여행자에 대중교통의 꽃은 ‘링 스트라세’ 관광객들 사이에서 ‘비엔나 대중교통의 꽃’이라 불리는 트램은 1840년대에 최초로 운행을 시작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말이 끄는 형태였다고 한다.말-증기-전기로 이어지는 비엔나 트램의 에너지원 진화는 사회·경제적 변화·발달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보면 된다.세계에서 가장 광대하고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 비엔나의 ‘트램 네트워크’는 30개 노선으로 구성됐다.총연장 225km의 지역을 지역민과 관광객을 싣고 쉼 없이 달린다. 비엔나 내·외곽엔 1100개 이상의 트램 정류장이 있다.비엔나가 낯설 수밖에 없는 세계 각국 여행자에게 세칭 ‘링 스트라세(Ringstrasse)’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링 스트라세’를 타면 자연사박물관, 호프부르크 왕궁,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 역사 지구, 국립도서관, 왕실 보물박물관, 부르크 극장, 시청 등 비엔나의 명소와 주요 관광지를 쉽게 돌아볼 수 있다.낭만적 매력 가득한 비엔나를 꼼꼼히 탐험해보는 건 재론의 여지없는 여행자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홍성식기자 · 정리=단정민수습기자

2024-07-16

맨손으로 잡은 은어·무더위 날리는 워터쇼… ‘가자, 봉화로!’

2024~2025 경북도 지정 최우수 축제이자 대한민국 여름 대표축제인 ‘봉화은어축제’가 오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9일간 봉화읍 내성천 일원에서 개최된다.(재)봉화축제 관광재단이 주최·주관하고 경북도, 봉화군의 후원으로 열리는 제26회 봉화은어축제는 ‘은어야 놀자! Let’s go 봉화로!’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체험과 공연, 주민참여, 전시 및 부대, 연계 행사가 펼쳐진다.은어축제의 핵심 주제 체험인 은어 반두·맨손잡이와 숯불구이 체험은 물론, 글로벌 어신 대항전, 전국 청소년 은어 맨손잡이 대회 등을 올해 새롭게 선보인다.9일간의 축제기간 동안 매일 다양한 콘셉트의 공연도 진행되며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주민참여 행사와 가족건강 걷기대회 등 전시 및 부대, 연계 행사도 풍성하다. □ 봉화은어 잡고 맛보고 즐기고은어축제의 핵심 주제 체험인 반두를 활용한 은어 반두잡이 체험은 축제 기간 중 매일 4회 내성천 반두잡이 체험장에서, 맨손으로 하는 은어 맨손잡이 체험은 매일 3회 맨손잡이 체험장에서 1만2000원의 체험비로 즐길 수 있다. (지역화폐 봉화사랑상품권으로 5000원 환급)핵심 주제 체험은 지난 12일부터 온라인 플랫폼 ‘네이버 예약’을 통해 현장 예매보다 2000원 저렴하게 체험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올해는 지역 주요 관광자원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연계·협력해 주제 체험과 수목원 입장 패키지권을 상품화해 판매한다.이외에도 숯불로 구운 은어 맛보기와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은어 숯불구이 체험과 글로벌 축제 도약 발판 마련을 위한 글로벌 어신 대항전, 다양한 연령층의 축제 참여를 위한 전국 청소년 은어 맨손잡이 대회, 또 하나의 핵심 주제체험으로 자리매김할 전국 어신 선발대회가 준비돼 있다.다양한 은어 요리도 맛볼 수 있도록 ‘겉바속촉! 수박香 은어 튀김장’, 재단 직영 ‘싱싱 은어 활어 판매장’, 지역에서 생산·가공하는 우수 농·특산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봉화愛곳간 봉화 로컬푸드 판매장’, 지역 농·특산품과 은어를 재료로 한 ‘은어밥상 은어 요리 판매장’ 등을 조성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예정이다.워터슬라이드와 에어바운스 풀장을 갖춘 ‘은어 어린이 워터파크’, 청정 1급수 내성천 자연 그대로의 모래를 만지며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휴!(休) 내성천 모래놀이장’,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창의 놀이 활동인 ‘실베리아 키즈 플라자’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체험 행사도 진행돼 온가족 여름 추억여행지로 기대된다. □ 무더위를 식혀주는 다양한 공연올해는 매회 특색있는 퍼포먼스와 다채로운 공연을 통해 관광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신나는 축제장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개막 첫날인 27일에는 오후 1시부터 수변무대에서 초청 내·외빈과 지역 주민, 관광객들이 제26회 봉화은어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기념식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리고 오후 7시부터는 특설무대에서 인기가수 이보람, 허각, 트라이비, 황윤성, 마이진, 린, 박지현 등이 출연해 개막 축하공연을 장식한다.축제 둘째날인 28일부터 8월 3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특설무대에서는 매일 다양한 컨셉의 공연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봉화 홍보대사 국민배우 이성민과 빅마마 이지영, 샵안녕이 출연하는 토크 뮤직 콘서트 ‘봉 퀴즈 온더 블록’과 봉화 지역 예술인 공연 ‘봉삘! 예술인 콘서트’, 전국 버스커들의 라이브 공연 ‘봉스킹 홀릭’, 스페이스A, 김현정, 쿨(이재훈), 김완선이 음악 비트에 맞춰 펼쳐지는 물대포 워터쇼 ‘COOL~! K-레트로 콘서트’가 준비돼 있다.이밖에도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즐기는 세대공감 참여형 패밀리쇼 ‘FUNFUN 캐리와 친구들 뮤지컬’, DiGi앨리스, 하이큐티, 이짜나언짜나, DJ춘자의 한여름밤 청춘 무도회장 콘셉트 물대포 디스코 나잇 공연 ‘청춘 썸머나잇! 워터풀 원더풀’, 트로트계의 아이돌 진욱 김소연, 빈예서, 홍잠언이 펼치는 ‘HOT~! K·트로트 콘서트’로 여름밤의 낭만을 더하고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축제 마지막 날인 8월 4일에는 제26회 봉화은어축제 현장 스케치 영상을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차년도 축제를 기약하는 기념식인 폐막식과 경서, 우디, 최우진, 미스김, 김희재가 출연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신나는 폐막 축하공연, 화려한 불새 불꽃쇼로 축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 모두가 하나되는 안전한 축제올해는 봉화은어축제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특화하고 자생력을 갖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지역주민, 관광객의 참여와 만족도가 증대될 수 있는 매력적인 축제로 기획해 추진한다.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축제문화 선진화 캠페인과 지역사회 소통을 위한 주민참여행사도 마련해 주민 참여형 축제로 운영하고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만드는 민간주도형 축제로의 정착을 도모해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는 은어 맨손잡이 체험객에게 생분해 친환경 봉투를 지급하는 등 저탄소 축제장 인프라 조성으로 친환경 축제를 실천한다.또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안심 축제 구현을 목표로 안전하고 즐겁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철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유관기관과 연계·협력해 안전사고 예방에 힘쓸 예정이다. 계절성 축제 특성상 기후변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온열질환에 대비해 축제 종사자들에게 온열질환 예방 키트를 공급하는 등 관광객과 종사자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박현국 (재)봉화축제관광재단 이사장(봉화군수)는 “대중적 기호와 축제관광 트렌드에 부합하는 축제 기획과 봉화군의 관광명소를 부각시키고 은어를 소재로 접목한 이색 여름 콘텐츠를 다양하게 마련했으니 청정한 힐링 숲속도시 봉화에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거운 여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07-14

경북도 폐가 2만1900여채, 흉물 방치 넘어 공동체 붕괴 우려

포항시 호미곶면에 자리한 집 한 채. 지붕을 덮은 초록 풀이 보기에도 을씨년스럽다. 풀은 담장을 넘어 이웃 주민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 집주인은 포항이 아닌 대구에 거주 중이다.이웃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포항에 와서 자신의 빈집을 관리할 생각과 의지가 없다. 한 주민은 “빈집이 폐가가 되면서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관리를 서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포항시에 따르면 “고령의 부부가 살다 두 사람이 사망하면 외지에 있는 자녀들이 집을 팔려고 하지만 수요가 없어 방치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사유지라 폐가가 돼도 법적인 문제 탓에 함부로 처리를 못하고 있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비단 호미곶면의 빈집만이 아니다. 경북지역의 빈집 문제는 심각하다. 단순히 폐가가 생긴 걸 넘어 도시공동화 현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 2022년 통계에 의하면 전국의 빈집은 모두 13만2052채로 추정되며 이중 16.6%인 2만1,963채가 경북도에 몰려있다. 이는 전라남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경북 도내 빈집은 김천시가 1175채로 가장 많고 포항시 1165채, 경주시 1016채, 안동시 982채, 영천시 668채, 상주시 680채, 영주시 618채, 구미시 558채, 문경시 448채, 경산시 128채 순이다.그중 단독주택이 5만3463호고, 아파트가 5만7077호, 연립주택이 5931호, 다세대 주택이 8187호,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이 2801호로 파악된다. 빈집 대부분이 단독주택과 아파트라는 이야기.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래전 지어진 주택일수록 빈집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흔했다. 단독주택 빈집의 경우 5만3463호 중 4만4800호(83.8%)가 1979년 이전에 건축됐다. 아파트 빈집의 경우엔 5만7077호 중 2만4559호(43%)가 1990년부터 1999년 사이에 지어졌다.빈집이 늘어나는 건 이론적으로 주택 초과 공급의 여파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주택보급률(가구 수 대비 주택 수)은 102.1%. 특히 인구감소지역이 많은 경북(113.2%)·전남(112.4%)·충북(111.6%) 등은 110%가 넘어 주택이 남아돈다. 울산(108.4%)·세종(105.6%)·광주(105.2%)·부산(102.6%)·대구(101.4%) 등 대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외부적 요인으론 수도권 집중화, 저출산, 고령화가 지목된다. 실제 2019년 전국에서 가장 빈집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던 전라남도(15.5%)는 그해 고령 인구 비율이 22.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보다 앞서 인구 감소와 빈집 문제를 경험한 일본은 고령화율 20% 이상의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빈집이 900만호(2023년 기준)에 이른다. 이는 5년 전(2018년)보다 51만 채 늘어난 수치다.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철거 비용과 재산세 지출 부담, 부모가 남겨둔 재산 처리에 대한 심리적 부담 등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빈집 문제가 심각한 건 쓰레기 불법투기 등으로 주위 환경이 나빠지고, 노후 건축물의 붕괴에 따른 안전사고나 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는 것. 실제 노숙인들이 빈집에 들어와 불을 피우다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소가 된 사례도 드물게 있었다.빈집 문제는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일본은 빈집이 10만채 늘면 1조5000억엔(약 13조원) 가량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빈집은 인근 지역 범죄율을 19% 증가시켰고, 빈집이 2.8가구 증가할 때마다 지역 범죄율은 6.7% 증가했다. 빈집 문제에 심각성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국 83곳의 인구감소지역에선 주택을 추가 매입해도 1가구 1주택자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세컨드홈’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농어촌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7월부터 지자체장이 빈집의 소유자에게 직권 철거 등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포항시는 경북도에서 유일하게 별도의 빈집정비팀을 운영해 관내 빈집을 관리한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역 내 빈집 60곳을 정비해 주민편의공간으로 조성한 것. 특히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도심 내 빈집 44곳을 정비해 공유주차장을 확충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민 커뮤니티시설로 재탄생시킨 경우도 있다. 올해도 사업비 5억원을 투자해 도심지(동 지역)와 농어촌지역(읍·면 지역)에서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은 빈집을 대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할 예정.대구시는 2013년부터 4년간 빈집 170동을 철거해 주차장 83곳, 쌈지공원 19곳, 텃밭 36곳, 꽃밭 28곳, 운동시설 4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에도 9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해 빈집을 활용한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했다.이처럼 도내 지자체들이 예산을 들여 꾸준히 빈집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매입의 어려움, 철거 비용 지원에 대한 예산 부족 등으로 정비 속도보다 빈집 증가세가 더가파른 상황이다. 또한 빈집 정비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해도 건물과 땅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신청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렵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일부터 관내 농어촌이나 준농어촌지역에 한해 시장, 군수, 구청장이 ‘빈집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하고, 철거명령 뒤에도 빈집을 철거하지 않는 소유자에게는 강제금 500만 원을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농어촌 혹은, 도심의 빈집 정비를 주민편의시설 형태로 만들 게 아니라 주거시설로 진화시켜 관광숙박업과 임대업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전라남도 강진군은 상태가 좋은 빈집 소유주가 5년 또는 7년 이상 집을 무상으로 임대하면 군청에서 최대 7000만 원의 사업비로 리모델링 해준다. 또, 입주자들이 보증금 100만원, 임대로 월 1만원에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과 김주일 교수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 하더라도도시재생사업을 실시해 허름한 집을 정비하거나 철거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빈집을 활용해 예술센터를 만들거나 동네 편의시설을 만드는 외국 사례를 참조해 도시 재생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나갈 때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빈집 문제 해결, 해외에서는?일본, 소유주와 활용 희망자 연결영국, 주민-봉사자 함께 폐가 재생伊, 빈집 1유로 거래 프로젝트 마련▲일본 - 빈집은행 시스템 도입대표적 초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지자체 64%는 빈집은행(Akiya Bank) 시스템을 도입해 빈집 정보를 공개하고, 소유자와 구매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도쿄도의 오오타구(大田533A)는 빈집 전용 창구를 설치해 소유주와 빈집 활용 희망자를 연결해준다. 동시에 국가전략특별구역법의 여관업법 특례를 활용해 빈집을 비교적 수월하게 숙박시설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올림픽 개최로 외국인 방문이 증가할 것에 대비한 조치였지만, 그 이후에도 이 정책은 빈집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영국 - 리브워크 프로그램영국의 경우 커뮤니티 주도의 빈집 재생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리버풀(Liverpool)에서 진행된 리브워크(live work)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해 빈집을 고쳐 주거환경을 개선한 프로젝트다. 이는 장기 임대계약이 가능한 주거지를 조성하는데 도움을 줬다. 런던 포플러 지역 주택조합과 예술단체 바우아츠(Bow Arts)가 협력해 저소득 예술가에게 거주공간이자 작업공간을 제공한 사례도 있다. 리브워크는 50호 이상의 빈집을 재생해 주거지로 만들었고,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이탈리아 - 1유로 프로젝트30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 작은 도시 마엔차시(Maenza comune)에서는 2021년부터 빈집을 1유로(약 1400원)에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1유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는 헐값에 빈집을 매매할 수 있게 하는 대신 보증금 5000유로(약 720만원)를 내고 3년 내에 건물 개보수에 착수해야 하는 제도다. 보증금은 공사 완료 후 돌려받을 수 있다. “2021년 관련 정책 발표 후 97명의 외국인이 주택을 구매를 신청했고, 21명의 외국인이 매수 후보자로 선정됐다”며 “숙박업, 식당 등 상업시설을 만들기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빈집 구매 우선권을 줘 마을의 활력을 높이고 있다”는 게 미엔차시 관계자의 설명. 올해 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마엔차시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본 후 한국에서도 ‘빈집 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2024-07-14

“글로컬 포항 위한 공무원 자기 계발·국제화 훈련 필요”

세계를 뜻하는 글로벌(Global)과 지역을 말하는 로컬(Local)을 합쳐 글로컬(Glocal)이라 한다. 지방화는 세계화와 필연적으로 맞물려 있다. 21세기는 지방의 작은 도시도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도시로서 존립이 가능하다. 지방정부 차원의 국제화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도 글로컬시대에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 살펴본다.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포항은 글로컬 수준의 기업과 대학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면에 관광 서비스 행정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이게 금방은 안 될 것이다. 최소한 공무원들이 글로컬 시각을 가지고 포항시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일깨워서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스갯 소리지만 아내를 집사람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집 문제에 관해서는 전문가라서다. 그래서 집을 사고파는 것은 모두 집사람한테 맡겨 놔야 한다는 것이다.전문가는 모든 정보를 계속 듣고 체득한 노하우가 있다. 이런 면에서 글로컬이 되기 위해서는 ‘포항 사람’, ‘포항 출신’의 인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혹은 포항 관광공사나 문화재단에서 훌륭한 인재가 있다면 과감하게 데리고 올 수 있어야 한다. 커리어가 증명될 정도의 ‘전문가’라면 설사 그 사람이 외국인이더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전문가와 협의하는 공무원의 수준도 올라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무연수 과정에 국제화 과정을 넣거나 환동해 지역에 대한 교육을 추가해야 한다. 특히 해양항만과, 문화관광과 처럼 특정 분야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글로컬 시각을 기를 수 있게끔 훈련시켜야 한다. - 포항의 기반 산업인 철강, 배터리 산업이 세계적 불황과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금리와 환율문제,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이 모든 문제의 공통점이 바로 가격이다. 우리가 국가를 평가할 때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 분류하기도 하지만 성장의 패턴이 혁신 지향형이냐 혹은 효율 지향형로 그룹을 분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2020년부터 해외에서 혁신 지향형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후진성을 뜻한다. 선진국이 100년에 걸쳐서 수천 만 원을 들여서 기술을 개발을 하면, 상대적으로 선진국보다 후진해 뒤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성공한 지름길이 있다 보니 성큼성큼 따라가 갈 수 있다. 100년 걸렸으면 뒤에 따라간 사람은 50년, 그 뒤에 따라가는 사람은 30년, 20년 이렇게 따라가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그만큼 후발국가인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기존에는 저렴한 인건비가 고도 성장의 요인이 되었다.△대량 생산을 하는 것일수록 공장을 크게 키우거나, 사람을 많이 투입하거나, 인건비가 싸면 성장이 되는 거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용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후진국형 국가가 80년대 고도성장을 했고 90년대 들어와서 물량 공세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일부 산업을 기계화 한다든지 로봇 생산을 도입한다든지 해서 효율을 높이는 걸로 갔다. 예를 들어 A4 용지 전체를 쓸 수 있는 것을 효율적으로 작게 쓰면 종이도 남고 원가 절감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효율적으로 하는 것에도 이제는 한계가 왔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새로운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가격이 문제가 아니고 지금까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연구개발(RD)을 통해 고부가가치로 혁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이를 수천 장 팔아서 소득이 한 장당 100원이 남았다고 치면, 혁신을 통해 100만 원짜리 종이를 만들어서 10만 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게 수천 장 파는 것 보다 수익 기준으로 훨씬 높다. 이렇게 이제는 고부가가치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지금은 우리가 선진국들과 나란히 걷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다가 에프코로, 포스코 등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한 발자국 딱 나간 거다. 이렇게 누군가가 한 발짝 나가면 뒤에 있는 국가들이 따라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가 앞서 나가려고 하면 그걸 감내하고 나가야 한다.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금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런 얘기만 한다. 사실 이것들은 모두 ‘가격’에 관한 요인이고 내가 남의 돈을 빌려 썼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 부담되고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는 거다.만약 우리가 유일무이한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었다면 전세계 사람들은 그걸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야말로 독보적인 경쟁력 아니겠는가. - 대한민국이 살아나고 포항이 앞으로 나가려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문제는 배부른 상태에서는 이게 잘 안된다. 당장 포스코만 봐도 혁신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다. 근데 포항은 포스코가 죽고 나면 큰일나는 것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사실은 이걸 두려워할 게 아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듯 철강 산업이 미래 산업이 아닌 것 같다면 혁신을 통해서 최종재를 만들 수 있는 구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시장의 수요를 읽고 주요 기업과 포항시 소재 기업이 연대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을 선도 하려 노력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됐던 금리·환율 문제, 특히 저가 공세 전략과 완전히 차별화 할 수 있다. 값싼 제품을 살 수 있음에도 명품을 사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우리가 저가 공세를 신경쓴다는 것은 그 전략을 펼치는 국가들과 같은 방식의 제품 포트폴리오나 아니면 생산 방식의 효율만 겨우 따지고 있는 꼴이라는 거다. 효율보단 혁신이 필요하다./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7-14

역사·전통에 뿌리 두며 새롭게 시도하는 변화의 힘

△ 현대적 해석의 전통 오페라동생은 클래식의 본 고장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오페라극장에서의 오페라 감상을 제안했다. 단체여행에선 누리기 힘든 호사니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었다. 동생이 6개월 전에 예약해 둔 세 곳의 극장과 2편의 오페라, 교향악단의 공연에 기대가 컸다. 동생은 미리 오페라 공부해 오라고 당부했지만 대구에도 오페라하우스가 있어 ‘토스카’와 ‘투란도트’를 본 적 있다며 동생을 안심시켰다. 드레스코드가 필요하냐 물었더니 청바지에 운동화보다는 원피스가 좋겠지 해 세 벌의 옷과 구두까지 챙겼다.뮌헨국립오페라극장은 1818년에 세워져 독일 3대 오페라하우스로 명성이 높았지만 제2차세계대전 때 전소, 1963년에 외관은 옛 모습으로, 내부는 현대식으로 재건했다. 화려한 레지덴츠궁전과 거리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엔 맥주와 독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도 많았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오페라하우스는 시민과 함께 하는 시민의 문화공간이었다. 생전의 훈데르트 바서 모습. 빈의 쿤스트하우스 미술관 2층에 걸린 사진을 찍었다. 준비해 간 원피스에 스카프까지 둘러 한껏 차려입었다. 좀 일찍 가서 오페라하우스 건너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입장시간을 기다렸다. 멋지게 차려입은 커플들이 팔짱을 끼고 오페라하우스로 가고 있었다. 가벼운 옷차림의 남녀도 없지는 않았지만 나이 지긋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성장(盛裝)한 모습이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 혹은 오케스트라나 오페라에 대한 묵언의 예의일까. 여기서 갑자기 최근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광기같은 트로트 팬덤 문화가 머릿속을 스친 것은 왜일까.음악과 함께 무대가 열리자 깜짝 놀랐다. ‘토스카’는 1800년의 로마가 배경인 걸로 알고 있는데 간소한 현대식 무대, 등장인물들의 현대식 복장은 정말이지 생경했다. 스토리를 대강 알고 있으니 망정이었다. 무대와 등장인물이 오히려 훌륭한 음악을 방해한다는 느낌 탓에 눈감고 듣기만 할까 생각했다. 음악과 노래가 없다면 영락없이 연극이었다. 우리나라 공연에서 인물들의 과장된 서양식 분장이 거슬려 서양 주인공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기대한 나는 당혹했다.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나와 남편과는 달리 동생을 비롯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무대에 몰입한 듯했다. 1막이 끝나자, 실망스러우면 나갈까 기색을 살피는 동생에게 2막과 3막의 유명한 아리아는 듣겠다며 주저앉혔다. 가까이 몇몇 나이든 관객들의 실망스럽다는 대화를 엿들었던지 인터미션 후엔 빈자리도 생길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웬 걸, 그런 일은 없었다. 여전히 객석은 꽉 찼다. 2막에서는 흑백무성영화도 한참 나왔는데 도통 맥락이 안 잡혀 전통오페라를 완전히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거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2시간이 훌쩍 넘는 공연 후 커튼콜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20여 분 이상의 갈채로 새로운 버전의 오페라에 아낌없는 성원과 찬사를 보냈다. 감독의 과감한 연출 시도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박수리라.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다. 유명한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전속으로 둔 전통의 극장이다. 해마다 정초가 되면 빈 필의 신년연주와 ‘라데츠키 행진곡’을 찾아 들었던 나는 빈 국립오페라극장을 유난히 동경했다. 저기 저 자리에서 새해를 열면 얼마나 신날까. 이 극장 역시 1945년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10년만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음악도시를 반드시 재건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열정과 희망에 따라 고색창연한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7월과 8월을 제외한 모든 달, 모든 날에 잡힌 공연 달력을 보고, 빈 시민의 참으로 두터운 음악 사랑이 부러웠다.빈에서는 제대로 된 시대극을 기대했다.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이 배경이니 서양인 배우들의 동양인 분장과 무대의상이 궁금했다. 그러나 연두색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합창단의 첫 장면에서부터 알아차렸다. 이 공연 역시 현대적 버전의 오페라인 것을. 무대 장치가 거의 없는 연극 무대였지만 이미 뮌헨의 경험이 있으니 놀라는 대신 즐겼다.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연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그런가 하면 빈 모차르트오케스트라는 오히려 18세기 모차르트 시대를 재현한다. 모든 연주자는 한결같이 흰 가발을 쓰고 18세기 궁중복장, 지휘자는 빨간 모차르트 복장이었다. 연주곡은 모두 유명한 모차르트의 넘버였고, 앵콜곡으로 관객과 함께 즐긴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나는 잠시 흥분했고 황홀했다. 순전히 관광객을 위해 특화된 관광상품은 관광객을 열광케 했다. 관객 중 상당수가 중국인으로 보였다. 그래선지 좌석 앞 모니터엔 중국어 자막도 있었다. △ 고건축의 도시에서 만난 현대적 건축물빈에는 쇤브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 호프부르크 왕궁, 슈테판 대성당, 성페터 성당 등 수많은 역사유적지와 미술관, 박물관에서 유명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에곤 쉴레(1890~1918)도 있지만 그 계보를 잇는 전위적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데르트 바서(1928~2000)가 리모델링한 장난감 같은 건축물도 만날 수 있다. 빈은 전통을 지극히 존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도시이지만 동시에 전통을 거부하고 비튼 예술가를 낳고 포용하고 인정한 도시이기도 하다. 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거나 혼재하면서 미래의 문화유산이 될 예술을 토닥이고 쓰다듬고 어루만져주는 도시였다. 쿤스트하우스빈은 훈데르트 바서의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친환경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직선과 네모는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극도로 혐오했다. 네모난 창문은 장난스러운 그림으로 가렸으며, 자연이나 식물의 모양을 닮은 비정형의 건축물과 실내디자인은 독특하되 아름답고, 기괴하지만 매력적이다. 슈테판성당 앞에는 훈데르트 바서를 오마주한 호텔도 있었다. △ 문화의 힘이 국력이다빈 국립오페라극장은 외곽지의 관광지로 가는 시티투어 버스가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란버스는 싸지만 한국어 해설이 없고, 빨간 버스는 비싸지만 한국어 해설을 들을 수 있단다. 과연 우리가 탄 노란버스엔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어, 그리스어, 터키어, 중국어, 일본어도 있는데 한국어는 없었다. 빈 오페라극장의 좌석 앞엔 외국어 자막 모니터가 있다. 거기에도 중국어와 일본어는 있는데 한국어는 없었다. 남편은 국력은 이런 데서 알 수 있다며 분개했다. 극장 가까운 곳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단 한국문화원을 발견하자 뭐하는 문화원인지 중얼거렸다. K-문화를 자랑해대면서, 정작 이런 것 하나도 못 챙기는 문화외교에 무력감을 느꼈다.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우리나라가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를 바랬다.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 문화의 힘을 가져야 아름다운 나라라고 했다. 문화의 힘은 오랜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새롭게 시도하고, 변화하고, 고뇌하는 예술가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의 힘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뮌헨과 빈이 아름다운 도시인 이유는 시민들의 자발적 동의에서 얻어지는 영향력, 예술과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다.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4-07-11

1600년 전 대가야 문화유산 살아 숨쉬는 찬란한 역사도시

최근 고령군은 군민들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경사를 맞았다. 고령이 ‘대가야 고도(古都)’로 공식 지정된 것.지난 3일 국가유산청은 ‘고도 보존육성 중앙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고령군이 한국에서 5번째 고도로 지정됐음을 알렸다. 2004년 3월 5일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경주, 공주, 부여, 익산에 이어 고령군이 5번째 한국의 고도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고도란 이름 그대로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의 중심지이며 오랜된 수도라는 뜻. 이는 앞서 언급된 다섯 도시, 즉 경주, 부여, 공주, 익산, 고령의 역사·문화적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1600년 전 대가야의 도읍이던 고령군 대가야읍 일대는 최근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 산성인 주산성, 대가야 궁성지, 고아리 벽화 고분 등 역사 향기 가득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고대 국가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역사적·경관적 가치가 잘 보존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도 높다.기존 4개의 고도인 경주, 공주, 부여, 익산을 대상으로 고도 지정을 통한 지역적 파급효과와 관련된 지표를 분석해보면 지역 발전에 긍정적 에너지가 되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고도 지정은 도시의 문화적 가치와 관광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방문객 소비 지출에 의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이를 감안해 그간 고령은 대가야읍 시가지의 고도 지정을 열망해왔다.이미 지정된 4개의 고도에 이어 고령군은 2004년 특별법 제정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고령군 고도 지정의 경제적 효과는...고령이 고도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역사·문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주민지원사업 등이 가능해졌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한 지역 활력 증진과 주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 그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고령군 활성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그간 고도로 지정된 도시들이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쳐왔는지 살펴보는 건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니다. 지난 2015년부터 추진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은 한옥 건축, 전통 담장 축조, 가로변 외관 정비사업 등에 540억 원이 지원됐다. 현재까지 관련된 추진 사업의 숫자는 700건에 달한다.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주의 사업 건수가 256건(36.6%)으로 가장 많고, 경주는 157건(22.4%), 부여가 154건(22.0%), 익산이 133건(19.0%)이다.‘고도 이미지 찾기사업’ 가운데 지속성을 가지고 진행된 주요 사업으로는 고도 내 주요 역사문화 탐방거점을 명소화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 예로 경주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한 주거 및 가로환경개선사업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돼 탐방객이 2016년부터 매년 10~20%씩 증가하기도 했다.이는 지역 활력 증진의 전환점을 마련함으로써 고도 보존육성사업에 대한 주민인식 개선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3개의 고도는 한옥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해 부여 쌍북리, 공주 제민천변과 백미고을, 익산 금마지역 등이 명소화되면서 도시의 이미지와 정체성 형성에 효과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산동 30호분에서 출토된 통형기대. ◇관광객 증가에 큰 역할 해낸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이 본격화된 2015년과 2016년을 기점으로 고령군 이전에 지정된 4개 고도 모두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했다. 경주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6년 경주지진 발발로 인해 2017년엔 감소했으나, 2018년과 2019년에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주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6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으며, 2017년, 2018년, 2019년에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부여군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 또한 2016년엔 이전과 대비해 대폭 늘었고, 2017년, 2018년, 2019년에는 소폭의 증감을 반복했다. 익산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3년~2019년까지의 증감률을 살폈을 때 약 11% 정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고 있다.이런 상황을 고려한 고령군은 고도 지정 이후 발생할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출하기 위해 4개 고도를 대상으로 고도 지정 이후 얻게된 관광객 수와 방문 시 1인당 평균 지출액 증가율을 계산했다.그 결과 2019년을 기준으로 4개 고도의 관광객 수에 대한 증가율은 42.6%이며, 1인당 평균 지출액 증가율은 15.4%로 확인됐다.이와 관련 고령군의 최근 4년간 방문자 변화 추이도 검토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고령의 평균 방문객 수는 약 70만6000명으로 확인된다. 고령군에서 관광객들이 지출한 경비는 1인 평균 약 28만4990원. 이중 식음료비 지출이 8만3072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숙박비 6만4890원, 교통비 5만1932원 순이었다. ◇고도 지정에 따른 정책적-경제적 파급 효과고령군은 고도 지정 이후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위해 기존 4개 고도 중 공주의 고도보존육성사업 국고보조금 사례를 참고했다.공주가 고령의 고도 역사문화환경 지정지구 특성(면적, 지정 형태, 지정 공간)과 유사하기 때문. 그러니,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 규모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이 시행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공주의 평균 국고보조금인 약 51억 원을 대상 금액으로 설정한 고령군은 2021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9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발생되는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 고용유발효과를 산정하고자 했다.고도보존육성사업 시행으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부문은 제조업과 건설업 , 서비스업, 정정보통신업, 금융 및 보험업, 부동산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이다.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검토를 진행한 결과 고령군의 고도 지정 및 사업 추진에 따른 정책적·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치로 나타났다.고령군이 추산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96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43억 원으로 총 139억 원이다. 여기에 더해 약 513명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용유발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여기에 지산동 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관광객 증가와 고용 기회 확장에 따른 수입 증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추가적인 국비 지원에 따른 지역 파급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2022년 진행된 고령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활용 콘텐츠 연구에 의하면 고령군 방문 관광객은 67만3000여 명, 올해는 73만8388명으로 추산된다. 내년엔 더 늘어나 11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고령군을 찾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남철 고령군수 “우리 군이 대가야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고도 지정 이후 관련 사업 추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이남철 고령군수는 “고령이 20여 년 만에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고령이 공식적인 대가야의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이라 군민과 함께 기뻐한다”며 관련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여기에 덧붙여 이 군수는 “고도 지정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이 지정지구를 설정하는 것이다. 몇 가지 복안이 있는데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논의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안으로 지정지구를 설정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현재 고령군이 TF팀을 구성해 발굴해 낼 대표적 사업으로는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대가야 궁성지 발굴 및 복원 정비사업, 세계유산 및 핵심유적 탐방거점센터 건립, 고도 주민협의회 구성 및 고도 육성 아카데미 설립 등으로 알려졌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4-07-11

수문장처럼 우뚝 선 채 젊은 연인의 ‘슬픈 환생담’ 간직

시골 농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산과 들, 강으로 뛰어다니면서 놀았다. 자연에서 뛰어놀던 어릴 적 생활의 그리움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도시에 살면서 마음은 항상 시골 나무와 숲 등 자연을 동경했다. 공직에서 퇴직한 후 도시의 화려한 조명 불빛에서 탈출하여 마음속에 그리던 나무와 숲에서 새들이 노래하는 시골 산촌 마을로 달음질쳤다.나의 목가주의 전원생활은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여유와 자유를 찾았다.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노거수를 찾아다니는 것이 이제는 취미가 되었다. 어슴푸레한 갓밝이에 출발하여 동산의 해가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서산으로 넘어갈 때 산 그림자와 함께 귀가했다. 황혼의 삶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계절 내내 즐거움을 탐해도 시간은 짧기만 했다.노거수는 나의 반려목이면서 길라잡이고 스승이다. 반려동물처럼 떼쓰거나 보채지도 배신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내가 찾을 때까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노거수 설화의 향유집단인 마을 주민들은 인간 행위에 대한 노거수의 환생담을 이야기하면서 노거수를 신성시한다. 노거수의 환생담(還生談)은 마을 주민들의 어떤 운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암시를 나타내기도 한다.예를 들면 사람이 죽어서 나무로 환생했다는 이야기이다. 나무를 베어낸 사람이나 가족이 결국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어느 마을에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조상 대대로 마을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며 또한 후손까지 살아가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노거수 설화는 민속문화, 민속신앙의 차원에서 노거수가 보호되는 설화로서 설화 속에는 우리 조상의 자연숭배 사상, 조상숭배 사상, 영혼 불멸의 사상 등이 있다.이러한 노거수 설화는 전승 집단의 의식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어 흥미와 교훈을 주기도 하며, 삶의 지혜를 얻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의 결속을 강화시키고 마을의 경관을 이루는 노거수를 보호해 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여 전체적 생태계 천이의 자연성과 생물 다양성을 높여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였다.경북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마을 입구에 수문장처럼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는 젊은 연인에 관한 슬픈 환생담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은행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는 이야기이다.‘이 마을에 강 참봉이라는 부자 양반이 살고 있었다. 손자 강기석 대에 이르러 불행히도 손부(강기석의 부인) 허씨가 병을 앓아 실명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월선이라는 계집아이를 얻어서 잔심부름을 맡아 하도록 하였다.월선은 영리하고 부지런할 뿐만 아니라 열대여섯이 되니 마음씨도 얼굴도 고와서 모두의 칭송을 받았다. 그때 마침 강참봉의 현손 한수도 월선의 또래였는데, 월선을 한번 보고서는 연모하는 정이 간절하였다. 그러나 천비 월선과의 결합은 사실상 당시로 보아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한수는 학문보다는 월선을 만날 궁리에 더 몰두하였다. 결국 두 청춘 남녀는 신분도 잊은 채 밀회의 정을 나누었다. 이러한 사실을 안 아버지는 부인과 상의하여 강 건너 마을에 사는 포양 김씨댁 규수와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 월선은 자신의 비천한 신분을 생각하고 한수 도령의 행복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홀몸도 아닌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였다. 며칠 뒤 한수는 소나무에 목을 맨 채 자결한 월선을 발견하였다. 눈물을 흘리며 월선의 장례를 혼자 치러 주었다. 얼마 뒤에 한수는 김씨댁 규수에게 장가들었다. 다시 새 정에 젖어 월선을 잊게 되었고 귀여운 아들까지 낳게 되었다. 그런데 그 월선의 무덤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것을 월선의 넋이라고 생각하여 후환을 없애기 위하여 베어 버렸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바로 귀여운 아들이 죽었다. 이듬해 봄이 되니 은행나무가 또 자라 있었다. 이번에도 나무를 베어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부인이 앓아눕더니 병명도 모른 채 그만 죽고 말았다. 흉사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강참봉은 용한 점쟁이를 불러 그 연유를 물었다. 점쟁이는 은행나무는 원통히 죽은 월선의 넋이며, 나무에 제사를 정성껏 지내고 지금이라도 한수와 월선은 부부가 된다는 허락을 해주지 않으면 이보다 더 비통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점괘를 뽑았다. 대가 끊긴다는 엄청난 점괘에 강참봉 내외는 점쟁이가 시키는 대로 제사를 후히 지내고 사후(死後)에라도 월선을 현손 며느리로 맞겠다고 약속하였다. 이 소문은 이웃 마을에 파다하게 퍼지었고 두 그루였던 은행나무 옆에 또 한 그루가 새로 돋아 세 그루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조차 세 그루 은행나무는 월선과 그녀의 아들(뱃속의 아이) 그리고 한수 아내의 넋이 환생한 것이라고 믿고 보호했다. 세 그루는 자라면서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처럼 변하였다 한다.이런 환생담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은 후 나무로 환생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시되는 설화로써 징벌담과 마찬가지로 노거수의 설화로써 빈도가 높다. 은행나무를 베고 나니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로써 결국은 나무를 보호하고 신성시함으로써 액운이 멈춘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역으로 신성시되는 나무를 대입시켜 당시의 악습을 타파하려는 민중의 억압된 삶을 고발하려는 내용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노거수 설화로 불합리한 사회상을 바로잡고자 문학의 힘을 빌린 산림문학인의 저력이 돋보인다.이러한 설화 속에는 우리 조상의 자연숭배 사상, 조상숭배 사상, 영혼 불멸의 사상 등이 혼재하여 오늘날까지 우리 민속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저 나무를 보호하고 사랑하라고만 하는 것보다 나무에 설화의 산림문학 옷을 입혀 나무를 신적 존재로 올려놓는 문학인의 지혜로움이 아닐지 싶다.환생담은 나무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두곡리 마을의 단합과 발전으로 평화로운 마을 건설의 밑바탕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환생담 은행나무 노거수에 더 많은 미담이 입혀져 마을 주민들과 함께 천대 만대 만수무강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 두곡리 은행나무의 환생담노거수에 대한 고사와 설화는 징벌담. 영험담, 동물담 등 크게 여덟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환생담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은 후 나무로 환생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시되는 설화로서 징벌담과 마찬가지로 노거수 설화로 빈도가 높다.경북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640번지 외 4필지. 1987년 5월 10일 도 기념물 지정. 수령 470년. 수고 15m, 흉고 둘레 8.4m, 수관 폭 22m, 마을 주민들은 은행나무를 덕목(德木) 나무라 부른다.6·25 전쟁 때 마을 주민들의 피해가 하나도 없었다고 하여 마을을 지켜주는 덕목 나무라 믿고 있다. 암 그루로 은행 열매의 생산량이 많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10

이민정책 성공 정착으로 경제 규모 ‘세계 8위’ 넘보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7600억 달러로 세계 14위. 호주는 1조7900억 달러로 세계 13위를 기록해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두 나라지만 양 국가의 향후 경제 전망은 판이하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2100년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20위로 추락하는 반면, 호주는 세계 8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이 같은 전망이 나온 배경에는 ‘인구’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한국의 인구는 지난해 5174만 명에서 2100년 2678만 명으로 줄어들지만, 호주 인구는 같은 기간 2573만 명에서 4235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 것.2023년 기준 호주의 출산율은 1.7명으로 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 2.0명을 밑돈다. 그럼에도 호주 인구 그래프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197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들의 인구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와중에도 호주가 인구 성장 측면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오랜 기간 적극적으로 펼쳐온 이민정책 덕분이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 이민자 핍박한 호주의 백호주의(白濠主義)오늘날 호주는 미국, 캐나다 등과 함께 대표적인 다민족·다문화 신대륙 이민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처음부터 적극적 이민정책을 펼친 건 아니었다.호주에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건 1783년부터다. 당시 영국의 죄수 736명과 관리들을 태운 배 13척이 호주로 건너왔다.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소수의 인원이 원주민들의 저항을 받으며 서쪽으로 개척지를 넓혀나갔다. 이후 1816년 영국 정부가 ‘자유 이주자(Free Settlers)’의 호주 입국을 허가했다.1800년대 중반까지 40만 명 정도에 불과하던 호주의 인구는 1851년 ‘골드러시’를 계기로 급속히 팽창해 세계 제1차대전 무렵에는 500만 명에 이르게 된다.호주 대륙은 풍화와 침식이 활발하게 일어나 금광이 지하 깊숙이 묻혀 있지 않다. 대량의 금맥이 대륙 곳곳 지표면에 드러나 있고, 대륙 남부의 따뜻한 기후는 포도주 생산과 농장 운영에 적합했다. 그런 이유로 영국, 미국, 중국, 남태평양 등지에서 이민자가 급증했다.이민자들이 늘어난 만큼 사회적 혼란도 심화됐다. 이민자의 폭동이 종종 발생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행정시스템은 튼튼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호주 대륙은 엄연한 영국 영토였지만, 본토와의 거리가 너무나 멀었기 때문. 특히 영국이 호주 식민지에 데려온 청나라 출신 중국인 계약 노동자(쿨리) 4만 명 중 여성은 12명에 불과해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되기도 했다.1851년 호주에서 거대한 규모의 금광이 발견되자 이른바 ‘골드러시’가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당시 청나라)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호주에 유입됐는데 이들은 자국민 중심으로 모였다. 중국인 이민자들이 마을로 밀려들면서 기존의 영국계 중심 호주사회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인 이민자들이 저임금 노동에 종사해 우리들 임금까지 낮추고 있으니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이 같은 아시아인 노동자 유입에 대한 호주 백인들의 반발은 결국 호주 독립으로 이어진다. 물론 호주 자치령의 성립 배경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분명한 건 이민 노동자들에 대한 호주인의 반발도 그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1901년 사실상의 독립을 선언한 호주 자치령은 ‘백인들의 호주를 추구해야 한다’는 백호주의(白濠主義) 정책을 시행해 사실상 아시아인들의 이민을 제한하게 된다. 신대륙 이민국가로 출발한 호주가 역설적이게도 한시적이지만 제한적 이민 정책을 펼친 셈이다. □ 출산율 저하, 인구 위기에 백호주의 탈피한 호주, 다민족 이민국가로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호주였지만, 194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과 호주는 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이러한 호주인들의 정체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0세기 초중반, 세계 1차대전과 1930년대의 대공황, 그리고 2차대전 등을 겪으면서다.특히 2차대전에서 호주 본토인 다윈이 일본군에게 폭격을 당하면서 호주인들은 “적은 인구 탓에 이웃 국가의 위협에 유효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졌다.이 시기부터 호주는 유럽 각지에서 이민 초청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 이민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1970년대 유럽 국가들과 갈등을 빚던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일원으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한다. 1970년 2.86명을 기록했던 호주의 출산율은 꾸준히 하락해 1978년에는 1.95명까지 떨어지게 된다. 인구대체수준 출산율인 2명을 밑돌자 호주사회에선 위기의식이 높아졌고, 아시아계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기에 이른다.이런 과정을 거쳐 호주의 백호주의는 막을 내린다. 호주통계청에 따르면 호주 인구는 1970년 약 1200만 명에서 2022년 2627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820만 명이 이민자다. 전체 인구의 30.7%에 달한다. 이는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15.3%)의 2배가 넘는 수치다. □ 적극적 이민 정책 펼치는 호주… 인구증가로 경제 규모도 확장앞서 살펴봤듯 이민국가로 태동한 호주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후반까지 한시적으로나마 제한적 이민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한 후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게 됐다.현재 호주의 이민정책은 기술, 투자, 가족 부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져 있다.투자이민은 만55세 미만의 외국인이 150만 호주달러(약 14억 원)이상을 호주 국채에 투자하고, 225만 호주달러 이상의 개인 재산 증빙, 학력, 영어점수 등의 기타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기술이민은 전체 이민의 50%를 차지한다. 가장 흔한 이민 방법이다. 영어 점수, 학력, 전문기술 등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 식으로 운영된다. 호주 정부는 그간 주로 기술이민을 통해 노동인구를 늘려왔지만, “비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인력 공백을 메우기엔 그것만으로 모자란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 왔다.이에 따라 최근 ‘SSRM 이민프로그램’이 호주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SSRM 이민프로그램’은 비도시지역의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기존 청년층의 이탈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도심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민자들을 비도시 지역에 3년간 머물게 하는 제도다.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인구 증가와 지속적 노동력 제공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호주의 전체 이민자 중 SSRM 이민자의 비중은 지난 1997년 2.3%에서 2005년에 20.9%까지 증가했고, 이로 인해 1991∼2001년(10년간) 비도시지역의 이민자 비중 또한 증가(13.7 →16.1%)했다. 또 비도시지역의 신규 이민자들의 평균연령이 32세로 상당히 젊고 이중 79%가 가족과 함께, 28%는 자녀를 동반해 이주함으로써 인구정책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이들의 고용률이 98%로 집계되고, 지역에서 지속적 체류율 역시 90%에 육박하는 등 인구 증가 효과만이 아니라, 지방소멸 현상을 막는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여기에 더해 지난해 호주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위해 임시 숙련노동(TSS) 비자로 입국하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30% 인상해 연 7만 달러로 정했다. 복잡한 비자 획득 절차도 단순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한 해 동안만 50만 명의 이민자가 호주로 유입됐다.여타 선진국들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호주는 그간 추진해온 적극적 이민정책을 발판 삼아 경제규모를 키우는 한편, 인구 문제에도 비교적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영국경제연구소(CEBR)는 호주의 경제규모가 현재 세계 13위에서 2027년엔 11위로 두 계단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CEBR은 호주가 그동안은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해왔지만, 가장 인기 높은 이민자 국가 중 하나가 되면서 앞으로는 인구증가가 호주 경제력 순위 상승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09

변혁의 새 발걸음 뗀 경산시 약속과 기회의 도시 만든다

지난 1일 민선 8기 조현일 경산시장의 후반기가 시작됐다.조 시장의 민선 8기는 ‘꽃피다, 시민 중심, 행복 경산’을 슬로건으로 △살고 싶은 도시환경 △일자리 중심 미래 경제 △사람 중심 교육문화 △지켜주는 행복복지 △시민 중심 적극 행정 등을 시정 목표로 출발했다. 이러한 시정 목표를 향해 달린 조 시장의 전반기 2년은 ‘변화’와 ‘새로운 시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코로나 펜더믹을 이기기 위한 시정 추진에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전력투구했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며 힘들어하는 시민들을 위해 특별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벤처창업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임당 유니콘파크,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과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 지역문화를 통합 관리할 경산문화관광재단 설립 추진 등의 성과를 보였다.특히 지역의 현안 사업인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지역 입점을 위한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변경안의 승인은 지역 경제지도를 바꾸게 될 것이다.조현일 시장은 앞으로 책상 앞 행정을 벗어나 현장에서 답을 찾는 행정으로 민선 8기 후반기 경산시정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 도시브랜드 개발2024년 화두를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有志竟成’으로 삼은 조 시장은 시정의 주안점을 △스스로 빛나는 항성 도시의 기반 구축 △종횡무진, 탄탄대로를 거침없이 뻗어가는 도시 △다 함께 행복한 경산 △다양한 콘텐츠로 쉼이 있는 경산 △현장에서 답을 찾는 소통행정 △삶의 만족도가 높은 도시에 두는 등 전반기 시정은 내일이 설레는 경산을 만드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조현일 시장은 가장 먼저 지역 얼굴인 도시브랜드를 새롭게 개발했다. 경산시의 도시브랜드는 민선 5기인 2013년 개발된 ‘투게더 경산’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비전을 담은 도시브랜드의 필요성에 따라 시민들의 선호도 조사를 거쳐 빛나는 항성의 형태로 균형감 있는 정방형의 비율은 풍부한 인재와 인프라, 문화 등 우수한 정주 여건이 균형 잡힌 도시를 의미하는 ‘My Universe Gyeongsan’을 새롭개 개발해 지난해 10월 선포했다.새로운 도시브랜드는 위성이 아닌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과 같은 도시, 젊고 활기찬 도시, 시민이 중심이 되는 행복한 도시, 꿈이 있고 내일이 더욱 설레는 경산을 만들겠다는 미래 비전과 의지를 담았다.새롭게 개발된 도시브랜드는 ‘2024 글로벌 도시브랜드 도시 다양성 부문 대상’과 ‘한국의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도시브랜드(BI) 부문 대상’ 수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경산시는 도시브렌드 가치 확산을 위해 대표 상징물인 CI와 캐릭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새로운 CI는 개발을 마치고 조례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 임당 유니콘파크조 시장의 민선 8기 전반기 시정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임당 유니콘파크다.청년 도시 경산을 위해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임당 유니콘 파크는 대구도시철도 2호선 임당역에서 영남대역 사의의 자족시설용지와 업무시설 용지 5만 평에 ICT 기반 스타트업 기업을 집적하기 위한 자원시설과 특구조성, 기업 유치 방안 등의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벤처창업생태계의 구심점이 된다.임당 유니콘파크의 특이점은 지식산업센터와 창업 열린 공간 등 두 사업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시 유치한 것으로 경산시는 지난해 12월 국비 286억 원 등 총사업비 995억 원으로 지하 2층, 지상 6층, 전체 면적 2만 1702㎡에 120여 개의 기업 입주 공간과 다양한 기업 편의시설을 마련해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이로 스타트 기업부터 경쟁력을 갖춘 성정 벤처기업까지 입주시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 기업으로 성장시킬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시는 총 5만 평 규모의 경산대임 공공주택 지구에 기업과 연구기관이 입주할 수 있는 ICT 벤처창업 밸리를 조성해 임당 유니콘파크 역할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또 하나 거론할 수 있는 것이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경산 입점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경산지역에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 가능성은 지난 2020년 9월 신세계사이먼과 경북도, 경산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경산지식산업개발(주)가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시작됐다.하지만, 아울렛 부지가 산업용지로 개발돼 물류·유통단지로 변경돼야 하는 문제에 부딪히고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이 지구 지정 목적에 어긋난다며 불가라고 밝혀 사업이 좌초 위기에까지 내몰렸었다.민선 8기 경산시장으로 취임한 조 시장은 시민 서명 운동을 펼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등으로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계획 변경안을 승인받아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지역 입점을 가능하게 했다.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이 경산지식산업지구에 입점하면 연간 방문객 800만 명에 취업유발 효과 1만 3천여 명, 생산유발 효과 1500억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600억 원 등 지역 경제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 정주여건 개선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심~하양 연장사업이 연말 개통을 앞두고 있으며 경산역에 정차하는 KTX 운행 횟수 증편, 경산 시티투어와 백자산 치유의 숲 운영, 소아ㆍ청소년 야간 진료 서비스 등 시민의 행복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취임 2주년 기념식을 직원과 시민 위주의 간소한 정례회로 대신한 조 시장은 공무원 노조를 방문해 시정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청년들을 위한 생활 인프라 확충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건립된 청년지식놀이터 개소식에 참석해 청년들의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청년인구 유입을 유도하고 머물고 싶은 경산을 만들기 위한 청년 정책들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또 새마을회 회원들과 함께 주거환경 열악한 노인과 장애 가정에서 도배와 장판, 싱크대 등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조현일 시장은 “내일이 기대되는 행복도시 경산은 시장 혼자서 만들 수 없고 시민과 공직자가 함께할 때 가능하다”며 “경산의 발전을 위한 구상과 준비, 미래로 가야 할 방향 설정은 끝났으니 산업구조를 첨단 신산업으로 바꾸고 청년들이 일하고 결혼해 아이 낳아 키울 수 있는 약속과 기회의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7-09

비엔나를 ‘비엔나답게’ 하는 것들

오스트리아 비엔나,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빼어난 풍광과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많은 여행자가 사랑하는 동부 유럽 도시들이다. 프라하는 ‘지구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로 불리는 필스너 우르켈을 시원스레 마시는 낮이 아름답고, 부다페스트는 세체니 다리를 배경으로 하는 야경이 엄지를 치켜세우게 만든다. 헌데, 비엔나는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답다. 앞서 언급된 두 도시를 압도하는 비엔나의 매력은 어떤 게 만들어내는 걸까?△클림트와 실레를 함께 만나는 벨베데레 궁전2개의 궁(宮)과 프랑스 스타일의 정원으로 꾸며진 벨베데레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미학적 성취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전쟁 영웅이자 귀족인 오이겐 폰 사보이가 사랑한 여름 별장이었는데, 1752년 마리아 테레지아(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친)가 매입해 지금의 이름 ‘벨베데레’를 지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한 번은 이름을 들어봤을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와 에곤 실레의 ‘죽음과 여인’, 여기에 나폴레옹 초상화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전적 건축미의 수작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1869년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가 초연된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는 연주자와 지휘자가 출입하는 통로가 놀라움에 입을 틀어막게 만든다.플라시도 도밍고, 요나스 카우프만 등 최고의 테너 가수가 종종걸음으로 오간 그 통로를 일반인들에겐 개방하지 않는 게 안타까울 정도. 로마 제국의 위상과 견줄 수 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재력과 예술적 관심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축물이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주연해 한국에서도 인기 높았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의 무대가 된 도시가 바로 비엔나. 이 영화를 자세히 본 사람이라면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바라본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의 옆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샘’ 쇤부른 궁전비엔나의 랜드마크로 역할하는 쇤부른 궁전은 18세기 왕과 여왕, 왕자와 공주가 사랑했던 별궁. 쇤부른은 ‘아름다운 샘’이란 뜻을 지닌 단어다. 이름값을 하듯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이 궁전 정원은 자그마치 50만 평. 지금도 해질 무렵이면 비엔나 시민들이 개를 끌고 나와 산책을 즐긴다. 유명 예술품으로 장식된 1441개의 방은 당대 합스부르크 왕가의 힘과 권위를 짐작케 해준다. 6세 꼬마 모차르트가 여왕을 위해 연주회를 열었던 ‘거울의 방’은 1년 내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유럽 3대 미술관의 위용 비엔나 박물관비엔나 미술사박물관은 애초부터 미술관으로 사용하겠다는 목적 아래 축조된 건물이다.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가 세운 것으로 1891년 개관 이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유럽 3대 미술관으로 호평되고 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장엄한 벽화가 있고, 운영되는 미술관 내부의 카페는 비교 대상을 쉽게 찾을 수 없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모처럼의 여행이니 명품 하나쯤은… 비엔나 도심 거리케른트너와 그라벤은 ‘거리 이상의 거리’로 불린다. 슈테판성당부터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케른트너 거리에 서면 고풍스럽고 세련된 건물들을 보며 행복한 눈요기를 할 수 있다. 깔끔하게 장식된 레스토랑, 노천카페도 부지기수. 케른트너 거리 끝에 위치한 슈테판광장과 이어지는 그라벤 거리는 부자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고급 명품 매장이 밀집돼 있다. 이 거리에서 오스트리아의 색다른 먹을거리인 슈니첼(송아지 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튀긴 요리)과 자허토르테(살구잼과 초콜릿을 재료로 만든 케이크)를 맛보지 않으면 후회한다. /정리=김채은 수습기자

2024-07-09

비엔나와 닮은 경주, 낮과 밤의 아름다움 느껴보라

2011년과 2018년, 두 번에 걸쳐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여행했다.동부 유럽 특유의 서정과 낭만에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 에곤 실레(1890~1918·화가)라는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예술가’를 낳은 도시는 낮과 밤이 모두 매력적이었다.더없이 미려한 쇤부른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을 돌아본 후 장엄하게 우뚝 선 슈테판성당을 올려다보며 마시는 커피는 그 향과 맛이 각별했다. 비엔나가 지닌 낮의 매력이다.어둠이 내리면 저렴한 입장권을 끊어 비엔나 오페라하우스에서 클래식 공연 한 편을 감상한 후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인 슈니첼이나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서양식 저녁 식사가 싫은 여행자라면 태국, 중국, 베트남, 레바논, 이란, 심지어 자수성가한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식당을 찾아가면 될 일. 식당은 차고도 넘쳤다. 소박하지만 세련된 간판을 단 세칭 ‘명품 숍’을 구경하거나, 형편이 허락한다면 한두 개쯤 구입하는 것도 비엔나의 밤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실물로 만나는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은 시인 황지우가 말한 바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빼어난 예술품을 접했을 때 감흥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상 반응)을 불러올 만했다. 250년 장구한 세월을 뛰어넘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를 들으면서는 왜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진짜 천재는 내가 아닌 모차르트”라고 말했는지 짐작하게 됐다. ▲경주가 비엔나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2022년 통계에 의하면 그 해 비엔나를 여행한 한국인은 3만여 명에 가깝다. 지난해는 더 늘었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은 “2023년 가을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한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390%, 숙박 일수는 335%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를 묶은 ‘동유럽 일주 패키지여행’은 인터넷은 물론 TV 홈쇼핑에서까지 인기 상품으로 팔린다. 젊은이들은 일정을 스스로 짤 수 있는 자유여행으로 비엔나를 다녀오기도 한다.그렇다면 역사 유적을 포함한 다양한 볼거리, 여기에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들에게도 만족감을 주는 레스토랑, 국보를 여러 점 소장한 박물관까지 갖춘 ‘비엔나와 닮은’ 경주의 ‘여행지로서의 인기’는 어떨까.과거와 현재, 미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황리단길이 경주를 상징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게 관광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말엔 20~30대 외국인 방문자를 어렵지 않게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황리단길. 경주시는 황리단길과 인근 교촌마을, 대릉원, 동궁과 월지, 국립 경주박물관 등을 엮어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적과 무관하게 대부분의 청년층이 좋아할 각종 이벤트를 열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경주, 비엔나처럼 명소 이어주는 교통수단 있었으면…”서울에 거주하는 50대 K씨는 올해 초 20대 딸과 함께 비엔나와 경주를 연이어 여행했다.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매력 가득한 두 도시’를 두루 돌아본 K씨는 이렇게 말한다.“비엔나 슈테판성당이 중세 건축양식의 수려함을 보여준다면, 경주 천마총은 천년왕국 신라 역사 속에 숨어있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림과 만난 비엔나의 미술관도 좋았지만, 경주박물관에서 들었던 에밀레종 소리와 금동약사여래입상의 아름다움도 잊을 수 없다. 비엔나에서 맛본 슈니첼은 맛있었다. 그런데, 경주 한 식당에서 먹었던 두부 요리는 그보다 더 맛깔스러웠다. 각각의 매력이 다를 뿐이지, ‘비엔나가 경주보다 좋다, 혹은 경주가 비엔나보다 멋진 관광지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그렇다면 20대 젊은 여행자인 K씨 딸은 비엔나와 경주를 어떻게 느꼈을까?“비엔나의 명소를 이어주는 트램(tram·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전차)이 너무 편하고 좋았어요. 경주도 각각의 여행지를 효과적으로 잇는 트램을 만든다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경주 명물이 되지 않을까요?”흥미롭고 수긍 가능한 의견이었다. 다음 기사에선 황리단길을 시작으로 경주의 주요 역사·문화·예술 명소를 연결하는 트램 설치를 제의해볼까 한다. (계속)/글: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4-07-09

해양쓰레기 발생 1위, 포항 어민 버린것 아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해양쓰레기 발생 경감정책인 어구보증금제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어업 종사자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한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7면해양수산부가 지난 1월 12일부터 세계 최초를 자부하며 전격 시행하고 있는 어구보증금제 중 통발에 대한 보증금제는 해양쓰레기 줄이기에는 실효성이 없는 반면 소규모 연근해 통발 어민들에 대한 규제만 심화시켰다는 불만이다.7일 동해안 대게잡이 등 연근해 자망 통발 업에 종사하는 어업인들에 따르면 어구실명제에 따라 소유자, 선명 등 어업허가 사항을 적어 바다에 설치한 어구의 부표 또는 깃발이 몸집 큰 어선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는 이 대형 어선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들이 쓰는 일회용 자망을 단속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어구보증금제는 어구 판매금액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포함해 어업인에게 판매하고, 어업인이 나중에 사용한 폐어구(통발·자망·부표 등)를 각 지역별 지정 집하장으로 가져와 반납하면 어구를 살 때 미리 지급했던 보증금을 돌려주는 자발적 회수 제도다. 2024년부터 2025년말까지 2년간 통발 어구만을 대상으로 하며 이후 2026년부터 자망 그물, 부표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해수부는 이 제도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23억 원, 올해는 시행을 위한 예산으로 96억 원을 편성하는 등 ‘어구 보증금제도’ 시스템 구축에 각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연안에서 자망 통발 어구를 사용해 게나 오징어잡이를 하는 어민들은 어구가 해양쓰레기 배출의 주 요인은 아니라며 해양쓰레기 경감정책에 대한 철저한 현장조사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 항에만 수천 척의 상선이 오가는데 이 배들이 어민들의 조업 구역을 지나다니며 유령 어구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어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의 조업 구역 재설정 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 서로 조업 구역이 겹쳐 어민들의 어구 손상과 분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일부 대형 어선들의 부주의한 어업활동과 상선들의 어구 훼손으로 발생하는 어구 쓰레기가 심각한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해양 자원 관리와 보호를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단정민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7-07

“부표 훼손으로 분실… 너무 아까워요”

“부표가 훼손됨으로 인해서 분실되는 어구들이 부지기수야.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버려지는 거야. 안타까워. 전부 재산인데. 해양 오염? 문제 되지. 해양쓰레기가 돼버리고. 유령 어구가 되면 내가 찾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어”지난 5일 오후 2시.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는 오전 조업을 마친 배들이 한데 모여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 점 그을린 데 없는 새하얀 몸체에 저마다 까만 이름표를 달고 고단한 듯 삐걱삐걱 한숨을 내쉰다. 그 앞으로는 통발과 그물이 힘을 다한 듯 맥없이 널브러져 있다.마침, 배에서 내리는 10t급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 씨를 만나 물었다. “조업 활동하시면서 바다에 버리는 어구들이 많나요?” 박 씨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버려지는 어구가 아니고 분실되는 어구라고 해야 해.” 23년간 뱃일을 했다는 그를 붙잡고 이유를 묻자, 그간 참아온 억울함이 봇물 터진 듯 터져 나왔다. “상선들이 동해로 드나들면서 부표를 훼손하는데 이게 엄청나. 여기에서 조업하는 배들은 부표 훼손이 상당히 많아. 상선들은 워낙 덩치가 크고 어선 줄은 가느니까 잘리거나 터져도 항해에 별 지장이 없으니 신경을 안 쓰고 지나다니지.”박 씨는 어업활동 중 분실되는 어구로 인한 해양쓰레기 발생 원인으로 조업지역을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을 꼽았다.7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의 상선 출·입항은 지난 5월달에만 무려 4023척으로 집계됐다. 포항에서 상선이 출항하는 항구로는 영일만항, 포항구항, 포항신항 등이며 여객, 컨테이너, 시멘트, 모레, 철제, 석탄 등을 싣고 운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동해구기선저인망은 대게 어업인과 조업 구역을 두고 몇 차례 분쟁을 겪어왔다. 지난 2010년 11월 9일 경북 환동해지역본부에서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어업인상생협력협약’이 체결됐지만, 협약 이행은 미지수로 남아있다.지난 2020년 8월에는 경북 동해안에서 동해구기선저인망의 막가파식 싹쓸이 조업으로 대게 조업에 종사하는 자망 어업인이 어구 파손 및 분실로 수억 원에 이르는 큰 피해를 입었다.일부 어민들 사이에서는 조업 구역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해구기선저인망, 동해구트롤 두 대형 어선과 조업 구역이 겹쳐 손상되거나 잃어버리는 어구의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지역 각 시·군청 조사 결과 현재 어업 허가를 받아 조업하고 있는 동해구기선저인망은 모두 21척, 동해구트롤은 총 29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어구 분실을 막고 해양쓰레기 감소를 위해 어구 보증금제·생분해 어구 사용·어구 실명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쓰레기 감소는커녕 어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환경생태공학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경상북도 해양쓰레기 발생원조사 및 관리 방안 수립’ 보고서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가 해양생물에 직·간접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해양생물의 사망률 증가로 어획량이 감소하여 경제적 손실 및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이준모 경북대학교 생물해양학과 교수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에 대해 “바닷속 유령 어구들에 대형 어류들이 갇혀 빠져나갈 수 없게 되면 부패하게 되는데 이는 해양생물들이 입는 일차적 피해가 된다”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대부분의 어구는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져 오랜 시간을 두고 분해되는 미세플라스틱에 해양생물이 노출되고, 이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고 설명했다.이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들의 체내에 쌓이게 되면 생명에 지장을 받게 되고 이에 오염된 해양생물들은 결국 인간의 생리학적 이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상선들의 횡포가 해양쓰레기 만들어”인터뷰 / 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자망어선 선장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씨는 7일 “상선들이 저지르는 횡포 등으로 여러 피해가 많다”며 20여 년 조업을 하며 해양쓰레기 배출의 주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포항시와 해양수산청 등에서 조속하게 대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며 “해양쓰레기 1위 도시가 포항이라는 불명예를 지우고, 어업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청정 동해안의 이미지를 되찾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다음은 박 선장과의 일문일답이다.규정 이외 통발 구입이 가능하니어구 보증금제가 무슨 의미 있나실명제 깃발도 상선이 잘라 버려부표값만 더 올려놓은 꼴이 됐다시, 지도·단속부터 제대로 해야-어업활동에 얼마간 종사했는지?△23년간 뱃일을 했다. 통발, 그물로 문어·고동·대게·오징어를 잡는데 통발은 약 4000개, 대게 그물은 약 100포 정도 사용하고 있다.-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구보증금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어구보증금제는 통발 한 개를 1000~3000원에 살 때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더 주게 된다. 그러면 그 업체에서 보증금을 받아 관할 내 소속된 시·군에 그 보증금을 보낸다. 받아서 또 포항시에 보내줘야 하니 통발 업체에서도 귀찮아한다. 누가 붙이는지 모르지만, 어구 보증금제를 표기하는 태그는 통발에 붙인다. 이게 또 분실하게 되면 난감하다. 어구보증금제를 하게 되면 동해안에 통발은 4000개, 서해는 3000개, 서·남해안은 3000개 이상은 통발을 구입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해양수산부에 전화해 보면 4000개든, 4만 개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어구 보증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보증금제는 규정 이외의 통발은 구입을 못 하도록 만들어 바다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내 마음대로 사용이 가능하니 보증금제 시행에 의미가 없다. 쉽게 말해 분실된 통발을 나라에서 수거하면서 비용을 어민들한테 미리 받는다는 건데 분실하고 싶어서 분실하는 어민이 어디에 있나. 상선들, 저인망 어선들이 부표를 다 훼손시킨다. 다른 쪽에서 그 돈을 받아야지 왜 어민들한테 받는지 억울하다.-해양오염과 유령 어구를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생분해 어구는 사용하고 있는지?△ 3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고기 잡는데 효과가 별로 없다. 일반 그물, 우리가 과거에 쓰던 나일론 그물보다 생분해 어구가 고기 잡히는 확률이 좀 낮다. 생분해 어구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어구실명제는 지키고 있는지?△어구실명제는 10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부표에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악법이다. 행정처분 하는 도구로 삼아 범법자로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어구 실명제에 사용되는 부표에 꽂을 깃발은 한 개 1000원, 1500원씩 주고 사는데 상선들이 지나가면서 다 잘라 훼손시켜 부표값만 더 올려놓는 꼴이다.-많은 지자체 중 포항이 해양쓰레기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생각은?△구룡포 수협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으니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수협에서는 수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우리 어업인들이 알고 있기로는 서·남해안 중 서해안이 해양쓰레기가 제일 많이 나오는 장소다. 포항에서는 구룡포 수협에 예산을 책정해 준다. 우리가 바다 쓰레기를 구룡포 수협에 가지고 가면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과거에 없던 쓰레기가 기록으로 잡힌다. 포항은 기록이 나타나고 다른 데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으니, 포항이 당연히 1위를 할 수밖에 없다. 어선 척수로 봤을 땐 전라도가 훨씬 많다.-어업인으로서 포항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포항시에서 동해를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에 대한 지도·단속부터 철저히 실시하고 제대로 된 정책 마련으로 더 이상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어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7-07

철강·배터리 중심 경제 불균형 벗어나 산업 균형화 이뤄야

2022년 1월 제정된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이들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포용적 사회, 깨끗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지속가능성’에 기초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발전으로,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만 한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포항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핵심만 얘기하면 지금 포항의 불균형은 딱 하나다. 어떤 경제가 발전하면 대기업이 있고 중소기업, 소기업이 따라가는 자체적인 기업 그룹 군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 계열에서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에코프로 하나, 철강 계열에서 포항 제철 하나 이렇게 딱 2개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 두 개의 기업군 외에는 별 볼 일 없는 취급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별로 위 두 대기업 말고도 대표될 수 있게끔 균형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포항은 포스코가 뭐 한다고 하면 온 도시가 그냥 난리가 난다. 이렇게 대기업에 이목이 집중 되는 것을 해소해야 한다. - 포항 경제의 아픈 부분을 지적한 것 같다. 위원님의 말씀은 포항경제의 축이 2개의 대기업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측면을 우려하는 것 같다.△그렇다. 포항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산업 집중 현상, 다시 말하자면 불균형 현상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불균형을 그냥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현재는 제철만 있으니까, 제철에 이어 기계 금속, 가공, 조립 그리고 열처리까지 해서 최종재까지 갈 수 있게 해 철강 산업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포항 내에서 최종재까지 만들어지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일반 산업, 유통 물류까지 성장해 저절로 균형 발전이 될 것이라 본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보여주기식 행정, 중장기 전략이 부재한 성과위주의 정책 때문이라 본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지.△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싱크탱크(Think Tank)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간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일 먼저 꿈이 있어야 한다. 그 꿈을 꾼 것을 나름대로 지혜롭게 생각해서 위기를 헤쳐 나갈 꾀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가 산업이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럼, 포항의 꿈은 누가 그리고 포항의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할 꾀는 누가 내어야 하는가. 지금 포항에는 꿈을 꾸거나 꾀를 부리는 사람이 없다. 꿈을 꿀 수 있는 제일 좋은 사람은 정치인인데, 문제는 정치인이 헛된 꿈을 꾼다는 것에 있다. 정치인이 꿈을 위해서 생각해 내는 꾀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자기의 장기 집권, 정치적 역량 강화를 위한 꾀이지 포항이라는 도시를 위해서 내는 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담당할 싱크탱크(Think Tank)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그 탱크에서 나오는 모든 꿈이나 꾀는 지자체장이 바뀜에 따라 방향성이 바뀌는 것이 아닌 흔들림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 개인적으로 포항은 지금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위원께서는 어떤 부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하는가?△지금 현재 포항은 인구 50만을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구 50만 이상이면 국토개발 국회법상 포항을 대도시로 인정을 해준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 시내에 있는 개발 사업에 경북도지사의 사인이 필요가 없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시장이 다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구가 설정이 될 수 있다. 현재 남구, 북구가 있다. 물론 포항시 인구가 앞으로 48만, 47만으로 4~5만 명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포항의 체급이나 경제력이 확 줄어들지는 않는다. 인구가 조금 줄어들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 유출로 50만이 깨지고 대도시가 아니게 되면 멋지게 지어놓은 북구청, 남구청 그리고 남·북구로 갈라진 각종 지자체 소관의 어떤 기관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과거 관공서가 흩어지면서 지금 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갖 건물 근처에 임대가 붙어있고 그런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건물이 띄엄띄엄 있었다고 한다면, 보기 흉한 임대 건물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을 써야 한다는 말인 것 같다.△지금은 구도심이 된 지역에 너무 사람이 많다, 복잡하다, 하드웨어가 부족하다 등의 불만이 생기면 주말에는 공실이 되어버리는 학교공간을 활용해 장사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한다든지, 이미 있는 것에 융합을 하는 방식을 예전부터 개발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급격한 도심 공동화 현상을 다시 살리겠다고 ‘꿈틀로’를 만드는 등 무리한 정책을 안 썼어도 됐다. 정치하는 분들은 어떤 사업을 얼마를 들여서 얼마나 대규모로 진행하는가에 눈길이 많이 가기 쉬운데, 그것보다는 그게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꼭 노인복지회관이 있어야 노인의 복지가 향상되는가를 고민하고, 만약 노인복지회관이 없으면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현재 남는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을 채택해 비용적 측면을 절약할 수도 있다. 앞으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꼭 눈에 안 띄더라도 내실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 그게 되려면 결국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시장과 시의원을 뽑아야 한다./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7-07

500년 역사 인재 요람서 시민의 ‘대학거리’를 꿈꾸다

튀빙겐에 도착했을 때는 캄캄한 밤이었고 강한 비도 내렸다. 당연히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었으나 상관없었다. 동생이 든든하게 옆에 있었고, 여기서 4일을 머물 것이었고, 이 도시와 주변의 도시까지도 둘러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단했던지 단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청량한 공기가 반겼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단정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남편은 20여 년 전 1년간 살았던 도쿄와 매우 비슷하다고 했고 나도 동의했다. 비온 뒤라 적당히 습했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정원이며 가로의 화단과 나무의 수종까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었다. △튀빙겐 시민들의 여유와 자긍심아침을 먹은 후 튀빙겐 시내로 버스를 타고 갔다. 마침 금요일이라 시청 앞 광장에서 농부들이 직접 나와 채소며 육류, 소시지, 치즈 등을 파는 시장이 열린다고 했다. 직접 식사를 해먹을 작정이었다. 집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오는 버스, 기차와 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을 동생이 미리 사두었고, 각자 소지하고 있었지만, 거기 머무는 동안 티켓을 지갑에서 꺼낸 적이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사회적 신뢰가 탄탄하다는 느낌이었다.시내까진 약 15분 정도 걸렸다. 거기 머무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을 버스로 다니면서 금방 길을 익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거의 모든 버스들이 튀빙겐대학교를 가로질러 다닌다는 사실에 놀랐다. 튀빙겐은 마치 도시 전체가 대학 구내라는 느낌이었다. 버스로 대학 투어를 한다는 느낌, 대학 본부 건물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코너를 돌면 도서관이 있었다. 튀빙겐대학교가 1477년 설립되었다 하니 5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가진 이 대학교를 일상의 공간으로 누리는 시민들에게도 크나큰 자긍이 되리라. 동생이 가리키는 이런저런 대학 건물들이 시민들에게는 그저 내가 사는 동네일뿐이라는 건 얼마나 큰 자랑이자 축복일까. 철옹성까지는 아니지만 대학 공간이 왠지 근접하기 어려운 곳인 우리의 대학이 안쓰럽다.강 위 다리에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비온 뒤라선지 누런 흙탕물이 제법 거칠게 흐르는 네카어 강이었다. 플라타너스나무가 섬의 양 옆을 에워싸며 1km나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는 좁고 기다란 섬이 있었다. 강 건너 대학이나 구도심의 아름다운 집들을 올려다보면서 걷는 것으로 튀빙겐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야트막한 언덕 위의 11~12세기의 건축물인 호엔튀빙겐성으로 갔다. 튀빙겐대학교 박물관으로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유적들이 전시되어있었고, 무려 고고학 전공 박사가 상세하고 전문적인 해설을 해주었다.고성으로 오르는 길옆 옛 집들은 식당이거나 카페였다. 더러는 학생들이 세 들어 산다고 했다. 인구 10만도 채 안 되는 작은 도시 튀빙겐, 인구의 약 25%가 학생이고 대학 관계자를 포함하면 40%를 차지한다고 했다. 시민의 평균연령이 35세 정도로 젊은 도시로 과연 대학도시였다. 튀빙겐에는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온 학생들이 많아, 시민들은 붙임성있고 개방적이라고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맞는 말인 듯했다. 대학을 도시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일상을 사는 시민들의 여유와 자긍심이 보여 부러웠다. 단 며칠이지만 만난 시민들은 온화하되 유쾌했으며 시장은 북적거렸으나 소란스럽지 않았다. 치즈를 팔고 사는 사람과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모두 웃으며 얘기하고 있었다. 단 100g 치즈를 사기 위해 10개 이상의 치즈를 맛보여주며 맛보며 일상 대화는 끝이 없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먹은 ‘학식’하이델베르크 역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하이델베르크대학교를 가진 도시이며 뛰어난 학자와 시인들이 사랑한 도시였다. 대학 도시다운 분위기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도시다. 물론 고성과 박물관 등의 볼거리도 많으며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으로 미국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더욱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하이델베르크엘 도착하면 가장 먼저 성에 올라가는 리프트를 줄지어 기다려 타고 올라간다. 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이델베르크대학을 조망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성을 둘러보는 데만 2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볼거리도 많다. 성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술통, 약사박물관도 있다. 전쟁과 낙뢰, 화재로 파괴된 성을 일부 복원했고, 지금도 복원 중이지만, 복원을 보류한 채 그대로 방치해 둔 고성의 전경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머물렀다.시내로 내려오자마자 하이델베르크대학교로 갔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하이델베르크대학교의 학생식당(멘자·Mensa)은 홀은 크고 값은 싸서 학생들에겐 성지같은 곳인데, 일반인도 식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학생보다는 비싼 값이지만 바깥 어떤 식당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단다. 뷔페 형식으로 원하는 음식을 담으면 무게로 계산을 했다. 홀 크기도 어마어마해서 빈자리가 있지만 바깥에도 식탁이 많았다. 학생들 틈에 앉아 여유롭게 ‘학식’을 즐겼다. 우리나라의 대학 중에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학생식당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포스텍도 예전에는 시민 접근이 가능한 카페테리아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학생식당 바로 옆은 하이델베르크 인문대 건물이었고,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면서 대학 구경을 했다. 이 대학 역시 캠퍼스와 시내의 구분이 없어 도서관을 찾으러 갔다가 카페를 마주치고, 학교 뒤쪽을 나오면 유명한 크리스마스마켓을 만난다. 학교 건물을 쭉 따라 독일에서 가장 긴 골목을 거닐면서 곳곳에 표지된 유명인들의 흔적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괴테도 헤겔도 이 골목에서 머물며 이 길을 걸었다. △뮌헨대학교 부근 슈바빙거리뮌헨대학교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대학교로 노벨상 수상자를 43명이나 배출한 공립연구 중심종합대학교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뮌헨대학교는 슈바빙으로 먼저 알려졌다. 뮌헨대학교를 잠시 유학했던 수필가 전혜린 덕분이었다. 동생은 우리의 요구대로 뮌헨대 근처 레오폴드거리부근의 숙소를 맞춤맞게 찾았다. 숙소 바로 앞의 영국정원, 슈바빙거리를 완벽하게 누렸다. 슈바빙은 우리나라의 대학촌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대학생들이 즐길 만한 장소가 즐비했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시민과 잠시 얘기 나눈 동생은 이분도 맥주 마시고 싶으면 슈바빙으로 간다고 알려주었다. 뮌헨의 마지막 밤엔 우리도 슈바빙의 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즐겼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지방대학을 생각한다대학을 가진 도시는 축복이다. 그 대학이 크든 작든 중요하지 않고, 대학의 유명세도 그닥 상관없다.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학이 있어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다. 독일의 대학도시에서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그러면서 떠올린 우리의 현실은 뼈아프다. 지방은 공동화되어가고, 지방의 대학 또한 고사 직전이다. 지방의 광역정부와 기초단체도 안간힘을 쓰지만 ‘서울로 서울로’의 이동 욕구, 진학 욕구는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 10만도 안되는 도시에 500년이 넘는 역사의 대학이 있고, 시민과 함께 하는 학생식당이 존재하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학거리를 왜 우리는 만들 수 없을까.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4-07-04

“다시 한번 신발끈 동여매고 멋스러운 청도 만들자”

‘청도를 새롭게, 군민을 힘나게’슬로건으로 힘차게 출발한 청도군의 민선 8기가 반환점을 돌았다.김하수 군수는 혁신하는 친환경 농업도시와 살고 싶은 행복한 복지도시, 성장하는 상생의 균형도시, 매력적인 고품격 관광도시, 변화하는 창의력 교육도시 등 5대 군정 목표와 평생학습 행복도시와 문화·예술·관광 허브도시, 농업 대전환 등 3대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쉼 없이 달렸다.그동안 평생학습행복관 개관과 청도행복헌장(십계명) 전국 최초 제정, 전국 최초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를 설치 등 괄목한 성과를 냈다. 군은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천 년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김하수 군수는 “취임 후 2년간은 동료 공직자와 함께 청도군의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고, 군민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 수 있는 멋스러운 청도를 만들고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평생학습 행복 도시청도평생학습행복관을 개관해 평생학습 기반체계를 마련하고 온누리 대학과 여성대학(원) 운영으로 모든 군민의 수준 높은 평생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평생학습 동아리 지원 등으로 교육공동체를 강화했다.지역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를 개설하고 등록금 지원, 대학생 기숙사 지원, 작고 강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앞으로 청도군은 명품교육 도시로의 생애주기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교육 발전 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발전의 큰 틀에서 지역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 및 정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문화예술관광의 허브 도시청도반시축제 세계코미디아트 페스티벌, 정월 대보름 행사, 청도읍성예술제 등 지역 명품축제들은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으로 매년 최고 방문객 수를 갱신하고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담은 관광 9경을 새롭게 선정했다.읍면별 특색있는 음악회와 마을 유래석 및 청도 관광 웹 드라마 제작, 유천문화마을 및 운문사 역사문화관 조성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누리고, 신화랑 풍류마을에 국내 최대규모 스카이 트레일 및 롤러코스터 짚라인 설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마련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앞으로 700석 규모의 아트홀과 수영장을 갖춘 생활문화복합센터, 예술인 정주 여건 마련을 위한 예술인 창작공간, 반려동물 힐링센터, 전국 최고 수준의 산림치유힐링센터, 성곡댐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 등이 완료되면 명실상부한 영남 최대 문화예술관광 허브 도시로 생활인구 확보로 침체한 지역 경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또 해외 새마을운동 조성사업을 베트남에서 스리랑카로 확대해 새마을 발상지 청도의 독창적 정신문화 확산·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 희망을 꿈꾸는 농업 대전환청도군은 농업 대전환의 역점사업으로 농업의 규모화와 첨단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혁신농업타운 조성으로 소득 배가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성장 농업인 육성사업과 전문농업경영인 양성 교육, 국제농업학술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혁신을 선도하는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청도형 스마트팜 조성, 딸기 스마트팜 생산기반 지원 등 농산물 재배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한다.농산물 안전분석실 준공과 청도반시 비상품 자원화센터 건립으로 농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계획이다.특히 농업인 숙소를 건립해 외국인의 안정적 거주와 부족한 일손을 확보,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로 수출 품목 다양화로 해외판로 확대, 아열대 작물개발 및 재배단지를 조성으로 기후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고장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고자 지방소멸 대응 기금 272억 원 확보로 인구 증가를 위한 다양한 시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경북 최초 소아청소년과를 보건소 내에 운영하고 보건소 외래산부인과, 지역특화 보육프로그램 운영, 청년 월세 지원, 신혼부부 주거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도 추진 중이다.이외에도 청도군은 출산지원금 확대, 출산 농가 영농도우미, 신생아 및 입양 영아 건강보험료, 유치원 무상급식, 중고등학생 교복 구입비 지원 등 1인 최대 1억 9000만 원을 지원하는 생애주기별 지원정책을 진행 중이다.2025년까지 인구정책 기본전략 4대 분야 23개 과제에 700억 원 이상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 모두가 행복한 따뜻한 복지노인복지기금과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 인재 육성장학기금을 확보하고 아동 복지기금, 고향사랑기부금, 저출생 극복 성금 등을 추가 조성하는 등 다양한 계층별 지원을 위한 든든한 기반을 마련했다.전동보조기기 보험 가입 지원제도 신설,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70세 이상 군민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지원하고 생활민원 바로 처리반을 시행해 주민 불편 사항을 조기 없애고 있다.□ 미래 맞춤형 지역개발700여 명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가공·연구·물류단지, 문화·숙박시설이 융합된 자연드림파크 조성사업의 본격 추진과 첨단 의료시설, 레포츠 시설을 갖춘 해외동포를 위한 명품 전원주택단지 조성사업 등은 지역거점 정주기반 조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설레임마당 조성사업과 청도 상상마루 조성사업,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으로 도심과 농촌의 조화로운 발전을 꾀하고 재활용 분리 로봇 도입, 로봇카페 조성으로 로봇 친화적 인프라를 구축했다.광역 철도망 청도 연장, 마령재 터널 개설, 청도·경산 대중교통 버스 연계, 대구버스 노선 청도 연장 추진, 대구·경산·영천 등 인근 8개 지역 시내버스 무료 환승 등 관광객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편리한 교통망을 이용한 대규모 물류단지 조성도 계획 중이다.□ 주민자치로 안전한 도시주민참여예산학교와 군민 아이디어 프리 토크, 주민참여 확대간부회의, 라운드테이블, 읍면정 보고회, 비전 2040 중장기 발전계획 군민워크숍 등을 통해 함께 소통하고 군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했다.화재피해주민 지원사업을 신설하고 지능형 CCTV 및 스마트 마을 방송시스템 구축, 디지털 기반 노후 위험시설 안전 관리시스템 구축 등 안전을 강화했다.각북지구 풍수해생활권 종합 정비사업 외 16개 자연재해 예방 사업과 하천 정비사업, 노후 상수도 정비사업 외 11개의 상·하수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특히, 전국 군 단위 최초로 동창천이 국가하천으로 승격되어 국가 차원의 신속한 정비에 대규모 지방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이러한 민선 8기 전반기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기획예산담당관을 기획예산실로 개편하는 등 2국 1실 12과 체제로 조직개편을 단행해 청도군 미래 3대 비전의 성공적인 추진을 꾀한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7-04

정신적 마음을 보호하는 신성한 ‘신내림 나무’

보굿이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찢겨 나간 살결에는 보기 민망한 속살을 감추어 놓았다. 주민들의 정성으로 보듬고 꿰매었지만, 큰 상흔은 훈장처럼 남아있었다. 거구의 늙은 몸을 지탱하기 힘들까 봐 노파심에 마을 사람들은 지팡이를 선물해 주는 배려심도 잊지 않았다. 키는 아파트 6층보다 높은 13m이고 몸 둘레는 장정 세 사람이 두 팔 벌려 안아야 겨우 안을까 말까 한 3m 50cm이다. 나이는 400살, 사람의 나이로 치면 150세를 넘긴 즉, 한계 수령을 훌쩍 뛰어넘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존하고 있는 뽕나무 중에는 서울 창덕궁 천연기념물 뽕나무와 쌍벽을 이루지만, 크기와 매년 열리는 오디의 양과 잎의 생산량 등 모든 면에서 유일무이하게 단연 최고이다. 늙음의 추함보다는 지혜로움과 늠름하고 우람한 모습에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가 바로 경상북도 기념물 제1호에서 국가 천연기념물(제559호) 반열에 오른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뽕나무 노거수이다.검붉은 오디는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혀 고샅길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꿈틀거리는 누에를 밟는 느낌과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어릴 적 악몽과 그리운 추억이 잇따라 떠올랐다. 누에와 한방에서 자고 살았다. 누에가 밥을 달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아우성치다 그만 천리만리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다. 채반에서 떨어진 누에가 잠결 속에 몸부림치는 내 몸에 압사당하여 방바닥과 옷은 푸른 핏물로 얼룩졌다. 아침에 일어나 만신창이가 된 누에를 볼 때마다 어젯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몸서리를 치곤했다.대문을 들어서는 아버지 바지게 위에는 새까만 오디가 달린 뽕나무 가지가 춤을 추었다. 대청마루 위에 놓인 뽕잎을 딸 때면 어머니는 먼저 오디부터 따서 나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 새콤달콤한 오디는 입과 손을 진한 핏빛으로 물들였다.누에고치에서 실을 뽑고 난 뒤 덩그렇게 남은 번데기를 얻어먹으려고 온종일 이웃집 할머니 물레질 옆에 서서 기다렸다. 눈앞의 주름 잡힌 번데기는 징그럽기도 하지만, 입안에 씹히는 번데기의 고소한 감칠맛에 방앗간 참새처럼 번질나게 이웃집을 드나들던 그리운 추억은 지금도 엊그제 일 같다.뽕나무는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의 은나라 때부터 시작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실크 로드는 우리의 누에고치에서 뽑은 명주가 중국과 유럽인들의 몸을 감싸고 또 멋을 내는 비단길이다.수천 년을 이어온 양잠도 기계문명의 발달로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 시절 비단은 부와 명예의 상징물이기도 하고 비단 장수 왕서방 이야기처럼 우리 서민의 애환이 담긴 산업이다. 뽕나무 노거수는 흔치 않은데 어떻게 천연기념물 노거수가 되었는지 천운을 타고났다고나 할까, 아니면 잠사의 고장답게 양잠의 상징적 의미로 보호하고 가꾸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뽕나무 노거수는 그저 오래되고 거대한 나무로써 만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설과 고사의 주인공으로서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스승이요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자연이 빚어내고 주민이 다듬은 진품명품의 예술품으로 마을의 품격을 높여주고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석가모니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공자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나무 숲속을 거닐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성현들도 나무는 인간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특히 옛날부터 뽕나무는 부상목(扶桑木)이라 하여 신내림 나무로 신성시했다. 신상구(愼桑龜) 고사의 옷을 입혀 교만함을 삼가고 겸손을 가르쳤다. 이제는 누에를 치는 양잠의 뽕나무에서 고사의 ‘신상구 부상목’으로 이름표를 달아보면 어떨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 로드는 자연스럽게 스피릿 로드로 이름이 바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육체적 몸을 보호하기 위한 양잠 산업은 새로운 의류 산업에 밀려났지만, 정신적 마음을 보호하는 고사의 ‘신상구(愼桑龜) 부상목(扶桑木)’ 은 우리 모두의 스승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공연히 자신을 자랑하는 말 몇 마디로 죽음을 맞이한 뽕나무(桑)와 거북(龜)을 생각하여 늘 말하기를 삼가(愼)라는 뜻에서 신상구(愼桑龜)라는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늘날 자기 자랑에 도취한 사람을 많이 본다. 특히 사회지도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돈 자랑, 힘 자랑, 학벌 자랑, 가문 자랑에 바빠 겸손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로 인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학벌을 자랑하려다 학력 허위 기재를 하거나 청렴을 자랑하려고 있는 재산을 숨기려다 결국은 자드락 나서 국민으로부터 비난받는 부끄러운 사회지도자들을 심심찮게 본다.신상구 고사의 또 다른 뜻을 잊고 된통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다. 가까운 지인들과 돈독한 정을 나누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친목 모임 가졌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학벌을 과시하고 외국어 능력을 은근슬쩍 뽐내기도 했다. 다방면에 높은 식견을 가진 양 자랑했다. 외국 여행에 가이드를 자청하면서 여행 경비를 입금토록 하고, 노후 생활을 보장해 준다며 투자금도 받아 챙기고, 곧 돌려준다며 돈도 빌려갔다. 그리고는 연락을 끊었다. 교만의 자기 자랑은 남들로부터 시새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능력으로 보여 모두 홀라당 넘어가 재산적 손실과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나름대로 배우고 세상을 안다는 우리는 부끄럽고 창피스러워 어디 하소연도 못 하고 속앓이를 했다.교만의 말이 화를 불러오기 쉽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한편으로는 교만의 자랑이 능력으로 보일 수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을 믿고 따르는 것 또한 인간 세상이다. 신상구 고사에서 교만함을 삼가고 겸손의 미덕은 물론이고 자기 자랑을 일삼는 교만한 사람을 조심해야 하겠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단했다.상주 은척면 두곡리 천연기념물 뽕나무 노거수를 신상구 고사의 시조(始祖) 나무로 ‘신상구 부상목’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신상구(愼桑龜)란…중국 오나라 때 한 효자가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꿈에 나타난 신령이 “수백 년 된 거북이를 잡아 고아 먹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고생 끝에 천년 묵은 거북이를 잡아서 지게에 지고 오다 뽕나무 노거수 아래에서 쉬는데 거북이가 “나는 100년을 삶아도 힘이 세어 죽지 않는다”라는 말을 뽕나무가 듣고 “뽕나무 장작으로 삶으면 금방 죽고 만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집에 와서 거북이를 삶아보니 그야말로 쉽게 죽지 않아 뽕나무를 베어 와서 그 뽕나무 장작불로 삶으니 쉽게 죽고 말았다”라는 이야기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고사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03

“1조5000억 국책사업 주춧돌, 군민 주인인 희망찬 봉화 건설”

봉화군의 민선 8기 전반기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양수발전소 유치, K-베트남밸리 조성사업 국가정책화 추진, 스마트 농업 생산기반 조성 등 봉화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한 주춧돌을 놓은 시기였다.봉화군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 개발사업들을 내실있게 추진하고 완성시켜 군민들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부자 농촌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박현국 군수는 “지난 2년간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민선 8기 후반기에도 주요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박 군수는 이어 “이제 시작한 사업들을 착실히 추진함과 동시에 중부권 동서횡단 철도 및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 산림특화공공기관 및 교육기관 유치 등 취임 초에 구상하고 준비했던 계획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실천해 ‘군민이 주인인 희망찬 봉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국책사업 양수발전소 유치봉화군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에 걸쳐 군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양수발전소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봉화군 소천면 두음리와 남회룡리 일원에 건설되는 양수발전소는 500MW 규모로서 약 10년의 공사 기간 동안 1조5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봉화군청 개청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으로 전체 사업비의 약 70%가 지역자금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양수발전소 건설(약 10년) 및 가동기간(약 60년) 동안 지방세,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 등 직접 지원금 1200억 원과 고용효과 6700여 명,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 1조3000억 원 등 막대한 직간접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양수발전소 주변에 홍보관을 비롯한 관광시설을 개발해 분천산타마을,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K-베트남 밸리, 청량산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자원을 구축해 관광활성화도 추진할 계획이다.양수발전소 건설로 수량 조절이 가능해져 기상이변에 따른 홍수피해 예방, 농업용수 부족 해소, 산불진화 용수 확보 등 날로 커져가는 일상생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스마트팜 기반 구축봉화군은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농업 생산력을 증대하고, 미래형 스마트영농 구축과 경쟁력 있는 농촌을 위해 농업 체질 개선에 힘썼다.새로운 소득작물 발굴과 스마트 농업 예비 창업농, 기존 농업인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스마트 온실 테스트 베드’를 조성한다. 총사업비 196억 원이 투입되는 봉화농업의 미래모델이 될 ‘봉화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는 대상지 확정을 마치고 실시설계 중이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또한, 청년의 농업 분야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임대형 스마트팜 창업농 교육’도 실시해 봉화군 스마트농업을 이끌어가는 전문가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농촌인력확보를 위한 전담 부서를 설치했으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과 MOU를 체결하고 농식품부 공모사업으로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을 추진해 안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해 농가 일손을 돕고 있다.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촌 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맞은 편에 농기계임대사업소를 확장 이전하고 농기계임대사업소에는 키오스크(무인안내기)를 설치해 농기계 임대 예약, 출고, 결제 등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지난 5월에는 전국 유일 공공형 버섯 배지센터인 ‘약용버섯종균센터’를 개소해 경북 북부 지역의 버섯 산업을 이끌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체류형 관광자원 개발봉화군은 봉성~춘양~소천~명호를 연계하는 체류·체험형 관광벨트 조성으로 머무는 관광기반 구축에 나선다.먼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을 위해 4억 원의 용역비를 확보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뜨선시와 자매결연 체결, 정부 관계자와 베트남 정부에 지속적으로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을 한국-베트남 국가 간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봉화의 관광지로 빼놓을 수 없는 분천 산타마을의 관광명소화 사업을 시행해 산타하우스, 사계절 썰매장, 미니기차, 산타 전망대 등 체험형 관광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또한, 분천 산타마을 킬링 콘텐츠 확충사업도 함께 추진해 벽화, 정원 등 산타마을 전반에 대한 경관을 개선하고 전망대와 대형 산타 조형물을 설치해 산타마을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폐교인 소천초등학교 분천분교를 매입해 15실의 숙박시설, 카페, 레스토랑을 갖춘 친환경 숙박시설을 조성하고 있으며, 천혜의 트레킹 코스인 낙동강세평 하늘길을 재정비해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 난다는 계획이다.아울러 아시아 최대 수목원인 백두대간 수목원과 연계해 관광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벚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물야저수지 주변에 산책길을 조성하고 있으며 인근 오전약수탕을 새롭게 정비해 힐링 산책코스로 개발하고 있다.봉화군의 대표 여름 축제인 봉화은어축제는 ‘2024~2025년 경상북도 지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돼 콘텐츠 및 프로그램 개발, 축제 운영, 홍보마케팅을 위한 도비 9500만 원을 확보했으며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로 오는 2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 목재친화도시 조성국가유산 수리용 목재와 각종 부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가 유산청에 건의해 법전면에 건축 중인 ‘국가유산 수리 재료센터’가 올해 하반기 준공될 예정이다.또한, 그 인근에 춘양목으로 목공예 체험을 하기 위한 ‘춘양목으로 만들어 가는 마을학교’를 건축 중이다. 이 두 곳이 완공되면 봉성면에 위치한 ‘목재문화체험장’과 더불어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와 연계한 체험 관광자원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봉성면 우곡리 일대 100ha에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림휴양, 산림치유, 산림교육 등 다양한 산림복지시설과 서비스를 결합한 ‘문수산 산림복지단지’ 조성과 함께 ‘향기식물 치유단지’, ‘휴양형 산림숙박시설’을 함께 조성해 문수산자연휴양림과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 산림 휴양공간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생활 인프라 개선명호·재산·법전·춘양·석포면에 기초생활거점센터를 조성하고 읍면에 노인 체육시설 확장 및 생활체육공원 조성을 통해 지역주민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법전면 풍정리의 봉화요양원을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로 확충, 전환, 소아·청소년의 빠른 진료를 위한 해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설, 석포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등 주민 복지시설을 확충한다.도시발전의 기본이 되는 교통망 확충을 위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조기건설과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지도 88호선 선형개량과 지방도 915·918호선 확포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이밖에 농어촌버스 요금 무료화, 행복택시 운영 확대를 통해 정주여건을 개선한다. 전원주택단지 및 작은정원 조성사업과 도시재생사업,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농촌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07-03

늙어가는 대구·경북, 외국인 근로자와 공존 ‘선택 아닌 필수’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청년인구 유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이다. 어느 것 할 것 없이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노동인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출산율·인구 감소와 함께 청년층 외부 유출이란 두 가지 악재가 겹친 경북은 나날이 줄어드는 내국인 노동인구를 대신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속화되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계속 증가해왔고, 지난해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숫자는 한국 전체 인구의 4.87%를 넘어섰다. 학계에선 사회구성원 중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어서면 그 나라를 ‘다문화 사회’로 분류한다.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의 증가 추이를 볼 때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미국과 캐나다 등의 선례를 살펴보면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예상되지만, 우리에게 외국인 근로자와의 공존은 이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 수많은 이민국가가 존재하지만 한국과 비슷하게 ‘노동력’에 초점을 맞춰 이민 정책을 실현해온 호주의 선례는 우리 사회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에 호주의 이민자 현황과 정책이 우리에게 어떻게 반면교사 되고 벤치마킹될 수 있을지 점검하고, 대구·경북의 외국인 근로자 유입 실태와 미래 전망을 짚어보는 기사를 5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대구·경북 “일할 사람이 없다”대구·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빨리 지역소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지역의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는 타 지역과 유사한 수치를 보이지만, 부양비 부담이 큰 고령인구의 비율 증가 속도와 청년인구 유출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만을 놓고 보자면 대구와 경북은 한국 전체에서도 위험 수위로 손꼽힌다.지난 2022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노년 부양비’(만15~64세 100명 대비 고령인구 수) 집계에서 상위 10개 지자체 중 7곳이 대구·경북(의성, 군위, 청송, 영양, 봉화, 영덕, 청도)에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이처럼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청년인구 역외 유출로 인해 지역의 중소기업과 농가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8559개였던 경북의 빈 일자리가 2023년에는 1만1599개로 늘었다. 급속하고 가파른 속도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대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의 설명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337개의 일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청년층을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지역의 노동 인구 감소세가 심화되자 경북도는 비어있는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선택했다. 내국인 청년들이 대구·경북을 떠나고 있는데 반해 외국인 청년 노동인구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경북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총 10만4564명으로 전년 대비 6367명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중 20∼30대가 5만547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현재 경북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2만474명이 5627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대구시까지 더하면 3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현재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다.특히 경주시는 전체 근로자 중 약 18%(4439명)가 외국인일 정도로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지역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실제로 경주의 식당 주인들은 “외국인 종업원이 없으면 가게 운영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9(비전문취업 비자)을 통해 경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경북의 E9 외국인 근로자는 1만6737명으로 지난 2022년 3월의 1만243명 보다 63.4% 늘어났다.외국인 근로자 수가 많아질수록 이들의 경제활동 반경도 자연스럽게 넓어지기 마련. 초기에는 제조업과 농어촌 단순 노무를 중심으로 유입되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최근엔 서비스업을 비롯해 건설 현장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특히 파종·수확기 등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업과 어업 분야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큰 호응을 받으며, 이들 계절근로자의 수 도 매년 늘어나는 상황이다.법무부가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의 경북 배정 인원은 2022년 2577명에서 올해는 8873명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포항시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수산 분야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 과메기 제조·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포항에서 과메기 건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어업 인구가 많이 줄어든 만큼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과메기 생산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 “외국인 근로자 모십니다”몇 해 전부터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인구소멸 극복을 위해 이민관리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이민정책이 추진되고 있다.이런 상황이니 한국 지자체 대부분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민·외국인 정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게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어렵게 말할 것 없이 향후 한국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당장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 유치가 절실한 탓이다.경북도는 올해 지방시대정책국에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해 이민·외국인 근로자 관련 정책 수립과 시행에 고심 중이다. 또한 경북도는 지난 4월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이민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향후 이민자 유치와 유학, 취·창업, 정착까지 이민자를 위한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원 스톱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참여형 비자 제도인 광역비자(R비자) 도입과 우수 인재 패스트트랙 확대, 경북 인재유치센터 설치, 이주민의 취업 지원을 위한 외국인 전용 ‘K드림 워크넷’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이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외국인 인력 확보를 위해 속력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만큼의 숫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대구와 경북의 중소기업들은 “20만 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올해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들어올 외국인 노동자는 16만5000여 명. 3만 명 이상이 모자라다는 이야기가 된다. 거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통계청의 ‘2023년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권의 외국인 취업자 수는 6천700명으로 전국 총 인원인 92만3000명의 6.7%p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취업자 수는 53만9000명으로 전체의 58.3%를 차지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이민 정책은…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효율적인 외국인 근로자 유치·이민 확대 정책을 위해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고 실정에 맞는 현실적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에 귀 기울인 경북도는 최근 2030년까지 외국인 10만 명을 추가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동분서주하고 있다현재 도는 기존의 외국인 정책에 더해 해외 현지에서 한국어와 관련 기술을 교육해 인재를 만들고, 이들을 국내에 유입시킴으로써 경북에서 바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 지원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경북도에서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중앙에 건의하면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 주는 형태의 ‘지역 기반형 외국인 광역비자’ 추진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금으로선 중앙정부가 비자의 설계부터 발급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어 외국인의 수도권 집중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외국인 이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에서 경북도는 광역비자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외국인 정책 방향은 1세대 1노동자에서 2세대 핵가족 정주형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며, 지역이 필요한 외국인 인력과 우수 인재를 주도적으로 선정하고 유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최근엔 경북도뿐만 아니라 전라남도에서도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고 외국인 근로자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4월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 “광역지자체가 비자 권한을 가지고 지역에 필요한 외국 인력을 주도적으로 유치하는 광역비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위기 상황인 인구 감소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민자를 통해 지역의 활로를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02

청송 군민에 약속한 공약 이행률 57% ‘순항 중’

청정한 자연 환경과 맑은 공기로 여행자들을 유혹하며 ‘산소카페’로 불리는 작지만 볼거리와 즐길거리 많은 청송군. 2022년 6월 재선한 윤경희 청송군수는 “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을 슬로건으로 삼고 군정을 운영했다. 벌써 윤 군수의 민선8기가 2주년을 맞았다.군민에게 약속한 73개 공약사업은 2024년 1분기 기준 57%에 달하는 공약 이행률로 순항 중이라는 게 청송군청의 설명.이 데이터에 의하면 청송군은 경북 평균 공약 이행률 34.8%보다 비교적 높은 이행률을 보이고 있다.주요 완료 공약은 ‘농산물 유통 및 판매지원 확대’ ‘청송군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 ‘진보 지역아동센터 확충’ ‘주왕산 관광지구 주변정비사업’ ‘행정혁신 프로그램 청송어람’ 등이다.주요 사업을 포함한 총 23개의 공약 사업이 완료돼 ‘2024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지방자치단체장 공약이행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 분야별 주요 성과청송군이 지향하는 ‘소외계층 없이 모두가 공정한 행복을 누리는 청송 건설’의 분야별 주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농업 분야에서는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시스템 구축을 위해 ‘무적엽 청송사과 시범유통’ ‘청송사과 미래형 과원 조성’ ‘미세살수장치 설치’를 지원했다.복지 분야에선 보편복지의 확대를 위해 ‘8282 민원처리반 운영’ ‘청송군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이 현실화됐고, 관광·경제 분야 및 지역활기 소생을 도모하는 ‘파천면 산소카페 청송정원 조성’ ‘제17회 청송사과축제 개최’ ‘제1회 청송백자축제 개최’ ‘청송사랑화폐 700억 확대 유통’ 등이 눈에 띄는 성과다.지역 이미지 향상 분야에서는 ‘청송읍 중앙로·금월로 전선지중화 사업’ ‘청송읍 야간경관 조명 조성’ ‘청송읍 회전교차로 설치’ 등이 주목받았다. 이는 ‘산소카페’로 요약되는 청송군의 도시브랜드 경쟁력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다.이를 토대로 윤 군수는 민선8기 3년차에는 주요 군정성과를 밑바탕으로 군민과 관광객의 환한 웃음 넘치는 ‘활력 청송’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새삼 하고 있다. 결국 청송군만이 아니다. 지자체 공약의 성공적 실현 여부는 다양한 도전과 변화의 시도가 아닐까.청송군은 현재 농업재해를 예방하고 영농일손 절감으로 사과 생산력을 늘리는 농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송사과는 타 지역 사과보다 생산량이 많아야 시장에서 입지가 견고해지고 사과 주산지로서의 명성을 이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 군민소득을 높이는 청송사과 생산량 증대 방안 연구를 위해 현동면 거성리에 ‘새 소득 시범사업(사과 시설재배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새 소득 시범사업은 조·중생종 사과 조기생산, 다수확 사과 재배 기술 개발, 스마트팜 기술연구, 청송사과 품질 향상 요인 등을 발굴하게 된다.올해 준공을 앞둔 ‘청송황금사과 연구단지’는 병충해에 강한 대목 육성, 재해 예방기술 보급으로 과수화상병과 탄저병을 선제적으로 대비해 우수한 품질의 청송사과 생산을 유지할 계획이다.또, 영농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무적엽 청송사과 시범유통’ ‘영농 일자리센터 운영’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영농환경도 개선할 방침이다. □ 군민 웃음꽃 피는 복지사업청송군은 세대를 아우르는 복지서비스를 차별 없이 군민들에게 제공하려 노력 중이다. 육아 부담이 큰 젊은 부부들에게 ‘유모차와 출산축하 박스’를 지급해 아이 키우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진보 공공도서관 리모델링’과 ‘청소년 수련관 야외 문화·체육시설 확충사업’으로는 청소년 놀이공간을 제공해 인재 양성의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전국 최초로 시행해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열풍을 일으킨 ‘청송군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서~진보 단일노선을 신설하고, 승강장을 추가로 설치한다. 이는 대중교통 소외지역 개선과 군민의 교통편의를 향상시킬 전망이다.그외에도 ‘8282 민원처리반’ ‘건강마을 조성사업’ ‘정신건강 증진사업’의 쉼 없는 추진으로 행복한 청송군민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게 청송군의 약속.청송군과 지역 대학, 기업이 힙을 합쳐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도 추진한다.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확보함으로써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청년창업을 돕는 항노화 연구지원센터 건립,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결과 상품화, 지역학생 연계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창업지원 등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청송읍 월막리 옛 군수 관사 부지에 조성하는 ‘청송공공주택 청년 빌리지’와 진보면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지역 청착을 돕겠다는 것도 청송군의 계획.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 중인 ‘주왕산 사계절을 맛보다!’ ‘주왕산 산소맛길 조성사업’ ‘달빛이 내려앉은 달기약수거리 활성화사업’을 진행하며, 동시에 청송군의 대표 음식을 추가로 개발·홍보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 모두가 행복한 청송 건설지역 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경북형 이색숙박시설’을 추진한다. 호텔의 편리함과 캠핑의 즐거움이 결합된 ‘경북형 이색숙박시설’은 옛 주왕산 초등학교 부지에 조성된다. 이를 주왕산면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결합해 ‘머무르는 관광지’ 조성으로 지역 경쟁력과 관광소득 향상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파천면 일대에 만들어지고 있는 ‘청송산림레포츠 휴양단지’는 지난 5월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조성을 위해 교보증권 컨소시엄과 126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 역시 향후 청송군의 이미지 변화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일으킬 사업으로 눈길을 모은다.군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주거공간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 ‘청송군 농촌협약 346억원’ ‘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180억원’ ‘청송읍 거대리·주왕산면 신점1리·부남면 하속 1리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60억원’ ‘진보면 각산리 외 3곳 마을 만들기 사업 20억원’, ‘덕리지구 농촌공간 정비사업 180억원’ 등 총 사업비 786억원의 농촌생활 공간개선 사업의 추진이 그 구체적 결과물이다.이를 통해 청송군의 정주인구를 늘리고 청송의 가치를 높여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게 된다. ‘진보면 및 산남지역 전선지중화 사업’으로는 도시미관을 정비하고, 더불어 ‘산소카페 청송’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갈 방침이다. ‘진보면 파크골프장’ ‘산남지역 파크골프장’ 조성은 군민의 여가활동을 용이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그간의 성과와 함께 3년차의 청사진을 제시한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난 2년 군민들의 지지와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농업정책을 추진하고, 군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만족도 높은 삶을 위한 복지정책 보급에도 힘쓰겠다. 덧붙여 농촌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모두가 행복한 청송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7-02

한때 수학여행 명소, 이제는 국제적 핫플로

경주는 이미 한국에서 손꼽히는 관광도시다. 곳곳에 자리 잡은 역사 유적은 거리 전체를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만들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황리단길의 현대적 매력은 ‘문화관광이 강한 도시’ 경주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최근 내년에 열릴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결정되며 겹경사를 맞은 경주시. 그렇다고, 지금에 만족해 여기서 멈추는 게 옳을까?그렇지 않다. 한 단계 더 진화된 관광 환경을 고민하고, 방문객들의 편의를 높여줄 각종 시설을 만들어내는 건 경주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명품도시’로 만드는 첩경이 될 것이므로.본지는 앞으로 진행될 3회의 기획연재 기사를 통해 경주 관광의 현황을 짚어보고, 세계 속 명품 도시와 명품 거리가 어떻게 조성됐는지 알아보며, 도처에 흩어진 유용한 관광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어줄 교통수단 등을 제시함으로써 경주가 보다 진일보한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청춘들의 ‘경주 여행’ 출발지 황리단길1960~70년대 경주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신혼부부도 드물었던 시절이다. 그때 결혼한 부부들의 집엔 그들의 젊은 날이 찍힌 낡은 흑백사진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뒷배경은 첨성대나 불국사의 다보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1980~90년대엔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역할 한 게 경주다. 10대 청소년 수백 명이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당시엔 안압지(현 동궁과 월지)로 불렸던 신라의 인공 연못 앞에서 우정을 다졌다. 그들이 지금은 학창시절 추억을 곱씹는 40~50대 중년이 됐다.그리고, 21세기. 2024년을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경주 여행의 출발지를 묻는다면 열 중 아홉은 “황리단길”이라 답할 게 분명하다.황리단길은 경주 황남동과 서울 경리단길이 합쳐져 만들어진 조어(造語). 과거엔 주거 지역이었다. 하지만,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카페와 레스토랑, 독특한 상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통 한옥이 커피숍이나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황리단길의 인기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황리단길을 찾은 방문객은 평일엔 하루 3만 명, 주말의 경우엔 5만 명에 육박했다”고 말한다. 벚꽃이 절정을 이뤘던 화창한 4월엔 165만 명에 이르는 여행자들이 황리단길과 그 일대를 돌아다녔다.명성을 실감하고 싶어 지난주 사진기자와 함께 경주 황리단길을 찾았다. 평일이었음에도 꽤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한식부터 일식, 이탈리아와 스페인 요리까지 원하는 것을 골라 먹어볼 수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소품 상점에 메인 도로는 물론 골목 곳곳이 이른바 ‘포토 존’으로 손색이 없기에 20~30대가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을 듯했다.황리단길이 경주 관광의 출발지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는 지척에 다양한 역사·문화유적이 있다는 것일 터. 고대 신라의 위상과 빼어난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국립 경주박물관 등이 모두 걸어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황리단길 인근 경주박물관 주차장에서 떠올린 비엔나황리단길에서 청년들과 섞여 가볍게 점심을 먹고 대릉원을 거쳐 국립 경주박물관으로 향했다. “경주는 외국인들이 큰 관심을 가진 한국의 관광지”라는 이야기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던 한 장면.경주박물관 주차장. 전세버스에서 내리는 2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만났다. “어디서 온 것인가” 묻자, 한 여성이 “난 캐나다고, 저 사람은 미국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원체 여러 나라에서 온 이들이 모였기에 나도 다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잠시 후면 경주박물관에서 992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존재하며 ‘황금의 고대 왕국’으로 불렸던 신라의 진면목을 볼 생각에 들뜬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보며 그 역시 한 해 수백 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떠올렸다.비엔나는 고풍스런 중세 성당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 현대적인 감각을 갖춘 화려한 상가와 전통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 유서 깊은 오페라극장 등이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조화를 이룬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이름이 높다.다음 연재 기사에선 경주와 비엔나의 어떤 점이 닮았고, 어떤 것이 다르며, 과거와 현재를 결합해 보다 큰 매혹을 줄 수 있는 관광지로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할지 살피고자 한다. 세계 속 명품 도시·거리는 어디에?좁은 한국을 벗어나 좀 먼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유럽과 미국은 물론, 아시아에도 고풍스런 역사 유적과 새로운 문화예술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이른바 ‘명품 도시’ 혹은, ‘명품 거리’가 적지 않다.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매력에 흠뻑 빠졌을 그 거리 몇 곳을 소개한다. △프랑스 파리의 마레지구파리 센강 우측엔 마레지구(Le Marais)가 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조화’ 차원에선 건축학도들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마레지구는 본래 센강 늪지대에 형성된 17세기 왕족의 저택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상당수 저택이 파괴됐으나 1960년대 일부를 복원해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들어섰고, 시간이 흐르며 인근에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오면서 파리를 대표하는 현대적 관광지가 됐다.마레지구의 자리한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집은 위고가 1832년부터 1946년까지 살았던 곳으로 현재는 박물관이다. 그 외에도 카르나발레 박물관, 보쥬 광장, 피카소 미술관 등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영국 런던의 쇼디치런던의 옛 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과 신도시 도클랜드를 잇는 역할을 하는 쇼디치(Shoreditch)도 명품 거리로 손색이 없다. 구도심과 신도시 중간에 위치해 두 지역 간 이동을 용이하게 한다. 관광의 주요 인프라 중 하나인 교통이 좋다는 것.여기에 쇼디치 인근 올드 스트리트역은 테크시티와 실리콘 라운드어바웃 지척에 있어 런던에 산재한 비즈니스와 금융산업 중심지로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영국은 스타트업 기업의 집적화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쇼디치는 벽화로도 유명하다. ‘전위 미술가’로 불리는 뱅크시를 포함한 많은 예술가들이 그래피티(graffiti·거리 벽면에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 등을 통해 도시가 지닌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는 재론의 여지없이 빼어난 관광 상품으로 여행자들에게 받아들여진다.△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지난 2009년 문을 연 미국 하이라인 파크(The high Line)는 뉴욕 중심부와 구도심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하이라인 파크는 폐쇄된 고가철도를 활용해 만든 공원.뉴욕 맨해튼 남서쪽 첼시에 자리 잡았는데, 사람들이 통상 떠올리는 네모난 공원이 아닌 철로를 따라 만들어 일직선으로 뻗은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이라인 파크가 조성되며 인근 상권도 함께 성장했다. 주변엔 여행 잡지와 각종 방송에 소개된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여러 곳이다.근처에서 영업 중인 첼시마켓은 과거 내셔널 비스킷 컴퍼니의 공장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현재는 쇼핑몰과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 코트로 탈바꿈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다녀온 이들은 입을 모은다.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기 편하고, 매력적인 건물과 시원스런 공원이 결합된 하이라인 파크는 누가 뭐래도 뉴욕 최고의 ‘힙한 여행지’다.”△일본 교토의 기온 거리교토는 매년 5000만 명의 여행자가 몰리는 관광도시다. 그중에서도 기온 거리에만 한 해 수백만 명이 방문한다. 기온 거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 관광 요소와 결합해 구도심과 새로운 시가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곳”.기온 중심부에 위치한 야사카신사(八坂神社)는 기온 축제의 중심지로 이름이 높다. 약 1400년 전 만들어진 이 고대 신사는 교토의 중요 문화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신사 옆에 위치한 마루야마 공원은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벚꽃이 필 때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하지만, 지난 4월부터는 관광객들이 사유지 골목 일부로는 들어갈 수 없다. 폭이 1~2m에 불과한 매우 좁은 기온 거리를 찾는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리면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탓에 나온 조치다. 관광객들에게도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한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계속)/홍성식기자·정리=성지영 인턴기자/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4-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