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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쇳물 인생, 명장의 한마디“기술력, 혼자만의 산물 아니다”

이부용기자
등록일 2024-08-19 20:10 게재일 2024-08-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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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김공영 금속재생산 명장·포스코 명장

“기술력은 혼자만의 산물이 아닙니다.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려는 생각을 통해 완성도를 올립니다.”

2015년 대한민국 명장, 2019년 포스코 명장에 동시 선정된 김공영(56) 금속재생산 대한민국 명장.

각 명장 동시 선정은 작년 광양제철소에서 1명이 추가돼 2명으로 늘었지만, 포항제철소에서는 아직도 김 명장이 유일하다.

포스코명장 제도는 포스코에서 2015년부터 뛰어난 기술은 물론 타의 모범이 될 만한 인품까지 겸비한 탁월한 직원을 선발해 예우하고 포상하는 제도이다. 포스코는 매년 2~4명을 선발하고 있다. 명장으로 선발되면 특별 승진·포상금 5000만원·명예의전당 헌액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현장 기술인들의 최고 영예이자 롤모델로 여겨진다.

최근 김 명장에게 최고의 기술자가 되는 길에 대해 들어봤다.

 

‘천년을 두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

글귀 가슴에 새기고 매일 취련작업 후 복기

스스로 개선방향 찾기 위해 발로 뛰는 노력

불합격작업 한번도 안하는 수준까지 이르러

 

경험 통해 알게 된 노하우 동료들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력 높일 수 있어

최신 동향 담은 전문교재 편찬해 후배들 돕고파

 

- 금속재생산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진학을 포철공고로 하게 된 것이 첫 계기이다. 부친은 함경도 원산이 고향인데, 6·25 때 혈혈단신으로 피난을 와 결국 고향에 가보지 못하고 작년 12월 별세했다. 잠깐 떠났다 집에 돌아갈 줄 알았는데, 가족들과 영원한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부친은 친척이라곤 한명도 없는 남한 땅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넉넉지못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혼자라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식들이라도 많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7남매를 두게 됐다고 했다. 나는 3남 4녀 중 다섯째였다. 중학교 때 공부를 제법 잘 했지만,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해 대학을 가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3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제강과 수석으로 졸업했다. 포스코의 제강부에 배치받아 현재까지 금속재생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금속재생산 분야 명장이 된 것은 특별한 선택이 아닌, 그때 당시의 사정에 의한 선택의 결과였다.

 

- 포스코에 입사 후 취련사가 된 과정은.

△1987년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같은 해 4월 포스코에 입사했다. 처음 배치받은 부서는 제강부 2제강공장 전로였다. 전로는 용광로에서 생산된 선철을 정련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강으로 만드는 공정으로, 전로에서 용강을 정련하는 작업자를 취련사라고 했다. 기술력이 부족했던 그때 당시 취련사는 매우 힘든 직무로 누구라도 좀 더 수월한 부서에 근무하는 것을 원했고, 전로에 근무하는 것을 기피했던 때였다. 나는 일이 힘들고 쉬운 것에 크게 개의치 않고 근무했다. 그런데 입사 1년 후인 1988년 10월에 스테인리스제강부 정련로로 근무 부서를 옮기게 됐다. 스테인리스제강부도 제강부와 동일하게 취련사라는 직무가 있는데, 제강부 취련사와 거의 같은 일을 한다. 다만 차이는 스테인리스강은 일반 탄소강에 비해 3~5배정도로 비싼 강인데, 정련 과정에서 사용하는 합금철이 제강부 전로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비싼 부분이고, 취련사가 어떻게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원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입사후 5년 차인 1992년에 취련사가 됐는데, 이때부터 포스코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 취련사로서의 노력은.

△취련사가 되면서 스스로 다짐한 것이 동료 취련사보다 훨씬 싸게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해 회사에 이익을 매년 내 연봉의 10배 이상은 벌어줘야겠다는 것이었다. 스테인리스강을 싸게 만들려면 고가의 원료인 크롬과 니켈의 성분조정을 가능한 낮게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가능하다면 저가원료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매일 취련 작업을 하고 나면 복기 과정을 거치면서 내 작업의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공부하고, 개선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부족한 이론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책을 통해 열심히 공부도 했지만, 잘 모르는 것은 연구소에 근무하는 박사님들께 찾아가서 묻고, 배우고, 이런 과정을 약 5년 하다 보니 취련 작업에는 도사 수준이 됐다. 그때 당시 취련사들은 매월 2~5개의 불합격 작업을 해 불량에 의해 원가손실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나의 경우, 불합격작업 자체가 월 1~2개 수준으로 적게 발생되다가 5년 동안 불합격작업 자체를 한번도 안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불합격 작업을 5년 이상을 못한 것은 내가 최연소 반장으로 승진해 취련 작업을 못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취련사로 근무하는 약 10년의 세월동안 내가 처음 다짐했던 동료취련사들보다 훨씬 싸게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하겠다는 것은 이룬 것 같다. 이 밖에도 설비개선을 통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을 계속했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개선활동을 해 성과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제안활동과 자주관리 분임조활동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곤 했다.

 

- 명장이 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계획하고, 노력한 경우는 아니다. 매 순간순간에 충실했던 것이 밑거름이 돼 어느새 명장으로 선정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내가 명장이 된 것은 항상 개선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싸고 품질좋은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고 노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雨垂穿石(우수천석)’이라는 글귀를 가슴에 새기고 생활하고 있다. ‘천년을 두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법구경에 나오는 글귀와 일맥상통하는 글귀인데, 1만시간의 법칙과 비슷하다. 오랜 세월 노력하고 익히면 못할 것이 없다. 명장이 되기까지 회사생활에서 이와 비슷하게 생활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우수제안 활동을 통해 탈산적중률을 획기적으로 올린 일이다. 약 23년 전 일이다. 스테인리스강 정련공정 탄소제거과정에서 발생된 크롬산화된 것을 모두 회수해야 원가나 품질, 생산성 등에 문제가 없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때 당시 환원제 적중률이 65%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35%는 원가쪽으로 불리하기도 하고, 품질 불량이 발생되기도 하고, 성분격외가 발생되기도 했다. 이게 고질적인 문제라서 부서에서는 엔지니어를 투입해 1년 동안 개선활동을 진행했는데 1년 활동 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못한 상태였다. 이것을 내가 6시그마에 기반, 취련작업 데이터를 활용해 회귀모형을 만드는 활동을 했다. 환원제 적중률을 93% 수준까지 향상시킨 것이다. 아주 획기적인 일이었고, 이 활동은 우수제안 2등급과 특허등록으로 마무리했다. 지금까지도 그때 개선한 것이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2018년 우수제안 1등급 개선활동을 한 것이다. 포스코 56년 역사에서 우수제안 1등급은 아직까지 10건 정도밖에 나오지 않은 아주 귀한 것이다. 스테인리스제강부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1등급이다.

 

- 숙련기술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이나 먼저 그 길을 간 선배들, 나를 따라오는 후배들 등 모두와 소통을 잘 해야 한다. 나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주변 그 누구와도 모두 공유한다.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노하우는 언제나 동료들과 공유하고, 한 단계 레벨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에는 자신의 기술력을 더욱 높이는 수단이 된다는 부분이다. 나만이 아는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으면 불완전한 노하우로, 언젠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얻은 노하우를 모두와 공유하면 내가 사용할 때는 발견하지 못한 부분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노하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전의 방식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기존의 것에만 의지하면 변화가 없고 발전 자체를 기대할 수 없다.

 

- 앞으로의 포부는.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전문교재를 편찬하고자 한다. 제강분야 전문교재를 보면 아직도 1970년대 이론과 내용이다. 최근의 기술동향이나 설비동향 등을 파악하기 어려워 공부하고자 하는 후배들이 제대로 공부하기 힘든 현실이다. 최근의 조업기술과 이론을 포함한 전문교재를 편찬해 후배들이 배우고 익히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또한 포항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언젠가는 포항지역 문화해설사로 봉사를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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