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숙련기술인을 만나다 (4) 권영국 포스코 포항제철소 열연부 기술개발섹션 부장
“누구나 실수를 한다. 좌절도 경험한다. 기술은 그런 것이다.”
현장의 많은 문제점 개선을 하다 보면 실수나 실패를 할 때도 있다. 이때 좌절을 하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한가지 실수는 한가지 안 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천재가 아닌 이상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는 말을 믿어야 한다. 때론 이 말이 두렵지만, 해야 한다. 그리고 비판 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
권영국(59·사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열연부 기술개발섹션 부장(명장)은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18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권 명장은 42년 간 포스코에 근속하면서 세계 최초로 열간 연연속 압연기술 도입 및 상용화를 통해 생산성의 획기적인 향상과 제조범위 확대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최근 권 명장에게 소성가공 분야의 장인이 되기까지 노력의 과정에 대해 들어 봤다.
이웃 대장간을 놀이터 삼았던 ‘철’의 추억으로
망설임 없이 포철공고 지원 ‘압연 분야’ 전공
제철소 허리 ‘열간 압연’ 운전요원으로 출발
세계 첫 新열간연연속 압연기술 개발 등 한길
2018년 은탑산업훈장 수상 등 공적 인정 받아
모든 업무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 가지다보니
후배들이 찾아보는 방대한 기술 자료로 활용
마이스터고 등에 기술 전수 기회도 가져볼 것
- 소성가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목표를 갖고 선택했다기보다는, 어려운 시기에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입학해 압연과를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으로 배치됐다. 열간압연을 하게 된 것이 오늘까지 한길을 걷게 됐다.
산골짜기 시골 마을에서 어린 나이에 병환이 있으신 아버님을 돌보며 어렵게 성장하면서도, 이웃집 어르신의 대장간을 놀이터로 삼았다. ‘쇠’라는 것이 불속에서 뜨겁게 가열됐다가 두드림에 의해 모양이 만들어지고, 물에 넣을 때 수증기가 나오며 하나의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유일한 세상 문물이었다.
포철공고의 모집 요강을 보고 철에 대한 추억으로 주저 없이 지원했다. 포항제철소의 웅장함과 생기 있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웠다. 처음으로 포항제철소 2열연공정을 견학할 때 거대한 설비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면서 열연코일을 생산하는 것을 보고 겁도 났다. 그러나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전달이 됐는지, 1982년 포항제철소 열연공장 열간압연공정에 배치돼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포항제철소의 허리인 열간압연 공정에서 운전요원으로 현장 교대 근무를 했다. 현장의 굉대한 설비와 그 설비를 한치의 오차 없이 컨트롤하는 설비를 운전하면서 어깨 너머로 배우고 학습했다. 어려운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을 하면서 주위에서 인정과 보상을 받으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이는 끊임없는 학습과 개선을 통한 오늘의 철강 기술인으로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 소성가공은 무엇인가.
△소성가공이란 금속이나 기타 재료를 변형시켜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가공 방법 중 하나이다. 이 과정에서 재료는 영구적으로 변형되지만, 파괴되지는 않으며, 재료를 부수지 않고 모양을 바꾸는 가공 방법이다. 소성가공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내가 하고 있는 압연(Rolling)이 있다.
압연중에서도 열간압연은 금속을 재결온도 이상의 고온까지 가열한 후 롤러로 압연해 원하는 두께와 형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금속은 더 유연해지고 변형이 쉬워지며, 내부 결함이 줄고, 또한 재료의 낭비가 적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포항제철소에서는 2개의 열연공장에서 연간 850만t의 열연코일을 생산하고 있다.
- 대한민국 명장이 되기 위한 노력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도전을 한다면 좋겠지만, 나는 솔직하게 목표를 정해놓고 일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했다. 지금 하는 일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항상 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개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패 없이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 많은 개선을 하면서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터득한 기술을 정리해 운전방안을 만들고 현업 후배들과 신입인턴 사원들에게 경험을 공유하면서 보람을 얻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의욕을 가지고 개선을 했다.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롤교체 방법 개선 우수 제안 등록에 성공해 포상을 받았다. 회사에서 백암온천 1박2일 포상 휴가를 갔을 때 정말 즐겁고 뿌듯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이후 현장 문제점에 대한 개선의 DNA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열간압연 2열연공장은 대규모의 설비가 동조돼 돌아가는 설비로서 어떠한 트러블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골든타임이 있다. 그것이 잠깐이라도 늦어지면 많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운전자의 대응이 늦어 많은 피해를 보았다.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이용한 자동 기능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정비와 협업을 통해 작업 중 이상시자동 정지 기능을 만들어 많은 효과를 봤다. 포스코의 모든 열연공장에 전파 적용하는 기술이 됐다. 한번은 열간 연연속압연시 두 장의 소재를 접합 후 트러블이 발생했다. 제대로 분석이 안 된 상태에서 다시 시도했으나 같은 트러블이 발생해 체면을 구긴적이 있다. 이후에는 같은 작업 시 설비와 제어 상태를 확인하는 체크시트를 만들어, 이상 발생시 체크시트 기준으로 하나하나 체크를 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했다.
- 숙련기술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라. 그렇다고 목표가 클 필요는 없다. 작은 목표를 세우더라도 성공하는 습관을 길러라. 일을 함에 있 꼭 목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지금 있는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성공의 씨앗이 한 알 한 알 쌓일 것이다.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을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버티는 힘도 능력이다. 힘들 때 좀더 냉철하게 판단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조언자를 찾아라. 힘들 때 의지할수 있는 주위의 동료를 멘토로 만들어라. 그리고 배워라. 나의 기술 노하우는 주위의 필요한 모두에게 공유하라. 그러면 더 큰 기술이 돼 나에게 돌아온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가다 보면 힘들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그곳에서의 긍정과 부정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모든 일에 가능한 긍정의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라.
- 앞으로의 포부는.
△오랫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 많은 기술을 개발하고,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기술이 됐든, 삶의 지혜가 됐든, 기회가 있을때마다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전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숙련기술인으로서 해당 분야 산업발전에 이바지, 후진양성 등 전문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철강산업이 50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고자 후배들의 기술력 향상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가르치겠다. 특히 후배 직원들을 잘 이끌어 선배들의 기술이 잘 전수가 될 수 있게 해 현재의 기술을 향상·발전시키겠다. 후배들의 업무 외적인 부분까지도 관심을 갖고 도와 회사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마이스터고등 후배들에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
또한 사회봉사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기술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포스코 명장 선정 이후 사내 기술전수 및 특강 등을 통해 기술 전수를 했다. 경북최고장인 선정 이후 도내 사회 봉사 및 학교 강의를 통해 나눔을 했다. 이제 대한민국 명장이 됐으니 더 넓은 분야에서 기술 전수 및 봉사 활동을 할 것이다.
- 이 밖에 하고 싶은 말 .
△세상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내가 위치한 곳에서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할 것이고, 경쟁도 할 것이다. 주위의 동료를 이겨야 할 경쟁자보다는 함께 일을 해야 하고 성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협업의 대상자로 서로 협력을 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랬고, 아니면 많은 일 중에서 현장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어려움이 있다면 현장에서 직접 보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즐겨라.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현장에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아무런 기반 없이 세계최초 신 열간연연속 압연 기술을 개발할 때도 많은 어려움과 좌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일을 즐겼던 것 같다.
또한 기술 개발은 치열한 도전 정신과 끝을 모르는 가능성을 열어준 또 하나의 새로운 경이로운 세계이다.
세상의 모든 곳에는 나의 스승이 있다. 나는 일본의 ‘호리이’라는 기술자가 현장의 설비 공사 및 시운전을 하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기술하는 것을 보고 나도 업무하면서 모든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이는 많은 기술 자료가 돼 후배들이 찾아보고 활용을 하고 있다.
권영국 소성가공 경북최고장인, 포스코 명장은
△포철공고졸업
△1982년 포스코 입사~ 현재 근무중
△2015년 포스코명장
△2016년 경북최고장인(소성가공)
△2018년 철의날 은탑산업훈장
△2018년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2024년 대한민국명장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