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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부의 독보적 기술, 세계 최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

임창희기자
등록일 2025-02-11 19:47 게재일 2025-02-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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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영춘 포항제철소 후판부·기술개발섹션 포스코 명장

글로벌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주력 생산품으로 후판이 있다. 후판은 철강 제품 중에서도 두껍고 넓은 철판으로 건축,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이용되고 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후판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포항제철소 후판부 기술개발섹션 이영춘 포스코 명장. 그의 가족은 포항제철소 부지에 거주했던 이주민으로 태어날 때부터 포스코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후에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압연과를 전공했다. 1987년 4월 포스코 냉연부 입사를 시작으로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골수 후판인이 됐다.

평소 업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 압연기능장, 열간·냉간 압연기능사, 열처리기능사, 금속재료시험기능사, 산업안전기사, IT-Professional 1급 등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의 결과로 창립기념 모범사원과 올해의 후판인으로 선정되었으며, 2022년에는 후판부 최초로 명장의 자리에 올랐다.

 

1987년 입사, 수많은 자격증 취득 등 관심과 노력… 2022년엔 후판부 첫 명장에

롤 얼라인먼트 문제 해결 위해 페어 크로스 설비 활용·엣저 롤 교체 혁신적 개선

고품질 후판 제작 위해 압연 공정 기술 개발과 문제 해결·후배 위한 기술 전수도

-현재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현재 포항제철소 후판부 기술개발섹션에서 근무하고 있다. 후판부는 철강 제품 중에서도 두껍고 넓은 철판을 만드는 곳이다. 우리가 만든 후판 제품은 건축,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강재로 사용된다.

저는 이러한 후판을 더욱 튼튼하고 고품질로 만들기 위해 가열, 압연, 가속냉각, 교정, 전단 등 압연 공정 전반에 걸쳐 품질, 생산, 환경, 안전 관련 기술 개발과 모든 문제 해결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후판 WTP(World Top Premium)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조업 기준을 정립 중이다.

또한, 후배 양성을 위한 기술 전수 활동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신입사원들에게 기본적인 품성과 주인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을 전담하고 있으며, 주임급 이상 핵심 직원들을 위해 설비, 품질, 압연 관련 이론과 실무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포스코의 후판 제조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들었다. 이 자부심의 근거는 무엇인지.

△포스코 후판부 제품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우리는 모든 고품질 후판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는 중국과 같은 후발 철강사와 단순히 가격과 생산량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 우리는 다른 철강사가 생산하지 못하는 고품질 제품을 주문받아 그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해야 한다.

현재 포스코는 후판 공정에서 가장 생산하기 어렵다고 평가받는 4~6mm 두께의 초극박재나 WTP 같은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극저온용 니켈 초극박재, 티타늄, 방탄강이 적용된 다양한 신강종을 생산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건설, 조선, 기계, 송유관 등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강종별 최적 가열 기술을 개발하고 초극박 압연에 최적화된 압연 패스 스케줄 모델 기술도 개발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포스코 후판부의 독보적인 기술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다.

-롤 얼라인먼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어 크로스 설비를 활용했다고 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후판을 음식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후판을 ‘수제비를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반죽’이라고 생각해 보자. 밀가루 반죽을 얇고 균일하게 펴기 위해서는 ‘밀방망이’가 필요하다. 이때 적당한 힘으로 밀방망이를 사용해야 균일하고 일정한 두께로 펴진다.

후판을 압연하는 롤의 원리도 이와 같다. 압연기는 밀방망이처럼 후판을 원하는 두께로 만들기 위해 적절한 힘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롤이 너무 꽉 잡히거나 헐겁게 잡히면, 반죽이 고르게 펴지지 않는 것처럼 후판도 균일하게 압연 되지 않는다. 따라서 롤의 적절한 조정이 중요하다. 문제는 롤을 설치할 때, 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때 활용한 것이 바로 페어 크로스(Pair Cross) 설비였다. 원래 페어 크로스는 평탄도 제어를 위해 크로스 각을 조절하는 설비였지만, 롤 설치 시에도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설비를 이용해 롤을 최대한 고정하고, 필요한 유격만큼 벌려주는 방법을 시도했다. 내 아이디어가 들어맞아 압연기 롤 얼라인먼트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롤 얼라인먼트를 최적화하니 설비 강건화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당시 EIC기술부, 중앙/지구정비, 연구소와 협업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경험을 통해 포스코의 저력은 현장 맨파워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무리 어려운 난제도 현장 전문가들이 모여 집단 지성을 발휘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지난 반세기 역사를 돌이켜보면,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인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말이 정확히 부합한다. 모든 정답은 항상 현장과 사람에게서 나온다.

- 평소 동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건강이 좋지 못한 동료를 위해 직접 산삼을 채취했다고 하던데.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하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면 동료를 대하는 행동과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주임으로 근무하던 시절, 평소 건강이 좋지 못한 동료가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팀파워 활동의 일환으로 반원 4명과 함께 무작정 산으로 향했다. 아픈 동료를 위해 산삼을 직접 캐서 주자는 엉뚱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원 중 누구도 산삼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달랑 사진 하나를 들고 산으로 갔다. 동료를 생각하는 우리의 정성을 산이 알아줬는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진짜 산삼을 캤다. “심봤다”하고 목청이 터지게 외쳤던 그 순간은 정말 감격스러웠다.

나중에 산에서 내려와 한국심마니협회에서 검증까지 받았는데 최소 10년에서 15년 정도 된 자연산 산삼이라고 했다. 그 동료에게 산삼을 전달하고 기뻤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을 주고 산삼을 사줄 수도 있었겠지만, 동료가 아파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은 동료애와 진심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영춘 명장이 현장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영춘 명장이 현장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엣저 롤 교체 방법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 들었다. 평소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노하우나 접근 방식을 사용하는지.

△엣저 롤(Edger Roll)은 철강 생산 과정에서 후판의 폭 방향을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롤이다. 동료를 위해 산삼을 캐는 것만큼이나 힘든 작업이 엣저 롤 교체 작업이다. 이 롤은 수직 방향으로 서 있으며,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교체 작업은 굉장히 힘들고 위험한 과정이었다. 크레인이 수직으로만 들어 올릴 수 있어 사람이 직접 당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민했다.

기존의 매뉴얼을 따르면서도, 그다음 단계에서는 의심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엣저 롤 교체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크레인의 구조와 엣저 하우징(Edger Housing)의 기계 구조를 이해하고, 간단한 치구를 제작해서 하우징 내 엣저 프레임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방법 덕분에 교체 작업 시간이 2~3시간에서 10~20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이처럼 문제를 해결할 때는 기존의 공리를 의심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업, 정비, 외부 전문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소재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항상 더 나은 설비 유지와 개선 방안을 찾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강종 변화에 따른 압연 구간별 롤러테이블 재질 개선이나 초극박 모델 제어도 이러한 접근 방식과 유사하다.

결국 잘 만들어진 매뉴얼을 따르면서도 선구자적인 마인드로 새로운 방법을 함께 시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사의 요구에 부응하는 품질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를 포스코의 ‘오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한 주인의식이 일상 업무나 장기적인 목표 설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주인의식’은 사회생활이나 개인의 삶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한다. 내 회사에 출근한다고 생각하면 일상 업무에서 소홀함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량이나 설비 장애가 발생하면 재발하지 않도록 주도적으로 개선하고, 안전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 있는 일터로 만들기 위해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장기적인 목표 설정에서도 주인의식은 큰 영향을 미친다. 주인의식을 가지면 회사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이 생기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책임감은 포스코가 ‘존경받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로 이어진다. 안전과 기술 경쟁력이 공존하는 현장을 만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포스코가 오랜 시간 동안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장에서 매일매일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나가겠다.

-앞으로 포스코 후판이 세계 최고 브랜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지.

△포스코 후판이 세계 최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론과 현장 경험이 조화롭게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체계적인 후배 양성을 목표로 삼겠다. 100년 기업 포스코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나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명장의 역할은 개선과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역할은 인재 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섬김의 리더십’, 즉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유능한 인재들을 잘 육성하여 포스코가 강건한 현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포스코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후판을 세계 최고 브랜드로 확고히 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개선해 나가겠다. <끝>

이영춘 후판부·기술개발섹션 포스코 명장은

△1969년 9월 22일생

△포항제철공고 졸업(1987년)

△87년 4월 6일 포스코입사(38년 근속)

△올해의 후판인(2014년)

△포스코 창립기념 모범사원(2014년)

△포스코 명장(2022년)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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