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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매뉴얼·도면·정리정돈… 조업 현장의 필수 수칙이죠”

이부용기자
등록일 2024-11-27 18:30 게재일 2024-11-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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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선설비부 에너지정비섹션 이정한 포항시 최고장인

“기술이 곧 희망입니다.”

포항제철소 제선설비부 에너지정비섹션에 근무 중인 이정한(61) 포항시 최고장인.

그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평생을 기술 발전에 헌신해 왔다.

이정한 최고장인은 동력설비와 제철소 전체 유틸리티 공급을 담당하면서, 여러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의 노력과 열정은 포스코 내에서 일찌감치 인정받았고, 여러 특허와 제안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 장인의 인생 여정과 그의 철학,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도록 한다.

제철소 전체 전력·부생가스·스팀 등

공급·감시하는 에너지설비 담당하며

여러 중요 프로젝트 성공적으로 수행

입사 후 일 나가사키 미쓰비시서 연수

터어빈 제어기술 노하우 터득 책 편철

프린터 로깅 인터페이스 장치 개발로

원가절감·대일무역 역조방지 큰 성과

송풍 설비 문제도 완벽하게 개선시켜

특허 우수상·우수 제안상 수상 ‘쾌거’

“기술이 희망…도태되지 않게 배워야

현장 후배들에 최고기술 전수 하고파”

- 전기를 전공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호롱불로 생활하던 초·중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전기를 접하게 되면서 놀랍고 신기한 모습을 보고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결심은 경북공업고등학교 전기과로 진학하게 만들었고, 이후 전기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데 큰 동기가 됐다. 고등학교 시절, 집안 형편상 대구에 전세방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대구에 사글세를 얻어 혼자서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생전 처음으로 혼자 생활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는 사글세 주인집 초등학교 아들 두 명을 과외를 해가며 생계를 이어갔다. 어머니는 저에게 어떻게든 열심히 공부해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고 했고,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늘 학업에 열중했다. 그 결과 항상 1~3등을 유지할 수 있었다.

- 포스코에서의 경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설비개선 및 프로젝트는.

△포스코에서 제철소 고로 송풍 설비와 에너지설비의 정비 업무를 담당해 왔다. 에너지설비란 제철소 전체 전력, 부생가스, 스팀, 용수 등을 공급 및 감시하는 설비이다. 입사 후 신입사원을 막 벗어날 때쯤 발전설비 신설에 따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일본 나가사키 미쓰비시(주) 터어빈 제어 기술 연수를 받았다. 설비에 대한 능력을 키우고 선진 기술과 문화를 배워 좀 더 빠른 설비 시운전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때 배운 기술과 일본의 기술을 접목해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책으로 편철했다. 그 중에서도 1990년 대부분 일본 설비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설비를 프린터 로깅 인터페이스 장치 개발로 국산화 시켜 원가 절감과 대일 무역 역조방지에 큰 성과를 이루었다. 제철소 고로에 Air를 공급하는 송풍 설비가 일본 설비로 조업하고 있을 때였다. 노후 열화로 교체 추진 중 같은 일본 메이커로 교체하자는 의견이 다수 있었지만, 독일 설비로 개조 교체해 성능 향상과 운전 중 전력이 절감되는 성과를 이루어서 가슴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송풍 설비 메탈 베어링의 오일 리크 문제점을 여러 시행 착오 끝에 완벽하게 개선했다.

- 이러한 기술을 특허 노하우에 등록해 기계장치 설비개선에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제철소 송풍 설비 문제점으로 조업 불가능한 답답한 환경에서 솔루션 아이디어를 제공해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조기에 설비를 복구했다. 이와 같은 내용을 광양 제철소, 울산 SK공장, 울산 효성 공장에 기술지도를 하기도 했다. 제철소 송풍 설비 기동장치 독일 연수를 통해 기술을 습득해, 외국 기술자만 시운전 하던 것을 자체 기술력만으로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것은 신규 설비에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교체 성공한 설비에 대한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SIEMEN와 공동으로 유튜브로 제작해 홍보하기도 했다. 이 같이 제철소의 다양한 에너지설비의 신설과 개조, 개선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한 것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현재는 제철소 가스, 발전, 전력, 용수설비 기술지원과 문제점에 대한 검토 그리고 안전하게 작업하는 방법으로 위험성 평가, 잠재위험 발굴 후 문제점에 대한 대책수립등을 하고 있다. 제철소 핵심 설비 정비와 문제점 개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나의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아 특허 우수상, 우수 제안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설비 매뉴얼과 도면, 현장 정리정돈이다. 설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도면을 정독한 후에 접근을 해야 한다. 도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비하는 것은 실이 없는 상태에서 바느질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전기담당자라면 100%의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전기 작업을 수행하지 않아야 한다. 즉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전기도면을 숙지한 후에 작업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비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느낀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문제점이 발생돼 설비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꼭 도면을 보고 내용 확인 후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에 나가서 설비를 보면서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나가면 쉽게 설비복구가 가능했다. 지금도 습관이 돼 이렇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래야 안정된 설비운전이 가능하고 현장에서 단 한 건의 실수도 없으며 안전사고 발생 없이 작업수행이 가능하다. 불필요한 낭비 발생도 방지할 수 있는 일거양득이다. 설비 대·중수리를 실시하는 경우 수많은 부품들을 교체하고 수리함에 있어서 사전에 충분한 도면 검토와 현장 확인이 되지 않고는 절대로 설비의 품질과 안전한 작업을 장담할 수가 없다.

- 포항시 최고장인으로서 후배 숙련기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배운 기술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많이 전수해 주고 욕심을 내기 보다는 베풀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인생은 결코 길지 않다. 전문기술과 지식 그리고 노하우는 기회가 있을 때 배워야 한다. 어느 회사에 입사하든지 신입사원때 배운 지식이 평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본인이 맡고 있는 설비나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자연스럽게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해 나간다면 언젠가 최고의 기술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늘 책과 함께 있어야 하며 부족함이 없도록 숙지하고 배워야 한다. 지금의 시대는 초스피드 시대이다. 지금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도태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다. 힘들고 피곤하고 어렵다고 하지 말고, 항상 노력하고 정진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 인생 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도전 정신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고 방식과 최선을 다 해보자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해보지도 않고 노력도 하지도 않고 안된다는 말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물론 안될 수 있겠지만 먼저 최선을 다해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후배사원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전수해주고 안전하게 작업하는 방법과 원칙을 준수하면서 작업하는 방안을 공감하도록 하겠다. 기회가 된다면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고 싶다. 욕심은 끝이 없겠지만 포항시 최고 장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인생 비전 3가지가 있다. 첫째, 우리나라 문화와 전통을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는 역사 해설가 되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부분을 세계 널리 알려주면서 우수하고 부지런한 국민이라는 것을 인식해 주고 싶다. 둘째,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책임감 있게 일하며 누구에게나 부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셋째, 내가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 앞으로의 목표는.

△포항시 최고장인으로 선정된 후에도 기술 전수와 멘토링을 통해 후배들의 직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하우를 전수하고 제철소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선봉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자격시험 실기 감독과 기업의 생산성과 안정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술이 곧 희망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최고의 기술을 습득하고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포항시와 포스코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경주시 천북면에 소재한 아동복지시설 대자원에서의 나눔의 실천 봉사활동과 대한적십자사 후원활동을 지속하며 따스함을 세상에 나누고자 한다.

포항제철소 제선설비부 에너지정비섹션 

이정한 포항시 최고장인은…

△경북공업고등학교 졸업(1981년)

△포항전문대학 졸업(1988년)

△포항시 최고장인(2022년)

△포항제철소 제안 협의회 회장(2022년)

△한국해양안전협회 포항시장 표창(2023년)

△한국산업인력공단 감독위원(2024년)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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