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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한 만큼의 대가만 얻겠다” 각오로 47년 산업현장 외길

이부용기자
등록일 2024-08-11 18:31 게재일 2024-08-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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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숙련기술인을 만나다 ① <br/>김석준 기계정비분야 대한민국 명장<br/>(포항시숙련기술인협회장, 금탑산업훈장 수훈)
지난 2019년 4월 3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9년 근로자의 날 유공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김석준 기계정비분야 대한민국 명장이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본인 제공
지난 2019년 4월 3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9년 근로자의 날 유공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김석준 기계정비분야 대한민국 명장이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본인 제공

“지금 우리 사회는 학력이 아닌 능력위주의 사회로 변모했습니다. 자기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자기 일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기능한국인, 국가품질명장 등 수많은 타이틀을 거머쥔 김석준(63) 기계정비분야 대한민국 명장.

김 명장은 한국전쟁 당시 총상을 입은 아버지 대신 막냇동생의 학업을 돕기 위해 현대제철 포항공장(구 강원산업)에 병역특례요원으로 입사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외국에서 도입한 신설비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등 고장 제로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약 반세기 동안 외길을 걸어왔다.

포항시 숙련기술인협회 초대회장을 맡고 있는 김석준 명장과 최근 인터뷰를 가졌다.

 

막냇동생 학업 위해 공장 첫발

열악한 환경서도 동료들과 노력

현대제철 1호 기능장 등 거머줘

 

“개천용 나는 시대 지났다지만

1만 시간 이상 부단히 노력하면

후배들 그 기회 잡을 수 있을 것”

 

- 포항시 숙련기술인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작년 정부에서 숙련기술인의 날(9월 9일)을 제정함에 따라 포항시에 거주하는 대한민국명장, 우수숙련기술자, 경북도최고장인, 포항시최고장인 45명이 포항시의 기술발전을 위한 기업의 기술전수와 후진양성을 위해 결성됐다. 지금까지 100여 건의 기술전수와 불우이웃돕기 및 자연정화활동을 비롯한 봉사활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협회 발족에 많은 도움을 준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에도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영리 단체이다 보니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아 행정적인 지원이 아쉽다.

 

- 숙련기술인이 되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왔나.

△경북 울진이 고향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국립인 부산기계공고로 진학해 기숙사비 이외에 전액을 국비로 공부할 수 있었다. 2학년부터 장학금을 받아 기숙사 비 일부를 충당했다. 3학년 때 부산지방 기능경기대회 전기용접분야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으나, 전국대회에서 부정행위로 의심돼 최고 점수를 받고도 탈락이 됐다. 이때 “노력한 만큼의 대가만 얻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그 교훈이 오늘을 살아가는 이정표가 됐다. 1977년 교원자격증을 취득해 영월 공고에서 2년 8개월 근무하며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배출 및 국가기술자격증 전원 취득 등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나, 첫발을 내딛은 산업현장은 적응하기에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처음 접해보는 기계정비를 이해하기 위해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히고 용접과 절단은 기본이고 공, 유압을 비롯한 관련분야의 기술을 익혀야만 했다. 분임조 활동을 통한 개선활동으로 획기적인 고장시간 단축과 원가절감은 물론 안전사고 예방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그동안의 실적을 인정받아 월급을 받아가면서 창원기능대학에서 공부를 할 기회가 주어졌으며, 현대제철 1호 기능장이 됐다. 미국을 비롯한 9개 나라의 해외연수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 숙련기술인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명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극복 노하우는.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반드시 해결해내고야 말겠다는 집념과 끈기가 해결의 열쇠였다고 믿는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론과 경험이 동반되지 않으면 절반의 성공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개발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의 힘은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동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명장이 되기 위한 특별한 노력보다는, 폭 넓은 지식의 습득은 물론이거니와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하고자 하는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011년 산업포장을 받아 대한민국명장 선정자들과 유럽 연수를 같이 가게 됐다. 일행 중 영월공고에서 첫해에 졸업시킨 제자가 먼저 명장이 돼 동행을 해 뿌듯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명장에 도전하는 확실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9년 근로자의 날에 포항시에서 처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을 때가 직장생활의 가장 보람된 시간으로 기억된다.

 

- 앞으로의 포부는.

△47년 동안 굴곡이 많은 외길을 걸어왔고 내가 한 노력에 비해 과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주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올 수 없는 길이었다. 앞으로는 건강을 잘 챙기면서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의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 직업진로 특강 등을 통해 후배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또한 그늘진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과 그동안 갈고닦아 온 재능을 모두 기부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돌이켜보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험난한 길을 걸어온 것 같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고 있을 것이며 그땐 지금보다 더 멋진 오솔길을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 이 밖에 하고 싶은 말은.

△살아오면서 넘기 어려운 무수히 많은 벽을 마주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때마다 원인을 찾으면 해결 방법이 보였다. 그 원인을 찾아가는 길에는 많은 노력과 지식이 필요했다. 반세기 전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을 배웠다. 사무직에 비해 현장직은 보수도 적었지만, 승진과 대우에서도 학력의 벽을 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학력의 벽을 넘어 능력 중심 사회가 됐다. 자기 적성에 맞는, 정년이 정해진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을 찾아 1만 시간 이상을 투입한다면 성공이 보장되리라 확신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고 하지만, 해 본 일이 많은 사람 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사람이 대우받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가는 길에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부단한 노력을 이어간다면 용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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