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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기리고, 매오징어 줍고”... 울릉도, 설날 분위기 ‘물씬’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2-17 15:46 게재일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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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섬 공원 추모 행렬... 나리분지 순백 설경 속 가족 나들이
사동항엔 ‘매오징어 떼’ 출몰 진풍경, 독도드림호 특별운항 의미 더해
울릉도의 선진 장묘 문화를 정착시킨 ‘하늘섬 공원’에 설 당일인 17일 오전부터 성묘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진영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맞아 국토 최동단 독도의 모도(母島) 울릉도가 고유의 전통을 되새기고 자연이 준 깜짝 선물을 만끽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설 당일인 17일 오전부터 울릉군이 운영하는 추모 공원 ‘하늘섬 공원(서면 구암리)’에는 조상을 찾는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008년 울릉군이 화장 문화 정착을 위해 48억 1100만 원을 투입해 조성한 이 공원은 5만 7415㎡ 부지에 화장장과 성능이 우수한 화장로 2기, 봉안묘지 210기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울릉 주민 기준 화장료 2만 원(15세 미만), 봉안묘 이용료 30만 원(30년·최장 60년) 등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돼 척박한 지형적 한계를 극복한 울릉도만의 선진 장묘 복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사동항 인근 해안가에 떠밀려 온 매오징어를 잡기 위해 주민들이 저마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황진영 기자


해안가에서는 자연이 선사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져 명절의 흥을 돋웠다. 울릉(사동)항 인근 몽돌해변에 심해 어종인 ‘매오징어(반딧불 오징어)’ 떼가 한꺼번에 출몰한 것. 연휴 전부터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매오징어 떼가 설 당일 대규모로 밀려오자 주민들은 “바다가 준 설 선물”이라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몸 전체에 약 800개의 발광기를 지닌 매오징어는 평소 수심 200~600m의 심해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외형은 겨울철 별미인 꼴뚜기와 흡사하지만, 몸 표면에 검은 점 형태의 발광기가 촘촘하게 박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출몰에 대해 산란기를 맞은 매오징어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동해안의 급격한 수온 변화나 하층 냉수가 표층으로 솟구치는 ‘용승 현상(upwelling)’의 영향을 받아 연안까지 밀려온 것으로 분석했다.
 

한 소쿠리 가득 담긴 매오징어가 보기만 해도 배부른 명절 분위기를 자아낸다. /황진영 기자


귀성객들과 주민들은 삼삼오오 해변으로 나와 밀려온 오징어를 직접 줍는 ‘줍낚’에 나서 색다른 추억을 쌓았다. 해변에서 만난 박병률 씨(35)는 “매오징어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와서 한 움큼 주워 간다”라며 “설날부터 바다가 귀한 선물을 내줘 올 한 해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라고 웃어 보였다.

울릉도 유일의 평원이자 해발 650m에 있는 화산 분화구 마을 나리분지는 ‘순백의 고원’으로 변신해 주민들을 맞이했다. 설국(雪國)의 정취를 가득 담은 나리분지를 찾은 주민들은 가족 단위로 모여 설날의 기쁨을 만끽했다.
 

설 연휴를 맞아 나들이를 나온 섬마을 아이들이 하얗게 쌓인 눈 속에서 추위도 잊은 채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황진영 기자

나리분지에서 만난 이수원 씨(43)는 “아이들을 데리고 마땅히 갈 곳은 없지만, 이곳 눈밭에서 노는 아이들 모습만 봐도 명절의 고단함이 싹 씻겨 나가는 기분”이라며 “울릉도 사람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설날의 기쁨을 나누고 새해 기운을 얻어가는 어머니의 품 같은 쉼터”라고 전했다.

해상에서도 명절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15일부터 ‘설날 특별 운항’에 돌입한 울릉 크루즈 가족사 독도 크루즈의 ‘독도드림호’는 독도로 향하는 방문객들을 실어 나르면서 민족 영토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이처럼 설날의 울릉도는 조상을 향한 효심과 자연이 준 선물, 그리고 영토 수호의 자부심이 어우러져 뜻깊은 명절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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