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숙련기술인을 만나다 (5) 포스코 안전방재그룹 서정훈·EIC기술부 이원종 명장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인성을 겸비한 직원을 ‘포스코 명장’으로 매년 선발한다.
제철 기술의 발전과 전수를 목표로 하는 명장 제도는 2015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총 28명의 명장을 배출했다.
명장으로 선정되면 특별 직급 승진, 5000만 원의 포상금, 명예의 전당 영구 헌액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 7월 12일 올해 명장으로 안전방재그룹의 서정훈(52) 차장과 포항 EIC 기술부 이원종(57) 부장을 선정했다.
특히 안전 부서에서 명장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포스코 내 기술 장인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숙련기술인의 날(9월 9일)을 맞아 2024년 포스코 명장들의 인터뷰를 최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두 명장의 소감과 그들의 기술적 성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 봤다.
● 서정훈 명장
2020년 철강업계 최초 안전관리평가 P등급 획득에 결정적 기여
기업이 제품 뿐 아니라 사람 생명 중시하는 문화 정착 계기 되길
● 이원종 명장
모든 공정 컴퓨터 제어 ‘PLC 전문가’ 평가, 이번 수상에 큰 도움
후배들 기술 교육 중 ‘선배님이 제 롤모델입니다’ 말 들을때 보람
◇안전방재그룹 서정훈 명장
- 자기소개 및 명장 선정된 소감은.
△1990년 입사해 34년째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산시스템부, 계측제어부, 전기제어설비부, 압연정비부, 혁신지원그룹을 거쳐 2015년부터 안전방재그룹에서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설비에서 누출, 화재, 폭발 등 중대 산업사고를 예방하는 PSM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에 안전 분야 1호 명장으로 선정됐다. 평소 동경의 대상이었던 포스코 명장에 선발돼 매우 기쁘고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 포스코 명장으로 선정된 의미는.
△포스코 명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인품을 겸비한 직원을 선발해 예우하는 제도이다. 현장 기술인 최고의 명예이자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는 영광스러운 자리이다. 지금까지 선발된 명장은 모두 운전, 설비관리 등 제품 생산과 직결된 분야에서 선발됐다. 나는 올해 안전관리 분야 최초로 명장이 됐다. 이는 포스코가 제품의 품질, 비용, 생산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롤모델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안전을 생산, 품질, 비용, 납기, 공기 등 그 무엇보다 최우선시한다는 경영방침의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 포스코 명장 선정 기준은 무엇이고, 어떤 점에서 선정된 것 같은지.
△포스코를 대표하는 기술 전문가로서, 엄격한 심사와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정된다. 우선, 포스코 기술역량 인증제도 테크니컬 레벨 5.0 이상을 보유하고, 기능장 또는 기술사 자격과 인사고과 기준을 충족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선발 과정은 1차 서류심사, 2차 현장실사 및 동료평가, 3차 적합성 심사 및 기술 심사 등 체계적인 검증 단계를 거친다.
본심사에서는 포스텍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직접 보유기술과 업무성과를 발표하고, 기술 수준과 조직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게 된다. 나는 업무편람을 제작해 포스코형 공정안전관리체계를 정립하고,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면 시스템화를 추진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장 안전 관리 역량과 안전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 같다.
- 2020년 포스코가 철강 업계 최초 공정 안전관리 평가 P등급(최고등급) 획득하는데 서정훈 명장의 기여가 크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공정 안전관리 분야는 사회적 영향이 커서 4년마다 국가기관에서 이행 수준을 평가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적으로는 제철소 전체를 1개의 평가 단위로 받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수많은 인원과 설비를 운영하는 포항제철소의 특성을 고려, 13개 현장 부서장 단위로 세분화해 평가를 받게 했다. 부서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체계적인 현장관리를 하도록 해 공정 안전에 대한 인식변화, 실행수준 향상 등 공정 안전관리 체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다.
- 근무하면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은?
△누군가의 생명과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반대로, 제 가정에는 조금 소홀할 수밖에 없는 대가를 치러야 할 때도 있어서 아쉬운 순간들도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포항제철소 안전방재그룹에 전입해 오면서 다짐한 게 세 가지 있다. 첫째, 안전은 최종적으로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둘째, 안전 스텝으로서 안전 전문가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초심을 끝까지 잃지 말자는 세 가지 다짐을 했다. 앞으로도 기술을 갈고닦아서 현장에 있는 후배 사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런 마음을 변치 않고 끝까지 견지하도록 하겠다.
◇ EIC 기술부 이원종 명장
- 자기소개 및 명장 선정된 소감은.
△EIC기술부의 EIC는 Electric(전기), Instrument(계측), Control(제어)을 의미하며 전체적으로 전기제어의 기술력을 갖춘 부서이다. 나는 1985년 입사 후에 후판, 냉연, 전기강판 정비부서에서 전기와 PLC 제어설비를 담당했다. 지금은 제철소 전 공장의 PLC 제어 부분의 기술지원을 통한 설비 안정과 생산성, 품질향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 명장으로 선발돼 큰 영광이지만, 앞으로 포스코 명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책임감도 있다.
- 포항제철소 PLC 전문가라고 들었다. PLC는 무엇이고,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
△PLC는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로 쉽게 설명하자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정에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제어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고, 세탁과 탈수 등 일련의 순서를 순서제어라고 한다. 이런 제어를 수행하는 것이 PLC 제어와 유사하다. 나는 여러 공정 과정을 두루 거치며 압연 분야 PLC 전문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주로 공정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 및 개선, PLC 이상 발생 시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정상화하는 기술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 포스코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아무래도 처음으로 제어 업무를 맡았던 시기가 아닐지 생각된다. 입사 후 처음으로 2후판 가속냉각설비가 도입될 때, 자동 제어 부분을 맡아 가속냉각 후판강 제조를 성공시켜, 당시 제철기술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계기로 지금까지 ‘제어인’으로 현장설비 자동화 기술개발과 안정화의 역량을 향상시켜 포스코 명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근무하면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이 있다면.
△본연의 업무 분야에서 창의적인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조직문화 분위기가 가장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반면, 24시간 가동되는 제철소 설비 특성상 주야로 장애가 발생할 때가 있어 즉각적인 복구를 위해 비상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예방정비와 설비 강건화에 힘쓰고 있다.
- 명장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솔직히 ‘내가 명장의 역량이 충분하고 수행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 적도 있다. 현장에서 후배에게 기술교육을 할 때 한 후배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는데 ‘선배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제 가슴을 뛰게 한 것 같다. 앞으로도 열정을 갖고 내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의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후배들에게 내가 걸어온 길이 디딤돌과 나침판이 돼, 후배들 또한 최고의 기술인으로 성장하는 데 이끌어줄 수 있는 그런 명장이 되고 싶다.
서정훈 안전방재그룹 명장은
△포철공고 졸업
△1990년 입사, 34년 근무 중
△대구지방노동청장 산업안전유공표창
△기계안전기술사
이원종 EIC 기술부 명장은
△포철공고 졸업
△1985년 입사, 39년 근무 중
△후판 가속냉각 DDC 제어
△냉연 자동 두께제어, 자동형상제어
△크레인 무인 자동화
△전기강판 소둔로 장력제어
△전기공학사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