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봉화 한수정(寒水亭) 느티나무 노거수
41. 봉화 한수한반도 야생에서는 멸종되었다는 백두산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는 우리 전통 민속문화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찰이나 마을에 있는 산신각에는 호랑이와 함께 백발에 수염이 있는 신선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한반도 지형을 호랑이가 포효하는 모습으로 상징하거나 용감한 사람을 호랑이로 일컬었다.
한민족 삶의 곳곳에 호랑이는 용감한 기질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로 인하여 호랑이의 용감무쌍한 기질을 은연중에 우리 민족의 기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 운동과 일제 강점기 때의 독립운동이 활발히 일어난 것도 모두 이러한 용감무쌍한 호랑이의 상징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찬물 같이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는 정자’
둘러 싼 담장 안에 느티나무 노거수 살아
영적 충만감에 젖은 나무의 심리적 진동
본능적으로 느낀 인간은 신체 오감 활성
포효하는 백두산 호랑이와 마을 노거수
우리 전통 상징성 문화로 깊이 뿌리 내려
경북 봉화 문수산 자락 수림 속에서 포효하는 호랑이의 모습이 얼마나 의젓하고 품위 있는지, 붉은 털에 검은 줄무늬를 한 호랑이는 용감무쌍 그 자체란 생각이 든다. 고개를 들고 “어흥”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산울림이 크게 메아리쳐 계곡 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뭍 짐승이 놀라 숨죽이는 순간에 한 바퀴 몸을 뒹군다. 날렵 용감무쌍한 백두산 호랑이의 기상이 내 가슴에 박히는 순간이었다.
상징성 문화로 백두산 호랑이와 마을 노거수는 우리 전통 민속문화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 민족의 용감한 기상을 상징하는 백두산 호랑이는 야생에서 그 실체가 사라져 민속문화에서도 서서히 잊혀 가는 반면에 다행히 노거수 문화는 아직도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수정(寒水亭)은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 134번지에 있는 조선시대의 정자 건축물이다. 정자 3면에 맞닿게 연못을 만들고 주변에는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작은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연못은 해와 달, 정자, 나무 등 찾아온 모든 물상을 좋아하고 싫어함을 가리지 않고 모두 품어 안는다. 연못에 비추어진 물상을 보면서 포용의 의미를 배운다. 느티나무 노거수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되어 주민들의 결속과 단합을 그리고 장수, 건강, 절개, 끈기 등 노거수의 다양한 상징성이 우리 삶의 여정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찬물같이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는 정자라 하여 한수정이라 이름을 붙인 이곳은 조선 선비문화를 비롯한 산림 문학 등 인문학적인 소양을 배울 수 있는 도서관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정자와 연못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 안에 숨 쉬며 살아가는 느티나무 노거수가 있다. 한수정이 1608년에 세워졌다고 하니 느티나무 역시 그 당시에 조경수로 심었을 것이다. 그리고 보면 나이가 400년 훌쩍 넘었다. 봉화 한수정은 경상북도의 유형문화재 제147호로 지정되었다가, 다시 대한민국의 보물 제2048호로 승격되었다. 그런데 정자와 함께한 느티나무 노거수는 공적에서 제외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400여 년 전 담장 안의 나무가 담장을 허물고 바깥세상에 그 억울함을 토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답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실 호랑이를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우연한 기회라면 기회였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소재한 한국산림과학고등학교 제2회 한국산림문학회 미래목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를 스케치 해보면 김선길 산림문학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장차 산림 분야의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게 하는 행사로써, 산림 분야의 미래를 밝히는 청소년들이 꿈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서연 부이사장은 작품 심사 소감을 설명하면서 우수한 작품이 많이 나왔다며 제한된 수상자를 가리는데 힘들었다고 했다. 윤정란 산림과학고등학교 교장은 글짓기 공모전에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데 큰 힘이 되었으며 앞으로 산림 문학적 소양을 갖도록 지도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황욱준 경상북도 산림레저관광과장이 도지사를 대신하여 운문부 대상인 경북도지사상을 ‘우리 반은 숲이다’라는 작품을 쓴 사공효주에게 수여했다. 최영태 남부지방산림청장이 산림청장을 대신하여 산문부 대상인 ‘서정은 희망과 무한을 안고’라는 작품을 쓴 오재현에게 수여했다.
행정, 교육, 산림문학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미래목을 육성 발전시킨다면 우리의 금수강산은 지구촌 제일의 강산이 되지 않을까. 인문학적 소양은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래목 청소년 글짓기 공모전” 사업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행사를 마치고 ‘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 호랑이를 보러 갈 것을 모두 원했다. 늦은 시간이라 볼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는데 마침 수목원에 근무하고 있는 동문인 안경환 박사의 친절한 안내로 백두산 호랑이 ‘무궁이’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한수정은 우리 조상의 선비문화와 산림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 가을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마루에 앉아 느티나무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나무는 우리가 늘 마시는 공기를 신선하게 해주고, 마시는 물을 깨끗하게 정화 시켜 주고, 주변의 소음을 줄여 준다. 침침한 눈을 맑게 해주고, 오감을 활성화하여 기분을 좋게 해준다. 나무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한 기분이 든다. 왜일까? 이는 영적인 충만감에 젖어있는 나무들의 심리적 진동을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심호흡을 해 본다. 자연에 가까워지면 병은 없어지고 자연에 멀어지면 병은 가까워진다. 행복의 기본은 건강이다.”
나무와 숲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산림문학이다. 노거수는 우리 인생길에 지혜와 교훈, 위안을 주어 우리 삶의 여정을 아름답게 살찌운다. 앞으로 노거수와 숲에 대한 깊은 사고의 글을 쓰리라. 다짐해 본다.
사단법인 한국산림문학회는…
2000년 대형 산불로 동해안 일대의 막대한 산림자원이 소실되자 이를 안타까워한 많은 산림공직자가 산림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묶어 ‘아까시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란 문집을 펴냈다.
조연환 산림청 사유림지원국장의 제안에 따라 산림공직자 38명이 모여 산림문학회를 출범. 2009년 3월 3일 산림청장 허가 제111호로 (사)한국산림문학회가 설립됐다.
설립 목적은 산림 문학의 발전과 산림문화 창달.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이고, 산림문학회지 발행 및 산림문화 창달에 관한 출판 사업. 산림 문학 연구발표회, 강연회 및 강좌 개최. 저명작가 초청 및 출판물의 교류. 기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을 진행해왔다.산림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문학회의 목적에 찬동하고 회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이행하는 개인 및 단체면 가입할 수 있다. 신입회원은 이사 2인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제8대 이사장은 김선길, 상임 부이사장은 이서연, 사무차장은 강준혁이다. 사무실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57 국립산림과학원 내 나무병원 2층에 위치해 있다. 홈페이지는 http://kofola.or.kr/, 연락처는 02-3293-2004다.
/글·사진=장은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