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해결책은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마다 홍역을 앓았다. 포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항시의 성매매 집결지 3곳을 밀어내고 도시재생차원의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성매매집결지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돌해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옛포항역 성매매집결지 주변에 69층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하자는 개발흐름이 진행됨에 따라 적극적인 정비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포항시는 2024년 1월 18일, 옛 포항역 성매매 집결지 정비 테스크 포스(이하 TF)를 발족했다. 장상길 부시장을 단장으로 구성된 TF는 1단 2팀(자활지원팀, 도시정비팀) 4반(피해여성지원반, 지도단속반, 공간정비반, 운영지원반)으로 구성되었으며, 집결지 정비 완료 시까지 협업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TF는 현재까지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며 연구용역을 통한 집결지 실태조사와 도시개발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본지는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전담하고 있는 포항시 여성가족과 양성평등문화팀과 포항시의회 김은주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 인터뷰를 통해 집결지 정비를 위한 포항시의 현재까지의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시민과 집결지 걸으며 ‘성매매’ 인식부터 바꾸려 노력”
인터뷰 정연학 포항시 여성가족과 과장
- 성매매집결지 정비를 위해 시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포항시는 2021년부터 꾸준히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위해 힘쓰고 있다. 같은 해 4월 민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성매매 집결지 지역 협의체를 발족했다. 2023년 4월부터 6개월간 연구용역을 통해 ‘포항시 성매매집결지 대책 기본계획’보고서를 제작했다.
보고서에는 성매매집결지 현황 분석, 국내외 성매매집결지 정비 사례분석,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시민의식 조사, 옛 포항역 성매매집결지 일대 도심 활성화를 위한 기본구상, 성매매피해여성 자활지원 방안 연구 등이 담겨져 있다. 올해 4월에는 집결지 정비의 세부적인 업무를 논의하게 위해 관련부서 팀장들로 구성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성매매집결지 걷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성매매집결지 걷기 운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집결지 정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비의 필요성과 성매매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성매매집결지 걷기 운동은 시민들이 성매매 집결지를 직접 보고 걸으며, 성매매집결지 정비와 성매매피해여성 자립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걷기 활동은 올해 4~6월까지 진행했다. 집결지 걷기 운동은 포항시 부시장을 비롯한 행정기관도 함께 했다. 시민 대상으로는 현재까지 5개 단체 100여명이 참여했다. 걷기 활동을 마치고난 시민들은‘옛날부터 있었던 성매매집결지가 현재까지 영업 하는 줄 몰랐다’, ‘하루빨리 성매매집결지는 정비되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반응과 함께 집결지 정비에 대해서 함께 공감했다.
-포항 성매매집결지 정비에 있어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성매매 집결지 정비 사업은 정비유형에 따라 여러 사업들이 균형 있게 추진 되어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사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타 지역의 정비 사례를 보더라도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포항시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이 가장 힘들다.
포항시는 여건에 맞는 최적의 정비 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각 부서와 더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세부계획을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면 성매매 집결지가 없으면 ‘성매매 범죄 발생률이 높아질 것이다’, ‘성매매는 필요악이다’라는 일부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경찰 단속과 같은 강력한 방법으로 정비를 할 수는 없는 것인가?
△현재 집결지 정비에 있어 경찰 단속은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현재 경찰의 입장은 집결지 폐쇄를 위해 적극적으로 단속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매매집결지 정비 문제의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무조건적인 단속이 답이 되지 않는다. 타 지자체 사례를 살펴보아도, 공간정비·지도단속·피해여성지원 등 3가지 중점과제를 가지고 함께 진행을 했을때 완전한 집결지 정비가 가능했다. 만약 경찰 단속만 강행할 경우 성매매 여성이 중앙동 공간에서만 사라질 뿐, 다른 지역 성매매 업소로 여성들이 유입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성매매 여성의 자활지원 조례 제정이 중요하다. 조례를 제정하고 나면 여성들이 시 차원의 보호를 받고 성매매 자연스럽게 그만둘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시는 관련 조례안 발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결지 정비계획 수립되면 자활 지원 조례제정 속도”
인터뷰 김은주 포항시의회 민주당 비례대표
-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위해서는 집결지 인근의 도시 개발 계획과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자활 조례 제정이 시급한 것으로 안다. 자활 조례 제정에 관련한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올해 안으로 포항시에서 성매매 집결지 정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다면 그와 동시에 성매매여성에 대한 자활 지원 조례 제정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난해 포항시에서 성매매 집결지와 관련해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 중에 성매매여성들에게 자활에 대한 의지를 물었을 때 ‘자활 지원이 된다면 탈성매매를 하겠다’라는 결과가 있었다. 이로써 조례 제정의 필요성이 이미 증명 되었다.
성매매 시장에 유입되는 여성의 경우에는 학력, 가정형편 등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기 때문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돈 벌기 위해서 성매매를 한다’라는 성매매에 대한 통념을 ‘성매매 여성의 몸을 기반으로 쉽게 돈을 버는 포주나 공간제공자’로 바로 세우는 인식 변화도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매매여성에 대한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것과 동시에 이제는 포항시에서는 성매매 집결지 정비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성매매 집결지 정비에 대한 논의를 지금까지 진행하면서 시의회 안에서나 시와 소통하면서 겪은 과정을 평가한다면.
△의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리고 시의원으로 성매매 집결지 관련해 공론화하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매매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왜곡된 인식들, ‘쉽게 돈 벌기 위해서 성매매한다.’, ‘성매매는 필요악이다’, ‘성매매가 없어지면 성폭력이 증가할 것이다’라는 통념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공자이기도 하고 여성운동가 출신이라 다른 분들과 이해의 스펙트럼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포항시와 의회,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협력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역할을 다 하겠다.
-앞으로 포항시가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협력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는 물론이고 포항시민들이 함께 성매매 집결지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과 검찰, 세무서, 소방서 등 관련 공공기관의 협력도 중요하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