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자 본지에 보도된 한 성매매 여성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대부분 성매매 여성이 그렇듯이, 그녀도 ‘선불금(2000만원)’ 때문에 서울 영등포와 포항 성매매업소에서 지옥같은 22년을 보내야 했다. 선불금은 고율의 이자가 붙기 때문에 한 번 올가미에 묶이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포항시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에는 현재 약 35개의 업소가 영업 중이다. 6·25전쟁 직후 포항역 주변에 형성된 업소들이 오늘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다. 아직도 성매매 집결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공권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포항시는 그동안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위해 노력을 하긴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지난 2021년부터는 민·관이 참여하는 ‘지역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인 집결지 정비 대책을 수립해 왔으며, 올들어서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TF까지 가동시키고 있다. 지난해는 옛 포항역 주변부지를 용도변경해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대구 도원동(자갈마당)의 경우도 대대적인 도시개발 사업을 통해 성매매 집결지를 정비할 수 있었다.
포항시내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공론화시키는데는 포항시의회 김은주 의원(민주당)의 역할이 컸다. 김 의원은 오래전부터 시민들과 함께 ‘성매매집결지 걷기 운동’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다. 포항시 여성가족과는 성매매여성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종사자들의 생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성매매집결지 정비가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대부분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됐지만, 아직 남아있는 곳은 포항을 비롯해 10여 곳 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첨단 산업도시로 변신해가는 포항시내에 아직도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는 것은 도시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앞으로 성매매집결지 정비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이 일대가 쾌적하고 안전한 시민문화공간으로 조성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