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지지 않는 포항의 홍등가 <2>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현장의 실태
지금도 진행형인 포항 성매매 집결지 문제. 그곳의 오늘은 어떠할까? 현재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엔 약 35개 업소와 41명의 성매매 여성이 남아 있다.
옛 포항역(1구역), 속칭 중대(2구역), 우체국 부근(3구역)으로 나눠진 그곳에는 구역별로 많게는 28명, 적게는 12명의 여성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40~50대이며, 70대 여성도 있다. 10~30년 동안, 그러니까 청춘 후 삶의 절반가량을 거기서 보낸 사람이 과반수다. 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10월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업소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30대가 가장 많았다. 10대와 20대도 각각 3명과 7명으로 나타났다. 60대 이후 그곳으로 유입된 여성도 2명이나 됐다. 그들은 왜 성매매를 통해 생활을 이어갈까. 이유는 거의 유사했다. 돈 때문이었다. 가족을 부양하는 여성이 절반 넘는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여성들 중 30%는 자녀를 돌보고 있고, 19%는 부모를 부양하고 있었다.
각 구역마다 12~28명 여성들 집단생활, 대부분 40~50대… 70대도
경제적 이유로 성매매… 여성 30%는 자녀 양육, 부모 부양도 19%
여성들 대부분 자궁근종 등 산부인과 치료 경험, 정신과 질환까지
대다수 ‘선불금’ 명목 빚 올가미 묶여 집결지 못떠나고 매춘 악순환
이들 성매매 여성 중 과반수(55.9%) 이상이 유리방에서 숙식도 함께 해결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빛이 겨우 스며드는 이 유리방들은 거의 불법 개조된 것. 당연 안전은 보장받지도 못하는 먼 나라 얘기였다. 기자가 찾은 유리방 역시 1~3평 크기의 협소한 공간이었고, 벽 끝은 불에 타 갈색으로 변해 씁쓸함을 더했다. 기본적인 소방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작고 열악한 공간은 이들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성매매 여성들은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 이상 일한다고 했다. 1일 평균 성구매자 수는 6명 내외. 화대를 역산하면 이들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적게는 30만 원, 많게는 6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여성들의 손에 남는 수익은 적다. 번 돈을 포주와 50대 50으로 나눠야 하는 탓이다. 심지어 30대 70으로 나누는 여성도 있다. 거기에 유리방 월세 같은 고정 지출이 있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그런 이유로 탈(脫)성매매를 희망하는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건 생계 지원(79.4%)이었다. 주거 지원(14.7%)과 부채 관련 법률 지원(5.9%)을 압도했다.
여성들의 건강 상태 역시 예상대로 역시 좋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와 성관계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병 때문이었다. 고령층인 관계로 내분비내과 질환(고지혈증, 당뇨 등)을 앓는 여성이 2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산부인과 질환(자궁근종 등)을 앓는 여성이 23.5%나 됐다. 설문조사 대상 중 3명을 제외한 모든 여성이 내분비내과와 산부인과 질환 외에도 정신 질환, 치과 질환 등 다양한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병원 방문을 꺼린다. 신분이 노출될까 두려워서다.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를 오래 관리해온 포항여성상담센터 관계자는 “병원 진료 과정에서 혹시 문제가 발생해 경찰에 인계되는 상황 등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아프더라도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며 이런 부분이 이들을 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 성매매 집결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성매매 여성들이 집결지를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빚 때문이다. 빚은 이곳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어깨를 짓누른다.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여성들에게 빌려주는 ‘선불금’이 일단 빚의 시작이다. 다수의 여성들은 돈을 대여할 때 선불금만 갚으면 성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돈을 변제하더라도 업주가 일을 시작할 때 배당 해 준 숙소부터 가구, 생활용품, 의류 등까지 모두 선불금으로 계산해 갚을 것을 요구 한다. 그 때문에 쉽게 빠져 나올 수도 없고 빚 또한 줄어들지 않고 이어질 뿐이다.
올해 6월 포항시 서부시장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두 명의 종업원이 성매매를 강요하는 포주를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발생했다. 포주가 이들에게 3000만 원의 선불금을 갚도록 압박하면서 1년간 원치 않는 성매매를 하도록 했다는 것. 유흥업소 등의 선불금은 이자가 높아 한 번 올가미에 묶이면 빠져 나오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구 포항역 성매매 업소 여성들도 그런 과정을 겪었고, 지금도 허덕이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를 떠나지 못하는 다른 원인으로는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 의지 부족도 있다. 이는 포항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집결지 여성 중 50%가 탈 성매매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나이가 많아 탈 성매매 이후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48.4%로 가장 많았다. ‘생계유지의 어려움’도 35.5%나 됐다. 포항시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탈 성매매 시책에 따라 맞춤형 재활대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의지가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여성단체 사이에서도 갈리는 성매매 관련 의견
성매매를 둘러싼 시각은 여성단체들 사이에서도 극명하게 갈린다. 미국의 급진주의 페미니스트 안드레아 드워킨은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라 주장하면서 성매매 또한 여성을 착취하는 강간문화의 일종이라 비판한다. 그러나 같은 급진주의 페미니즘 내에서도 성매매를 성인들 사이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노동행위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면 노동법에 따라 성매매산업이 법제화되고, 성매매 여성들의 환경이 안전해 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이것은 몇몇 선진국들이 성매매 합법화를 채택하는 근거가 됐다. 독일은 2002년 성매매 법을 제정해 성판매자와 성구매자 간의 계약 관계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 성판매자가 사회보험 등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각에선 성매매 집결지 정비 등 합법화를 통해 음지로 가는 성매매를 양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성매매에 대한 의견은 학자와 여성단체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어,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책 수립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 “자활지원 조례 제정 시급”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성매매 피해자 등 자활지원 조례’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조례가 제정되어야만 자활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예산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 성매매집결지 정비부터 이곳 종사자들의 생계문제 해결 등은 예산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사회공론화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머리를 맞댈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래야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내놓는 틀에 박힌 기존의 자활 기본 안을 넘어선 ‘포항만의 혁신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시 차원의 자활지원센터뿐만 아니라, 포항의 다른 기관들도 성매매 여성을 위한 자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유도하고 포항 소재 기업들이 건전한 사회 만들기 차원에서 기여금 형식으로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성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