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K행정통합은 왜 번번이 멈췄나
편집자주=“대구·경북(TK)이 하나로 합치면 정말 살기 좋아집니까?” 25년 전 ‘경제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제기된 이 질문은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유일한 병기(兵器)로 꼽히는 ‘TK 행정통합’은 왜 번번이 멈춰 서는가. 경북매일신문은 4회에 걸친 기획을 통해 TK통합 논의의 과거 25년과 행정통합의 걸림돌, 해외의 성공·실패 사례, 행정통합을 위한 마지막 퍼즐 등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1.TK행정통합은 왜 번번이 멈췄나
2.이슈가 된 행정통합 당위성과 걸림돌
3.해외 사례에서 본 성패의 교훈
4.성공적 행정 통합을 위한 ‘마지막 퍼즐’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이 또다시 국회 입법 문턱에서 멈춰 섰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거대 광역경제권 구축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정파적 계산과 실무적 난제라는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들자마자 시작된 TK통합 논의가 결정적 순간마다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배경에는 ‘불분명한 통합 효과’와 ‘관(官) 주도 방식’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추진됐던 TK 행정통합 특별법은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7월 1일 출범계획이었던 대구경북 통합특별시도 사실상 무산됐다. 4월 초가 특별법 처리 마감 시한이라고는 하지만 국회 일정상 본회의에 회부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TK통합 논의의 시작은 2000년대 들어 제기된 ‘경제통합’이었다. 산업과 생활권이 겹치는 두 지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자는 취지였다. 이후 메가시티 정책이 부상하며 행정구역 통합으로 확대됐고, 2020년 9월에는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해 로드맵을 제시했다. 당시 공론화위는 대구시를 해체하고 8개 자치구·군만 남기는 ‘특별광역시(오사카 모델)’와 대구시 지위를 유지하되 행정 계층을 조정하는 ‘특별광역도’ 안을 놓고 고심했다. 하지만 2021년 4월 공론화위는 별다른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3년 만에 재점화된 2024년의 추진 과정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제안과 이철우 경북지사의 화답,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가 맞물리며 탄력을 받았다. 중앙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과거와는 달랐지만, 시도민의 의사가 아닌 관이 주도한 ‘톱다운(Top-down)’ 방식이라는 한계가 반복됐다.
통합 효과에 대한 객관적 근거 미비도 장애요소가 됐다. 통합론자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주장하지만 광역시와 경북도의 통합이 가져올 실질적 이득은 불분명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통합 시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 지방의원 수 감소, 공무원 인사체계 변화 등 복잡한 이해관계 충돌도 문제였다.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외 가능성과 청사 위치를 둘러싼 이견도 숙제였다.
정치권의 셈법도 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소였다.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은 지난 1월 “행정통합은 TK가 가장 먼저 깃발을 들고 시작했는데 정작 밥상은 남들이 먼저 받게 생겼다”며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도 “정부가 득표에 유리한 지역을 우선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주도권 확보를 강조했다. 반면 홍석준 전 의원은 정부의 재정 인센티브 제시를 두고 “사실상 포퓰리즘”이라며 “인구와 면적이 압도적인 TK를 다른 지역과 동일 기준으로 취급하는 것은 홀대”라고 비판했다. 의원들마다 자신이 처한 정치적 위상에 따라 행정통합에 대한 견해를 달리한 것이다.
국내 기초자치단체 행정통합 선례들은 TK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8년 출범한 통합 여수시는 전국 최초로 시민단체 중심의 ‘아래로부터의 통합’을 이뤄내며 엑스포 개최 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0년 마산·창원·진해는 정부의 자율통합 기조에 맞춰 입법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통합 창원시를 탄생시켰다. 반면 TK지역은 이러한 주민 주도의 숙의 과정보다는 관 주도의 속도전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TK통합 특별법 민주당 안을 발의한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임미애(비례) 의원은 “통합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시작 단계인 만큼, 필요한 보완은 시행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해 나가면 된다”며 “지금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