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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 기획시리즈] 2. 이슈가 된 행정통합 당위성과 걸림돌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6-03-25 18:06 게재일 2026-03-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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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통합, 25년의 공전…험난한 ‘지방자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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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등이 지난 1월 20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여부와 방향 논의를 위한 회의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용선기자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재정과 인구 규모 확대를 통한 ‘생존론’과 경북북부권 소외등을 우려하는 ‘신중론’ 사이에서 거듭 좌절을 겪고 있다. 행정통합이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유일한 해법이라는 당위성과 함께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간 격차심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들어 4년간 20조 원 규모의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우선배정이라는 파격적인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경북 북부권의 불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규모의 경제로 생존”⋯25조 예산과 지방분권의 청사진
행정통합 당위성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규모의 확대’를 통한 자생력 확보와 획기적인 지방분권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구와 경북이 하나로 합쳐지면 인구 약 500만 명, 예산 규모 25조 원에 달하는 거대 광역경제권이 탄생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연구단은 이러한 체급 확대가 지방사무 수행 능력을 증대시켜 국가 사무 이양을 용이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기회있을 때마다 TK지역의 인구 감소와 뒤처지고 있는 지역내 총생산을 언급하며 “대구경북이 이대로면 주저 앉는다”고 강조해왔다. 대구·경북의 인구는 1980년 495만명에서 2026년 2월 기준 485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수도권 인구는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 내 총생산(GRDP)은 대구는 항상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인구, 경제 모든 부분에서 TK지역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재정지원과 자치권 확대 없이는 돌파구가 없다는 게 이 지사의 지론이다. 

이번에 이재명 정부가 통합특별시에 제시한 20조 원 규모(4년간)의 재정 인센티브는 지방 경제가 살아나기 위한 마중물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대구시와 경북도의 주장이다. 4년간 총 20조 원의 특별교부세가 지원되면 로봇, 반도체,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기반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대구시의 가용 재원은 연간 2000억~3000억 원 수준이다. 이 지사는 지난 1월 “통합은 단순한 구역 합치기를 넘어 TK공항 조기 건설 등 지역의 판을 바꿀 대전환의 기회”라고 했었다.

△“입증되지 않은 경쟁력”⋯지역 내 격차 우려
TK행정통합이 한창 추진중일 때 예천읍에 사는 한 주민은 ‘경북·대구 행정통합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을 걸면서, “통합이 되면 대도시인 대구로 의료, 교육 등 모든 것들이 빨려갈 게 뻔하다”며 “통합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SNS 모임 등을 통해 단체 행동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도청 신도시 주민들은 통합이 북부권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찬성론이 메인스트림이긴 하지만, 경북 북부권 주민들의 지역 불균형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인구 밀집도에 따라 행정권과 경제력이 대구로 쏠리는 ‘역류 효과’가 발생할 경우, 안동·예천 등 경북 북부 지역의 도청 신도시는 발전 동력을 잃고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마산·창원·진해 통합 이후 창원 중심의 발전으로 마산 지역이 낙후된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대도시와 농촌이라는 이질적인 특성을 가진 지역을 하나로 묶을 경우, 행정의 방향 설정에 혼란이 생기고 상생보다는 갈등과 반목의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합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구 규모가 커진다고 자치권이 강화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인구 1000만이 넘는 서울과 경기가 타 시도보다 더 큰 자치권을 갖고 있지 않고, 반면 인구 60만의 제주도는 특별자치권을 가지고 있는데 왜 수도권 인구는 계속 늘고 제주도는 쪼그라드느냐는 주장이다. ‘인구수=자치권’ 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대구(41.6%)와 경북(29.8%)의 재정자립도를 합치면 평균 39.1%로 전국 평균(48.6%)보다 낮아져, 오히려 건실했던 대구의 재정마저 부실해지는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통합은 “갈등해소 순기능” vs  “거버넌스 시대의 역행”
TK행정통합이 지역간 갈등을 해소시킨다는 순기능에 대해서도 찬·반 시각이 엇갈린다. 지난 1991년 구미공단 페놀 유출 사건 발생 이후 계속되고 있는 대구 취수원 이전문제를 예로들면, 행정통합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측은 통합이 지역간 갈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지만 갈등의 원인을 줄이거나 갈등이 확산되기 전 조정 협의로 완화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반면,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측은  대구경북이 합친다고 해서 자치단체간 갈등이 해소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오늘날 행정 이론이 계층제적 지배보다 네트워크 중심의 ‘협치(Governance)’를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거대 관료제를 만드는 행정 통합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관련, 국민의힘 경북도당 구자근(구미갑) 위원장은 지난 1월 TK행정통합 특별법을 발의하며 “지방소멸 위기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며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지자체 행정을 합치는 문제가 아니라 자치권, 재정 자율성 강화를 통해 지방 정부가 국가 균형 발전에 앞장서는 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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