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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그 열기 속에서

등록일 2025-07-06 19:23 게재일 2025-07-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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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장미. 

장미축제에 갔다. 장미원 가까이에 가니 차량이 정체되기 시작한다. 비교적 먼 주차장인데도 이미 차가 꽉 차 있다. 한참을 돌다 어찌 주차를 하고 천천히 걸어서 장미원으로 갔다. 임시매표소를 여러 군데 만들어 놓아서 표 끊기가 쉬웠다. 많은 사람들이 각종 부스에서 여러 체험을 하고 있다.

저녁 무렵의 장미원은 낮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장미향이 코에 훅 들어온다. 265종의 장미 삼백만 송이가 피어 있다고 한다. 이 향을 좋아하는 나는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 맡기에 바빴다.

어스름 지는 해를 바탕으로 경호원인 듯 나무들을 주변에 세워두고 한껏 자신을 과시하며 눈길을 끌어당긴다. 가족, 친지, 친구, 연인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이 봄밤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꽃만큼이나 화사한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중앙의 분수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꾸며 놓은 것도 특징이지만 장미원 근처를 둘러 싼 나무들, 연못이 더한 정취를 덧붙인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음악회가 있다 해서 자리를 옮겼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안전 요원들이 배치되어 자칫 일어날 사고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도 인상이 깊었다.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는 서서 구경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붐비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문득 작년의 일이 떠올랐다. 강변을 산책하고 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군악대의 연주 소리에 트로트 노래 소리가 섞여 들린다. 조금 걷다보니 작은 무대에 젊은 학생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관객의 수는 20여 명 남짓. 소박한 작은 축제이다. 옆에서 트로트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악기 소리가 파묻힐 정도이다. 몇 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이름을 내건 축제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악기 소리와 가수의 쨍한 소리가 불협화음을 빚어낸다. 얼른 발길을 돌렸다. 섞인 두 소리는 음악이 아니라 소음에 불과했다. 산책을 급하게 마무리하면서 왜 같은 날 저리 가까운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축제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축제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와 함께 해 왔다. 초기에는 겨울의 어둠과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봄을 기다리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공동체 사람들 간의 유대를 강화시키고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 후 축제는 각 나라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자연환경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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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숙 시조시인

현대에 들어와 우리나라도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국가 위주의 축제는 각 지자체로 넘어갔다. 지자체는 그 지방을 알리는 문화산업으로 인식하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놀이문화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행사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보령의 머드 축제, 화천의 산천어 얼음낚시 축제, 해운대 모래 축제 등은 성공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리면 대부분 시간이 가면서 성공적인 모습을 갖춘다. 그것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가 사는 이곳에도 일 년에 무려 16개의 축제가 있다고 한다. 축제 풍년이다. 비슷한 형태와 주제로 열리는 작은 행사들도 있는 것 같다. 축제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고 함께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좋은 경험의 장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비슷비슷해서 특징도 없고 전문성도 없다면 성공적인 모습으로 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잠깐 시행되다가 스러지는 것이 아닌 전문성을 갖고 지방의 특색을 살린 많은 축제가 나왔으면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무대 위에는 지역의 오케스트라와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하고 있다. 중앙의 유명한 음악가가 아닌 지역의 음악가가 나와 더 좋은 듯하다. 아는 부분에서는 따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너와 내가 함께 해서 봄밤을 즐기는 모습이 따사롭다. 끝까지 앉아 있지 못하고 늦은 시간을 핑계로 일어서는 일행들의 얼굴에 진한 여운이 남아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보낸 것에 대한 행복을 가득 안고 집으로 향한다. 전국에서 가장 큰 장미축제라는 말이 실감난 밤이었다.

/전영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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