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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마음가짐

등록일 2025-07-06 19:13 게재일 2025-07-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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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면…/언스플래쉬 

요즘 자기 전 매일 취침 명상을 하고 있다. 정말 졸리더라도 하루에 한 번은 꼭 하고 자려고 하는 편인데, 오늘도 치열하게 산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순간이자 내일을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다 잡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자기 전에 유독 생각이 많은 걱정거리를 잠시 미뤄두기 위해, 또는 하루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도망친다면 오히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이면을 보게 된다거나 오히려 불쾌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렇게 잠이 들면 어쩐지 다음날 아침까지 피곤해지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나의 정신과 몸 상태에 집중할 수 있는 명상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몸이 뒤척일 때마다 나는 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무한한 어둠의 세계, 나는 두 눈을 감고서 내 방의 넓이를 가늠할 수 있고 동시에 마음 속 깊이 자리한 내면의 깊이까지 가늠해볼 수 있다. 시선을 돌려 이마의 한 가운데에 머무른다거나,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의 사이, 배꼽, 오른쪽 허벅지에 있던 시선의 무게를 왼쪽으로 옮겨가 잠시 머물러 볼 수도 있다. 생각을 몸에 집중하는 동안은 신기하게도 온갖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며 편안함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럴 땐 꼭 7년 전 여름, 더위를 피하려 찾은 경주 불국사가 떠오른다.

 

나는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불자들 사이, 기둥 옆에 몸을 숨겨 가만히 앉아 있었고 시원한 나무 바닥을 손으로 쓸며, 지금 내가 감내하고 있는 마음의 고통에서 조금 물러날 수 있게 도와달라며 한참 빌었다. 그 시간은 마치 전생이나 희미한 꿈결 같았고, 한참을 앉아 있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예약해둔 경주 시내의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그곳에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단 대학생 3명과 퇴사 후 홀로 경주를 찾았단 언니가 있는 6인실 방을 배정받았다. 우리는 주로 그때 각자 가지고 있던 고민들을 나누었고, 앞다투어 그간 숨겨두었던 비밀을 구덩이에 발설하듯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이 지나 아침이 올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마음은 가볍지만 어쩐지 묘한 오래전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그때 나는 무척 방황하던 시기였기에 그때의 힘듦을 눈을 감고 떠올리라고 한다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이 시큰시큰 아릿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 나는 또 다른 걱정과 새로운 불안으로 또다시 잠 못 들고 있다. 

 

이 모든 게 다 잘 지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덜 상처받고, 덜 노력하고, 덜 힘들지 않기 위해 나는 무척 애쓴다. 그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대도, 아니 어쩌면 더 열심히 하려고 할수록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리는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내가 힘을 내어 할 수 있는 것이 명상인 것이다.

 

호흡에 집중하고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결국 스스로 찾은 적막 속에서 평안에 다다르게 된다. 순간을 알아차리고 편히 명상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동시에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생각에 대한 알아차림을 더욱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면 드디어 하루의 스위치를 끌 수 있게 된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도 생각의 조절이 조금 더 유연하고 자유로워지며, 결국 일상에서 크고 작은 선택들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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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내가 내 정신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긴박한 상황이 오더라도 한 발자국 멀리 벗어나 사건으 바라보게 되고, 집에 돌아와선 온전한 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쉼에 집중할수록 오히려 회사에서 내가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는 것들, 하루에 끝내야 하는 일과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이 시간들이 내게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저번주 주말엔 현재 내 마음가짐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여름의 경주로 향하는 기차를 끊었다. 하루 종일 더위에 시달리다 편히 몸을 뉘일 한옥 숙소도 마련해두고, 그곳에서 어떤 것을 먹을지 어떤 길을 걸을지 찾아보며 또다시 시작되는 한 주의 시작을 기다린다. 

 

억지로 편안함을 이끌고 행복에 다가가기보단, 그저 힘을 빼고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에게서 조금씩 노력하며 집중한다면 결국 내가 하려 했던 목표는 이루어지고 결국 편안함과 행복이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여름날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윤여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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