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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자갈마당’ 사례 처럼 포항도 이제 본격 재정비 나서야

김재욱 기자 · 성지영 인턴기자
등록일 2024-08-26 20:25 게재일 2024-08-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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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포항 성매매집결지의 미래
자갈마당이 철거된 후의 대구 중구 도원동 현장 모습. 이곳엔 지금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 돼  입주를 앞두고 있다. 주변도 주거중심지역으로 변모됐다. /대구 중구청 제공
자갈마당이 철거된 후의 대구 중구 도원동 현장 모습. 이곳엔 지금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 돼  입주를 앞두고 있다. 주변도 주거중심지역으로 변모됐다. /대구 중구청 제공

대구에서 110년간 성업했던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자갈마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약 6년이 지났다. 이곳은 현재 원도심 개발사업을 통해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섰다.

이전 성매매 현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성매매집결지가 평범한 주택가로 변화하기 까지는 수많은 시련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반발과 반대 집회,  철거에 이르는 과정 등 시행착오를 겪은 후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현재 이곳은 주거복합단지에 입주가 한창 진행 중이며, 원도심의 개발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정비의 역사를 살펴보고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중대’의 개발 대책을 모색해봤다.

6년 전 시련과 반발, 철거 과정 속

‘최대 2000만원’ 자활지원조례 제정

안정적 정착 유도, 110년만에 폐쇄

주거복합단지 등 원도심개발 계속

포항시, 인근 주상복합건물 인허가

과감한 성매매집결지 폐쇄정책 필요

대구지역 성공적인 사례 분석·파악

포항글로벌 발전 위한 기준 삼아야

△습지 메우려 자갈 깐 것이 지명유래

자갈마당은 1909년 중구 도원동 일대에 설립된 성매매집결지를 말한다.

원래 이곳은 1900년대 초 일본인들이 몰려와 집단 거류지를 형성할 때 공창을 함께 들여온 것이 시초라고 한다.

자갈마당이라 불리게 된 것은 집창촌 여인이 달아나면 잡으려고 자갈을 깔아 소리가 나도록 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또 다른 해석으로 자갈마당을 ‘넓은 마당’이라고도 했다. 저습지대로 쓸모없는 황무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6. 25사변 이후 대구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됐다.

이곳은 대구의 북쪽 관문구실을 한 교통의 중심지가 돼 이 일대 전체가 넓은 장터로 변했다. 그래서 한때는 ‘넓은 마당’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것이다. 특히 이곳은 땔감(주로 소나무 잎)과 구들장을 팔기 위해 인근 시골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비만 오면 땅이 질어 대단히 불편했다. 주민들은 대구읍성을 철거할 때 나온 돌로 비만 오면 질퍽한 습지를 메워서 자갈을 많이 깔아놓게 됐다. 그 후에 사람들은 ‘넓은 마당’ 대신‘자갈마당’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자갈마당은 대구시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인 데다가 집결지에서 300m도 채 안 떨어진 곳에 대구 수창초등학교가 있고 인근의 옛 전매청 자리에 대구역센트럴자이 아파트가 당시 신축 중인 지라 대구시 및 많은 시민들이 폐쇄를 원했다.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였던 옛 자갈마당.  /대구 중구청 제공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였던 옛 자갈마당. /대구 중구청 제공

△성매매 특별법 이후 쇠락의 길 걸어 

자갈마당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성매매방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특별법 제정 이전에는 약 350명이 일할 정도로 규모가 컸으나, 제정 이후에는 100여 명으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2015년부터는 도시철도 3호선 개통과 대규모 아파트 건설로 인해 집결지 주변의 유동인구가 늘면서 ‘자갈마당’의 폐쇄를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쳤고, 이는 집결지 정비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대구시는 도심부적격시설(1만 4000㎡)과 상가 등 1만 9000㎡를 재개발해 주거시설과 공원을 조성하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당시 ‘자갈마당 재개발’에는 민영과 공영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만, 대구시는 ‘민영·공영 병행’이라는 강수를 던지며 사업 추진에 나섰다. 그 결과 2019년 1월 ㈜도원개발이 부지를 매입해 사업 승인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개발에 발을 뗐다.

△폐쇄를 위한 노력

시가 재정비에 착수하자 자갈마당에 위치한 건물주들은 쉽사리 수긍하지 않았다. 저항도 심했다. 하지만 시의 의지는 확고했다. 물러서기보다 각종 제제 수단을 내세워 압박하며 강력한 정비 의지를 내세웠다. 지속적인 대화가 오갔고, 결국 중구 도원동 일대를 민간 주도로 재개발한다는데 합의를 이끌어 냈다. 건물주 80% 이상 매수 동의를 받은 시는 이후 재개발에 속도를 냈고, 성공적으로 일대를 깔끔히 정비했다.

당시 시는 건물주와는 민간개발로 합의를 했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생존권을 내세운 이들이 반발한다면 정비도 쉽지 않지만 해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 뻔해서였다. 예민한 문제이기도 했고 조심스럽기도 한 이 사안에 대해 시는 과감한 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먼저 시는 2016년 자갈마당을 폐쇄하기 위해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는 10개월간 생계유지비 월 100만원, 훈련비 300만원, 주거 이전비 700만원 등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외에 타 기관의 이런저런 지원책도 함께 제시되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순조롭게 관련 일이 추진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조례 제정 이후 2018년까지 57명이 상담을, 27명이 자활 지원을 받았다. 전체 성매매 여성 추정인원 110명 중에서 4분의 1 정도는 시의 지원을 받은 후 현장을 떠났고 5명은 새로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대구 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개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부터 자활 사업을 통해 성매매 여성의 정착을 유도하고 있었는데 시 지원책이 나오니 순순히 그걸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자갈마당 사업장 철거 전에 이미 성매매 여성 이주가 모두 완료된 것에서도 확인된다. 110여년을 버티어 온 자갈마당은 그렇게 해서 2019년 5월 모든 영업을 중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갈마당 철거 모습.
자갈마당 철거 모습.

△자갈마당의 현재 모습

대구시는 이 일대의 대구 도심부적격시설(1만4000㎡)과 상가 등 1만9000㎡를 재개발해 주거시설과 공원 조성을 계획했다. 2019년 6월 4일, 시행사 ㈜도원개발에 의해 자갈마당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1달가량 진행된 철거 현장에는 많은 주민들이 나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당연 찬반 논쟁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호사가들이 한잔 후 내뱉는 입담에 불과했을 뿐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자갈마당 부지에는 현재 주상복합아파트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역사 속 자갈마당은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별개로 이 일대 원도심 개발의 원심력 작용을 하기도 했다. 그간은 그곳이 대구 지역 최고 번화가인 동성로로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며 대구역도 인접해 있어 대구 지역에서도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지로 입지를 평가받았었지만 자갈마당 존재 때문에 일대 개발은 엄두도 못낸 채 있었다. 그러나 자갈마당이 없어지면서 일대는 입지적인 장점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 도시정비사업 등이 잇따랐고 지금은 대구 신흥 주거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포항도 과감한 결단을

포항 성매매 집결지 ‘중대’ 역시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중앙동에 있어 대구 ‘자갈마당’과는 얼추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 문제 처리에 있어선 대구시와 포항시 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구시는 철거 원칙 아래 대책을 수립한 후엔 과감하게 또 속전속결로 이 사안을 정리했다. 반면 포항시는 다소 미지근하다. 현재의 성매매집결지를 그대로 놔두고 3m 길 바로 건너편 구 포항역사에 70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 그것도 5성급 호텔 까지 입주를 내용으로 하는 인허가를 내줬다.

기자는 이번에 포항성매매 집결지를 취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고 호텔이 문을 열면 외국인들이나 관광객들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성매매 실태를 보고 포항을 어떻게 생각할까’ ‘성매매 집결지 건축주는 그렇더라도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은 또 뭔가. ‘왜 다른 곳은 다 정리하는데 포항은 미진할까’ 참으로 난해한 질문들이 수없이 오갔다. 그러나 취재 기간 내내 어디 한군데서라도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성매매집결지는 그 도시의 품격 및 품위와도 연결된다.

여성친화도시 포항, 100만 포항을 기대한다면 이제 포항성매매집결지 정도는 정리할 때가 됐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들 했다. 글로벌 포항을 외치는 이면에는 아직도 60∼70 대 여성이 성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포항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의 자갈마당 사례는 포항에게 좋은 시금석이다.

/김재욱 기자·성지영 인턴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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