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은 지방의회, 이대로 괜찮나<br/> <1>제 밥 그릇 챙기기·정당간 기싸움
◇민의는 소홀한 포항시의회 의원들…입법·정책 감시 뒷전
상당수 포항시의원이 공천과 이권 챙기기에만 눈이 멀어 본연의 업무인 입법 및 민원 해결, 정책 감시기능에 소홀하다는 비판이다.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북매일신문이 지난 14일 포항시의원 33명의 제9대 지방의회 임기 동안 본회의 시정질문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시정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시의원은 전체의 63.6%인 21명에 달했다. 정당별로 보면 현재 국민의힘(이하 국힘)이 24명 중 18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7명 중 2명, 무소속 1명이 여기에 해당됐다. 김은주·전주형 의원이 각 4회로 시정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
국회는 법률을 제·개정하고, 각 지방의회는 이 법률에 근거해 해당 지역에서 시정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 자치법규인 조례를 만든다. 제9대 지방의회 임기가 시작된 2022년 7월부터 현재까지 포항시의회에 접수된 조례 제·개정안 중 시의원들이 발의한 의안은 총 98건이었다. 시의원들은 한 명당 평균 2.97건의 조례안을 발의한 셈이다. 제9대 전반기 임기 동안 조례를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은 7명에 달했다.
현재까지 발표한 5분자유발언은 101건으로 한 명당 평균 3번이었다. 전체 시의원 중 지금까지 단 1번도 5분자유발언을 하지 않은 의원은 모두 4명이다. 김성조 의원이 16번으로 가장 많이 발표했고 이어 김은주 의원 13회, 김영헌 의원 8회, 박칠용 의원 6회 순이었다.
포항시의회 제9대 전반기 조례 발의 총 98건
시의원 33명 중 63.6% 시정질문 한번도 안해
여, 의장단·상임위원장 후보 내정 다수당 주도
야, 임시회 출범식 불참, 기싸움·내부갈등 심화
지방자치법 개정 2년, 의회 인사권 효율성 의문
직원 파견 장·단기 전략 마련 등 민의수렴 기대
30년 넘은 지방의회, 이대로 괜찮은가
(1) 제 밥 그릇 챙기기 급급, 정당 간 기 싸움까지
(2) 해법은 없나…정당공천제 폐지, 교섭단체 조례제정, 지방의회법 제정
(3) 해외 선진사례…영국·일본·미국을 중심으로
◇소속 정당 간 기 싸움·의회 권력 두고 내부갈등 위험수위 넘어
포항시의회 제9대 후반기는‘반쪽짜리’ 원구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에서 자체적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후보를 내정하고 그대로 진행했다.
포항시의회는 지난달 24일 제317회 임시회를 열어 제9대 후반기 원 구성을 완료하고 출범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의원이 임시회 출범식에 불참했다. 국힘 포항남·북당원협의회는 의장단 선거 며칠 전인 6월 28일 포항시산림조합에서 의총을 열어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후보를 미리 내정했다. 포항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국힘 의총이 열리기 하루 전인 27일 성명서를 통해“포항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독점을 시도하는 것은 야권의 목소리를 원천차단하는 다수당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또 포항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김상민 원내대표는 이날“국힘 원내대표 추경호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달성군의회는 개원 이래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부의장도 배출했다”며“중앙당에서 지령이 배포됐다고 하지만 지역 사정에 맞게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포항시의원 33명 중 국힘 소속이 22명(민주당 7명, 무소속 3명, 개혁신당 1명)이어서 다수당의 의견에 따라 내정된 그대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포항시의회는 지난달 31일 제31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조영원 의원, 부위원장에 함정호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문제는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또한 모두 국힘 소속이라는 것. 소수당 소속 의원은 본회의에 앞서 열린 전체 의원 간담회에서 즉각 반발했다.
개혁신당 김성조 의원과 민주당 김상민 의원은“특위에서는 화합이 이뤄질 줄 알았는데 윤특위 위원장과 위원 모두 국힘 의원들로만 구성돼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 의장은“9월 임시회에서 사·보임 등을 통해 재구성할 의사가 있다”고 해명했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2년, 잡음 이어져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가 소속 직원의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 지 올해로 2년이 됐다. 당초 지방의회 전문성 강화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의회의 인사권 독립에 반발한 집행부와 갈등을 빚는가 하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는 등 잡음이 생기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포항시 파견 공무원 인사를 협상의 여지 없이 바꿨다. 포항시의회는 지난 6월 21일 전문위원 3명(5급)의 결원이 발생해 포항시에 파견을 요청했다. 포항시는 3명의 파견 공무원 명단을 확정하고 포항시의회에 보냈다. 또 의회에 파견할 3명의 직렬과 직급에 맞춰 포항시 인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포항시의회는 포항시가 파견하기로 한 경제산업전문위원을 기존 파견 대상 명단에 없었던 공업직 A씨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포항시 확대간부회의 상황을 녹음해 특정 당협에 넘겨줬다는 의혹을 받아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병가를 낸 바 있다. 김일만 의장은 7월 2일 포항시가 A씨를 파견하지 않는다면 다른 2개 위원회 공무원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에 포항시는 내부 인사를 예정일보다 2주 뒤에야 완료할 수 있었다. 이같은 포항시의회의 독불장군식 인사로 공직사회의 인사 질서를 붕괴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후 포항시의회는 지난달 16일 인사권을 발휘, 내부 인사이동을 진행했다. 파견 받지 못한 3명의 인원을 메우기 위해 타 시도에 전출을 요청했다.
현재 의회 인사 시스템으로는 업무 능력이 미흡한 검증되지 않은 직원을 채용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동안은 포항시와 적절한 인사교류로 직원들의 직무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 시에서도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거나 관련 부서에서 어느 정도 근무한 인력을 뽑아서 파견받았다. 현재 구조로서는 의장의 권한으로 임용·승진된 직원에 대한 업무 능력에 따라 의장의 신임도와 인사권 실효성이 인정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은 마땅히 필요하나 지방공무원 내에서 검증받은 직원을 파견받는 현재 방안과 적절히 병행해 장·단기의 전략적 방안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화합·협치’는 먼 나라 이야기
포항시의회는 지난 9대 전반기부터 남·북구 의원들의 신경전에 이어 후반기에는 초·재선 의원들의 불협화음으로 시작됐다. 타 지방의회는 원구성이 마무리 되면 화합과 협치를 강조하는데 비해 포항시의회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의장단은 김일만 의장은 북구, 이재진 부의장은 남구로 각각 한 자리씩 맡았다. 상임위원장은 남구 3명, 북구 2명으로 국힘 자체 의총에서 배정했다. 의원은 국가 또는 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위유지(공천), 선거구 관리를 위한 전략 차원, 주민들의 이익이 복잡다기해 전체를 대표하기 어려운 현실적 사정 등으로 지역구 중심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하더라도 의회는 전체 대표와 선거구 대표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후반기 의장단 구성 과정과 그 후 의장단의 전횡에 다선 의원들이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달 24일 본회의에는 전체 의원 33명 중 19명이, 출범식에는 18명이 출석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7명과 개혁신당 시의원 1명 외에도 여러 국힘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것이다. 같은달 25일 각 위원회별로 진행된 주요 업무보고에서도 4개 위원회 모두 2명 내지 5명까지 위원들이 불참했는데 재선 이상급 위원들이 대거 불참했다.
법률상·형식상으로 시의원 간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 매월 수령하는 의정비도 같다. 하지만 국회의 경우 국회의장단 선임과정과 상임위원장, 원내대표 선임과정 그리고 본회의장 내 좌석 배정에서 다선을 중요한 요소로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포항시의회 한 의원은“경북도의회에서는 상임위원장 후보가 되려면 재선부터 의장단은 3선부터 출마가 가능한 암묵적 룰이 있다”며 “포항시의회에서도 소속 당과 지역구에서 여러 번 선출된 경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