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br/>푸른 동해바다 바라보며 질주<br/>푸짐한 경품행사 참가자 환호<br/>최고령 78세·최연소 1세·외국인<br/>스파이더맨·군복 입고 완주 ‘눈길’
아름다운 영일만 앞바다의 풍경을 무대로 8000여 명의 건각들이 힘찬 레이스를 펼쳤다.
전국 마라톤 동호인들의 축제인 ‘2024 제8회 포항 철강 마라톤(Steel Run!) 대회’가 지난달 31일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원에서 화려하게 개최됐다.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마라톤 동호인 8천여명과 가족, 지역 주민 등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김정재·이상휘 국회의원, 이정우 경북도 메타 AI 과학국장,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대표가 참석해 축하의 인사말을 전했다.
또 박용선, 이칠구, 손희권 경상북도의원, 나주영 포항상공회의소 회장, 전익현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 천시열 포스코 포항제철소장, 이재한 포항시체육회장, 김종익 포항시의회 운영위원장 등 지역 각계 인사들이 건각들과 함께 달리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행사는 남·녀 개인 10㎞(STEEL Run), 남·녀 개인 일반 5㎞(FUN Run), 남·녀 개인 학생부 5㎞(Z-Run)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른 동해 바다를 보며 질주하며 그동안 갈고 닦아온 기량을 선보였다.
남자 개인 10㎞ 부문(STEEL Run)은 박현준씨가 32분36초07의 기록으로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또 여자 개인 10㎞ 부문 우승은 38분12초07로 완주한 정순연씨가 거머쥐었다.
개인 5㎞ 부문 남자는 감진규(16분23초)씨가, 여자는 박교빈(20분47초)씨가 각 1위로 골인했다.
학생 5Km 부문 남자는 정지성(20분05초)군과 여자 조미라(25분42초)양이 이름을 올렸다.
마라톤이 끝나고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기념 메달과 상품 등이 수여됐다.
이후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을 전달하는 행사도 진행해 대회의 풍성함을 더했다.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대표는 환영사에서 “1만여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포항철강 산업발전을 염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지금 이 순간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정열, 용기와 힘이 모여서 포항 철강산업이 세계 속의 중심지로 다시 우뚝 설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활력 있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면서 “대회에 참가한 여러분 모두 힘내라”고 응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대회 이모저모
○…“내년에는 또 다른 코스튬을 입고 참가할 거예요!” 31일 ‘스파이더맨‘복장으로 대회에 참가한 정우남 (32·경주)씨는 선수와 가족 등 1만 명이 모인 마라톤 참여자 중에 단연 돋보였다. 정 씨는 지난해에 ‘캡틴 아메리카’복장을 하고 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분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면서 자신도 꼭 코스튬을 하고 마라톤을 한 번 뛰어 보고 싶었다며 이색 복장 착용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날 다소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코스튬을 입고 10㎞ 마라톤을 완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출발 전에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정 씨가 행사장에 나타나자 참가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며 몰려드는 등 정 씨는 이날 대회 내내 인기남이 됐다.
○…미국에서 온 사업가 더스틴 앨런는 전투복을 입고 참가, 주목을 끌었다. 그는 “포항이란 도시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뛰기에 좋은 곳”이라며 해병대는 포항의 또다른 상징이어서 전투복을 입고 나왔다고 했다. 평소 달리기를 꾸준히 했지만 마라톤은 처음이라는 그는 기록을 세우기보단 완주를 목표로 세우고 참가했다고 했다. 이날 진행된 포항철강마라톤에는 더스틴 앨런을 포함한 다수의 외국인이 참여해 글로벌한 행사가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포항제일교회에서 박영호 담임목사와 김경원 부목사 등 10명의 목사와 신자들이 대회에 참가, 포항철강발전을 염원했다. 첫 출전임에도 이 교회는 단체 부스를 설치, 청년부 등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도 했다. 신자들은 “아름다운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자연을 느끼고 달리기 하는 동안 묵상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과 더 깊은 교감을 할 수 있었다”면서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성도들과 함께 뛰겠다”고 전했다. 포항의 대표적 교회를 이끌고 있는 박영호 담임목사는 “올 초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면서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기도의 한 형태, 또는 신앙 성장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뛰는 운동을 예찬했다. 이날 참가 목사들은 5㎞ 코스를 완주, 신자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철강마라톤 최고령 참가자는 10㎞ 코스를 완주한 한기식(78)씨. 한 씨는 “마라톤을 좋아해서 56년간 꾸준히 대회도 나가고 연습을 틈틈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씨의 마라톤 경력은 예사롭지 않아. 국내외 마라톤 경기부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까지 뛰었을 정도로 마라톤에 진심이다. 한 씨는 마라톤에 대해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운동, 완주 했을 때 뿌듯함이 크다”고 극찬과 애정을 드러냈다. 대회 최연소 참가자는 돌이 채 지나지 않은 11개월 이도율(2023년생) 아이였다. 도율이네 가족은 이날 아빠 이근주(37), 엄마 조아라씨(34), 누나 지율(4)이 등 4식구가 함께 출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윤희정·단정민기자
/김채은수습기자·성지영인턴기자
남자 10㎞ 우승 박현준
“아침 햇살 반짝이는 바다보며 달리니 즐거워”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와서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31일 포항철강마라톤 남자 개인 10㎞에서 32분 36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박현준 씨(41·대구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한 그는 이날 RMC런마클 크루들과 함께 마라톤에 참가했다.
박 씨는 “평소 주 2회 가볍게 러닝을 해왔다”며, “8㎞ 지점에서 맞바람이 불어 힘들었지만,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날씨가 많이 덥지만, 러닝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 뿌듯하다”며, “다들 건강에 유의하시고 즐거운 러닝 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남자 5㎞ 우승 감진규
“3회 연속 우승… 마라톤은 내 삶의 활력소”
“마라톤은 내 삶의 활력소입니다.”
남자 개인 5㎞에서 16분23초 성적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감진규(31·부산)씨는 지난해 포항철강마라톤대회에 이어 3연승을 달성했다.
감씨는 “철강마라톤 1회부터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첫회에 우승하고 2022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1등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그는 “친구들과 취미로 마라톤 대회에 나갔는데, 그게 너무 재밌어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씨는 지난해 본인 기록보다 24초 앞당긴 것에 대해 “스마트 워치를 안 차고 왔다. 2, 3등과 같이 맞춰 가려고 했는데 뛰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기록을 빨리 당긴 것 같다”고 밝혔다.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학생부男 5㎞ 우승 정지성
“두번째 참가해 1위… 막판까지 열심히 뛰어”
“이번 대회가 2번째 마라톤 참가였는데 우승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학생부 5km에서 우승한 동지고 3학년 정지성(19) 군은 뜻밖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솔직히 눈 앞에서 남자 초등학생이 열심히 뛰어 가길래 뒤따라 가게됐는데 들어와보니 1등이라고 하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학교 유도부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면서 내년에는 일반부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유도부 코치선생님께서 대회에 나가 체력테스트를 한 번 해 보라고 해서 참가했는데 뜻밖의 성적까지 냈다며 코치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우승 상금으로 같이 대회에 참가한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는 그는 "영일만 앞 바다를 보며 뛴 포항철강마라톤에서 우승했다는 추억은 나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소중한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여자 10㎞ 우승 정순연
“즐기려고 출전했는데 좋은 결과 얻어”
“즐기려고 왔는데 더워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앞에 뛰는 남자분들 보면서 끝까지 뛰었더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31일 포항철강마라톤 여자 개인 10㎞에서 38.13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정순연 씨(51·대구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30대에 마라톤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는 정순연 씨는 51세의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마라톤을 뛴다.
그녀는 평소 러닝동호회 사람들과 주 3회 짧게는 5㎞ 길게는 10㎞ 러닝하며 체력을 길렀다. 언제가 가장 고비였냐는 질문에 정 씨는 “5㎞가 딱 넘어갈 때 너무 힘들었다. 평소에 연습할 때도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걷지만 말자, 걸으면 여태 뛴걸음들이 다 무너지는 거다”라고 마음을 다 잡았다고 전했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여자 5㎞ 우승 박교빈
“10년 만에 결승 골인… 달리는 모든 순간 좋아”
“10년 만에 결승선을 뚫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2024 포항철강마라톤 여자 개인 5㎞(FUN RUN) 우승자 박교빈(22)씨는 20분 47초를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씨는 중학교까지 체전을 준비할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운동을 잠시 쉬다 올해 포항공과대학을 조기졸업한 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박씨는 “마라톤이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공부와 운동 모두 체력이 중요한 만큼 달리기를 통해 길러둔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학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철강마라톤 FUN RUN 구간에 대해서는 “평지가 많은 데다 구간 통제도 아주 잘 돼 원활하게 경기를 치룰 수 있었다”며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모든 순간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학생부女 5㎞ 우승 조미라
“서울서 포항 방문… 가족들 응원 덕분에 1등 ”
이번 대회 학생부 5km 여자 1등은 12세 조미라(초등학교 6학년) 양이 차지했다.
서울시 구로구에 살고 있다는 조 양은 마라톤 대회 참가는 처음이었는데 가족들 응원으로 1등을 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어릴 때부터 마라톤에 관심이 많았다는 조양은 “우승 상금으로 아빠 엄마에게 맛있는 것을 사드릴 생각”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포항은 이번 대회 때문에 처음 오게됐다는 조 양은 “포항은 바다도 예쁘고 자연 환경이 참 좋다고 생각해요”라며 귀엽게 살짝 웃었다.
조 양을 데리고 온 아버지 조성연 씨는 "포항까지 거리는 좀 멀었지만 막상 대회에 참가하고 보니 가족들 모두 아주 만족했다"면서 특히 바다를 보면서 뛰는 것이 아주 특별했다며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꼭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