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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 이는 달성군, 힘찬 전진 이어간다

민선 8기 대구 달성군의 시작은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깊은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를 품은 넓은 권역에 전국 최연소 단체장 군수와 평균연령 42세의 젊은 인구가 어우러지며 마침내 그 잠재력을 폭넓게 실현하고 있다. 전 공직자의 땀과 노력은 복지에서 산업까지, 교육에서 문화까지 빛나는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민선 8기의 2주년을 지나며, 여전히 안주하지 않고 내실 있는 사업 추진에 몰두하고 있는 달성군의 그동안의 성과와 비전을 살펴본다. △‘최초’, ‘최대’ 수식어 가득한 교육·보육 사업달성군의 지난 2년은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군민에게 꼭 필요한 참신한 교육·보육 사업을 추진한 덕분이다.우선 달성군은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어린이집 영어교사 전담배치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신청한 관내 어린이집 172곳에 주 2∼3회 영어교사를 파견해 놀이와 체험 등을 접목한 영어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과감한 시도도 있었다. 올해 초 달성군 첫 초등 영어 방학캠프를 통해 지역 초등학생 50명이 필리핀 바콜로드로 떠난 것이다. 이는 지자체에서 참가자들의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구시 최초의 해외 어학연수·체험 프로그램이다. 캠프는 올해 여름에도 필리핀에서 진행한다.2024 중등 영어 여름방학캠프 역시 처음으로 이뤄진다. 지역 중학생 30여 명은 다음 달 미국 샌디에이고로 떠난다. 현지 원어민과 함께하는 집중 영어교육은 물론, 명문 사립학교 방문 등 문화체험으로 글로벌 감각까지 키울 수 있도록 한다.초·중등 영어 여름방학캠프 등 교육 사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기관이 달성교육재단이다. 기존 달성장학재단에 교육, 진로진학, 도서관 업무를 더해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곳이다. 교육사업의 전문성을 높여 학군, 대입 등과 관련한 인구 유출을 줄이는 것이 달성군의 청사진이다.또 지역인재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교육발전특구사업도 성과를 냈다. 올해 2월 달성군을 포함한 대구시가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달성형 창의적 체험활동 및 방과후 학교 혁신, 대학·연구기관 등과 연계한 맞춤형 교육체제 구축 등 공교육 혁신을 통한 인재양성 및 정주여건 개선 활동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 교육청, 대학 등이 협력하며 각종 규제 완화와 최대 200억원 예산 혜택도 주어진다.아울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활동으로 진정한 의미의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실현 중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대구시 구·군 최초 365일 24시간제 어린이집이다. 보호자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제도다. 달성군의 넓은 권역을 고려해 총 3곳에서 전면 운영 중이다.이 같은 노력에 답하듯 달성군은 올해 초 전국 82개 군 지자체 중 출생아 수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달성군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3명으로, 출생아 수 1000명 이상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출산·양육 가정에 진짜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읽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임을 상기할 수 있는 기록이다. △1인가구 대책부터 국가유공자 예우까지, 복지사업의 끝없는 발전아이가 자라기 좋은 도시는 곧 가족구성원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사업의 혜택이 아동·청소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달성군은 다양한 연령·계층을 아우르는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의료혜택이다. 지난해 달성군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유가읍 ‘행복한 병원’ 24시간 응급실을 열었다. 현재까지 1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이동건강버스 ‘달성건강빵빵이’는 지역 곳곳을 방문하며 벌써 100건 이상의 순회를 마쳤다.고독사 위험군인 1인 가구의 안전도 생각했다. 상반기 수립한 2024년 달성군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은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이들의 사회적 고립 해소를 과제로 담고 있다.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스마트폰 달성안심서비스앱 무료 배포다. 앱을 설치한 1인가구, 거동불편자 등이 일정 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시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해 미리 등록된 다수의 가족과 지인 등에게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이다.이와 더불어 노년층의 삶의 질도 생각했다. 어르신의 빈곤문제를 덜고 생활에 활력도 줄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달성군은 올해 19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700여 명의 어르신을 위한 지역 맞춤형 노인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보훈대상자 지원 예산은 달성군 역대 최대인 33억3천만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90세 이상 참전유공자 특별명예수당은 지방자치단체 중 달성군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제도로 월 17만원씩 100여 명에게 지급 중이다. 대부분 고령인 참전유공자분들이 더 늦기 전 조금이라도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예우를 강화한다는 취지다.달성군은 올해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지자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애인활동지원 급여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애인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올해 7월부터 전국 8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이 이뤄지며 대구·경북에서는 달성군이 유일하다.△대구 미래먹거리 책임진다,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는 달성최근 달성군에 전해진 기쁜 소식 중 하나가 대구시 기회발전특구 지정이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대규모 지방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사업으로, 입주기업에 세제, 금융, 규제특례 등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 등 19개 기관이 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신청에 나선 대구시의 기회발전특구에는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가 포함돼 있다.달성군은 사업 대상지의 주거, 교육, 문화체육, 공원녹지 인프라 확충과 기반시설(SOC) 지원 계획 등을 수립했다. 특구 입주 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 제공도 계획하고 있다. 달성군의 주거, 녹지 등 인프라와 조세혜택 등이 어우러져 ‘기업 하기 좋은 달성군’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 것이다.이에 앞서 지역 곳곳에 전해진 호재 역시 적지 않았다. 달성군은 지난해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 예타 통과, 모빌리티 모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등 주요 국책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역시 2032년 하빈면에 새롭게 터를 잡는다.달성군은 관련 TF팀을 마련하는 등 행정지원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새롭게 유입될 임직원들을 위해 지역 환경 개선 및 관광산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군민이 함께 만드는 문화콘텐츠,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 달성하다‘대구 최초 법정문화도시’ 달성군의 활약은 눈부시다. 2022년 12월 대구시 최초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된 후 군민이 주인공이 되는 여러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4709명의 시민이 문화활동에 참여해 911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폐허처럼 방치돼 있던 옛 화원우체국은 시민들의 손길 아래 ‘문화우체국’으로 거듭났고, 옛 화원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 가득한 ‘2023 도시문화캠프’가 열렸다. 모두 달성군만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이다. 사업은 국비 포함 최대 200억의 예산을 활용해 2027년까지 이어진다.올해 하반기에도 멋진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야외오페라 ‘사문진- 피아노, 그 첫 번째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사문진 나루터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10월 5일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연자의 대부분은 달성군민을 포함한 대구 시민이다. 이달 공개오디션을 통해 출연자를 선정했으며 남은 기간 다사읍의 연습공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준비한다.지역의 풍경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대구교도소의 하빈면 이전이다. 달성군은 교도소가 빠져나간 화원읍 후적지에 국립근대미술관·뮤지컬콤플렉스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홍준표 대구시장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조성을 건의하는 등 그 계획 역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다만 시설 유치까지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 기간 후적지가 우범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달성군은 옛 교도소 터에 주민을 위한 휴게·편의 공간을 꾸며 이 같은 우려를 덜 예정이다.교도소가 옮겨간 하빈면에는 체육시설 등 주민친화시설이 들어서, 변화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교도소 역시 최신식 첨단 경비 시스템이 적용돼 지역민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했다.최재훈 달성군수는 “민선 8기 2주년을 맞는 현재 달성군에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음을 군민 여러분도 체감하고 계시리라 믿는다”라며 “달성군의 가장 좋은 나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 공직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도 힘찬 전진을 이어가는 지자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4-07-01

“지자체 간 연대와 상생틀 마련으로 지방소멸 위기 대응”

인구 소멸이 심각한 경제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구 감소를 넘어 지방 소멸, 국가 존립의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층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자체들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자치단체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각자도생할 경우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해법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지역의 인구 감소가 지역총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역연대와 상생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지역의 인구 소멸을 막기위한 방안과 지자체간의 상생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알아봤다.- 포항시를 비롯한 경북권 대부분의 도시가 인구소멸의 위기에 놓여 있고 지역경제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이를 위해 위원님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 바 있는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경북권의 경우, 포항에는 없는데 전국으로 놓고 보면 돌아가는 것들이 있다. 포항 철강 산업도 여기는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소재인 제철만 있지만 전국으로 확장하면 자동차도, 선박도 생산한다. 나름대로 국내 자체에서 내수가 돌아가는 게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최소한 자율적인 선순환 경제가 되려면 최소 인구가 1억은 돼야 한다. 그래서 일본이 지금 잃어버린 몇십 년 속에서도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경북 자체는 돌아갈 수 있는데 포항만 놓고 보면 안 돌아가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우리가 남이가”라는 개념을 경북 전체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시·군 지자체장의 입장에서는 “나는 내 것만 보면 된다”고 하지만, 포항과 경주가 서로 합쳤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도 많다. 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포항 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2025년 APEC 개최도시로 경주가 확정됐다.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경북 내 지자체 간 상호 협력이 그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이번 APEC 경주 개최를 계기로 지자체간 상호협력과 연대의 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지난 2010년에는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경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나도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여해 서포트 했었다. 포항의 경우에도 국제 불빛 축제라는 큰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불빛 축제 보러 온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인근 숙박 시설이 깨끗하지도 않고 휴가철에는 가격도 터무니없이 오르는 데다 장기 투숙도 쉽지 않은 탓에 경주 보문단지 힐튼 호텔이나 라한호텔(당시 현대호텔) 등 주변 호텔에 머무는 경우들이 많았다. 다른 지역에서 축제하니까 몸만 가서 축제를 즐기고 결국 다시 경주로 돌아온다. 축제를 여는 포항시 입장에서는 “이거 뭐 내가 돈 들여서 남 좋은 일 시켰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이기주의에 머물일이 아니다. 서로 상생하고 돕는 연대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 APEC 회의를 경주에서 개최할 때 행사 기간 동안 경주 시내만 사람들이 몰려 있게 둘 게 아니라, 포항에 오면 스페이스 워크도 있고 볼거리도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포항공대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동한 방사광가속기와 네 번째로 가동한 차세대선형가속기(XFEL) 등이 있다. APEC정상들은 본적이 없거나 자국의 첨단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견학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APEC관계자나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견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 맞는 말씀이다. 그런 점에서 포항시도 경주시장, 경북도지사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APEC을 경주시 단독으로 치르는 행사로 보지말고 포항은 물론 인근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북 전체를 보면 그냥 1이 아니라고 1.5가 될 수도 있고 2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시·군 지자체 간 연대하고자 하면 융합까진 안 되더라도 서로 피해를 주지는 않지 않겠는가. 그 다음에는 경북에서 큰 행사를 한다고 하면, 포항시가 먼저 도움의 손을 내밀어야만 또 우리가 어려울 때 다른 지자체에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것이다. ‘빨대 효과’라는 것이 있다. 길이 잘 뚫려 있어서 어느 도시와도 협업하면 할수록 포항이 빨아들일 확률이 높지, 포항에 있는 사람들이 청송이나 청도 등으로 유출될 확률은 적다고 본다. 포항이 그래도 경북의 제1도시라고, 자주 얘기가 돼 왔다. 지금처럼 22개 시군이 따로따로 돼 있는 것보다 서로 원활하게 움직이면 인구가 줄어드는 효과를 벗어나 제3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포항과 경주, 포항과 영덕, 포항과 울진 등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이뤄지면 그걸 보러 포항으로 올 수 있다.- 위원님은 ‘지역행복생활권’을 지역발전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박근혜 정부에서 생활권을 같이하는 2개 이상 지자체의 연계사업을 공모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지역행복생활권’을 추진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지자체의 소지역 의식을 허물어 정책의 경직성을 완화시키는 창의적 지역발전정책의 표본으로 꼽는다.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은 시군의 경계를 넘는 주민의 생활영역을 고려해 복수의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주민복리증진 사업이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새뜰마을사업)은 주거여건이 열악하고 안전과 위생이 취약한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 인프라를 확충, 기본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새마을 운동이 그랬듯이 지역위의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역발전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광역의 경계까지 허물고 접근할 수 있는 인접 시·군끼리의 윈-윈(Win-Win) 아이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웃마을끼리 자조정신으로 합작기획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은 전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접근이었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너무 뜬구름 잡는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거꾸로 해석하면, 생활경제권 개념이 포항의 생활 경제권이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 ‘행복생활권’을 포항 지역에 대입시켜 보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나.△예를 들어 경주대는 몰라도 위덕대는 아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서 위덕대를 보는 것과 전국에서 위덕대를 바라보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런데 포항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경계선을 넘어가니까 선을 긋고 어차피 경주 지역의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주시 입장에서는 경주시 행정구역 끝자락이고 도로만 건너면 포항인데다 포항에서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또 신경을 안 쓴다. 그래서 현재 위덕대가 낙동강 오리알처럼 돼 버렸다. 그저 대학 혼자 생존을 위해 엄청 고생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것들도 이제는 어떤 행정적인 지도의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력이 미치는 영향권으로 보고 행정이나 정책, 산업 등을 함께 해야 한다. 경주의 외동이 왜 컸겠는가. 쉽게 얘기하면 외동은 울산 경제권이다. 경주시는 외동에 신경도 안 썼다. 결론적으로는 외동에 현대자동차 부품의 2, 3차 계열사들이 있으니까 현대 자동차가 외동을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까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자금의 경우에는 경주시 지역이 한국은행 포항본부 소관이니 포항에서 다루고 있었다. 경주 외동지역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거래처가 울산 현대자동차의 계열사들과 얽혀있으니까 이왕이면 한국은행 울산본부에서도 이 한국은행 포항본부 관할인 경주 외동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한국은행에서도 이 부분을 조정해 줬다.- 생활경제권의 개념과 범주를 경북 내에서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인구소멸과 다이렉트로 연결이 되는 해결책이 아닐지라도, 인구는 적어도 오히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정책은 우리 지역 사업 저 정책은 다른 지역 사업, 이렇게 나눌 것이 아니라 이번에 포항, 영천, 경주로 동남권 호국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듯 경북을 묶은 시공간 융합 사업을 많이 해 나간다고 하면 인구소멸에 따른 문제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앞으로 인구소멸 등과 관련해 지방간 통·폐합이야기는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다. 뜬금없이 지역을 통합할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로는 우선 생활경제권으로 지역 간 교류, 경제적 끈끈한 연결이 이뤄진 지역을 묶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의 선거구 통합도 이러한 개념으로 이뤄지고, 어느 정도 주민들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생각이 들 때 광역시든 무엇이든 통합이 이뤄져야만 무리가 없다고 본다. 행정편의로 통합부터 하고나면 시너지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할 수 없다./정리=이부용 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6-30

대구형 공교육 혁신, 미래 교육 ‘마중물’ 되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10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돼 대한민국 교육의 한 축을 맡았고, 대구시와 9개 시군이 함께 참여하는 대구교육발전특구 사업을 유치해 3년 동안 연 200억원의 국비를 확보함으로써 공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대구교육청이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한 IB프로그램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 최근 폐막한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 34개를 포함해 100개의 메달을 따 역대 최고의 성적도 거뒀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교육 공동체가 대구교육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대구시교육청의 주요 정책과 계획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 IB프로그램 전국 확산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인 IBO(Internatio 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며, 개념기반 탐구학습 활동을 통해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 교육 체제다. 대구교육청이 지난 2018년 전격적으로 IB의 한국어화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올해 현재 전국의 11곳 시도교육청 300여 개 이상의 학교에서 IB 프로그램을 연구·실천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 비용과 적용상의 이견 등으로 인해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관련 교원연수를 집중적으로 시작했다. 또, 그동안 국제학교 등에서만 인재 양성을 위해 영어로 운영되던 IB 프로그램을 한국어화(DLDP) 함으로써 소수 학생뿐만 아니라 공교육권에 있는 일반 학생도 IB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해 전체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미래를 선도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최근에는 국가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 또한 IB 프로그램의 철학과 방향과 유사하게 개편해 IB 프로그램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뜨겁다. 교육계 여론 또한 IB 프로그램이 자신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 상황에 적용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학습력과 문제해결력을 갖추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교육 혁신 정책 중 가장 효과적으로 학교 교육을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큰 성과는 대구지역 IB 학교의 탄생이다.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학교 정책, 교사 역량, 학교 문화, 교육과정 체계 등을 갖춘 최고 수준의 학교가 IB 월드스쿨이다.전국 공교육권 31곳의 IB 월드스쿨 중 대구지역의 학교가 초 9곳, 중 11곳, 고 5곳 등 25곳으로 전국 IB 월드스쿨의 약 87%가 대구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만, 대학 입시와 관련한 IB 교육 프로그램 해결 과제가 남아있다. 국가가 인정하는 국제공인 교육과정 중의 하나인 IB프로그램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대학 진학을 위한 여러 경로와 기회가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하지 않아도 되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만 대학에 지원 가능하다. 현재 대입 제도의 여건과 환경은 이웃나라 일본처럼 IB DP 이수자를 위한 특별 전형 등도 운영되고 있지 않다.이에 대해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우리가 IB를 도입·운영하는 이유도 고교 단계에서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분석하는 수업과 평가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머지않아 깊이 있는 사고와 상당한 학습력을 갖춘 학생들을 원하는 대학과 대입 제도가 합의점을 찾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현재 다수의 국내 대학에서도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어 앞으로 대학 진학의 통로도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 전국소년체육대회 대구 학생들 성과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대구교육청선수단은 금 34개, 은 24개, 동 42개, 합계 10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 기록은 6곳 광역시 중 1위고, 지난 2004년(금메달 37개)이후 2번째로 많은 숫자다. 808명의 학생선수가 35개 종목에 참가해 28개 종목에서 골고루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더욱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특히 육상 여중부 100m 허들은 23년 만에 여중부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고, 사격(공기권총) 남중부 개인전에서는 대회신기록을 수립했다.이러한 성과에는 ‘다:體로운 365 프로젝트’란 대구시교육청의 학교체육 활성화 사업이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종목, 다양한 시기,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학교별 특색에 맞게 아침 0교시 체육 활동, 틈새 시간을 이용한 자율체육활동 등 학교단위 자율체육활동 활성화 사업이다. △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 선정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교육발전특구 정책이 발표됐고, 대구지역이 1차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와 교육청, 대학, 지역 산업계 등이 협력을 통해 지역의 교육혁신과 인재 양성을 견인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하겠다는 현 정부 지방정책이다. 이번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대구형 공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정주 여건 조성에 꼭 필요한 정책이다.대구시교육청은 지자체와 대학, 지역기업체 등과 협의를 거쳐 교육발전특구 추진 방향에 맞도록 6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했다. 특히 국제인증(IB) 교육특구를 제안함으로써 다른 시도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 확대 △교원 선발, 양성, 전보 시 교육청 권한 확대 △대학의 학생 선발권 자율적 확대 등이다. 유보통합, 늘봄학교, 협약형 특성화고교, 자공고 2.0 운영 등 종합적인 내용도 포함했다. △ 제10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선출2008년부터 9명의 회장이 역임했지만,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강 교육감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지난 2018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교육 정책을 펼쳤고 교사, 기업인, 국회의원, 장관을 역임하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교육현장과 정부,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의 결과다. 특히 6년 전 대구시교육청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의 성공적 안착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해 우리나라 공교육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반영됐다.최근 교육계는 저출생, 학령인구감소, 국가재정의 위기에 따라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많다. 늘봄학교 전면시행, 유보통합, 2022 개정 교육과정 현장 안착 지원과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대입제도 개편에 따른 학교현장의 바뀐 정책의 안착, 교권보호, 학생심리 안정, 기초학력 향상, 지역 계층간 교육 불균형 문제 등 시도교육감들과 교육부가 지혜를 모아 함께 풀어가야 할 난제들이다.강은희 교육감은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17개 시도교육감의 의견을 수렴, 성숙한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겠다”며 “특히 미래세대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했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24-06-26

700년 세월 ‘할배나무’ 다섯 가지 하늘 향해 뻗어가다

옛날 마을에 큰 홍수가 났는데 수형이 반듯한 어린 느티나무 한 그루가 떠내려 오는 것을 이 마을에 이주해 살고 있던 안동 권씨 입향조가 목격했다. 신기하게 여겨 어린 느티나무를 어렵게 건져 자기 집 방안에 두었다. 흙도 없고 물도 주지 않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죽지 않고 살아있기에 집안 좁은 뜰에 심었다. 나무가 점점 자라 집안에 둘 수 없어 좋은 날을 받아 마을 입구 개울가에다 옮겨 심었다.자식이 없던 안동 권씨는 마치 친자식처럼 나무를 돌보았다. 이런 정성 탓인지 나무는 쑥쑥 자라 우람한 모습이 될 때쯤 권씨는 병으로 죽게 되었다. 죽을 때 권씨는 느티나무를 가리키며 “내가 죽거든 저 나무를 나로 알고 술 한 잔 권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무덤 자리를 정한 풍수지리가 ‘무자천손(無子天孫)’터라고 말하고 떠났다.어떻게 슬하에 자식을 두지 못하고 외롭게 죽어 간 권씨의 자손이 천대를 잇는다는 말인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하면서 지관의 말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까맣게 잊어버렸다.권씨가 심은 느티나무는 우람하게 커 갈수록 다섯 가지가 동, 서, 남, 북, 중앙 다섯 방향을 상징하듯이 단정하게 자랐고, 권씨의 유언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할배 나무’라 부르며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이때부터 할배 나무는 절 받는 당산목이 되었고, 권씨를 마을 입향조로 모시게 되었다. 아들이 없어 후손은 끊어졌지만, 자손이 없는 권씨의 분신으로 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날 제수를 장만해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있다.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할배 나무는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손자·손녀를 자청한 사람들의 정성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나라에서 풍년 농사를 위하여 저수지를 만든다고 했다. 할배 나무를 그대로 저수지에 수장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사 비용으로 4억 원이 넘는 돈을 감당할 수도 없거니와 7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자리에서 살아온 할배 나무가 다른 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행히도 포항 노거수회에서 손자·손녀를 자처해 150m 남쪽 산기슭, 포항시 신광면 마북리 70번지로 나이 740살, 키 20m, 가슴 둘레 6.8m인 할배 나무를 이사시켰다.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미담으로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칠월칠석에는 노거수회에서 회원들이 막걸리를 대접하고 천수를 다하기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세월은 쉼 없이 흐르고,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가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식으로 대를 이어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부자지간 또는 조손간에 유산을 볼모로 효도 계약서를 쓰기도 하고, 계약 위반을 이유로 무효 소송까지 벌이는 슬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깜냥도 안 되는 자식에게까지 지위와 부를 넘겨주려고 하다 불법, 특혜 의혹에 휘말려 패가망신을 당하고 있는 높은 양반이나 부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자천손 할배 나무를 본보기로 이제는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가 이어지고 남는 것은 자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심은 나무가 천 년을 가고 우리가 쌓은 탑이 천 대를 이어간다. 보이지 않는 ‘화향 천리 품향 만리’라 하였으니, 우리의 미풍양속이 만대를 잇는다. ‘무자천손 노거수 설화’에서 나무 생명의 귀중함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노거수는 전통 마을 공동체 문화의 독특한 산물로서 ‘전통 마을 나무’다. 세계화와 첨단과학 시대라 하여 이를 미신이나 원시 토속신앙으로 폄하하는 것은 특색 있는 문화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화의 경쟁 속에서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노거수는 분명 독특한 우리의 생명 문화이다. 노거수는 보존 가치가 있는 민속 문화유산이며, 전통 마을 나무로서 민속 생태학적 국민 교육과 녹색 갈증을 풀어줄 중요한 국가 자연자산이다.무자천손 느티나무 설화에서 나무 생명의 귀중함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문학인들이 먼저 옛 노거수 설화에다 오늘날 새로운 문학과 예술의 아름다운 옷을 입혀보면 어떨까? 사단법인 노거수회는…설립연도는 1992년. 이삼우 원장(기청산 식물원)이 노거수를 중요한 자연자산이자 문화유산으로 인식해 시민사회운동으로 경북 포항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했다.설립 목적은 산림환경 전반에 관한 조사연구와 향토 순례를 통해 노거수. 희귀수목 및 보전 가치가 높은 숲에 대한 보호 운동을 전개하고 출판 및 홍보를 함으로써 산림환경 보전과 향토 사랑 실천운동을 국민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있다.그간 진행한 사업은 ▲산림생태 탐사, 향토 순례 및 기행 ▲노거수. 희귀수목 및 보전 가치가 높은 숲에 대한 보호와 복원, 연구 활동 ▲산림문화의 발굴 및 보전과 창달 ▲법인의 사업과 관련한 홍보 및 출판사업 ▲국내외 관련 학회, 업체, 국제기구와의 교류. 협력 및 정보의 교환 ▲기타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업 등이다.주요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노거수 보호, 구명, 조사 활동(399그루) ▲마을 숲 조사(40곳, 마을숲 복원(3곳), 해당화 자생지 복원 ▲포항시 보호수 안전 진단 용역 수행 ▲모감주나무 천연기념물 군락지(371호) 발견 및 지정 ▲내연산 망개나무 군락지 조사 및 국내 최대 개체 보고 등이 있다.가입 자격은 자연 및 노거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가족 단위 활동 역시 권장한다. 임원은 명예회장 이삼우, 회장 이문수, 사무국장 박영규, 회원 강기호 박사(국립세종수목원 본부장) 외 118명이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6-26

일찍 다가온 여름, 가족과 함께 이 영화 어때요?

‘영화팬들의 기억 속에서 불멸할 20세기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 분명한 알폰소 쿠아론(63·멕시코). 그는 영화 ‘이 투 마마(And Your Mother Too)’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산다는 건 파도타기 같은 거야. 겁내지 말고 물결에 몸을 맡겨.”무언가가 되기 위해,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라고 사람들을 위로하는 알폰소 쿠아론.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시원스럽게 ‘파도타기’를 할 수 있는 여름이라고 한다.이른 폭염이 닥친 한국. 덥다고, 아침에 입고 나온 셔츠가 땀에 젖었다고 과하게 스트레스 받지 말자. 어차피 매일 울어도, 매시간 웃어도 생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인 것.일찍 찾아온 여름 밤. 편안한 숙면으로 독자들을 이끌 영화 2편을 아래 ‘피서용 선물’로 소개한다. 짙푸른 바다가 그리운 시절이니 ‘그랑 블루’푸르게 일렁이는 파도와 하얀 거품을 물고 자지러지는 포말, 원색의 비키니가 달리는 해변과 첫사랑의 기억인 양 붉게 멍드는 석양.다장조의 동요 같은 도시의 회색 일상들. 잠시잠깐의 떠남이 그 단조로움을 얼마만한 힘으로 치유할지는 미지수지만, 누구나 바다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싶은 목마른 초여름의 6월 말이다.하지만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기 마련. 햇살 부서지는 낭만의 금빛 해변을 꿈꾸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리운 옛날 영화’ 뤽 베송의 ‘그랑 블루’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차갑고 서늘한 페루와 그리스의 바다 풍광을 배경으로 ‘인간이란 끊임없이 외로움과 싸우는 가여운 존재’라는 깨달음을 주는 슬프고, 그 슬픔 때문에 끔찍하게 아름다운 영화이기에 그렇다.자크 마이욜(장 마르바 분)과 엔조 몰리나(장 르노 분)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다. 가난한 그리스의 해변마을에서 누가 깊이 자맥질하는가를 내기하던 철부지들.영화는 그 철부지들의 성장과 좌절, 희망과 소멸을 ‘짙푸른 바다’의 색채와 구원의 여인으로 상정된 조안나(로잔나 아퀘트 분)를 통해 보여준다.36년 전인 1988년. 프랑스 칸 영화제 오프닝 작품으로 상영된 ‘그랑 블루’는 3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하늘만큼 파랗고 광대한 심해(深海)의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이곳이 싫지만, 다른 저곳으로 갈 용기가 없는 인간들의 소심함을 다독이며 위로해왔다.혼자선 외로움을 견딜 용기가 없고, 그 외로움을 나눠 가질 다른 사람을 사랑할 여건과 용기마저도 없는 사람들. 그래서였을까?“내 우주는 바로 당신이에요”라는 로잔나의 고백은 새벽녘 해미 같은 서늘함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적셨다. 영화를 본 늙은 시인은 자신의 젊은 날과 지나온 여름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바다는 내내 푸르렀다”고. 영화 ‘그랑 블루’ 포스터. 눈으로 보는 바다는 단지 아름다울 뿐이다. 파라솔 아래에서 밀어(蜜語)를 속삭이는 연인들, 모래성을 허물며 발가락을 간질이는 파도, 수평선 저편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별빛. 그러나 인간의 삶에 어찌 아름다움만이 있을까.눈이 아닌 가슴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막막함으로 우리 가슴을 막아선다. 맑은 서정시의 소재가 되고 고운 노래의 가사가 되었던 바다.하지만, 그 푸르름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과 슬픔이 녹아있었던가? 세상사의 회한(悔恨)이란 인간에게나 바다에게나 마찬가지인 것을 나이를 먹어가며 알게 된다.바다로의 떠남을 꿈꾸었지만, 떠나지 못하고 식은땀 끈적이는 도시에 남은 사람들. 떠난 사람들에게 ‘바다’는 분명 눈과 육체를 즐겁게 해주었을 것이다. 허나, ‘그랑 블루’를 통해 가슴과 영혼에 쌓인 일상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즐거움과 만족감은 영화가 플레이 될 커다란 TV가 방에 있는 우리들 몫이다.영화의 마지막 장면. 자크는 돌고래의 노래 소리만이 적요함을 깨는 심해로 사라진다. 죽으러 갔을 수도 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아름다울 수도 있는 법.라스트 신이 펼쳐지는 동시에 떠오르는 요절시인(夭折詩人) 한 명이 있었으니 박정만(1946~1988)이다. 박 시인은 죽기 며칠 전 딱 2줄짜리 시를 남겼다. 이런 것이다.“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우리도 셔츠를 땀으로 적셔야 하는 지긋지긋한 여름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그곳이 심해건, 우주건, 또한, 피안(彼岸)이건. 무더운 여름밤 색다른 피서가 될 ‘마리 이야기’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은 어떤 힘일까?1871년 프랑스 파리. ‘파리 꼬뮌’을 눈앞에서 지켜본 시인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는 열일곱 나이에 조숙하게도 이런 말을 했다던가.“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난 시대의 한국. 시인 허수경(1964~2018)은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란 제목의 시집을 낸다.그로부터 꽤 긴 시간이 지난 후 애니메이션 감독 이성강은 앞서 언급된 두 사람의 말에 이런 진술을 덧붙인다.“비록 상처와 슬픔으로 가득했을지라도 유년을 추억하는 것은 눈물겨운 아름다움이다.”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를 통해서다. 이미 성장한 관객들에게 ‘마리 이야기’는 추억한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새삼 가르친다. 그러나, ‘마리 이야기’가 더 큰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려는 대상은 상처와 슬픔 속에서 자라난 어른이 아닌, 상처와 슬픔 없이 커가고 있는 ‘오늘의 아이들’이다.괴이한 모습을 한 우주 종족을 싸움 붙여 레이저 광선을 난사하는 컴퓨터 게임도, 커다란 풍선이 천장에 매달려 돌아가고 그 아래에선 물놀이를 하는 놀이공원도 없던 아빠의 어린 시절.‘대체 아빠는 뭘 하고 놀았을까?’라는 궁금증에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아… 이걸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온통 아스팔트 천지인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21세기의 아이들에겐 맨땅에서 막대로 나무 조각을 쳐 날려 보내던 ‘자 치기’도, 하굣길 연탄 화덕에서 설탕을 녹여 만들어먹던 ‘뽑기’도 설명하기가 난감하다.‘가족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마리 이야기’는 이런 곤혹스러움과 마주친 아버지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유년을 추억하는 아릿함’이 있으니까.가난했지만 희망 또한 가득했으며, 겪어야 했던 슬픔만큼 기쁨도 곳곳에 숨어 있던 20세기 아이들의 유년. 아빠가 겪은 그 시절을 함께 겪어보는 동지의식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바람 빠진 축구공을 차고, 구슬치기를 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가난한 아이들의 바닷가 마을. 태풍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 남우는 할머니와 엄마, 고양이 ‘요’와 함께 산다.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포스터. 일찌감치 겪은 죽음의 체험은 남우를 우울하고 말수 적은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곧 도시로 떠나게 될 유일한 친구 준호는 이런 남우가 걱정스럽다. 남우의 엄마를 짝사랑하는 경민 아저씨의 친절과 보살핌도 남우에겐 별다른 위로가 되지 못한다.그러던 어느 날 문방구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구슬을 발견한 남우에게 신비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환상 속의 소녀 ‘마리’와 산처럼 크고 구름처럼 부드러운 강아지 ‘몽’이 나타나 답답하고 짜증나는 현실에서 남우를 해방시키고 꿈의 세계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앞서 랭보와 허수경의 말처럼 크건 작건 슬픔과 상처 없이 성장하는 사람은 이 땅에 없다. 그것은 아버지를 잃고 희망마저 잃은 남우만이 아니다. 궁핍과 결핍의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 세대’에겐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지워지지 않은 생채기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마리 이야기’는 바로 그 상처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이성강 감독의 나지막하지만 따스한 목소리에 다름없다. 전체적인 화면의 주조를 이루는 나른하고 따스한 색감과 실사에 버금가는 배경의 사실성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가난한 희망’과 ‘궁핍 속에서 자라는 꿈’을 키우던 시대로 아버지와 아이들을 여행시킨다. 상처와 슬픔도 성장의 자양분이니까.어려웠던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건 즐거움의 기억만은 아닐 터. 상처와 슬픔의 기억도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모자라고 부족한 것 하나 없이 크는 2024년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모자라고 부족했지만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어린 시절 아빠의 건강한 삶을 ‘마리 이야기’를 통해 일부나마 보여주는 것.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듯하다.오늘 밤엔 에어컨과 거실의 형광등을 꺼보자. 그 어둠 속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마리 이야기’를 본다는 건 색다르고 의미 있는 피서법이 될 것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6-25

“공감대 없는 밀어붙이기는 역효과” 경북 북부권 등 곳곳 우려 목소리

대구·경북 행정통합론이 다시 과열되면서 경북도민 특히 북부권의 안동·영주·문경·예천지역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이들은 5년 전 민선 7기에서 관 주도로 통합을 밀어붙이다가 무산됐는데 8기에서도 똑같은 식으로 시·도지사가 행정절차법에 의한 정책수립과 의회협의와 시·도민공청회 등 그 어떤 합리적 절차 없이 정략적 판단만으로 일단 선포부터 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안동과 예천을 비롯한 경북북부지역 주민들은 통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통합을 반대하는 측은 수도권 견제라는 대의명분 만으로 지방 균형발전에 실속 없는 정략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 같은 행위는 월권이고 위법이라는 의견이다. 행정통합은 헌법과 행정절차법에 따라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을 해야 함에도 그런 절차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이들은 절차적으로 헌법, 특별법, 지방자치법 등의 법·제도부터 제·개정해 효력을 갖추고, 정책수립을 통해 전문기관 자문, 관련부서 협의, 의회 동의, 공청회 토론, 시도민 의견수렴 여론조사 등을 거쳐서 3분의2 이상의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외면한 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 논의는 지방자치 분권을 잘못 이해한 탓이거나 아니면 정략적인 차원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의 추진대로 대구·경북 통합이 이뤄진다면 경북에 속한 기존 시·군은 권한이 대폭 축소돼 소멸 위기를 맞은 일선 시·군은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개발과 효율성 제고로 국가나 광역발전을 이룰지는 몰라도 농촌지역은 서울에 이어서 지방광역수도로도 집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이런 이유로 이들은 이번 통합에 동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나 광역발전의 대의명분이 있더라도 고향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구조개편 차원에서도 광역 통합보다는 생활권의 기초 시·군 통합이 합리적이라고 1992년 지방자치 초기부터 평가됐다고도 한다.안동시의 반대는 더욱 구체적이다. 2008년 경북도청이 안동시로 이전하면서 그동안 낙후됐던 경북북부지역이 도청이전 효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대구·경북의 통합은 이런 기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이를 두고 홍준표 시장은 대구에 본청을 두고 안동과 포항에 청사를 두고 차관급인 부단체장이 관할 지역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에 산하 기관·단체를 안동으로 이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안동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대측은 수도권 1극을 그대로 두고 다원화한다고 농촌지역이 균형발전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경북도의회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경북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홍 시장 주도로 도민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면서 흡수 통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이에 이철우 지사는 “아직 논의가 설익은 단계라 먼저 상의하지 못했지만, 통합안의 윤곽이 나오면 당연히 도의원들과 대화할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최대한 이양 받는 것이 이번 통합의 목적”이라고 말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6-23

지방소멸 해결 묘수찾기 ‘광역 협력’으로 통했다

대구·경북 통합의 첫 신호탄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쏘아올렸다. 홍 시장은 지난 5월 17일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과 함께하는 대구경북 발전결의회’에서 대구경북 통합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 자리에 있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급물살을 탔다.홍 시장은 이날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모임에서 “2006년에 중국 청두시를 방문했다. 그때와 달리 18년 만에 방문한 청두시는 인구 2500만의 도시가 됐다. 거기서 돌아오는 길에 대구와 경북도 통합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며 통합에 착안한 이유를 밝혔다. 그간 홍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구경북신공항, 달빛철도 건설 등 대구·경북 공통 현안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심하는 과정에서 광역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이에 이철우 지사는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정체돼 있고, 저출산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며 “대구와 경북이 통합해야 발전한다고 늘 주장했고, 우리만 통합하는 것이 아닌 광역시가 있는 지역을 다 통합해야 수도권 일극 체제를 막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18일 밤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 경북이 통합해 500만의 대구직할시가 되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가 되면 중복 기능 기관들도 통폐합되고, 행정체계도 단순화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고 주장했다.이런 상황에서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지방행정 체제 개편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5월 20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간부회의에서 “대구·경북 통합이 완료돼 대구직할시가 된다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될 것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서울, 대구의 양대 구도로 지방행정이 전환하게 된다. 이를 위해 기획조정실장을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해 이철우 경북지사가 제시한 로드맵에 따라 2년 뒤 한 사람의 대구직할시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도 같은 날 도청 간부회의에서 행정통합 실현을 위해 대구·경북 태스크포스(TF)와 중앙정부 범부처 TF의 투트랙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지난 6월 4일엔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와 관련 단체장 등이 모여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첫 4자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대구시와 경북도, 정부가 2026년 6월 지방선거 직후인 7월 1일 대구·경북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특별법 제정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이행하기로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이후 대구시는 지난 11일 경북도와의 행정통합을 보다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을 신설했으며 지난 17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홍 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대한민국 양대 경제축을 형성하게 돼 정체된 대한민국 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래된 행정체제를 개편하는 대혁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국내·해외 통합 사례주민 투표과정 없이 추진 ‘마창진’인구감소·재정난 등 난제 수두룩하남·성남·광주 성남권은 수포로美, 40여개 통합 자치단체 운영중日도 100년 걸쳐 7만 여→ 1718개대구·경북의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과거 국내 지방행정 통합과 해외 행정통합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행정구역 자율 통합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마산·창원·진해 이른바 ‘마창진’은 가장 높은 지지율로 2009년 통합 대상으로 확정됐다. 의견 수렴 절차인 주민 투표는 거치지 않았다. 통합과정은 순조로웠지만 통합 후의 상황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다. 창원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사회복지비가 급증하고, 재정 자립도는 하락했으며, 가용예산도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청주, 청원은 무려 네 번의 시도 끝에 2014년 7월 통합시로 출범했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통합사례로 남아 있다. 청원지역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 중심을 둔 상생발전 방안은 5개 분야 39개 항목 75개 세부 사업으로 구성됐다.반면 2009년 하남·성남·광주를 통합하려던 성남권 행정구역 통합시도는 ‘지역 여론을 무시한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수포로 돌아갔다해외 각국에서도 행정을 효율화하고 재정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구역간 통합시도는 꾸준히 시도됐다.미국의 경우 1809년 카운티-시티 통합이 시작된 이후 현재 40여 개의 통합 자치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2001년 1개의 광역 자치단체와 그 안에 있던 기초 자치단체를 통합하면서 기초 자치단체의 지위를 없애고 단층제(광역·기초 자치단체가 합쳐짐)로 개편했다.이외에도 스위스, 뉴질랜드,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행정 도시 통합을 진행해 왔다.일본은 100년에 걸쳐 3번의 대합병(메이지, 쇼와, 헤이세이)을 통해 시·정·촌의 수를 7만여 개에서 1718개로 줄였다. /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6-23

군위, TK 글로벌 신공항 날개 달고 ‘미래 100년’ 힘찬 비상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품에 안은 군위군이 대구·경북 미래 100년을 이끌 ‘글로벌 신공항 관문도시’로 떠오르고 있다.TK신공항이 들어서는 군위군에는 신공항과 연계한 첨단산업단지, 배후 주거단지 및 생활 SOC 구축을 위해 최대 2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신공항 인근지역을 각종 규제를 배제하는 ‘TK신공항프리존’으로 조성해 중남부 신경제권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변모하게 된다. 또한 ‘첨단산업1·2지구’, ‘신 주거지구’와 함께 ‘문화·관광지구’, ‘군부대이전지구(후보지)’가 추진되고, 군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교통망, 미래형 에너지, 정수장, 소각장·매립장, 하·폐수처리장 등 사회기반시설도 들어서게 된다. △첨단산업을 담은 최대 30.7㎢(930만 평) 산업벨트 구축신공항 첨단산업지구는 당초 대구-군위 공동합의문의 공항 배후산업단지 3.3㎢(100만평)를 훌쩍 넘는 파격적인 최대 30.7㎢(930만 평)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동서 산업벨트 형태로 최대 3개 단지를 계획해 반도체, 미래차, UAM, 수소, 친환경소재, 미래 섬유 등 첨단산업과 연구시설 등을 도입해 순차적으로 조성한다.개발주체가 특성에 맞게 추진할 수 있도록 공영, 민간, 원형지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첨단산단에는 반도체, 미래모빌리티 등 미래 첨단산업과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해 미래 신산업의 융복합 기술단지로 특성화된다. 도심항공, 자율주행차 등 수소 기반 모빌리티 생산 가치사슬(제조·기술서비스)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탄소중립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활용한 스마트 전력망 시스템과 기반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첨단 모빌리티 관련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지원, 제조업 파운드리 공급을 통해 공항이 조성되는 시점에 항공물류를 활용한 미래 첨단업종(ABB, 반도체, UAM 등)의 대규모 투자도 기대된다. 또한 첨단산단 내에는 수소 연료전지발전, 지붕형 태양광 뿐만 아니라 680MW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군위군 전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복합단지’가 조성된다. 이를 통해 입주 기업에 값싼 전기를 공급해 기업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고 신공항 시설과 주민 주거 지역에 지역난방을 공급할 예정이다.‘염색산업단지 이전’ 사업은 미래 고부가가치의 ‘첨단섬유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염색 관련산업은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원회수시설을 설치해 신소재,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고기능성 복합섬유소재 클러스터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시는 2027년 보상과 공사를 시작하고 TK신공항이 개항되는 시점에 맞춰 첨단산업단지를 완공할 예정이다. △25만명 규모의 미래형 도시신공항 및 산업단지 종사자 등이 정주하는 에어시티는 신공항 근접지에 12.5㎢(380만평)으로 조성한다. 구도심인 군위읍 일대를 포함해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해 미래 도시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에어시티는 스마트시티, 중수도, 증기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친환경에너지가 공급되고, 신공항을 중심으로 철도, 도로를 비롯한 신교통수단(UAM, 무인자율주행 등)이 도입되는 미래형 도시로 거듭나게 된다.조종사, 승무원 등의 교육·훈련을 위한 ‘종합항공연수시설’도 도입한다. 신공항 경제권 조성을 앞당기기 위해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산·관·학·연의 혁신자원을 집적할 수 있도록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대구 테크노파크 군위캠퍼스’를 조성해 국제 RD 거점을 구축한다. 특히 신공항, 에어시티, 첨단산업단지 일대는 과감한 국내외 기업 유치 및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TK신공항프리존(TKAFZ)’을 조성해 세계적 수준의 신성장 거점으로 만들 예정이다.△군부대 이전과 문화·관광 향유공간 조성시는 2023년 12월 국방부와 민·군상생 군부대 이전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군위군으로 이전지가 결정될 경우, 군위군이 신청한 우보면 일대를 이전부지로 확정하고 군부대 이전 사업들을 조기에 추진한다. 이전지역에는 ‘국군종합병원’을 건립해 지역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산성면, 부계면 일대의 문화·관광지구는 대구시와 구·군 공무원 약 1만 4천 명의 공무원 연수시설을 포함해 골프장 등 레저시설, 호텔, 리조트, 고급 타운하우스, 산림휴양시설 등 복합 휴양관광단지로 개발한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군위군 도시공간개발 종합계획은 군위가 향후 TK 미래 100년을 이끌 명실상부한 글로벌 신공항 도시로 발돋움 하기 위한 것”이라며 “후속 절차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군위군을 중남부 신경제권을 이끌 글로벌 관문도시로 건설하겠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공항도시 차질없는 추진 총력”김진열 군위군수 인터뷰철도·고속도로 사통팔달 교통망공항중심 산업 생태계 조성 필수여객·물류 두 토끼 동시에 잡아중남부 신경제권 중심 도시 도약인구 2만 3000명의 소도시로 지방소멸위기 한 복판에 있는 군위군이 대구경북신공항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힘찬 비상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신공항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김진열 군수를 만나 군위군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일문일답.△군위군이 글로벌 공항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걸맞은 도시공간계획에 대한 군수님 생각은?-그동안 대구시와 군위군은 대구경북신공항의 개항에 대비해 ‘글로벌 에어시티 군위’ 위상에 걸맞은 청사진을 준비해왔다. 대구시의 ‘군위군 도시공간개발 종합계획’은 군위군이 대구 미래 50년의 선봉장이 될 첫걸음이다. 첨단산업단지, 복합휴양단지, 에어시티, 군부대 이전 등 최대 20조원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군위군은 인구가 25만명으로 11배가 늘고, 일자리는 10만개 이상 늘어난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전 행정력을 동원할 것이다.△신공항이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거점관문공항으로 거듭나기위한 핵심 인프라는 어떤 것이 있으며, 진행 상황은?-대구경북신공항이 향후 거점 관문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객’과 ‘물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여객 수요 핵심은 접근성 확보를 위한 ‘교통망 확충’이며,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항 중심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신공항 철도 구축과 중앙고속도로 확장 등 국가 계획 반영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팔공산 관통고속도로, 달빛철도, 신공항철도, 중앙고속도로 확장 등 사통팔달 교통망이 구축돼 중남부 신경제권을 이끌 글로벌 관문도시로 도약하게 된다. 또한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한 첨단산업단지는 약 191만평 규모로 약 1조 2000억원을 투입해 조성된다. 이 첨단단지엔 반도체, 미래모빌리티 등 미래첨단산업과 수소 활용한 미래 신산업 융복합 기술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군부대 이전도 당면 현안 중의 하나인데 유치 전략은?-군부대 이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민 수용성이다. 군위군은 5개 유치 경쟁 시군 중 유일하게 군부대 이전 후보지 주민 16개 단체에서 군부대 유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같은 광역시 안에서 군부대를 이전하므로 인허가 등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하고 후보지 일원을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이미 마련했다.△군위군의 강점을 이용한 관광, 문화 인프라 강화 전략은?-삼국유사테마파크, 인각사 등 삼국유사와 관련한 관광자원과 김수환추기경 생가 및 사랑과 나눔공원, 영화 리틀포레스트 촬영지 등 다양한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해 인근 도시민들의 힐링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대구편입과 신공항 건설,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등으로 관광객의 꾸준한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관광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체류형 관광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마지막으로 군위군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민선8기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지난 2년간 저와 군위군 공직자를 믿고 응원해주신 군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지난 2년간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다. 대구시로 편입된 지난 1년간 군의 크고 작은 변화를 군민들께서도 느끼셨을 것이다. 군위군이 마음껏 날개를 펼칠수 있도록 저를 비롯한 군위군 모든 공직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24-06-23

독립정부 준하는 자치권 부여… 인구 500만 ‘메가시티’ 만든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쏘아올린 통합에 정부가 적극 나서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시·도지사 등 통합의 주체세력은 통합에서 가장 시급한 특별법을 올해내에 마무리짓고 2026년 7월에는 통합시도지사를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이들 양 수장은 통합으로 인해 현재 중앙에 편중돼 있는 절대 권력을 지방으로 완전히 분산시켜 거의 독립정부에 준하는 자치권을 부여받아 소멸하는 지방을 부활시키겠다는 빅 프로젝트로 시도민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하지만 이렇게 되기에는 상당한 험로를 넘어야 한다. 많은 시도민들은 행정통합에 무관심하다. 오래동안 불경기가 이어지는 등 민생이 최악인 상황에 시도지사가 서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통합에 행정력을 집중하는데 대해 불만도 많은게 사실이다.수면위로 떠오른 후 너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통합에 대해 시도지사들이 자신의 개인적 입장과 차기 진로를 고려해 행정통합을 밀어붙이려는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 예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동안 꾸준히 통합을 반대해오다 느닷없이 지난달 갑자기 통합카드를 꺼냈고, 이를 기다리듯 이철우 지사가 덥석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이에대해 지역 일각에서는 통합의 명분을 내세우며 양 시도지사가 차기 자신의 입장을 겨냥한 이슈선점이라는 시각도 갖고 있다.양 시도지사 모두 다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광역단체장 수장으로 차기 대권의 잠룡후보들인 만큼 시도통합으로 뉴스메이커가 돼 몸집을 최대한 불린 후 대권후보로 가거나, 아니면 통합시도지사로 가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2019년 시작돼 그동안 5년여간 수면위로 올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선되면서 중단됐다가 다시 재 점화된 통합의 로드맵은 어떤것인가. □ 통합 방향은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통합하자는 행정구역 개편안이다. 대구 경북의 시도지사 모두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는 합의했다.하지만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광역시가 경상북도를 흡수하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가칭 대구광역시 포항시, 대구광역시 안동시 등 경북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도 없는 흡수방식이다. 경북을 통째로 대구와 합치는 것은 사실상 전례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지자체이다. 홍 시장은 총리실로부터 지휘받는 (가칭)‘대구직할시’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대구시와 경북도간 행정통합 논의는 3단계 행정체제를 유지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했었다.이번에 추진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로 연결되는 기존 3단계 행정체계를 2단계로 대폭 간소화하는 것이다.통합된 ‘대구직할시’는 서울특별시처럼 행정안전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곧바로 총리실의 지휘만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구직할시는 서울에 이어 인구 500만명의 한반도 제2 도시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홍 시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시와 경북도간 통합 논의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대통령은)통합되는 대구직할시의 권한은 미국처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준하는 그런 독립된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홍 시장은 기존 기초자치단체의 자치권에 대해서는 통합 추진 과정에서 논의를 좀 해봐야 할 문제라고 언급하고, 현재 서울시와 서울시내 자치구간 권한 배분 관계 등에 대한 연구를 해야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이에 대해 이철우 지사는 완전한 자치정부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이 지사는 이번 통합의 성격은 단순한 지방간 통합이 아닌 ‘완전한 자치정부’ 모델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중앙정부의 모든 권한을 이양토록 하고 이민, 비자, 환경, 산림, 저출생 정책 등에 대해서도 완전한 지방자치가 가능토록 해야한다는 구상이다.재정문제와 관련해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현재 받는 교부세를 그대로 받고 통합에 따른 플러스 알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합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양 지자체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제일 조건”이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성공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고 지방시대를 활짝 열어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만드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합 절차는통합을 위한 절차는 여론조사와 대구시·경북도 통합특별법 제정이 필수다.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은 주민투표와 의회 의결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있지만 광역자치단체간 통합은 이를 규정한 법률이 없어 주민투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도의회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도의회가 강력히 반대할 경우 진척이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이철우 지사도 도의회 답변에서 “도의회가 강력히 반대하면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전문가들은 두 자치단체의 장이 이견이 없고 중앙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해 진행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문제는 통합특별법 제정이다. 양 시도지사를 비롯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에서 지지한다고 해도 특별법제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아직 국내에서 광역자치단체의 통합전례가 없고, 여소야대가 심각한 현실에서 민주당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통합에 대한 문제점통합논의가 빠르게 급진전하면서 통합 과정에 불가피한 조직 통폐합과 슬림화, 통합 자치단체의 명칭에 대한 상호 이해 등 풀어야할 과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현재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통합 후 탄생할 자치단체의 명칭이다. 홍준표식의 대구직할시 명칭에 대해 경북도민의 반발은 싱상이상이다.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벌써 반대 현수막이 나붙는 등 생각이상의 반대기류가 강한상태다.이철우 지사도 이를 익히 알고 있는 만큼 현재는 통합자체를 성사시키고 대구시나 경북도 등 명칭은 추후 의논하자는 입장이다.통합이 이뤄져 가칭 ‘대구직할시’가 탄생하면 기존 대구 중심으로 발전 계획이 수립돼 경북 외곽지역은 오히려 낙후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대구광역시에서도 상당수 시민들은‘자세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1981년 대구직할시 승격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시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대구시와 경북도간 행정통합은 2019년부터 추진해오다가 2023년 홍준표 대구시장의 취임과 동시에 중단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홍 시장이 지난달 17일 전격 제의하고 이 지사가 화답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의가 급진전하고 있다. 김호진 경북도 기획조정실장“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역사적으로 한 뿌리였던 대구경북의 정체성을 다시 회복하고 완전한 지방시대를 열어 지방소멸과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대적 결단이자 중요한 전환점이다. 인구 500만과 지방재정 50조가 넘는 거대 규모로 통합돼 수도권에 대응한 대한민국 제2의 초광역 행정·경제권으로 도약하고 공동의 통합발전전략을 실행해 국가 발전을 주도적으로 선도하려는 것이다.”행정통합의 실무 총 책임자인 김호진 사진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통합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김 실장은“대구경북 통합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 받고 재정을 보장받으면서 경제와 산업, 지역개발, 주민생활과 복지 등의 지방행정과 교육, 경찰, 소방 등 통합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완전한 분권형 통합자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와 함께 한 4개 기관 통합 간담회에서 이러한 통합방향을 제시했으며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검토 입장을 확인하고 범정부 통합지원단 구성과 활동도 합의했다.“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통합에 대한 시도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과 활발한 연구를 통해 최선의 방안으로 대구경북의 의지와 역량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것이다.”이를 위해 행정통합추진단, 통합자문위원회, 통합연구지원단을 중심으로 한 행정통합 민관합동추진단 체계를 구성하고 통합절차의 적극적인 추진과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활동을 최우선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4-06-23

‘선진대국’ 대구발 혁신 속도

-민선 8기 전반기에 대구 미래 50년 비전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전반기 시정혁신 성과와 후반기 시정운영 계획은.△민선8기 2년 대구가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도록 미래, 산업, 공간 등 전 분야에 걸쳐 100가지 혁신으로 대구를 변화시켜 왔다. TK신공항과 달빛철도로 새로운 하늘길, 철길을 열고, 산업동맹으로 대한민국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의 기틀을 마련했다. 군위군 편입으로 특·광역시 중 전국 최대 면적(1499㎢) 확보, 도심군부대 통합이전, 규제프리존 K-2 후적지 개발을 통해 경제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다. ABB, UAM, 로봇 등 5대 미래 신산업으로 개편하고, 2년 만에 8조5532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제2국가산단 유치 등 산업을 혁신했다.맑은 물 하이웨이 국가주도 추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등 민생 분야에 대해 집중 혁신했다. 기득권 타파와 공공기관 통폐합, 최단기간 청렴도 전국 1위 달성, 민선 출범 최초 2년 연속 지방채 발행없는 예산 편성,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등의 혁신에 대구경북행정통합을 더해 대구혁신 100+1의 틀을 완성했다. 남은 2년은 대한민국이 선진대국시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대구발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TK신공항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신공항특별법 연내 개정과 SPC 구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TK신공항 건설은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을 통해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100년 핵심과제다. 지난해 4월 TK신공항특별법이 제정되고 민간공항 예타 면제, 군 공항 기부대양여 심의 등을 거쳐 군 공항 이전 사업대행자(SPC) 선정 절차를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초과사업비 국가지원 명시, 민간공항 건설 일부를 대구시에 위탁, 지방채 발행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연내 SPC 설립을 위한 LH 등 공공시행자와 SPC 구성 방안 협의와 민간참여자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공능력 20위권 내 10개사 등 47개사의 사업 참여 의향을 확보했다.-최근 지역 이슈인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의미 및 효과와 경북 북부지역의 반대여론 확산 우려에 대한 해결방안은.△대구경북 행정통합은 100년 이상 된 지방행정조직 대혁신의 출발점이자 대한민국 행정체제 대개혁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통합으로 대구경북특별시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되어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 양대 경제축을 형성하게 된다. 경북 북부지역에는 산단 조성, 통합공기업 이전,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더 발전된 지역으로 만들 것이다.-동대구역과 대구 대표도서관에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 추진의 의미는.△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정신, 2·28민주화 운동의 자유정신,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품은 긍지 넘치는 도시다.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5000년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산업화 정신만은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셨는데 대구의 산업구조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ABB산업의 경우 지역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사업 선정, 8000억 원 규모의 SK AI데이터센터 건립 MOU 체결 등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반도체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해 RD 인프라 확충, 기업 유치 등의 성과를 창출해냈다. 모빌리티산업은 모터소부장특화단지 유치, UAM산업 육성 관련 MOU를 각각 체결했고 로봇산업은 국내 유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사업 예타통과 이후 후속절차를 진행 중이다.-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현재 추진 상황은.△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은 환경부가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부 대안(취수량 46만㎥/일+α, 관로신설 L=110㎞, 사업비 1조4200억원)을 마련하고 지역 부단체장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지는 등 의견수렴 중이다. 7월 중에 정부 대안을 확정할 예정이며 필요시 특별법(예타면제 등) 제정과 후속 행정절차인 낙동강물관리위원회 심의를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이곤영기자lgy1964@kbmaeil.com

2024-06-23

수도권 대항 ‘메가시티’ 급선무

-지난 2019년 시작된 행정통합논의가 홍준표시장의 취임으로 중단됐다 최근 되살아났다, 통합에 대한 의견은.△인구가 급격하게 소멸돼가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경북의 경우 상당한 시군이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 지방정부는 할 수 있는게 거의없는 등 모든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한 예로 수해로 인해 사람이 죽고 다치고 엄청난 피해가 나도 국가하천의 경우 경북도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행정통합을 해 지역을 수도권에 대항하는 메가시티로 키우고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가져와 광역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지역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대구나 경북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젊은이들이 수도권에 가면 지방은 공동화가 될 수밖에 없다.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지금까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절대로 사심이 있어서 하는게 아니다. 거대화되는 수도권과 맞서고 지역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덩치를 키우고 지방자치를 실현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경북에서 통합에 대한 반대의견이 심하다. 대구의 경우 경북이라는 말을 아예 하지않는 등 흡수통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대해 경북민들의 상실감이 크다. 특히 북부권을 중심으로 도청이전이 정착도 안된 상황에서 통합은 안된다라는 생각이 강하다.△경북이 사라지면 안된다. 그렇지않아도 많은 시도민들로부터 대구경북통합 명칭을 ‘대구직할시’ 또는 ‘대구광역시’로 한다는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이 많다. 분명히 밝히지만 지금은 통합자체의 성사가 매우 중요하므로 보다 큰 틀을 성사시켜놓은 후 세부 논의과정에서 명칭을 정하면 된다.이 문제로 통합의 근본을 깨뜨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통합명칭, 청사 위치 등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시도민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청사 위치도 현 위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시·도민 공감대 형성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북부권은 현재 도청 청사에 더해 중앙으로부터 이관받은 공공행정기관들을 집적하는 통합 대구경북의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겠다.도의회 협의와 관련, 먼저 상의했으면 더 좋았으나 아직 통합 논의가 설익은 단계로 통합안을 짜서 의원들과 대화하겠다,홍준표 대구시장도 경북 반박을 우려해 ‘대구직할시’나 ‘대구광역시’(명칭을) 고집하지 않고 통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있다.이 문제는 추후 협의과정에서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시도민들이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관건은 미국의 주처럼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 받아 완전한 자치를 이뤄 한나라처럼 운영,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가는 선도적 역할이 되도록 합심, 노력하는 것이다.-행정통합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지금 행정통합을 늦추면 더 이상 통합은 못 한다.더는 시간을 늦추면 굉장히 어렵고 단체장을 새로 뽑은 후에는 서로 양보를 하지 않을 테니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일부에서는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알고 있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거니와 지금을 넘기면 통합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양 시도는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올해 안에 시도의회 동의와 특별법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특히 특별법 국회통과는 쉽지가 않은 만큼 시도와 협력해 지역정치권을 비롯해 국회 등과 활발하게 접촉해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여당의원을 비롯 야당의원과도 긴밀히 접촉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도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 주민투표는 여러사정상 어렵더라도 시도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 만큼 도의원들에 여러사정을 잘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겠다.이를 위해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통합하기 전에 미리 내놓겠다. 경북 북부, 서부, 동부 등 각 지역 발전 방안을 특색있게 만들어 청사진을 보고 도민이 공감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총력을 쏟겠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4-06-23

경주가 마침내 해냈다…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확정

주낙영 경주시장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의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에 성공해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롤모델의 걸작을 만들어 낼 것을 다짐했다.경주시가 지난 2021년 7월 전국 최초로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도전장을 내고 약 3년간 전 시·도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경주유치에 최선을 다했다.그 결과 지난 20일 외교부 산하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에서 경주를 선택했고, 조만간 외교부 준비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사실상 경주로 확정된 것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지만 경주가 유일한 중소도시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불릴 만큼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260만 경북도민의 결연한 의지가 있었기에 두 광역도시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침내 유치에 성공을 했다”면서 “위대한 성과가 있기 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석기 국회의원을 비롯해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소회를 전했다. □ 범시민 유치 노력경주시는 일찌감치 경북도와 함께 범시민추진위와 민간추진위, 도시의회 유치특위 구성 등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APEC 경주유치 공감대를 전국적으로 전파했다.이어 경북지사,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대통령실, 외교부 등 여러 요로로 대정부 유치활동을 전개해 왔다.그리고 싱가포르 APEC 사무국을 찾아 경주 당위성을 피력했고 APEC 유치 기원 경주 벚꽃마라톤 대회와 슈퍼 콘서트, 각종 포럼 및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APEC 유치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특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단순한 회의가 아닌 외교·경제·문화적 역량을 십분 발휘해 국격을 높이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경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도시이자 국가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도시로 신라 천년 역사를 품고 있으며 한반도 최초의 통일문화로서 국제교역과 K-컬처의 출발지이자 불국사·석굴암 등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역사적 품격이 깊어, 세계 정상들에게 진정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곳임을 주장해 왔다.특히 지난해 9월 ‘APEC 경주유치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한 결과 불과 85일 만에 25만 경주인구 보다 약 6배 많은 146만3874명이라는 많은 국민들드리 지지와 성원 보내줬다. 경주가 APEC 정상회의 최적지로 손색이 없고 국민적 공감대가 완성되었음을 대변한 것이다.□ 최적의 입지 조건경주는 유치 3파전을 벌인 인천, 제주 중 유일한 지방중소도시이다. 일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경쟁 도시들과 비교 우위를 부각하며 경주 유치의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경주는 APEC 교육장관회의와 세계물포럼, G20 재무장관회의,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 다양한 국제행사의 성공 개최 노하우가 풍부하다.특히 6월 국제컨벤션협회(ICCA) 발표 전국 기초단체 중 국제회의를 가장 많이 개최한 도시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APEC의 포용적 성장과 지방화 시대 지방균형발전 가치 실현의 최적모델 역시 경주다. 그간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2012),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 역사와 문화가 있는 세계 중소도시들의 성공 개최 사례를 보면 경주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경주는 정상 경호와 안전에 최적 요새다.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 전시장 등이 3분 이내 모든 인프라가 집적되어 있어 회의진행 및 정상경호의 최적이다.또 경재 후보도시와 달리 바다와 접해있지 않고 보문관광단지 전체 1200만㎡를 민간인출입통제구역으로 설정, 시민 불편 없이 완벽한 경호가 가능하다.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될 때 한미정상회담은 보문관광단지에서 열렸음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숙박시설도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경주화백컨벤션센터 회의장 주변 3㎞ 이내에 5성급 호텔을 비롯해 45~250평 규모의 초특급 스위트룸 187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황룡원(43실)와 교원드림센터(104실), 온협경주연수원(235실), 소노벨경주(417실), 한화콘도(395실), 켄싱턴리조트(555실) 등 럭셔리한 연수시설과 초특급 리조트가 103개소가 있다. 4463실의 정부대표단 수요대비 157%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반경 10km 이내에는 1333개소 1만3265실을 확보하고 있어 경제대표와 미디어 관계자, 행사요원 등의 수요대비 280% 객실 확보하고 있다.또한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시 소요된 회의장 및 기능실 사용면적 2만6185㎡와 비교해 2만8199㎡의 충분한 회의공간을 갖추고 있다.50분대의 김해국제공항과 대구국제공항, 포항경주공항, 울산공항 4곳을 활용할 수 있고 이 중 울산공항을 제외한 3개가 민간·군사공항이다. 이는 기상악화나 일정변경 등 상황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고 혼잡한 민간공항에 비해 통제와 관리가 용이해 비용적 이점이 크고 무엇보다 국빈 의전과 경호 측면에서도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최근 포항경주공항 국제선 부정기편 취항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해 경주 최단거리 공항에서 국제선 운항도 기대되고 있으며, KTX·SRT 등 완벽한 교통망도 빼놓을 수 없다. 주낙영 경주시장 □ APEC 경제 효과경주는 영남권 산업벨트의 중심허브 도시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구어 낸 성장축의 중심에 있어 대한민국 경제발전상을 공유할 수 있는 최적지다.경주의 한수원·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와 포항(포스텍, 이차전지), 울산(완성차, 조선), 구미(반도체), 안동(바이오) 등으로 이어지는 산업 대동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APEC이 개최될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 최절정기로 세계 정상과 영부인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과 월지, 대릉원 등에서 찍은 사진이 전 세계에 소개되면 세계의 이목이 경주와 대한민국에 집중될 것이다.APEC 유치로 국내외 관광객 증가 등 생산유발효과가 1조8863억, 부가가치유발효과 8852억, 1만4438명의 취업유발효과를 비롯해 국제MICE 관광도시 위상제고 등 경주의 미래 100년 대계를 앞당길 마중물이 될 것이다.경주는 APEC 개최 효과가 국한될 수밖에 없는 광역도시가 아니라 국제회의 인프라와 역량, 발전 가능성을 모두 갖춘 지방도시에 유치해 APEC의 이념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각료회의를 비롯한 200여 관련회의를 대구, 울산, 부산, 경남의 동남권 전체로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지방화시대 국가균형발전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앞으로의 임무는 세밀하고 철저한 준비로 경주의 미래 100년 대계를 앞당기고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롤모델로 승화시키는 걸작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시도민들이 다시 한마을 한뜻으로 뭉쳐 APEC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도록 많은 협조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4-06-23

‘해양생태계 지킴이’ 포항제철소, 건강한 바다 환경 조성 앞장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지역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건강한 바다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포항제철소 직원들로 구성된 ‘클린오션봉사단’과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이 꾸준히 해양 환경 정화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수산자원 증진을 위한 바다숲 조성을 추진하는 등 노력을 쏟고있다. ◇ 바다 수중은 우리가 지킨다, 클린오션봉사단포항제철소 클린오션봉사단은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가진 임직원들이 제철소 인근 해역에 직접 잠수해, 수중 바다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봉사단이다. 2009년 11월 창단돼 포스코 포항지역 직원, 자회사, 사외봉사자로 구성됐다. 이들이 꾸준한 활동을 펼친 결과, 포항 지역 바다에서는 2023년 약 58t(톤)의 해양 오물이 사라졌으며 15년 간 누적 1110t의 해양쓰레기가 수거됐다.클린오션봉사단은 지난 15일 포항 영일만 해역 일대에서 수중 정화 활동을 펼치며, 해양 폐기물로 불편을 겪는 인근 지역 주민들과 청정한 지역 해양 생태계를 위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이날 단원들은 깨끗한 해양 환경을 위해 타이어, 폐플라스틱, 폐어구 등 쓰레기 수거를 했다. 전용 선박을 이용한 대형 해양 폐기물 수거 활동도 병행해 보다 청결한 해양생태계 조정에 앞장섰다. ◇ 해안 둘레길은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올해로 창단 3주년을 맞이한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은 해변에 떠밀려온 표류물과 쓰레기를 수거하는 봉사단이다.지난달 26일 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은 포항 두호동과 환호동 해안가를 방문해 해안 둘레길 환경정화 활동을 펼쳤다. 이날 봉사단은 두호동과 환호동 일대 해안을 청소하면서 주변에 버려져 있던 폐어구와 폐스티로폼 등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며 바다 사랑을 실천했다. 봉사단은 정화 활동과 함께 해양환경 지키기 캠페인 활동을 함께 진행하며, 인근 주민들의 해양생태계 관련 인식 개선에도 앞장섰다.해양환경지킴이봉사단장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강설비부 김영학 과장은 “평일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봉사 단원들이 함께 모여 포항 해안가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포항을 깨끗한 도시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해양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동해안 보존을 위한 포스코의 노력포스코의 노력은 동해안 깊은 바다 속까지 전해지고 있다.지난 4월 포스코는 해수부 등 4개 기관과 함께 바다숲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이 협약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해양생태계 보존 활동 중 하나로, 바닷속 인공어초인 ‘트리톤’을 활용해 바다숲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트리톤은 포스코의 철강 부산물인 ‘슬래그’를 활용해 만든 인공어초로, 해양생태계에 유용한 칼슘과 철 등의 미네랄 함량이 일반 골재보다 높아 해조류의 생장과 광합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실제 포스코는 2020년 5월 울릉도 남양리 해역과 2023년 5월 포항 청진 3리 해역에 트리톤을 활용한 바다숲을 조성하기도 했다.그 중 울릉도 남양리 바다숲은 3년간 해조류 생체량이 조성 초기 40배 이상 증가하고, 해조류의 출현 종수는 초기 10종에서 19종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다채로운 해양 생태 복원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철강슬래그는 트리톤 외에도 시멘트 원료 및 토목 공사용 골재 등 다방면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자원으로, 향후 포스코가 추진하는 ‘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제철소 구현에 앞장한편 2023년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22년까지 34년간 지구온난화 등 기후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이 매년 평균 3.03㎜씩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동해안은 해류의 영향으로 서해나 남해보다 수온 상승과 열팽창 효과가 더 두드러져 평균 해수면 상승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포스코는 해양생태계 보존을 위한 노력과 함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하고,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춘선 클린오션봉사단장클린오션봉사단은 가입자 대상 자격증 취득비와 스쿠버 장비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포항 앞바다를 지키고 싶은 영웅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바닷속에 방치된 해양쓰레기는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선박사고 등의 위험 요소가 되는 만큼 더욱 신경써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나가고 있다. 청정한 해양 환경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클린오션봉사단장인 포스코 포항연구인프라그룹 이춘선(52) 과장과 최근 인터뷰를 가졌다.-‘클린오션 봉사단’에 참여한 계기는.△아이들이 어릴 때 가족이 함께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철새로 보이는 제법 큰 새 여러 마리가 바닷가에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죽은 새 옆에는 생활 쓰레기와 스티로폼 덩어리, 여러 가지 비닐 쓰레기 등이 잔뜩 있었다. 아마도 이 새들은 오염된 물고기를 먹었거나 사람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죽은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철새들이 죽지 않도록 어떻게 도울까 상의 끝에, 우리 가족이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후 관련 봉사 단체를 찾다가 2011년 아내와 함께 ‘클린오션 봉사’ 활동을 시작하고, 아들 둘은 2017년부터 ‘클린오션 봉사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클린오션 봉사활동 참여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빠에게 이끌려서 나올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원해서 토요일 봉사활동을 어디서 하는지, 친구를 데리고 와도 되는지 물어보는 등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 모두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부간 대화도 많아지고, 자식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 가족이 더욱 화목해진 것 같다.-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해양쓰레기 총량으로 보면 우리가 주워서 처리하는 해양쓰레기는 너무나 적다. 우리의 미미한 활동결과 보다 활동을 대외적으로 알림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조금씩 영향을 받아서 바다의 관심을 가지고 바다가 깨끗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희망을 갖고 봉사하는 것이 보람의 시작인 것 같다.- 앞으로의 포부는.△클린오션 봉사활동을 통해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책임의식이 더욱 강해졌고, 해양 환경 정화와 포항 바다 생태계 보호에 작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클린오션 봉사단 활동에 참여하며,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해양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족과 함께 시작한 이 봉사활동이 나에게 큰 의미를 주었듯이, 앞으로도 꾸준히 해양 환경 보호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6-23

포항의 미래는 항만… 북방물류 중심항으로 나아가다

포항항은 경북 동해안의 관문역할을 하는 수출입 무역 전진기지로 산업화 시기 철강제품을 수송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포항항은 삼국유사를 통해 역사전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에 따르면 연오와 세오는 현해탄을 건너 일본국의 왕과 왕비가 된다. 포항항이 신라 초기 부터 해상교류의 중요한 거점이었다고 짐작되는 부분이다. 조선시대 포항은 영일현에 속했는데 1732년(영조 8)에 통양포(通洋浦) 아래에 포항창(浦項倉)을 설치하고 별장(別將)을 파견했다. 포항창에 모인 곡식은 함경도로 진휼할 재료였기에 포항창 주변은 함경도와 경상도를 잇는 동해안 해로의 구심점이 됐다. 1919년경에는 현재의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일대에 접안시설이 축조돼 어업과 해운업이 활성화되면서 근대적인 항만기능을 갖추게 됐다.포항항은 1962년 6월 12일 국제무역항으로 지정 공포돼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된다. 포항항이 실질적인 무역항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포항종합제철소(현 포스코)의 건설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69년 포항신항 부두를 준공하고 철강제품을 수송하면서 포항항은 본격적으로 국제 무역항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대북방 교역에 대비한 환동해권의 국제물류 거점항만으로써 영일만항이 건설되면서 포항항은 재도약 계기를 맞았다. 포항시는 영일만4산업단지에 이차전지기업,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철강부품, 수소연료전지 기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이들 기업과 함께 영일만항은 환동해 관광·물류 중심항으로 뛰어올라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항만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항 물동량 회복 ‘잰걸음’포항항의 부두길이는 1만1915m, 하역 능력은 9133만5000t이며 접안시설은 선박 55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국제무역항이다. 포항구항은 1962년 동빈동에 개항해 9선석을 확보했으며 연안모래나 기름 등의 물류 이동을 돕는다. 포항신항은 1972년도 청림동에 첫 부두가 완공된 이후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포스코와 철강공단을 지원하는 철강산업의 중추항만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재 38선석을 보유하고 있다. 영일만항은 2009년 흥해읍에 개항해 컨테이너부두 4, 일반부두 2, 국제여객부두 1, 관공선부두 1선석 등 8선석을 갖췄다.포항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공장 셧다운과 국경폐쇄, 글로벌물류운송 차질로 영일만항의 물동량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2022년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도 받았다. 2019년 포항항의 컨테이너 185만4633t, 비컨테이너 5901만5798t이던 물동량이 점점 감소해 2022년 81만5999t, 5004만6753t으로 각각 56%, 15%까지 줄었다.포항항 물동량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컨테이너 28만1000t, 비컨테이너 1539만8000t로 빠르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 포항시와 포스코, OCI 등은 지역 수출입기업체의 지역 상생협력 노력의 일환으로 포항항 이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는 영일만산단, 블루벨리산단 내 이차전지 관련 물동량 유치에 나섰다. 이차전지 화주와 선사, 국제물류주선업자인 포워더 연결을 추진 중이다.더불어 대경권 내 자동차 부품 177개 업체들도 대경권 내 대형화물 물동량 발굴, 유치에 나서, 동일 수출지역 화주의 물동량을 수합하고 신규항로 개설에 필요한 물동량을 확보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우드팰릿 물동량 증대를 위해 주 5회 운행되는 영일만항 인입철도를 8월부터 주 10회로 증편 운행함에 따라 물동량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대구·경북 유일의 컨테이너 항만인 영일만항포항 영일만항은 우리나라의 17곳 컨테이너 항만 중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컨테이너 부두를 보유한 동해안 종합 무역항이다. 1992년에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영일만항은 2009년 컨테이너 부두 4선석을 갖춘 항만으로 개항했다. 영일만항은 현재 안벽1000m, 폭600m, 수심12m의 규모로 3만t급 선박 4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다. 영일만항은 총사업비 2조8463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으로, 내년 7월 준공예정인 해경부두에 이어 2030년까지 연안여객부두·연안여객터미널 건설, 항만배후단지 2단계 사업, 항만시설용부지 등 건설이 추진된다.포항시는 항만이용장려금(인센티브) 지원과 홍보를 통해 지역 내 부산항 이용 화주와 포워더의 물동량을 영일만항으로 전환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이 세계 2대 환적 중점 항만임을 감안해 항로부족과 항차수 부족의 문제는 부산항 환적을 통해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또 시는 포스코 물동량 중 소(小)코일(냉연코일, 전기강판, 스테인레스강판)을 컨테이너화로 추진한다. 포스코는 선재 화물을 컨테이너화 해 연간 40만t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영일만항이 환동해권을 순회하는 크루즈 노선의 기항지로서 역할할 수 있도록 노력해 관광산업 활성화는 물론 포항이 국제관광 도시로 도약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포항해수청은 영일만항의 국가 기간산업 지원 및 환동해와 북방 물류·관광 거점항을 목표로 각종 항만 인프라를 늘려가고 있다. 영일만항 내 국제여객터미널 확충과 연계, 기존 포항구항의 연안여객터미널을 영일만항으로 이전하고, 기존 연안여객터미널은 중소형 화물부두로 전환하도록 준비 중이다. 국가어업지도선부두 기능을 도입해 동해권 어업지도 활동 지원과 어업지도선의 안전 운영이 가능한 피항지를 확보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항만 환경개선에도 나서 미세먼지 저감 등 항만대기질 개선을 위한 육상전원공급설비(AMP)를 도입한다. 기후변화 협약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로 온실가스 배출관리를 위한 통계시스템 도입과 선박 배출가스 저감 추진 방안 또한 마련한다.△포항항 발전 과제포항시·포항해수청은 포항항의 물동량을 늘려 지역산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 기능을 전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영일만항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항만배후단지에 단순한 물류창고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 유통업, 수산물 활어보세장 등 다양한 업종을 입주시켜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수입 활수산물 통관에 필요한 활어보세장치장이 없어 대부분 부산항과 동해항을 통해 공급되는 실정이다.영일만항은 앞으로 개발될 항만 인프라와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대구·경북의 관문항으로, 북방물류 중심항으로 한 단계 더 도약이 필요하다. 현재 영일만항 2단계 개발구역 55만9000㎡과 시멘트 부두, 모래 부두, 수리조선 부두가 개발될 예정이나 개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포항항만의 문제가 아니라 포항구항 재개발과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있어 조속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전국의 항만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시설 투자를 하고 있다.경북 유일의 종합항만인 영일만항도 미래 항만물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자생력을 높일 수 있도록 발 빠른 준비와 움직임을 보여야 된다. 이와 더불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발전 가능한 항만개발이 추진돼야 한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에다 포항과 강원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철도가 올해 개통이 예정돼 포항 항만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며 “향후 포항항을 더욱 개발해 환동해권 중심 항만을 넘어 우리나라 대표 항만으로 발돋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4-06-23

“나와 같은 공간서 태어나 현재도 같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

34년, 34세.꿈과 도전의식으로 의기양양했던 10대와 20대를 지나고, 질풍노도와 시행착오의 청년기를 마무리하며 장년으로서의 성숙을 준비해야 할 시기고, 나이다. 이는 조직이나 개별 인간이 크게 다를 바 없다.눈 밝은 옛사람들은 34년, 34세를 이립(而立·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당당하게 선다는 뜻)을 지나 불혹(不惑·세상 잡사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의미)으로 가는 중간 지점이라 봤다.본지가 올해 창간 34년을 맞았다. 장구한 세월이라 할 순 없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앞서 언급처럼 ‘성숙을 준비해야 할 때’인 것이다.포항에 기반을 둔 신문사로서 동갑내기 지역민 중 주목할 만한 사람을 찾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닌, 조직과 사람 사이에도 벤치마킹과 반면교사(反面敎師)가 가능하니까.1990년 6월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공대에서 공부했고, 현재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일하는 오은진(34)씨가 기자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오 교수는 지난해 1970년대부터 연구된 중요한 과학적 과제의 해결 실마리를 제시한 논문으로 학계에서 주목받았고, 교수가 되기 전엔 컴퓨터 이론 분야 우수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리제 마이트너상(Lise Meitner Award)을 한국인 최초로 받은 사람.인간과 사물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제대로 판단하는 현명함을 얻기 위해선 성실과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그 외엔 어떤 게 더 필요할까?이 질문은 34주년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본지와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먼 34세 젊은 학자 모두에게 의미 있고 유용할 듯했다.포항공대 오은진 교수는 바쁜 일정임에도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초여름 햇살이 목덜미를 기분 좋게 간질이던 지난주. 강의를 마친 오 교수를 만났다. 무엇보다 환한 웃음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1990년생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출생일과 출생지는.△1990년 6월 17일에 포항 성모병원에서 태어났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경북매일’과 태어난 달까지 같다.(웃음)-그렇다면 유년시절도 포항에서 보낸 건가.△태어난 직후 부모의 직장을 따라 경기도 안양과 충청남도 천안 등에서 생활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경기도에서 졸업했다.-대학에 입학하며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 셈인데, 포항공대를 선택한 이유는.△어릴 때 수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니, 수학 공부도 열심히 했다. 포항공대에 오기로 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수학이 재밌었고, 그 분야를 더 빨리 더 많이 알아보고 싶어서다. 포항이 ‘내 마음속 고향’이라 고민의 시간도 짧았다. 더불어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했는데, 우리 학교는 타 대학에 비해 조기 졸업생이 많았고, 그들에게 호의적이었다. 입학을 위한 면접을 보러 왔을 땐 조용한 캠퍼스 분위기와 따뜻한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공부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포항공대에서 했다. 학교를 떠나기 싫었던 것인지.△포항공대엔 학사 과정을 마친 후 석·박사 과정을 그대로 여기서 이어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타 대학에 비해 그 비율이 높다고 알고 있다. 학사 과정 공부를 해보니 학교와 포항이란 도시가 썩 마음에 들었다. 굳이 석·박사 과정을 이어갈 다른 학교를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성격이 내향적이라 익숙한 공간이 편하기도 했고. -‘박사 후 과정’(Postdoc)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했다고 들었다. 어떤 곳인가.△독일 여러 곳에 산재한 독립적인 연구소의 집합체라고 보면 된다. 일반과학 전 분야를 다루는 연구기관이다. 2018년 봄부터 1년 6개월쯤 거기 있었다.-당신의 주요 연구 분야가 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컴퓨터공학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그걸 수학적으로 정의하고 풀어내는 일이다. 예를 들면 택시 여러 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중 어떤 택시를 선택해 승차하는 게 사람들에게 가장 유리하고 합리적인지 찾아내는 거다. 좀 더 확장하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연구를 한다고 설명하면 될 듯하다.-과학자(연구자)로 산다는 건 어떤가. 재미는 없을 것 같다.△왜 연구자의 삶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웃음) 풀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그것의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하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그 문제가 풀렸을 때 느끼는 연구자만의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다. 내 경우 다른 일을 하면서는 그런 감정을 맛본 적이 잘 없는데, 연구 과정에선 자주, 그리고 강하게 느낀다.-연구와 강의 외의 시간에 즐기는 취미는 뭔가.△사실 공부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일상생활의 거의 대부분이다. 남자친구와의 가벼운 산책은 언제나 즐겁다. 출장이 잦은 편인데 그걸 여행처럼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바다 보는 걸 좋아하는데 포항에 살고 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 독일에서 공부할 땐 해변이 그리워 스웨덴 스톡홀름(Stockholm)의 차갑고 맑은 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다.-스물아홉 살에 교수가 됐으니 벌써 5년차다. 포항공대 학생들의 특징과 따뜻한 사제 관계를 맺는 노하우는.△다른 대학 학생들을 만난 적이 드물어 비교하긴 조심스럽다. 다만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다. 학문적 열정이 느껴져 그것도 좋아 보인다. 관계 맺기의 노하우라…. 제자들이 힘들어하면 “나도 10년 전엔 너희와 같은 입장이었어”라고 해준다. 이런 말이 ‘너를 이해하려 노력할게’라는 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연구자와 교수로서 세운 장기 계획과 단기 계획은.△짧게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중요하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연구라 잘 마치고 싶다. 최근에 장기간 진행할 연구 과제를 하나 받았다. 이걸 받기 위해 고심하며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거대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아닌 당장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써왔다. 좋은 기회가 왔으니 앞으로의 10년은 보다 큰 문제의 해결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볼 생각이다.-당신이 삶에서 이루고 싶은 건 뭔가.△나는 심오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연구도 지금 당장이 재밌으니까 했고,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한참 후의 일이 되겠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가 쓴 논문은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 내가 사라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 논문을 읽고 길을 찾는데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어떤 연구는 1~2년이 지나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반면, 어떤 논문은 10년이 지나도 읽힌다. 오래 기억될 논문을 쓰고 싶다.-당신과 같은 해, 같은 달 태어난 ‘경북매일’이 창간 34주년을 맞았다. 꽤 긴 시간 알게 모르게 같은 공간 포항에서 지내온 지역 언론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 한마디 부탁한다.△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34년 동안 꾸준히 시민과 함께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하다. 나와 같은 공간에서 태어나 현재까지도 같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포항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이 지역을 잘 몰랐고, 지역사회에 기여한 부분도 거의 없어 부끄럽다. 이에 비해 신문사는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작지 않은 사회적 기여를 한 것 아닌가?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6-23

사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도시 ‘구미’ 만든다

반도체 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유치한 구미시가 첨단산업도시 특성에 맞는 ‘전생애 맞춤 교육체계’구축에 나섰다.그동안 구미 국가산단에는 반도체·방산·이차전지 등 첨단산업과 관련된 소재·부품 기업들이 많이 위치해 있음에도 정작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구미 국가산업단지로의 이전을 기피해 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재 수급 문제였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역 인재들은 지방에 대기업과 같은 좋은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것이고, 대기업은 이러한 수도권 인재 쏠림 현상을 핑계로 지방으로 이전을 회피하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미시는 민선 8기에 들어서며 ‘사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도시’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전생애에 걸친 맞춤 교육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구미시가 만들어가고 있는 교육도시의 모습을 알아본다. □ 지속 가능한 돌봄 제공지난 2월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공모사업에 선정된 구미시는 젊은 도시의 특성에 맞게 아동 중심의 지속 가능한 돌봄 지원을 가장 먼저 강화했다. ‘365 소아 청소년 진료센터’, ‘구미시아픈아이돌봄센터’, ‘신생아 집중치료센터’등의 의료·보건 시스템을 구축한 구미시는 이를 연계한 돌봄 지원을 강화하고, ‘구미24시 마을돌봄터’를 2026년까지 3개소 확대, ‘다함께 돌봄센터’를 13개소로 확대해 수요맞춤형으로 보육 시간 트랙을 다양화하고 있다. 또 돌봄 지원 온라인 시스템 LMS 구축으로 신개념 돌봄 체제를 마련한다. 학교복합시설을 통한 늘봄학교 시설의 단계적 확충, 구미 거점형 돌봄센터 건립 추진을 통해 공백없는 돌봄 서비스 제공, 유보 및 유초 연계 이음 프로그램 운영으로 아동 중심의 지속 가능 돌봄을 실현할 계획이다. 특히, 신도심 학령인구 과밀지역인 산동, 옥계 일원의 돌봄교실이 부족함에 따라 거점형 돌봄센터 ‘구미 늘품뜰’을 2024∼2026년까지 72억원을 투입해 산동초에 3층 규모의 돌봄교실 6개실(150명), 방과후 학교 6개실(200명)을 건립한다. ‘구미 늘품뜰’은 2026년 하반기부터 대상자를 선정해 맞춤형 돌봄 프로그램을 무료 운영하며, 틈새·수시 대상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기업이 참여하는 공교육 혁신공교육 혁신을 위해 고등학교-구미시-대학-산업계 연계를 통한 ‘산학 협약형 자율형 공립고 2.0’을 추진하고, 구미교육의 다양성 강화를 위한 ‘예술·과학 중점 통합 중·고등학교’를 운영한다. 또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한 공교육 지원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중심의 ‘기업공유형 산학연계 교육과정 운영·지원 강화’로 기업 실무형 인재양성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여기에 장학재단을 교육재단으로 재편해 지역 교육자원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역 교육자원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산업 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해 시-교육청-대학-기업체 협력 거버넌스를 통한 구미지역의 실효성 있는 직업교육체계를 구축하고, 반도체·방산 등 구미 특화 전략산업과 연계한 관련분야 전문 연구 인력과 현장 실무인력 집중양성 등을 통해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 시는 교육부 컨설팅을 통해 사업별로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도교육청-구미교육지원청-지역대학 등으로 구성된 구미교육발전특구 지역 협력체를 중심으로 실무협의회, 사업추진단을 구성해 실효성 있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든든한 길잡이… 구미시 진학진로지원센터수도권, 대도시와의 교육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개소한 구미시 진학진로지원센터가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든든한 길잡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도권 입시 전문기관과 연계한 ‘대입 1대 1 맞춤 컨설팅’과 ‘상시 상담’등 무료 입시컨설팅 프로그램은 대입 합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변화된 입시제도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입시 설명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과목 폐지, 고교 내신 평가 5등급제 변경 등 주요 개편안의 내용분석에 따른 전망과 대응 방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수험생의 불안감을 해소했다. 지난 4월에는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및 관리’라는 주제로 경쟁력 있는 학생부 관리 방안에 대한 대입 설명회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지역의 명문 학교 육성과 공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학력 제고 공모, 고교 특성 프로그램, 특성화 학교 지원, 동영상 수능 강의 등 학교별 맞춤형 교육지원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사업 선정구미시는 구미대학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역 소멸 및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부 주관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공모 사업에 지난 4월 최종 선정됐다.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구미시와 구미대는 2년간 국비 36억원, 시비 4억원 등 총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특화 분야인 반도체, 메타버스 마케팅, 도시조경디자인 분야의 인재 양성을 주축으로, 정주 인력 확대를 위한 반도체 생산공정 전문과 과정 등 다양한 직업교육역량 강화사업,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특히, 지역 특화 분야 인력양성을 위해 반도체전자통신공학부는 반도체 8대 생산공정 실습실 환경 구축과 실험 실습 기자재를 구입을 완료했다. 메타버스디지털마케팅과와 도시조경디자인과 역시 메타버스디지털 실습실과 1인 스튜디오, 스마트팜 실습실 환경 구축과 더불어 실습 기자재 구입을 완료했다. 이 3개 학과는 2024년도 모집정원 100% 충원을 달성했다. □ 지역산업기반 인재양성 및 혁신기술개발 지원사업구미시가 시행하는 ‘지역산업기반 인재양성 및 혁신기술개발 지원사업’은 지역 주도로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및 실용화를 지원하고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으로, 지역의 금오공대, 경운대, 구미대, 한국폴리텍대 구미캠퍼스 등 4개 대학이 참여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첨단사업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지자체 권한을 확대한 점에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갈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구미시는 지역 4개 대학을 대상으로 △반도체 및 방산 분야 역량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지원 △지역산업기반 첨단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지원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 및 실용화 지원 △현장기반 실무형 인재양성 등의 사업을 내년 8월까지 총사업비 30억원을 들여 추진한다. 시는 이번 사업추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정주여건 개선, 산업환경 변화 중점 대응 분야(방위산업 및 반도체 산업연구)구성으로 지역 발전 전략의 실효성 확보, 지역 내 혁신기관 간 협력체계 강화 및 기업지원 프로그램 통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DGIST 공학전문대학원 설립구미시가 지역 첨단산업의 도약을 이끌 현장 리더형 공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경상북도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손잡고 금오테크노밸리에 ‘DGIST 공학전문대학원’(DGIST 경북 구미캠퍼스)을 설립한다. 이르면 내년 3월 개원하게 되는 DGIST 공학전문대학원은 학사 학위자 중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가진 20명 내외의 입학생을 선발해 2년제 공학 전문 석사 과정을 운영하며, 코어과목(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로봇·모빌리티, 의료·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수요자 맞춤형 오픈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공학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적 접근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직면하는 고난도 문제를 프로젝트 형식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DGIST 연구원과 교수진이 함께 이론과 실습을 통합한 팀티칭을 추진한다. 구미시는 오는 7월까지 지역기업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통해 반도체, 방산을 필수로 한 전문분야를 설정한다. 지난해 7월 지방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된 구미시는 소재·부품 기술 자립화, 초격차 반도체기업 육성, 글로벌 반도체 시장 초격차 유지 목표 달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DGIST 공학전문대학원 설립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굴지의 기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장호 구미시장은 “반도체와 방산산업 등 구미의 미래신산업 육성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재를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라며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하는 선순환 체계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4-06-23

시민·작품·작가… 제2 미술관 소통 ‘활짝’

올해로 개관 15주년을 맞이한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제2관 건립을 추진하며 문화도시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그동안 포항시립미술관 제1관은 문화도시 포항의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해오며 호평받아왔다.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제2관이 건립되면, 포항은 지역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고 가치를 드높이며 문화 중심도시로 더욱 더 발돋움 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제1관에 이어 또 하나의 문화 상징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경북 최초 공립미술관으로 첫발 …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경북 최초의 공립미술관인 포항시립미술관은 2009년 12월,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을 목표로 개관했다.포항시 북구 환호동 347 환호공원에 세워진 미술관은 ‘철강 산업을 통해 조국 근대화를 견인한 도시’, ‘영일만의 기적’이라는 수식의 도시 포항에서 지역의 상징성과 이슈로 미술관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항문화의 근간인 스틸(steel)을 테마로 미술관 외에도 스틸아트공방, 스틸아트페스티벌 등에 주력하며 지역문화를 견인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스틸아트미술관을 실현해왔다. △제2관, 환호공원 부지 내 242억 투입, 지상 2층 연면적 6125㎡ 규모로 2027년 완공 목표포항시는 포항시립미술관 제2관 건립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현재 포항시립미술관이 위치한 환호공원 부지 내에 건립할 계획이며, 총사업비 242억 원에 지상 2층, 연면적 6125㎡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지난 3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계약을 맺고 기본 설계를 추진 중이며, 2025년 4월 착수할 예정이다.제2관은 환호공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시민의 삶에 녹아들도록 하고자 한다. 세계 유일의 스마트 미술관을 목표로 문화예술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용·복합 커뮤니티 허브 조성 및 다양한 문화·여가 활동이 이뤄지는 이용자 중심의 스틸 스마트 뮤지엄을 구축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포항시는 제2관 구축 TF팀을 발족했다. 앞으로 수집·보존·연구 중심의 1관, 지역 소통형 커뮤니티 중심의 2관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다.앞서 시는 지난해 12월 설계 공모를 실시해 5개의 제안서 중 포스코AC의 공모안을 당선작(최우수작)으로 선정한 바 있다. △스틸 뮤지엄 너머 해양관광도시 비전 담아낼 새로운 랜드마크포항시립미술관은 변화하는 시대와 가치, 창작환경과 미술관의 패러다임 등에 대처하며 ‘사람’ 중심의 목적 지향적 공간으로서 제2관을 건립해 예술과 시민이 동등한 주체로 존재할 수 있는 미술관 실현에 집중하고자 한다.포항시립미술관은 지난 2009년 개관 이후 매년 관람객 및 체험 교육 참가자들이 증가해왔다. 2관 건립은 늘어나는 시민들의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욕구들을 충족시킬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스틸 아트 뮤지엄’을 표방한 전형적 역할의 미술관인 1관에 이어 2관은 ‘철’이라는 지역 특성을 가진 동시에 시민, 작품, 작가 등 모든 매개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 등으로 이례적 역할을 하는 미술관으로 건립할 가치가 있다. △‘라키비움’ 형태의 공립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 역할 수행포항시립미술관은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권 증대에 이바지하고, 시민과의 열린 소통을 통해 지역문화를 조성하고자 ‘고급 문화(high culture)’라고 부르는 문화의 재생산 도구가 아닌 시민의 지적·정신적·윤리적 함양에 이바지한다는 미술관의 역동성, 창의성 및 미래지향적 역할을 실현해왔다.특히 포항시립미술관은 현대미술관의 아카이브(자료보관소) 역할 중요성에 대해 공감, 이미 개관 초, 지역 출신 장두건 화백이 기증한 아카이브를 비롯, 지역 미술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 왔다. 과거의 기록뿐만 아니라 오늘 진행 중인 미술관의 전시 및 학예의 역사가 담긴 아카이브를 정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으며 그간 수집한 자료로 지역 미술사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세계 미술관의 관심사는 수장-전시-교육-연구기능으로 확장되고 있다. 좋은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 모든 주요 박물관에서는 연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포항시립미술관 또한 제2관 개관 시 ‘라키비움(도서관·기록관·박물관의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로 공립미술관으로서의 전문성 역할이 요청된다.△제2관은 시민의 삶의 질 고취·미래의 꿈과 희망 심어주는 역할 수행해야미술관의 핵심 기능은 일반인이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훌륭하고 희귀한 사물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사람들이 풍부한 지식과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이를 ‘최고의 경험(peak experiences)’이라고 했다. 미술관은 영혼을 고양시켜 사고와 감각의 폭을 넓히고 상상력을 자극해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이러한 경험들은 어떤 새로운 지역, 독특하고 이국적인 문화가 담겨져 있는 미술관을 방문할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즉, 미술관은 지역주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그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에게는 신비감과 경외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장소다. 미술관은 방문하는 이들에게 아름다움과 삶의 여유를 통해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다양한 문화와 관람자의 견인차 역할로서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 기대미술관 건립은 지역 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는 문화·예술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구미 각국의 미술관 건립은 이미 콘텐츠뿐만 아니라 외부의 건축물까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식, 세계적인 관광 콘텐츠로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최근 미술관 건립 패러다임의 현대적 양상을 뉴뮤지올로지(미술관학)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 소장품의 중요성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막시현대미술관이나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중심에 위치한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 사례와 같이 유연한 미술관에 대한 관심과 리서치를 통한 새로운 유형의 미술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나오시마현대미술관은 미술관 안에 최상의 서비스 시설뿐만 아니라 숙박시설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운 개념의 미술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능동적인 주체자로서 현재를 질문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미술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6-23

“확실한 시추결과 나온다면 포항이 거점 될 가능성 가장 커”

경북 지역은 석유 가스 매장, 인구 소멸, 지역 균형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등 해결해야 할 다양한 이슈로 넘쳐나고 있다.지난 20일 포항이 포항 기회발전특구에 지정되면서 포항 현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특히 포항 영일만 유전에 대한 이슈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경북매일은 창간 34주년을 맞아 경북매일 본사 회의실에서 최병일 편집국장과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이 경북지역 산업·경제 현안에 대해 진단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포항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을 살펴보고 미래 포항이 가야할 길을 알아본다.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포항이 뉴스의 중심에 섰는데 이번 석유가스 발표가 포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우선 긍정적인 영향으로 본다. 석유 유전 자체(소유권)가 포항하고 관련도가 0%라도 대상 영해는 포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확실하게 시추 결과가 나오면, 적어도 그 유전을 안정화시키고 개발하고 상업·생산에 이르기까지의 준비 등을 위한 전진기지는 포항이 거점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그다음 포항만 놓고 볼 게 아니라 동해안을 놓고 본다면 포항보다는 울산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업 연관 분석의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단순히 철강 별개, 석유·화학 별개가 아니라 석유·화학이 잘 나가거나 자동차가 잘 나가면 후방에 있는 철강 자재의 수요가 같이 늘어난다. 다만, 그런 효과 자체가 유전하고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건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정적인 효과는 이미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첫 번째는 대통령이 조금 섣부르게 발표를 한 것 같다. 나름대로 좋은 소식이고 근거가 있는 소식이다 보니까 아마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시추 승인정도야 산업자원부 장관 정도 선에서 결재하고 끝내도 되었을 것 같은데, 시추가 제대로 된 후 좋은 소식이 나왔을 그때 대통령이 발표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어쨌든 정부가 푸시를 하거나 조금 도움을 줘 시추 승인까지 온 단계로 봤을 때, 그 공이 현 정부에 있다고 본다면 국면 전환용으로 아마 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예측 단계하고 물리 탐사, 시추 단계에서의 가능성 추정은 갭이 너무 크다. 정부는 2026년까지 시추 작업을 통해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1단계인 물리 탐사 결과가 나온 만큼, 2단계인 탐사시추를 진행한다.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최소 다섯 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한개당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총 5000억원이 거론되는데 나오기만 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사전 준비 작업을 거쳐 올해 말에 첫 번째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 - 석유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포항지역에서도 탐사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우리나라는 1966년부터 해저 석유 가스 전 탐사를 꾸준히 시도해 왔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4500만 배럴 규모의 동해 가스전을 발견해서 3년 전인 2021년까지 상업생산을 마친 바 있다. 그러니까 시추를 몇 개를 할 것이냐가 아니라 그 가능성을 보고 말해야 한다. 50개가 됐든, 100개가 됐든, 이번 기회에 동해안에 아예 석유는 없다, 아니면 있는데 진짜 조금밖에 없어서 뽑을 정도는 안 된다고 앞으로 또 50년 뒤에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 사람들이 ‘포항 앞바다의 석유’ 그 다음에 ‘영일만 석유’ 이런 식의 키워드에 포항의 뉴스가 쏟아지다 보니까 이게 마치 유전을 발견하거나 뽑아내면, 포항에 엄청난 이득이 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것 같다. 두바이의 경우 100% 두바이 소유 유전이니까, 두바이 돈으로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국제관광허브를 만든 것이다. 포항의 경우에는 석유·가스가 펑펑 나든, 100년 동안 나든, 포항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부 시민 단체와 정치인이 지진 안전 보장 없는 석유 시추를 반대하고 있다.△지열발전소 개발 관련 촉발지진 때문에 포항시민들은 지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석유시추가 지진을 유발한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유국도 좋지만 지진 재발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우려가 많다고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도 포항 영일만은 단층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석유·가스 개발과정에서 단층지대를 건드려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만큼 지진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외국에서도 시추와 관련해서 지진이슈가 부각된 사례가 있는가?△최근 네덜란드 정부도 38년간 천연가스 시추가 계속되면서 지진 발생위험이 급증했다는 지적에 시추를 중단하고 시설을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 지열발전소 촉발 지진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아직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 중이라고 한다. 포항 앞바다에서 지진발생 가능성이 있는 석유·가스전 개발이 꼭 필요하다면 안전대책과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해야 하며 국민 안전보장 없는 자원개발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요즘에는 기술이 좋아져서 지진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병일 본지 편집국장 /이용선기자 - 다양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영일만 석유 매장량은 엄청난 규모이고 시추가 성공하면 그만큼 부가가치가 큰 것은 사실아닌가?△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 사업으로 평가 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양이라고 한다. 실제 매장이 확인되면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최소한의 원유저장탱크 시설과 같은 석유 산업 단지 조성은 물론 포항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등 부가가치가 상당할 것이다. 다만, 포항은 제철 단지이고, 울산은 석유 화학 단지이니 당연히 석유 화학 업종 관련 기업이나 지역에서 긍정적이다. 수천 ㎞까지 이르는 러시아에서 유럽까지 석유나 가스 파이프라인이 있다. 따라서 원유 수송 파이프라인을 통해 다이렉트로 울산 단지로 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 포항보다 울산이 더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아쉽다.△동해 가스전도 그런 식으로 했다. 해양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고 본다. 오히려 포항시가 신경 쓸 부분은 시추 계획으로 인해 포항 영일만항으로 진출하는 항로에 하필이면 걸린다든지, 러시아와 환동해 무역을 하거나 크루즈가 지나갈 적에 걸린다든지 등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벌써 포항의 땅과 아파트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포항 입장에서는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는 최고의 호재이다. 향후 포항이 수혜를 받았을 경우 막대한 산업 인력도 몰려올 것을 예상한다면, 포항 부동산 경기 부양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지역적인 마인드로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을 경제 효과라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최소한 포항지역민들이 기획부동산의 부축임에 부화뇌동해 부동산 쪽에 과도한 눈길을 보내는 것은 말리고 싶다.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6-23

최대 140억 배럴, 2200조 규모 가스 29년·석유 4년 쓸 수 있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발견된 석유·가스전의 탐사 자원량이 1998년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다는 발표가 나왔다.정부는 현재 물리 탐사를 마친 단계로 앞으로 직접 탐사 시추를 통해 부존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2035년경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에너지 수입을 대체하고 남는 물량은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총을 약 440조 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2200조 원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안 장관은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세계적 에너지 개발 기업들이 이번 개발에 참여할 의향을 밝힐 정도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최대 매장 가능성으로 보면 약 140억 배럴 정도의 막대한 양이 매장된 것으로 보이며 4분의 3이 가스, 4분의 1이 석유로 추정된다”고 했다.이날 정부가 밝힌 예상 매장량은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이다. 가스 3억2000만∼12억9000만 톤(t), 석유 7억8000만∼42억2000만 배럴을 석유로 환산한 수치로 우리나라 전체가 석유는 최대 4년, 천연가스는 최대 29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시추 성공률을 20%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유전 개발은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현재는 물리 탐사 과정을 통해 석유가 영일만에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만 확인한 단계다.이런 제반 상황과 관련해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 앞바다에서 원유가 발견되고, 이를 지역에서 산업화하면 석유·화학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존 산업의 전후방 효과도 클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단정민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6-23

노거수의 설화에 담긴 남녀의 사랑과 나무 보호 메시지

지역 자치단체가 머지않은 미래에 소멸한다고 그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생산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 절벽 현상 때문이다. 한국 전쟁이 끝난 후 베이비 붐 세대를 거치면서 인구 증가로 골머리를 앓던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제를 도입하여 출산 억제 정책을 널리 홍보하고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역으로 출산 장려 정책을 쏟아 내놓고 있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혼인 적령기 세대는 주택, 육아, 교육비 등 경제, 사회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결혼과 출산을 늦추고 있다. 심지어 솔로 살기를 원하고 자식 낳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경북 고령 어곡리 마을 앞 들판 한 가운데에 살아가고 있는 왕버들에 대한 전설은 오늘날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당시에는 불효의 심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내용이지만, 세월이 흘러 오늘날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에 대항하여 가출까지 하여 결혼하였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전설은 나무 사랑으로 승화하여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아주 오랜 옛날 마을에 마음씨 착한 가난한 농부와 그와는 반대로 많은 재산과 하인을 거느린 마음씨 고약한 부자가 살았다. 가난한 농부 집에는 잘생긴 아들이 있었으며, 고약한 부잣집에는 예쁜 딸이 있었다. 농부는 가난하게 사는 것이 한이 되어 아들을 자기처럼 가난하게 살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자신의 고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사랑하는 아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아들 잘되기만 바라고, 그것을 큰 낙으로 삼고 살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글 읽는 소리가 자랑스러웠다. 논에서 우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혹시 아들의 공부에 방해가 될까 봐 쫓아다니다 밤을 지새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오늘도 총각은 글 읽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글 읽는 소리가 멀리 부잣집 귀여운 딸의 귓가에까지 들려왔다. “저렇게 낭랑하게 글을 읽는 도련님은 누구일까?” “글 읽는 소리가 아름다우니 인물 또한 얼마나 잘 생겼을까?” 이렇게 생각하며 방문을 열고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의 둥근 보름달 빛이 훤히 비추었다. 아가씨는 자신도 모르게 글 읽는 소리에 이끌려 가난한 농부의 아들 글방 바로 앞까지 다다랐다. 한편 열심히 글을 읽던 총각은 인기척 소리에 글을 읽다 말고 문을 열었다. 달빛 속에 나타난 선녀와 같은 처녀를 보고 그만 흠모하게 되었다. 처녀 역시 총각의 공부하는 모습에 반하여 서로가 깊은 사랑을 하게 되었다.이들이 서로 사랑하게 된 것을 알게 된 양가의 부모님들은 결혼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두 청춘남녀는 아무리 해도 부모님을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사랑을 이루기 위하여 부모님 곁을 떠나게 되었다. 막상 부모의 뜻을 순종치 않음이 큰 죄인인 줄 알면서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두 사람은 마지막 부모님 앞에 엎드려 “아버지 어머니 저희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가 떠나면서 부모님이 보시는 마을 앞에 나무를 심어 놓겠습니다. 이 나무가 싱싱하게 잘 자라면 저희도 금실 좋게 잘살고 있는 줄 아시고, 만약에 이 나무가 말라 죽으면 저희도 죽은 줄 아십시오.” 하직 인사를 고한 뒤 먼 곳으로 떠났다. 양가 부모는 자고 나면 나무를 쳐다보고 무럭무럭 자라면 그들이 잘 사는 줄 알고, 시들면 걱정하며 살았다. 왕버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 마을의 정자나무가 되었다. 나무가 싱싱하게 잘 자라면 자식이 잘살고, 말라 죽으면 자식도 죽었다니 기가 막히는 고별인사다. 부모 입장에 어찌 나무를 보호하고 잘 가꾸지 아니하겠는가! 이보다 더한 나무 보호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청춘남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왕버들 노거수에 입혀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다. 이들의 순결한 사랑의 징표로 왕버들을 내세워 나무 보호 자연관을 우리 민족의 DNA에 잉태하게 했다. 나무를 함부로 훼손하거나 벌목함으로써 망한 나라나 소멸한 도시를 볼 때 왕버들 설화는 나무 사랑, 자연사랑 헌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왕버들 설화는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에다 나무를 심고 보호하라는 깊은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나무와 숲은 인류의 보금자리이다. 인류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면 그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 오늘날 인구 절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전설의 주인공 부름을 받고 새벽 일찍 일어나 만나러 갔다. 나무는 예전과 달리 키와 앉은자리가 턱없이 작아지고 줄어들었다. 왕버들은 굵은 두 줄기가 절단되고 잔가지 끝부분은 고사 되었다. 전설 속의 나무 사랑은 사라지고 알게 모르게 나무가 살아가야 할 터전은 공장과 도로로 변했다. 인간의 편리함과 물건 생산을 위한 일들이 결국 우리 모르게 인구 절벽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지구 인구부양능력 수치를 넘어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동 수단인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 등 그들이 머물 차고와 다닐 도로, 생산을 위한 단지 확보를 위해 나무와 울창한 산림이 사라져가고 있다. 늘어나는 도로는 생태계를 파편화시키고 생물종의 다양성과 개체수가 줄어 궁극적으로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내뿜는 배기가스는 지구를 온난화하고 생산으로 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있다. 이는 인구 증가와 다름이 없다. 지구의 옷을 벗기고 몸에 생채기를 내니 지구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극단의 자구적인 노력을 취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바로 지구 온난화로 이어지는 이상 기후는 가뭄과 홍수, 태풍, 지진, 화산, 산불 등 지구 생태계의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항상성이 아닐까. 인구 절벽 또한 청춘 남녀의 DNA 유전자 정보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서울과 같은 인구 집중의 수도권은 지구 인구부양능력과 생태발자국 수용 능력 수치를 넘어서지 않았나 싶다. 오늘날의 청춘남녀 결혼, 출산 회피 문제에 대한 결혼과 출산 장려 정책의 밑바탕에는 지구 자원 소비와 생활 방식의 변화가 먼저 시작점이 아닐지 싶다. 사랑목 왕버들 노거수 전설에서 조상의 나무 사랑 자연관을 알고 다시 한 번 나무와 숲의 중요함을 깨단했다.고령 왕버들과 인구부양능력은…경북 고령군 성산면 어곡리 410번지에 자리한 왕버들은 위도 35.743024 경도 128.362479에 위치했다. 나이는 250살, 2003년 11월 6일 조사 결과 키 14m, 가슴 높이 둘레 3.5m, 앉은 자리 넓이는 17m다.지구 인구부양능력은 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얼마나 많은 인구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자원의 양과 인구 사이의 균형을 의미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직결된다. 인구 증가와 자원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기준이다.생태발자국은 우리가 소비하는 자원의 양을 그 자원 생산에 필요한 땅 면적으로 환산한 것이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과 인간의 생활 방식 사이의 균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항상성(Homeostasis)이란 생명체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며, 생존과 진화에 있어 중요한 특징이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6-19

모두가 누리는 고령으로, 군민과 함께 새로운 미래로 변화

2022년 7월 민선 8기의 출발을 알리며 변화를 예고한 고령군.마라톤처럼 이어졌던 수많은 군민과의 소통콘서트를 통해 ‘군민의 목소리’를 듣고, 더 나은 ‘군민의 삶’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고령군은 민선 8기 전반기 동안 세계유산도시 도약, 철도시대 개막, 대도시권 배후도시 기반 마련 등 사회전반에 괄목한 성과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민선 8기 전반기 성과민선 8기 고령군의 가장 큰 성과와 변화는 ‘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꼽을 수 있다. 가야고분군 중 핵심유산으로 인정받는 지산동 고분군을 보유한 고령군은 진정한 세계유산의 도시로 도약했다.세계유산과 야간관광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기획된 고령 대가야축제는 역대 최대 22만명이 방문하는 등 성공적으로 개최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 ‘3년 연속 경북도 최우수축제’에 선정됐다.대도시와 연접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며 각종 개발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던 다산지역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곽촌지구를 비롯한 공동주택 건설, 천년건축 시범마을 등 신규 주거단지 조성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어서 고령군은 대도시권 배후도시로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제정으로 고령역사 건립의 발판을 마련하고, 고령 철도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더불어, 한국중부발전과 ‘친환경 청정에너지 발전소 조성 MOU’를 체결하는 등 9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유치 성과를 올리면서 미래 성장동력도 마련했다.청년임대주택 준공 및 고령청년 드루와락, 뮤즈하우스 등 청년을 위한 주거 및 문화 거점공간 조성, 청년창업지원센터 개소 등을 통해 청년들의 정주기반을 크게 개선했다. 산모 산후조리비 지원 어린이놀이터와 어린이과학체험관을 개소해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 기반도 마련했다.다산 좌학리 임대형 스마트팜과 고령군 드론센터 등을 준공해 새로운 농업인을 지원하고 농촌지역 생활여건 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며 농촌 정주 여건을 크게 향상시켰다. □ 꿈이 현실이 되는 청년희망도시청년임대주택 확대 및 매입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천년건축 시범마을, 청년농촌보금자리 등 청년세대를 위한 주거인프라 구축한다.다자녀가정 대상 양육장려금 및 학자금을 지원하고, 청년 정착의 근간이 될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지역특화 맞춤형 공공일자리사업, 일자리와 청년창업지원센터 운영, 청년몰 사업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특히, 연말 준공 예정인 월성일반산업단지 내 중견기업을 유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고령청년 드루와락 및 뮤즈하우스 활성화는 물론, 체류형 창작공간인 문화예술창작소와 청년희망이음클러스터 등을 통해 청년문화 정착을 지원한다.□ 글로컬 역사문화 힐링도시세계유산의 도시로 거듭난 고령군은 지산동 고분군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방문자센터 건립과 야간경관 조성, 세계유산 축전 및 야행 등 세계유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나아가 대가야 고도(古都) 지정, 대가야역사문화클러스터 사업 및 문화예술특화지구 조성으로 대가야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역사문화도시로서 품격을 제고할 계획이다.휴식과 힐링, 자연친화적 관광선호 추세에 따라 다산 은행나무숲 일원 바래미 생태레저단지와 낙동강문화권 에코뮤지엄 조성, 회천변 어북실 초화단지 조성사업 등을 추진한다.야간경관 명소화사업 및 미디어아트숲 조성 등으로 온종일 꽃과 빛으로 물드는 매력적인 웰니스 관광도시 도약을 나선다. □ 경쟁력 있는 미래농촌 건설국가 전략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에 대응해 추진 중인 그린바이오 산업화시설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이자 수출산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새로운 농업인구 유입을 위해 귀농·귀촌 통합플랫폼 임대형 스마트팜을 확대 구축하고, 청년복합귀농타운 조성 및 고령화와 농촌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농업인력뱅크를 운영한다. 또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 농기계 임대사업소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스마트 농업을 위해 시설 현대화사업의 지원을 확대하고, 과학영농시스템 조성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기반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농산물 가공 종합처리장 및 고령딸기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 농촌 크리에이투어 지원사업 등을 통해 지역 농·특산물 및 농촌 테마상품의 특화산업화로 고부가가치 창출을 도모, 경쟁력 있는 6차산업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 대도시권 배후도시 도약대구 제2국가산단이 지정되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논의되고 있어 고령군은 다산지역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를 밟으며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월성일반산업단지 완공을 앞두고 있어 대구 배후도시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달빛철도 역사 건립 추진과 대구·경북 대중교통 광역환승제 도입, 대가야 하이패스 IC 설치 및 다사-다산 간 광역도로 개설사업 등은 고령군의 도시접근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렇듯 기업하기 좋은 도시 여건 조성을 위해 기회발전특구 지정 또한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며,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행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동고령 IC 물류단지 등 신규 산업단지 조성, 중소기업 운전자금 지원 및 환경개선사업, 소상공인 특례보증 및 이차보전지원 확대 등으로 지역의 산업, 경제 기반을 탄탄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모두가 누리는 따뜻한 보금자리대가야읍 신규 청사와 연계한 ‘대가야권역 거점형 돌봄교육센터’를 조성해 돌봄·교육·문화 기능이 결합된 원스톱 완전돌봄 지원 공간을 마련한다.노인복지센터와 장애인 종합복지관을 건립해 다양한 형태의 저소득층 일자리를 창출해 ‘군민 행복시대’를 열 계획이다. 또한, 종합병원과 연계한 유기적 의료협업시스템을 갖추고, 마을주치의 사업과 같은 고령군만의 특색 있는 보건·의료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군민 맞춤형 건강사업을 추진한다.이와 함께, 다산건강가족센터 건립과 읍면별 파크골프장 확대, 맨발걷기 길 조성 등 생활체육과 여가 인프라를 확충해 건전하고 건강한 군민의 삶을 보장할 방침이다.□ 군민과 함께 만드는 군정고령군은 군민과의 만남, 소통의 장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청취하고, 군정에 반영하는 동행의 행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대가야읍 청사 건립 및 성산·쌍림면사무소 등 행정 인프라 개선을 통해 최고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 도시재생사업, 생활밀착형 숲 조성해을 통해 편리하고, 한층 더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한다. 지역의 힘을 키울 교육여건을 만들어가기 위해 교육발전특구 지정, 원어민 영어교실 운영 및 군민독서실 이전 등을 추진해 지방을 살리는 교육혁신을 완성할 계획이다./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4-06-19

1980년 5월 ‘핏빛 광주’그 아픔을 기억합니다

‘반성으로 돌아보지 않은 역사는 또 다른 비극으로 잉태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는 장르를 불문한 한국의 작가들이 ‘1980년 5월 광주’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문학적으로 형상화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44년 전 5월. 열흘간 전개된 ‘5·18광주민주화운동’이 한국의 인권 신장과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부정하는 이들은 드물다.잊어서는 안 될 한국 현대사 속 ‘5월정신’을 알리는데 진력해온 5·18기념재단(이사장 원순석)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최근 출간된 ‘오월문학총서’ 시리즈는 바로 이 5·18기념재단 주도로 한국의 시인, 소설가, 희곡작가, 문학평론가들의 ‘5월항쟁’ 탐구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서적 간행의 실무 총괄책임은 이승철(시인·한국문학사 연구가·사진)이 맡았다.본지는 20대부터 50대까지 3명의 기자가 참여해 이 책을 함께 읽었다. 아래 23세 성지영 인턴기자, 30세 단정민 수습기자, 54세 홍성식 특집부장이 각자의 역사의식과 세대 감각으로 읽어낸 ‘오월문학총서’ 독후감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시·평론 시는 파토스(patho)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문학 장르다. 시인들에게 순간의 격정과 열정을 보여주기에 ‘1980년 5월 광주’만한 소재가 또 있을까?그게 슬픔과 비극의 역사라 할지라도, 한국의 시인들은 그 속에서 눈물 어린 희망과 어두운 터널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환한 미래를 찾아내고자 고군분투 해왔다.‘오월문학총서’ 1편으로 묶인 ‘시’. 여기엔 200명이 넘는 시인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각기 다른 형식과 스타일로 ‘5월 그날’의 아픔을 문장 사이사이에 새기고, 역사 속에서 부활하는 5월 희생자들을 노래하고 있다.자신의 작품을 이 책에 기꺼이 수록해준 시인들은 최근 타계한 문단의 원로 신경림(1936~2024)부터 200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 서울 청소년 백일장’ 당시 18세 여고생이던 장원 수상자 정민경까지 연령대의 프리즘이 넓다. 그렇기에 각각의 세대가 인식하고, 해석하고, 전망하는 ‘5월정신’을 한 권의 책에서 효과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어느 시인의 특정 작품을 지목해 거론할 것도 없다. 책에 실린 시인들의 노래 하나하나 모두가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위대한 ‘시민정신’을 기억하고, ‘절대공동체’라는 아름다운 ‘대동세상’을 소환할 것”이란 간행위원회의 바람에 답하는 것들이 분명해 보인다. 시가 행간에 숨은 의미를 은유와 상징을 해석해 읽어내는 것이라면, ‘평론’은 로고스(logos)를 기반으로 쓰인 글이기에 보다 이성적인 태도의 독서가 필요한 문학 장르.오월문학총서 4편 ‘평론’은 “5·18에 대한 근본 문제를 중심에 둔 총론격의 글과 문학 장르를 중심으로 시, 소설, 복합 영역으로 나누어 기존 발표작 중에서 골라낸 11편의 글, 5월문학 형성에 기여한 문학예술인과 작품을 심도 있게 논의한 신작 원고 5편 등 총 16편을 수록했다”는 게 간행위원회의 설명이다.‘5월정신과 아시아 민주주의’라는 김동춘의 평론으로 시작되는 책은 ‘5월 시문학의 흐름과 전망’(이성혁), ‘고통과 문학, 고통의 문학’(김영찬), ‘절대 신화 너머의 자리, 포스트-광주’(김영삼), ‘5월, 죽음이 삶이었던 시의 시대’(이영진) 등으로 이어진다. 수록된 평론 대부분이 주도면밀한 읽기와 비판적 재해석이 필요한 글들로 보인다.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단단한 벽돌 역할을 할 것들이기에 그 중요성이 시와 다를 바 없이 만만찮게 느껴진다. 소설 2011년 5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를 기념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올해 5·18기념재단과 출판사 ‘문학들’은 ‘오월문학총서’ 제2차분을 최근 출간했다.이 총서는 1980년 이후 발표된 오월문학 작품을 집대성해 5월정신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목표로 하며, 5·18의 왜곡된 진상을 바로잡고자 기획됐다. 이번 총서 중 하나인 소설집은 40여 편의 중단편 소설 중 15편을 선정, 세대와 시각을 초월한 다양한 작품을 담고 있다.책을 펼치면 이순원의 ‘얼굴’이란 소설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주인공인 아들은 월부로 자기 방에 놓아둘 텔레비전과 비디오 세트를 구입하고, 구할 수 있는 대로 ‘광주항쟁 관련 비디오’를 구해 복제하기 시작한다. KBS의 ‘광주는 말한다’를 볼 때도 그는 내내 거기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자신의 얼굴을 찾기에 바쁘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고 이에 안심하지만, 한 번씩 오랫동안 묵혀뒀던 기계를 점검하듯 테이프를 꺼내 그것들을 다시 확인한다. 어느 날 문득 그 속 어딘가에 자신의 얼굴이 화면 안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기게 되면서다. 1980년대 이른바 ‘서울의 봄’. 33개월의 군 복무 기간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더 길고도 아득했던 살육의 현장에 서 있던 아들은 죄책감에 빠져 술과 함께 긴 밤을 지새우지만, 오늘도 철모를 쓴 계엄군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순천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전성태의 ‘지워진 풍경’에는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으로 인해 말하지 못할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노인과 그 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들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고 있다. 계엄군이 돌아와 시민들을 살해하던 밤. 그는 이불 속에 숨어 총성을 들었다. 숨죽여 우는 어머니, 윽박지르는 아버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누이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도 그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는 듯하다. 아들의 아버지인 노인은 아들과 같은 증상으로 치료를 받는 많은 환자들이 망상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큰 지장 없이 일상을 견딘다는 말에 위안을 받지만….이처럼 오월문학총서 소설 15편에는 광주 오월의 모습이 다각적으로 담겨있다. 특히 ‘5월정신’을 승화시키고자 한 작가들의 마음이 실감 나는 묘사를 통해 잘 전달되고 있어 다양한 세대가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5월 광주의 소설’을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희곡 ‘오월문학총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오늘날 우리는 군사정권에 맞서 국가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 시절 젊은이들의 피를 숭고하게 생각하는가?‘오월문학총서’ 희곡편은 지금의 우리를 뜨거웠던 민주항쟁의 현장으로 데리고 가 광주시민들이 느꼈을 뜨겁고 무거운 호흡에 동참시킨다. 그중 박지현의 ‘어느 봄날의 약속…’은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싶은 18세 안종팔이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와 담임선생님(박선조), 그리고 기독교 전도사(문운동)와 함께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에 이르는 비극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극의 분량이 그다지 길지 않음에도 18세의 어린 나이로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서 싸우고자 하는 안종팔의 의지와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앞두고도 국가를 위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문운동 전도사의 용기가 경이로웠다.극은 안종팔의 시신을 보고 창자가 끊어질 듯 절규하는 안종팔의 어머니(김경숙)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문운동 전도사는 정의를 지키는데 어린 생명이 제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5·18은 셀 수 없이 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갔다.박지현의 ‘어느 봄날의 약속…’은 독자들에게 ‘만약 내가 광주항쟁 현장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거듭해 고민하게 만든다. 총칼을 거머쥐고 있는 군인들 사이로 뛰어가 “계엄령을 해제하라”, “유신잔당 퇴진하라”를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극의 마지막인 에필로그. 5·18 민주화 운동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이 항쟁 전 약속했던 것처럼 한자리에 모여 극의 주제곡인 ‘어느 봄날의 약속’을 부른다.1980년 5월 광주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참 많았을 듯하다. 이미 4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떨어지는 꽃잎처럼 지지 말고 활짝 핀 꽃으로 돌아오라”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안종팔의 앳된 얼굴이 오랫동안 아른거렸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2024-06-18

하소연 들어주고 마음 달래주는 친구이자 스승, 신적 존재

낙동강 물돌이 모래벌판 언덕 마을이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이곳을 방문하여 생일을 맞이하는 등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는 물론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아오고 있다. 바로 안동 하회마을이다. 마을엔 국가지정문화재만 국보 2점, 보물 2점, 국가민속문화재 9점 등 모두 13점에 이른다. 척박한 강변 모래벌판 언덕 마을에 무엇이 이런 귀중한 문화유산을 품었을까?곰곰이 마을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다. 하회마을은 예로부터 경주 허씨 터전에 광주 안씨 문전으로 풍산 류씨 배판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마을 주민들의 성씨 변천 과정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 조상들이 말하는 풍수지리설에 길지인 배산임수형도 아니고 그 어떤 유형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보면 마을의 외형에 있는 것이 아니고 주민의 생활 속에 깃들어 있는 정신문화에 있지 않을까? 안동은 우리 3대 문화권 중에 유교문화의 중심지이며 정신문화의 수도이기도 하다. 하회마을에는 그 옛날 마을을 개척할 당시부터 내려오는 마을 공동행사가 있다. 매년 서낭당, 국신당, 삼신당에 동신제를 지냈다. 그러다 하회탈을 쓰고 별신굿을 해 오고 있다. 그 내력은 하회탈 제작에 대한 전설로부터 시작되었다.“마을재앙에 마음 아파하며 매일 밤 삼신당 나무에 물을 떠 놓고 재앙을 막아 달라고 정성껏 비는 허 도령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신령이 꿈에 나타나서 ‘탈을 깎아, 그 탈을 쓰고 신을 위해 굿을 하면 되느니라. 그런데 탈을 깎는 동안 누구라도 엿 보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허 도령을 사랑한 마을 김씨 처녀가 그사이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금줄을 넘고 말았다.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더니 허 도령이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김씨 처녀도 따라 죽었다. 처녀를 기리는 뜻으로 별신굿을 시작했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이는 마을 주민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고 고난을 극복하고 흥겨움을 안겨주었다.”마을 주민은 서낭당을 상당, 국신당을 중당, 삼신당을 하당이라 불렀다. 삼신당은 마을 한 가운데 자리 잡고 당집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삼신할매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 대상은 느티나무이다. 약 600년 전 풍산 류씨 입향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이 나무는 잉태의 소원을 비는 곳으로 유명한데, 연리지를 관찰할 수 있다. 삼신당은 별신굿을 시작하는 장소이기도 하다.하회별신굿탈놀이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12세기 중엽부터 상민(常民)들에 의해서 연희(演戱)가 되어온 탈놀이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5년 또는 10년에 한 번 정월 보름날 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해 왔다. 탈놀이는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기 위하여 마을굿의 일환으로 연희가 되었다. 탈을 쓴 광대가 양반을 해학적으로 풍자하여 온갖 쓴소리를 내뱉는다. 이는 서민의 유일한 언로였으며 흥겨움까지 주었다. 놀이마당, 무동마당 등 여덟 마당으로 구성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수호신에게 매년 올리는 동신제나 별신굿을 한 때 미신으로 폄하여 금지하기도 했다. 종교적 측면으로 그리 볼 수 있으나 고유 전통 민속신앙은 우리의 삶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부계 중심의 남아선호사상의 사회 환경에서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는 보고도 못 본채, 듣고도 못 들은 채, 하고 싶은 말도 못 한 채 참고 9년의 시집살이를 했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은 억압된 사회에서 소원을 빌고 하소연할 탈출구로 삼신당 느티나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삼신당 느티나무는 이를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친구이며 스승이요 신적 존재였을 것이다. 그때 사회 환경이 옳다면 민속신앙 역시 옳은 것일 것이고, 그때 사회 환경이 바르지 않다면, 민속신앙을 미신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오늘날 자유로운 시대는 농촌과 도시, 산중 마을에도 절이 있고 예배당이 있어 신앙심을 키울 수 있고 스님, 목사, 신부 등 성직자가 있어 고해하고 마음을 추스르며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그러하므로 오늘날 동신제는 점점 그 기능이 빛이 바래고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마을의 결속과 단합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동신제와 별신굿탈놀이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제사를 올리는 시기는 대부분 정월 대보름날이다. 이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정월은 가장 신성하며 이날 뜨는 달이 가장 깨끗하고 신비스러워 소망한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하는 명분으로 이것보다 더 좋은 날은 없을 것 같다. 물질적인 외형의 그 무엇보다 정신적인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합심하여 기원한 내용을 이루기 위하여 단합하고 실천하는 동기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은 우리가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하회마을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마을로 발전하고 임진왜란 때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유성룡과 같은 걸출한 인재가 많이 배출된 것도 유형의 자연환경보다 무형의 정신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 싶다. 하회마을의 고택도 지형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무엇을 찾아보지는 못했다. 오히려 낙동강변 모래벌판 위에 세워진 것은 자연조건으로 따져보면 불리한 조건이지,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아온 것은 삼신당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뭉치고 단합한 결과가 아닐지 싶다. 삼신당 느티나무에 소원을 빌고 인내하면서 살아온 우리 할머니 어머니의 위대함은 민속신앙으로부터 인내심과 응집력을 키운 덕분이 아닐는지 모르겠다.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물과 영양소를 빨아들이고 하늘에서 빛에너지와 탄소를 받아들여 누구의 도움 없이 자연의 무한한 에너지로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뭍 생명체를 품고 그들의 먹이를 제공하고 삶을 이어가도록 기꺼이 희생을 감내한다. 나무야말로 남의 생명체를 먹고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유일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면 나무를 신의 반열에 올려놓아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늘 우리 가까이에서 도움을 주는 나무야말로 신령이 깃들여 있다고 한들 누가 무어라 할까.안동 하회탈 별신굿놀이는…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 709-3번지 삼신당은 별신굿판의 시작이고 동신제의 마지막 장소다. 그곳에 640살 느티나무 노거수가 살아가고 있다. 키 17m, 몸의 둘레 15m, 앉은 자리는 22m다. 마을굿을 통해 별신굿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주술적인 행위로써 탈을 만들고 탈춤을 추게 된 것이다. 서낭당에서 신내림을 받는 강신(降神)이나 신을 마을로 맞이하는 무동(舞童), 상상의 동물인 주지 한 쌍을 등장시킨 탈춤판은 마을을 정화하는 것이다. 암수의 싸움에서 암컷이 이기고 성행위를 하는 것은 생산을 북돋워 풍농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행위다. 강신(降神), 오신(娛神), 송신(送神)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6-12

“청소년을 성장시키는 건, 부모의 무한한 사랑 아닐까요”

최근 청소년 시집 ‘해저 연애 통신’을 펴낸 이병철 시인. 1407일 동안 특정 신문사에 칼럼을 연재했다. 3년 6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단 한 번 자신의 원고를 ‘펑크’낸 적이 없다. 그 사람이 타자와 맺은 약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한국에서 ‘대학 시간강사’란 세칭 ‘3D 업종’에 가깝다. 그 일을 얻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은 경제적 이익과 무관하다. 이병철은 대학 시간강사다. ‘돈이 되지 않는’ 그 일을 유지하기 위해 중고 오토바이를 구입해 음식 배달까지 했지만, 그때도 절망하거나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상대와 한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며, ‘도저한 예술가의 낙관성’까지 지닌 이병철은 30대의 끝 무렵을 살고 있는 시인이다. 문학평론도 한다. 뿐인가. 프로페셔널 수준의 낚시꾼이며, 아마추어를 넘어서는 야구 선수(투수)의 면모까지.바로 그 이병철이 이번엔 ‘청소년 시집’을 출간했다. 이 시인의 10번째 책이다. 기자에겐 이번 출간이 ‘의외의 이벤트’로 느껴졌다.그의 활동 영역이 앞으로 얼마나 더 확장될 것인지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어째서 ‘청소년을 위한 책’을 썼는지는 궁금했다. 더불어, 아직도 ‘앞길이 구만 리’인 그의 향후 계획까지 묻고 싶었다.아래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전화 통화와 이메일을 통해 이병철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청소년 시집 출간은 처음으로 안다. ‘해저 연애 통신’을 내고자 마음먹은 이유는.△한 선배 시인이 내가 쓴 시 한 편을 보더니 청소년들을 위한 시로 바꿔 보면 좋겠다고 했다. 호기심이 생겼는데 아예 자연, 낚시, 학창시절 등을 소재로 50편쯤 시를 써 책으로 묶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받았다. 10년 전 서대문구 성산 지역아동센터에서 저소득층 아이들과 동시 창작 수업을 했고, 또 몇 해 전에는 단대부고 문학동아리 지도 교사를 맡은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이 참 좋았다. 청소년 문학에 대한 생각이 없지 않았다.-‘해저 연애 통신’이란 제목이 흥미롭다. 어떤 의미인가.△원래 제목은 ‘나, 너한테 낚였어!’였는데, ‘낚시’라는 소재가 너무 부각되는 느낌도 있고, ‘낚다’에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신종사기 수법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며 출판사에서 ‘해저 연애 통신’으로 바꿨다. 깊은 바다 속은 뭐가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다. 사춘기 청소년의 내면도 저 바다 속처럼 무궁무진하며 무한한 잠재력과 꿈들로 가득하지 않나. 이 시집은 어른들이 모르는 청소년들만의 비밀스런 세계에서 알록달록한 산호초처럼, 은빛 정어리떼처럼 다채롭게 반짝이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우리가 통칭하는 ‘시’를 쓸 때와 ‘청소년 시’를 쓸 때는 뭐가 다른가. 그리고, 어떤 게 더 어려운지.△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가 좀 더 쉽고, 쓰면서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관념이나 잠언, 화려한 기교나 수사를 배제하고 내가 청소년 화자가 돼 또래 친구와 마주앉아 있다고 생각하며 시를 썼다. 읽는 청소년 독자들도 시 속 화자를 어른이 아닌 친구로 느꼈으면 한다. 청소년이 읽을 시에서는 아무래도 가독성과 흥미 요소, 그리고 무엇보다 여리고 예민한 감수성과 그들만의 세대 문화에 부합하는 공감대가 중요한 듯하다.-기획-집필-퇴고-출간까지 걸린 기간은. 출간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2019년 초에 청소년 시집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겨울방학을 이용해 시집 한 권 분량을 탈고했다. 산문집과 평론집 등 다른 책들이 나올 예정이라 청소년 시집 출간은 다음으로 미루었는데, 출판사에서 원고가 좋으니 우수출판콘텐츠 등 지원사업 수혜를 받아 내면 어떻겠냐고 해서 그렇게 몇 차례 사업에 응모하고 탈락하고를 반복하느라 출간이 늦어졌다. 올해 경기도와 안양문화예술재단 지원사업인 ‘모든예술31’의 수혜를 받아 원고가 완성된 지 5년 만에 출간되게 됐다.-이번 책에서 딱 한 편만 골라 읽어야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걸 추천하는가.△미학적인 시, 메시지가 좋은 시, 핍진한 페이소스가 재현되는 시 등 추천하고 싶은 시가 여럿 있지만, 표제작 ‘해저 연애 통신’을 꼽고 싶다. “여기는 비밀, 우리만의 세상”에 어른들이 많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해서다. 청소년들을 개성과 취향과 자의식을 지닌 독립된 인격으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원하는 무엇이 되기보다 “나는 네가 원하는 뭐든지 될 수 있어”라고 짝사랑 상대 아이에게 큰소리치는 낭만은 오직 그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이다. 청소년들의 그 순수함을 예쁘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시를 추천한다. -‘해저 연애 통신’ 출간 이후 선후배 작가와 독자들의 반응은.△재밌게 읽었다는 반응이 많다. 내 청소년기가 자전적으로 담겨 있는 시들도 있어서 시를 읽으며 시인을 알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몇몇 시들에는 사람 이름이 나오는데 거의 다 친구들이나 주변인들 이름을 가져다 쓴 것이다. 시집 출간 전에 친구들한테 “네 이름이 나온다”고 하자 다들 흔쾌히 기뻐했다.-청소년을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역시 사랑이 아닐까. 부모님과 가족의 조건 없는 그 무한한 사랑. 어릴 때는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다. 티브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끌어안고 쓰다듬고 “사랑해”라고 말해야 사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세가 기울어 넉넉지 못한 형편에서도 당신들의 삶을 다 제쳐두고 자식을 위해 사셨다. 그 억척스럽고 지난한 삶에서 다정함이나 살가움 같은 게 참 힘들고 어렵다는 걸 나이 먹으니 좀 알 것 같다. 삼시 세끼 먹이며 공부시켜야 한다는 부모님의 일념이야말로 가장 뜨거운 사랑이었다.-이번 책이 10번째 저서다. 적지 않은 숫자다. 집필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지.△술 마시고 놀고 낚시 다니고 여행 가는 등 바깥으로 보이는 한량의 생활이 압도적인 것 같아도 실은 보이지 않는 방 안에서 읽고 쓰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항상 무엇이든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듯하다. 가장 큰 동력은 열등감과 무력감이다. 어떤 글을 써도 만족스럽지 않다. 시를 쓰면 마음에 들지 않아 산문을 쓰고 산문을 쓰면 또 마음에 들지 않아 비평을 쓴다. 비평이 형편없어 다시 시를 쓴다. 벌써 10년 가까이 매주 혹은 격주 쓰고 있는 신문 칼럼은 문학적 글쓰기를 위한 일종의 준비운동으로 여긴다. -다음에 출간될 책은.△세 번째 시집 원고가 꽤 모였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50편쯤 되는데 그중 20~30편은 버리고 새로 쓰고 싶다. 다음 책으로는 시집이 가장 앞줄에 있고, 박사학위 논문을 조금 라이트한 학술서적으로 고쳐 출간할 생각도 있다. 2019년에 경북매일에 연재한 ‘경북 바닷길 기행문’에다 다른 지역 여행기를 합쳐 전국 기행으로 완성한 가칭 ‘길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원고가 있는데, 출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책을 내줄 출판사가 있으면 좋겠다.-문학을 가르치는 대학 시간강사다. 어떤 보람과 어려움이 있는지.△비전임교원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늘 괴로워해야 하는 일이다. 출강하는 두 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있지만 사실 시간강사의 다른 이름이다. 강의와 학생 지도, 상담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질 않으니 외부강의나 집필활동, 부업 등을 겸할 수밖에 없다. 내 경우엔 지난해까지 배달 라이더로 일했다. 비전임교원은 방학에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건강보험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그리고 학교에 연구실이나 휴게실이 될 만한 공간 또한 제공되지 않으므로 강의와 강의 사이 휴식이나 학생 상담 같은 게 어렵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학생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가 좋아서, 소설이 좋아서 반짝이는 그 눈빛들을 보는 일은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수업을 통해 무언가 얻어갈 때 정말 기쁘다.-멀리 10년 후를 내다보는 당신의 장기계획이 궁금하다.△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닐 때 지하 납땜 실습실에서 ‘전문대 문창과 입학-4년제 편입-육군 학사장교-대학원 진학-석사 및 박사-등단-책 출간-강의’라는 10여 년의 단계적 꿈을 꿨고 운이 좋아 그대로 됐다. 현실적으로는 대학의 전임교원이 되는 걸 최우선 계획으로 삼아야 하는 게 맞는데, 이상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그저 계속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지금 사랑하는 것들을 계속 사랑하면서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해저 연애 통신’은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책인 동시에 학부모와 교사들도 함께 읽어볼 만하다. 시집에는 여름방학의 계절감이 주로 펼쳐져 있으니 곧 다가올 여름방학 동안 부모와 자녀가 함께, 교사와 학생이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모든 분들에게 푸른 바다를 달리는 은빛 물고기떼처럼 맹렬하게 반짝이는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6-11

6세기 ‘한강유역 점령’ 고구려가 포항 흥해까지 남하했다고?

백고무신…. 학창시절 한강을 점령한 순서(백제, 고구려, 신라)를 외우던 암기비법(?)이다. 5세기 중국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는 갑자기 남하 정책으로 대외 노선을 변경한다. 북위(北魏), 양쯔강 일대 한족과 화평했던 고구려가 굳이 정복전쟁을 펼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고구려는 신라 진흥왕이 한강으로 진출하기 6세기 중반까지 강(江) 일대를 차지했는데, 당시 고구려 국경은 충남 당성군(唐城郡·남양만)에서 충북 진천에 이르고 있었다는 게 학계 정설이었다. 그러나 1992년 포항시 신광면에서 발견된 냉수리고분은 이런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이어서 역사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무덤 형식이나 부장된 유물들이 모두 고구려계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강 일대에 그친 줄 알았던 고구려 강역이 중원을 넘어 신라 턱밑에까지 칼끝을 겨눴다는 사실에 학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6세기 흥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냉수리고분 속으로 들어가 보자. ◆6세기 고구려는 한강-중원-대전까지 진출영남대박물관에 가면 ‘고구려강역도’(高句麗疆域圖)가 있다. 6세기 고구려가 어디까지 남하했는지 알 수 있는 지도로, 당시 지명과 고구려 지명을 병기하고 있다.지도에는 당시 충남 남양-진천-청하를 연결하는 동서라인을 고구려 영역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는 고구려 지배 범위를 한강유역으로 한정한 기존 학계의 견해를 뒤집는 것이다.이를 뒷받침하는 사료도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기읍지’(燕岐邑誌)다. 이 읍지엔 ‘개소문’성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 연개소문은 천개소문(泉蓋蘇文), 개금(蓋金), 개소문 등 많은 별칭으로 불렸다.읍지엔 ‘소문산성’ 기록이 세 군데나 나타나 이곳이 고구려와 백제의 접전지였음을 알 수 있다. 6세기 고구려가 서울(한강)을 훌쩍 넘어 충남 일대까지 세력을 펼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최근 대전에서 발견된 ‘월평동유적’의 토기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곳 토기들은 저온에서 구워 갈색을 띠고 바닥이 평평한 전형적인 고구려 토기 특징을 보이고 있다.청림문화연구소의 박승규 원장은 “최근까지 사학계에서는 고구려 강역을 한강 즉 차령산맥 이북으로 비정해 왔지만, 최근 고구려의 군사력이 대전, 연기군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료, 유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냉수리고분에서 고구려계 유물 출토냉수리고분은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 위치해 있다. 도음산(384m)의 서측 자락과 용천저수지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모두 7기의 고분이 확인되었다. 고분이 위치한 곳은 안강 방면에서 동해로 통하는 길목으로 이곳은 고대부터 중요한 교통로로 기능했다. 즉 삼국시대 경주를 중심으로 한 신라가 동해안과 북쪽 산악지대로 진출하는 길목이었다.냉수리고분은 1992년 도로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됐다. 당시 조사단은 신라 수도였던 경주와 50km 이상 떨어져 있고 주변에 뚜렷한 유적지도 없어 지방 토족(신라계)의 수장급 무덤으로 여겼다.무덤 양식도 신라의 무덤 양식 즉 횡혈식석실(橫穴式石室) 형태를 띠었기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덮개석이 들어올려 졌을 때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연도(羨道) 부분에 측실(側室·곁방) 이라고 부르는 ‘이실’(耳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석실은 고구려계 무덤에서만 주로 나타나는 유적이다. 고구려는 초기에 적석총(積石塚) 묘제를 주로 사용했지만 4세기 이후 곁방이 있는 다실묘(多室墓) 등으로 변천했다.출토된 유물들도 연구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묘제에 이어 부장품들도 고구려와의 교류 흔적을 잘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학자들의 주목을 끈 건 ‘부뚜막형 토기’. 이 토기는 고구려 토기 양식을 대표하는 유물로 주로 의례, 제례용으로 널리 쓰이던 양식이다. 조리기구를 부장함으로써 ‘저 세상에서도 배불리 먹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쟁반, 소반 모양의 ‘반형(盤形)토기’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출토된 반형토기는 3중으로 겹쳐진 형태로, 이 역시 전형적인 고구려 양식이다.발굴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신라 영토로 여겨졌던 경북에서, 그것도 한강과 수백km 떨어진 흥해에서 고구려계 유물, 유적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영주 순흥리고분벽화도 고구려계 유적6세기 ‘고구려의 경북 진출설’과 관련해 영주 순흥리고분벽화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5년 발견된 순흥리고분에서 고구려 화풍이 뚜렷한 벽화가 발견되었다. 당시 언론은 ‘신라영토에서 고구려 벽화 발견’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며 세기적 사건에 열광했다.장수왕의 남하정책이 펼쳐지던 시기 학계에서 고구려는 남한강을 따라 중원(中原)에서 신라와 전선(戰線)을 형성했다고 보았다. 이 기록은 ‘중원고구려비’에서도 잘 나타나 고구려의 군사 주둔 범위가 충주-청주-단양 일대에 미치고 있음이 확인됐다.그러나 순흥리에서 고구려계 벽화가 발견됨으로써 고구려 군사 접경이 중원을 뛰어넘어(훨씬 남하해) 경북 내륙까지 미치고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당시 고분을 발굴했던 이명식 전 대구대 교수는 “순흥리고분의 벽화 화풍이 고구려 영향을 받은 흔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구려와의 긴밀한 정치적, 문화적 연결성을 확인해줬다. 벽화 소재인 산악도(山岳圖)도 고구려의 덕흥리고분, 무용총의 소재와 비슷해 이 학설에 무게를 실어줬다. 반형토기. /고로로블로그 제공 ◆‘고구려 경북 북부 지배설’ 학문적 모색 필요고구려 묘제, 고구려 양식 토기, 고구려풍 벽화가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그 지역이 고구려의 영토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시 점령과정에서 생긴 과도기적 사건일 수 있고, 양국간 교류 과정에서 나타난 문화현상일 수도 있다. 삼국사기 등 사료에서도 이와 배치되는 기록도 많이 보이고 반론도 만만찮다.당시 고구려가 한반도 남부에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다양한 사료에 나타나지만 이를 정치적 지배로까지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6세기 대외팽창기 고구려는 신라, 백제 일부지역을 선(線)적으로 지배했을 뿐 면(面)적 통치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그럼에도 대전·충남지역, 경북 내륙에 이어 동해안 지역까지 고구려의 흔적이 많이 보이고, 비슷한 시기에 고분, 벽화, 부장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북방 흔적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이를 단편적인 사실(史實)이나 문화현상으로 치부하기에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6세기 고구려 강역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중원인가, 대전·충남인가, 영남 내륙, 동해안인가. 이제 학계가 가설을 넘어 학문적으로 정리를 할 때가 아닌가 한다./글·사진=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6-06

판이한 시절을 살아온 두 세대의 눈으로 본 ‘퓨리오사’

영화란 1만 명이 본다면 1만 개의 해석과 감상이 나올 수 있는 예술 장르다. 각자가 가진 세계관과 처한 입장,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관객마다 다른 감상문을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영화 해석과 감상에 세대 차이도 존재할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동일한 영화를 선택해 서로 다른 지향과 목표를 가지고 판이한 시절을 살아온 두 세대가 리뷰를 써보기로 했다. X세대인 본지 홍성식(1971년생) 특집부장과 MZ세대인 성지영(2002년생) 인턴기자가 이 흥미로운 실험에 참여했다. 리뷰 대상으로 지목된 영화는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다. / 편집자 주 X세대의 눈“영화란 답답하고 변화 없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신나는 꿈을 꾸는 순간”이라 말하는 이들에겐 이 영화와의 만남이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을 게 분명하다.골라 뽑은 미남·미녀 주연배우의 흠 잡을 것없는 연기에 전작(前作)에서도 이미 증명된 조지 밀러 감독의 스릴감 넘치는 연출, 여기에 박진감 가득한 자동차 추격신과 사실적인 전투신 등 할리우드 스타일의 다양한 흥미 유발 요소들까지.최근 개봉해 흥행 가도를 거침없이 달려가는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이야기다. ‘대중예술로서의 영화’ ‘산업으로서의 영화’에 포커스를 맞출 것 같으면 이 작품은 비판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일단 시원시원하고 재밌다. 음악과 미술 등 각종 예술 장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최고의 상업성을 갖춘 매력적인 상품으로 탄생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게다가 영화의 스토리는 ‘구조’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평화와 안정을 지향하는 작은 공동체에서 살던 여자아이가 악당에게 엄마를 잃는다. 소녀의 불구대천(不俱戴天) 원수가 된 사람은 폐허로 변한 세상에서 에너지의 독점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려는 독특한 캐릭터의 악당. 소녀는 지난하고 힘겨운 과정을 거쳐 악당의 숨통을 끊는 것으로 복수에 성공한다.2시간이 훌쩍 넘는 꽤 긴 영화를 단 160자로 요약할 수 있다는 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관람 시간 내내 고민할 게 하나도 없는 영화라는 뜻이 아닐까?‘재밌는 상업영화=철학이 부재한 유치한 작품’이란 등식은 독선적이고 낡아 보인다. 그렇다고 이 등식이 무용할까?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이 있다면, “영화란 한가한 인간들의 시간 때우기용 팝콘이 아닌 변혁의 수단”이라 말하는 관객도 분명 존재한다.사회 진화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영화가 미치는 힘을 믿는 이들에겐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보고 있는 시간이 지겹고 무료했을 터.왜냐? 영화의 핵심이자 키워드라 할 수 있는 퓨리오사가 갖은 모욕과 고통을 견디며 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엔 인간적 성찰과 복합적 고뇌가 빠져 있다.그저 “내 엄마를 죽인 원수를 기필코 갚고야 말겠다”는 20세기식 단순한 절치부심(切齒腐心)만으로 세련된 21세기 영화팬들에게 수긍의 고개 끄덕임을 얻어낼 수 있을까?대부분의 인간은 영화 속 퓨리오사처럼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행동의 저변에 그 행동을 추동하는 수십, 수백 가지의 이유를 가지는 게 보편의 인간. 복수심 하나만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나 아예 없다.‘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악당 디멘투스의 캐릭터 역시 단선적이고 맹목적으로 느껴진다. ‘좋은 영화’의 기본이라 할 인물의 캐릭터 형성에 실패한 것이다. 이는 영화의 핍진성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결점이다.‘문명’이라 부를만한 것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모래바람 부는 황량한 땅에 합리적이지 못한 극단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반목에 카메라를 들이댄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극장에 들어서기 전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디스토피아가 돼버린 미래와 그런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에 관한 철학적 성찰이 아주 조금은 보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만으로 끝났다. 매번 속으면서도 할리우드의 영화 홍보 방식에 또 속았다는 느낌. 영화를 본 후 입맛이 씁쓸했다. MZ세대의 눈액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극장에 앉은 148분 중 120분 이상을 누군가를 찌르고 협박하는 영상물을 왜 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포스터를 본 순간부터 영화관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어깨는 움츠린 채로, 눈은 반쯤 감은 채로 영화를 봤다.‘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2015년에 개봉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이전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 퓨리오사는 ‘시타델’의 사령관으로 황무지가 된 세상에서 물을 차지하고 있는 임모탄의 충실한 부하다. 최근 공개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는 그녀가 어떻게 시타델이 들어오게 되었고, 왜 갑자기 임모탄을 배신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영화를 보면서 퓨리오사의 MBTI가 ESTP임을 확신했다. 그 이유는 기자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들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 기자는 ENFJ로 퓨리오사와 정반대되는 사람이다. 퓨리오사는 모험심이 넘치다 못해 지나치고, 의리에 휘둘리는 인간이라 도망칠 수 있는 상황에도 다시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물론 그녀의 극단적인 성격들로 인해 14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지긴 하지만.퓨리오사는 어머니를 죽이고 시타델로 자신을 팔아버린 디멘투스를 죽이고, 고향인 ‘풍요의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타델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원했던 결과를 이루기 위해선 시타델의 상위 계층에 속해야 했다. 그랬기에 퓨리오사가 임모탄의 충실한 사령관인 척했던 것.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퓨리오사가 디멘투스에 머리에 총을 겨눈 채 나누는 대화다. 디멘투스 자신을 죽이려는 퓨리오사를 향해 “우리는 이미 죽은 자들이야”라고 말한다. 이 말은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명 그 자체의 소중함은 잃은 채 죽음에서 오는 자극만을 쫓고 있는 본인과 퓨리오사는 이미 정식적으론 죽은 자들이며, 퓨리오사가 자신을 죽이더라도 허망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디멘투스의 말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복수는 결국 복수를 하고자 하는 상대와 나를 동일한 존재로 만든다. 그럼에도 복수까지의 여정은 늘 짜릿하기에 퓨리오사는 복수를 멈출 수 없었던 게 아닐지.일부 관객은 디멘투스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입장에 처한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사이다’를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기자는 이 장면이 찜찜했다. 복수가 주는 짧은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 복수를 하고자 하는 대상과 같은 존재가 되는 건 적어도 기자에겐 어리석은 일처럼 보인 탓이다. ‘매드맥스’ 시리즈는 황무지가 된 세상에서 물, 무기, 기름을 차지한 세 집단들의 생존기를 담은 영화다. 그런데, 인간이 물, 무기, 기름이라는 ‘자연물’ 을 완전히 소유 하고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당연한 걸까?감독은 자연물을 기괴한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세 집단을 등장시킴으로써 ‘인간이 궁극적으로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무겁고 철학적인 질문을 대중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자연에서 오는 것들 중 우리가 완전히 소유 할 수 있는 건 없다. 잠시 그걸 가졌다고 착각할 뿐, 결국 그 모든 것들은 자연에게 돌려줘야 한다.퓨리오사도 디멘투스에 대한 복수는 ‘소유’했지만. 그의 생명까지 온전히 ‘소유’할 수는 없었다. 과연 퓨리오사에겐 디멘투스의 생명의 빼앗는 방식의 복수만이 유일했던 것일까?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이런 의문을 부르는 영화다./홍성식·성지영 인턴기자

2024-06-04

포항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 불명예 벗어야

포항이 ‘해양쓰레기 발생량 1위 도시’라는 한국해양대 연구진의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포항시민들로선 불명예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포항시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해양쓰레기 1626t을 수거했는데, 2018~2020년까지 수거량과 비교하면 폐어망·어구 쓰레기는 2배나 늘어난 수치다.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해양쓰레기 문제를 넘어 환경 오염·환경 파괴의 심각성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물을 연재한다. 본지가 시민단체인 포항환경연대와 함께 해양환경공단과 환경부 등 관계기관을 취재한 결과, 어업활동 중 버려지는 폐어구와 스티로폼 부표, 폐통발 등이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본지는 이번 기획물에서 해양쓰레기 문제 외에도 소비자들의 무절제하게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폭증하는 생활폐기물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소비자들이 자원을 구매, 사용, 처리하는 일상생활 과정에서 어떤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짚어보고, 자원절약을 생활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인류는 산업화와 과학 기술의 발달로 편리한 생활과 물질적인 풍요를 얻었지만, 동시에 이로 인한 환경 오염과 환경 파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환경파괴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포항시가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다. 우리나라 바다에 쌓인 해양쓰레기 가운데 지역별로 포항과 강화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과 강화도에서는 100m당 30개 이상의 해양쓰레기가 파악되고 있다.이 같은 불명예스러운 통계는 한국해양대 연구진이 지난해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에 발표한 ‘2009∼2021년 한국 해안선 조사에 기초한 해양쓰레기 분석 및 전망’ 논문에서 나타났다. 포항시 해양수산과 통계에서도 포항의 해양쓰레기 발생량이 2021년 750t, 2022년 800t, 2023년 1015t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 포항시’라는 보도 이후 해양 환경 보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바다의 날(5월 31일)’을 계기로 포항에서도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 친환경선박발전소에 대한 논의가 대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7면지난 2022년 1월 해양수산부에서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제9조 및 해양수산과학기술육성법 제8조(연구개발사업 등의 추진)에 따라 ‘해양 부유 쓰레기 수거·처리용 친환경 선박개발 및 실증’사업을 공모한 바가 있다.또 지난해 6월에는 부산대와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가 해양쓰레기 수거·처리용 수소하이브리드 친환경 선박의 활용을 비롯한 조선 해양 분야 협력플랫폼 구축에 대해 국제공동협력협약을 맺었다. 양측은 해양폐기물을 기반한 수소생산, 수소 선박 활용 방안 및 성과확산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추진하기로 했다.해양수산부와 부산대 수소 선박 기술센터가 추진 중인 해양쓰레기 수거처리 친환경 선박 기술의 최종 목표가 해양쓰레기로부터 전기에너지를 획득하는 선박 위의 발전(發電) 기술로 나아갈 것이라며, 지속 가능 포항환경연대 유성찬 공동대표가 포항에서도 선박발전소 기술을 연구할 때가 됐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30일 유성찬 포항환경연대 공동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는 매년 10만여t 이상이라고 한다. 2050년 바다에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을 것이라는 말이 생겨날 지경으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유 공동대표는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가 포항이라고 하는데, 장기적인 대책 없이 어민들이 수거해온 해양쓰레기를 200리터 1포대에 2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조업 중에 발견, 발생한 쓰레기일지라도 다시 바다에 그대로 버리고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어선에는 잡은 물고기 외에 실을 공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포항의 어민들이 조업 도중에 발생한 폐그물 등 해양쓰레기를 위판장까지 싣고 와서 처리해야 할 지경이라니, 해양쓰레기를 수거해도 끝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4-05-30

바다밑 미세 플라스틱 조각 75조 개… 떠다니며 인류 위협

한계에 다다른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위해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환경 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특히 해양쓰레기는 세계의 바다를 급속하게 망가트리고 있다. 이는 생태계와 연안 경제, 그리고 오염된 해산물을 먹는 수십억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한국 정부도 2008년 세계 최초로 법정계획으로서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19년에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의 50%를 저감하는 목표를 담은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바다의 날을 맞이해 ‘해양플라스틱 제로화 원년’을 선포하기도 했다. 같은 해 해양수산부는 2020년 주요 예산 편성 방향 1순위로 “항만 지역 미세먼지와 해양쓰레기 저감에 집중 투자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해양쓰레기 문제는 정부만의 현안은 아니다. 포항시에서 간헐적으로 다뤄지던 해양쓰레기 문제는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시와 포스코 간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자체와 기업 간의 주요한 지속 가능한 지구 보전 문제로 부상했다. △포항시 3년간 해양쓰레기 1626t 수거…이전 3년 대비 2배나 증가포항시는 포스코와 함께 ‘Save Our Ocean’ 해양 환경 정화 사업을 통해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1626t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이는 사업 시행 전인 2018~2020년까지 3년과 비교하면 폐어망·어구 수거량이 2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해양쓰레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포항시는 포스코와 2021년부터 민관협력으로 ▲조업 중 인양 쓰레기 수매 ▲어촌계별 쓰레기 수거 장비 지원 ▲영일만 해역 자율 해양 정화 활동 등을 추진했다.하지만 어업인들의 조업 활동 중 인양한 폐어망, 폐통발 등의 해양쓰레기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다. 폐어망 어구로 인한 해양오염은 전국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 플라스틱 6.7만t의 54%인 3.6만t이 발생하고, 폐어구로 인한 유령어업으로 연간 41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포항시 해양쓰레기 발생량, 종류, 처리예산포항시는 정부가 2019년,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의 50%를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포항시의 해양쓰레기 처리예산은 2021년 발생량 750t에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 3억1000만원, 태풍 카눈 피해복구 2억500만원에서 2022년 발생량 800t 해양쓰레기수거사업 3억1000만원, 태풍 카눈 피해복구 4억2000만원으로 확대 편성했다.해안가 읍면동에서 인력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쓰레기는 굴삭기를 임차해 처리하고, 포항시 해양항만과에서 업체에 의뢰해 처리하고 있다. 모래까지 같이 수거되는 해양쓰레기는 사토 처리도 하고 있다.△정책과제만이 아닌, 시민 전체가 체감해야 할 환경 문제간헐적으로 다뤄지던 해양쓰레기 문제는 2000년대 이후에는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해양쓰레기가 독립적인 의제로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특히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와 연계해 해양쓰레기, 해양 플라스틱을 주요한 사안으로 지적했다.유넵(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이 발표한 해양쓰레기 대응 전략인 호놀룰루 전략(NOAA and UNEP, 2011)과 2012년 해양쓰레기에 관한 글로벌 파트너십 형성 전후를 기점으로 이에 대한 공동행동이 강조되고 있다.WWF나 Green Peace 등으로 대표되는 국제 NGO 역시 해양쓰레기를 세계적으로 문제화하는 데 기여했다. 해양은 해양쓰레기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서 재구성되고 있다.△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작은 적, 심해 점령 플라스틱매년, 세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이 최대 1천만t에 달한다. 10,000,000t. 100억㎏. 쉽게 짐작이 되지 않는 너무나도 큰 양이다. 알 자지라(Al Jazeera)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바다 플라스틱을 모아서 납작하게 펼쳤을 때 대략 카타르 크기의 지역을 덮을 수 있다. 그리고 50년 안에, 플라스틱 쓰레기의 면적은 프랑스의 국토 면적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플라스틱이 세계의 바다를 옥죄어오면서 수십억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해양은 하나의 또 다른 인류의 가공할 쓰레기장이다. 매년 15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다로 유입된다. 특유의 난분해성(분해가 잘 되지 않는 특징)은 우리 생활에 유익한 반면, 심해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골칫거리 쓰레기다. 일본 타쿠 아무라(Taku Omura)팀이 최근 플라스틱 심해도 분석 연구에서 심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어떻게 생분해되는지, 그 생분해를 돕는 미생물 집단의 특징은 어떤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연구 결과를 네이처(nature)지에 게재했다.△파악조차 어려운 미세플라스틱 쓰레기 피해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약 12만6000t으로, 6년 전인 2017년(8만2000t)에 비해 54% 급증했다. 2013년 4만9000t에 불과했던 집계치는 2020년 13만8000t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12만1000t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5000t(4%) 늘어났다. 정부가 지역별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통계를 매년 공개하고 있으나, 실제로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겉으로 드러난 해양오염보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영역은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물의 표면 아래 떠다니는 미세 플라스틱은 전체 해양 플라스틱의 약 99%를 차지한다. 최대 75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들이 바다에 떠다닌다. 해산물에 축적된 플라스틱이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르는 것은 그중 하나다. △인천시, 100t급 해양환경정화선 1척 더 건립할 계획한강을 통해 유입되는 매년 수만t의 쓰레기와 폐어구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시는 2022년 해양쓰레기 수거 관리 체계를 본격 개선했다. 해안가 쓰레기 불법투기 감시 인력을 기존 11명에서 36명으로 늘리고, 대상 지역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또 어민들이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사들이는 사업에 총 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해양쓰레기 집하장도 5곳을 추가 설치한다. 올해 말까지 75억 원을 들여 100t급 해양환경정화선 1척을 더 건조한다.현재 인천의 해양오염도 조사, 미세플라스틱 조사 등에 투입하는 해양환경정화선은 85t급 ‘씨클린호’가 유일하다. 지난해 무인도 등에서 모두 22t의 해양쓰레기를 처리했다.△세계 최초 해양쓰레기 수거용 액화천연가스·수소 하이브리드 선박 신기술거둬들인 해양쓰레기를 육상에서 재활용·소각·매립하던 처리기술이 변화하고 있다. 배 위에서 해양쓰레기 수거와 처리를 한꺼번에 하는 신개념 LNG·수소 하이브리드 특수선박 기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아이디어는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에서 나왔다. 지난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다부처 공동 사업에 선정되면서 2026년까지 국비 278억 원, 부산시·울산시·경남도비 100억~130억 원, 민간기관 90억 원 등 500여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받기로 했다. 상용화 시기는 2027년으로 잡고 있다.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기술은 영하 163도의 냉열을 이용해 해양쓰레기를 얼려서 분쇄하는 기술이다. 해양쓰레기를 배 위에서 수거·처리해서 수소를 만들면 해상과 육상을 오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육상 처리에서 생기는 매립·소각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 /윤희정·장은희기자

2024-05-30

백두대간 초목 푸르게 푸르게… “산림은 가꾸고 지키는 것”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앙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대형 산불과 극강의 호우로 인한 각종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과도한 탄소배출과 무분별한 도시개발 등으로 인한 자연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후 위기 극복은 우리의 소중한 산림자원을 지키고 가꾸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산림자원은 대형 산불과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창궐하는 재선충병 등으로 파괴되고 있다. 이에 대한 예방대책은 물론 지속적인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산림생태계를 보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도시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인 문경시의 산림행정은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서있다. □ 백두대간 산림보호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일컫는다.문경시에는 황장산, 조령산, 희양산, 대야산이 백두대간에 속해있다. 백두대간 전체 길이 1400㎞ 중 110㎞에 이른다. 황장산과 조령산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포함되어 있다.백두대간은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 축이며, 수려한 경관을 간직한 생태계의 보고로 우리나라의 자연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법률로서 보호하고 있다.올해 4월 산림청은 경북도, 문경시와 함께 지구의 날의 기념하기 위해 백두대간 하늘재에서 백두대간사랑운동 캠페인을 개최했다. 문경시는 이처럼 중요한 백두대간 산림생태계를 지키고 관리하고 있다.□ 산림보호의 최대적 산불우리는 최근 5년 내 울진과 포항, 안동을 비롯한 경북전역에 대형산불이 잇따라 엄청난 산림이 훼손됐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점점 더 대형화되고 있고, 인적, 물적 피해도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막대하다.산불예방을 위해 봄철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를 산불조심 기간으로 정해 산불대책 본부를 운영한다. 대책본부는 산불예방활동과 산불조기 발견을 위해 읍면동별 산불감시원을 배치하여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산불발생 시 진화를 위해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대책 본부하에 운영하고 있다.문경시는 산불발생 시 초동진화를 위해 3400ℓ급 헬기를 상주시와 공동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가을철 산불은 10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산불조심 기간으로 정해 운영한다. 봄철에 비해 산불 발생빈도나 피해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산불은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유발하는 만큼 예방활동과 진화에 있어 봄철과 동일하게 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산불진화진화는 필수 전문인력인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나, 진화조직은 비정규직 약 40명으로 봄철 4개월, 가을철 2개월간 운영된다. 전문성 향상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중앙부처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 대형산사태 예방여름철 장마와 극한강우로 인한 산사태가 재난분야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문경시와 예천군, 영주시, 봉화군은 기록적 폭우로 인해 많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아직도 그때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문경시도 집중호우로 인해 2명의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났고, 농경지 유실, 도로 파손, 산사태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산사태는 예측이 어려운데다 순식간에 산림 내 토석류가 흘러내려 큰 피해가 발생한다.산사태 예방을 위해 사방댐 건설과 계류보전사업을 통해 유속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계곡으로부터 유출되는 토석류를 막아주는 사방사업 확대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무엇보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집중호우 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다.과거 집중호우 시 대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사례를 거울삼아 대피체계를 구축하고 주민들의 인식이 강화되고 대피가 일상화되어야 할 것이다. 문경시는 산사태 발생에 대비해 363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산사태 취약지역은 사방댐 건설 등 사방사업을 우선 추진하게 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취약지역을 확대하고 있다.문경시는 올해 집중호우에 대비하가 위해 마을 단위의 대피소 안전여부를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부적정 판정을 받은 대피소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재지정할 계획이다.지방은 고령화로 인해 거소주민의 상당수가 연로하거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아 대피소가 있다 하더라도 신속한 대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문경시는 이에 따라 소방서와 경찰서와 합동으로 부상자나 몸이 불편한 주민 대피 훈련을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 재선충병 방제우리나라 산림은 소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1998년 우리나라에 소나무의 위기가 찾아왔다. 1905년 일본에서 최초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이 1998년 부산에서 발생해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된 상황이다.정부는 2005년도 소나무재선충병방제특별법을 제정하여 본격적인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단기간에 급속히 나무를 고사시키는 시들음병으로 한 번 감염되면 치료 회복이 불가능하고 100% 고사해 흔히 소나무에이즈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소나무재선충병은 현재 치료방법이 없어 병에 걸린 나무를 제거해 추가 확산을 방지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지금은 지역에 맞는 방제방법을 택하고 있고, 항공방제, 약제방제, 천적활용 등 다양한 방제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문경시 산림보호팀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고사목 제거, 수간주사, 항공방제 등을 실시해 최상단 백두대간까지 확산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숲을 가꾸는 산림행정산림보호팀의 특별한 업무 중 하나가 산림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다. 문경시 산림녹지과는 산림경영팀, 산지관리팀, 산림보호팀, 녹지조경팀, 산림휴양팀으로 구성돼 산림행정을 펼치고 있다.산림경영팀은 숲가꾸기사업과 입목벌채허가, 백두대간주민지원사업 등 업무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중 주목할 업무는 백두대간주민지원사업이다.백두대간주민지원사업은 지리적으로 백두대간과 인접해 산림경영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역(문경읍, 가은읍, 농암면, 동로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각종 보조 사업을 추진한다.산지관리팀은 산지의 이용적 측면에서 산지를 농업인 주택 및 창고 등 산지전용허가와 쇄골재용, 토목용, 건축용재 생산을 하기 위한 토석채취허가, 광물생산 관련시설 설치를 위한 산지일시사용허가 등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녹지조경팀은 유휴토지를 활용해 숲조성, 소공원조성, 가로수 조성 및 관리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산림보호팀은 산림 내 불법임산물채취, 불법산지전용, 불법입목벌채 등 산림 내 위법행위에 대해 조사와 수사를 거쳐 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하는 업무를 한다. 산림휴양팀은 문경시 10대 중점추진 업무인 문경새재하늘길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문경읍의 랜드마크인 봉명산 출렁다리를 준공해 문경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신현국 문경시장은 “각종 재난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여 안전한 문경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특히 산불, 산사태 등 산림재난에 대해 유관기관과 면밀히 소통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24-05-30

신임·이임 감사들 행차 굽어보며 태평성대 빌었던 노송

문경새재 옛길은 역사의 길이다.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오가며 과거시험 보러 가는 등용문의 길이며 낙향의 길이다. 외침으로부터 조선의 수도 한양을 지키는 고갯길이다. 이런저런 우리 조상의 삶이 스며있는 애환의 아리랑 고갯길이며 인생길이다.이제 옛 기억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건강을 위한 치유와 명상의 숲길로 재탄생하여 힐링하는 사람들로 물결치고 있다. 신록의 계절 오월의 어느 주말 문경새재 녹색 숲길을 찾았다. 넓은 주차장부터 만차이다. 영남인뿐만 아니라 전국, 세계인들이 찾아오고 있다.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산속 숲길에는 유명한 가수의 공연도 명사의 강연도 인위적인 그 어떤 행사도 놀이기구도 없다. 그저 나무들이 운집한 울창한 녹색의 숲에는 맑은 계곡물 흐르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뿐이다. 그러나 녹색의 숲길에 들어서면 볼 수도 없는 신선한 공기가 쭈그러진 우리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축 늘어진 어깨가 으쓱해지고 동공을 키우며 마음을 매료시킨다.넓은 푸른 잔디광장 끝에는 주흘산과 조령산 자락을 끌어당겨 성벽으로 묶어 놓고 중앙에 주흘관이라는 육중한 성문을 만들어 놓았다. 문짝 없는 성문은 밀려드는 사람들을 마다하지 않고 품었다. 먼저 조선 관리의 공덕비가 한 줄로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새재의 숲길은 오월의 따가운 햇살을 나뭇잎들이 가리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 위에는 녹색의 향을 뿌렸다. 길 따라 깊은 숲속에서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길옆 도랑에는 계곡물을 끌어들여 또 다른 작은 물길을 터놓았다. 물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낮은 곳으로 흐르니 극히 자연스러운 데 반하여 나는 숲길을 거슬러 오르니 숨이 차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본성이나 인간은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은 욕망 때문에 늘 힘들어한다. 무거운 욕심의 짐 내려놓으려고 하나, 그것 또한 마음뿐이다. 물길은 내림의 길이고 인생길은 오름의 길인가 보다. 맑은 물소리는 자연의 소리와 하모니를 이루어 녹색 숲의 깊은 늪에 빠져들게 했다.주흘관(主屹關)과 조곡관(鳥谷關) 중간 지점 용추연(龍湫淵)이 있었다. 용추연은 계곡 바위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 깊은 소가 있는 곳으로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빚어 만든 절경으로 많은 시인 묵객이 노래하던 곳이다.아름다운 용추연 있는 곳에 교귀정(交龜亭)이 있었다. 교귀정은 조선시대 경상도 신구감사 교인식을 거행한 교인처(交印處)를 말한다. 교귀정에는 소나무 노거수가 늘 함께하고 있었다.짐작하건대 언뜻 보아도 나이가 삼사백 살은 되어 보인다. 거북등 같은 육각형 수피가 뚜렷이 몸을 감싸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고, 몸 둘레의 굵기는 2.6m이고 키는 8m나 되었다. 외모로 보아도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온 범상치 않은 경륜을 말해 주고 있었다. 교귀정 주변에는 이 외에도 여러 그루의 소나무 노거수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뭐니 해도 문경새재 숲길의 절정은 용추연과 돌에 새겨진 그 노래 시비, 교귀정과 그 지킴이 소나무 노거수가 있는 이곳이 아닌가 싶다.교귀정 노거수는 청렴, 절개, 사랑, 효도의 표징으로 관리의 서약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민족의 나무라 할 수 있다. 부임하는 관리에게는 응원의 격려를, 떠나는 관리에게는 감사의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이제는 할 일이 없어졌는지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노송은 여유를 즐기며 교귀정을 지키고 있다. 새알 같은 둥근 바위에 “이 교귀정 소나무는 … 마치 여인이 춤을 추는 듯 새재를 찾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보면 볼수록 특이한 형태와 수형으로 그 신비감을 더해 준다”라고 소나무 노거수를 찬양한 글이 새겨져 있었다. 교귀정 노거수가 이렇게 오랫동안 산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불됴심’이라 새겨진 길가 비석 때문이 아닐까. 새재 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불조심이라는 경구의 표석을 보고 마음에 새기고 조심한 덕분이 아닐까. 그러나 교귀정 소나무는 하필 물도랑을 낼 때 뿌리 밑으로 내는 바람에 뿌리가 많이 상한 탓에 가지가 고사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내었다. 지난봄, 여름, 가을, 겨울에도 이 길 위를 걷고 또 오늘도 걸었다. 사계절 걸으면서 듣는 숲속의 바람 소리는 제각각 다르게 느껴졌다. 숲의 위치에 따라, 나무의 종류에 따라, 지형에 따라, 고도에 따라, 음지, 양지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달랐다. 또한 마음의 평온 여부에 따라 달랐다. 숲은 소리의 고향이 아닌가 싶다. 문경새재 숲길이라는 장소는 변함없는데, 계절에 따라 또 다른 모습과 느낌으로 다가온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이 찾아와 신발을 벗어놓고 맨발로 걷는 사람도 많다.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 흙 묻은 발을 씻고 있는 그들의 얼굴은 환하게 밝았다. 나 또한 그들과 같이 신발을 벗어 배낭에 넣고 맨발로 녹색의 숲길을 걸었다. 대지의 흙에 맨발바닥 살을 갖다 대니 묘한 촉감이 감정선을 자극했다.산이며, 하늘이며, 숲의 자연은 마치 사람의 얼굴과 같아서 자세히 보아야만 알 수 있으며 슬쩍 눈길만 주어서는 모른다. 하늘과 땅 사이에 물건마다 모두 주인이 있으니, 내 소유가 아니면 한 점도 취할 수 없지만, 오직 숲길에 부는 맑고 시원한 바람과 나뭇잎 사이의 따뜻한 햇살은 얼마든 취해도 막는 이 없고 아무리 사용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이야말로 조물주의 끝없이 감추어 놓은 화수분이 아닐까.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산의 아름다움은 흙으로 살을 붙이고 돌로써 골격을 삼고, 초목으로 모발을 삼는다고 했다. 초목이 무성해야 살과 골격을 온전히 보전할 것이다. 문경새재 숲길은 이 모두가 잘 갖추어져 있어 우리 조상의 자연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문경새재 사계절의 숲길을 걸으면서 내 인생 한해의 삶을 반추해 본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면서 살아왔지만, 매번 큰 결실의 열매를 얻지는 못한 것 같다. 나의 노력이 부족 하였든지 아니면 봄에 희망의 씨앗을 제대로 뿌리고 여름에 가꾸는 데 나무와는 달리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봄의 희망이 지키지도 못할 과한 욕심이 아닐는지. 매년 후회를 하면서 늘 빈 가슴을 안고 살아왔다. 그러나 나에게 물질적으로 얻은 것은 그다지 없다 하더라도 계절을 맞이하면서 보내는 숲길에서 콩나물 같은 철학의 이삭 하나쯤은 주었다.매번 숲에 오면 숲과 한 몸이 된다. 숲에서 심호흡하고 숲의 향기를 맡고, 나무와 숲을 감상해 본다. 숲속 나무 아래에 서서 나무를 쳐다보며 허파 속 묵은 공기를 내뿜고 신선한 숲의 공기를 마셔본다. 공기의 신선한 맛을 음미하면서 온몸의 핏줄을 따라 퍼지는 것을 느껴본다. 욕심의 찌꺼기를 씻어내니 빈손으로 들어가 나올 때도 비록 빈손이지만, 텅 빈 가슴에는 기쁨의 충만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경상감사 도임행차(到任行次)는교귀정은 도임하는 신임 감사와 업무를 마치고 이임하는 감사가 관인(官印)을 인계인수하던 곳이다. 문경새재 용추폭포 옆에 위치했다. 문경 현감 신승명(愼承命)이 1400년대 후반(1466-1488년)에 세웠다고 전해진다. 구한말에 불에 타 없어졌던 것을 1999년 중창하였다. 경상감사 도임행차는 조선시대의 ’미암일기초(尾84ED日記草)‘와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서 보여지는데 총 300여 명으로 구성됐었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