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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올봄… 갈등 넘어 분홍빛 희망을 맞이하는 꿈을 꾼다

맹렬한 추위 속에서 시작된 갑진년. 하지만 설 연휴가 지나고나니 어느덧 봄기운이 찾아들었다. 앞으로도 꽃샘추위 정도야 있겠지만, 혹한과 폭설 소식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올해 봄은 세계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는 분쟁과 다툼,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반복된 가족들 사이 불화가 깔끔하게 사라진 분홍빛 희망으로 맞이하고 싶은 게 사람들의 꿈 아닐지.아래 차별과 갈등을 넘어 화해의 웃음으로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찾아보면 좋을 영화 2편을 권한다. ▲‘헤이트풀 8’..… 인종 차별의 갈등을 극복할 방법은 뭘까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장 많이 죽어나가야 했던 이유는 종교와 인종이 야기한 갈등 때문이었다.가톨릭과 이슬람이 서로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을 경쟁하던 중세로 갈 것까지도 없다. 1990년대 초반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던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학살과 전쟁, IS(이슬람국가)의 테러,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 등은 대부분 종교의 다름을 이유로 자행된 반인륜적 행위.히틀러가 일으킨 2차대전은 종교와는 다른 이유로 수백만 명의 목숨이 사라진 사례다.오스트리아 태생의 조그만 독일 사내는 인종적 배타성을 정치적 헤게모니를 얻는데 사용했고, 아리안족이 아닌 다른 인종을 학살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알다시피 유대인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2차대전 이전, 인종차별이 비극적 현실로 첨예화돼 나타난 것이 미국의 남북전쟁 (1861~1865)이다. 이 전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흑인 노예의 신분을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가”였다.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류를 이루던 미국 남부는 저임금으로 수월하게 다룰 수 있는 흑인 노예가 유지되길 원했고, 반면 공업생산 기반이 발전일로에 있던 미국 북부는 ‘노예 해방’이란 휴머니즘을 지지하는 쪽이 많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헤이트풀 8’의 시간적 배경은 남북전쟁 직후다. 타란티노 감독이 이전 영화들에서 보여준 끔찍한 유머와 피와 살점이 튀는 연출은 이 작품에서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헤이트풀 8’은 뭔가 조금 다르다. 그게 뭘까?영화 도입부. 카메라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조각상을 오랫동안 비춘다. 저 멀리 그 조각상의 뒤편에서 설원을 달리는 마차. 거기엔 자신이 인식하건 그렇지 않건 인종적 편견으로 가득 찬 백인 악당들이 타고 있다.이어 등장하는 화면은 흑인 현상금 사냥꾼(사무엘 잭슨 분)이 ‘교수형 집행자’로 불리는 백인 현상금 사냥꾼(커트 러셀 분)의 마차를 얻어 타는 장면이다. 흑인 현상금 사냥꾼은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지휘관으로 백인 병사 수십 명을 불태워 죽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백인 악당들과 이들 두 현상금 사냥꾼이 만나는 곳은 눈보라 치는 허허벌판의 조그만 식당.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거기엔 북군 흑인병사 수백 명을 살해한 남부군 전직 장교(브루스 던 분)가 앉아 있다.‘헤이트풀 8’은 예전에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가 보여준 시간과 시점을 무시로 넘나드는 재기발랄한 연출에 더해 ‘잔인함 속의 폭소’라는 불협화음이 변주되는 수작이다.‘관객이 열광하는 영화’가 뭔지 아는 감독이 지휘하는 감각적 즐거움이 있기에 3시간에 가까운 긴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여기에 하나 더. 타란티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에게 덧씌워진 ‘철학 부재의 천방지축’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한다. 미국의 악질적 고질병인 흑백갈등 문제를 진지하고 은유적으로 제기함으로써.영화에서는 “신은 흑인의 편도, 백인의 편도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에선 타란티노 특유의 장황하고 우스꽝스런 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도입부, 지루했던 예수상을 비추던 장면도 그때가 되면 이해된다.‘헤이트풀 8’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생 나쁜 일만을 저질러온 이들의 피 튀기는 복수극으로 단순하게 해석될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죽음을 눈앞에 둔 백인우월주의자와 흑인우월주의자가 나란히 누워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다.그 누군가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 편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 바로 이 장면이 이전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와 향후 그의 영화를 구별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될 듯하다. ▲‘고령화 가족’… 불화 이기는 힘은 결국 식구의 정(情)‘만다라’와 ‘길’을 쓴 소설가이자 우리말 연구자였던 김성동(1947~2022). 그는 가족(家族)은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일본식 어법이기에 식구(食口)가 적절한 표현이라고 말했다.그렇다면 식구란 무엇인가? 누구나 알 수 있는 2개의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먹는 입’이다. 이를 확장해석 하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사람들’이 될 터.맞다. 아버지와 엄마, 아들과 딸, 조부와 조모, 숙부와 조카 등은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다.같은 집안의 혈족으로 해석 가능한 가족과 달리 식구는 꼭 같은 핏줄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혈통의 순수성을 중시해온 동양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족이 아닌 식구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은 한국인이 그렇게 꽉 막힌 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이 문제는 역사학자나 언어학자들이 보다 면밀하게 연구해야 될 사안이니 여기서는 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파이란’과 ‘역도산’ 등의 영화를 통해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의 재주를 보인 송해성의 작품 ‘고령화 가족’은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꾼으로 문단 안팎에서 이름이 높은 천명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송해성과 천명관이 그려놓은 영화와 소설 속 주인공 가족(식구)은 거칠게 말하면 ‘개판 5분 전’인 동시에 속된 표현으로 ‘콩가루 집안’이다.40대 중반에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장남 오한모(윤제문 분),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지만 변변치 않은 재주 탓에 영화판에서 쫓겨난 차남 오인모(박해일 분),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을 꿈꾸는 천방지축 막내딸 오미연(공효진 분), 여기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남학생들과 몰려다니며 가출을 일삼는 오미연의 중학생 딸(진지희 분), 일흔을 목전에 둔 나이에 자식들 창피하게 혼자 사는 동네 할아버지 방을 드나드는 엄마(윤여정 분)까지.영화는 이들이 왜 이런 삶을 살게 됐는지 설명하는 과정을 담았다. 사실 인간이 처한 입장과 지나온 삶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 그건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이 다르지 않다.‘고령화 가족’은 얼핏 비루해 보일 수 있는 실패하고, 고통 받고, 초라한 생을 살아온 한 식구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댐으로써 ‘실패한 삶은 있어도 가치 없는 생이란 없다’는 진실을 담담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연출 기법이 할머니의 옛이야기 같은 방식이라 정감도 더해진다.여기서 배우 윤제문은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의 캐릭터 소화력은 ‘비열한 거리’ ‘이웃집 남자’ 등의 영화를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공원에서 노인들을 따라 에어로빅을 추거나 훨씬 어린 건달 후배 앞에서 의도적으로 으스대며 폼을 잡는 장면, 엄마 역을 맡은 윤여정과 하모니를 이루는 철없는 늙은 아들의 모습은 영화 속 인물 오한모와 완벽하게 합치를 이루는 경지를 보여준다. 사실 연기라면 차남 역할을 맡은 박해일이나 철부지 딸을 소화한 공효진도 여타 배우들에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원체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윤제문 탓에 두 사람의 연기력이 영화의 배경 뒤로 밀리는 느낌까지 든다.윤제문의 연기와 송해성의 연출이 가닿은 끝. 영화는 이 5인 가족(혹은 식구) 출생의 비밀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들 모두는 핏줄이 아닌 정(情)으로 연결된 구성원이었다는 게 자연스레 밝혀지는 것.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 언급은 피하려 한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다. 결국 식구란 즐거움과 웃음의 공동체라기보다는 ‘눈물과 수난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동아리’ 같은 것이었다.앞서 말했다. 가족이 같은 집안의 혈족이라는 개념이 강한 명사라면, 식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 사람들이란 뜻을 품은 단어.영화를 마주한 관객들이라면 왜 이 영화의 제목으로는 ‘고령화 가족’이 아닌 ‘고령화 식구’가 더 어울리는지 깨닫게 될 게 분명해 보인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2-13

‘변화의 초석’ 발판 딛고 ‘기회의 달성’ 만든다

대구 달성군이 ‘빛나는 군민’을 위한 초심을 그대로 이어갈 달성군의 2024년 주요 사업 계획을 밝혔다.앞서 달성군은 지난해 빛나는 변화의 초석을 놓았다.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 등을 유치해 지역 산업 동력을 마련한 것은 물론, 화원읍의 대구교도소가 하빈면으로 이전하며 지역 풍경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또 달성교육재단의 출범으로 체계적인 교육사업 발판을 마련했고, 유가읍 행복한 병원 개원 등으로 지역 의료복지에 새바람이 불었다.달성군은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내실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맞춤형 교육도시’ 조성 독보적 사업지난해 장학, 진로진학, 도서관 등 교육사업을 아우르는 달성교육재단이 출범했다. 그간 달성군에서 진행하던 여러 교육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할 컨트롤타워가 탄생한 셈이다. 어린이집 영어교사 전담배치 등 전국 지자체 중 처음 시도한 사업들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달성군은 이 같은 변화의 고삐를 죄기 위해 새해에도 힘을 쏟는다. 우선 교육부의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도록 지자체, 시·도교육청, 대학, 기업 등이 협력·지원하는 정책으로, 교육을 통한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및 최대 100억 원 예산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한다. 대구시는 2월 초 구·군별 사업모델을 반영한 특구 지정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달성군은 그간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교육 혁신에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각 지자체의 특성을 살린 교육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특구 지정의 열쇠로 작용하는 만큼 대구국가산업단지·대구테크노폴리스와 디지스트 등 지역 내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산학연계 사업 및 한국어·한국 문화 교육 등 관내 다문화 가족 대상 특화 사업, 늘봄학교 활성화 등 돌봄서비스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하빈면의 달서중·고등학교는 학령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다사 세천지역에 2027년 개교할 예정이다. 기존 달서중·고등학교의 후적지는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지난해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에는 화원초등학교와 달성중학교가 선정됐다. 이를 통해 학생에게 더욱 쾌적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주민들은 그간 부족했던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이 밖에도 테크노3초등학교 조기 개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화원읍 본리 창의놀이터 건립 등 교육과 보육을 아우르는 맞춤형 지원정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대구 최초 법정문화도시, 지역사회 연계 사업 선보인다달성군이 대구 최초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2023년 한해는 총 4천709명의 시민이 문화활동에 참여해 911회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그 결과 전체 군민의 약 60%에 달하는 15만7천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달성군은 올해도 주민 공동체와 지역 문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호혜로운’ 권역별 문화도시 사업을 이어간다. 사문진을 주제로 기획하는 시민참여형 야외오페라, 달성문화기획학교 1기 수료생 중심의 문화기획 심화과정 등이 그 예다.이미 전국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구현대미술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로컬100(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된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은 지역사회와의 연계 활동을 강화한다. 콘서트에 출연하는 지역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들이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으로 찾아가 공연을 펼치거나, 미술제에 지역 청년작가들과 주민이 함께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식이다.지역 산단 등의 근로자들을 위한 행사 ‘문화한끼’, 문화도시 비전인 호혜로움을 실천하기 위해 전입세대와 신생아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달성보따리’ 등 지역민은 물론 달성군을 오가는 시민들의 마음까지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사업이 계속 펼쳐진다.지난해 말 대구교도소가 하빈으로 이전하며 후적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달성군은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국립근대미술관,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동시에 교도소가 떠난 자리의 슬럼화를 막을 수 있도록 후적지 내 주민 휴게공간을 신속하게 조성할 예정이다.관광객 유입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최근 지역민의 이목이 쏠린 호재 중 하나가 비슬산 내 경찰수련원 건립이다. 비슬산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뛰어난 접근성 덕에 경찰수련원 위치로 낙점됐다. 달성군은 경찰 관련부서와 발빠르게 협력하는 한편 호텔아젤리아, 현풍향교, 현풍 백년도깨비시장 등 인근 관광지 방문이 함께 늘 수 있도록 유도한다.지역 풍경 역시 새해를 맞아 더욱더 달라질 전망이다. 달성군은 현풍읍 성하리 일원에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 목조전망대를 만드는 국비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달성 관문도로의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화원 관광지 내 가족테마파크, 세천 금호강변 가족캠핑장 등 온 가족이 함께 건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힐링공간도 제공한다. △새해에도 박차를 가할 달성군 미래 먹거리 사업달성군은 지난해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 예타 통과, 모빌리티 모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등 주요 국책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역시 2032년 하빈면에 새롭게 터를 잡는다. 모두 지역민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달성군에 활력을 불어넣을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달성군은 관련 기관들과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각종 민원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TF팀 구성과 매뉴얼 구축 등 군 차원에서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아울러 지역 내 기업에 세제, 금융, 정주여건 혜택을 제공하는 기회발전특구 지정도 추진 중이다. 기회발전특구는 균형 잡힌 지역 발전을 위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내놓은 계획으로, 대구시가 수립하는 계획에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와 대구테크노폴리스가 포함된다.달성군은 두 권역 내 주거, 교육, 문화체육, 공원녹지 인프라 확충과 기반시설(SOC) 지원 계획, 기타 재정 지원계획 등을 마련해 대구시에 자료를 제출했다. 달성군이 기회발전특구에 포함된다면 지역의 주거, 녹지 등 인프라와 조세혜택 등이 합쳐져 기업 하기 좋은 지역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어르신들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노인일자리를 지난해보다 확대한다. 총 4천800여 개의 노인일자리 지원을 위해 예산 53억 원을 추가 확보한 상태다. 올해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고령화 등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위해서다. 남부 농기계 임대사업장 확장 이전 등에도 앞장선다. △건강하고 안전한 복지도시, 달성군에서 실현한다지난해 달성군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유가읍 ‘행복한 병원’ 24시간 응급실 개소, 이동건강버스 ‘달성건강빵빵이’ 등 의료사업을 시작했다. 행복한 병원 응급실은 현재까지 1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주민 건강과 안전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히 사업에 힘을 쓰겠다는 다짐이다.저소득 가정에 신선한 농산물 등 식품을 제공하는 ‘농식품바우처’ 사업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2년 연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취약계층에 안전한 먹거리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달성군 농가 소득 증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이다. 아울러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100억 원 규모 소상공인 특례보증을 시행한다. 달성군은 대구신용보증재단에 10억 원을 출연하고, 출연금의 10배인 100억 원에 대해 대구신용보증재단의 전액보증으로 농협은행달성군지부와 대구은행 화원지점에서 경영안정자금을 융자한다. 달성군은 지난해 대구시 구·군 중 1회 출연금으로 최고 금액인 10억 원을 출연했으며 자금이 조기 소진돼 3억 원을 추가 출연, 총 130억 원 규모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지역 내 다양한 계층의 어려움도 꼼꼼히 살핀다. 일단 해마다 이용자가 늘고 있는 북부노인복지관을 증축하고 주차장을 확보해 더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논공읍 등 우리 지역 다문화 가정을 위한 글로벌 센터 등 맞춤형 지원공간 건립에도 나선다. 결혼이주여성의 취업 및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도 추진한다.나라를 위해 헌신한 보훈가족 예우 역시 잊지 않는다. 호국공적비 건립, 90세 이상 참전유공자 특별명예수당 지원 등이 그 예다. 이 외에도 장애인이동나드리콜과 장애인복지관 이동복지사업을 확대 운영해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최재훈 달성군수는 “지난해 군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 덕에 달성군은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며 “2024년도 초심을 잃지 않고 변화를 위해 전 공직자가 함께 발로 뛰는 달성군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4-02-12

국비 1천566억 투입, 피해 원상 회복 넘어 항구적 재발 방지까지

지난해 여름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피해가 컸던 봉화군이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지난해 대규모 수해 피해의 아픔을 잊고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봉화가 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상운면 운계리의 구천과 봉성면 봉양리 토일천의 재해복구사업 현장을 방문해 복구진행 상황 등을 점검하고 사업 추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지구단위 종합복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오그래미 마을을 방문해 그간의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조속히 사업이 추진되도록 주문했다. 수해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항구복구 공사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두고 신속한 복구를 진행하며 주민들이 안심하는 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 일상생활 회복 우선 복구먼저 군은 응급 피해 복구를 위해 예비비와 특별교부세를 재원으로 신속히 추경성립전예산 40억 원을 편성해 10개 읍면에 응급복구를 위한 장비대를 교부했다. 하천 제방 붕괴 복구, 마을진입로를 포함한 주요 도로 응급복구, 사면정비 등 주민생활 불편함과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역 민간단체와 관계기관에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자발적 수해복구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특히 수해 발생 이후 약 한 달여간 각 담당부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매일 현장을 방문해 응급복구현장을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등 공직자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과 모범을 보였다. □ 신속한 재난지원금 지급군은 수해 피해를 입은 4,614세대에 135억 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을 추석 전 지급 원칙으로 지급 완료해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직접 지원금 외에도 재산 피해를 입은 가구에 대해 지방세 감면(재산세 7천447건 2억 500만 원, 주민세 3천798건 4천200만 원 등) 1만1천314건 2억 5천200만 원, TV 요금 지원, 전기요금 감면, 예비군 훈련 제외 등 간접 지원을 했다. 특히 주택 전파, 반파 등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10가구 21명을 위해 임시조립주택을 설치하는 등 생활보금자리를 조속히 마련했다. 임시주택은 이재민들이 기존의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거주지 주변에 설치했으며 최장 2년 동안 지원된다.또한 일상생활 불편 해소를 위해 생활가전제품도 지원했으며 삶의 터전을 새로이 일궈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피해 복구 국비 1천566억 원박현국 봉화군수는 조속한 피해 복구를 추진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호우피해 개선복구사업 투자 우선순위에 참석하는 등 국비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피해가 발생한 구간만 땜질식으로 원상복구할 경우 지금과 같은 폭우 시에는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으니 피해가 재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 결과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심의 의결된 확정 복구계획에 군에서 요구한 개선복구사업 112억 원과 그 외 하천의 기능복원사업 124개소 947억 원이 반영되는 쾌거를 거뒀으며, 특별재난지역선포에 따른 국고 추가 지원 또한 490억 원에 달한다.□재발방지 항구적 복구군은 피해시설의 단순 원상복구를 넘어 재해예방을 위한 전면적 개선복구 추진에 힘쓰고 있다. 호우에 유실됐던 하천정비,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 및 교량 재가설, 사면피해 복구 등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작년 10월 수해복구 조기 추진 T/F를 구성해 인력자원을 총동원하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특히 복구금액이 10억 이상인 7곳을(지구단위 2곳, 도로시설 2곳, 하천 1곳, 산림 2곳)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특별관리하고 있다.주요복구 공사에 대해 신속한 발주를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복구비 교부 전에 군 예산을 긴급히 편성해 실시설계를 조기에 발주, 지난해 12월 중 완료했으며, 재해복구 추진 지침에 따라 3억 원 미만 현장은 4월, 50억 원 미만 사업은 6월까지, 50억 원 이상 현장은 10월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한 피해시설의 단순 원상복구를 넘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의 전면 개선복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봉성면 오그래미 지구(수로개선 1km, 마을안길 0.4km), 소천면 살래천 지구(도로 1.6km, 하천 0.8km)는 군에서 직접 공사를 실시하며, 경상북도가 관할하고 있는 지방하천인 봉성면 창평천, 춘양면 운곡천, 상운면 구천과 토일천 지역에도 750여억 원을 투입해 경북도에서 주변 환경에 적합하게 하천 복구 공사를 실시한다.박현국 봉화군수는 “지난해 6월 30일과 7월 14일 두 차례에 걸쳐 봉화군에 내린 폭우로 4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107동의 주택이 피해를 입는 등 봉화군 전역에 걸쳐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지만 지역 주민, 공무원, 군장병, 자원봉사단체 등 수많은 봉사의 힘으로 빠르게 응급복구를 완료해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 군수는 이어 “하지만 유실된 농경지 원상복구, 무너진 하천, 도로 항구복구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수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역주민과 공무원, 그리고 관계기관 모두가 한 마음, 한 힘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힘써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02-12

경북관광공사 설 연휴 경주 안동서 즐길거리 '풍성'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청룡의 해 설 연휴는를 맞이해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했다.■ 경주 보문호반 광장과 엑스포대공원에서 즐기는 설 이벤트▷ 보문관광단지 호반광장에서는 10일부터 2일간 ‘복(福)작 복(福)작 보문관광단지’ 설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의 메인공연으로 통기타, 트로트, 국악, 전자 현악기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가족 레크리에이션, 민속놀이 경연대회, 보문노래자랑을 통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소정의 상품을 가져갈 기회도 마련되어 있다.체험존에서는 가훈 써주기, 요술 풍선 만들기, 신년운세 봐주기, 민속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선사한다.▷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는 9일부터 3일간 오전 10시부터 곡수원 일대에서 민속놀이 체험, 버스킹 공연, 경품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버스킹 공연은 K-POP 댄스, 마술, 트로트 공연으로 오후 12시30분, 오후 2시 1일 2회 진행된다. 설맞이 한마당 이벤트의 가장 큰 즐길 거리는 가족 단위로 참여 가능한 레크리에이션과 ‘청룡을 찾아라!’ 보물찾기로 즐거운 추억과 함께 푸짐한 선물을 마련했다.1월 1일부터 진행 중인 입장 요금 할인은 2월 12일까지 진행된다.용띠 해에 태어나거나, 이름에 용이 들어가 있거나, 한복을 입은 분들은 공원 입장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안동문화관광단지 유교랜드에서 즐기는 설 이벤트▷안동 유교랜드에서는 2월 1일부터 29일까지 입장료를 2천원 할인해 운영하고, 9일부터 12일까지는 한복 착용 입장객과 이름에 ‘용’자가 있는 관람객, 용띠 출생연도 관람객은 무료로 입장 할 수 있다.11일부터 12일까지 가훈 쓰기,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를 일일 각 200명 한정으로 체험할 수 있다.  그 밖에 전통 놀이 체험, 한복 입어보기, SNS포스팅 다채로운 이벤트를 펼친다.지난해 10월 메타버스 콘텐츠를 선보인 유교랜드는 미디어아트 전시관, 체험형 콘텐츠를 도입해 총 10개의 새로운 콘텐츠가 배치되어 연일 단체관람객과 가족 단위 관람객 방문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도립자연휴양림에서 즐기는 설 이벤트안동호반, 팔공금화 도립자연휴양림에서는 투호놀이, 제기차기, 윷놀이 등 다양한 전통 민속놀이 체험 행사를 진행하며, 정월대보름 기간인 23일부터 24일까지 입실 고객 대상으로 부럼 깨기 세트도 제공한다.또한 안동호반자연휴양림에서는 숙박객과 도민에게 심신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치유와 힐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힐링타운 입장료를 할인(입장료 : 5천원 일괄 적용) 운영한다. ■ 온라인에서 즐기는 ‘새해 복받아용’ 이벤트경북관광 온라인 채널인 경북나드리에서는 ‘청룡과 함께하는 새해 복받아용’이벤트를 2월1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다.청룡의 해를 맞아 용과 관련된 경북 여행지를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로 퀴즈와 설문을 통해 경북의 전통주와 다과를 경품으로 선물한다.■ 설 명절 ‘설 연휴 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관광객 맞이 전념공사는 안전하고 쾌적한 관광단지 환경 유지와 관리를 위해 ‘설 연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광단지와 공사가 운영하는 영업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돕기 위해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영업장별 관리책임자 지정과 시설 환경정비를 위해 연휴 기간 연인원 430여명이 비상 근무를 통해 관광 편의를 제공한다.김일곤 사장직무대행은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아 열리는 설맞이 이벤트를 통해 명절 연휴 경북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면서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4-02-08

한 몸처럼 얽히고설킨 ‘사랑나무’ 연리지

질풍노도의 청소년 시절 앞날이 궁금했다. 혈기 왕성한 때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으나, 가난이라는 궁핍과 시골 농촌의 힘든 농사일의 굴레가 몸과 마음을 묶어 놓았다. 유년 시절 집안 농사일을 도우며 함께 뛰어놀던 동네 형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씩 도시로 살길을 찾아 떠났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마을 사람도 알음알음으로 시골 농촌을 떠났다. 청소년 시절 그믐날 감감한 밤을 걷는 기분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이다. 팔만대장경에 답이 있다면서, 깨달음을 얻은 스님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고향 청도 호거산 운문사를 찾았다. 운문사(雲門寺)는 신라 진흥왕 527년에 한 신승이 3년간 수도하여 깨달음을 얻은 후, 다섯 곳에 절을 창건하였는데, 그중 대작갑사가 현 운문사이다. 600년 신라 원광 국사가 귀산과 추항 두 화랑에게 세속오계를 전수한 곳이기도 하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원동력이 되었다. 1277년 일연 스님이 주지로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집필하여 우리의 고대 역사를 5천년의 역사로 끌어올려 놓았다. 현재는 승가대학과 대학원이 개설되어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교육 도량으로 자리매김한 고찰이며 명찰이다.소문만 듣던 운문사는 산중에 숨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 앞을 흐르는 동창천의 발원지를 따라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길은 끝도 없이 연속되었다.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긴 채 창밖의 풍경에 눈길을 보내면서 나의 미래를 그려 보았다. 버스 종착 정류장에 내려 숲이 무성한 솔밭 길을 한참 걸었다.숲속 시원한 솔바람이 목덜미를 핥고 지나갔다. 마침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숲속에 웅장한 절이 나타났다. 댓바람에 주지 스님이 묵는 곳을 찾아서 막무가내로 주지 스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졸랐다. 재무 스님이라는 젊은 여 스님이 가로막았다. 스님이 머무르는 도량이니 못 들어간다고 했다. 그냥 물러설 수는 없었다. 몸으로 밀치고 들어갔다. 어쩔 수 없는지 주지 스님이 계시는 방으로 안내했다. 주지 스님을 기다리는 동안에 별의별 생각이 떠올랐다. 부자가 될 것인지, 높은 사람이 될 것인지, 성공할 것인지, 궁금한 것도 많았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주지 스님이 들어왔다. 생각을 멈추고 주지 스님을 톺아보았다. 인자하고 엄숙해 보였다. 일어나서 공손하게 큰절을 올렸다. 주지 스님께서 놓여진 과자를 먹으라고 했다. 먹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었다. 용기를 내어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저의 손금을 좀 보아주세요”라고 했다. 주지 스님께서는 “손금 볼 줄 모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또 얼굴을 내밀고는 “저의 관상을 보아주세요”라고 했다. 주지 스님께서는 “관상을 볼 줄 모릅니다”라고 했다. 제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앞으로 성공할 것인지 봐 달라고 했다. 주지 스님은 또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 주지 스님께서는 아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다.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 질문이다.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질문이다. 나의 이러한 부끄러운 언행에 주지 스님은 얼마나 당혹스럽고 황당하였을까? 그러나 주지 스님은 조금 뜸을 들인 후 조용히 말씀하셨다. “젊은이, 젊은이의 앞날 인생은 손금에도 관상에도 나타나 있지 않아요”라고 했다. 나의 앞날을 점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로 여기까지 왔는데, 실망의 눈길로 주지 스님을 바라보았다. 이제 일어나 돌아가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어서려 했다. 그러자 주지 스님은 “젊은이, 젊은이 앞날의 운명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자신의 앞날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자신이 쓴 불교에 관한 서적을 내게 주면서 한번 읽어보라 했다. 그 주지 스님은 안말례 스님이었다.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채 인사를 드리고 물러났다. 올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웅장하고 아름다운 소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늘 푸른 솔잎이 햇살에 반짝이며, 바람에 출렁이며 춤을 추었다. 이런 거대하고 아름다운 소나무가 절 마당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우산처럼 늘어뜨린 푸른 솔가지 잎 사이로 붉은빛을 띤 근육질의 몸통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동서남북으로 뻗친 줄기가 우산살처럼 사방으로 늘어뜨려져 있었다. 우산살이야 일정한 간격으로 짜져 있지만, 솔의 가지는 얽히고설킨 모양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두 나뭇가지가 만나 하나의 몸이 되었다. 그때는 신기한 것으로만 여기고 몰랐지만, 사랑과 효의 나무라 하여 모두가 귀히 여기는 소나무 연리지였다.소나무도 스스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연리지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데, 이는 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는다. 단지 도움을 받았다면, 공간과 세월이라는 자연이었다. 공간과 세월은 우주의 바탕인데 이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고 그렇다고 누구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이다. 미래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석가모니도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경이로운 소나무 품속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가슴에 품고 온 책을 밤새도록 읽고 또 읽었다. 반야심경을 이해하고, 읽다 보니 개경계를 외우게까지 되었다.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隅),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修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意)-끝없이 심히 깊은 미묘한 법은 백천만겁 만나기 어려우니, 이제 보고 듣고 배우니, 부처님의 진실한 뜻 바로 알기 원하노라-.그로부터 50여 년이 훌쩍 지나 운문사를 찾았다. 많은 신도와 관광객이 찾아와 처진 소나무 노거수를 보고 감탄을 자아내었다. 소원을 빌기도 하고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나에게는 아름다움보다 자신감과 자신을 찾게 해준 스승 같은 신령스러운 나무다. 방황을 끝나게 해준 나무에 경배했다. 운문사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되었다. 키가 6m, 둘레가 3.5m, 수관 폭은 24m로 키의 4배나 된다. 나무의 키에 비해 수관 폭이 이렇게 넓은 소나무 노거수는 아마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보기가 드물 것이다. 매년 봄에 비구니 스님들은 막걸리를 소나무 뿌리 주변에 뿌려주고 있다.원광 국사의 화랑도 세속오계의 이름을 따서 처진소나무를 화랑송(花郞松)으로 부르면 어떨까. “젊은이, 젊은이 앞날의 운명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자신의 앞날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입니다”라고 한 주지 스님의 말씀이 귀에 들리는 듯 지난 추억이 아삼아삼하다. 화랑송 노거수를 자주 찾아가 볼 수 없지만, 주지 스님이 한 말씀은 내 가슴속에 남아 미래를 설계하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원광국사의 화랑도와 세속오계운문사는 원광국사가 일생의 좌우명을 묻는 귀산과 추항에게 세속오계를 주었다고 하는 역사적인 절이다. 사군이충(事君以忠), 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기고, 사친이효(事親以孝), 효로써 부모를 섬기고, 교우이신(交友以信), 믿음으로써 벗을 사귀고, 임전무퇴(臨戰無退), 싸움에서 물러서지 말고, 살생유택(殺生有擇),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일 때는 가림이 있어야 한다는 게 바로 세속오계다.화랑도의 세속오계는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성취하는데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그리고 고려왕조의 항몽 정신과 조선왕조의 의병 정신, 대한제국의 독립 정신으로 이어져 불굴의 민족정기로 자리매김해 오늘날에 이어지고 있다. 혈기 왕성한 청소년 시절에 배우고 터득한 정신은 일생의 버팀목이 된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2-07

"설 연휴 경주 명소 둘러보며 추억 담아 가세요"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 경주에 걸맞게 지난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한국관광데이터랩에 의하면 47,680천명이 경주를 찾았다. 아늑하고 포근한 천년의 역사를 가진 경주에서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을 맞아 경주 탐방 주요 명소에서 친구, 연인, 가족 등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자. ● 경주의 핫플레이스 ‘황리단길’ 2015년 말부터 대릉원 뒤편 포석로 구간에 매력을 느낀 몇몇 상인들이 외관은 옛 모습을 유지한 채 젊은 층이 좋아하는 개성 넘치는 가게를 열기 시작하여 이태원 경리단길에 힌트를 얻어 황리단길이라는 명칭을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반응으로 일평균 5만명이 찾아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천3백여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경주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다. 길이 760m 황리단길은 1960-70년대의 낡은 건물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전통한옥, 음식점, 사진관, 경주 10원빵, 핫한 카페 등 즐비한 맛집 등 골목 퓨전 상권이 결합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레트로적인 외관과 개성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400여 점포가 즐비하다. 특히 인근에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월지, 봉황대, 교촌마을, 월정교 등 관광명소를 함께 둘러 볼 수 있다. ● 동궁과 월지 동궁은 통일 신라 왕궁의 별궁으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도 쓰였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문무왕 14년(674년)에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기한 새와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연못이 바로 월지인데, 조선 시대에 폐허가 된 이곳에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들어 '안압지'라 부르기도 하였다. 연못과 어우러진 누각의 풍경이 아름답고, 밤에는 화려한 조명에 비친 야경이 더욱 유명하다. ● 대릉원 미추왕은 재위 23년만에 돌아가니 대릉에 장사 지냈다라는 삼국사기 기록에서 대릉원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또한 대나무가 병사로 변하여 적군을 물리쳤다는 전설에 따라 ‘죽헌릉’이라고도 한다. 미추왕릉, 황남대총, 천마총 등 23여기의 고문이 밀집해 있으며 특히 자작나루 껍질로 만든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도와 함께 금관과 금제허리띠 등 국보급 유물 수집 점이 발굴됐다. 천마총은 유물과 함께 내부를 공개하고 있어 신라인의 무덤형식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인근에는 젊은층의 핫플레이스인 ‘황리단길’이 있어 대릉원, 황리단길, 첨성대, 봉황대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 월정교 월정교란 이름은 삼국사기에 통일신라 경덕왕 19년(760년) 월성 궁궐 남쪽 문천에 월정교, 춘양교 두 다리를 놓았다.는 기록을 통해 알려졌다. 월성의 서쪽에 있으며, 남천의 남북쪽을 연결하여 남산과 월성 왕궁을 잇는 교통로이자 화려한 왕궁의 다리였다. 조선시대에 유실되어 없어진 것을 10여 년간의 조사 및 고증과 복원을 진행해 길이 66m, 폭 9m, 높이 8m 규모로 2018년 4월 모든 복원을 완료했다. 문루 2층에는 교량의 복원과정을 담은 영상물과 출토 유물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낮에는 월정교의 자태를 오롯이 볼 수 있고, 밤에는 강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월정교를 담을 수 있다. ● 첨성대 첨성대는 상원하방(上元下方)의 우아한 형상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元地方)설을 상징하고, 365개 안팎의 돌은 1년의 일수를 나타낸다. 27단의 몸통은 선덕여왕이 27대 왕인 것과 관계가 있고, 꼭대기 우물 정(井)자 모양의 돌을 합치면 29단과 30단이 되는데 이는 음력 한 달의 날수와 일치한다. 평시에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관광객들에게는 옛 선인들의 천문관측의 신비한 사진촬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1998년 세계 최초로 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국제 박람회로 출범하여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친구, 연인,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365일 힐링테마파크이다. 특히 경주타워는 신라 선덕여왕 시기 세계 최고(最古) 목조 건축물인 황룡사 9층 목탑의 실물크기 82m를 구현한 타워 내부에는 1,300년 전 서라벌로 시간여행을 선사하는 ‘천년대계‘ 전시와 짜릿한 스카이워크, 신라 왕경도, 카페선덕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자리해 있디. 특히 2.9-2.11 3일간 10시-17시 까지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윷놀이, 화포, 엽전던지기 등 민속마당과, PDS 댄스, 마술, 트로트 가수 우향 공연이 준비돼 있으며, 행사참여자에게는 청룡쿠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 경주 동궁원 동궁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으로 알려진 신라 시대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신라 “문무왕 14년 동궁(왕궁의 별궁)과 월지에 화초와 진귀한 새, 짐승을 길렀다”는 삼국사기 기록을 바탕으로 동궁원을 조성했다. 실내 식물원과 농업연구체험시설과 조류 250여종이 살고 있는 버드파크(Bird park)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추위를 피해 따뜻한 온실 속에서 관람할 수 있고 특히 보문호수와 연계한 야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개관 이후 지난해까지 385만4012명이 다녀간 보문단지 관광명소이다. ● 한국의 역사마을, 강동면 양동마을 양동마을은 500년의 역사를 이어온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마을이다. 오랜 건축 및 생활양식이 전송, 보존되고 있는 마을임을 인정받아 동강서원, 옥산서원, 독락당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상류주택을 비롯해 150여 채의 고택과 초가집들이 고색창연함을 자랑하고 있다.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 양 가문에 의해 형성된 집성촌으로 많은 인재들이 배출된 마을이다. 이 곳에서는 옛 환경과 생활모습을 감상할 수 있으며, 유교 전통문화와 관습 그리고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다. ●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불국사, 석굴암 불국사는 751년 경덕왕 때 김대성이 창건한 사찰로 1973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다보탑, 석가탑, 청운교, 백운교, 연화교, 칠보교 등 경내의 조형물 하나하나가 신라 불교 미술의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석굴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굴사원으로 김대성이 현생의 부모를 위하여 불국사를, 전생의 부모를 위하여 ㅅ헉굴암을 창건했다. 거친 화강암으로 아름다운 부처님의 모습을 표현한 것은 통일신라 불교 미술의 백미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 양남-오류까지 청정해안 100리 경주 동해안에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 수중릉을 비롯해 감은사지, 기림사, 골굴사, 이견대를 비롯해 묵묵히 빚어낸 세월의 흔적인 천연기념물 제536호 주상절리군과 해안선을 따라 1.7km 파도소리길과 43.5km 해파랑길, 6km 감포깍지길 등에 수많은 전국의 사진작가와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스노쿨링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감포 송대말등대를 비롯해 양남 하서항의 사랑의 자물쇠에는 연인들의 사진 찍는 명소로도 유명하다. 경주/황성호기자

2024-02-07

[설 연휴 대구 여기 어때!] 근대골목서 역사투어하고 이월드서 아이들과 추억쌓고...

우리나라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명절에 맞춰 대구에는 다양하게 가볼 만한 곳이 준비됐다. 가족단위나 지인 등 함께 방문할 곳을 소개하려 한다.우선 대구에는 옛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근대골목이 존재한다. 위치는 대구 중구이며, ‘계산예가(서성로 6-1)’와 ‘이상화·서상돈 고택’에서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행사는 설 명절 연휴와 같게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이곳에서는 제기차기, 윷놀이, 투포, 고리 던지기, 한복(근대복)체험, 느린 우체통 체험 등 민속체험과 룰렛게임, 양궁체험, 박 터트리기 등의 새로운 골목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또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공연연주, 아트체험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장구 체험, 아트체험도 준비돼 있어 더욱 풍성한 설맞이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이와 함께 ‘약령시 관광안내소 앞(약령시한의약박물관)’에는 포토존으로 이동형 홍보 차량인 청라버스를 배치해 관광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설 당일인 오는 10일에는 청라버스가 동성로(구 대구백화점 앞, 오후 2∼4시)에 머물며 더욱 많은 방문객과 만날 수 있다.담당 지자체인 중구청은 연휴동안 동성로 일원에 골목문화해설사도 배치해 관광객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근대골목 관광해설을 지원할 방침이다. 관광객 편의 및 안전을 위한 관광안내소 4곳(계산예가, 약령시, 김광석길, 메트로센터)도 운영한다.더불어 밤마실투어(금·토·일)도 연휴동안 정상운영한다. 중구를 찾는 관광객과 귀성객을 대상으로 해설사와 함께 중구의 근대골목을 돌아보며 골목마다 특색있는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투어 신청은 계산예가 관광안내소(053-661-3323)로 하면 된다.이외에 향촌문화관에서도 설 연휴 기간에 윷놀이, 제기차기, 딱지치기, 활쏘기, 투어체험등의 이벤트가 진행된다. 대구근대역사관 등 대구시에 존재하는 공립박물관 3곳도 설 연휴 운영한다.장소는 대구근대역사관,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이며, 갑진년 설 연휴(9일∼12일) 3일간 박물관을 운영한다. 단, 10일 설 당일은 하루 휴관한다.박물관에서는 대구의 역사와 전통기술을 소개하는 전시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다.대구근대역사관에서는 근대 대구 역사와 함께 대구의 위상이 높았던 조선 후기 경상감영의 역사를 함께 답사할 수 있다. 전국 유일의 방짜유기 전문박물관인 팔공산 대구방짜유기박물관에선 방짜유기와 전통기술을 관람 및 체험할 수 있으며, 인근 팔공산 동화사·북지장사 등을 함께 답사할 수 있다. ‘달구벌 역사 여행의 시작’ 대구향토역사관에는 사적으로 지정된 대구달성(달성토성)과 동물원·기념비·노거수 등이 있다.이번 설 연휴에는 특별히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새해 연하장 쓰기 체험할 수 있고, ‘동요의 귀환’ 윤복진 기증유물 특별전을 관람할 수 있다. 아울러 대구방짜유기박물관엔 전래놀이 체험장이 있어, 제기차기·토호놀이·윷놀이 등을 상시 체험할 수 있다. 대구향토역사관에서는 팔공산맥 일출 사진에 새해 소원 적기 이벤트와 ‘대구야, 고고유물과 놀자’ 체험, 새해 연하장 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대구의 랜드마크인 이월드에서도 설날맞이 이벤트를 준비했다.이월드 측은 설날 빅데이 콘텐츠로 ‘2024 매직 뉴이어’행사를 설 연휴기간 진행한다.우선 신년 캐릭터 공연으로 행사 기간 중 오전 9시 55분, 오후 4시 55분에 설날을 맞이해 이월드에 찾아온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스페셜 그리팅(greeting·인사)을 준비했다. 비비포포와 셀레브레이션 요정으로 분장한 이벤트 진행자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이와 함께 정오와 오후 3시, 오후 5시 40분에는 판타지 광장에서 비비포포와 셀레브레이션 요정들의 신나는 댄스 타임을 관람할 수 있고, 포토타임도 준비됐다.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라라의 드림 포토타임도 이어진다. 장소는 타워 뮤지컬뮤지엄이고, 오후 2시, 4시, 6시에 라라의 꿈 극장 개관과 BTS 특별전을 살펴볼 수 있다.설 명절에 맞게 한해의 소원을 빌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됐다.이벤트는 ‘WISHLUCK’라는 이름으로 매직월드 회전목마 뒤 터널에서 진행되는데, 이곳에서는 위시카드에 소망을 적을 수 있다.이 밖에도 설날 기념 럭키드로우라는 이벤트도 열린다. 대상은 자유이용권 고객과 연간회원 고객이다.이월드 측은 선착순 1천 명에게 레버를 돌려나오는 여의볼을 열어 행운번호에 당첨되면 럭키 굿즈를 선물한다./심상선·김재욱·안병욱기자

2024-02-07

[설 연휴 경북 여기 어때!] 봉화 산타마을찍고 포항 스카이워크 스릴 맛보고...

우리나라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설, 올해는 설 연휴는 대체 공휴일을 포함해 4일간 쉬면서 귀성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기다 눈까지 오면 고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은 도록에 묶이고 이는 명절 스트레스와 함께 짜증으로 바뀐다.이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연휴는 짧지만 고향을 오가는 동안 가까운 곳에서 일상생활로 복위 전 지친 심신을 달래고 가족과의 추억을 쌓을 수있는 여행도 고려해 보는 것도좋다. 여행하는 동안 붐벼야할 도로가 뚫려 있을지도 모르니. 특히 고향이 경북이거나 경북 인근의 분들이 여독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겨울 경북의 대표 관광지 봉화 ‘산타 마을’겨울 경북 여행 하면 봉화 산타마을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봉화의 산타마을은 전국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겨울 경북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봉화군 분천역 일대에 조성된 ‘산타마을’은 그 이름답게 다양한 크리스마스 조형물이 관광객을 유혹하고, 산타와 루돌프도, 눈사람도 모두 분천역 ‘산타마을’에서 어린이들과 어른들까지 동심을 사로잡고 있다. 산타마을에서 가장 잘 보이는 거대한 트리는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꿔온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고, 분천역 산타우체국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산타에게 엽서를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산타마을에 루돌프 대신 살고있는 알파카 또한 인기다. 겨울을 맞아 보송보송해진 털이 매력적인 알파카들에게 간식주기 체험을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한국관광공사 1월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한 ‘회룡포’2024년은 천간이 ‘갑’이고, 지지가 ‘진’인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다. 한국관광공사는 갑진년을 맞아 1월 가볼만한 곳으로 용과 관련된 예천 회룡포를 선정했다. 그 만큼 회룡포는 갑진년 용의 기운을 받기 위해 꼭 들려야 할 관광지다.예천 용문면 대은리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돌아 모래사장을 만든 곳이 회룡포다. 예천 8경으로도 선정된 회룡포는 장안사 앞 정자에서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곳에 올라서면 물도리 모양으로 굽어진 내성천과 그 안 섬과 같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주변 관광지로는 마을 건너편 비룡산에 있는 장안사, 원산성과 용문사, 석송령 등이 있다. △포항 ‘호미곶’과 ‘과메기’, 그리고 ‘스카이워크’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붉은 태양이 뜨는 포항 호미곶도 겨울 경북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사계절 모두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특히, 갑진년 용의 해를 맞아 구룡포와 호랑이 기운이 담겨있는 호미곶은 그 기운만큼이나 멋진 풍경을 지니고 있는데 탁 트이고 넓은 바다를 볼 수 있는 공원과 한국 유일의 국립등대박물관, 새천년기념관, 성화대 외에도 바다에 오른손, 육지에 왼손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상생의 손’도 있다. 특히 바닷가에 위치한 ‘상생의 손’은 해돋이와 함께 더할 나위 없는 포토존을 만들어낸다. 호미곶에 가기전에 꼭 들려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구룡포’다. 겨울철 포항의 대표 특산물인 ‘과메기’의 본 고장이기도 한 ‘구룡포’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점, 훌륭한 조경 수역을 형성하는 포항의 바다로 인해 겨울이면 맛이 제대로 오른 제철 해산물로 가득한데 그중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고 만들어진 ‘과메기’는 최근 전국민이 사랑하는 대표 먹거리가 되고 있다. 그래서 해안가 일부 마을에서 겨울이면 바닷 바람에 맛있게 말라가는 과메기들을 볼 수 있다. 포항까지 갔다면 ‘스카이워크’도 꼭 들려야 되는 필수 코스다. 포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해상스카이워크’는 바다 위에 설치된 평균 높이 7m, 총 길이는 463m에 달하는 전국에서 가장 긴 해상 스카이워크다. 특히, 바다를 향해 롤러코스터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다리는 일부 바닥이 특수 유리로 제작돼 발밑으로 출렁이는 파도가 보여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은 스릴감이 있다. 또한, 해상스카이워크 끝자락에는 동해안 770km를 잇는 해파랑길 중 17구간과 18구간으로 연결되며, 포항 해변둘레길과도 연결되어 있다. 포항 해변둘레길은 영일대길 10.1km, 주상절리길 13.7km, 조경대길 8.5km, 용치바위길 6.9km로 해안을 따라 시원한 바람과 바다를 바라보며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안동 예끼마을에서 즐기는 힐링여행한국의 대표 관광지인 안동에도 설 명절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많다. 안동하면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등이 떠오르지만 최근 마을 벽화·빈집 갤러리·선성현문화단지 등을 두로 볼 수 있는 ‘예끼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지난해 3월 한국관광공사 주관 가볼만한 곳에 선정되기도 한 ‘예끼마을’은 이름 그대로 ‘예술의 끼가 흐르는 마을’로, 도산면 서부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마을주민과 지역작가가 협업해 마을 전체에 벽화를 그리고 빈집을 갤러리로 리모델링 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차 있다.또한, 주변에 선성현문화단지, 한옥체험관, 도산서원을 비롯해 다양한 맛집과 카페, 봄꽃이 아름다운 연계 관광지도 많아 겨울에도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안동시는 ‘예끼마을→선성수상길→선성현문화단지→도산서원’을 둘러보는 당일 코스와 선성현문화단지 내에 있는 한옥체험관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 날 ‘월영교→안동민속촌→안동시립민속박물관→안동문화관광단지’까지 둘러보는 1박 2일 코스를 추천하고 있다. 또한,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이라면 KTX를 타고 와서 안동시티투어의 ‘도산서원예끼마을’코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의 대표 관광지는 누가 뭐래도 ‘경주’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경주’도 설 연휴 빼놓을 수 없다. 사게절 내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경주를 왜 설 연휴에 방문해야 하는가 묻는다면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설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경주 보문관광단지 등에서 풍성한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문 호반광장과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다양한 공연,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보문관광단지 호반광장에서는 10일과 11일 통기타와 트로트, 국악, 전자 현악기 공연이 펼쳐지고, 가족과 함께 하는 민속놀이 경연대회, 노래자랑 등도 진행된다. 선물은 덤이다. 또한, 입춘을 맞아 가훈 써주기와 요술 풍선 만들기, 신년운세 봐주기, 민속놀이 등도 열린다.경주엑스포대공원에는 9일부터 K-POP 댄스, 마술, 트로트 공연과 민속놀이가 이어진다. 가족 단위 오락행사와 ‘청룡을 찾아라!’ 보물찾기로 선물도 제공한다. 여기에 용띠생과 이름에 ‘용’‘이 들어간 관람객, 한복을 입은 경우는 오는 12일까지 입장료를 할인한다.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눈썰매장’설 연휴 기간 아이들에게는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 최고의 여행지다.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고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을 수 있는 곳 바로 눈썰매장이다. 고향을 오가는 길에 눈 썰매장이 있다면 꼭 들려서 스트레스도 풀고 재미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일석이조다.경북에서 눈썰매장 하면 250m의 압도적 규모, 남부권 최대 길이의 스릴 넘치는 짜릿한 썰매를 즐길 수 있는 경주월드 스노우파크가 있다. 이곳에는 전용리프트와 썰매리프트까지 갖춘 영남권 최대 스노우파크다. 특히 아이들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드림라인 어린이 썰매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고, 튜브 썰매와 플라스틱 썰매 둘 다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라인 썰매장에서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다 보면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또한, 눈 마을 플리트비체에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군위군 의흥면에 있는 삼국유사테마파크 눈썰매장도 인기다. 이곳에는 한국의 대표적 역사서인 삼국유사 속 콘텐츠를 시각화한 다양한 전시조형물과 체험프로그램 외에도 겨울철 눈썰매를 즐길 수 있는 슬라이딩을 놀이시설이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반긴다. 이곳 눈썰매장은 91m의 업다운 굴곡형 슬라이드 코스가 있는 일반코스와 175m의 곡선형 코스로 구성돼 있는 스피드코스 등 취향에 따라 눈설매를 즐길 수 있다.영주시 장수면에 있는 장수 조이월드 눈썰매장도 빼놓을 수 없다. 조이월드는 대대로 장수한다는 장수면, 그중에서도 꽃이 유난히 많이 피어난다는 화기리의 청정한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는 5만여 평 규모의 농원에는 잔디와 휴게시설, 어린이 놀이시설, 눈썰매장, 식당 등이 조성돼 있으며, 특히 눈썰매장을 비롯한 바이킹, 범퍼카, 회전그네, 레이스카, 슈퍼드래곤, 회전목마 등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겨울철 하얀 눈밭을 가르며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눈썰매장은 곳의 필수 코스다. /피현진 기자 phj@kbmaeil.com

2024-02-07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21세기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애틋하게 떠올릴 고향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눈 쌓인 낡은 기와집 지붕 위로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강아지와 놀던 예닐곱 살 아이들이 “저녁 먹어라”는 엄마의 외침을 듣고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동네.가끔은 그리워지는 이런 모습은 이미 지난 세기의 풍경으로만 남았다. 21세기에 태어난 10~20대들의 고향은 천편일률 ‘콘크리트와 네온사인의 도시’라고 해도 무방한 시절이다.하지만, ‘고향’이란 단어 안에 담긴 따스함과 포근함이 우리들 인식 속에서 온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흐려지는 것이야 세태니 어쩔 수 없다 해도.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인근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 등도 설 명절이면 대다수의 자식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곳을 향한다. 자신이 태어나거나 유년시절을 보낸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른바 ‘귀향(歸鄕)’.설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적지 않은 이들이 주차장처럼 변하는 도로와 북새통을 이루는 기차 객실도 마다하지 않고 부모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갈 터.이즈음 자연스런 연상 작용처럼 떠오르는 시 몇 편이 있다.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 역시 사는 내내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3편의 시를 아래 소개한다. 부모, 형제와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고향집에서 읽기 좋은 것들이다. 정지용의 시집. ▲그래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정지용의 고향일제강점기. 한국인은 물론 일본 예술가들까지 ‘식민지 조선의 가왕(歌王)’이라 불렀던 정지용(1902~1950)은 빼어난 서정시로 100년 세월을 뛰어넘어 독자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시인이다.그의 고향은 충청북도 옥천. 정지용의 죽음은 비극적 기록으로 남아있다. 1950년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납북된 것인지, 그게 아니면 폭격에 목숨을 잃은 것인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 그래서일까? 그가 노래하는 ‘고향’은 이상스레 슬프다.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산꿩이 알을 품고뻐꾸기 제 철에 울건만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채 쉰 살이 되기 전 맞았던 죽음을 예언이라도 한 것일까? 고향에 돌아가도 ‘마음은 먼 항구로 떠돈다’는 시인의 우울한 진술은 떠도는 것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비극적 세계 인식을 보여준다.그러나, ‘유년의 풀피리 소리’와 ‘여전히 푸른 고향 하늘’은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또한 거기 고향에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백석 시집 ‘사슴’. ▲그리운 아버지 떠올리는… 백석의 고향‘시인 중의 시인’ ‘시인들이 가장 흠모하는 시인’으로 유명한 백석(1912~1996) 역시 고향인 평안북도 정주 바깥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내야 했다. 어렵게 떠난 일본 유학과 경성에서의 기자 생활, 멀리 만주까지 오가며 지쳐 있던 그는 또 다른 타향 북관(北關·함경도)에서 더없이 따뜻한 한 노인을 만난다. 그를 매개로 백석이 ‘고향’을 떠올리는 방식은 이런 형태다.나는 북관에 혼자 앓아 누워서어느 아침 의원을 뵈이었다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나 한즉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쓸는다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그게 자의건 타의건 돌아가고픈 곳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20세기 사람들에게 고향이란 그리움과 갈증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고향을 자신을 진맥하는 늙은 한의사의 손길에서 느낀 백석. 거기에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고 쓴 건 비단 시인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대상이란 하나가 아닌 다수임을 보여주는 게 아닐지. 그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모두 고향에 있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살아서 돌아가야 할 이상향… 윤동주의 고향일본의 강제 점령에서 해방되기 불과 6개월 전. 군국주의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해사하고 순정했던 유학생 한 명이 안타깝게 사망한다. 시인 윤동주(1917~1945)였다. 겨우 스물여덟의 창창했던 나이.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이른 죽음과는 무관하게 한 세기 내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영민하고 예민한 예술적 촉수를 가졌던 윤동주의 시 ‘또 다른 고향’은 다른 여러 작품들과 함께 여전히 독자들을 아프게 매혹한다.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 하는백골을 들여다보며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백골이 우는 것이냐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지조 높은 개는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어둠을 짖는 개는나를 쫓는 것일 게다.가자 가자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식민지의 서글픈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앙상한 ‘하얀 해골(백골)’에 빗대 자아를 잃은 민족의 눈물과 울음을 그려낸 이 시는 이상향(理想鄕)이라 불러도 좋을 ‘또 다른 고향’이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동시에 묻고 있다.자신만의 입신출세를 위한 공부를 거부하고, 척박한 조국의 현실을 빛나게 바꿔보고자 애썼던 ‘애국지사형 시인’ 윤동주에게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고향처럼 그리운 또 하나의 이데아가 아니었을까 싶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2-06

‘착한 농부’ 정성 담은 영주 특산물로 선물하세요

소백산을 감도는 500여년의 인삼 향 고을 영주. 소백산 청정 환경속에서 자라난 달콤한 사과. 맑은 물, 맑은 공기 철저한 관리속에서 생산 되는 영주 한우.영주시 곳곳은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고장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환경적 요소뿐만이 아니다.최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온 정성을 쏟는 농부의 땀 방울과 노력이 합쳐져야 한다.영주시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은 구정 명절을 맞아 좋은 사람에게 귀한 마음을 전달하는 착한 농부의 농심이 담겨 있다. 홍삼 가공식품 □ 천년건강 선물 ‘풍기 인삼’절편삼·홍삼차·홍삼비누·젤리까지 만들어국내 최초 재배삼의 시효지인 영주 풍기 지역은 500여년의 재배인삼 역사를 통해 우수한 인삼을 생산하고 있다.풍기인삼은 소백산록의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생산돼 타지방 생산 인삼에 비해 내용 조직이 충실하고 인삼향이 강하며 유효사포닌 함량이 매우 높다.특히, 다양한 홍삼제품은 웰빙건강 식품뿐만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인삼은 혈압 조절, 간장 보호, 항암 작용, 항당뇨, 피로 회복, 식욕 증진, 면역력 강화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인삼의 종류에는 밭에서 캐낸 인삼 원형상태로 75% 내외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수삼. 수삼을 원료로 해 껍질을 벗겨 수분함량이 14% 이하가 되도록 건조시킨 백삼. 홍삼은 주로 6년근 수삼을 수증기로 찐 것으로 색상은 담적황갈색이며 품질별로 천삼(天蔘), 지삼(地蔘), 양삼(良蔘)으로 구분하는 홍삼은 인삼 중에서 최고로 친다.인삼가공제품에는 절편삼, 홍삼절편삼, 홍삼차, 홍삼정과, 홍삼정, 홍삼타브렛, 홍삼액, 홍삼분말, 인삼분말, 홍삼정, 홍삼캡슐, 황금홍삼비누, 홍삼벌꿀비누, 홍삼우유비누, 홍삼제리, 홍삼캔디 등이 있다.문의 : 풍기인삼공사영농조합법인 054)638-2304, 풍기인삼협동조합 054)636-2714.당도 높은 ‘영주 사과’포장 단위 다양화로 소비자 욕구 충족영주는 국내 사과 생산의 14.5%를 차지하고 있다.전국 제1의 사과 주산지에서 생산되는 영주사과는 백두대간의 주맥인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분기하는 지역의 소백산 남쪽에 위치한 산지과원에서 생산,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에 의해 맛과 향이 뛰어나며 성숙기 일교차가 커서 사과의 당도가 높다. 특히, 쓰가루 품종은 품질의 우수성이 입증돼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사과는 대부분 15kg 상자로 포장되어 출하되고 있으나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포장단위를 5kg,10kg 단위로 다양화 체제를 갖췄다. 사과는 피로회복, 피부미용, 위장장애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문의 : 영주농협부석지점 054)633-4093, 풍기농협공판장 054)636-3209, 영주농산물유통센터 054)630-9000.□ 철저한 관리 받은 ‘영주한우’한우고급육 표준사양관리프로그램 사육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소백산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에서 사육된 영주한우는 개량된 암소에 1등급 정액으로 인공수정해 생산된 우량 수송아지를 5~6개월에 거세하고 한우고급육 표준사양관리프로그램에 의거 사육한다. 비육 후기에는 영주시와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이 협력해 1996년부터 1997년 2년에 걸쳐 개발한 아마종실을 첨가한 특수사료를 급여하고 초음파 육질진단을 실시해 출하 적기를 판단, 고품질의 육질만을 생산·판매한다.부루세라병 등의 악성가축전염병을 완전차단하고 축산물의 위생·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해 사육·도축·가공·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2006년부터 시범실시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 체계는 생산단계 → 도축단계 → 가공단계 → 판매단계 → 소비자 조회단계 순이다.문의 : 영주축협한우프라자 054)630-6720, 영주축협한우풍기프라자 054)631-8400, 서울 청계산역점 02-579-9292. □ 저지방 웰빙식품 ‘정도너츠’지역 생산 찹쌀·인삼·생강 등이 ‘듬뿍’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찹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찹쌀 도너츠로 지역의 특산물인 인삼, 사과, 생강, 고구마 등을 재료로 만든 웰빙 식품으로 찹쌀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도너츠 보다 영양 성문검사를 해보면 적게는 7배 많게는 10배 이상 지방함량이 낮게 나오며 콜레스테롤과 트렌스지방이 0%로 먹을거리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정도너츠 포장은 일반 포장과 선물용 포장으로 구분된다. 도너츠의 종류는 인삼, 깨찰현미, 흑미고구마, 사과, 생강, 갈릭, 크림치즈, 블랙초코, 화이트초코, 딸기초코, 녹차초코, 블루베리초코, 커피, 들깨, 허브, 고구마가 있다.문의 : 본사 054)636-0043, 영주점 054)631-0061.□ 100% 국내산으로 만든 ‘고구마빵’칼륨 등 영양 풍부 남녀노소 즐기기에 그만맑고 깨끗한 청정지역 영주에서 재배한 고구마를 바탕으로 가공한 자연 웰빙 건강제품이다.100% 국내산 고구마로 만든 영주고구마빵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수 있는 빵이다.영주고구마는 칼륨, 섬유질, 베타카로닌,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대장암, 고혈압, 지방간, 비만, 변비, 소화촉진, 노폐물 배출, 간의 신진대사, 피부노화 방지, 체내지방 분해, 체중감량과 몸의 산성화를 막아주며 노화방지, 콜레스테롤, 원기회복, 야맹증, 시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문의 고구맘 054)638-5955, 미소머금고 054)636-1599.□ 영주 전통명주서 와인까지선비들이 즐겨 마시던 약용주 비법 전수영주에서 생산되는 술에는 옛날 사대부가의 선비들이 건강 약용주로 마시던 술로서 소백산 청정약수, 우리 쌀, 우리 밀로 만든 누룩, 소백산에서 자생하는 약초로 빚어 만든 전통 명주 오정주가 인기다.저온에서 백일이상 장기 숙성해 뒤끝이 깨끗한 오정주는 영주시 고현동 박찬정가에서 4대째 그 비법을 전수해 오고 있다. 영주 술에는 밤에 빗장을 열어주는 약초라는 야관문을 이용한 약용주 비수리야, 영주사과와 포도를 이용해 생산되는 상떼마루 와인, 단산포도 생산 농가가 개발한 쥬네트 와인과 소백산산향기 와인이 있다. 상떼마루 아이스와인은 2013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와인품평회에서 은상을 받았다.문의 : 소백산오정주 054)633-8166, 청춘(비수리야)054)638-0038, 쥬네트와인 054)633-5316, 소백산산향기와인 054)637-2434. 한과·쌀·기지떡·계란 등 다양한 특산물도이밖에도 영주지역의 특산품인 인삼, 마, 하수오 및 자연 식품인 쑥, 솔잎 등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는 영주한과, 서리꽃처럼 희고 아름답다는 뜻으로 상화떡, 상화병이라고도 불리는 순흥기지떡, 청정수목에서 추출한 목초산 분말 재제와 유산균을 급여해 생산된 계란으로 일반계란에 비해 A, B12, 토코페롤 함량은 높고 콜레스테롤 함량은 낮아 비린 맛이 없고 단백하며 고소한 소백네프란과 영주쌀이 있다.영주/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4-01-31

산줄기 바위 움켜잡고하늘로 용솟음 치는비천하는 청룡의 자태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포항 계원리는 대숲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아담한 항구마을이다. 520살 용송 노거수가 응회암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마을 터줏대감으로 살아가고 있다기에 선바람에 찾아 나섰다. 괭이갈매기는 항구 뱃머리에 앉아 따스한 햇살에 날개를 말리고, 늙은 어부부부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따고 있는 풍경이 참으로 정겹다. 그때 한 점의 바닷바람이 일어 한낮의 정적을 깨고 뱃머리 태극기가 펄럭인다. 괭이갈매기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탐하고 물고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파닥인다. 어부가 손에 든 빨간 고무대야는 시나브로 물고기로 가득 찼다. 어부 곁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던 아이들이 저 멀리 할머니의 고함에 쏜살같이 방파제로 달려간다. 할머니의 낚싯대에 매달린 물고기가 공중에 날아올랐다. 방파제에 앉아 불을 피우고 냄비에 채소를 썰어 넣고 있던 아들과 며느리가 눈길을 주는가 싶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하던 일을 계속한다. 물고기 매운탕 요리를 할 모양인 것 같다. 할머니 가족의 행복한 분위기를 깨트릴 것 같아 멀찌감치 바라보다 용송으로 발걸음을 향했다.언덕 위 용송 노거수는 몸에 금줄을 두르고 있었다. 금줄은 마을 수호신 당산목으로 제사를 받는 경배의 나무이니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금지의 표시이기도 하다. 외모는 꿈틀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우람한 근육질의 몸통 줄기에서 뻗은 나뭇가지는 하늘이 아닌 땅으로 향하고 있다. 그중 한 줄기의 나뭇가지는 땅에 닿다시피 자라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함을 알아차렸는지 방향을 바꾸어 수평으로 자라고 있다. 눈이 있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노거수에 영혼이 깃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하늘에서 여름 폭우로 마을을 물바다로 만들고, 겨울 폭설로 마을 고샅길을 메우면 주민은 난리 북새통이다. 그러나 용송 노거수는 폭우로 몸을 씻어 더욱 푸름을 자랑하고 폭설로 눈꽃을 피워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다. 그저 하늘에 감사하며 붉은 태양을 쳐다보면서 살아간다. 바다를 향한 산줄기 언덕 바위를 움켜잡고 꿈틀거리며 용솟음치는 늘 푸른 용송은 비천하는 청룡의 모습이다. 한 번쯤은 기도 꺾이고 시르죽을 뻔한데도 꿈틀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자태는 무한한 에너지와 함께 자강의 삶을 느끼게 한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수백 년을 주민과 동고동락하며 살아가고 있는 신령한 용송 노거수는 철인이란 생각이 든다.조선 시대 중앙 관료들 중에는 죄를 짓거나, 권력 싸움에 밀려나거나, 간신배들의 모함으로 이곳 장기로 유배와 귀양살이를 한 이들이 적지않다. 그들은 임금님이 있는 한양을 그리워하고 억울함을 글이나 시로 표현하며 소견세월 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한탄했을지도 모른다. 눈앞에 펼쳐지는 하늘과 바다, 산은 우리 삶의 현장이며 터전이다. 그러나 고마움보다 원망의 눈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늘의 날씨가 덥다고 불만이고 춥다고 불평한다. 바다가 거칠다고 불평하고 안개가 끼었다고 불만이다. 그렇다고 하늘과 바다는 우리의 불만과 불평이나 원망을 들어주지 않는다. 용송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어촌마을에서 용왕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다. 고요한 바다도 때로는 성난 파도로 돌변하여 고깃배를 침몰시키고 어부를 바다에 수장하기도 한다. 부모를 잃은 자식, 자식을 잃은 부모, 또 이들 형제자매들의 슬픔의 고통을 누가 겪어보지 않고 알 수 있을까. 파손된 고깃배야 또다시 만들면 되지만, 잃은 가족은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그 애통한 심정은 이루 말 수 없을 것이다. 바다는 생활의 터전이지만,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라 늘 두려움의 대상이다.사람은 죽으면 선산의 땅에 묻혀 구천에서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지만, 어부가 바다 위에서 뜻밖의 재난을 당하여 죽으면, 아무도 찾아올 수 없는 바다에 묻혀 심해를 떠도는 영혼이 되고 만다. 주민들은 용송에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 용궁에서 편안한 안식과 이런 불행한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기를 비는 제를 올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용송은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이며, 또한 마을의 평화와 풍어를 기원하는 수호신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고 삶에 위안이 된다면 이 또한 미신이 아니라 민속문화로 어촌 주민들의 생활 방편이다.아주 어릴 때이다. 어머니는 나에게 태몽을 꾼 이야기를 해주었다. “밝고 둥근 보름달을 내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용띠의 해에 너를 낳았다. 너는 커서 보름달처럼 빛이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해 주었다.그로부터 보름달은 유난히도 크고 밝아 보였다. 하늘과 바다가 입맞춤하는 수평선에서 찬란히 빛나는 해와 달의 기운과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 새해 해맞이와 정월 대보름 달맞이는 평소와 같은 해와 달일지라도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새해 아침 해돋이와 정월 보름달 맞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었다. 그때마다 어머니가 하신 태몽 꿈을 생각하고 꼭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걸 믿었다는 내가 우습기도 하다. 그러나 가난을 벗어던진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은 거두지 않았나 싶다.신라 문무왕은 죽어 동해의 용왕이 되어 나라 앞바다를 지키겠다고 했다. 혹여나 문무왕의 영혼이 용송으로 옮겨오지는 않았는지. 등대처럼 바다를 바라보며 어촌을 지키고 바다에 희생된 어민의 영혼을 보듬어 주는 용송 노거수! 그 푸름이 만대에 이어지리라 믿어본다.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늘 푸른 용송 노거수에 가족을 위해 바다에서 물질과 고기잡이하다 희생된 어민의 영혼을 위로하고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보면 어떨까?/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1-31

우리 문학과 예술의 뿌리 찾아가는 여정에 올라…"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다’.부정할 수 없는 이 사실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절실하게 체감하게 된다.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불과 며칠 전 시작된 듯한데, 벌써 그 첫 달이 다 지나갔다.한국 곳곳이 혹한과 폭설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겨울의 한복판. 아직 새해 계획을 온전하게 세우지 못한 사람이라면, 지루한 일상을 훌쩍 떠나 낯선 여행지에서 남은 11개월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궁리해보면 어떨까.눈발 흩날리는 풍경을 보며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는 건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다. 이럴 때 맞춤한 시가 있으니 바로 저 먼 북쪽 함경도 출신의 가객 이용악(1914~1971)의 ‘그리움’이다. 이런 노래다.눈이 오는가 북쪽엔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백무선(白茂線) 철길 위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화물차의 검은 지붕에연달린 산과 산 사이너를 남기고 온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어쩌자고 잠을 깨어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눈이 오는가 북쪽엔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북한 땅을 가보기는 어려우니 이 책을…시에 등장하는 ‘백무선’은 함경북도 백암(白巖)에서 두만강 침엽수림을 가로질러 무산(茂山)에 이르는 철길의 이름. 겨울 강과 빽빽하게 늘어선 나무들 사이를 달리는 기차를 상상하면 ‘낭만’이란 단어가 연이어 떠오른다.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를 감안하면 그게 함경도이건 평안도이건, 두만강이건 압록강이건, 백두산이건 묘향산이건 북한 땅을 여행하기는 한동안 불가능할 것 같다.새해 벽두부터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들려오고 있다. 평화와 공존을 지향해야 할 남북한 모두에게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멀리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시대지만, 남한 사람들에겐 여전히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는 북한.그러니, 지금은 앞서 언급한 함경도 시인 이용악과 평안도 출신의 시인 백석(1912~1996)의 시를 읽으며 북녘을 여행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여기에 형편상 겨울 여행을 준비할 수 없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책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김남일(67)의 ‘한국 근대문학 기행’이다. 책을 낸 출판사는 ‘한국 근대문학 기행’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지도에서 사라진 길, 마음마저 멀어져 쉬이 갈 수 없는 곳, 그 길을 안내하는 소설가 김남일이 글로 그린 근대의 풍경이다. 책은 한국 근대 문학의 출발지이자 보고인 서울에서 시작한다. 식민지 ‘경성’에서 개화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던 작가들은 소설과 시를 통해 그 시대의 언어로 세상을 그렸다. 당대의 작가들이 보여준 생활상과 시대정신은 평안도와 함경도, 지도에서 사라진 북한 지역까지 넘나들며 ‘한국 문학의 영토’가 어디까지 뻗어 있었는지를 되새기게 해준다.”문학을 집에 비유하자면 그걸 구축하는 3가지의 중요한 기둥이 있다. 가장 먼저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라는 것. 이를 통상 주제, 혹은 주제의식이라 칭한다.두 번째는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산문 형식을 취하는 소설은 물론이고, 운문이라 해도 담시(譚詩·이야기 형태의 짧은 서사시)의 형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축이다.마지막은 우리가 학창 시절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여러 차례 배운 바 있는 배경. 이 3가지 기둥으로 완성되는 것이 바로 소설과 시다. □ 김남일이 안내하는 함경도와 평안도장편소설 ‘청년일기’와 ‘국경’, 소설집 ‘일과 밥과 자유’ ‘산을 내려가는 법’ 등을 출간하며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해온 김남일은 반세기 가까이 성실한 태도로 소설과 산문을 써 온 작가.고통 속에서 핍박 받는 제3세계에 대한 관심도 커서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창립을 주도했고, ‘아시아 문화 네트워크’와 문인단체 ‘한국과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에서의 활동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한국 근대문학 기행’은 바로 그 김남일이 문학의 3요소라고 부를 수 있는 주제, 인물, 배경 중 ‘배경’에 주목해 한국 문학사를 정리한 노작(勞作)이다. ‘함경도 이야기’ ‘평안도 이야기’ ‘서울 이야기’ ‘도쿄 이야기’ 등 모두 4권으로 엮였다.한국 근대문학의 역사는 이미 100년을 넘어섰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시기, 여기에 집약적 경제개발 시대와 짧지 않은 시간 이어진 군사독재시대. 그 시간을 넘어 억눌린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빗발쳤던 1980년대를 거쳐 오늘까지.지난 몇 년에 걸쳐 서울과 도쿄, 함경도와 평안도 곳곳에 숨겨진 이 나라 근대문학의 배경을 찾아다니며, 선배 작가들의 시와 소설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살핀 김남일. 그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나는 우리 문학의 근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말 그대로 풍경화였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이어 죄인처럼 수그리고 코끼리처럼 말이 없던 이용악의 두만강이나 어느 날 소설가 구보 씨가 하루 종일 돌아다녔던 식민지 서울의 도처처럼 우리 문학의 무대로서 뚜렷한 아우라를 지닌 장소들. 진달래꽃이 피고 지던 소월의 그 영변이 이제는 끔찍하게도 핵으로만 기억된다. 이럴진대 100년 전 백석이 함흥 영생고보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는지, 또 제 고향 평안도에 가서는 다시 이름도 생소한 팔원 땅에서 추운 겨울날 손등이 죄 터진 주재소장 집 가련한 애보개 소녀를 만났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 책 속에서 여행하는 미답의 땅‘한국 근대문학 기행’에선 독자들이 잊고 살았거나, 소홀히 살피며 넘어갔던 소설과 시의 공간적 배경이 생생하게 그려진다.‘서울 이야기’에선 장마철 북촌 풍경과 종로를 서성이던 어린 소녀, 시인 이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미쓰코시 백화점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함경도 이야기’에서는 함경선 기차에 오른 소설가 이석훈과 두만강을 서성이는 작가 최인훈의 그림자가 바로 어제 일처럼 자연스레 떠오르고 있다.평안도를 설명할 때 시인 백석을 빼놓을 수 있을까? 당연히 없다. 백 시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우난골’이 대체 어떤 곳이었는지, 20세기 초중반 평양은 작가들의 문학적 영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건 ‘평안도 이야기’에서다.관동 대지진과 불령선인(不逞鮮人)이란 단어를 발음할 때면 연상 작용처럼 떠오르는 일제강점기 도쿄.일본 군국주의 수도의 뒷골목에서 울분과 환멸의 술잔을 들고 비통해하던 젊은 조선 작가들의 영상은 ‘도쿄 이야기’에서 확인이 가능하다.김남일이 내놓은 4권의 책은 독자들을 우리 문학과 예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자로 만들어준다. 눈보라 치는 함경도, 또는 삭풍에 마주 선 움집에서 여우 울음소리를 듣는 평안도를 대리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책에서 아주 멀어진 21세기 오늘. ‘한국 근대문학 기행’은 김남일의 문학적 열정과 출판사 학고재의 통 큰 결정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이 책을 접한 문학평론가 고명철은 “문학의 시선으로 함경도의 사회문화와 문화지리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문학사를 공부하면서 미처 주목하지 못하고 스쳐갔던 지명, 배경, 사건, 풍속 등 함경도의 박물지가 거느린 이야기에 매료됐다”는 감상을 전했다고 한다.이런 ‘독서의 기쁨’, 나아가 책을 통해 미답(未踏)의 여행지로 떠나는 즐거움을 여러분도 누려 보길 권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1-30

“ALL ON… 기술과 혁신의 흐름에 동참할 시대가 왔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며 앞으로의 세계 전자산업의 흐름을 가름해 볼 수 있었던 CES 2024가 성황리에 막을 내린 가운데 경북 3대 도시로, 자동차 관련 산업의 집중도시이며 중소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도시로 자리 잡은 경산시도 CES에 참관단을 파송해 세계 흐름을 지역에 접목할 방법을 모색했다.CES 2024는 ‘AII ON’을 주제로 모든 산업의 AI와 on-device AI를 키워드로 IoT, 스마트 시티, 로봇, 헬스테크, ARVR 등의 제품이 전시됐다.지역에서도 (주)아진산업과 (주)한국아이티에스, 리플라 등 8개 업체가 참가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특히 리플라(대표 서동은)는 재활용 플라스틱 재질 스캐너와 재활용 플라스틱 순도 향상 미생물 소화조 개발로 2개의 혁신상을 받았다.(주)한국아이티에스(대표 하승태)도 세계 최초로 지상 파노라마 뷰와 동시에 공중의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AI 카메라를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경산시는 300만 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미래의 먹거리 산업 유치에 적극적인 경산시의 입장에서는 CES 2024가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임당 유니콘파크 등으로 지역 인재 발굴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자 CES 2024 참관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했던 조현일사진 경산시장에게서 지역 산업생태계에 불 변화의 바람과 행정 서비스에 대해 들어 보았다. -CES 2024에 경산시 참관단을 인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경산시는 인구 30만으로 ICT 벤처·창업 도시로 변화시키고자 임당 유니콘파크 건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기업에 많은 관심이 있다.CES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최신 기술 및 전자제품에 대한 혁신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동료 공직자들이 함께 참관해 빠른 기술변화를 체감하고 앞으로 시정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자 시의 출연기관인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연구원들의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선제로 사업발굴과 기업 지원 정책을 모색하고자 동행했다.앞으로도 더 많은 공직자와 연구인력들이 세계적인 박람회, 포럼, 세미나 등에 참가해 얻은 경험으로 선도적인 행정을 추진해 경쟁력 있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CES 2024를 참관하고 느낀 소감은.△개인적으로 예상한 것 이상으로 기술의 발전이 빠르고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AI와 로봇, 미래 차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연구하고 상품화하고 있다.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기사가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에는 Chat GPT가 개발되어 전 세계가 놀랐었다.AI를 통해 세상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AI가 전면에 나서며 모든 산업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예고했다.생성형 AI 개발이 빨라지는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이번 CES 참관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이 많았다.얼마나 많은 일상생활의 변화가 나타날지 앞으로 기대되고 우리 경산도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구조 속에서 많은 기업이 성장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를 바란다.경산시장으로서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경산을 만들고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참관 이후 지역의 산업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는가.△이번 CES의 키워드는 ‘ALL ON(모든 산업의 AI화)’였다. 많은 사람이 지금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AI 혁명이라고 부른다. 산업혁명과 디지털혁명과 같이 혁명이라는 단어는 인류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데 사용된다.우리 경산의 기업들도 이미 변화하며 공장 자동화·첨단화, 로봇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식당에서도 서빙 로봇을 흔하게 볼 수 있다.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고 가격 경쟁력과 생산 효율성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이다.그리고 AI 산업에서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고 우리 지역의 IT 벤처기업과 인력들이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제조 분야 기업에는 스마트 공장 보급 및 확산, 제조 로봇 도입지원, 첨단 스마트센서 고도화 지원, 기술혁신개발사업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기업 맞춤형 지원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변화에 적응하고자 경산시는 어떻게 행정력을 집중할 것인지.△일단 국가 정책사업과 우리 시의 전략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경산지식산업지구를 통한 다양한 기업 유치와 경산5일반산업단지와 농공단지 조성을 위해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 중이다.또 벤처창업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임당 유니콘파크 조성, 우수 IT 인력양성을 위한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운영, 자생적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소벤처 제조 창업 융합타운을 조성해 지역 산업의 발전과 균형을 통해 혁신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겠다.경산시의 역할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인프라를 제공하며 우수인력을 양성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보인다. 경북IT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경북IT융합산업기술원은 지역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연구기관으로서 ICT 융합, 미래 차, 바이오 분야 연구지원과 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을 담당하고 있다.이를 위해 CES와 같은 중요 전시회를 통해 지역 기업에 미래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의 애로 기술 지원과 최신 기술 동향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양한 지원사업으로 많은 지역기업의 제품이 세계무대에서 소개될 기회를 마련하고, 나아가 글로벌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 지원 사업을 지속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산업생태계 변화에는 공직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직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공직자들은 많이 보고 경험해서 견문을 넓혀야 한다.대학·산업·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선진국의 행정·사업의 벤치마킹으로 공직자 각자 맡은 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며 예리함과 남다른 감각으로 공무원 중심이 아닌 항상 시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시장으로서 건전한 노사문화와 일하기 좋은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1-28

포항 오천은 왜 인구 늘고 젊은세대들이 많이 살까?

지역 소멸 파도가 거세다. 지역 소멸의 근본 원인은 저출생이다.출생아는 줄고 반대로 사망자는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결국 도시는 활력을 잃고 쇠퇴하게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경북은 소멸위험지역 비중이 87%로 전북(92.9%), 강원(88.9%)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지역이다.이미 10개 지자체가 소멸위험진입, 또 다른 10곳은 소멸고위험에 속한다.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지자체 힘만으론 지역소멸을 감당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이런 현실 속 포항시 오천읍의 인구증가와 도시 활성화는 주목된다. A씨는 얼마 전 저녁을 먹으려고 포항시 오천읍 원동로 식당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테이블마다 영아를 데리고 외식 나온 젊은 부부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풍경에 50대인 자신이 젊은 부부 전용식당에 잘못 들어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는 지역임을 체감하기에 충분한 현장이었다.포항시 오천읍은 시내 중심의 공동화와 대조되는 별천지다. 문덕에서 원동간 남북으로 수km 이어진 중심대로를 따라 좌우로 형성된 상권을 처음 본 사람들은 “우와, 포항에 이런데가 있었어!” 하고 놀란다.프랜차이즈 식당부터, 커피숍, 마트, 영화관, 수영장, 병의원 등 각종 편의시설은 다 갖추고 있다.젊은 세대들은 굳이 시내에 나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이 때문에 오천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기에 불편함이 없는 신흥주거지로 자리잡았다. 현재 오천읍 인구는 포항시 29개 읍면동중 장량동(7만1천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힐스테이트 등 대단지 신규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4월 5만6천57명이던 인구는 한 달이 지난 5월 말 706명이나 늘어난 5만6천763명이 된데 이어 7개월이 지난 작년 연말 에는 1천622명이나 증가해 5만7천679명을 찍었다.한때 경북의 웅군이었던 의성군(5만88명), 울진군(4만6천661명)의 인구보다 오천읍 인구가 7천명에서 1만여명 이상 더 많다.이처럼 오천읍의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젊은 세대로 구성됐다는 게 특징이다.작년 12월말 기준 포항시 전체인구 50만명중 65세이상 노인인구가 10만3천542명으로 20%가 훌쩍 넘는다. 반면 오천읍은 13.76%다. 그 만큼 다른 읍면동에 비해 젊은 세대가 많다는 의미다.오천읍의 인구 증가는 인근에 포항제철과 포항철강공단 등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인근 직장으로 출퇴근하기 편한 배후도시로서 장점이다.여기에 시내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덜 든다는 이점도 있다.좀 더 경제적으로 주거만족도가 높은 아파트를 구할 수 있기에 오천으로 젊은 세대들이 몰린다.특히 과거 문덕동 중심으로 원룸타운을 형성했던 오천은 원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택지 조성에 따른 시가지 확대에 이어 대단위 브랜드 아파트가 하나 둘씩 건설되면서 정주환경이 크게 개선된 점도 큰 작용을 했다.오천에는 현대힐스테이트 이외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현대 아이파크와 태왕아너스와 같은 브랜드 아파트들의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아파트 공사가 끝나면 오천읍 인구는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중요한 것은 오천읍의 미래는 더욱 밝다는 점이다.인근 블루밸리국가산단이 지난해 7월 정부에 의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굵직굵직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이로 인해 오천은 배후주거단지로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편의시설도 꾸준히 확충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지난 10월 포항오천도서관엔 어린이 특화도서관이 새로 생겼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책읽기에 안성맞춤 공간이라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젊은 엄마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지난해 12월 중순엔 ‘다원복합센터 생활 SOC 복합화 사업’이 착공됐다. 오천읍 등 남구 지역주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로 원동택지지구내 현대힐스테이트옆에 들어선다.연 면적 7천765㎡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주민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용도의 생활 친화형 시설이다.2025년 5월 준공을 목표로, 8레인 50m 수영장과 청소년문화의집, 다함께돌봄센터 등으로 구성된 생활 SOC 복합시설이 건립된다.오천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오천은 남포항 IC 개통으로 교통의 중심지가 됐다. IC가 가깝다 보니 고속도로를 타면 울산까지 30분이면 도착한다. 우회도로를 이용하면 대구, 영덕 등으로 막힘없이 갈 수있다.영일만 대교가 개통될 경우 오천은 그야말로 교통요충지로 부상하기에 충분하다.오천읍 부동산 관계자는 “앞으로도 오천은 계속 젊고 활기찬 인구유입의 1번지가 되리라 생각된다”며 오천의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정상호기자 jyr933@kbmaeil.com

2024-01-28

푸른물결 휘어져 돌아가던 동강엔 눈바람 속 고요만이…

강원 정선의 겨울은 뼈대만 남은 것처럼 앙상하다. 정선을 가로지르는 동강도 반쯤은 얼어붙었다. 시리도록 푸른 물이 휘어져 돌아가는 골짜기는 드문드문 눈이 쌓여 있고 고요 속에 잠겼다. 동강과 함께 정선을 대표하는 것은 만항재, 문치재, 두문동재, 병방치, 백봉령, 자개골, 싸리골, 박달재 등 한 굽이 돌 때마다 만나는 수없이 많은 고개다. 오죽하면 정선아리랑에서 “태산준령 험한 고개 칡넝쿨 얼크러진 가시덤불 헤치고 시냇물 굽이치는 골짜기 휘돌아서”라고 했을까? 정선은 오직 꾸밈없이 순수한 것들만 자리잡은 듯하다. 순후한 자연이 그렇고, 정감 넘치는 사람들이 그렇다. ◇고원드라이브의 명소, 만항재와 문치재해발 1330m인 함백산 만항재에 오르니 삭풍이 분다. 만항재는 국내에서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 지리산 정령치(1172m)나 태백과 고한을 잇는 싸리재(1268m)보다도 높다.만항재는 원래 눈꽃보다 ‘천상의 화원’으로 유명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로 뒤덮인다. 새벽이면 안개가 자주 몰려와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야생화부터 눈꽃까지 사시사철 꽃이 만발한 만항재로 오르는 고갯길은 고원 드라이브의 정수로 꼽힌다.고원 드라이브의 또 다른 명소는 문치재다. 정선 읍내를 빠져나와 지그재그로 이어진 해발 732m를 오르면 전망대가 보인다. 여기부터 급경사의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이 구간이 문치재다. 경남 함양의 오도재와 충북 보은 말티재, 신안군 흑산도 12굽이길과 함께 손꼽히는 고갯길이다. 문치재는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에 둘러싸인 문(門)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이야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찾는 여행지가 됐지만 가난한 시절의 문치재는 애환의 다른 이름이었을 것이다.도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길은 S자로 심하게 구불거린다. 오랜 시간 사진작가들의 촬영지로만 알려져 있다가 최근에는 롱보드 성지로 유명해졌다. 문치재는 도로 폭이 좁아 중간에 차를 세워둘 곳이 마땅치 않다. 한 번 진입하면 고갯길이 끝나는 무내리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한다.문치재를 넘으면 화암동굴·몰운대 등 화암팔경(畵岩八景)의 절경이 잇달아 펼쳐진다. 100년이 넘은 백전리 물레방아도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정선읍 북실리에도 또 다른 고개가 있다. 해발 583m인 병방치에 오르면 일명 ‘뼝대’로 불리는 경이로운 기암절벽, 한반도 지도를 닮은 밤섬을 휘감아 도는 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섬과 동강의 풍경을 제대로 즐기려면 병방치 스카이워크를 걸어야 한다. 절벽 끝에 U자형으로 돌출된 길이 11m의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콧등치기·수수부꾸미 등 향토 먹거리 가득병방치에서 읍내 쪽으로 나오면 대표적 전통시장인 정선아리랑시장을 만나게 된다.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린다. 정선 군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려든다. 1966년 2월에 처음 개장했는데 시골 장터로 시작은 작았다. 석탄이 번성했던 시기에 가장 큰 인기를 누렸다가 석탄 산업이 쇠퇴하면서 함께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다 1999년 정선 5일장 관광열차가 유명해지며 부활했다.정선 5일장에서는 모든 것이 신토불이다. 강원도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가 지천이고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감자, 황기, 더덕, 마늘 같은 농산물이 주종을 이룬다. 방문객도 대부분 싱싱한 약초와 채소를 구하기 위해 온다고 한다.시장 어귀에 들어서니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가마솥 뚜껑같이 생긴 번철에 하얀 전을 부치고 있다. 종잇장처럼 얇게 편 반죽이 금세 익으면 그 위에 김치, 갓김치, 무채 등으로 버무린 소를 넣고 돌돌 만 메밀전병인데, 정선 주전부리의 대표 선수다. 메밀부치기는 메밀 반죽에 배춧잎을 올려부친다. 밀가루 반죽으로 부치는 경상도식 배추전과 비슷하다. 심심해 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달큰한 배추 맛이 매력적이다. 수수한 음식 속에 정선의 향기가 느껴졌다.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곤드레나물을 듬뿍 넣어 만든 곤드레밥 한 그릇 뚝딱하고 막걸리 한 잔에 메밀전병, 배추전까지 한 점 하면 든든하다. 묵사발에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수수부꾸미도 빠지면 아쉬우니 먹기만 하다가 해가 질 수도 있다. 볼거리도 많은데 장이 서는 날이면 신명 나는 공연과 함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다양하다. 정선아리랑의 고장인 만큼 아리랑과 연관된 시설과 공연도 여럿이다. 방문하기 전 정선아리랑문화재단에 확인해서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다.정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관광도시다. 여행으로 왔다가 몸과 마음의 쉼도 얻고 갈 수 있는 고장으로 인정받은 셈이다.세 곳이 추천 포인트인데 가리왕산 화봉에 있는 로미지안 가든이 먼저다. 화학 제조업을 하던 손진익 회장이 부인을 위해 조성한 정원이다. 33만㎡의 넓은 공간에 23개의 테마로 4시간 이상 트레킹과 명상, 쉼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바쁜 도시민에게 오롯한 쉼과 함께 자연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치유와 성찰을 테마로 운영하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의 방문이 많지만 혼자 찾아와 조용히 사색하며 머물기에도 좋다. 사계절 고요하고 수려한 풍경에 맞게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도 열리니 방문 전 확인은 필수다.하이원과 파크로쉬 리조트의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카지노로 잘 알려진 하이원리조트에는 포근한 숲길과 함께 웰니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투숙객은 물론 방문객에게 쉼을 선물한다. 차분히 숲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웰니스센터 건물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요가·명상, 조향 테라피, 차 클래스 등이 열린다. 일상에서 굳은 몸을 이완하기도 하고 안정을 더하는 향을 조합해 내게 맞는 향수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몸에 좋은 차를 골라 나만의 차를 시음해 보는 것도 좋다. 지금은 겨울 별자리를 찾는 교감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TIP 함께 가볼 만한 곳…삼탄아트마인‘굽이굽이 732m 내려다보니 우리네 삶이었네.’함백산 자락의 삼척탄좌는 1970년대 탄광촌으로 전성기를 누린 석탄산업의 메카였다. 2001년 폐광된 뒤 2013년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삼탄아트마인으로 재탄생했다. 갤러리와 역사관, 스튜디오, 예술체험관, 레스토랑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췄다. 광부들의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문화를 캐는 탄광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정선=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4-01-25

하늘로 날아오를 듯 날개 펼친 이름 없는 소나무

경북 청송(靑松)은 늘 푸른 솔의 고장이다. 낙동정맥의 크고 작은 산줄기에 에워싸여져 함부로 범접하기 힘들다. 청송으로 처음 전근을 오거나 부임한 사람들은 산 고갯마루 길을 넘을 때마다 오지란 생각에 눈물을 흘리고, 청송을 떠날 때는 정들어 섭섭한 마음에 눈물 흘린다고 한다. 나 또한 그랬다. 청송이란 고장은 올 때도 떠날 때도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지금이야 산 고갯마루를 넘는 도로는 터널을 뚫어 빠르고 편하게 청송을 드나들 수 있지만, 그 옛날에는 산 고갯마루를 넘는 버스는 곡예사와 다름없었다.청송의 자연은 아름답다. 깨끗한 하천은 녹색의 산자락을 부여잡고 굽이굽이 돌면서 골골이 흐른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은 산마루에 걸터앉아 가던 길을 멈추고 숨결을 고른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늘 푸른 솔, 산소 카페의 고장이다. 청송인은 예와 효뿐만 아니라 조선의 선비처럼 곧은 절개와 고결하고 순결한 성품을 닮기 위해 늘 송죽매난(松竹梅蘭)을 가까이하고 문예를 즐기며 좋아한다. 남북으로 가로지른 길 따라 아담한 마을에는 솔밭과 함께 옹기종기 고구마 줄기처럼 형성되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청송읍 소재지에서 국도를 따라 영천으로 가다가 금곡리 도로변 무명의 소나무 노거수를 찾았다. 높은 언덕 위에 숨어서 살던 노거수가 우회도로가 생기면서 본의 아니게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접근할 길이 마땅찮아 절개된 풀숲 언덕을 기어올랐다. 사과밭을 지나 겨우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아직 무명이어서인지 나이, 키, 몸 둘레 등을 기록한 이름표도 없었다.많은 사람이 노거수 나이에 대해서 궁금해한다. 오래된 나무의 나이를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나무는 한 해에 하나씩의 나이테를 새기기 때문에 나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노거수 나이테를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몸에 구멍을 뚫어 나이테 수를 세어 본다는 것도 해서는 안 될 짓이다. 나이테 측정기로 나무를 뚫어 본다고 해도 오래된 노거수는 속이 비어 나이테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노거수의 나이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힘들다. 기록이나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 등 다른 나무와 비교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나이를 측정할 수밖에 없다. 가장 궁금하게 여기면서 정확히 아는 것은 힘든 일이다.소나무 노거수의 나이는 알 수 없지만, 굵기와 수형에서 세월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범상치 않아 보였다. 도로 옆 언덕 위에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학의 날갯짓 모습이었다. 날으는 학이라 하여 비학송(飛鶴松)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눈옷을 입은 날이면 설송(雪松)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가까이 가서 보니 용송(龍松)이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하늘을 향한 범상치 않은 가장이 모습이 용틀임하는 용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바라다보는 방향에 따라 비학송으로 보였다, 설송으로 보였다, 용송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나의 대상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만이라도 비학송, 설송, 용송이라는 몇 가지 별호를 붙여주고 보호수라는 이름표를 달아주고 싶다.소나무 노거수는 잎의 녹색을 강조하기 위해 여름에 촬영한다고 하지만, 예외가 있구나, 청량한 하늘 아래 은세계의 비학송은 지상천하(地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이다. 그림자로 보아 햇볕에 남아있는 솔가지의 잔설이 주변 경관과 조화롭다. 흰 눈으로 목욕한 녹색의 솔잎은 더욱 짙고 금방이라도 날갯짓하며 날아오를 것 같다. 아름다움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편안하게 하고. 또한 기쁘게 한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아름다운 미를 창조하고 또 그것을 찾아 노래하고 있다.소나무 노거수는 고결하고 숭고한 모습으로 마음을 정결하게 해준다. 맑은 하늘 아래 소나무 노거수는 순결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흰 눈옷을 입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티 없이 맑은 모습은 아름답다기보다 맑고 순수해 고결한 품위를 갖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다. 바쁜 생활 속에 자신도 잃어버리고 경쟁 사회에 내몰려 허상을 쫓아다니느라 구정물에 몸은 더럽히고 허물에 마음은 주접이 든다. 설송을 보고 있으면 고결한 품성을 갖춘 사람으로 닮아가고 싶어진다. 소나무 노거수는 울퉁불퉁한 붉게 물든 근육질이 오른쪽을 돌면서 나선형 곡선을 이루고 있다. 근육질의 몸통이 하늘 높이 치솟으면서 붉게 물들고 솔가지는 용의 발톱을 하고 있다. 땅에 덮인 흰 눈에 대비된 종아리의 검은 근육질은 더욱더 검게 보인다. 몸통의 거북 등 껍질은 수백 년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연륜이 있어 보인다. 용은 상상의 동물로써 우리에게 무한한 힘과 용기, 가능성을 심어준다. 올해는 갑진년 청룡의 해이다. 청룡이 상징하는 행운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기원해본다.인공적으로 심어져 기른 것인지, 자연적으로 생육하였는지 확실하지 않다. 태풍에 의해 훼손될 수도 있고 낙뢰로 훼손될 수 있다. 송진이 많은 소나무는 낙뢰에 의하여 불이 붙으면 모두 타버린다. 독립적으로 생육하는 수목은 낙뢰와 태풍, 돌풍의 과도한 에너지의 집중으로 피해를 쉽게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주변에 에너지를 분산할 수 있는 단목군 수준의 수림 조성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주변은 묘소가 있고 개인의 사과밭이 있어 그것도 어려울 것 같다. 도로변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발자국만 남기고 떠나려니 미안한 마음이 앞서 두 팔 벌려 안아본다. 얼마나 덩치가 큰지 품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만수무강을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노거수에 대해 뭐가 궁금한가요첫째, 수령이 얼마나 되었는지? 둘째, 크기와 수형은 어떤지? 셋째, 언제 누가 심었는지, 아니면 자생한 나무인지? 궁금증은 이처럼 크게 대별된다.노거수 안쪽 나이테 부분이 잘 썩어 정확한 수령 측정이 힘들다면 기록이나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 등 다른 나무와 비교하여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 크기는 실제로 도구를 가지고 가슴 높이의 둘레 길이를 재어보면 된다. 이를 흉고 둘레라 한다. 수관 폭은 동서남북으로 뻗은 가지의 길이를 재어본다. 인공인지 자생한 나무인지는 기록을 통하여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알 수 있다.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특별한 일을 기억하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 옛사람들은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었으며,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아들은 소나무처럼 사철 푸른 절개를 가진 선비가 되라는 의미였고, 오동나무는 딸이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어 주기 위해 심었다.소나무는 솔처럼 생긴 잎 모양새와 가마솥 설거지에 사용되었던 솔에서 유래한 이름이라 한다. 예전에는 솔방울로도 가마솥 설거지를 하였다. ‘솔’은 정감이 가는 이름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1-24

“청년이 미래다”… ‘산소 카페’ 청송, 청년 정착 해법 찾는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산소 카페’라 불리는 청송군이 청년인구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생활인구 증가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신규 사업을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청송군은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순환을 일으키는 생활인구의 증가를 위해 다양한 신규 사업을 2024년 내내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오늘날 한국의 청년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주거 불안정. 연고지가 있는 청년들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면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청송의 청년들은 직장 근무로 인해 지역에서 1인 가구로 거주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청송군의 주거지 부족은 청년 인구가 인근 도시로 이탈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났다.이로 인한 청년들의 이동으로 지역 내 소비와 투자 기회가 감소했고, 출퇴근 교통비 증가와 직장을 오가기 위한 체력적 부담으로 지역에 활기가 떨어지는 여파까지 초래하고 있다. □ 공공임대주택 건설로 청년층 지역정착 도와이런 문제를 파악한 청송군은 지역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해 지역 활기를 되찾고자 청송읍 월막리에 ‘청송 청년빌리지 건립사업’과 청송읍 ‘덕리지구 농촌공간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다.“최신식 시설로 건설되는 공공임대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청년들에게 제공해 정주인구 증가로 인한 지역 활기 소생을 도모하고, 다양한 청년지원사업을 발굴해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기틀로 활용할 것”이란 게 청송군청의 부연 설명.2023년 농림축산부가 주관한 농촌공간정비사업공모에 최종 선정된 청송읍 ‘덕리지구 농촌공간정비사업’은 주민들에게 유해 지역으로 인식됐던 덕리지구를 군에서 매입해 쾌적한 주거·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총 18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할 계획.흉물스러웠던 낡은 견사와 장기 방치건물을 철거해 공공임대주택, 영농실습농장, 복합문화센터, 편의시설을 조성함으로써 고품질 주거공간에서 오는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청송군의 복안이다.이로써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청년인구 증가 위한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 추진대도시로 떠나는 지역 학생과 청년 유출 방지를 위해 청송군-대구 가톨릭대학교-지역기업이 연계한 전략사업 발굴로 지역에서 취업하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도 더불어 시행한다.항노화 사업은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2026년까지 ‘지역산업(항노화 산업) 기반 연구지원센터’를 건립한다.연구센터 안에 입주 기업실, 연구실, 실험실 등의 시설을 구축해 청송 사과와 청송의 특산물을 활용한 항노화 기능성 평가 및 기업 협업을 통한 상품화 추진으로 연구 인력 유치와 공동연구를 통한 창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 덕리지구 농촌공간정비사업과 연계한 ‘K-U시티 주거환경’ 또한 추가로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학생과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항노화 센터 연구원들이 청송군에서 거주하고 근무하는 환경을 만들어 청년인구와 생활인구의 증가라는 이중 효과를 기대하는 것. 이는 지역 재투자 여건을 만들어 활기찬 청년들의 일상을 청송군이 제공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한다. □ 육아 고민 해결 위해 아동돌봄센터 운영그밖에도 지역에서 거주하며 생활하는 청년들을 위한 사업은 또 있다.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예비 창업가 육성사업’ ‘시골청춘 뿌리내림 사업’ 등이 진행될 예정인 것.지역 청년의 창업을 지원할 ‘청송특화형 청년 정주 활성화 사업’은 청송군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둔 45세 이하 사람들이 주목할 만하다.지역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 분야별 로컬 창업팀 도약 패키지, 청년 로컬 커뮤니티 협의체와 사회적 경제조직 육성지원, 청년 공동체형 로컬마켓 구축과 대도시와 연계한 팝업스토어 오픈 지원 등은 청년들의 정주 기반을 튼튼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청년층의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제공했다면, 젊은 부부의 육아 고민을 해결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청송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도 소홀히 할 수 없다.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청송군의 대책도 마련됐다.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숲속 태교 프로그램, 찾아가는 산부인과 운영, 임신부·영유아 건강플러스 사업 등의 시행으로 초보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게 군의 방침이다.이를 위한 조치로 진보면과 산남 지역에 아동돌봄센터를 운영해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을 해소함으로써 아이와 부모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양육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지역 아동돌봄센터는 정규 수업 외의 다양한 체험과 생활교육을 통해 향후 청송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와 관련된 설명이다. □ ‘경북형 이색 숙박시설’로 관광 활성화생활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한 방안도 청송군이 보유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준비 중이다.옛 주왕산 초등학교 부지에 조성되는 이색 숙박시설은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자연 속 캠핑의 즐거움과 호텔의 안락함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사시사철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게 된다.이색 숙박시설 조성은 2023년 경상북도가 주관한 ‘경북형 이색 숙박시설 조성사업’ 공모에 청송군이 최종 선정돼 총 1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프로젝트다.2026년까지 가족호텔(1천840㎡ 규모)을 비롯해 글램핑장 15곳, 바비큐장 15곳, 트리 하우스 4곳, 야외 물놀이장 1곳, 레스토랑과 카페 둥이 부대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이색 숙박시설은 ‘산소 카페 청송군’의 이념인 청정자연에서 누리는 힐링과 쉼이 있는 공간 제공으로 청송군 관광 다양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인근 주왕산 관광단지의 꽃돌박물관, 청송 백자체험관과 연계한 방문객 증가로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윤경희 군수 “사업 차질 없도록 최선의 노력”청송의 대표적 음식거리인 주왕산 상가 지역과 청송읍 달기약수탕 거리 개선과 메뉴 개발을 통해 생활인구 증가에 도움을 줄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다.주왕산 상가 지역을 개발하는 ‘주왕산, 사계절을 맛보다’ 사업은 보행자 도로 개선, 조형물 설치, 굿즈 제작, 대표 메뉴 개발 및 상인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함께 추진될 ‘주왕산 산소맛길 조성사업’은 업소 간판 교체와 옥외 영업장 정비, 관광 플랫폼 조성, 도시락·밀키트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여기에 ‘달빛이 내려앉은 달기약수탕 거리 활성화’ 사업은 청송읍 달기 약수탕 주변거리 개선, 수변데크 설치, 야간 경관조명 설치, 대표 메뉴 개발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앞에서 언급된 각종 사업들은 청송군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만드는 주요 프로젝트로 ‘산소 카페 청송군’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군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동시에 향후 인구소멸 대응 방안으로도 활용된다.쾌적한 주거환경 조성, 양질의 일자리 인프라 구축과 관광상품의 다양화로 청년층과 생활인구 증가를 모색하고 있는 청송군의 혁신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쉼 없이 진행 중이다.이와 관련해 윤경희 청송군수는 “모든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추가 인프라 조성을 위한 재투자와 다양한 일자리 창출의 연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들이 차질 없이 순차적으로 완공될 수 있도록 군민과 힘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1-23

탈속과 환속 반복했던 삶의 종착엔 ‘무정부주의’가…

조금이라도 책을 읽으며 20세기 후반을 보낸 사람이라면 ‘라라’와 ‘디디’라는 독특한 이름의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어렵지 않게 기억할 것이다.1992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동명 시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정도였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번져나갔던 운동권 후일담 소설의 효시로 불리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스토리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표절했다는 풍문이 떠돌았고, 이는 장정일(시인·소설가)의 몇몇 책과 합쳐져 1990년대 초반 문학논쟁 중 하나인 ‘패러디 논란’을 야기시켰다.바로 그 소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쓴 박일문사진이 지난 16일 세상을 떠났다. 예순다섯이었으니 요절(夭折)이라 할 수는 없지만, ‘100세 시대’로 불리는 21세기임을 감안하면 이른 죽음이다.영남대와 연세대에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한 그는 오랫동안 혼자 살았고, 쓸쓸했던 죽음은 주변 소수의 사람 외에는 알지 못했다. 한때는 대구·경북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주목받던 그의 마지막 몇 년은 외롭고 우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교 시절부터 탈속(脫俗)과 환속(還俗)을 반복한 박일문. 20여 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가끔 만남을 이어온 그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해사한 동안(童顔)과 투명한 눈망울로 기자에게 기억되고 있다. 열일곱 살 어린 나이에 세상사에 절망해 ‘출가납자(出家衲子)’를 꿈꾼 조숙한 허무주의자였던 박일문.그를 어릴 때부터 옭아맸던 진지함, 혹은 진중함 때문일까? 박일문의 출세작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자신과 세계에 절망하여 스스로 세상을 버린 여자(라라)와 스무 살에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가벼이 넘어버린 여자(디디)를 통해 ‘좌절당한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젊었던 한때 경북의 사찰에서 잠시 승려로 생활하기도 했던 박일문은 나이를 먹어서도 수도승처럼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었다.조용한 산 아래 사찰에서 이름 없는 스님처럼 늙어가고자 했던 열망. 그러나 속된 세상은 박일문의 이런 꿈을 매번 좌절시켰다. □ 진지함과 진중함으로 철학적 주제에 접근했던 소설가‘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후에도 그는 무겁고 건조한 철학적 주제에 집착했다. 존재한다는 것과 사라진다는 것을 장엄하게 이야기하는 ‘적멸’, 예술과 더불어 예술가까지 사라진 시대를 냉소하는 ‘달은 도둑놈이다’ 등의 작품 저변에 깔린 의식은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아픔’이었다. 진지함과 무거움은 그의 대명사처럼 이해됐다.그랬던 박일문이 기러기 깃털처럼 가볍고, 부엌 선반 위에 올려진 유년의 조청단지같이 달콤한 산문집 ‘추억’을 냈던 때가 떠오른다.출간을 축하하며 몇몇 선후배가 허름한 선술집에 모였다. 기자도 그 자리에 동석했다. 산문집 ‘추억’에서 박일문은 그의 희망과 아픔, 고독과 상처, 삶과 문학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추억’은 독자를 여행하게 하는 작품이다. 원고지 10매 내외로 적어 내려간 100여 편의 짤막한 글은 그때까지 박일문이 걸어온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그 길은 동시대를 산 사람들 모두의 기록에 다름 아니었다. 우리는 박일문과 함께 흙먼지 날리는 길을 걸어 할아버지 댁으로 가는 아이였다가, 첫사랑 여인에게 “내 피는 초록색”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청년이었다가, ‘사람의 목숨이란 봄날 서리, 또는 아침 이슬 같아서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깨달음을 얻은 중년이 됐다.박일문은 사물을 통해 ‘인간의 추억’을 끄집어냈다. 책 ‘추억’에선 유난히 물건의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부채, 죽부인, 청국장, 하모니카, 옥수수, 콩나물, 연, 미꾸라지, 모깃불, 버들강아지…. □ 유년시절 ‘추억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산문집도 출간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박인환은 그의 시 ‘세월이 가면’에서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라고 노래했다. 박인환이 ‘이름’이라는 사물의 명칭보다 ‘눈동자와 입술’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추억에 이르는 사람이었다면, 박일문은 사물을 통해 ‘추억의 이미지’‘에 가닿은 작가였다.지나간 시절이 다 그렇지만 ‘추억’을 관통하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순정함에 대한 그리움이다.박일문은 한시(漢詩)를 짓는 할아버지 옆에서 먹을 갈고, 어머니와 함께 아카시아 잎을 따며 희희낙락하던 시절을 그리워했다. 외양간에서 큰 눈을 끔뻑이던 소와 집에서 키우던 개 ‘쫑’, 새끼를 지키려는 어미 새와 너구리같은 미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던 순수의 시대를 추억했다.산문집 ‘추억’이 여타의 상업적인 에세이와 구별되는 미덕은 행간마다 읽혀지는 바로 이 ‘그리움’때문이 아닐지. 출판기념회를 겸한 주석(酒席)이 있던 그날. 박일문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앉아 ‘여윈 부처’처럼 옅은 미소만을 띄고는 말이 없었다. 다만, 자신의 출간을 축하해주러 온 이들이 모두 돌아간 새벽까지 자리를 지켰을 뿐.한 후배 작가는 박일문을 가리켜 “아름다운 외골수”라고 했다. 또 다른 누구는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라고도 했다.그랬던 그가 아름다움도, 코스모스도 없는 먼 땅으로 떠났다. 바람 차가운 2024년 겨울. 추위를 막아줄 외투도 챙겨 입지 못하고. □ 존재하는 모든 권력과 제도를 부정했던 작가로 기억돼“일체의 권력이나 제도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살아생전 박일문은 가끔 이런 말을 했다. 그 말이 발화점이 돼 쓰인 책이 장편소설 ‘도망쳐’다.소설의 주인공 ‘흑도’가 꿈꾸는 건 쉼 없이 떠도는 것만으로 존재가 증명되는 유목민의 삶. 흑도는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존의 시스템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정신분열증적 인간이다.박일문은 지향했던 이데아의 붕괴가 사람들의 정신을 파괴시킨다고 생각했다. 1980년대 학생운동과 민중불교운동에 경도됐던 박일문에게 1990년대 초반 러시아의 붕괴와 도미노처럼 무너지던 동유럽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환멸을 불러왔을 터.바로 그 시기에 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통해 이상이 사라진 사회의 쓸쓸함을 이야기했다. 그런 측면에서 ‘도망쳐’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변주곡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도망쳐’가 출간된 직후. 조용한 카페에서 박일문을 만났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듯하다.“30대 중반에 1년 내내 전국을 돌아다녔던 적이 있어.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남해의 어촌 마을까지. 그해 여름에 작가가 글 쓰고 평생을 살만한 곳을 세 곳 찾았어. 경북 경주와 강원도 정선, 그리고 제주도야.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곳들이지. 더 나이 먹으면 거기로 가서 나무 심고, 소설 쓰며 조용히 살려고 그래.”하지만, 그 꿈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경주, 정선, 제주도가 아니고, 고향인 상주나 학창시절을 보낸 대구도 아닌 거대하고 삭막한 도시 서울의 정릉에서 그는 삶의 마지막을 맞았다.자유롭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제지하는 일체의 것들, 그러니까 권력과 법, 제도처럼 거창한 것에서부터 취직과 결혼이라는 일상적 관습까지 모두 거부하고자 했던 작가 박일문.그가 ‘도망쳐’에서 무너진 마르크스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했던 건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세월이 많이 흘러 소설의 주인공 흑도와 여자친구 미정이 어떤 경로를 거쳐 규격화된 제도와 규범에서 벗어나고, 마침내 무정부주의적 자유를 획득하게 되는지의 이야기가 이제 흐릿해져 파편처럼 떠오를 뿐이지만.세상에 없는 사람을 추억한다는 건 더없이 슬픈 일이다. 이제 기자를 포함한 누구도 실물로 존재하는 ‘소설가 박일문’을 이 땅에서 볼 수 없다.멀리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피안(彼岸)으로 간 그가 거기서는 외롭지도, 서럽지도 않기를 빌어볼 뿐./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1-23

허투루 쓴 시간 없는 강행군… ‘글로벌 성과’ 두둑

구미시는 미국 투자유치·경제교류 활동을 위해 김장호 구미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덴버, LA를 방문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참관, 투자 타깃기업 방문 및 현지 경제교류 활동 등을 펼쳤다. 이 기간 구미시 대표단은 단순히 CES를 참관한 것에 그치지 않고 구미시의 부족한 정책은 무엇인지, 세계적인 경제 추세와 앞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히 살펴봤다. 또 미국 현지의 세계적인 기업과 투자 타깃기업을 방문해 좋은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구미시 대표단이 미국 방문을 어떻게 준비했고, 어떠한 성과와 과제를 안고 왔는지 살펴봤다. □ 두 달 전부터 준비한 CES 참관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Consu mer Electronics Show)는 독일 IFA(국제가전박람회), 스페인 MCW(세계 모바일 전시회)와 함께 세계 3대 IT전시회로 꼽히며 IT산업을 중심으로 자동차, 우주항공, 식품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드는 최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천500여 기업이 참여했으며 국내에서도 현대,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이 대거 참가했다.구미시는 CES에 참관하기 위해 작년 10월말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대표단 구성과 함께 CES 참관 예약을 미리 해야했다. 구미공단에 위치한 삼성과 LG 등의 대기업 부스 투어를 위한 준비도 해야했다. 많이 이들이 CES 부스 방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CES 기간이 9일부터 12일까지 짧은 기간만 운영되다보니 부스를 마련한 기업입장에서는 VIP투어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러한 사항을 잘 알고 있는 구미시 기업투자과 직원은 사전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전자, 삼선전자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부스 투어를 성사시켰다. 호텔 예약도 쉽지 않았다. CES에 약 13만명 이상이 참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체 일정과 통역을 담당하는 지미란 주무관이 매일 새벽 3시(미국 시차 때문)에 나와 이메일과 전화로 호텔과 교통편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대표단의 미국 일정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 글로벌기업 WET사 방문구미시 대표단은 미국 방문 기간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특수 분수 디자인 시공 전문 글로벌 기업 WET(Water Entertainment Technologies)사를 방문했다. 1983년 설립한 WET사(CEO 마크 풀러)는 물을 이용한 시설물들의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하는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하는 회사로, 20개국 이상에 특수 분수를 디자인·시공했으며, 60개 이상의 특허와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대표단이 WET사를 방문하게 된 것은 이 회사가 디자인·시공한 벨라지오 분수(1998년 완공), 두바이 분수(2021년), 싱가포르 창이공항 분수(2019년) 등을 본적이 있는 김장호 구미시장의 권유 때문이었다.이에 지미란 주무관이 이메일로 WET사에 방문의사를 보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작년 10월 초 다른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오게 된 지 주무관이 직접 WET사를 찾아가 담당자를 만나 2시간여 동안 설득한 끝에 이번 구미시 대표단 방문이 성사됐다. 당초 WET사는 “기념촬영만 하는 MOU를 할거면 오지마라. 일하는데 방해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 주무관의 끈질긴 설득과 대표단 방문 당시 김장호 시장과 안주찬 의장의 열정적인 모습과 질의에 WET사는 굉장히 호의적인 태도로 바뀌었다.WET사는 대표단에 비공개 시설인 디자인 연구실을 비롯해 물 성질을 분석하는 화학실 등을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에서 공개해 주기도 했고, 물과 불을 조합한 분수 시연도 펼쳤다. 또 음향 스피커 제작 모습도 공개하고, 스피커 음향도 야외에서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WET사 방문시간은 예정된 2시간보다 1시간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낙동강이나 금오산을 활용한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을 계획하는 구미시는 이날 테레사 콜드웰 최고개발관리자(CDO)와 타냐 에버디지인 최고인사관리자(CTO) 등 WET사 실무자들과 만나 구미의 각종 관광인프라 조성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 업무지시는 현장에서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미국 방문 일정동안 현장에서는 많은 업무지사가 내려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변화와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김 시장이기에 이번 미국 방문이 구미시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된다.몇가지 눈에 띄는 지시사항을 살펴보면 WET사를 방문했을 당시 직원들의 창의성을 위해 독특한 사무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구미시도 직원들의 자율적인 사고를 위한 사무 공간을 지시했다. 또 포스텍 홍보관에서는 벤처기업 지원책과 지역 대학과 공동으로 창업기업 지원회사 설립에 대한 방법을 강구할 것을 기업지원과장에게 주문했다. CES에서 이 신산업 발전전략을 구체화할 것과 CES에 참가한 구미공단 내 대기업들의 불편 사항도 관련 부서에 전달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 김 시장이 미국 방문 기간 지시사항은 대략 15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지시사항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단에 소속된 엄기득 기업지원과장을 비롯해 조용경 투자유치1팀장, 지미란, 신동명, 이영섭 주무관은 매일 지시사항을 정리하고 관련부서에 바로 전달하기도 했다. □ 고난의 연속대표단은 미국 방문기간 국내 로봇산업 선도기업 4개사(LG전자, LIG넥스원, 위로보틱스, 구일엔지니어링)와 구미시 로봇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투자타깃 기업인 A사로부터 향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내는 등 성과를 거두었지만, 사실 그 결과물을 얻기까진 고난의 연속이었다.대표단은 첫날 미국 출국부터 쉽지 않았다. 이영섭 주무관이 새로 발급받은 여권으로 인해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바로 발급하지 않아 일행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다음 시간 비행기를 혼자 타고 와야했고, 대표단이 탄 비행기는 기상악화로 많이 흔들리면서 멀미 환자들이 속출했다. 미국 현지 날씨도 이상기온으로 영하의 날씨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각종 간담회와 기업방문, 협약체결, CES 참관 등의 빼곡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다들 실내에서 이뤄지는 행사라 생각해 두터운 옷을 챙기지 않아 컨디션 조절에 힘이 들기도 했다.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여서 행사장 앞까지 버스가 갈 수 없어 도보로 이동해야 했고, 행사CES 전시관의 규모가 24만2천㎡ 정도로 크다 보니 건물과 건물로 이동하는 구간도 적지 않았다. 하루에 3만보 가량은 걸어다녀야 했다. 특히, 조용경 팀장과 신동명 주무관은 미국 입국 첫날부터 CES에 들어가 대표단 동선을 파악하는 등 고된 일정을 보냈다. 이영섭, 지미란 주무관은 각종 행사와 협약체결에 필요한 현수막과 문서 등 모든 용품을 한국에서 들고오면서 대형 여행용 가방을 2개씩 가지고 다녀야 했다.또 덴버의 경우 날씨가 영하 16도까지 떨어지는 악조건이기도 했지만, 덴버에서 LA로 돌아오는 오후 1시 비행기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시간을 앞당겨 새벽 3시 비행기를 이용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가야 했다. 대표단의 이번 미국 방문이 고난의 연속이기는 했으나, 한인사회와의 교류, 로봇산업 협약, 투자 타깃기업 긍정 답변 등 충분한 성과를 가지고 왔다. 이제 글로벌 혁신기술 발전동향을 확인한 구미시가 앞으로 반도체, 방산 등 전략산업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와 발전방안을 모색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미/김락현기자

2024-01-21

구룡포항 언덕 위에 남아있는 아픈 역사

구룡포항 언덕 위에는 일본 침탈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조상은 그들에게 우리 선진 문물과 문화를 전하여 주었건만, 일본은 은혜를 잊고 우리의 수산물을 수탈하여 기름진 배를 채웠다. 그들이 떠나간 지 아니, 달아난 지 70년이 훌쩍 넘어섰다. 일본 핍박에 시달린 주민들의 원통하고 분한 마음을 그들이 세운 거대한 눈먼 규화목 송덕비를 보고는 짐작할 수 있다.구룡포 주민은 규화목 송덕비 얼굴을 시멘트로 짓뭉개 눈먼 규화목 송덕비로 만들어 버렸다. 분노의 표출이 아닐까 싶다. 얼마든지 넘어뜨리고 부수어 버릴 수 있을 것인데, 남겨 놓은 것은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며 자강하자는 큰 뜻이 있지 않을까 싶다.구룡포항에는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공존해 있다. 언덕 아래에는 말로만 듣던 일본풍의 집들로 들어찬 적산가옥을 보고 적이 놀랐다.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살았던 일본식 가옥이 해방된 지 70여 년이 넘어섰지만, 아직도 500m 거리에 80여 채의 주택, 여관, 요리점 등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거리를 활보하는 그들의 오만한 몸짓과 요란한 나막신 소리 대신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집 저집을 드나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근대문화 역사 거리를 체험하고 있다. 그들이 남기고 간 문화유산으로부터 문화해설사는 그들의 만행을 하나하나 폭로하고 있다.언덕 위 구룡포 공원에는 먼바다와 구룡포항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거대한 규화목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일제 강점기 때 구룡포 앞바다 방파제 축조와 도로 개설 등에 공을 세운 일본인 도가와 야스브로를 기리기 위하여 일본인들이 본국에서 규화목을 가져와 1944년경에 세웠다”라고 안내문에 기록되어 있다.일제 강점기인 1906년 가가와현 어업단 소전조(小田組) 80여 척이 고등어 등 어류 떼를 따라 구룡포에 이주하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속내는 일제 강점기에 풍부한 어족자원을 수탈하여 그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로 인하여 구룡포 주민들은 가렴주구에 시달리며 핍박과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란 생각에 미치자 억장이 무너진다. 희생된 주민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탑을 세우기는커녕 그들의 악행을 찬양하는 송덕비를 세웠다니 하늘도 통탄할 일이다.규화목 송덕비 주위에는 그때의 실상을 낱낱이 보고 증명할 증인이 아직도 살아 있다. 향나무 노거수이다. 향나무 노거수는 이곳으로 이주하여 온 일본인이 가져다 심었을 것이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가이스카라고 하는 향나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향나무 노거수 주변에 일본인들이 전쟁터에 나가기 전 승리의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였다는 포탄 모양의 돌조각이 세워져 있다.이 밖에도 일본 민속신앙인 신토의 신을 모시는 신사 터 초석, 신사를 참배하기 전에 손을 씻는 초우츠야가 설치되어 있다. 침략 실상을 향나무 노거수 생육 모습이 증언하고 있다. 침략자들의 억압에 시달린 주민들의 분풀이이었을까. 죄 없는 향나무가 만신창이가 된 채 목숨줄을 부지하고 살아가고 있다. 몸은 찢기고 뜯기어 흉터로 얼룩져 몰골이 말이 아니다. 분노한 주민들은 조상의 영혼 앞에 향불로 그의 몸을 죗값으로 불태우지 않았나 싶다.이제는 그곳에 대한민국 재향군인회가 충혼탑을 세워 놓았다. 향나무 노거수는 과거의 지위를 잃고 새로운 주인인 충혼탑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잘못을 뉘우치고 참되게 살고자 새 주인인 충혼탑을 지키고 있는 향나무 노거수의 가련한 모습에 일말의 동정심이 간다. 이참에 의견을 모아 보호수라는 품계나 천연기념물이라는 더 높은 품계의 지위를 올려주면 어떨까 싶다. 이제는 용왕당, 구룡, 향나무 노거수가 다 함께 구룡포항의 평화와 풍어를 기원하고 있다. 구룡포항 언덕 위에는 향나무 외에도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노거수가 등대처럼 동해를 바라보고 있다. 은행나무는 동쪽과 서쪽의 몸 살갗이 다르다. 노란 단풍잎은 만추가 지나고 겨울의 문턱까지 떨구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고 있다.새천년 밀레니엄 느티나무 노거수 역시 힘자랑이라도 하는 듯 우람하게 서 있다. 침략의 아픔을 경험한 노거수는 반일을 넘어 극일로 나아가고 용서와 화해로 스스로 힘을 키우는 자강을 하라는 메시지로 보였다. 구룡포항의 ‘적산가옥 거리’와 언덕 위 ‘눈먼 규화목 송덕비’를 우리의 기억에서 잊지 말도록 ‘구룡포 근대문화 역사 기억의 공원’으로 탈바꿈하면 어떨까 싶다.나라를 되찾은 지도 벌써 한 세기가 다가오지만, 언제까지 아픈 역사의 굴레에 갇혀서 우리끼리 친일이니 반일이니 서로를 탓하며 살아야 할까. 침략자들의 속내는 국론을 갈라놓고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고 싸우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런저런 상념에 빠졌다. 세계사적으로 옛날이나 지금이나 강대국은 약소국을 침략하여 그들의 야욕의 배를 불렸다. 중세 유럽이 그랬고 근대 산업사회에도 부국강병 정책으로 약소국은 그 희생물이 되었다.세계 평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현대사회에서도 전쟁은 끊이지 않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어린아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다. 약소국의 설움일까. 강대국의 횡포일까. 마냥 이웃끼리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미래를 약속할 수는 없지 않을까. 자강의 길만이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란 생각이 든다.조용한 아침의 나라, 호랑이 꼬리에 터전을 잡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그 옛날 구룡포 주민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보인다. 밀려오고 밀려나는 바다 물결에 씻긴 황금 모래 빛 백사장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풍어로 만선의 고기잡이배들이 윤슬에 물 띠를 그리며 기적을 울린다. 갈매기가 창공을 날아오르며 반긴다. 이런 평화로운 마을을 짓밟아 놓고 무슨 덕을 지었다고 칭송의 노래를 부른단 말인가. 눈먼 규화목 송덕비와 향나무 노거수는 “오욕의 역사를 잊지 말라고,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아픈 역사를 곱씹어보게 한다. 오늘 나즐로(나 홀로 즐거운) 노거수 탐방은 자강의 길이 무엇인지, 애국의 길이 무엇인지 곰곰이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규화목(硅化木)이 뭘까?내부가 무기 광물로 채워져 화석화 된 ‘나무 화석’을 규화목이라 한다.나무의 해부학적 구조가 온전히 보존된 경우는 연륜연대학으로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하여 고기후와 고환경을 연구할 수 있다. 다양한 세포로 구성된 복합 조직으로 미세구조와 배열 상태를 바탕으로 나무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우리나라 규화목 발견 장소는 경상북도 천연기념물 제146호 칠곡 금무봉 나무고사리 화석 산지, 포항시 금광동 신생대 규화목 화석 산지 등이 있다.구룡포 공원에는 과메기 문화관, 생활문화관. 구룡, 충혼탑, 충혼각, 용왕당과 일본의 신사 터 초석, 쵸우츠야, 포탄 돌, 봉헌, 규화목 송덕비 등 시설물이 있다. 적산가옥 거리에는 일본 가옥과 우리 가옥이 공존해 있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1-17

드론·튜닝산업 활성화로 지방도시 한계 뛰어넘는다

한때 20만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김천시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부선 철도의 영남관문이었으며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물류와 교통이 모이는 경상도 서북부지역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구미시에 국가산단이 조성되고 인구가 유출되고 농업외에 마땅한 대체산업 없이 신산업으로의 전환이 늦어지며 1990년대 이후로는 찬란했던 과거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그저그런 지방소도시로 여겨졌다.기회의 시작은 KTX 철도가 개설되고 김천시로 경북혁신도시 이전이 확정되면서부터였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을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 입주는 김천시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원이 됐다.지난해 12월 튜닝안전기술원과 드론자격센터가 연달아 준공됐다. 그동안 대표산업의 부재로 침체기를 겪고 있던 김천시는 튜닝안전기술원과 드론자격센터라는 전략산업의 새로운 전초기지를 마련함으로써 다시 한번 지역의 중심으로 가는 출발점에 서게 됐다.김천시 홍성구 부시장은 “김천시가 지방 소도시라는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우리만의 강점을 찾아내 오늘의 성과를 잡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김천시가 튜닝과 드론의 대표지역이 될수 있도록 쉼없는 노력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 튜닝안전기술원 준공김천시는 여러 관계기관 방문, 새로운 미래에 대한 다수의 연구용역, 그리고 직접 전국을 발로뛰며 신산업을 찾아다닌 끝에 교통특화도시의 강점과 살린 ‘자동차 튜닝관련 사업’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김천시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던 사업방향이었고 관련지식도 거의 없다시피했다. 가장 중요한 예산확보에도 난항이었고 그외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하지만 자동차 등록대수의 증가로 튜닝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증가하고 있었고 관련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선점이 가능하다는 의미도 더해져서 사업방향은 확실해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혁신도시내에 튜닝업무를 주관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의 협업도 이끌어 내 마침내 2016년 겨울 ‘자동차 튜닝산업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10년여의 노력끝에 지난해 12월 튜닝안전기술원이 준공에 이르렀다. △ 튜닝산업의 지방시대 개막튜닝안전기술원은 급증하는 튜닝시장의 규모에 발맞춰 김천시가 신중하지만 과감하게 준비해왔다. 튜닝업무를 주관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주체로서 튜닝검사, 평가, 인증, 생산, 구매, 장착, 체험 등이 한번에 이뤄지는 One-Stop 시스템이 가능하다. 현재 성능확인시험동, 충격시험동, 광학시험동 등이 최종점검 중에 있으며 특히나 미래자동차로 자동차의 패러다임 급변하는 현추세에 대응해 기확보된 부지에 최대 3단계까지 미래형자동차를 위한 각종 시험연구동을 추가로 구축, 김천시를 튜닝산업 분야의 중심도시로 성장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튜닝안전기술원의 준공전에 이미 주변 김천산업단지로 약 20여개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였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추가로 약 50개의 기업들도 입주의향을 밝혀 튜닝산업의 지방시대를 여는 김천시의 여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시는 산업계, 학계, 연구소와 협력으로 튜닝관련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구축해 지역인재를 포함한 전문 인력 양성계획도 준비하고 있다.시는 더 나아가 튜닝안전기술원과 인접하여 약 8만8천평 규모의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우수한 튜닝기업들을 적극유치, 지원해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튜닝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드론산업의 지역거점자동차 튜닝산업과 더불어 김천시는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드론산업에도 일찍부터 관심을 가지고 인프라 조성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정익 드론의 사용이나 비가시권 드론자격 면허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김천시에서는 비가시권 드론운용과 자격체계 시험이 가능한 드론자격센터 구축을 서둘러 착공해 지난해 준공했다. 향후 본격적으로 드론자격센터가 운영되면 이미 자격시험수요가 포화상태에 있는 경기도 화성 시험장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가시권 자격체계 인증에 대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김천시는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용이하여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남부지역 등에서도 단시간내에 오갈 수 있어 드론산업에 대한 지역거점이 될수 있다. 김천시에서는 드론산업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사업추진도 활발하다. ‘드론실증도시 구축사업’은 지난 2022년 드론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토교통부의 공모에 김천시가 다년도 사업자로 선정되어 SK플래닛, SK텔레콤과 관내기업인 니나노컴퍼니와 같은 전문기관과 함께 드론운용에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 실증해 왔다.이전에 수행한 디지털 물류서비스 실증사업에서 도출된 개선사항 등을 솔루션화한 것으로 ‘드론비행에 대한 최적경로 자동생성’, ‘다중통신망 이용’ 등과 같이 드론운용에 필요한 프로그램 솔루션 개발이 목표이며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보하여 상용·사업화를 최종목표로 하고 있다.무엇보다도 솔루션들이 실제적으로 테스트되는 드론물류의 일상화 사업모델 구축을 위해 MFC(Micro Fulfillment Center, 도심내 주문배송시설) 구축 및 활용, 안정적인 도심지 비행 등과 같은 실증을 추진해 관련데이터를 축적했다. 혁신도시와 산내들 오토캠핑장, 도공촌을 대상으로 배송시범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며 사업화 및 상용화에 한발 더 앞서나갈 수 있다.특히나 사업을 수행하는 ‘니나노컴퍼니’는 이마트 24와 업무협약을 맺고 일련의 사업들을 추진해 왔으며 해외진출에도 눈을 돌려 몽골 최대 요식업·커머스 그룹인 BLUE MON그룹과 울란바토르 내 드론배송에 관한 MOU를 체결해 관련 플랫폼 수출에 성공했다.더불어 자체 개발, 제작한 드론을 우즈베키스탄에 대량으로 수출하는 등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김천시는 이러한 사업성과에 힘입어 국토부의 2022년, 2023년 연말평가에 ‘우수’를 획득했다. 올해는 기존의 드론배송 시스템을 상용화하는 한편 좀더 세분화된 사업시행으로 드론산업에 대한 지역거점으로써의 입지를 확고히 굳힌다는 방침이다. □ 미래 신산업시대 연다김천시는 야심차게 준비한 튜닝산업과 드론산업을 정착시키고 활성화하기 위해 다음단계의 사업진행과정에서 관련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이미 수도권에 있는 튜닝협회와 수차례 접촉하여 지난해 9월 관련 업무협약을 맺는 한편, 튜닝안전기술원 근거리에 부지를 확보하여 유치기업들을 지원할 ‘튜닝산업 지원센터’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추후 준공과 함께 튜닝부품, 또는 자동차튜닝에 필요한 각종 검사장비 라인 등을 내부에 조성해 관련기업들이 저렴하게 이용할수 있게 할 방침이다. 특히나 관내기업인 계양정밀과 독일의 듀어社, dSPACE社등이 MOU를 맺고 함께 개발중인 미래자동차 검사시스템의 Test-type을 튜닝산업 지원센터 내에 설치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성능향상을 지원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드론자격센터의 고유기능인 자격인증과 교육기능을 활성화하고 주변에 확보된 부지를 활용해 우수한 드론업체들을 유치할 수 있는 기업 지원공간도 계획 중에 있다. 아직까지는 규모가 영세한 국내 대부분의 드론관련 기업들의 내부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드론제조와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구비해 신제품 연구와 테스트, 제조까지 할 수 있는 드론지원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나채복기자 ncb7737@kbmaeil.com

2024-01-14

“미래 상주 재도약 원년, 너와 나 우리를 위해 뛰자”

상주시는 지난해 시장 주민소환이라는 장벽을 만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같은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좋은 기회는 놓치지 않는다’는 물실호기(勿失好機)의 자세로 굳건히 달려왔다. 지방소멸 위험도시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시대적 도전에 대한 대응 전략을 꾸준히 모색했다.강영석 상주시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2024년은 민선 8기 상주시정의 실질적 변화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한 해이자, 시대를 주도해 중흥하는 미래상주가 구현되는 재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다”라고 한 해의 포부를 밝혔다.강 시장은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다. 하지만 성공도 발전도 없을 것이다”며 “주저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맡은 자리에서 너, 나 우리를 위해 뛰며, 저를 비롯한 공직자 모두는 상상주도의 의미를 되새기며, 저력있는 역사도시 중흥하는 미래상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올해 시정 운영 방향은.△ 시가 처한 상황은 올해도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그동안의 묵은 과제 하나하나를 해결해 가면서 중흥의 역사를 써내려 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불과 3년 반 사이에 청리공단 문제를 해결하고, 스마트팜 혁신밸리 준공과 더불어 KTX예타통과 및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했으며, 대구시 군사시설이전 유치전에도 뛰어들었다.또한, 상주일반산업단지 준공과 분양을 완료하고, 60만평 이차전지클러스터 조성과 30년 숙원사업인 시청 신청사 건립을 확정했다.전국의 지자체들과 경쟁을 벌여 국민안전체험관 유치에도 성공했다.국가적으로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예산확보를 위한 끈질긴 노력으로 본예산 1조1천750억원으로 편성해 5년 연속 본예산 1조원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시는 지방소멸의 위기, 경기침체, 국세감소, 신냉전 등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불안한 여건과 어려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주요 사업과 정책에 대해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상주의 밑그림을 그릴 방침이다. - 지역 최대 현안인 군부대 이전 유치는 어떻게 되는지.△지지부진하던 군부대 이전유치가 지난해 12월, 대구시와 국방부가 군사시설 이전 양해각서를 체결함에 따라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군부대 이전지에 대한 각종 평가와 사업성이 검토될 것이며, 이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이에 따라 시는 ‘대구시가 책임지는 부대 이전관련 기부자의 역할 외에도 시가 제공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할 것이며 그러한 준비를 이미 하고 있다’고 밝힌 바있다.상주시는 국방 관련 전문가의 자문과 코칭을 바탕으로, 유치 지자체로서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이미 준비하고 있으며, 이런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하고 구체화 시켜 나갈 계획이다.또한 군부대 이전 유치에 대한 범시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시민 역량을 결집하는 한편, 인적 네트워크 확충과 상주시의 강점인 우수한 군 작전성과 사업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며 군부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자치단체마다 기업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상주시의 산업단지 조성 계획은.△상주의 산업지도를 바꿀 60만평 규모의 이차전지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에 속도를 높이고, 기회발전특구 유치를 성사시켜 산업간 균형을 맞추는 경제 상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한다.상주시 공성면 일원에 조성 중인 60만평 규모의 이차전지클러스터는 지난해 2월 SK에코플랜트와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후, 사업대상지 내 토지들에 대한 토지소유자들의 개발동의를 약 72% 확보했다.이를 토대로 제출한 산업단지 지정계획서가 지난 2일 2024년 경상북도 산업단지 지정계획에 반영됐다.이로써 시는 본격적으로 이차전지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행정절차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앞으로 산업단지계획 수립 및 각종 영향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 경상북도로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제출한 계획이 승인되면, 토지보상을 거쳐 산단 조성을 위한 착공에 들어간다. - 지역 발전의 원동력인 인재육성 방안은 있는지.△지난해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유치에 실패하면서 지역 내에 인력양성 대책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북도와 지역기업, 그리고 교육기관들과 함께 K-U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역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인재양성을 통해 연구인력과 기능인력 확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또한, 지역특화비자 제도를 이용해 외국 인재의 지역 내 기업 취업과 대학 진학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교육발전특구 선정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공공기관 유치는 인구소멸 해소 및 지역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상주시는 공공기관이전 유치에 실패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하지만 총선 이후로 예정된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사활을 걸 작정이다. 기존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 정책은 원도심의 공동화와 지역 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그럼에도 중앙정부는 혁신도시 특별법 규정을 근거로 제2차 공공기관 이전도 혁신도시로 이전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이에, 시는 작년 3월 공공기관 인구감소 지역 이전촉구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고, 10월 공공기관을 비혁신도시 지역으로 이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혁신도시 특별법 개정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공공기관이 비혁신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애써왔다.올해도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총선 이후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주시 이전이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는 기관을 선정해 유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또한 도심의 밀도감 있는 기능 위주 재구조화에 꼭 필요한 통합신청사 건립은 정부 정책과 연계해 콤팩트시티 개발전략을 병행해 추진한다. - 외지 관광객 유치는 지역 민생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지역 문화관광산업 육성 대책은.△지난해 개최한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상주세계모자페스티벌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축제다.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점하고 ‘모자’라는 세계인 공통의 소재를 이용해 축제 한가지로 지역경제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의 목표다.또한, 만화특화 시립도서관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동되고 그곳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상주시립도서관은 연면적 3천780㎡,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1층과 2층은 시립도서관, 3층은 생활문화센터로 건립됐다.경북 유일의 만화특화 도서관으로서, 1층 만화특화공간에는 다양한 장르의 인기 만화 도서를 비치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3층 생활문화센터에서는 웹툰을 직접 체험하고, 또 배울 수 있는 웹툰창작체험관을 운영할 계획이다.시는 새로이 건립된 복합 시립도서관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향유하면서 상주시의 대표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의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또한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외식산업개발원 상주지점 개설을 통해 외식산업 문화를 바꾸고 민생경제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이러한 도전을 통해 상주의 정주 인구를 확보하는 한편 생활인구와 관계인구, 체류인구까지 확보해 지역경제를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상주시는 우리나라 농업수도로 불릴 정도로 농업의 비중이 높다. 지역 산업의 근간인 농축산업 육성 방안은.△K-스마트농업의 위상과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기반으로 청년 창농과 미래지향적 스마트농업을 확산시켜 상주농업의 대내외적인 경쟁력을 갖출 각오다.현재 추진 중인 농산물 종합 물류단지는 신속하게 추진해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 등에 대비하고 상주가 유통의 중심지로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2024-01-11

우산처럼 펼쳐진 노거수 품속 아름다운 효행 이야기가…

사계절 언제나 같은 모습을 고집부리는 넓고 푸른 바다, 동해는 왠지 싫지 않다. 언제나 똑같은 변함없는 경관일지라도 계절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일까. 포항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해안 길 따라 펼쳐지는 동해는 매번 다른 느낌의 감정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리고 보면 자연의 대상물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속 감정이 호불호를 좌우한다는 생각이 든다. 쓸모가 없고 볼품이 없다고 하는 자연의 물상도 모르면 몰라도 알고 보면 존재 이유가 있고 그만한 가치가 또한 있다. 이처럼 만물에도 존재가치가 있거늘, 인간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언론 기사를 보면 생명을 경시하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거나 학대하는 패륜아가 있는가 하면 부모 역시 살기 힘들다고 어린 자식의 목숨을 함부로 하고 학대하는 일도 있다. 이러한 일들이 대부분 정신적 피폐에서 오는 물질적인 재산과 관련된 것이라 우리를 슬프게 한다. 반면에 집안이 가난하였지만, 병든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고 산 아름다운 효행의 이야기가 소나무 노거수와 함께 전해 내려오고 있어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울진에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가는 불영계곡 길 초입에 있는 행곡리 천연기념물 ‘처진 소나무 노거수’와 ‘주명기 효자비’이다. 소나무와 효자비는 한 세트의 멋진 조화로운 그림이다. 상상력으로 그린 추상화가 아니라 실존하는 풍경화이다. 긴 그림자와 함께 웅장함에 저절로 두 손을 합장하여 경배했다. 지난해 울진 산불에도 살아남았다. 물을 뿌리고 방염포를 부착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산림청과 산불 진화 관계인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었다. 인근에는 산불로 산림이 아직도 검게 그을려 있었다. 용케도 살아남아 줘서 감사하다는 눈짓을 보내니 푸른 솔가지가 반짝이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소나무 원래 키는 14m이었으나 지금은 10m로 줄었다. 바닷바람의 짓궂은 장난이나 시샘 탓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360년이라는 모진 세월을 용케도 살아남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마을 개척 당시에 숲이었으나 차츰 사라지고 지금은 처진 소나무 한 그루만 덩그렇게 남아 ‘주명기 정려각’과 함께 하고 있다. 땅으로 향한 늘 푸른 솔가지의 흔들림은 갓 샤워하고 나온 여인의 긴 머리카락 날리는 듯 싱그럽고 청초하다. 살았으나 죽었으나, 나뭇가지에 붙어있거나 떨어져 있거나 한결같이 함께 있는 솔잎에서 부부의 사랑과 형제의 우정을 느낀다. 이를 부부 사랑과 형제 우정의 징표로 생각하고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를 특히 가까이하였던 것이 아닐까 싶다.우산처럼 펼쳐진 소나무 품속으로 들어가니 솔향이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힘껏 배불리 솔향을 들어 마시었다 내뱉었다. 기분이 상쾌하고 정신이 맑았다. 마음이 편안하고 몸이 가벼움을 느꼈다. 피톤치드 성분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유영하면서 정혈작용을 하는가 보다. 나무 위를 쳐다보니 붉은 나뭇가지에 이름 모를 파란 잎의 어린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어떻게 자랄 수 있을까 궁금했다. 새가 씨앗을 물고 와서 이곳에 떨어뜨렸는지 아니면 나뭇가지에 새의 배설물이 그곳에 붙었는지 알 수 없다. 겨우살이란 식물은 새똥에 묻어나와 나뭇가지에 자란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어쨌든 묘한 동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비스럽다. 이대로 소나무 품속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지만, 갈 길이 멀어 빠져나왔다.‘주명기 효자비’의 비문을 번역한 안내문을 살펴보았다. “주명기(朱命杞)는 본관은 신안(新安)이며 호는 치암(治巖)이고 지평(持平) 경안(景顔)의 후손이다. 그는 어려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나, 전신불수가 된 아버지를 정성껏 모셨다. 아버지가 병으로 지친 원기를 회복시키고자 매일 붕어죽을 만들어 드렸는데, 추운 겨울에도 강으로 나가 얼음을 깨고, 그물을 놓아 붕어를 잡았다. 아버지 병이 위급할 때는 손가락을 계속 끊어, 그 흐르는 피를 받아 죽에 타서 드시게 하여 소생시켰다. 부친상을 당하였을 때는 여막을 치고 묘를 지켰다. 바쁜 와중에서도 효경과 소학 등 유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여 성리학과 관련한 나름의 해설서를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 이와 같은 효행을 유림이 나라에 건의하여 포상과 함께 1875년 정려되고, 사헌부 감찰에 증직되었다. 1877년(고종 14)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비를 세웠다.”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늘 푸른 소나무처럼 부모에 효도하라는 메시지로 들렸다.요즘 인구가 감소한다고 난리이다. 머지않아 사라지는 자치단체 시군이 생기고, 국가 경쟁력이 떨어져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과거에는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출산 억제 정책을, 지금은 반대로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았다. 전쟁 중에서도 많은 자녀를 낳았고 전쟁의 후유증과 보릿고개라는 먹고 살기 어려운 시기에도 인구는 늘어났다. 지금은 경제 규모도 크고 훨씬 잘 살면서 결혼을 꺼리고 자식 낳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부는 결혼과 출산 장려 정책으로 주택 마련 대출에 특혜, 육아비 지원, 육아휴직 등 모두가 경제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공감하는 바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다 부모와 자식 간 사랑과 효도가 먼저란 생각이 든다. ‘주명기 효자비’에서 보듯이 자식이 부모에 지극 정성으로 효도한다면 누가 아이 낳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부모의 재산을 탐하고 노리는 자식들로 인하여 부모는 효도계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또 자식은 돈 없는 부모를 업신여기며 천대하기까지 한다. 부모는 자식이 두렵고 자식은 부모가 부담스러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판국에 누가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되고 싶을까.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자식은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먼저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머지않아 자신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우리 젊은 세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처진 소나무 노거수를 효행송(孝幸松)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부모에 대한 효와 자식에 대한 사랑은 행복의 바로미터가 아닐까.울진 행곡리 효행송(孝幸松) 노거수는…1999년 4월 6일 천연기념물 419호로 지정됐다.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 672, 고도 37m, 경도 129.368483, 위도 36.972772에 위치해 있다. 나이가 약 350년(2012년 기준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약 14m, 가슴높이 둘레는 약 3m, 수관 폭은 15m에 이른다. 수형은 처진 우산형으로 가지가 가늘고 길어서 아래로 늘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충북 보은의 정이품 소나무와 유사하다. 천전동 마을이 생겨날 때 심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마을의 상징목으로 보호받고 있다. 소나무는 소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솔, 소나무, 송목(松木) 또는 소오리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나무껍질은 붉은 갈색으로 거북의 등처럼 갈라진다. 꽃은 4월 하순부터 5월 상순에 핀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수종 중에 가장 넓은 분포 영역을 가지며,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도 분포한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1-10

“끊임없는 도전·혁신으로 새로운 안동 주춧돌 놓겠다”

권기창 안동시장 안동시가 2024년 갑진년을 맞아 새로운 미래 100년의 비전을 제시했다.권기창 시장은 2024년 신년화두로 백절불굴 중력이산(百折不屈 衆力移山)을 선정했다. ‘백번 꺾여도 굴하지 않고, 힘을 모으면 태산도 능히 옮길 수 있다’는 뜻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안동시민, 출향인과 손을 맞잡고 새로운 안동을 건설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미다.이에 안동시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 국가적 위기에 대응해 끊임없이 창의와 혁신의 자세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지역발전의 주춧돌이 될 공약사업과 역점사업의 결실을 하나하나 거둬나갈 계획이다.권기창 시장은 “더욱 낮은 자세로 경청하며 시민의 힘과 공직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안동 미래 100년의 주춧돌을 놓겠다”며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시민들의 삶에는 기분 좋은 변화를, 마음속에는 미래에 대한 설렘과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시민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사통팔달의 교통 중심 도시안동시는 최근 연장 개통한 안동역~서울역 중앙선 KTX가 올해 본격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제와 관광 등 시정 각 분야에 활력을 더할 전망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문경~안동 간 철도연결 용역이 실현 가능성을 확보하면 서울 강남 및 수도권 관광객에 대한 접근성 향상뿐만 아니라 국가산업단지 활성화의 이점도 기대해볼 수 있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 시대를 맞아 신공항과 30분대의 전철 노선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안동시는 이를 통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연결성을 확대함으로써 항공·철도·고속도로망을 아우르는 한반도 허리경제권의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도심지 내외부의 교통망도 효율적으로 개선된다. 경북도청 신도시를 오가는 도로인 풍산-서후 국도를 확장하고, 영덕 방면 국도 선형 개량, 포항 방면 국도 확장, 용상~교리 간 우회도로 조기 완공 등 동서 교통망 정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도청 신도시에는 안동지역의 주거·상업시설이 개발되는 신도청 2단계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예천군과 경북도청신도시 상생협의회를 구성하고 일원화된 행정서비스로 주민 불편 해소에 나선다. 신도시 커뮤니티 지원센터 건립으로 힘을 보태고 상생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 공론화도 이끌 계획이다.□ 깨끗하고 살기 좋은 친환경 복지 도시안동시는 올해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축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중증장애인 24시간 돌봄센터를 운영하는 등 장애인 등 취약계층 가정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실시한다. 아울러 클린시티 운동도 지속해 ‘깨끗한 도시, 살기 좋은 안동’을 만든다는 방침이다.여기에 도시 숲, 소공원, 가로수를 비롯해 낙동강변과 중앙선 폐선부지 등을 활용한 도시의 정원화 사업을 착수하고, 총력 추진해온 안기천 생태하천 복원 등 수질개선 및 친수공간 조성을 위한 물순환도시 사업은 올해 마무리한다는 게획이다.또한,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위기, 물 부족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안동댐·임하댐의 18억t 수자원을 활용해 나간다. 이를 위해 퇴적토와 녹조 등을 연구할 기관과 청정 물 산업기업을 유치, 물 산업 전진기지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문화관광 스포츠도시차별화된 관광콘텐츠를 개발해 명실상부한 1천만이 찾는 관광거점도시 안동을 만든다. 이를 위해 재미와 감동이 있는 사계절 축제를 더욱 특화하고, 안동호에 마리나리조트를 조성하는 등 물의 도시 안동의 매력과 브랜드가치를 제고한다. 구)안동역 부지는 차별화된 관광거점으로 조성하고 남북연결도로를 개설해 단절되었던 원도심의 유기적 발전을 꾀한다.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과 선유줄불놀이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추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전통과 문화의 도시 안동의 명성을 이어간다. 한국문화테마파크와 세계유교문화공원을 새로운 관광 허브로 만들고, 안동국제컨벤션센터는 국제회의·포럼 등을 유치하여 ‘세계 인문가치의 전진기지’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낙동강 양안에 걷기 좋은 길 ‘맨발로’ 조성, 탁구 전용 체육관, 익스트림파크, 스카이파크 등 체육시설을 지속 확충하고, 도청 이전 10주년을 기념할 2026년 경북도민체육대회 유치 준비에도 만전을 기한다. □ 시민 중심의 경제·행정도시안동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에 발맞춰 미래성장 동력인 바이오·백신·헴프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안동시는 우선 관련 기업 유치에 전방위적 총력을 기울여 산업 수요를 충족시킬 계획이며, 경북 산업용 헴프 글로벌혁신특구 사업도 추진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안동대학교와 경북도립대의 글로컬대학 선정을 계기로 바이오·백신·헴프 산업과 연계한 교육, 취업, 정주로 이어지는, 지역 인재 생태계 조성을 추진해 나간다. 지역의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타지역 인재를 유입하기 위한 안동지역 대학생 학업장려금을 본격 지원한다.또한, 소상공인과 청년의 취·창업 투트랙 지원을 강화하고 주거·교육·자산이라는 3각 맞춤형 지원을 통해 젊은 도시 안동을 만든다. 상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1시장·1특성화 사업을 추진, 상권별 성장 기반과 경쟁력도 확보한다.공정·투명한 계약시스템과 수의계약 총량제로 특정 업체가 수의계약을 독점하는 사례를 완전히 없앤다. 또한, 모든 민원인이 대한민국 최고의 민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도록 인·허가 일괄처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여기에 올해 원스톱 콜센터를 운영해 민원처리 기간을 단축한다.지방소멸을 넘어 지속가능한 지방시대의 기틀도 마련한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선제 대응하고 바이오-백신 U-CITY 프로젝트 추진, 미래 인구맵 설계에도 나선다.□ 지속가능한 농업도시농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외국인계절제근로자와 농기계 임대 배송서비스 사업은 더욱 확대한다. 공공형 계절 근로사업 도입을 추진하고, 휴경농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영농대행센터도 구축한다. 농업 보조사업은 지원 순위를 공개하여, 불신을 없앤다.농수산물 도매시장 운영을 개선해 지역 농민을 우대하고 출하장려금을 증액해 농가소득 증대에 힘을 보탠다. 귀농·귀촌지원센터도 지속 운영하고 ‘안동에서 살아보기’사업 등을 통해 살고 싶은 안동, 살기 좋은 안동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첨단화된 미래 농업과 농축산물 유통 선진화 기반도 마련한다. 현행 규제하에 가능한 섬유·종실용 헴프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스마트팜 등으로 미래형 사과원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또한, 모돈 출하 적체 및 도축장 부족 해소를 위해 모돈 도축 및 육가공 공장 증축에도 나선다.□ 시민이 행복한 건강도시세계보건기구 고령친화도시 가입으로 건강한 100세 시대, 어르신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 공공산후조리원을 조속히 건립해 출산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임산부와 출생아의 건강증진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한다.또한, 대상포진, 결핵 등 알려진 감염병에 대해서는 더욱 촘촘한 지원과 관리를 통해 안전망을 강화하고 모바일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으로 시민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역학조사 전문인력을 확보하여 환경 변화에 의한 감염병 대처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1-10

“군민과 함께 ‘청도 성공시대’ 구현 열정 쏟겠다”

2024년을 시작한 김하수 청도군수가 군정 시책을 설명하고 있다. /청도군 제공 김하수 청도군수가 2024년을 맞이해 “새해는 군민과 함께 손을 맞잡고 위대한 영광으로 나가는 원년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며 “우리와 공존의 가치를 담은 더 큰 희망, 더 큰 행복을 주는 청도군의 청사진을 확실히 그려 내겠다”고 약속했다.2024년 사자성어를 ‘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를 창조하자’는 개신창래(改新創來)로 정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을 기반으로 청도 성공시대를 구현할 수 있는 군정 추진에 땀과 열정을 쏟겠다”는 김 군수의 2024년 군정 운영 방향을 살펴본다. □ 5대 비전과 7대 중점 추진전략민선 8기 청도군의 군정 슬로건은 ‘청도를 새롭게! 군민을 힘나게!’이다.이를 위해 5대 비전인 △혁신하는 친환경 농업도시 △살고 싶은 행복한 복지 도시 △성장하는 상생의 균형도시 △매력적인 고품격 관광도시 △변화하는 창의적 교육도시를 실현한다.군은 이 5대 비전을 실현하고자 △평생학습 행복 도시 △문화예술관광의 허브 도시 △농업대전환을 통한 부자 농촌 △다 함께 행복을 누리는 따뜻한 복지 청도 △상생하는 활기찬 지역경제 도시 △균형발전의 미래도시 △첨단기술을 통한 안전보장과 군민 참여 공감 도시 등 7대 중점 전략과 세부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평생학습 행복 도시청도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평생교육 5개년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청도 인적자원개발 학과 운영 및 행복아카데미와 여성대학원 개강, 온누리 대학과 마을행복학습센터 확대 운영 등 평생교육 기반 확대와 군민 의식 선진화에 힘을 쏟는다. 또 인재 양성원 운영과 청소년 국제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청도군의 100년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이와 함께 더불어 작고 강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자발적인 학습 생태계 구축으로 명품교육 도시로 만든다. □ 문화예술관광 허브 도시청정자연과 관광자원을 자랑하는 청도를 문화예술관광 허브 도시로 조성한다.7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복합센터 건립, 예술인 창작공간 조성, 산림치유 힐링센터 건립, 지역의 빼어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성곡댐 생태관광벨트 등 대규모 위락단지와 종합레포츠 단지 조성 등 특색있는 삼청의 고장 청도를 전국 최고의 관광명소로 만드는 기초를 다진다.또 지역 문화자원인 청도 9경의 스토리텔링 등 특색있는 관광콘텐츠 개발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1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는 1천300만 명의 유동 인구를 끌어들이는 문화예술관광의 허브 도시로 육성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농업 대전환농촌은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일손 부족 현상에 농산물의 가격불안, 농업소득 감소 등의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청도는 이를 극복하고 선제로 대응하는 농업 대전환으로 부자 농촌을 만든다.첨단기술을 활용한 대규모 친환경 명품 쌀 재배단지 조성, 과실 전문 생산단지 확대 조성 등과 농촌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인력 숙소를 건립한다.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해외시장 개척, 농축산물 가격 안정 기금 운용 활성화에 나서고 차세대 농업 리더 양성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다 함께 행복을 누리는 따뜻한 복지어르신들에게는 노인복지 서비스와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따뜻한 복지 실현을 위해 드림생활봉사센터를 개소하고 다문화 가족 지원 확대 등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보듬는 복지를 실현한다.또 공공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보건소를 이전 신축하고 농민 재활사업 지원 확대, 외래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 모두가 상생하는 활기찬 경제도시7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자연드림파크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유수 기업을 유치하고 공장설립에 필요한 원스톱 지원으로 일자리 창출과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일자리 창출도 내실 있게 추진한다.또 전통시장 시설을 개선하고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자생능력을 키우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한다. 지역 특색을 살린 청도만의 먹거리촌도 조성한다.□ 골고루 잘사는 조화로운 미래도시명품 전원주택단지인 ‘청도 인터내셔널 유 빌리지’ 조성으로 은퇴자와 청년층·한인 상공인들의 입주를 유도하며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할 지역거점별 소통·협력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해 어디서나 살기 좋은 청도 시대를 실현한다.미래형 도시 디자인과 도시재생, 농촌협약 등으로 원도심과 농촌 활력 사업으로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더 빠르고 편리한 교통과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해 광역 철도망 청도 연장 추진, 대구~청도 간 대중교통 무료 환승제 도입, 청도역사 환경개선, 마령재 터널 조기 개통, 청도 매전~울주 상북 간 터널 개설 추진 등 지역발전의 핵심과제인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미세먼지를 줄이고자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와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 가축분뇨 공공 처리시설 설치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또 안전한 수돗물을 제공하고 하수도 정비 중점 관리로 청정 청도의 자연을 지킨다.□ 군민이 함께하는 모두의 청도군민의 안전을 위해 재해·재난 예방 및 위기관리 대응 시스템 구축, 노후 CCTV 교체, 군민 안전 보험 지원을 강화하고 자연 친화적이고 안전한 하천을 정비하고자 동창천 정비사업, 풍수해 생활권 종합 정비사업, 하천 재해 예방사업 추진 가속화로 기후변화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간다.이와 함께, 군민이 참여하고 누리는 군정으로 찾아가는 현장 민원실 운영, 군민 참여 예산제도 활성화, 고객 맞춤형 인허가 서비스 제공 등 적극적인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군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신뢰받는 행정을 추진한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1-08

영험하고 상서로운 ‘용의 기운’ 서린 경북의 마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신년을 맞아 경북지역의 용과 관련된 지명이나 설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용에 해당하는 진(辰)은 방향으로는 동남동(東南東) 시간으로는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달로는 음력 3월을 의미한다.‘용의 해’ 중에서도 갑진년은 청룡 즉 푸른 용의 기운이 가득한 해를 일컫는다. 용은 예로부터 봄을 상징하고 비를 관장해 부귀와 풍요를 뜻하는 길조의 수호신으로 여겨져 왔다.가뭄이 들면 비를 다스리는 용신 혹은 용왕에게 제를 올렸다.용과 관련해 여러가지 상징적인 의미들이 전해져 오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강이나 바다 등 물속에서 비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는 점에 주목해 ‘수신(水神)으로 여겨왔다.이처럼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은 마치 실존 동물처럼, 예로부터 우리 전통 문화 속 곳곳에 자리매김 해 왔다. 조상들은 가뭄이 들면 수신으로 불리던 ‘용(龍)’자가 들어간 지형지물에서 기우제를 지내거나 다양한 주술적인 방법으로 비가 내리기를 기원했다.지금도 전국 곳곳에는 지형적 형태와 마을 설화에서 유래된 용 관련 지명들이 많이 남아있다.우리 조상들은 용이 하늘로 서서히 승천하는 것을 통해 평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풍요를 상징하는 용은 전통 설화를 통해, 그러한 사람들의 소망을 표출해 왔는데 대표적인 것인 마을 지명이라는 것.전국의 마을 지명 가운데 ‘용’자가 들어간 곳은 무려 1천261곳에 달한다.경북에도 지형적 형태와 마을 지명의 유래에서 용과 관련된 설화들이 여럿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홉마리 용이 승천한 포항시 구룡포(九龍浦)포항 ‘구룡포(九龍浦)’는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浦口)라고 전해진다.‘구룡’은 포항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명칭인데 경산의 구룡마을, 강원도 삼척의 구룡골, 구룡계곡, 구룡폭포, 구룡산, 구룡동, 구룡도 등 한반도에는 구룡 천지다.구룡포의 지명 유래는 신라 진흥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구룡포는 ‘사라리’라고 불렸는데, 진흥왕은 장기 현감에게 동쪽 바다가 노하여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백성들을 살피라는 명을 내렸다. 장기현감이 사라리 마을을 지날 때 별안간 천둥 번개가 치고 바다에 폭풍우가 몰아쳤다. 이때 소용돌이 치는 바다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자, 이곳 포구를 구룡포라고 불렀다는 것.마을의 유래처럼 현재 구룡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구룡포공원에는 아홉 마리 용의 청동 조각상이 설치돼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오고 있다.△ 용이 누워있는 형세인 포항시 흥해읍 용한리(龍汗里)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용한리는 본래 용덕리와 소한리가 1914년 통합된 이래로 용한리라 칭해지고 있다.이중 ‘용덕’의 유래를 살펴보면 마을 지형이 큰 용이 엎드려 있는 것 같아, 용의 덕(德)을 입어 살아가는 곳이라고 ‘용덕(龍德)’으로 불리게 됐다.마을 지형이 용의 머리, 용두(龍頭)에 해당하는데, 마치 용이 포효하는 모양과 비슷해 용이 마을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라는 뜻으로 용덕이라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 용이 마을을 휘감고 있는 예천 회룡포(回龍浦)예천군 용궁면도 지명에 ‘용’이 들어간 명소 중 대표적인 곳이다.이곳에 있는 회룡포(명승)는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350도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마치 용틀임과 같아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회룡포는 비가 많이 오면 섬으로 변해 ‘육지 속의 섬’이라고 한다.인근 비룡산에 위치한 전망대인 회룡대에서는 회룡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도 용왕각과 용바위가 있다.현재 회룡포는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에 산책하기 좋고, 회룡포와 내성천을 미로로 표현한 회룡포미르미로공원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동시 용상동(龍上洞)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안동에서는 11개의 지명이 용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용과 관련된 지명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용상동이다.이곳에는 ‘황룡을 물리친 청룡을 승천 시켰다’는 마도령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승천한 청룡은 지금의 용상동 일대 들판을 마씨에게 주었고, 사람들은 용이 승천한 곳이라고 해서 이곳을 ‘용상(龍上)’으로 불러 왔다.또 ‘마도령이 땅을 개척한 곳’이라는 의미로 ‘마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안동은 최근까지 여러 마을에서 기우제를 지냈던 지역으로, 용과 관련된 설화들이 많다.대표적으로 옹천리에는 기우제를 지내던 용바위가 있었다.일제강점기 시절 철도공사로 용바위를 훼손했기 때문에 현재 깎여나간 바위산의 흔적만이 중앙선 철길 옆에 자리 잡고 있다.이외에도 안동에는 길안면 용계리의 도연폭포, 서후면 성곡동의 용우물, 서후면 태장리의 천등산 꼭대기, 남선면 신석1동 납뜰의 뒷산 꼭대기 등 비를 관장하는 용에게 기우제를 지낸 마을이 여럿 있다. △ 안동의 와룡산, 용점산, 용정산 … 삼룡산(三龍山)안동의 와룡산은 용과 관련된 직접적인 설화가 전해지지는 않지만. 와룡산(臥龍山)은 퇴계 이황의 큰 제자인 백담 구봉령이 “산 모습이 마치 용이 누워 있는 형국과 같다”라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지난 2015년 가뭄이 들자 와룡산에서 기우제가 치러지기도 했다. 와룡산 인근의 용점산(龍点山)도 산의 형세가 용과 같고 점의 형태로 생겼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고, 이 산의 우물은 ‘마르지 않는다’고 용정산(龍井山)으로 불리어졌다. 이곳에는 용과 관련된 산 3개가 자리 잡고 있다.△ 아홉마리의 용이 살던 경산시 용성면 구룡(九龍)마을경산시 용성면 매남리는 구룡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산촌 마을이다.‘구룡’이라는 마을 이름은 구룡산 밑에 위치한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구룡산’은 ‘동해용왕의 딸이 낳은 아홉마리 용이 살던 마을’이어서 붙여졌다고 한다.지금도 구룡산 꼭대기에는 용이 살았다는 샘인 ‘무지터’가 남아 있다.△용이 솟아오른 밭 김천시 용전리(龍田里)김천시 옥산면 소재지로부터 3㎞ 떨어진 용전 또는 용밭은, 마을 개척 당시 마을 뒷산의 밭에서 ‘용이 솟아 오르는 꿈을 꿨다’고 해 ‘용 용(龍)’자에 ‘밭 전(田)’자를 써서 용전 또는 용밭이라 불린다.용전에서 ‘용이 따라 올라 왔다’는 종상(從上), ‘용이 구름을 타고 승천했다’는 운남산(雲南山) 등 마을 인근에도 용과 관련한 장소들도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다. △용이 머리를 들고 있는 형상을 한 김천시 용두동 (龍頭洞, 용우머리)현재 김천시 용두동 김천모래밭은 옛 김천장의 중심이었다.‘용두동’이라는 지명은 고성산에서 시작해 남산공원, 석천중, 황금동교회를 거쳐 한신아파트 앞으로 흘렀던 남산천이 한신아파트 앞에 모래를 쌓아 높은 언덕을 이뤘다. 그 형세가 용이 머리를 들고 있는 형상 같다고 해 ‘용우머리’ 라 불리우고 한자로는‘용(龍)’자에 머리 ‘두(頭)’자를 써서 용두동(龍頭洞)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경부선 철교가 시작되는 부분이 용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해, 지금도 ‘용머리길’로 불린다.△ 이무기 꿈이 서린 용(龍)샘구미 금오산 마애보살입상 옆 절벽 밑에 위치한 옹달샘을 ‘용샘’이라고 부른다.전설에 의하면 이 샘에는 용이 되려는 이무기 ‘강철이’가 살았다고 한다.모진 천년의 세월을 지낸 이무기는 마침내 바라던 등천(登天)의 날, 천지를 진동하는 큰 소리를 지르면서 바위를 타고 서서히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그때 공교롭게도 언덕 아래서 산나물을 캐던 아낙이 이무기의 등천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저 이무기 봐라”며 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이 소리에 이무기는 원통하게도 등천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이곳의 이무기의 비늘자국이 남아 있는 낭떠러지 암벽 바위를 ‘용회암’, 이무기가 떨어질 때 생긴 홈에서 샘물이 솟아났다고 해 그 절벽밑의 옹달샘을 ‘용샘’이라 부른다. /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2024-01-07

수로부인 설화 속 동해 배경으로 추억사진 남겨볼까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가 시작됐다. 지난해는 전쟁과 테러로 얼룩졌던 한해였다면 올해는 평화와 화합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며 용의 기운이 흐르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강원도 삼척은 수로부인과 해룡의 전설이 또렷하게 남겨져 있는 곳이다. 바다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볼거리도 많고 가족들이 추억을 나눌 만한 탐방로도 있어 새해 여행지로 추천할만 곳이다. ◇ 다양한 볼거리 가족 여행지로 각광강원도 삼척 해안 남단과 북단에 자리한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는 ‘삼국유사’에 실린 수로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한 곳이다. 수로부인은 강릉 태수 순정공의 아내로, 향가 ‘헌화가’와 ‘해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수로부인헌화공원은 임원항 인근 남화산 정상에 있다. 지상과 산을 연결하는 높이 51m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오르기 쉽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 뒤, 산책로를 따라 정상까지 걷는다. 정상에 이르는 길에 설화 관련 전시물, 바다전망대, 거북바위 같은 소소한 볼거리가 있다.정상에 도착하면 드넓은 공원이 펼쳐지고,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연 석재를 깎아 만든 조형물은 높이 10.6m, 무게 500t에 이를 만큼 규모가 대단하다. 해룡이 수로부인을 모시고 나타나는 ‘해가’ 관련 장면인데, 조각상 뒤로 망망대해가 보여 더욱 생동감 넘친다. 짙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여의주를 문 초대형 용이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듯하다. 조형물 아래 받침돌에는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았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중 동해안에서 해룡이 갑자기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했다. 이에 한 노인이 백성을 모아 막대기로 땅을 치며 노래 부르니, 용이 다시 부인을 모시고 왔다고 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해가’로 받침돌에 그 가사가 있다.수로부인 조형물과 마주한 언덕길에는 ‘해가’를 부르는 백성을 표현한 조각상이 설화 속 장면을 완성도 있게 재현한다. 언덕에 오르면 막대기로 땅을 치는 백성과 용을 타고 등장한 수로부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세등등한 바다까지 합세한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 기운이 좋아지는 느낌이다.언덕 위에 정교하면서도 해학적인 십이지신 나무 조각상이 있다. 본인의 띠를 찾거나 올해의 주인공인 용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겨보자. 단아한 수로부인 흉상이나 ‘I love U’ 같은 포토존도 매력적이다.공원 내 카페는 시원한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노인 행복 일자리 카페로, 음료가 3천~4천원대라 부담이 없다. 카페 앞 울릉도 전망대에서는 맑은 날 맨눈으로 울릉도가 보인다. 안내판에 적힌 ‘삼대에 걸쳐 많은 덕을 쌓아야 보인다’는 문구를 감안해 큰 기대는 접어둘 것. 울릉도를 보지 못해도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수로부인헌화공원 운영 시간은 동절기(11~2월) 오전 9시~오후 5시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청소년 2천원, 어린이·경로 1천500원이다. ◇ 절경인 초곡용굴촛대바위길과 길남항도 매혹적수로부인 설화를 담은 또 다른 장소, 해가사의터로 여행을 이어가자. 삼척 최북단 해변인 증산해변 입구에 해가사의터 기념비가 있다. 소규모 공간이라 스쳐 가기 쉬운데, 의외의 재미가 숨어 있으니 꼭 들러볼 것. 임해정은 ‘해가사’라고도 불리는 ‘해가’ 관련 설화를 토대로 복원했다. 정자에서 증산해변과 그 너머로 해돋이 명소인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까지 보인다. 고요하게 바다를 감상하기 적당한 장소다.정자 앞에 설치한 ‘드래곤볼’ 조형물도 흥미롭다. 지름 1.3m, 높이 1.67m 구형 석재에 ‘해가’와 ‘헌화가’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새겼다. 그림이 꽤 정교하고 자연 빛을 받아 오묘하다. 수로부인을 태운 용의 용맹한 자태가 돋보인다.‘드래곤볼’은 눈으로만 보는 작품이 아니다. 조형물을 돌려서 용을 탄 수로부인 그림이 본인 앞에 멈추면 소망한 일이 모두 이뤄진단다. 사랑도 확인해보자. ‘헌화가’ 장면에서 멈추면 연인의 사랑이 영원하고, ‘해가’ 장면이 나오면 마음에 묻어둔 사랑이나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거나 말거나, 새해니까 재미 삼아 한번 돌려볼 일이다. 해가사의터는 증산해변, 삼척해변, 이사부사자공원, 추암해변, 쏠비치 삼척 등 유명 관광지와 인접해 지나는 길에 들르기 편하다. 증산해변이나 추암해변, 추암 촛대바위에서 해돋이를 감상하고 해가사의터에서 ‘드래곤볼’을 돌리며 소망을 기원하면 새해맞이 여행 코스로 완벽하다. 해가사의터는 상시 운영하며(연중무휴), 입장료는 없다.삼척에는 특별한 해안 여행지가 여럿이다. 우선 절경을 자랑하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있다. 이 일대는 원래 육상 접근로가 없어 기암괴석을 보려면 배를 타고 나가야 했다. 2019년 덱과 출렁다리로 된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이 개장하면서 육로로 편하게 접근하는 곳이 됐다. 바다와 맞닿은 탐방로를 걸어 촛대바위, 거북바위 같은 기암괴석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오랜 세월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다가 2021년 개방한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도 빠뜨려선 안 된다. 맹방해변과 덕산해변 사이에 있는 이 길은 2개 코스로 나뉜다. 산 정상 전망대로 오르는 내륙 코스와 산 둘레를 걷는 해안 코스다. 전체 코스가 길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 무난하게 걸어볼 만하다. 맹방해변과 덕산해변 일대가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대와 두 해변에 놓인 외나무다리가 인기 사진 포인트다.한적하고 아담한 갈남항도 주목할 만하다. 인근 장호항보다 덜 알려졌지만, 아름다운 풍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사진작가와 여행자가 자주 찾는 곳이 됐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 선 항구가 포근하고, 아기자기한 갯바위가 늘어선 해변이 아늑하다. 용의 기운이 넘치는 여행지 2선△소원 하나를 이뤄주는, 부산 해동용궁사바다와 맞닿은 해동용궁사는 풍경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 성지로, 이곳에서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고 한다. 새해 첫날은 물론 사시사철 일출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지장보살이 자리한 제룡단 방생 터가 해돋이 명소다.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을 시작점으로 사찰 곳곳에 있는 전각과 조각상 등을 이으면 꿈틀거리는 용의 전체 모습이 그려져 더욱 영험한 기운이 흐르는 듯하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해수관음대불이 사찰의 백미다. 해동용궁사 옆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 쪽으로 향하면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이 옹기종기 모인 파식대지가 있는데, 사찰 전경이 한눈에 담기는 포토 스폿이다. 해동용궁사 입장 시간은 오전 4시30분~오후 7시, 입장료는 없다. △용이 승천한 곳의 기운을 받는 고흥 미르마루길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에 영남용바위가 있다. 고흥 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있는 이곳에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온다. 먼 옛날,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고흥군은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사이에 해안 탐방로 ‘미르마루길’을 조성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길이 4㎞ 미르마루길은 주변의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탁 트인 바다를 두루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설과 관련된 용굴, 사자바위 등도 만나보자.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4-01-04

올해의 화두 ‘有志竟成’… 내일이 더 빛날 경산 만든다

2023년 경산은 코로나 이후 침체한 지역 경기와 시민의 마음을 추스르기에 바쁜 한해였다.2023년 지역 경기 전망지수는 74.3~86.6% 사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하지만, 민선 8기의 출발을 ‘시민이 행복한 도시 경산’을 슬로건으로 출발한 조현일 경산시장의 2023년은 절망보다는 희망이 가득했다.국책사업들의 추진과 지정, 도시의 얼굴인 도시브랜드 ‘My Universe, Gyeongsan’의 대내외 선포, 경상북도 시군 평가 최우수 기관 선정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본격적인 지방시대를 맞아 시민의 역량과 잠재력으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현실 앞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조현일 경산시장이 이끌어갈 2024년을 정리해 본다. -2023년이 긴 시간이었지만 짤막하게 요약한다면.△‘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든 해’로 정리할 수 있다.경산이 새롭게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해로 지역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도시브랜드를 제작해 발표함으로 지역이 나갈 방향을 설정했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위한 ‘경산시 철도망 구축 기본구상 용역’을 완료하는 등 도로 교통망을 구상했으며 KTX 경산 정차를 2회 늘려 6회로 대중교통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했다.시민들의 관심사인 지식산업지구의 대형 아울렛 유치가 비록 미루어졌지만, 유치를 위한 대안도 마련하는 등 진정 열심히 노력한 해였다.또 지방시대 2050 혁신성장 전략 심포지엄을 개최해 미래 신성장산업의 육성 방안도 모색하고 특히 미래 먹거리의 한 축을 담당할 ICT 벤처창업의 허브인 ‘경산 임당 유니콘파크’의 착공은 고무적인 사실이다.이를 통해 경산시 2023 주요 시정 시민 만족도가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경산의 미래를 책임지는 한 축이 공무원들인데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표정이 밝아졌다는 점에서도 성공한 해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2024년을 맞이하는 각오는.△2024년은 아주 중요한 해로 대구 지하철 순환선과 국가철도망 계획도 반영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이를 위해 2024년의 사자성어를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유지경성(有志竟成)’으로 정했다.미래 먹거리인 임당 유니콘파크에 입주할 기업들을 준비하고 제5 일반산업단지의 설계, 시민들에게 여유로운 일상을 제공할 복합문화공간 마련, 축제다운 축제 개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과 배려의 실천을 시민운동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2024년 주요 경산시정은 어떤 것들인가.△2024년 경산시정은 △스스로 빛나는 항성 도시의 기반 구축 △종횡무진, 탄탄대로를 거침없이 뻗어가는 도시 △다 함께 행복한 경산 △다양한 콘텐츠로 쉼이 있는 경산 △현장에서 답을 찾는 소통행정 △삶의 만족도가 높은 도시, 계속해서 살고 싶은 도시 등이 주축이다.스스로 빛나는 항성 도시의 기반 구축은 ‘My Universe, Gyeongsan’의 비전 아래 잘사는 도시, 머무는 도시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다.임당 유니콘파크와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전기차 차세대 무선 충전 규제 자유 특구를 발판삼아 지역 기업이 재도약하고 13개 대학 10만 명의 대학생을 지역발전의 보배로 만들어 지역의 인재가 좋은 일자리로 정착하고 지역 성장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처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의미한다.탄탄대로로 거침없이 뻗어가는 도시는 업그레이드 중인 교통망을 말한다.청통와촌IC에서 하양, 진량, 남산, 남천IC(예정)로 연결되는 종축고속화도로는 지식산업지구와 경산산업단지 물류 수송의 대동맥 역할을, 내년 개통될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은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할 것이다. 대구도시철도 1, 2호선 순환과 3호선 연장도 꿈이 아니다.따뜻한 동행으로 다 함께 행복한 경산은 일반회계 예산의 43%인 5천2억 원을 투입하는 보건·복지에서 볼 수 있듯이 꼭 필요한 곳에 두텁게 지원해 든든하고 촘촘한 양육·돌봄 시스템을 마련한다.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극복에 함께하고자 지역 화폐 사용을 독려하고자 상시 10% 인센티브 지급으로 지역의 돈이 지역에서 쓰이는 경제 선순환 구조다.다양한 콘텐츠로 쉼이 있는 경산은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역민의 자부심을 높이는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위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지역의 대표축제를 개발하고 도심 내 공원에 맨발 걷기 산책로를 조성, 도심 하천인 남천을 아이들이 발 담그고 놀 수 있도록 자연생태 하천으로 재탄생시킨다.또 43년 만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지역 영산인 팔공산에 핵심 거점시설인 생태 탐방원을 유치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성장시킨다.현장에서 해답을 찾는 소통행정을 위해 행정의 중심은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시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SNS 채널을 강화해 시민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겠다.삶의 만족도가 높은 도시, 계속해서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사는 곳의 차이가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고 어디에 살든지, 나이로도 차별받지 않고 지역 특성인 농촌지역의 인프라 구축하고 농민의 삶의 질 향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이처럼 시민을 중심으로 한 행정력의 집중으로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처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거듭하는 도시, 내일이 더 빛날 도시로 만들어 가는 2024년 경산시의 행정이며 시책이다. -2024년 시정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쾌적한 도시환경으로 살고 싶은 도시로 발전해 가는 과정이다.특히 탄소 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친환경 정책이다.-시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님비현상에 관한 것이다.도시환경에 절대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기업이나 매립장, 화장장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일상에서 서로 배려하는 문화, 착한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공직자들에게는 자신이 시장이라는 생각으로 시민을 대했으면 한다.예전보다 공직자들이 친절해지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해주길 바란다.시장은 인구와 비교하면 너무 적은 공무원 수 증원을 행안부에 요청하는 노력을 하겠다./심한식기자shs1127@kbmaeil.com

2024-01-03

아름드리 곧은 줄기 한민족의 기상 닮아

지구에서 가장 큰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시작과 끝이다. 시작과 끝은 하나이다. 동에서는 시작이요, 서에서는 끝이다. 한반도는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에서 끝난다. 다시 말해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은 남으로 향하면서 동서로 지맥을 뻗어 골격을 유지하고 태백산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남서로 방향을 바꾸어 지리산 천왕봉에 안착한다.대간은 하나의 정간과 열세 개의 정맥을 만들고 대간을 사이에 두고 정간과 정맥은 크고 작은 산과 강을 만들었다.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 강은 산을 구분 지우고 산은 강의 발원지이다. 이렇게 산줄기와 물줄기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의 몸에는 혈맥이 흐르듯이 산과 강은 지맥이 흐른다. 인걸은 지령이란 말이 있다. 특히 백두산 천지와 지리산 천왕봉은 예로부터 신성시하며 경배하였다. 명산인 지리산은 영호남을 품고 지맥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지리산 반야봉과 명선봉을 양어깨에 올려놓고 있는 구름도 쉬어간다고 하는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와운 마을, 지리산 해발 800m 고지에 신령스러운 할매송과 할배송이 천년의 세월을 품고 살아오고 있다. 그 이름은 천연기념물 424호 ‘지리산 천년송’이다. 우리 한민족 기상의 표상이다. 동해에 솟아오르는 새해 아침 햇귀의 기운을 지리산 천년송 노거수가 받아 대간에 뻗어 내린 정간과 정맥의 기운에 점화시키리라.새벽 일찍 하얀 숫눈길을 밟으며 지리산 치맛자락 주름 속을 들추며 산중 와운 마을로 향했다. 손전등 불빛이 어둠을 밀어내자, 일행의 분신인 그림자가 나타나 동행해주어 적적함을 덜어 주었다. 천상의 마을로 가는 심심 계곡의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어둠 속에 반짝거리며 쏟아져 내렸다. 마침내 푸르스름한 동살에 감싸인 ‘지리산 천년송’이 얼굴을 내밀었다. 나도 모르게 경이로움에 고개를 숙이고 두 손 모아 경배했다.장정 세 사람이 두 팔을 벌려 안아야 할 만큼 거대한 풍채였다. 장엄한 모습은 우리 민족의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름드리 곧은 줄기는 거북등 같았다. 검고 거친 육각형 주름은 인고의 세월을 방증했다. 푸른 치마 속 감추어진 붉은 속살의 수줍음은 한민족의 심상이런가 싶다. 하늘로 뻗어 올린 줄기의 기운은 공간의 틈새를 가지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었다.지리산 능선에 우뚝 선 장송(長松)일지라도 바람이 원하면 춤을 추고 허리를 숙였을 것이다. 구름이 심술을 부려 장대비로 두들기면 제풀에 꺾일 때까지 고스란히 맞으며 순응했을 것이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푸름은 더욱 날을 세웠을 것이다. 곧은 절개와 굳은 의지, 인내와 순응은 자연으로부터 배운 지혜가 아닐까 싶다.장송의 곧은 줄기에서 올곧은 정직한 기개를 보았다. 만 가지의 곡선에서 타협의 부드러운 미를 보았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기운! 잎에서 뿜어내는 녹색 향기! 엄숙하고 과묵한 풍모! 고결한 기상! 진리와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진선미의 결정체이다. 아~ 이것이 천년 삶의 원천이다. 나무는 인간의 스승이다.” 경이롭고 신비스러움에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시간의 흐름도 잊었다. 찬란한 아침 돋을볕이 천년송 가지에 내려앉았다. 펼쳐진 설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환희의 전율에 오감이 곧추섰다. 들숨과 날숨으로 희망의 풍선이 부풀어 올랐다. 어디선가 이름 모를 산새가 파란 하늘로 날아올랐다. 점점이 보이다가 하늘을 여행하는 흰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바람은 나뭇가지 눈을 털어내고 달랑달랑 매달린 솔가지 이슬방울은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빛났다. 해가 중천에 왔을 무렵 와운 마을 주민들이 지리산 천년송으로 올라왔다. 먼저 할배송에 정성껏 장만한 돼지머리를 비롯한 산중 음식으로 제사를 지냈다.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일부는 제사에 참석했다. 그들은 마을과 주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했다.하늘의 천신을 이어주는 할배송에 재앙을 피하고 복을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할배송에 오방색 옷을 입히고 기원 주머니를 매달았다. 장구와 북을 치면서 흥건하고 질펀하게 한바탕 춤사위를 벌였다. 모두가 한패가 되었다. 천신도 지신도 흡족하였으리라. 지금 이곳에는 지난 아픈 상처도 아물고 오직 평화와 즐거움만이 있을 뿐이었다.지리산 천년송은 푸른 날개를 활짝 펴고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었다. 마치 남원 광한루에서 그네를 타고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춘향이 같았다. 춘향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절개도 ‘지리산 천년송’ 기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이다. 비상하는 청룡처럼 영호남을 품은 ‘지리산 천년송’의 새해 힘찬 사랑의 기운이 영호남을 뛰어넘어 한반도 전역을 뜨겁게 달구리라 소망한다. 천연기념물 노거수란 뭘까?문화재보호법과 시행령에 그 절차와 기준이 정해져 있다. 천연기념물 노거수란 오래되고(古木) 거대한(巨木) 나무를 말한다. 노거수의 품격으로는 천연기념물, 기념물, 보호수가 있다. 천연기념물은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 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노거수를 말한다.역사적 가치로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고유한 식물로 저명한 것 ▲문헌, 기록, 구술 등의 자료를 통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생활 또는 민속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 ▲전통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된 고유의 나무로 지속해서 계승할 필요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또한, 학술적 가치로 ▲국가, 민족, 지역, 특정 종으로 학술적가치가 있는 것 ▲특수한 환경에 자생하거나 진귀한 가치가 있어 학술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경관적 가치로는 ▲자연물로서 느끼는 아름다움, 독특한 경관 요소 등 뛰어나거나 독특한 자연미와 관련된 것 ▲최고, 최대, 최장, 최소 등의 자연현상에 해당하는 식물이어야 한다.노거수(老巨樹)는 거목(巨木), 노목(老木), 명목(名木), 신목(神木), 당산목(堂山木), 정자목(亭子木) 등으로도 불린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1-03

‘그래도 희망은 있다’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 라오스. 라오스와 태국, 베트남과 캄보디아까지 남동아시아 전역을 훑으며 흐르는 황톳빛 메콩강엔 하루하루 그물을 던져 식구들의 밥을 구해야하는 어부들이 산다. 인도네시아 바다를 근거지로 살아가는 어부들도 마찬가지다. 붉은 해가 저물며 2023년의 마지막을 알릴 때도, 떠오르는 태양이 2024년의 시작을 알리던 1월 1일에도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듯 무심한 마음으로 바다에 그물을 던졌을 터. 그게 자신과 아내, 아들과 딸의 생계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한국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누구나 희망과 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희망’과 ‘꿈’이란 단어 속엔 필연적으로 눈물과 땀이 스며있을 수밖에 없다. 굳이 200여 년 전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경직되고 고답적인 선언과 진술을 가져다붙이지 않더라도, 인간을 인간으로 살게 만드는 건 ‘성실하고 부지런한 노동’이 아닐지.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밝았다. 지난 시절과 다름없이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으로 가족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악전고투(惡戰苦鬪)할 것이다. 1년 365일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눈앞에 닥친 그 세월 속에서 ‘열심히 자신의 에너지를 다해 싸우듯 살아가야 할 이들’에게 위로가 될 짤막하지만, 울림은 큰 3편의 시를 소개한다. ▲세상을 예민하고 민감하게 느끼려면… 김승희의 시를좋은 시(詩)는 짧다. 이는 이미 오래된 수사다. 하지만, 그 문장에 담긴 진정성은 세파 속에서도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시가 다른 문학 장르와 명확히 구별되는 지점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이 아닐까. 1~2줄의 짧은 문장으로 세상과 인간의 본질을 간파해내는 것. 그게 없다면 시는 ‘길게 늘여 쓴 산문’과 다를 바 없다.고희(古稀)를 넘긴 시인 김승희(72)가 딱 6줄로 정의하는 ‘희망’은 이른 아침 마시는 한 잔의 맑고 차가운 물처럼 명확하고 명징하다.그렇다. 결국 희망이란 시처럼 ‘은유’로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희망에는 신의 물방울이 들어있다’는 제목의 노래다.꽃들이 반짝반짝했는데그 자리에 가을이 앉아 있다꽃이 피어 있을 땐 보지 못했던검붉은 씨가 눈망울처럼 맺혀 있다희망이라고…희망은 직진하진 않지만.세상 모든 만물은 ‘잉태-성장-소멸’이라는 정해진 길을 걷는다. 성장의 절정에 이른 ‘꽃이 피어 있을 땐 보지 못했던’ 게 무엇이었을까? 이 물음에 시인은 자답(自答)한다. “검붉은 씨”라고.‘희망은 직진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은 성장 이전의 잉태를 마음의 손길로 촉진할 수 있었기에 찾아낼 수 있었던 세상사의 진실이 아닐까.시인 김승희가 발견해낸 잉태와 성장, 소멸의 엄정한 사이클을 돌아본다는 건 범인(凡人)을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평범한 생을 살아온 보통의 독자라고 그걸 못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지 않을 듯하다. ▲시작할 때 끝을 미루어 예언하려면… 고은의 시를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조금 거칠게 이 명제를 설파한 예술가들은 “너와 내가 다를 것 없다. 모든 사람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에 불과하다”고 했다.시인 고은(91)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빛나고도 지난했던 혁명과 쿠데타, 개발독재와 민주화시대를 한 세기 가까이 자신의 온몸으로 살아냈다.그러니까 그렇다. 그의 절창 ‘문의(文義)마을에 가서’는 막급 100년 세월을 격랑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헤엄쳐온 사람이 아니면 토해낼 수 없는 시다. 이런 것이다.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거기까지 닿은 길이몇 갈래의 길과가까스로 만나는 것을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문득 팔짱 끼어서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한 죽음을 받는 것을끝까지 사절하다가죽음은 인기척을 듣고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모든 것은 낮아서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길’과 ‘마을’, ‘눈’과 ‘죽음’이라는 단순한 4개의 단어를 키워드로 인간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명명백백 밝혀내는 고은의 문장 앞에 더 이상 무슨 부연이 필요할까?지금은 구설(口舌) 속에 웅크리고 있는 시인이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지금으로부터 100년의 시간이 더 흘렀을 때 “한 세기 전 한국엔 어떤 시인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던져진다면, 거기에 “고은”이라 답할 이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오늘의 나를 만든 과거를 묻는다면… 채인숙의 시를사람의 ‘오늘’은 과거라 통칭하는 ‘어제’의 총합이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있을 수 없고,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통해 발현된다.지난 세기 말인 1999년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시인 채인숙(53)은 시집 ‘여름 가고 여름’을 통해 미루어 볼 때 문학소녀였음이 분명하다.2015년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의 꿈을 이룬 채인숙은 자신의 과거를 다음과 같이 진솔하게 고백한다. 시 ‘1989’를 통해서다.대학 도서관에서 가끔 책을 훔쳤다바코드니 전자출입증 따위는없던 호시절이었다스웨터 안쪽 바지춤에시집을 두 권이나 꽂고호기롭게 팔짱을 끼고 도서관을 나왔다문학하는 길을 가르쳐 준다길래대학을 갔는데존경할 만한 스승도 없고가슴 뛰는 수업도 없었다다행히, 아까운 등록금을조금이라도 보전하려면책이라도 훔쳐야 한다고 가르쳐 준친절한 선배가 있었다지금도 내 책꽂이엔 대학도서관 스탬프가선명하게 찍힌 누런 시집 몇 권이무슨 전리품처럼 꽂혀 있다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맹랑한 도둑년이었다김수영과 최승자는 늘 선수를 빼앗겼다그때도 분했는데 지금도 분하다아직도 버릇을 못 고치고번번이 훔쳐 쓸 궁리를 한다.‘1989년’은 아마 채 시인이 대학에 들어간 해였을 것이다. 당시는 무력을 수단으로 정치권력을 강탈한 군인이 대통령을 하던 때. 다수의 청년들이 환멸과 허무 속에서 살던 시절이다.억지로라도 ‘희망’과 ‘꿈’을 찾아내지 못하면 자신이 자신의 ‘정신적 무릎’을 스스로 부러뜨려야 했던 그때. 채인숙은 희망과 꿈의 실마리를 책에서 발견했다. 그래서 자청해 ‘맹랑한 (책)도둑년’이 됐을 터.“그런 과거가 그럭저럭 살만해진 현재가 됐다고 온전히 잊혔을까?” 채인숙의 시는 아프게 질문한다.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겐 쉽지 않은 물음이다. 그러나, 의미는 심장하다. 고래로부터 좋은 시는 풀기 어려운 난제(難題)와 같았으니.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