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휘호
금강경오가해에서 ‘회사반정(廻邪返正) 발란반정(拔亂返正)’이란 말이 나온다.
삿됨을 돌이켜 바름으로 돌아오니 이것은 어려움을 뽑아내고 바른 것으로 돌아가 태평을 얻는다 하였다.
즉 혼란을 수습하고 정상을 회복한다는 의미이다.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운무(雲霧)한 상태의 대한민국을 보면서 을사년 새해에는 회복되고 태평한 국리민복(國利民福)의 한 해를 기대하고 희망해 본다.
벽강 김영룡
한국서가협회 자문위원
경북도전 신라미전 초대작가상 수상
전북세계서예 Biennale 본전시 초대
한중서법연전 초대(중국국가화원)
벽강서예원 주재 교학상장40년
신년세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해’로, 특별한 새해가 되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을 담아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겨내면 좋겠다.
또한 푸른 뱀띠가 상징하는 젊음과 생명력의 에너지로, 뱀띠가 의미하는 지혜를 모아 풍요로움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화가 이철진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졸업
개인전 49회(뉴욕, 서울, 대구, 부산 등)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
부산미술대전, 대구미술대전, 울산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영남대학교,대구대학교, 동국대학교, 신라대학교 외래교수 역임
포항예술고등학교 미술학부장 재직
을사년 푸른 뱀의 해 문화적 상징과 의미
십이지신 중 용을 제외하고 제일 어른
삼국유사·박혁거세 신화서 풍요·다산
그리스·로마 신화 ‘지혜로운 뱀이야기’
세계 여러나라 의사협회 뱀 마크 연원
조선후기 유행한 ‘당사주’ 뱀띠 특징에
용모단정 하고 학업과 예능 문무 겸비
재물과 사람 지켜주는 귀한 존재 인식
제주지역에선 신으로 여겨 복 빌기도
“대한민국, 뱀처럼 지혜롭게 다시 태어나자!”
‘푸른 뱀의 해’인 2025년 새해가 밝았다. 2025년은 육십갑자(10간과 12지를 합해 만든 60개의 간지)의 42번째 해인 을사년(乙巳年)이다.‘을(乙)’은 푸른색을, ‘사(巳)’는 뱀을 의미해 을사년은 ‘푸른 뱀의 해’라고 불린다.
예로부터 뱀은 불사(不死)·재생(再生)·영생(永生)의 상징이었다. 겨울잠을 자는 뱀은 매번 죽음으로부터 재생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존재로 인식됐고, 무덤의 수호신, 지신(地神), 죽은 이의 재생과 영생을 돕는 존재로 여겨졌다.
을사년 새해, 묵은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영생의 지혜를 본받아 새롭게 시작하자.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민통합과 상생 발전이 함께 이뤄져 온 국민이 평화롭기를 소망한다.
△생태적 특징
‘뱀’ 하면 가정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징그러움이다. 매서운 눈, 날름거리는 혀, 차가운 감촉, 치명적인 독. 뱀은 숨 막히는 공포의 대상이면서도 아찔한 매력을 지닌 유혹자였다. ‘창세기’에서 이브를 유혹해 인간을 낙원에서 쫓겨나게 만든 동물이 바로 뱀이다.
하지만, 뱀은 생태적으로 성장할 때 허물을 벗고, 겨울잠을 자기 위해 종적을 감추고, 겨울잠에서 다시 살아나는 뱀은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의 존재로 인식돼왔다. 뱀의 신성은 이 불사의 존재라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 인류는 오랫동안 뱀을 숭상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뱀같이 지혜로워라’고 가르쳤고, 뱀을 점술에 이용한 고대 기록도 많다. 당시 사람들에게 뱀은 땅속에 살면서 재앙이 닥쳐오면 미리 알려주는 존재다.
△십이지신 중 제일 어른
12지의 6번째 동물인 뱀은 시각으로는 오전 9시에서 11시, 방향으로는 남남동, 달로는 음력 4월에 해당한다.
뱀은 가상의 동물인 용을 제외하고는 십이지신 동물 중 제일 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일한 파충류이기 때문이다. 뱀은 치유와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로, 각기 다른 문화와 신화에서 긍정적인 에너지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존재로 취급된다.
뱀과 관련된 설화 중 ‘삼국유사’ 1권의 박혁거세 신화에서는 뱀이 풍요를 분배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인도, 태국, 캄보디아 등을 잇는 남방 신화에서도 뱀은 우주의 생기와 대지의 뜻을 전하는 전령, 진리의 수호자로 숭배된다. 제주도에는 뱀의 민속신앙이 발달돼 있으며, 뱀은 집안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의 성격도 지닌다.
뱀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로서, 크면 구렁이가 되고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가 되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거나 어떤 계기를 만나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설화 체계가 있다.
△상상 속 뱀과 치유의 상징
뱀은 치유를 상징하는 동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지혜로운 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의술의 신 ‘아폴론’의 아들인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의 번개를 맞아 죽은 고린도 왕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뱀 한 마리가 가져온 약초를 이용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지팡이를 휘감은 뱀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 신화가 세계보건기구(WHO) 마크(사진)와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의 의학(의사)협회가 뱀이 그려진 마크를 이용하는 연원이다.
우리나라에서 뱀은 재물과 사람을 지켜주는 가신(家神)으로 간주되어 귀한 존재로 여겨져 왔고, 제주 지역에서는 뱀을 신으로 여겨 복을 빌기도 했다. 또한 뱀은 남근(男根)의 상징으로도 여겨져, 여성과의 성적 접촉과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로 믿어졌다. 뱀 꿈은 임신을 예고하는 길몽으로 해석됐으며, 뱀과의 접촉은 대체로 좋은 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구렁이가 자신을 물거나, 여성의 몸에 감기거나, 대문에 들어오거나, 구멍으로 들어가는 꿈은 비범한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태몽으로 해석됐다. 푸른 뱀 꿈(청사몽 靑蛇夢)이나 뱀을 만지는 꿈(무사몽 撫蛇夢)은 최고의 길몽으로 여겨졌다. 반면에, 뱀이 주변을 떠나거나, 죽거나, 불쾌한 방식으로 기어 다니거나, 혀를 날름거리는 꿈은 재수 없는 꿈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인내의 상징
‘이무기’는 한국 설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 용이 되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며 지내는 오래 묵은 뱀이다.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 이무기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내의 상징’이다. 겨울잠을 자다가 다시 살아나는 곰이 웅녀로 변해 단군을 낳았듯이, 겨울에 죽었다가 봄에 다시 살아나는 뱀의 재생 능력은 고구려 벽화고분, 신라 토우, 삼국유사의 ‘박혁거세’, ‘경문왕’, ‘가락국 김수로왕’ 등에서 무덤의 수호신이 되고, 죽은 이의 환생과 영생을 기원할 때 형상화됐다.
민속학적으로 십이지신의 여섯 번째 동물인 뱀은 남남동쪽을 지키는 방위신(동서남북과 중앙인 5방위를 지키는 신)이다. 뱀은 다른 십이지 동물에 뒤지지 않는 대접을 받았으며,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운명을 같이하는 친숙한 존재였다.
인간의 운을 점치는 책으로 조선 후기 민간에 크게 유행한 ‘당사주’에는 뱀띠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나온다. 이 책은 뱀띠인 사람에 대해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문장력과 무술)를 함께 갖췄다”고 말하고 있다.
현실에서 뱀은 징그럽고 해로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부 뱀이 가진 치명적인 독으로 인해 사람들은 뱀을 피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했다.
상상 속 뱀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묘한 존재다. 설화 속 뱀은 은혜를 갚는 선한 존재로, 때로는 욕심이 많은 악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상상 속의 뱀은 저승세계에서 나쁜 사람에게 벌을 주는 절대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조선 전기에 그려진 ‘시왕도’는 저승을 다스리는 10명의 왕들이 집행하는 재판과 형벌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뱀은 나쁜 사람에게 벌을 주는 존재로 묘사돼 있다.
△다산(多産)의 상징
우리나라에서 뱀은 재물과 사람을 지켜주는 귀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사람들은 집안에 들어온 커다란 구렁이가 재산을 지키고 재물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동물이라 여겨 이를 내쫓지 않고 오히려 잘 보호했다.
제주 지역에서는 뱀을 신으로 여겨 쌀과 깨끗한 물을 뿌리면서 복을 빌었다. 또 신라시대의 박혁거세 신화에 따르면 뱀은 여러 개의 알 또는 새끼를 낳으므로 풍요와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쓰였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네 업 신앙에서 보이는 구렁이 숭배다. ‘업’은 한 집안의 살림을 보호하는 동물이나 사람을 가리키는데, 우리 민속에서는 예부터 업단지를 만들어 그 안에 쌀이나 돈을 넣어 두고 뱀을 신으로 모셨다.
△약용으로 쓰는 뱀
뱀은 민간 의료의 약용으로도 쓰인다. 약용으로 쓰는 뱀은 주로 살모사, 구렁이, 칠점사, 독사, 독뱀 등이다. 뱀은 강장 작용을 하고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하강 작용을 하며, 일체의 허약성으로 오는 질환에 사용된다고 알려졌다.
뱀 허물도 중요한 약재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지리지’, ‘산림경제(山林經濟)’ 등에서도 뱀 허물이 약재로 쓰인다고 기록돼 있다.
한국 문화에서 푸른 뱀은 지혜, 치유, 재생, 생명력,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해가 바뀔 때마다 벅찬 가슴으로 새로운 희망을 꿈꾸지만 올해의 시작에 거는 기대는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12지 동물 중에서도 유독 ‘지혜와 부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온 뱀은 뒤를 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동물이다. 을사년 뱀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도 뱀처럼 지혜롭게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기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