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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열기구, 짚라인, 카약킹… 육해공 액티비티 총출동

라오스 관광의 삼각벨트를 이루는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은 각 도시마다 뚜렷한 특징을 자랑한다.비엔티안이 란싼 왕조 500년 수도로서 역사, 문화 전통을 자랑한다면, 방비엥엔 남쏭강과 아열대 밀림을 기반으로 야외 레저 활동이 잘 발달해 있다. 경주나 교토와 비교되는 루앙프라방은 탁발행렬 같은 사원의 제의(祭儀)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과 연결된다.오늘 일행이 찾은 곳은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불리는 방비엥. 열기구, 동력 패러글라이딩부터 짚라인, 카약, 보트, 튜빙까지 갖춰져 육해공 레저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종류도 많고 대기 인원도 많아 제때 예약은 필수. 남쏭강의 계곡과 블루라군의 에메랄드 물빛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 인구 2만5천명의 한적한 시골마을 ‘배낭여행의 성지’여행객들은 방비엥을 흔히 경기도 가평군과 비교한다. 서울과 가깝고 전원 풍경이 잘 간직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천혜의 물놀이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비엔티안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방비엥은 수도와 루앙프라방을 연결하는 중간 기착지로서 의미를 갖는다. 베트남 전쟁 발발 때부터 1970년대까지 미군의 공군 기지가 있던 덕에 마을과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다. 인구는 약 2만5천명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도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다.2000년대부터 외국인 배낭 여행객들에게 성지로 알려져 초기엔 호주, 유럽 등 지갑이 얇은 젊은 층들이 값싸게 놀고 가는 장소로 알려졌다. 특히 남쏭강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펼쳐진 넓은 평야와 밀림, 석회암봉은 왜 이곳이 ‘여행객들의 블랙홀’으로 불리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공한다.마을은 우리나라의 읍(邑) 정도로 작지만 카페나 식당, K마트 등이 잘 갖춰져 이들 카페를 배경으로 오버나이트 파티가 연일 벌어진다. ◆ 버기카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길, 흙탕물 세례에 동심으로부왕~. 방비엥에서 아침을 깨운 건 거친 동력음(音) 이었다. 숙소 베란다로 나가 보니 카르스트 석회암봉 위로 동력 패러글라이딩들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었다. 단독 비행도 있고 3~4팀씩 선단 라이딩도 있었는데 새벽 하늘을 수놓은 총천연색 기체(機體)가 무척 아름다웠다. 지금 글라이더들의 시야엔 방비엔의 그림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조식 후 예약했던 버기카(Buggy Car)가 숙소에 도착했다. 버기카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동작이 가능해 누구나 손쉽게 운전할 수 있다. 무게 중심이 하부에 집중돼 안정감이 좋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오프로드를 맘껏 질주할 수 있다는 점. 시골길에 들어서자 비포장도로의 거친 승차감이 오히려 유쾌한 기분으로 다가온다. 전날 비가 와서 인지 군데군데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었는데, 이 덕에 수륙(水陸)양용 버기카의 효용도 실험할 수 있었다. 일행의 옷은 곧 흙탕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다들 이런 해프닝과 일탈을 반길 뿐 불평을 하지 않았다. ◆ 블루 라군 에메랄드 호수에 다이빙, 세계 관광객들 환호온몸의 진흙이 마를 새도 없이 버기카는 우리를 블루라군에 데려다 놓았다. TV에서만 보았던 에메랄드빛 물빛이 우리 일행을 맞았다. 블루라군 호수 주변 카페엔 각국에서 온 수백명의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우선 더위에 지친 몸을 호수에 담갔다. 흙먼지를 씻어낸 후 다이빙 모험에 나선다.수심을 측정하기 위해 1차로 다이빙대로 올라갔다. 2층 난간에 서있는 기분이었는데 생각 보다 높아 보였다.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졌지만 그대로 뛰어내렸다. 짧은 시간에 와~ 하는 함성 소리가 들렸다. (모든 입수자가 점프를 할 때마다 각국 관광객들은 함성과 박수로 응원을 한다)1차 시도에서 자신감을 얻고 본격 다이빙(머리부터 입수) 시도에 나섰다. 다이빙대로 오르는데 내 앞에서 84세 어르신이 먼저 입수를 했다.(그날 최고령) 함성이 계곡에 울려 퍼졌다. 나도 나름 멋진 다이빙에 성공했지만 어르신의 노익장에 밀려 빛이 바래고 말았다.‘글로벌 시민’들의 환호를 다시 한 번 기대하며 다이빙대에 올랐는데 이번에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내 뒤에 뛴 분이 점프 중 부상을 당해 구급차가 출동했기 때문이다. (나의 그림 같은 다이빙 샷은 사고 해프닝에 또 묻히고 말았다.) ◆ 튜브타고 동굴 탐험, 계곡과 계곡을 이은 짚라인도 인기다이빙 흥행 실패로 ‘당신처럼 불운한 분은 처음’이라는 가이드의 조롱을 뒤로하고 튜빙 장소로 이동했다. 튜빙은 말 그대로 튜브를 타고 계곡이나 동굴을 탐험하는 것이다. 동굴 전체에 코스를 따라 밧줄이 설치돼 있어 줄을 잡고 진행하면 된다. 각국 어디든 동굴은 흔한데 이런 천연자원을 레저로 개발한 아이디어가 감탄스럽다. 헤드랜턴 빛을 따라 동굴 내부를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구명조끼를 입었고, 수심도 그리 깊지 않아 큰 위험은 없었지만 20여분 탐험 끝에 나타난 출구가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산과 강의 중간지대에서 타잔놀이를 즐길 수 있는 짚라인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필수 템이다. 국내에도 근래 많은 짚라인 코스들이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지만, 방비엥의 짚라인은 접근 방법 자체부터 다르다. 계곡과 계곡을 고공 라인으로 연결해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고, 코스가 강 위를 활공해 시원한 리버뷰를 만끽할 수 있다. 규모와 스케일에서도 여타 시설을 압도한다. 일행이 탔던 라인은 200~300m 코스를 7개 구간으로 연결한 코스로 총 연장 길이만 2~3㎞에 이른다.처음엔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눈을 감지만 주행에 적응되면 바로 감상모드로 전환한다. 덕분에 관광객들은 공포가 감탄으로 대치되는 기막힌 반전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아열대 밀림과 기괴한 석회암 그리고 은비늘로 반짝이는 강물 위를 비행했던 즐거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 석양 노을 바라보며 즐기는 롱테일보트 최고 비경“이젠 줄 위에서 감상하던 그 강물로 뛰어들 차례입니다.” 가이드가 일행을 카약킹 장소로 이끌었다. 이곳 카약은 3인승으로 현지인이 동승해 전 코스를 진행한다. 80㎝ 남짓한 좁은 배안, 자칫 균형을 잃으면 위험해지는 공간에서 관광객들은 배에 몸을 맡긴다. 배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강물을 따라 내려간다. 가끔씩 여울지대를 만나면 현지인이 방향을 잡아주거나 동승자가 함께 협력해 물살을 빠져 나온다. 가이드가 일부러 옆의 배와 밀착시켜 물싸움을 유도한다. 경쟁심에 자극된 일부 관광객들은 즉석에서 수전(水戰)을 벌이고, 스피드 레이스를 벌이기도 한다.거친 물살을 헤쳐 가느라 피곤해진 어깨를 달래는 데는 롱테일 보트(Long tail boat)가 딱이다. 무동력 카약킹이 관광객을 혹사시켰다면 동력으로 달리는 롱테일 보트는 관광객들에게 노동이나 부역을 요구하지 않아서 좋다.보통 가이드는 보트 투어를 맨 마지막에 배치하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노을에 물든 강을 즐기게 하려는 배려다. 가이드의 설계대로 우리가 배에 오를 무렵 노을은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때마침 주변에서 수십 기의 열기구들도 동시에 떠올랐다. 덕분에 남쏭강가엔 카약과 보트와 열기구의 퍼레이드가 동시에 펼쳐지며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이번 라오스 여행을 한 컷으로 압축하라고 한다면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한다. 강 하류에 이르면 수십마리 물소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낯선 보트들의 공습에 익숙한지 옆으로 다가가도 겁내지 않고 목욕만 즐긴다.40여 분의 보트 투어가 모두 끝나고 현지인들은 배를 정박하느라 분주하다. 땅거미 밀려오는 강 건너로 물소를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농부들의 고단한 발길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들의 힘든 노동 앞에 지금 우리의 유희가 조금은 미안하지만 그냥 묻어 두기로 한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평온한 저녁을 맞을 것이고, 우리도 여행이 끝나면 모두 생업으로, 생산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내일은 ‘라오스의 정신수도’로 일컬어지는 루앙프라방에서 일정이 시작된다. 방비엥에서의 ‘유흥끼’는 쏙 빼고 승려들의 수행에 참여하면서 구도자로써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짧은 시간에 불현듯 ‘참나’와 만나는 기적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반나절 잠시 ‘나’를 내려놓고 사원 뒷뜰을 거닐어봐야겠다./글·사진 =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3-28

특별한 꿈 덕에 이름 얻고 재산 물려받은 ‘건물주 소나무’

과학적 논리로 증명할 수 없지만, 꿈의 영험함을 믿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이야기들은 태몽은 늘 내 삶에 영향을 끼쳤다. 때로는 내가 직접 꾼 꿈으로부터 그 영험함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남들은 황당하다고 말할 때 ‘꿈같은 소리 하네.’라고 하면서 핀잔을 주지만, 지난밤 꿈이 상서롭거나 불길할 때면 그날은 늘 긴장하고 조심했다.아무도 앞날의 일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에 꿈은 내게 특별한 예언으로 다가왔다. 지나고 나서 꿈풀이 해 보면 전부는 아닐지라도 예언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놀랍기도 했다. 그런데 특별한 꿈으로 인하여 뜻밖에 횡재를 한 소나무 노거수가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804번지 마을 주민이 되어 부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마을 살림살이에 기부도 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궁금증은 하늘을 찔렀다.한창 마을 나무 노거수를 식생 조사할 때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2002년 봄이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따뜻한 봄날, 계명대학교 식생조사팀과 함께 현장 조사를 위해 선바람에 꿈으로 대박 난 주인공이 사는 예천으로 향했다.산세 좋고 물 맑은 예천은 예향의 고장이다. 예부터 성품이 온화한 주민들은 문향의 고장답게 어진 선비들이 많이 나온 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천이 선비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학문을 숭상하는 선비들이 후학을 양성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던 탓일 것이다.석송령이 있는 천향리는 백두대간 옥녀봉에서 발원하는 석관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석평, 샘발, 진발, 귀리, 베트리 등 5개의 자연부락으로 올망졸망 산자락과 하천 주변에 어우러져 있었다. 석송령은 역사적 유래와 함께 생동감으로 감동을 안겨 주었었다.“이곳 석평마을 이수목(李秀睦)이라는 사람은 재산은 넉넉했으나 물려줄 슬하에 자식이 없어 근심이 많았다. 그는 문득 나무에 재산을 물려준다면 오랫동안 잘 지켜지리라는 생뚱맞은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마을 당산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꿈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꿈에서 깬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게 바로 자신이 낮잠을 잘 수 있도록 그늘을 지워준 당산 소나무였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곧바로 군청으로 달려가 소나무를 자식이라 생각하고 석송령(石松靈)이란 이름을 지어 호적에 올렸다. 석송령(石松靈)은 석평마을에서 생명을 얻은 나무여서 석(石)씨의 성을 붙이고 영혼이 있는 소나무라는 뜻에서 소나무라는 송(松)과 신령하다는 영(靈)을 써서 석송령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자신의 전 재산 5천87㎡ 토지를 등기까지 하여 물려주었다.”다른 나라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석송령은 1928년부터 매년 재산이 증식되어 지금은 건물주란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재산이 늘어나 토지가 6천248m²나 되고 건물도 천향보건진료소, 마을회관, 만수당 등이 있다. 이를 소유한 석송령은 누가 뭐래도 부자다.박정희 전 대통령도 이런 미담을 전해 듣고 500만 원의 하사금을 보태어 주었다. 매년 임대료로 벌어들인 돈은 세금을 내고 나머지 돈은 금융기관에 예치하여 장학사업 등 어려운 마을 살림살이에도 보태주었다.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가 없는, 오늘날의 가진 자의 사회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실천운동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신문이나 방송에 오르내려 그 유명세로 마을의 품격을 높여주고 주민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석송령 이름만큼이나 탄생의 설화도 재미있었다. “석송령이 마을에 자리 잡은 건 700여 년 전이다. 당시 영주 풍기 지역에 큰 홍수가 나서 마을 앞 석관천에 온갖 잡동사니가 떠내려왔다. 그 가운데 뿌리째 뽑힌 한 그루의 소나무가 떠내려 오는 것을 본 주민이 나무의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건져내 개울 옆에 심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러한 애틋한 식목담(植木談)만큼이나 나무를 보호하고 가꾸어 왔을 것이 분명하다. 그때부터 소나무는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마을 수호신 나무로 자리매김했다. 소나무는 마을 주민에 의해 이름과 재산도 얻고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반면에 마을 주민은 소나무로부터 마을의 단합, 평화에 이어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마을 주민과 석송령은 마치 한 몸체가 된 것처럼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다.석송령 노거수에 대한 설화를 보면 조상의 지혜로움이 잘 나타나 있다. “일본 강점기 때의 일이다. 일본 순사(巡査)가 석송령을 제거하여 대한제국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고, 일본 군함 건조 재료로 사용하고자 했다. 순사는 인부를 동원하여 나무를 베려고 자전거를 타고 석송령 부근의 개울을 건너오다 갑자기 자전거 핸들이 뚝 부러져 넘어지면서 목이 부러져 죽고 말았다. 인부들은 노거수의 거대하고 우람한 모습에 놀라 영험한 나무라 믿고 겁에 질려 달아났다고 한다.”이때는 이미 마을 주민들이 송계(松契)를 조직하여 나무를 보호하고 있을 때였다. 석송령을 해치려 일본 순사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주민들이 사전에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를 막기 위하여 준비하지 않았을까? 일본 순사의 죽음이 단순 우연의 사고일까? 그러하지 않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법은 무너져 있고 약육강식의 지배사회에서 마을의 질서와 평화의 구심점이 된 송계의 주인공 석송령을 해치려 하는데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사람들은 부귀, 장수, 상록을 상징하고 있는 석송령 노거수가 마을을 수호해 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석송령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주민들은 한 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마을 제사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막걸리를 들고 나무의 주변을 돌면서 술을 대접한다.이러한 민속문화는 나무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석평마을의 단합과 발전으로 평화로운 마을 건설에 밑바탕이 되었다. 특히 마을 제사를 지낼 때 쓰는 하얀 고깔을 가져다 태워서 아들 없는 사람이 먹으면 아들을 낳고, 공부하는 학생이 먹으면 공부를 잘한다고 하여 마을 제사를 지낼 때는 고깔을 가지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석송령 노거수에 더 많은 미담이 입혀져 마을 주민들과 함께 천대 만대 만수무강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늘 푸른 기상을 지닌 한민족의 표상 소나무는육송(陸松), 적송(赤松), Red Pine은 수형이 곧고 수피는 붉은색을 띠고 있다. 금강송, 강송, 춘양목이라고 부른다. 해송(海松), 흑송(黑松), Black Pine은 수피가 흑갈색이며 동아는 흰색을 띠고 있다. 모두 상록 침엽교목이다. 송(松)은 나무 목(木)에 벼슬을 뜻하는 공(公)을 붙여 벼슬을 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나무라는 의미도 있다.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해 궁궐 복원을 위해 소나무를 벨 때도 반드시 예를 갖추어 ‘어명이요’를 세 번 알리고 나서야 톱을 댄다. 속리산 정이품송은 나라로부터 벼슬을 하사 받았고, 예천 석송령은 재산을 상속받았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3-27

‘不滅’하는 아름다움을 찾아낸 ‘꽃’에 관한 이야기…

꽃샘추위가 며칠을 이어져 넣어뒀던 겨울옷을 다시 꺼내게 만들고, 어둡고 습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궂은비가 잠시잠깐 심사를 우울하게 만들어도 결국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봄꽃의 개화가 늦어지고 있어, 꽃이 없는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 방송 뉴스와 신문 기사를 통해 들려오지만 머지않아 겨울이 온전히 사라지고, 봄이 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수천 년간 변하지 않은 세상사 순리.추위는 몸과 더불어 의식까지 일정 부분 마비시키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다. 봄에 비해 겨울엔 이런저런 인간의 상상력이 뻗어나가기 어렵다.그것을 증명하듯 완연한 봄에 가까운 지금은 오만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3월 말 환한 햇살 아래를 걷다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철학자 흉내를 내게 된다. 이는 봄 산책이 주는 선물 같은 것.‘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당연한 이야기처럼, 세상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불멸(不滅)’이라 칭해왔다.‘바람’은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다. 돌도끼로 짐승을 사냥해 불에 익히지도 않고 날고기를 먹던 시절의 바람과 지금의 바람은 그 형태가 다르지 않다. 수백만 년을 동일한 방식으로 어디선가 불어와 어디론가 사라졌다.태양도 그렇다.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시기에 어떤 이유에선가 생겨나 현재도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뜨겁게 이글거린다. 수명이 다하면 빛을 빼앗기는 형광등과 백열등 수천만 개로도 대신할 수 없는 영원성을 지닌 채.인간은 제아무리 잘나봐야 100년을 살기 힘든 ‘유한한 존재’다. 그래서일까? 영원 혹은, 영원에 가깝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외경심을 가져왔다. 바람, 태양과 더불어 ‘꽃’ 또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이미지를 가진 사물 중 하나다.‘봄은 꽃의 전성기’라는 걸 부정하긴 힘들다. 사념과 고민이 늘어나는 이 계절. 인간보다 오래전 생겨나, 인간보다 더 오래 존재할 것이 분명한 꽃을 보며 예술가와 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그 생각은 어떻게 문학과 노래로 표현됐을까?‘16세기 조선 성리학의 거두’로 이야기되는 퇴계 이황(1501~1570)부터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시인과 가수가 꼼꼼히 살펴 그 불멸하는 아름다움을 찾아낸 ‘꽃’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돈은 유한하고 꽃은 무한하다… 시인 정호승촉촉한 연민과 감수성 가득한 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서정시인 정호승은 지금 이 시기쯤에 벚꽃을 본 듯하다.화사한 연분홍 개화와 무장무장 쏟아져 내리는 무더기 낙화 앞에서 시인은 무한함과 유한함을 동시에 떠올린다. 그리고는 아래와 같은 시를 쓴다. ‘꽃을 따르라’는 그의 명령이 선지자(先知者)의 예언처럼 들린다.돈을 따르지 말고꽃을 따르라봄날에 피는 꽃을 따르지 말고봄날에 지는 꽃을 따르라벚꽃을 보라눈보라처럼 휘날리는 꽃잎에봄의 슬픔마저 찬란하지 않으냐돈을 따르지 말고지는 꽃을 따르라사람은 지는 꽃을 따를 때가장 아름답다.‘피는 꽃’이 아닌 ‘지는 꽃’의 서러운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 시의 핵심 문장은 ‘돈을 따르지 말고/지는 꽃을 따르라’가 아닐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삶에서 쉽사리 실천할 수 없는 예술가의 청빈한 명령.모두가 알고 있다. 돈은 유한하고 꽃은 무한하다는 걸. 그러면서도 유한한 욕망 앞에 한없이 무기력한 사람들. 정호승의 시는 독자들에게 아프게 묻는다. “돈과 꽃 중 어떤 게 불멸할 것인가?” 속인(俗人)들에겐 대답이 쉽지 않은 질문이다. □ 사랑했던 기억은 불멸하는 것… 가수 양희은1편의 노랫말이 조잡한 시 10편을 압도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한국에는 노래만 잘 부르게 아니라, 가사를 탁월하게 잘 쓰는 가수가 몇몇 존재한다. 양희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옛사랑의 기억을 가슴 안에 지니고 사는 중년들은 해마다 다음과 같은 노래에 매혹된다. 30대와 40대 시절이 그랬고, 더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일 게 분명하다. 양희은의 ‘하얀 목련’.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거리에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목련은 어떤 꽃보다 먼저 화들짝 피어나 봄이 왔음을 알린 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 매력을 보여주다가 녹슨 쇠그릇처럼 떨어진다. 그 드라마틱한 개화와 낙화가 우리 모두가 겪었던 첫사랑과 몹시 닮았다.이미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어떤 사랑도 영원히 지속되지 못한다. 그러나, 사랑했던 기억만은 불멸하는 게 아닐까?그래서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는 양희은의 노랫말이 시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는 게 아닐지. □ 사는 내내 매화를 닮으려 했다… 퇴계 이황지금으로부터 454년 전인 1570년 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 이황은 방문을 열고 마당의 매화나무를 바라본다. 그리곤 말했다. “매화에 물을 줘야겠구나.” 이 짤막한 문장은 그대로 퇴계의 유언(遺言)이 됐다.퇴계 이황의 ‘매화 사랑’은 유별났다고 한다. ‘어떤 추위에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절개를 이유로 매화를 선비처럼 대접한 그는 아래와 같은 칠언절구(七言絕句)로 그 꽃을 예찬했다. 一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뜰 앞에 매화나무에 눈꽃이 가득하구나風塵湖海夢差池(풍진호해몽차지)티끌 같은 세상살이니 꿈마저 어지럽고玉堂坐對春宵月(옥당좌대춘소월)옥당에 앉아 봄밤의 달을 마주하고鴻雁聲中有所思(홍안성중유소사)울며 나는 기러기 보니 생각이 많아지네.티끌 같은 세상살이에 포박된 인간의 삶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잊힐 유한함 안에 있다. 하지만, ‘달’과 ‘매화’는 퇴계 자신을 포함한 인간이 사라진 후에도 항상 존재할 무한한 불멸성을 지닌 것.평생을 인간 존재의 본질과 심성의 근본을 찾아 일로매진했던 노학자가 유독 봄꽃을 아꼈던 이유가 뭔지 궁금해진다. 혹, 거기서 불멸하는 어떤 정신을 발견했던 건 아닐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3-26

“하나 되는 청송·다 함께 잘 사는 청송을 향해 달린다”

청송군은 올해 초 재해 예방과 농촌 일손 부족 문제 해결, 인구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 도시 공간 정비 사업 등을 핵심축으로 하는 2024년 군정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그 계획이 현실에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궁금한 이들이 적지 않다.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혁신적인 농업 정책으로 지역 발전 견인현재 청송은 변화를 이끄는 농업 정책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자주 발생하는 이상 기온은 먹거리 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자연 재해다. 농업이 주를 이루는 청송군은 봄철 과수 냉해 여부가 그 해 농업 성과를 결정한다.이에 청송군은 냉해 피해 예방을 위해 미세 살수 장치를 지원하고, 지원 한도와 보조 비율을 늘려 농가 부담을 줄여나갈 예정이다. 또한 병해충에 강한 대목을 육성해 보급하고 과수 화상병약을 보급해 과수 전염병을 예방함과 더불어 재해 예방 과수 재배기술을 전파해 농가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시대에 발맞춰 생산과 유통 환경을 노동력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청송군은 청송사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래형 과원 조성에 힘을 투여하는 중이다. 또한, 묘목비 지원을 현실화해 다축 및 고밀식 과원을 신규로 조성함으로써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이와 함께 청송군은 군민의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복지 청송’ 구현을 위해서도 각종 정책을 마련해 시행한다. 노인 인구가 40%가 넘는 청송군이 활력이 넘치는 공동체가 되려면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 조성에 애쓰는 것이다.이를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능력과 요구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 발굴과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 청송군의 계획. 또한 경로당 시설을 개선하고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르신들의 활발한 사회활동을 유도할 예정이다.보건의료원 필수인력 확보를 통해서는 차별 없는 기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이와 부모의 행복을 위해 임신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청송의 변함없는 정책 방향이다. 이를 위해 부모 급여 지원금 확대 추진, 온종일 돌봄서비스와 방과 후 아카데미 운영 등이 준비되고 있다.더불어 놀이시설이 부족한 지역 청소년을 위해서는 청소년 수련관 앞에 온 가족이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야외 문화 체육시설도 조성하게 된다. □ 경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해 추진넉넉한 지역경제 구축을 위한 정책도 마련된다. 정주인구와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주거환경 조성으로 지역에 맞는 산업을 육성해 청년이 지역에 거주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청송군의 미래 계획이다.청송읍 월막리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해 청송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월막지구와 덕리지구에도 공동주택을 건립해 주택난을 해소한다. 이는 인구 유출을 막는 정책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청송군과 지역 대학, 기업이 힘을 합쳐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도 추진한다. 지방 소멸 대응기금을 확보해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청년창업을 돕는 항노화 연구센터 건립과 연구원과 기업 직원이 거주하는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구체적인 복안이다.인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문화관광 정책도 준비된다. 옛 주왕산 초등학교 부지에 가족호텔과 글램핑장을 갖춘 숙박시설을 조성해 젊은 세대와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지역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달기 약수탕 거리환경 개선과 메뉴 다양화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게 청송군의 계획이다.산림 레포츠 휴양단지 조성과 한옥스테이 사업, 골목경제 회복지원 사업과 청송사과축제 등 청송군의 특징을 살린 문화관광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이는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복안이다.이와 함께 관광객만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여가 생활과 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는 청송 아웃도어 골프장을 만들고, 진보면과 산남 지역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다양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편안하고 안전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청송군의 미래 청사진이다.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후화된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읍과 면소재지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도록 거점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 구체적 계획이다.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청송읍 금곡지구 도시재생 인정사업, 진보 진안지구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읍·면 중심지에 행정, 상업, 문화 거점 공간을 만들어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된다.덧붙여 “도시계획도로 정비, 청송읍 중앙로 회전교차로 설치, 노후 상수관로 정비, 급수구역 확장 등의 사업도 예정대로 착착 진행하게 될 것”이란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 이는 주민 삶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문화예술 활성화와 교정시설 추가 건립도 진행여타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청송 역시 문화예술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주민맞춤형 문화교양강좌 개설, 문화예술단체 활동 지원, 취약계층 문화누리카드 지원, 문화예술단체의 대주민 문화예술활동 참여 프로그램 활성화 등은 모두 이와 연관된 사업이다.청송군이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인 청송백자를 주제로 진행되는 청송백자축제는 청송사과축제와 함께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그 위치를 견고히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청송문화제, 청송특화공연 등이 풍요로운 문화도시 청송 구현에 기여하게 된다.지역 소비 촉진을 위해 제작·유통되는 청송사랑화폐는 전년과 같이 700억 원 규모로 연중 10% 할인 발행할 방침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을 통해 군민 에너지 복지 실현에도 진력한다는 것이 군의 계획이다.청송군은 1981년 만들어진 보호감호소를 필두로 4개의 교도소가 위치하고 있는 전국 최대의 교정타운이다. 40년 넘게 수용자 교화의 역할을 수행해온 것이다.최근 청송군은 법무부와의 면담에서 경북 북부 교정시설 내 여성교도소를 신축하고, 교정공무원 숙소를 추가로 건립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교정시설 인근에는 문화체육센터, 도서관, 키즈카페, 체육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여성교도소와 교정공무원 숙소 건립에 적합한 위치로 평가받는다. 만약 수용 인원 1천 명 규모의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교정공무원 400여 명 정도의 직접 고용효과와 더불어, 지역 물품 구매, 주거, 편의·교육시설 등 인프라 확충이 기대되고 있다.위에 언급된 여러 정책과 사업을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윤경희 청송군수는 “하나 되는 청송, 다 함께 잘 사는 청송은 변함없는 군정의 주요 방향”이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극복할 과제도 산재했지만, 도전과 노력을 멈추지 않고 희망찬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3-24

간도에 뿌리내린 애국의 이름, 무명(無名)

1909년 조선에서는 무단통치, 강압 통지가 계속되었다. 일제는 한반도 대토벌을 시작했다. 버틸 곳이 없던 의병 세력들은 비교적 안전한 만주나 연해주로 활동처를 옮겼다. 간도는 오래전부터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이 범법의 죄를 알고도 살기 위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땅이었다. 국경을 넘어 황무지를 일구는 민중의 삶은 처참했다. 굶주림과 싸워야 했고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도처에 깔린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근근이 목숨을 붙였다. 한편 조선에서는 참고 버티던 백성들이 1919년 3·1 무장 만세운동을 일으켰다. 농민들마저 곡괭이와 호미를 들고 뛰쳐나와 일본에 저항했다. 이 무렵 두만강변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삼툰자를 찾아서산들은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이어진다. 그 사이로 두만강 물줄기가 낮게 흐른다. 남쪽은 함경북도 종성군 강양이고, 북쪽은 중국 땅 도문이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 일광산 자락 아래, 어느 땅에 당도했다. 이정표도 팻말도 하나 없는 타국의 들판은 적막으로 가득했다. 삼툰자는 어디인가? 조용히 지세를 살피던 길잡이 양진오 교수가 한쪽을 가리켰다. 일행은 모두 길잡이가 가리키는 곳, 어떤 처연함이 서린 곳을 바라보았다. 겨울 저물녘의 시골이 모두 그렇겠지만 삼툰자는 서글픔마저 묻어났다. 세월에 묻혀 잊히는 듯, 희미한 안내조차 없는 들판은 적막하기만 했다.두만강을 등지고 서니 일광산 아래 몇 안 되는 집들이 폐허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두만강을 건너온 시린 바람이 어둑어둑한 들판을 휘감을 무렵 ‘처절한 전투’ 그리고 ‘죽음’이라는 단어가 먼저 뇌리를 스친다.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이 처절하게 항거했던 땅. 삼툰자는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우리에게 그런 의미의 땅이기도 하다.지금은 간평촌으로 불리는 삼툰자는, 조선 강양에서 김·박·최 씨 세 성(聲)이 두만강을 도강하여 각각 한마을씩, 세 개의 씨족 부락을 이루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툰자가 들어선 땅은 아무도 살지 않는 황무지였기에 세 집안이 터를 잡기에는 그만이었다. 모두 피를 나눈 가족 마을이니 밀정이 붙을 리 만무했다.두만강 넘어 간도 땅에 독립군이 있다는 것을 안 일본군은, 독립군이 조선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로 접경지역인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두만강변에 대규모 진을 쳤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조선 독립군과 일본 남양수비대가 대치한 셈이었다.일광산에 오르면 두만강 건너 온성군의 산천이 한눈에 들어왔다. 독립군은 온성군 일대에 진을 친 남양수비대의 동태를 한눈에 파악하고 있었다. 1920년 6월, 청년 독립군 신민단 대원들은 두만강을 건너가 일본 국경초소, 일제 통치기관을 차례대로 습격하며 남양수비대와 수시로 교전했다. 두만강 물이 얕아 도강이 쉬웠고 산과 골짜기로 이루어진 강양 일대는 지형에 능통한 독립군들이 움직이기에 자유로웠다. 독립군의 습격이 점점 거세지자,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일본군은 두만강을 건너 국경을 넘어 중국 땅으로 진입했다.일본군은 민간을 수색하다가 조선인이면 임산부,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무고한 백성의 목숨을 거리낌 없이 앗아갔다. 이때 신민단 대원들은 삼툰자 상촌에 은둔하고 있었다. 삼툰자 하촌을 공격하던 일본군은 신민단 대원들을 쫓아 상촌까지 바짝 추격했다.◆저수지가 된 봉오동전투 격전지삼툰자에서 일본군과 총격전을 벌인 신민단 대원들은 고려령을 넘어 봉오골로 이동했다. 삼툰자에서 손실을 입은 일본군은 대규모 병력을 갖추어 ‘월강추격대’를 편성했다. 그들은 두만강을 건너 곧장 고려령을 넘어 독립군의 숨통을 죄며 봉오골로 향했다. 자비란 한 방울도 없는 월강추격대의 무서운 추격이 시작되었다. 독립연합군의 홍범도 장군은 월강추격대가 봉오골로 올 것을 예측하고 주민을 먼저 피신시킨 뒤 최진동, 안무 등 독립군 연합부대(대한군북로독군부)와 함께 각 고지에 병력을 매복시켰다. 지형에 능했던 신민단 대원들은 삼툰자에서 약20km 떨어진 봉오골 상촌까지 월강추격대를 유인해 갔다.“나라 뺏긴 설움이 우리를 북받치고 소총 잡게 만들었다 이 말이야”-영화 봉오동전투 “해철(유해진)의 대사 중-봉오동은 입구에서 안쪽까지 수많은 골짜기로 이루어졌고, 마치 삿갓을 뒤집어 놓은 것과 같은 지형이라 한다. 독립군의 매복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한 일본군은 척후병을 봉오골로 먼저 들여보냈다. 하지만 독립군은 척후병을 공격하지 않았다. 의병이 없다는 듯 속여 월강추격대의 본대가 상촌 중심부로 들어오도록 유인했다. 봉오골은 사면이 야산으로 둘러싸인 협곡으로 이루어진 천연 요새였다. 본대가 봉오골 중심부로 들어오자 4면의 고지에 매복하고 있던 독립군연합부대는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봉오동전투는 거의 4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하늘도 독립군을 도운 것인지, 오후 4시 무렵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거센 폭우에 피아식별이 어려워지자 월강추격대는 자국의 후원부대와 서로 적으로 오인하여 총격전까지 벌이다 많은 사상자를 냈다. 월강추격대는 조선 온성으로 급히 퇴각했다. 뺏기지 않으려고 지키려고 목숨을 건 독립군과 뺏으려고 독기를 품은 일본군 사이에서 선(善)은 악(惡)을 이겼다.봉오동전투 승전 소식은 한반도 조선까지 순식간에 퍼졌다. 모두가 싸워 망국의 설움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봉오동 승전 소식은 조선 국민에게 큰 등불이 되었다. 독립군의 첫 승리 소식을 듣고 죽기를 각오한 많은 동포가 만주 간도, 연해주로 이주해 독립군에 입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독립군 수는 셀 수가 없어, 왠지 알아?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내일 독립군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야.”-영화 봉오동전투 “해철(유해진)의 대사 중-봉오동으로 가는 내내 두만강은 우리와 함께 했다. 두만강 건너 북한의 강양 마을도 함께 따라왔다. 국경은 차갑고 이국은 낯설지만 강 건너 강양, 우리 땅은 반갑다.봉오동에 도착하니 굳게 닫힌 철문이 일행을 막아선다. 상기된 표정들, 무심한 듯 세심한 눈빛들은 이미 철문 넘어 골짜기를 응시한다. 모두 말이 없다. 100년 전, 선조들의 치열했던 격전지를 찾아 타국으로 온 이방인들의 발길이 묶이는 순간이다. 눈앞에 두고 선조들의 숨결을 더 따라 밟을 수 없는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좁은 협곡이 많았던 봉오동은 저수지가 되었다.어디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봉오동 저수지 쪽에서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다. 독립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무명의 이름들이 흐르고 있는 듯하다. 봉오동 승리의 골짜기는 이들의 투혼과 이름을 품고 저수지에 고요히 잠겨 있다.글·사진/박시윤 작가

2024-03-24

“철강·이차전지 쌍두마차로… 노사 ‘원팀’ 초일류 나갈 것”

장인화 신임 포스코그룹 회장은 21일 “친환경 미래로 나아가는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성장은 소재의 혁신으로 이뤄낼 수 있다”며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비전은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이라고 말했다.장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인류의 가치를 높이는 미래소재와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정신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장 회장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철강보다는 미래 소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전략 방향으로 함께 발표한 철강사업 초격차 경쟁우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포스코는 철강사업이 기본이고, 이차전지소재사업이 쌍두마차로써 똑같이 초일류로 가야 한다. 단순 철강기업 포스코가 아니고 미래를 여는 소재로 함께해 우리 미래의 국가 경제도 소재부문에서 포스코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철강부문은 역사적으로 보면 포스코가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어려움에도 포스코는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서 역량을 다해 극복해 왔다. 극복한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회삼아 포스코가 더 발전해 왔다. 직원들의 경험과 능력을 믿는다. 직원들과 함께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100일 동안 현장에서 직원들과 같이 있으려고 한다. 포항과 광양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회사를 돌아다니며 현장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그 와중에 우리가 철강사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상세한 의견을 들어서 잘 실행토록 하겠다.- 후추위 면접 때 당면한 위기돌파 방법에 대해 어떻게 답을 했는지. 철강 업황 부진과 이차전지 해법에 대해 알려달라.△철강업은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별로 좋지 않다. 이차전지소재사업의 경우 신사업이 흔히 겪는 캐즘 현상의 초기에 있다고 본다. 철강은 부진이 길거나 깊지 않을 것 같은데 이차전지는 조금 더 길게 갈 수도 있다. 철강도 이차전지도 마찬가지로 둘 다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위기의 순간에 원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키워 놓으면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 우리에게 훨씬 더 리워드가 크다. 이차전지는 최근에 완공된 공장도 많고, 앞으로 준공될 공장들도 많다. 이러한 공장들을 초기에 다잡아서 정상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차전지소재에서도 운이 따르는 게 아닌가 싶다.- 최정우 전 회장이 기업시민이라는 포괄적 경영이념을 선포해 운영해왔는데, 신임 회장이 새로운 경영이념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중요시 생각하고 있다. 국가의 발전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 그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포스코가 해야할 일을 열심히 찾아 성실히 수행하려고 한다. ‘국민기업 포스코’는 얻기 힘든 큰 영예이고,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포스코가 외부에서 볼 때도 반듯이 서있는 회사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는데, 조직이나 인사, 기업문화 등 구체적인 혁신 방안이 궁금하다. 신임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바꾸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우선 100일 동안 저희 직원 전체 의견을 듣겠다. 전체 의견을 듣고 난 후 거기서부터 시작하겠다. 기본적인 방향은 조직은 슬림하고 플랫해지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할 것이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큰 틀 안에서 더 상세한 내용은 나중에 자세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호주 필바라 광석 리튬,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으로 공급망 불안에 선제 대응해왔다는 평가가 있는데. 추가로 염두에 두고 있는 해외 공급망 투자처가 있는지.△이차전지, 전기자동차는 지구의 운명이다. 그 속도가 늦어졌다, 빨라졌다 하며 부침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이것이 흐트러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공급망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열심히 잘 살펴보겠다.- 그린 워싱 이슈에 있어서 문제제기를 받아왔고, 최근에도 정부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아직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진 못했으나, 포스코가 성실히 노력을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정직하게, 사회가 바라보는 눈높이에 맞게 열심히 노력해 나가겠다. - 스톡그랜트 이슈가 전임 회장때 논란이 많았다. 이와는 다른 임원 장기 인센티브 체제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스톡그랜트가 시작된 이유는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의미이며, 스톡그랜트 제도가 꼭 나쁜 제도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에서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스톡그랜트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검토하도록 하겠다.- 여전히 이차전지 미래사업을 그룹의 투톱으로 가져가는 것인지. 투자 속도 등에 변함은 없는지.△투자라는 것은 항상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차전지소재사업은 회사가 10여 년간 꾸준히 해왔고, 그동안 포스코가 많은 신사업에 도전해왔는데 가장 잘 한 사업이라 생각한다. 제 생각에 무조건 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투자에 있어 시장이 나쁘다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 적기에 적절하게 투자하겠다.- 포스코 미래 경쟁력은 자체 노력 외에도 외부 조건 변화도 필요하다. 친환경 전력이나 그린 수소 확보 등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회사가 당면한 큰 문제 중 그린트랜스포메이션이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숙제이다. 이는 회사 혼자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글로벌 협력이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가가 글로벌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 선두주자가 되려면, 국가도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노력을 해야하고, 노력하는 기업들도 도와줘야 한다. 여러 관계 기관과 최대한 협력하며 같이 풀어나가야할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수소가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서 중요한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되기를 바라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도 이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삼아서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 선두에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아 미래 사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RD부터 시작하고 필요하다면 투자까지 할 것이다.- 원팀 포스코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노조나 내부 문제들로 부터 원팀을 만들기 위한 회장의 생각이나, 기업 문화는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직원들의 능력과 경험이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회사를 두 배씩 키워왔다. 지금의 어려움도 직원들과 함께하고 직원들을 믿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노사도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회사를 위해 하는 일에 있어서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먼저 다가가서 신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같이 노력하겠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3-21

메콩강 따라 펼쳐지는 란쌍왕조 화려한 유적들

‘라오스엔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물었다.그는 즉답 대신 ‘바로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서 여행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렇다. 여행은 무언가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을 찾아 나서는 과정인 것이다. 이 테마에 잘 부합하는 여행지가 라오스다.이 일본 소설가는 루앙프라방에 50일을 머무르며 이곳의 자연, 경관뿐만 아니라 라오스의 내면으로 빠져들었다.일본 작가 예찬이 아니더라도 어느덧 라오스는 지구상의 최고 힐링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연간 300만 명 이상이 라오스를 방문하고, 매년 두자릿 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라오스의 관광산업은 국가경제의 10% 이상 비중을 차지하며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다.‘지구촌의 마지막 힐링지’라고 불리는 라오스의 도시(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라오스와 한국은 고대 알타이어계로 한뿌리우선 라오스와 한국은 연결 고리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연간 교역량도 135억 달러로 주변 태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훨씬 적고, 그 흔한 축구 라이벌 관계도 아니다.그러나 역사 시계를 고대(古代)로 돌려보면 뜻밖의 사실과 만난다. 바로 라오족의 조상인 고대 타이족(Thái)이 바로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언어상으로 알타이어계인 우리와 깊은 지리적 배경과 혈연관계를 공유한다.현지에서 만난 가이드는 “라오족, 묘족, 몽족은 모두 한 계통으로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서 갈라져 나왔다”며 “기원전 무렵에 우리 고대 선조들과 혈연, 지연으로 뚜렷하게 연결된다”고 설명했다.별 인연이 없어 보이던 라오스가 우리 생활 속으로 갑자기 들어오게 된 것은 한 TV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2014년 tvN ‘꽃보다 청춘’에 나왔던 블루 라군의 원초적 풍경과 물빛, 거기서 벌어진 출연자들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프로그램 히트는 바로 라오스 열풍으로 이어졌다. 2014년 방영이후 라오스행 게이트엔 여행객이 줄을 이었고, 관광지의 식당, 노점엔 한글이 걸리기 시작했다.이런 한국인의 ‘공습’은 부작용도 불러왔다. 현지 물가를 순식간에 3~4배나 올려 하루 3~4만원 대의 값싼 관광을 즐기던 외국인들을 대거 축출(?)시키기도 했다. ◆ 라오스의 500년 수도 비엔티안, 사찰-박물관 밀집비엔티안의 현지 이름은 ‘위양 짠’으로 ‘달의 도시’라는 뜻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물줄기 메콩강을 품은 덕에 물고기, 농업용수는 물론 수력발전까지 가능해 라오스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인구는 100만명이 채 안되지만 명실공히 라오스의 정치, 경제, 행정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특히 이 메콩강을 따라 펼쳐지는 란싼왕조, 비엔티안왕조의 화려한 유적은 마치 시간이 멈춰 선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보통 비엔티안 투어의 출발은 왓 씨싸켓에서 시작한다. 비엔티안의 사원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1818년 건립되었다가 1829년 전란으로 소실되었는데 1935년 재건되었다. 왓 씨싸켓을 라오스를 대표하는 사찰로 끌어올린 건 사원 내부 담장에 진열된 6천890개 이르는 불상들이다. 불상들은 은(銀) 또는 토기로 제작된 것으로 상당 부분 훼손되어 있지만 그 원형만큼은 퇴색되지 않고 200년 가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인물들은 같은 모양이 없고 수인(手印)이나 입상(立像) 모습이 모두 다르다. 형상을 이렇게 많이 만든 것은 부처께서 낮은 곳으로 내려와 모든 중생과 불자 하나하나의 삶과 고통까지 살핀다는 뜻일 것이다.라오스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탓 루앙’도 인기 코스다. 라오스 관광 표지 메인을 장식하는 금빛 사원으로, 국가의 상징이자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시 되는 곳이다. 부처의 가슴뼈, 사리와 유물을 묻고 그 위에 기둥을 올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적멸보궁 쯤 되는 셈이다.사원 앞을 지키고 있는 셋타티랏왕 동상도 눈여겨봐야 할 대상이다. 이 왕은 14세기 라오스를 전성기로 이끈 창 왕조의 군주로, 라오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재위 중에 불철주야 통치를 위해 몸을 돌보지 않았는데, 사후에라도 편히 쉬라는 의미로 앉은 자세로 동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왕,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과 이미지가 겹친다.(세종대왕 동상도 좌상이다) ◆ 라오스인들의 독립정신이 서려 있는 빠뚜싸이비엔티안의 한복판에서 도시의 중심을 잡고 있는 빠뚜싸이는 라오스인들이 독립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다. 1969년 프랑스와의 독립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승리의 문’이다. 모습은 프랑스 개선문과 비슷하지만 내부엔 라오스의 전통 문양이 새겨져 민족의식을 강조했다. 빠뚜싸이가 라오스인들에게 얼마나 상징적인 건물인가 하는 것은 국가 정책에서도 잘 나타난다. 라오스 정부는 최근까지 탑 높이보다 높은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했을 정도다.단, 자주 독립을 기념하는 건축물을 적국인 프랑스 개선문을 모델로 삼았다는 점과 그 비용을 범국민적인 성금이나 국가자본으로 조달하지 않고 미국 원조자금으로 충당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여행자의 단상일 뿐이다.비엔티안 시티투어를 끝내고 방비엥 남쏭강 옆 호텔에 짐을 풀었다. 500년 고도 비엔티안 시내에서의 흥분은 이제 물소리, 새소리에 잦아들었다.석양에 물든 남쏭강이 맑게 흐르고, 강 건너엔 사진에서 보았던 중국 계림, 베트남 하롱베이의 석회암 카르스트산맥들이 옅은 음영으로 펼쳐진다.내일 방비엔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까. 기분 좋은 상상 속에서 고단한 몸을 누인다. 라오스의 문화 코드 ‘뽀뺀양’라오스의 1인당 GDP는 1천800달러 선으로 이웃한 내전(內戰) 국가 미얀마를 제외하고 동남아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낮다.그럼에도 현지에서 만난 라오스인들의 표정은 무척 밝고 평안하다. 이런 평온은 거리, 시장 같은 일상을 물론 개개인의 삶에도 연결된다.라오스에서는 3가지를 볼 수 없다고 한다. 경적소리, 싸우는 소리, 장례식장에서 우는 소리다. 실제로 여행 중 일행을 태운 차가 고장으로 도로 한복판에서 10여 분을 서 있었는데도 단 한 번 빵빵 소리를 듣지 못했다.또 불교 윤회사상 때문인지 ‘죽음을 이생의 업(業)을 마감하고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탓에 우리와 같은 애도(哀悼) 문화도 없다.또 라오스에서 ‘싸바이 디’(안녕하세요) 다음으로 많이 듣는 소리가 ‘뽀뺀양’이다. 우리말로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쯤으로 해석된다.사소한 일과 실수에 대해 서로 따지지 않는 문화 덕에 사회적 완충장치를 하는 어법(語法)이다. 이 마법 덕에 라오스에서는 큰 싸움이나 분쟁이 생기지 않는다.혹시 여행 중에 곤란한 일이 생기면 ‘뽀뺀양’이라고 말해 보라. 열에 아홉은 상황이 종결된다.글·사진/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3-21

“소통과 협력으로 주민밀착형 의정활동 펼칠 터”

안동시의회는 총 18명의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을 중심으로 △의회운영원원회 △문화복지원원회 △경제도시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소속돼 있다. 이 중 문화복지원원회와 경제도시위원회가 의회 구성의 핵심이며, 이 두 개의 위원회에서 안동시의회 모든 의안과 정책들이 결정된다.□ 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는 정복순 의원을 위원장으로 이재갑, 권기탁, 우창하, 김상진, 김새롬, 김창현, 박치선, 김순중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이들은 안동시 18개과(일자리경제과, 투자유치과, 농정과, 유통특작과, 축산진흥과, 농촌활력과, 환경관리과, 자원순환과, 산림과, 공원녹지과, 도시디자인과, 건설과, 건축과, 교통행정과, 상하수도과, 도시재생과, 안전재난과, 토지정보과)와 1개 직속기관(농업기술센터-농촌지원과, 기술보급과, 미래농업과), 3개 사업소(상수도관리사무소, 안동시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 사무소, 안동임하호수운관리사무소), 1개 지방공기업(안동시시설관리공단)을 담당한다. □ 위원회 조례안 발의제9대 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는 개원 후 20개의 의원발의 조례안을 통해 시민들의 민의를 대변했다.대표 조례안으로 △여성농업인 육성 및 지원 조례안 △에너지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수정가결 △4차산업혁명 기반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단독주택 등에 대한 도시가스 공급사업 보조금 지원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등이 있다.또한 △재활용품 수집인 지원에 관한 조례안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사회적경제활동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안-수정가결 △반려동물 보호 및 반려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안 등도 발의했다.이와함께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기 설치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병역명문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 △청년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청년 주거 기본 조례안-수정가결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개정했다.특히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반대 촉구결의안(정복순 의원) △안동·예천 국회의원 선거구 존속 촉구건의안(우창하 의원) △국립의대 설립 촉구결의안(여주희 의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철회 촉구결의안(김새롬 의원) △노동·연금·교육 3대 분야의 조속하고 확실한 개혁을 위한 촉구결의안(안유안 의원) △안동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본부장 사퇴 촉구결의안(정복순 의원) △안동문화관광단지 미개발 부지 활성화 촉구건의안(김경도 의원) △안동호·임하호 수리권 안동시민으로 이전 촉구건의안(김경도 의원) 등 촉구건의안을 통해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시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아울러 집행부에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직접 수정 의결하거나 의회 의견을 붙여 조건부로 의결하는 등 의원 개개인이 집행부 조례 제·개정안의 심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자치 입법기관 구성원으로서 심도있는 고민·탐구를 바탕으로 민의를 담은 조례를 연구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노력했다.특히, 2023년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시정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집행부와의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정책 방향과 행정 운용 방안을 권고했으며, 집행부를 대상으로 하는 시정 질의에서는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시민 행복 만족도 증진에 기여하는 지방행정 구현을 주문했다.이 밖에도 수시로 주요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현장 방문을 실시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지적하는 동시에 의회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집행부와 협의해 시민이 만족하는 의정활동을 펼치도록 노력했다. □ 5분 발언 의원 활동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에 소속된 의원들은 제9대 의회에서 다양한 5분 발언을 통해 안건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제시된 대안과 안건은 실제로 조례안으로 만들어져 시민 불편을 줄이거나 혜택으로 돌아갔다.정복순 의원은 총 2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친일사관 논란 한희원 교수의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안동시 상수도요금 반값 공약 제고 촉구 등 경북도와 안동시의 인사와 공약 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이어 이재갑 부위원장은 총 2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원도심 공동화 해결 촉구 및 공무원 공로연수 제도부터 폐기, 안동국제컨벤션센터 활용방안 도출 △일본 후쿠시아 원전 사고 후 일본 수입식품 3천200여t에서 방사능 검출 등 문제와 인구감소 문제 대응 미비, 안동댐 자연환경보전지역 해제 문제, 3대 문화권 사업의 운영실태 지적, 안동시 복지사업실태 지적, 경북산업용헴프규제자유특구 기업 유치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우창하 의원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노후 공동주택의 안전과 지원을 얘기하면서 소규모 노후 공동주택에 주로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공동주택지원 조례의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지원에 대한 예산확보 노력과 지원 대상에 대한 적극 검토를 주장했다.김새롬 의원은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공공형 실내놀이터 조성 제안을 통해 안동시의 행정복지센터, 폐역사 등 공공시설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공형 실내놀이터 조성 촉구와 층간 소음분쟁이 잦은 공공주택 내 실내 놀이공간 조성을 위한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 제안 등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부모들이 안심하는 보육환경이 조성을 촉구했다.김창현 의원은 총 3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중앙선 폐선구간 교통불편 시설물의 조속한 철거와 폐철도 구간 35km의 활용방안 제안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 및 안동댐 주변 자연환경보전지역의 용도지역 변경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통과에 따른 안동시의 역할과 주민의 생존권 회복에 대한 촉구 △전기자전거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전기자전거 구입 보조금 지원 방안 수립과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을 제안했다.박치선 의원은 △사회적 약자도 함께 누릴 수 있는 호반나들이길 조성과 용상 야외 어린이놀이터 조성에 대해 제안하면서 호반나들이길의 모든 계단을 경사가 완만한 비탈길로 정비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장치 및 편의시설을 마련 및 우리 지역에 특색있고 안전한 야외 놀이터 조성으로 안동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순중 의원은 △한국남부발전에서 추진 중인 ‘안동복합화력발전소 2호기’ 증설 반대를 언급하면서 안동시의 탄소제로 정책과 RE100을 추진하는 데 불리하며, 지역민의 환경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전반기 활동 목표이처럼 제9대 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들은 전반기 20개의 의원발의 조례안과 집행부 조례 제·개정안의 심사, 5분 발언 등을 통해 시민들을 위한 정치 활동을 펼쳐왔다. 이제 제9대 의회 전반기는 약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 경제도시위원회 의원들은 비회기 중에도 지역 현안이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주민 간담회, 상담 등의 활동을 통해 주민밀착형 의정활동을 펼친다는 각오다.정복순 위원장은 “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는 안동시 주요 현안 사업들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정책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피현진 기자 phj@kbmaeil.com

2024-03-20

청도김씨 집안 절부들의 영혼 달래는 마을 터줏대감

내가 왜 노거수를 찾아다닐까? 하고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나무 실체의 아름다움에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어 감정이 이입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무가 다 똑같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똑같아 보이는 나무일지라도 사는 위치, 나이, 생김새 등 삶의 꼴이 모두 다르다. 나무를 찾아서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희로애락에 춤추며 좋아하기도 하고 절규하며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한 그루의 노거수를 이해하고 품는 것은 한 권의 양서를 읽음과 다름이 없이 삶의 영혼을 살찌게 한다.나무 한 그루 없는 마을이라면 얼마나 삭막할까, 나무 한 그루 없는 집이라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나무 한 그루 없는 도로라면 얼마나 심심하고 무료할까. 새들이 찾아와 노래를 불러주려 해도 앉을 자리가 없고, 바람이 먼 곳에서 찾아와 좋은 소식을 전해 줄래도 멈추어 쉴 자리가 없다. 도로를 따라 열 지어 서 있는 가로수는 차들을 인도하고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며 심심함을 덜어준다.인공으로 심은 나무라면 식목담이라는 태생의 이유를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이 노거수라면 도서관에 소장된 역사책처럼 나이테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을 것이리라. 쉬어가고 붙잡아 둘 노거수가 있는 집과 마을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또 나누고 싶다.50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한 집안의 절부(節婦)들이 울부짖는 영혼을 잠재우는 낙화송(落花松) 노거수가 있다기에 단숨에 찾아 나셨다. 상주시 화동면 판곡리 마을 423번지에 낙화담(落花潭) 한 가운데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낙화담은 조선시대 초기 만들어진 연못으로 임진왜란 때 여자들이 왜군을 피해 이곳에서 투신하면서 낙화담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면적이 190㎡로 채 60평이 안 되는 작은 연못이지만, 당시에는 매우 컸다고 한다.낙화담 연못 가운데에 있는 낙화송 노거수는 아름다운 꽃이 떨어진다는 이름에서부터 슬픔이 묻어난다. 키 13m, 흉고 둘레 2m, 수관 폭 20m에 이르며 나이는 550살이나 되었다.열악한 환경임에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연못 한가운데 흙으로 조그만 동산을 쌓아 그곳에 소나무를 심어놓았다. 큰 화분에 담겨있는 분재형 소나무 같다. 뿌리가 더 이상 옆으로 뻗어나갈 수 없어 나이에 비해 왜소해 보이지만, 연륜과 아름다움만큼은 어느 소나무 노거수 못지않다.마을 주민들은 소나무 노거수를 마을의 수호목이자 상징물로 여겨 소중히 보살피고 있다. 나라에서도 1982년 10월 26일 보호수로 지정하여 정성껏 보호하고 있다. 판곡리 마을 청도김씨(淸道金氏) 집안 절부의 영혼을 위무하고 품어주는 낙화송이 위대해 보인다.오늘날 장례문화 중의 하나인 수목장의 시초가 아닐까. 전쟁의 비극은 전쟁에 참여한 의병이나 장수만의 문제가 아닌 한 집안을 몰살하는 참담함임을 낙화송은 말하고 있다. 한 마을의 절부들이 울부짖는 원혼을 품고 있는 낙화송 노거수를 추모의 마음으로 천연기념물 반열로 품격을 올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낙화담 연못 한가운데 있는 노거수로 들어갈 수 있게 철제 다리로 연결해 놓았다. 마을 주민들이 선물한 지팡이 10개를 짚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낙화담 주변에는 아픈 역사를 잊지 않으려고 아니 잊지 말라고 의사 제단 비, 위령비, 의적 찬양 시비, 제실 등을 짓고 의병장 김준신과 절부들의 영혼을 추모하고 있었다. 낙화송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위령 나무로 그 어느 문화재보다 값어치 있고 정감이 갔다.낙화담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역사의 아픈 사연을 오늘날 곱씹어 본다.‘김준신은 왜란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당시 상주 목사 김해를 찾아가 방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하다가 오히려 유언비어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하여 감옥에 갇혔다. 왜군이 쳐들어오자 다급해진 목사는 기병 백여 명을 내주면서 먼저 출전케 하고 자신은 나중에 뒤따르겠다고 했으나 남쪽에서 도망쳐 오는 난민들을 왜적으로 오인하고 발길을 되돌리고 말았다. 칠곡 석전에 이르러 원군을 기다리던 김준신은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체할 수 없어 부하들을 이끌고 대구 인근까지 진출했다. 이때 왜군은 이미 대구를 함락하고 금호강을 건너 북상하는 중이었다. 황급히 상주 본진으로 되돌아와 북천전투에 참여하여 수백 명의 왜적의 목을 베고 임진년 4월 25일 32세의 나이로 장렬히 순직했다.큰 피해를 당한 왜군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40여 리 떨어진 이곳 판곡리까지 쳐들어와 그의 가족은 물론 마을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이때 부녀자들은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입향조가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해 파 놓았던 못에 투신하였다. 훗날 유림의 발의로 김준신의 공적이 조정에 알려져 정조(正祖)가 의사(義士)로 칭하였고, 1820년 순조는 통훈대부 사헌부 종3품의 집의로 추증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이다.노산 이은상 선생은 1973년 ‘낙화담의적천양시(落花潭義蹟闡揚詩)’를 짓고 일초 김현승 선생이 쓴 시비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임진년 풍우 속에 눈부신 의사 모습/ 집은 무너져도 나라는 살아났네//절사곡(節士谷) 피 묻은 역사야 어느 적에 잊으리/ 설악산 높은 봉에 본대로 이르는 말//꽃은 떨어져도 열매는 맺았다고/ 오늘도 낙화담 향기 바람결에 풍기네.//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지극한 아들 이야기가 낙화담과 함께 문중의 문집에 기록되어 전해오고 있다.“구사일생으로 김준신의 아들은 목숨을 건졌다. 난이 평정된 뒤에 아들 백일은 아버지가 전사한 곳을 찾아가 밤낮으로 울며 아버지의 유해라도 찾으려 하였으나 알 길이 없었다. 아들 백일은 목욕재계하고 하늘에 축수하기를 ‘아버님 돌아가신 자리이거든 제가 든 이 술잔을 엎어 주십시오’ 하고, 제사에 들일 잔을 들고 다녔는데, 상주 서문의 토성 근방에까지 갔다. 그때 바람 한 점 없었는데 갑자기 잔이 엎어졌다. 백일은 드디어 그 자리의 흙을 파서 그 땅에 여막을 짓고 3년을 시묘살이 했다. 그 슬퍼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그때 사람들이 ‘하늘이 아버지의 충혼과 아들의 효성에 감동한 탓이다’ 하고 다들 기이하다고 여겼다 한다.”낙화담, 첨모재, 위령비, 시비, 낙화송은 모두 우리의 문화재이다. 특히 살아 숨 쉬는 낙화송 노거수에 정이 더 감은 무엇 때문일까. 의병장 김준신의 위국충절과 아들 백일의 효심, 낙화담에 뛰어내린 판교리 절부들의 원혼 때문일까.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고인의 명복을 기원해본다. 낙화담(落花潭)이란 명칭은낙화담이 자리한 곳은 마을을 개척할 때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 뒤쪽은 산이 감싸 찬바람을 막아주고, 앞은 훤히 트여 양지바르며, 들은 크지 않지만 땅이 기름져 수십 가구가 먹고살기에 충분해 보인다.그러나 멀리 보이는 백화산의 뾰족한 봉우리가 화기(火氣)를 머금고 있어 오랜 세월에 걸쳐 발복(發福)할 수 없다고 하여 결함을 보충하기 위해 마을 한복판에 커다란 못을 팠다고 한다. 제아무리 강한 불꽃이라도 이 정도의 물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임진왜란 때 마을 여자들이 왜군을 피해 이곳에서 투신하면서 낙화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3-20

새봄, 매혹적 향기 따라 사색의 길에 서다

산에는 울긋불긋 갖가지 꽃이 피고, 바다는 겨울을 이겨낸 온화함으로 사람들을 손짓해 부르는 시절이다. 떠났던 봄이 돌아왔다.경북의 여러 지자체들은 저마다 성큼 다가선 봄을 맞이할 다양한 축제를 준비하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곧 펼쳐질 화려한 페스티벌이 가족과 친구, 연인을 설레게 할 것이다.겨울은 아무래도 방 밖으로 나오기가 망설여진다. 매운 추위와 활동하기 좋은 낮 시간이 짧은 탓이다.하지만, 이제 바람에도 따스함이 스며들고 해도 부쩍 길어졌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만약 동행할 사람이 없다면 혼자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특정한 여름 며칠에 몰리던 한국의 휴가 패턴이 달라진 건 이미 오래 전이다. 이제 봄에도 일정 기간의 휴가를 얻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고래로부터 ‘봄’은 좋은 계절로 불려왔다. 환한 3월 햇살 아래서 낯선 공간을 떠돌며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그랬다. 재론의 여지없다. 봄은 여행 세포가 꽃피는 시기다.목련을 필두로 진달래와 개나리가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산도 좋고, 온갖 해산물이 잃었던 입맛을 돌려줄 바다도 좋다. 일상에서 훌쩍 벗어나 봄날의 맑고 자유로운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건 무슨 상관일까.초등학교 시절의 봄 소풍처럼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2024년 봄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의 기대감을 보다 높여줄 시 몇 편을 아래에서 소개한다. 시인들도 사색의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 시작됐다. 이성복 시집. ▲ 푸른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보며 이성복의 ‘남해 금산’을경상남도 남해의 금산은 봄을 맞이한 산과 바다를 지척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여행지다.“원래는 신라의 원효(元曉)가 보광사(普光寺)라는 절을 세웠기에 보광산이라 했는데, 고려 후기 이성계(李成桂)가 이 산에서 100일 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한 영험에 보답하는 뜻으로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었다 해서 금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 ‘두산백과’의 설명.한국문학사에 기록될 빼어난 모더니스트 이성복 시인은 남해 금산을 돌아보고는 이런 노래를 남겼다.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산에 얽힌 역사와는 무관하게 시인이 남해 금산에서 본 것은 ‘돌 속에 묻힌 한 여자’였다. 물론, 사람이 돌 안에 묻힐 수는 없는 일. 여기서 ‘여자’는 인간이 일생을 안고 살아갈 운명 또는, 그리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운명과 그리움에서 벗어나 해와 달의 이끌림 속에서 어디론가 사라진 그 ‘여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성복은 푸른 남쪽 바닷가를 거닐며 그것을 고민했던 듯하다.물론, 누구도 풀지 못한 운명과 그리움에 관한 삶의 수수께끼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걸 남해 금산을 찾은 여행자가 된 당신이 풀어보면 어떨까. 곽재구 시집. ▲ 진달래가 불 밝힌 곳에선 곽재구의 ‘분홍산’을목련, 개나리와 함께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 진달래다. 그 화사한 진분홍의 유혹은 천년 세월을 넘어 우리를 때마다 흔들어왔다. ‘봄의 전령사’라 불러도 좋을 진달래.중년을 넘긴 이들에겐 ‘먹어도 좋은 꽃’으로 기억되는 진달래는 번철 위에서 구워지던 부침개를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했다.질박한 토속 언어로 한국 시의 한 산맥을 형성했다고 평가받는 곽재구는 저 멀리 분홍빛으로 가물거리는 진달래를 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이 시가 만들어진 건 분명 3월이었을 터.봄 구산리길 걸었다아지랑이 한 마리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았다봄콩 놓던 할머니 먼 산 보다가새참으로 들고 나온 막걸리 한 사발 부르르 마셨다진달래꽃이 피었는디진달래꽃이 피었는디아가 무신 잠이 이리도 깊으냐십 년 넘은 바위잠이 어디 있느냐아이고 다리 패던 허망한 숲 그늘 길끈적하게 타오르던 저 먼분홍산.먼지 날리는 시골길을 달리다가 자동차의 핸들을 놓고 무작정 낯설고 조그만 시골마을에 내려 주변을 살펴보자. 곽재구가 노래한 공간이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그렇게 한다면 누구라도 생물인 듯 흔들리며 꿈틀대는 ‘아지랑이’와 만날 수 있고, 주름 가득한 얼굴로 착하게 웃는 그 동네 ‘할머니’에게 막걸리 한잔 얻어 마실 수 있을 것이다.시인이 시의 제목으로 삼은 ‘분홍산’은 비단 진달래의 색깔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분홍산’은 봄이 선물한 유토피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할 것이기에. 봄에 떠나는 여행은 이상향(理想鄕)을 찾는 행위에 가깝다. 김명인 시집. ▲ 봄의 주인공을 만난다면 김명인의 ‘꽃들’을누가 뭐래도 봄의 주인공은 ‘꽃들’이다. 꽃은 미움과 증오가 가득한 땅에도 화사하게 피어 사랑과 화해가 아름다운 단어임을 가르친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선 인간보다 낫다.이상과 괴리하는 현실의 아픔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자신의 문학적 영역을 탄탄하게 구축해온 시인 김명인은 바로 이 봄의 주인공인 ‘꽃’을 사랑의 이름으로 노래하고 있다.낮잠에서 깨니 머리맡에 꽃소식이 당도해 있다만선에 실려 오는 꽃나무 한 시절들그대가 약속을 지키려 근근하듯이꽃은 제철의 두근거림으로 한 해를 갱신한다상청 이불 덮고 누웠으니어디 산비둘기 구구거리는 한낮꽃 타래들, 다비에 든 듯 화염 사르는구나!공손한 꽃아, 피고 지는 건네 일이지만 나는 너를 빌려 쓰고 내일로 간다연년세세로 물든 분홍 새 날개 펴니거처 없이도 견디는 깃발처럼혼곤한 신생의 새봄 안간힘으로 울뚝하다오늘은 오늘 꽃, 수만 송이로 허무는 탑버림받을 사랑이니 돌보라고이 환, 나에게 흘려보내는 건 아니겠지?누구라도 새로움과 희망을 꿈꾸는 ‘신생의 새봄’이 바로 오늘이다. 때로는 ‘다비에 든 화염’처럼 매혹적으로 일렁이고, 어느 때는 ‘버림받을 사랑’을 아프게 돌아보라고 우리를 가르치는 봄.봄의 주인공 꽃들 속으로 떠난 여행에서 꿈과 사랑, 새로움과 희망의 은유를 찾아낼 수 있다면 독자들 또한 시 한 편 쓰지 못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3-19

“지역경제 활력화 촉진 등 시민 삶의 질 향상 온힘”

지방자치는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지역단체를 구성해 지역 공동사회의 정치와 행정을 그들의 의사와 책임 아래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제1공화국 시대인 1952년부터 제2공화국이 끝나는 1961년 5·16까지 시행되었다가 중단됐다. 이후 30여년만인 1990년 지방자치 관계 법률의 제정과 개정으로 부활했다.그리하여 1991년에는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6월에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의 선거를 헌정사상 처음으로 시행해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열었다. 광역과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 선거가 동시에 시행되었고 광역 및 기초단체장 직선은 1961년 5·16 이후 34년 만에 치러진 것이다.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지방자치를 의회와 깊게 연관시킨다.특히 기초의회는 각 기초단체(시·군·구)의 중요 사항을 주민을 대표한 의원들이 최종적으로 심의·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관으로 예산·결산 승인을 비롯한 의결 기능과 행정 사무 조례를 제정하는 입법 기능, 자치행정의 집행을 감시·감독하는 통제 기능,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청원을 처리하거나 자치단체와 의견을 교환하는 조정 기능이 있다.시군이 통합돼 현재 9대를 맞은 경산시의회도 1991년 4월 15일 초대 경산시·군의회가 개원한데 이어 1995년 1월에 통합 경산시의회를 개원했다.현재 비례대표 2명 등 15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된 경산시의회도 지역민의 관심 속에서 여러 변화를 겪었다.1991년 제1대 선거에서 군의원 7명과 시의원 9명 등 16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했지만 제3대 선거에서는 14명으로 줄고 제4대 선거에서 다시 16명으로 늘었지만 제5대 선거부터 현행 15명의 체제로 굳어졌다.박순득 의장을 필두로 한 의장단으로 조례 제·개정, 집행부의 견제 세력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는 경산시의회 제9대 전반기를 살펴본다. □ 경산시의회 구성경산시의회는 15명의 의원이 의장과 부의장의 책임과 운영위원회와 행정·사회위원회, 산업·건설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등 4개의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운영위원회는 의회 운영의 전반을, 행정·사회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는 집행부의 사무와 예산 등에 대한 심사와 의결,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방의회 의원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 규범 위반 여부와 징계에 관한 심사를 담당한다.27명이 근무하는 의회사무국은 국장과 3명의 전문위원, 의정과 의사·홍보, 정책지원팀으로 구성되었다.2023년 1월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고자 처음 도입된 정책지원팀은 5명의 직원이 의원들의 의정 활동 자료·정보수집을 지원하고 있다.□ 제9대 전반기 의정활동경산시의회는 현재까지 2022년 7월 5~6일 제237회 임시회 개회를 시작으로 지난 2월 26일부터 4일까지 제252회 임시회 개회 등 16차례의 의회를 개회해 조례 등 285건의 안건과 시정질문 5건, 5분 자유발언 33건 등 323건의 안건을 처리했다.특히 의원 제안으로 14건의 조례를 제정하는 성과도 보여 일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제240회 정례회와 247회 정례회에서는 행정 사무감사를 진행해 91건의 사례를 지적했다.지적된 행정 사무감사 결과는 2022년 9월 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제240회 정례회에서 시정 22건과 22건의 권고 등 44건이, 2023년 6월 7일부터 29일까지 개회된 제247회 정례회에서도 22건의 시정과 25건의 권고 등 47건이 지적됐다.2번의 행정 사무감사에서 공통으로 각종 보조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설정과 심의위원회 기능 강화, 실효성 있는 인구정책을 지적해 보조사업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했다. □ 의원 연구단체 활동시의원들은 주요사업장을 방문해 지역 현안을 살피는 한편으로 ‘밝은 미래’ 등의 연구단체를 만들어 지역민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전봉근·안문길·이동욱·양재경 의원이 활동하는 밝은 미래는 ‘경산시 영유아보육정책의 동향과 과제 연구’로 지역의 영유아보육정책 특성 분석과 비전과 정책과제를 제시했다.김상호·김계태·김인수·손말남·윤기현 의원이 활동하는 행복도시 연구회는 ‘경산지역 도시경관 향상을 위한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경산시 도시경관 개선을 위한 기본현황과 환경분석, 법률정비, 정책 발굴 등 도시경관 관리모형을 제시했다.박미옥·강수명·김화선·권중석·이경원 의원이 소속된 관광도시 만들기 연구팀도 ‘경산시 관광 활성화 방안 정책 연구’를 통해 경산 지역경제 활력화 촉진과 살기 좋은 경산을 조성하기 위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도출했다. 박순득 경산시의회 의장 인터뷰“경산 시민 위한 늘 열린 의회 구현”-기초의회의 의미와 제9대 경산시의회 전반기를 평가해 달라.△기초의회, 경산시의회는 잘 아시다시피 경산시민들을 위해 열려 있으며 시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기능을 담당하면서 의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제9대 의회의 전반기를 마감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제 나름대로는 어느 해보다 우리 의원들 서로 단합과 소통이 잘 되었다고 본다.조례 발의, 시정질문과 5분 자유발언 등 어느 회기보다 더 열정적으로 많이 했다고 자부하고 의원들의 지역 활동도 어느 해보다 더 활발하게 전개됐다고 생각한다.-의장으로서 수행 평점은.△평가보다는 나름대로 의장으로서 의회의 위상을 높이고자 노력했고 대외적으로는 우리 경북의 의장단 협의회에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했고 특히 지역에 꼭 필요하다고 요구되는 대형 아울렛의 유치를 위해 지난해 의장단 협의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최대한 노력했지만, 옆에서 지켜본 시민들이 좋은 평점을 줄지는 모르겠다.아직도 부족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앞으로 경산시의회가 나아갈 방향성이 있다면.△의회가 나아갈 방향성은 의회가 바뀌는 것이다.의원의 직위를 내려놓으며 시민들에게 항상 말로만 다가가는 의원, 열린 의회라고 얘기를 하지만 정말로 문턱을 낮추고 의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집행부를 무조건 견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가 요청하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협조해야 하지만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정확한 셈으로 아닌 것은 앞으로 재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의원들의 본분이라 생각한다.예산안에 대해 왜 이렇게 예산을 많이 집행하는가와 예산을 줄 것인가와 말 것일까를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집행부가 사업을 위해 예산을 요구하면 예산의 과다를 따지기보다는 예산만큼의 결과물이 나오도록 꼼꼼히 살펴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원들의 몸가짐일 것이다.-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제9대 의회의 전반기 마감을 눈앞에 두고 시민들이 다 만족하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시민을 위한 늘 열린 의회를 구현하고 시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서 열심히 뛰겠으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3-17

두만강은 꽁꽁 얼었어도 물은 속으로 제 갈 길 간다

사이 ‘간(間)’, 섬 ‘도(道)’ 사이에 놓인 섬 ‘간도’, 간도는 중국 길림성(吉林省) 동남부 지역으로 중국에서는 연길도(延吉道)라 한다. 1869년 무렵 함경도에 큰 흉년이 들면서 많은 사람이 간도로 이주했고, 1910년을 전 후해 일제의 핍박이 심해지자 독립투사들은 항일 운동의 새로운 기지를 마련하기 위해 간도로 이주하기에 이르렀다. 민족운동의 산실이자 독립투사들의 숨결이 서린 간도로의 여정을 미약하게나마 따라가 본다. ◆김해공항에서 연길공항으로상공에서 보는 하늘은 맑았다. 두 시간 반 남짓 상공을 날던 비행기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곧 연길 공항에 도착한다는 것과 함께 ‘접경지역’이니 창문 셔터를 모두 내리라는 것이었다. 승무원들은 개폐 금지 스티커까지 나눠주며 창문 셔터에 붙이라고 했다. 안내대로 모든 게 완벽해졌을 때, 기내 조명등마저 꺼졌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가?’ 비행기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상공을 떠도는 행성과도 같았다.‘나라’와 ‘나라’를 건너가는 일, 어쩌면 우리는 변경(邊境) 지대의 묻히고 잊히는 이야기를 좇아 월강(越江)을 자처하는 겁 없는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중국조선족자치주 그리고 연길연길 공항을 빠져나오니 차가운 바람이 훅 끼친다. 볼을 찢을 것만 같은 칼바람이 정신을 번뜩 깨운다. 연길(延吉, 옌지)은 낯선 듯 낯설지 않다. 조선족자치주의 중심도시인 연길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동쪽으로 흘러가는 강은 눈이 덮인 채 꽁꽁 얼었다. 어머니의 강, 버드나무 개울이라는 뜻의 만주어 ‘부르하통하(河)’는 도문시를 적시고 두만강으로 흘러들어 동해로 간다.국자교를 건너니 연길 시가지다. 대한민국 도시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나직한 건물들 사이로 제법 높다란 빌딩이 보이고 형형색색의 간판이 하나같이 화려함을 자랑한다. 야무지고 당찬 느낌의 연길이 첫눈에 각인되는 순간이다. 간판은 한글과 한자를 혼용해서 쓰며 고속열차(가오티에·高铁) 내 방송조차 한국어로 안내가 되는 곳이다. 그렇다, 연길은 총인구 68만 가운데 20만여 명이 조선족이다. 우리 동포가 모여 사는 ‘조선족의 서울’인 셈이다.1932년 만주국 간도성의 성도(省都)가 되었다가 1952년 중국 조선족자치구가 되었다.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과거에는 조선인들이 월강해 피와 땀으로 황무지를 일군 땅이고, 지금도 그들의 후손이 남아 대(代)를 이어 또 다른 문화를 이루어 가는 곳이다. ◆도문에서 마주한 두만강, 그리고 강 건너 북한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연길에서 차로 1시간 남짓 이동하니 도문이다. 총 인구 12만 명 중 50%가 넘는 조선족 집단 거주 지역이다. 도문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국경을 맞댄 접경지역이다. 도문대교와 도문철교가 북한과 중국 사이에 놓여 두 나라 간 교류를 잇는 도시이기도 하다.두만강 광장에는 몇몇 인민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란하게 춤을 춘다. 광장 너머 헐벗은 산과 ‘中朝邊境(중조변경)’이라는 붉은색의 글자가 시선을 압도한다. ‘중국과 조선, 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 땅’.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북한은 서로 두만강을 접경하여 국경을 그었다. 한국전쟁 당시 두만강은 한 번도 대한민국이 점령하지 못했던 강이기도 하다.두만강은 허옇게 질린 듯 꽁꽁 얼어붙었다. 학창 시절 역사책에서나 배웠던 두만강(豆滿江), 님을 싣고 떠나던 배는 어디로 가고 두만강 나루에는 눈만 소복이 쌓였다. 백두산 동쪽에서 발원한 두만강(총길이 약 521km)은 낙동강(약 510km)보다 길다. 강폭은 400~500m 정도로, 언 강을 도강하기에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한때는 두만강이 얼면 강을 건너는 탈북민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북한 주민들은 ‘도망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그러나 폭이 좁다는 것은 언 강을 도강하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얼지 않으면 물살이 세 위험하다. 그러니 강이 얼든 녹든 국경을 넘어 도강을 결심한다는 건 목숨을 담보해야 할 위험천만한 일이다.남양과 도문 사이에 놓인 도문대교가 보인다. 1933년 일제가 중국 동북 지방의 자원을 반출하기 위해 남양과 중국 도문 사이를 연결하는 철교와 인도교를 건설했다. 인도교는 코로나 이전에는 대교를 개방해 한가운데 ‘변계선’까지 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하나, 지금은 그마저도 차단된 상태다. 대교 입구를 자물쇠로 걸어 잠근 것도 모자라 쇠사슬로 칭칭 감아 단절된 나라로의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나는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우리 땅, 북한을 보고자 두만강 변 철책까지 내려갔다. 날카로운 미늘이 촘촘히 박힌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시야를 뻗으니, 한겨울 칼바람이 몰고 온 날카로운 통증이 동공을 찌른다.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처연함이 턱밑까지 고인다.강 넘어 배경처럼 놓인 헐벗은 산이 도문을 향해 덩그러니 앉았다. 그리고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가 그 아래 가지런히 놓였다. 한참을 바라보아도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실향민들이 그토록 밟고 싶어 하는 땅,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우리의 영토다. 가만히 응시하던 내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낯선 손길이 어깨를 건드린다.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손짓한다. 영문을 모르는 내게 일행들이 빨리 올라오라고 말한다. ‘아, 여기는 중국이지.’ 남자는 월북을 우려해 접경지까지 내려간 이방인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는 오직 남조선 사람이다. 당황스럽지만 여기서 내 진심 따위는 필요치 않다.차를 타고 두만강을 따라 달린다. 강 건너 북한의 풍경이 굽이굽이 참으로 적막하다. 산기슭에 자리 잡은 나직한 집마다 자꾸 눈길이 간다. 사람은 사는지, 당장 땟거리가 없어 굶지는 않는지 모든 게 걱정이다. 헐벗은 산이며 그 아래서 겨울 저녁임에도 연기를 피워 올리지 못하는 굴뚝이 애잔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연민인가. 무얼 싣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드물게 지나는 기차조차도 그저 반갑기만 한 두만강의 풍경이다. ◆일광산에 오르니 남양노동자구가 한눈에두만강 나루 인근에 있는 일광산에 오른다. 산을 넘어가는 바람이 제법 맵다. 전망대에 오르니 남양노동자구가 입체적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5층 빌라가 즐비한 남양은 아주 정갈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인기척이 없으므로 보여주기식 마을인가 의심마저 든다. 그때 길잡이 양진오 교수가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신다. 건물과 건물 사이 공터에 일고여덟 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다. 어디든 아이들은 해맑다. 전쟁터 건 병원이 건 아이들의 본성은 즐겁다. 멀리서나마 아이들이 무탈하게 자라기를 기도한다.우리 가요 중 ‘눈물 젖은 두만강’이라는 노래가 있다. 두만강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다시는 만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의 눈물은 이쪽과 저쪽을 구분 짓지 아니하였음에도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강은 단순히 흐르는 물줄기만은 아닐 게다. 이산의 아픔을 품고 곧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많은 이들의 아픔을 토닥거렸을 게다. 두만강은 아득한 곡선을 돌아 여기에 이르렀고, 다시 곡선을 그리며 까마득한 아래로 흘러갈 것이다.계속글·사진/박시윤작가

2024-03-17

직접 보고 듣고 소통… 시민과 함께하는 의회 구현

“시민과 함께하는 의회, 참여하고 소통하는 민주의회를 만들기 위해 한분 한분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신뢰받는 의회를 만들고,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창의적인 자치의회를 구현해 나가겠습니다. 다양한 가치와 의견이 모이는 정책연대의 장으로 만들고, 의원 각자가 시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한 걸음 더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안동시의회를 만들겠습니다.”안동시의회가 추구하는 의정 목표다. 안동시의회는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로서 시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동시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안동시의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총 18명의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을 중심으로 △의회운영원원회 △문화복지원원회 △경제도시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소속돼 있다.이 중 문화복지원원회와 경제도시위원회가 의회 구성의 핵심이며, 이 두 개의 위원회에서 안동시의회 모든 의안과 정책들이 결정된다.이들 위원회는 제9대 안동시의회 시작과 동시에 안동시를 견제·감시하고,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정책과 조례안, 5분발언, 건의안 등으로 건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 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임태섭 의원을 위원장으로 손광영, 김경도, 권기윤, 김정림, 김호석, 안유안, 여주희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이들은 안동시 4개실(기획예산실, 종합민원실, 공보감사실, 행정지원실)과 11개과(전통문화예술과, 관광진흥과, 문화유산과, 체육새마을과, 유교문화권사업과, 세정과, 회계과, 정보통신과, 사회복지과, 노인장애인복지과, 여성가족과), 1개 직속기관(보건소, 보건위생과, 감염병대응과, 건강증진과, 치매안심센터), 4개 사업소(평생학습원, 평생교육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시립도서관, 시립박물관(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포함) 도산서원관리사무소, 하회마을관리사무소를 담당한다.□ 문화복지원원회 조례안 발의제9대 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개원 후 17개의 의원발의 조례안을 통해 시민들의 민의를 대변했다.또한, 안동시 집행부에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서도 그냥 통과시키지 않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직접 수정 의결하거나 의회 의견을 붙여 조건부로 의결하는 등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심의를 진행했다. 이는 의원 개개인이 집행부 조례 제·개정안의 심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자치 입법기관 구성원으로서 심도있는 고민·탐구를 바탕으로 민의를 담은 조례를 연구·성안(成案)한 결과다. 이를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밀착형 조례가 다수 만들어졌다.특히, 2023년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시정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행정 오류에 대한 질타 대신, 집행부와의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정책 방향과 행정 운용 방안을 권고하며, 발전적인 조화를 이뤄냈다.집행부를 대상으로 하는 시정 질의에서는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시민 행복 만족도 증진에 기여하는 지방행정 구현을 주문했다. 여기에 임시회와 정례회에서 개별 의원들은 연이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안동시민들의 목소리를 집행부에 전하며 수준 높은 정책대안 마련과 실시를 집행부에 요구했다.이 밖에도 다양한 위원회 활동도 눈길을 끈다. 제9대 의회 개원 후 수시로 주요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현장 방문을 실시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지적하는 동시에 의회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집행부와 협의해 시민이 만족하는 의정활동을 펼치도록 노력했다. 아울러 지역 내 환경정화, 복지시설 방문,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 등을 추진해 단 한 사람의 시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 5분 발언을 통한 의정 활동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 소속된 이원 개개인의 활동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제9대 의회에서 다양한 5분 발언을 통해 안건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제시된 대안과 안건은 실제로 조례안으로 만들어져 시민 불편을 줄이거나 혜택으로 돌아갔다. 의원 개인별 5분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임태섭 위원장이 총 3번의 5분 발언을 통해 △비반려인과 반려인이 함께 휴식하고 즐길 수 있는 반려동물 운동장 조성 △낙동강변 어린이 물놀이 시설 확충 △안동 강남초등학교 학교 복합시설 사업을 제안했다.이어 김정림 부위원장은 총 2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옥수교에서 수하보 일대 수변 자원을 활용한 안동시 관광산업 발전 방안 △전기차 주차장 충전구역 화재 관련 제도적 보완과 선제적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손광영 의원은 △안동시 사회지표조사 개선방안 △지역 현실을 반영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효율적인 시책 방향 △한국정신문화재단의 기능과 운영 방향성에 대한 지역 문화단체들과의 간담회 제안 △미래 농업을 선도하기 위한 농업연동센터 구축방안 △안동시 공공계약의 투명성과 공정성 운영방안 △지방재정 정상화를 위한 체질 개선 촉구 △안동시와 안동시의회 간 갈등 해소 방안 등 7번의 5분 발언으로 여러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김경도 의원은 △전선 지중화 사업과 관련 문제점 제기 및 대안 제시 요구 △안동시의 전략적이고 건전한 재정 운영을 촉구 △기후 위기 속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보호 방안의 필요성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수립으로 지방소멸 출구전략 마련 등 4번의 5분 발언으로 안동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권기윤 의원은 △장애인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 상시 돌봄 안전망을 형성하고, 부모들과 그 가족들이 ‘돌봄’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을 주장했다.김호석 의원은 △안동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시박 퇴치 촉구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 해례본의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한글 도시 프로젝트 제안 등 2번의 5분 발언으로 안동의 환경과 농민, 훈민정음해례본의 도시라는 정신문화도시 브랜딩을 주장했다.여주희 의원은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국제안전도시 공인 사업 △영호루에서 영가대교 남단까지의 경관 재정비 △기후 위기 속 물 관리를 위한 우리의 역할 재고 등 3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안동의 안전한 관광 환경과 문화유산, 수자원을 지키기 위한 시 집행부의 대책을 주문했다.안유안 의원은 △안동시 산하기관 기관장에 대한 인사검증제도의 필요성을 언급, 제240회 임시회에서 경북도 내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조례안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지난 6일 안동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처음으로 안동시 산하기관 기관장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는 효력을 발휘했다.□ 전반기 활동 목표제9대 의회 전반기는 이제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 문화복지위원회 의원들은 비회기 중에도 지역 현안이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주민 간담회, 상담 등의 활동을 통해 주민밀착형 의정활동을 펼친다는 각오다.특히,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관제도 도입 등 지방의회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시민들께 더 신뢰받는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정비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동료의원들이 한 층 더 전문화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다.임태섭 위원장은 “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안동시민들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의 곁에서 항상 시민과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겠다”며 “올해도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통해 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지역 현안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소모적인 갈등은 지양하고 안동시 집행부와 협력하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3-13

솔향 품은 거대한 몸, 하늘 향해 뻗은 단아한 육솔

“노거수 아래 낮잠을 자는 나를 보았다. 단잠을 자고 있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얼떨떨한 정신에 눈을 떴다. 백두산 호랑이 한 마리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이제 호랑이로부터 도망도 못 치고 큰일이 났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두려움보다는 친근감이 갔다. 호랑이는 긴 꼬리를 흔들며 등에 올라타라는 시늉을 했다. 호랑이 등은 참으로 포근했다. 호랑이는 천천히 산의 능선을 오르내리면서 산천을 주유하며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하였다.”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법한 호랑이의 등에 올라탔다니, 호젓한 산중 고찰 뒤편 산신각 벽화에 그린 할아버지와 호랑이가 생각났다. 참으로 실제와 같은 묘한 단꿈을 생각하면서 문경 청화산 자락에 있는 농암면 화산리 942번지 제292호 천연기념물 반송 노거수를 찾았다.계곡 깊숙한 곳에 숨어있기라도 하듯이 반송은 늠름한 자태로 청화산 등산로 초입에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깊은 산속의 적막을 깨뜨리는 것은 청화산 자신이었다. 소란스럽고 시끌벅적한 것이 싫어서 조용하고 한적한 산을 찾아 힐링하고자 하는데, 때 아닌 겨울 산, 자신 몸에서 흘러내리는 청아한 개울 물소리와 나뭇가지에서 내는 솔바람 소리는 무한한 침묵에 대항하는 듯했다.그러나 산중의 물소리와 바람 소리는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악기보다 아름답게 들려 그 무엇보다 힐링이 되었다. 솔향 품은 거대한 노거수를 카메라 렌즈에 담을 때 갑자기 개울에서 후닥닥하는 소리와 함께 고라리 한 마리 놀란 듯 쏜살같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단꿈 생각과 함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푸른 솔가지에 매달아 놓은 오방색 띠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라도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반송의 손에 쥐어진 장난감으로 생각되었다. 높은 산봉우리 시루봉 큰 바위 2개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나무의 안위가 염려되어 높은 곳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일까. 계곡물 합류 지점에 사는 반송은 넘쳐나는 계곡물에 언제 떠내려갈지 목숨이 위태롭다는 느낌이 들었다.어릴 적 홍수 때에는 목숨이 간당간당 했을지도 모른다. 형제처럼 주변에 세 그루의 동생 소나무 노거수를 데리고 있었다. 그들 나이도 300년은 훌쩍 넘었다.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 뿌리 손은 계곡 언덕의 바위를 꽉 부여잡고 있었다. 푸른 이끼는 얼싸 좋다 하고 반송의 몸에 착 달라붙어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참으로 묘한 공생의 동거를 하고 있었다.산중에 살아가는 반송 노거수는 자연이 창조한 예술 작품이다. 노거수의 아름다움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높이 솟은 노거수 나뭇가지 곡선의 자유로움에서 무한한 곡선미를 느낀다. 둘째, 겨울임에도 전시장 벽에 걸린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푸름의 미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소나무만이 가능한 일이다. 셋째, 몸의 수피에서 느끼는 연륜의 미는 존경하는 스승과 진배없다. 넷째, 우산처럼 치렁치렁 늘어뜨린 솔가지의 균형과 조화미는 안정감을 주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다섯째, 거대한 몸을 지탱하기 위하여 땅을 파고든 뿌리의 강인함에서 보는 끈기의 미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여섯째, 하늘을 향한 붉은 줄기와 단아한 수형에서 나오는 절제의 미를 느낀다. 산중 자연에서 살아가는 반송의 노거수를 여섯 가지의 미를 상징하여 육솔(六松)이라 부르면 어떨까. 옛 이름도 되찾고…,문화와 예술은 무어라 하여도 자연의 미를 최상으로 여긴다. 인공으로 창조한 미는 어딘가 모르게 좀 부족한 부분을 느낄 수 있지만, 자연의 미는 어디 하나 흠잡을 때 없다. 문화와 예술은 삶을 윤택하게 하고 마음을 순화시키고 맑게 해 준다.누군가 말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인간이다. 오직 인간만이 인간을 제어할 수 있다. 이제 이 지구상에는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위협할 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위험한 인간을 인간답게 승화시키는 것은 문화와 예술이다.” 그렇다, 문화와 예술은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 산림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산림 문학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을 살찌게 한다. 특히 노거수는 문학 작품의 대상 이전에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이다.화산리 천연기념물 육솔의 노거수도 해코지하면 천벌을 받는다는 설화를 가지고 있다. 설화도 하나의 문화이며 문학이다. 실제 경험을 과장하였든지 아니면 상상으로 지어낸 허구는 세상에서 매우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문학은 인간을 감화시킬 수 있다. 말하자면 사회생활의 정신이자 기술로,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허구 없이는 어떤 예술이나 재능도 완성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거나 감동시키고 싶다면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진심이 담긴 믿음을 주어야 한다. 자연 그 자체는 인간이 삶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인내하도록 만든다. 노거수 설화 속에 담긴 금기 사항이나 지향하는 마음은 아름다움으로 향하는 길이다. 나무를 보호하는 것으로 아름다움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다. 영적 요소의 존재는 미의 완성에 불가결하다.나무 보호는 자연 사랑으로 이어져 공생의 길을 터놓았다. 그리고 세월이 만들어 놓은 소나무의 다양한 미는 우리가 지향하는 미의 결정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의 자연스러운 행위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또한 노거수를 보고 있으면 황홀감에 빠진다.인간이 창조한 작품은 아무리 오랫동안 작업을 해도 작가의 한 생애에 끝이 난다. 그러나 나무의 아름다운 미는 수백 년 동안 이루어 놓은 자연의 작품이니 비교할 수 없다. 자연의 물상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요, 충만이다. 아름다움은 조화와 균형 속에 있다. 사계절이 한 해를 가득 채운다. 인간의 마음에도 사계절이 있다. 육솔의 노거수를 보면서 봄의 문턱에서 깨끗한 겨울의 상념들을 달콤하게 새김질해 본다. 노거수와 함께 전하는 설화육솔 노거수는 징벌담의 설화를 가지고 있는 노거수로 키 24m, 가슴 높이 둘레 5.1m, 나이 400살 훌쩍 넘어섰다. 나뭇가지가 여섯 개라서 육송이라고도 불렀다.노거수에 대한 고사와 설화는 여러 유형으로 구분해 이해할 수 있다. 식목담(植木談)은 마을을 개척한 사람이나 역사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이 심었다는 노거수에 대한 고사이다.이인계시담(異人啓示談)은 꿈속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 계시하는 대로 이행하면 반드시 유리한 상황이 전개된다는 노거수 설화이다.현몽담(現夢談)은 당산나무에 꿈 이야기가 부가되어 있는 것으로 꿈속에 목신이 나타나 인간에게 계시하는 것으로 사람과 대결한다거나 괴질을 물리친다는 노거수 설화이다.풍수담(風樹談)은 풍수지리설이 포함된 노거수 설화이다.환생담(還生談)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은 후 나무로 환생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시되는 설화로서 징벌담과 마찬가지로 노거수의 설화로서 빈도가 높다. 하나의 노거수에 고사와 설화를 복합적으로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3-13

‘파묘’하자 벌어진 기이함… 천만 관객 부른다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파묘’의 관객 동원력이 무서운 기세로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른바 파죽지세(破竹之勢). 마른 대나무가 쪼개지는 형국이다. 개봉 20일을 넘긴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이 벌써 820만 명에 육박했다.인구가 5천만 명 남짓한 나라에서 특정 영화 한 편을 1천만 명 이상이 관람하는 ‘기이한(?) 현상’은 이제 한국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일부 상업영화를 과도하게 많은 스크린에서 독점 상영함으로써 예술·독립영화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그런 목소리는 ‘최대치의 이익 획득’이 지상 목표인 자본의 논리 속에서 힘을 얻지 못한다.영화는 이제 예술이 아닌 산업의 범주에 속한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니, 세칭 ‘천만 영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겨날 게 명약관화해 보인다.그게 무엇이건 대중이 환호를 보내는 것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곧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 것이 분명한 ‘파묘’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적지 않은 영화팬들이 극장을 찾는 것일까?이런 궁금증 속에서 기자도 지난 주말 영화관을 찾았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등 연기라면 여타 한국 배우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출연진들의 호연(好演)은 보기 전부터 예상이 가능했고, 실상도 그러했다.하지만, 그것뿐일까. 그렇지 않을 듯했다. 영화는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 거기에 더해 핍진성과 드라마틱한 구성,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설득력까지를 갖춰야 비로소 ‘좋은’이라는 명패를 얻어낼 수 있다.아래에서 영화 ‘파묘’를 형성하고 있는 주요한 몇 개의 골자, 즉 키워드를 세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이를 통해 이미 영화를 본 이들에게는 다시 한 번 작품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아직 ‘파묘’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겐 관람에 유용한 사전 정보를 알릴 수 있을 듯하다.한 개인이 관람 후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허니, 타자의 해석이나 제공되는 정보와는 별개로 영화를 보고, 보지 않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묘를 뒤집다… 파묘(破墓)파묘의 사전적 의미는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내는 행위’. 봉건적 유교 질서가 여전히 강위력한 힘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에서 조상의 유택(幽宅)을 건드린다는 건 일종의 터부다.고대 중국 왕의 무덤과 신라와 조선의 왕릉은 그 규모와 부장품에서 인간들을 압도한다. 진시황이 묻힌 병마용갱과 경주의 거대한 봉분을 떠올려보라.비단 왕릉이 아니라도 선대 어른이 ‘영원한 잠에 들어 있다’고 믿는 무덤을 파헤치는 건 어지간해선 하지 않아야 할 짓이란 게 동양적 정서다. 여러 명의 왕 아래서 왕 이상의 권력을 행사하며 승승장구했던 조선 전기의 실권자 한명회는 연산군에 의해 부관참시(剖棺斬屍) 된다.‘부관참시’란 살아있을 때 단죄하지 못한 죄를 물어 사후에 무덤을 뒤집고 시체를 꺼낸 뒤 백골의 목을 자르는 형벌.후손들은 이 벌을 살아있는 사람의 목을 치는 것보다 더 치욕스럽고 고통스럽게 여겼다. 조상의 삶이 온전히 부정당했다고 느꼈기 때문.그래서다. 아직도 이 나라에선 파묘와 이장(移葬·무덤의 위치를 옮기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럽고 가능하면 하지 않아야 될 금기에 가깝게 인식되고 있다.헌데, 장재현 감독은 이런 터부 혹은, 금기를 용감하고 흥미롭게도 제목으로 사용한다. 과학과 미신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 촉수를 가져다댄 것이다.할아버지가 지은 죄가 아들에 이어 손자와 증손자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파묘’의 영화적 설정. 그 업보를 끊기 위해선 ‘파묘’의 방법밖에는 없다는 위기감을 조성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하늘과 땅을 잇는 여자… 무당(巫堂)이전 작품들에서 그랬듯 배우 김고은은 ‘파묘’에서도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파묘’에선 어둡고 눅눅한 숲 속 당집이 아닌 환하게 불 밝힌 헬스장에서 다이어트에 몰두하는 신세대 무당 역할을 맡았다.‘무당(巫堂)’의 한자는 대나무를 매개로 하늘과 땅과 인간을 연결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옛날 무당이 거주하는 집에 마른 대나무가 꽂혀 있는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근데, 영화 ‘파묘’에선 그런 고전적인 무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고은은 우리가 미신이라 부르는 힘을 사용해 과거를 찾아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예측한다. 오갈 데 없는 천생 무당이다.그럼에도 ‘무당’ 김고은이 벌이는 굿과 퇴마의식은 휘황한 사이키 조명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서울 강남의 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춤과 유사하다. 영화적 재미는 배가되지만, 리얼리티는 훼손된다.영화 ‘파묘’는 한 세기 전 벌어진 한국 역사의 비극. 그 비극이 21세기에 이르러 한 집안을 파국 직전까지 몰고 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조상의 죄로 인해 대신 벌을 받는 후손들. 그 죄와 벌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역할을 맡아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젊은 무당’은 ‘하늘과 땅, 인간을 이어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에게 그만한 힘이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의문을 부르며 ‘파묘’는 절정으로 접어든다. ◇왕도 두려워했다?… 지관(地官)배우 조승우가 빼어난 지관으로 등장하는 ‘명당’이란 영화가 있다. 조선의 마지막 100년을 지배했던 안동 김씨 가문의 위세가 조상의 묫자리를 잘 썼기 때문이라는 설정. 국립민속박물관은 지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풍수론에 기반해 집터와 묘터를 정하거나 길흉을 평가하는 사람. 중국과 한국에서 풍수지리가 오랫동안 성행하면서 고려시대부터 다수의 지관이 활동했다. 나말여초의 도선(道詵), 조선 초기의 무학(無學), 조선 중기의 남사고(南師古) 등은 한국의 유명한 지관으로 민간설화에도 곧잘 등장한다.”실제로 과학의 발전이 오늘만 못했던 시절엔 조상의 묘를 잘 쓰면 권력과 돈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었다. 놀랍게도 ‘합리성의 시대’라 불리는 지금도 그걸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고대 왕국의 도읍을 정할 때와 왕과 귀족이 매장될 무덤을 찾을 땐 지관이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왕도 자신의 아버지 묫자리를 찾을 땐 지관을 두려워했을 정도.‘파묘’에선 최민식이 지관으로 분한다. 때론 코미디언처럼 능청스럽고, 때론 엄정한 스승처럼 진지한 모습을 연기한 최민식은 영화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손색없이 해낸다. 베테랑답다.그러나, 이것 하나는 옥에 티. 돈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실주의자 지관에서 갑작스레 우국지사(憂國之士)형 지관으로 변신하는 이유가 불확실하고 모호하다. 그럼에도 영화 ‘파묘’는 결말을 향해 쉼 없이 달린다.◇획죄어천 무소도야(獲罪於天 無所禱也)‘논어(論語)’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 사이에서 오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50대 이상의 중년들 중 몇몇은 이 책에서 인간 행위의 근본과 세상을 지탱하는 질서를 찾기도 한다. 기자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바로 그 ‘논어’에 이런 문장이 쓰여 있다. ‘획죄어천 무소도야(獲罪於天 無所禱也)’. 무슨 말이냐고? “하늘에 죄를 지으면 숨을 곳이 없다”는 뜻이다. 영화 ‘파묘’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내내 이 문장을 떠올린 이가 기자 하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인간이 가진 재주와 능력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법이다. 다른 사람을 위태롭게 하고, 나아가 국가를 망친다면 그따위 재주와 능력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장재현이 연출하고, 최민식과 김고은이 출연한 영화 ‘파묘’는 엔딩 크래딧이 올라오기 전 조용히 관객들에게 속삭인다.“하늘에 죄를 지으면 숨을 곳이 없다”고. ‘하늘’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과 그 이웃들이 발 딛고 선 땅의 다른 이름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3-12

포항 화장장 한계치 도달… 죽어서도 묻힐 곳 걱정이네

#1 포항시는 우현화장장(화장로 3기)과 구룡포 화장장(1기), 2곳의 시립화장장을 운영 중이다. 1941년과 1978년에 처음 지어져 올해 각각 83년, 46년째를 맞는다. 총 4기의 화장로는 하루에 4회 씩, 최대 총16회까지 가동이 가능한데 현재 하루 평균 14.6회의 화장이 이뤄져 사실상 포화상태다.#2 특히 우현화장장은 몰려드는 화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예비 화장로 없이 3기의 화장로가 설과 추석 당일만 제외하고 363일 풀가동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거쳤다지만 협소하고 노후화된 시설은 포항의 도시 규모와 위상에 비해 심각하게 낙후됐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시민들과 화장장 이용객들은 ‘새 화장시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3 포항의 화장률은 해마다 급증해 지난 2017년 79.1%에서 2022년 92.9%로 전국 평균 91.5%보다 높다. 또한 포항은 올해 1월 기준 65세 인구가 전체의 21%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특히 포항의 면 지역은 65세 이상 43%로 사실상 ‘절반이 노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3~4월경 4~5일 장을 겪는 사례가 이미 있었는데, 오는 2028년이면 한계치 도달로 상시 4일장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화장(火葬)절벽’이 다가오고 있다.수도권을 중심으로 가족이 세상을 떠나도 화장할 곳을 찾지 못해 인근 지역으로 ‘원정화장’을 가는 실정이며, 대구·부산 등 광역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국내 화장인구가 8만2,781명(25만9347명→34만2128명) 증가할 동안 전국의 화장장은 2곳(60→62개), 화장로는 35개(347→382개)증가하는데 그쳤다. 향후 증가될 화장 수요를 분석하면 화장장의 능력을 초과하는 화장 수요가 2028년부터 발생하며 그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현대화된 화장시설 건립이 시급한 포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앞서 열거한 사실에서 확인되듯 열악한 사정으로 인해 포항 시민을 최대한 우선적으로 화장하고, 인근 시군의 화장 의뢰를 접수받고 있는 실정이다. 봉안시설이나 자연장 등 공설시설이 없는 포항에서 유가족들은 고인을 모시는 장소의 선택지가 없어 사설 종교 봉안시설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고인을 위해 보다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서는 타 시군의 장사시설을 알아봐야 하는데, 해당 시군의 화장 및 안치료보다 최소 3~8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이에 따라 포항시는 장묘문화의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새로운 장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추모공원 건립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중에 있다.시가 지난해 9월 부지를 공개 모집한 결과 7개 마을(구룡포, 장기2, 동해, 연일, 청하, 송라)이 신청해 화장장에 대한 시민들의 변화된 인식이 반영된 가운데 올해 상반기 내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포항시는 추모공원을 문화와 휴식, 첨단 기술이 융합된 ‘명품장례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피시설이라는 주민들의 오랜 고정관념과 막연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친환경적(무연·무취·무색)’이고, ‘원스톱 장례서비스(장례~화장~봉안~추모)’를 제공하는 문화예술 연계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부지면적 33만㎡ (10만평)의 80%를 시민을 위한 공원화 공간으로, 나머지 20%를 유족을 위한 장례식장, 화장·봉안시설, 자연장지, 유택동산 등으로 구성한다.세부적으로는 장사시설과 함께 사색의 숲, 트레킹 코스 등 테마별 공원과 인문학적 전시관의 문화공간, 메타버스, 홀로그램, AI기반 자동시스템의 4차 산업과 융합하는 첨단 공간으로 조성한다. 특히 포항시는 총 210억 원의 대규모 인센티브로 유치 지역 주민 지원 및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추모공원 부지로 선정된 마을(리)에는 기금 40억 원, 화장시설 사용료 징수액 20%를 30년간 지원하고 주민 일자리도 제공한다. 또한 유치된 읍면에는 기금 80억원, 주민편익 및 숙원사업 45억원 규모를 지원한다.공모에 탈락한 지역에도 주민 위로와 화합 차원에서 3억~5억 원 상당의 숙원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선정된 주변지역에는 땅값하락 등을 염려하는 주민들을 위해 파크골프장 건립 및 운영권 등 다양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시는 장사시설이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닌 주민 필수시설이자 복지시설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 역시 꾸준히 해왔다.세종시의 추모공원인 은하수공원 등 선진지 견학, 후보 지역 주민 대표와 상생 협약 체결, 세계 추모공원 사진전시회 등을 통해 새로운 장례 문화 의식을 공유했다. 또한 과거 읍면지역에서만 했던 주민설명회를 올해 초부터는 동 지역까지 확대 실시하는 등 전 시민적인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추모공원은 시민 삶에 반드시 필요한 생활필수시설로 더 이상 건립을 미룰 수 없다”면서 “추모공원의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명품장례 문화시설로 건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2024-03-10

산사와 마을에 핀 ‘봄의 전령’ 매화 찾아 떠나는 망중한

매화는 봄을 알리는 꽃이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피어 강인함과 지조를 상징하기도 하고, 기품 있는 자태로 고고함을 대표하기도 한다.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봄의 상징과도 같은 매화가 전남 순천의 산사와 마을에 수줍게 피었다.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매화에 관한 우리 민족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고구려 대무신왕 24년 항목이다. 삼국유사 제3권 아도기라(阿道基羅) 맨 끝부분엔 “모랑댁(毛郞宅) 매화꽃 먼저 피게 하였네”라는 글이 나온다. 매화가 당시 귀족들 사이에 정원수로 심어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여러 세기에 걸쳐 매화는 귀한 꽃으로 대접받았다.날이 아무리 변덕스러워도 이제 봄이다. 봄의 전령 매화를 찾아 봄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선암사의 선암매와 금둔사의 납월매이른 봄, 글 읽는 선비들이 도포 자락을 날리며 매화를 찾아나서는 여행을 ‘탐매(探梅)’라 했다. 매화 핀 경치를 찾아가 구경하는 탐매는 그저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애틋하고도 간절한 마음이 담긴 여행이다. 사군자 중에서도 매화를 맨 앞에 두었으니, 혹독한 겨울을 지나 도도하고 단아한 자태를 드러낸 매화 한 송이는 고매한 군자를 대하는 것과 같았으리라.순천 매화 여행의 시작지는 선암사다. 선암사의 매화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수백 년 동안 꽃을 피워낸 고목이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돼 있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디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나무들이 종정원 담장을 따라 고운 꽃그늘을 드리우며 만개했다.매화가 핀 또 다른 산사는 금전산(金錢山) 금둔사(金芚寺)다. 금둔사는 순천의 대표적 사찰인 선암사나 송광사에 가려진 한적한 사찰이지만 ‘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금둔사 곳곳에 피는 소담한 매화나무들 때문이다. 금둔사의 매화는 ‘납월매’라고 불린다. ‘납월’은 음력 섣달(12월)을 뜻하는 말로, 그만큼 일찍부터 꽃망울을 틔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남도에서도 가장 일찍 피어나는 매화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납월홍매’라고 불리는 분홍빛 홍매화들은 이르면 1월부터 꽃을 피우기도 한다. 홍매화가 지기 시작하면서 하얀 팝콘 같은 청매화들이 톡톡 올라온다.선암사와 금둔사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 순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낙안읍성이다. 성안에 300여 동이 넘는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낙안읍성에는 곳곳에 매화가 있다. 낙안읍성의 매화는 자연 속에서 저 홀로 피는 게 아니라 마을과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피고 진다. 낙안읍성의 매화는 초록 기운 가득한 밭 두둑에서, 초가지붕의 민가 마당에서, 봄비에 젖은 장독대 곁에서 핀다. 매화와 함께 노란 산수유도 함께 핀다. 여기서 보는 매화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만 따로 보는 게 아니다. 매화가 피어서 비로소 완성하는 봄의 풍경을 총체적으로 감상하는 게 요령이다. ◇탐매마을에 화사하게 핀 홍매화깊은 산사에만 매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전남 순천 원도심 골목의 오래된 주택에 홍매화 두 그루가 의연하게 서 있다. 산사의 매화도 아직 절반밖에 피지 않았는데 이곳 홍매화는 이미 만개해 마을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홍매화가 핀 집은 ‘홍매가헌(紅梅佳軒)’이란 현판이 달려 있다. ‘붉은 매화가 아름다운 집’이란 뜻이다. 순천대에서 정년퇴직한 김준선 교수가 3대를 이어 살고 있는 집이라고 한다.해마다 일찍 피어 그윽한 향기를 뿜는 김 전 교수 집 정원의 두 그루 홍매나무가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마을의 값진 자원이 됐다. 두 그루의 홍매나무를 중심으로 순천의 원도심 매곡동에 ‘탐매(探梅) 마을’이 조성됐다. 이름처럼 ‘매화 핀 경치를 구경하는’ 마을이다. 남도 땅에 매화 한두 그루 없는 동네가 있을까. 하지만 매곡동 매화는 존재감이 남다르다. 두 그루 홍매화에서 시작한 꽃불이 동네에 심은 매화나무로 옮겨붙게 된 것이었다. 마을 곳곳에는 홍매화가 피고, 골목마다 미술 마을 프로젝트로 그리거나 설치한 매화 그림, 조형물이 들어섰다.똑같은 꽃이라도 봄에 저 홀로 이르게 피는 것은 얼마나 귀한가. 여린 꽃이 알리는 봄의 도래는 또 얼마나 감동적인가. 매곡동 주택가의 홍매화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진작 붉게 피어나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순천복음교회의 매혹적인 매화정원순천시의 외곽 왕지동에 있는 순천복음교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화 명소가 있다. 교회에 웬 매화인가 싶겠지만 교회 마당에 연못과 개울을 놓고 매화정원을 조성했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매화정원은 2년 전 순천복음교회를 은퇴한 양민정 목사가 30년에 걸쳐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교회 정원에는 동백과 소나무, 산다화 등 300여 그루의 나무가 있다. 그중 절반이 매화나무다.대형 수목원이나 매실 농장에다 대면 규모가 크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매화정원에 들어서서 은은한 매화향을 맡으며 꽃을 감상하다 보면 이른 봄을 누리기에 이만한 호사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매화는 고즈넉한 절집에 어울린다 싶었는데,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와도 썩 잘 어울린다.매화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이들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홍매, 백매, 청매, 오색매 등 명패를 붙여 놓았다. 매화가 15종이나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이 꽃받침이 초록색을 띤 청매다. 흑매는 홑겹의 붉은 꽃이 너무 붉어서 검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수령 100년이 넘는 고매(古梅)도 있다. 정원에 있는 고매만 38그루나 된다. 강원 영월에서 가져왔다는 복음매와 전남 영암에서 데려왔다는 백매, 장흥에서 가져온 홍매는 모두 수령이 200~300년은 족히 넘는 늙은 매화다.매화의 종류가 많다 보니 이제 겨우 움이 튼 것도 있고 벌써 만개해 화사해진 것도 있다. 매화정원의 매화들이 만개할 때는 3월 초라고 하니 공들여 찾아가도 결코 실망하지 않을 듯하다.순천 월등면에는 매실 농장으로 가득한 산골 마을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계월리 향매실 마을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마을 전체에 ‘꽃 사태’가 난다. 월등면의 매실 밭은 주로 평지에 펼쳐져 있어 비탈에 자리잡은 섬진강변의 매실농원 풍경과 닮은 듯 다르다. 산자락을 따라 자리한 마을이 하얀 매화로 구름바다를 이루는 듯하다. 월등면의 매화는 섬진강 매화가 시들 무렵부터 피기 시작하니 늦은 봄나들이에 딱 좋은 곳이다./순천=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4-03-07

빨려들 것 같은 웅장함에 오랜 세월의 연륜까지

길일을 택하여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노거수 탐방에 나섰다. 길일을 택한다고 하여 사주나 주역 풀이가 아니라 날씨나 교통 혼잡, 나의 일정 등을 고려하여 편안한 날을 잡는다는 의미이다.상주시 화서면 상현리 천연기념물 제293호 반송 노거수를 찾았다. 대구에서 상주-청원 간 30번 고속도로를 달리다 화서 IC를 빠져나와 화서면 소재지 화서초등학교 뒤편 도로를 따라 상현리 마을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은 지름길로 좁은 농로 길을 안내했다. 이를 무시하고 멀리서도 보이는 거대한 소나무 노거수에 빨려들 듯 끌려갔다. 마을 앞 허허로운 공간을 소나무 한 그루가 꽉 채워주었다.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과 화장실, 쉼터용으로 정자를 설치해 놓아 반송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마을 앞 넓은 공간에 천연기념물 반송 노거수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그 늠름하고 우람한 모습에 압도당하여 고개를 숙이고 경배를 드렸다. 해는 하늘 중천에 있지만, 소나무 키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려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그림자를 밟으면서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죄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경외감이 들었다.키 15m, 가슴 높이 나무 굵기 5.1m, 수관 폭 28m나 되었다. 크기만큼이나 오랜 세월의 연륜이 나무 곳곳에 묻어났다. 나이가 무려 500살이라 했다. 양팔을 벌려 노거수를 안아 보았다. 심호흡하면서 노거수와 교감해 보았다. 그 웅장한 힘의 에너지를 가슴에 담고 연륜으로 얻은 삶의 지혜를 가르쳐 달라고 마음속으로 소원했다. 기운이 솟고 정신이 맑아졌다.주변 공원에는 예쁜 돌탑을 8개나 쌓아 놓아 옛 이름을 연상하게 하였다. 돌탑은 시간과 노력의 상징물이다. 꾸준한 노력과 인내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송이라는 소나무 성질의 일반명사 대신에 탑송이라는 옛 이름이 더 정감이 갔다. 앞으로 탑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다.주민들의 나무 사랑이 돋보였다. 나무 주변에는 빗물이 잘 빠지도록 물 빠짐 작은 도랑을 설치해 놓았다. 나무 둘레에 목책을 설치하여 함부로 들어가서 나무를 훼손하지 못하게 해 놓았다. 그로 인하여 답압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처음 나무를 심었을 때 뿌리 주변에 북을 돋우어서 심었는지 아니면 오랜 세월로 인하여 흙이 빗물에 씻겨 주변의 땅이 낮아졌는지는 몰라도 나무의 생육에는 최적지로 만들어 놓았다. 주변의 환경을 보아도 먼 옛날 마을 주민이 심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연유로 인공 식재를 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을 경관은 물론 마을 품격까지 올려놓은 우리 조상의 지혜로움이 돋보였다. 워낙 나무가 거대하다 보니 나뭇가지의 부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지지대를 세우고 가지와 가지를 서로 줄로 연결하여 묶어 놓았다. 100여 년 전에 벼락으로 인하여 고사한 나뭇가지는 수피를 벗기고 균이나 충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방수 방부처리를 해 놓았다. 반송이라는 이름처럼 나무의 수형은 우산형으로 나뭇가지가 땅을 향해 흙과 맞닿을 듯 치렁치렁 늘어져 있었다. 빛을 향하는 나무의 속성으로 보아 푸른 하늘로 뻗어나가야 할 나뭇가지가 반대로 흙냄새 맡으려는 듯 땅으로 뻗어가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다. 먼 훗날 땅과 맞닿아 뿌리와 서로 만나리라.주변에 빛을 방해하는 그 무엇도 없어 자유로움인지 아니면 나무의 DNA가 그런 것인지 참으로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뿌리는 예상컨대 틀림없이 연리근일 것이다. 하늘로 뻗어 올린 줄기를 봐도 그렇고 웅장한 수형을 보아도 그렇다. 나무의 수관 폭만큼 뿌리도 뻗어나간다고 하니 상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몸을 지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뿌리의 강인함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보이지 않는 도움에 나무는 살아가고 있다. 우리 또한 이러한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옛날부터 이 소나무 노거수에는 이무기라는 상상의 동물이 살고 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주민들은 나뭇가지가 부러져도 가져가지 않을뿐더러 나무 아래 떨어진 솔갈비도 긁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정월 대보름날이면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마을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이러한 노거수 설화는 마을을 지키고 주민들의 재앙을 막아주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노거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노거수 설화의 향유집단인 마을 주민들은 인간 행위에 대한 노거수의 징벌과 영험을 이야기하면서 노거수를 신성시하였다. 노거수는 마을 주민들의 어떤 운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암시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당산나무를 베어낸 사람이나 가족이 결국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어느 마을에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오랜 세월 동안 조상 대대로 마을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며 또한 후손까지 살아가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노거수 설화는 민속문화, 민속신앙의 차원에서 노거수가 보호되는 설화로서 설화 속에는 우리 조상의 자연숭배 사상, 조상숭배 사상, 영혼 불멸의 사상 등이 있다. 이러한 노거수 설화는 전승 집단의 의식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어 흥미와 교훈을 주기도 하며, 삶의 지혜를 얻게 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의 결속을 강화하고 마을의 경관을 이루는 노거수를 보호해 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여 전체적 생태계 천이의 자연성과 생물 다양성을 높여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였다.상주 상현리 천연기념물 탑송도 노거수 설화로 인하여 오늘날까지 50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무탈하게 살아오고 또 앞으로 살아갈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나무사랑을 설화로 옷을 입혀 보호한 지혜로운 삶에 감탄할 따름이다. 늘 느끼는 감정이지만, 노거수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있고 싶어 떠날 때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몇 번이고 되돌아보곤 한다.노거수에 얽힌 설화들노거수에 대한 고사와 설화는 여러 유형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수 있다. 징벌담(懲罰談)은 당산나무를 신성시해야 하고 제사를 소홀히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노거수 설화이다.영험담(靈驗談)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거나 인간에게 풍요를 가져다주고, 당산나무에 해를 가하면 울거나 혈흔을 나타내는 영험이 있다는 노거수 설화이다.동물담(動物談)은 노거수에 특정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 생물에게 위해를 가하면 천벌을 받는다는 설화이다. 동물담의 노거수 설화 속에는 뱀이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 뱀은 사탄과 같은 사악함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당산집 또는 당산나무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킴이 동물로도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3-06

고령 고분군의 아름다운 풍광… 봄밤에 만나는 세계유산

“2024 고령 대가야축제가 곧 열립니다. 새로운 봄을 맞이해 다양한 체험과 즐길거리가 있는 세계유산도시 고령으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고령군이 ‘2024 고령 대가야축제’ 개최를 알렸다. 벚꽃이 만개할 즈음인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지산동 고분군을 중심으로 대가야박물관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질 고령 대가야축제의 올해 주제는 ‘세계유산,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다.“전 세계적으로도 주요한 문화유산으로 주목받는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에 발맞춰 고분군의 매력을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현해 고령군민과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물할 계획”이라는 게 고령군청의 설명이다. □축제 참여자들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줄 프로그램 운영올해 고령 대가야축제는 지산동 고분군을 직접적인 축제의 현장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지산동고분군 트레킹 구간의 양 끝에 별도의 출입문을 연출해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공간을 형성하고,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숲속 놀이터도 운영한다는 것이 고령군의 복안이다.또한 포토존을 만들고, 넉넉한 쉼터와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도 다양하게 구성하게 된다.사흘간 이어질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축제 주제와 부합된 ‘세계 속의 대가야’가 준비됐다. 이는 세계유산이란 무엇이며,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기까지의 추진 과정, 대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적 가치까지를 알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지산동 고분군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쉽게 알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고령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특별공연으로 준비된 ‘100대 가야금 공연’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축제의 특성과 문화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대가야축제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평가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 1회씩 총 2회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통해 공연을 지켜볼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 것이 축제 주최측의 각오다.이러한 대표 프로그램 외에도 축제 아이템을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협력사업의 진행으로 지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의 만족도 역시 높인다는 것이 고령군의 향후 계획이다.축제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고, 그 시간 동안 불꽃놀이와 다채로운 공연, 참여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야간 체험프로그램 등이 구성된다. 이는 ‘이색적인 휴게 공간 연출’로도 눈길을 끌게 될 듯하다. □몸과 마음 모두 봄기운에 빠져들 고령 대가야축제이번에 준비된 대가야축제의 1일차 행사로는 고령군민의 끼를 한껏 발산할 군민화합 한마당이 예정돼 있고, 이 프로그램은 ‘TBC 생방송 굿데이’의 중계로 축제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게 된다.2일차에는 가야문화권 합창페스티벌과 창작뮤지컬 ‘도둑맞은 새’, ‘100대 가야금 공연’이 축제 참가자들과 지역 주민을 만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가야풍류(加耶風流) 공연 또한 운영되며, 밤에는 고령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대가야 별빛 쇼’가 펼쳐져 봄의 정취와 낭만을 만끽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대가야의 길거리 퍼레이드’가 성대하게 펼쳐져 이목을 모으게 된다. 그밖에도 도립국악단의 특별공연과 다종다양한 소규모 문화공연이 상시로 이루어지기에 관광객들은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다.봄밤에 더욱 매력적인 풍광을 드러낼 지산동 고분군과 테마관광지, 우륵지의 화려한 야간 경관을 배경으로는 고분군 야간 투어와 야간 특별 프로그램이 축제 기간 내내 펼쳐지게 된다.이와 관련 이남철 고령군수는 “2024 고령 대가야축제는 안전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축제로 만들어갈 예정”이라며 “지난해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대가야축제에 가족·지인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몸과 마음 모두 흥겨운 봄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초대의 말을 전했다. □축제의 현장 역할 할 지산동고분군은.올해는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 1년차에 들어서는 해이기도 하다. 고령군은 이를 널리 알리고 다 같이 향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 준비에 고심해왔다.그 고심과 노력 끝에 고령군 ‘2024 세계유산축전’과 ‘2024 문화유산야행’ 등 고분군을 주제로 한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사업의 구체화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특히 세계유산축전은 국내에서 세계유산을 활용한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가야고분군 단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이 축전 외에도 어린이 해설사, 순회 전시, 사진전,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유산도시 고령군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것이 고령군의 계획이다.고령은 세계유산을 무조건적으로 상품화하는 것을 지양하고,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가진 의미와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동시에 지산동 고분군이 가야 문명을 증명하는 독보적 증거라는 세계유산적 지위를 방문객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문화를 향유하는 보다 세련된 태도일 것이다.또한 세계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염두에 둔 정비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유산의 성격 규명을 위한 발굴조사 기초자료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이는 향후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접목할 계획.고령군청 관계자는 “지산동 고분군 주변에 이미 조성돼 있는 대가야박물관,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 대가야생활촌 등과 연계해 지산동 고분군의 벨트화를 추진함으로써 한국의 대표적 역사문화도시로 성장하고자 한다”는 말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령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달빛철도’의 건설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적 주목과 함께 또 한 가지 호재가 고령군에 더 있다. 영호남을 잇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통과가 바로 그것. 군은 이를 통해 고령을 영호남 내륙권 산업물류의 거점으로 도약시킬 발판이 마련됐다고 자평한다.향후 달빛철도 고령역사가 건립되면 고령역에서 서대구역을 거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물론, 포항 영일만항까지 교통망이 연계된다. 그렇기에 고령군이 도로, 항공, 항만, 철도 4대 SOC의 연결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령은 대구와 연접한 산업경제도시이자 도농복합형 도시다. “늘어나는 산업물류 이동은 달빛철도가 건설됨으로써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고령군청은 “달빛철도를 중심으로 광역 교통체계의 변화를 일으켜 접근성 향상은 물론, 산업물류 수용량 확대 등의 효과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달빛철도 개통과 고령역 건립을 통한 역세권 개발로 낙동강을 중심으로 하는 대구·경북 혁신경제벨트 구축과 지방시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고령군. 눈앞으로 다가온 대가야축제와 더불어 지산동 고분군과 달빛철도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4-03-06

희망과 꿈의 은유로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봄’

우수와 경칩이 지났으니 머지않아 새로운 계절이 올 것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잦은 요즘. 아직은 바람이 차갑지만 언제나 봄은 새로운 희망과 꿈의 은유로 사람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다. 그 먼 옛날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변함없이.지구 반대편에선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의 죽고 죽이는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가파르게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가지만, 그럼에도 그것들과는 무관하게 봄은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오고 있다.매서운 추위와 폭설이 어깨를 웅크리게 만드는 혹한의 겨울이 가면, 벚꽃과 개나리 피고 환한 햇살이 청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봄이 오는 것은 세상사 정한 이치.비극적인 사건과 우울한 시간을 떨쳐낸 뒤 가벼운 옷을 걸치고 흩날리는 꽃잎 아래를 산책하는 빛나는 봄을 기다리며 읽을 만한 시 3편을 소개한다.시인들은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가진 사람들이라 누구보다 먼저 봄을 감지해냈다. 한국문학사에 이름을 새긴 빼어난 시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봄을 노래했을까? 박재삼 시집. ▲우울을 떨치며...박재삼 ‘봄바다에서’미당 서정주가 “앉아서도 서서도, 심지어 잘 때도 시인임을 잊지 않았다”고 상찬한 제자가 박재삼(1933~1997)이다.질박한 방언으로 우리 언어가 가진 매력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사용할 줄 알았던 박재삼은 짙푸른 ‘바다’에서 연분홍 ‘꽃밭’을 상상하며 봄을 맞았던 듯하다. 이런 노래다.화안한 꽃밭 같네 참.눈이 부시어, 저것은 꽃핀 것가 꽃진 것가 여겼더니, 피는 것 지는 것을 같이한 그러한 꽃밭의 저것은 저승살이가 아닌것가 참. 실로 언짢달것가. 기쁘달것가.거기 정신없이 앉았는 섬을 보고 있으면,우리가 살았닥해도 그 많은 때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숨소리를 나누고 있는 반짝이는 봄바다와도 같은 저승 어디쯤에 호젓이 밀린 섬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것가.우리가 소시적에, 우리까지를 사랑한 남평 문씨 부인은, 그러나 사랑하는 아무도 없어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헤쳤더란다.확실히 그때로부터였던가. 그 둘러썼던 비단 치마를 새로 풀며 우리에게까지도 설레는 물결이라면 우리는 치마 안자락으로 코 훔쳐 주던 때의 머언 향내 속으로 살달아 마음달아 젖는단것가.돛단배 두엇, 해동갑하여 그 참 흰나비 같네.인간의 삶과 죽음이 결국은 멀리 있지 않음을 간파한 시인은 봄을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헤치는’ 절절함으로 봤다.그 절절함 속으로 날아드는 ‘흰나비’는 절망과 우울 속에서도 끝끝내 환히 빛나는 봄의 전령사가 아니었을까. 김광섭 시집. ▲그래도 기어코 찾아올 계절...김광섭 ‘봄’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식민지의 지식인인 동시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은 독립유공자인 김광섭(1904~1977) 시인. 그가 살아낸 청년시절은 군국주의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던 냉혹한 겨울이었다.그런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광섭에게 봄은 멀어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누가 감히 봄을 막을 수 있을까? ‘가장 먼 데서부터’ 오고 있는 새로운 계절을 시인은 아래와 같이 예감한다.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봄은 멀다먼저 든 햇빛에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처음 노란빛에 정이 들었다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집 사이에 쌓은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사람들이 그 이야기를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모든 거리가 풀리면서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나무는 나무로꽃은 꽃으로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사람은 사람에게로산은 산으로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후략)‘멀리 간 것이 돌아오는’ 또는, ‘모든 것이 근원으로 돌아서는’ 놀라운 시간이 결국 우리 곁에 올 것임을 노래한 김광섭. 그는 새로운 계절 봄 안에서 사람은 물론, 나무와 꽃까지 서로를 반기며 뜨겁게 포옹하는 희망을 잃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동엽 시집. ▲쇠붙이도 녹이는 거대한 힘... 신동엽 ‘봄은’자신의 문학을 통해 통일과 자유를 소리 높여 외치던 ‘민족시인’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신동엽(1930~1969). 신 시인에게 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크나큰 힘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직접 겪었던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평화와 공존의 중요성을 체득한 신동엽은 다가오는 ‘봄’이 남과 북이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원했다.봄은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오지 않는다너그럽고빛나는봄의 그 눈짓은,제주에서 두만까지우리가 디딘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겨울은바다와 대륙 밖에서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이제 올너그러운 봄은삼천리 마을마다우리들 가슴속에서움트리라움터서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눈 녹이듯 흐물흐물녹여 버리겠지.‘바다와 대륙 밖에서 매운 눈보라를 몰고 온’ 겨울이 끝나면, 이 나라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를 온통 뒤덮고 있던 ‘미움의 쇠붙이’가 눈 녹듯 사라질 봄이 올 것을 의심하지 않았던 신동엽.남북관계가 대립과 갈등만으로 치닫는 위태로운 2024년 오늘. 다시 펼쳐 읽어보는 시인의 ‘봄 노래’는 여전히 찬란하지만, 그 찬란함의 크기만큼 서글프다. 그래도 봄은 오겠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3-05

해송숲 마른 수풀 위 겨울 햇살이 내려앉다

텅 빈 푸른 하늘 아래 겨울 바닷가 해변의 숲, 울진 월송정 숲을 찾아 걷는다. 겨울은 비움의 계절이다. 높고 넓은 파란 하늘도 텅 비었다. 하늘을 뒤덮은 뭉게구름도 볼 수 없다. 깊고 넓은 푸른 바다도 조용하다. 바다는 적막한 해변을 끊임없이 속삭이며 수만의 동굴을 배 불릴 뿐 해변을 삼킬 듯 성난 파도의 흰 물보라는 볼 수 없다. 금빛 모래밭 해변도 조용하다. 밀물처럼 밀려오던 피서객 인파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하얀 모래만 햇볕에 반짝인다. 들판도 텅 비었다. 누렇게 익은 황금벌판의 벼들도 볼 수 없다. 수풀로 속이 꽉 찬 산도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휑하다. 자연은 모두 비우고 있는데, 우린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이 허전하고 쓸쓸하여 그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욕망에 몸부림친다. 도시 번화가의 뒷골목을 헤매고 때론 유명한 고적의 문화재와 관광지를 찾아 먹거리 볼거리 머물 곳을 찾지만, 이 모두가 우리 본연의 외로움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말초신경만 자극할 뿐 다음 날이면 후유증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듯이 비움의 계절, 겨울에 우리 또한 비움으로 쓸쓸함과 그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울진 평해 월송리 겨울 바닷가 송림은 여름의 무더운 열기도 가을의 곱게 물든 단풍잎도 사라지고 텅 빈 나의 가슴을 채워줄 것이라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 생각해 보면 채우려면 비워야 하고 비워야 채워지는 법이 아닐까.지난 가을 이곳을 찾아 습지 생태 탐방길을 걸었다. 조류 탐조대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았을 때 사구습지 내 갈대와 마름의 싱싱한 자태는 사라지고 볼품없는 몰골만이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사구습지는 생태학적으로 유의미한 곳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파도에 생성된 사구로 인하여 뒤쪽 배후에 습지가 생긴 것으로 그리 흔치 않다. 삭막한 사구습지가 강한 동류의식과 연대감으로 다가와 외로운 내 마음을 위무했다.해송으로 밀집된 숲속 마른 수풀 위로 겨울 햇살이 내려앉아 한낮의 오수를 즐기고 있다. 솔바람과 파도 소리가 정겹다. 맑은 하늘, 푸른 바다, 흰 모래밭, 늘 푸른 소나무 숲은 흐린 동공을 맑게 한다. 눈길을 끄는 화려한 물상들이 보이지 않으니, 생각의 샘물이 가슴을 적시며 온몸을 타고 흐른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할 것 없이 너무 많은 것들에 대해 걱정하고,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미래의 행복을 꿈꾸면서 현재의 몸과 영혼을 파괴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본다, 있다면 지금 멈추어야 한다. 지금을 최고의 멋진 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려놓고 비울수록 더 많이 행복해질 것이다.미래만을 위해 달려가는 것도, 과거의 일들에 괴로워하는 것도 멈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다. 멈춤은 과한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고 이것은 바로 비움에서 시작된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같은 시간대라는 평범한 진리를 왜 잊으며 살아갈까.숲을 빠져나와 바라보이는 곳에 팽나무 노거수가 있다기에 찾았다. 원추형의 팽나무가 느티나무 노거수와 이웃하여 살아가고 있었다. 팽나무와 느티나무 노거수는 소나무 숲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느티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나 팽나무는 아직 무명의 노거수로 서러움에 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느티나무 노거수보다 내가 무엇이 모자라는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팽나무 노거수는 가지가 조화롭게 뻗어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여름에 잎이라도 무성히 있다면 정말 풍성해 보일 것이다. 겨울이라 잎을 떨군 채 앙상한 가지만 겨울바람에 회초리를 들고 허공을 삿대질하고 있다. 하늘에 무슨 원한이 있길래 바람이 불 때마다 회초리를 휘두르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푸른 대나무가 함께 소리를 지른다. 응원의 함성이런가. 송림 속에는 멋진 소나무가 숨어 있었다. 이곳 팽나무가 있는 송림과 월정리 생태 습지 숲, 월송정을 연결하여 멋진 풍광을 연출하면 관광자원으로 최상의 자원이 될 것 같다. 사계절 테마 여행길로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월송정 송림은 입구에서부터 소나무 노거수가 도열해서 맞이했다. 월송정은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이 찾아온다. 지금은 텅 비어 허허롭기까지 하다. 월송정에 올라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겨울 바다 풍경의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하늘과 바다가 입맞춤하고 있다. 무슨 사랑의 말을 주고받을까. 아니면 무언으로 애무만 할까. 먼 파도가 밀려와 소리만 지르다 사라진다, 생과 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에 묘한 감정이 이입된다. 사라지면 또 새로운 것이 나타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하늘은 바다를 품고 바다는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 월송정 송림 사이로 밤에는 달이 스며들어 잠들고, 낮에는 햇살이 스며들어 한낮의 오수를 즐긴다. 월송정에는 옛 시인묵객이 써 놓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아마 월송정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노래였으리라.숲속 흙길을 걸으면 불안감과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말이 생각났다. 현대인 질병의 원인은 잘못된 생활 습관과 과중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숲속의 맑은 공기는 우리의 피를 맑게 한다. 맑은 피는 질병을 막아주고 피로를 풀어준다. 발바닥 작은 신경을 자극하여 시각, 후각, 촉각 등 오감이 작동한다. 피트니스 클럽의 러닝머신보다 흙길을 걷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 흙냄새는 흙 속 미생물인 방선균이 만들어 내는 휘발성 물질인 지오스민의 냄새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지오스민은 숲속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처럼 심리적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 숲은 박테리아와 흙에서 사는 진균류, 나무 등에서 휘발성 테르펜 등 다양한 향기를 뿜어내는 고유한 냄새의 보고이다.이런저런 이유로 숲에서 비전 퀘스트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비전 퀘스트란 자신을 깨닫고 비전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육체적 영적인 숲 여행이다.미국 환경심리학자 카플린(kaplan)은 ‘비전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적고, 관찰하고, 숲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 황혼의 하루해가 서산에 저물면 숲속의 바람 소리와 함께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여행의 발걸음도 멈춘다. 나그네와 숲은 어둠 속에 잠이 든다. 욕망에 몸부림치던 영혼도 겨울의 비움을 깨닫고 봄을 기다리며 함께 평화롭게 잠이 든다. 습지(濕地)란 뭘까지구상에서 가장 영양물질이 풍부한 생태계다. 각종 생물의 서식지다. 특히 미생물 및 유기물이 풍부하다. 일반적인 습지의 기능을 보면 수질 정화, 지하수 저장, 침식조절, 생물종 서식처, 산란처 제공, 교육 학습 장소 제공, 홍수 범람원 방지, 물질 생산 등이다.람사르 협약에서는 습지의 물리적, 생물학적, 화학적 구성요소, 토양물, 식생, 동물간의 상호작용으로 물 저장, 홍수 억제, 호안의 안전성 확보, 침식조절, 지하수 보충 및 유지, 수질 정화, 기후 환경적 안정화 등 생태와 환경에 유익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사구습지는 세계적으로 그리 흔치 않은 습지로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2-28

“봉사는 도움 받는 사람보다 도움 주는 사람이 더 행복”

‘에너지와 신명이 넘치는 사람’.포항제철공고 김명훈(58·사진) 동창회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든 생각이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김 회장의 목소리와 행동에서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온 이들에게서 보이는 특징일 터.중학교 때까지는 고향인 충청북도 제천에서, 고교 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절은 경상북도 포항에서, 20대 중반부터는 전라남도 광양에서, 50대를 넘어서면서는 광양과 포항을 무시로 오가며 살고 있는 김명훈 회장.그는 잘라 말한다. “어디서건 지역감정 같은 걸 느껴본 적이 없다. 자신이 발 딛고 선 곳에서 최선을 다해 생활한다면 그런 걸 느낄 시간도, 이유도 없을 것이다.”김 회장은 젊었던 시절은 물론 요즘도 이런저런 모임이 있거나, 운동을 할 때면 포항제철공고 교가를 큰 소리로 부르곤 한다. 충청도 사람이, 경상도 고등학교 교가를, 전라도에서 부르는 보기 드문 풍경을 연출하면서도 거침이 없는 사람이 바로 김명훈 회장이다. 그만큼 자신이 졸업한 학교와 동문수학한 동창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깊다.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급 간부를 맡으며 형성된 책임감과 리더십은 30대 초반 광양주식회사에 들어가면서 제대로 발휘된다.1998년. 그가 다니기 시작한 광양주식회사의 기계 부문 매출액은 겨우 500만 원. 2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같은 회사의 매출액이 290억 원으로 상승했다. 대리에서 과장과 부장, 상무를 거쳐 지금은 대표이사가 된 김명훈 회장.그는 더불어 고생하며 회사를 성장시킨 직원들에게 “잘 되건 못 되건 남에게 기대거나 책임을 미루지 말고, 자기 몫의 희망은 자신이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김 회장 스스로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가능한 조언이 아닐까?넉넉하지 않았던 경제적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는 나눔과 봉사에도 관심을 가지지 시작했다.지난해 ‘포철공고 행복나눔 봉사단’을 창단하고 단장을 맡은 김명훈 회장은 이전에도 태인장학회와 모교인 포철공고에 장학금을 흔쾌히 내놓고, ‘희망의 집짓기’와 포스코 공급사·협력사의 ‘기업시민프렌즈 봉사단’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왔다.포철공고에 입학한 후에야 바다를 처음 봤고, 바닷가 마을에 사는 고교 동창의 집에서 먹었던 문어의 맛을 아직도 기억한다는 김 회장과 지난 21일 만났다. 그의 삶과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1시간 남짓 이어진 대화는 김 회장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인해 더없이 유쾌했다.아래 그날 오간 이야기를 정리해 옮긴다. 영일대해수욕장 정화 활동에 나선 포철공고 행복나눔 봉사단. -고향은 어디이고 포항에는 언제 왔나.△1966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1982년 고교에 진학하면서 포항에 왔다. 당시는 전국 각 지역에서 포철공고로 오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기숙사에는 나처럼 꿈을 품고 서울과 강원도, 전라도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포철공고에서의 추억은.△충청북도엔 바다가 없다. 포항에 와서 처음 바다를 봤다. 동창 중 한 명이 포항 송라 출신인데, 그 친구 동네로 놀러가서 맛본 문어가 기가 막혔다.-학창 시절은 어땠고, 졸업 후에는 어디 취직했는지.△고등학교 땐 학생회 간부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 졸업 후엔 포항제철에 입사했다. 1985년 한 해는 포항에서 보냈고, 이후엔 광양제철소로 옮겼다. 광양에 제철소가 만들어질 무렵이었는데, 거기로 갈 사람을 뽑는다기에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어 지원했다. 충청도와 경상도에서 살아봤으니 전라도에서 생활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광양에서의 생활은 어땠나.△1986년부터 9년 정도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했다. 낯선 곳이지만 재밌게 지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볼링 동호회와 모터사이클 동호회 등을 만들어 그곳 사람들과 어울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교성은 좋았다.(웃음)-큰 회사를 그만두고 비교적 작은 회사인 광양주식회사에 들어간 이유는.△역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다. 광양제철소를 그만두고는 잠깐 지역 정보신문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금 등이 쉽지 않았다. 그때 퇴직금을 다 까먹었다. 하지만,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광양주식회사에 들어간 건 30대 중반이었다. -입사 후 대표가 되기까지의 과정은.△포항제철에 다닐 때부터 격의 없이 교류하는 친구와 선후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직장생활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공부한 기계 관련 업체인 광양주식회사에서 미래를 설계하려 했다. 입사하면서 기계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총무 업무부터 계약, 납품, 트럭 운전까지 1인4역을 맡았다. 첫해엔 매출액이 5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몸담은 일터를 키워나가는 보람이 더 컸으니까. 지금은 매출액이 290억 원 정도 된다. 그런 도전과 성취의 과정에서 과장과 부장, 상무 등을 거쳐 대표이사가 됐다. 현재 회사의 상시 근무 인원은 70명쯤 된다.-일하면서 항상 마음에 담아두는 원칙은.△신뢰와 품질이다. 1만 원짜리 물건을 팔 때도 그렇고, 1억 원짜리 물품을 거래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드는 제품이 바로 내 얼굴이다.-어려운 시절의 기억도 있을 텐데.△서른 살 땐 아내가 내 생일에 미역국 끓여줄 돈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나는 무엇이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했다. 자기 몫의 희망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안다.△젊을 땐 돈이 없어 하고 싶어도 봉사활동을 할 수 없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광양 포철공고 동문회를 주축으로 봉사단을 만들었다. 그게 2007년쯤이다.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세상엔 나보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사람이 많다는 걸 실감으로 깨달았다.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게 봉사라고 생각한다. 그게 동창들이나 친구들에게 ‘야, 우린 그래도 밥은 먹고사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라고 말하는 이유다.-봉사활동을 해오며 기억에 남는 사람은.△2014년쯤에 광양에 사는 ‘국악 3남매’를 후원했다. 그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 동창회 행사 등에 매번 초대하고, 독도에 가서 진행한 수궁가 완창공연도 지켜봤다. 그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한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포철공고 동창회장으로서의 향후 계획은.△작년에 ‘포철공고 행복나눔 봉사단’을 만들었다. 장학회가 동문 가족과 후배들을 위한 것이라면 봉사단은 나눔의 영역을 지역사회 전체로 확장한 것이니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이익의 사회적 환원을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광양과 포항의 동창들이 서로가 거주하는 지역을 오가며 교차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도 즐거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로 진행하지 못했던 동창 체육대회도 다시 크게 열었다. 포철공고를 포함한 포항 지역 고등학교 동창회 사이의 교류 활성화에도 노력할 생각이다.-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인생은 짧다. 그러니, 감동과 울림이 있는 삶을 살아야하지 않겠나. 이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후배는 물론, 친구들도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감동과 울림이 있는 삶을 지향했으면 한다. 더 큰 가치의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건 인간만의 특권이니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2-27

초고령 사회 진입… 웰에이징·웰다잉 ‘건강복지’ 퍼팅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이행하고 있고, 그 속도가 엄청 빠르다. 초고령사회는 전체인구 가운데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고령인구는 스스로 건강을 제1로 삼는다. 웰빙은 웰에이징과 웰다잉을 목표로 삼는다. 고령인구가 희망하는 웰에이징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고, 웰다잉은 아프지 않고 요양병원에서 수명연장하지 않으며 정든 세상을 편하고 아름답게 떠나가는 것이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그만큼 고령인구의 정책수요가 커짐을 의미한다.그러면 어떻게 고령인구가 희망하는 웰에이징과 웰다잉을 실현할 수 있는가? 필자는 고령인구의 건강수요에 부응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글은 필자가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거주 이 년 차에 파크 골프에 입문한지 한 달여를 지나면서 강창학 파크 골프장과 칠십리 파크 골프장의 경험에 기반하여 파크 골프의 의미와 특징, 그리고 파크 골프장의 확대에 대한 정책제언이다. 먼저 파크 골프에 대해 보자.파크 골프는 나무로 된 채를 이용해 공을 잔디 위 홀에 넣는 운동이다. 파크(park)와 골프(골프)의 합성어로 공원처럼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치는 골프이다.파크 골프의 역사는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하와이, 호주, 중국, 미주 등에서도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골프를 조금 더 가볍게 느낄 수 있는 파크 골프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파크 골프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파크 골프의 기본적인 룰은 골프와 비슷하다. 티오프(출발)에서 홀을 향해 볼을 치고 차례대로 코스를 돌게 된다.다음은 파크 골프의 의미와 특징에 대해 보자.필자가 강창학 파크 골프장과 칠십리 파크 골프장의 짧은 경험에 기반하여 정의한 파크 골프는 3친 3평 3자 운동이다. 즉 친화3, 평등3, 자유3 운동이다.첫째, 파크 골프는 3친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고령인구, 자연환경, 그리고 소소익선의 세 가지 친화적인 운동이다. 파크 골프의 1친은 고령층 친화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온몸을 사용하는 전신활동이고 전신운동이다. 고령인구는 타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온몸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이 부족하다. 전신은 사지 또는 사대 육신으로 두 팔, 두 다리, 몸통, 머리통을 일컫는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고령층의 전신운동에 적합하다. 파크 골프장에서 고령자가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놀이하는 모습을 보면 천국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미래의 우리 모습으로 연상된다.파크 골프의 2친은 자연환경 친화 운동이다.파크 골프장은 공원부지와 고수·하천부지 등 한계토지에 조성되어 자연환경의 훼손이 적고 관리비용이 적게 든다. 파크 골프장은 골프장에 비해 작은 규모로 조성되고 파크 골퍼의 이용도가 높아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높다. 또한 파크 골프장은 골프장과 달리 이용시설과 부대시설이 작아 저탄소 에너지 절약형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장은 자연의 보존과 이용의 적정한 환경보전시설이고, 파크 골프는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자연환경 친화적인 운동이 된다.파크 골프의 3친은 작은 것이 아름다운(small is beautiful) 소소익선 친화운동이다.파크 골프는 크면 클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이 아니라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는 소소익선 운동이다. 소소익선은 3S로 부드럽고(soft) 짧고(short) 느린(slow)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파크 골프는 골프와 반대로 강한(strong) 것보다는 부드럽게, 긴(long) 것보다는 짧게, 빠른(fast) 것보다는 느린 것이 좋다. 물론 골프도 부드러워야 하나 파크 골프보다는 덜하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소소익선의 3S 친화 운동이다.둘째, 파크 골프는 3평 운동이다. 평등은 차별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은 것을 말한다. 평등은 인간의 존엄, 권리, 인격, 가치, 행복의 추구 등에 있어 차별이 없이 같은 상태를 말한다. 파크 골프의 3 평등은 양성평등, 부부평등, 그리고 사회평등이다. 파크 골프의 1평은 양성평등 운동이다. 기본적으로 남녀는 정신적 신체적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남녀는 유별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남녀는 다르게 차별성이 주어진다. 골프는 남녀의 티샷 위치가 다르다. 그러나 파크 골프는 남녀가 티샷을 같은 위치에서 한다. 이는 파크 골프가 소소익선 운동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하기보다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따라서 파크 골프는 양성평등 운동이고 남녀동행 운동이 된다. 파크 골프의 2평은 부부평등 운동이다. 전통적으로 부부는 역할이 달랐다. 남편은 바깥 양반이고, 아내는 안사람이었다. 일상 활동은 부부가 함께 하기보다는 따로 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부부의 지위와 역할의 경계가 없어졌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옛날의 남편이 앞장서는 부창부수가 지금은 아내가 앞장서는 부창부수가 되었다. 이와같은 시대변화를 잘 반영한 것이 파크 골프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부부평등 운동이고 부부동행 운동이다. 특히 건강한 고령층 부부는 더욱 그러하다.파크 골프의 3평은 사회평등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4인이 한 팀이다. 골프는 4인의 팀원이 사전에 구성되고 현장에서 조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파크 골프는 사전에 팀원이 구성되기는 하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조인하는 사람은 남녀· 연령과 파크 골프 경력·직업과 사회적 지위는 무관하고 그대로 하나의 팀원이 된다.파크 골프는 처음 만나 운동하면서 자연스레 좋은 이웃이 되고 이웃사촌이 된다. 우리는 이를 유연적 소셜 믹스(social mix) 즉 사회적 융합이라 부른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좋은 이웃을 만들고 이웃사촌과 동행하는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사회평등 운동이고 궁극적으로 사회통합 운동이 된다.셋째, 파크 골프는 기술과 비용, 그리고 기회로부터 자유로운 3자 운동이다. 자유는 무엇으로부터 구속이나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파크 골프는 기술과 비용과 기회 면에서 타 운동, 특히 골프와 비교하여 자유로운 운동이다.파크 골프의 1자는 기술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운칠삼기 또는 운구일기 운동으로 불린다. 운칠삼기는 운이 칠이고 기술이 삼이며, 운구일기는 운이 구이고 기술이 일이라는 의미이다. 파크 골프는 실력보다 운이 많이 좌우한다는 말이 된다. 필자는 파크 골프에 입문한지 이주만에 서귀포 강창학 파크 골프장 4번 홀과 7번 홀에서 홀인원을 두 번 하였다. 이에 반해 자주하지는 못했지만 이십여 년 이력을 가진 골프에서는 한 번도 홀인원을 못하였다. 무엇보다 골프는 틈날 때마다 연습을 해야 하고 현장에서 잘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그렇다고 파크 골프가 기술을 깡그리 무시하는 운동은 아니다. 파크 골프는 골프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연습없이 실전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기술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인생과 같은 운칠삼기 또는 운구일기의 운동이다.파크 골프의 2자는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파크 골프와 골프의 비용비교는 골프채와 골프공 등 골프도구, 그린피라 불리는 골프장 사용료, 이동에 필요한 카트비, 골프운동을 도우는 캐디피, 이들 비용에 부과되는 세금, 식사비 등이다.파크 골프 도구는 골프채 1개와 골프공 1개가 기본이다. 이에 반해 골프도구는 채가 열 개를 넘고 채값도 고가이다. 나머지 항목에서 파크 골프는 비용이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라 할 수 있다.파크 골프의 3자는 참여기회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예약과 시간과 이용 횟수가 자유롭다. 일부 파크 골프장은 이용객이 많아 격일제로 제한하기도 하나 대부분의 파크 골프장은 자유롭고 제주는 더욱 자유롭다. 이에 반해 골프는 예약이 필수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누구나 언제든지 예약없이 도착한 순서대로 이용하는 기회균등한 운동이다.마지막으로 이 글을 요약하고 정책제언으로 마치고자 한다.먼저 이 글의 요약이다. 필자가 정의한 파크 골프는 3친 3평 3자 운동이다. 즉 친화3 평등3 자유3 운동이다. 첫째, 파크 골프는 3친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고령층, 자연환경, 그리고 소소익선의 세 가지가 친화적인 운동이다. 둘째, 파크 골프는 3평 운동이다. 파크 골프의 3 평등은 양성평등, 부부 평등, 그리고 사회평등이다. 셋째, 파크 골프는 기술과 비용과 기회로부터 자유로운 3자 운동이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다음은 정책제언이다.최근 고령인구의 대세는 파크 골프이다. 급속한 초고령사회의 진행과 파크 골프 인구는 정비례 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에서 파크 골프 수요 증가에 따라 파크 골프장 조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는 관광객 유치와 파크 골프를 연계시키려고 하고 있다.중앙정부도 초고령사회의 정책 대응 차원에서 고령인구를 위한 파크 골프장 조성에 정책적 관심과 재정지원을 바란다. 이는 고령인구의 건강복지로 여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사회적 편익을 확대하는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 특히 고령인구의 입장에서는 파크 골프가 웰빙의 목표인 웰에이징과 웰다잉으로 가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재정지원에 대한 기대가 한층 크다.□용어해설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는 만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고령사회는 14% 이상이고, 고령화사회는 7% 이상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집계한 이래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가능인구와 초등학교 입학 예정 인구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노인 1인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등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와 인구구조의 기형적 현상이 통계숫자로 나타났다.

2024-02-26

발길 닿는 곳마다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문화유산

경주 천군동 신라인들이 인공으로 조성한 고양수(高暘藪)를 지난 가을 햇덧에 찾아 해껏 돌아다녔다. 고양수 숲은 오늘날 황성공원으로 개명하여 울창한 참솔 수림으로 시민의 문화, 체육,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신라 천 년의 수도 경주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적인 역사문화 도시다.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다. 눈길 가는 곳마다 발길 닿는 데마다 문화재로 가득 찬 노천 박물관이다. 석굴암,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 첨성대 등 다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명품 문화재가 많다. 그중에서도 남들이 무어라 하던지 나는 살아 숨 쉬는 황성공원의 옛 이름인 ‘고양수’를 제일의 문화재로 올려놓고 싶다. 진흙 속의 진주처럼 고양수 숲이 품은 노거수는 숨겨진 문화유산의 진수가 아닐까. 신라 경주는 숲의 도시였으리라. ‘삼국유사’에 천경림(天鏡林), 신유림(神遊林), 계림(鷄林), 나정(蘿井) 숲, 고양수(高暘藪) 등 숲 이름이 등장한다. 그중 고양수는 경주 형산강 들판의 넓은 평지에 조산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조성한 숲이다. 숲을 조성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로지 시민의 울력으로 나무를 심고 물을 주며 풀을 베는 작업은 예삿일이 아니다. 오늘날 공원 조성처럼 시민의 건강과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숲을 조성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옛날 우리 조상들은 숲을 성소로 여겼던 만큼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서낭나무, 당산나무라 하였다. 이처럼 나무와 숲을 경배의 대상으로 삼았기에 오늘날까지 유산으로 남아 우리를 품고 있지 않나 싶다.고양수 숲은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노거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주류는 참나무와 소나무로 구성된 참솔 숲이다. 참솔. 그 이름만으로 힐링이 된다. 다람쥐, 청설모가 도토리를 찾고 있다. 소쩍새, 꿩, 뻐꾸기가 숲속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틀어 살아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잠자리, 나비, 메뚜기, 딱정벌레, 말똥구리,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매미 등 수많은 곤충과 미생물이 함께 작은 생태계를 이루며 살고 있는 생명의 숲이다. 신라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자연관을 엿볼 수 있다.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화랑도 ‘세속오계’가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상이 아닌 숲에서 자연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숲의 참나무는 다양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참나무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다. 몸매가 날씬한 상수리나무가 어찌 배불뚝이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굴참나무 보굿은 아버지 손등을 연상하게 하여 연민의 정을 느낀다. 숲의 소나무는 즐비하게 들어서서 서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진선미를 겨루고 있다. 진선미를 골라 몸매의 아름다움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가슴에도 담았다. 숲의 느티나무는 괴목(槐木)이라는 이름으로 옛날에는 삼공의 벼슬자리에도 올랐다. 오늘날에는 새천년 밀레니엄 나무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몸에서 무한한 힘을 느낀다.난분분한 나뭇잎들이 만추의 스산함을 더하고 있다. 숲은 세월이 빚어 놓은 예쁜 잎과 잘 익은 열매를 내려놓고 꽉 찬 공간을 비우고 있다. 비워야 또 채울 수 있다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있다. 그것이 춥고 삭막한 겨울을 지내기 위한 최선의 방편일 지도 모른다. 또다시 만화방창한 봄이 되면 숲은 새 희망의 꿈을 꽃피우겠지. 그때도 나 또한 이곳을 찾아 환호작약 하리라. 숲속 황톳길을 시민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고 있다. 천천히 또는 빠르게 황톳길을 걷고 있다. 잔잔한 웃음 띤 얼굴에는 거친 숨소리도 들린다. 나도 따라 걸어본다. 묘한 발바닥 촉감에 신경이 곤두선다. 모든 감각 기능을 총동원하여 숲속을 걷는다. 건강에 좋다고 하니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비용도 들지 않고, 계절에 구애됨도 없고, 신체에도 무리가 가지 않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숲은 배움의 장이며 심신 수련장이란 생각이 든다.오늘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으로 건강 문제는 삶의 질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환경이 옛날과 같지 않게 오염돼 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많은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 숲과 나무는 우리 몸속의 병원균을 죽이고 정혈작용으로 혈액순환이 잘되게 한다. 오늘날 숲의 사계절 체험은 우리 몸을 치유하는 대체의학으로 아로마 치유, 명상 치유, 자연 치유 등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숲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웰빙의 최적 장소가 아닐까. 숲은 병원이며 명의란 생각이 든다.숲속을 걷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맑은 것이 흐린 것의 근원이 되고, 움직이는 것은 고요한 것의 터전이 된다고 한다. 숲속은 맑고 고요하며 어찌 보면 순간순간 아름다운 꽃과 같다. “영혼이 피로하거든 산으로 가라”고 한 어느 독일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숲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흉허물 없이 대할 수 있다. 초목의 행복은 빛에 있다. 나무와 숲은 빛을 섭취하고 하늘로 무럭무럭 뻗어나간다. 우리의 행복은 사랑에 있다. 사랑에 물들면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슬픔과 외로움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숲의 요소들은 동물, 식물, 경관이다. 풋풋하고 신선한 신록의 봄 숲, 싱그러운 녹음이 우거진 여름 숲, 단풍이 곱게 물던 가을 숲, 고요와 적막이 감도는 겨울 숲, 사계절 내내 우리에게 평화와 안식을 선물한다. 신라 고양수 자연의 숲이 만신창이로 변해가고 있다. 숲 사이 아스팔트길은 숲을 파편화시키고 미생물을 감옥에 가두었다. 변하는 공원의 동물과 새, 곤충 등 뭍 생명체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떠나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기장에서 지르는 함성에 장수풍뎅이는 그만 놀라 땅으로 곤두박질을 친다. 운도 지독히 없는지 지나가는 취객의 비틀걸음에 밟혀 소리도 못 지르고 세상을 하직한다.상수리나무는 비닐봉지 쥔 사람의 무차별적인 발길질에 다람쥐와 약속한 마지막 몇 알의 도토리도 못 지키고 그만 손을 놓는다.다람쥐는 공원 숲을 빠져나가는 비닐봉지 속 도토리만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숲의 나무는 동물, 곤충, 미생물의 생활 터전이고 그들의 집이다.황성공원이 아닌 신라 천년의 고양수란 숲이 그립다. 태초에 인간은 숲에서 출현하여 숲에서 살다가 또다시 숲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섭리를 신라인은 이미 깨달은 것일까. 숲과 노거수가 더는 훼손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기를 희망해 본다.‘고양수’라는 이름의 숲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이름이 바뀌면 규모와 성질도 변한다. 숲의 주인 나무를 쫓아내고 그곳에 주민센터를 비롯해 공설운동장, 충혼탑, 동상, 시비, 실내체육관, 시립도서관, 호림정, 테니스장, 롤러스케이트장, 씨름장, 레포츠공원, 게이트볼장 등이 들어섰다. 원래의 규모에서 70%가 줄어 30%만 겨우 숲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숲이 붕대를 감고 숨을 헐떡이며 누워 있는 느낌마저 든다. 누구도 치료해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양수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이 정도라도 형상을 유지하며 보존돼 있다는 것도 다행일까./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2-21

“파리올림픽서 꼭 금메달… ‘경북 유도’ 자부심 높이세울 것”

운동선수에게 올림픽 출전이란 개인적 영광인 동시에 자신이 살아온 국가의 이름을 드높이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각자의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이란 목표를 가지고 오랜 세월 피땀을 흘린다.여기 안타깝게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유도인이 있다. 현재 경북체육회 유도팀을 맡아 지도하고 있는 김정훈(43) 감독.김 감독은 현역 시절인 2004년과 2008년 아테네올림픽과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두 번 모두 2위. 한 국가에서 단 한 사람만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했다.그러나, ‘운동선수를 그만둔 이후에도 인간의 삶은 남는다’고 믿었던 김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성실한 유도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는 것.올 여름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김정훈 감독이 가르치고 있는 경북체육회 소속 허미미(22), 김지수(24) 선수는 파리올림픽에 한국 유도 대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제자들과 함께 빛나는 성과를 얻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지난 15일 “30년 넘게 유도를 해오며 인간이 갖춰야 할 예의와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길을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 김 감독을 본사 편집국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가 들려준 유도와 삶에 관한 이야기를 요약·정리한 것이다. -고향과 나이는.△1981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났다. -어떻게 유도를 시작하게 됐는지.△중학교 때까지 김천에서 생활했다. 그 시기엔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도의 인기가 높았다. 유도복을 입고 국제대회 시상대에 오르는 선수들을 TV에서 보곤 했으니까. 나도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기에 자연스레 동네에 있는 유도체육관을 찾았다. 그게 초등학교 4학년 때다.-고교 시절은 포항에서 보낸 것으로 안다.△당시 김천엔 유도부가 운영되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포항 동지고등학교가 유도 명문으로 알려져 있던 때고, 감독님이 찾아와 입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유도를 잘하는 동문 선후배들도 적지 않았다. 동지고에 입학하면서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 추억은.△내가 중학생이었을 땐 김천만이 아니라 대구경북 전체에 유도 붐이 일었다. 지역마다 유도체육관이 적지 않았다. 그즈음 한국 유도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고 그랬으니까. 김천 출신 유도선수인 최민호, 동지고 후배이자 고향 후배인 김재범 선수 등과 함께 운동하며 서로를 격려하던 기억이 난다.-운동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방황은 없었는지.△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의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게 유도밖에 없었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본 적이 별로 없다. 대회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얻었을 땐 마음이 떠났다가도 돌아보면 다시 유도로 돌아와 있었다.-학창 시절을 보내며 아쉬웠던 건 뭔가.△운동이 위주였으니 수업을 거의 듣지 못했고, 운동부 선후배와 동료 외에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나이가 어렸으니 주말마다 제법 먼 길인 포항과 김천을 오가는 게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대회에 나가 입상하게 되면 그런 힘겨움은 잊고 다시 운동에 매진했다.-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생활한 것은 언제부터인지.△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은 내려놓고 은퇴를 생각할 무렵에도 도민체전과 전국체전 등에는 참가했다. 그때 지도자의 역할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고향에 내려왔고, 2016년부터 경북체육회 유도팀을 맡았다. 이듬해엔 국가대표 코치도 겸임하게 됐는데, 두 팀을 오가며 정신없이 바쁘게 생활한 것 같다. 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코치로 현지를 다녀온 기억도 떠오른다. -선수와 지도자 생활 중 어떤 게 더 어렵나.△선수 때는 한 사람 몫의 역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지도자는 그렇지 않다. 자신보다는 가르치는 선수들을 중심에 놓고 생활해야 한다. 잘하는 선수는 자만하지 않도록, 못하는 선수는 절망하지 않도록 다독이고 격려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 아닐까. 선수를 위해 희생하는 게 지도자의 길이라고 본다. 그래서 쉽지 않다.-제자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조언은.△시련에 굴복하지 말고 처음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말해준다. 스포츠의 세계는 치열한 경쟁이다. 거기서 이겨야 주목받고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선수생활이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 그렇기에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더라도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다면 실망할 필요 없다고 가르치려 한다.-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몇몇 대회에선 상위권에 오르며 메달도 땄지만, 오래 준비하고 기다렸던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제 선수생활을 정리하고 감독이 됐으니 내가 가르치는 선수들이 그 아쉬움을 풀어줄 것으로 믿는다.-현재 주목하는 제자는 누구인가.△가르치는 선수들 모두에게 애정이 간다. 그중 경북체육회 유도팀 허미미 선수는 고등학생 때부터 주목해 보고 우리 팀으로 데려온 터라 관심이 조금 더 간다. 허 선수는 재일교포 3세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허 선수를 우리 팀에 입단시켰고, 그 과정에서 ‘한국·일본 입국시 2주 격리’ 등 여러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지금은 한국 국적을 취득해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좋은 성적을 얻고 있기에 유도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란 것이 알려져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더불어 우리 팀 김지수 선수도 주목받을 만하다. 두 선수가 파리올림픽에 나가게 된다면 여러분들의 뜨거운 응원을 부탁한다. -유도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지.△예의를 중시하는 운동이다. 선배와 후배의 관계가 엄정하다. 인간 상호간 지켜야 할 위계질서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예의범절을 배울 수 있는 운동이기에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에게 유도란 무엇인가.△인생의 전부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유도 선수 출신인 아내와 결혼했다고 들었다. 아이들이 ‘나도 유도를 하겠다’고 한다면.△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다. 지금 열심히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웃음). 엄마와 아빠 영향인지 딸도 유도를 좋아한다. 하지만, 꼭 유도선수가 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낯설고 새로운 땅으로 가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면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식들이 스스로를 믿고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커가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 계획은.△함께 고생한 선수들이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물했으면 한다. 비단 유도선수만이 아닌,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 전부가 선전했으면 좋겠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 선수들 모두가 올림픽 때만이라도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으면 한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살아오는 내내 유도는 내게 적지 않은 기쁨과 성취를 맛보게 해줬다. 그러니, 앞으로도 유도의 저변 확대를 위한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2-20

더 나은 환경·더 좋은 물… 군민이 행복한 ‘산소카페 청송’

청송군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 전반의 녹색전환을 뒷받침하고 더 맑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한다.청송군은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4년 환경 분야의 군정 추진방향을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물로 군민이 행복해지는 미래환경 구현’으로 정했다.군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산소카페 청송군’조성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녔다.윤경희 청송군수는 “다각적인 환경관련 사업과 폐기물 적정처리를 통해 군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며 “맑은 물 공급과 적극적인 하수처리로 최상의 물 복지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여 머물고 싶은 ‘산소카페 청송군’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탄소중립 생태환경청송군은 지역의 청정한 자연생태계를 유지 보존하기 위해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예방 및 질병확산방지 사업 등에 58억원을 투입한다.지방도로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하는 질고개 생태통로 조성사업을 3년간 연차적으로 시행해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고 로드킬 감소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또한 탄소중립 본격이행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기본계획 수립한다. 군정 소관 부서별로 긴밀히 협력해 탄소감축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인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사업비 27억원을 투입한다.이를 통해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보상금 지원, 매연저감장치 부착, 건설기계 엔진교체 보조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보기기(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인, 어린이 등이 미세먼지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대기환경정보를 상시로 나타내는 미세먼지 신호등 1개소를 구축한다.또 초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차단효과를 거둘 수 있는 스마트 에어 샤워기를 미세먼지 취약계층 이용시설에 설치한다.노후슬레이트 처리에도 사업비 9억원을 투입해 건축물에 사용된 슬레이트 및 방치 슬레이트를 안전하게 처리해 군민들이 생활 속 환경 안전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군민들이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22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시설 및 민간시설 위탁 적기처리로 폐기물 적체를 최소화해 환경오염 예방에 앞장선다.농가에서 발생한 영농폐기물 및 재활용품의 수거 촉진과 배출 장소 개선을 위해 4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동집하장 및 재활용동네마당을 설치할 예정이다.재활용품(종이팩, 폐건전지) 교환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고 자원의 낭비를 방지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계획이다. □ 맑고 깨끗한 수돗물군민들에게 맑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지방상수도 시설확충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한다.현재 계획된 비장상수도 사업은 진보상수도 시설확장공사(총사업비 420억예정), 안덕(현서)·부남상수도 시설확장공사(총사업비 253억) 및 정비사업, 청송군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1차(청송읍·진보면 사업비 280억), 청송군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2차(주왕산·부남·안덕·현동·현서면 200억), 청송군 지방상수도 비상공급망구축사업(사업비 143억) 등이 있다. 특히 2023년에 준공된 청송상수도 시설확장사업(사업비 398억)은 지방상수도 미급수 880세대 1천792명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연이어 추진하는 안덕(현서)·부남상수도 시설확장공사 또한 2023년에 순조롭게 착공해 2026년 12월까지 완공해 670세대 1천208명에게 지방상수도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진보상수도 시설확장공사(420억)는 진보정수장 내구연한 증가로 인한 시설개량 및 선진화를 통해 용수용량 증가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경북북부교정시설의 청송군 지방상수도 공급구역 편입은 향후 여자교도소 유치 등 관련사업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사업들이 완료되면 지방상수도 급수보급율(77.3%→86.1%) 향상 및 지역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 공중위생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효과가 입증된 사업을 연이어 청송군 전역으로 확대·추진할 수 있게 돼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함께 군은 하수처리시설 확충 및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통한 주민 생활환경 개선에 적극 나선다. 군은 미처리 소규모하수처리구역인 파천면 신기리, 안덕면 신성리, 주왕산면 상평리·지리에 총사업비 275억원을 들여 환경부 재원협의를 거쳐 현재 공사 착공에 들어갔다.하수처리장 3개소, 하수관로 17.5km, 배수설비 444가구의 농어촌마을하수도 설치공사를 추진, 2025년 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다.또한 안덕면 감은리, 성재리 일원에 총사업비 89억원을 들여 하수관로정비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하수처리시설 확충 및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통해 공공수역 수질을 개선하는 등 쾌적하고 깨끗한 지역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나아가 ‘산소카페 청송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공중화장실 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청정 이미지에 걸맞은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24-02-19

디지털 혁신의 요람 ‘에이블스쿨’… 대구서만 119명 인재 배출

KT가 AI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KT대구경북광역본부(본부장 최시환)는 현재 디지털 혁신 파트너를 지향하며 지역 청년들을 AI(인공지능)·DX(디지털 전환)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고 취업기회까지 부여하는 에이블스쿨(AVILE School)을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KT의 인재양성 경험과 노하우를 외부로 확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에이블스쿨의 지원 자격은 4년제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로 만 34세 이하이며, 미취업자이다. 비전공자도 도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에이블스쿨은 코딩 교육을 비롯해 AI·DX 분야 프로젝트 실습 등 6개월 840시간으로 구성된다. 2021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대구지역에 4기, 총 119명이 에이블스쿨을 수료했다.이들은 AI개발자라는 이름으로 취업에 도전할 수 있다.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름이지만, 최근 어디서든 AI를 활발하게 활용하기에 매우 전망 높은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에이블스쿨을 통해 역량이 검증된 우수 수료생들의 채용에 대해서는 KT와 그룹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에이블스쿨로 KT에 입사해서 AI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사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준모 씨 강준모 씨프로젝트 관리부터 웹 개발데이터 분석·AI 모델링까지다양한 분야 수련 기회 얻어 여호준 씨 여호준 씨실무 활용 데이터 제공받아프로젝트 진행 노하우 습득프로그래밍 역량도 급성장 손현우 씨 손현우 씨경영·인문계 전공자들에겐기초 개발 역량 제고에 도움이공계열 학문 장벽 없애줘- 취업 준비는 어떻게 했나.△ 여호준 씨 : 학부시절부터 프로그래머를 염두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중 AI 서비스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프로그래밍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중요한데 KT 에이블스쿨에서 실제 실무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제공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 덕에 프로그래밍 역량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같은 진로를 선택한 동기들과 교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KT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나.△ 손현우 씨 :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는 AI와 웹, RPA(Robotic Process Automatic, 업무 자동화) 등이 포함된다. 단순반복 업무나 대량의 자료 처리를 위한 RPA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업무 담당자를 자동 매칭해주는 웹 플랫폼 개발에 참여했다.현재는 플랫폼 기반의 공정관리를 통해서 공기(工期)를 줄이고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분산돼 있는 통신 시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공사의 경우 여러 부서와 직원이 복잡하게 연관된다. 부서 간, 직원 간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관리자에게 공사 진척 현황과 부가 기능을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편의성과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전공과 무관한 직무다. 어렵지 않나.△ 손현우 씨 : 경영학을 전공했고 어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과생이라 유리하고 문과생이라 특별히 어려웠다는 말은 아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AI가 이공계열의 학문이고 도구라는 생각이 가장 높은 진입장벽이 아니었나 싶다. AI 개발 도구가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점이 그런 편견을 갖게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에이블스쿨은 AI개발자 트랙과 DX컨설턴트 트랙의 2개로 나누어져 있어서 이공계 전공자들에게는 제안·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경영·인문계 전공자들에게는 기초 개발 역량을 갖추고 레버리징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도와준다.요즘은 ‘노코드’라고 코딩없이 AI나 앱을 개발하는 도구가 많다. 코딩도 중요하지만 개발자의 통찰력과 소통능력 또한 중요하다.개인적으로는 경영학이 인과 관계에 대한 분석을 요구하고 동시에 미래의 기대효과를 의식해야 하는 학문이라 오히려 AI를 공부하고 활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이다.- 에이블스쿨에서 익힌 지식이 실무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강준모 씨 : 에이블스쿨을 통해 기초적인 컴퓨팅 지식부터 프로젝트 관리, 개발 방법론, 웹 개발, 데이터 분석, AI 모델링까지 다양한 분야를 수련했다. 에이블스쿨에서 배운 다양한 툴들이 실무와 관련이 있고 거의 95% 정도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관리와 개발 방법론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분야라 먼저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실무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교과목이 끝나면 미니프로젝트를 통해 팀으로 협업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런 활동들은 현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팀원들과의 효율적인 소통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꿈이나 포부를 말해달라.△ 여호준 씨 : AI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는 AI 학습에 사용할 큰 규모의 데이터 셋을 수집해야 하고 그 과정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대구경북네트운용본부 여러 선배님들의 도움이 컸다. 부서와 업무는 다르지만 본부 프로젝트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며 ‘원 팀’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고 든든했다.아직은 부족함이 많은 초보 개발자지만 열심히 배워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고수가 되고 싶다.- 취업준비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준모 씨 : 개인사정으로 남들보다 취업 준비가 늦었다. 예상은 했지만 주변에서 하나 둘 씩 취업하고 떠나니 어쩔 수 없이 조급했다. 하루가 지날수록 부족한 부분만 두드러져 보이고 채워야 할 스펙들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대기업의 본사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수도권 위주의 취업 시장이다 보니 지역 인재들도 수도권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에이블스쿨이 지역 학생들을 위한 기업 실무형 교육과정을 운용하고 또 취업기회까지 주어진다는 게 매력적이었다.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고민하는 취준생들은 에이블스쿨과 같은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면 좋을 것 같다.에이블스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AI는 결국 확률이란 점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목표로 방향성을 갖고 올곧게 노력하면 성공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언젠가는 쌓아놓은 확률로 보상을 받을 날이 온다고 믿는다.KT대구경북광역본부장 최시환 전무는 “KT는 실무형 디지털 혁신 인재를 지속 배출해 청년고용을 늘리고 지역사회 AI경쟁력과 저변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2024-02-18

낯선 간이역에도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을것 같은…

어떤 여행지를 한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전북 남원을 여행할 때면 이곳은 ‘사랑의 고장’ 같다는 생각을 한다. 비단 신분을 뛰어넘은 영원한 사랑의 고전 ‘춘향전’의 고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는 기차도 다니지 않는 간이역에도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는 것 같고 뜨끈한 추어탕 한 그릇에도 살가운 남원 사람들의 사랑의 마음이 느껴진다. 남원은 그런 곳이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어도 마음을 건드리는 풍경이 남아 있는 남원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춘향이의 사랑이 느껴지는 광한루원남원 여행의 시작점은 광한루원이다. 광한루원의 광한루는 ‘춘향전’에서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성춘향의 인연이 시작된 곳이다. 두 사람의 신분을 뛰어넘는 로맨스는 거침이 없다. 농밀한 애정 신부터 애달픈 이별과 박진감 넘치는 만남까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의 법칙을 제대로 보여준다. 춘향전은 판소리는 물론 수많은 창극과 신소설, 현대소설, 연극,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광한루원은 남원의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 장소로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광한루원은 누각인 광한루와 연못, 그리고 연못 한가운데 조성된 세 개의 섬과 오작교 등으로 이뤄져 있다.광한루 옆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 나오는 다리라 ‘춘향전’의 배경인 광한루 앞에 놓였다는 점이 약간 생뚱맞지만, 이 다리를 건너면 부부간의 정이 깊어진다는 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광한루 앞 ‘은하수 연못’ 중앙에는 ‘삼신산’이 있다. 이 ‘삼신산’은 전설 속에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섬으로 만들어 조성한 것이라 한다. 작은 섬들을 잇는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광한루원은 국내 조경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우리나라 문인(文人)들은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더불어 국내 4대 누각의 하나이자 한국의 정원을 대표할 만큼 독특한 조경지로 평가받고 있다.광한루원은 관아가 주도해 지은 관아 원림이다. 관아 원림이란 고을의 관원이나 시인 묵객들이 연회와 풍류를 즐긴 야외 정원이다. 광한루원은 중심 누각인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그 일원에 조영된 원림을 통틀어 지칭하는 이름이다.광한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된 팔작지붕 형태의 누각이다. 남쪽에서는 간결한 구조로 보이지만, 북쪽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장식적인 외관에 눈길이 쏠린다.역사적으로 광한루는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과 관련이 깊다. 황희 정승은 1418년 양녕대군의 세자 폐출을 반대하다 태종의 진노를 사서 경기 파주 교하리로 귀양 보내졌다가 남원으로 유배됐다. 이때 황희 정승이 지금의 광한루에 누각을 짓고 광통루라 불렀다. 1444년 전라도 관찰사 정인지가 이곳을 찾아 “달나라 궁궐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와 비슷하구나”라고 감탄했다 하여 광한루라 불리게 됐다.광한루는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세조 때인 1461년 남원 부사 장의국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인공 연못을 조성하고 돌다리인 오작교를 놓았다. 훗날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해온 송강 정철은 연못에다 신선이 사는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 영주산(한라산)을 의미하는 세 개의 인공 섬을 조성하고, 섬마다 영주각과 방장정을 세웠다. 남원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광한루는 안타깝게도 정유재란 당시 완전히 불에 타고 말았다. 현재의 광한루는 인조 때인 1639년 새로 지은 것이다.광한루엔 당대 문호들이 쓴 시문 편액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멋들어진 정자가 있으니 드나든 시인도 허다했다. 호남을 지나는 선비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렀다고 한다.광한루는 낮에도 풍광이 빼어나지만 특히 교교한 불빛이 건물을 비추는 밤이 더 아름답다. 땅거미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삼신산의 방장정과 그 너머 대숲까지 조명이 들어온다. 불빛은 물과 나무 누각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만든다. 아침부터 찌푸렸던 하늘에 눈이 내리자 불빛과 눈이 어우러져 황홀한 색의 잔치를 벌인다.광한루원 근처에 있는 만복사지도 꼭 둘러볼만 하다. 고려 문종 때 창건한 만복사는 조선전기 최초 한문소설인 ‘금오신화’의 저자 김시습과 관련이 깊은 사찰터다.만복사는 불상을 모시는 법당이 있었고, 그 안에는 높이 35척(약 10m)의 불상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에는 대웅전을 비롯한 많은 건물들과 수백 명의 승려들이 머무는 큰 절이었으나 정유재란(1597)당시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불타 버렸다고 한다.발굴조사 당시 청자와 백자, 많은 기와가 출토되어 고려시대 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5층 석탑(보물 제30호)· 당간지주(보물 제32호)·석불여래입상(보물 제43호) 등이 현재 절터 내에 남아있다.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 노봉마을남원은 춘향의 고향이자 ‘혼불’의 고장이기도 하다. 최명희의 대하 장편소설 ‘혼불’이 남원 매안 이씨 집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혼불’은 조선시대의 봉건문화 속에서 대를 이어가는 종가의 모습과 신분 해방을 꿈꾸는 하층민 간 갈등 및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인 노봉마을에는 소설 속의 종가,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달맞이동산 등 마을 주변이 그대로 살아 있다. 혼불문학관에는 고인이 된 최명희 작가의 원고를 형상화한 디오라마가 전시돼 소설 속의 느낌과 정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혼불문학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옛 서도역 또한 ‘혼불’의 무대가 된 곳이다. 옛 서도역은 1930년대 서도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남원의 숨은 보석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도역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서도역은 원래 논바닥이었는데 전라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철도역이 됐다. 전라선의 이설로 새로운 서도역이 생기자 구 서도역 역사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마을 주민들과 남원시가 힘을 합쳐 역사와 부지를 매입하여 지금의 구 서도역 영상 촬영장소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한성으로 가기 위해 역에 나타난 애기씨 고애신(김태리)을 고동매(유연석)가 기다리는 모습이 촬영된 곳이다. 서도역은 나무로 만들어져 다른 폐역보다 더욱 더 애틋한 느낌을 준다. 오래된 철길의 양옆으로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옛 철길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려는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함께 가면 좋은 곳…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은 2018년 3월 2일 문을 열었다. 남원 출신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유명한 동양화가인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작품을 바탕으로 건립됐다. 미술관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기하학적 디자인과 계단식으로 내려오는 물의 정원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미술관 뒤편이 숲이어서 작품을 감상한 뒤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미술관에는 모두 3개의 전시실이 운영되고 있다. 제1갤러리에서는 김병종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다. 2, 3갤러리는 초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남원=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4-02-15

천하명당 찾다 희생된 영혼 지키는 ‘무송’

말 무덤과 노비 무덤을 지키는 춤추는 무송 노거수는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 965번지 황장산 자락의 도로변에 살아가고 있다. 소나무가 춤추는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무송(舞松)이라 이름을 짓고 그곳을 무송대(舞松臺)라 하였다.무송대 거대한 바위 위에 마총(馬塚·말 무덤)과 노총(奴塚·노비 무덤)이 무송(舞松·춤추는 소나무) 노거수가 삼각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말 무덤 앞에는 마총이라는 작은 비석과 노비 무덤 앞에는 노총이라는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어 무덤의 주인공을 알 수 있다,소나무 노거수 앞에는 무송대(舞松臺)라는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다. 무덤의 영혼이 소나무로 화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굵은 가장이에서 뻗어 나온 붉은 나뭇가지가 용수철같이 몇 번이나 굽혀진 모습에서 응집된 힘을 느낄 수 있다. 이곳 무송대는 풍수지리설 연주패옥(聯珠佩玉) 형세에 관련된 전설이 있다. ‘1592년 선조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을 따라 조선에 온 명군의 부장 두사충(杜思忠)은 당시 명성이 높은 풍수지리학자로서 조선에 귀화한 사람이다. 그가 조선의 팔대명당(八大明堂) 가운데 하나라고 전하는 연주패옥을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에서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벽제관(碧蹄館) 전투의 패전으로 문책을 당하게 되었으나 약포(藥圃) 정탁(鄭琢) 대감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었는데, 은혜를 입은 대가로 연주패옥의 명당을 정탁 대감의 신후지지(身後之地·살아있을 때 미리 잡아둔 묏자리)를 이 일대에 잡아두고 묘지로 사용토록 그 위치를 정 대감의 심복인 말을 돌보는 머슴에게 가르쳐 놓았다. 그 후 정탁 대감은 천하의 명당 연주패옥을 자기 아들에게 찾아보도록 그 위치를 알고 있는 머슴과 함께 문경으로 내려보냈는데, 현 위치에 이르러 그 명당의 위치가 어디냐고 머슴에게 묻자, 타고온 말이 갑자기 뒷발질하여 머슴이 즉사하고 말았다. 천하의 명당을 잃게 된 아들은 화가 나서 말의 목을 베어 이곳에 묻고 머슴도 말의 무덤 옆에 묻어주었다.’명당에 묻히려다 애마도 충복 노비도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연에 가슴이 아렸다. 지금도 이 명당을 찾으려는 풍수가가 있다고 한다. 죽어서도 후손들에게 벼슬을 내려주고 싶은 조상의 마음이야 이해할 수 있다지만, 오늘날에까지 명당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심지어 돌아가신 조상을 잘 모셔야 한다면서 설, 추석 명절에 제사 음식 준비와 집안 손님맞이로 맏며느리들이 심한 후유증을 겪는다고 한다. 이는 죽은 조상이 산 후손을 괴롭히는 것이다.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물리친다는 삼국지 역사소설을 읽은 적은 있지만, 죽은 조상이 산 후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예전에 한 스님이 다비식에서 타들어 가는 장작더미 불꽃을 바라보면서 장례문화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인도에는 마지막 인생을 출가하여 살면서 천상에 태어나기 위해서 신의 강인 갠지스강에 목욕하러 간다고 했다. 그곳에서 죽으면 화장할 때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시체 태우는 장작 수가 결정되지만,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외국 관광객은 잘못 알고 거지로 오인하기도 한다고 했다. 인연에 따라 살면서 장작 수가 적어 시체가 일부 타지 않고 남아있으면 강에 던져 물고기의 밥이 되어 사라진다고 했다.어떤 나라는 조장(鳥葬)의 풍습이 있어 사람이 죽으면 칼질해 산에 갖다 놓는다고 했다. 그러면 독수리가 달려들어 10여 분 만에 사체 살점은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기를 기다렸다가 남은 뼈는 수습하여 갈아서 주먹밥을 만들어 던져놓으면 독수리들이 받아 삼킨다고 했다. 남은 해골은 가져와 바가지로 사용한다고 했다. 어떤 지역에는 개장(犬葬)의 풍습이 있어 사람이 죽으면 사찰 주변에 시신을 던져놓으면 수십 마리의 개들이 달려들어 시체를 먹어 치운다고 했다. 외국 관광객이 개한테 물리어 항의하자 사찰 주변의 개들을 모두 사살한 사실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풍습이 남아있다고 한다.시신 훼손과 같은 장례는 죽은 사람을 모독하는 것이 아닌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실제로 남미 페루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우르밤바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도중에 들린 마을에는 집 안 선반 위에 조상의 해골을 모셔놓은 것을 보았다. 나에게는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생활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이 밖에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장례문화가 있다고 했다. 장례문화가 다른 것은 기후의 영향과 비용 때문이라고 했다. 땅에 묻어도 시체가 썩지 아니하는 지역에는 매장은 곤란하다고 했다. 문화야 어떻든 간에 죽음에 대하여 애도하는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보면 장례문화를 가지고 선진국이니 미개국이니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스님은 부도를 만들에 안장한다고 했다. 우리의 장례문화도 많이 변했다. 묘봉을 만드는 매장보다는 화장하여 유골을 납골당. 수목장 등에 모시거나 산천에 뿌리기도 한다. 조상들이 명당이라고 하여 모신 산소가 벌초할 때면 뱀이나 벌에 쏘여 후손이 다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보다 장례문화의 변화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명당을 찾는다고 산의 나무를 베어내거나 땅을 훼손하는 일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무송 노거수는 수령 340년이라고 하나 연주패옥 명당 이야기를 보면 지금으로부터 432년 전에 임진왜란이 일어났으니, 나무의 나이는 400년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큰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보아 다른 노거수보다 자람이 더디었다. 20여 년 전 노거수의 키 8m, 가슴 높이 둘레 2.5m, 수관 폭 14.5m가 지금도 그때의 크기와 별다르지 않았다. 말과 머슴의 무덤을 만든 후 소나무를 심었든지 아니면 그 후 황장산 소나무 솔씨가 바람에 날아와 자연 발아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주민들이 보호하여 온 것만으로도 민속 문화적 가치가 있는 소나무 노거수이다. 고도 359m, 위도 36.775994, 경도 128.289548 있는 무송 노거수 품격을 높여주면 어떨까.명당으로 희생된 충성스러운 말과 머슴의 영혼을 지키는 춤추는 무송 노거수가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연주패옥의 명당 이야기를 보면서 명당은 형이하학적인 땅이 아니라 형이상학적인 조상의 은덕과 삶을 추모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연주패옥(聯珠佩玉) 형세란…선녀인 옥녀가 화장하기 위하여 거울을 보며 목걸이를 벗어놓은 형세를 가진 곳에 산소를 쓰면 옥관자(玉貫子) 서 말, 금관자(金貫子) 서 말이 나온다는, 즉 벼슬한 사람이 많이 태어난다는 명당을 말한다. 옥관자(玉貫子)는 조선 시대 옥을 재료로 하여 망건의 당줄을 꿰게 만들어 달던 작은 고리. 금관자(金貫子)는 망건(網巾)에 부착된 금으로 된 작은 고리로, 당줄을 꿰어 걸어 넘기는 구실을 한다. 조선 시대 정2품, 종2품 관리가 사용하였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2-14

‘람사르습지 인증’ 등 4관왕 달성, 글로벌 생태관광 메카로

문경돌리네습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습지이자 생태 여행지이다. 2011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추진한 ‘생태·경관 우수 발굴지역 조사’에서 발견된 이후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이같은 노력은 국제 주요기구의 인증 사업들이 성과로 돌아오고 있어 앞으로 생태관광의 메카로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국내 유일한 돌리네습지문경돌리네습지는 물이 고이기 힘든 돌리네 지형에 습지가 형성된 매우 희귀한 곳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사례로서 지형·지질학적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돌리네(doline)는 석회암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지하수 등에 용해되어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와지)로 빗물 등이 지하로 배수가 잘 되어 통상적으로 물이 고이지 않는 지역이다.또한, 육상·초원·습지 생태계가 공존해 좁은 면적임에도 원앙,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과 수달, 담비, 삵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그리고 낙지다리, 꼬리진달래 등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을 포함하여 932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석회동굴을 만드는 일반적인 돌리네 지형의 메카니즘과 달리 문경돌리네습지는 물이 고이기 힘든 돌리네 지형에 습지가 형성된 매우 희귀한 곳으로 습지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6월 15일 환경부 지정 국내 23번째 국가 습지보호지역 지정되었다. □ 람사르습지, 람사르습지도시‘문경돌리네습지’는 세계적으로 희소성이 높은 습지로 그 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 국제적인 인증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람사르습지 인증, 세계 람사르습지도시 후보지 선정, 환경부 생태관광지역 지정, 국가지질공원 후보지 선정까지 국내ㆍ외 인증사업 4관왕을 달성했다.람사르습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습지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람사르협회가 지정·등록하여 보호하는 습지를 말한다. 람사르협회에서는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따라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징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습지로 지정·보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대암산 용늪, 우포늪 등 24개 지역의 람사르습지가 있다.문경돌리네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지정하기 위한 9개의 기준 중 3개 기준을 충족해 람사르습지로 2024년 2월 2일 인증되었다.전 세계 람사르 습지 2천503곳 중 돌리네(doline) 지형 또는 돌리네가 2개 이상 연결돼 움푹 패인 우발라(uvala) 지형에 발달한 습지는 문경돌리네습지를 포함해 총 6곳 뿐이며, 국내에는 유일하다. 또한, 람사르습지도시는 람사르습지 등 습지보전지역의 인근에 위치하고 습지 보전 및 현명한 이용에 지역사회가 모범적으로 참여·활동하는 도시나 마을로서 세계습지협약 기구인 람사르협약에서 인증하는 도시이다.우리나라 람사르습지도시는 2018년에 인증받은 1차 람사르습지도시 4곳(창녕군 우포늪, 인제군 용늪, 제주시 동백동산습지, 순천시 순천만)과 2022년에 인증받은 2차 람사르습지도시 3곳(서귀포시 물영아리오름, 고창군 운곡습지·고창갯벌, 서천군 서천갯벌)으로 총 7개 도시가 있으며, 전 세계에도 43개 지역만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되어 있다.지난해 국내 최종후보지로 선정된 세계 람사르습지도시의 인증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준비해 2025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열리는 제15차 람사르 총회에서 인증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에서 8번째 람사르습지도시가 된다. □ 세계 유네스코 지질공원 등재문경은 백두대간의 중심지로 우수한 지형·지질 자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제28차 지질공원위원회를 통해 문경돌리네습지를 포함해 문경새재, 베바위, 쌍룡계곡, 오정산 바위공원, 옥녀봉층, 용추계곡, 토끼비리, 은성탄광 석탄채굴지(에코월드), 하내리 삼엽충 화석산지, 희양산 등 총 11개의 지질명소가 ‘국가지질공원 후보지’에 선정됐다.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한 지질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교육 및 관광 프로그램에 활용함으로써 주민과의 상생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다. 특히,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여타의 제도들과 달리 별도의 용도지구 설정이나 지역주민의 재산권을 제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면적은 문경시 전체를 공원구역으로 가지며,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중생대까지 다양한 암석과 복합한 지질구조를 가지고 있어 지질다양성이 우수하며, 백두대간과 옛길의 대표도시의 정체성과 연계 가능한 지질명소가 분포하고 있다. 또한, 레포츠 및 체험, 생태, 역사 및 문화유산 등의 다양한 관광자원도 보유하고 있어 국가지질공원으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문경시는 이번 후보지 선정을 발판 삼아 2025년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이후, 나아가 2028년 세계 유네스코 지질공원에도 등재할 계획이다.□ 환경부 생태관광지역 지정생태관광지역은 환경부에서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있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교육할 수 있는 지역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하여 육성하고 있는 지역을 말하며 2023년 문경돌리네습지가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신규 지정되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에 문경돌리네습지를 포함해 총 35곳이 선정되어 있다.문경돌리네습지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 3년간 국비 지원, 생태탐방로, 에코촌, 자연환경보전 이용시설 등 관련 사업 우선 지원, 전문가 맞춤 컨설팅, 대중매체 중점 홍보 등을 지원받게 된다. 그리고 지정과 동시에 환경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생태관광협회,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이 주관하는 ‘제7회 생태관광 페스티벌’을 유치했다. 생태관광 페스티벌은 환경 보전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생태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환경부에서 생태관광 홍보·체험을 위한 대국민 참여를 유도하는 전국 규모의 행사이다. □ 세계적인 생태관광지 도약문경시는 국내·외 인증사업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은 ‘문경돌리네습지’는 더 나아가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습지로의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습지로의 진입도로 개선과 단산터널 개통에 따른 접근성 확보 등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차근차근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주차장 및 숙박시설, 음식점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여 단순히 습지를 구경하는 관광에서 벗어나 체류형 생태관광을 위한 에코촌 조성, 생태관광 코스 개발, 특색있는 먹거리 개발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습지의 학술적 가치와 더불어 탐방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제공할 계획이다.올 연말 탐방지원센터가 준공되면 돌리네습지의 가치를 한번에 체감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등 다채로운 전시컨텐츠를 제공하고, 돌리네습지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화단지를 조성하여 사계절 내내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복원사업을 추진한다. 그리고, 숲속콘서트 등 다양한 테마의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탐방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색다른 생태여행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문경의 미래문경돌리네습지의 세계 기구인 람사르와 유네스코의 국제적인 인증으로 문경시 지역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생태·지질자원을 보전·교육 및 관광에 활용하여 지속가능한발전을 도모하고 체류형 생태관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새로운 생태관광의 메카로 발전시키고 국내·외 관광객 증가로 고용 기회 확대 및 지역주민 소득 증대 등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또한, 현재 추진 중인 문경새재 케이블카와 하늘길, 문경새재 테마파크를 연계한 문경새재지구 관광지 조성과 더불어 문경돌리네습지가 세계적인 생태관광의 명소로써 문경시의 천만 관광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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