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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모진 세월 어떻게 견디셨는지요? 700살 나무는 그저 빙그레 웃기만

오래됨과 거대함에 놀랐다. 나이가 700살, 키가 30m, 허리둘레 10m 훌쩍 넘었다. 경북 안동 녹전면 사신리 257-6번지에 살고 있는 느티나무 노거수이다. 1982년 11월 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국의 자연 유산이다. 나이와 외모에 놀라 고개 숙이고 경외감을 표했다. “어떻게 모진 세월의 풍파에도 불구하고 큰 몸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지요?” 노거수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래 말을 하지 못하지, 아니 내가 알아듣지 못할지도 모르지.” 한참을 노거수 주위를 서성이며 쳐다보고 있으니 마을 어른이 지팡이를 짚고 나오시더니 말없이 정자에 올라앉으셨다. 그리고 나무와 지는 해를 바라보셨다. 하루의 해가 동쪽 하늘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이제 서쪽 산마루에 올라앉아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모두가 황혼에 물들어 가는데 느티나무 노거수만은 늠름한 모습으로 모두를 압도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어떻게 그런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지는 서쪽 하늘의 해는 여름 더위의 열기도 거두어 갈 모양이다. 벌써 한 낮의 온기와 차이가 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 어른도 느티나무 노거수도 나도 말이 없다. 침묵으로 더 많은 생각을 마음속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침 조용한 정적을 깨고 푸드덕하는 소리가 나 쳐다보니 매에 쫓긴 참새가 나뭇잎 속으로 숨어들어 용케도 죽음을 면했다. 참새는 느티나무 노거수 품에 안겼다. 느티나무 노거수는 약자의 피난처였다. 품속에서 매미 소리가 들렸다. 느티나무 노거수 품은 참새와 매 등 작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고 쉼터이다. 적으로부터 피난처이고 놀이터이다. 그들에게 먹이를 공급해 주고 삶을 이어가도록 희생을 감내한다.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흙 속의 영양분과 물을 빨아 먹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얼굴과 몸을 내밀어 호흡하면서 빛에너지를 섭취한다. 다른 생명체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먹고 다른 생명체들이 호흡하는 신선한 산소를 뿜어낸다. 지구상에 무한히 있는 흙과 물, 공기와 햇볕으로 살아간다.다른 생명체를 먹어야만 살아가는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스스로 지구상 무한히 많은 자원으로 독립해서 살아간다. 인간처럼 미래를 걱정하면서 창고를 만들어 쓸데없이 많이 쌓아 놓지는 않는다. 가을 되면 가지에 매달린 잎을 떨어뜨려 흙의 영양분으로 되돌려 놓는다. 공기와 물을 깨끗이 정화하여 지구의 청소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욕심이 없고 남을 품고 배려하는 것을 보니 갑자기 노거수가 성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철이 없던 시절, 나뭇가지에 톱질하고 겨울엔 몸속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래도 나무는 참고 인내하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으려고 했다. 몸뚱이의 속은 시꺼멓게 타고 속살은 없어지더라도 용케 피부를 재생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태풍이라도 만나면 허리가 부러지고 심지어 다시는 재생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를 때도 있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딱따구리는 몸을 쪼아 구멍을 내고 그 속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래도 원망하기는커녕 기꺼이 몸을 내어주고 품어주었다. 이런 희생정신에 창조주도 감동하여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는 하도록 했다. 잎에는 독성물질과 고약한 냄새를 몸에는 가시로 몸을 보호하도록 했다.사람을 비롯한 생명체는 죽으면 다른 생명체의 먹이가 되든지 아니면 땅에 묻혀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나무는 삶을 마감해도 또 다른 삶이 기다린다. 물론 사람과 마찬가지로 후손 나무를 위하여 흙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경우에는 인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종이가 되어 역사의 기록을 담고, 집의 튼튼한 기둥과 서까래가 되어 인간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 준다. 의자가 되고 탁자가 되고 칼잡이도 되어 우리의 생활 도구가 된다. 이밖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인간이 필요한 기계나 도구의 재료로 사용된다. 아름다운 무늬의 장신구가 되고 보석함이 되어 늘 우리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있다.생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거실이나 전시실에 걸어두고 늘 감상하면서 그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에 감탄의 미소를 띠고 있다. 음악으로 작곡되어 눈을 감고도 나무의 모습을 다른 누구의 상징물로 대신하여 그리워하며 애달파 하고 있다. 이 모두가 생전의 나무 성품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국에는 흙으로 돌아가 후손목의 자양분이 된다.말없이 있던 노거수가 말을 해 왔다. “인간도 나를 보살펴 주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를 도와주는 것은 자연이란다. 바람은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지만, 나를 강하게 만든단다. 어릴 때는 바람에 꺾이지 않기 위하여 부드러움을 간직하지. 그리고 자라면 그동안 면역력이 생겨 버틸 수 있단다. 바람은 기능을 잃어버린 몸의 가지를 제거해 주고 영글지 못하는 열매를 떼어내어 준단다. 나를 괴롭히는 벌레를 나로부터 떨어지게 한단다. 구름과 비는 목마른 나에게 물을 주어 새로운 힘을 돋우어 준단다. 자연이 이렇게 알게 모르게 나를 돕고 있단다. 그러니 너무 날씨 탓만 하지 말게나. 이 외에도 말해 줄 것이 많다마는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보렴.”노거수는 생명체라면 가리지 않고 품고 안았다. 제 것을 내어주고 그들의 생명을 이어주었다. 그저 참고 인내하면서 사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그에 맞는 옷을 갈아입고 살아간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천수를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지혜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이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종합병원이다.나무 없는 마을이라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새들이 찾아와 노래를 불러 줄래도 앉을 자리가 없고, 바람이 먼 곳에서 찾아와 좋은 소식을 전해 줄래도 멈추어 쉴 자리가 없다. 장수한 노거수는 마을의 역사를 도서관의 역사책처럼 나이테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을 소중한 생명체다. 우리 삶의 여정에 마주치는 노거수는 지혜와 교훈, 위안을 준다. 노거수가 담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가치를 탐구하는 산림 문학은 우리의 삶의 영혼을 살찌게 하리라 믿는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17

내국인 떠난 시드니 도심 빈자리,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

시드니는 호주의 문화·금융·관광의 중심지다. 또한, 호주를 상징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대표적 이민국가인 호주답게 시드니는 여러 민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호주 통계청(ABS)이 2021년 발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485만 명 중 40.5%(194만 명)가 이민자다. 이는 호주 전체평균인 29.1%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호주 전역을 살펴보면 이민자 비율 상위 10개 지역 중 5개(오번(Aurburn), 페어필드(Fairfield), 파라마타(Parramatta), 스트라스필드-버우드애쉬필드(Strathfield-Burwood-Ashfield), 캔터베리(Canterbury)가 시드니 권역에 속해 있다.특히 오번은 이민자 비율이 60%로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들보다 이민자가 더 많이 산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시드니 시민들의 민족 구성은 △영국계 (21.8%) △호주인 (20.4%) △중국계 (11.6%) △아일랜드계 (7.2%) △스코틀랜드계 (5.6%) △인도계 (4.9%) △이탈리아계 (4.3%) △레바논계 (3.5%) △필리핀계 (2.7%) △그리스계 (2.6%) △베트남계 (2.5%) △한국계 (1.4%)의 순이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호주 국적을 가진 시드니 시민 중 자기 자신의 뿌리가 ‘호주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1970년대 중반부터 청년인구가 대거 유출되고 있는 점은 시드니와 대구·경북이 유사하다.시드니는 40여 년 전부터 중앙정부의 이민정책을 바탕으로 인구유출 문제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해왔다. 실제로 시드니는 호주에서 인구유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임에도 도시로 유입되는 해외노동자들 덕에 해마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민족·인종적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시드니’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로 공존하는 모습은 인구유출 문제 해결을 위해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대구·경북에게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듯하다.물론, 최근 서구권을 중심으로 자국민들과 섞이지 못하는 외국인들에 의한 사건과 사고들이 빈발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역소멸과 인구감소 시대를 맞이한 지금 ‘다문화’라는 의제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형 정책 전망이 아닐까?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인 밀집지역이 증가하고, 그들이 내국인이 떠난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이미 다문화시대를 맞이했다고 보는 게 맞다.이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지금, 대구·경북과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시드니 다문화사회의 형성 과정과 현황을 되짚어 본다.△ 시드니, 경제 중심지에서 다문화 중심지로시드니는 호주대륙에 외국인 정착이 시작된 이래 뉴사우스웨일스의 주도(主都)로 꾸준히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다른 국가들이 그랬듯 시드니도 처음부터 다문화 사회를 이룬 건 아니다. 1700년대 대륙 개척 이후 줄곧 백인들의 땅이었던 호주에 1851년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시드니를 비롯한 대도시에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이 기간 중국계 이주민 인구는 급증해 이후 시드니, 멜버른과 같은 대도시의 상업, 무역업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불안감을 느낀 호주인들은 경기불황의 원인으로 이들을 지목하는 등 이민자들에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은 호주 전역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1861년에는 3000명 규모의 유럽, 북미, 호주의 금광 광부들이 합심해 중국인 광부들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이 여파로 1861년부터 중국계 이민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호주 사람들은 이후에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급기야 호주 연방정부는 1901년 백호주의 정책을 발표한다.당시 국회의원이던 에드먼드 바튼의 발언으로 당시 호주 사회가 이민자들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짐작할 수 있다.그는 “열등하고 부적절한 아시아 사람들이 호주에 도착해 백인 호주 사람의 미래를 위협한다”며 총리가 된 후 1901년 백호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이민제한법을 통과시킨다.호주의 ‘반아시아 정서’가 바뀌기 시작한 건 190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때 호주는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정립하기 시작했고, 1973년 백호주의 정책을 폐지하는 한편, 연이어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시드니를 비롯한 대도시들의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한다. 필요노동력을 외국인으로 충원해야했던 호주 정부는 본격적으로 이민자 유치를 위한 정책을 펼친다. △바다를 건너온 ‘이민자들의 관문’ 시드니호주가 이민자들을 대거 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드니는 다문화사회 구성을 위한 이민자들의 ‘관문도시’로 역할하게 된다.‘관문도시’란 한 도시가 개인의 사회적 이동, 혹은 이주에 있어 중간지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시드니는 ‘호주의 경제 1번지’로 많은 일자리가 있다. 또한 대도시 특유의 주거 생활 인프라를 바탕으로 이민자들에게 다른 지역보다 나은 교육 환경과 생활 환경 을 제공한다. 이는 이민자들이 이주 초기 시드니에 정착하게 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그간 시드니는 정부의 다문화 정책을 바탕으로 많은 이민자들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왔다.이를 통해 이주 초기 이민자들이 호주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시드니에서 축적한 경제적·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호주의 다른 지역으로도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배경을 제공했다. 시드니는 2016년 발표된 글로벌네트워크연결성(GNC) 조사에 의하면 호주에서 가장 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되는 동시에 가장 많은 인구가 유출되는 도시다. ‘인구 이동의 관문’이라는 이야기.△자국민들은 떠나는 시드니, 이민자가 채워2000년대 중반 400만 명가량이던 시드니 인구는 2021년 485만 명으로 늘었다. 시드니 광역권 인구까지 합치면 523만 명에 달한다.흥미로운 건 지난 40년간의 자료를 살펴보면, 시드니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의 숫자 역시 호주의 다른 주요 도시들보다 높다는 것. 이는 매년 호주로 유입되는 이민자들 중 다수가 시드니를 정착지로 선호하며, 첫 직장이나 유학생활의 출발지로 삼지만, 거기서 살다가 도시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호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16년까지 45년간 시드니에서 호주 전역으로 유출된 인구는 71만6832명이다.시드니 거주 인구의 출생지 비율을 보면 1976년 25%에도 미치지 못했던 해외 출생자(이민자) 비율이 지난 2021년 인구조사에선 40%를 넘어섰다. 이처럼 시드니는 호주 내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유출됐음에도 해외 이민자 유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어왔다. 이는 도시의 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내국인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워주고 있는 시드니의 사례는 떠나가는 내국인으로 인해 침체 위기에 처한 도시가 다시 활성화되는 ‘도시재생’의 긍정적 사례가 아닐지.지속적으로 청년 인구가 외부로 나갔고 있음에도, 2023년 시드니는 ‘포화 상태’를 선언하고 도시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제한했다. 이는 ‘인구 증가’라는 측면에서 해외노동자 유입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싶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16

마이스산업 핵심 인프라 장착, 국제 관광컨벤션도시로 ‘도약’

포항시는 오는 18일 북구 장성동 1287번지 일원에 마이스(MICE)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포엑스)’를 착공한다. 시는 수년간 도시 브랜드 경쟁력을 더 높이고 지역경제의 성장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규모 회의장을 갖춘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다.4년 만에 그 결실을 보게 된 시는 전국에 난립한 국제컨벤션센터들과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 지역 특성을 살린 전시·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설 활용을 극대화하는 등 꼼꼼한 전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포항시를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신청, 마이스산업 거점 도시로 육성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리는 마이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포엑스 건립을 통한 중심지로 새롭게 도약해 세계적 도시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한 포항시의 전략을 살펴본다. △마이스 산업 육성 통해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 대표 지방 도시로 도약포항시는 인구나 산업 규모 면에서 월등히 앞선 경북 제1의 도시임에도 전시컨벤션센터의 부재로 국제 규모 행사를 상당수 포기해야 했다. 해마다 200회가 넘는 심포지엄과 포럼도 전시회를 열 공간이 없어 소규모 강연과 토론 위주로 개최할 뿐이었다.시는 포엑스 1단계 준공 후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2027년까지 지역 주력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바이오·수소 등 특화 신산업을 융·복합한 국제 전시행사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철강 중심 회색 도시에서 인간중심 생태·탄소중립도시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하는 국제회의들을 준비하고 유치할 방침이다.시는 마이스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도심 해변 입지를 차별화한 시민친화형 컨벤션센터 운영이 목표포항시는 포항과 유사한 도심 해변에 입지한 ICC 시드니와 같이 시민친화형 컨벤션센터로의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심 해변인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 건립될 컨벤션센터는 영일만을 조망할 수 있는 오션뷰가 강점이다. 포항역, 포항버스터미널 등 교통 거점시설과 20분 내에 위치해 접근성 또한 편리하다.마이스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즐길 거리도 산재해 있다. 포엑스 인근에 스페이스 워크, 영일대해수욕장, 장미원, 죽도시장 등 인지도 높은 관광자원이 있다. 센터 인근지역의 다양한 숙박시설에 더하여 고급호텔 등도 건립된다. 포항시는 도시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지난해 주력사업으로 구도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립과 포항해상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본격화했다.△경쟁우위 및 차별화포엑스는 경북지역에서 가장 넓은 전시장 공간으로 건립된다. 마이스산업 초기 설계 단계부터 타 지자체와 달리 ‘마이스 지원위원회’를 운영했다.앞으로 건축 및 마이스 분야 학계, 산업계 전문가 13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해당 위원회는 컨벤션센터 건립 및 마이스산업 육성과 관련된 자문역할을 수행하게 된다.포엑스는 전시컨벤션 행사뿐만 아니라 평소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된다.△안정적 센터 운영 기반 마련 계획신성장 산업 중심의 특화된 국제 규모 전시회를 개발할 방침이다. 포항 국제컨퍼런스(POBATT)를 중심으로 컨벤션 규모를 확대하고 이차전지 전주기 밸류체인을 완성할 전시회 등 배터리 융·복합행사를 계획하고 있다.포항 배터리 위크(가칭·IBW in Pohang-International Battery Week in Pohang)와 국제 바이오 포항(가칭·BIO PH) 등의 행사를 통합해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포항 및 경북도의 해양관광 콘텐츠 홍보를 위한 B2C(기업 대 소비자) 전시회와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전, 포항 철강 마라톤대회, 스틸아트페스티벌 등 포항시가 주관하고 있는 철강 관련 행사 등을 혼합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국제 방사광기기학회 총회(SRI), 아·태물리컨퍼런스(APPC), 세계철강협회 총회(World Steel) 등 지역 자원과 연계한 국제회의 유치를 통해 국제 마이스 도시로의 입지도 확대한다.2025년 출범을 목표로 하는 재단법인은 문화·관광사업과 분리된 독립적인 MICE 전담 조직으로서 포항 마이스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관광·마이스 도시로의 이미지 전환을 위한 마케팅 전략현재 주력산업인 철강산업 외 배터리, 바이오, 수소 등 신성장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또한 철강산업에 기반한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관광도시, 문화도시, 녹색도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포항 철길숲, 해도도시숲 등 도심 곳곳에 숲과 정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4대 하천 복원 등 녹색도시로 변화하고 있다.신성장 산업과 관광·문화·환경에 기반한 새로운 먹거리 요소 발굴을 위한 마이스 산업 육성 등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지역특화 전시회 및 컨벤션 육성포항시는 지역특화 컨벤션 육성이 향후 마이스 도시로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 미래 유망산업을 육성하며 도시 산업구조를 변화시켜가고 있다. 관련하여 현재 ‘이차전지 국제컨퍼런스’, ‘가속기 기반 바이오분야 컨퍼런스’, ‘포항국제수소연료전지포럼’ 등 지역특화 행사를 지속 개최 중이다.이외에도, 포항이 보유한 강소연구개발특구, 포항벤처밸리 등에서 신규로 개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사업(애플 연구센터, 그래핀 등) 특화 행사를 지속 육성할 계획이다.△국제회의 복합지구 추진마이스 개최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센터 일대의 ‘포항형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마이스 유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컨벤션센터 중심 일대와 포항 전역으로 포항에서의 체류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관광·마이스 자원 조성을 기획하고 있다.구체적으로 ▲레저-영일만관광특구 조성(해수욕장, 물회거리), 환호공원(스페이스워크, 시립미술관), 포항운하, 포항크루즈, 영일만항 크루즈(울릉도 크루즈, 국제크루즈) ▲쇼핑-죽도시장, 롯데백화점 등 ▲숙박-라한호텔(3성급) 이외, 센터 1KM 이내 환호공원 특급호텔(4성급, 400실)을 건립할 예정이다.△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 의미 담아포엑스 건립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 피해로 인해 급격하게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해 ‘포항지진 특별법’에 따라 국비가 지원되는 사업이다.포엑스가 가장 고려하고 있는 사항은 ‘시민 친화’다. 마이스와 문화가 공존하며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많이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지역문화행사, 이벤트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시설 비수기의 비효율도 극복할 예정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마이스 행사 기획 및 국제행사 유치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지속 가능한 마이스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시민을 위한 시설을 유치하는 등 시민 친화적인 컨벤션센터를 만들어 지역 내 경제·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7-16

황리단길∼계림∼동궁과 월지∼박물관 잇는 ‘트램’ 어때요

초여름 태양이 다소 뜨거웠으나 이국(異國)의 부드러운 햇살을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전 지구적 재앙으로 악명을 떨치기 바로 전해. 오스트리아를 찾았다.비엔나 숙소를 나와 도나우강(江)으로 가는 트램에 올랐다. 캄캄한 터널 속을 달리는 지하철과 달리 주위 풍경이 환히 보이는 지상 노면전차를 타고 도시 외곽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흥겨운 소풍이자, 일상을 벗어난 여행으로 다가왔다. 트램 안에서 보이는 비엔나 시청과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은 행정 관청이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까웠다. 밤이 되면 청사 외벽에 극장처럼 커다란 영사막을 설치해 요한 스트라우스의 클래식 공연을 상영하는 곳이 비엔나 시청 건물.도나우강변에서의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엔 쇤부른 궁전에 들렀다. 역시 트램을 타고서였다. 비엔나 도심은 큰 산과 눈에 띄는 굴곡이 드물어 평평한 지형이다. 트램을 만들기에 좋은 지리적 환경을 갖췄다는 이야기. ▲한국 지자체도 효용성 높은 트램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오스트리아만이 아니다. 동유럽 국가로 함께 묶이는 헝가리, 불가리아, 세르비아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로 불리는 도시 튀르키예 이스탄불 역시 트램이 저렴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매력 갖춘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한국에서 대중교통과 관광 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트램에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서울에선 1899년부터 1968년까지 트램이 운행됐다. 서울 중심가 종로에서 마포까지 운행되던 지상 노면전차는 대중가요와 소설의 소재로도 사용됐다. “밤 깊은 마포 종점~”으로 시작되는 ‘은방울자매’의 노래를 기억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자동차를 소유한 개인이 늘어나고, 지하철이 만들어지면서 서울의 트램은 그 모습을 감췄다.하지만, 시대는 또 변했다. 넘쳐나는 자가용으로 인해 극심한 교통 체증이 유발되면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는 세상이 온 것. 그런 이유로 서울시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총연장 5.4km의 트램을 건설할 예정이다.‘한국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부산도 풍광 좋은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오륙도와 이기대(二妓臺)까지 이어지는 트램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세웠다. 2023년 2월엔 이 구간 트램의 사업 타당성 재조사가 실시되기도 했다.이외에도 울산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저공해 트램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마산· 진해와 통합되며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아직 지하철이 없는 창원시도 2030년엔 트램이 오가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사전 타당성 조사를 받았다.대전과 제주도 역시 ‘교통 인프라 개선’과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멀리 내다보고 트램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편리하고 저렴하며 효율적으로 도심 관광지 이어주는 트램 생겼으면…2016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업무를 위해 경주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대를 100여 차례 이상 오갔다. 그 결과물로 2000매 가량의 원고와 6권의 책이 남았다. 그러니, 경주에 관한 애정과 관심이 누구보다 크다 자부할 수 있다.비엔나 역시 기자가 좋아하는 도시. 그랬기에 7년의 간격을 두고 거푸 2번을 찾아갔고, 갈 때마다 일주일 이상 머물렀다.‘많은 것이 닮은 도시’ 한국의 경주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도심 대부분이 평평한 지형이고 좁은 공간에 역사 유적과 유물, 관광객을 매혹하는 명소가 많다는 것이 두 도시의 공통점.그래서다. 비엔나의 트램이 편리하고 저렴하며 효율적으로 도심 관광지를 이어주듯, 경주에도 트램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건.경주시외버스터미널을 기점으로 황리단길-대릉원-첨성대-계림-동궁과 월지-월성 발굴 현장-국립 경주박물관을 이어주는 트램이 생긴다면 비엔나의 ‘링 스트라세’ 못지않은 명물이자 도시의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위에 언급한 구간에서의 경제적·문화관광적 효과가 현실에서 증명된다면 트램의 운행 지역을 보다 넓혀 진흥왕릉과 김유신 묘, 진평왕릉까지 잇고, 더 나아가 경주시 외곽 감은사지와 문무왕 수중릉까지 확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이런 상상을 하는 건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만든다.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황리단길에서 경주 트램에 올라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수많은 왕릉 사이를 달려, 첨성대와 계림에서 신라의 탄생과 선덕여왕의 능력을 되새기고, 동궁과 월지에 화사하게 핀 연꽃을 감상한 후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경주박물관에 들어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하나’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트램의 외부는 신라가 가진 이미지를 잘 표현한 디자인을 공모해 꾸미고, 내부엔 스크린을 설치해 트램이 지나는 곳, 즉 대릉원, 동궁과 월지, 계림, 첨성대, 경주박물관, 황리단길 관련 영상물을 보여준다면 경주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이 “금상첨화(錦上添花)”라며 무릎을 치지 않을까 싶다.그런 날이 가까운 시기에 도래하기를 경주시민, 경주를 사랑하는 관광객들과 함께 기다려본다. (끝) 비엔나의 ‘실용적 명물’ 트램 ‘링 스트라세’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도심의 효율적인 교통 흐름과 출퇴근 시간 차량 정체 등을 막기 위해 도시 곳곳을 거미줄처럼 잇는 대중교통을 운행하고 있다. 거기에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트램(노면전차)은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모습까지 보여줘 여행자들에게 편의에 더해 즐거움까지 제공한다.트램과 버스, 기차와 지하철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비엔나 어느 곳이건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Wiener Linien’이라 불리는 비엔나의 대중교통은 트램 노선 29개, 지하철 노선 5개, 버스 노선 127개로 이뤄졌다. 야간에도 운행되는 노선이 있어 실용성도 높다.비엔나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티켓만 구입해 트램, 버스,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자동판매기와 역 매표소는 물론, 담배와 신문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상점에서도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 ▲여행자에 대중교통의 꽃은 ‘링 스트라세’ 관광객들 사이에서 ‘비엔나 대중교통의 꽃’이라 불리는 트램은 1840년대에 최초로 운행을 시작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말이 끄는 형태였다고 한다.말-증기-전기로 이어지는 비엔나 트램의 에너지원 진화는 사회·경제적 변화·발달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보면 된다.세계에서 가장 광대하고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 비엔나의 ‘트램 네트워크’는 30개 노선으로 구성됐다.총연장 225km의 지역을 지역민과 관광객을 싣고 쉼 없이 달린다. 비엔나 내·외곽엔 1100개 이상의 트램 정류장이 있다.비엔나가 낯설 수밖에 없는 세계 각국 여행자에게 세칭 ‘링 스트라세(Ringstrasse)’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링 스트라세’를 타면 자연사박물관, 호프부르크 왕궁,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 역사 지구, 국립도서관, 왕실 보물박물관, 부르크 극장, 시청 등 비엔나의 명소와 주요 관광지를 쉽게 돌아볼 수 있다.낭만적 매력 가득한 비엔나를 꼼꼼히 탐험해보는 건 재론의 여지없는 여행자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홍성식기자 · 정리=단정민수습기자

2024-07-16

맨손으로 잡은 은어·무더위 날리는 워터쇼… ‘가자, 봉화로!’

2024~2025 경북도 지정 최우수 축제이자 대한민국 여름 대표축제인 ‘봉화은어축제’가 오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9일간 봉화읍 내성천 일원에서 개최된다.(재)봉화축제 관광재단이 주최·주관하고 경북도, 봉화군의 후원으로 열리는 제26회 봉화은어축제는 ‘은어야 놀자! Let’s go 봉화로!’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체험과 공연, 주민참여, 전시 및 부대, 연계 행사가 펼쳐진다.은어축제의 핵심 주제 체험인 은어 반두·맨손잡이와 숯불구이 체험은 물론, 글로벌 어신 대항전, 전국 청소년 은어 맨손잡이 대회 등을 올해 새롭게 선보인다.9일간의 축제기간 동안 매일 다양한 콘셉트의 공연도 진행되며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주민참여 행사와 가족건강 걷기대회 등 전시 및 부대, 연계 행사도 풍성하다. □ 봉화은어 잡고 맛보고 즐기고은어축제의 핵심 주제 체험인 반두를 활용한 은어 반두잡이 체험은 축제 기간 중 매일 4회 내성천 반두잡이 체험장에서, 맨손으로 하는 은어 맨손잡이 체험은 매일 3회 맨손잡이 체험장에서 1만2000원의 체험비로 즐길 수 있다. (지역화폐 봉화사랑상품권으로 5000원 환급)핵심 주제 체험은 지난 12일부터 온라인 플랫폼 ‘네이버 예약’을 통해 현장 예매보다 2000원 저렴하게 체험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올해는 지역 주요 관광자원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연계·협력해 주제 체험과 수목원 입장 패키지권을 상품화해 판매한다.이외에도 숯불로 구운 은어 맛보기와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은어 숯불구이 체험과 글로벌 축제 도약 발판 마련을 위한 글로벌 어신 대항전, 다양한 연령층의 축제 참여를 위한 전국 청소년 은어 맨손잡이 대회, 또 하나의 핵심 주제체험으로 자리매김할 전국 어신 선발대회가 준비돼 있다.다양한 은어 요리도 맛볼 수 있도록 ‘겉바속촉! 수박香 은어 튀김장’, 재단 직영 ‘싱싱 은어 활어 판매장’, 지역에서 생산·가공하는 우수 농·특산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봉화愛곳간 봉화 로컬푸드 판매장’, 지역 농·특산품과 은어를 재료로 한 ‘은어밥상 은어 요리 판매장’ 등을 조성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예정이다.워터슬라이드와 에어바운스 풀장을 갖춘 ‘은어 어린이 워터파크’, 청정 1급수 내성천 자연 그대로의 모래를 만지며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휴!(休) 내성천 모래놀이장’,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창의 놀이 활동인 ‘실베리아 키즈 플라자’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체험 행사도 진행돼 온가족 여름 추억여행지로 기대된다. □ 무더위를 식혀주는 다양한 공연올해는 매회 특색있는 퍼포먼스와 다채로운 공연을 통해 관광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신나는 축제장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개막 첫날인 27일에는 오후 1시부터 수변무대에서 초청 내·외빈과 지역 주민, 관광객들이 제26회 봉화은어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기념식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리고 오후 7시부터는 특설무대에서 인기가수 이보람, 허각, 트라이비, 황윤성, 마이진, 린, 박지현 등이 출연해 개막 축하공연을 장식한다.축제 둘째날인 28일부터 8월 3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특설무대에서는 매일 다양한 컨셉의 공연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봉화 홍보대사 국민배우 이성민과 빅마마 이지영, 샵안녕이 출연하는 토크 뮤직 콘서트 ‘봉 퀴즈 온더 블록’과 봉화 지역 예술인 공연 ‘봉삘! 예술인 콘서트’, 전국 버스커들의 라이브 공연 ‘봉스킹 홀릭’, 스페이스A, 김현정, 쿨(이재훈), 김완선이 음악 비트에 맞춰 펼쳐지는 물대포 워터쇼 ‘COOL~! K-레트로 콘서트’가 준비돼 있다.이밖에도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즐기는 세대공감 참여형 패밀리쇼 ‘FUNFUN 캐리와 친구들 뮤지컬’, DiGi앨리스, 하이큐티, 이짜나언짜나, DJ춘자의 한여름밤 청춘 무도회장 콘셉트 물대포 디스코 나잇 공연 ‘청춘 썸머나잇! 워터풀 원더풀’, 트로트계의 아이돌 진욱 김소연, 빈예서, 홍잠언이 펼치는 ‘HOT~! K·트로트 콘서트’로 여름밤의 낭만을 더하고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축제 마지막 날인 8월 4일에는 제26회 봉화은어축제 현장 스케치 영상을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차년도 축제를 기약하는 기념식인 폐막식과 경서, 우디, 최우진, 미스김, 김희재가 출연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신나는 폐막 축하공연, 화려한 불새 불꽃쇼로 축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 모두가 하나되는 안전한 축제올해는 봉화은어축제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특화하고 자생력을 갖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지역주민, 관광객의 참여와 만족도가 증대될 수 있는 매력적인 축제로 기획해 추진한다.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축제문화 선진화 캠페인과 지역사회 소통을 위한 주민참여행사도 마련해 주민 참여형 축제로 운영하고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만드는 민간주도형 축제로의 정착을 도모해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는 은어 맨손잡이 체험객에게 생분해 친환경 봉투를 지급하는 등 저탄소 축제장 인프라 조성으로 친환경 축제를 실천한다.또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안심 축제 구현을 목표로 안전하고 즐겁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철저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유관기관과 연계·협력해 안전사고 예방에 힘쓸 예정이다. 계절성 축제 특성상 기후변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온열질환에 대비해 축제 종사자들에게 온열질환 예방 키트를 공급하는 등 관광객과 종사자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박현국 (재)봉화축제관광재단 이사장(봉화군수)는 “대중적 기호와 축제관광 트렌드에 부합하는 축제 기획과 봉화군의 관광명소를 부각시키고 은어를 소재로 접목한 이색 여름 콘텐츠를 다양하게 마련했으니 청정한 힐링 숲속도시 봉화에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거운 여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07-14

경북도 폐가 2만1900여채, 흉물 방치 넘어 공동체 붕괴 우려

포항시 호미곶면에 자리한 집 한 채. 지붕을 덮은 초록 풀이 보기에도 을씨년스럽다. 풀은 담장을 넘어 이웃 주민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 집주인은 포항이 아닌 대구에 거주 중이다.이웃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포항에 와서 자신의 빈집을 관리할 생각과 의지가 없다. 한 주민은 “빈집이 폐가가 되면서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관리를 서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포항시에 따르면 “고령의 부부가 살다 두 사람이 사망하면 외지에 있는 자녀들이 집을 팔려고 하지만 수요가 없어 방치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사유지라 폐가가 돼도 법적인 문제 탓에 함부로 처리를 못하고 있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비단 호미곶면의 빈집만이 아니다. 경북지역의 빈집 문제는 심각하다. 단순히 폐가가 생긴 걸 넘어 도시공동화 현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 2022년 통계에 의하면 전국의 빈집은 모두 13만2052채로 추정되며 이중 16.6%인 2만1,963채가 경북도에 몰려있다. 이는 전라남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경북 도내 빈집은 김천시가 1175채로 가장 많고 포항시 1165채, 경주시 1016채, 안동시 982채, 영천시 668채, 상주시 680채, 영주시 618채, 구미시 558채, 문경시 448채, 경산시 128채 순이다.그중 단독주택이 5만3463호고, 아파트가 5만7077호, 연립주택이 5931호, 다세대 주택이 8187호,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이 2801호로 파악된다. 빈집 대부분이 단독주택과 아파트라는 이야기.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래전 지어진 주택일수록 빈집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흔했다. 단독주택 빈집의 경우 5만3463호 중 4만4800호(83.8%)가 1979년 이전에 건축됐다. 아파트 빈집의 경우엔 5만7077호 중 2만4559호(43%)가 1990년부터 1999년 사이에 지어졌다.빈집이 늘어나는 건 이론적으로 주택 초과 공급의 여파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주택보급률(가구 수 대비 주택 수)은 102.1%. 특히 인구감소지역이 많은 경북(113.2%)·전남(112.4%)·충북(111.6%) 등은 110%가 넘어 주택이 남아돈다. 울산(108.4%)·세종(105.6%)·광주(105.2%)·부산(102.6%)·대구(101.4%) 등 대도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외부적 요인으론 수도권 집중화, 저출산, 고령화가 지목된다. 실제 2019년 전국에서 가장 빈집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던 전라남도(15.5%)는 그해 고령 인구 비율이 22.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보다 앞서 인구 감소와 빈집 문제를 경험한 일본은 고령화율 20% 이상의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빈집이 900만호(2023년 기준)에 이른다. 이는 5년 전(2018년)보다 51만 채 늘어난 수치다.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철거 비용과 재산세 지출 부담, 부모가 남겨둔 재산 처리에 대한 심리적 부담 등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빈집 문제가 심각한 건 쓰레기 불법투기 등으로 주위 환경이 나빠지고, 노후 건축물의 붕괴에 따른 안전사고나 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등 2차 피해도 우려된다는 것. 실제 노숙인들이 빈집에 들어와 불을 피우다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소가 된 사례도 드물게 있었다.빈집 문제는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일본은 빈집이 10만채 늘면 1조5000억엔(약 13조원) 가량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빈집은 인근 지역 범죄율을 19% 증가시켰고, 빈집이 2.8가구 증가할 때마다 지역 범죄율은 6.7% 증가했다. 빈집 문제에 심각성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국 83곳의 인구감소지역에선 주택을 추가 매입해도 1가구 1주택자로 인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세컨드홈’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농어촌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7월부터 지자체장이 빈집의 소유자에게 직권 철거 등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포항시는 경북도에서 유일하게 별도의 빈집정비팀을 운영해 관내 빈집을 관리한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역 내 빈집 60곳을 정비해 주민편의공간으로 조성한 것. 특히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도심 내 빈집 44곳을 정비해 공유주차장을 확충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민 커뮤니티시설로 재탄생시킨 경우도 있다. 올해도 사업비 5억원을 투자해 도심지(동 지역)와 농어촌지역(읍·면 지역)에서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은 빈집을 대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할 예정.대구시는 2013년부터 4년간 빈집 170동을 철거해 주차장 83곳, 쌈지공원 19곳, 텃밭 36곳, 꽃밭 28곳, 운동시설 4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에도 9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해 빈집을 활용한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했다.이처럼 도내 지자체들이 예산을 들여 꾸준히 빈집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매입의 어려움, 철거 비용 지원에 대한 예산 부족 등으로 정비 속도보다 빈집 증가세가 더가파른 상황이다. 또한 빈집 정비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해도 건물과 땅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신청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렵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일부터 관내 농어촌이나 준농어촌지역에 한해 시장, 군수, 구청장이 ‘빈집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하고, 철거명령 뒤에도 빈집을 철거하지 않는 소유자에게는 강제금 500만 원을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농어촌 혹은, 도심의 빈집 정비를 주민편의시설 형태로 만들 게 아니라 주거시설로 진화시켜 관광숙박업과 임대업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전라남도 강진군은 상태가 좋은 빈집 소유주가 5년 또는 7년 이상 집을 무상으로 임대하면 군청에서 최대 7000만 원의 사업비로 리모델링 해준다. 또, 입주자들이 보증금 100만원, 임대로 월 1만원에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한동대학교 공간시스템공학과 김주일 교수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 하더라도도시재생사업을 실시해 허름한 집을 정비하거나 철거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빈집을 활용해 예술센터를 만들거나 동네 편의시설을 만드는 외국 사례를 참조해 도시 재생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나갈 때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빈집 문제 해결, 해외에서는?일본, 소유주와 활용 희망자 연결영국, 주민-봉사자 함께 폐가 재생伊, 빈집 1유로 거래 프로젝트 마련▲일본 - 빈집은행 시스템 도입대표적 초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지자체 64%는 빈집은행(Akiya Bank) 시스템을 도입해 빈집 정보를 공개하고, 소유자와 구매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도쿄도의 오오타구(大田533A)는 빈집 전용 창구를 설치해 소유주와 빈집 활용 희망자를 연결해준다. 동시에 국가전략특별구역법의 여관업법 특례를 활용해 빈집을 비교적 수월하게 숙박시설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올림픽 개최로 외국인 방문이 증가할 것에 대비한 조치였지만, 그 이후에도 이 정책은 빈집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영국 - 리브워크 프로그램영국의 경우 커뮤니티 주도의 빈집 재생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리버풀(Liverpool)에서 진행된 리브워크(live work)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해 빈집을 고쳐 주거환경을 개선한 프로젝트다. 이는 장기 임대계약이 가능한 주거지를 조성하는데 도움을 줬다. 런던 포플러 지역 주택조합과 예술단체 바우아츠(Bow Arts)가 협력해 저소득 예술가에게 거주공간이자 작업공간을 제공한 사례도 있다. 리브워크는 50호 이상의 빈집을 재생해 주거지로 만들었고,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이탈리아 - 1유로 프로젝트30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 작은 도시 마엔차시(Maenza comune)에서는 2021년부터 빈집을 1유로(약 1400원)에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1유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는 헐값에 빈집을 매매할 수 있게 하는 대신 보증금 5000유로(약 720만원)를 내고 3년 내에 건물 개보수에 착수해야 하는 제도다. 보증금은 공사 완료 후 돌려받을 수 있다. “2021년 관련 정책 발표 후 97명의 외국인이 주택을 구매를 신청했고, 21명의 외국인이 매수 후보자로 선정됐다”며 “숙박업, 식당 등 상업시설을 만들기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빈집 구매 우선권을 줘 마을의 활력을 높이고 있다”는 게 미엔차시 관계자의 설명. 올해 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마엔차시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본 후 한국에서도 ‘빈집 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성지영 인턴기자 thepen02@kbmaeil.com

2024-07-14

“글로컬 포항 위한 공무원 자기 계발·국제화 훈련 필요”

세계를 뜻하는 글로벌(Global)과 지역을 말하는 로컬(Local)을 합쳐 글로컬(Glocal)이라 한다. 지방화는 세계화와 필연적으로 맞물려 있다. 21세기는 지방의 작은 도시도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도시로서 존립이 가능하다. 지방정부 차원의 국제화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도 글로컬시대에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 살펴본다.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포항은 글로컬 수준의 기업과 대학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면에 관광 서비스 행정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이게 금방은 안 될 것이다. 최소한 공무원들이 글로컬 시각을 가지고 포항시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일깨워서 전문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스갯 소리지만 아내를 집사람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집 문제에 관해서는 전문가라서다. 그래서 집을 사고파는 것은 모두 집사람한테 맡겨 놔야 한다는 것이다.전문가는 모든 정보를 계속 듣고 체득한 노하우가 있다. 이런 면에서 글로컬이 되기 위해서는 ‘포항 사람’, ‘포항 출신’의 인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혹은 포항 관광공사나 문화재단에서 훌륭한 인재가 있다면 과감하게 데리고 올 수 있어야 한다. 커리어가 증명될 정도의 ‘전문가’라면 설사 그 사람이 외국인이더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전문가와 협의하는 공무원의 수준도 올라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무연수 과정에 국제화 과정을 넣거나 환동해 지역에 대한 교육을 추가해야 한다. 특히 해양항만과, 문화관광과 처럼 특정 분야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글로컬 시각을 기를 수 있게끔 훈련시켜야 한다. - 포항의 기반 산업인 철강, 배터리 산업이 세계적 불황과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금리와 환율문제,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이 모든 문제의 공통점이 바로 가격이다. 우리가 국가를 평가할 때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 분류하기도 하지만 성장의 패턴이 혁신 지향형이냐 혹은 효율 지향형로 그룹을 분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2020년부터 해외에서 혁신 지향형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후진성을 뜻한다. 선진국이 100년에 걸쳐서 수천 만 원을 들여서 기술을 개발을 하면, 상대적으로 선진국보다 후진해 뒤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성공한 지름길이 있다 보니 성큼성큼 따라가 갈 수 있다. 100년 걸렸으면 뒤에 따라간 사람은 50년, 그 뒤에 따라가는 사람은 30년, 20년 이렇게 따라가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그만큼 후발국가인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기존에는 저렴한 인건비가 고도 성장의 요인이 되었다.△대량 생산을 하는 것일수록 공장을 크게 키우거나, 사람을 많이 투입하거나, 인건비가 싸면 성장이 되는 거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용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후진국형 국가가 80년대 고도성장을 했고 90년대 들어와서 물량 공세로는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일부 산업을 기계화 한다든지 로봇 생산을 도입한다든지 해서 효율을 높이는 걸로 갔다. 예를 들어 A4 용지 전체를 쓸 수 있는 것을 효율적으로 작게 쓰면 종이도 남고 원가 절감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효율적으로 하는 것에도 이제는 한계가 왔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새로운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가격이 문제가 아니고 지금까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연구개발(RD)을 통해 고부가가치로 혁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이를 수천 장 팔아서 소득이 한 장당 100원이 남았다고 치면, 혁신을 통해 100만 원짜리 종이를 만들어서 10만 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게 수천 장 파는 것 보다 수익 기준으로 훨씬 높다. 이렇게 이제는 고부가가치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지금은 우리가 선진국들과 나란히 걷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다가 에프코로, 포스코 등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한 발자국 딱 나간 거다. 이렇게 누군가가 한 발짝 나가면 뒤에 있는 국가들이 따라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가 앞서 나가려고 하면 그걸 감내하고 나가야 한다.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금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런 얘기만 한다. 사실 이것들은 모두 ‘가격’에 관한 요인이고 내가 남의 돈을 빌려 썼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 부담되고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는 거다.만약 우리가 유일무이한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었다면 전세계 사람들은 그걸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야말로 독보적인 경쟁력 아니겠는가. - 대한민국이 살아나고 포항이 앞으로 나가려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문제는 배부른 상태에서는 이게 잘 안된다. 당장 포스코만 봐도 혁신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다. 근데 포항은 포스코가 죽고 나면 큰일나는 것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사실은 이걸 두려워할 게 아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듯 철강 산업이 미래 산업이 아닌 것 같다면 혁신을 통해서 최종재를 만들 수 있는 구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시장의 수요를 읽고 주요 기업과 포항시 소재 기업이 연대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을 선도 하려 노력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됐던 금리·환율 문제, 특히 저가 공세 전략과 완전히 차별화 할 수 있다. 값싼 제품을 살 수 있음에도 명품을 사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우리가 저가 공세를 신경쓴다는 것은 그 전략을 펼치는 국가들과 같은 방식의 제품 포트폴리오나 아니면 생산 방식의 효율만 겨우 따지고 있는 꼴이라는 거다. 효율보단 혁신이 필요하다./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7-14

역사·전통에 뿌리 두며 새롭게 시도하는 변화의 힘

△ 현대적 해석의 전통 오페라동생은 클래식의 본 고장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오페라극장에서의 오페라 감상을 제안했다. 단체여행에선 누리기 힘든 호사니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었다. 동생이 6개월 전에 예약해 둔 세 곳의 극장과 2편의 오페라, 교향악단의 공연에 기대가 컸다. 동생은 미리 오페라 공부해 오라고 당부했지만 대구에도 오페라하우스가 있어 ‘토스카’와 ‘투란도트’를 본 적 있다며 동생을 안심시켰다. 드레스코드가 필요하냐 물었더니 청바지에 운동화보다는 원피스가 좋겠지 해 세 벌의 옷과 구두까지 챙겼다.뮌헨국립오페라극장은 1818년에 세워져 독일 3대 오페라하우스로 명성이 높았지만 제2차세계대전 때 전소, 1963년에 외관은 옛 모습으로, 내부는 현대식으로 재건했다. 화려한 레지덴츠궁전과 거리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엔 맥주와 독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도 많았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오페라하우스는 시민과 함께 하는 시민의 문화공간이었다. 생전의 훈데르트 바서 모습. 빈의 쿤스트하우스 미술관 2층에 걸린 사진을 찍었다. 준비해 간 원피스에 스카프까지 둘러 한껏 차려입었다. 좀 일찍 가서 오페라하우스 건너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입장시간을 기다렸다. 멋지게 차려입은 커플들이 팔짱을 끼고 오페라하우스로 가고 있었다. 가벼운 옷차림의 남녀도 없지는 않았지만 나이 지긋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성장(盛裝)한 모습이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 혹은 오케스트라나 오페라에 대한 묵언의 예의일까. 여기서 갑자기 최근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광기같은 트로트 팬덤 문화가 머릿속을 스친 것은 왜일까.음악과 함께 무대가 열리자 깜짝 놀랐다. ‘토스카’는 1800년의 로마가 배경인 걸로 알고 있는데 간소한 현대식 무대, 등장인물들의 현대식 복장은 정말이지 생경했다. 스토리를 대강 알고 있으니 망정이었다. 무대와 등장인물이 오히려 훌륭한 음악을 방해한다는 느낌 탓에 눈감고 듣기만 할까 생각했다. 음악과 노래가 없다면 영락없이 연극이었다. 우리나라 공연에서 인물들의 과장된 서양식 분장이 거슬려 서양 주인공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기대한 나는 당혹했다.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나와 남편과는 달리 동생을 비롯한 대부분의 관객들은 무대에 몰입한 듯했다. 1막이 끝나자, 실망스러우면 나갈까 기색을 살피는 동생에게 2막과 3막의 유명한 아리아는 듣겠다며 주저앉혔다. 가까이 몇몇 나이든 관객들의 실망스럽다는 대화를 엿들었던지 인터미션 후엔 빈자리도 생길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웬 걸, 그런 일은 없었다. 여전히 객석은 꽉 찼다. 2막에서는 흑백무성영화도 한참 나왔는데 도통 맥락이 안 잡혀 전통오페라를 완전히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거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2시간이 훌쩍 넘는 공연 후 커튼콜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20여 분 이상의 갈채로 새로운 버전의 오페라에 아낌없는 성원과 찬사를 보냈다. 감독의 과감한 연출 시도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박수리라.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오페라극장은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다. 유명한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전속으로 둔 전통의 극장이다. 해마다 정초가 되면 빈 필의 신년연주와 ‘라데츠키 행진곡’을 찾아 들었던 나는 빈 국립오페라극장을 유난히 동경했다. 저기 저 자리에서 새해를 열면 얼마나 신날까. 이 극장 역시 1945년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10년만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음악도시를 반드시 재건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열정과 희망에 따라 고색창연한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7월과 8월을 제외한 모든 달, 모든 날에 잡힌 공연 달력을 보고, 빈 시민의 참으로 두터운 음악 사랑이 부러웠다.빈에서는 제대로 된 시대극을 기대했다.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이 배경이니 서양인 배우들의 동양인 분장과 무대의상이 궁금했다. 그러나 연두색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합창단의 첫 장면에서부터 알아차렸다. 이 공연 역시 현대적 버전의 오페라인 것을. 무대 장치가 거의 없는 연극 무대였지만 이미 뮌헨의 경험이 있으니 놀라는 대신 즐겼다.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연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그런가 하면 빈 모차르트오케스트라는 오히려 18세기 모차르트 시대를 재현한다. 모든 연주자는 한결같이 흰 가발을 쓰고 18세기 궁중복장, 지휘자는 빨간 모차르트 복장이었다. 연주곡은 모두 유명한 모차르트의 넘버였고, 앵콜곡으로 관객과 함께 즐긴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나는 잠시 흥분했고 황홀했다. 순전히 관광객을 위해 특화된 관광상품은 관광객을 열광케 했다. 관객 중 상당수가 중국인으로 보였다. 그래선지 좌석 앞 모니터엔 중국어 자막도 있었다. △ 고건축의 도시에서 만난 현대적 건축물빈에는 쇤브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 호프부르크 왕궁, 슈테판 대성당, 성페터 성당 등 수많은 역사유적지와 미술관, 박물관에서 유명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에곤 쉴레(1890~1918)도 있지만 그 계보를 잇는 전위적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데르트 바서(1928~2000)가 리모델링한 장난감 같은 건축물도 만날 수 있다. 빈은 전통을 지극히 존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도시이지만 동시에 전통을 거부하고 비튼 예술가를 낳고 포용하고 인정한 도시이기도 하다. 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거나 혼재하면서 미래의 문화유산이 될 예술을 토닥이고 쓰다듬고 어루만져주는 도시였다. 쿤스트하우스빈은 훈데르트 바서의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친환경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직선과 네모는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극도로 혐오했다. 네모난 창문은 장난스러운 그림으로 가렸으며, 자연이나 식물의 모양을 닮은 비정형의 건축물과 실내디자인은 독특하되 아름답고, 기괴하지만 매력적이다. 슈테판성당 앞에는 훈데르트 바서를 오마주한 호텔도 있었다. △ 문화의 힘이 국력이다빈 국립오페라극장은 외곽지의 관광지로 가는 시티투어 버스가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노란버스는 싸지만 한국어 해설이 없고, 빨간 버스는 비싸지만 한국어 해설을 들을 수 있단다. 과연 우리가 탄 노란버스엔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어, 그리스어, 터키어, 중국어, 일본어도 있는데 한국어는 없었다. 빈 오페라극장의 좌석 앞엔 외국어 자막 모니터가 있다. 거기에도 중국어와 일본어는 있는데 한국어는 없었다. 남편은 국력은 이런 데서 알 수 있다며 분개했다. 극장 가까운 곳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단 한국문화원을 발견하자 뭐하는 문화원인지 중얼거렸다. K-문화를 자랑해대면서, 정작 이런 것 하나도 못 챙기는 문화외교에 무력감을 느꼈다.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우리나라가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를 바랬다.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 문화의 힘을 가져야 아름다운 나라라고 했다. 문화의 힘은 오랜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새롭게 시도하고, 변화하고, 고뇌하는 예술가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의 힘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뮌헨과 빈이 아름다운 도시인 이유는 시민들의 자발적 동의에서 얻어지는 영향력, 예술과 문화라는 소프트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다.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4-07-11

1600년 전 대가야 문화유산 살아 숨쉬는 찬란한 역사도시

최근 고령군은 군민들이 오랜 기간 기다려온 경사를 맞았다. 고령이 ‘대가야 고도(古都)’로 공식 지정된 것.지난 3일 국가유산청은 ‘고도 보존육성 중앙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고령군이 한국에서 5번째 고도로 지정됐음을 알렸다. 2004년 3월 5일 ‘고도 보존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경주, 공주, 부여, 익산에 이어 고령군이 5번째 한국의 고도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고도란 이름 그대로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의 중심지이며 오랜된 수도라는 뜻. 이는 앞서 언급된 다섯 도시, 즉 경주, 부여, 공주, 익산, 고령의 역사·문화적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1600년 전 대가야의 도읍이던 고령군 대가야읍 일대는 최근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 산성인 주산성, 대가야 궁성지, 고아리 벽화 고분 등 역사 향기 가득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고대 국가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역사적·경관적 가치가 잘 보존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도 높다.기존 4개의 고도인 경주, 공주, 부여, 익산을 대상으로 고도 지정을 통한 지역적 파급효과와 관련된 지표를 분석해보면 지역 발전에 긍정적 에너지가 되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고도 지정은 도시의 문화적 가치와 관광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방문객 소비 지출에 의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이를 감안해 그간 고령은 대가야읍 시가지의 고도 지정을 열망해왔다.이미 지정된 4개의 고도에 이어 고령군은 2004년 특별법 제정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고령군 고도 지정의 경제적 효과는...고령이 고도로 지정됨에 따라 향후 역사·문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주민지원사업 등이 가능해졌다. 또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할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한 지역 활력 증진과 주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 그리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고령군 활성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그간 고도로 지정된 도시들이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쳐왔는지 살펴보는 건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니다. 지난 2015년부터 추진된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은 한옥 건축, 전통 담장 축조, 가로변 외관 정비사업 등에 540억 원이 지원됐다. 현재까지 관련된 추진 사업의 숫자는 700건에 달한다.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주의 사업 건수가 256건(36.6%)으로 가장 많고, 경주는 157건(22.4%), 부여가 154건(22.0%), 익산이 133건(19.0%)이다.‘고도 이미지 찾기사업’ 가운데 지속성을 가지고 진행된 주요 사업으로는 고도 내 주요 역사문화 탐방거점을 명소화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 예로 경주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한 주거 및 가로환경개선사업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돼 탐방객이 2016년부터 매년 10~20%씩 증가하기도 했다.이는 지역 활력 증진의 전환점을 마련함으로써 고도 보존육성사업에 대한 주민인식 개선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3개의 고도는 한옥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해 부여 쌍북리, 공주 제민천변과 백미고을, 익산 금마지역 등이 명소화되면서 도시의 이미지와 정체성 형성에 효과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산동 30호분에서 출토된 통형기대. ◇관광객 증가에 큰 역할 해낸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이 본격화된 2015년과 2016년을 기점으로 고령군 이전에 지정된 4개 고도 모두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했다. 경주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6년 경주지진 발발로 인해 2017년엔 감소했으나, 2018년과 2019년에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공주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6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으며, 2017년, 2018년, 2019년에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부여군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 또한 2016년엔 이전과 대비해 대폭 늘었고, 2017년, 2018년, 2019년에는 소폭의 증감을 반복했다. 익산시 고도 지정지구 관광객 수는 2013년~2019년까지의 증감률을 살폈을 때 약 11% 정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고 있다.이런 상황을 고려한 고령군은 고도 지정 이후 발생할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출하기 위해 4개 고도를 대상으로 고도 지정 이후 얻게된 관광객 수와 방문 시 1인당 평균 지출액 증가율을 계산했다.그 결과 2019년을 기준으로 4개 고도의 관광객 수에 대한 증가율은 42.6%이며, 1인당 평균 지출액 증가율은 15.4%로 확인됐다.이와 관련 고령군의 최근 4년간 방문자 변화 추이도 검토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고령의 평균 방문객 수는 약 70만6000명으로 확인된다. 고령군에서 관광객들이 지출한 경비는 1인 평균 약 28만4990원. 이중 식음료비 지출이 8만3072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숙박비 6만4890원, 교통비 5만1932원 순이었다. ◇고도 지정에 따른 정책적-경제적 파급 효과고령군은 고도 지정 이후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위해 기존 4개 고도 중 공주의 고도보존육성사업 국고보조금 사례를 참고했다.공주가 고령의 고도 역사문화환경 지정지구 특성(면적, 지정 형태, 지정 공간)과 유사하기 때문. 그러니,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 규모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고도 이미지 찾기사업이 시행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공주의 평균 국고보조금인 약 51억 원을 대상 금액으로 설정한 고령군은 2021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9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발생되는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 고용유발효과를 산정하고자 했다.고도보존육성사업 시행으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부문은 제조업과 건설업 , 서비스업, 정정보통신업, 금융 및 보험업, 부동산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이다.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검토를 진행한 결과 고령군의 고도 지정 및 사업 추진에 따른 정책적·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치로 나타났다.고령군이 추산한 생산유발효과는 약 96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43억 원으로 총 139억 원이다. 여기에 더해 약 513명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용유발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여기에 지산동 고분군을 포함한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관광객 증가와 고용 기회 확장에 따른 수입 증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추가적인 국비 지원에 따른 지역 파급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2022년 진행된 고령 지산동 고분군 세계유산활용 콘텐츠 연구에 의하면 고령군 방문 관광객은 67만3000여 명, 올해는 73만8388명으로 추산된다. 내년엔 더 늘어나 11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고령군을 찾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남철 고령군수 “우리 군이 대가야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고도 지정 이후 관련 사업 추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이남철 고령군수는 “고령이 20여 년 만에 신규 고도로 지정된 것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고령이 공식적인 대가야의 역사문화도시로 인정받은 것이라 군민과 함께 기뻐한다”며 관련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통해 고도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도시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여기에 덧붙여 이 군수는 “고도 지정 이후 가장 시급한 것이 지정지구를 설정하는 것이다. 몇 가지 복안이 있는데 좀 더 면밀히 분석하고 논의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안으로 지정지구를 설정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현재 고령군이 TF팀을 구성해 발굴해 낼 대표적 사업으로는 고도 이미지 찾기사업과 대가야 궁성지 발굴 및 복원 정비사업, 세계유산 및 핵심유적 탐방거점센터 건립, 고도 주민협의회 구성 및 고도 육성 아카데미 설립 등으로 알려졌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4-07-11

수문장처럼 우뚝 선 채 젊은 연인의 ‘슬픈 환생담’ 간직

시골 농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산과 들, 강으로 뛰어다니면서 놀았다. 자연에서 뛰어놀던 어릴 적 생활의 그리움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도시에 살면서 마음은 항상 시골 나무와 숲 등 자연을 동경했다. 공직에서 퇴직한 후 도시의 화려한 조명 불빛에서 탈출하여 마음속에 그리던 나무와 숲에서 새들이 노래하는 시골 산촌 마을로 달음질쳤다.나의 목가주의 전원생활은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여유와 자유를 찾았다.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노거수를 찾아다니는 것이 이제는 취미가 되었다. 어슴푸레한 갓밝이에 출발하여 동산의 해가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서산으로 넘어갈 때 산 그림자와 함께 귀가했다. 황혼의 삶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계절 내내 즐거움을 탐해도 시간은 짧기만 했다.노거수는 나의 반려목이면서 길라잡이고 스승이다. 반려동물처럼 떼쓰거나 보채지도 배신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내가 찾을 때까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노거수 설화의 향유집단인 마을 주민들은 인간 행위에 대한 노거수의 환생담을 이야기하면서 노거수를 신성시한다. 노거수의 환생담(還生談)은 마을 주민들의 어떤 운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암시를 나타내기도 한다.예를 들면 사람이 죽어서 나무로 환생했다는 이야기이다. 나무를 베어낸 사람이나 가족이 결국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어느 마을에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조상 대대로 마을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며 또한 후손까지 살아가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노거수 설화는 민속문화, 민속신앙의 차원에서 노거수가 보호되는 설화로서 설화 속에는 우리 조상의 자연숭배 사상, 조상숭배 사상, 영혼 불멸의 사상 등이 있다.이러한 노거수 설화는 전승 집단의 의식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어 흥미와 교훈을 주기도 하며, 삶의 지혜를 얻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의 결속을 강화시키고 마을의 경관을 이루는 노거수를 보호해 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여 전체적 생태계 천이의 자연성과 생물 다양성을 높여주는 기능으로 발전하였다.경북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마을 입구에 수문장처럼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는 젊은 연인에 관한 슬픈 환생담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은행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는 이야기이다.‘이 마을에 강 참봉이라는 부자 양반이 살고 있었다. 손자 강기석 대에 이르러 불행히도 손부(강기석의 부인) 허씨가 병을 앓아 실명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월선이라는 계집아이를 얻어서 잔심부름을 맡아 하도록 하였다.월선은 영리하고 부지런할 뿐만 아니라 열대여섯이 되니 마음씨도 얼굴도 고와서 모두의 칭송을 받았다. 그때 마침 강참봉의 현손 한수도 월선의 또래였는데, 월선을 한번 보고서는 연모하는 정이 간절하였다. 그러나 천비 월선과의 결합은 사실상 당시로 보아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한수는 학문보다는 월선을 만날 궁리에 더 몰두하였다. 결국 두 청춘 남녀는 신분도 잊은 채 밀회의 정을 나누었다. 이러한 사실을 안 아버지는 부인과 상의하여 강 건너 마을에 사는 포양 김씨댁 규수와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 월선은 자신의 비천한 신분을 생각하고 한수 도령의 행복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홀몸도 아닌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였다. 며칠 뒤 한수는 소나무에 목을 맨 채 자결한 월선을 발견하였다. 눈물을 흘리며 월선의 장례를 혼자 치러 주었다. 얼마 뒤에 한수는 김씨댁 규수에게 장가들었다. 다시 새 정에 젖어 월선을 잊게 되었고 귀여운 아들까지 낳게 되었다. 그런데 그 월선의 무덤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것을 월선의 넋이라고 생각하여 후환을 없애기 위하여 베어 버렸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바로 귀여운 아들이 죽었다. 이듬해 봄이 되니 은행나무가 또 자라 있었다. 이번에도 나무를 베어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부인이 앓아눕더니 병명도 모른 채 그만 죽고 말았다. 흉사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강참봉은 용한 점쟁이를 불러 그 연유를 물었다. 점쟁이는 은행나무는 원통히 죽은 월선의 넋이며, 나무에 제사를 정성껏 지내고 지금이라도 한수와 월선은 부부가 된다는 허락을 해주지 않으면 이보다 더 비통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점괘를 뽑았다. 대가 끊긴다는 엄청난 점괘에 강참봉 내외는 점쟁이가 시키는 대로 제사를 후히 지내고 사후(死後)에라도 월선을 현손 며느리로 맞겠다고 약속하였다. 이 소문은 이웃 마을에 파다하게 퍼지었고 두 그루였던 은행나무 옆에 또 한 그루가 새로 돋아 세 그루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조차 세 그루 은행나무는 월선과 그녀의 아들(뱃속의 아이) 그리고 한수 아내의 넋이 환생한 것이라고 믿고 보호했다. 세 그루는 자라면서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처럼 변하였다 한다.이런 환생담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은 후 나무로 환생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시되는 설화로써 징벌담과 마찬가지로 노거수의 설화로써 빈도가 높다. 은행나무를 베고 나니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로써 결국은 나무를 보호하고 신성시함으로써 액운이 멈춘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역으로 신성시되는 나무를 대입시켜 당시의 악습을 타파하려는 민중의 억압된 삶을 고발하려는 내용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노거수 설화로 불합리한 사회상을 바로잡고자 문학의 힘을 빌린 산림문학인의 저력이 돋보인다.이러한 설화 속에는 우리 조상의 자연숭배 사상, 조상숭배 사상, 영혼 불멸의 사상 등이 혼재하여 오늘날까지 우리 민속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저 나무를 보호하고 사랑하라고만 하는 것보다 나무에 설화의 산림문학 옷을 입혀 나무를 신적 존재로 올려놓는 문학인의 지혜로움이 아닐지 싶다.환생담은 나무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두곡리 마을의 단합과 발전으로 평화로운 마을 건설의 밑바탕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환생담 은행나무 노거수에 더 많은 미담이 입혀져 마을 주민들과 함께 천대 만대 만수무강하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해 본다. 두곡리 은행나무의 환생담노거수에 대한 고사와 설화는 징벌담. 영험담, 동물담 등 크게 여덟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환생담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은 후 나무로 환생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거나 신성시되는 설화로서 징벌담과 마찬가지로 노거수 설화로 빈도가 높다.경북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640번지 외 4필지. 1987년 5월 10일 도 기념물 지정. 수령 470년. 수고 15m, 흉고 둘레 8.4m, 수관 폭 22m, 마을 주민들은 은행나무를 덕목(德木) 나무라 부른다.6·25 전쟁 때 마을 주민들의 피해가 하나도 없었다고 하여 마을을 지켜주는 덕목 나무라 믿고 있다. 암 그루로 은행 열매의 생산량이 많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10

이민정책 성공 정착으로 경제 규모 ‘세계 8위’ 넘보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7600억 달러로 세계 14위. 호주는 1조7900억 달러로 세계 13위를 기록해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두 나라지만 양 국가의 향후 경제 전망은 판이하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2100년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20위로 추락하는 반면, 호주는 세계 8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이 같은 전망이 나온 배경에는 ‘인구’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한국의 인구는 지난해 5174만 명에서 2100년 2678만 명으로 줄어들지만, 호주 인구는 같은 기간 2573만 명에서 4235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 것.2023년 기준 호주의 출산율은 1.7명으로 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 2.0명을 밑돈다. 그럼에도 호주 인구 그래프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197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들의 인구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와중에도 호주가 인구 성장 측면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오랜 기간 적극적으로 펼쳐온 이민정책 덕분이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 이민자 핍박한 호주의 백호주의(白濠主義)오늘날 호주는 미국, 캐나다 등과 함께 대표적인 다민족·다문화 신대륙 이민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처음부터 적극적 이민정책을 펼친 건 아니었다.호주에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건 1783년부터다. 당시 영국의 죄수 736명과 관리들을 태운 배 13척이 호주로 건너왔다.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소수의 인원이 원주민들의 저항을 받으며 서쪽으로 개척지를 넓혀나갔다. 이후 1816년 영국 정부가 ‘자유 이주자(Free Settlers)’의 호주 입국을 허가했다.1800년대 중반까지 40만 명 정도에 불과하던 호주의 인구는 1851년 ‘골드러시’를 계기로 급속히 팽창해 세계 제1차대전 무렵에는 500만 명에 이르게 된다.호주 대륙은 풍화와 침식이 활발하게 일어나 금광이 지하 깊숙이 묻혀 있지 않다. 대량의 금맥이 대륙 곳곳 지표면에 드러나 있고, 대륙 남부의 따뜻한 기후는 포도주 생산과 농장 운영에 적합했다. 그런 이유로 영국, 미국, 중국, 남태평양 등지에서 이민자가 급증했다.이민자들이 늘어난 만큼 사회적 혼란도 심화됐다. 이민자의 폭동이 종종 발생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행정시스템은 튼튼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호주 대륙은 엄연한 영국 영토였지만, 본토와의 거리가 너무나 멀었기 때문. 특히 영국이 호주 식민지에 데려온 청나라 출신 중국인 계약 노동자(쿨리) 4만 명 중 여성은 12명에 불과해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되기도 했다.1851년 호주에서 거대한 규모의 금광이 발견되자 이른바 ‘골드러시’가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당시 청나라)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호주에 유입됐는데 이들은 자국민 중심으로 모였다. 중국인 이민자들이 마을로 밀려들면서 기존의 영국계 중심 호주사회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인 이민자들이 저임금 노동에 종사해 우리들 임금까지 낮추고 있으니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이 같은 아시아인 노동자 유입에 대한 호주 백인들의 반발은 결국 호주 독립으로 이어진다. 물론 호주 자치령의 성립 배경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분명한 건 이민 노동자들에 대한 호주인의 반발도 그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1901년 사실상의 독립을 선언한 호주 자치령은 ‘백인들의 호주를 추구해야 한다’는 백호주의(白濠主義) 정책을 시행해 사실상 아시아인들의 이민을 제한하게 된다. 신대륙 이민국가로 출발한 호주가 역설적이게도 한시적이지만 제한적 이민 정책을 펼친 셈이다. □ 출산율 저하, 인구 위기에 백호주의 탈피한 호주, 다민족 이민국가로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호주였지만, 194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과 호주는 한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이러한 호주인들의 정체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0세기 초중반, 세계 1차대전과 1930년대의 대공황, 그리고 2차대전 등을 겪으면서다.특히 2차대전에서 호주 본토인 다윈이 일본군에게 폭격을 당하면서 호주인들은 “적은 인구 탓에 이웃 국가의 위협에 유효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커졌다.이 시기부터 호주는 유럽 각지에서 이민 초청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 이민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1970년대 유럽 국가들과 갈등을 빚던 호주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일원으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한다. 1970년 2.86명을 기록했던 호주의 출산율은 꾸준히 하락해 1978년에는 1.95명까지 떨어지게 된다. 인구대체수준 출산율인 2명을 밑돌자 호주사회에선 위기의식이 높아졌고, 아시아계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기에 이른다.이런 과정을 거쳐 호주의 백호주의는 막을 내린다. 호주통계청에 따르면 호주 인구는 1970년 약 1200만 명에서 2022년 2627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820만 명이 이민자다. 전체 인구의 30.7%에 달한다. 이는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15.3%)의 2배가 넘는 수치다. □ 적극적 이민 정책 펼치는 호주… 인구증가로 경제 규모도 확장앞서 살펴봤듯 이민국가로 태동한 호주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후반까지 한시적으로나마 제한적 이민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한 후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하게 됐다.현재 호주의 이민정책은 기술, 투자, 가족 부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져 있다.투자이민은 만55세 미만의 외국인이 150만 호주달러(약 14억 원)이상을 호주 국채에 투자하고, 225만 호주달러 이상의 개인 재산 증빙, 학력, 영어점수 등의 기타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기술이민은 전체 이민의 50%를 차지한다. 가장 흔한 이민 방법이다. 영어 점수, 학력, 전문기술 등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 식으로 운영된다. 호주 정부는 그간 주로 기술이민을 통해 노동인구를 늘려왔지만, “비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인력 공백을 메우기엔 그것만으로 모자란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 왔다.이에 따라 최근 ‘SSRM 이민프로그램’이 호주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SSRM 이민프로그램’은 비도시지역의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기존 청년층의 이탈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도심공동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민자들을 비도시 지역에 3년간 머물게 하는 제도다.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인구 증가와 지속적 노동력 제공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호주의 전체 이민자 중 SSRM 이민자의 비중은 지난 1997년 2.3%에서 2005년에 20.9%까지 증가했고, 이로 인해 1991∼2001년(10년간) 비도시지역의 이민자 비중 또한 증가(13.7 →16.1%)했다. 또 비도시지역의 신규 이민자들의 평균연령이 32세로 상당히 젊고 이중 79%가 가족과 함께, 28%는 자녀를 동반해 이주함으로써 인구정책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이들의 고용률이 98%로 집계되고, 지역에서 지속적 체류율 역시 90%에 육박하는 등 인구 증가 효과만이 아니라, 지방소멸 현상을 막는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여기에 더해 지난해 호주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위해 임시 숙련노동(TSS) 비자로 입국하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30% 인상해 연 7만 달러로 정했다. 복잡한 비자 획득 절차도 단순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한 해 동안만 50만 명의 이민자가 호주로 유입됐다.여타 선진국들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호주는 그간 추진해온 적극적 이민정책을 발판 삼아 경제규모를 키우는 한편, 인구 문제에도 비교적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영국경제연구소(CEBR)는 호주의 경제규모가 현재 세계 13위에서 2027년엔 11위로 두 계단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CEBR은 호주가 그동안은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해왔지만, 가장 인기 높은 이민자 국가 중 하나가 되면서 앞으로는 인구증가가 호주 경제력 순위 상승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09

변혁의 새 발걸음 뗀 경산시 약속과 기회의 도시 만든다

지난 1일 민선 8기 조현일 경산시장의 후반기가 시작됐다.조 시장의 민선 8기는 ‘꽃피다, 시민 중심, 행복 경산’을 슬로건으로 △살고 싶은 도시환경 △일자리 중심 미래 경제 △사람 중심 교육문화 △지켜주는 행복복지 △시민 중심 적극 행정 등을 시정 목표로 출발했다. 이러한 시정 목표를 향해 달린 조 시장의 전반기 2년은 ‘변화’와 ‘새로운 시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코로나 펜더믹을 이기기 위한 시정 추진에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전력투구했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며 힘들어하는 시민들을 위해 특별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벤처창업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임당 유니콘파크,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과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 지역문화를 통합 관리할 경산문화관광재단 설립 추진 등의 성과를 보였다.특히 지역의 현안 사업인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지역 입점을 위한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변경안의 승인은 지역 경제지도를 바꾸게 될 것이다.조현일 시장은 앞으로 책상 앞 행정을 벗어나 현장에서 답을 찾는 행정으로 민선 8기 후반기 경산시정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 도시브랜드 개발2024년 화두를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有志竟成’으로 삼은 조 시장은 시정의 주안점을 △스스로 빛나는 항성 도시의 기반 구축 △종횡무진, 탄탄대로를 거침없이 뻗어가는 도시 △다 함께 행복한 경산 △다양한 콘텐츠로 쉼이 있는 경산 △현장에서 답을 찾는 소통행정 △삶의 만족도가 높은 도시에 두는 등 전반기 시정은 내일이 설레는 경산을 만드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조현일 시장은 가장 먼저 지역 얼굴인 도시브랜드를 새롭게 개발했다. 경산시의 도시브랜드는 민선 5기인 2013년 개발된 ‘투게더 경산’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비전을 담은 도시브랜드의 필요성에 따라 시민들의 선호도 조사를 거쳐 빛나는 항성의 형태로 균형감 있는 정방형의 비율은 풍부한 인재와 인프라, 문화 등 우수한 정주 여건이 균형 잡힌 도시를 의미하는 ‘My Universe Gyeongsan’을 새롭개 개발해 지난해 10월 선포했다.새로운 도시브랜드는 위성이 아닌 스스로 빛을 발하는 항성과 같은 도시, 젊고 활기찬 도시, 시민이 중심이 되는 행복한 도시, 꿈이 있고 내일이 더욱 설레는 경산을 만들겠다는 미래 비전과 의지를 담았다.새롭게 개발된 도시브랜드는 ‘2024 글로벌 도시브랜드 도시 다양성 부문 대상’과 ‘한국의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도시브랜드(BI) 부문 대상’ 수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경산시는 도시브렌드 가치 확산을 위해 대표 상징물인 CI와 캐릭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새로운 CI는 개발을 마치고 조례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 임당 유니콘파크조 시장의 민선 8기 전반기 시정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임당 유니콘파크다.청년 도시 경산을 위해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임당 유니콘 파크는 대구도시철도 2호선 임당역에서 영남대역 사의의 자족시설용지와 업무시설 용지 5만 평에 ICT 기반 스타트업 기업을 집적하기 위한 자원시설과 특구조성, 기업 유치 방안 등의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벤처창업생태계의 구심점이 된다.임당 유니콘파크의 특이점은 지식산업센터와 창업 열린 공간 등 두 사업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시 유치한 것으로 경산시는 지난해 12월 국비 286억 원 등 총사업비 995억 원으로 지하 2층, 지상 6층, 전체 면적 2만 1702㎡에 120여 개의 기업 입주 공간과 다양한 기업 편의시설을 마련해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이로 스타트 기업부터 경쟁력을 갖춘 성정 벤처기업까지 입주시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 기업으로 성장시킬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시는 총 5만 평 규모의 경산대임 공공주택 지구에 기업과 연구기관이 입주할 수 있는 ICT 벤처창업 밸리를 조성해 임당 유니콘파크 역할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또 하나 거론할 수 있는 것이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경산 입점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경산지역에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 가능성은 지난 2020년 9월 신세계사이먼과 경북도, 경산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경산지식산업개발(주)가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시작됐다.하지만, 아울렛 부지가 산업용지로 개발돼 물류·유통단지로 변경돼야 하는 문제에 부딪히고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이 지구 지정 목적에 어긋난다며 불가라고 밝혀 사업이 좌초 위기에까지 내몰렸었다.민선 8기 경산시장으로 취임한 조 시장은 시민 서명 운동을 펼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등으로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계획 변경안을 승인받아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의 지역 입점을 가능하게 했다.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이 경산지식산업지구에 입점하면 연간 방문객 800만 명에 취업유발 효과 1만 3천여 명, 생산유발 효과 1500억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600억 원 등 지역 경제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 정주여건 개선대구도시철도 1호선 안심~하양 연장사업이 연말 개통을 앞두고 있으며 경산역에 정차하는 KTX 운행 횟수 증편, 경산 시티투어와 백자산 치유의 숲 운영, 소아ㆍ청소년 야간 진료 서비스 등 시민의 행복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취임 2주년 기념식을 직원과 시민 위주의 간소한 정례회로 대신한 조 시장은 공무원 노조를 방문해 시정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청년들을 위한 생활 인프라 확충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건립된 청년지식놀이터 개소식에 참석해 청년들의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 청년인구 유입을 유도하고 머물고 싶은 경산을 만들기 위한 청년 정책들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또 새마을회 회원들과 함께 주거환경 열악한 노인과 장애 가정에서 도배와 장판, 싱크대 등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조현일 시장은 “내일이 기대되는 행복도시 경산은 시장 혼자서 만들 수 없고 시민과 공직자가 함께할 때 가능하다”며 “경산의 발전을 위한 구상과 준비, 미래로 가야 할 방향 설정은 끝났으니 산업구조를 첨단 신산업으로 바꾸고 청년들이 일하고 결혼해 아이 낳아 키울 수 있는 약속과 기회의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7-09

비엔나를 ‘비엔나답게’ 하는 것들

오스트리아 비엔나,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빼어난 풍광과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많은 여행자가 사랑하는 동부 유럽 도시들이다. 프라하는 ‘지구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로 불리는 필스너 우르켈을 시원스레 마시는 낮이 아름답고, 부다페스트는 세체니 다리를 배경으로 하는 야경이 엄지를 치켜세우게 만든다. 헌데, 비엔나는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답다. 앞서 언급된 두 도시를 압도하는 비엔나의 매력은 어떤 게 만들어내는 걸까?△클림트와 실레를 함께 만나는 벨베데레 궁전2개의 궁(宮)과 프랑스 스타일의 정원으로 꾸며진 벨베데레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미학적 성취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전쟁 영웅이자 귀족인 오이겐 폰 사보이가 사랑한 여름 별장이었는데, 1752년 마리아 테레지아(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친)가 매입해 지금의 이름 ‘벨베데레’를 지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한 번은 이름을 들어봤을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와 에곤 실레의 ‘죽음과 여인’, 여기에 나폴레옹 초상화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전적 건축미의 수작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1869년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가 초연된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는 연주자와 지휘자가 출입하는 통로가 놀라움에 입을 틀어막게 만든다.플라시도 도밍고, 요나스 카우프만 등 최고의 테너 가수가 종종걸음으로 오간 그 통로를 일반인들에겐 개방하지 않는 게 안타까울 정도. 로마 제국의 위상과 견줄 수 있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재력과 예술적 관심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축물이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주연해 한국에서도 인기 높았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의 무대가 된 도시가 바로 비엔나. 이 영화를 자세히 본 사람이라면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바라본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의 옆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샘’ 쇤부른 궁전비엔나의 랜드마크로 역할하는 쇤부른 궁전은 18세기 왕과 여왕, 왕자와 공주가 사랑했던 별궁. 쇤부른은 ‘아름다운 샘’이란 뜻을 지닌 단어다. 이름값을 하듯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이 궁전 정원은 자그마치 50만 평. 지금도 해질 무렵이면 비엔나 시민들이 개를 끌고 나와 산책을 즐긴다. 유명 예술품으로 장식된 1441개의 방은 당대 합스부르크 왕가의 힘과 권위를 짐작케 해준다. 6세 꼬마 모차르트가 여왕을 위해 연주회를 열었던 ‘거울의 방’은 1년 내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유럽 3대 미술관의 위용 비엔나 박물관비엔나 미술사박물관은 애초부터 미술관으로 사용하겠다는 목적 아래 축조된 건물이다.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가 세운 것으로 1891년 개관 이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유럽 3대 미술관으로 호평되고 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장엄한 벽화가 있고, 운영되는 미술관 내부의 카페는 비교 대상을 쉽게 찾을 수 없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모처럼의 여행이니 명품 하나쯤은… 비엔나 도심 거리케른트너와 그라벤은 ‘거리 이상의 거리’로 불린다. 슈테판성당부터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케른트너 거리에 서면 고풍스럽고 세련된 건물들을 보며 행복한 눈요기를 할 수 있다. 깔끔하게 장식된 레스토랑, 노천카페도 부지기수. 케른트너 거리 끝에 위치한 슈테판광장과 이어지는 그라벤 거리는 부자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고급 명품 매장이 밀집돼 있다. 이 거리에서 오스트리아의 색다른 먹을거리인 슈니첼(송아지 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튀긴 요리)과 자허토르테(살구잼과 초콜릿을 재료로 만든 케이크)를 맛보지 않으면 후회한다. /정리=김채은 수습기자

2024-07-09

비엔나와 닮은 경주, 낮과 밤의 아름다움 느껴보라

2011년과 2018년, 두 번에 걸쳐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여행했다.동부 유럽 특유의 서정과 낭만에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와 에곤 실레(1890~1918·화가)라는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예술가’를 낳은 도시는 낮과 밤이 모두 매력적이었다.더없이 미려한 쇤부른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을 돌아본 후 장엄하게 우뚝 선 슈테판성당을 올려다보며 마시는 커피는 그 향과 맛이 각별했다. 비엔나가 지닌 낮의 매력이다.어둠이 내리면 저렴한 입장권을 끊어 비엔나 오페라하우스에서 클래식 공연 한 편을 감상한 후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인 슈니첼이나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를 만들어 파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서양식 저녁 식사가 싫은 여행자라면 태국, 중국, 베트남, 레바논, 이란, 심지어 자수성가한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식당을 찾아가면 될 일. 식당은 차고도 넘쳤다. 소박하지만 세련된 간판을 단 세칭 ‘명품 숍’을 구경하거나, 형편이 허락한다면 한두 개쯤 구입하는 것도 비엔나의 밤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실물로 만나는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은 시인 황지우가 말한 바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빼어난 예술품을 접했을 때 감흥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상 반응)을 불러올 만했다. 250년 장구한 세월을 뛰어넘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를 들으면서는 왜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진짜 천재는 내가 아닌 모차르트”라고 말했는지 짐작하게 됐다. ▲경주가 비엔나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2022년 통계에 의하면 그 해 비엔나를 여행한 한국인은 3만여 명에 가깝다. 지난해는 더 늘었다. 오스트리아 관광청은 “2023년 가을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한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390%, 숙박 일수는 335%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를 묶은 ‘동유럽 일주 패키지여행’은 인터넷은 물론 TV 홈쇼핑에서까지 인기 상품으로 팔린다. 젊은이들은 일정을 스스로 짤 수 있는 자유여행으로 비엔나를 다녀오기도 한다.그렇다면 역사 유적을 포함한 다양한 볼거리, 여기에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들에게도 만족감을 주는 레스토랑, 국보를 여러 점 소장한 박물관까지 갖춘 ‘비엔나와 닮은’ 경주의 ‘여행지로서의 인기’는 어떨까.과거와 현재, 미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황리단길이 경주를 상징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게 관광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말엔 20~30대 외국인 방문자를 어렵지 않게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황리단길. 경주시는 황리단길과 인근 교촌마을, 대릉원, 동궁과 월지, 국립 경주박물관 등을 엮어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적과 무관하게 대부분의 청년층이 좋아할 각종 이벤트를 열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경주, 비엔나처럼 명소 이어주는 교통수단 있었으면…”서울에 거주하는 50대 K씨는 올해 초 20대 딸과 함께 비엔나와 경주를 연이어 여행했다.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매력 가득한 두 도시’를 두루 돌아본 K씨는 이렇게 말한다.“비엔나 슈테판성당이 중세 건축양식의 수려함을 보여준다면, 경주 천마총은 천년왕국 신라 역사 속에 숨어있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림과 만난 비엔나의 미술관도 좋았지만, 경주박물관에서 들었던 에밀레종 소리와 금동약사여래입상의 아름다움도 잊을 수 없다. 비엔나에서 맛본 슈니첼은 맛있었다. 그런데, 경주 한 식당에서 먹었던 두부 요리는 그보다 더 맛깔스러웠다. 각각의 매력이 다를 뿐이지, ‘비엔나가 경주보다 좋다, 혹은 경주가 비엔나보다 멋진 관광지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그렇다면 20대 젊은 여행자인 K씨 딸은 비엔나와 경주를 어떻게 느꼈을까?“비엔나의 명소를 이어주는 트램(tram·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전차)이 너무 편하고 좋았어요. 경주도 각각의 여행지를 효과적으로 잇는 트램을 만든다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경주 명물이 되지 않을까요?”흥미롭고 수긍 가능한 의견이었다. 다음 기사에선 황리단길을 시작으로 경주의 주요 역사·문화·예술 명소를 연결하는 트램 설치를 제의해볼까 한다. (계속)/글: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4-07-09

해양쓰레기 발생 1위, 포항 어민 버린것 아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해양쓰레기 발생 경감정책인 어구보증금제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어업 종사자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한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7면해양수산부가 지난 1월 12일부터 세계 최초를 자부하며 전격 시행하고 있는 어구보증금제 중 통발에 대한 보증금제는 해양쓰레기 줄이기에는 실효성이 없는 반면 소규모 연근해 통발 어민들에 대한 규제만 심화시켰다는 불만이다.7일 동해안 대게잡이 등 연근해 자망 통발 업에 종사하는 어업인들에 따르면 어구실명제에 따라 소유자, 선명 등 어업허가 사항을 적어 바다에 설치한 어구의 부표 또는 깃발이 몸집 큰 어선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는 이 대형 어선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들이 쓰는 일회용 자망을 단속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어구보증금제는 어구 판매금액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포함해 어업인에게 판매하고, 어업인이 나중에 사용한 폐어구(통발·자망·부표 등)를 각 지역별 지정 집하장으로 가져와 반납하면 어구를 살 때 미리 지급했던 보증금을 돌려주는 자발적 회수 제도다. 2024년부터 2025년말까지 2년간 통발 어구만을 대상으로 하며 이후 2026년부터 자망 그물, 부표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해수부는 이 제도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해 23억 원, 올해는 시행을 위한 예산으로 96억 원을 편성하는 등 ‘어구 보증금제도’ 시스템 구축에 각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연안에서 자망 통발 어구를 사용해 게나 오징어잡이를 하는 어민들은 어구가 해양쓰레기 배출의 주 요인은 아니라며 해양쓰레기 경감정책에 대한 철저한 현장조사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 항에만 수천 척의 상선이 오가는데 이 배들이 어민들의 조업 구역을 지나다니며 유령 어구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어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의 조업 구역 재설정 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 서로 조업 구역이 겹쳐 어민들의 어구 손상과 분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일부 대형 어선들의 부주의한 어업활동과 상선들의 어구 훼손으로 발생하는 어구 쓰레기가 심각한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해양 자원 관리와 보호를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단정민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7-07

“부표 훼손으로 분실… 너무 아까워요”

“부표가 훼손됨으로 인해서 분실되는 어구들이 부지기수야.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버려지는 거야. 안타까워. 전부 재산인데. 해양 오염? 문제 되지. 해양쓰레기가 돼버리고. 유령 어구가 되면 내가 찾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어”지난 5일 오후 2시.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는 오전 조업을 마친 배들이 한데 모여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 점 그을린 데 없는 새하얀 몸체에 저마다 까만 이름표를 달고 고단한 듯 삐걱삐걱 한숨을 내쉰다. 그 앞으로는 통발과 그물이 힘을 다한 듯 맥없이 널브러져 있다.마침, 배에서 내리는 10t급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 씨를 만나 물었다. “조업 활동하시면서 바다에 버리는 어구들이 많나요?” 박 씨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이 한마디를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버려지는 어구가 아니고 분실되는 어구라고 해야 해.” 23년간 뱃일을 했다는 그를 붙잡고 이유를 묻자, 그간 참아온 억울함이 봇물 터진 듯 터져 나왔다. “상선들이 동해로 드나들면서 부표를 훼손하는데 이게 엄청나. 여기에서 조업하는 배들은 부표 훼손이 상당히 많아. 상선들은 워낙 덩치가 크고 어선 줄은 가느니까 잘리거나 터져도 항해에 별 지장이 없으니 신경을 안 쓰고 지나다니지.”박 씨는 어업활동 중 분실되는 어구로 인한 해양쓰레기 발생 원인으로 조업지역을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을 꼽았다.7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의 상선 출·입항은 지난 5월달에만 무려 4023척으로 집계됐다. 포항에서 상선이 출항하는 항구로는 영일만항, 포항구항, 포항신항 등이며 여객, 컨테이너, 시멘트, 모레, 철제, 석탄 등을 싣고 운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동해구기선저인망은 대게 어업인과 조업 구역을 두고 몇 차례 분쟁을 겪어왔다. 지난 2010년 11월 9일 경북 환동해지역본부에서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어업인상생협력협약’이 체결됐지만, 협약 이행은 미지수로 남아있다.지난 2020년 8월에는 경북 동해안에서 동해구기선저인망의 막가파식 싹쓸이 조업으로 대게 조업에 종사하는 자망 어업인이 어구 파손 및 분실로 수억 원에 이르는 큰 피해를 입었다.일부 어민들 사이에서는 조업 구역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해구기선저인망, 동해구트롤 두 대형 어선과 조업 구역이 겹쳐 손상되거나 잃어버리는 어구의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지역 각 시·군청 조사 결과 현재 어업 허가를 받아 조업하고 있는 동해구기선저인망은 모두 21척, 동해구트롤은 총 29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어구 분실을 막고 해양쓰레기 감소를 위해 어구 보증금제·생분해 어구 사용·어구 실명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쓰레기 감소는커녕 어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환경생태공학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경상북도 해양쓰레기 발생원조사 및 관리 방안 수립’ 보고서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가 해양생물에 직·간접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해양생물의 사망률 증가로 어획량이 감소하여 경제적 손실 및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이준모 경북대학교 생물해양학과 교수는 유령 어구의 발생 증가에 대해 “바닷속 유령 어구들에 대형 어류들이 갇혀 빠져나갈 수 없게 되면 부패하게 되는데 이는 해양생물들이 입는 일차적 피해가 된다”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대부분의 어구는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져 오랜 시간을 두고 분해되는 미세플라스틱에 해양생물이 노출되고, 이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고 설명했다.이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들의 체내에 쌓이게 되면 생명에 지장을 받게 되고 이에 오염된 해양생물들은 결국 인간의 생리학적 이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상선들의 횡포가 해양쓰레기 만들어”인터뷰 / 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자망어선 선장포항 구룡포수협 소속 연안 자망어선을 운영하는 선장 박모(63·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씨는 7일 “상선들이 저지르는 횡포 등으로 여러 피해가 많다”며 20여 년 조업을 하며 해양쓰레기 배출의 주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포항시와 해양수산청 등에서 조속하게 대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며 “해양쓰레기 1위 도시가 포항이라는 불명예를 지우고, 어업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청정 동해안의 이미지를 되찾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다음은 박 선장과의 일문일답이다.규정 이외 통발 구입이 가능하니어구 보증금제가 무슨 의미 있나실명제 깃발도 상선이 잘라 버려부표값만 더 올려놓은 꼴이 됐다시, 지도·단속부터 제대로 해야-어업활동에 얼마간 종사했는지?△23년간 뱃일을 했다. 통발, 그물로 문어·고동·대게·오징어를 잡는데 통발은 약 4000개, 대게 그물은 약 100포 정도 사용하고 있다.-해양수산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어구보증금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어구보증금제는 통발 한 개를 1000~3000원에 살 때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더 주게 된다. 그러면 그 업체에서 보증금을 받아 관할 내 소속된 시·군에 그 보증금을 보낸다. 받아서 또 포항시에 보내줘야 하니 통발 업체에서도 귀찮아한다. 누가 붙이는지 모르지만, 어구 보증금제를 표기하는 태그는 통발에 붙인다. 이게 또 분실하게 되면 난감하다. 어구보증금제를 하게 되면 동해안에 통발은 4000개, 서해는 3000개, 서·남해안은 3000개 이상은 통발을 구입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해양수산부에 전화해 보면 4000개든, 4만 개든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어구 보증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보증금제는 규정 이외의 통발은 구입을 못 하도록 만들어 바다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내 마음대로 사용이 가능하니 보증금제 시행에 의미가 없다. 쉽게 말해 분실된 통발을 나라에서 수거하면서 비용을 어민들한테 미리 받는다는 건데 분실하고 싶어서 분실하는 어민이 어디에 있나. 상선들, 저인망 어선들이 부표를 다 훼손시킨다. 다른 쪽에서 그 돈을 받아야지 왜 어민들한테 받는지 억울하다.-해양오염과 유령 어구를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생분해 어구는 사용하고 있는지?△ 3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고기 잡는데 효과가 별로 없다. 일반 그물, 우리가 과거에 쓰던 나일론 그물보다 생분해 어구가 고기 잡히는 확률이 좀 낮다. 생분해 어구의 특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어구실명제는 지키고 있는지?△어구실명제는 10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부표에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악법이다. 행정처분 하는 도구로 삼아 범법자로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어구 실명제에 사용되는 부표에 꽂을 깃발은 한 개 1000원, 1500원씩 주고 사는데 상선들이 지나가면서 다 잘라 훼손시켜 부표값만 더 올려놓는 꼴이다.-많은 지자체 중 포항이 해양쓰레기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생각은?△구룡포 수협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으니 해양쓰레기 발생 전국 1위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수협에서는 수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우리 어업인들이 알고 있기로는 서·남해안 중 서해안이 해양쓰레기가 제일 많이 나오는 장소다. 포항에서는 구룡포 수협에 예산을 책정해 준다. 우리가 바다 쓰레기를 구룡포 수협에 가지고 가면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과거에 없던 쓰레기가 기록으로 잡힌다. 포항은 기록이 나타나고 다른 데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으니, 포항이 당연히 1위를 할 수밖에 없다. 어선 척수로 봤을 땐 전라도가 훨씬 많다.-어업인으로서 포항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포항시에서 동해를 오가는 상선과 동해구기선저인망에 대한 지도·단속부터 철저히 실시하고 제대로 된 정책 마련으로 더 이상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어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단정민 수습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4-07-07

철강·배터리 중심 경제 불균형 벗어나 산업 균형화 이뤄야

2022년 1월 제정된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이들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이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포용적 사회, 깨끗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지속가능성’에 기초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발전으로, 우리가 반드시 추구해야만 한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들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포항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 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포항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핵심만 얘기하면 지금 포항의 불균형은 딱 하나다. 어떤 경제가 발전하면 대기업이 있고 중소기업, 소기업이 따라가는 자체적인 기업 그룹 군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 계열에서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에코프로 하나, 철강 계열에서 포항 제철 하나 이렇게 딱 2개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 두 개의 기업군 외에는 별 볼 일 없는 취급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별로 위 두 대기업 말고도 대표될 수 있게끔 균형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포항은 포스코가 뭐 한다고 하면 온 도시가 그냥 난리가 난다. 이렇게 대기업에 이목이 집중 되는 것을 해소해야 한다. - 포항 경제의 아픈 부분을 지적한 것 같다. 위원님의 말씀은 포항경제의 축이 2개의 대기업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측면을 우려하는 것 같다.△그렇다. 포항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산업 집중 현상, 다시 말하자면 불균형 현상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불균형을 그냥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현재는 제철만 있으니까, 제철에 이어 기계 금속, 가공, 조립 그리고 열처리까지 해서 최종재까지 갈 수 있게 해 철강 산업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포항 내에서 최종재까지 만들어지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일반 산업, 유통 물류까지 성장해 저절로 균형 발전이 될 것이라 본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보여주기식 행정, 중장기 전략이 부재한 성과위주의 정책 때문이라 본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지.△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싱크탱크(Think Tank)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간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일 먼저 꿈이 있어야 한다. 그 꿈을 꾼 것을 나름대로 지혜롭게 생각해서 위기를 헤쳐 나갈 꾀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가 산업이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럼, 포항의 꿈은 누가 그리고 포항의 앞으로의 미래를 계획할 꾀는 누가 내어야 하는가. 지금 포항에는 꿈을 꾸거나 꾀를 부리는 사람이 없다. 꿈을 꿀 수 있는 제일 좋은 사람은 정치인인데, 문제는 정치인이 헛된 꿈을 꾼다는 것에 있다. 정치인이 꿈을 위해서 생각해 내는 꾀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자기의 장기 집권, 정치적 역량 강화를 위한 꾀이지 포항이라는 도시를 위해서 내는 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담당할 싱크탱크(Think Tank)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그 탱크에서 나오는 모든 꿈이나 꾀는 지자체장이 바뀜에 따라 방향성이 바뀌는 것이 아닌 흔들림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 개인적으로 포항은 지금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위원께서는 어떤 부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하는가?△지금 현재 포항은 인구 50만을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구 50만 이상이면 국토개발 국회법상 포항을 대도시로 인정을 해준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 시내에 있는 개발 사업에 경북도지사의 사인이 필요가 없다. 대도시가 되면 포항시장이 다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구가 설정이 될 수 있다. 현재 남구, 북구가 있다. 물론 포항시 인구가 앞으로 48만, 47만으로 4~5만 명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포항의 체급이나 경제력이 확 줄어들지는 않는다. 인구가 조금 줄어들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 유출로 50만이 깨지고 대도시가 아니게 되면 멋지게 지어놓은 북구청, 남구청 그리고 남·북구로 갈라진 각종 지자체 소관의 어떤 기관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그러면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과거 관공서가 흩어지면서 지금 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갖 건물 근처에 임대가 붙어있고 그런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건물이 띄엄띄엄 있었다고 한다면, 보기 흉한 임대 건물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정책을 써야 한다는 말인 것 같다.△지금은 구도심이 된 지역에 너무 사람이 많다, 복잡하다, 하드웨어가 부족하다 등의 불만이 생기면 주말에는 공실이 되어버리는 학교공간을 활용해 장사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한다든지, 이미 있는 것에 융합을 하는 방식을 예전부터 개발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급격한 도심 공동화 현상을 다시 살리겠다고 ‘꿈틀로’를 만드는 등 무리한 정책을 안 썼어도 됐다. 정치하는 분들은 어떤 사업을 얼마를 들여서 얼마나 대규모로 진행하는가에 눈길이 많이 가기 쉬운데, 그것보다는 그게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꼭 노인복지회관이 있어야 노인의 복지가 향상되는가를 고민하고, 만약 노인복지회관이 없으면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현재 남는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을 채택해 비용적 측면을 절약할 수도 있다. 앞으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꼭 눈에 안 띄더라도 내실 있는 걸 했으면 좋겠다. 그게 되려면 결국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시장과 시의원을 뽑아야 한다./정리=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7-07

500년 역사 인재 요람서 시민의 ‘대학거리’를 꿈꾸다

튀빙겐에 도착했을 때는 캄캄한 밤이었고 강한 비도 내렸다. 당연히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었으나 상관없었다. 동생이 든든하게 옆에 있었고, 여기서 4일을 머물 것이었고, 이 도시와 주변의 도시까지도 둘러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단했던지 단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청량한 공기가 반겼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단정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남편은 20여 년 전 1년간 살았던 도쿄와 매우 비슷하다고 했고 나도 동의했다. 비온 뒤라 적당히 습했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정원이며 가로의 화단과 나무의 수종까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었다. △튀빙겐 시민들의 여유와 자긍심아침을 먹은 후 튀빙겐 시내로 버스를 타고 갔다. 마침 금요일이라 시청 앞 광장에서 농부들이 직접 나와 채소며 육류, 소시지, 치즈 등을 파는 시장이 열린다고 했다. 직접 식사를 해먹을 작정이었다. 집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오는 버스, 기차와 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을 동생이 미리 사두었고, 각자 소지하고 있었지만, 거기 머무는 동안 티켓을 지갑에서 꺼낸 적이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사회적 신뢰가 탄탄하다는 느낌이었다.시내까진 약 15분 정도 걸렸다. 거기 머무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을 버스로 다니면서 금방 길을 익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거의 모든 버스들이 튀빙겐대학교를 가로질러 다닌다는 사실에 놀랐다. 튀빙겐은 마치 도시 전체가 대학 구내라는 느낌이었다. 버스로 대학 투어를 한다는 느낌, 대학 본부 건물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코너를 돌면 도서관이 있었다. 튀빙겐대학교가 1477년 설립되었다 하니 5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가진 이 대학교를 일상의 공간으로 누리는 시민들에게도 크나큰 자긍이 되리라. 동생이 가리키는 이런저런 대학 건물들이 시민들에게는 그저 내가 사는 동네일뿐이라는 건 얼마나 큰 자랑이자 축복일까. 철옹성까지는 아니지만 대학 공간이 왠지 근접하기 어려운 곳인 우리의 대학이 안쓰럽다.강 위 다리에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비온 뒤라선지 누런 흙탕물이 제법 거칠게 흐르는 네카어 강이었다. 플라타너스나무가 섬의 양 옆을 에워싸며 1km나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는 좁고 기다란 섬이 있었다. 강 건너 대학이나 구도심의 아름다운 집들을 올려다보면서 걷는 것으로 튀빙겐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야트막한 언덕 위의 11~12세기의 건축물인 호엔튀빙겐성으로 갔다. 튀빙겐대학교 박물관으로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유적들이 전시되어있었고, 무려 고고학 전공 박사가 상세하고 전문적인 해설을 해주었다.고성으로 오르는 길옆 옛 집들은 식당이거나 카페였다. 더러는 학생들이 세 들어 산다고 했다. 인구 10만도 채 안 되는 작은 도시 튀빙겐, 인구의 약 25%가 학생이고 대학 관계자를 포함하면 40%를 차지한다고 했다. 시민의 평균연령이 35세 정도로 젊은 도시로 과연 대학도시였다. 튀빙겐에는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온 학생들이 많아, 시민들은 붙임성있고 개방적이라고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맞는 말인 듯했다. 대학을 도시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일상을 사는 시민들의 여유와 자긍심이 보여 부러웠다. 단 며칠이지만 만난 시민들은 온화하되 유쾌했으며 시장은 북적거렸으나 소란스럽지 않았다. 치즈를 팔고 사는 사람과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모두 웃으며 얘기하고 있었다. 단 100g 치즈를 사기 위해 10개 이상의 치즈를 맛보여주며 맛보며 일상 대화는 끝이 없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먹은 ‘학식’하이델베르크 역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하이델베르크대학교를 가진 도시이며 뛰어난 학자와 시인들이 사랑한 도시였다. 대학 도시다운 분위기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도시다. 물론 고성과 박물관 등의 볼거리도 많으며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으로 미국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더욱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하이델베르크엘 도착하면 가장 먼저 성에 올라가는 리프트를 줄지어 기다려 타고 올라간다. 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이델베르크대학을 조망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성을 둘러보는 데만 2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볼거리도 많다. 성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술통, 약사박물관도 있다. 전쟁과 낙뢰, 화재로 파괴된 성을 일부 복원했고, 지금도 복원 중이지만, 복원을 보류한 채 그대로 방치해 둔 고성의 전경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오랫동안 머물렀다.시내로 내려오자마자 하이델베르크대학교로 갔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하이델베르크대학교의 학생식당(멘자·Mensa)은 홀은 크고 값은 싸서 학생들에겐 성지같은 곳인데, 일반인도 식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학생보다는 비싼 값이지만 바깥 어떤 식당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단다. 뷔페 형식으로 원하는 음식을 담으면 무게로 계산을 했다. 홀 크기도 어마어마해서 빈자리가 있지만 바깥에도 식탁이 많았다. 학생들 틈에 앉아 여유롭게 ‘학식’을 즐겼다. 우리나라의 대학 중에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학생식당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포스텍도 예전에는 시민 접근이 가능한 카페테리아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학생식당 바로 옆은 하이델베르크 인문대 건물이었고,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면서 대학 구경을 했다. 이 대학 역시 캠퍼스와 시내의 구분이 없어 도서관을 찾으러 갔다가 카페를 마주치고, 학교 뒤쪽을 나오면 유명한 크리스마스마켓을 만난다. 학교 건물을 쭉 따라 독일에서 가장 긴 골목을 거닐면서 곳곳에 표지된 유명인들의 흔적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괴테도 헤겔도 이 골목에서 머물며 이 길을 걸었다. △뮌헨대학교 부근 슈바빙거리뮌헨대학교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대학교로 노벨상 수상자를 43명이나 배출한 공립연구 중심종합대학교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뮌헨대학교는 슈바빙으로 먼저 알려졌다. 뮌헨대학교를 잠시 유학했던 수필가 전혜린 덕분이었다. 동생은 우리의 요구대로 뮌헨대 근처 레오폴드거리부근의 숙소를 맞춤맞게 찾았다. 숙소 바로 앞의 영국정원, 슈바빙거리를 완벽하게 누렸다. 슈바빙은 우리나라의 대학촌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대학생들이 즐길 만한 장소가 즐비했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시민과 잠시 얘기 나눈 동생은 이분도 맥주 마시고 싶으면 슈바빙으로 간다고 알려주었다. 뮌헨의 마지막 밤엔 우리도 슈바빙의 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즐겼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지방대학을 생각한다대학을 가진 도시는 축복이다. 그 대학이 크든 작든 중요하지 않고, 대학의 유명세도 그닥 상관없다.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학이 있어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다. 독일의 대학도시에서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그러면서 떠올린 우리의 현실은 뼈아프다. 지방은 공동화되어가고, 지방의 대학 또한 고사 직전이다. 지방의 광역정부와 기초단체도 안간힘을 쓰지만 ‘서울로 서울로’의 이동 욕구, 진학 욕구는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 10만도 안되는 도시에 500년이 넘는 역사의 대학이 있고, 시민과 함께 하는 학생식당이 존재하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학거리를 왜 우리는 만들 수 없을까.글·사진/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4-07-04

“다시 한번 신발끈 동여매고 멋스러운 청도 만들자”

‘청도를 새롭게, 군민을 힘나게’슬로건으로 힘차게 출발한 청도군의 민선 8기가 반환점을 돌았다.김하수 군수는 혁신하는 친환경 농업도시와 살고 싶은 행복한 복지도시, 성장하는 상생의 균형도시, 매력적인 고품격 관광도시, 변화하는 창의력 교육도시 등 5대 군정 목표와 평생학습 행복도시와 문화·예술·관광 허브도시, 농업 대전환 등 3대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쉼 없이 달렸다.그동안 평생학습행복관 개관과 청도행복헌장(십계명) 전국 최초 제정, 전국 최초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를 설치 등 괄목한 성과를 냈다. 군은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천 년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김하수 군수는 “취임 후 2년간은 동료 공직자와 함께 청도군의 미래 비전을 설정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고, 군민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 수 있는 멋스러운 청도를 만들고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평생학습 행복 도시청도평생학습행복관을 개관해 평생학습 기반체계를 마련하고 온누리 대학과 여성대학(원) 운영으로 모든 군민의 수준 높은 평생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평생학습 동아리 지원 등으로 교육공동체를 강화했다.지역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청도인적자원개발학과를 개설하고 등록금 지원, 대학생 기숙사 지원, 작고 강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앞으로 청도군은 명품교육 도시로의 생애주기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교육 발전 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발전의 큰 틀에서 지역교육 혁신과 인재 양성 및 정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문화예술관광의 허브 도시청도반시축제 세계코미디아트 페스티벌, 정월 대보름 행사, 청도읍성예술제 등 지역 명품축제들은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으로 매년 최고 방문객 수를 갱신하고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담은 관광 9경을 새롭게 선정했다.읍면별 특색있는 음악회와 마을 유래석 및 청도 관광 웹 드라마 제작, 유천문화마을 및 운문사 역사문화관 조성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누리고, 신화랑 풍류마을에 국내 최대규모 스카이 트레일 및 롤러코스터 짚라인 설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마련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앞으로 700석 규모의 아트홀과 수영장을 갖춘 생활문화복합센터, 예술인 정주 여건 마련을 위한 예술인 창작공간, 반려동물 힐링센터, 전국 최고 수준의 산림치유힐링센터, 성곡댐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 등이 완료되면 명실상부한 영남 최대 문화예술관광 허브 도시로 생활인구 확보로 침체한 지역 경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또 해외 새마을운동 조성사업을 베트남에서 스리랑카로 확대해 새마을 발상지 청도의 독창적 정신문화 확산·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 희망을 꿈꾸는 농업 대전환청도군은 농업 대전환의 역점사업으로 농업의 규모화와 첨단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혁신농업타운 조성으로 소득 배가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성장 농업인 육성사업과 전문농업경영인 양성 교육, 국제농업학술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혁신을 선도하는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청도형 스마트팜 조성, 딸기 스마트팜 생산기반 지원 등 농산물 재배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한다.농산물 안전분석실 준공과 청도반시 비상품 자원화센터 건립으로 농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계획이다.특히 농업인 숙소를 건립해 외국인의 안정적 거주와 부족한 일손을 확보,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로 수출 품목 다양화로 해외판로 확대, 아열대 작물개발 및 재배단지를 조성으로 기후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고장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고자 지방소멸 대응 기금 272억 원 확보로 인구 증가를 위한 다양한 시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경북 최초 소아청소년과를 보건소 내에 운영하고 보건소 외래산부인과, 지역특화 보육프로그램 운영, 청년 월세 지원, 신혼부부 주거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도 추진 중이다.이외에도 청도군은 출산지원금 확대, 출산 농가 영농도우미, 신생아 및 입양 영아 건강보험료, 유치원 무상급식, 중고등학생 교복 구입비 지원 등 1인 최대 1억 9000만 원을 지원하는 생애주기별 지원정책을 진행 중이다.2025년까지 인구정책 기본전략 4대 분야 23개 과제에 700억 원 이상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 모두가 행복한 따뜻한 복지노인복지기금과 농축산물 가격안정 기금, 인재 육성장학기금을 확보하고 아동 복지기금, 고향사랑기부금, 저출생 극복 성금 등을 추가 조성하는 등 다양한 계층별 지원을 위한 든든한 기반을 마련했다.전동보조기기 보험 가입 지원제도 신설,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70세 이상 군민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지원하고 생활민원 바로 처리반을 시행해 주민 불편 사항을 조기 없애고 있다.□ 미래 맞춤형 지역개발700여 명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가공·연구·물류단지, 문화·숙박시설이 융합된 자연드림파크 조성사업의 본격 추진과 첨단 의료시설, 레포츠 시설을 갖춘 해외동포를 위한 명품 전원주택단지 조성사업 등은 지역거점 정주기반 조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설레임마당 조성사업과 청도 상상마루 조성사업,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으로 도심과 농촌의 조화로운 발전을 꾀하고 재활용 분리 로봇 도입, 로봇카페 조성으로 로봇 친화적 인프라를 구축했다.광역 철도망 청도 연장, 마령재 터널 개설, 청도·경산 대중교통 버스 연계, 대구버스 노선 청도 연장 추진, 대구·경산·영천 등 인근 8개 지역 시내버스 무료 환승 등 관광객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편리한 교통망을 이용한 대규모 물류단지 조성도 계획 중이다.□ 주민자치로 안전한 도시주민참여예산학교와 군민 아이디어 프리 토크, 주민참여 확대간부회의, 라운드테이블, 읍면정 보고회, 비전 2040 중장기 발전계획 군민워크숍 등을 통해 함께 소통하고 군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했다.화재피해주민 지원사업을 신설하고 지능형 CCTV 및 스마트 마을 방송시스템 구축, 디지털 기반 노후 위험시설 안전 관리시스템 구축 등 안전을 강화했다.각북지구 풍수해생활권 종합 정비사업 외 16개 자연재해 예방 사업과 하천 정비사업, 노후 상수도 정비사업 외 11개의 상·하수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특히, 전국 군 단위 최초로 동창천이 국가하천으로 승격되어 국가 차원의 신속한 정비에 대규모 지방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이러한 민선 8기 전반기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기획예산담당관을 기획예산실로 개편하는 등 2국 1실 12과 체제로 조직개편을 단행해 청도군 미래 3대 비전의 성공적인 추진을 꾀한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7-04

정신적 마음을 보호하는 신성한 ‘신내림 나무’

보굿이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찢겨 나간 살결에는 보기 민망한 속살을 감추어 놓았다. 주민들의 정성으로 보듬고 꿰매었지만, 큰 상흔은 훈장처럼 남아있었다. 거구의 늙은 몸을 지탱하기 힘들까 봐 노파심에 마을 사람들은 지팡이를 선물해 주는 배려심도 잊지 않았다. 키는 아파트 6층보다 높은 13m이고 몸 둘레는 장정 세 사람이 두 팔 벌려 안아야 겨우 안을까 말까 한 3m 50cm이다. 나이는 400살, 사람의 나이로 치면 150세를 넘긴 즉, 한계 수령을 훌쩍 뛰어넘었다. 우리나라에서 생존하고 있는 뽕나무 중에는 서울 창덕궁 천연기념물 뽕나무와 쌍벽을 이루지만, 크기와 매년 열리는 오디의 양과 잎의 생산량 등 모든 면에서 유일무이하게 단연 최고이다. 늙음의 추함보다는 지혜로움과 늠름하고 우람한 모습에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가 바로 경상북도 기념물 제1호에서 국가 천연기념물(제559호) 반열에 오른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뽕나무 노거수이다.검붉은 오디는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혀 고샅길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꿈틀거리는 누에를 밟는 느낌과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어릴 적 악몽과 그리운 추억이 잇따라 떠올랐다. 누에와 한방에서 자고 살았다. 누에가 밥을 달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아우성치다 그만 천리만리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다. 채반에서 떨어진 누에가 잠결 속에 몸부림치는 내 몸에 압사당하여 방바닥과 옷은 푸른 핏물로 얼룩졌다. 아침에 일어나 만신창이가 된 누에를 볼 때마다 어젯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는 몸서리를 치곤했다.대문을 들어서는 아버지 바지게 위에는 새까만 오디가 달린 뽕나무 가지가 춤을 추었다. 대청마루 위에 놓인 뽕잎을 딸 때면 어머니는 먼저 오디부터 따서 나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 새콤달콤한 오디는 입과 손을 진한 핏빛으로 물들였다.누에고치에서 실을 뽑고 난 뒤 덩그렇게 남은 번데기를 얻어먹으려고 온종일 이웃집 할머니 물레질 옆에 서서 기다렸다. 눈앞의 주름 잡힌 번데기는 징그럽기도 하지만, 입안에 씹히는 번데기의 고소한 감칠맛에 방앗간 참새처럼 번질나게 이웃집을 드나들던 그리운 추억은 지금도 엊그제 일 같다.뽕나무는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한다. 고대 중국의 은나라 때부터 시작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실크 로드는 우리의 누에고치에서 뽑은 명주가 중국과 유럽인들의 몸을 감싸고 또 멋을 내는 비단길이다.수천 년을 이어온 양잠도 기계문명의 발달로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 시절 비단은 부와 명예의 상징물이기도 하고 비단 장수 왕서방 이야기처럼 우리 서민의 애환이 담긴 산업이다. 뽕나무 노거수는 흔치 않은데 어떻게 천연기념물 노거수가 되었는지 천운을 타고났다고나 할까, 아니면 잠사의 고장답게 양잠의 상징적 의미로 보호하고 가꾸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뽕나무 노거수는 그저 오래되고 거대한 나무로써 만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설과 고사의 주인공으로서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스승이요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자연이 빚어내고 주민이 다듬은 진품명품의 예술품으로 마을의 품격을 높여주고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석가모니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고 공자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나무 숲속을 거닐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성현들도 나무는 인간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특히 옛날부터 뽕나무는 부상목(扶桑木)이라 하여 신내림 나무로 신성시했다. 신상구(愼桑龜) 고사의 옷을 입혀 교만함을 삼가고 겸손을 가르쳤다. 이제는 누에를 치는 양잠의 뽕나무에서 고사의 ‘신상구 부상목’으로 이름표를 달아보면 어떨까.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 로드는 자연스럽게 스피릿 로드로 이름이 바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육체적 몸을 보호하기 위한 양잠 산업은 새로운 의류 산업에 밀려났지만, 정신적 마음을 보호하는 고사의 ‘신상구(愼桑龜) 부상목(扶桑木)’ 은 우리 모두의 스승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공연히 자신을 자랑하는 말 몇 마디로 죽음을 맞이한 뽕나무(桑)와 거북(龜)을 생각하여 늘 말하기를 삼가(愼)라는 뜻에서 신상구(愼桑龜)라는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늘날 자기 자랑에 도취한 사람을 많이 본다. 특히 사회지도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돈 자랑, 힘 자랑, 학벌 자랑, 가문 자랑에 바빠 겸손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로 인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학벌을 자랑하려다 학력 허위 기재를 하거나 청렴을 자랑하려고 있는 재산을 숨기려다 결국은 자드락 나서 국민으로부터 비난받는 부끄러운 사회지도자들을 심심찮게 본다.신상구 고사의 또 다른 뜻을 잊고 된통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다. 가까운 지인들과 돈독한 정을 나누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친목 모임 가졌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학벌을 과시하고 외국어 능력을 은근슬쩍 뽐내기도 했다. 다방면에 높은 식견을 가진 양 자랑했다. 외국 여행에 가이드를 자청하면서 여행 경비를 입금토록 하고, 노후 생활을 보장해 준다며 투자금도 받아 챙기고, 곧 돌려준다며 돈도 빌려갔다. 그리고는 연락을 끊었다. 교만의 자기 자랑은 남들로부터 시새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능력으로 보여 모두 홀라당 넘어가 재산적 손실과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나름대로 배우고 세상을 안다는 우리는 부끄럽고 창피스러워 어디 하소연도 못 하고 속앓이를 했다.교만의 말이 화를 불러오기 쉽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한편으로는 교만의 자랑이 능력으로 보일 수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을 믿고 따르는 것 또한 인간 세상이다. 신상구 고사에서 교만함을 삼가고 겸손의 미덕은 물론이고 자기 자랑을 일삼는 교만한 사람을 조심해야 하겠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단했다.상주 은척면 두곡리 천연기념물 뽕나무 노거수를 신상구 고사의 시조(始祖) 나무로 ‘신상구 부상목’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신상구(愼桑龜)란…중국 오나라 때 한 효자가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꿈에 나타난 신령이 “수백 년 된 거북이를 잡아 고아 먹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고생 끝에 천년 묵은 거북이를 잡아서 지게에 지고 오다 뽕나무 노거수 아래에서 쉬는데 거북이가 “나는 100년을 삶아도 힘이 세어 죽지 않는다”라는 말을 뽕나무가 듣고 “뽕나무 장작으로 삶으면 금방 죽고 만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집에 와서 거북이를 삶아보니 그야말로 쉽게 죽지 않아 뽕나무를 베어 와서 그 뽕나무 장작불로 삶으니 쉽게 죽고 말았다”라는 이야기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고사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7-03

“1조5000억 국책사업 주춧돌, 군민 주인인 희망찬 봉화 건설”

봉화군의 민선 8기 전반기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양수발전소 유치, K-베트남밸리 조성사업 국가정책화 추진, 스마트 농업 생산기반 조성 등 봉화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한 주춧돌을 놓은 시기였다.봉화군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 개발사업들을 내실있게 추진하고 완성시켜 군민들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부자 농촌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박현국 군수는 “지난 2년간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민선 8기 후반기에도 주요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박 군수는 이어 “이제 시작한 사업들을 착실히 추진함과 동시에 중부권 동서횡단 철도 및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 산림특화공공기관 및 교육기관 유치 등 취임 초에 구상하고 준비했던 계획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실천해 ‘군민이 주인인 희망찬 봉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국책사업 양수발전소 유치봉화군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에 걸쳐 군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양수발전소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봉화군 소천면 두음리와 남회룡리 일원에 건설되는 양수발전소는 500MW 규모로서 약 10년의 공사 기간 동안 1조5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봉화군청 개청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으로 전체 사업비의 약 70%가 지역자금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양수발전소 건설(약 10년) 및 가동기간(약 60년) 동안 지방세,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 등 직접 지원금 1200억 원과 고용효과 6700여 명,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 1조3000억 원 등 막대한 직간접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양수발전소 주변에 홍보관을 비롯한 관광시설을 개발해 분천산타마을,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K-베트남 밸리, 청량산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자원을 구축해 관광활성화도 추진할 계획이다.양수발전소 건설로 수량 조절이 가능해져 기상이변에 따른 홍수피해 예방, 농업용수 부족 해소, 산불진화 용수 확보 등 날로 커져가는 일상생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스마트팜 기반 구축봉화군은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농업 생산력을 증대하고, 미래형 스마트영농 구축과 경쟁력 있는 농촌을 위해 농업 체질 개선에 힘썼다.새로운 소득작물 발굴과 스마트 농업 예비 창업농, 기존 농업인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스마트 온실 테스트 베드’를 조성한다. 총사업비 196억 원이 투입되는 봉화농업의 미래모델이 될 ‘봉화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는 대상지 확정을 마치고 실시설계 중이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또한, 청년의 농업 분야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임대형 스마트팜 창업농 교육’도 실시해 봉화군 스마트농업을 이끌어가는 전문가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농촌인력확보를 위한 전담 부서를 설치했으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과 MOU를 체결하고 농식품부 공모사업으로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을 추진해 안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해 농가 일손을 돕고 있다.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촌 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맞은 편에 농기계임대사업소를 확장 이전하고 농기계임대사업소에는 키오스크(무인안내기)를 설치해 농기계 임대 예약, 출고, 결제 등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지난 5월에는 전국 유일 공공형 버섯 배지센터인 ‘약용버섯종균센터’를 개소해 경북 북부 지역의 버섯 산업을 이끌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체류형 관광자원 개발봉화군은 봉성~춘양~소천~명호를 연계하는 체류·체험형 관광벨트 조성으로 머무는 관광기반 구축에 나선다.먼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을 위해 4억 원의 용역비를 확보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뜨선시와 자매결연 체결, 정부 관계자와 베트남 정부에 지속적으로 ‘K-베트남 밸리 조성 사업’을 한국-베트남 국가 간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봉화의 관광지로 빼놓을 수 없는 분천 산타마을의 관광명소화 사업을 시행해 산타하우스, 사계절 썰매장, 미니기차, 산타 전망대 등 체험형 관광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또한, 분천 산타마을 킬링 콘텐츠 확충사업도 함께 추진해 벽화, 정원 등 산타마을 전반에 대한 경관을 개선하고 전망대와 대형 산타 조형물을 설치해 산타마을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폐교인 소천초등학교 분천분교를 매입해 15실의 숙박시설, 카페, 레스토랑을 갖춘 친환경 숙박시설을 조성하고 있으며, 천혜의 트레킹 코스인 낙동강세평 하늘길을 재정비해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 난다는 계획이다.아울러 아시아 최대 수목원인 백두대간 수목원과 연계해 관광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벚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물야저수지 주변에 산책길을 조성하고 있으며 인근 오전약수탕을 새롭게 정비해 힐링 산책코스로 개발하고 있다.봉화군의 대표 여름 축제인 봉화은어축제는 ‘2024~2025년 경상북도 지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돼 콘텐츠 및 프로그램 개발, 축제 운영, 홍보마케팅을 위한 도비 9500만 원을 확보했으며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로 오는 27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 목재친화도시 조성국가유산 수리용 목재와 각종 부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국가 유산청에 건의해 법전면에 건축 중인 ‘국가유산 수리 재료센터’가 올해 하반기 준공될 예정이다.또한, 그 인근에 춘양목으로 목공예 체험을 하기 위한 ‘춘양목으로 만들어 가는 마을학교’를 건축 중이다. 이 두 곳이 완공되면 봉성면에 위치한 ‘목재문화체험장’과 더불어 국가유산수리재료센터와 연계한 체험 관광자원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봉성면 우곡리 일대 100ha에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림휴양, 산림치유, 산림교육 등 다양한 산림복지시설과 서비스를 결합한 ‘문수산 산림복지단지’ 조성과 함께 ‘향기식물 치유단지’, ‘휴양형 산림숙박시설’을 함께 조성해 문수산자연휴양림과 더불어 대한민국 대표 산림 휴양공간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생활 인프라 개선명호·재산·법전·춘양·석포면에 기초생활거점센터를 조성하고 읍면에 노인 체육시설 확장 및 생활체육공원 조성을 통해 지역주민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법전면 풍정리의 봉화요양원을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로 확충, 전환, 소아·청소년의 빠른 진료를 위한 해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설, 석포면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등 주민 복지시설을 확충한다.도시발전의 기본이 되는 교통망 확충을 위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조기건설과 남북9축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지도 88호선 선형개량과 지방도 915·918호선 확포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이밖에 농어촌버스 요금 무료화, 행복택시 운영 확대를 통해 정주여건을 개선한다. 전원주택단지 및 작은정원 조성사업과 도시재생사업,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농촌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4-07-03

늙어가는 대구·경북, 외국인 근로자와 공존 ‘선택 아닌 필수’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청년인구 유출이 가장 극심한 지역이다. 어느 것 할 것 없이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노동인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출산율·인구 감소와 함께 청년층 외부 유출이란 두 가지 악재가 겹친 경북은 나날이 줄어드는 내국인 노동인구를 대신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속화되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계속 증가해왔고, 지난해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숫자는 한국 전체 인구의 4.87%를 넘어섰다. 학계에선 사회구성원 중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어서면 그 나라를 ‘다문화 사회’로 분류한다.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의 증가 추이를 볼 때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미국과 캐나다 등의 선례를 살펴보면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예상되지만, 우리에게 외국인 근로자와의 공존은 이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 수많은 이민국가가 존재하지만 한국과 비슷하게 ‘노동력’에 초점을 맞춰 이민 정책을 실현해온 호주의 선례는 우리 사회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에 호주의 이민자 현황과 정책이 우리에게 어떻게 반면교사 되고 벤치마킹될 수 있을지 점검하고, 대구·경북의 외국인 근로자 유입 실태와 미래 전망을 짚어보는 기사를 5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1. 청년층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2. 호주, 이민국가로의 변신3. 외국인 근로자 통한 시드니의 도심 재생4. 시드니가 ‘워킹 홀리데이’ 성지된 이유5. 노동력 수혈 시급한 대구·경북의 과제□ 대구·경북 “일할 사람이 없다”대구·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빨리 지역소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지역의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는 타 지역과 유사한 수치를 보이지만, 부양비 부담이 큰 고령인구의 비율 증가 속도와 청년인구 유출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만을 놓고 보자면 대구와 경북은 한국 전체에서도 위험 수위로 손꼽힌다.지난 2022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노년 부양비’(만15~64세 100명 대비 고령인구 수) 집계에서 상위 10개 지자체 중 7곳이 대구·경북(의성, 군위, 청송, 영양, 봉화, 영덕, 청도)에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이처럼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청년인구 역외 유출로 인해 지역의 중소기업과 농가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8559개였던 경북의 빈 일자리가 2023년에는 1만1599개로 늘었다. 급속하고 가파른 속도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대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의 설명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337개의 일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다.□ 청년층을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지역의 노동 인구 감소세가 심화되자 경북도는 비어있는 일자리를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선택했다. 내국인 청년들이 대구·경북을 떠나고 있는데 반해 외국인 청년 노동인구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경북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총 10만4564명으로 전년 대비 6367명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중 20∼30대가 5만547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현재 경북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2만474명이 5627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대구시까지 더하면 3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현재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다.특히 경주시는 전체 근로자 중 약 18%(4439명)가 외국인일 정도로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지역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실제로 경주의 식당 주인들은 “외국인 종업원이 없으면 가게 운영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9(비전문취업 비자)을 통해 경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경북의 E9 외국인 근로자는 1만6737명으로 지난 2022년 3월의 1만243명 보다 63.4% 늘어났다.외국인 근로자 수가 많아질수록 이들의 경제활동 반경도 자연스럽게 넓어지기 마련. 초기에는 제조업과 농어촌 단순 노무를 중심으로 유입되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최근엔 서비스업을 비롯해 건설 현장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특히 파종·수확기 등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업과 어업 분야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큰 호응을 받으며, 이들 계절근로자의 수 도 매년 늘어나는 상황이다.법무부가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의 경북 배정 인원은 2022년 2577명에서 올해는 8873명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포항시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수산 분야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 과메기 제조·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포항에서 과메기 건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어업 인구가 많이 줄어든 만큼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과메기 생산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 “외국인 근로자 모십니다”몇 해 전부터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인구소멸 극복을 위해 이민관리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이민정책이 추진되고 있다.이런 상황이니 한국 지자체 대부분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민·외국인 정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게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어렵게 말할 것 없이 향후 한국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당장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민자 유치가 절실한 탓이다.경북도는 올해 지방시대정책국에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해 이민·외국인 근로자 관련 정책 수립과 시행에 고심 중이다. 또한 경북도는 지난 4월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이민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향후 이민자 유치와 유학, 취·창업, 정착까지 이민자를 위한 모든 과정을 일괄적으로 원 스톱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참여형 비자 제도인 광역비자(R비자) 도입과 우수 인재 패스트트랙 확대, 경북 인재유치센터 설치, 이주민의 취업 지원을 위한 외국인 전용 ‘K드림 워크넷’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이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외국인 인력 확보를 위해 속력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만큼의 숫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대구와 경북의 중소기업들은 “20만 명 정도의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올해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들어올 외국인 노동자는 16만5000여 명. 3만 명 이상이 모자라다는 이야기가 된다. 거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통계청의 ‘2023년 이민자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권의 외국인 취업자 수는 6천700명으로 전국 총 인원인 92만3000명의 6.7%p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취업자 수는 53만9000명으로 전체의 58.3%를 차지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이민 정책은…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효율적인 외국인 근로자 유치·이민 확대 정책을 위해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고 실정에 맞는 현실적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에 귀 기울인 경북도는 최근 2030년까지 외국인 10만 명을 추가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외국인 근로자 유치에 동분서주하고 있다현재 도는 기존의 외국인 정책에 더해 해외 현지에서 한국어와 관련 기술을 교육해 인재를 만들고, 이들을 국내에 유입시킴으로써 경북에서 바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취업 지원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경북도에서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중앙에 건의하면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 주는 형태의 ‘지역 기반형 외국인 광역비자’ 추진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금으로선 중앙정부가 비자의 설계부터 발급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어 외국인의 수도권 집중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외국인 이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지방소멸 위기-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에서 경북도는 광역비자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외국인 정책 방향은 1세대 1노동자에서 2세대 핵가족 정주형 정책으로 나아가야 하며, 지역이 필요한 외국인 인력과 우수 인재를 주도적으로 선정하고 유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최근엔 경북도뿐만 아니라 전라남도에서도 지자체가 주도권을 쥐고 외국인 근로자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4월 시도지사협의회 임시총회에 참석, “광역지자체가 비자 권한을 가지고 지역에 필요한 외국 인력을 주도적으로 유치하는 광역비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위기 상황인 인구 감소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민자를 통해 지역의 활로를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구경모기자 gk0906@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7-02

청송 군민에 약속한 공약 이행률 57% ‘순항 중’

청정한 자연 환경과 맑은 공기로 여행자들을 유혹하며 ‘산소카페’로 불리는 작지만 볼거리와 즐길거리 많은 청송군. 2022년 6월 재선한 윤경희 청송군수는 “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을 슬로건으로 삼고 군정을 운영했다. 벌써 윤 군수의 민선8기가 2주년을 맞았다.군민에게 약속한 73개 공약사업은 2024년 1분기 기준 57%에 달하는 공약 이행률로 순항 중이라는 게 청송군청의 설명.이 데이터에 의하면 청송군은 경북 평균 공약 이행률 34.8%보다 비교적 높은 이행률을 보이고 있다.주요 완료 공약은 ‘농산물 유통 및 판매지원 확대’ ‘청송군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 ‘진보 지역아동센터 확충’ ‘주왕산 관광지구 주변정비사업’ ‘행정혁신 프로그램 청송어람’ 등이다.주요 사업을 포함한 총 23개의 공약 사업이 완료돼 ‘2024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지방자치단체장 공약이행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 분야별 주요 성과청송군이 지향하는 ‘소외계층 없이 모두가 공정한 행복을 누리는 청송 건설’의 분야별 주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농업 분야에서는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시스템 구축을 위해 ‘무적엽 청송사과 시범유통’ ‘청송사과 미래형 과원 조성’ ‘미세살수장치 설치’를 지원했다.복지 분야에선 보편복지의 확대를 위해 ‘8282 민원처리반 운영’ ‘청송군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이 현실화됐고, 관광·경제 분야 및 지역활기 소생을 도모하는 ‘파천면 산소카페 청송정원 조성’ ‘제17회 청송사과축제 개최’ ‘제1회 청송백자축제 개최’ ‘청송사랑화폐 700억 확대 유통’ 등이 눈에 띄는 성과다.지역 이미지 향상 분야에서는 ‘청송읍 중앙로·금월로 전선지중화 사업’ ‘청송읍 야간경관 조명 조성’ ‘청송읍 회전교차로 설치’ 등이 주목받았다. 이는 ‘산소카페’로 요약되는 청송군의 도시브랜드 경쟁력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다.이를 토대로 윤 군수는 민선8기 3년차에는 주요 군정성과를 밑바탕으로 군민과 관광객의 환한 웃음 넘치는 ‘활력 청송’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새삼 하고 있다. 결국 청송군만이 아니다. 지자체 공약의 성공적 실현 여부는 다양한 도전과 변화의 시도가 아닐까.청송군은 현재 농업재해를 예방하고 영농일손 절감으로 사과 생산력을 늘리는 농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송사과는 타 지역 사과보다 생산량이 많아야 시장에서 입지가 견고해지고 사과 주산지로서의 명성을 이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 군민소득을 높이는 청송사과 생산량 증대 방안 연구를 위해 현동면 거성리에 ‘새 소득 시범사업(사과 시설재배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새 소득 시범사업은 조·중생종 사과 조기생산, 다수확 사과 재배 기술 개발, 스마트팜 기술연구, 청송사과 품질 향상 요인 등을 발굴하게 된다.올해 준공을 앞둔 ‘청송황금사과 연구단지’는 병충해에 강한 대목 육성, 재해 예방기술 보급으로 과수화상병과 탄저병을 선제적으로 대비해 우수한 품질의 청송사과 생산을 유지할 계획이다.또, 영농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무적엽 청송사과 시범유통’ ‘영농 일자리센터 운영’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영농환경도 개선할 방침이다. □ 군민 웃음꽃 피는 복지사업청송군은 세대를 아우르는 복지서비스를 차별 없이 군민들에게 제공하려 노력 중이다. 육아 부담이 큰 젊은 부부들에게 ‘유모차와 출산축하 박스’를 지급해 아이 키우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진보 공공도서관 리모델링’과 ‘청소년 수련관 야외 문화·체육시설 확충사업’으로는 청소년 놀이공간을 제공해 인재 양성의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전국 최초로 시행해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열풍을 일으킨 ‘청송군 농어촌 무료버스 운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서~진보 단일노선을 신설하고, 승강장을 추가로 설치한다. 이는 대중교통 소외지역 개선과 군민의 교통편의를 향상시킬 전망이다.그외에도 ‘8282 민원처리반’ ‘건강마을 조성사업’ ‘정신건강 증진사업’의 쉼 없는 추진으로 행복한 청송군민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게 청송군의 약속.청송군과 지역 대학, 기업이 힙을 합쳐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도 추진한다.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확보함으로써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청년창업을 돕는 항노화 연구지원센터 건립,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결과 상품화, 지역학생 연계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창업지원 등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청송읍 월막리 옛 군수 관사 부지에 조성하는 ‘청송공공주택 청년 빌리지’와 진보면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지역 청착을 돕겠다는 것도 청송군의 계획.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 중인 ‘주왕산 사계절을 맛보다!’ ‘주왕산 산소맛길 조성사업’ ‘달빛이 내려앉은 달기약수거리 활성화사업’을 진행하며, 동시에 청송군의 대표 음식을 추가로 개발·홍보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 모두가 행복한 청송 건설지역 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경북형 이색숙박시설’을 추진한다. 호텔의 편리함과 캠핑의 즐거움이 결합된 ‘경북형 이색숙박시설’은 옛 주왕산 초등학교 부지에 조성된다. 이를 주왕산면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결합해 ‘머무르는 관광지’ 조성으로 지역 경쟁력과 관광소득 향상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파천면 일대에 만들어지고 있는 ‘청송산림레포츠 휴양단지’는 지난 5월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조성을 위해 교보증권 컨소시엄과 126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 역시 향후 청송군의 이미지 변화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일으킬 사업으로 눈길을 모은다.군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주거공간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 ‘청송군 농촌협약 346억원’ ‘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180억원’ ‘청송읍 거대리·주왕산면 신점1리·부남면 하속 1리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60억원’ ‘진보면 각산리 외 3곳 마을 만들기 사업 20억원’, ‘덕리지구 농촌공간 정비사업 180억원’ 등 총 사업비 786억원의 농촌생활 공간개선 사업의 추진이 그 구체적 결과물이다.이를 통해 청송군의 정주인구를 늘리고 청송의 가치를 높여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게 된다. ‘진보면 및 산남지역 전선지중화 사업’으로는 도시미관을 정비하고, 더불어 ‘산소카페 청송’의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갈 방침이다. ‘진보면 파크골프장’ ‘산남지역 파크골프장’ 조성은 군민의 여가활동을 용이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그간의 성과와 함께 3년차의 청사진을 제시한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난 2년 군민들의 지지와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농업정책을 추진하고, 군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만족도 높은 삶을 위한 복지정책 보급에도 힘쓰겠다. 덧붙여 농촌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모두가 행복한 청송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7-02

한때 수학여행 명소, 이제는 국제적 핫플로

경주는 이미 한국에서 손꼽히는 관광도시다. 곳곳에 자리 잡은 역사 유적은 거리 전체를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만들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황리단길의 현대적 매력은 ‘문화관광이 강한 도시’ 경주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최근 내년에 열릴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결정되며 겹경사를 맞은 경주시. 그렇다고, 지금에 만족해 여기서 멈추는 게 옳을까?그렇지 않다. 한 단계 더 진화된 관광 환경을 고민하고, 방문객들의 편의를 높여줄 각종 시설을 만들어내는 건 경주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명품도시’로 만드는 첩경이 될 것이므로.본지는 앞으로 진행될 3회의 기획연재 기사를 통해 경주 관광의 현황을 짚어보고, 세계 속 명품 도시와 명품 거리가 어떻게 조성됐는지 알아보며, 도처에 흩어진 유용한 관광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어줄 교통수단 등을 제시함으로써 경주가 보다 진일보한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데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청춘들의 ‘경주 여행’ 출발지 황리단길1960~70년대 경주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신혼부부도 드물었던 시절이다. 그때 결혼한 부부들의 집엔 그들의 젊은 날이 찍힌 낡은 흑백사진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뒷배경은 첨성대나 불국사의 다보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1980~90년대엔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역할 한 게 경주다. 10대 청소년 수백 명이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당시엔 안압지(현 동궁과 월지)로 불렸던 신라의 인공 연못 앞에서 우정을 다졌다. 그들이 지금은 학창시절 추억을 곱씹는 40~50대 중년이 됐다.그리고, 21세기. 2024년을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경주 여행의 출발지를 묻는다면 열 중 아홉은 “황리단길”이라 답할 게 분명하다.황리단길은 경주 황남동과 서울 경리단길이 합쳐져 만들어진 조어(造語). 과거엔 주거 지역이었다. 하지만,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카페와 레스토랑, 독특한 상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통 한옥이 커피숍이나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하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황리단길의 인기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황리단길을 찾은 방문객은 평일엔 하루 3만 명, 주말의 경우엔 5만 명에 육박했다”고 말한다. 벚꽃이 절정을 이뤘던 화창한 4월엔 165만 명에 이르는 여행자들이 황리단길과 그 일대를 돌아다녔다.명성을 실감하고 싶어 지난주 사진기자와 함께 경주 황리단길을 찾았다. 평일이었음에도 꽤 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한식부터 일식, 이탈리아와 스페인 요리까지 원하는 것을 골라 먹어볼 수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소품 상점에 메인 도로는 물론 골목 곳곳이 이른바 ‘포토 존’으로 손색이 없기에 20~30대가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을 듯했다.황리단길이 경주 관광의 출발지로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는 지척에 다양한 역사·문화유적이 있다는 것일 터. 고대 신라의 위상과 빼어난 예술성을 느낄 수 있는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 국립 경주박물관 등이 모두 걸어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황리단길 인근 경주박물관 주차장에서 떠올린 비엔나황리단길에서 청년들과 섞여 가볍게 점심을 먹고 대릉원을 거쳐 국립 경주박물관으로 향했다. “경주는 외국인들이 큰 관심을 가진 한국의 관광지”라는 이야기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던 한 장면.경주박물관 주차장. 전세버스에서 내리는 2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만났다. “어디서 온 것인가” 묻자, 한 여성이 “난 캐나다고, 저 사람은 미국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원체 여러 나라에서 온 이들이 모였기에 나도 다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잠시 후면 경주박물관에서 992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존재하며 ‘황금의 고대 왕국’으로 불렸던 신라의 진면목을 볼 생각에 들뜬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보며 그 역시 한 해 수백 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떠올렸다.비엔나는 고풍스런 중세 성당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 현대적인 감각을 갖춘 화려한 상가와 전통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 유서 깊은 오페라극장 등이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조화를 이룬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이름이 높다.다음 연재 기사에선 경주와 비엔나의 어떤 점이 닮았고, 어떤 것이 다르며, 과거와 현재를 결합해 보다 큰 매혹을 줄 수 있는 관광지로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할지 살피고자 한다. 세계 속 명품 도시·거리는 어디에?좁은 한국을 벗어나 좀 먼 곳으로 눈을 돌려보자. 유럽과 미국은 물론, 아시아에도 고풍스런 역사 유적과 새로운 문화예술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이른바 ‘명품 도시’ 혹은, ‘명품 거리’가 적지 않다.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매력에 흠뻑 빠졌을 그 거리 몇 곳을 소개한다. △프랑스 파리의 마레지구파리 센강 우측엔 마레지구(Le Marais)가 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조화’ 차원에선 건축학도들의 연구 대상이 될 정도.마레지구는 본래 센강 늪지대에 형성된 17세기 왕족의 저택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상당수 저택이 파괴됐으나 1960년대 일부를 복원해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들어섰고, 시간이 흐르며 인근에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오면서 파리를 대표하는 현대적 관광지가 됐다.마레지구의 자리한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집은 위고가 1832년부터 1946년까지 살았던 곳으로 현재는 박물관이다. 그 외에도 카르나발레 박물관, 보쥬 광장, 피카소 미술관 등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영국 런던의 쇼디치런던의 옛 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과 신도시 도클랜드를 잇는 역할을 하는 쇼디치(Shoreditch)도 명품 거리로 손색이 없다. 구도심과 신도시 중간에 위치해 두 지역 간 이동을 용이하게 한다. 관광의 주요 인프라 중 하나인 교통이 좋다는 것.여기에 쇼디치 인근 올드 스트리트역은 테크시티와 실리콘 라운드어바웃 지척에 있어 런던에 산재한 비즈니스와 금융산업 중심지로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영국은 스타트업 기업의 집적화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쇼디치는 벽화로도 유명하다. ‘전위 미술가’로 불리는 뱅크시를 포함한 많은 예술가들이 그래피티(graffiti·거리 벽면에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 등을 통해 도시가 지닌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는 재론의 여지없이 빼어난 관광 상품으로 여행자들에게 받아들여진다.△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지난 2009년 문을 연 미국 하이라인 파크(The high Line)는 뉴욕 중심부와 구도심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하이라인 파크는 폐쇄된 고가철도를 활용해 만든 공원.뉴욕 맨해튼 남서쪽 첼시에 자리 잡았는데, 사람들이 통상 떠올리는 네모난 공원이 아닌 철로를 따라 만들어 일직선으로 뻗은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이라인 파크가 조성되며 인근 상권도 함께 성장했다. 주변엔 여행 잡지와 각종 방송에 소개된 레스토랑과 갤러리가 여러 곳이다.근처에서 영업 중인 첼시마켓은 과거 내셔널 비스킷 컴퍼니의 공장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현재는 쇼핑몰과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 코트로 탈바꿈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다녀온 이들은 입을 모은다.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기 편하고, 매력적인 건물과 시원스런 공원이 결합된 하이라인 파크는 누가 뭐래도 뉴욕 최고의 ‘힙한 여행지’다.”△일본 교토의 기온 거리교토는 매년 5000만 명의 여행자가 몰리는 관광도시다. 그중에서도 기온 거리에만 한 해 수백만 명이 방문한다. 기온 거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 관광 요소와 결합해 구도심과 새로운 시가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곳”.기온 중심부에 위치한 야사카신사(八坂神社)는 기온 축제의 중심지로 이름이 높다. 약 1400년 전 만들어진 이 고대 신사는 교토의 중요 문화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신사 옆에 위치한 마루야마 공원은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벚꽃이 필 때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하지만, 지난 4월부터는 관광객들이 사유지 골목 일부로는 들어갈 수 없다. 폭이 1~2m에 불과한 매우 좁은 기온 거리를 찾는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리면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탓에 나온 조치다. 관광객들에게도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한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계속)/홍성식기자·정리=성지영 인턴기자/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4-07-02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 이는 달성군, 힘찬 전진 이어간다

민선 8기 대구 달성군의 시작은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깊은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를 품은 넓은 권역에 전국 최연소 단체장 군수와 평균연령 42세의 젊은 인구가 어우러지며 마침내 그 잠재력을 폭넓게 실현하고 있다. 전 공직자의 땀과 노력은 복지에서 산업까지, 교육에서 문화까지 빛나는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민선 8기의 2주년을 지나며, 여전히 안주하지 않고 내실 있는 사업 추진에 몰두하고 있는 달성군의 그동안의 성과와 비전을 살펴본다. △‘최초’, ‘최대’ 수식어 가득한 교육·보육 사업달성군의 지난 2년은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군민에게 꼭 필요한 참신한 교육·보육 사업을 추진한 덕분이다.우선 달성군은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어린이집 영어교사 전담배치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신청한 관내 어린이집 172곳에 주 2∼3회 영어교사를 파견해 놀이와 체험 등을 접목한 영어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한 과감한 시도도 있었다. 올해 초 달성군 첫 초등 영어 방학캠프를 통해 지역 초등학생 50명이 필리핀 바콜로드로 떠난 것이다. 이는 지자체에서 참가자들의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구시 최초의 해외 어학연수·체험 프로그램이다. 캠프는 올해 여름에도 필리핀에서 진행한다.2024 중등 영어 여름방학캠프 역시 처음으로 이뤄진다. 지역 중학생 30여 명은 다음 달 미국 샌디에이고로 떠난다. 현지 원어민과 함께하는 집중 영어교육은 물론, 명문 사립학교 방문 등 문화체험으로 글로벌 감각까지 키울 수 있도록 한다.초·중등 영어 여름방학캠프 등 교육 사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기관이 달성교육재단이다. 기존 달성장학재단에 교육, 진로진학, 도서관 업무를 더해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곳이다. 교육사업의 전문성을 높여 학군, 대입 등과 관련한 인구 유출을 줄이는 것이 달성군의 청사진이다.또 지역인재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교육발전특구사업도 성과를 냈다. 올해 2월 달성군을 포함한 대구시가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달성형 창의적 체험활동 및 방과후 학교 혁신, 대학·연구기관 등과 연계한 맞춤형 교육체제 구축 등 공교육 혁신을 통한 인재양성 및 정주여건 개선 활동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 교육청, 대학 등이 협력하며 각종 규제 완화와 최대 200억원 예산 혜택도 주어진다.아울러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활동으로 진정한 의미의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실현 중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대구시 구·군 최초 365일 24시간제 어린이집이다. 보호자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제도다. 달성군의 넓은 권역을 고려해 총 3곳에서 전면 운영 중이다.이 같은 노력에 답하듯 달성군은 올해 초 전국 82개 군 지자체 중 출생아 수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달성군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3명으로, 출생아 수 1000명 이상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출산·양육 가정에 진짜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읽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임을 상기할 수 있는 기록이다. △1인가구 대책부터 국가유공자 예우까지, 복지사업의 끝없는 발전아이가 자라기 좋은 도시는 곧 가족구성원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사업의 혜택이 아동·청소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달성군은 다양한 연령·계층을 아우르는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의료혜택이다. 지난해 달성군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유가읍 ‘행복한 병원’ 24시간 응급실을 열었다. 현재까지 1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이동건강버스 ‘달성건강빵빵이’는 지역 곳곳을 방문하며 벌써 100건 이상의 순회를 마쳤다.고독사 위험군인 1인 가구의 안전도 생각했다. 상반기 수립한 2024년 달성군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은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이들의 사회적 고립 해소를 과제로 담고 있다.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스마트폰 달성안심서비스앱 무료 배포다. 앱을 설치한 1인가구, 거동불편자 등이 일정 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시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해 미리 등록된 다수의 가족과 지인 등에게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이다.이와 더불어 노년층의 삶의 질도 생각했다. 어르신의 빈곤문제를 덜고 생활에 활력도 줄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달성군은 올해 19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700여 명의 어르신을 위한 지역 맞춤형 노인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보훈대상자 지원 예산은 달성군 역대 최대인 33억3천만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90세 이상 참전유공자 특별명예수당은 지방자치단체 중 달성군이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제도로 월 17만원씩 100여 명에게 지급 중이다. 대부분 고령인 참전유공자분들이 더 늦기 전 조금이라도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예우를 강화한다는 취지다.달성군은 올해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지자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애인활동지원 급여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애인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올해 7월부터 전국 8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이 이뤄지며 대구·경북에서는 달성군이 유일하다.△대구 미래먹거리 책임진다,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는 달성최근 달성군에 전해진 기쁜 소식 중 하나가 대구시 기회발전특구 지정이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대규모 지방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사업으로, 입주기업에 세제, 금융, 규제특례 등 혜택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 등 19개 기관이 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신청에 나선 대구시의 기회발전특구에는 달성군 대구국가산업단지가 포함돼 있다.달성군은 사업 대상지의 주거, 교육, 문화체육, 공원녹지 인프라 확충과 기반시설(SOC) 지원 계획 등을 수립했다. 특구 입주 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 제공도 계획하고 있다. 달성군의 주거, 녹지 등 인프라와 조세혜택 등이 어우러져 ‘기업 하기 좋은 달성군’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 것이다.이에 앞서 지역 곳곳에 전해진 호재 역시 적지 않았다. 달성군은 지난해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 예타 통과, 모빌리티 모터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등 주요 국책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역시 2032년 하빈면에 새롭게 터를 잡는다.달성군은 관련 TF팀을 마련하는 등 행정지원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새롭게 유입될 임직원들을 위해 지역 환경 개선 및 관광산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군민이 함께 만드는 문화콘텐츠,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 달성하다‘대구 최초 법정문화도시’ 달성군의 활약은 눈부시다. 2022년 12월 대구시 최초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된 후 군민이 주인공이 되는 여러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4709명의 시민이 문화활동에 참여해 911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폐허처럼 방치돼 있던 옛 화원우체국은 시민들의 손길 아래 ‘문화우체국’으로 거듭났고, 옛 화원운전면허시험장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 가득한 ‘2023 도시문화캠프’가 열렸다. 모두 달성군만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이다. 사업은 국비 포함 최대 200억의 예산을 활용해 2027년까지 이어진다.올해 하반기에도 멋진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야외오페라 ‘사문진- 피아노, 그 첫 번째 이야기’다. 우리나라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사문진 나루터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10월 5일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출연자의 대부분은 달성군민을 포함한 대구 시민이다. 이달 공개오디션을 통해 출연자를 선정했으며 남은 기간 다사읍의 연습공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준비한다.지역의 풍경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대구교도소의 하빈면 이전이다. 달성군은 교도소가 빠져나간 화원읍 후적지에 국립근대미술관·뮤지컬콤플렉스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홍준표 대구시장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조성을 건의하는 등 그 계획 역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다만 시설 유치까지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 기간 후적지가 우범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달성군은 옛 교도소 터에 주민을 위한 휴게·편의 공간을 꾸며 이 같은 우려를 덜 예정이다.교도소가 옮겨간 하빈면에는 체육시설 등 주민친화시설이 들어서, 변화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교도소 역시 최신식 첨단 경비 시스템이 적용돼 지역민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했다.최재훈 달성군수는 “민선 8기 2주년을 맞는 현재 달성군에 긍정적인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음을 군민 여러분도 체감하고 계시리라 믿는다”라며 “달성군의 가장 좋은 나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 공직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는 만큼 앞으로도 힘찬 전진을 이어가는 지자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4-07-01

“지자체 간 연대와 상생틀 마련으로 지방소멸 위기 대응”

인구 소멸이 심각한 경제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구 감소를 넘어 지방 소멸, 국가 존립의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층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자체들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자치단체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각자도생할 경우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해법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지역의 인구 감소가 지역총생산의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역연대와 상생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김진홍 포항지역학연구회 연구위원과 함께 지역의 인구 소멸을 막기위한 방안과 지자체간의 상생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알아봤다.- 포항시를 비롯한 경북권 대부분의 도시가 인구소멸의 위기에 놓여 있고 지역경제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이를 위해 위원님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 바 있는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경북권의 경우, 포항에는 없는데 전국으로 놓고 보면 돌아가는 것들이 있다. 포항 철강 산업도 여기는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소재인 제철만 있지만 전국으로 확장하면 자동차도, 선박도 생산한다. 나름대로 국내 자체에서 내수가 돌아가는 게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최소한 자율적인 선순환 경제가 되려면 최소 인구가 1억은 돼야 한다. 그래서 일본이 지금 잃어버린 몇십 년 속에서도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경북 자체는 돌아갈 수 있는데 포항만 놓고 보면 안 돌아가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우리가 남이가”라는 개념을 경북 전체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시·군 지자체장의 입장에서는 “나는 내 것만 보면 된다”고 하지만, 포항과 경주가 서로 합쳤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도 많다. 글 싣는 순서①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포항 경제에 미칠 영향② 경북 지역 인구 소멸…해결해야 할 과제는③ 포항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방안은④ 포항이 글로컬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⑤ 한국 경제의 미래는… 포항이 나아가야 할 길 - 2025년 APEC 개최도시로 경주가 확정됐다.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경북 내 지자체 간 상호 협력이 그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이번 APEC 경주 개최를 계기로 지자체간 상호협력과 연대의 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지난 2010년에는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경주에서 열리기도 했다. 나도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여해 서포트 했었다. 포항의 경우에도 국제 불빛 축제라는 큰 행사를 열었다. 그런데 불빛 축제 보러 온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인근 숙박 시설이 깨끗하지도 않고 휴가철에는 가격도 터무니없이 오르는 데다 장기 투숙도 쉽지 않은 탓에 경주 보문단지 힐튼 호텔이나 라한호텔(당시 현대호텔) 등 주변 호텔에 머무는 경우들이 많았다. 다른 지역에서 축제하니까 몸만 가서 축제를 즐기고 결국 다시 경주로 돌아온다. 축제를 여는 포항시 입장에서는 “이거 뭐 내가 돈 들여서 남 좋은 일 시켰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이기주의에 머물일이 아니다. 서로 상생하고 돕는 연대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 APEC 회의를 경주에서 개최할 때 행사 기간 동안 경주 시내만 사람들이 몰려 있게 둘 게 아니라, 포항에 오면 스페이스 워크도 있고 볼거리도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포항공대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동한 방사광가속기와 네 번째로 가동한 차세대선형가속기(XFEL) 등이 있다. APEC정상들은 본적이 없거나 자국의 첨단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견학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APEC관계자나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견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 맞는 말씀이다. 그런 점에서 포항시도 경주시장, 경북도지사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APEC을 경주시 단독으로 치르는 행사로 보지말고 포항은 물론 인근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북 전체를 보면 그냥 1이 아니라고 1.5가 될 수도 있고 2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시·군 지자체 간 연대하고자 하면 융합까진 안 되더라도 서로 피해를 주지는 않지 않겠는가. 그 다음에는 경북에서 큰 행사를 한다고 하면, 포항시가 먼저 도움의 손을 내밀어야만 또 우리가 어려울 때 다른 지자체에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것이다. ‘빨대 효과’라는 것이 있다. 길이 잘 뚫려 있어서 어느 도시와도 협업하면 할수록 포항이 빨아들일 확률이 높지, 포항에 있는 사람들이 청송이나 청도 등으로 유출될 확률은 적다고 본다. 포항이 그래도 경북의 제1도시라고, 자주 얘기가 돼 왔다. 지금처럼 22개 시군이 따로따로 돼 있는 것보다 서로 원활하게 움직이면 인구가 줄어드는 효과를 벗어나 제3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포항과 경주, 포항과 영덕, 포항과 울진 등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이뤄지면 그걸 보러 포항으로 올 수 있다.- 위원님은 ‘지역행복생활권’을 지역발전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박근혜 정부에서 생활권을 같이하는 2개 이상 지자체의 연계사업을 공모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지역행복생활권’을 추진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지자체의 소지역 의식을 허물어 정책의 경직성을 완화시키는 창의적 지역발전정책의 표본으로 꼽는다.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은 시군의 경계를 넘는 주민의 생활영역을 고려해 복수의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주민복리증진 사업이다.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새뜰마을사업)은 주거여건이 열악하고 안전과 위생이 취약한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 인프라를 확충, 기본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새마을 운동이 그랬듯이 지역위의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역발전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광역의 경계까지 허물고 접근할 수 있는 인접 시·군끼리의 윈-윈(Win-Win) 아이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웃마을끼리 자조정신으로 합작기획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은 전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접근이었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너무 뜬구름 잡는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거꾸로 해석하면, 생활경제권 개념이 포항의 생활 경제권이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 ‘행복생활권’을 포항 지역에 대입시켜 보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나.△예를 들어 경주대는 몰라도 위덕대는 아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서 위덕대를 보는 것과 전국에서 위덕대를 바라보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런데 포항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경계선을 넘어가니까 선을 긋고 어차피 경주 지역의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주시 입장에서는 경주시 행정구역 끝자락이고 도로만 건너면 포항인데다 포항에서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많으니까 또 신경을 안 쓴다. 그래서 현재 위덕대가 낙동강 오리알처럼 돼 버렸다. 그저 대학 혼자 생존을 위해 엄청 고생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것들도 이제는 어떤 행정적인 지도의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력이 미치는 영향권으로 보고 행정이나 정책, 산업 등을 함께 해야 한다. 경주의 외동이 왜 컸겠는가. 쉽게 얘기하면 외동은 울산 경제권이다. 경주시는 외동에 신경도 안 썼다. 결론적으로는 외동에 현대자동차 부품의 2, 3차 계열사들이 있으니까 현대 자동차가 외동을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까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자금의 경우에는 경주시 지역이 한국은행 포항본부 소관이니 포항에서 다루고 있었다. 경주 외동지역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거래처가 울산 현대자동차의 계열사들과 얽혀있으니까 이왕이면 한국은행 울산본부에서도 이 한국은행 포항본부 관할인 경주 외동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한국은행에서도 이 부분을 조정해 줬다.- 생활경제권의 개념과 범주를 경북 내에서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인구소멸과 다이렉트로 연결이 되는 해결책이 아닐지라도, 인구는 적어도 오히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정책은 우리 지역 사업 저 정책은 다른 지역 사업, 이렇게 나눌 것이 아니라 이번에 포항, 영천, 경주로 동남권 호국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듯 경북을 묶은 시공간 융합 사업을 많이 해 나간다고 하면 인구소멸에 따른 문제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첨언하자면, 앞으로 인구소멸 등과 관련해 지방간 통·폐합이야기는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다. 뜬금없이 지역을 통합할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로는 우선 생활경제권으로 지역 간 교류, 경제적 끈끈한 연결이 이뤄진 지역을 묶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의 선거구 통합도 이러한 개념으로 이뤄지고, 어느 정도 주민들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생각이 들 때 광역시든 무엇이든 통합이 이뤄져야만 무리가 없다고 본다. 행정편의로 통합부터 하고나면 시너지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할 수 없다./정리=이부용 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6-30

대구형 공교육 혁신, 미래 교육 ‘마중물’ 되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10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돼 대한민국 교육의 한 축을 맡았고, 대구시와 9개 시군이 함께 참여하는 대구교육발전특구 사업을 유치해 3년 동안 연 200억원의 국비를 확보함으로써 공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대구교육청이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한 IB프로그램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 최근 폐막한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 34개를 포함해 100개의 메달을 따 역대 최고의 성적도 거뒀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교육 공동체가 대구교육에 거는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대구시교육청의 주요 정책과 계획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 IB프로그램 전국 확산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인 IBO(Internatio 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며, 개념기반 탐구학습 활동을 통해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학교 교육 체제다. 대구교육청이 지난 2018년 전격적으로 IB의 한국어화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올해 현재 전국의 11곳 시도교육청 300여 개 이상의 학교에서 IB 프로그램을 연구·실천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 비용과 적용상의 이견 등으로 인해 일부 반대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관련 교원연수를 집중적으로 시작했다. 또, 그동안 국제학교 등에서만 인재 양성을 위해 영어로 운영되던 IB 프로그램을 한국어화(DLDP) 함으로써 소수 학생뿐만 아니라 공교육권에 있는 일반 학생도 IB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해 전체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미래를 선도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최근에는 국가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 또한 IB 프로그램의 철학과 방향과 유사하게 개편해 IB 프로그램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뜨겁다. 교육계 여론 또한 IB 프로그램이 자신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 상황에 적용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학습력과 문제해결력을 갖추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교육 혁신 정책 중 가장 효과적으로 학교 교육을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큰 성과는 대구지역 IB 학교의 탄생이다.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학교 정책, 교사 역량, 학교 문화, 교육과정 체계 등을 갖춘 최고 수준의 학교가 IB 월드스쿨이다.전국 공교육권 31곳의 IB 월드스쿨 중 대구지역의 학교가 초 9곳, 중 11곳, 고 5곳 등 25곳으로 전국 IB 월드스쿨의 약 87%가 대구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만, 대학 입시와 관련한 IB 교육 프로그램 해결 과제가 남아있다. 국가가 인정하는 국제공인 교육과정 중의 하나인 IB프로그램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대학 진학을 위한 여러 경로와 기회가 보장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수학능력시험을 응시하지 않아도 되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만 대학에 지원 가능하다. 현재 대입 제도의 여건과 환경은 이웃나라 일본처럼 IB DP 이수자를 위한 특별 전형 등도 운영되고 있지 않다.이에 대해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우리가 IB를 도입·운영하는 이유도 고교 단계에서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분석하는 수업과 평가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머지않아 깊이 있는 사고와 상당한 학습력을 갖춘 학생들을 원하는 대학과 대입 제도가 합의점을 찾아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현재 다수의 국내 대학에서도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어 앞으로 대학 진학의 통로도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 전국소년체육대회 대구 학생들 성과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대구교육청선수단은 금 34개, 은 24개, 동 42개, 합계 10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 기록은 6곳 광역시 중 1위고, 지난 2004년(금메달 37개)이후 2번째로 많은 숫자다. 808명의 학생선수가 35개 종목에 참가해 28개 종목에서 골고루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더욱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특히 육상 여중부 100m 허들은 23년 만에 여중부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고, 사격(공기권총) 남중부 개인전에서는 대회신기록을 수립했다.이러한 성과에는 ‘다:體로운 365 프로젝트’란 대구시교육청의 학교체육 활성화 사업이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종목, 다양한 시기,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학교별 특색에 맞게 아침 0교시 체육 활동, 틈새 시간을 이용한 자율체육활동 등 학교단위 자율체육활동 활성화 사업이다. △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 선정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교육발전특구 정책이 발표됐고, 대구지역이 1차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와 교육청, 대학, 지역 산업계 등이 협력을 통해 지역의 교육혁신과 인재 양성을 견인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하겠다는 현 정부 지방정책이다. 이번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대구형 공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정주 여건 조성에 꼭 필요한 정책이다.대구시교육청은 지자체와 대학, 지역기업체 등과 협의를 거쳐 교육발전특구 추진 방향에 맞도록 6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했다. 특히 국제인증(IB) 교육특구를 제안함으로써 다른 시도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 확대 △교원 선발, 양성, 전보 시 교육청 권한 확대 △대학의 학생 선발권 자율적 확대 등이다. 유보통합, 늘봄학교, 협약형 특성화고교, 자공고 2.0 운영 등 종합적인 내용도 포함했다. △ 제10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선출2008년부터 9명의 회장이 역임했지만,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강 교육감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지난 2018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교육 정책을 펼쳤고 교사, 기업인, 국회의원, 장관을 역임하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교육현장과 정부,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의 결과다. 특히 6년 전 대구시교육청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의 성공적 안착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해 우리나라 공교육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반영됐다.최근 교육계는 저출생, 학령인구감소, 국가재정의 위기에 따라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많다. 늘봄학교 전면시행, 유보통합, 2022 개정 교육과정 현장 안착 지원과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대입제도 개편에 따른 학교현장의 바뀐 정책의 안착, 교권보호, 학생심리 안정, 기초학력 향상, 지역 계층간 교육 불균형 문제 등 시도교육감들과 교육부가 지혜를 모아 함께 풀어가야 할 난제들이다.강은희 교육감은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17개 시도교육감의 의견을 수렴, 성숙한 지방교육자치를 실현하겠다”며 “특히 미래세대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했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2024-06-26

700년 세월 ‘할배나무’ 다섯 가지 하늘 향해 뻗어가다

옛날 마을에 큰 홍수가 났는데 수형이 반듯한 어린 느티나무 한 그루가 떠내려 오는 것을 이 마을에 이주해 살고 있던 안동 권씨 입향조가 목격했다. 신기하게 여겨 어린 느티나무를 어렵게 건져 자기 집 방안에 두었다. 흙도 없고 물도 주지 않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죽지 않고 살아있기에 집안 좁은 뜰에 심었다. 나무가 점점 자라 집안에 둘 수 없어 좋은 날을 받아 마을 입구 개울가에다 옮겨 심었다.자식이 없던 안동 권씨는 마치 친자식처럼 나무를 돌보았다. 이런 정성 탓인지 나무는 쑥쑥 자라 우람한 모습이 될 때쯤 권씨는 병으로 죽게 되었다. 죽을 때 권씨는 느티나무를 가리키며 “내가 죽거든 저 나무를 나로 알고 술 한 잔 권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무덤 자리를 정한 풍수지리가 ‘무자천손(無子天孫)’터라고 말하고 떠났다.어떻게 슬하에 자식을 두지 못하고 외롭게 죽어 간 권씨의 자손이 천대를 잇는다는 말인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하면서 지관의 말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까맣게 잊어버렸다.권씨가 심은 느티나무는 우람하게 커 갈수록 다섯 가지가 동, 서, 남, 북, 중앙 다섯 방향을 상징하듯이 단정하게 자랐고, 권씨의 유언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할배 나무’라 부르며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이때부터 할배 나무는 절 받는 당산목이 되었고, 권씨를 마을 입향조로 모시게 되었다. 아들이 없어 후손은 끊어졌지만, 자손이 없는 권씨의 분신으로 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날 제수를 장만해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있다.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할배 나무는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손자·손녀를 자청한 사람들의 정성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나라에서 풍년 농사를 위하여 저수지를 만든다고 했다. 할배 나무를 그대로 저수지에 수장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사 비용으로 4억 원이 넘는 돈을 감당할 수도 없거니와 7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자리에서 살아온 할배 나무가 다른 곳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행히도 포항 노거수회에서 손자·손녀를 자처해 150m 남쪽 산기슭, 포항시 신광면 마북리 70번지로 나이 740살, 키 20m, 가슴 둘레 6.8m인 할배 나무를 이사시켰다.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미담으로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칠월칠석에는 노거수회에서 회원들이 막걸리를 대접하고 천수를 다하기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세월은 쉼 없이 흐르고,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가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식으로 대를 이어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부자지간 또는 조손간에 유산을 볼모로 효도 계약서를 쓰기도 하고, 계약 위반을 이유로 무효 소송까지 벌이는 슬픈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깜냥도 안 되는 자식에게까지 지위와 부를 넘겨주려고 하다 불법, 특혜 의혹에 휘말려 패가망신을 당하고 있는 높은 양반이나 부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자천손 할배 나무를 본보기로 이제는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가 이어지고 남는 것은 자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심은 나무가 천 년을 가고 우리가 쌓은 탑이 천 대를 이어간다. 보이지 않는 ‘화향 천리 품향 만리’라 하였으니, 우리의 미풍양속이 만대를 잇는다. ‘무자천손 노거수 설화’에서 나무 생명의 귀중함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노거수는 전통 마을 공동체 문화의 독특한 산물로서 ‘전통 마을 나무’다. 세계화와 첨단과학 시대라 하여 이를 미신이나 원시 토속신앙으로 폄하하는 것은 특색 있는 문화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화의 경쟁 속에서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노거수는 분명 독특한 우리의 생명 문화이다. 노거수는 보존 가치가 있는 민속 문화유산이며, 전통 마을 나무로서 민속 생태학적 국민 교육과 녹색 갈증을 풀어줄 중요한 국가 자연자산이다.무자천손 느티나무 설화에서 나무 생명의 귀중함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문학인들이 먼저 옛 노거수 설화에다 오늘날 새로운 문학과 예술의 아름다운 옷을 입혀보면 어떨까? 사단법인 노거수회는…설립연도는 1992년. 이삼우 원장(기청산 식물원)이 노거수를 중요한 자연자산이자 문화유산으로 인식해 시민사회운동으로 경북 포항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했다.설립 목적은 산림환경 전반에 관한 조사연구와 향토 순례를 통해 노거수. 희귀수목 및 보전 가치가 높은 숲에 대한 보호 운동을 전개하고 출판 및 홍보를 함으로써 산림환경 보전과 향토 사랑 실천운동을 국민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있다.그간 진행한 사업은 ▲산림생태 탐사, 향토 순례 및 기행 ▲노거수. 희귀수목 및 보전 가치가 높은 숲에 대한 보호와 복원, 연구 활동 ▲산림문화의 발굴 및 보전과 창달 ▲법인의 사업과 관련한 홍보 및 출판사업 ▲국내외 관련 학회, 업체, 국제기구와의 교류. 협력 및 정보의 교환 ▲기타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업 등이다.주요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노거수 보호, 구명, 조사 활동(399그루) ▲마을 숲 조사(40곳, 마을숲 복원(3곳), 해당화 자생지 복원 ▲포항시 보호수 안전 진단 용역 수행 ▲모감주나무 천연기념물 군락지(371호) 발견 및 지정 ▲내연산 망개나무 군락지 조사 및 국내 최대 개체 보고 등이 있다.가입 자격은 자연 및 노거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가족 단위 활동 역시 권장한다. 임원은 명예회장 이삼우, 회장 이문수, 사무국장 박영규, 회원 강기호 박사(국립세종수목원 본부장) 외 118명이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4-06-26

일찍 다가온 여름, 가족과 함께 이 영화 어때요?

‘영화팬들의 기억 속에서 불멸할 20세기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 분명한 알폰소 쿠아론(63·멕시코). 그는 영화 ‘이 투 마마(And Your Mother Too)’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산다는 건 파도타기 같은 거야. 겁내지 말고 물결에 몸을 맡겨.”무언가가 되기 위해,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라고 사람들을 위로하는 알폰소 쿠아론.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시원스럽게 ‘파도타기’를 할 수 있는 여름이라고 한다.이른 폭염이 닥친 한국. 덥다고, 아침에 입고 나온 셔츠가 땀에 젖었다고 과하게 스트레스 받지 말자. 어차피 매일 울어도, 매시간 웃어도 생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뿐인 것.일찍 찾아온 여름 밤. 편안한 숙면으로 독자들을 이끌 영화 2편을 아래 ‘피서용 선물’로 소개한다. 짙푸른 바다가 그리운 시절이니 ‘그랑 블루’푸르게 일렁이는 파도와 하얀 거품을 물고 자지러지는 포말, 원색의 비키니가 달리는 해변과 첫사랑의 기억인 양 붉게 멍드는 석양.다장조의 동요 같은 도시의 회색 일상들. 잠시잠깐의 떠남이 그 단조로움을 얼마만한 힘으로 치유할지는 미지수지만, 누구나 바다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싶은 목마른 초여름의 6월 말이다.하지만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기 마련. 햇살 부서지는 낭만의 금빛 해변을 꿈꾸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리운 옛날 영화’ 뤽 베송의 ‘그랑 블루’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차갑고 서늘한 페루와 그리스의 바다 풍광을 배경으로 ‘인간이란 끊임없이 외로움과 싸우는 가여운 존재’라는 깨달음을 주는 슬프고, 그 슬픔 때문에 끔찍하게 아름다운 영화이기에 그렇다.자크 마이욜(장 마르바 분)과 엔조 몰리나(장 르노 분)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다. 가난한 그리스의 해변마을에서 누가 깊이 자맥질하는가를 내기하던 철부지들.영화는 그 철부지들의 성장과 좌절, 희망과 소멸을 ‘짙푸른 바다’의 색채와 구원의 여인으로 상정된 조안나(로잔나 아퀘트 분)를 통해 보여준다.36년 전인 1988년. 프랑스 칸 영화제 오프닝 작품으로 상영된 ‘그랑 블루’는 3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하늘만큼 파랗고 광대한 심해(深海)의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이곳이 싫지만, 다른 저곳으로 갈 용기가 없는 인간들의 소심함을 다독이며 위로해왔다.혼자선 외로움을 견딜 용기가 없고, 그 외로움을 나눠 가질 다른 사람을 사랑할 여건과 용기마저도 없는 사람들. 그래서였을까?“내 우주는 바로 당신이에요”라는 로잔나의 고백은 새벽녘 해미 같은 서늘함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적셨다. 영화를 본 늙은 시인은 자신의 젊은 날과 지나온 여름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너를 향한 그리움으로 바다는 내내 푸르렀다”고. 영화 ‘그랑 블루’ 포스터. 눈으로 보는 바다는 단지 아름다울 뿐이다. 파라솔 아래에서 밀어(蜜語)를 속삭이는 연인들, 모래성을 허물며 발가락을 간질이는 파도, 수평선 저편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별빛. 그러나 인간의 삶에 어찌 아름다움만이 있을까.눈이 아닌 가슴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막막함으로 우리 가슴을 막아선다. 맑은 서정시의 소재가 되고 고운 노래의 가사가 되었던 바다.하지만, 그 푸르름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과 슬픔이 녹아있었던가? 세상사의 회한(悔恨)이란 인간에게나 바다에게나 마찬가지인 것을 나이를 먹어가며 알게 된다.바다로의 떠남을 꿈꾸었지만, 떠나지 못하고 식은땀 끈적이는 도시에 남은 사람들. 떠난 사람들에게 ‘바다’는 분명 눈과 육체를 즐겁게 해주었을 것이다. 허나, ‘그랑 블루’를 통해 가슴과 영혼에 쌓인 일상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즐거움과 만족감은 영화가 플레이 될 커다란 TV가 방에 있는 우리들 몫이다.영화의 마지막 장면. 자크는 돌고래의 노래 소리만이 적요함을 깨는 심해로 사라진다. 죽으러 갔을 수도 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아름다울 수도 있는 법.라스트 신이 펼쳐지는 동시에 떠오르는 요절시인(夭折詩人) 한 명이 있었으니 박정만(1946~1988)이다. 박 시인은 죽기 며칠 전 딱 2줄짜리 시를 남겼다. 이런 것이다.“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우리도 셔츠를 땀으로 적셔야 하는 지긋지긋한 여름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그곳이 심해건, 우주건, 또한, 피안(彼岸)이건. 무더운 여름밤 색다른 피서가 될 ‘마리 이야기’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것은 어떤 힘일까?1871년 프랑스 파리. ‘파리 꼬뮌’을 눈앞에서 지켜본 시인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는 열일곱 나이에 조숙하게도 이런 말을 했다던가.“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난 시대의 한국. 시인 허수경(1964~2018)은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란 제목의 시집을 낸다.그로부터 꽤 긴 시간이 지난 후 애니메이션 감독 이성강은 앞서 언급된 두 사람의 말에 이런 진술을 덧붙인다.“비록 상처와 슬픔으로 가득했을지라도 유년을 추억하는 것은 눈물겨운 아름다움이다.”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를 통해서다. 이미 성장한 관객들에게 ‘마리 이야기’는 추억한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새삼 가르친다. 그러나, ‘마리 이야기’가 더 큰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려는 대상은 상처와 슬픔 속에서 자라난 어른이 아닌, 상처와 슬픔 없이 커가고 있는 ‘오늘의 아이들’이다.괴이한 모습을 한 우주 종족을 싸움 붙여 레이저 광선을 난사하는 컴퓨터 게임도, 커다란 풍선이 천장에 매달려 돌아가고 그 아래에선 물놀이를 하는 놀이공원도 없던 아빠의 어린 시절.‘대체 아빠는 뭘 하고 놀았을까?’라는 궁금증에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아… 이걸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온통 아스팔트 천지인 도시에서만 생활하는 21세기의 아이들에겐 맨땅에서 막대로 나무 조각을 쳐 날려 보내던 ‘자 치기’도, 하굣길 연탄 화덕에서 설탕을 녹여 만들어먹던 ‘뽑기’도 설명하기가 난감하다.‘가족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마리 이야기’는 이런 곤혹스러움과 마주친 아버지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유년을 추억하는 아릿함’이 있으니까.가난했지만 희망 또한 가득했으며, 겪어야 했던 슬픔만큼 기쁨도 곳곳에 숨어 있던 20세기 아이들의 유년. 아빠가 겪은 그 시절을 함께 겪어보는 동지의식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바람 빠진 축구공을 차고, 구슬치기를 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가난한 아이들의 바닷가 마을. 태풍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 남우는 할머니와 엄마, 고양이 ‘요’와 함께 산다.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포스터. 일찌감치 겪은 죽음의 체험은 남우를 우울하고 말수 적은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곧 도시로 떠나게 될 유일한 친구 준호는 이런 남우가 걱정스럽다. 남우의 엄마를 짝사랑하는 경민 아저씨의 친절과 보살핌도 남우에겐 별다른 위로가 되지 못한다.그러던 어느 날 문방구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구슬을 발견한 남우에게 신비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환상 속의 소녀 ‘마리’와 산처럼 크고 구름처럼 부드러운 강아지 ‘몽’이 나타나 답답하고 짜증나는 현실에서 남우를 해방시키고 꿈의 세계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앞서 랭보와 허수경의 말처럼 크건 작건 슬픔과 상처 없이 성장하는 사람은 이 땅에 없다. 그것은 아버지를 잃고 희망마저 잃은 남우만이 아니다. 궁핍과 결핍의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 세대’에겐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지워지지 않은 생채기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마리 이야기’는 바로 그 상처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이성강 감독의 나지막하지만 따스한 목소리에 다름없다. 전체적인 화면의 주조를 이루는 나른하고 따스한 색감과 실사에 버금가는 배경의 사실성은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가난한 희망’과 ‘궁핍 속에서 자라는 꿈’을 키우던 시대로 아버지와 아이들을 여행시킨다. 상처와 슬픔도 성장의 자양분이니까.어려웠던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건 즐거움의 기억만은 아닐 터. 상처와 슬픔의 기억도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모자라고 부족한 것 하나 없이 크는 2024년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모자라고 부족했지만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어린 시절 아빠의 건강한 삶을 ‘마리 이야기’를 통해 일부나마 보여주는 것.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듯하다.오늘 밤엔 에어컨과 거실의 형광등을 꺼보자. 그 어둠 속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마리 이야기’를 본다는 건 색다르고 의미 있는 피서법이 될 것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6-25

“공감대 없는 밀어붙이기는 역효과” 경북 북부권 등 곳곳 우려 목소리

대구·경북 행정통합론이 다시 과열되면서 경북도민 특히 북부권의 안동·영주·문경·예천지역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이들은 5년 전 민선 7기에서 관 주도로 통합을 밀어붙이다가 무산됐는데 8기에서도 똑같은 식으로 시·도지사가 행정절차법에 의한 정책수립과 의회협의와 시·도민공청회 등 그 어떤 합리적 절차 없이 정략적 판단만으로 일단 선포부터 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안동과 예천을 비롯한 경북북부지역 주민들은 통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통합을 반대하는 측은 수도권 견제라는 대의명분 만으로 지방 균형발전에 실속 없는 정략적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 같은 행위는 월권이고 위법이라는 의견이다. 행정통합은 헌법과 행정절차법에 따라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을 해야 함에도 그런 절차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이들은 절차적으로 헌법, 특별법, 지방자치법 등의 법·제도부터 제·개정해 효력을 갖추고, 정책수립을 통해 전문기관 자문, 관련부서 협의, 의회 동의, 공청회 토론, 시도민 의견수렴 여론조사 등을 거쳐서 3분의2 이상의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외면한 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 논의는 지방자치 분권을 잘못 이해한 탓이거나 아니면 정략적인 차원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의 추진대로 대구·경북 통합이 이뤄진다면 경북에 속한 기존 시·군은 권한이 대폭 축소돼 소멸 위기를 맞은 일선 시·군은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개발과 효율성 제고로 국가나 광역발전을 이룰지는 몰라도 농촌지역은 서울에 이어서 지방광역수도로도 집중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이런 이유로 이들은 이번 통합에 동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나 광역발전의 대의명분이 있더라도 고향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구조개편 차원에서도 광역 통합보다는 생활권의 기초 시·군 통합이 합리적이라고 1992년 지방자치 초기부터 평가됐다고도 한다.안동시의 반대는 더욱 구체적이다. 2008년 경북도청이 안동시로 이전하면서 그동안 낙후됐던 경북북부지역이 도청이전 효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대구·경북의 통합은 이런 기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이를 두고 홍준표 시장은 대구에 본청을 두고 안동과 포항에 청사를 두고 차관급인 부단체장이 관할 지역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에 산하 기관·단체를 안동으로 이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안동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대측은 수도권 1극을 그대로 두고 다원화한다고 농촌지역이 균형발전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경북도의회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경북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홍 시장 주도로 도민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면서 흡수 통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이에 이철우 지사는 “아직 논의가 설익은 단계라 먼저 상의하지 못했지만, 통합안의 윤곽이 나오면 당연히 도의원들과 대화할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최대한 이양 받는 것이 이번 통합의 목적”이라고 말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