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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 출토 유물 1만여점 한자리, 고대 압독국 위용 한눈에

심한식기자
등록일 2025-03-18 18:57 게재일 2025-03-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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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독국 문화유산 정리 ‘임당유적전시관’ 5월 개관
고대 압독국의 유산인 임당동 고분군과 발굴 유굴을 전시할 임당유적전시관은 지척거리에 있다.

경산은 고대의 압독국(押督國)이 자리 잡은 곳으로 일찍부터 고대인들의 생활문화 공간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임당·조영동 고분군 등의 각종 고분군이 존재하고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의 전진기지로 삼았던 유서 깊은 고장으로 지금까지 봉분형태의 20기 봉분 중 15기가 발굴돼 출토유물도 1만여 점으로 방대하다.

고총·고분에서 출토된 금동관과 금동관식, 은제 허리띠, 고리자루칼(環頭大刀) 등 최고 지도자를 상징하는 유물들은 압독국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고분 중 출토된 유물들로 왕이나 왕비의 무덤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고총이라 한다. 이러한 압독국의 문화유산을 정리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임당유적전시관으로 5월 개관한다. 경산은 자연 자원과 문화재, 기타 문화·역사자원 등 다양한 관광자원은 많으나 수익 창출과 지역을 알리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임당유적전시관은 지나가는 관광지에서 찾아오는 관광지로 지역을 알리는 대표적인 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82년 첫 발굴, 1700여 기 고분·저습지서 희귀 고고학 자료 출토

고총·고분 출토 금동관·은제허리띠·고리자루칼 고대국가 실체 입증

당시 거주민 인골자료 359개체 확인, 고대 경산지역 사회 복원 자료로

옥상 전망대 엘리베이터 오르면 탁 트인 전망 사이로 압량벌 펼쳐져

□ 고대부터 경산의 중심지 임당

대구와 경산을 이어주는 대구지하철 2호선은 대구 사월역을 지나 종착지 영남대역으로 이어진다. 영남대역은 학원 도시 경산답게 대학생들로 북적이는 지역대표 핫플레이스로 영남대역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새로운 명소 임당유적전시관이 자리 잡았다.

영남대역에서 임당유적전시관으로 가는 길은 국가 유산 사적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길(1번 출구)과 활기 넘치는 대학촌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길(5번 출구)이 있어 학생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많이 찾을 것으로 보여 대구에서도 흔치 않은 지하철을 이용한 박물관 관람 시대가 경북에 처음으로 열린다.

경산 임당(林堂)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압독국(押督國)’ 또는 ‘압량소국(押梁小國)’으로 기록된 고대국가 압독국의 중심지로 대량의 유적과 유물이 발굴된 지역이다.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은 ‘임당유적’으로 더 많이 알려졌으며, 임당동·조영동, 압량읍 부적리·신대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1982년 첫 발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700여 기의 고분과 마을 유적, 방어시설인 토성, 저습지 등에서 다양한 희귀 고고학 자료가 출토되어 한국 고대사 연구에 귀중한 유적으로 손꼽힌다. 특히 당시 사람을 복원할 수 있는 359여 개체의 인골자료, 수천 개체의 동물 뼈, 생선 뼈, 어패류 등 한국 고대사회 모습을 복원할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해 고대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압독국 시대의 고분과 고총이 어우러진 임당동 고분군.
압독국 시대의 고분과 고총이 어우러진 임당동 고분군.

□ 고분을 닮은 임당유적전시관

현재 임당동 언덕의 무덤들은 4~6세기경 조성된 대형 고분군으로 당시 최고 지배자의 안식처이다.

임당유적의 역사적 흔적과 흐름을 담은 임당유적전시관의 건축은 고분 토층의 단면을 형상화해 고분군과 주변 자연환경을 이어주는 조화로운 건축물로 ‘시간과 공간이 쌓이다’는 주제를 반영해 디자인되었다.

국가 유산과 어울리도록 고분군과 주 출입로에서 바라보면 낮고 소박한 건축물이지만, 다소 넓은 내부공간에서 반전 매력이 있는 전시관이다.

전시관의 상징인 MI(Museum Identity) 역시 고분을 닮은 전시관을 모티브로 ‘현재는 과거로부터, 미래는 현재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아 하나로 이어진 역사의 길은 유구한 시간을 간직한 ‘임당’을 상징하며, 이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과 학술 프로그램이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다.

□ 반전 매력 1 : 로비 미디어 아트월

대다수 박물관에 들어서면 중앙로비 안내대의 안내에 따라 상설전시실 전시 유물과 연출물 관람으로 이어지지만 임당유적전시관은 중앙로비에서부터 색다른 매력에 빠진다.

이곳 전시의 첫 번째 반전 매력이 바로 LED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진 대형 미디어 아트월이다.

미디어 아트월은 가로 25m, 세로 8.5m의 초대형으로 인근에서는 보기 어려운 규모로 지금도 우리에게 전해지는 임당유적과의 공존 느낌이 들고자 핵심 키워드인 ‘고총·고분’과 ‘인골’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고대의 기억’, ‘임당유적의 발견’ 그리고 ‘고대인의 삶의 흔적’ 등 모두 3편의 뛰어난 실감형 콘텐츠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주입식보다는 시각적인 느낌을 중시하는 MZ세대 관람객들에게 큰 반향이 기대되는 코너다.

□ 반전 매력 2 : 전시관 뷰 포인트

국가 유산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는 전시관은 장소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이다. 낮고 소박한 건축물이지만 옥상 전망대에 엘리베이터로 오르면 탄성이 절로 난다. 탁 트인 시야에 한번, 압독국의 영역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에 두 번, 지역 중심부답게 교통 인프라(지하철 2개 노선, 경부고속철도, 대구선, 하늘길)와 자연환경이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에 세 번째 탄성을 발하게 된다.

전망대는 압독국 최고 지배자의 무덤군이 조성된 임당동 구릉보다 낮지만, 최대 높이 12m로 당시 지배자의 통치 영역을 직관도 하지만 증강현실(AR)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2층 실내 노출 정원인 ‘하늘길 정원’도 매력적인 뷰포인트 지점으로 주목되는 공간이다.

경주가 아닌 지역에서 출토된 4단식 出자형 금동관.
경주가 아닌 지역에서 출토된 4단식 出자형 금동관.

□ 반전 매력 3 : 4단식 出자형 금동관

지난해 가을 임당동 고분군 학술발굴 과정에서 경주에서도 흔치 않은 ‘4단식 出자형’ 금관이 재질만 다를 뿐 경산의 석실묘에서 금동관이 출토되어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돌방무덤에서 출토된 금동관은 금동으로 만들어진 관으로 신분과 계층이 상위임을 방증하는 권위적인 상징물이다. 형태는 2개의 엇가지 세운 장식과 3개의 맞가지 세움 장식 및 관테로 구성되어 있으며, 맞가지 세움 장식이 4단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출토된 금동관은 기존에 경산지역에서 확인되었던 3단식 出자형 금동관과 달리, 처음으로 4단식 出자형 금동관이 출토돼 경주 이외의 지역에서도 처음으로 출토된 것으로 개관기념 특별기획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 임당유적전시관의 진정한 매력

그동안 고고학적 발굴성과는 유물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공개되고 이 유물을 사용한 옛사람의 연구(풍습, 생활 등)는 다른 유적과 유물의 사례를 통해 추론했다.

이러한 연구 경향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단일유적 국내 최대 인골 개체 수(359개체)와 가까운 시대가 아닌 1500년 전의 사람 인골이라는 특수성으로 실제 무덤의 주인공과 순장자의 뼈(인골) 분석과 연구에 여러 학문의 학자들이 참여한 ‘압독국 문화유산 연구·활용 프로젝트’이다.

이 융합연구로 이어진 결실을 임당유적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2022년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교류한 폴 테일러 박사는 “임당유적에서 출토된 고인골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로 보존상태와 개체 수가 탁월한 편이고, 남녀노소, 계층이 다양하게 확인된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임당유적전시관은 ‘임당유적을 고고학에서 과학 영역으로 확장’해 전시·연구·교육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충실한 전시관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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