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에 관한 생태 지식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 심리가 변화하면서 그중에도 여가 비용 상승이 증가하고 있다. 제한됐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한 탓일까 ‘지금 제대로 즐기자’라는 태도로 높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특히 현장성을 중시하는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의 인기가 급증하며 2024년 프로야구는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기록했다. 또한, 젊은 세대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며 고가의 소비를 망설이지 않는다. 이는 특별관 영화, 팝업스토어, 체험형 전시 등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으며, 여행 또한 단순한 휴식이 아닌 개성과 가치를 반영한 경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나즐로(나 홀로 즐거운) 명품 노거수와 숲 탐방 체험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작은 여가 비용으로 큰 즐거움의 개성과 가치를 반영한 체험을 하고 있으니 일찍부터 트렌드 변화의 감을 잡은 탓일까.
키 14m·가슴 높이 둘레 4.5m 우산 모형
500년 뿌리박고 살아왔지만 아직 건재
묘한 뒤틀림이 주는 ‘곡선의 미’에 눈길
조선시대 향교·서원 등서 흔히 보였지만
일본 나무로 잘못 알려져 배척 받기도
신경안정·신진대사 촉진시키는 나무향
위안을 주는 자태 감상하며 건강도 챙겨
오늘도 경북 울진군 죽변면 화성리 산 190번지 천연기념물 향나무 노거수와 마주하고 서 있다. 향긋한 향기가 몸을 감싸면서 혈류를 타고 나의 가쁜 숨소리를 잠재운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니 숨이 찼다. 심호흡으로 숨 차는 것이 진정되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기분도 또한 상쾌했다. 웅장한 향나무를 톺아보았다. 거대함과 묘한 줄기의 뒤틀림에서 나오는 곡선의 아름다운 미가 눈을 사로잡고 무한한 즐거움에 감정선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흥이 일어나 몸에 저절로 소름이 돋는다. 웬만한 아름다움에도 쫓기는 일상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친 일들이 부지기수인데 이렇게 고요한 나무 아래에서 나 홀로 흥분하고 있으니 이 또한 무슨 괴이한 일인가. 공활한 푸른 가을 하늘처럼 내 마음 또한 그같이 한량없다.
화성리 마을 뒷산 자락 중턱에 살아가고 있는 향나무는 나이가 약 500살로 추정되며, 키는 14m, 가슴 높이 둘레 4.5m의 우산 모형의 수형이다. 외과 수술을 하였지만, 아직도 건강한 모습이다. 향나무는 측백나뭇과에 속하는 상록 침엽 교목으로, 노송나무라고도 불린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세로로 얇게 갈라지며, 꽃은 4-5월에 피며 열매는 9-10월에 자흑색으로 익는 나무이다. 주로 정원수나 관상용으로 가꾸며, 목재는 특유의 향기가 좋아 귀중한 가구재나 약재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울릉도에 주로 자생하며, 중국, 일본 등에도 분포한다. 향나무는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고 널리 심었던 자원식물이다. 한반도 동해안의 나무이고, 한국인의 나무라는 것을 노거수 탐방으로 알 수 있었다.
향나무 자생 개체군은 오랫동안 남획되었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향나무는 모두 심은 것으로 유래 되는데, 이는 민속 생활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급 향의 재료로 향나무를 주목했던, 유교문화가 창성한 조선시대에 더욱 성행했다. 향교, 서원, 사찰, 무덤, 우물가 등 사람이 관리하는 장소에서 흔히 보는 크고 작은 향나무는 그런 맥락의 문화적 소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식물생태보감에 김종원 교수는 “일본열도에서 향나무 자생지라고 알려진 사례는 여태껏 없다. 오히려 식재 기원이라는 방증만 차고 넘친다. 모두 6세기 백제에서 전래된 불교문화가 크게 번창했던 곳이다”라고 기술하여 향나무는 동해안의 나무이고 한국인의 나무임을 말하고 있다. 가이즈카(Kaizuka) 향나무를 일본 나무로 알고 배척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는 잘못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맺힌 원한이 많으면 그럴까 싶다.
향나무 노거수가 무슨 요술을 부리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고요한 수림 속에 향나무와 마주하며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데 왜 이렇게 기분이 상쾌하고 좋을까?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를 내가 들이마시고 사람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나무가 받아 마시며 교호 작용하는 탓일까? 그 동안 도시의 혼탁한 공기 속의 양이온에 몸의 균형은 깨어지고 찌들어 그로 받은 스트레스는 일상의 생활을 그리 유쾌하지 못하게 했다.
양이온 과다 흡수로 우리 몸의 신경전달 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과다 촉진되어 자극에 대한 반응을 무디게 만들었다. 신체에서 보내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니 늘 몸이 무겁고 마음도 개운하지 못했다. 세로토닌의 생성을 막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에서 지내는 것이 최상이 아닐까 싶다. 음이온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숲에 많고 특히 향나무,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림에 더 많다고 한다. 향나무에서 나는 향기는 우리의 심장과 신경, 근육 등 자율 신경을 진정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이는 세포의 장기 기능을 강화하여 혈액을 정화하고 혈액 순환도 잘 되어 혈색까지 좋아지니 즐기면서 건강도 챙기는 이보다 더 좋은 여가 체험이 있을까 싶다.
우람한 줄기의 거친 질감에서 세월의 흔적과 강인함을 느끼고, 독특하게 휘거나 꼬이거나 구부러진 모습에서 곡선의 아름다운 미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중앙 원 줄기에는 갈라진 틈이나 옹이가 오랜 세월 동안 자라면서 형성된 특징적인 무늬 또한 특별했다.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가지가 땅으로 처져 있었다. 그러나 일부 가지는 그와 반대로 하늘 높이 쭉 뻗어 자란 모습에서 자유 분망함과 힘찬 삶의 생기를 느꼈다. 처진 가지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받들어주기 위하여 지지대를 무려 10개나 세워 놓았다.
주변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고 천연기념물이라는 안내 표시판도 설치해 놓았다. 주민들의 나무사랑 자연관을 엿볼 수 있었다. 동해안에는 향나무 노거수가 많다. 보호수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돌보는 노거수가 부지기수다. 서해안과 남해안 마을과는 색다른 풍광이다.
동해안 마을공동체는 뜻을 모아 특정 공간에 향나무를 심어 기르며 마을 안녕과 평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신성한 곳을 지켜 내는 일을 향나무에 의탁한 셈이다. 이는 매향(埋香) 문화의 시발점 혹은,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 울진 화성리 천연기념물 향나무 노거수
줄기는 상록 교목성으로 곧게 자란다. 잎의 조건에 따라 둥치에서 구분되기도 한다. 약간 적갈색이고, 세로로 잘게 갈라지면서 떨어지는 껍질 질이 발달한다. 굵고 늙으면 속이 빈다.
잎은 길이 약 1.5mm. 비늘잎은 묵은 가지에서 나고, 긴 원통형으로 빼곡하게 모여 달린다. 길이 약 1cm 비늘잎은 보통 2~3개씩 돌려나면서 달리고, 닿으면 다칠 정도로 날카롭다. 비늘잎은 어린줄기나 상처를 심하게 입은 줄기 또는 가지에서 주로 나고 협한 생육 조건일수록 많다.
노간주나뭇잎은 길이 2cm 정도로 예리한 비늘잎이 있다.
측백나뭇잎은 비늘잎이 붙어서 납작하고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꽃은 4~5월에 피고, 암수딴꽃이지만 암수한몸도 흔하다.
비늘잎이 변형된 묵은 가지에 피며 암꽃은 짧은 비늘 잎줄기 끝에, 수꽃은 눈에 띌 정도로 긴 비늘 잎줄기 끝에 달린다.
열매는 방울열매로 씨가 2, 3개 들어 있고, 겉이 흰 가루 같은 것으로 덮인다.
서식처는 해안단구 및 해식애 절벽 바위, 내륙 하식애 석회암 등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