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오늘. 사람들 대부분은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체감하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 세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이 보편화된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정보의 상당 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얻고, 뉴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생산·소비된다. ‘여론이 모이는 공간’도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흔해졌다. 이에 본지는 지난주와 이번 주엔 어떤 뉴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는지를 간략하게 정리해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독자들이 한 주의 주요 뉴스를 보다 편하게 일별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 서비스 차원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계속되는 항공기 사고에 불안한 여행자들
지난 연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했다. 무려 179명의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통곡에 많은 국민의 함께 아파했다. ‘참사’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비극이었다.
사고 이후 관계 당국은 시신 수습과 장례 과정에서 향후 개선해야 할 사항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인터넷에선 제주항공기 추락 참사와 관련된 가슴 아픈 사연들이 알려졌고, 아들과 딸,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목소리가 오래 이어지고 있다.
이는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15분엔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항공기에 화재가 발생해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여행자들 사이에선 “이젠 비행기 타기가 겁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한 것은 에어부산 항공기 사고에선 승객과 승무원 176명 모두가 불길이 커지기 전 비행기 밖으로 탈출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의 원인이 보조배터리에 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앞으로 비행기에 탈 땐 승객 개개인이 보조배터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전해졌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 워싱턴DC에서도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미국 육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충돌해 적지 않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엔 한국계 10대 2명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연말과 연초, 국내와 해외 가릴 것 없이 계속된 항공기 사고 소식에 여행을 준비해온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다 철저한 안전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젊은 기상캐스터의 죽음, 그 원인은?
지난해 9월 15일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가 새삼 인터넷 공간이 뜨겁게 한 지난주와 이번 주였다.
오씨 죽음의 이유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는 지인들의 제보가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에게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생전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친구와 주고받은 고민 상담 형식의 SNS 메시지가 공개되며 사람들의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유족에게서 “짧지 않은 2년이란 기간 동안 괴롭힘은 계속됐고,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며 가해자들에 대한 비난은 더 거세지는 형국이다.
사람들의 비판이 오씨가 근무했던 MBC에게까지 미치자 최근 MBC는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신뢰와 공정함이 우선돼야 하기에 조사위원장은 외부 인사인 법무법인 혜명의 채양희 변호사가 위촉됐다.
정인진 변호사와 MBC 내부 인사도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진상조사위원회는 5일 첫 번째 회의를 연다.
“고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것이며, 신속하게 조사를 마칠 것”이라는 MBC측의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주목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의 발언 놓고 설왕설래 오가
지난 19일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동영상을 업로드하며 선관위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했다.
그로 인해 파생된 논란이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인터넷 공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전씨는 “비상계엄과 탄핵의 원흉은 바로 선관위”라며 “부정선거에 관한 건 야당 국회의원도 의혹을 제기했고, 여당 의원도 제기했으며 심지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부정선거만큼은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계엄까지 선포하게 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과 전광훈 등 극우 진영의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이라 비난과 지지의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씨는 역사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며 비판에 앞장섰고, 동료 강사들 중에서는 “자괴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왔다. “선생님을 존경했는데, 이젠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며 전한길 씨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서 탈퇴하는 제자들도 있다고 한다.
반면 전한길 강사는 여전히 연봉 60억 원을 포기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씨의 견해에 동조하는 네티즌들 또한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온 전한길 강사가 자신과 다른 정치적 태도를 보인다고 돌을 던지는 건 온당치 않다”며 동조 의사를 나타내고 있기에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내수 진작? 일본 좋은 일만 시킨 것 아닌가
이번 설 연휴는 지난달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어느 때보다 길었다.
적지 않은 기업이 1월 마지막 금요일인 31일도 휴일로 정했고, 많은 직장인이 그날 연차를 사용함으로써 최장 9일을 쉬기도 했다.
정부는 긴 연휴 동안 사람들이 국내에 머물며 소비를 함으로써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는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실상은 예측을 빗나갔다.
지난 연휴.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218만 명이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공항은 물론, 지방의 공항들까지 북새통을 이뤘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걸 지켜보는 정부 당국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국내 여행지에서 사용되는 돈이나 해외에서 쓰는 비용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에서 머물다 오겠다”는 이들의 발걸음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옛날과 달리 명절 제사의 부담에서 벗어난 세대의 해외여행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 경제일간지는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여행의 인기는 이번 설 연휴에도 식을 줄 몰랐다.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 수는 27만6237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 일본을 여행한 12만2778명보다 크게 늘었다”며 “일본 좋은 일만 시켰다”고 보도했다.
▲가수 구준엽 아내 사망과 ‘입춘 추위’도 네티즌 관심사
1990년대 시원스런 댄스음악으로 사랑받았던 그룹 ‘클론’을 기억하는 중년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바로 그 클론의 멤버였던 구준엽은 역동적인 춤 동작과 시원스런 노래로 당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랬던 구준엽이 2021년 대만의 인기 배우인 서희원(쉬시위안)과 결혼하자 많은 이들이 놀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둘은 클론이 대만에서 활동하던 1998년에 만나 오랜 시간 헤어졌다가 극적으로 재회해 사랑을 꽃피웠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 행복은 짧았다. 지난 3일 구준엽의 아내 서희원이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둘은 애틋했던 사랑과 길지 않은 결혼생활을 이야기하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반려자를 잃은 구씨의 슬픔은 겨울바람처럼 차가울 것 같다. 기자 역시 클론의 노래를 들으며 살아온 세대이기에 애도의 말을 전한다.
‘입춘 추위가 한겨울보다 매섭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주 내내 지속된다는 코끝 시린 시베리아 한파는 제법 긴 시간 이어질 듯하다.
급작스레 닥친 혹한에 네티즌들은 “정작 12월과 1월엔 맛보지 못한 매운 날씨가 봄을 목전에 두고 닥쳤다”며 두꺼운 외투 깃을 단단히 여미고 길을 걷는다. 그렇다. 세상사 모든 건 사람들의 예측에서 빗나가는 경우가 흔했다. 예부터 지금까지.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