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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진심인 도시 ‘마쓰야마’의 매력 속으로 ‘풍덩’

등록일 2025-02-12 19:29 게재일 2025-02-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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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순희의 일본 마쓰야마 여행기<br/>가깝고도 정겨운 소도시, 마쓰야마
마쓰야마성에서 내려다본 마쓰야마 시내, 일본을 여행하면 도시마다 산 정상에 높은 벽을 쌓고 성을 만들어 놓았다. 가장 뷰가 좋은 곳이라 관광객이 꼭 찾는다. 불 타거나 스러진 것을 복원했다. 우리네 읍성도 복원해 오래 간직하면 문화재가 될 것이다.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감정적으로 쌓인 것이 많아서 마음이 먼 것이다. 가깝고의 그 거리가 부산에서는 더 가까운 일본이다. 도쿄와 오사카 같은 번잡한 도시보다 조용한 소도시 여행을 더 좋아해서 우리 가족은 일본을 자주 다녀왔다. 대마도는 엄마와 한 번, 친구들과도 다녀왔다. 10년 전 동해에서 배를 타고 갔던 도토리현을 시작으로 교토, 나라, 오키나와, 가고시마를 고루 살폈다.

지난봄에는 우동에 진심인 다카마쓰를 다녀왔다. 마스코트 머리가 우동으로 꽉 찬 모습에 웃음이 나왔는데, 여행안내 책자에 우동 맛집만 표시하고, 우동택시투어가 운행 중이다. 예전부터 맛집 앞에 줄 서는 것은 질색이라 고개를 저었는데, 다카마쓰에서 우동을 먹고는, 다음날 또 가자고 남편을 졸랐다. 매일 한 끼는 우동 맛집을 찾아다녔다. 면발이 달랐다.

겨울에 들며 마쓰야마 여행을 계획할 때, 마쓰야마에서 다카마쓰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다. 남편은 포항에서 대전까지 거리라고 하기에 그래도 우동 먹으러 하루 다녀오자고 졸랐다. 유명 연예인이 아침에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가서 우동 한 그릇 먹고 되돌아 온다기에 돈도 많다했더니, 이제 그 심정을 알게 되었다.

최근 한국인 여행객들 늘어 직항 생겨

공항 안내에 여권 보여주면 무료쿠폰도

JR마쓰야마역·오카이도·도고온천 등

경유하는 한국인 전용 셔틀버스도 있어

할머니가 맞아준 75년 된 초밥집 식사

유럽 어느 성 같은 모습의 반스이소와

케이블카로 올라간 마쓰야마성도 눈길

75년된 초밥집 후식으로 그 지방 특산품 귤로 만들어서 새콤달콤했다.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았다.
75년된 초밥집 후식으로 그 지방 특산품 귤로 만들어서 새콤달콤했다.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았다.

마쓰야마는 한국인에게 진심인 도시다. 그래서인지 최근 여행객이 늘었고 직항이 생겼다.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라 좌석을 찾아 앉았더니, 포항 사는 친구가 뒤따라 탔다. 반가워서 어디 가냐고 우문을 던지니 마쓰야마 간다고 현답을 했다. 남편이 비행기가 완행도 아니고 가다가 어디 들르냐며 같은 비행기 타고 어디가냐고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똑같다며 웃었다. 여행 내내 한국인들 목소리가 어딜 가나 들리고, 그동안의 소도시 여행에서 느끼는 조용함은 기대하지 말아야 했다.

공항 안내에 가서 한국 여권을 보여주면 여권 한 장당 무료 쿠폰 한 꾸러미를 준다. 마쓰야마 중요 여행지에서 한 장씩 뜯어서 내밀면 입장권으로 교환해 준다. 꼭 받아야 한다. 여행하기 전 트래블카드를 만든 남편이 공항 ATM기에서 환전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가보니, 자꾸만 안된다며 땀을 뻘뻘 흘렸다. 아버지 환갑이라고 이번 여행비를 낸 아들이 보더니, 잃어버릴 때 대비해 막아놓은 것을 풀라고 하니 돈이 나왔다. 처음 써보니 생기는 일이다.

우치코자 가부키극장, 양동마을 같은 시골마을에 가부키극장이 있고 아직도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래된 것은 모두 아름답기마련이다. 더 오래 간직하려고 수리 중이다.
우치코자 가부키극장, 양동마을 같은 시골마을에 가부키극장이 있고 아직도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래된 것은 모두 아름답기마련이다. 더 오래 간직하려고 수리 중이다.

셔틀버스가 있다고 해서 밖으로 나가니, 버스 머리에 한국인 전용이라고 한글로 써있다. 비행기 안에서 본 사람들로 꽉 찼다. 버스는 JR마쓰야마역, 마쓰야마시역, 오카이도, 도고온천, 도고프린스호텔, 오쿠도고이치유노모리에 사람들을 내려주었다. 우리는 오카이도에 내려 호텔에 체크인하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75년 된 초밥집 스시마루에 들어갔다. 카운터에 할머니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것만 같은 모습으로 우릴 맞았다. 식당에 손님도 대부분 한국어로 대화 중이다. 음식은 일본 맛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다음날 일찍 트램을 타고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다음 정거장에 시각 장애인이 기다리니, 기관사가 내려가서 모시고 자리에 앉게 한 후 제자리로 가서 출발했다.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행동에 감동이었다.

반스이소성. 마쓰야마 영주 자손이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별장. 일본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나온다.
반스이소성. 마쓰야마 영주 자손이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별장. 일본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나온다.

도고온천역에 내리니 역사가 스타벅스점이었다. 1971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건물이라니 오래된 것을 쉽게 부시지 않고 간직하는 일이 우리에겐 힘든데 일본은 일상 같다.

커피를 주문해 2층으로 올라갔다. 갑자기 뿌뿌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오래되고 낡아 전시용인가 하던 봇짱열차가 칙칙 소리를 내며 달릴 준비를 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일본인들이 번호를 부르니 표를 내민다. 어릴 적 차장 아저씨가 표에 또깍 하고 구멍을 뚫어주던 그것을 눈앞에서 다시 보았다. 주말만 운행한다는 걸 뒤늦게 알아서 기차는 떠나버렸다.

역 앞에 또 다른 볼거리는 30분마다 봇짱카라쿠리시계가 공연을 펼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시계를 향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벤트가 곳곳에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늦은 아침이자 이른 점심은 신사로 오르는 계단이 보이는 우동집에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주문하려다 말고 깜짝 놀랐다. 가슴 앞으로 크로스해서 메고 있던 가방이 사라진 것이다. 거기엔 여권과 어제 엔화로 바꾼 지폐가 들어있었다. 당황한 남편이 어디서부터 없던 것일까 되짚어 생각하다, 스타벅스 2층 우리가 앉아 커피를 마시며 벗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평소 달리기하면 뒤에서 일등인 남편이 스타벅스로 향해 달리는 모습은 100미터 국가대표급이었다. 가방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며 달리니 발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가방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다른 나라였으면 우리의 여행은 엉망이 되었겠지 생각하니 아찔했다. 도고온천 주위로 귤을 재료로 하는 선물 가게와 음식점이 줄을 이었다. 인형 뽑기 대신 귤을 뽑는 기계가 있어 한참 구경했다.

강이 휘돌아가는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가류산장.
강이 휘돌아가는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가류산장.

숙소에서 내려다보이는 반스이소는 유럽의 어느 성 같다. 가는 길에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언덕의의 구름뮤지엄에 먼저 들렀다. 반은 공사중이고 1, 2층은 무료이고 3층부터는 유료다. 반스이소는 무료 쿠폰이 없어서 입장료를 냈다. 이 동네서 수세식 화장실이 제일 먼저 만들어진 곳이라 한다. 우리가 들어가니 피아노 연주회 중이었다. 사람이 드나들고 행사가 있어야 건물이 오래 보존되는 것이다.

마쓰야마성도 숙소 근처라 걸어서 찾아갔다. 산 위에 위치해서 올라가는 방법은 세 가지다. 걸어서, 케이블카, 1인 리프트를 타고 가는 것 중에 우리는 추워서 케이블카로 정했다. 무료 쿠폰 꾸러미에서 성 그림이 있는 것으로 뜯어 내밀었다. 모네의 그림이 있다는 마쓰야마 현립미술관도 설이라 휴관이다. 다음날 멀리 차를 빌려서 외곽으로 나갔다. 무치코 고택도 문이 닫혔고, 우치고자 가부키 극장은 공사 중이라 휴관, 가류산장과 시모나다 간이역을 둘러보았다.

돌아오는 날, 짐을 맡기고 검색대에 들어가기 전에 이른 저녁을 먹었다. 아들은 마트에서 산 일본 초밥이 맛있다고 좋아했다. 공항에는 한국에서의 사고 소식으로 긴장감이 돌았다. 한국인 지점장이 직접 나와 일일이 신경 쓰며 점검했다. 부산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한 후 걱정했었다고 말하니, 공대 오빠인 아들은 그럴 일 없을 거라며 웃었다. 일상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여행의 묘미임을 온몸 가득 느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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