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의 지역을 말하다<br/>2025년 포항경제 진단과 중장기적인 해결 과제
△보호무역 강화는 예견된 위기
1월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취임했다. 공교롭게도 포항 지역경제의 중심인 철강 금속산업은 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던 2017년 이후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포항경제는 어떻게 될까? 지금이라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제2의 트럼프가 10년, 20년 뒤에 나타나도 여전히 비슷한 위기를 만날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이 무서운 점은 우리나라와 달리 어느 대통령이나,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자국에 도움이 되는 즉 ‘국익’에 기반하는 국가정책의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 데 있다. 지금 포항경제가 어려워진 첫 시발점을 8년 전으로 보는 논거가 여기에 있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금까지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도내 어느 지역의 산업, 기업이라도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전무후무한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는 경우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포항경제 위기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포항 내부에 잠재된 문제에서 온 것이다.
이차전지 수출액 비약적 성장에도 전체 수출실적은 감소 추세
‘가격경쟁력’에 집중하다보니 압도적 품질 갖춘 제품개발 뒤처져
기업 품질향상·지자체 지원·시민 지역 내 소비로 일치단결해야
△해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그러면 포항경제는 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자체적인 순환형 경제 메커니즘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포항지역 경제산업구조에 있다. 지금 포항 경제의 주축은 철강과 이차전지다. 그런데 모두 기초소재-중간재-자본재-최종소비재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추지 못하고 특정 소재나 중간재에만 편중되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포항경제가 큰 위기에도 견딜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약점 때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가끔 시민들이 과거 IMF 때도 경기가 이렇게 나쁘진 않았다고 한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곳은 최종소비재 산업이다 보니 포항경제의 약점이 때론 약이 되어 주곤 했다. 하지만 외부 충격을 이 약점이 커버해 주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달한 듯하다.
2023년 포항시 수출액 1위는 이차전지(배터리 양극재)로 34억6천8백만 달러였고, 2위는 열연강판(스테인리스강) 7억2천7백만 달러, 3위는 후판(인장강도 490MPa 이상) 6억4천5백만 달러였다. 수출 2위, 3위를 합쳐도 이차전지 수출액의 39.6%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포항경제의 수출은 철강이 아닌 이차전지가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이차전지 수출액이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포항시 전체 수출 실적은 감소 추세다. 2024년 11월까지 포항시 월평균 수출액은 2017년 8억3천8백만 달러보다 7.9% 감소한 7억7천1백만 달러에 그쳤다. 월평균 수입액은 동 5억3천4백만 달러에서 무려 46.1% 늘어난 7억 8천1백만 달러를 기록했다. (<표1> 참조) 당연히 흑자였던 포항의 무역수지도 2023년 이후 적자로 전환되었다. 이는 물류에도 영향을 끼쳤다.
포항항의 수출입 물동량을 보면 수출량(월평균)은 2017년 0.67백만 톤(R/T)에서 2024년 0.48백만 톤으로 28.05%가 줄었고, 수입량(동)도 동 3.64백만 톤에서 2.92백만 톤으로 19.75%가 줄었다. 물류업체(화물용 트럭 포함) 실적도 감소했을 것이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소가 일본과 중국의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철강 금속 부문 국제무역에서 1992년 소비재, 자본재만 일본에 우위였던 중국이 2022년에는 소재·원재료와 중간재 일부를 뺀 소비재, 중간재, 자본재 모두 일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포항의 철강업계가 일본과 같은 수준이라고 가정해도 문제는 일본이 앞서는 소재·원재료는 수출이 거의 없고 중국이 일본을 따라잡은 중간재가 주력이라는 점이다. 실제 2022년 포항시 수출입 가공단계별 구성(<표2> 참조)은 수출의 98.1%가 중간재다. 수입은 1차산품이 55.2%, 중간재가 41.8%로 합 97.0%에 이른다. 그동안 포항 철강 부문의 수출이 감속한 원인이 고부가가치의 유일무이한, 압도적인 품질경쟁력을 지닌 제품의 부재에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이라도 근본적 대책을
결론적으로 포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체의 최대 문제는 ‘가격경쟁력’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후진국일 때는 저임금을 무기로, 중진국일 때는 로봇 도입, 공정 개선 등 효율성 향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선진국인 현재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혁신을 통해서만 성장 가능한 체질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고가
라도 사는 유일무이한 제품과 기술, ‘품질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을 갖추지 못하는 한 여전히 위기가 오면 환율, 금리, 인건비와 같은 ‘가격’에 치중한 임시대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지난해 영일만 산단에 착공한 중국 CNGR그룹과 포스코그룹이 합작한 이차전지 소재 공장은 그 의미와 가치와 매우 크다. 그나마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중국 시장을 향한 교두보 역할을 이 공장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포항지역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최소한 올해만이라도 지역 산업은 연구개발과 품질향상에 노력하고, 지자체는 지역기업을 적극 지원하며, 시민들은 지역 농수산물을 우선 소비하고, 시·도의원 등 지역 정치인들은 전적으로 이러한 흐름을 역행하지 않는 판단으로 지역 경제주체 모두가 일치단결하였으면 한다.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