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기획 <1> 어종이 변한다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동해안에 살던 명태와 오징어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갱이, 삼치 등이 대신하고 있다.
죽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 씨는 “오징어와 명태는 아예 씨가 말랐다. 전갱이와 삼치는 많이 잡히고 있지만, 예전의 풍성함은 사라졌다”고 전했다.
동해안 대표 겨울어종 도루묵도 자취를 감췄다. 작년 도루묵 어획 총량은 총 172t으로 지난해 433t보다 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룡포에서 생선조림 가게를 운영하는 남 씨는 “매일 아침 일찍 어판장에 도루묵을 사러 가는데 갈수록 도루묵을 사기가 힘들다. 그렇게 흔하던 도루묵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모르겠다”며 “찾는 손님은 많은데 물량이 적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1968~2023년 56년간 기후 급변
전 지구 평균 표층수온 0.70℃↑
같은 기간 한국은 1.44℃로 ‘2배’
동해 1.90℃로 상승률 가장 높아
오징어 어획 10년새 9400→1300t
도루묵 1년만에 60% 이상 급감
지난해 방어 어획량 4700t 달해
주산지 ‘제주’ 제치고 대표로 등극
먹잇감 방어 따라 상어 출몰도 잦아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분야 기후 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 대중성 어종인 고등어, 살오징어, 멸치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2010년대부터 살오징어는 어획량이 급감했고, 멸치와 고등어류도 감소 또는 정체 상태를 보였다. 반면, 주요 난류성 어종인 방어류, 전갱이류, 삼치류는 지난 40년간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30년 차 오징어잡이 선장 박씨는 “예전과 같은 어획량을 기대할 수 없다. 바다에 나가면 오징어가 보이지 않는다”며 “30년 넘게 배를 탔지만, 요즘은 오징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바다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동해안의 오징어 어획량은 10년 전 9400t에서 2023년 1300t으로 급격히 감소한 반면, 난류성 어종인 방어의 어획량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해안에서 잡힌 방어는 4700t에 달해 전체 어종 중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예전에는 제주가 방어의 주산지였으나, 지금은 동해안이 대표적인 어획지로 부상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정선해양조사 관측 결과 지난 56년(1968~2023) 동안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44℃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표층 수온 상승률은 0.0125℃/yr로 동기간 0.70℃ 상승해 한국 연근해의 연평균 표층 수온 상승률이 전 지구 평균과 비교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해역별 표층 수온은 동해 1.90℃, 서해 1.27℃, 남해 1.15℃ 상승해, 동해의 표층 수온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러한 수온 상승은 해양 생태계에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동해안에서는 여름철 상어가 자주 출몰하고 있는데, 2022년 1마리에서 지난해 15마리로, 올해는 30마리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공격성이 강한 청상아리와 같은 상어도 적지 않게 포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어의 먹이가 되는 방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증가하면서 먹이를 따라 상어의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청하고 있다.
수산과학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2100년까지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은 최대 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며, 특히 동해는 최대 5℃ 내외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76년 뒤 바다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질 것이며, 이는 전 지구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로 인해 더 많은 온대성 어종이 사라지고, 열대·아열대성 어종이 동해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어류 양식에도 큰 피해를 준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자연재해에 따른 양식어업 피해는 총 326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는 1947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환성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수산자원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한류성 어종인 명태, 도루묵, 임연수의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방어류, 삼치류, 전갱이류는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다. 오징어는 동해에서 자원 수준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수온 상승으로 분포가 동해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어장 형성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어업인들에게 신속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들과 TF팀을 꾸려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