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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100주년 맞은 감포항 ‘해양레저관광 중심지’로 새 도약

황성호기자
등록일 2025-04-14 18:39 게재일 2025-04-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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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25∼28일 감포항 일대서 기념 행사
경주 동해안의 관문 김포항이 개항 100년을 맞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사진은 감포항 항공 사진. /경주시 제공

경주 감포항이 100년의 물결을 넘어 미래로<2014>경주 동해안의 관문으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경주의 끝자락, 동해와 마주한 감포. 이 작은 항구는 지난 100년 동안 바다를 향한 경주의 창이자, 수많은 세대가 땀과 희망을 실어 보낸 생명의 선창(船艙)이었다.

1925년,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그늘 아래 첫 항해를 시작한 감포항은 해방과 전쟁, 산업화, 자연재해의 물결 속에서도 제자리를 지켜내며 성장해 왔다. 그리고 지금, 감포는 새로운 백년을 향해 다시 닻을 올리려 한다. 감포항의 역사와 사람들,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통해, 한 항구가 품고 있는 ‘시간의 결’을 보자.

 

1925년 일제강점기 첫 항해,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도 제자리 지켜

2000년대 어촌뉴딜300 등 다양한 국비 사업 통해 항만 인프라 구축

4일간 이어질 축제 장보윤·이찬원·박서진 등 출동 흥겨운 무대 연출

“세계를 향해” APEC 정상회의와 연계, 국제 해양관광벨트로 부상

□ 경주 바다에 새겨진 시간의 지도

올해로 100년을 맞은 감포항은 단순한 어항이 아니다. 근현대사의 격랑을 지나오며 지역 정체성을 지켜낸, 살아 있는 역사이자 문화의 현장이다. 1925년 1월 16일 지정항으로 지정된 감포항은, 1995년 국가 지정항으로 등록된 이후 동해안 수산업의 거점이자 해상 물류의 관문으로 기능해왔다.

경북 연안에서 잡히는 해산물의 주요 집산지로 성장하며, 감포는 지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감포항의 진정한 가치는 단지 경제적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의 바다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의 삶과 정서가 깃든 터전이었다. 해녀들의 거친 숨소리, 마을의 제례문화, 해풍을 견디며 축적된 삶의 지혜는 감포를 하나의 독립된 문화지형으로 만들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어촌뉴딜300과 다양한 국비 사업을 통해 항만 인프라가 현대화됐고, 감포항은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항구로 변모했다.

최근 들어서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잇달아 강타하며 큰 피해를 입었지만, 주민들은 스스로 피해를 복구하고 일상을 회복해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공동체의 회복력과 단결력은 지금도 지역민의 자부심으로 남아 있으며, 감포항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상징이 되고 있다.

□ ‘함께 한 100년, 함께 할 100년’

경주시는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감포항 일원에서 ‘감포항 100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감포항의 역사와 지역 정체성을 기념하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시민 참여형 축제로 마련됐다.

행사 첫날인 25일 오후 5시 45분에는 공식 기념식이 열린다. 기념식은 동백나무 기념식수와 타임캡슐 매립으로 시작되며, ‘백년의 구슬’ 퍼포먼스, 불꽃 연출, 주제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제공연은 샌드아트, 미디어 대북, 트론댄스, 드론쇼 등으로 구성되며 감포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압축적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 참여형 행사로 운영된다. 경주시는 개항 100주년을 맞아 지역 어업인과 상인, 청년기업인, 주민 등으로 구성된 ‘감포항 100주년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행사 기획과 운영 전반에 걸쳐 이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준비위원회는 100인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기획 단계부터 프로그램 구성, 현장 운영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다. 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감포항이 걸어온 100년의 발자취를 되짚고,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감포항은 단순한 어항이 아니라 근현대사 격랑을 지나오며 지역 정체성을 지켜낸, 살아 있는 역사, 문화의 현장이다. 사진은 감포항 모습.  /경주시 제공
감포항은 단순한 어항이 아니라 근현대사 격랑을 지나오며 지역 정체성을 지켜낸, 살아 있는 역사, 문화의 현장이다. 사진은 감포항 모습. /경주시 제공

□ 4일간 이어질 감포항 대축제

감포항 100년 기념행사는 날짜별 특색 있는 주제를 정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첫날인 25일은 ‘환대의 날’로, 공식 기념식과 함께 주제공연, 축하공연이 열린다. 이날 무대에는 지역 출신 가수 장보윤과 이수연,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출연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26일은 ‘청년의 날’로, 젊은 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유튜버 ‘춤추는 곰돌’과 DJ 박명수가 참여하는 EDM 파티, K-POP 랜덤플레이댄스, 청년 대상 콘테스트 등이 예정돼 있다. 27일은 ‘문화의 날’로 지정해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공연이 중심을 이룬다. 어린이합창단, 마술쇼, 밴드 공연, 지역 예술인 무대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마지막 날인 28일은 ‘보은의 날’로, 어르신을 위한 효 공연이 진행된다. 이날은 트로트 가수 박서진이 무대에 올라 기념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행사 기간 상시 운영되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워터볼, 패달보트, 활어 맨손잡기, 감포항 스탬프 투어, 감포 사진전, 유등 전시, 룰렛 이벤트, 바다라면 증정 등이 마련돼 전 연령층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 세계 향해 다시 출항하는 감포항

감포항은 현재 ‘해양레저관광 중심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바탕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주시는 관광안내센터 정비, 종합 디지털 안내도 구축, 항만 경관 개선, 수상레저 확대 등 다양한 기반 확충 사업을 통해 감포를 동해안의 핵심 관광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와 연계해, 감포를 포함한 국제 해양관광벨트 조성도 구상하고 있다. 감포의 바다는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묵묵히 시간을 품어왔다. 고깃배의 닻 내리는 소리, 방파제 너머로 들리는 파도, 새벽 어시장의 분주함은 모두 감포의 시간이다. 그 시간 위에 100년이 쌓였고, 그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이제 감포항은 바다의 기억을 품고, 세계를 향한 희망을 싣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다시 출항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감포항 100년은 감포만의 역사가 아니라, 경주의 해양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라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지는 감포항의 가치가 앞으로 경주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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