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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나라’ 일본서 ‘동해선 K관광’ 청사진을 그려본다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25-07-01 20:05 게재일 2025-07-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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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관광의 미래 ‘동해선’ 로컬 매력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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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개통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린 월포역./경북매일 DB

인간과 인프라(INFRA)가 크게 다를 바 없다. 벤치마킹과 반면교사는 부정할 수 없는 발전과 발달의 토대다. 

 

잘된 것은 기꺼이 배우고, 허술하거나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 목적한 바에 이를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왔다. 아니, 사실 그게 변화·발전해온 인류의 역사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한국 철도 발전 역사에 주요하게 기록될 사건이 있었다. 다름 아닌 동해선의 완전 개통. 동해선은 우리 땅 남쪽 끝 항구도시 부산을 출발해 저 먼 동북쪽 강원도까지 이어지는 철로다.

 

철도가 지나는 곳엔 당연지사 역이 생기고, 그 역 주변 관광지는 기차를 타고 찾아올 사람들이 지역 경제에 불러올 훈풍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동해선이라고 다를 수 없다. 울산-포항-영덕-울진-삼척-강릉 등 기존에 잘 알려진 지역 외에도 고래불, 매화, 흥부, 묵호 등 여행지로서 비교적 생소했던 곳의 소상공인들도 말끔하게 업장을 정비하고 앞으로 찾아들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완전 개통된 동해선의 인기는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현재까진 ‘폭발적’이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주말에는 기차표를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 

 

“주중에도 이용하는 승객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라는 게 한국철도공사의 즐거운 비명. 개통 직후엔 한 달 이용객이 18만 명에 이르렀다. 이는 신규 철도 노선 최다라는 게 한국철도공사의 부연이다.

 

그러나, 여기서 미래를 마냥 낙관한다면 곤란하다는 게 관광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주제의식 결여된 문학과 메시지 전달력 약한 영화가 팬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듯, 알찬 콘텐츠 없는 동해선 관련 여행은 밝은 앞날을 기약할 수 없을 터.

 

부산 출발 강원도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완전 개통’
현재 이용승객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 ‘폭발적’ 인기
역 주변은 관광객들이 불러올 지역 경제 ‘훈풍’ 기대


일본, 한국보다 몇 세대 앞서 철도가 보편화된 나라
물류 운송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의 유용한 발 역할


첫날 오사카 간사이공항서 마주한 JR·난카이철도
우리를 숙소와 맛집 밀집한 도톤보리까지 안내할
특급열차 ‘라피트’서 일본 기차 관광을 시작해 본다

글 싣는 순서
1. 철도 왕국 일본에서 찾는 ‘지역 관광’의 미래
2. ‘당일치기 여행’ 맞춤 일본 철도
3. 관광으로 인구 소멸 위기 ‘호쿠리쿠’ 살리기
4. 일본 기차 여행의 꽃이 된 ‘도시락’
5. 울산, 이제는 ‘유잼(U-재미) 도시’다 
6. 철도 불모지 경북, 동해선 개통 후 새 역사 시작
7. 이번 역은 “천만관광 해양도시 삼척입니다”
8. 강릉, ‘철도 날개’ 달고 동해안 비상

 

▲‘동해선 K관광의 앞날’ 어디서, 무엇으로부터 배울 것인가

 

과거엔 한국과 일본을 ‘사이좋은 국가’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그러나, 가혹한 식민 통치와 식민지 국민으로서의 서러운 기억을 바뀐 세기에도 굳이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20세기와 달리 21세기 한일관계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두 나라간 협력과 교류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과 부산 등의 대도시는 물론, 한국 지방 작은 도시 곳곳에서 젊은 일본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을 통해서만 한 해에 66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 여행을 시작하는 게 2025년 오늘의 현실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몇 세대 앞서 철도를 통한 관광이 보편화된 나라다. 일본 전역을 실핏줄처럼 잇는 철로는 물류 운송은 물론이고, 특정 지역을 출발해 특정 지역을 돌아보며 여행하려는 관광객들의 유용한 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윤형은 ‘일본은 철도의 나라’(글로벌 정보 일본)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일본의 철도 시스템은 한국과는 달라, 철도의 운영 주체에 따라 JR그룹, 사철, 지하철, 제3섹터로 나눌 수 있다. JR은 일본의 간선철도망을 운영하는 회사로 1987년 국유철도 에서 분리된 후 총 6개의 여객철도 회사와 1개의 화물철도 회사가 각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JR은 홋카이도에서 큐슈까지 특급열차와 신칸센을 운영하고 있으며, 토쿄나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수십 개의 광역철도 노선이 하루에도 수천만 명의 일본인을 실어 나르고 있다.”

 

자, 현실이 이렇다면 동해선 K관광의 청사진을 그려 가는데 일본 철도 관련 관광 인프라와 안착된 노하우를 벤치마킹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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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의 인기를 몰려든 관광객들이 실감하게 해준다./경북매일 DB


▲오사카-나라-교토-도야마-쓰루가를 기차로 오가다

 

최근 경북, 울산, 강원도에 본사를 둔 3개 신문사 기자들이 함께 오사카(大阪), 나라(奈良), 교토(京都), 도야마(富山), 쓰루가(敦賀) 등 일본의 유명 관광지 혹은, 신흥 여행지로 떠오르는 도시를 기차로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포항과 울산, 강원도는 모두 동해선이 통과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지자체장은 물론, 관광업 종사자, 식당과 주점 운영자들은 동해선 완전 개통이 불러올 지역 발전과 경제 활성화, 도시 위상 높이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경상북도, 울산광역시, 강원도는 공통적으로 지역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묶어내 동해선 개통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K관광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고심을 거듭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심과 고심이 동해선 철로가 지나는 도시 주변 관광 인프라 확충과 여행자들이 좋아할 만한 관광 프로그램으로 현실화하기 위해선 ‘잘하고 있는 도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지금까지 다소 장황하게 향후 8주간 계속될 ‘동해선 K관광의 미래-로컬 매력을 잇다’라는 연재기사의 기획 의도와 필요성에 관한 설명을 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일본 기차 관광의 출발지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니…

 

지난 6월 8일 아침. 김해국제공항발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시간. 도착하면서부터 시작하게 될 8박9일의 ‘일본 기차 여행’ 사전 정보를 몇 가지 방식으로 검색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앞서 언급한 방윤형의 논문을 다시 짤막하게 인용한다.

 

“오사카에는 주요 국제공항으로 간사이공항이 있다. 간사이공항을 연결하는 철도는 JR과 난카이 전기철도가 있다. 우선 JR에는 일본 오사카부 이즈미사노(泉佐野)시 히네노(日根野)역과 간사이공항역을 잇는 JR 서일본의 철도노선이다. 일본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인 간사이국제공항과 오사카, 교토를 연결하는 공항철도 노선으로 간사이국제공항이 문을 연 1994년에 처음 개통되었다.”

 

2년 전 가을. 대구공항에서 일본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스튜어디스에게 음료수 한 잔을 청해 그걸 채 다 마시기도 전에 “우리 비행기는 곧 후쿠오카공항에 착륙합니다”라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겨우 50분 남짓의 시간이었다. 

 

맞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은 마음의 거리만이 가까워진 게 아니다. 두 국가는 물리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오사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국을 위한 대기 시간과 면세점에서 보내는 시간을 합한 것보다 김해공항에서 오사카 간사이공항까지의 비행시간이 더 짧았다. 고작 1시간 10여 분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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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간사이공항과 시내를 빠르고 쾌적하게 연결하는 기차 ‘라피트’.


비행기에서의 짤막한 상념 끝에 한국을 출발한 항공기는 일본 오사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기차를 타고, 혹은 버스를 타고, 형편이 넉넉하다면 비싸기로 이름 높은 일본 택시를 이용해도 좋다.

 

방윤형의 ‘일본은 철도의 나라’가 가장 효율적으로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 시내로 가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런 것이다.

 

“난카이 전철에는 특급열차인 ‘라피트’가 유명하다. 린쿠(臨空)타운역에서 간사이공항역까지는 JR과 난카이 공항선이 선로를 공유하며, 해당 구간은 JR 서일본, 난카이가 아닌 신간사이(新関西)국제공항 소유로 JR 서일본과 난카이는 신칸사이 국제공항 측에 선로사용료를 지불한다.”

 

간사이공항에서 여행자들의 숙소와 그들이 좋아하는 맛집이 밀집한 도톤보리까지 1시간 내에 달려갈 수 있는 기차 ‘라피트’는 한국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예매와 발권이 가능하다. 이젠 굳이 줄을 서서 티켓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졌다.

 

많은 수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알고 있는 ‘비지트 재팬(Visit Japan)'을 이용했기에 일본 입국 수속은 20분 만에 끝났다. 걸음을 빨리해 간사이공항역으로 가니 기자를 도톤보리로 싣고 갈 ’라피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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