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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철길 이어지니 ‘핫플 관광지’로 거듭나는 경북동해권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25-08-05 18:51 게재일 2025-08-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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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관광의 미래 ‘동해선’ 로컬 매력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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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관광의 시발점이 되는 포항역. 동해선 개통으로 인해 이용객이 더 늘었다./이용선 기자

장기화되는 경제 불황에 중국산 저가 철강의 덤핑 공세.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는 ‘관세 압박’ 등의 악재가 겹친 2025년 오늘. 포항시는 고민에 빠져 있다.

 

철강업체 포스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포항 경제의 등뼈다. 그게 휘청이고 있는 것. 그렇기에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은 포항시민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제 위기의 해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첨단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21세기형 유망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업의 활성화가 유효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올해 초. 부산과 강원도 강릉을 잇는 동해선 철도가 완전 개통됐다. 포항시는 동해선 철길을 지나는 경상북도 도시 중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 규모 또한 가장 크다. 포항은 동해선을 통해 유입되는 관광객들을 어떤 방법으로 도시 발전에 접목시키고 있을까?

 

관광·비즈니스 두 토끼 잡기 나선 포항 
풍부한 관광자원 활용한 새 활로 모색  
외국인관광객 유입 위한  편의시설 확충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등 경쟁력 키워가  

 

울진·영덕, 반짝이는 아이디어 속출
관광시설 이용료 일부 ‘지역화폐’로 환급
관광 명소 방문 미션땐 성공 기념품 지급   
요금 60% 지원해주는 ‘관광택시’ 운영도

 

 

글 싣는 순서
1. 철도 왕국 일본에서 찾는 ‘지역 관광’의 미래
2. ‘당일치기 여행’ 맞춤 일본 철도
3. 관광으로 인구 소멸 위기 ‘호쿠리쿠’ 살리기
4. 일본 기차 여행의 꽃이 된 ‘도시락’
5. 울산, 이제는 ‘유잼(U-재미) 도시’다 
6. 철도 불모지 경북, 동해선 개통 후 새 역사 시작
7. 이번 역은 “천만관광 해양도시 삼척입니다”
8. 강릉, ‘철도 날개’ 달고 동해안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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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역을 거쳐 영덕, 울진, 삼척, 동해, 정동진, 강릉까지 오가는 동해선 누리로 기차.

▲적지 않은 관광 자원...‘드라마의 인기’가 포항의 인기로

 

일단 관광 인프라 차원에서만 보자면 포항시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동해선 철도는 물론,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KTX와 SRT 열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영일대해수욕장을 필두로 시원스런 해변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

 

청정 계곡이라 불러도 좋을 내연산과 운제산에 자리한 보경사와 오어사는 드라마틱한 설화를 간직한 고찰(古刹)이다. 

 

현대인은 건강관리를 위한 가장 쉬운 방편으로 ‘걷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영일만 북파랑길과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걷기 운동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포항의 보물’ 같은 관광자원.

 

이외에도 동해선 철도를 타고 포항을 찾는 이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공간은 적지 않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포항운하에서 즐기는 크루즈, 경상북도수목원,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어시장인 죽도시장….

 

게다가 얼마 전부턴 ‘갯마을 차차차’ ‘동백꽃 필 무렵’ 등 인기 높은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는 게 포항이다. 

 

드라마가 종영된 후엔 평일에도 수천 명의 관광객이 촬영이 진행된 장소를 찾는다. 청하시장과 구룡포 석병리, 곤륜산과 월포해수욕장 등이 그렇게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된 곳들이다. 

 

동해선 개통과 함께 관광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포항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확충과 해외 마케팅 전략 수립, 여기에 관광과 비즈니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전시컨벤션센터의 건립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 이와 관련된 포항시청 관광산업과의 설명이다.

 

어쨌건 현재 포항은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미래 유망산업인 관광의 활성화를 위해 시민과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고 활로를 모색 중이다. 그런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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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울진역. 한산한 이곳이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붐빈다.

▲울진군과 영덕군도 동해선 특수...지역 경제에 긍정 효과

 

지난달 중순. 포항에서 출발하는 누리로 기차를 타고 울진을 향했다. 상쾌한 느낌을 주는 하늘색으로 디자인 된 기차는 1시간 30여 분을 달려 울진역에 기자를 내려놓았다. 

 

낚시꾼들에게 ‘은어 낚시의 성지’로 불리는 왕피천에 가면 청정한 자연 풍광을 내려다보며 즐길 수 있는 케이블카가 있다고 했다. 울진역에서 멀지도 않았다. 기대감을 안고 택시에 올랐다.

 

울진에서 오랜 시간 택시기사로 일해온 유인수 씨는 “1월에 동해선이 완전히 뚫리면서 승객이 조금씩 늘어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울진군 차원에서도 관광객 유입에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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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피천 케이블카.

“울진에선 관광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여행자가 원하는 곳을 데려다주고 시간에 따라 요금을 받는 시스템인데, 군청에서 금액의 60%를 지원해주니 이용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자가용이 아닌 기차를 타고 울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안성맞춤인 서비스”라며 유씨가 환하게 웃었다.

 

지난 7월 22일엔 동해선 철도 개통을 기념해 ‘1만원 관광열차’도 운행한 곳이 울진군이다. 강원도 강릉역을 출발해 울진의 주요 관광지와 전통시장을 둘러보고, 울진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이 여행상품은 사용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왕피천 케이블카의 이용 요금은 1만2000원. 티켓을 구매하면 지불한 돈의 절반인 6000원이 담긴 카드를 준다. 그 카드를 제시하면 울진군 관내에서 음료나 기념품을 사거나 할인받을 수 있다. 이 또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울진군이 만들러낸 좋은 아이디어로 보였다.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맛집’이 ‘전국 맛집’으로 신분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울진역에서 도보로 5~10분이면 도착하는 한 식당은 ‘얼큰한 짬뽕’으로 또 하나의 울진 명물이 됐다. 평일에도 점심시간이면 가게 앞에 긴 줄이 만들어질 정도. 맛은 어땠냐고? 명불허전(名不虛傳). 유명해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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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맛집에서 전국 맛집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울진 한 식당의 얼큰한 짬뽕.

영덕 역시 동해선 철길이 지나는 아름다운 해변도시 가운데 하나다. 달콤한 복숭아와 다양한 해산물이 있고, 사파이어빛 바다와 맑은 하천이 출렁이는 영덕군은 이미 예전부터 이름난 관광지였다.

 

지난 5월엔 산불로 인한 고통에 신음하는 영덕을 위해 코레일 대구본부가 ‘영덕 마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동해선 영덕역을 방문한 관광객이 지역 관광 명소 일곱 곳에서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기념품을 주는 행사였다. 

 

영덕군 또한 사전 예약을 하면 역을 출발해 주요 관광지를 돌아본 후 다시 역으로 돌아오는 ‘영덕 관광택시 타보게’ 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울진군과 마찬가지로 영덕군이 금액의 60%를 내고, 관광객은 이용 요금의 40%만 부담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시절 한때 ‘철도교통의 불모지’로 불리던 경상북도의 소도시들이 동해선 완전 개통을 계기로 ‘관광 도시’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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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관광산업과는 “포항은 낮만이 아니라 밤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한다./이용선 기자

동해선 개통 맞은 포항시, 향후 계획은?
야간 관광상품 개발 등 다양한 마케팅 펼쳐
경주·울진·영덕·울릉 4개도시와
박람회 참가 등 공동 홍보도 총력

새로운 환경에선 그 환경에 맞출 새로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포항시는 ‘동해선 완전 개통’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고, 향후 어떤 비전을 준비하고 있을까? 포항시청 관광산업과 윤천수 과장과 신세영 마케팅팀장을 만나 이에 관해 물었다.

 

-동해선 개통 이후 방문객 추이는?
“포항역 승·하차 인원은 매월 1만8000여 명으로 집계된다. 설 명절이 포함된 1월과 가정의 달인 5월엔 연휴 효과로 이용객 수가 다소 늘기도 했다. 향후 연계 관광 상품 개발 등의 마케팅으로 동해선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포항을 거쳐 가는 동해선의 매력은 무엇이라 보는지.
“아름다운 동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포항시는 이런 매력을 극대화하고 관광객의 체류를 유도하기 위해 ‘야간 관광상품’을 운영 중이다. 포항은 낮은 물론 밤도 아름다운 도시다. 그 매력을 많은 이들이 느꼈으면 한다. 특히 해상 누각이 있는 영일대의 야경과 예술성과 조형미를 갖춘 스페이스 워크의 밤 풍경을 추천하고 싶다.

 

-동해선으로 이어지는 다른 도시와의 협력은?
“경북 동해권 관광진흥협의회를 통해 포항, 경주, 울진, 영덕, 울릉 5개 도시가 함께 공동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박람회 참가, 홍보영상 및 홍보물 제작, 수도권 지하철 광고 등을 통해 동해선 관광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강원도와는 관광안내 책자를 상호 비치해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동해선 철길이 불러온 긍정적 시그널은 무엇인지.
“그간 동해안 지역은 7번 국도에만 의존해온 탓에 교류와 왕래 기능에 한계가 있었다. 동해선 개통은 포항을 방문할 수 있는 접근 경로가 다양화됐다는 걸 의미한다.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포항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따른 상승효과가 적지 않다. 철도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제공된 것이기에. 앞으론 관광 콘텐츠 고도화와 철도 관련 기반시설 확충에도 눈길을 돌려야 할 듯하다.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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