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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의 발길 이끄는 바다와 숲의 매혹적인 결합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25-08-12 19:57 게재일 2025-08-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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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관광의 미래 ‘동해선’ 로컬 매력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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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와 강원도를 잇는 동해선 철길./이용선 기자

올해 1월 1일 운행을 시작한 ITX-마음 열차는 경북은 물론, 부산과 울산에서 강원도를 여행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 두 가지 면에서 모두 그렇다. 

 

그 사실을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 김경택 부연구위원의 논문 ‘동해선 개통의 영향과 교통 정책’은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늘어선 기암괴석과 백사장이 아름다운 ‘추암해변’
해돋이 명소 ‘추암 촛대바위’ 관광객들 끊이지 않아
호암소에서 시작해 용추폭포에 이르는 ‘무릉계곡’
옛사람이 왜 ‘신선이 살던 곳’이라 했는지 절로 이해
철마다 얼굴 달리하며 관광객 반기는 다양한 명소
인심 좋은 상인들과의 만남이 여행의 즐거움 더해


글 싣는 순서:
1. 철도 왕국 일본에서 찾는 ‘지역 관광’의 미래
2. ‘당일치기 여행’ 맞춤 일본 철도
3. 관광으로 인구 소멸 위기 ‘호쿠리쿠’ 살리기
4. 일본 기차 여행의 꽃이 된 ‘도시락’
5. 울산, 이제는 ‘유잼(U-재미) 도시’다 
6. 철도 불모지 경북, 동해선 개통 후 새 역사 시작
7. 이번 역은 “천만관광 해양도시 삼척입니다”
8. 강릉, ‘철도 날개’ 달고 동해안 비상

“ITX-마음 열차는 태화강역, 포항역, 삼척역, 동해역을 거쳐 강릉역까지 운행된다. 부산, 대구, 경주 등에서 강릉까지 교통수단별 통행시간과 비용을 살펴보면, 부산-강릉 구간은 자가용 4시간 16분(8만8600원, 톨게이트 및 연료비 포함), ITX-마음 4시간 49분(3만4900원), 시외버스 6시간 3분(4만3700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통행시간만 보면 부산-강릉 구간에서는 자가용이 가장 빠르나, 통행비용은 ITX-마음이 두 배 이상 저렴하다. 특히 통행시간을 시간가치로 환산한 후 통행비용을 합한 값인 일반화 비용을 보면 ITX-마음이 가장 경제적인 수단임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ITX-마음을 타고 포항에서 삼척으로 향한 건 지난 7월 19일. 적지 않은 비가 쏟아졌지만 기차 안은 쾌적하고 조용했다. 삼척은 기암괴석이 웅장하게 서있는 해변과 울울창창한 청정 숲을 지닌 강원도 들머리의 관광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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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체험을 선물해주는 삼척 레일바이크.

▲삼척, 바다와 숲의 행복한 결합 이뤄내고 여행자 반겨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이사부길’은 매혹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이 높고, 은빛 모래가 10리를 이어지는 맹방해변 또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관광 명소다. 소나무, 유채꽃, 벚꽃이 철마다 얼굴을 달리하며 여행자를 반긴다.

 

왼편으로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40여 분 유유자적 달리는 레일바이크도 삼척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기자 역시 직접 레일바이크에 올라 그 인기를 실감했다.

 

삼척의 환선굴, 대금굴, 이끼폭포, 소한계곡, 검봉산 자연휴양림은 바다가 가진 매력과는 또 다른 짙푸른 매혹을 여행자들에게 선물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삼척은 바다와 숲의 매력적인 결합을 이뤄낸 후 관광객을 기다리는 도시. “천만 관광도시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삼척시의 의지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여행의 추억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완성되는 법. 기자의 경험에 한정시켜 말하면 삼척엔 양심적인 태도를 가지고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는 상인이 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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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항 한 식당에서 맛본 싱싱한 참돔회.

일부 지역 관광지 상인들과 달리 목소리 높여 호객을 하지 않고, 바가지를 씌우지 않은 정직한 가격으로 활어를 판매하는 횟집 주인, 성실한 태도로 음식을 만들어 점잖게(?) 판매하는 두부요리 전문식당 상인을 삼척에서 만났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개통된 동해선 철길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삼척으로 불러들일 게 분명하다. 손님이 많아지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시종여일(始終如一)의 자세로 장사를 이어갈 상인이 비단 삼척만이 아닌 동해선이 통과하는 도시 곳곳에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하다. 이는 ‘집’이 아닌 ‘길’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절대다수의 여행자가 같은 심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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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가 자랑하는 절경 추암해변.

▲동해 무릉계곡에서 만난 나비와 절경 자랑하는 추암해변

 

삼척역에서 동해선 기차를 타고 15~16분이면 가닿을 수 있는 동해역. 그 일대에도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풍경이 적지 않다. 먼저 추암해변. 어떤 곳이냐고? 간략하게 한국관광공사의 설명을 아래 옮긴다.

 

“추암해변은 기암괴석이 늘어선 해안 절벽과 고운 백사장이 아름답다. 해변의 크기는 작지만 절경을 감상하기엔 충분하다. 추암해변은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한데, 그중 추암 촛대바위는 사계절 내내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해선 기차를 타고 동해역에 갔다면 거리가 조금 멀어도 꼭 가봐야 할 곳이 하나 더 있다. 무릉계곡(武陵溪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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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무릉계곡에서 만난 나비 한 마리.

삼척의 숙소에서 일찍 일어난 새벽. 무릉계곡을 찾았다. 그리고 보았다. 너무나 화려한 색깔의 꽃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나비 한 마리를. 어떤 형용사로도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어째서 옛사람들이 호암소에서 시작해 용추폭포에 이르는 그 계곡을 ‘신선이 살았던 공간’이라 했는지 이해될 듯도 했다.

 

동해선 철길은 바다와 숲이 조화를 이뤄낸 삼척과 무릉계곡의 비경을 간직한 동해로 가는 길을 보다 편하게 만들어줬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강원도 관광산업의 효자’라 불러 마땅하지 않을까?

기차·도보여행 마니아가 바라본 ‘동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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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기차를 이용해 정동진을 여행한 김대균 씨.

포항에 거주하는 김대균(65)씨는 기차와 도보여행 마니아다. 동해선이 개통된 후 10여 번을 기차에 올랐고, 경상북도와 강원도 곳곳을 오갔다. 지난 7월 말. 그를 만나 동해선 이용 소감과 함께 향후 개선됐으면 하는 점을 물었다.

-올해 1월 1일 동해선이 온전히 열렸다. 상반기 통계를 보면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동해선 기차를 이용했다고 한다. 당신 역시 동해선 ‘단골 이용자’라고 들었는데. 
“6개월간 열 번 정도 동해선을 탔다. 직장을 다녔더라면 주말에 이용했겠지만, 이젠 퇴직한 상태라 주중에 자주 다녔다. 처음엔 토·일요일만이 아니라 평일에도 예약이 쉽지 않았다. 이젠 코레일 앱 사용법을 익혀 조금은 쉽게 예약을 하게 됐다.”

-동해선을 타고 경북은 물론, 강원도 각지를 다녀온 것으로 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동해선 여행지가 있다면 추천 부탁한다. 
“삼척, 울진, 강릉, 정동진 등 동해안 전체가 아름다운 풍경이 많은 곳이다. 어느 한 곳만을 특정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 경우엔 영덕을 추천하고 싶다. 갈 때는 포항에서 열차를 타고가 돌아올 때는 해안 둘레길을 따라 걸어서 온 적이 있다. 꼬박 1박2일이 결렸는데, 그 과정에서 동해의 자연환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하루라도 빨리 동해선이 강릉을 넘어 속초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동해선 철길을 오가는 요즘 기차와 예전 기차를 비교하면 어떤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있다. ITX와 누리로 기차는 최신형이고 깨끗하다, 연착도 거의 없다. 내가 예순다섯이다. 젊을 땐 중앙선 낡은 기차와 털털거리는 버스를 갈아타고 강원도에 다녔다. 단축된 시간과 쾌적함을 보자면 지금의 변화는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동해선 애용자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차를 이용해 동해선이 지나는 조그만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관광지와 식당, 숙소 정보를 꼼꼼하게 담은 구체적인 여행안내서가 출간되고, 그게 역마다 무료로 비치됐으면 한다. 지역마다 있는 관광안내소 직원들이 더 친절하고 전문적인 관광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계속>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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