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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문경, 드라마와 영화의 사랑 한몸에… 영상촬영 메카로 우뚝

문경시가 국내 최대 규모의 사극 촬영장인 조선시대 문경새재오픈세트장과 삼국시대 가은오픈세트장을 비롯해 새재 성곽과 탐방로 등 아름다운 야외촬영 공간으로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15일 문경시에 따르면 올해 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서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드라마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등 총 18편의 작품을 175회 촬영했다. 가은오픈세트장에서는 드라마 ‘보쌈’ ‘홍천기’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등 총 15편의 작품을 103회 촬영했다. 또 드라마 ‘환혼’, ‘어사와 조이’ 등 여러 작품들의 촬영이 이어지고 있다.시는 촬영하기 좋은 도시 문경 브랜딩을 위해 2019년 제정된 문경시 영상산업 진흥 조례를 바탕으로 로케이션 촬영현장 지원, 영화·드라마 촬영 인센티브 지원, 드라마 온 잇 사업, KBS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지원, 실내촬영스튜디오 조성, 문경 시멘트 공장 촬영 유치, 마성 오픈세트장 유치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가 사랑하는 도시 문경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힘을 쏟았다. ◇발로 뛰는, 로케이션 촬영현장 지원로케이션 촬영현장 지원은 촬영지 발굴, 촬영자료 제공, 촬영허가 지원 등을 주요내용으로, 촬영팀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맞춤식 현장지원 시스템이다.‘도둑들’, ‘암살’ 등 히트작을 선보인 최동훈 감독의 신작 영화 ‘외계+인’ 또한 촬영허가 지원 등을 통해 지난해 8월부터 문경 각 지역에서 촬영했으며, 올해 1월 마지막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영화 ‘외계+인’은 내년 개봉 예정이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주연의 대한민국에 사는 외계인을 소재로 한 SF 액션 판타지다.이처럼 촬영 개시 전부터 촬영 종료까지 촬영팀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에서 함께 뛰고 있으며, 올해는 16개 드라마·영화 제작사에 28회에 걸쳐 현장지원 서비스를 제공했다. ◇놓쳐서는 안 될, 영화·드라마 촬영 인센티브 지원영화·드라마 촬영 인센티브 지원은 순 제작비 3억 이상의 국내외 영화·드라마 중 문경에서 5회차 이상 촬영하는 경우, 관내 숙박비, 식비, 유류비, 보조출연료, 중장비 사용료 등 제작비 지출비용의 20%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원 금액은 최대 1천만 원이며, 예산 소진 시까지 등급별로 차등 지원한다.사업 시행 첫 해인 2019년 인센티브 지원 작품은 드라마 ‘나의 나라’ ‘조선생존기’로 2개 작품, 2020년에는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 ‘트레인’ 및 영화 ‘외계+인’ 3개 작품, 올해는 드라마 ‘홍천기’, ‘연모’,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옷소매 붉은 끝동’ 등 4개 작품 지원 예정이다.제작비 지출비용의 지원으로 촬영팀의 재정적 부담은 덜고, 주변 식당, 숙박시설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업으로 드라마·영화 촬영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제작사와 지자체 교류의 장, 드라마 온 잇 사업 추진문경시와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은 지난 9월 9일과 10일 방송PD, 드라마 작가, 지자체 관계자 등 총 53명을 초청해 드라마 콘텐츠 활성화와 문경 주요 로케이션 팸투어를 위한 2021 제 1회 드라마 온 잇-문경 나드리 팸투어를 진행했다.행사 1일차에는 드라마 제작사 극본 피칭 및 지자체 관계자와 비즈니스 매칭, 오지영 드라마 작가의 ‘드라마 콘텐츠 트렌드 분석’, 웨이브 이희주 정책기획실장의 ‘OTT와 K-Contents’, 문경시 관광진흥과 김동현 과장의 ‘한류드라마를 통한 문경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행사 2일차에는 드라마 작가, 제작사 등과 함께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문경 시멘트 공장, 단산 등 문경 주요 로케이션 장소를 투어했다.드라마 온 잇 사업으로 제작사에서는 안정적인 제작환경 확보와 지자체에서는 관광콘텐츠 개발 등 관광마케팅을 위한 상호 교류의 장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디어마케팅 추진 등 영상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지게 됐다.◇KBS 업무협약을 통한 (정통)사극 부활의 초석 마련지난 6월 문경시와 한국방송공사는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성공적인 제작과 촬영하기 좋은 도시 문경 홍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무협약을 통해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성공적인 제작, 방송을 통한 문경 주요 관광지 홍보, 촬영소품 등을 활용한 관광콘텐츠 구축 등에 관해 상호 협력했다.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지원을 통해 문경새재·가은오픈세트장 등 주요 관광지를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한국방송공사와 유기적인 협력관계로 대하드라마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환경 조성으로 퓨전사극 제작 등에 초석을 다졌다. ◇원스톱으로 한번에, 실내촬영스튜디오 조성문경 시멘트 공장 내 연중 촬영이 가능한 실내촬영스튜디오(부지 6천267㎡, 건물 1천817㎡)를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다. 기존 사극 오픈세트장과 연계해 영상 제작환경의 경쟁력을 높이고 촬영팀의 장기체류로 촬영장 주변의 식당, 숙박시설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문경 시멘트 공장은 UNKRA(유엔한국재건단)의 지원을 받아 1957년 신기동 942 일원에 설립됐으며 생산성 저하 등으로 2018년 폐업한 이후 문경시에서 매입해 도시재생뉴딜사업 등 지역재생모델을 창출하고 국내외 영화·드라마 촬영장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문경 시멘트 공장, 이색적인 촬영지로 각광이처럼 문경 시멘트 공장에서는 올해 드라마 ‘마인’, ‘뫼비우스 : 검은태양’, OTT 플랫폼 콘텐츠 등 총 6편의 작품을 22회 촬영했다.문경 시멘트 공장이 촬영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유는 회전가마(킬른), 슬러리 사일로, 석탄 치장소 등 공장 시설물과 근대 건축물을 배경으로 근대 촬영뿐만 아니라 현대·미래 시대물 촬영이 가능하기에 촬영팀 사이에서 이색적인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문경의 세 번째 오픈세트장, 마성오픈세트장 유치지난 8월 문경시와 스튜디오드래곤, 하이퀄리티는 드라마 오픈세트장의 성공적인 조성과 차별화된 관광자원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오픈세트장의 성공적 조성을 위한 지원, 다양한 관광콘텐츠 제공, 드라마 촬영 등 오픈세트장 적극 활용 등에 관해 상호 협력했다.이와 관련해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6월 마성면 하내리 일원에 드라마 오픈세트장을 착공했으며 총 32동 규모로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에 있다.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의 기획과 제작, 배급 전문 스튜디오로, 연간 30편 이상의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으며, 대표 작품으로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등이 있다.고윤환 문경시장은 “문경은 문경새재·가은오픈세트장을 비롯해 단산, 선유동계곡 등 수려한 자연경관과 에코랄라, 가은역 등 관광명소, UNKRA 근대산업유산인 문경 시멘트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영화·드라마 촬영에 최적지이다”며 “문경을 찾는 관광객에게 더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촬영팀의 장기체류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남진기자

2021-12-15

대게, 그 자연스런 달콤함을 담은 하얀 속살이란!

아마도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였던 호암 문일평(1888∼1939)일 것이다. “누군가가 궁금하다면 그가 먹는 음식을 보라”고 말한 사람이.역시 언론인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육당 최남선(1890~1957)의 책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엔 의외로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대중들의 관심 속에서 사는 명망가와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필부필부(匹夫匹婦)가 마찬가지다. 예외 없이 사람은 모두 먹어야 산다. 그래서 ‘먹는다’는 행위는 진지하고 때론 성스런 것이며, 음식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삶의 필수 요소다.단순히 한 끼 때우는 것이 중요했기에 맛에는 관심을 주지 않았던 굶주림의 시대가 저물었다. 미각의 즐거움, 먹음으로써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가 중요한 2021년이다.우리는 TV 프로그램은 물론, 책에서까지 ‘어디어디를 가면 이러저러한 게 맛있다’ ‘50년을 이어온 그 식당의 맛은 다른 식당이 흉내 내지 못한다’ ‘당뇨가 있고 혈압이 높으면 이걸 먹어라’는 등의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는 시절을 산다.주위를 둘러보면 ‘미식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흔전만전이다. 세태가 그렇다. 그러나, 이게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맛있는 걸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본원적 욕망. 누가 그걸 막겠는가.‘먹는 이야기’는 저급한 대화 소재가 아니다. 지금이 점잔 빼는 성리학이 나라를 움직이던 조선 중기도 아니지 않은가.각설하고. 해산물에 맛이 오르는 겨울이 왔다. 경북 동해안 일대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군침을 돌게 만든 바다 음식이 적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먹던 걸 아들과 딸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 입맛도 역사처럼 이어지는 것.지금 경북 동해안은 추운 겨울을 그나마 덜 춥게 느끼게 해줄 맛난 음식들이 사람들의 식욕을 돋우고 있다. 직장을 서울에서 포항으로 옮긴 지 6년 3개월. 그간 기자가 즐긴 동해의 겨울 별미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대게... 비싸지만 겨울이 가기 전 한 번은 먹어야지큼직한 등딱지와 쭉쭉 뻗은 긴 다리. 불판 위 솥에 담겨 열을 받으면 먹음직스런 붉은색으로 변한다.다른 먹을거리에 비해 비싼 가격이지만 한 번 맛보면 그 자연스런 달큼함을 담은 하얀 속살에 매혹되지 않기가 힘들다. 남녀노소 불문이다.동해안 곳곳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어시장. 그곳을 생활의 근거지 삼아 살아가는 어민과 상인들은 겨울이 왔다는 걸 대게 경매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 안다. ‘두산백과’는 대게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겨서 대게라고 부른다. 껍데기는 둥근 삼각형으로, 수컷이 암컷에 비해 크다. 깊이 30∼1천800m 바다의 진흙 또는 모래바닥에 산다. 암컷과 수컷의 서식처는 분리돼 있다.긴 사각형의 그물을 대게가 지나는 길목에 수직으로 펼쳐 잡거나, 통발을 이용해 포획한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 말까지 어획된다. 양식은 불가능하다. 동해, 일본,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에 분포한다.”포항, 영덕, 울진 등 경북의 지자체들은 “우리 고장에서 맛보는 대게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지역의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한 수사(修辭)에 가깝다는 게 많은 이들의 견해.지척의 바다에서 잡은 것들이니 포항 구룡포, 영덕 강구항, 울진 어시장에서 먹는 대게의 맛에 큰 차이는 없다. 한마디로 다 맛있다. 동해안에 겨울이 왔다는 걸 알려주는 대게 경매. 보통은 쪄서 먹지만, 살아있는 대게의 다리를 정갈하게 손질해 레몬 조각을 띄운 얼음물에 내오는 대게 회를 동해안 겨울 별미로 손꼽는 미식가들도 있다.어린애들은 녹인 치즈를 얹은 대게에 입맛을 다신다. 지난주 기자가 찾아간 식당. 입에 대게 살을 잔뜩 묻힌 채 “랍스터보다 맛있어요”라는 대여섯 살 아들을 보며 젊은 엄마가 환하게 웃었다. 새끼 입에 좋은 음식이 들어가니 자기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듯.근사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분위기를 포기한다면 비교적 저렴하게 대게를 맛보는 방법도 있다.포항 죽도시장엔 1층에서 자신이 먹을 대게를 골라 2층 식당에서 1인당 4천 원의 자릿세를 내고 동해의 거울 진미를 즐기는 이들이 흔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포항운하의 경치는 덤이다.주머니 사정은 여의치 않은데 대게는 꼭 먹고 싶다면, 늦은 오후에 어시장 공판장 주위에 진열된 대게를 구입해 집에서 쪄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리 한두 개가 떨어진 것들이지만 그게 맛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집에서 요리할 땐 게의 배가 위로 오도록 해서 20분쯤 찌면 된다”는 것이 상인의 설명. 조금은 번거롭지만 싸게 먹은 대게의 맛도 나쁘지 않았다. ▲과메기... 서울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동해안 별미음식은 탄생한 지역의 각기 다른 환경과 사람살이의 형태에서 나온 파생물이다. 요즘엔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고급 음식으로 취급되는 파스타. 그러나, 그게 처음 나왔을 땐 가난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값싼 먹을거리였다.사람을 지치고 황폐하게 만드는 장시간의 육체노동.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임금은 터무니없이 낮았다. 이탈리아는 밀과 올리브가 흔했다. 그래서 쌌다. 밀가루로 면을 만들어 올리브유에 비벼 먹던 게 초기의 파스타다.파스타에 고기와 채소 따위를 더하고, 풍미를 자극할 향신료를 첨가하게 된 건 한참 뒤의 일. 이탈리아 서민들의 경제 사정이 나아진 이후였다.과메기는 청어나 꽁치의 눈을 뚫어 말린 음식이다. 그래서 관목어(貫目魚)로도 불린다. 그런 가공 형태가 언제 시작됐는가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있다. 아래는 구룡포에서 20년 이상 과메기를 만들어 팔아온 한 수산업자의 이야기다. “겨울의 동해안 꽁치는 개도 잘 안 먹었어. 그만큼 흔했지. 꽁치나 청어를 잡은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그물에 붙은 생선을 털어냈어. 그러다 보면 배 곳곳으로 꽁치가 후두둑 떨어지지. 채 줍지 못하고 추운 날씨에 얼었다가 햇살에 녹기를 반복한 꽁치 몇 마리가 어부의 눈에 띄었어. 그런데, 그걸 먹어보니 싱싱할 때보다 더 맛있는 거라…. 그때부터 동네 사람들이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더라고.”7~8년 전. 서울 강남의 주점에서 과메기를 안주로 주문한 적이 있다. 그땐 접시에 깔린 마른 꽁치의 양을 보고 “과메기는 비싼 음식이구나” 생각했다.동해를 지호지간에 두고 살기 시작하면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과메기는 저렴한 겨울 별식이다. 술 안주로도 좋고, 길고긴 동짓달 밤 간식으로도 그저그만이다. 최근엔 포항시가 다양한 과메기 조리법을 언론설명회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겨울 한 철에만 맛볼 수 있는데다 서울에선 아직 눈에 익지 않은 음식이니 “동해에서 만들어 서울에서 다 먹는다”는 우스개도 나온다.직접 동쪽 겨울바다를 찾아와 먹는 게 최고겠으나, 모두가 그런 시간적 여유를 가진 건 아닐 터.택배로 주문하면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찢은 과메기 10마리에 곁들여 먹을 배추속, 파, 마늘, 미역을 세트로 묶어 받아볼 수 있다. 3만 원 안팎의 가격인데, 3~4명의 가벼운 안주는 되는 양이다. ▲복어... 목숨 걸고 먹을 만큼 매력적인 맛이라는데한 달이면 두어 번 점심을 해결하는 복어국 식당. 그 식당 벽엔 재밌는 이야기가 붙어 있다.“옛날 중국과 일본 해적들이 바다 위에서 영역 다툼을 몇 해에 걸쳐 벌였다. 1년에 딱 하루만 휴전했던 두 나라 해적들은 그날이 되면 모여서 두주불사(斗酒不辭) 했는데, 다음날 아침 일본 해적들은 숙취로 초주검이 된 반면, 중국 해적들은 멀쩡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이유가 몰래 먹은 복어탕 때문이었다….”실제로 복어에 술독을 푸는 성분이 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어떤 생선으로 끓인 국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는 건 분명하다. 특히 겨울철 김 오르는 복어국 한 그릇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준다. “경남 마산과 통영이 복어 요리로는 가장 윗길”이라고 말하는 모주꾼들이 많지만, 경북의 식당에서 만나는 맑은 복어국과 얼큰한 복어매운탕도 재론의 여지없이 맛있다.아는 사람은 안다. 복어는 살보다 껍질과 정소가 더 인기다. 채소와 버무린 껍질의 쫄깃함, 살짝 익힌 정소의 부드러운 식감은 복어가 귀한 생선인 이유를 알게 해준다.“겨울엔 까치복이 제맛”이라는 게 단골 식당 주인의 주장.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맞다 틀리다” 따따부따 할 건 없다. 까치복만이 아니라 밀복도 맛있고, 지갑이 두둑하다면 참복을 먹어도 좋다.예전엔 복어를 ‘목숨 걸고 먹는 생선’이라 했다. 내장에 든 독 탓이다. 그러나 그건 옛말. 자격증을 갖춘 요리사가 제대로 만든다면 아무 걱정 말고 먹어도 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2-15

“지역의 다양한 이슈, 시민 눈높이서 밀착 취재해달라”

경북매일신문 스마트시민기자단 알파그룹은 13일 경북매일신문사 대강당에서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최윤채 경북매일신문 대표이사는 스마트시민기자단 발족 배경과 활동사항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시민기자단의 발족 배경과 향후 역할 등을 설명했다. 최윤채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스마트시민기자단 여러분을 처음으로 경북매일신문사에서 만나게 되어 대단히 반갑고 감사하다”면서 “경북매일신문 스마트시민기자단의 활동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최 대표이사는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시민의 눈높이에서 밀착 취재해 기사를 통해 지역공동체 구성원이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란다”면서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갖고 지역을 대표하는 시민기자로서 훌륭하고 모범적인 역할 을 통해 지역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단체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기회의에서 최윤채 대표이사는 김주영, 박월수, 서정애, 서종숙, 성정애, 송준규, 윤정미, 윤정인, 이순영, 전미라, 허명화, 허지은 등 12명의 스마트시민기자를 위촉했으며, 시민기자단 운영규칙 등에 대해 토의했다.한편, 스마트시민기자단 알파그룹 시민기자들은 이날 정기회의에서 박진용 편집인의 특강을 통해 시민저널리즘을 비롯한 취재 및 기사작성법 등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또한 참석자들은 최윤채 대표이사와의 간담회를 통해 기사 송고, 시민기자 지면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경북매일신문 스마트시민기자단 알파그룹 12人의 포부 김주영 사진가문화는 함께 향유하고 소통함으로써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사람 사는 이야기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그런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다. 박월수 성인문해교실 강사지역의 숨은 명소를 찾아 널리 알리고, 지역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시민기자가 되겠다. 서정애 교사한 장의 사진을 통하여 잠시 머무르는 여유를 전하는 시민기자가 되겠다. 바쁜 삶의 여정에서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기쁨이 크겠다. 서종숙 문화기획자포항의 자연환경과 인문문화자산의 중요성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방안과 방향성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 성정애 주부미담이나 애로 사항 등을 기사화하여 주민들이 서로 공유하면서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하고, 애로사항은 공론화하여 시의 정책에 피드백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준규 시인한 사람의 시민으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의 발전과 안전, 시민 알 권리 충족및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문화도시 조성에도 열심히 노력하겠다. 윤정미 플로리스트이웃을 먼저 돌아보고 보살피는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함으로써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건강한 사회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태고 싶다. 윤정인 생활지원사우리 지역 이웃들이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 아름다운 이야기, 아픔을 전달하고 고쳐야할 문제점들을 찾아서 살기 좋고 아름다운 지역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이순영 문화관광해설사관광지, 여행지, 그외 일상적인 곳의 불편사항을 알려 시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전미라 주부이웃들의 삶 속에서 볼 수 있는 작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환경을 위한 실천적인 사례들을 통해 시민의식을 드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 허명화 주부지역주민의 삶의 현장을 내 손으로 알리고 다양한 정보를 생생하게 전하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결고리가 되는 시민기자 활동을 하겠다. 허지은 포토그래퍼시민으로써 소소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소확행이라는 작은 바람을 담아 시민과 함께 나누는 쉼이 있는 숨쉬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3

도전하는 젊은 창업자들 꿈에 날개를 달다

2014년 경북 구미에 개소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청년창업붐 조성에 선도적 이노베이터(Innovator·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경제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그 중에서도 청년창업은 센터가 심혈을 기울여 왔던 분야로 그 성과도 매우 크다. 센터가 운영하는 ‘G-Star 대학생 창업경진대회’는 그동안 지역 22개 대학교에서 총 3천756팀이 참가했으며, ‘G-Star Pitchday(창업경진대회)’도 호평을 받고 있다. 또 경북도내 17개 대학이 참여하는 ‘G-Star 대학 청년창업활성화 협의회’발족으로 청년 창업활성화 프로그램도 다양화 시키고 있다.이에 본지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추진하는 청년창업 프로그램과 성과 등을 집중 분석해봤다. ◇ 지역 청년창업 붐 조성 Innovator로 자리매김지역을 대표하는 혁신창업 허브기관인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북센터)가 지역 중심의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며 지역 청년창업 붐 조성에 선도적 Innovator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경북센터가 추진하는 프로그램 중 48회차를 맞은 ‘G-Star Pitchday’와 10회차를 맞은 ‘G-Star 대학생 창업경진대회’가 가장 대표적 청년 창업붐 조성 프로그램이다.‘G-Star Pitchday’는 생활속의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기술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창업아이디어를 전문가 의견을 통해 개선 및 구체화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 검증 및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 개선과 우수아이디어의 사업화 연계를 경북센터가 주도적으로 연계해주고 있는 예비창업자의 대표적인 창업 등용문이다. 48회차까지 진행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279개 기업의 아이디어가 전문가 검증을 받았다.2015년부터 올해까지 총 10회 진행된 대학생 창업아이디어 발굴 프로그램인 ‘G-Star 대학생 창업경진대회’는 지역 22개 대학교에서 총 3천756팀이 참가했다. 올해에는 ‘G-Star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Clutch’프로그램을 통합해 ‘ClutG-Star League’로 운영했다.경북센터와 대구센터의 통합에 따라 경북, 대구지역의 창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의 교류의 장이 되면서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주관하는 ‘대구경북 스타트업 페스티벌’과 동시 개최로 지역을 대표하는 청년 창업 경진대회로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북센터의 창업 프로그램 성공 사례경북센터의 ‘G-Star Pitchday’참가자 중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켜 창업을 진행한 대표적 성공사례는 미드바르 서충모 대표다.그는 에어로포닉스의 단점을 개선한 IoT 한국형 에어로 포닉스 종합 토털 솔루션을 개발하고, ‘G-Star Pitchday’ 후속지원으로 고부가가치 작물 생산에 있어 LED 파장과 광효율 지속성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해 BM을 성공했다. 또 경북센터 창업육성 프로그램인 G-Star Dreamers 17기로도 선발돼 외부투자 유치 및 후속사업 연계에 성공해 예비창업자 성장사다리의 성공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그는 최근 미드바르는 팁스(Tips :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으로 이스라엘式 등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아이템을 보유한 창업팀을 선발하여 미래유망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서충모 대표는 “경북센터를 통해 창업에 발돋움 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선정된 팁스 기간 동안 국내 스마트팜 솔루션 기술영업을 시작으로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미국 등 코로나 펜데믹 이후 실내식물공장의 수요가 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글로벌 확장의 발판을 마련해 스마트팜 3.0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 하겠다”고 말했다.2020년까지 진행된 G-Star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일부 수상팀들도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성공사례가 있다. 2019년 대상을 수상한 구미대학교 소속의 Team D.I.F는 MSS-드론을 주제로 2020년 ‘DFT’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구미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올해 개최된 ‘ClutG-Star League’에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수상한 대구대학교 Muesli팀은 국내에서 잠재적으로 수요가 높은 서브컬쳐 음원 중심으로 하는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발해 현재 베타테스트가 완료됐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한 한동대학교 옵튜니티 스튜디오팀은 사용자 친화적인 BCI(Brain-Computer Interface)기술을 활용해 뇌파로 조작가능한 게임 콘텐츠를 개발했다. 경북센터는 ‘G-Star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선정팀들을 대상으로 센터 보육 및 투자 프로그램을 매칭시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새로운 인재 발굴·기술 창업 확대 지원경북센터는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재 발굴 및 기술 창업 확대 지원을 위해 경북도내 17개 대학이 참여하는 ‘G-Star 대학 청년창업활성화 협의회’를 지난 6월 발족했다. 이를 통해 신규 사업 정책 제안 등 다양한 활동과 20대 청년 창업활성화를 위한 연계 협력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 창업활성화 교육을 시작으로 창업멘토링 지원, 헬프데스크 및 유스데이, 예비창업패키지 및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 예비창업자의 Seed투자 기회제공을 위한 G-Investment Forum도 운영하고 있다.올해 상반기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청년창업 문제의 날’과 ‘헬프데스크’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년창업 문제해결의 날’은 유스데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네이밍되어 매월 1회 창업절차와 시제품제작, 창업 관련 법률과 회계, 비즈니스모델 고도화 및 투자유치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창업의 궁금증을 특강의 형태로 진행했다. ‘헬프데스크’는 창업멘토링 방식으로 전문가와 1대 1 혹은 1대 다수로 청년 창업시 고민되는 애로사항을 다양한 질문과 회답으로 속시원히 해결하고 있다. ‘청년창업 문제해결의 날’과 ‘헬프데스크’는 지역 창년창업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으며,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2022년에는 센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창업활성화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특별 편성해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예비창업 확대 지원경북센터는 지역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창업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 중 증소벤처기업부에서 청년창업활성화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2021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은 혁신적인 기술 창업 소재가 있는 예비창업자를 선정해 창업 사업화를 위한 사업화 자금(평균 5천100만원)과 실전 창업 교육, 네트워킹,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경북센터가 주관기관으로 올해 선정한 창업기업은 20개사(청년 12개사, 중장년 8개사)이다. 사업기간은 지난 5월부터 2022년 1월까지로 선정 기업의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교육을 통한 기본 지식 함양과 네트워킹, 피칭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이외에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특화화해 20대 청년을 주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도 있다.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은 올해 9명의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평균 7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시제품 제작, 특허권 취득, 제품 홍보를 위한 광고선전비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달 대구경북권 4개 주관기관이 연합해 성과발표회를 개최하고, 최우수 창업자를 선발해 차년도 예비창업패키지의 서류평가 면제권도 부여한다.이경식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경북센터는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자칫 움추려있는 지역 청년 창업활성화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청년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센터를 통해 검증받고 구체화 시켜 성공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신규 일자리 창출의 구심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1-12-13

인문적 소양과 소통능력 가진 사람들이 가치있는 삶 살 것

학생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교사는 학생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제자 가르치는 것을 보람으로 삼아야 한다. 학부모는 자녀의 꿈이 실현되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을 느껴야 한다.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에서 강사로, 교육 컨설팅과 교육설계자로, 언론을 통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른 교육의 길로 이끌려고 노력한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의 교육관이다.대학입시, 목숨 걸고 명문대를 고집하기보다 ‘진짜 경쟁은 대학 입시 후 한다’는 긴 호흡으로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선택하라고 충고한다.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직업은 삶의 방편이고 이제는 과정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그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글과 말은 그 사람의 세계다. 책을 읽어야 사고가 깊어지고 바르게 읽을 수 있어야 바르게 쓸 수 있다.” 무슨 교육이든 책읽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시인이자 교육평론가 윤일현의 지론이다. - 올 수능은 ‘불수능’이라 하더니 실제 성적이 낮아졌다. 시험 난도가 수험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수험생들은 문제가 어려워 다소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난도 때문에 유불리는 발생하지 않는다. 전체 입시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 만점자가 1명에 그친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언론에 제발 ‘지난해보다 몇 점 어려웠다’ 같은 분석은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상대평가는 문제가 어려워도 전체 응시자의 4% 안에 들면 1등급이 된다. 또 절대평가는 문제가 어려우면 1, 2등급 받는 학생이 적으니 피해를 본다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그렇지 않다.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한 수험생이 적어 수시에서 모집 정원을 다 뽑지 못한다면 정시로 이월해서 뽑는다.- 수능시험 성적을 받아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수능시험은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험이다.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을 대학 나름의 방식으로 조합해 수치화 한 후 지원자를 일렬종대로 세워 정원만큼 잘라서 합격시킨다. 문제가 어려우면 변별력이 좋아 앞뒤 사람의 간격이 넓어진다.수험생에게 수능시험은 스포츠에서 선수 시드배정과 같은 것이다. 결승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유리한 시드에 배정돼야 한다.고교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2016년을 기점으로 80% 아래로 떨어졌다. 학부모의 생각은 가장 현실적이다. 이제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사회 진출의 보증수표가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학력에 관계없이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되면 그 때는 지금의 입시와 교육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진짜 경쟁은 대학에 들어가서 한다’는 긴 호흡으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최근 여러 해 동안 수시가 대세가 되었다가 ‘조국 사태’ 이후 다시 정시 인원이 늘고 있다. 두 제도의 장단점과 현행 입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말해 달라.△대다수 학부모와 학생은 공정한 전형을 원한다.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학생부종합전형을 기준으로 하는 수시는 정착되기 어렵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신뢰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다시 객관식 시험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일단은 수시와 정시 비율을 5대 5 정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기능공적인 지식인을 양산해야 하던 때는 공정성 시비가 거의 없는 단답식 또는 객관식 문제가 힘을 발휘했다. 지금은 창의력이 경쟁력이자 생존수단인 시대다. 교과 성적과 수능점수에 의한 한 줄 세우기를 지양하고 학생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중시하겠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고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다면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왜 말썽이 되고 있나.△1920년대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도 이 제도가 특정 인종을 배제하고 원하는 학생들을 골라 뽑기 위한 도구로 악용된다는 논란이 일었을 정도다. 당시 아이비리그의 유대인 합격 비율은 하버드가 21.5%, 콜롬비아가 40%에 육박했다. 그러자 성적이 아닌 인성, 리더십, 과외활동, 봉사 등을 고려한 새로운 학생 선발 방식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미국의 경우 대학마다 수십 명에 달하는 훈련된 전문 입학사정관이 있다. 그러나 계약직 입학사정관이 대부분인 우리 대학에서 단기간에 수백, 수천 명을 심사하여 창의력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뽑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성적 비중을 줄이고 비교과영역을 중시하라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단기간에 우수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서는 수상경력이나 외국어 인증, 대외활동 등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신종 고급과외 시장이 형성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중단하고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를 폐지하는 등 급속도로 변화를 주려고 한다.△평가 없는 교육은 없다. 맞춤식 수업을 하려면 학생의 현재 수준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반드시 학업성취도평가를 해야 한다. 다만 그 평가 자료에 석차를 매겨 우열을 가리는 식으로 악용되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잘하는 학생은 더 잘 할 수 있게 자극을 주고, 좀 뒤처지는 학생은 좌절감이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다소 느리지만 배우는 기쁨을 맛보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 못하면 모든 것이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 교과 성적은 다소 부진해도 다른 영역에서는 탁월한 학생이 많다. 자사고 특목고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공적인 자리에서 평등론을 주장하고, 자사고 특목고에 반대하는 수많은 학부모를 만났다. 그들은 정작 자기 자녀의 문제에 가서는 거의 예외 없이 엘리트 교육을 하려고 했다. 그런 이중적 태도가 생산적 토론을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상당수 대학은 더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대부분 지방대학은 모집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수도권 상위권 대학도 정원을 줄여 수험생 감소에 대한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지방대학은 정부의 지원과 대책만 요구해서도 안 된다. 모집 정원을 과감하게 줄이고 산학연계를 강화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학, 지자체, 지역 산업계, 교육, 언론계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학원 강사로서 경북대 총장과 학장 등 보직교수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면서 안주하고 있다고 질타한 적이 있다. 그들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때 지방거점대학으로서 경북대가 변해야 하는 이유를 마라톤에서 1등 기록이 좋아야 2등, 3등도 성적이 좋아진다고 비유했던 기억이 난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넘어 선진국에 진입했다. 이제 우리 교육도 행복을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언제까지 성적과 입시를 연관시키는 교육에 집착해야 하나.△창의력을 가진 전문가를 배출해야 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의 교수·학습 방법을 바꿔야 한다. 앨빈 토플러가 말한 아프리카의 강 하류에서 살았던 원시 부족 이야기가 그걸 말해 준다. 백인들이 상류에 댐을 건설하고 있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카누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댐이 완공되자 그 부족과 그들의 문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지금 그 댐에는 인공지능(AI), 로봇 같은 물이 채워지고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카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4차 산업혁명을 선두에서 이끄는 구글이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협업’이다. 우리는 아직도 내 자식, 내 가족만 잘 되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소통, 상생, 협업’ 같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제도와 교과과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앞으로는 창의력, 상상력, 협동심, 인문적 교양, 감성, 공감 등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직업에 종사할 것이고,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이다. 의사, 판검사, 공무원 등 직업은 삶의 목적이 아니고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는 수단을 얻는데 진을 다 뺀다. 이제는 과정을 중시하고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서 ‘행복’이란 말이 늘 함께 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독서 교육을 특별히 강조했다. 최근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교육 평론 책도 펴냈다.△오랜 교육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것이다. 제철고에서 독서반을 이끌면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독후감을 숙제로 냈다. 100페이지를 넘겨야 비로써 등장인물이나 스토리가 익숙해지는 장편인데 학생들을 통해 독서의 효과를 확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심이 돼야 하고 이를 고양하기 위해 시 읽기와 쓰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입시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면서 입시학원에서 ‘교육문화센터’를 열었다.△사설 입시 학원 진학지도실장으로 수많은 교육 컨설팅과 교육설계를 했다. 언론사와 공동 입시설명회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돈과는 인연이 없었음을 실토한다.학부모를 상대로 한 인문학교실 ‘윤일현 금요강좌’를 15년 동안 280여 회 가졌고 거쳐 간 수강생만도 5000명이 넘는다. 인문학 강좌 붐이 일면서 백화점에서도 인문학 강좌가 개설되자 중단했다. 학부모들의 재개 요청에도 ‘아쉬울 때 끝내자’며 2019년 종강했다. 입시학원에서 문화센터를 연 것은 학원이라는 곳을 탈출하고 싶어서였다. 찰리 채플린이 ‘세상이 너무 슬퍼서 나는 웃긴다’고 했다. 학원이 너무 몸서리나는 무한경쟁의 장이어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공교육과 사교육을 넘나들며 현장에서 40년 가까이 활동했고 지역 입시계에서는 산증인으로 알려졌다. 또 시인, 교육평론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며 팬이 많다.△다양한 일을 겪었고 많은 고비가 있었다. 그때마다 바른길을 선택하려고 노력했다. 나 스스로는 동그란 구멍 속 네모 같은 존재였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분들이 많다. 이제 읽고 쓰는 일에 좀 더 힘을 쏟으면서 개인과 단체가 도움을 요청하면 필요한 봉사를 하려고 한다. 힘든 시기를 함께 한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겨울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하면 좋겠다.윤일현(尹一鉉. 65)대구 출생. 계성고. 영남대 영문학과 졸업포항제철고 교사로 재직 중 전교조의 전신인 ‘민주교육전국교사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가 해직됐다. 이후 지역 주요 입시기관에서 최근까지 입시전문가, 교육평론가로 활동.현재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대구시인협회 회장. 저서로 시집 낙동강, 꽃처럼 나비처럼, 낙동강이고 세월이고 나입니다 등과 교육 평론 불혹의 아이들, 부모의 생각이 바뀌면 자녀의 미래가 달라진다, 시지프스를 위한 변명, 밥상과 책상 사이,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 외 다수가 있다. 조부가 척사유생(斥邪儒生)인 항일 독립 운동가의 집안에서 자랐고 5·18때는 수배명단에도 올랐다. 오랜 단절과 고립, 추방에 익숙하다며 스스로를 교육계의 투사도 현실주의자도 아닌 낭인(浪人)이라고 겸손해 한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12-13

‘피해구제’ 길 연 특별법 제정… 지역현안 해결로 이어져야

2021년 12월 7일 오후 2시 포항시청 옆 문화복지동 대잠홀.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포항지진 피해주민, 역내 기관단체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활동 시민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등 그동안의 범대위 활동을 시민들에게 보고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본지는 이대공(애린복지재단 이사장), 김재동(전 포항상의회장), 공원식(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 허상호(삼도주택 회장) 등 4명의 범대위 공동위원장을 초대해 3년간에 걸친 범대위 활동을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일시: 2021년 12월 8일 오후 2시 경북매일 소회의실참석자: 이대공·김재동·공원식·허상호 범대위 공동위원장사회: 본사 박진용 편집인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국내 지진 평균발생 17분의 1 안전지대였던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주체 무리한 사업 강행에 희생실효성 있는 피해구제 역할 끝까지 소홀히 않고특검 등 재조사 요구, 책임자 처벌에 매진할 터김재동 전 포항상의회장특별법 발의 후 7개월만의 法제정 전례 없던 일범시민결의대회 등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피해구제 피지급 한도 없애기 발빠른 조치 필요진상조사 제대로 끝내 ‘지진백서’ 완결시켜야공원식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포항지열발전과의 연관성 줄기차게 제기상임위 논의 이끌어내며 특별법 제정 성과로‘지진안전센터 건립’ 예산 20억원 국회 통과디딤돌 삼아 세계지진연구 중심지 도약 기대허상호 삼도주택 회장지열발전 관련 주장 관철엔 ‘포발협’ 공로 커상경 투쟁 당시 부족한 시민 참여 아쉬움 남아향후 핵심 활동은 ‘영일만대교 건설 조기 착공’주요 지역현안 사업 해결에 역량 모아 나갈 것 박진용 경북매일신문 편집인 -사회 = 반갑습니다. 연말이라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년 11월15일에 포항지진이 일어난 지 4년이 넘었습니다. 먼저 지난 3년간의 범대위 활동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촉발지진을 계기로 포항 지역의 지반이 불안정하지 않느냐는 일부의 우려에 대한 평가도 곁들여주시고요. △공원식(이하 공) = 이번 포항의 재난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과학에 대한 무개념이 빚어낸 인재였습니다. 촉발지진의 과학적 입증을 해주신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시민보고회에서 특별상을 받은 뒤 남다른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인공지진이라고 주장한 후 적지 않은 압력을 받았지만 포항시민들의 성원이 끝까지 견뎌 낼 수 있게 하는 힘을 주셨다”고 말해 가슴 뭉클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이진한· 김광희 두 교수 분과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강덕 포항시장의 노고에 치하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 정부가 ‘포항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발표할 수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대공(이하 이) = 지난 포항지진 발생 이전 38년 간 국내 지진 발생 건수는 총 1천660건입니다. 그 중 포항 북구 발생 지진은 7건에 불과합니다. 국내 전체 발생 평균건수의 17분의1 선에 머물 정도로 포항은 지진 안전지대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진에 취약한 동해안과 태백산맥에 걸친 단층을 자극하는 일을 벌여서는 안 됩니다. 지질특성상 단층 사이에 다량의 물을 주입하면 압력이 높아지고 그것이 지진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주체는 사업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미진이 발생하면 사업을 중단한다고 명시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63차례의 미진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해 결과적으로 포항시민들에게 크나큰 재산피해와 생활피해를 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포항 지진은 한 마디로 인재(人災)로 규정돼야 마땅합니다. 김재동 전 포항상의회장 - 사회 = 범대위 활동 3년을 회고해보면 성과가 있었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이 있으실 텐데요. △김재동(이하 김) = 포항지진특별법이 발의된 후 7개월 만에 신속 제정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범대위 대책위원들과 여· 야 정치인, 국회나 세종시 등 상경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던 포항시민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특히 범대위 출범 직후인 2019년 4월 2일 포항 육거리에서 열렸던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촉구 범시민 결의대회’에는 3만여 명이 운집했는데 해방 이후 최대 도심지 집회가 아니었나 여겨집니다. △공 = 공동위원장 4명 모두가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포항지진 발생 당시 정부에서는 자연재해로 규정했지만 지역사회와 지역 정치권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진한· 김광희 두 분 교수의 인공지진이란 주장이 있고 나서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을 만들어 포항지열발전과의 연관성을 줄기차게 제기함으로써 결국 정부조사연구단이 ‘촉발지진’으로 결론 내리게 된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던 국책사업을 정부 스스로 조사해서 ‘귀책사유가 정부’란 판단을 내린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범대위의 가장 큰 성과는 특별법을 만들어낸 일입니다. △허상호(이하 허) = 포항지역발전협의회(포발협)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지열발전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포발협은 발 빠르게 국회 기자회견, 시민결의대회, 연관성 보고회 등을 잇따라 개최해 정확한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등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그러나 특별법 및 시행령 제정을 위해 상경 투쟁을 벌일 때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공원식 포항지역발전협의회장 - 사회 = 범대위 활동 중 가장 중요한 성과가 특별법 제정이라고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공 = 특별법 제정 방법을 놓고 처음부터 여· 야의 입장이 달랐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상임위에서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결국 상임위로 결정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국회, 여· 야 당사, 세종로, 청와대 등에서 시위를 벌이고, 뒤로는 여· 야 국회의원들을 개별로 만나 특별법 제정 설득 작업을 벌여야 했습니다.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을 앞세워 민주당의 이해찬 당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의락 포항지진대책위원장,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당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이종구 산자위원장 등을 일일이 찾아가 어렵게 설득작업을 벌여야했습니다.△허 = 지난 8월말로 피해구제 신청이 만료되었는데, 모두 12만6천건이 접수돼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청 건수가 당초 범대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특별법이 없었다면 일일이 소송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아야 할 것이고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등 소송 진행에 대한 부담과 몇 년의 시간투자를 강요하는 꼴이 됐을 것입니다.- 사회 = 피해구제 범위와 한도를 놓고 정부와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범대위 입장에서 피해구제는 만족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공 = 피해구제 지원 규모를 놓고 정부는 당초 60% 정도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경북도와 포항시가 부담하도록 밀어붙인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범대위가 즉각 여기에 반발하자 정부는 부담률을 70%로 올렸습니다. 정부귀책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들어 또 다시 수용거부 의사를 밝히자 최종적으로 정부가 80%, 포항시와 경북도가 각각 10%씩 해서 100% 피해구제가 된 것입니다. 요즘 지원금을 받게 된 포항주민들이 범대위의 노력이 없었다면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할 때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 △이 = 일부 아파트 피해 주민들은 지진 이후 피해보상 금액이 턱없이 적다며 포항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세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이뤄졌습니다. 또 소파(小破) 판정을 받은 아파트도 피해구제심의위원회의 현지 조사를 통해 전파(全破) 판정을 받는 등 피해구제의 실효성이 높아졌습니다. 범대위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피해구제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계속 지켜볼 계획입니다.△김 = 피해구제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종교시설, 어린이집 등에 대한 피지급 한도를 없애는 조치가 긴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에 대한 피해구제와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 등 특별 지원대책 역시 중요하게 다뤄져야할 문제이나 정부의 관심이 부족합니다. 내년 예산 중 포항지역 경제활성화와 공동체 회복 사업에 총 8건, 2천578억원이 확보됐지만 영일만대교 등 굵직한 사업이 빠져 있어 포항시민들의 실망이 큽니다.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합니다.- 사회 = 보통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그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기념시설물이나 재난체험관 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포항 지진과 관련해서는 어떤 사업계획이 있으신지요?△공 =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 포항지진의 원인이잖습니까. 이 부지가 개인소유였는데 정부가 매입했습니다. 그곳에 지진 안전 센터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관련 예산 20억 원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이를 디딤돌 삼아 권위 있는 지질학 세계 석학을 초빙해 자문을 구하고 연구 세미나, 컨퍼런스 등을 열고자 합니다. 포항이 세계 지진연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도 하나의 성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사회 = 지난 여름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범대위가 즉각 수용 거부의사를 밝혔는데, 그 배경을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이 = 정부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 7월29일 일방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범대위와 피해 주민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습니다. 범대위는 즉각 수용거부 의사를 밝히고 특검 등 재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범대위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은 진상조사위가 조사결과를 내놓은 만큼 속도감 있게 조사를 마무리해 책임자 처벌 등 조치가 이뤄지게 해야 할 것입니다. 허상호 삼도주택 회장 - 사회 = 최근 범대위의 활동을 한 눈에 알리는 백서를 발간하셨는데, 발간의 의미를 정리하신다면?△김 = 포항지진은 1945년 해방 이후 포항에서 일어난 가장 큰 재난입니다. 포항시민들이 이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당하고도 자포자기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이 과정을 후세에 남겨야 한다고 판단해 백서를 발간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백서는 아직 완결판이 아니라고 봅니다. 진상조사와 피해구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활동이 종결된 후 완결판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 사회 = 포항 시민들이 범대위의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것 같습니다.△허 = 공동위원장 4명 모두 바쁜 사람들임에도 자신의 일보다 범대위 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범대위는 최근 정부에 지역경제활성화 특별지원사업으로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의 조기 착공을 요구했습니다. 동해안 교통과 물류, 포항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이 절실하나 20여년 전부터 역대 정부들이 쥐꼬리 용역예산만 편성하며 공사 눈가림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서해안이나 남해안 연육교 건설에 비해 너무나 지지부진합니다. 범대위는 앞으로 이같은 지역 현안사업 해결을 위해 역량을 모아나갈 것입니다.- 사회 = 장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정리 /김주형기자 mirae5702@kbmaeil.com

2021-12-12

고대왕국의 비밀이 깨어나는 곳 ‘고령 대가야박물관’

아르헨티나의 작가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만약 천국이 실재한다면 그건 도서관의 모습을 지녔을 것”이라 말했다. 이는 인류가 축적한 지식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도서관이 가진 가치를 평가한 말일 터.유사한 차원에서 보자면 박물관 역시 인류학적, 역사적, 인문학적 가치가 무엇보다 높은 ‘천국 같은 보물창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고령군의 대가야박물관은 고대 왕국의 비밀을 밝혀주는 공간인 동시에 역사학습의 유용한 장소로 이름을 높여왔다. 고령군은 그곳을 새롭게 단장하고 관람객과 만날 준비를 끝냈다고 한다. 대가야박물관은 과연 어떻게 변모했을까?아래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고대왕국 대가야의 진면목을 보여주다고령 지역에서 박물관의 역사는 지산동 44호분, 45호분 발굴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보편적 시각이다. 그 발굴의 성과로 잊혀져가던 나라인 동시에 ‘신비의 고대국가’로 불리던 대가야의 존재가 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앞서 언급한 고분은 삼국시대의 장례 풍습인 ‘순장(殉葬)’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 성과를 정리해 1980년 향교 인근에 대가야유물전시관이 건립됐다. 그게 고령에서 박물관이 시작된 출발점이다.이후 지난 2000년 지산동 고분군의 남쪽 기슭에 대가야왕릉전시관을, 2005년에는 대가야역사관을 건립하면서 명실상부 대가야박물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이어 2006년에는 우륵박물관까지 개관하면서 이 지역은 ‘대가야 역사 전문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고령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를 비롯한 고령의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를 총망라한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곳이자, 유적과 유물을 한곳에 모은 박물관, 전시 유물을 보며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대가야박물관이다.이런 장점은 초중고교 학생들을 포함해 대학생, 일반인들에게까지 각광받는 이유가 됐다. 그런 까닭에 대가야박물관은 개관 후 10여 년 동안 연간 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왔고, 지자체에서 설립한 공립박물관으로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 ◆‘제2의 도약’ 꿈꾸는 대가야박물관대가야박물관이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새롭게 재개관한다. “기존 박물관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다 넓게 확장된 전시 공간에서 더욱 많은 유물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고령군청은 설명한다.박물관 개관 이래 고령 지역에서는 많은 유적과 다양한 유물들이 발굴됐다. 이번 개편에서는 고령에서 발굴된 새로운 유물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고령의 선사에서 근대까지’라는 기본 틀을 바탕으로 지산동 73~75호분 유물부터 최근 조사된 지산동고분군 재난방지유적까지가 그 범주다. 그렇기에 흙방울부터 각종 토기, 기와 등 시기를 망라한 유물들이 전시된다. 고대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정보다.현재 한국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와 교육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대가야박물관 역시 그런 흐름에 맞춰 홈페이지 개선을 통해 접근성을 강조하고 있다. “상설전시실, 대가야왕릉전시관, 우륵박물관의 전시물을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고, 특정 유물은 ‘AR 도슨트’를 활용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는 게 고령군의 부연. ◆고령에서는 어떤 유물이 발굴됐을까대가야박물관은 전시된 것들 외에도 많은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대여 유물, 기증·기탁 유물, 국가귀속문화재까지 약 1만6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김종직 종가 고문서, 정종적개공신 교서 등과 같은 주요 보물도 그것들 중 하나다. 이에 더해 보부상 유품과 같은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반룡사 다층석탑과 동종 등 경상북도지정 무형문화재도 포함돼 있다.2004년 대가야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면서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지표조사전문기관으로 인정받은 후 문화재 입회 조사, 지표 조사 등 각종 민원처리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한, 2005년 개관과 함께 경력인정대상기관으로 지정돼 전문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2012년에는 문화재청과 경상북도청으로부터 국가귀속문화재의 보관관리기관으로 허가받아 최근까지 고령 지산동 73~75호분 유적을 비롯한 고령, 성주에서 발굴·조사된 86개 유적의 국가귀속문화재 1만3천여 점을 위임받아 보관·관리 중이다.대가야박물관은 보관 중인 국가귀속문화재를 활용해 2014년 ‘대가야 왕릉의 출현·지산동 73호분’을 시작으로 ‘지붕위에 핀 예술, 고령의 기와’, ‘대가야의 토기공방, 고령 본점과 창원 분점’, ‘길에서 찾은 보물’ 등의 기획특별전도 진행했다.같은 해엔 국립제주박물관과 ‘대가야의 탐라나들이’, 2017년에는 한성백제박물관 기획전시 ‘가야’, 2018년 국립전주박물관의 ‘전북에서 만나는 가야 이야기’, 2020년 국립춘천박물관의 ‘대가야 사람들의 향수’를 공동으로 기획해 전시한 것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그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상설전시에도 유물의 일부가 활용되고 있고, 2015년 국립대구박물관의 ‘고령 지산동 고분군’,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본성’ 등 많은 특별전시에도 유물이 출품됐다.이처럼 대가야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유물들은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홍보하고, 국공립박물관 등과 교류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순장 풍습 확인한 후엔 우륵박물관으로지산동 44호분은 한국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순장 왕릉. 기록으로만 추측하던 순장이라는 장례 풍습이 1977년 발굴 조사를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낸 공간이다. 이런 대가야의 장례 풍습을 보여주기 위해 2000년 9월 국내 유일의 순장 왕릉 전시관인 ‘대가야왕릉전시관’이 개관했다.왕릉전시관은 지산동 44호분 내부를 발굴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해 놓은 곳이다. 관람객들이 실물 크기로 복원된 무덤 속으로 들어가 무덤의 구조와 축조방식, 유택의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 모습을 볼 수 있고, 토기, 철기, 마구 등 ‘껴묻거리(죽은 사람을 매장할 때 함께 묻는 물건)’의 종류와 성격도 확인할 수 있게 꾸며졌다.2019년 1년 동안의 리모델링을 거쳐 출토 유물을 보여주는 진열장 외에도 지산동 44호분에 대한 디오라마, 영상이 추가됐다. 또한 당시의 의복을 입어볼 수 있는 가상체험 공간 등 새로운 전시시설도 추가돼 관람객들에게 순장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한국의 대표적 국악기 중 하나인 가야금. 고령 우륵박물관은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만들어 연주한 것으로 전해지는 대가야읍 쾌빈리의 가야금골(琴谷), 지금의 정정골에 위치하고 있다.가야금을 창제한 우륵과 관련된 자료를 발굴·수집·보존·전시함으로써 방문객들이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건립한 공간이 바로 가야금 테마박물관이다.전시실은 ‘악성 우륵을 찾아서’, ‘악성 우륵’, ‘가야의 혼을 지킨 우륵’, ‘민족의 악기 가야금’ ,‘우륵과 후예들’ 등으로 구성됐다.고령군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민족 고유의 악기인 가야금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가야금을 만든 우륵에 대해 알려주는 박물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전통 음악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우륵박물관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내고 있다.쉽게 꺾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 탓에 관광객의 발걸음이 주춤해진 겨울이다. 하지만, 의미와 흥미를 동시에 찾으려 하는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완벽하게 제지할 수는 없을 듯하다.찬란한 고대 문명을 간직했던 대가야의 역사와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이 가득한 대가야박물관과 우륵박물관에 관심을 가졌다면 고령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도 좋지 않을까.여기에 한 가지를 조언하자면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는 요즘 여행자의 기본 중 기본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1-12-08

미래 먹을거리 가득한 경제도시로침체 민생경제 회복 집중하는 새해

영주시는 새해 미래 먹을거리와 민생 지원이 가득한 경제 도시, 특색있고 매력 있는 힐링문화 도시,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도시, 시민이 직접 정책을 펼치는 열린 도시로의 성장과 지속 가능한 도시에 한걸음 더 다가선다는 계획이다.또 올 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쉼 없이 달려왔지만 내년에도 일상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시정목표인 힐링중심 행복영주 구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하지만 2022년은 영주의 미래 발전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침체된 민생경제 회복에 집중하는 동시에 사회변화의 흐름을 읽고 이에 대비하는 시정을 운영하게 된다.일상의 회복과 지속 가능한 영주 건설을 위한 내년도 주요 시정운영 방향을 분야별로 알아본다. △ 첨단 미래산업 기반 구축베어링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관련 기업들의 신속한 입주로 지역의 첨단베어링산업이 탄력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이를 위해 관련 기업을 직접 찾아가 국가산단 추진상황 설명회 진행과 첨단베어링산업 발전포럼 개최, 산업박람회 홍보부스 운영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입주기업 확보에 노력한다.현재 운영 중인 하이테크베어링 시험평가센터를 중심으로 베어링 제조기술센터 건립과 수송기기부품경량화 기술을 지원해 입주기업의 안정적인 베어링 제조 환경 조성,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 추진과 지원을 확대해 입주여건을 높인다.동양대에 스마트기계부품소재학과 신설과 폴리텍대학 영주캠퍼스와 경북전문대에 관련 교육과정 개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에 대비 경북항공정비인력 양성센터를 구축해 항공정비인력을 양성하는 등 지역항공산업의 마중물이 될 항공산업 플랫폼을 조성한다. △민생경제 회복 집중영주시 소상공인 복합지원센터를 구축해 인삼 제품개발부터 홍보·전시·판매까지 지원하는 공동 플랫폼과 사회적 경제지원센터 개소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과 창업아이템 개발을 지원하는 등 지역 소상공인의 자립기반을 마련한다.민생과 밀접한 시청 17개 부서와 영주시 정책자문위원회로 구성된 영주시 일상회복 추진단을 활용해 시민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원정책을 수립해 나간다.영주사랑 상품권을 확대 발행해 민생경제와 지역상권을 회복시키고, 주민자치센터 운영 재개, 경북형 배달앱 행사 지원, 영주장날쇼핑 할인 지원 등 다양한 일상회복 방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단계적 일상회복과 함께 어렵게 찾아가는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생활방역 체계를 확립해 개인위생, 거리두기 홍보에 적극 나서게 된다. △지역 농특산품 브랜드 가치 높인다2022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를 통해 인삼주산지 영주의 도시 이미지를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간다.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소통과 홍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다양한 부대사업과 이벤트를 발굴하는 등 관람객 100만명을 목표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한다.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재개와 도시노동자를 연결하는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확대 운영해 일손이 부족한 농업 분야에 힘을 보탠다는 방침이다.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으로 농촌의 자립적 성장기반 구축과 읍면 전체에 대한 20년간의 계획을 담은 농촌협약 프로젝트 추진으로 농촌 중장기 종합 정책을 구상한다. △세계적인 힐링문화도시한문화 랜드마크 선비세상 개장을 통해 선비도시 영주의 정체성을 알리고 우수한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지역 내 다양한 계층, 세대가 함께 소통하는 열린 문화의 장 마련과 지역 문화 창조력을 강화하는 등 문화도시 지정에 힘써 지역 문화예술의 산업화와 관광자원화를 앞당겨 나간다.영주 소백숲관광단지·산양삼 클러스터 조성으로 산림자원을 활용한 힐링 명소화와 임산물가공 종합유통센터 건립으로 임업의 유통체계를 현대화한다.무섬마을 종합정비계획의 완성도를 높이고, 순흥 고분벽화의 역사문화벨트와 안향 기념공원 조성사업 등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영주댐이 지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모험놀이시설, 야생초화원 등 복합 어드벤처 공간을 조성해 영주에 대한 관광욕구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시민의 휴식공간을 늘려나가게 된다.영주가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자원과 자연자원을 활용,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패러글라이딩, 스카이사이클, 봅슬레이, 루지 등 산악레포츠 체험단지 조성을 계획 중이다.댐 주변 수변공간을 활용한 영주 힐링체육공원과 장애인 맞춤형 체육시설인 영주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등 시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시민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복지 실현시민의 삶 세심한 곳까지 살피는 정책으로 지역의 행복 복지를 실현시킨다는 방침이다.효 문화진흥원 개원으로 유교문화와 효 문화 중심지로서 정체성 확립과 세대 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새로운 효 문화 확산에 힘쓰게 된다.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과 주간보호센터를 신축,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고 어르신들의 치매를 조기에 예방하는 안락한 돌봄케어 제공에 적극 나서게 된다.아동이 살기 좋은 아동친화도시 영주를 만들기 위해 아이 신나 놀이터 개장과 아동전용 놀이공간인 공공형 실내놀이터 조성, 아이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춘 수요자 중심 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강화한다.△안전하고 편리한 인프라, 편안한 도시 건설주차공간을 갖춘 어린이 테마공원과 하망동 공공도서관 건립 등 생활밀착형 인프라 확충과 가흥신도시 주차타워와 영주 역세권 주차타워를 조성해 급증하는 주차수요에 신속히 대비한다.자연친화적인 생태를 활용한 용암산 이끼 생태공원과 소백산물길 자연생태 숲을 조성해 새로운 시민 여가공간 조성과 탄소 중립·미세먼지 저감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영주댐 상류지역에 비점 오염 저감시설 설치로 영주댐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의 근본적 개선과 지역하천의 수질 향상에 힘써 깨끗한 서천을 만들어 나간다.죽계지구 하천재해예방사업과 금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마무리해 수해 예방과 새로운 친수공간을 조성한다.중앙선 복선 전철화로 발생한 삼각지 유휴 폐선부지를 도심 미세먼지 차단 숲으로 조성, 탄소 중립에 노력하고 가흥공원에서 삼각지 북영주선까지 연결하는 녹지생태축을 조성한다.영주 적십자 병원의 부족한 병상 확충과 산후조리원을 운영해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등 지역의 의료서비스를 개선한다.이 밖에도 영주형 혁신플랜으로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영주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정책 소통 게시판 운영으로 정책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시민에게 먼저 묻고, 시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된다.코로나19로 중단됐던 월요 야간 민원실, 수요행복민원실 운영을 재개해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는 장을 열어나간다.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맞춤형 친절컨설팅으로 친절한 민원 응대 자세 확립과 섬김 행정, 소통행정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한 대민 시책발굴에도 힘쓰게 된다.영주시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성장을 위해 소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뛰어넘어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중장기 발전 계획을 꾸준히 열어나간다는 방침이다./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1-12-07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대구시민의 발’ 될 것”

하루 40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1천250원으로 대구지하철 1호선에서 3호선까지 91개 역을 마음껏 이용하고 있다. 거기에다 30분 이내면 시내버스를 무료로 환승할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시민의 발이다. 전체 이용자의 30%는 무임승차하고 그 손실비용을 감당 못해 몇 차례 정부에 지원을 건의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내년이면 개통 25년을 맞는 대구지하철은 몇 차례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그 사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시민도 있다. 그래서인가.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철도, 대한민국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하는 대구도시철도를 계속 지속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 대구 지하철이 개통 25년을 맞는다. 사장으로 대구도시철도를 자랑한다면.△장년이 된 대구도시철도를 안전과 고객 서비스에서 전국 최고의 도시철도가 되도록 노력했고 또 전국 최고의 도시철도라고 자부한다. 3호선 지상철의 성공적인 개통과 지하철 1·2호선의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대구도시철도는 국가고객만족도 13년 연속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24시간 비상대책방역본부를 설치 가동해 열차와 역사에 대해 방역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는 과잉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시민의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을 방역해 도시철도를 통한 코로나 감염은 단 한 건도 없었다.- 1·2·3호선이 각기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아직도 일부 시민들은 도시철도 3호선의 무인 운행을 불안해한다.△1997년 개통된 1호선과 2005년 개통된 2호선은 모두 1인 승무 방식으로 같이 운행된다. 그러나 2015년 개통된 3호선은 이와 달리 종합관제실을 통해 원격 자동제어 되는 무인 운용 시스템으로 설계 건설됐고 운영된다. 무인으로 운행되지만 차량상태나 차내 상황을 원격 모니터링하고 직원이 안전관리 차원에서 1명 승차하고 있다. 객실 내 외부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화재에 대비해 승객탈출용 스파이럴 슈트와 워터 미스트식 소화설비가 구축되어 있다.특히 3호선은 폭설 시 결빙 방지를 위해 강궤도빔 내부에 열선을 설치하고 본선 궤도빔 신축 이음부를 충격완화형 핑거 플레이트로 교체했다. 강궤도빔에 논슬립 테이프를 붙여 전동차의 미끌림을 방지하고 있다.사실 1·2호선도 운행은 무인으로 종합 통제되고 있다. 객차가 지하철 역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정지되며 기관사는 승객들이 안전하게 승차한 것을 확인한 뒤 문을 닫고 출발 버튼을 누르는 것이 전부다. 그렇게 자동 시스템으로 구간을 56, 57분 사이 표정속도로 운행되고 있다.대구도시철도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안전관리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역사와 열차, 관제 등이 실시간 협력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사장의 경영 노하우가 궁금하다. 어떻게 13년 고객만족도 1위에다 16년 연속 무분규 노사평화를 실현할 수 있었나.△노조를 이해해주니 노조와 공사가 서로 윈-윈(win-win)한 것이다. 2014년 취임하고 보니 대구도시철도 노조가 꽤 강성으로 소문나 있었고 장기파업(2013년 88일 파업)의 여파로 11명이나 복직 투쟁을 하고 있었다. 노조에는 해고자들의 무노동 무임금을 관철시키면서도 무조건 복직이 아닌 특별채용 형식으로 절차와 규정을 지키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로도 노사간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조합과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분규를 사전 조정했다.- 3호선 지상철은 대구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됐고 세계적 명물이 됐다. 특히 건설 당시 지적됐던 미관문제는 지금은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도시 분위기를 바꾸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현재 지방자치단체 학교 기업체 등이 3호선 28편성 중 25편성에 광고를 하고 있다. 3호선 광고는 법을 개정해가면서 해결했다. 교통시설의 경우 창문을 제외한 면적의 4분의 1만 광고판을 설치할 수 있다는 법 규정을 행안부와 국토부를 찾아 직접 설명해 2분의 1로 바꾸어 냈다. 삼성이나 SG, SK 등 대기업이 대구에는 구매력이 없다며 광고를 하지 않으려고 해서 지역 광고업자들을 설득해서 광고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올 5월에는 입찰을 통해 3년간 30억원이 넘는 광고수익을 챙겼다.- 대구는 지상철 건설과 운영의 노하우를 수출해서 성공했다. 싱가포르와 파나마 해외사업에 진출한 사업의 진행상황과 성과는.△대구도시철도가 해외사업으로 연간 40억원 정도(5년간 186억원) 벌어들이고 있다. 2019년 3월 싱가포르에 ‘DTRO SINGAPORE’라는 현지법인을 개소해 싱가포르 센토사 익스프레스 관리사업을 높은 신뢰도 속에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구도시철도 직원 7명이 파견돼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수익 이외에도 대구와 대구도시철도의 브랜드 마케팅과 운영능력, 신용을 세계에 홍보하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이에따라 내년에는 싱가포르 센토사 익스프레스의 운영과 정비 사업에도 도전해 해외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또 중남미 섬나라 파나마에서 현대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이 벌이고 있는 3조원 규모의 메트로 3호선 건설사업에 대구도시철도가 설계자문과 시공관리, 시운전 관리, 운영 컨설팅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에서도 RD 개발로 특허와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대구도시철도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 91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7건은 사업화되어 19억원의 기술지분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전 역사와 객차가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도 도시철도가 개발한 양방향 전기집진기가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세계 최초로 개발한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올해 10억5천만원의 기술지분료 수익을 올렸다. 대구도시철도가 개발한 각종 기술은 수백명 석박사들이 포진해 있는 지역대학에서도 해내지 못한 성과라고 자랑한다.- 1일 4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수익만도 1일 2억원이 넘는데 연평균 운영 수익은 얼마나 되나. 또 운영비는 얼마나 되나.△도시철도 운영 수익은 최근 연평균 1천900억원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은 1천306억원으로 전년대비 33%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2020년 인건비를 포함한 영업비용은 코로나19에 대응한 특별방역과 소독 등으로 4천707억원으로 전해인 2019년의 4천569억원보다 오히려 138억원이나 늘어났다. 이 때문에 대구도시철도가 해마다 1천400억원 정도 발생하던 손실이 2020년에는 2천62억원이나 됐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고 승객이 늘어나면 재정상황이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도시철도의 건설비용과 운영비를 고려한다면 실제 적정 운임은 어느 정도 되어야 자체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현재 도시철도 운임은 성인기준 1천250원이다. 그런데 무임승차나 환승손실, 청소년 어린이 요금 할인을 제외하면 실제 1인당 평균 요금은 700원 꼴이다. 이는 코로나19사태로 승객이 줄어든 지난해의 수송원가 4천266원의 16.4%에 불과하다. 평상시로 환원시키면 2천750원 정도 될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도쿄 지하철의 경우 3천원 정도 요금을 받으면서도 환승 할인의 개념도 없고 거기에다 거리가 늘어나면 추가 요금까지 지불해야 한다. 우리도 노후시설 감가상각비와 안전시설 투자비용을 고려하면 수송원가 정도는 받아야 운영에 지장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실정에서 현실적으로는 요원한 이야기다.- 공사 사장을 3연임했다. 재임 때는 대구시 첫 인사청문회 대상이 됐다.△한번만 하려 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지역 모 대학에 부교수로 가기로 예정이 돼 있었고 대학에서 연구실을 마련해 놓았을 만큼 상당히 진전된 상태였다. 그런데 처음 임용 대상자가 낙마했다.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권유해 사장 재공모에 지원했다. 그후 공모요강에 없던 인사청문회를 강요했고 규정에는 맞지 않았지만 공직 생활을 떳떳이 했기에 응했다. 청문회에서 모 시의원이 팩트도 아닌 헛소문을 들고 나와서 현장에서 맞받았는데 뒤에 사과하더라.- 선출직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실제 그런 마음이 있었나. 지금 후회되지 않나.△무슨 소리. 결단코 없었다. 대구시청에서 인사 주무와 시장 부속실, 대변인실 등을 거치며 많은 관선과 민선 단체장을 모셨다. 그러면서 선출직에 나서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이 나오더라. 실제 많은 권유가 있었다. 이 자리에 있으면서도 지역 정치권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나오지 않았던 것을 참으로 잘 한 결정이라고, 다행으로 생각한다.- 공사 사장으로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도시철도의 적자를 메꿔줄 무임수송 손실비용에 대한 국비지원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해마다 30% 정도, 올해만도 10월말까지 9만9천명으로 378억원의 무임수송 손실을 입었다.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으나 정부 지원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돼 정부 지원을 얻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및 지자체와 협의하고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공사 사장인데 지하철은 평소 얼마나 이용하나.△시내 업무가 있을 때나 주말 종점까지 등산하면서 이용하는 정도다. 일부러 암행감사하듯 이용하지는 않는다.- 공직생활과 공사 사장으로서 보람과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대구시청 인사와 부처를 두루 섭렵하고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에서부터 훌륭하게 마무리지었다. 거기에다 510억원이라는 체육기금을 남겼으니 보람이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도시철도에서는 겁 많던 3호선을 개통시켰다. 그리고 3호선을 대구의 새로운 관광 명품으로 만들었고 그 기술력과 운영력을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 홍승활(洪承活·65)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예천출생. 영남대 영문과, 경북대 행정대학원 석사. 계명대 행정학 박사.1975년 예천군청에서 공무원으로 출발해 1980년 경북도 대구시로 전입. 이후 달서구청 경제진흥과장, 대구시청 인사담당, 문화예술과 문화기획담당 등을 거쳐 대변인 행정자치국장을 지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 유지지원부장과 조직위원회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2003년 ~2009년 경운대 경찰행정학부 겸임교수.평소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을 좌우명으로 삼아 자기 관리에 철저. 어항 속 물고기가 강물에 놓여지면 1m 이상 되는 큰 물고기로 자라는 코이처럼 사람도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꿈과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한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12-06

지역민과 함께 일궈낸 결실의 해… 다시 도약의 중심으로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1년의 마지막 달이다. 이 시기가 되면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계획하게 된다. 각각의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문화·관광을 망라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의욕적으로 진행하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 청송군의 올 한 해를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면밀하게 되돌아보고자 한다. ◇‘청송사과’ 명성 잇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청송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과의 고장’이다. 청송군은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에 경영 마인드를 결합해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좋은 사과가 만들어지려면 잘 갖춰진 자연 조건이 필수다. 해발 250m 이상의 산간 지형이자 고지형 분지인 청송군은 사과 재배의 최적지. 여기에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교차하는 날씨도 맛있는 사과를 만드는 플러스 요인이다.청송군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품종 갱신으로 사과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관수와 지주시설에 대한 투자도 이어진다. 지속적인 교육은 사과재배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명품 청송사과’의 명성을 이어가는 비결이라 할 수 있다.청송사과는 2021년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사과브랜드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는 9년 연속 수상이라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다른 사과 재배 지역과의 차별화와 월등한 경쟁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소비자 반응이 우수한 시나노골드 품종을 ‘황금진’ 브랜드로 개발하기도 했다. 황금사과는 사과를 잘 먹지 않는 젊은층에게도 인기가 높다는 것이 청송군의 설명이다.청송군의 사과 생산량은 전국에서 나오는 사과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청송은 새로운 수요 창출과 신규 시장의 공략을 위해 황금사과로 불리는 시나노골드 품종을 집중 육성하고, ‘황금진’이라는 브랜드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했다. 이는 시장 선점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군은 사과의 품질을 높일 ‘청송 황금사과 연구단지’ 조성도 추진 중이다.지난 2019년엔 한국시리즈 개막전에서는 ‘청송 황금사과의 유혹’이라는 주제로 3만 개의 청송사과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가 열렸다. 이는 특색 있는 지역특산품 홍보 방식으로 각종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의 호응도 컸다.더불어 단일 매장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도 사과 홍보 판촉행사를 열었다. 이 역시 열기가 뜨거웠다는 후문이다.청송군은 정부의 지방공기업 평가에서 최하위에 머물던 청송사과유통공사를 정리해 유통센터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잡음은 공청회를 통해 운영체계 변경의 필요성과 향후 계획을 주민들에게 설명함으로써 해소시켰다. 이로써 생산과잉 시대를 대비한 산지유통 시스템의 재정비를 마친 것이다.농산물 택배비 지원사업도 주목받았다. 사과를 소비자와 직거래 하면 추가 소득이 생긴다는 점에 착안해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에 대해 택배비를 지원하는 청송군은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인 ‘청송사랑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역할을 했다.농가 소득 보전과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호평 받은 택배비 지원사업. 윤경희 청송군수는 “청송사과를 더욱 특화하고, 유통과 마케팅 분야에서도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한다. 청송사과 명품화를 위한 발걸음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관광지 개발‘산소카페’를 지향하는 청송군은 자타가 공인하는 청정지역. 맑은 공기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토대로 청송이 ‘힐링관광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다.청정한 자연의 이미지를 표현한 청송의 도시브랜드 ‘산소카페’는 2019년부터 2년 연속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전략적 마케팅과 힐링관광도시 이미지 구축을 위한 노력이 낳은 결과다.청송군은 전체 면적의 82%가 산림으로 이루어졌다. 산세가 수려하고 수목이 울창해 사계절 내내 특유의 낭만을 관광객들에게 선물한다.현대인들은 인파가 몰리는 명소가 아닌, 숨겨진 여행지에서 여유와 새로운 경험을 누리고 싶어 한다. 이른바 ‘언택트 관광시대’가 온 것이다. 청송군은 이런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청송정원, 청송솔빛정원, 객주공원 등을 새로운 힐링 공간으로 만들었다.얼마 전 가을이 무르익었을 무렵. 상주-영덕고속도로 청송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차량들은 드넓은 화원을 가득 메운 백일홍에 놀랐다. 이색적인 풍경을 접한 사람들은 “꽃의 나라에 온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꽃길만 걷게 해줄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조성한 백일홍 화원 ‘산소카페 청송정원’엔 두 달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0만 여 명의 여행자들이 몰렸다. 그곳엔 포토존과 다양한 조형물이 만들어졌다. 커다란 액자 속에 꽃밭을 예쁘게 담은 ‘천국의 계단’과 난간을 유리로 두른 높이 16.5m의 전망대가 인기를 끌었다.노송(老松) 근처에 세워진 ‘청송 드림’ 거울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가로 100cm, 세로 40cm쯤 되는 거울 속에 펼쳐진 산자락을 배경으로 백일홍 속에 서 있는 여행자의 모습은 누가 찍어도 작품이 될 만한 사진을 만들어냈다.청송정원에 핀 꽃들을 가꾼 사람은 바로 청송군민들. 청송군에서 활동하는 17개 단체가 백일홍 화원을 만들어낸 일등공신들이다.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주왕산국립공원, 슬로시티,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등으로 관광객 500만 시대를 연 청송군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떠오른 ‘산소카페 청송정원’. 백일홍이 지고 나면 청보리를 심어 멋진 풍경을 연출할 계획이라고 한다.향후 청송군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위드 코로나 시대의 관광트렌드에 대응하는 맞춤형 관광정책을 추진한다. 기존의 대표 관광지인 주왕산국립공원의 계절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홍보로 중장년층의 발길을 사로잡고, 새로운 관광트렌드의 핵심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위한 모바일 관광플랫폼으로 관광 활성화를 견인할 계획.“안전한 여행지를 원하는 트렌드에 맞춰 관광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윤경희 군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청송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송군은 지자체 평가에서 매년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 상패를 든 윤경희 청송군수. ◇지자체 평가에서 좋은 성과...앞으로가 더 중요올해 청송군은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자치단체 역량 제고를 위해 한국지방자치학회와 한국일보가 공동으로 주관한 ‘2021년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농어촌 기초자치단체 부문 종합 2위, 경북 1위에 선정됐다.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재정역량’이다. 청송은 82개 군 단위 지자체 중 1위를 차지해 재정역량을 인정받았다.이미 청송군은 2020년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결과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된 바 있고, 2019년부터 예산 대비 채무비율 제로(0)를 달성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는 태풍 피해복구비 등 특별교부세와 국도비 확보를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행정서비스 분야(전국 11위)에서도 청송군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거기엔 현장 중심의 소통행정이 있었다. “군민들이 생활 속에서 편안한 행정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청송군의 방침이다.이외에도 고령화 시대에 발맞춘 어르신 일자리 확충과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지역 안정을 도모한 것도 호의적인 평가를 가능하게 했다.청송군은 지난해 농민수당을 전격 시행했고,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맞춤형 재난지원금을 적기에 지급해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의 행정을 펼쳤다.청송의 오늘은 지난날 군민과 군청이 함께 흘린 땀의 결과물이다. 그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나은 고장을 만들어가려는 청송군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1-12-01

탄광촌에서 전국 제일의 힐링 명품 관광도시로

정중동. 어떤 기쁜 소식을 들려주려는 것일까. 위드코로나의 시대 문경은 코로나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도시답게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천혜의 관광 자원에다 사통팔달의 교통망 확장과 각종 개발 사업은 문경을 거대한 레저와 스포츠 힐링타운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문경은 지저분할 틈이 없다.” 문경시청의 고윤환 시장도 임기 말년의 느긋함보다 초임처럼 분주하다.전 국민이 힐링 명소로 찾는 문화 역사 생태가 공존하는 명품 일류 관광도시 문경. 그곳에 사는 시민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 평일인데도 문경새재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국내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는데 문경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문경은 위기대응 능력이 뛰어난 도시다. 2004년 폭설 이후 단 한 번도 재해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적이 없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다. 코로나19의 대응과 극복에서도 문경은 한발 앞선 선제적 대응과 시민들의 협조로 확진자 발생이 전국 평균의 6분의 1 수준을 유지했다.- 탄광촌이었던 문경이 명실상부 전국 제일의 국민관광지로 완전히 변신한 것 같다.△물론이다. 문경 관광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관광자원을 확충하여 문경 관광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취임 초기 문경새재 위주의 관광에서 문화 생태 영상을 덧입힌 관광 콘텐츠를 개발했다.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 관광 수입을 코로나 이전의 70%까지 회복했다. 문경은 문화와 역사와 생태가 어우러진 레저 스포츠와 힐링의 명품 일류 관광지로 위상을 굳혔다.- 관광 문경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까지인가. 고윤환 시장의 임기 중 달성 가능한가.△관광도시 문경의 목적은 지속 가능한 관광지 구축과 지역경제의 재도약이다. 2022년에는 새로운 관광마케팅 프로그램 도입과 각종 공모사업 발굴을 통해 시민들이 피부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관광문경의 완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문경은 경북관광산업의 선도 주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는 문경에서 삽니다’는 말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이 자신하는 문경의 자랑거리는 무엇인가.△문경은 우리나라 제일의 장수도시이자 힐링의 도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건강한 먹거리 덕분일 것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해 남한지역 690km 구간 중 110km가 문경을 지나가고 있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 4개의 명산(희양산, 주흘산, 대야산, 황장산)이 있어 공기가 깨끗하고 물이 맑은 청정 지역이다. 이런 환경에서 재배된 오미자, 사과, 쌀, 표고버섯, 약돌 돼지·한우 등 먹거리도 풍부하다.- 3선 시장으로서 재임 중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취임 초기의 문경시와 지금의 문경시를 비교하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이다. 특히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시민의식 개혁운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범시민 3% 개선운동’과 ‘더 잘 합시다 문경운동’을 거쳐 지금의 ‘문경사랑 주소 갖기 운동’까지 각종 캠페인을 전개했다.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시민의식을 개혁한 것이다.- 시장으로서 행정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동안 문경의 위상을 어떻게 올려놓았나.△2012년 보궐선거로 당선됐다. 취임 당시 문경시는 행정안전부의 경쟁력지수로 전국 지자체 중 180위였다. 빚이 484억원이나 됐고 경상경비 등 27개 지표에서 도시경쟁력이 최하위 수준이었다.문경시의 예산을 임기 동안 2배로 확대하고 본예산의 10%가 넘던 채무를 삭감했다. 지금 문경시는 경쟁력으로 30위권 이내로 진입했다. 자치단체의 재정이 뒷받침되니 문화와 예술도 살아난 것 같다.- 인구 8만이 채 되지 않는 중소도시에서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할 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대회가 성공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극복해 내면서 보람도 있었다. 2012년 취임하고 보니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 대회를 44개월 앞두고 있었지만 경기장도 숙소도 심지어는 부지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대회는 유치했으나 시민들의 열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중앙 정부의 예산 편성이 늦어지면서 애를 태웠고 증액된 예산의 분담 비율을 놓고는 경북도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2015 문경 군인체육대회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달리 최소 비용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결과적으로 빚 없는 대회, 시설 관리 문제가 전혀 없는 대회로 세계적인 모범 대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대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18억원이라는 성금을 모아 준 시민지원위원회와 2천명이 넘는 서포터스, 오랜 시간 고생해 준 시청 직원들이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가능하게 했다. 정말 모두 고맙다.- 이동식 숙소 카라반의 인기가 대단했다.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성공에는 카라반 선수촌이 결정적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 지금 코로나 사태로 카라반 캠핑이 대유행인데 그 때 문경 군인체육대회가 계기가 된 것은 아닌가.△처음 대회 숙소로 국군체육부대 연병장에 에어컨과 냉장고를 갖춘 천막을 설치하자는 안이 나왔다. 그러나 세계 대회에 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민하던 중 대회 8개월을 앞두고 카라반이 전광석화처럼 머리에 떠올랐다. 즉시 업무추진기획단을 새벽에 출장 보냈다. 1채당 2500만원짜리 카라반을 임차료 1000만원을 주고 350채를 들여와 대회 기간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카라반 이동식 숙소는 모두가 만족했고 세계적으로도 크게 히트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매각했더니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남으면 경북도와 문경시에서 구입하는 방안까지 마련했으나 기우였다.- 서울에서 문경 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문경이 우리나라 철도 교통의 중심지가 된다고 했다. 문경의 내일을 어떻게 전망하나.△(철도 이야기에 고윤환 시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철도망이 그려진 지도 앞에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수도권에서 문경까지 연결되는 중부내륙철도가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김천에서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이 2028년 준공 예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산에서 아산과 울진을 잇는 동서철도가 지나고 중부내륙고속철도가 개통되면 대한민국 중심을 지나는 새로운 경제축이 만들어질 것이고 문경이 그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면 문경은 새로운 물류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문경시는 그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1시간 남짓이면 문경에 도착한다. 지금 주말이나 노후를 문경에서 보내려는 많은 서울 사람들이 앞 다퉈 문경 지역에 별장을 짓고 있다. 맑은 공기와 청정한 먹거리 등 문경에 매료된 서울 시민들에게 문경이 제2의 정착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물류의 중심은 어떤 콘셉트이며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나. 교통망이 좋아지면 문경은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문경 인구나 경제가 오히려 서울로 빨려 들 역작용도 있지 않나.△그런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문경읍 마원리 일대 35만7천㎡ 부지에 788억원을 투입해 문경 역세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기업과 공공기관, 문화, 관광, 주거가 결합된 새로운 상권을 구축하려고 한다. 특히 이 사업은 다른 도시의 역세권 개발과 달리 입주업체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해 개발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사업 성공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물류단지 구상은 문경역 역세권의 입지 조건과 우리나라 경제 트렌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면 물류단지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또 문경새재를 비롯한 단산관광모노레일 에코렐라 등 자원을 활용한 관광서비스 산업과 봉암사 문경세계명상마을, 고요아리랑 민속마을, 성필립보 생태마을 등 치유공간, 정주욕구를 채워줄 전원 휴양마을 조성으로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머물고 싶은 관광지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니 문경이 서울로 빨려 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인구 문제는 국가적 대사가 됐고 지방소멸은 자치단체들의 절대 명제가 됐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경시의 대책은 무엇인가.△우리나라는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추월하는 데드크로스가 시작됐다. 문경시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한 때 16만명까지 기록했던 문경이 1980년대 폐광과 함께 인구 감소 위기를 겪고 있다. 문경은 이 위기를 귀농·귀촌·귀향의 활성화와 새문경 뉴딜정책-모듈주택 공급 사업으로 극복해내고 있다.모듈주택 사업은 귀농과 귀촌을 고민하고 있지만 집 구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해 농촌에서 살아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귀농 귀촌에 대한 실패 확률을 줄이고 안정적 정착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문경을 찾는 이들에게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고 시골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폐가나 빈 집을 정비함으로써 지역에는 주거 환경 개선과 지역경기 활성화 등 1석 3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청년일자리 사업을 통해 매년 100여 명의 신규 일자리를 지원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고용유지를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펴고 있다. 지난해 3천500억원 규모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직접일자리만 280명, 간접일자리 3천600명을 창출하게 된다. 또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정년정책단을 통해 많은 청년들이 문경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도 준비해 두고 있다.- 예천 출신으로 문경에서 근무한 적도 없다. 어떻게 문경시장에 출마해 3선까지 하게 됐나.△부산시 부시장으로 있을 당시 많은 사람들로부터 ‘문경 시장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문경지역 인사들은 물론 서울의 향우회 인사들이나 동창 등이 내게 출마를 권유했다. 내가 나서면 아무도 안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출마하고 보니 많은 후보들이 나서서 정말 고생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행정자치부, 인천시청, 부산시청 등에서 근무했지만 늘 고향 문경에 잊지 않았다. 친구들과 문경의 산을 찾았고 경로당마다 찾아 다녔다.고윤환(高潤煥·64)문경중 문경종고 영남대 지역사회개발학과 졸(경제학사) 서울대 행정학석사, 인하대 행정학박사.24회 행정고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국무총리실 과장, 인천시 경제통상국장, 남동구 부구청장. 행정자치부 주민과장. 미국연수(국장급 고위공무원). 행정안전부 국장.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조상 대대로 문경이 고향. 예천 출생이나 문경으로 이사 와서 중 고를 나왔다.막강한 중앙 인맥으로 문경시 국비 예산을 확보해 지역 경제에 활로를 뚫고 지역 민심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다. 단체장으로 3선이면 충분하다며 “그동안 실력 발휘를 못하면 자격 없는 것”이라 말한다. 재임 10년 동안 문경을 기초부터 닦아 놓았다며 ‘후임 시장은 일하기 쉬울 것’이라고 큰소리다. 문경을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로 터를 닦아 놓았으니 이제 쉬고 싶다고./이경우 편집위원

2021-11-29

겨울이 다시 우리 곁에 왔다그를 벗 삼아 일상을 놓는다

본격적인 겨울의 문턱이라는 소설(小雪)이 지나고, 중부 지방엔 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들려왔다.며칠 전부터 부쩍 차가워진 날씨 탓에 옷장 깊숙이 넣어뒀던 두꺼운 모직 코트나 패딩점퍼를 꺼내 입고 출근과 등교를 서두르는 이들이 많아졌다.흐르는 시간은 누구도 멈추거나 건너 뛸 수 없다. 그건 수만 년 이어져온 부정할 수 있는 당연명제다.저 멀리 북쪽에서 불어오는 삭풍은 이제 곧 경북 일대에도 닥칠 것이고, 울긋불긋한 단풍이 떨어진 자리엔 하얀 눈이 쌓일 터.2년 가까이 우리를 괴롭힌 ‘코로나19 사태’의 수난 속에서도 또 이렇게 한 계절이 가고, 다른 한 계절이 오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달 초부터 이른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최근 들어 바이러스 확진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중증 환자 역시 늘어간다는 소식은 그간 억눌렀던 여행 욕구를 발산하려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하지만, 추위와 두려움 때문에 달콤하고 맑은 바깥 공기를 거부하기엔 근사한 경북의 겨울 여행지가 지닌 매력이 너무 크다.조심스럽게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조용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마음속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독자들을 위해 매력적인 풍광과 인문학적 향기가 곳곳에 숨겨진 경북의 여행지 몇 곳을 추천하고자 한다. △청송, 주산지를 돌아보고 김주영 문학의 향기 속으로한때는 ‘경북의 오지’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교통 환경이 많이 좋아진 청송군은 무엇보다 주왕산으로 유명한 도시다.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서 청송의 자연 속을 산책하다보면 왜 그곳이 ‘산소 카페’라고 불리는지 실감하게 되다.톡 쏘는 맛으로 유명한 달기약수로 끓인 삼계탕은 청송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청아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한적한 식당에서 삼계탕과 함께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닭 불고기까지 먹어보기를 권한다. ‘겨울의 낭만이 바로 이것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취재를 위해 아름답다고 소문난 경북의 저수지를 여러 곳 돌아다녔다. 누군가 “그중 손꼽을 만한 저수지가 어딘가”라고 묻는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주산지”라고 답할 수 있을 듯하다.속세에서의 해탈과 번뇌하는 인간의 한계를 다룬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인 청송 주산지는 해마다 전국의 수많은 사진가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적인 공간이다.“조선 경종 원년(1721년)에 인위적으로 만든 농업용 저수지인데, 그 안에 자라고 있는 20여 그루의 왕버들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는 게 청송군의 설명.봄의 주산지는 재론의 여지없이 멋지다. 그러나, 보다 적요한 시기에 내밀한 주산지의 속살을 들여다보려는 이들은 겨울에 이곳을 찾는다.얇게 언 저수지 얼음 위에 눈이 쌓이면 왕버들은 더욱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반긴다. 애틋하고 쓸쓸한 풍경화가 따로 없다.주산지를 포함한 청송은 소설가 김주영의 문학 속 무대이기도 하다. 김주영 작가의 대표작에서 이름을 따온 객주문학관에선 청송이 사랑하는 소설가 김주영 문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들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주산지를 돌아보고, 달기약수를 맛봤다면 조용한 찻집에서 1~2시간 쯤 김주영의 소설 속에 빠져보는 건 어떨지.문학평론가 이경재는 ‘명작의 공간을 걷다’라는 책에서 김주영의 생애와 문학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김주영은 1939년 경북 청송군진보면에서 태어났다.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서라벌예술대학에서 공부한 후에는, 오랜 시간 안동에 있는 엽연초생산조합에서 일했다. 1976년 상경할 때까지 안동 지역의 문인들과 어울리며 ‘안동문학’을 창간하기도 했다. 김주영이 창작한 방대한 문학세계는 도시 빈민들을 다룬 소설, 대하역사소설, 유년기 체험을 다룬 소설로 나눠볼 수 있다. 김주영 문학은 ‘소외된 국외인들인 배고픈 유년, 도시빈민 악동, 과부, 유랑인을 묘사’하거나 ‘의리 이데올로기를 내세움으로써 동양적 전통의 웅자(雄姿)한 남성문학의 전통’을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영양, 고요한 자작나무숲을 즐겼다면 조지훈 생가를 향해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 그래서일까? 때로는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 또한 애써 상대방에 관해 알 필요가 없는 곳에서 며칠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사람은 사람에 기대 살지만, 어떤 순간은 온전히 혼자가 되는 절대고독이 그리운 것 또한 사람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러한 상반된 욕망을 지니고 생활한다.당신은 맵찬 북풍 불어오는 숲 속을 목적 없이 헤매보고 싶지 않은지. 그런 침잠과 고독의 시간 속에서 ‘나는 누구이고, 세상은 무엇인지’라는 형이상학적인 상념에 빠져보고 싶지는 않은지.만약 그렇다면 달리는 차의 방향을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로 돌리면 된다. 거기에 뭐가 있냐고? 자작나무숲이 있다. 자작나무는 얇은 껍질이 종이처럼 하얗게 벗겨진다. 몇몇 연인들은 그 나무에 사랑의 메시지를 새기기도 한다고.영양 검마산 죽파리엔 인공적으로 심어 키운 거대한 자작나무숲이 있다. 2km에 이르는 산책로는 아직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조용하고 비밀스런 여행지란 이야기다. 만약 추위 속에 오지를 헤매는 것이 또 다른 낭만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죽파리 자작나무숲은 더없이 좋은 겨울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숲의 입구까지만 차를 타고,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턴 걸어보는 게 죽파리를 즐기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다녀온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얼마 전까진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았다고 하니, 침묵의 숲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번잡한 일상을 살아온 도시인들에겐 이 또한 선물처럼 느껴질 수 있다.영양은 한국문학사에 우뚝 선 작가가 여러 명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조지훈과 이문열이 대표적이다. 영양 일월면엔 조지훈의 생가와 지훈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자작나무숲의 고요함을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시(詩)의 향기 곁으로 가보자.1920년 영양에서 태어난 조지훈의 본명은 동탁(東卓). 유년 시절엔 한학을 익혔고, 중학교 과정은 독학했다고 한다. ‘문장(文章)’을 통해 등단한 그는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한 우아하고 섬세한 시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그는 경기여고와 고려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이었다. 앞서 언급한 책에서 이경재는 조지훈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조지훈의 삶을 뒷받침한 것은 조선 500년을 이어온 선비정신이다. 조지훈의 고향은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 이곳은 한양 조씨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마을이다. 그의 조상은 이상적인 도학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애쓰다 쓰러진 정암 조광조(1482~1519)다. 조지훈은 일제가 주도하는 신교육 대신 전통적인 유학을 주로 배우며 성장했다. 수백 년간 주곡 마을을 채워온 올곧은 선비정신 속에서 조지훈은 정신의 뼈와 살을 형성한 것이다.”△의성, 아득한 시절 존재했던 조문국의 역사와 만나다풍경과 문학이 행복하게 만나는 공간인 청송과 영양. 취향에 따라서는 시와 소설보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터. 만약 그렇다면 의성군이 적합한 여행지가 돼줄 것이다.의성은 희미한 기록과 기억으로 남은 조문국(召文國)이 있었던 곳이다. ‘두산백과’가 이 나라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들려준다.“삼한시대 초기에 경북 의성군 금성면 일대에서 세력을 형성했던 부족국가로 규모는 소국(小國)이었다. ‘삼국사기’에는 185년 신라 벌휴왕 때 파진찬 구도와 일길찬 구수혜가 조문국을 정벌해 군(郡)으로 삼았다고 기록돼 있다. ‘고려사’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조문국에 대한 기록이 전한다. 금성면 일대엔 조문국 지배자들의 묘로 추정되는 대형 고분들이 남아있다.”자그마치 1천900여 년 전에 존재했던 조그만 국가의 흔적을 되살려낸 곳이 의성 조문국박물관이다. 상설전시와 기획전시가 이뤄지는 박물관에선 신라와는 또 다른 예술성과 미적 감각을 지닌 조문국의 유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그리고, 하나 더. 기자는 지난해 여름 금성면 대리리, 학미리, 탑리리 일대에 흩어져 있는 수백 기의 고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크기를 달리하며 솟아오른 고분이 만들어내는 이채로운 모습은 눈 쌓인 겨울에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 그래서다. 겨울이 깊어지면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여행지가 바로 의성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1-24

경주 문무대왕과학硏, 새 에너지문명시대 열 전초기지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가운데서도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를 성공적으로 운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원자력발전 없는 2050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는 에너지 관련 산업구조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 최대 원자력 집적단지인 경북·경주는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생존권 차원에서도 매우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따라서 그간 정부가 주도해온 탈원전 정책과 최근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원자력의 역할과 그와 연계한 경북·경주의 미래 발전 방향을 재조명해 보고자 ‘2021 경북 원자력포럼’을 마련했다. 23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원자력산업과 관련된 화두들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펼쳤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김호진 경주시 부시장,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 박해준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상일 현대엔지니어링 박사가 주제발표를 진행했다.기조 발표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수석부회장2050년까지 탄소 중립전 세계가 공감대 형성원자력 역할 확대 필수적 현재 세계는 파국적인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낮춰야 하고,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뤄가고 있다. 나라마다 처한 사정이 크게 달라서 구체적 실천사항에 대한 국제적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소비체계에서 탈피해 거의 모든 에너지를 전기(일부는 수소) 형태로 이용하고, 그 전기는 무탄소 에너지원에 의해 생산해야 할 것이다. 무탄소 에너지원에는 태양광, 풍력 등 간헐성 재생에너지, 수력 등 지역이 제한된 재생에너지와 지역 제한이 없고 안정적인 원자력 등 3가지뿐이다. 원전을 자력으로 건설하고 수출경쟁력까지 갖춘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탄소중립시대에 선박을 위시한 물류 이동수단, 대규모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제철업 등 모든 분야가 그 제한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가 없다. 무한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역할 확대는 필수불가결하며,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 원자력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안전성 우려를 완전히 배제한 SMR, 그리고 액체연료기반 소형 동력용 원자로 등의 개발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새로운 에너지 문명시대는 인류의 에너지 불평등을 해소할 것이며, 지구를 넘어 우주 시대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경주에 위치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새로운 에너지 문명시대를 열어가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주제 발표 김호진 경주시 부시장경북의 K-원자력 전략은혁신원자력·원자력수소원전수출·지역상생이 핵심경북은 전국 에너지 수급 중심지역으로, 원자력발전소(총 24기 가동 원전 중 11기) 및 각종 원자력 관련 기관 유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또한 12.5%를 차지하며 증가추세다.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60년간 축적된 원자력 산업샌태계가 붕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하지만 경북도와 경주시는 기존 인프라를 기반으로 원자력에너지클러스터를 조성해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동해안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를 구상해 환동해안권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코자 한다.경상북도의 K-원자력 전략은 4개 분야 12개 과제다. 첫째는 ‘혁신원자력’으로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중수로해체기술원, 방폐물 정밀분석센터 설립을 내용으로 한다. 둘째는 ‘원자력수소’로 첨단원자력융합연구센터, 그린수소생산 실증단지, 원전 상생 국가산단 조성이 내용이다. 셋째는 ‘원전수출’이다.이는 혁신형 i-SMR, 차세대 원자로 수출이 주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는 지역상생·제도개선이 있는데 지역상생 모델개발, 원자력진흥법 개정, 국립 탄소중립 에너지미래관 설립, 서울대 연구소 유치 등을 추구한다.이런 가운데 경주시 혁신 원자력기술의 메카 조성으로 9개 과제를 선정했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발전 △혁신 원자력 연구단지Ⅱ △초임계 CO₂발전시스템 △탄소 자원화 클러스터 △수소에너지 혁신 클러스터 △원자력-신재생 상생단지 △GeV급 양성자가속기 구축 △차세대 극한환경 연구개발 클러스터 △양성자가속기 첨단연구단지가 그것이다. 과제 수행을 통해 경주는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되는 혁신 원자력 기술의 메카로 거듭날 전망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미래 원자력 성장동력 SMR은대형 원전 한계 극복할 먹거리다양한 기술개발로 경쟁력 UPSMR은 대형원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을 있기 때문에 여러 국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종 이상의 SMR이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주요국은 국가에서 초기 개발과 실증단계 위험을 분담하면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개발이 앞선 몇 종의 SMR은 실증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따라서 SMR은 탄소중립의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만이 아니라 신산업의 관점에서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혁신형 SMR(i-SMR)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2028년까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SMR이 설계인가를 마치게 된다.새롭게 개발되는 i-SMR은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는 한편, 재생에너지와의 연계를 위한 출력조절의 유연성도 갖추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해사기구가 요구하는 선박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비해 조선업체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개발을 추진하는 해양용 원자로를 실증하기 위한 다목적 연구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의 대형원전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할 수 경수형 SMR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나트륨이나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새로운 SMR도 시장에 등장하고 있어 치열한 SMR 개발 경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빌게이츠가 개발하는 원자로와 유사한 원리를 갖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와 고온의 열을 생산해 수소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데 강점이 있는 고온가스로를 개발하고 있으며 차세대 원자로인 용융염원자로도 기초연구를 시작했다. 이러한 다양한 기술개발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SMR은 원자력계는 물론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해준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비파괴적 전통 문화유산 보전유일한 수단이자 대체기술우리나라도 국제표준에 참여한국원자력연구원과 문화재 분야 부처 기관(문화재청 등)간의 협력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으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전통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 문화유산의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지리적 배경 등을 쉽고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해오고 있다. 중성자선, 엑스선, 감마선을 이용한 유형 문화유산의 비파괴적 검사를 통해 내부 구조, 구성 성분, 제조 기법 등에 대한 정보 획득하는 것이 그 기술의 핵심이며, 특히 문화재 보존전문가들 요구하는 진단 한계 돌파를 하는 기술들을 순차적으로 제공해오면서 지난 60년간 우리 전통문화유산 보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 문화재 보존처리 역할을 완벽하게 해오던 훈증소독제 메틸브로마이드가 사용금지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유해훈증소독제 메틸브로마이드를 대체해 감마선 소독을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문화재청의 요청에 의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선을 이용한 우리 전통문화 문화유산 맞춤형 소독처리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이를 수행하기 위한 관련 국가규정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방사선만이 비파괴적으로 문화재의 생물학적 손상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대체 친환경 기술로, 프랑스 ARC-Nucleart에서는 1970년대부터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람세스 2세 미아라, 등 문화재의 보존·복원·멸균처리를 수행해왔다. 현재는 유럽, 미주 국가뿐만 아니라 브라질, 이란, 우크라이나로 확대돼 22개 국가에서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해 우리나라도 국제표준에 참여해 이들 국가와 함께 인류공동문화유산 보존에 이바지하려 하고 있다. 이상일 현대엔지니어링 박사초소형 원자로 활용 그린수소생산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수소생산 상용화에 매진할 터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업의 특성을 살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사회적 움직임에 함께 하고자 한다. 이에 국내외 사업 수주에 있어 친환경성을 우선 고려하며, 신재생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수소에너지는 화석연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 다양한 수소에너지 생산 방식 중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전기를 통해 수전해 방식으로 추출된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한다. 그린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추출되기 때문에 화석연료와 비교하면 고갈위험이 없어 화석연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초소형 원자로(MMR, Micro Modular Reactor)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한다. 수소 에너지의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MMR을 이용한 고온수전해 기술이 필요하다. 고온증기의 생산을 담당하는 MMR은 대형 원자로 발전소보다 작은 크기로 더 높은 온도의 증기를 생산하기에 경제적 가치가 높다. 또한,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해 방사성 물질의 노출 위험이 거의 없어 안전성 또한 우수해 전 세계적으로 그린수소 기술 개발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캐나다에서 MMR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경상북도, 포스코,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의 기관과 ‘원자력 활용 그린수소 생산 기술 개발 MOU’를 체결하는 등 국내외 그린수소 및 MMR 시장을 선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외 실중 사업을 적극 추진해 MMR 전력생산 및 수소생산 기술의 상용화에 기여할 계획이다./전준혁기자

2021-11-23

뚝심 하나로 자수성가한 빈농 출신 기업인 권영훈

기업인. 일자리를 창출해서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그래서 나라 경제를 살리는 사람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에 장인정신을 갖고 또 늘 혁신해야 한다.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학생들의 무거운 책가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뛰어든 사물함 사업이 35년 만에 종합가구기업으로 성장했다. 환경을 생각하고 국민 건강을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기업 휴코스의 권영훈 회장. 그의 인간과 기업에 대한 소신은 분명하다.“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 정직은 기본이다. 그리고 효도해야 한다. 그것이 인륜이다. 인륜이 돼 있어야 개인도 그 기업도 성장이 있다.” - 휴코스는 안동에서 교구 사업으로 성장한 가구업체다. 어떻게 안동이라는 지방도시에서 전국적인 사물함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안동에서 역무원으로 일할 때 휴무일이면 아내의 깨알 같은 문방구 물품 정리를 도왔다. 그때 안동여고 서무과장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내가 하는 일을 보고는 ‘학교에 한 번 가봐라’고 했다. 교실에는 학생들의 책가방과 참고서, 도시락 등 수많은 개인 물품들이 저마다 박스에 담겨 있었다. 사물함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왔다.때마침 신문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척추측만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당시에는 모든 학생들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시대였고 이 짐을 벗어나게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운명처럼 머리를 짓눌렀다. 과감히 직장을 떨치고 나왔다.- 특별한 기술이나 계획이 있었나. 당시 직장을 팽개치고 사업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인데.△그렇다고 기술도 계획도, 판로도 없었다. 단지 사물함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사업에 자신감을 갖게 했다. 그리고 학교 사물함을 만들기 시작했다.전국을 발로 뛰면서 판로를 개척했다. 처음엔 학교에서 사물함 주문을 받아 외주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브로커도 있었다. 주문했다 계약금을 떼이고는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는 버릇도 배웠다. 그러다가 대구의 한 공장이 부도가 나서 전화요금을 내지 못한 것을 대납해주고는 내가 인수했다. 안동에서 계속 사업하기에는 한계를 느끼고 대구로 진출했다.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이었다.국가나 경제를 위해서가 아닌, 오직 자라나는 청소년의 건강을 위한다는 것. 그것이 결국 나 자신의 사업이 됐다.- 사물함에서 시작해서 지금 휴코스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보니 종합가구점 같다. 얼마나 많은 제품을 제작하고 있나. 또 경쟁업체는 중소기업인가 대기업인가.△사물함과 의자 책상 교탁 청소 비품함 급식테이블 등 학교 교구에서부터 사무용 가구 및 일반 가구 등 50여 품목에 개별 아이템은 1300여 개가 된다. 지금은 자체 연구소에서 침대 메트리스도 개발중이다. 사물함 제작은 전국 1인자임을 자부한다. 35년 된 종합 가구업체로 이제는 대기업들이 모두 경쟁자다.- 사물함을 학교에 단체 제작하면서 사업이 확장된 것 같다.△처음에는 학생들 자부담으로 사물함을 제작했는데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없애기 위해 어려운 학생은 내가 부담하기도 했다. 정부 예산으로 제작하기 위해 학생들의 휘어진 척추 X레이 사진을 노동부와 교육부에 보내면서 진정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2년이 지난 뒤에야 조금씩 예산이 책정되기 시작했다. IMF 전에 대구시교육청의 예산으로 사물함을 제작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남겼다. 덕분에 성서공단으로 이전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회사명이 바뀌고 사훈도 바뀌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회사 초창기에는 ‘마음’이 중요했다. 마음이 바로 서야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것 같았다. 영일교구일 때는 ‘정직한 마음, 성실한 마음, 창의적인 마음’을 사훈으로 했다. 회사의 틀이 잡히고 나니 창조하고 혁신하고 열정이 있어야 했다. 2014년 달성 테크노파크로 이전하면서 회사명을 ‘휴코스’로 바꾸고 사훈도 바꾼 것이다.사명 휴코스는 Human Comportable System furniture의 머릿글자다. ‘생각을 만드는 가구’가 거기서 나왔다. 생각하지 않으면 개인도 기업도 성장할 수 없다. 회사 연구실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성의 새 제품을 구상하고 상품화 하고 있다.- 평소 사원들에게 사훈 외에도 특별히 강조하는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대답보다 먼저 ‘권효가(勸孝歌)’가 새겨진 탁자 위 유리판을 가리킨다.) 정직과 효도다. 정직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강조해 왔던 생활신조이기도 하다. 정직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그릇된다. 효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을 말하는 거다.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하고 그것은 바르게 사는 것이며 그 출발은 효에 있다. 효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다른 것은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것이 개인 생각이다.- 사회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학생들의 책걸상이나 가구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사용자들의 주문에서 어떤 변화를 알 수 있나.△편안함과 기능성을 요구하면서 환경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는 것 같다. 학생들은 체격이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덩치는 커졌지만 속은 ‘무르다.’ 의자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서 체격에 맞출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많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졸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잠자는 학생들을 위해 서서 수업 받을 수 있도록 높이 조절용 책걸상을 보급하고 있다.- 최근 휴코스의 기능성 식탁이 조달청에서 우수제품으로 선정됐다는 자랑을 들었다. 부설 연구소의 개발 작품인가. 휴코스의 연구 개발 실적은?△그렇다. 연구 개발이 기업 발전의 핵심이라는 생각으로 연구소에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서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다. 식탁과 일체형 의자는 전국 14개 회사 제품이 출품해서 휴코스 제품만이 우수제품으로 선정됐다. 청소할 때 식탁 위에 의자를 올려놓지 않고도 의자가 들리는 일체형 식탁으로 식탁과 의자를 별도로 사용하는 것보다 공간 활용과 기능성에서 우수하다. 대장균 등 항균 기능을 가진 상판을 사용하여 위생까지 모두 챙기는 효율성을 갖췄다.이 제품은 한국발명품진흥원으로부터 우수 발명품으로 인증 받았다. 우리 회사는 스툴의자 일체형 테이블 구조체로 조달청 우수제품에 선정되고 우수발명품으로 지정되었다. 가구에서 연결구를 이용한 조립식 가구와 친환경 항균 시트 등 6개의 특허와 각종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혁신적 제품을 개발해 내야 기업이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가구에서 친환경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옛날에는 원목가구를 썼으나 지금은 가공합판을 이용한다. 가공합판의 본드 냄새는 조달청의 인증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해롭다. 인간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해주기 위한 가구라면 무엇보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비싸지만 친환경 인증을 받은 자재를 사용하고 제작 과정에서도 친환경 인증에 필요한 공정을 지켜 친환경 인증 확인 후에 납품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떤 정당의 대선 후보가 주 4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노동 현장에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현장의 반응은 어떤가.△주 4일 근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데 현장 실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 같다.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지 사업을 하는 기업인으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근로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제 시행으로도 얼마나 힘 드는지 말 못할 지경이다. 근로자들조차 잔업이 많은 다른 회사로 가려 한다. 그들에게 생산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현실과 맞지 않은 듯하다.- 사업장에서 상급자의 갑질이 자주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도 사용자의 갑질이 언론에 등장했다. 권 회장의 개인적 생각은 어떤가.△세상이 변했다. 시세에 따라야 하고 모두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그런 일을 시키려면 그만큼 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한다. 사업장에서는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특히 사용자는 업무상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 나이에 비해 올드해 보인다. 평소 외부활동에서도 근엄하게 대하는 편인가.△호적보다 실제 나이는 더 많다. 교구 사업의 특성상 교장이나 서무과장을 상대하면서 감색이나 검정색 양복을 입었고 넥타이도 어두운 색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저절로 나이가 더 들어 보이기도 할 것이다. 역무원으로 9년 간 근무하면서 제복이 체질이 된 탓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작업 현장에서 직원들을 엄하게 대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나 작업 효율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올드하게 보일지 몰라도 생각은 늘 혁신을 강조한다.- 기업인으로서 사회 기여나 기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실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맨 투 맨(man to man)’ 식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달성군 노인복지관에 사물함을 기증하기도 했다. 나 자신 봉사단체의 전국 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단체의 활동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일본과 합의한 위안부 문제를 현 정부에서 뒤집었다. 그 뒤에 보니 여성단체가 있었고 그 순수성을 의심받았던 것도 그런 이유 중 한 사례라고 본다.- 기업인에게 성공은 어떤 의미인가, 스스로 성공했다고 자부하나.△공직자는 때가 되면 승진해야 하듯 기업인도 사업을 벌였으면 열심히 노력해서 인정받아야 한다. 개인적인 성공보다도 기업인은 정말 애국자라고 주장하고 싶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니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기업인에게도 권리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제발 그들이 일 할 수 있도록 자꾸 건드리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권영훈(73)안동 풍산에서 빈농의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산 넘고 강 건너 30리 길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 졸업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 누나가 사는 부산으로 가서 영도고를 다녔다.졸업 후 국제화학에서 쇳덩이 가마를 분해 조립하는 불덩이 속에서 4년 근무하다 철도청 안동역에서 고용직으로 입사해 정식 역무원이 됐다.9년 만에 안동역에서 나와 학교 사물함 제작에 뛰어든다. 1986년 교구를 제작하는 영일교구사를 설립했고 주식회사 영일교구에서 휴코스로 사명을 바꿨다. 가구 제작 경력 35년째인 모범 장애인 기업이다. 일에 몰두하다 건강을 해쳤고 사업은 성공했으나 청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청각장애를 얻었다.호적은 실제보다 3년 늦다. 겉은 투박하고 올드해 보이지만 제품 개발과 기업 경영에는 혁신을 강조하는 경상도 사나이. 뚝심 하나로 기업을 일으켜 세웠듯 일에서만큼은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정신의 소유자이다./이경우 편집위원

2021-11-22

포항의 철이 빚어낸 예술… 영일만의 하늘을 담다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 워크’가 영일만 관광특구 중심지인 환호공원서 지난 18일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포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포스코의 Park1538, 역사관, 제철소 야경, 포항 1고로 박물관 등 포항의 새로운 문화콘텐츠와 연계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함은 물론 향후 해상케이블카 사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지역 사회를 재생시키고 활기를 불어넣는 조형물 또는 공공 예술작품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영국 북부의 게이츠헤드 사례를 보면 이러한 점을 잘 알 수 있는데, 한때 몰락한 탄광촌이었던 게이츠헤드는 전쟁피해와 산업쇠퇴를 겪으며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던 절망적인 도시였다. 그러나 안토리 곰리의 거대 조형물 ‘북방의 천사’ 설치 후 쇠락한 탄광촌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명품 문화 관광도시로 탈바꿈해 서비스업을 부흥시키고 도시 재생에 성공했다.지난 2001년 포스코가 200억원을 기부해 조성된 환호공원. 아름다운 해안선과 일출 그리고 포스코 전경을 즐길 수 있어 지역 주민들로부터 이미 큰 사랑을 받아 온 이곳에서, 새롭게 들어선 ‘스페이스 워크’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국내 공공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최근 전세계적으로 조형물 등 예술작품의 추세를 보면 사람들이 예술을 평행적으로 읽고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입체적인 경험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스페이스 워크’ 역시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작품 위로 직접 올라가 계단을 거닐며 작품과 교감하고, 시각을 넘어 촉각 및 청각 등을 통해 작품을 실제 체험함으로써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는 무척이나 특별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체험형 작품인 셈이다.무엇보다 작품 기획단계부터 완공까지 작품의 예술성 확보를 위해 추진한 프로세스는 기존 공공미술 추진방식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포항제철소, 죽도시장, 해맞이공원 등 각종 명소를 방문하며 포항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향토사학자 등을 만나 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조형·건축·미술 분야 권위 있는 전문가와 포스코, 포항시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작품을 디자인했다.이같은 공론화 과정은 청계천 상징 조형물처럼 아예 해외 작가가 한국에 와보지도 않고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2년 7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지나오며 지속적인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착실히 밟아온 ‘스페이스 워크’의 사례는 타 지자체 조형물 설치 시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의 역량과 기술력이 집약된 작품작품 그 자체에만 집중하더라도 스페이스 워크는 뛰어난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100% 포스코 강재로 제작된데다 포스코 기술연구소와의 협업을 거치며 엔지니어링과 예술적 요소가 융합된 작품이 됐다. 해안가라 부식위험이 높은 포항의 지리적 특성은 물론 포항의 강풍과 지진을 고려해 부식되지 않는 다양한 재료를 검토·연구한 끝에 일반 스테인리스강(304, 316 등)보다 부식에 월등히 강한 스테인리스 329J3L이라는 고가의 재료를 조형물에 적용했다. 또한 철을 소재로한 비정형 조형물이라는 점에서 오차를 최소화하고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과 설치 과정에서는 MEP(mechanical, electrical and plumbing/기계, 전기 및 배관) 레이아웃 솔루션, GPS 및3D 스캐닝 검측, 초음파 비파괴 검사 등 첨단 장비와 포스코의 전문 인력이 참여했다.특히 체험형 조형물로서 안전을 최우선하기 위해 땅밑으로 조형물을 지지하는 25개의 기둥이 모두 연결돼 있고, 이렇게 연결된 기둥은 조형물 전체를 114개 마이크로파일을 활용해 암반에 고정시킴으로써 국내역대 최대 규모의 태풍이 와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됐다. 즉 스페이스 워크는 역대 최대 규모 태풍 강도를 고려해 기본풍속 40m/s, 설계풍속 67m/s으로 설계했고 리히터 규모 6.5 이상의 강진에도 붕괴되지 않는 내진 설계가 적용됐다.체험형 예술작품으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파트 하나하나를 조각품 다루듯 수작업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작품의 계단도 예술품으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 디자인에 신경을 쓰며 제작했고, 맑은 날 햇빛을 받으면 아름답게 빛나도록 수작업으로 가공했다.더욱 놀라운 점은 3차원으로 휘어지고 뒤틀려 있는 비정형 형태의 대형 구조물을 오차 없이 안전하게 설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포스코는 333m의 초대형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를 제작하면서 시작 지점과 끝 지점 오차를 겨우 0.5㎝ 이하로 시공 완료하는 기술력을 보였다는 것이다.□ 작품의 예술적 특징작품의 예술적인 특징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페이스 워크는 기존에 관람객이 바라만 보던 작품, 만지면 안되는 작품이 아닌, 직접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예술과 관람객이 하나의 풍경이 되는 체험형 조형물이다. 트랙 위를 천천히 걸으면 마치 신선이 된 듯 구름 속을 산책하는 과정에서 스페이스 워크라는 제목처럼 마치 무중력 상태의 공간 속,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스페이스 워크는 멀리서 보면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며 ‘빠른 속도’라는 이미지가 그려지지만 실상 작품 트랙 위에서 관람객들이 경험하는 것은 ‘작품을 따라 느리게 걷는’ 나의 신체와 공간의 관계, 느림의 미학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 장치는 스페이스 워크의 중요한 미학적 개념인 ‘시간의 상대성’을 드러내며, 철로 그려진 우아한 곡선과 밤하늘을 수놓은 조명은 철과 빛의 도시 포항을 상징한다. 특히 작품 위에서 360도로 개방돼 있는 풍경을 바라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전경이 탄성을 자아낸다.스페이스 워크는 디자인 제안 때부터 환호공원에 살포시 내려앉은 구름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클라우드(Cloud)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데,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의 애니쉬 카푸어의 작품도 콩을 닮았다고 해서 ‘빈(Bean, 콩)’이라는 애칭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해외 유명 작품의 경우 종종 정식 작품 제목과 닉네임(애칭)이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또한 조형물 중앙에 있는 원형 루프는 올라갈 수 없으며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의도된 불편함을 통해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과 되돌아가는 수고로운 행위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에 대해 경험할 수 있다”고 디자인 의도를 설명했다. 아울러 올라갈 수 없는 루프에 대해 작가는 “유토피아를 상징한다”며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곳, 볼 수 있지만 만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갈망과 도전, 실패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무한한 도전정신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진입계단을 지나 양방향으로 나눠지는 트랙은 반드시 되돌아오면서 결국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예술과 인간, 기업과 시민, 포스코와 포항시의 하나됨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또 조형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2개의 원형이 만들어지고,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공중에서 조형물을 바라보면 2개의 원형이 보이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포항의 대표적인 설화인 연오랑 세오녀의 오마쥬”라고 말했다. □ 시민과 지속적인 호흡작품의 설치가 끝은 아니다. 포스코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 Open Day 행사를 열며 시민들의 삶 속에 작품이 녹아들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작품 공개 하루만인 19일 스페이스 워크 이벤트 광장에서는 ‘스페이스 워크 시민 Open Day’가 열렸다. 스페이스 워크는 포스코와 포항시민의 상생과 화합을 상징하는 작품이기에, 포스코는 Open Day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으며, 행사에는 포항제철소 남수희 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직원과 333팀의 포항시민들이 참석했다.이날 포스코의 재능봉사단은 각종 이벤트를 주최하며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포스코의 캘리그라피, 붓글씨 재능봉사단은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글귀를 선물했고, 풍선아트 봉사단은 스페이스 워크를 상징하는 다양한 풍선 아트를 제공했다. 또한 사진 봉사단은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을 위해 기념사진을 촬영해줬으며, 사랑의 붕어빵 봉사단은 따듯한 투어가 될 수 있도록 붕어빵을 나눠주며 추억 거리를 선사했다.바로 옆에 위치한 환호공원 무대에서는 포스코 문화예술봉사단 주관으로 음악회가 열렸다. 포스코 풍물봉사단, 클래식 기타 동호회와 지역 음악 동호회인 꿈틀로 중창단, 포항다소리세오녀 합창단 등의 단체들이 무대를 꾸몄다. 색소폰 연주, 하모니카 공연, 가요 중창 등 수준 높고 다채로운 공연으로 행사 내내 관람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과 다양한 선물, 그리고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하는 스페이스 워크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놀이공원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포항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건립하고 오늘의 즐거운 행사를 마련해 준 포스코에 감사하다”며 “경관이 너무 좋아서 개인적으로도 자주 방문할 것 같고, 포항 시민들과 관광객들도 이색적인 체험을 위해서 많이 방문할 것 같다”라고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21-11-21

고령, 에너지복지 사각지대 없는 행복도시 만든다

오늘날 에너지 관련 정책의 핵심은 편의성과 친환경성의 추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21세기 주요한 시대적 과제의 하나이기도 하다.지난 시절처럼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자칫 미래세대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사용에 관한 인식의 변화가 오고 있는 과정이다.인간이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에너지.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환경 오염과 공해 발생을 줄일 수 있을지 정부와 관련 학자들은 고민하고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역시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추세다.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도시가스의 공급 확대와 전기차 보급, 여기에 태양광과 지열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이 어느 도시 할 것 없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고령군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4개의 주요 에너지 복지사업 진행 중인 고령군먼저 효과적인 에너지 복지 정책의 중단 없는 추진으로 ‘더 큰 고령, 군민이 행복한 고령’을 만들려는 노력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도시가스 공급 확대를 들 수 있다. 대가야읍과 다산면 도시가스 공급 확대가 그 중추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가스시설 개선사업이다. 관련해서 마을 단위의 LPG 배관망사업과 소형 저장탱크 보급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원활한 사업 추진 속에서 융복합 지원사업, 지역 지원사업, 건물 지원사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고령군은 주택 보급사업과 사회복지시설 냉난방기 보급사업에도 노력하고 있다.고령군에선 전기자동차의 보급도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 전기자동차 운행에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 설치 작업도 착착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다.이것들을 종합하면 고령군은 306억 원의 사업비 예산을 투입해 도시가스 공급확대(115억 원), 가스시설 개선사업(63억 원),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88억 원), 전기자동차 보급사업(40억 원) 등 에너지복지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편의성과 환경친화성을 중심에 두고 누구나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행복도시로 고령을 만들려는 노력들. 이러한 일련의 사업은 편안하고 안정적인 정주 여건을 만들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아래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고령군의 에너지 복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가스 공급 확대로 정주여건 개선 효과까지천연가스로도 불리는 도시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누출되더라도 대기 중에 쉽게 확산돼 화재 등의 사고 위험성이 매우 낮다.또한, 배관을 통해 가스기기까지 공급되기 때문에 별도의 수송 수단이나 연료 저장시설이 필요 없고, 타 연료에 비해 연소성과 열효율도 높다. 바꿔 말하면 에너지 절약에 기여하는 경제적인 연료라는 말이다.고령군은 올해 사업비 12억 원으로 현재까지 475세대에 도시가스 신규 공급을 했고, 연말까지 600세대 정도에 새롭게 도시가스를 공급하게 된다.민선7기 공약사업인 도시가스 공급 확대 목표는 1천710세대였다. 현재는 2천171세대에 공급을 완료함으로써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것이 군청의 부연이다.지금도 도시가스를 원하는 주민들은 적지 않다. 그런 이유로 이 사업은 계속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령군에선 현재 도시가스가 총 5천700여 세대(대가야읍 3천세대, 다산면 2천700세대)에 공급되고 있다. 이를 통해 타연료에 비해 30~50%의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고 있으며, 정주여건 개선으로 주민의 타지역 이탈도 방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당연한 수순처럼 주민들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가스 공급시설 확충으로 저렴한 에너지 사용 환경 조성마을 단위 LPG 배관망사업은 쌍림면 하거2리 마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개 마을의 사업이 준공됐다. 올해도 12억 원의 예산으로 쌍림면 귀원리(125세대)에 사업을 추진해 12월 중 준공 예정이다.내년에는 우곡면 도진리(99세대)에서 사업을 추진해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마을에서도 도시가스처럼 저렴하고 안전한 LP가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고령군의 복안이다.여기에 가스 안전을 위해 마을 노인회관 25곳에 소형 저장탱크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거주하는 3천400여 세대에 고무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타이머콕이 보급된 집도 3천500여 세대를 넘겼다.올해는 대가야읍과 쌍림면에서 LP가스시설 안전점검 대행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2022년에는 점검 대상을 고령군 전체로 확대하는 등 보다 안전한 고령을 만드는데 적극 노력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신재생에너지 보급은 정부 방침에도 부합하는 사업고령군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사업비 59억 원으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을 추진해 700여 세대에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태양열, 지열)를 보급했고, 주택 지원사업으로도 300여 세대에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있다.이는 가구당 월 4만~5만 원 가량의 전기료와 난방비 등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관공서, 마을회관, 경로당 164곳에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해 효율적인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마을회관 경로당 44곳에 고효율 냉난방기를 설치했고, 이 사업은 내년에도 이어져 17곳에 효율 높은 냉난방기를 설치·지원할 계획이다.사업의 효과는 실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태양광을 설치한 마을 주민들은 “매달 5만~6만 원의 전기요금을 내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본요금만 부과돼 월평균 5만 원의 전기요금이 절약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군청은 “주민들이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다”며 “앞으로도 중단 없는 사업 추진을 통해 많은 주민들에게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의 설치를 지원함으로써 코로나 등으로 어려운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앞으로도 고령군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방침과 그린 뉴딜 정책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을 적극 검토·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군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진행한다는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전기차는 경제성과 함께 환경보호에도 효과전기차는 무엇보다 경제성이 뛰어나 구입하는 군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 환경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고령군은 현재까지 4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 전기자동차 196대(승용 90대, 화물 104대)와 이륜차 20대를 보급했다.이 사업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26억 원의 예산으로 전기자동차 143대(승용 63대, 화물 80대)와 이륜차 50대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인 것.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현재 23곳을 운영 중에 있고, 올해 중으로 5곳이 추가로 설치돼 운영된다.앞서 말한 것처럼 전기차는 배출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대기 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차량인 것이다. 정부 보조금 지급으로 구입비 부담도 낮다. 연료비 등 유지비 역시 내연기관 차량의 절반 수준이기에 앞으로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이와 관련해 곽용환 고령군수는 “우리 군의 에너지 복지사업은 군민들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에너지 복지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해 누구나 살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로 고령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이처럼 다양한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령군의 에너지 관련 정책과 사업은 21세기형 행복도시를 만드는 길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향후 고령의 변화와 발전 과정이 주목된다./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1-11-17

정치인은 후손들이 잘 사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를 냉정하게 직시하면서도 언제나 미래를 내다보는 데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일은 방송과 광고가 다르지 않다.MBC 대구문화방송으로 지역에 TV방송 시대를 열었고 TBC대구방송 초대 사장으로, 또 안동MBC사장으로 지역 언론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21세기 ICT 시대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움직이는 변태석 BB 커뮤니케이션스 회장.“어려운 시절을 겪어봤다. 후손들이 잘 사는 미래를 물려줘야 한다.” 절제와 자기관리를 브랜드로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그의 바람이다. “나라가 잘 돼야 한다. 정치인이고 경제인이고 언론인이고 모두가 미래를 걱정해 줬으면 좋겠다.” - 지금 지역 곳곳에서 재개발과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분양광고도 많을 텐데 광고업은 어렵다고 그런다. 언제나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미디어산업이 다매체 시대여서 어려움이 더한 것 같다. 지금 상황으로는 미래조차 불투명하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또 다르다. 대구에 대형 아파트 건설이 잇따르고 있지만 서울의 대형 건설사들이 광고업체까지 패키지로 데리고 내려와서 지역 광고업계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역에 대형건설 사업이 일어나도 돈은 모두 서울로 빠져나가니 지역 경기도 더욱 어려워진다. 대형 건설사가 지역 협력업체를 50% 이상은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대구시와 구청에서 지역 업체의 참여를 일정 부분 강제하는 제도를 확실하게 행사해 줬으면 한다.- 대구MBC가 범어동 사옥을 처분하고 지난 9월 욱수동으로 이전했다.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안다.△대구MBC가 대구시 체비지를 사서 중앙로 사옥을 수성구 범어동으로 이전했던 것이 1973년이다. 당시 대구MBC의 경영진들은 물론 대주주였던 쌍룡그룹 관계자도 반대했다. 어렵게 대주주였던 당시 쌍룡그룹 김성곤 회장을 현장에 모시는 기회를 만들었고 김 회장의 결단으로 부지 매입이 성사됐다. 그 자리가 범어동 1번지였고 그 거리가 MBC네거리가 됐다. 대구법원청사와 함께 수성구 시대의 중심으로 수성구 발전을 견인했던 대구 역사의 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대구 MBC를 떠나 안동으로 가면서 ‘나 죽으면 이 자리를 한 바퀴 돌아서 묻어달라’고 공개했을 만큼 애정이 담긴 곳이다. 지켜줬으면 하는 개인 욕심인데, 참으로 섭섭하다.- 대구MBC 설립 멤버였다. 당시 언론계의 방송사 현황이나 광고시장의 분위기는 어땠나.△대구를 비롯해 부산 대전 광주 제주에 TV방송국을 설립하라는 오더가 내려왔다. TV수상기도 없던 시절이라 ‘누가 본다고?’ 하는 회의론 속에 장소 물색에 나섰지만 대구시내엔 방송국이 들어설 만한 제대로 된 건물조차 없었다. 새로 건설하던 대구백화점 건물에서 영남TV 방송을 개시했다. 흑백TV 수상기조차 보급되지 않았던 때라 광고가 있을 리 없었다. 직원 월급날이면 은행에서 방송 기계를 담보로 돈을 빌려 해결했다. 그랬는데 6개월 만에 광고가 들어오더라. 마침 구미에서 삼성전자와 금성사(LG 전신)에서 흑백TV를 생산했는데 방송이 나가면서 수상기가 팔리기 시작한 거다. MBC라디오와 통합해서 대구문화방송으로 거듭 났고 1년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마치 모두가 반대하던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던 상황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이 시기 구미와 창원 포항 등에 공단이 들어섰으니 우리나라 산업화의 씨앗을 뿌렸다는 자부심이 생기더라.- TBC대구방송 초대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TBC의 안정적 경영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듣는다.△다매체 시대 방송의 어려움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아직 TBC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립 당시 대구MBC보다 타이트한 규모를 지향해 적은 인원으로 출범했다. 그리고 안동과 구미 포항에 무인중계소를 만들어 경북지역까지 방송 영역을 확장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MBC 시절의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언론인으로 내세울 만한 업적이나 자랑거리를 든다면 첫 번째로 꼽는 것은 무엇인가.△TBC를 개국하고 나서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업무관련 금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 해 추석 지역 유명인사가 봉투를 들고 직접 찾아와 돌려보내는데 애를 먹었다. 회사를 꼭대기부터 지하실까지 구석구석 직접 안내하면서 TBC를 소개하고 회사 입장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창사 기념품을 챙겨 주차장까지 가서 배웅했다. 성의를 거절했다며 ‘너희가 뭔데’ 라는 역풍을 맞게 될까봐 조바심 났다. 직원들이 따라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개인 경력이 화려하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여러 전력을 거쳤지만 역시 언론인이다. 5·16장학회와의 인연으로 MBC 문화방송의 설립부장으로 시작해서 대구문화방송 상무와 안동문화방송 사장까지 지냈고 TBC대구방송 초대사장을 지냈다. 대구경북언론인회의 전신인 달구벌클럽을 설립해 회장을 맡았고 지금도 아시아포럼21 이사장을 맡고 있다. TBC대구방송 사장 임기 1년 반을 남겨두고 지금의 광고회사 BB를 만들었다.처음 대학을 나와 상주고에서 화학과 물리과목 교사를 2년 남짓 했다. 당시 취직할 기업이라야 한국은행이나 철도청 정도였고 대학에서 제조화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언론사 말고는 대구MBC 사우회와 재구상주향우회도 만들었다. 경북신용보증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것은 당시 이의근 경북도지사의 간곡한 권유 때문이었다.- 지금 광고기획사 BB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광고회사 경영이 특이하다. 사원들에게 회사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뜻인가.△회사는 사원들의 것이다. BB는 거송기획을 인수해서 1997년 재출범한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회사다. 이 회사의 영업권과 주식과 장비 일체를 직원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현금 1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유동자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마 내년쯤이면 이 약속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고향 상주에도 많은 애정을 갖고 있더라. 개인적으로 기여를 했고 수많은 포상과 감사패를 받았던 것으로 안다. 의미 있게 생각하는 상은 어느 상인가.△고향 상주시 내서면 서원리 주민들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또 공로패도 받았다. 고향 밤원체험마을에 농촌 체험활동과 힐링을 할 수 있도록 토지를 기부했다. 고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 실천이 고향 사람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을 때 정말 보람을 느꼈다. 상주시장으로부터 상주시민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대구경북언론인회가 시상하는 대경언론인상 제1회 특별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언론인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현재 후배 언론인들을 위해서도 기부를 하는 등 많은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물론 언론인회의 상도 의미 깊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 해 대구경북언론인회와 대구경북기자협회 아시아포럼21에 각각 기금을 출연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선배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기부나 개인적 지출은 모두 개인 주머니를 털어서 쓴다. 앞으로도 지역의 언론인들을 위해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하려 한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 나오고 있다. 여당 후보로부터는 친일파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유년기를 보낸 입장에서 코멘트해 달라.△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해방을 맞았다. 매일 아침 등교하면 정문 앞에서 책보를 내려놓고 동쪽 신사를 향해 참배를 하고나서야 다시 책보를 챙길 수 있었다. 노는 시간에 동무들과 우리말로 장난이라도 치다가 일본 선생에게 들키면 어김없이 ‘귀싸대기’를 얻어맞아야 했다. ‘번갯불’이 번쩍했던 그때의 상처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여당 후보 논리대로라면 그 시대 초등학교만 다녔어도 모두 친일파가 아닌가.- 건강에 유별 관심과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나이에 비해 정정하다는 평이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미수(米壽)인데 건강 비법은 무엇인가.△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건강하기 위해 지금도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한다고 자신한다. 자고 일어나면 발목 들기 운동부터 1시간30분가량 움직인다. 젊어서 시작한 골프도 틈틈이 인도어에 나가고 한 달 서너 차례 필드에도 나간다. 75세 때 처음으로 에이지 슈트(age shoot)를 기록한 뒤 여러 차례 에이지 슈트를 했다.집에서 소백산맥 중턱에 있는 하령초등학교까지는 7km나 되는 산길이었다. ‘개다’(일본인 나막신)가 반대편 발 복숭아뼈를 건드려서 개다를 벗고 맨발로 걸었다. 그 훈련이 평생을 건강하게 만든 첫걸음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손수 운전을 해서 다닌다. 4층 사무실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것을 고집한다. 내려올 때는 더러 앨리베이터를 타기도 하지만.- 인생을 마치 살얼음판 걷듯 행보가 진중하고 분명하다. 폭탄주를 들이켠다거나 친구들과 밤 새워 술잔을 기울이면서 세상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그런 낭만의 주인공은 되고 싶지 않았나.△술은 체질에 맞지 않아 마시지 않는다. 그래도 사회생활 하는데 불편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TBC 사장 시절 지역 기관 단체 대표들과 저녁 자리에서 폭탄주가 돌았다. 내가 나서서 ‘폭탄주는 2차에 하고 1차는 주량 껏 권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 뒤로 술은 아예 안 마시는 것으로 치부하니 나도 편하더라. 술 말고도 다른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도 많다.- 운동으로 골프를, 취미로 바둑을 두는 데 실력이 프로급이라 들었다.△사무실에서 원로 언론인들 사랑방처럼 정기적으로 모여 바둑을 뒀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다. 이제 곧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원 중에 프로급 실력자도 있고 내 실력은 아마3급 정도 될 것 같다. /이경우 편집위원 ◇변태석(86)호 이당(伊堂). 상주 출생. BB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상주농잠. 국립부산수산대 제조학과 졸. 상주고 교사. MBC문화방송 지방방송 설립부장. 대구문화방송 총무국장, 관리국장, 상무. MBC안동문화방송 사장. TBC대구방송 사장. (사)대구경북언론클럽 회장. 계명대 신방과 초빙교수 겸. 경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 지부장(현), 아시아포럼21 이사장(현).이웃집 인자한 할아버지. 그러나 경영에는 냉정했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가는 곳마다 초대 직함을 만들어냈고 그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멘토가 됐다. 영원한 현역 언론인이자 지역 언론계의 대부다.

2021-11-15

오메! 단풍 들것네

특정한 어느 한 곳을 지칭할 것도 없다. 한국의 산 대부분이 ‘가을의 마법’ 단풍으로 절경을 펼치고 있다. 경상북도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의 가혹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찾아온 만추.오래전 미당 서정주(1915~2000)는 요즘과 같은 날들을 아래와 같이 노래했다.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단풍은 ‘초록에 지친’ 산이 붉고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냄으로써 ‘죽고 사는’ 굴레에 갇힌 인간의 유한함과 수천 년 지치지 않고 반복되는 자연의 무한함을 가르치기 위해 우리 곁에 해마다 오는 것일까? 눈이 부시도록 푸른 가을 하늘과 함께.이른바 ‘위드 코로나 시대’가 한국에서도 시작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11월 첫 주말을 이용해 단풍놀이를 즐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 흐름은 이번 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자칫 성급한 코로나19와의 공존 움직임이 바이러스 확진자 증가로 이어져 다시금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그것만으론 2년 가까이 갑갑한 일상을 반복하며 집에 갇혀 지내던 사람들의 일상 탈출 욕구를 제지하기 힘들 듯하다.이런 때일수록 사람이 몰리는 곳에선 마스크를 꼼꼼하게 착용하고, 식당과 카페 등 다중 밀집장소에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자기방어가 필요해 보인다. 그런 태도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사는 현명한 방법일 터. 아름답게 붉은 나뭇잎 아래를 걷는 즐거움봄의 꽃놀이와 여름의 물놀이도 좋지만, 해마다 가을이면 여러 사람을 설레게 하는 단풍놀이는 누구나 기다리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청명한 날씨. 샛노랗고 투명하게 붉은 나뭇잎 아래를 거니는 걸 누가 마다하겠는가.단풍은 “기후 변화로 식물의 잎이 붉은빛이나 노란빛으로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런 사전적 정의를 뛰어넘는 게 바로 단풍이고, 단풍놀이다. 지긋지긋한 바이러스 탓에 지난해는 단풍과의 만남을 애써 참아왔으니 올해 바라보는 빨갛고 노란 가을 나뭇잎은 더 반갑고 애틋할 게 자명한 이치.경북의 단풍놀이 명소는 여러 곳이다. 그중 경주시 통일로에 자리한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내 수목원의 단풍은 풍성한 아름다움을 지녔다.산림환경에 대한 조사, 병해충 방제, 임산물 연구 등을 수행하는 기관인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은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한 곳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나무를 심어 잘 관리하고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관광객과 주민들에게 활짝 열려 있는 수목원은 해마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가을날의 정취를 만끽하는 곳이다.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던 나이 지긋한 관광객들은 “마법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나무들을 보면 우리도 저 단풍 든 나무처럼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어진다”며 소리 내 웃었다. 그 웃음이 가을바람처럼 청량했다.단풍놀이는 중년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20대 젊은 연인들도 잘 그려진 수채화 같은 가을 풍경 속에서 도란도란 밀어를 나누며 단풍 아래 한 폭의 그림으로 녹아들고 있었다.“봄날 피는 꽃도 근사하지만, 여름을 이기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단풍 또한 꽃만큼이나 아름답네요. 내년에도 와야겠어요.” 대구 팔공산에서 무르익은 가을과 만나다갑갑한 거대 도시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대구 팔공산 단풍도 내로라하는 ‘한국의 가을 명품’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올해는 예년보다 조금 늦게 찾아온 단풍철이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두산백과’에 따르면 팔공산의 높이는 1천192m. 대구광역시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지점에 솟은 대구의 진산이다.남쪽으로 내달리던 태백산맥이 낙동강·금호강과 만나는 곳에 솟아 행정구역상으로는 대구시 동구에 속하지만, 영천시·경산시·칠곡군·군위군 등 4개 시·군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산.원래 ‘공산’으로 불리던 것이 신숭겸을 포함한 고려의 개국공신 8명을 기리기 위해 팔공산(八公山)이라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산은 보물 제431호 관봉 석조여래좌상으로 유명하지만, 가을엔 여기에 유명세가 하나 더해진다. 순환도로의 단풍 길이 바로 그것.그곳에서 차를 몰아본 이들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동화 속을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소간의 차량 정체도 이 길에선 얼마든지 참을 수 있을 듯했다.팔공산이 선물하는 보너스는 하나 더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단풍 역시 절경 중 절경. 지난 주말에도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팔공산이 주는 선물에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팔공산을 찾았다면 동화사, 파계사, 부인사, 은해사를 둘러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르익은 가을날 조용한 산사(山寺)를 거니는 즐거움은 비단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놓치기 아쉬운 것 아니겠는가. 청송과 영주, 문경의 단풍도 빼놓으면 아쉬워경북의 단풍 이야기를 하면서 청송 주왕산을 빼놓을 수 있을까? 청송군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보면 군민들이 주왕산에 얼마나 큰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1976년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택리지(擇里志)’의 저자 이중환은 주왕산을 일러 ‘모두 돌로써 골짜기 동네를 이루어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하는 산’이라고 했다.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명소 24곳이 분포돼 있는 주왕산은 한국 3대 암산(巖山)의 하나다.”코로나19가 우리 곁을 찾아오기 전 주왕산 일대는 매년 가을마다 몸살을 앓았다. 찾아오는 가을 손님이 너무 많아서였다. 도로와 주차장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넘쳐났고, 주변 상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해는 그렇지 못했다.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일 것이다. 올해는 꽤 많은 이들이 단풍이 절정인 시기에 청송을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청송에서 태어나 50년을 그곳에서 살아온 기자의 지인은 “절골계곡의 단풍이 주왕산의 백미”라고 추천했다.은행나무는 열매를 떨굴 때 향기롭지 못한 냄새를 피운다. 그러나, 노란 물감을 흩뿌린 듯 아름답게 물든 이즈음의 은행나무를 보면 지난날의 악취는 자연스레 잊을 수밖에 없다.영주 부석사의 은행나무 단풍은 전국적으로도 이름이 높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의상대사가 세운 화엄종 사찰.‘땅에서 뜬 돌’이란 뜻의 절 이름이 이채롭다. 만약 부석사로 단풍놀이를 간다면 노란 수채화를 닮은 풍경 속에서 사찰 명칭에 얽힌 설화도 찾아보면 어떨지. ‘걷기 좋은 관광지’를 말할 때 가장 앞서 이야기되는 문경새재 도립공원. 이곳에도 현란한 색채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문경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의 조령(鳥嶺)이라고도 불린다. 천천히 느긋한 걸음으로 공원을 산책하며 붉고 노란 나뭇잎 속에 숨은 산새를 찾아보는 흥미로운 체험. 문경새재의 한적한 가을날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얼마 전 제주 한라산엔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가을이 왜 이렇게 빨리 떠나버렸지”라며 아쉬워할 시간이 코앞이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환한 빛깔로 우릴 기다리는 단풍과 만나봐야 할 것 같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1-10

궁핍한 땅에 애린과 문화의 씨를 뿌린 이명석

대담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박이득 선생은 이분의 행적은 꼭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再生) 이명석(1904∼1979). 일제강점기, 광복, 분단, 전쟁 등 혼란과 파멸, 궁핍의 시기에 포항에서 애린(愛隣) 정신을 실천하고 문화예술의 씨를 뿌린 분. 1904년 영덕 삼사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 교남학교(현 대륜고)와 일본 간사이(關西)미술원에서 수학했으며, 1933년 포항에 정착한 후 줄곧 포항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 임종석(임) : 포항의 원로들이 옛이야기를 꺼내면 한결같이 이명석 선생을 언급합니다. 이유가 있을 듯합니다.박이득(박) : 그분의 품이 그만큼 넓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자기 한목숨 부지하기 힘든 시절에 가난한 이웃을 보살피며 문화예술의 씨를 뿌리고 키웠으니. 그렇다고 그분이 풍족하게 살았던 것도 아닌데.임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박 : 6·25전쟁 때 포항 시가지가 초토화되고 골목마다 전쟁고아들이 넘쳐났지. 오갈 데 없는 고아들을 불러모아 밥을 먹이고 교육했는데 그 기관이 선린애육원이고 애린공민학교야. 그런 기관을 세우고 뒷바라지하셨지.임 : 고아들 먹일 양식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박 : 이명석 선생은 고아들을 굶길까 싶어 늘 걱정이었지. 미군이 주둔하던 오천 부대를 거의 매일 들러서 C-레이션 같은 먹을거리를 구했어. 미군이 선린애육원을 방문해서 고아들과 어울리고 수도산에 함께 소풍도 갔는데 이런 일도 다 주선했고. 애린공민학교에서 고아들과 성인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지.임 : 나환자를 보살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박 : 나환자들이 천시를 받으며 거리를 떠돌아다녔지.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정착촌을 만들어준 거야. 누가 그런 마음을 낼 수 있었겠어. 나환자촌이 조성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명석의 장남인 이진우(전 국회의원) 형과 한밤중에 나환자촌을 방문한 적이 있어.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늦은 밤의 방문이라 힘들게 길을 찾고 있는데 긴 횃불 행렬이 보이는 거야. 나환자들이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횃불을 만들어 길을 밝혀준 거지. 그들을 만났더니 이명석 선생 잘 계시냐며 안부를 묻고 또 묻더군. 얼마나 고마워하던지.임 :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셨지요?박 : 다들 먹고살기 힘들 때 문화예술 단체를 만들어 예술인들을 격려하고 후원도 하셨지. 포항문화원의 전신인 포항문화협회를 결성했는데 이 과정에서 박인호, 김삼일도 힘을 보탰어. 1952년에 발족한 포항문인협회에도 큰 힘이 되었고, 포항예총의 기반도 닦았지. 포항 문화 행사의 효시인 개항제가 1966년 처음 열렸는데 대회장이 이명석 포항문화원장이었어. 그분의 역할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지. 사회 환경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지만 지역에 건강한 문화예술을 뿌리내려 보자는 열정은 뜨거웠고, 이걸 이끌어준 분이 이명석 선생이지.임 : 당시 문화계 인사들이 청포도다방에서 자주 모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박 : 이육사가 포항의 미츠와(三輪)포도원에 왔다가 ‘청포도’란 시를 구상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 사진작가인 박영달이 문화계 인사들의 사랑방인 다방의 문을 열면서 그 이름을 이육사의 ‘청포도’에서 착안한 거야. 그 다방에서 이명석, 한흑구, 박영달이 자주 어울리며 포항의 예술 시대를 열었고, 나는 그때를 ‘청포도 살롱 시대’라고 부르지.임 : 이명석 선생의 발자취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말씀해주시지요.박 : 지금은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포항시민헌장’을 이명석 선생이 기초했고 손춘익이 완성했어. “대한의 새벽날이 밝아오는 이 고장”으로 시작하는 ‘포항시민의 노래’와 포철공고, 오천중학교 등 10여 개 학교의 교가를 작사하기도 했지. 그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이 깊었어. 여러 사람이 이명석 선생의 감화를 받았는데, 특히 손춘익과 김삼일, 나는 선생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모셨어. 김삼일은 포항 근현대사 100년을 다룬 연극 ‘형산강아 말해다오’를 2014년 무대에 올리면서 이명석, 하태환, 박일천 등 지역에 큰 영향을 끼친 분들의 삶을 다뤘지.1998년 포항 지역 문인들이 뜻을 모아 이명석이 자주 찾던 수도산 덕수공원에 문화 공덕비를 건립했다. 재단법인 애린복지재단(이사장 이대공, 이명석의 삼남)은 이명석의 뜻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부터 애린문화상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재생백일장도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이명석의 일대기를 정리한 단행본 ‘재생 이명석’은 2018년 발간되었다.대담을 마무리하며 포항의 옛 풍경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부분 사라져버린 포항의 아름다웠던 풍경을 선생만큼 실감 나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선생의 수필 한 대목을 옮긴다.물의 땅 영일만과 형산강가에서 자라고 늙어 파파노인이 되어 가는데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자꾸만 고향이 그리운지 모르겠다. 나는 고향에 살면서 나도 모르게 고향을 잃어버렸다. 언제 어떻게 고향을 잃어버린지도 모르겠다.형산강 언덕에 서서 어디를 둘러보아도 내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의 고향이 아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고향은 어디로 갔을까? 형산강 그 푸른 강변의 연가는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이른 봄 영일만의 그 물빛으로 토하는 봄의 소리는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박이득, ‘영일만, 그 푸른 해변의 노래’ 월간문학, 2017년 2월호, 231쪽 임 : “고향에 살면서 나도 모르게 고향을 잃어버렸다”는 문장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박 : 포항 시내를 걷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어. 어릴 때 마음껏 뛰어놀던 그 아름다운 자연이 시멘트로 아스팔트로 거의 다 뒤덮였으니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어. 고향에서 향수병을 앓고 있는 셈이지.임 : 사라진 옛 풍경 중에 송도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가끔 접하게 됩니다.박 : 시내와 송도 사이에 검정색 콜타르를 칠한 나무 다리가 있었는데 이걸 검둥다리라 불렀지. 검둥다리를 건너면 길 양편에 수십 년 된 측백나무 가로수가 하늘을 덮고 있었어. 여기를 지나가면 한기를 느낄 정도였지. 숲의 터널을 지나가면 높다란 모래언덕이 나타났고, 여기에 올라서면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어.임 : 송도 송림의 풍경은 어땠습니까?박 : 내가 어릴 때 송도 송림이 10만 평쯤 되었을 거야. 큰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빽빽해서 혼자 다니기는 무서울 정도였어. 다람쥐, 청설모, 노루, 꿩이 뛰어다녔고 온갖 새들이 울어댔지.임 : 해도(海島)에서 성장하셨으니 그곳 풍경이 눈에 선하겠습니다.박 : 해도뿐만 아니라 송도, 죽도, 대도, 상도는 온통 갈대밭이었지. 갈밭 습지는 새들의 낙원이자 동해안에서 가장 큰 철새 도래지였어. 개개비, 물떼새, 도요새, 청둥오리, 기러기, 두루미가 계절마다 하늘을 덮었는데 한마디로 장관이었지. 여기에 염전이 많아 동해안의 최대 소금 산지이기도 했고.임 :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군요.박 : 포항은 강과 섬, 호수의 도시지.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금 도심으로 배가 다니고 조개를 잡고 낚시도 하고 멱을 감았어. 그 후로 산업화, 도시화되면서 물이 오염되고 강과 호수를 매립하거나 복개하면서 옛 풍경을 거의 잃어버렸지.임 :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박 : 복개한 도심 하천을 복원한다는 소식이 있던데 잘되었으면 좋겠고, 포항의 옛 풍경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시민 모두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포스코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겠고. 해도 갈밭 사이로 숭어 새끼들이 헤엄쳐 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끝대담 : 임종석(경북매일신문 부사장) / 정리 : 최미경(시인·동화작가) 박이득1941년 포항에서 태어나 서울 인창고를 졸업하고 건국대 국문학과와 계명대 무역대학원을 수료했다. 포항 동지고 국어 교사, 포항 MBC PD·기자, 영남일보 기자를 거쳤으며, 한국예총 포항지회장, 경북문인협회 부회장, 한흑구 선생 문학비 건립추진위원장, 포항독립운동사 발간 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 수필가로 월간문학, 포항문학 등에 작품을 발표했고, 제1회 애린문화상을 수상했다. 최세윤 의병장 기념사업회 이사장,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2021-11-09

바다 위 안전을 지키고 생명을 구하는 해양경찰

바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나이도 성별도 학력도 계급도 친소도 가리지 않는다. 그 바다는 우리와 함께 있다. 해양도시 포항에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그 바다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 바다 위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그 바다의 경계를 지켜주는 사람들. 해양경찰이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육지와 같이 생각하거나 취급하면 안 된다. 넓고 험한 바다에서 움직이는 기동력에는 한계가 있다. 한상철 포항해양경찰서장은 “사고가 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임무라며 “사고가 났을 때는 인명구조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결기를 보인다. 바다에서의 구조 활동이나 단속 업무는 육지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 해양경찰의 임무는 일반 경찰과 어떤 점이 같고 또 어떤 부분이 다른가. △해양경찰의 첫 번째 임무는 해양영토 주권을 수호하는 일이다. 불법조업을 하는 외국어선 단속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바다에서의 사고에서 수색과 구조 활동, 연안안전 관리 임무다. 지상에서 경찰이 있듯 바다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의 예방과 수사는 하는 일이 세 번째고 해양오염사고에 대응하는 것이 네 번째 임무다. 선박교통관제(VTS)를 통해 행상(→해상)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해경이 하는 주요 임무다. - 해경이 해양주권을 지키는 임무 수행과 해군의 역할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업무 수행상 충돌은 없나. △해군의 임무는 전쟁을 억제하는 국가 안보 등 국방에 있다. 이와 비교해 해양경찰은 해양영토를 수호하고 바다에서의 생명 구조와 해양환경 보호, 선박의 교통안전, 수상레저 안전관리, 해상 사건 사고의 수사 등 업무를 하는 것이다. 해군이 전쟁 발발 상황에 이르는 고강도 분쟁을 맡고 있다면 해양경찰은 극한상황을 피하기 위한 저강도 분쟁을 맡고 있다. 물론 양 기관은 업무협의와 합동훈련 등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 포항해양경찰서의 관할구역은 어디까지인가. 또 어떤 특성이 있나. △포항해경의 관할 해역은 포항과 경주를 중심으로 한 해안선 213km(직선 95km)이며 면적은 3만4540㎢로 경북도의 1.8배나 된다. 이것도 2017년 11월 울진해양경찰서가 신설되면서 상당부분 줄어든 것이다. 해역은 일본EEZ(배타적 경제수역)와 인접해 해양안보 주도권 경쟁이 발생하면서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포항해경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고질적 토착 범죄인 불법대게 및 고래 포획 범죄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또 해양사고 예방과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 관할해역이 넓은데다 업무 또한 다양하다. 임무 수행에서 특히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인가. △어느 일이나 쉬운 게 없지만, 바다에서의 구조 활동이나 단속 업무는 육지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망망광대한 해역의 특성상 해난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함정이 긴급출동 하더라도 4~5시간 걸리기 일쑤다. 현실적으로 넓은 바다를 지키는 함정이 곳곳에 포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독도 북방에서 발생한 어선전복사고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해경을 봐라. 파도가 4m 이상 치는데 뒤집어진 어선 위에서 구조작업을 펼치는 임무 수행은 목숨을 건 일이다. 이럴 때면 3D 직종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때로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밤새워 구조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 그렇다면 넓은 바다에서 불법 조업 행위나 중국 어선의 침범 등을 어떻게 단속하나. 바다에서도 음주운전을 단속하나. △위성 GPS와 항공기, 군 레이더와 함정의 레이더가 해상의 모든 선박 운행 상황을 24시간 입체적으로 감시하고 상황실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경비함정이 해양경비 활동 중에 법령 위반 어로행위를 하거나 의심되는 선박을 발견하면 해상에서 검문검색을 실시한다. 어선의 경우 어군 형성수역이 아닌 곳에서 어로행위를 한다거나 의심스러우면 불법 대게 포획이나 고래잡이인지 확인하고 단속하는 식이다. 동해 북방 수역으로 북상한 중국어선만도 최근 3년간 평균 2천100여 척이 됐고 올해만도 600여 척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영해 침범이나 EEZ에서의 무허가 조업 등 불법 행위나 우리 어선과 어구의 피해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바다에서도 선박의 음주운항은 단속한다. 올해 동해청 관내에서 5건의 음주운항을 단속했다.- 불법어로행위를 단속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순간이 수없이 많았다. 대형 함정이 접근하지 못하니 소형 함정으로 접근해서 단속 업무를 할 때면 소형 전투를 치르기도 했다. 중국 어선을 단속할 때면 고무탄 총이나 무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 해경은 조직상 오랫동안 내무부 외청 경찰 산하 조직이었다. 몇 차례 조직이 바뀌었는데 업무상 불편하거나 불리한 점은 없나. 지금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한 것도 세월호 사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조직원들의 사기나 동요는 없었나. △여러 차례 수많은 조직개편을 겪었지만 임무는 흔들림 없이 수행하고 있다. 2019년 8월 해경의 조직과 직무범위를 규정하는 해양경찰법이 제정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고 해상종합 치안기관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해양경찰관 출신이 해양경찰청장으로 임명돼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1953년 내무부 치안국 산하 해양경찰대로 발대해 해양경비대로 변경되기도 했으나 곧 해양경찰대로 되돌아왔다. 1991년 경찰청 소속 해양경찰청으로 직제가 바뀐다. 1996년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청장 직급이 경찰과 같은 치안총감(차관급)으로 승격했다. 2008년에는 국토해양부 소속으로, 2013년에는 다시 해양수산부 소속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후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됐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경찰청으로 재독립했다. - 바다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대응도 중요해지고 있다. 프라스틱 같은 쓰레기 문제나 낚시꾼에 의한 바다 오염에 대해 해경은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 △해양경찰에서는 해양쓰레기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 조성을 위해 ‘해양쓰레기 예방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쓰레기의 불법 배출 점검과 단속을 강화해 해양쓰레기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양쓰레기 수거 지원을 확대하며 모니터링을 통해 해양쓰레기를 관리하고 있다.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관계기관 등과 협업으로 수거를 지원하고 연안 및 수중 정화활동을 수시로 하고 있다. 올해는 포항해경 소속 명예해양감시원과 함께 모니터링을 실시해서 해경과 포스코, 포항환경공단 등 6개 기관 단체 63명이 참여해 이가리 간이해변, 죽전항 방파제 일대에서 해양쓰레기 2.5t을 수거했다. - 육지 소년이 해양경찰이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동해 바다를 보고 바다를 동경하게 됐다. 그때 칠포리 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해군에 입대했고 해경 순경으로 지금까지 31년째 바다 사나이가 됐다. - 이강덕 포항시장이 해양경찰청장 출신이다. 불편한 점은 없나. △해양경찰의 업무를 이해하고 적극 협조해 준다. 개인적으로 이 시장이 해양경찰청장 시절 본청에서 선박위치 발신 장치를 구축하는 해양경계TF팀장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는데 지금은 포항시장으로 정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해양경찰의 특성상 시청뿐 아니라 경찰과 군, 소방 등 모든 기관과 협조돼야 하는데 모두들 잘 협조해 주고 있다. - 포항해양경찰서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바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한다. 위험도 공평하다. 그 바다에서 인명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또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것이다. 민생침해 사범이나 환경오염 등 범죄를 예방 단속하는 것도 임무다. 해양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해양경찰의 임무다. - 포항에 해양경찰서장으로 부임하고 내세울 만한 업적이 있다면 무엇인가. △해양사고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방안과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고 조직원을 훈련시킨 것이다. 내가 부임한 직후인 올 2월 19일 새벽 선원 6명이 타고 구룡포항에서 출항한 거룡호가 당일 오후 경주시 감포읍 동쪽 23해리 해상에서 침수 전복됐다. 사고 즉시 헬기와 경비함정을 급파해 높은 파고와 최악의 기상 속에서 10일간 목숨을 건 수색작전을 펼쳤지만, 선내에 고립됐던 1명과 해상 표류자 1명만 극적으로 구조했을 뿐 실종자 4명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사고 후 해상 사고에 대한 맞춤형 원인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해양사고 1만6천건을 6개월 동안 빅 데이터로 분석해 649건의 사고 원인을 찾아냈고 이를 진행 과정에서 결과까지 단계별로 분석해 99건의 대응책을 만들었다. 원인 분석과 대응책을 만들어 적용한 결과 최근 3년간 발생하던 해양사고가 평균 74건에서 58건으로 줄어들었고 현재까지 연안사망사고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 최근 해양경찰청장배 구조경진대회에서 포항서가 전국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대응책의 실현과 관계있을 것이다.  ◇한상철 (55) 포항해양경찰서장  봉화 출신 안동고, 인하대 정책대학원 석사(행정학) 1991년 순경으로 해양경찰에 입문. 이후 해양경찰에서 정보국 정보계장, 경비안전국 해안경계임무 인수TF팀장, 장비기술국 정보통신계장, 동해 1511함장, 해양청 수상레저과장, 동해해양경찰서장, 중부지방해양청 경비과장을 거쳐 올 1월 포항해양경찰서장으로 부임. 산골서 태어나 해경 순경으로 출발해 31년째 해양경찰로 근무하는 바다사나이가 됐다. 소형 특수함정에서 중형을 거쳐 1천500t급 대형 함정 함장까지 근무하면서 적극적으로 현장대응을 하면서도 늘 자신보다 승조원의 안전을 걱정하고 해상사고가 발생되면 국민의 생명을 한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면서 생활하였다고 말한다.

2021-11-08

거점산업 몰락의 ‘후폭풍’… 지방도시 기능이 멈춘다

일본제철은 한동안 세계를 주름잡던 철강 기업이었다. 불과 5년전까지 만 해도 일본제철은 구조조정은커녕 몸집 불리기에 집중했다. 2012년에는 스미모토 금속공업을, 2016년에는 일신제강을 합병했고, 한때는 세계 2위 철강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그러나 중국이 본격적인 증산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후발주자였던 중국 철강업은 빠르게 기술력을 축적, 대량 생산을 본격화했다. 일본제철은 당장 공급 과잉 해소라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때를 전후해 기술력 측면에서도 한국 철강기업에 밀리기 시작했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귀결됐다.결과는 참담했다. 2018년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세금 차감 전 조강 1t 당 이익(EBIT)은 2018년 40달러까지 낮아졌다. 같은 해 포스코가 116달러, 중국 바오산 강철이 107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모에 가까웠다.결국 2019년 일본제철은 4천40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1950년 출범 이후 최대 적자였다. 일본제철이 보유한 3대 제철소가 모두 3천억 엔이 넘는 손실을 냈고, 쿠레제철소도 3천966억 엔의 손실을 봤다.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일본제철은 2020년 2월 대규모 사업구조 재편을 결정했다. 일본제철이 보유 중인 15기 고로 중 4기의 가동을 중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더욱 쪼그라들자 다음해 일본제철은 고로 1기 추가 폐쇄를 결정했다.2025년까지 고로 15기를 10개로 축소하고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만 명의 인력을 감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제철은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1천500억 엔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 철강과 조선의 도시 쿠레시, 일순간에 나락으로쿠레시는 일본제철의 구조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도시다. 지난 9월을 끝으로 쿠레제철소의 고로 2기는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제철은 2023년까지 압연 공정을 비롯한 하공정까지 전면 폐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59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제철소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그동안 쿠레제철소는 철강과 조선의 쿠레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나 다름없었다. 1962년 첫 화입을 시작한 이후 일신제강의 주력 제철소로 활약하다 지난 2016년 일본제철이 일신제강을 합병하면서 일본제철 품안에 둥지를 들었다. 1962년 화입 당시 일본 츄코쿠 지역 최초의 고로였던 쿠레제철소 1고로는 쿠레시와 히로시마현, 나아가 츄코쿠 지역의 경제에 그동안 큰 힘을 실어줬고, 중심축을 이뤘다.쿠레제철소에는 일본제철 직원 1천여 명, 협력회사 2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고로 가동 중단 조치로 절반 이상의 인력이 고용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음식점, 숙박시설 등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까지 포함하면 쿠레시의 경제적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쿠레제철소에서 발생한 소비지출을 약 100억 엔으로 추산한 일본 매체들은 “제철소 가동으로 발생한 쿠레시의 시민세와 재산세 소득 또한 연간 약 300억 엔에 육박했다”며 당장 이 문제 해소가 시급한 현안이라고 진단한다. 제철소 폐쇄 이후 일본제철이 쿠레의 토지와 설비까지 처분하면 매년 몇 억 엔에 달하는 고정 자산세 수입도 없어지게 된 점도 시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최근 철강재 수요 회복으로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라 당초 수립했던 고로 휴지 계획에 대한 재검토 요구 등도 있었으나 일본제철은 최적 생산체제 구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했다.일각에선 쿠레제철소 폐쇄 결정이 취급 품목, 생산성, 경쟁력 등을 종합하여 고려한 것이라고는 하나 지난 2019년 8월에 발생한 화재사고도 중요한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이는 중대재해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안전에 대한 부분이 무엇보다 현안이 되고 있는 국내 산업계에도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쿠레시의 철강산업 호황, 이제는 기억으로만 남아우리나라 창원시 진해구와 비슷한 도시인 쿠레시의 산업역사는 지역이 어떻게 흥하고 망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쿠레시는 오랫동안 중후장대산업이 주를 이뤘던 도시였다. 조그만 어촌이었던 쿠레시는 메이지유신 이후 1886년 일본 해군이 주둔하며 2차 세계 대전 당시 조선소와 무기 공장이 들어서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조선과 철강업의 성장과 함께 산업도시로 발전했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쿠레시의 총 생산액은 1조1천395억 엔. 이 중 제조업의 비중이 43%로 히로시마현 평균인 27%보다 높았고 다른 도시의 부러움을 받았다.그러나 그 영화의 순간은 이제 기억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제철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로 폐쇄 조치로 지역 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설상가상, 일본제철에 이어 지역 대표 조선소인 칸다 조선소의 쿠레시 철수설도 나오고 있어 지역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쿠레시의 신하라 요시아케 쿠레 시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쿠레시는 중후장대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자부심 속에 시대 흐름에 둔감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금까지는 지역이 대기업의 하청에 익숙해져 있었던 구조라 쿠레제철소 폐쇄로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현재 관건이 되고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중후장대 산업의 쇠퇴가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지역사회나 행정기관의 민감도도 낮았기에 이에 대한 대책을 손 놓고 있었을 뿐”이라며 “20~30년 전부터 산업의 구조 전환에 대해 고려했더라면 상황은 지금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 탄소중립시대, 지속가능한 도시 유지 해법 찾아야 할 때소셜미디어에 ‘쿠레시’를 검색하면 용광로가 멈춘 쿠레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굴뚝은 있으나 연기는 없는 고요한 풍경이다. 그 장면을 보면 그 도시가 안고 있는 분위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산업의 축을 잃어버린 쿠레시 지방정부는 제철소 부지를 도시재생사업으로 가닥 잡는 한편 항구도시의 이점을 살려 수소 수입거점 지역으로의 성장 계획 등을 수립 중이다. 또 신산업 육성을 비롯 관광루트 개발과 함께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 지속 가능한 도시 유지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는 있다.그러나 현지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들 한다. 더욱이 이미 젊은 층이 다른 지역 취직 등으로 속속 떠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22여만 명인 수준인 인구도 조만간 2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제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지역사회를 지탱해 오고, 지역사회는 그들을 키워왔던 쿠레시에서의 역사는 이제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한국 산업도시의 현실도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 한국 지방 도시들은 단일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저출산 및 지방 기피 현상으로 인구 절벽의 위기에 놓인 지방 도시에게 거점 산업의 몰락은 위기 그 자체다.글로벌 경제권에서 산업 구조 변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 여건에 맞는 ‘지속 가능한 산업 단지’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기존 거점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고부가가치화를 꾀하는 한편, 거점 산업 중심으로 형성된 탄탄한 인프라를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투 트랙 전략 등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1-07

모든 철도는 문경으로 통한다

문경시는 쾌적하고, 편리한 교통환경 조성으로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침체된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철도 및 역세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경기, 충청, 경북의 중부내륙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중부내륙철도 이천~문경구간(93km)은 올해 예산 4천52억을 투입해 2023년 조기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이천~충주 구간은 최근 완공돼 시험 운전에 들어갔다.올해 국비 35억이 반영된 문경~김천 간 내륙철도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고,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면 기본계획수립 등 사업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렇듯 중부내륙철도, 중부권 동서내륙철도(서산~문경~울진), 문경~김천선(문경~상주~김천), 경북선전철화(점촌~예천~영주) 철도망이 구축되면 우리나라 남북과 동서를 잇는 십자형 철도망이 완성돼 십자철도망의 중심에 바로 문경이 위치하게 된다.중부내륙철도가 개통되면 문경에서 서울까지 1시간 19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수도권과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다.문경시는 이러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완성해 지역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미래 관광사업의 적극적인 발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첫 번째가 바로 문경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이다.문경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중부내륙고속철도 문경역 신설에 따른 주변지역의 신시가지 개발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도시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문경읍 마원리 일원 35만7천㎡ 면적에 주거, 상업, 공업, 기반시설용지 설치 등 78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2월 도시개발구역지정 및 지형도면 고시가 됐으며, 현재는 세부적인 개발계획을 수립 중으로 주민의견 청취 및 관계기관 협의를 완료했다. 향후 시의회 의견청취, 문경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등과 경상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개발계획을 최종 승인받고 내년 실시계획 인가를 완료할 계획이다.여객과 화물 운송을 주로 할 문경역은 2023년 운영 시 총 승·하차 인원이 1천 명대로 예상되고, 철도역사, 승강장, 화물 적하장, 주차장, 버스정류장 등의 시설이 완비된다.또 역세권 개발사업을 고도화해 역사주변을 주거, 상업, 물류단지,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의 복합단지로 직접 조성할 계획으로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 민간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 역세권 개발사업의 행정절차를 추진함과 동시에 민자 유치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지원방안과 참여절차 등의 정보를 제공해 투자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도로, 환경개선, 기반시설 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위한 지원방안도 다각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기업유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류비용을 절감해 줄 사통팔달의 교통망, 풍부한 인력, 그리고 저렴한 분양가격이다.중부내륙고속철도가 개통되면 현재 2시간인 수도권과의 접근 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되고, 경북도청 30분, 행정수도인 세종시와는 1시간, 부산과의 거리도 2시간 이내로 단축되며 기업의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 시 신공항과 45분 이내 도착할 수 있어 공항 연계 사업에도 최적지가 될 것이다.문경역세권사업은 기관 또는 기업 즉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수요자에게 집중한 맞춤형 개발을 기본 방침으로 한다. 수요에 따라 용지규모를 정하고, 부지를 조성원가로 제공하며, 진입도로, 상하수도, 전기통신 등 기반시설 인프라 지원으로 기관과 기업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킨다. 또 행정지원을 위한 TF팀 구성, 전문지식을 갖춘 전담직원 배치, 토지매입 및 관련 인허가 원스톱 행정서비스 지원, 주거, 자녀 교육, 직원 생활을 위한 1대1 맞춤형 지원, 문경 지역 내 관광시설 이용 시 특별 할인혜택 제공 등 상생을 위한 최상의 행정 서비스도 제공한다.이를 위해 문경시가 역세권 도시개발사업 부지 내 투자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먼저 수도권 이전 대상 공공기관·국내 주요 물류업체·100대 건설업체·향우회·동창회 등 340여 곳에 홍보물을 제작·발송하고,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 홍보에 돌입했으며, 전국 2시간대의 교통망,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관광, 문화, 스포츠 등 차별화된 지역의 강점을 중점 홍보하고, 향후 팀을 편성해 공공기관 및 기업 방문도 실시할 계획이다.문경역세권 개발로 인구유입 및 관광여건 등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특히, 문경은 문경새재도립공원과 문경생태미로공원, 문경단산관광모노레일, 문경에코랄라, 고모산성, 돌리네습지 등 우수한 관광자원이 가득해 자연, 문화, 관광, 휴양, 숙박 서비스 등 힐링·관광서비스 산업 구축에 최적이다.코로나19로 대부분의 관광산업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문경은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과 합리적인 운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관광객 수가 회복하고 있고, 올해 주요 관광지의 관광객이 전년보다 크게 증가해 안전한 여행지, 힐링 여행지로 각광 받고 있다.아울러, 수려한 경관을 벗 삼아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도 많다.현재 건립 중인 봉암사의 문경세계명상마을과 고요아리랑 민속마을, 황창연 신부의 성필립보 생태마을 등 문경에는 삶의 여유와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하다.문경을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정주욕구를 심어줄 수 있도록 풍광 좋고 교통이 편리한 지역 곳곳에 전원·휴양마을을 조성하고, 경량철골조 모듈주택 사업을 추진해 인구 유입은 물론 전국 최고의 장수도시 문경의 이미지를 확고히 해나갈 방침이다.고윤환 문경시장은 “문경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신기동 시멘트공장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연계해 문경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량 기업과 공공기관의 유치로 한반도 허리 경제권의 중심축, 최적의 물류 교통망의 중심축으로 문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1-11-07

구미, 공단도시에서 숲의 도시로

최근 산림청·한국산림복지진흥원 주관으로 처음 실시한 2022년 녹색자금 지원 ‘치유의 숲’ 전국 공모 사업에 경북도 대표로 응모해 최종 선정된 구미시가 대형 산림프로젝트인 ‘선산 산림 휴양타운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그동안 구미시는 ‘공단도시’에서 ‘숲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특히, 산림휴양·치유·문화·체험 등과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살기 좋은 행복도시 조성을 위해 선산읍 노상리 산 8-2번지 일원(선산뒷골) 국·공유지(시유림) 면적 120㏊(총지적 313㏊)를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총 사업비 320억원(녹색자금 42억, 국·도비 141억, 시비 137억)을 연차적으로 투자해 산림복합휴양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구미시가 지방정원, 치유의 숲, 산림레포츠, 숲속 야영장(캠핑장), 목재문화체험장 5개의 단위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명실 상부한 최고의 복합 산림관광 메카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본지는 구미시가 추진하고 있는 산림복합휴양타운에 대해 알아봤다. △ 2022년 3개 단위사업 220억원 확보구미시는 그동안 일상 속 행복실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본구상 용역에 이어 예산 확보를 위해 녹색자금 지원 공모사업 응모 및 산림청·경북도 관련 부서를 수시로 방문해 사업에 대한 설명과 적극적인 사업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그 결과 5개 단위사업 중 2022년도 3개의 단위사업(지방정원 100억, 치유의 숲 70억, 산림레포츠 50억)에 대한 사업비 220억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뤄냈다.또 2023년도에 나머지 2개 단위사업(숲속 야영장 50억, 목재문화체험장 50억) 조성에 따른 예산 1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구미시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2022년 3개 단위사업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내년도 상반기에 착수할 계획이다. 입지여건, 자연환경 특성에 맞게 차별화되고 테마가 있는 산림을 조성해 산림휴양(치유)과 산림문화 및 산림레포츠 기능을 한 곳에서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종합적 힐링 공간을 제공해 전국 최고의 산림휴양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 숲에서 퇴근, 숲으로 출근… 모두가 즐거운 숲구미시는 ‘선산 산림 휴양타운에서 워케이션(Work+Vacation) 즐기다’라는 부제로 5개 테마의 산림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일과 휴가를 겸하는 ‘워케이션’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함이다.이를 위해 구미시는 시내뿐 아니라 인근 대도시와의 접근성이 우수하고 자연친화적이며 감성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 최적의 입지 조건인 선산읍 노상리 일원(선산뒷골)에 복합 산림휴양 공간을 조성한다.그 중 첫번째가 바로 ‘지방정원’ 조성이다. ‘선산 산림 휴양타운 조성’사업의 핵심이기도 한 지방정원 조성은 면적 30㏊에 온실카페 및 물소리정원, 초화원, 시민참여 정원, 빛의정원 등 6개의 테마 정원과 지역특성을 고려한 정원 시설을 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숲속 지방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두번째는 ‘치유의 숲’ 조성 사업이다. 지난 10월 산림청 녹색자금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치유의 숲 조성은 면적 50ha에 치유센터, 테마치유 숲(촉각·향기치유 및 동행의 숲 등) 4개소 및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누구나 쉽게 휴식과 치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에서 구미시만의 차별화된 도심형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세번째는 ‘산림 레포츠’시설이다. 점차 다양화되고 급증하는 새로운 산림레프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산림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는 자연 체험형 모험 시설과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네트 어드벤처 등 다양한 관광객 니즈에 부합하는 특색있는 체험의 장을 조성한다.네번째는 ‘숲속 야영장’ 조성이다. 최근 캠핑, 차박 등의 야영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오토캠핑장 및 카라반 등의 숙박 시설과 샤워실, 음수대와 같은 편익시설, 사계절 이용 가능한 썰매장을 현지 여건에 맞게 설치할 계획이다.마지막 다섯번째는 ‘목재문화 체험장’ 조성이다. 목재문화체험관 내 목공예 제작소, 목재정보 학습 및 기획 전시공간을 배치하고 유아 놀이 중심 체험, 원데이 클래스, 목공기능인 양성과정, 생활공예품 취미과정을 도입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청소년들에게는 진로 체험의 기회를, 성인들에게는 취미 활용과 목공기술의 교육장으로 제공한다. 또 지역공동체와 연계해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 전문가·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구미시는 ‘산림 휴양타운 조성’사업이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고 관심이 높은 만큼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추진배경과 방향, 세부사업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전 설명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8일 선산읍사무소 회의실에서 주민 설명회를 열어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예정이다. 또 앞으로 설계용역 단계부터 각 분야별 전문가(조경, 토목, 건축, 디자인 등)를 참여시키고 다양한 의견 수렴과 국내 및 해외 우수사례를 벤치마킹 해 좋은 우수 사례들을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구미시는 이번 대형 산림프로젝트 사업이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 밀착형 종합 산림복지 관광사업으로 산림 치유·교육·모험·휴양까지 한 곳에서 One-Stop으로 이용 가능하도록 해 성별·연령·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숲 맞춤형 행복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구미시는 이 사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자체 T/F팀을 구성·운영할 계획이다.장세용 구미시장은 “코로나 19 장기화로 생활패턴과 여가활동에 대한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산림의 시대적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이번 선산 산림 휴양타운 조성사업은 변화하는 산림여가 활동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1-11-04

주민주도형 캠페인으로 빛나는 변화를 꿈꾸다

캠페인은 ‘어떤 성과를 기대하고 일정 기간 동안 행해지는 사회적, 정치적, 상업적인 일련의 조직 활동이나 운동’을 의미한다.그간 우리 사회에선 이름을 달리하는 여러 캠페인이 시도됐다. 그 중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둔 캠페인도 있었고, 애초의 기대에 이르지 못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캠페인의 성공 여부는 ‘자발성’에 달렸다고 말한다.바로 이 자발성을 바탕으로 고령군이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이 주목받고 있다.주민들에게 ‘우리 고장을 우리 힘으로 아름답고 살기 좋게 가꿔가겠다’는 목적의식과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성공적인 캠페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는 ‘아이 러브 대가야’ 프로젝트의 그간 추진 과정과 향후 전망을 아래에서 살펴보고자 한다.내 고장을 누구나 살고 싶은 아름다운 곳으로지난 2019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추진 중인 ‘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프로젝트는 ‘누구나 살고 싶은 아름다운 도시 고령’으로 나아가고자, 지금 이 순간에도 가치 있는 작은 발걸음을 지속하고 있는 고령군의 범 군민캠페인이다.고령군은 안전하고 아름다운 환경의 조성이 지역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시대적 인식 아래 군민이 직접 주도하는 자발적·상향적 마을 가꾸기 사업인 ‘아름다운 고령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이는 자신의 고장을 누구나 살고 싶은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군민과 행정기관의 전향적 사고 전환에서 출발한 것이라 봐도 무방할 듯하다.고령군은 여기에 더해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행정기관의 일방적이고 하향식 위주였던 정비사업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 또한 눈에 띄는 긍정적 변화다.이런 변화의 시도를 통해 도시 브랜딩으로 지역 경쟁력을 제고하는 근본적인 변혁을 모색하고 있는 게 현재의 고령군이다. 앞서 열거한 것들이 바로 ‘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프로젝트의 시발점이자 단초가 되었다.지난 2019년 9월에 시작해 오는 2022년 6월까지 3년여 간 전 군민과 행정기관이 함께 하는 ‘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프로젝트는 주민들이 주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데 그 방점이 찍혔다.이를 위해 행정기관, 사회단체, 읍면자치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기획·홍보, 청결, 친절, 아름다운’ 등 4개 분과로 이뤄져 있다는 게 고령군의 설명이다.또한 각 읍·면별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읍·면민들과 함께 프로젝트 취지에 맞으면서도 해당 지역에 적합한 실천 계획을 수립했고, 추진위원회는 현재 사업 수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지난해는 ‘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프로젝트 본격화 시기2020년은 ‘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프로젝트가 본격 궤도에 오른 해로 기록될 수 있을 듯하다. 그해 연초부터 분과별 간담회를 갖고 실질적인 실천과제를 발굴·선정하는 추진활동을 전개하는 노력을 펼친 것이다.그러나,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팬데믹 악재로 사업 전반에 예기치 않은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사실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한국 사회 전체, 아니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기한 고통과 시련 속에서 살고 있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고령군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령군은 읍면 위원회를 중심으로 상습적 위생 취약지 집중 환경 정비와 주민 생활 주변 공간 청결 관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어떤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인간의 삶은 지속돼야 할 중요한 가치였기 때문이다.‘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려는 노력도 함께 진행됐다. 고령군은 공한지와 자투리땅을 정돈해 꽃나무를 심어 화단을 조성했다. 바이러스에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나마 주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활동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코로나19 등 갖가지 시련이 없지 않았지만, 아름답고 건강한 고장을 만들겠다는 고령군민의 뜻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한편, 기획·홍보 분과도 캠페인의 성공을 위한 걸음을 멈춤 없이 지속했다. 고령군 주민을 대상으로 ‘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캠페인을 알리고, 그 취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기 위해 BI(Brand Identity·브랜드 이미지를 통합하는 작업)를 개발한 것.여기에 더해 BI에 걸맞은 마스코트 ‘가야베리’까지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더불어 ‘가야베리’를 활용한 선전 활동도 지역 곳곳에서 열어 캠페인의 뜻이 제대로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에는 이러한 지속적인 아이디어 발굴과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려는 주민들과 위원회의 땀방울이 숨겨져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캠페인은 지속됐다. 고령군 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곽용환·김의순)는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아름다운 마을 콘테스트’를 기획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지난 4월엔 각 읍·면을 대표해 참여 의사가 확고하고, 사업 성과가 유망한 마을들을 중심으로 캠페인에 참여할 8개 마을을 선정했다.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뜨거웠다는 후문이다.그 결과 대가야읍 지산1리, 덕곡면 후암2리, 운수면 운산2리, 성산면 기족리, 다산면 상곡1리, 개진면 인안2리, 우곡면 도진리, 쌍림면 산당리가 ‘아름다운 마을 콘테스트’의 참여 마을이 됐다.이 마을들은 올 봄부터 쾌적함과 따스함이 숨 쉬는 마을을 가꾸기 위한 자체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마을마다 할당된 사업비를 최대한 합리적으로 활용해 콘테스트 본대회를 준비 중이다.대회를 맞이한 주민들은 자발적인 참여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고자 마을별로 선의의 경쟁을 하듯 결의를 다지고 있다는 것이 군청의 부연이다.대가야읍 지산1리와 성산면 기족리, 우곡면 도진리 등은 제각기 특색을 갖춘 꽃길 및 화단 정비를 마무리했다. 덕곡면 후암2리는 마을 소공원 일대 재단장을, 운수면 운산2리는 벽화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개진면 인안2리는 영농폐비닐 공동집하장 개선을 진행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그 외 마을에서도 주민들의 애향심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기에 ‘아름다운 마을 콘테스트’ 프로젝트 추진은 순항 중에 있다고 한다. 군민들의 참여로 더 크고 더 행복한 고령으로‘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프로젝트는 군민이 주도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지난 시대의 관 주도형 캠페인이나 프로젝트와 구분되는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군민의식의 변화를 도모하고, 군민과 행정기관이 하나가 돼 청결하고 친절하며 아름다운 ‘대한민국 대표 행복도시,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고령’을 만들겠다는 것이 고령군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다. 그렇기에 이 캠페인은 고령군민 모두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와 관련해 고령군은 “실질적인 주민 수요 중심의 계획을 세워 프로젝트를 실천해 나가다보면 고령군과 고령군민의 수준이 차차 약진해 보다 나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주체로서는 당연한 바람이다.이에 덧붙여 “함께 이루는 고령의 꿈 ‘아이 러브 대가야 고령’ 범 군민캠페인을 통해 오늘도 군민과 함께 더 크고 더 행복한 고령을 그려가고 있다”며 뿌듯한 마음까지 전했다.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변화를 꿈꾸지 않는 도시는 퇴보한다.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보다 나은 방식의 지역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건 한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이자 권리일 것이다.주민이 주도하고 행정기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보조하고 돕는 지향할만한 도시 변화 프로젝트 ‘아이 러브 대가야’가 향후 어떤 긍정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1-11-03

“동지교육재단 교가 작사자는 시인 정지용”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하태환(1916∼1991)은 중·고등학교 네 곳과 전문대학을 설립한 교육자다. 정치인으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지만 세상에 남긴 유산은 교육 쪽에 무게가 좀 더 실린다. 그의 분신인 동지교육재단과 포항대학 설립에 얽힌 일화를 들어본다. 임종석(임) : 선생님은 하태환 선생을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박이득(박) : 우리 아버지가 포항 해도(海島) 토박이어서 이름 있는 분들이 집 안에 자주 드나든 덕분에 그들의 행적을 남들보다 많이 알게 되었지. 하태환 선생은 아버지와 각별한 사이여서 우리 집에 자주 오셨어.임 : 1930년대에 유학을 갔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박 : 지금이나 그때나 대개 가정 형편이 좋아야 외국 유학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 그런데 10대 후반에 고생스러운 무전여행을 하다가 서울 용산에서 한강 다리를 건너기 위해 한강 둑에 다다랐을 때 보트 놀이를 즐기던 대학생들을 보게 된 거야. 그 모습을 보고는 고학을 해서라도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그게 계기가 되어 두 형이 자리잡고 있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지.임 : 호(號)가 평보(平步)인데 어떤 뜻입니까?박 : 1935년 하태환 선생이 교토 료요(兩洋)중학교 4학년일 때 간사이(關西) 지역에 큰 태풍이 닥쳐. 그때 학교 건물이 비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큰불이 났지. 건물 바깥으로 빠져나갔으면 되는데 미처 피하지 못한 하급생을 구하려다 다리를 다치고 말았어. 그래서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가 되었지. 지팡이를 짚고 걸으며 자신의 호를 생각했다고 해. 수학의 기하공리(幾何公理) 중에 세 개의 꼭짓점은 평면을 이룬다는 명제가 있어. 두 발과 지팡이가 세 개의 꼭짓점이 되어 평면의 삼각형을 만들며 걷는다고 자신의 호를 ‘평보’라고 지었다고 해. 비록 다리는 불편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걷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지. 임 : 하태환 선생은 동지중·고등학교와 동지여자중·고등학교, 포항대학을 설립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네 곳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명칭도 동지교육재단입니다. 동지(同志)라는 단어를 무척 좋아했나 봅니다.박 :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모아야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어. 그래서 학교 이름도 동지라고 한 거야. 나를 볼 때마다 “포항중학교 가면 안 돼. 동지로 와야 해”라고 말했지. 하태환 선생은 일본 교토에 있는 리쓰메이칸대학을 다녔는데, 이 도시에 도시샤(同志社)대학이라고 있어. 시인 정지용(1902∼1950)과 윤동주(1917∼1945)가 이 대학 영문학과에 다녔고, 두 분의 시비가 이 대학 교정에 있어. 하 선생은 도시샤대학을 무척 좋아했나 봐. 그래서 이 대학의 이름을 자신이 세운 학교에 적용한 측면도 있지. 과거 한동안 동지중학교의 교표(校標)가 세 개의 역삼각형이 교차한 모양이었는데 도시샤대학의 교표와 비슷해. 그리고 내가 동지중학교에 입학해서 교가를 배우는데 작사자와 작곡자 이름이 없었어. 당시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서 동지상고 김영 교장을 우연히 만나 얘기를 듣게 되었지. 김 교장이 조심스럽게 교가 작사자가 정지용 시인이라고 말하는 거야. 솔직히 깜짝 놀랐지. 정지용 시인이 ‘납북 문인’으로 묶여 있어서 그의 이름을 꺼내는 게 금기시될 때 이야기거든.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교가 작사자를 밝히지 못하다가 납·월북 문인이 해금된 후에야 공개되었지.임 : 그렇다면 정지용 시인에게 교가 작사를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되겠군요.박 :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고향인 포항에서 학교를 설립하고 싶으니 교가를 지어달라고 정지용에게 부탁했고, 개교 전에 교가를 받아서 갖고 있었던 거지. 두 사람 사이의 공통분모는 일본 교토에서 유학했다는 것이고. 그런데 6·25전쟁이 터진 후 정지용이 납북되고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납북 문인’으로 분류되었어. 그리고는 납·월북 문인 작품이 해금될 때까지 정지용을 언급할 수 없게 된 거야.동지교육재단의 교가 작곡자는 해방공간에서 이름이 높았던 이건우(1919∼1998)다. 이건우는 김순남(1917~1986), 윤이상(1917~1995)과 함께 활동했으며,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정으로 동지교육재단 각급 학교는 개교 이후 오랫동안 교가의 작곡자를 공개할 수 없었고, 납·월북 예술인이 해금된 후에야 공개했다.박 : 개교하기 전에 교가의 작사자와 작곡자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교가를 부탁할 수 있겠지. 더군다나 전쟁이 터지고 남북이 분단된 상황인데. 그런데도 교가를 원곡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은 하태환 선생이 남다른 소신과 뚝심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 동지교육재단 교가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과 작곡가가 만들었으니 최고의 교가가 아닐까.임 : 말씀을 듣고 보니 동지교육재단이 평범한 교육기관으로 출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박 : 동지를 모아서 학교를 설립했고 동지들이 교편을 잡았지. 그렇게 만든 학교가 자유당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1950년대 동지교육재단의 교직원과 학생 중 적어도 70%는 설립자 하태환의 열렬한 지지자였어. 학부모와 포항 시민도 동지교육재단에 거는 기대가 컸지.임 : 포항대학은 수산초급대학으로 시작하는데 혹시 4년제 대학으로 승격하려는 시도는 없었는지요.박 : 애를 많이 썼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뜻대로 안 되었지.임 : 하태환 선생에 대해 더 하실 이야기는 없습니까?박 : 리쓰메이칸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는데 문학에도 안목이 높았지. 한흑구 선생을 포항수산초급대학 교수로 모셨고, 포항전문대학을 나온 손춘익이 1966년 조선일보와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화에 당선되니까 동지상고 교사로 채용했어. 사람 보는 눈이 있고, 사람을 챙길 줄 알았지. 임 : 동지교육재단이 한때 농구부를 운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박 : 1951년 남인우라는 영어 교사가 동지중학교에 부임하면서 동지중학교와 동지여중에 농구부를 만들었어. 1950년대 중반에 동지여중이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전국을 깜짝 놀라게 했지. 그 핵심 선수가 이귀복, 이춘자야. 둘 다 영흥국민학교를 졸업했고, 나와는 국민학교 동기지. 당시 서울에 농구부가 있는 여자고등학교는 이화여고와 숙명여고 두 곳뿐이었어. 두 사람은 이화여고에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했는데 내가 다니던 인창고등학교와 가까이 있어서 내가 이화여고로 찾아가기도 했지. 두 사람은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맹활약했어. 그때가 우리나라 여자 농구의 전성기였거든. 여자 농구의 전설인 박신자와 함께 세계대회 2위를 차지하기도 했지. 윤보선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청와대 방문도 했고.임 : 체육 이야기가 나온 김에 거의 잊혔지만 기록에 남겨야 할 체육계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합니다.박 : 1950년대 영일중학교가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걸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연일읍에 초가집밖에 없던 시절의 이야기지. 영일중학교가 축구 명문인 서울 중동중학교와 결승전에서 맞붙었는데 다들 중동이 이길 거라고 예상했지만 영일중학교가 1 대 0으로 이긴 거야.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어. 대체 영일중학교가 어디에 있는 학교냐고 물어보고 난리가 났지.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에 분위기가 험악해지더니 패싸움이 벌어진 거야. 그때 영일중학교 설립자이자 국회의원인 김익로가 경찰을 동원해 영일중학교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조치했지. 아마 대한민국 건국 후에 읍(邑) 단위 중학교가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기록일 거야. 우승한 선수들을 계속 키워주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어. 박이득1941년 포항에서 태어나 서울 인창고를 졸업하고 건국대 국문학과와 계명대 무역대학원을 수료했다. 포항 동지고 국어 교사, 포항 MBC PD·기자, 영남일보 기자를 거쳤으며, 한국예총 포항지회장, 경북문인협회 부회장, 한흑구 선생 문학비 건립추진위원장, 포항독립운동사 발간 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 수필가로 월간문학, 포항문학 등에 작품을 발표했고, 제1회 애린문화상을 수상했다. 최세윤 의병장 기념사업회 이사장,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대담 : 임종석(경북매일신문 부사장) / 정리 : 최미경(시인·동화작가)

2021-11-02

영덕 영해면, 대한민국 변방에서 ‘도시재생’ 중심으로

도시. 우리는 그것을 대부분 딱딱한 건물과 도로로 구성된 사물의 집합체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 즉 생명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늘고 있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전성기를 맞은 후 쇠퇴하는 우리 사람처럼. 문제는 지방의 도시들 대다수가 생명력이 다해 이제는 소멸의 위기에까지 몰린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발휘해 경쟁하고 있지만 결국 엄혹한 진화의 과정에서 소수의 생명만이 ‘도시’라는 유전자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그런 가운데 최근 영덕군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영덕군은 수많은 공모를 통해 국비를 끌어 모은 후 여러 사업들을 연계해 관할구역인 영해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대단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작은 지방자치단체에겐 대담한 도전이 될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는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생존의 갈림길에 놓인 다른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에겐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과연 영덕군 영해면은 대한민국 도시재생의 모델하우스가 될 수 있을까? ◇ 왜 도시 ‘재생’ 인가때는 바야흐로 2002년. IMF 외환위기 이후 얼어붙은 경기의 부양정책으로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붐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허름한 건물을 밀어버리고 휘황찬란한 고층건물을 세우면 모두가 도시인의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꿈꿨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영덕군이 성장 중심의 재개발·재건축이 아닌 지속가능성 중심의 도시재생을 선포한 이유는 이러한 역사적인 교훈의 발로이며 그 핵심가치엔 공공성이 있었다. 주민들이 소외되는 그 어떤 개발사업도 명분이나 효능이 없다는 것이다. 영덕군의 이러한 기조는 되새길만하다. 새로운 인구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방도시에서 주민들을 배재한 개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영덕군이 영해면에 그리는 ‘도시재생’은 시대적 요구이며, 전성기가 지난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공간의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사회, 경제, 문화, 주거,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비전과 실천인 셈이다.◇ 뉴딜을 넘어 도시재생+SOC확충의 콜라보레이션영해면에 시행될 도시재생사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영덕군은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 영해면 일대에 1천700여억원의 예산을 투여한다. 모두 국비를 확보한 사업들이다. 영덕군의 도시재생사업이 여타 시군의 뉴딜사업과 차별화되는 것은 비단 그 규모의 우월성만은 아니다. 각각의 사업들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도시재생사업들 간의 연계, 그리고 도시재생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사업 간의 연계가 유기적으로 융합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이다.그 예로, 최근 국비를 확보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대상지인 영해면 성내리 일원의 주거환경정비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143억원이 투입되는데, 이 일대와 교집합을 이루어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450억원)’,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150억원)’과 같은 기존에 국비를 확보한 도시재생사업들이 긴밀히 연계돼 있고, 여기서 다시 ‘예주 행복드림센터 조성(147억원)’, ‘3.18만세시장 보행환경 조성(16억원)’과 같은 SOC 구축사업이 융·복합되면서 각각의 사업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서로를 보완·견인하고 있다.영덕군의 이러한 복안은 도시를 수많은 세포가 모이고 각각의 기관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보는 철학에서 기인한다. SOC 구축으로 뼈를 형성하고, 그 위에 도시재생사업으로 근육을 단련하며, 그 속에 주민들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에 생기를 북돋아 장기를 강화한다. 영해라는 생명활동의 중심에 ‘지역공동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영덕군은 여러 도시재생사업의 계획착수 단계부터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주민협의체와 주민위원회의 발족을 이끌어 민관이 긴밀히 협조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주민들을 사업의 주체로 세워내는 노력들을 아끼지 않았다. ◇ 영해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은 ‘도시 정체성’ 복원!그렇다면 과연 영해라는 생명체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영덕군이 영해면에 시행하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일련의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예주’로 기억되는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확립하는 일, 바로 영해의 정체성을 공표하고 이를 도시경쟁력으로 확보하는 것이다.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지자체간의 경쟁이 심화된 오늘날엔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역사·문화적 정체성이 그 도시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낡은 건물을 밀어버리고 새 건물을 번듯하게 올리는 것이 전부인 재개발사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에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에 의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고유한 역사와 문화가 깃든 지역은 절대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태어나 쇠퇴기를 겪는 서구의 도시들이 역사와 문화를 도시재생의 핵심전략으로 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영해는 2,000년 전 삼한시대의 신비로운 우시국을 시작으로 남쪽의 경주, 북쪽의 강릉과 버금가는 동해안의 거점도시였고, 고려 해안방어의 요충지로 읍성이 건축됐으며, 일제에 대한 민중의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신돌석 의병장의 항일운동과 동해안 최대 만세운동이 펼쳐진 충절의 도시이다. 영덕군의 여러 도시재생사업이 영해 주민들의 생활근거지이자 역사·문화의 상징인 만세시장을 중심으로 폭넓게 융합된다는 것은 도시의 정체성을 복원하고 계승하는 것이 영덕군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통합이 바로 영해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지금까지 살펴본 영덕군의 도시재생사업은 ‘영해가 확 바뀐다’, ‘동해안 중심도시로 도약’ 등과 같은 과장되고 상투적인 언어로는 표현될 수 없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 쇠퇴기를 겪는 ‘영해’가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남다른 케어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볼 수 있다. 영덕군의 도전적인 도시재생사업에 관찰이 아닌 관조의 시선이 보내지는 것은 변화될 ‘영해’가 보여줄 드라마이며 그것이 끼칠 영향력일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로서./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1-11-01

역사의 파도 넘어 포항에 정착, 수필 명작 남겨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한흑구는 해방공간의 소용돌이에서 남한으로 향한다. 미군정에서 권세를 누릴 수 있는 자리를 잡지만 이를 내팽개치고 포항에 정착한다. 평양에서 미국을 거쳐 다시 평양에서 서울로 향한 ‘검은 갈매기’의 여정은 포항 바닷가에서 마무리된다.임종석(임) : 한흑구는 귀국 후 평양에서 활동하게 되는군요.박이득(박) : 광복 무렵 고당(古堂) 조만식(1883∼1950)을 만나 활동해. 하지만 공산당이 한흑구처럼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은 평양 외곽으로 격리하지. 한흑구와 조만식을 따르던 젊은이들이 조만식에게 남한으로 가자고 권하지만 조만식은 북쪽에 남겠다고 해. 그리고는 트럭 한 대를 구해 젊은이들에게 남한으로 가라고 하지. 한흑구는 그 트럭을 타고 남한으로 왔는데, 그때 조만식과 함께 오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된다고 여러 번 말했어.한흑구의 부친인 한승곤과 흥사단을 이끈 안창호, ‘조선의 간디’라 불린 조만식은 한흑구를 이해하는 열쇠 말이다. 그리스도교에 바탕한 안창호와 조만식의 사상과 행동에는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안창호가 별세하자 조만식이 일제의 방해를 뚫고 장례위원장이 되어 장례를 집행한 것도 짚어볼 대목이다. 조만식이 월남을 거부한 상황은 아래 글이 상세하게 설명한다.그해(1945년) 12월 28일 모스크바 삼상회의가 한국의 신탁통치를 가결하자 여기에 반대하는 민주주의 진영과 찬성하는 공산주의 진영이 나뉘게 되었고, 이것이 조선민주당(당수 조만식)의 결말을 가져왔다. 소련군 사령관 스티코프와 김일성은 수차에 걸쳐 조만식에게 신탁통치를 지지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그(조만식)는 끝까지 거부하였고 이로써 1946년 1월 5일 소집된 소위 평남인민정치위원회는 위원장인 조만식을 축출하고 그를 ‘반민족주의자’로 날조 매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참여했던 이윤영 등 민족진영은 월남하여 서울에서 조선민주당을 재건함으로써 평양에서의 민족진영 운동은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1월 5일 회담 이후 평양 고려호텔에 감금된 조만식은 그를 구출하려는 청년들이나 그를 방문한 미군정청의 브라운에게 “나는 북한 일천만 동포와 운명을 같이하겠소”라며 월남을 거부한 채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였다. - 고당 조만식 선생 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임 : 남한으로 온 후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박 : 미군정이 들어서고 서울시장의 통역 담당 보좌역으로 발탁돼. 당시에 그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어. 그런데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 자리가 편안할 리 있었겠나. 온갖 청탁과 유혹, 압박이 있었겠지. 한흑구 성품에 그걸 어떻게 견뎌내겠어. 결국 서울시장에게 부탁해 미군정 도서관으로 옮기게 돼. 이때 영미시를 번역해 발표하고 나중에 이 원고를 묶어 출간했지. 미군정 때 서울에서 문학 하는 사람치고 월급 받는 사람은 한흑구가 거의 유일했어. 한흑구가 월급 받는 날이면 문인들이 모여 거하게 한잔했다고 해. 한흑구는 월급의 반쯤은 배고픈 문인들에게 나눠주었어. 이승만이 한흑구에게 공보처장을 권했는데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고 자신은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임 : 포항과는 연고가 없을 텐데 어떤 이유로 오게 되었습니까?박 : 문인들과 고적지를 순례하려고 경주에 왔다가 포항이 좋은 곳이라는 문인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일행과 떨어져 포항에 잠시 온 게 계기가 되었지. 한흑구가 폐결핵을 앓고 있었는데 당시엔 난치병이었어. 의사가 바닷가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요양하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영일만을 보고는 바로 여기다 싶었던 거야. 그래서 서울로 간 후 곧바로 식구를 데리고 포항으로 왔지. 그때가 1948년이었어.한흑구가 포항의 바다를 어떻게 대했는지는 그의 첫 수필집인 ‘동해산문’(일지사, 1971) 서문에서 느낄 수 있다.항상 푸르고, 맑고, 볼륨이 넓고, 거센 바닷가에서 한가히 살고자 동해변으로 온 지가 꼭 20년이 되었다.거의 하루같이 바닷가를 걸어 보았다.인생 자체를 항해에 비하지만, 나는 바닷가에 혼자 서서, 나의 존재의 미미함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임 : 포항에서는 어떻게 살아가셨습니까?박 : 처음에는 미군 통역관으로 일하다가 1958년에 포항수산초급대(현 포항대)에서 교수로 모셔갔고, 여기서 정년을 맞아. 그후에 효성여대에서도 강의했지.임 : 지역 문화예술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박 : 포항에 정착한 뒤 ‘서울 문단’과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지만 ‘서울 문단’과 이어진 유일한 통로였지.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이 지극했어. 시인 박경용, 아동문학가 손춘익, 김일광과 함께 ‘흐름회’를 만들어 문화예술계를 이끌었지. 한흑구 덕분에 지역 문화예술의 수준이 높아졌고, 한흑구 없이는 포항의 문화예술을 이야기하기 힘들어.문단에서 한흑구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는 ‘동해산문’에 실린 서정주의 발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그는 1930년대에 6여 년의 공부를 마치고 미국에서 돌아온 뒤 몇 해 동안 우리 시단에 그 글을 보이더니, 이래 1945년의 해방 때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우리들의 눈에 띄지 않게 지내 왔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다시 붓과 소주를 벗해 서울에 나타나서 1950년의 6·25 사변 가까울 무렵까지 우리를 기쁘게 하더니, 또 이내 어디론지 사라져 자취를 감추었다. 뒤에 들으니 신라 고도 경주에서 산 하나 넘어 포항의 바닷가에서 누가 그를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20여 년, 그는 그의 글도 세상에 내놓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의 벙글거리는 항시 동안(童984F)의 얼굴도 우리 앞에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오랜 동안의 침묵을 깨고 동해 바닷가의 이십 수년의 정신의 체험을 문장화하여 이 정선(精選)한 수필집을 우리에게 다시 보이게 되었다. 한흑구의 문학적 위상은 다음의 글에서 가늠할 수 있다.그의 작품 활동은 그 시대의 신문이나 잡지에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매우 활발했으며, 그것도 문학 전반에 걸쳐진 것으로 보이나, 특히 1930년대에서 비롯되는 미국시 및 그 밖의 역시(譯詩) 활동은 8·15해방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휘트먼과 흑인시의 번역 소개는 물론, 미국 문학 및 작가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음은 당시의 다른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을 만큼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도미(渡美) 유학까지 했었던 경력으로 미루어 그의 전신자적(轉信者的) 역할은 보다 정확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했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김학동, ‘한국 근대시의 비교문학적 연구’, 일조각, 1981, 206∼207쪽.임 : 환갑이 지나서야 ‘동해산문’, ‘인생산문’ 두 권의 수필집을 냈습니다.박 : 출간 과정에서 손춘익이 역할을 많이 했지. 한흑구는 책을 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 서상은, 손춘익, 김삼일, 김일광이 한흑구를 잘 모셨지.임 : 부인 방정분 여사도 지역에서 교편을 잡고 많은 제자를 길러내셨지요.박 : 한흑구는 누님 두 분과 여동생이 있었어. 이화여전 성악과를 다니던 여동생이 동기동창을 한흑구에게 소개했지. 그분이 방정분(1913∼1989) 여사야. 황해도의 이름난 부잣집 딸이었고 홍난파와 같이 공연도 했어. 포항의 공립학교에서 많은 제자를 길러냈지. 포항제일교회 합창단을 만들기도 했고.임 : 가까이서 느낀 한흑구는 어떤 분이었습니까?박 : 점잖은 신사였지. 얼마나 이야깃거리가 많겠어.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는 잘 안 했어. 그것이 아픈 일이든 좋은 일이든. 자기 자랑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지. 포항에 한흑구가 왔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야.일제강점기에 많은 문인이 친일 대열에 합류하지만 한흑구는 이를 거부한다. 그리하여 임종국은 ‘친일문학론’에서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은 영광된 작가”라는 헌사를 바쳤다. 미국 시절부터 상당한 양의 시와 수필, 소설, 평론, 번역시를 발표했지만 그의 이름으로 발간된 책은 두 권의 수필집과 한 권의 편역서(‘현대미국시선’(1949))뿐이다. 2009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흑구 문학선집’이 나왔고, 2012년에 두 번째 문학선집이 출간되었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았으니 그를 아는 사람은 많을 수 없지만, 그를 접하게 되는 순간 그 품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실감하게 된다.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은 “항상 푸르고, 맑고, 볼륨이 넓고, 거센 바닷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박이득1941년 포항에서 태어나 서울 인창고를 졸업하고 건국대 국문학과와 계명대 무역대학원을 수료했다. 포항 동지고 국어 교사, 포항 MBC PD·기자, 영남일보 기자를 거쳤으며, 한국예총 포항지회장, 경북문인협회 부회장, 한흑구 선생 문학비 건립추진위원장, 포항독립운동사 발간 추진위원장을 역임했다. 수필가로 월간문학, 포항문학 등에 작품을 발표했고, 제1회 애린문화상을 수상했다. 최세윤 의병장 기념사업회 이사장, 포항문화원 부설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대담 : 임종석(경북매일신문 부사장) / 정리 : 최미경(시인·동화작가)

2021-11-01

경북도립대가 공유대학으로 지역 전문대학 교육을 견인해야

경북도립대학교는 경북도가 설립하고 재정을 투입해 운영하는 대구경북지역의 유일한 공립대. 취업률 1위에다 등록금이 아예 없는 작지만 강한 경도대가 개교 25년을 맞았다.김상동 총장은 경도대가 고등교육 거점 공유대학으로 지역 전문대학을 선도해야 한다는 야심 찬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마다 독립적으로 모든 자원을 갖추는 것보다 대학들이 협력해서 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대학 간 협업과 공유대학을 만들어야 하며 공립인 경북도립대가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북도의 정책과 재정적 뒷받침으로 전문대학 교육 시스템을 경북도립대가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 정원의 82%를 뽑는 1차 수시모집 기간이 끝났다. 올해 수시모집의 성과는 어땠나.△지난해보다 경쟁력은 조금 낮아졌지만 지원자들의 경도대 선호도가 뚜렷하더라. 외형적인 지원율에 일희일비 않는다. 문제는 합격자를 얼마나 지켜내느냐다. 이를 위해 학과장은 물론 총장도 서한을 보내는 등 경도대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경북도립대의 장점이 무엇인가. 무엇으로 학생들을 유인하고 있나.△우선 2022학년도에 입학하는 모든 신입생은 실질적으로 등록금이 없다. 입학생 모두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또 졸업생들의 2020년도 취업률이 72.8%로 전국 7개 도립대학 중 1위다. 그냥 취업률이 아니다. 교육부가 확인하는 유지취업률 조사에서 우리 대학이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어떤 학생들이 경도대를 지원하고 있나.△우리 학교는 작지만 강한 명품대학이다. 경상북도가 설립하고 지원하는 공립대학이다. 12개 학과 전체 신입생 355명의 소규모지만 지역 출신은 60% 정도고 나머지는 전국에서 찾아온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숨겨진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졸업 후 경제적 독립을 보장하는 고등공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경북도립대학의 임무다.- 경북도립대학교의 설립목적과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고 있나. 교육전문가로서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나.△대통령선거를 불과 4개월 남짓 앞두고 있는데도 대선 예비후보 어느 누구도 고등교육 관련 공약이나 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분개할 일이다. 지금 대학의 어려움인 입학자원의 감소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기에 대학들은 단순히 신입생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스템을 개선해야지, 4년제 대학에서 전문대학의 인기학과까지 복제 모방해서 입학자원을 싹쓸이해서는 안 된다. 일반대학은 연구중심과 교육중심 대학으로 재편해야 한다.전문대학은 모든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기보다 개별 대학과 지역 특성에 맞는 특정 분야의 전문기술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북도립대학교가 공유대학으로 전문대학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상동 총장이 주장하는 공유대학이란 어떤 형태인가.△지방자치단체의 주요 특화 산업에 필요한 자원을 기동성 있게 배출하기 위해 광역단체와 대학이 연합하는 형태다. 특화 산업 분야에 70% 이상의 공동 교육과정을 이수토록 하고 개별대학에서 나머지 30% 과정을 수행하면서 두 대학의 학위를 복수로 주는 것이다. 대학은 국가와 자치단체 특화산업에 공동 참여해 개별 대학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학생 감소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고 중복 투자도 피할 수 있게 된다. 개별대학이 참여하는 공유대학 시스템으로 대학과 지역 소멸을 넘어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공유대학은 경북도가 설립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경북도립대학교가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하필 경북도립대학교가 해야 하나.△공립으로서 경북도의 고등교육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서울시립대가 4년제 대학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경도대가 지역 전문대의 교육시스템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 투자는 많이 해야 하고 돈은 안 되니 공립인 도립대가 나서야 한다. 다른 대학들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도립대를 통해 고등교육 정책과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스마트농업이 대세다. 농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전문대가 만들 수 있다. 경도대가 만들고 다른 대학들이 합류하고 참여해서 농업공유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경도대의 자동차과는 이미 괘도에 올랐다는 평가다.△우리 대학은 전공별로 현장 맞춤형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산업체나 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해 현장 실습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과의 도장 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도장 기술 숙련도를 높여주는 실습프로그램으로 전국적으로 특화된 기술이다. 지난 9월 한독상공회의소와 ‘아우스빌둥 직업훈련교육 업무협약’을 통해 더욱 특성화됐다. 교육훈련생으로 선발된 2022년 신입생은 자동차 도장 및 정비 기술에 관한 이론교육을 받고 졸업 후에는 대학의 전문학사 학위와 독일 연방 상공회의소의 아우스빌둥 인증서를 받게 된다. 이들은 BMW그룹코리아나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아우디 폭스바겐코리아 등 자동차 기업에 취업해 숙련된 전문인력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경도대는 경북도가 설립했고 지원해준다. 그렇다면 대학과 경북도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나.△경도대는 경북도가 운영하는 경북도 직속기관으로 경북도의 고등교육 정책 실현 최일선에 있는 대학이다. 학생수가 적은데다 저렴한 등록금과 많은 장학금 때문에 등록금 자체가 대학 재정에 큰 의미가 없었다. 따라서 경북도와 경북도의회는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는 적극적 재정 투자와 지원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데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대학은 또 학생 교육과 복지, 지역사회 기여 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경북도의 정책자문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경북도의 정책 수립과 이를 위한 업무나 자료 제공으로 경북도 발전에 대학이 기여하면서 상생해야 한다.- 지역에서의 대학의 역할과 대학 사회의 발전에 대한 총장의 생각은 어디까지인가.△대학의 설립 목적이자 존재 이유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기여다. 특히 인구 격감 시대에는 지방소멸에 맞서는 유일한 기관으로 남을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인구가 없는 지역에도 국방의 개염으로 대학이 존재하고 있다. 청년들을 머무르게 할 수 있고 지역을 이해시킬 수 있는 곳이 대학이다.- 경도대의 예천 지역에서의 역할은.△지역민에게 양질의 교양교육 및 진로변경 교육 등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경도대는 경북도의 평생교육정책에 맞추어 도민행복대학, 예천평생교육원 운영 등 평생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학 운영도 다양한 성인 학습자를 정규교과과정과 연계하는 학사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단순히 성인교육에 참여하는 지역민 대상 교육뿐만 아니라 학습자에게 의미있고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학습자 위주의 교과과정으로 함께 상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활체육과의 육상부 운영으로 예천군 육상대회 유치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축산과에서 경북축산농업인들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식이다.- 지난 이야기지만 경북대 총장 임명 당시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래서 국정감사에서도 논쟁을 벌이는 걸 봤다. 경북대 총장을 꼭 해야 할 이유가 있었나.△총장 재임하면서 4번의 국정감사를 받았다. 한 번은 감사 2시간 중 1시간50분을 혼자 답변하면서 정말 고군분투했다. 나중엔 ‘수첩에 이름’ 이야기까지 나오니 총장을 그만 두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맞받았다.노동일 총장 시절 교무부처장과 기획관리실장 등 보직을 맡았다. 그 때 경북대의 발전 방안이 있음을 알았다. 내가 총장이 되어서 경북대를 제대로 바꿔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었다.- 총장 재임 시절 경북대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북대가 라이덴대학 THE세계대학영향력평가에서 세계 99위를 했더라. 경북대 총장재임중 제일 큰 업적으로 무엇을 꼽고 싶나.△학교의 외형을 번듯하게 만드는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의 변화다. 경북대의 세계적 평가 소식에는 나도 깜짝 놀랐다. 국내에서는 3위였다. 또 상하이 자오퉁대학 평가에서 국내대학 공동 7위를 차지했다. 드디어 라이벌 부산대를 젖혔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정말 경북대 총장으로서 업적이라면 교양학점 상한제를 만든 것이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 중 전공을 제외하고 모두 교양과목으로 학점을 채우는 학생들이 있었다. 심하게는 140 졸업학점 중 80학점을 교양과목으로 메꾸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를 교양과목은 42학점을 상한제로 묶었다. 2년 걸렸다. 졸업장도 4M(메이저, 매크로, 마이너, 마이크로)으로 구분했다. 말로만 하던 융합을 실제 적용한 예라고 자부한다.- 경북대가 올해도 RIS(지자체-대학 협력기반사업) 선정에서 탈락했다. 경북도립대에도 영향이 있나.△RIS는 교육부가 대학의 지역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경북대총장시절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게 지역 혁신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성공한 휴스타 사업이 그 모델이다. 2019년 휴스타 사업은 지역 기업을 통해 높은 성과가 입증됐다. 그런데 올해 경북대의 RIS 지원 기획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선도적 사업인데 탈락했다. 오히려 새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충남대전세종 지역 사업을 선정했다. 정부의 지방균형 발전과 지역강소대학 집중 육성이라는 공약이 무색해졌다. 경북도립대도 컨소시엄에 참여했고 기대했는데, 우리 지역은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하게 됐다. /이경우 편집위원 ◇김상동(62) 경북도립대학교 총장경북 상주, 경북고, 경북대 문리대 수학과 졸, 서울대 수학과 석사.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 박사. (응용수학, 수치편미분방정식 전공).경북대 사대 수학과 교수, 자연대 수학과 교수.경북대 교무부처장, 교수학습센터장, 기획처장.교육과학기술부 기초기술연구회 선임직 이사.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위원장.경북대총장(2016. 10 ~2020. 10).2004년 과학기술부의 세계적 선도과학자 선정.창의성이 따르지 않는 교육은 유사문제 풀이에 불과하고 교수는 학원강사에 불과하다며 계속 수학을 연구하는 학자이고 싶은 교육행정전문가.

2021-11-01

일본제철 대규모 구조조정 치명상… 한국, 경계 늦춰선 안돼

일본제철은 한때 세계 철강업계의 벤처마킹 단골 메뉴였다. 세계적 기술력으로 품질 좋은 철강 생산을 했고, 지역사회와의 협업 등 배울 점이 많아서였다. 포스코 또한 초기엔 일본제철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으며 성장판을 마련했다.그런 일본제철이 최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3위 철강 기업 일본제철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철강도시 포항으로서는 일본제철 사례가 궁금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현지 매체에 보도된 내용 등을 통해 그 배경을 살펴봤다.1950년 창업한 일본제철은 매출 6조2천억 엔(62조 원), 종업원 수 10만6천 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1970년 일본 아와타 제철과 후지 제철이 합병해 신일본제철로 이름을 바꾼 이후, 2012년 스미모토 금속 공업과 합병해 ‘일본제철’로 탄생했다. 이후 일본 전국에 15기의 용광로를 운영하며 세계 최대 조강생산량과 판매량을 기록한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본 경제를 견인해 왔고, 세계 철강 업계를 주름 잡기도 했다.그랬던 일본제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지난 3월, 동일본제철소 카시마 지구의 고로 2기중 1기를 2024년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 □ 글로벌 경쟁 심화·탈탄소 압박 등이 요인일본제철의 고로 가동 중단은 당장 일본 산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제철은 국내 수요의 감소, 수출 채산성 악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철강사 경쟁과열 등을 구조조정의 이유로 밝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도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OECD에 따르면 2019년 일본의 조강 생산 능력은 1억3천만t이지만 실제 생산량은 9천900만t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8천319만t까지 감소했다. 중국 철강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산으로 인한 공급 과잉, 채산성 악화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던 일본제철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더 축소되자 결국 카시마 제철소 고로 추가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에 이르렀다.일본제철의 구조조정 발표가 나오자 일본 내에서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졌으며 그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닛케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탈탄소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도했다.일본 정부는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내건 상태.석탄을 원료로 하는 코크스를 이용하는 고로사의 부담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로를 이용해도 되지만, 고로에 비해 전기로는 불순물 제거가 어려워 자동차에 사용되는 고장력 강판이나 전기자동차의 모터에 활용되는 전기강판 등 고성능 강재 생산에는 한계가 있다. 고로를 이용한 자동차용 강재 생산이 주력인 일본제철에게 탈탄소 정책은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이 관련 학계 및 산업계의 는 분석이다. □ 고로 불 꺼지면 도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동일본제철소 카시마 지구 고로 1기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측은 제철소 소재 지방정부다. 이바라키현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인구 6만여명의 작은 도시 카시마시는 철강과 함께 성장한 지역이다.스미모토 금속공업의 주력 제철소였던 동일본제철소 카시마 지구는 2012년 스미모토공업과 신일본제철이 합병하면서 일본제철 소유로 넘어갔고, 1968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자동차와 가전제품용 박판 등 일본 주력 수출품의 소재를 생산하면서 지역 경제를 든든히 받쳐왔다.카시마시와 일본제철과의 연관은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인구 6만7천여 명 중 일본제철의 종업원만 3천 명, 하청회사를 포함하면 거의 1만여 명이 일본제철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도시 인구의 약 15%가 일본제철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일본제철은 고로 폐쇄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생긴 인력을 타지에 위치한 제철소로 전환 배치하여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카시마시에 이미 기반을 마련한 일부 직원들은 강재가공회사 등이 위치한 인근 치바현 등으로 이직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보도하고 있다.카시마시와 이바라키현 등 지방 정부는 제철소 일부가 폐쇄되면 고용과 납세 등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비상이 걸려 있다.카시마시 니시키오리 고이치 시장은 그동안 “고로 1기가 폐쇄되면 협력업체 뿐 아니라 음식업 등 여러 형태 사업장의 어려움으로 5천명 정도가 고용에 나쁜 영향이 받을 걸 각오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결국 도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위기 상황임을 토로했다.카시마시는 앞서 철강 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은 이와테현 가마이시시를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일본 근대 제철산업의 발상지로 불리는 가마이시는 1978년부터 1989년 사이 석유파동과 엔고(円高) 현상으로 현재 일본제철의 전신인 신일본제철이 고로 2기를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자, 지역의 근간을 이루던 산업이 쇠락의 길을 걸었고, 조선소와 하청업체도 도산하거나 공장을 이전하면서 도시 자체가 무너졌다. 1975년 기준 가마이시 제철소 종업원 수는 가마이시 지역 종사자 전체의 약 15%, 제조업 종사자 수의 약 61%였으며 1963년 철강 산업이 번성할 당시에 인구는 9만2천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기준 인구는 3만2천명까지 내려앉았다.이런 선례가 있다 보니 그간 경제 특구에 의한 공업용수와 수도요금 인하, 녹지율 완화 등의 지원을 해 온 이바라키현과 카시마시는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고로 2기 조업 유지와 관련해 필요한 100억 엔 규모의 지원을 일본제철에 제안한데 이어 탈탄소 정책 기조에 맞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도 50억 엔 상당의 지원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제철의 계획을 막지 못해 현재 비상이 걸려 있다. □ 다양한 대책 발표했지만, 기업도시로 재생은 어려울 전망그동안 일본제철과 20여 회 접촉하며 현재 체제 존속을 위해 나섰으나 협상에 실패한 이바라키현은 고로 폐쇄 발표 이후 대안으로 수소환원제철법 개발, 제로카본스틸 생산, 그린 수소 생산 등 수소를 테마로 한 탄소 중립 산업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재도약 시책을 내놓고 있다.카시마시 역시 공업 용수 가격 인하, 지역 교통 접근성 개선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상태에서 더 이상 기업도시로의 재생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일본제철의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철강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하면서 일본제철의 경영 상황도 반전되었지만 구조조정에 대한 일본제철의 입장은 확고하다.실제 일본제철은 지난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연도 전체(21.4~22.3·일본 회계연도 기준) 영업이익 6조 원을 전망했으며 연결기준 조강생산량은 4천60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고 수익성도 나아졌으나 일본제철은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실적 발표장에서 향후 고정비를 절감하고 고부가가치재 위주 생산체계를 수립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일본제철은 대대적인 설비 구조조정도 실시, 계획대로 기존 15기 고로를 순차적으로 폐쇄해 10기로 축소하고 조강생산능력을 20% 줄일 예정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이후 고로가 가동 중인 다른 지역은 일본제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10-31

부족함보다 특별함에 집중… 교육변화 희망을 쏘다

학교는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다.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이 이뤄지고 있는 농촌 지역, 특히 면 지역에서 작은 학교의 존재가 갖는 의미는 더 특별하다.작은 학교는 오랜 시간 동안 학생과 학부모, 교사, 관공서 등을 잇는 지역사회의 중추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소수 학생이 다니는 작은 학교에 지속적으로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 과연 다른 시민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경제적 논리로만 살펴본다면 이는 결코 효율적인 투자가 아니다.하지만, 때로는 관점을 조금 바꿔 생각해 볼 필요성도 있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교육변화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학생과 학부모는 학구 내에 배정된 초·중·고등학교를 다녀야만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사하면서 아이들이 다닐 학교에 대해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주거지에서 가까운 학교로 배정되고 그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더 많다.그로 인해 도심지역에 있는 대부분 학교는 학생 수 유지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학교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의 환경 개선에 대해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반면, 작은 학교의 상황은 정반대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작은 학교를 택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작은 학교를 살린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교육 시스템이 재개편되는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글 싣는 순서1. 소멸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의 현실2.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Ⅰ3. 시골학교에서 부르는 희망노래Ⅱ4.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명과 암5. 지속 가능한 시골학교 상상 아닌 현실로 □ 분교와 폐교 위기에 놓인 포항지역 학교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교육부의 ‘적정 규모 학교 육성 권고 기준’은 초등학교 경우 면·벽지 60명 이하, 읍 지역 120명 이하, 도시 지역 240명 이하다. 중·고등학교는 면·벽지 60명 이하, 읍 지역 180명 이하, 도시 지역 300명 이하가 기준이 된다.지난 3월 1일 기준으로 지역에 위치한 교육부 권고 기준 이내의 학교는 초등학교 26개교, 중학교 13개교 총 39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중점추진 통폐합 대상학교’는 죽장초등학교 상옥분교장(학생 수 3명)과 장기초모포분교장(학생 수 4명)이다. 특기 장기초모포분교장의 경우에는 재학생 수가 10명 이하이고, 신입생도 없어 5년 안으로 폐교가 될 상황에 놓였다. 현재 이 학교는 2학급, 학생 수 4명이 전부이고 6학년에 재학중인 학생 2명이 졸업하고 나서 더 이상 신입생이 입학하지 않는다면 폐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폐교·분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되살리자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포항교육지원청은 지난 2019년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시범 대상인 죽천초등학교에 운영 예산 2천만원을 지원했다. 또 2020년 초등학교 12개교에 1천만원, 중학교 1개교에 2천만원 총 1억4천만원을 전달했다.이후 2021년 초등학교 13개교와 중학교 4개교 중 중복사업 대상인 2개교(경북미래학교로 선정된 흥해서부초와 자율재능학교인 청하중)를 제외한 15개교에 1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을 지원했다.뿐만 아니라 작은 학교에 방과후학교와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교재·교구·도서 개발 운영 및 구입을 도와준다. 또 학생들이 통학하기 쉽게 차량 임차와 구입, 운영비 부담을 해 줬다.포항교육지원청은 작은 학교에 특색프로그램 개발비를 지원해 작은 학교에 대한 교육력을 강화하고, 작은 학교로 학생이 유입될 수 있도록 언론기관 및 홈페이지 홍보, 현수막 게시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의 성과현재 작은 학교 학구제가 운영되고 있는 학교는 죽천초, 곡강초, 신광초, 송라초, 월포초, 흥해서부초, 문충초, 장기초, 양포초, 대송초, 남성초, 기북초, 죽장초, 장기중, 대송중, 청하중, 서포중 등 모두 17개교다. 작은 학교 학구제가 시행된 첫해인 2019년도에는 22명이 이듬해에는 108명의 학생이 작은 학교로 유입됐다.특히 지난 9월 1일 기준으로 올해는 모두 142명의 학생이 작은 학교를 다니는 것을 택했다.2021학년도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유입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죽전초와 곡강초, 청하중이 22명으로 유입학생이 가장 많았고, 장기중 21명, 문충초 18명 흥해서부초 9명, 양포초 8명, 장기초와 남성초 7명의 학생이 작은 학교행을 택했다.1970년 개교한 흥해서부초는 올해까지 1천44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해냈다. 하지만, 흥해서부초는 1990년대부터 입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전교생 수가 29명까지 줄어들며 폐교 대상 학교로 지정돼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끊기도 했다.하지만, 교직원들의 헌신적인 학생지도와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프로그램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이후 전교생 수는 2017년 95명에서 2019년 100명, 2021년 현재 106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대상 학교로 선정되면서, 재학생 중 14명의 학생이 서부초로 유입됐다.□ 작은 학교 살리기의 최종 목표작은 학교 살리기는 작은 학교만의 특색과 교육경쟁력을 강화를 시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또 작은 학교든 큰 학교든 간에 학교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학습권을 보장하고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또 적정한 규모의 학교를 키워나감으로 인해 교사가 수업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이후 수업 연구시간을 확보해 수업의 질이 향상된다면 그만큼 학생들의 교육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작은 학교를 특화해 인근에서 전학을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직원의 열정과 학부모의 지원,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은 학교 살리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고른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끝

20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