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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시대의 라이프 케어는 한의약의 일상화로

등록일 2022-07-25 19:56 게재일 2022-07-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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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br/>정창현 한국한의약진흥원장

‘얼마나 사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가 화두가 되는 세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대유행은 주기가 짧아지고 일상화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제 보건의료 패러다임도 질병 중심의 ‘헬스 케어(Health care)’에서 생애 전주기 삶을 관리하는 ‘라이프 케어(Life care)’로 바뀌고 있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정창현 한국한의약진흥원장은 “한의약은 오랜 세월 수많은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며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도 한의약이 해답을 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치료법이 아닌, 바이러스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는 한의약은 수시로 변이하는 바이러스의 종류에 상관없이 증상에 따라 곧바로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약은 과학화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 왔다는 정 원장은 “국민들의 한의약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한의학을 예방의료로 일상화 생활화 대중화 하겠다”고 말한다.

 

감기·고혈압·갱년기 장애 등 30개 질환에

국제적 수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2029년까지 70여 종 질환 보급화도 추진

과학화 통해 한의학의 안전·유효성 입증

신종 감염병 대응 신제품·치료법 개발 등

한방의료 보험적용 제도개선책 마련돼야

- 한국한의약진흥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진흥원이 하는 일은 주로 어떤 것인가.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국민 건강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한의약 발전 정책 개발과 관련 제도 개선, 한의약 혁신기술 개발, 한의약 산업 육성 및 세계화, 한의약 중심 지역 건강 복지 증진 등 진흥원은 한의약과 관련된 국민 복지와 산업 전반에 대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의약 산업 발전을 위해 한약제재생산센터와 한약비임상시험센터 등 전담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의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일반적으로 한의약이라고 하면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야말로 편견이다. 서양의학에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의학이 있듯 한의학도 시대적 구분이 있다. 지금 한의학은 현대 한의학이며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표준화 과학화를 이루고 있다. 한의학은 그동안 끊임없는 연구와 토론, 임상실험을 통해 변화 발전해 왔다.

설명도구나 접근 방식이 서양의학과 다르다고 비과학적이라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입증이 안 됐을 뿐이지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최근 첨단물리학의 입자, 파동, 양자 관련 이론이 한의학 이론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은 눈여겨 볼 일이다. 과학의 발달로 한의약의 효과가 하나 둘 밝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동의보감’처럼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우수한 한의학 문헌들이 있다. 수천 년 동안 축적된 임상경험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문헌이 비과학적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한의약진흥원은 이런 소중한 자산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그 가치를 밝히고 소중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표준화하고 있다.

- 한의약진흥원의 임상경험 표준화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이 있나.

△한의약진흥원이 2016년부터 6년동안 진행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대표적이다. 의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근거 기반 기술서라고 할 수 있다. 감기, 견비통, 고혈압, 만성 피로, 갱년기 장애 등 30개 질환에 대해 총 330억원을 투입해 국제적 수준의 지침을 개발했다. 여기에다 현재 후속으로 추진중인 한의약 혁신기술개발사업을 통해 2029년까지 70여 종의 질환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지침을 개발해 고도화하고 연구 성과를 확산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한약과 양약 병용 투여 연구와 중점질환 연구센터 지원 등 근거 중심의 한의약 과학화, 표준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한의약의 대중화가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인가.

△과학화 표준화 현대화를 통한 한의약의 대중화 일상화가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학문이든 산업이든 사상이든 그 어떠한 것도 대중과 함께 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한의약은 수천 년 동안의 임상 경험과 연구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그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담겨 있다. 이를 현대적 언어와 개념으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진흥원이 현재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 한의약의 대중화에는 빅데이터 구축만큼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물론이다. 지금까지 한의약계는 표준화 현대화 과학화를 통해 유효성과 안정성 입증에 노력해 왔다. 이제는 이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한의약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개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문화의료, 예방의료로서 한의학의 특징을 살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의식주 전반에 걸쳐 한의학적 요소를 접목시켜 한의학의 일상화, 생활화, 대중화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 한의약의 표준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한의약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진흥원은 한의약 혁신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한 질환별 가이드라인 개발과 의료 기술 최적화를 통한 질 향상, 그리고 첨단의료 및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한 치료기술 개발 등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축적한 연구 성과, 인프라 및 우수 연구인력 등을 적극 활용해 한의약 관련 기업의 신기술 신제품 개발과 산업화에도 지원하고 있다.

-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용 질환 및 절차 등 한의약 건강보험급여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첩약을 비롯한 한방의료의 건강보험급여 적용 확대는 한의약계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한방의료의 건강보험급여는 국민건강보험 전체 급여의 3%에 불과하다. 2021년 실시한 한약소비실태조사에서 한방의료 분야의 개선점으로 50% 이상이 보험급여 적용 확대를 꼽았다. 한의사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현재 한방의료의 건강보험 급여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추나요법을 비롯해 한약제제, 한방물리요법 분야에서 일부 적용되고 있다. 첩약(탕약)은 현재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3개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잇다. 그런데 적용 일수 등 급여 범위가 낮고 처방 절차도 복잡해 보완이 필요하다.

- 코로나19 감염병이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로서 어떻게 전망하며 한의약계의 대응은 무엇인가.

△감염병의 유행과 위험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감염병 대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미래는 감염병이 일상화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서양의학 일변도의 감염병 관리체계는 나름 성과도 있지만 여러 한계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가 조금만 모습을 바꿔도 기존의 치료제나 백신은 무용지물이 된다. 새로운 치료제나 백신 개발을 위해 우리는 또 수개월,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인 감염병 관리에서 오랜 공백은 실로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또 다른 문제는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한 후 24~48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유효하며 그 이후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의약은 이같은 문제들을 보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어떤 질병이든 변종이 가능하다. 바이러스 규명을 위해 굳이 수개월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한약의 유효성을 의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약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한의약계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한의약계의 활동이 보이지 않았다고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의사협회는 여러 차례 보건당국에 참여를 제의했고 감염병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올해 4월 15일까지 코로나19 재택 치료자와 코로나 후유증 및 백신접종 후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를 운영했다. 하루 최대 2만 명이 진료 및 치료한약을 요청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또 한의진료접수센터를 통해 진료 받은 8천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비대면 한의약 치료를 받은 재택치료자 중 94.4%가 만족감을 표시해 한의약이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한국한의약진흥원도 범 한의계의 구심점이 되어 감염병 대응 매뉴얼부터 제도적 기반 마련, 한약제제 개발과 산업화까지 국민 건강을 지키는 큰 울타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바이러스 치료에서 근본적 차이는 무엇인가.

△서양의학의 치료법이 바이러스만 죽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한의학은 바이러스가 살 수 없는 인체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금처럼 바이러스의 규명과 제거만을 목표로 삼는다면 인류는 감염병을 극복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바이러스는 수시로 변이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바이러스 유형보다는 그것이 일으키는 질병의 특성을 중시하므로 바이러스 종류와 상관없이 증상에 따라 곧바로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한의학은 감염병을 초기 중기 말기 단계별 80여 가지 유형의 병증으로 나누고 바이러스 특성에 맞춰 처방하는 이론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한의학의 장점으로 서양의학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감염병으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 한의약이 국민 건강과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앞으로의 시대는 안타깝게도 ‘전염병과 고령화로 인한 만성병’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난제일 것으로 보인다. 최대 화두는 ‘얼마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되고 있다. 유병장수가 아닌 무병장수가 인류의 가장 큰 소망이기도 하다. 천문학적 의료비 증가로 국가 재정은 날로 악화되고 전 세계적으로 저비용 다효능의 방편으로 전통의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신종 감염병 등 난치성 질환이 늘어나면서 질병의 치료보다 예방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의약은 질병의 예방과 회복에 장점이 있고 경제성 안전성 효율성 면에서도 탁월하다. 최근 코로나 후유증 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찾는 환자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 그 한 예이다.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이 ‘헬스 케어(Health care)’에서 ‘라이프 케어(Life care)’로 바뀌고 있다. 예방이나 치료의 질병 중심 사고에서 생활 전반에 걸쳐 적절한 삶의 방법을 제시하는 생애 전주기 관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의약의 장점 중 하나인 양생의학은 라이프 케어에 최적화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의약은 미래 의약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경우 편집위원

□ 정창현(丁彰炫·54)

전남 보성 출생. 광덕고, 경희대 한의학과 졸, 경희대 한의대 한의학 석사·박사. 경희대 한의대 교수. 한의학과 학과장. 한의학고전연구소장.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 아시아센터 방문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학부학장. WFMC(세계중의약학회연합회) 중의약문화전업위원회 부회장. 대한 한의학원전학회 수석부회장. 경희대학교 교수회의 사무총장.

대학에서 한의학의 원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을 주로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한의학의 사상과 가치를 가르쳤다. 학술적으로는 실용방면의 연구를 좋아했고 특히 양생실천방면과 전염병 분야 전문가다. 양생이론의 실상을 알고자 도가사상을 연구했고 그 과정에서 산림치유, 무용치유 등에 관한 한의학적 개념을 정리했다.

한방분야의 감염병학인 온병학(溫病學)을 보급, 최초로 정규과정에서 강의했다.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는 한의감염병학회 창립을 주도했고 코로나19 사태 때는 코비드19 한의방역지침 작성에 참여했다.

지금은 한의약진흥원이 미래 한의약 산업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그 후 대학으로 돌아가 후진 양성과 연구에 전념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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