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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도 경쟁과 협력으로 위기 돌파해야”

등록일 2022-07-11 19:54 게재일 2022-07-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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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br/>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국민의 교육열과 국가 고급인재 수용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맡았던 대학이 지금 백척간두의 끝에 서 있다. 2000년 이후 19개 대학이 폐교됐고 모두 지방의 사학이다.

대학의 폐교는 지역 경제의 추락과 지방소멸로 확대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할 일이다. 그러나 먼저 대학들이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홍덕률 한국사학재단 이사장은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와 구조개선 지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GDP의 0.6%인 정부재정 지원을 OECD 평균인 1%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학도 변하고 있으니 국민의 사학을 보는 눈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대학들의 대응을 주문한다. 경쟁의 룰을 지키면서 시설을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는 등 경쟁과 협력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폐교는 지역 경제 추락과 지방소멸로 확대

사립대학의 위기, 규제완화·재정지원으로 해결

지방 사립대 등록금 14년째 동결로 재정은 악화

교육부·국회 등과 소통 확대 실질적 대책 마련을

- 한국사학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사학재단이 하는 일이 사학에 어떤 도움이 되나.

△사학진흥기금을 조성하여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사립학교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학교 발전을 지원한다. 2000년부터는 주로 사립대학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융자사업과 청년 주거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행복기숙사 건립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학에서 부지를 마련하면 사학재단이 기숙사 건설비를 지원해 주고 30년에 걸쳐 저금리로 분할 상환받고 있다.

또 대학의 예산 결산 자료를 집계분석해서 교육정책 기초자료로 국회와 국민에게 정보로 공개하고 있다.

강사 처우개선 지원사업, 사학혁신 지원사업, 그리고 실비로 교육 연수 컨설팅 사업도 제공하는 등 사학진흥기금을 활용하여 다각적으로 사립대학의 어려운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폐교대학 종합관리기관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폐교 대학에 대한 종합 관리를 하고 있다. 현재 재단 부지 내에 금년 내 준공을 목표로 폐교대학 기록물 아카이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폐교대학의 기록물 보관과 관리 활용도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 우리 교육에서 사학의 비중이 높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공립에 비해 형평성이 부족하다고 불평한다.

△대학 중 83%가 사학인 데서도 그 중요성이 나타난다. 나라가 어려울 때 사학 법인이 대학을 설립해 국민의 교육열과 국가의 고급인재 수요를 감당해 왔다.

그러나 선진국이 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사학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기 짝이 없다.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투자가 OECD 회원국의 경우 평균 GDP 대비 1%이지만 우리나라는 0.6%에 지나지 않는다.

- 사학에 대한 지원을 이야기하지만 사학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부정적인 것은 사학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흔히 사학 비리라고 일컬어지는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들을 말하는 것 같다. 사학 설립자 및 경영진의 권위주의적 태도, 전횡, 교비 빼돌리기, 족벌 경영 등이 그것이다.

국민의 높은 교육열에 비해 국가의 투자 여력은 미치지 못해 사학을 권장하게 됐다. 이 통에 교육 철학이나 자질이 부족한 학교 경영자나 교수, 행정가 등이 사학을 설립하고 학교를 경영하면서 자질 부족 무자격자들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이다. 이들의 교육관과 철학 등은 민주화 바람 속에 내부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었다. 지역 대학들도 상당수 겪었고 전국 대학들이 대부분 겪었던 몸살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학에 대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많은 대학 총장들은 규제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사실 사학과 사학법인들의 비리들은 그동안 교육부와 언론의 감독을 통해 많이 노출되면서 줄어들고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법으로 정한 개방이사제도, 대학평의회,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등록금 심의위원회 등도 많은 역할을 했다. 특히 사학진흥재단은 사학과 사학법인을 대상으로 한 재정 실태점검 및 회계감리 제도 등으로 사학법인의 비리를 줄이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이제 사학과 사학법인들의 재정 운용 등 경영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투명해졌고 비리 요인들도 제도적 장치에 의해 사전에 차단되고 있다. 따라서 사학에 대한 규제도 대폭 풀고 자율적으로 책임 경영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학의 위기, 특히 지방 사립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사립대학의 재정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54.9%다. 그런데 대학 등록금은 올해로 14년째 동결돼 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정원이 줄어들었는데 그마저 정원 충원율도 줄어들었다. 물가와 경직성 경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수입은 14년째 그대로이니 사립대학의 재정 여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사정은 국립대학에 비해 사립대학이, 수도권 대학에 비해 비수도권 대학이, 4년제 일반대학에 비해 전문대학이 더욱 심각하다.

- 그럼 홍 이사장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지원 특별법’ 제정이 담겨 있다. 사립대학의 위기를 인식하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와 구조개선 지원’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를 천명한 바 있고 지난 달 15일 학교 자산 처분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조치를 발표했다. 우리 사학진흥재단도 교육부와 함께 사립대학의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한 규제완화를 위한 논의에 참여하여 교육부 안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고등교육 재정정보 전담기관으로서 대학의 재정이 개선될 수 있도록 새정부 정책에 맞추어 적극 역할할 것이다.

또 사립대학 구조개선을 위한 지원이다. 사학진흥재단은 사립대학의 건전한 성장과 경영위기 대학의 원활한 구조개선을 제도적 법제화를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한계대학의 폐교로 인한 교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폐교 대학이 급증하고 있다. KEDI(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 전국의 한계대학이 84개교에 이르며 비수도권에 74%, 사립대학이 94%라고 보고했다.

△2000년 이후 폐교 대학은 19개 대학에 이르고 있다. 경영상 위기로 폐교되는 대학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만 더 이상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교육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대학들이 폐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재단은 폐교가 되는 과정에서 대학과 법인, 구성원들이 겪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폐교대학 학생들의 특별편입학을 지원하고, 교직원들의 체불임금 변제를 위해 청산 융자를 지원해주고 있다.

폐교대학 종합관리기관으로서 폐교대학의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이와함께 한계대학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포럼을 열고 ‘사립대학 구조개선을 위한 특별법’의 연내 입법을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다.

-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대학 총장시절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인가.

△대구대학교는 전국 대학들 중 가장 민주화된 대학이라 할 수 있다. 총장만 교수 직원이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단과대학 학장과 학과장까지 소속 교수들이 직선으로 선출한다.

민주화된 조직에서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통과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총장으로서 헌신과 봉사의 리더십으로 정책 결정을 하고 대학 구성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위기를 타개하려 노력했다.

학생회 임원들과도 수시로 만나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했고 일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SNS로 피자데이트를 신청해 수백명의 학생들과 즉석 간담회를 갖는 등 소통을 위한 다양한 채널을 가동했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표방하며 학교 구성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재단 분규를 해결하고 대학 위상을 제고시킨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 교수로 총장으로 대학에 오래 몸담았다. 지금은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대학 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오늘의 한국 대학 문제의 핵심은 재정위기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평교수로 있을 때는 교수협의회 간부를 하면서 혹은 신문 기고와 방송 토론 등을 통해 견해와 주장을 개진하려 노력했다.

대학 총장으로 있을 때는 평소 소신과 문제의식을 정책으로 구현해서 책임지고 있던 대학의 학생과 교수 직원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교육 연구 여건을 제공하는데 노력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으로 옮긴 지 1년 동안 대학 총장으로 경험을 살리고 한편으로는 교육부 및 국회 등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전국 사립대학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정책과 지원 조치들을 실천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사학재단 이사장으로서 맡은 책임을 다해 지금의 위기에 처해 힘겨워하고 있는 전국 사립대학들에게 의미 있는 지원을 하고 싶다.

- 언론에 칼럼 등으로 사회에 많은 활동을 했다. 홍 이사장의 교육관과 대학, 대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교육은 학생을 위한 제도다. 교육의 대상으로 그치지 않으며 더구나 돈벌이의 수단은 더욱 아니다. 학생을 정신적 인격적 지적 사회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의식적 활동이 교육이다.

아울러 교육은 학생에게나 사회에게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는 제도다. 전통을 계승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기능을 갖고 급변할 때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교육의 역할이다.

대학은 학생이 행복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사립대학 법인이나 총장이나 교수 직원 모두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2009년 대구대 총장에 취임하면서 ‘학생중심 대학운영’을 천명했고 2010년 후반에 들면서 전국 대학으로 확산됐다.

-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역 대학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지역 대학의 위기는 지역사회의 위기이고 국가경쟁력의 위기를 의미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함께 대학에서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위기가 심해지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지만 경쟁하더라도 룰은 지켜 조화롭고 균형있는 경쟁과 협력을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협력할 주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폭 넓게 협력할 것을 주문한다. 인근 대학 사이 시설을 공동 활용한다거나 교수 교류, 학과나 교육 프로그램과 대학원 과정 등을 공동 운영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대학 간 컨소시엄 구성도 적극 검토하고 가능한 주제부터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화와의 소통, 협력, 상생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신산업을 발굴하고 첨단 인재를 육성 공급하며 지역민의 평생학습을 책임지는 등 지자체와 대학이 역할을 분담해 지역과 대학이 함께 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홍덕률(洪德律·65)

인천출신. 제물포고. 서울대 사회학과, 서울대 대학원 석사, 문학박사.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대구대학교 총장(10, 11대)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4대)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 (재)경북행복재단 이사장, 경북도 평생교육진흥원장.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교육자이자 교육행정가.

대구에서 대학 교수와 총장 등으로 30여 년 살아오면서 언론 기고와 각종 사회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여론주도층 역할을 해왔다. 학내분규 당시 교수협의회 간사를 맡아 해직되기도 했고 지난 2014년 지역사회의 요청으로 대구시교육감 선거에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사학진흥재단은 작지만 일 잘하는 기관의 모델이라고 자평하며 전국의 사립대학들에 의미있는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이경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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