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멀리 있어야 아름답다’라는 시의 한 구절은 이제 옛말인가 싶다. 닿기 어려워 신비롭던, 저만치 혼자 떨어져 외로움이 묻어 있던 섬을 쉽게 드나들 길이 있으니 말이다. 배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섬으로 가던 바닷길은 이제 추억 속에 접어두자. 365개 섬들이 바다 위에 흩어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여수에서 시리게 푸른 바다 위에 뻗어있는 대교를 달리면 아름다운 섬에 금세 닿는다. 심리적 거리가 좁혀진 섬, 화태도와 낭도에서 한여름의 낭만을 즐겨보면 어떨까.
□ 걷고 싶은 섬, 화태도
한국 세번째로 긴 길이 1천345m 화태대교 건너
돌산도 서남단 크고 작은 9개의 섬들로 둘러싸여
아름다운 해안길·낚시 명소 등 아늑한 풍경 뽐내
여수시 남면 화태리의 화태도는 돌산도 서남단에 있는 섬이다. 한반도 모양을 닮은 섬은 임진왜란 때 왜병이 쳐들어오는 것을 돌산도에 알렸다고 해 췻대섬이라 불렀다.
이순신 장군이 마을 뒷산인 노적산을 군량미 적재지역으로 위장했다고 해 ‘벼 이삭 수(穗)’를 써 수태섬으로도 불렸다가 ‘벼 화(禾)’를 써 화태가 됐다. 화태도는 돌산도, 송도, 월호도, 개도, 대두라도, 나발도, 대횡간도 등 크고 작은 9개의 섬이 감싸 아늑하다.
육지에서 배로 드나들던 화태도에 2015년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는 화태대교가 놓였다. 화태대교는 길이가 1천345m로, 인천대교와 부산항대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긴 사장교다. 쭉 뻗은 대교를 달려 바다를 건너면 섬 해안을 따라 둘러있는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다.
여수갯가길의 5번째 코스인 ‘화태갯가길’ 비렁길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수런거린다. 소나무 숲길은 청량하다. 바다와 섬들을 끼고 걷는 어촌마을은 호젓하다. 꽃머리산에 올라 내다보면 화태대교가 당당한 자태를 뽐낸다. 다도해에 떠 있는 수많은 섬은 신기루처럼 아득하다.
화태도는 조선 중기에 기마 목장으로 지정돼 섬에서 말을 키웠다고 한다. 말을 운반하던 마족선착장은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지다. 고기를 낚는 것인지, 세월을 낚는 것인지, 갯내음 나는 포구에 걸터앉은 강태공의 표정이 느슨하다.
월전포구는 ‘달밭기미’라 불렀다. 기미는 ‘작은 만’을 뜻한다. 마을은 포구 쪽에서 떠오르는 달빛을 받아 그윽하다. 작은 항구를 비추는 노란 월전등대는 포구 끝자락에 달처럼 걸려있다. 등대 앞에 서면 나팔처럼 생긴 나발도가 보인다.
화태갯가길의 마지막 여정지 묘두마을로 향한다. 바다로 툭 튀어 나간 섬의 지형이 고양이를 닮아 마을 이름을 묘두라 부른다. 둥근 곡선을 그리는 앞바다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수상가옥처럼 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양식업을 한다. 감성돔, 참돔, 우럭, 농어 등 여수 양식어류의 40%가 화태도에서 나온다니 화태도는 그야말로 멋과 맛의 보고다.
□ 낭만의 섬, 낭도
둘레길 비경의 집합소 ‘여산마을’ 따라 걷다보면
바다·방파제·등대 등 최고의 절경 한눈에 펼쳐져
주상절리·해식동굴 등 자연의 작품도 신비함 더해
화양면에서 여수섬섬길을 따라 섬과 섬 사이를 달려가면 낭만의 섬 낭도를 만난다. 조발도를 잇는 화양조발대교, 둔병도를 잇는 둔병대교, 낭도를 잇는 낭도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된다.
섬 모양이 여우를 닮아 ‘이리 낭(狼)’을 써 낭도라 불리는 섬은 이웃한 섬들 가운데 가장 크다. 섬에 들어서면 여산마을이 마중한다. 마을을 두른 산이 수려한 여산마을은 낭도 여행의 핵심이다. 낭도 둘레길 3코스 중 여산마을에서 출발하는 둘레1길은 비경의 집합소다.
마을을 천천히 걷는다. 마을 입구에 정박해 놓은 고깃배들이 소박하다. 집 담장마다 알록달록한 그림이 걸려있는 갱번미술길은 갤러리 같다. 바다로 눈을 돌리면 낭도방파제의 빨간등대가 보인다. 등대 너머로 고흥 나로도 우주발사대가 우뚝 솟아있다. 길을 따라가면 고운 모래가 펼쳐진 낭도해수욕장에 이른다. 파도가 잔잔한 바다는 호수 같다. 경사가 완만하고 물이 맑아 어린아이들과 해수욕하기에 좋다.
바다를 따라 난 둘레길은 낭도 최고의 절경을 품고 있다. 주상절리와 해식동굴이 어우러진, 신선이 살만한 신선대는 자연 스스로 빚어낸 작품이다. 겹겹이 쌓인 퇴적층 기암절벽인 친선대는 신비롭다. 간조에 해수면이 낮아져 너른 바위가 드러나면 공룡 발자국 화석도 볼 수 있다.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절, 공룡들이 무리 지어 살던 땅. 긴 세월이 흘러 공룡은 전설로 남았지만 어린 공룡들은 이곳에 보행렬 발자국을 남겨 그들의 존재를 알린다.
산타바해변 쪽으로 걸어가면 바위섬 끝자락에 하얀 등대가 서 있다. 남포등대는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나 암초를 피하라며 뱃길을 밝힌다. 지나는 선박들이 언제나 그를 바라보니 홀로 있지만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바닷길을 나와 산타바오거리로 가면 둘레2길로 이어진다. 여기서 낭만 가득한 바다를 다시 만난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모래가 길게 펼쳐져 장사금(長沙金)이라 불리는 바다의 해안선은 그림 속에나 나올법하다. 산이 품어 초록으로 빛나는 해변은 영화 ‘킬링로맨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둘레길을 걷고 나면 마른 목을 적시고 싶을 터. 여산마을 입구로 되돌아오면 100년 전통 도가에서 빚은 낭도 명물, 젖샘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여수 앞바다 낭도에 하나뿐인 술도가에서 빚는 술. 억겁의 시간 졸여지고 졸여진 심층수 마른 젖 빨아 당기듯 뽑아 올려 빚었다는 술.’은 톡 쏘는 느낌 없이 목 넘김이 부드럽다. 탁하지 않은 우윳빛의 깔끔한 맛이다. 4대를 이어온 이유를 알 듯하다.
어느덧 바다에는 섬 그림자가 드리운다. 물빛은 더 깊어지고 낭만이 물든 섬은 고요하다.
‘에어비앤비 카테고리’에서 만나는 색다른 여름 휴가지
무더위를 날려버릴 시원한 여름 휴가지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에어비앤비가 새로운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 단순히 여행 목적지와 날짜를 검색하던 기존방식에서 ‘에어비앤비 카테고리’의 56개 카테고리로 수백만 개의 독특한 숙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멋진 수영장’, ‘서핑’, ‘한적한 시골’, ‘열대 지역’, ‘기상천외한 숙소’ 등 여름휴가 시즌에 최적화된 카테고리를 활용해 보자. 새로운 여행지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 ‘멋진 수영장’을 가진 이색 숙소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수영장을 찾고 싶다면 ‘멋진 수영장’ 카테고리를 둘러보자. 여기에 해당하는 숙소는 첫 번째 사진에서 수영장이 표시된다. 숙소 위치도 지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제주의 ‘아모르데이’는 바다가 내다보이는 수영장에서 바닷속을 노니는 돌고래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이색적인 숙소다. 순천의 ‘빌라오’는 한옥 독채로, 마당에 프라이빗한 수영장이 있어 한적하고 오붓한 여름휴가를 보내기에 좋다.
△‘서핑’하며 빈티지 즐기자
서핑이 취미인 사람은 ‘서핑’ 카테고리에서 양양, 태안, 제주 등 서핑하기 좋은 해변에 있는 숙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양양의 ‘월화여인숙’은 죽도해변과 인구해변 근처에 있으며, 1979년에 지은 오래된 여인숙을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빈티지한 멋이 풍기는 우아하고 세련된 공간에서 휴식할 수 있다. 제주의 ‘바당올레662’는 바닷가 바로 앞에 있어 바람과 파도가 좋은 날이면 바로 나가 서핑을 즐길 수 있다.
△‘한적한 시골’의 정취 제대로
‘한적한 시골’ 카테고리에서는 조용한 시골 분위기가 가득한 숙소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함양의 ‘소소한’은 햇살이 따사롭고 풍경이 아름다운 집이다. 하루에 한 팀만 머물 수 있어 여름휴가 동안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평의 ‘모원당’은 전통적인 한옥 독채로 자연과 가까워 투박하고 정겨운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솔 객원기자 eso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