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여행지 가득한 양산
어떤 이들은 양산이 영축산 통도사 빼면 볼 것 없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산에서 통도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라고 하는 것만큼 우스운 이야기다. 양산 곳곳을 여행해보면 얼마나 많은 볼거리와 느낌있는 여행지가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낙동강 자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임경대는 물론이고 ‘경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내원사 계곡까지 가슴까지 청량해지는 눈부신 여행지가 가득하다. 자연속에서 힐링을 원한다면 양산으로 오시라. 오솔길을 걸어도 좋고 사찰 속에서 사색에 잠겨도 좋다. 양산에 가면 자연이 나를 푸근하게 안아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영축산 줄기 자리한 ‘통도사’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된 천년고찰
여름 열기조차 사그러드는 흙길, 19개 암자 여행 또 다른 묘미
낙동강 자락 한눈에 보이는 임경대서 영화 속 주인공 되어보고
‘경남의 소금강’ 불리는 내원사 계곡 명산 기운 받아보면 어떨까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보사찰 통도사
통도사를 가보지 않고 양산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양산에 많은 절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압권은 통도사다. 영축산 줄기에 자리한 통도사는 신라시대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창건된 천년고찰(千年古刹)이다.
통도사는 사찰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절경이다. 매표소인 무풍한송에서 일주문까지 보드라운 흙길이 이어진다. 무풍한송(舞風寒松)은 ‘바람은 춤추고 소나무는 차다’는 뜻이니 길이 가진 이름이 한 줄 시와 다름없다. 길 옆 작은 개울의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면 더운 여름의 열기조차 사그러지는 것 같다.
통도사에서 꼭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판들이다. 당대 명필로 이름났던 추사 김정희와 흥선대원군의 글씨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 중 하나다. 삼보(三寶)란 불가에서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는 세 가지로 부처를 상징하는 불(佛), 부처의 말씀인 경전을 상징하는 법(法), 부처님을 따라 수행과 중생 구제를 하는 승(僧)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대장경을 봉인한 해인사를 법보사찰,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강가사를 모시고 있는 대표적인 불보사찰이다. 통도사에 모시고 있는 진신사리는 불골(부처님의 유골) 불아(부처님의 치아) 불사리(부처를 다비하여 얻은 유골)로 자장율사가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통도사 대웅전은 특이하게도 사면에 이름이 제각기 달려 있다. 동쪽은 대웅전, 서쪽은 대방광전, 남쪽은 금강계단, 북쪽은 적멸보궁의 현판이 걸려 있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의 위용 때문인지 대웅전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대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불상을 대신한다. 금강계단은 ‘금강과 같이 단단하고 보배로운 규범’이라는 뜻이다.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띤 것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은 바로 부처님의 계 그 자체인 것이다.
□ 서운암 수 천개 장독대 장관
통도사의 암자여행은 또 다른 묘미를 준다. 통도사의 자장안에는 무려 19개의 암자가 자리하고 있는데 마치 통도사를 중심으로 요새를 이룬 것 같다. 통도사 암자 중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서운암이다. 통도사 주차장 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보타암과 취운암을 지나 서운암이 나타난다.
서운암은 고려 충목왕 2년인 1346년에 충현대사가 창건했고 조선 철종 10년인 1859년에 남봉대사가 중건했다고 전한다. 옛날에는 초막인 인법당이 전부였는데 근래에 성파(性坡)스님이 현재의 모습으로 일구었다고 한다. 스님은 지난해까지 통도사의 방장(方丈)을 지냈고 올해 한국불교 조계종의 제15대 종정(宗正)에 추대됐다.
서운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 천 개는 족히 되는 장독들이다. 바람과 햇살에 익어가는 된장독과 고추장독, 간장독이 늘어선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전국을 돌며 장독을 모으고 옛 방식대로 장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 성파스님이다. ‘신분제가 있었던 시절에도 왕족이나 양반, 상놈 할 것 없이 똑같이 사용했던 게 장독이니 우리에게 이만큼 소중한 문화유산이 어디 있겠느냐’라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그렇게 독을 모으고 장을 담근 지 10년이 넘었고 지금 서운암의 재래식 된장은 양산시의 특산품으로 지정되어 있다.
서운암에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작은 불상이 무려 3천여 개나 모셔져 있는 삼천불전이다. 성파스님이 1985년부터 5년 동안 흙으로 구워낸 도자기로 만든 삼천불이다. 서운암 주변은 무려 100여 종이 넘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 군락지이기도 하다.
통도사에서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은 극락암이다. 극락암은 우리 시대 큰 스님으로 이름이 높은 경봉스님이 정진했던 곳이다. 스님이 워낙 고명하다보니 수많은 이야기를 숨겨놓고 있다.
□ 오봉산 임경대와 내원사 계곡도 절경
양산 정취를 한눈에 굽어보려면 오봉산의 임경대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양산 8경 중 7경이기도 한 오봉산 임경대(臨鏡臺)는 통일신라시대 대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의 시에서 유래한다.
최치원 선생은 벼슬길에 물러난 뒤 문득 이 일대 암벽 위에 서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한 편의 시를 썼다.
“안개 낀 봉오리 뾰족뾰족 물은 늠실늠실/ 거울 속 인가가 푸른 봉우리 마주했네/ 어디로 외로운 배 바람 잔뜩 안고 가나/ 별안간 날던 새 자취 없이 아득하네/ 낙동강의 비친 산의 모습이 마치 거울 같다”
임경대는 이 시에서 유래했다. 임경대는 지난 2001년 개봉했던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차태현이 이별을 했던 장소다. ‘견우야 ~미안해~’라고 애절하게 외치던 장소가 바로 임경대다.
임경대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구름이 흘러갈 때는 운해로 뒤덮혀 바다처럼 떠다니고 황혼이 깃들 무렵이면 온 천지가 붉은 빛으로 물들여진다. 뿐이랴 눈이라도 내리면 설국이 펼쳐진다.
양산의 또 다른 절경인 내원사 계곡은 ‘경남의 소금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절경이 펼쳐진다. 영남 알프스의 남쪽 주봉인 천성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북쪽으로 흐르며 만든 내원사 계곡은 기암절벽이 계곡마다 펼쳐져 있어 신비한 느낌을 준다. 계곡 곳곳에 3층 바위와 작은 폭포와 소 병풍바위가 둘러 쌓여 있다.
통도사가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내원사 계곡에 있는 내원사는 다분히 여성적이다. 내원사가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하는 곳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드럽고 고운 선을 지닌 절의 모습이 어머니의 모습처럼 소담하기 때문이다. 내원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기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한국전쟁 때 전소되었으나 1958년 비구니 수옥 스님이 중창했다.
함께 가볼만한 곳
양산에는 여름을 시원하게 즐길만한 곳이 많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햇빛을 받아 아름다운 오색무지개를 만든다 해서 붙여진 ‘무지개폭포’는 물이 차고 주변이 시원해서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가지산, 신불산, 영취산, 오봉산, 천태산 등이 만나는 곳에 있는 원동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천혜의 장소로 이름이 높다. 물을 테마로 한 양산테마파크와 도심 속 힐링장소인 양산디자인공원, 연인들끼리 방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양산영화공장도 들러볼만 하다.
놓칠 수 없는 맛집
양산 통도사 앞에 있는 산채전문점인 경기식당은 영축산에서 자생하는 고사리, 산나물, 푸른나물 등 7가지의 각종 산나물을 비빔밥 재료로 사용해 향이 독특하고 산나물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우거지 국도 담백하다. 양산의 향토음식이기도 한 민물 매운탕은 산바다집이 유명하다. 메기 매운탕을 특히 잘한다. 잡내가 전혀 없고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손영환 비빔국수는 각종 야채와 과일을 자연 발효시켜 소스를 만들었다. 매콤달콤한 맛이 일품이고 뒷맛이 개운하다.
/최병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