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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고대 근친혼은 性적인 문제 아닌 권력 독점과 유지 수단

신라는 국가를 향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를 중시하는 사회였다. 신하가 왕에게 지켜야 할 신의(信義)도 화랑을 포함한 신라 귀족청년들이 교육받은 주요 덕목이다. 그건 통일 이전과 이후가 동일했다.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성(性)문화는 매우 자유로웠다고 추정된다. 오히려 1천여 년 전 신라 사람들이 21세기를 사는 지금의 우리보다 더 큰 성적 자유를 누렸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없지 않다.수원과학대 교양학부 류선무 교수의 논문 ‘신라시대의 성문화 연구’ 결론 부분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렸다.“신라시대는 모든 면에서 남녀가 동등한 위치에 오르게 된 단계였다. 남녀의 애정 윤리와 성 풍속도 남녀 동등하게 자유와 개방 정신 그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처용가(處容歌)’였다. 성적 욕구의 표현과 행위는 남녀가 서로 존중하는 풍조였다. ‘화랑세기’에서 미실은 세종전군, 사촌 오빠 사다함,진홍왕,진흥왕의 아들 동륜과 금륜,설원랑,자기 동생 미생 등과 혼인 및 사통하며 난음 행각을 펼치지만 그것이 윤리·도덕적으로 지탄을 받는 죄악이 아니었다.” ◆오늘날의 도덕적 잣대로 신라 성 풍속 해석하면 곤란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병합해 삼한일통(삼국통일)의 토대를 거의 완성한 7세기 중반 이후에도 위와 같은 성 풍속은 이어졌다.‘삼한일통의 양대 거두(巨頭)’라고 부를 수 있는 무열왕 김춘추와 태대각간 김유신. 김춘추는 친자매 둘 모두를 아내로 삼았고, 김유신은 여동생의 딸, 즉 조카를 두 번째 아내로 맞는다. 그것도 회갑을 넘긴 나이에.앞서 언급된 논문 ‘신라시대의 성문화 연구’에서도 이를 아래처럼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김유신의 동생인) 문희는 언니 보희로부터 상서로운 꿈을 사고 김춘추와 혼인해 딸 지소를 얻게 되고, 지소는 당시 외삼촌인 김유신과 혼인했다. 또한, 언니인 보희도 뒤에 김춘추의 후궁이 된다. 자매가 한 남자의 부인이 된 것이다. 삼촌과 조카딸, 고모와 친정 조카,외삼촌과 생질녀 등 친족관계 속에 중복된 혼인 관계로 짜여진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그럴 사람이야 없겠지만, 1천 년 전 이런 풍속만을 보고 “신라는 성적으로 몹시 문란한 나라”였다고 말하는 건 너무나 단순한 해석이다.동서양을 불문하고 고대 사회의 근친혼은 성적인 문제가 아닌 ‘권력의 독점과 지속적 유지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역할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그러니, 삼국통일이라는 당대의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친 김유신과 무열왕 김춘추의 희생과 피땀을 ‘성적인 문제’ 하나만으로 폄하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그래서였을 것이다. 류선무 교수의 논문 ‘신라시대의 성문화 연구’ 또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신라의 남녀는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의 의사를 존중해 강제적인 성폭력이나 강간 등의 성범죄는 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왕실이나 상류사회에서는 권력과 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족내혼(族內婚)이 일반적인 혼인의 형태였다. 어느 시대, 어떤 사회의 결혼제도나 가족의 형태, 성 풍속이 도덕적이냐 또는 야만적이냐, 문명적이냐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권리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존중되는 가운데 각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성적 에너지가 발산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의 기계적이고, 상업적이고, 신경쇠약적인 병든 성 문화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건전하고 건강한 성 문화의 형성은 현대인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크나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 뜻을 받드는데 최선을 다한 신라의 통치자들대부분의 고대 역사는 통치자와 세칭 ‘영웅’ 중심으로 기술된다. 그러니, 신라의 보통 사람들이 효(孝)에 관해 어떻게 인식하고 실천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다만, 구전되는 설화나 전설을 들어보면 왕이나 귀족이 아닌 평민들 역시 부모를 극진히 섬기는 사람을 칭송했다는 건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신라의 왕들은 대부분이 효자였다. 결국은 왕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자식이니까 효를 인간 행위의 근본이라 믿었던 것이다. ‘논어’ 학이편(學而篇)엔 이런 문장이 쓰여 있다.“부재(父在)에 관기지(觀其志)하고, 부몰(父沒)에 관기행(觀其行)하라. 삼년(三年)을 무개어부지도(無改於不之道)라야 가위효의(可謂孝矣)니라.이를 현대식으로 풀어 쓰면 대략 이런 뜻이 될 터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땐 그의 뜻을 따르고, 돌아가신 후에는 그의 행적을 살펴라. 그런 행위가 최소 3년은 지속돼야 그게 효의 시작이다.’이젠 앞서 이야기한 신라의 자유로운 성문화와는 다른 이야기다. 통일신라의 기틀이 닦이던 7세기 중후반 나라를 다스렸던 신라 왕들은 선왕(先王)인 아버지에게 효를 다했다.문무왕 김법민은 딸과 사위의 비극적인 죽음을 겪으면서도 삼한일통의 의지를 꺾지 않았던 아버지 무열왕의 뜻을 받들어 고구려 병합과 당나라 축출이라는 삼국통일의 마지막 숙제를 해결했다.문무왕의 아들인 신문왕 김정명은 “사후(死後)에도 용이 돼 일본 해적으로부터 백성들을 지키겠다”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문무왕을 바다에 장사 지냈다.또한, 조부 무열왕과 부친 문무왕이 이뤄놓은 삼국통일의 기반 위에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운 것도 신문왕이다.이 같은 문무왕과 신문왕의 행위를 ‘관기지(觀其志)와 관기행(觀其行)’이라 부르지 않으면 어떤 걸 그리 칭할 수 있을까.‘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 편찬위원회’가 펴낸 ‘통일신라 시기 2-불교문화’엔 핏줄로 이어진 바로 이 3명의 왕, 무열왕·문무왕·신문왕의 주요 행적이 짤막하게 요약돼 있다. 아래 그대로 옮긴다.“대왕암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앞바다에 있는데,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수중릉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무왕은 아버지인 무열왕의 업적을 이어받아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당의 침략을 물리쳐 삼국통일을 이룩했다. 그리고 부처의 힘을 빌어 왜구의 침입을 막고자 이곳에 절을 세웠다. 절이 다 지어지기 전에 왕이 죽었으므로, 아들인 신문왕이 재위 2년(682년)에 사원을 완성해 감은사라 했다. 문무왕은 평소에 내가 죽으면 바다의 용이 돼 나라를 지키고자 하니 화장해 동해에 장사지낼 것을 유언하였는데, 그 뜻을 받들어 장사한 곳이 바로 대왕암이었다. 감은사 금당 아래 동해를 향한 배수로를 만들어 용이 된 문무왕이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 실제 발굴조사에서 그 흔적을 발견했다.” ◆조부와 부친에 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신문왕이지만...신라는 물론, 이 땅에 존재했던 모든 왕조를 통틀어도 빼어나고 돌올한 업적을 남긴 임금으로 평가받는 게 신문왕의 할아버지(무열왕)와 아버지(문무왕)다. 그런 이유에선지 학계에서도 신문왕에 대한 평가는 조부와 부친에 비해 인색하다. 하지만, 통일신라 초기 신문왕이 진행했던 굵직굵직한 문화예술 프로젝트와 권력의 중앙 집중을 위한 노력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 분명 아니었다.고대사 연구자 김용만의 ‘인물한국사’는 신문왕에 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681년 7월 1일 삼국통일의 영웅 문무왕이 세상을 떠났고, 16년간 태자 자리에 있던 정명이 왕위에 올라 신문왕이 됐다. 신문왕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던, 냉정하면서도 판단력과 실천력이 뛰어난 임금이었다.”그 시대 신문왕이 맡아야 했던 ‘자신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고문헌에 의하면 그는 삼국통일 직후 통치 기반을 단단하게 구축하고, 귀족들의 노동력 징발권도 과감하게 회수함으로써 고대 국가의 왕이 가져야 할 권위를 강화하고, 행정구역도 정비했다고 한다.이 정도면 무열왕, 문무왕, 신문왕 3대를 지목해 “잘난 할아버지에 더 잘난 아버지, 그리고 만만찮은 손자”라고 표현하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2023-10-03

횡성한우축제 최초 총감독 선임, 문화관광 도시로 디자인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이 우수한 축제의 지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번 19회 횡성한우축제는 지역주민과 외지 방문객 모두 즐거움을 나누고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지난달 27일 횡성군청에서 만난 김명기 횡성군수는 축제의 성공의 열쇠는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냐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횡성’ 하면 한우축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횡성한우축제는 지역의 대표 축제지만 이에 대한 남모를 고민도 있다. 관광객들이 한우축제만 찾는다는 것. 한우축제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횡성의 다양한 매력을 만날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의미다. “횡성군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인 횡성한우축제를 비롯해 읍·면 지역에서 다양한 축제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안흥찐빵축제, 횡성더덕축제, 둔내토마토축제 등 주로 특산물을 메인 테마로 둔 축제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또 횡성호수길축제, 횡성회다지소리축제, 올해 첫 선을 보인 소(牛)맥프리미엄 페스티벌 등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을 근간으로 한 축제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이 같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횡성한우’를 테마로 한 횡성한우축제는 당연히 다른 지역축제들과 규모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올 한우축제는 ‘횡성의 인심! 한우의 자부심!’을 주제로 오는 6~10일 닷새간 열린다. 이번 축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역대 최초로 축제 총감독을 선임해 축제를 기획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틀과 운영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기 위한 방안이다.올해 한우축제가 그동안 개최해온 축제와 크게 달라진 부분은 ‘먹거리축제’를 넘어 횡성한우를 테마로 지역의 문화성, 생활성을 담아내는 데 역점을 뒀다는 점이다. 김명기 군수는 “한우축제는 지역 대표 먹거리를 메인테마로 가진 축제의 특성상 먹거리 소비가 주를 이루는 한계점도 가지고 있었다”면서 “횡성한우 관련 단체와 생산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벗어나 여러 지역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지고 만족할 수 있는 ‘공유의 축제’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고 강조했다.올해 횡성한우축제에서 눈 여겨 볼 만한 것은 축제의 핵심공간인 ‘구이터’를 비롯해 다양한 횡성한우 부위를 코스요리로 즐길 수 있는 ‘미식파티’와 횡성한우 비선호 부위를 이용한 요리들이 펼쳐지는 ‘스트릿푸드존’이 새롭게 선보인다는 점이다.“횡성한우를 테마로 한 축제이기 때문에 먹거리 부분을 소홀히 할 수 없는데요. 올해 축제에선 단순히 방문객들이 특정 장소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새롭고 신선한 공간을 구성한 점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이 밖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준비돼 있다. 기존 대형 텐트에 여러 부스와 정보를 담아냈던 주제관은 걸어 다니면서 횡성군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스트릿 에코뮤지엄’으로 전환했다. 또 횡성한우 크기의 모형에 지역 작가들이 색을 입힌 ‘카우쇼’, 횡성군 9개 읍·면을 스토리텔링한 체험존,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담아낸 주제공연, 건강, 행복, 웰빙을 테마로 잔디밭에 펼쳐질 ‘웰니스파티’, 볏짚을 이용한 미끄럼틀과 놀이터 등 다양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준비 중이다.축제가 확 달라진 만큼 김명기 군수는 횡성을 문화관광의 도시로 디자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운영해온 횡성문화재단을 ‘횡성문화관광재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과거 지역 문화예술인과 단체와의 네트워크를 넘어 지역 관광 종사자까지 교류의 범위를 넓혔다.“차별화된 관광사업 발굴, 체류형 관광 인프라 확장, 다각적인 홍보·마케팅을 통해 횡성의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김명기 군수는 지난 1년간 다양한 성과를 거뒀지만 그중에서도 횡성의 미래 발전을 견인할 새로운 동력 기반을 마련한 것이 가장 보람있었다고 밝혔다.이모빌리티 산업생태계 조성 및 자율주행 상용화 거점도시로서 횡성의 기반을 다졌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모빌리티 연구실증단지건립에 들어갔고, 현대자동차 전기차 재제조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를 유치했다.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의료헬스, 스마트 분야 대규모 산업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먼저 관련 산업 유치를 위해 100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신규 조성할 예정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바이오 헬스 벨트 구축산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어 첨단산업 분야의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도록 선제 대응하겠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거점특화단지와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을 성공 추진해 강원도형 모빌리티 특화도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계획입니다.”이 외에도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제1, 2 문화복합단지 조성, 횡성 베이스볼파크를 중심으로 KBO 야구발전센터 및 다목적 스포츠 트레이닝 센터 조성, 친환경 복합 에너지타운 조성 등이 김명기 군수가 밝힌 중점 추진 계획이다.김명기 군수는 부자 농촌을 만들기 위한 의지도 나타냈다. 경관농업단지 발전을 통한 농업 관광자원화, 농업소득 보전을 위해 추진 중인 행복농자재 지원사업도 더욱 내실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계절 근로자 배치를 통한 농업인력 부족 해결, 농가소득 보전, 영농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농업인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경제활력도시 횡성이 완성되면, 인구 유입으로 군민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주변 상권과 경제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우리 군은 수도권 부럽지 않은 도농 복합도시로 앞서 나가게 될 것입니다. 명품 한우의 도시를 넘어 모빌리티 선도 도시로서 새롭게 성장해나가는 횡성이 되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횡성=최병일 전문기자

2023-10-03

오감만족 콘텐츠 가득 경주서 가을 즐기세요

지역 대표 명품문화 예술축제인 제50회 신라문화제가 역대급 콘텐츠로 6일 개막한다.이번 축제는 전년도 미비점은 보완하고 오감을 사로잡는 프로그램 규모는 더욱 확대해 축제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지난해 화백제전 수상객석(2천석) 부족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부분은 인근에 대형 LED를 설치하고 돗자리 존(1천석)을 추가로 마련했다.먼저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뮤지컬, 풍물 퍼레이드, 향가·시낭송 등의 콘텐츠로 봉황대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어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화백제전, 실크로드 페스타, 달빛난장 등의 역대급 콘텐츠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를 선사한다.주낙영 경주시장은 “올해는 무엇보다 방문객들이 안전하게 신라문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경호·보조 인력을 대폭 확대했으며, 지역 특색을 담은 콘텐츠와 공간구성으로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성을 가진 축제로의 변화를 시도했다”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10월에 신라문화제에 반드시 오셔서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가득 담아 가시길 바란다” 고 밝혔다. □ 도심경제 활성화신라문화제 대표 먹거리 야시장인 ‘달빛난장’이 13일부터 15일까지 봉황대, 중앙로, 내남사거리 잔디밭 일원에서 펼쳐진다.참여업체는 지난해 21곳에서 올해 33개로 확대했다. 이는 중심상가 및 봉황·황리단길 연합회와 전통시장·노점상 연합회 등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상인들과 꾸준히 협의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메뉴는 닭꼬치, 잔치국수, 탕후루, 케밥, 족발, 생과일 쥬스, 생맥주 등 다양하다.지난해 노란색 파라솔로 꾸민 레트로 가믹존(70곳)은 올해 그 개수를 늘려 제공하며, 감성 피크닉존(60곳)과 신라라운지존(60곳)도 확대 비치해 축제를 즐기러온 방문객이 축제장에 오래 머무르며 소비할 수 있게 준비했다.또 같은 기간 전문 거리예술공연 65회, 지역예술인 버스킹 49회가 진행되는 ‘실크로드 페스타’는 중심상가와 황리단길 등 도심 곳곳에서 음악과 공연으로 축제의 장을 만든다.10대들과 MZ세대를 겨냥한 ‘화랑무도회’는 로꼬, 김하온, 릴러말즈 등 유명 힙합 래퍼들의 참여가 예정돼 있다.이는 신라문화제가 지금까지 기성세대의 잔치에 머물렀다면, 지난해부터 시도된 ‘화랑무도회’로 전 연령층이 함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진 것이라 말할 수 있다.또 내남사거리 인근 금관총고분관을 잇는 잔디밭에도 감성쉼터를 조성해 황리단길 청년들을 중심상가로 유도한다. □ 월정교와 화백제전월정교는 동궁과 월지와 함께 경주에서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조선시대에 유실되어 없어진 것을 10여 년간의 조사 및 고증과 복원을 진행해 2018년 4월 모든 복원을 완료했다.신라문화제는 이곳 월정교에서 화백제전으로 화려한 막이 오른다.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화백제전(和白祭田)은 13일 오후 7시부터 월정교 수상 특설무대에서 개최된다.지난해 2천석 수상객석을 가득 메운 화백제전은 더 많은 관람객이 안전상의 문제로 관람할 수 없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는 인근에 대형LED 500인치를 설치하고 화면 앞에 1천석의 돗자리 존을 마련했다. 또 부득이하게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24일 밤 11시 포항MBC에서 화백제전 특집방송을 준비했다.공연은 숭신전, 육부전 등 실제 문중이 참여하는 신라의 태동을 여는 신라왕 추대식으로 펼쳐진다. 이어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물 위에서 펼쳐지는 수상 퍼포먼스가 결합된 수준 높은 창작 공연을 비롯해 경주시립고취대, 경주플라잉, 무용협회 등 지역 예술인들이 대거 출연해 월정교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빛낸다. □ 시민축제운영단 조기 출범과감히 관 주도형에서 벗어나 시민참여형 축제를 표방하고 있는 이번 신라문화제는 지난해 선보인 시민축제운영단을 조기 출범하고 그 규모를 대거 확대했다.시민축제운영단은 축제 SNS홍보단(시민서포터즈), 실크로드 페스타(시민축제학교), 친환경그린리더(화랑원화단)으로 구성됐다. 지난 3월부터 모집한 시민축제운영단은 지난해 180여명이 참여한데 반해 올해는 320여명이 참여한다.지난 7월부터는 친환경 그린 리더 ‘화랑원화단’ 중·고등학생 35명을 모집해 친환경 체험학습과 폐자재를 활용한 작품창작 및 플로깅 등의 친환경 활동을 수행했다. 시민축제학교는 13일부터 15일까지 봉황대 축제장 일원에서 시민들이 직접 기획한 양말목공예 체험, 술술 토크쇼, 주령구 놀이 등의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펼친다.□ 수준 높은 예술제로 감동 선사신라문화제 중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신라예술제는 (사)한국예총 경주지회에서 주관한다.뮤지컬 ‘세 그루 아래 만나다’는 같은 기간 봉황대 특설무대에서 지역의 역사적 인물인 처용, 홍도, 최준을 소재로 한층 높아진 수준의 공연을 선보인다.또 ‘다시, 경주를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미술, 사진, 문인화 등도 전시한다. 특히 사진작가협회에서는 50회를 맞아 그간 추억의 신라문화제 사진 6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옛 경주의 거리, 신라문화제를 추억하고 싶은 분들은 반드시 관람해 보길 추천한다.육부촌 풍물퍼레이드는 뮤지컬 공연 전 식전 붐업행사로 봉황대 인근 6곳에서 풍물패 300여 명이 신명나게 축제를 알리며 봉황대 특설까지 풍물패 소리와 함께 인파를 몰고 올 예정이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3-10-03

온 가족 함께 이층버스 타고 대구 도심 한바퀴 ‘씽씽’

대구시가 한가위를 맞아 황금연휴기간 대구시티투어를 운영키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대구시티투어는 대구의 주요 관광지와 문화유산 및 대구 지역을 순회하는 투어 사업을 운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외래관광객 유치 및 지역 관광산업 발전을 이끌 예정이다.투어의 추석 연휴 운영 일정은 6일이라는 긴 시간에 맞게 오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운영된다. 단, 추석당일인 29일과 월요일인 2일에는 운휴한다.시티투어의 경우 도심순환노선으로 1일 7회 운영될 계획이다.도심순환노선의 경우 10개 지점에서 3대(2층버스 1대, 1층버스 2대)로 운영되며, 테마노선 및 특별노선도 3대(1층버스)가 운영된다.정기노선은 팔공산, 비슬산, 수성가창, 낙동강, 야경의 테마를 가지고 있고, 특별노선은 고(故) 이건희 특별전 연계노선 군위군 노선, 갤러리투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노선 등으로 구성돼 있다.이용요금은 성인 1만 원, 중·고생 8천 원, 어린이·경로·장애인 6천 원이다. 운행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순환하며, 테마코스의 경우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된다.대구시는 추석연휴와 판타지아 대구페스타 행사 기간에 시티투어버스 도심순환노선 요금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도심순환노선은 동대구역을 시작으로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동성로, 근대문화골목, 이월드·두류공원, 앞산전망대, 수성못 등 대구 도심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것으로 1일 7회 운영된다. 올해는 테마노선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오는 10월 1일에는 대구시로 편입된 군위군에서는 새로운 투어가 진행된다. 이날 군위군 투어는 20명 이상 모객시 운영이 되며, 운행노선은 청라언덕역(오전 9시 30분)→동대구역(오전 10시)→군위삼존석굴→한밤마을→부계면(중식)→화본역→인각사→일연공원→동대구역(오후 5시)→청라언덕역(오후 5시 30분)으로 구성돼 있다.또 오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5인 이상 모객 시 운영되는 팔공산 코스와 비슬산 코스, 낙동강 코스 및 수성가창 코스도 운영될 예정이다.도심순환노선 주요 정류장은 10지점으로 나뉜다. 각 지점의 즐길거리는 다음과 같다.1 동대구역 출발 KTX, 고속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대구 교통의 요충지로 동대구역 앞 시티투어 승강장에서 버스를 탑승해 도심순환노선 승차권을 구입, 멋진 대구관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대구아쿠아리움이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가 가볼만 하다. 시티투어를 신청할 시 연계해 20% 할인 행사도 진행 중이다.2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가수 고(故) 김광석의 옛 모습과 주옥같은 노랫말로 가득 채워진 아름다운 문화예술 거리다. 이색적인 벽화를 감상하며 옛 추억을 공감할 수 있고, 예술가 공방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주변에는 김광석 동상, 시민참여코너, 추억의문방구, 카페, 꽃집, 분식, 보리밥, 파전, 막걸리, 한우갈비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있다. 3 동성로 대구를 대표하는 가장 번화한 거리다. 유행을 선도하는 쇼핑몰과 백화점을 비롯해 영화관, 공연장 등 문화공간과 야시골목, 로데오거리, 화장품거리 등 곳곳에 명물거리가 자리해 있다. 주변에는 패션주얼리특구, 교동시장, 2·28기념중앙공원, 야시골목, 교동먹자골목, 호프골목, 커피골목, 떡볶이골목 등이 있다.4 근대문화골목 청라언덕은 대구의 기독교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정착하고 성장한 중심지다. 100여년전 옛 선교사 주택이 남아 있으며, 현재 의료선교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변에는 은혜정원, 동산의료원 100주년 기념 종탑, 대구동산병원 구관 현관, 동무생각 노래비 등이 있다.5 청라언덕역·서문시장 조선시대 3대 시장의 하나였던 서문시장은 지금도 섬유 관련 품목들을 비롯해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달성공원은 우리나라 성곽 역사상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토성(서기261년)이다. 주변에는 관풍루, 향토역사관, 동물원, 상화시비, 수운 최제우 동상 등이 있고, 칼국수, 보리밥, 잔치국수, 납작만두 등 먹거리가 있다. 6 이월드·두류공원 이월드는 202m 높이의 83타워를 중심으로 스카이점프를 비롯해 다양한 놀이시설과 관람시설을 갖춘 유럽풍 테마파크다. 두류공원에는 문화예술회관, 야외음악당 등이 자리해 있다. 주변에는 문화예술회관, 야외음악당, 관광정보센터, 성당못, 이월드가 있다.이월드의 경우 시티투어와 연계해 주간 자유이용권 20% 할인행사를 진행한다.7 안지랑곱창골목 쫄깃한 양념곱창으로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명물거리다. 전국 5대 음식테마거리로도 선정됐으며,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양념곱창을 맛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변에는 앞산카페거리, 앞산맛둘레길, 안지랑골이 있다.8 앞산전망대 케이블카를 타고 앞산 정상부 전망대에 오르면 대구 시가지와 팔공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시가지 야경이 일품이며, 앞산 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주변에는 낙동강승전기념관, 은적사, 안일사가 있고, 카페, 레스토랑, 한식, 중식 등을 즐길 수 있다. 케이블카의 경우 시티투어와 연계시 왕복권을 할인한다. 9 수성못 1년 내내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수성못 일대는 음악분수를 비롯해 벤치와 수목, 산책로, 놀이공원 등이 어우러져 유원지를 이루고 있다. 들안길 먹거리타운과도 인접해 있어 나들이 코스로 좋다. 주변에는 수성유원지, 영상음악분수, 수성랜드, 오리배, 아이스링크 등이 있고 카페, 한식, 중식, 양식 레스토랑 등도 있다.10 국립대구박물관 대구·경북 지역의 출토유물을 전시하고, 영남지역의 선비문화와 민속문화를 재현하는 곳, 전시업무 외에 유적발굴 및 학술조사, 청소년문화강좌, 영화상영, 어린이 문화재그리기 대회 등이 진행된다. 주변에는 범어공원, 대구어린이대공원이 있다./김재욱기자·안병욱인턴기자

2023-09-26

“영일만에 연 5천t 공장 건립… 이차전지 리더 도약할 것”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연산 5천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생산 공장이 건립된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포항지역에 3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4월 4일 포항시청에서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 건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포스코그룹은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7월 실리콘음극재 개발업체인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이름을 변경했다.이재우(43·사진) 포스코실리콘솔루션 대표와 최근 비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인지.△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실리콘산화물 음극재를 생산하는 회사이다.실리콘산화물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대비 에너지 저장 능력이 크고 출력 특성이 좋아서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과 급속 충전을 가능하게 한다.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사에서 실리콘 음극재를 도입하고 있다. 향후 인조흑연 다음으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어떤 계기로 창업했는지.△오랜 기간 재료를 공부하면서 실리콘소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리콘소재가 더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최고의 실리콘 제조기술을 개발해보자는 연구자로서의 욕심이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회사를 현재까지 끌어올릴수 있는 계기였다.- 주요 보유 기술에 대해 설명하자면.△여타 실리콘산화물 음극재 제조업체들은 배치식 생산방식을 적용해 생산성 향상과 품질향상에 제약이 있는 반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철강 제조공정에서 착안한 고온액상 제조방식을 통해 연속생산이 가능하며, 음극재 내 실리콘 함량도 높일 수 있다.- 포스코가 100% 지분 인수를 하면서 사명 변경, 생산공장 포항 설치 등 사업 추진 속도를 내고 있는데, 어떤 인연으로 포스코와 이어지게 됐나.△포스코는 이차전지소재 분야의 선도업체로서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철강 제조공정에서 착안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실리콘 제조공정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포스코홀딩스는 테라테크노스의 생산기술 및 제품 양산성에 대한 검증을 끝마치고 2022년 7월에 인수했고, 테라테크노스는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재탄생하게 됐다.이 인수를 통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제조 공정 노하우 및 연구 인프라를 얻게 됐다. 더불어 포스코의 안정적인 시스템과 제도를 도입해 사업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포항 지역에 생산 공장 건설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생산 거점으로서 포항 입지의 매력도 얘기해 달라.△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포항 지역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계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포항은 포스코 철강사업뿐만 아니라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특화 단지로 발전하고 있는 지역으로, 향후 이차전지 사업 및 인프라를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또한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RIST와 같은 포스코그룹의 기업 및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이차전지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있어 포스코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지역이다. 향후 포항실리콘솔루션은 포항의 인프라와 기술 생태계를 활용해 생산 공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 공장 건설 이후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사업적 목표는.△현재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사업적 목표는 2024년 상반기까지 연산 450톤 규모의 실리콘음극재 1단계 생산설비 준공하는 것이다.이 목표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능력과 기술을 확보하고 단계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립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지속 가능한 미래에너지 산업에 기여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포스코그룹은 실리콘 음극재 생산설비 투자가 완료되면 양극재, 천연흑연, 인조흑연 및 실리콘 음극재까지 모든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 소재분야에서 확실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항에서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역에서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포항에 지속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으로부터의 지원에 기대하고 있는 것들 또한 있다.먼저, 포항 지역 정착의 조기안정화를 위한 투자 인센티브와 행정적 업무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회사의 투자가 더욱 원활하게 진행되고, 지역사회와의 상호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공장 운영을 위해 많은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포항지역에서의 인력 확보와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사회와 산업체들의 협력을 통해 지역 인재들에게 적합한 교육과 기술 지원들이 충분히 제공됐으면 한다.무엇보다 지속적인 증설투자를 위해서는 포항 지역 내 전력공급 인프라가 중요하다. 향후 5천 톤 이상의 증설투자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확대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지자체 및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이재우 포스코실리콘솔루션 대표 -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회사는 직원들께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분 한분이 바로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다. 직원분들의 기여와 노력을 소중히 생각하며, 회사는 직원들이 가진 각자의 장점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회사와 직원들 모두가 서로를 지지하고 협력해 더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부탁드린다.- 포항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포항 지역 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통해 더욱 더 발전하고자 한다. 회사의 목표는 포항 시민들과 함께 이뤄야 할 목표이며, 이를 통해 더 나은 포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포항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에 감사드리며, 포항 지역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3-09-26

“연휴 기간 네트워크 흔들려선 안되죠” 24시간 비상 출동 대기

우리가 매일 쓰는 데이터 양과 정보량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통신망이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다. KT대구경북광역본부에 따르면 유무선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북동부권의 무인시설만 약 600개소, 통신망 길이를 모두 합하면 지구둘레에 버금갈 정도로 광범위하다. 안정운용에 투입되는 KT경북동부권 네트워크본부 인력은 100여명이 넘는다.365일 24시간 통신망 운용에 고군분투하는 KT네트워크본부 직원 가운데 지난 96년 입사해 26년을 포항, 경주 등 경북동부권에서 근무한 김병철(52·사진·대구/경북NW운용본부 경북액세스운용센터 포항운용부) ‘KT 명장’에게 26년 근무기간의 애환을 들어본다.‘KT 명장’은 현재 직무를 7년 이상 수행했거나 Pre-Meister 자격을 유지한 전문성을 갖춘 직원이 대상이 된다. 입사 25년 이상자 중 최근 3년 이내 일정 수준 이상의 고과성적과 최근 2년 이내 CEO표창자 중에 심사를 거쳐 선발되는 만큼 우수한 실력은 기본이다. 김 명장은 KT대구경북직원의 1%에 해당하는 명예 명장이다.김병철 명장은 “요즘은 통신장비들이 자동화하고 원격제어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이동 거리가 많지 않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장비가 설치된 무인국사까지 직접 이동해서 점검이나 정비를 해야 했다”며 “경북동부권역만 해도 관할지역이 워낙 넓기에 부서원 한달 평균 이동거리가 3만 ㎞를 넘었고 개인적으로도 한달에 2천 ㎞이상 경북 방방곡곡을 다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연재해로 인해 통신서비스에 이상이 생기면 많은 고객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제적인 점검이 필수”라며 “명절이나 휴가철은 물론 최근 전국적으로 피해를 입힌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해 비상근무는 일상이라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도 했다.김 명장처럼 전국에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본인의 일에 열중하는 통신사 직원들이 있기에 국민들이 마음 편히 전화, 인터넷 등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다음은 김 명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예천을 비롯해 경북지역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있었다. 재해 관련 기억나는 일이 있는지.△작년 힌남노가 최근에 겪은 일이라 기억에 남는다. 항상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를 한다고 하지만 막을 수는 없기에 긴장을 하고 있었다. 밤사이 회사 빌딩의 인근 변압기 터지는 소리를 시작으로 KT시설 피해가 있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안전에 유의하면서 신속하게 복구해 고객불편을 최소화 했다. 큰비와 바람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쉽지 않았다. 특히 고객들이 밀집해 있었던 포항 오천의 아파트는 대부분 지하에 통신장비가 구축돼 있는데 지하에 물이 차고 뻘밭으로 변하면서 장비와 케이블 교체가 난감한 상황이었다. 인근의 여러 아파트가 같은 조건이다 보니 제한된 장비와 열악한 환경에서 복구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태풍으로 전기도 끊긴 상황이라 휴대폰 충전이나 IPTV가 나오지 않아 주민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는 ESG추진팀과 협의해 발전기를 사용해 스마트폰 충전서비스를 지원하고, 모든 직원이 총 동원돼 최우선으로 통신서비스를 재개했던 기억이 난다.-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는 전국적으로 PC방 붐이 일었고, 제가 근무하는 포항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PC방 인터넷 개통 업무를 전담하여 매일같이 PC방을 다녔었다. 개통도 개통이지만 초창기라 서비스 안정화가 되지 않아 24시간 고장 신고를 받았다. 그러던 중 한밤중에 고장신고 전화를 직접 받았다. 사정이 급하다 보니 PC방 사장님이 고객센터가 아닌 개통을 담당한 저에게 바로 고장 신고를 한 것이었다. 분명 전화를 받은 기억은 있는데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너무 죄송해 일어나자 마자 바로 해당 PC방을 찾았는데 사장님이 저를 보시더니 그냥 웃기만 하셨다. PC방 서비스 초기라 밤낮없이 개통과 장애처리를 하다 보니 너무 피곤한 나머지 통화를 하다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PC방 사장님도 밤낮없이 PC방 업무를 처리하는 제 사정을 알고 그냥 웃고 넘어가신 것이다. 지금이야 이런 일이 없지만 그때는 PC방에 컴퓨터 한대만 고장이 나도 KT에 고장 신고를 하던 시절이었다.또 다른 사례는 포항 오천에 있는 해병대 부대 내에 장병들 복지를 위한 사이버 정보방용 인터넷 전용회선을 설치하러 방문했을 때다. 부대 통신실에서 사이버 정보방 설치 장소까지 약 200m 거리인데 구내통신 선로가 없어 난감 했었다. 빨리 개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도저히 직원 2명이서 하루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때 현장 상황을 살펴보던 부대장님이 부대원들을 동원해 1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통신케이블을 포설해 줘 무사히 당일 개통을 마쳤다. 역시 ‘필승 해병대’ 라는 구호를 나도 모르게 떠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인터넷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지역에서 발생하는 인터넷 장애의 대다수는 사외공사로 인해 KT통신장비가 피해를 입어 통신 서비스의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장애 알림을 받으면 내용을 분석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장애가 발생했는지 파악한 후 관련 부서와 협업해 이를 해결한다. 만약 케이블 끊어짐 등의 상황이라면 긴급 복구를 진행하거나 다른 경로의 케이블을 활용해 우회작업을 진행한다. 장비 불량이라면 동일 장비로 교체하거나 이중화된 장비로 전환해 지속적인 서비스가 되도록 조치한다. 또한, 소상공인들의 경우 유선인터넷 기반의 카드 포스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장애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이동통신(무선)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비를 긴급 투입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KT네트워크본부 경북액세스운용센터 포항운용부 김병철 명장 -장애 예방을 위한 활동은.△지역 네트워크의 안정 운용을 위해 네트워크 장비 이중화, 경로 이원화를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네트워크 장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상태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클린업해 장애를 예방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외부기관 공사로 인한 케이블 단선 사례가 잦기 때문에 2019년부터 ATACAMA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공사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한 후 KT 케이블이 매설된 지역과의 거리를 산출하여 근거리 공사시 자동으로 관련 직원이 출동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한다. 시스템 도입전과 비교해 불필요한 출동이 줄어들어 대고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공사업체 또한 출동한 KT직원으로부터 케이블 매설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어 유용한 시스템이다.-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지금까지도 그랬듯이 퇴직할 때까지 우리 지역 주민들이 편안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경북동부권 통신망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각오로 임할 생각이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9-26

고즈넉한 자연·탁트인 바다… 황금연휴 가족나들이 떠나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풍성하고 정겨운 시간을 보낼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무려 6일이나 이어지는 이번 추석 명절에는 차례와 성묘를 지낸 후에도 많은 시간적 여유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전국 각지에서 오랜만에 어렵게 모인 가족들은, 모처럼의 귀한 시간들을 즐길 나들이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경북 지역에는 가족 나들이에 적당한 관광 명소가, 어떤 곳이 있을까? 가족 단위로 산책하며 대화를 할 수 있는 편안한 곳, 새로운 분위기, 나만 알고 싶은 멋진 곳 등을 소개해 본다. △경주경주엑스포대공원이 추석 황금연휴맞이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이 가득한 ‘한가위 한마당 행사’를 마련했다.‘한가위한마당행사’는 체험마당과 공연마당으로 나눠 진행 되는데 추석 당일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공원 내 곡수원 일원에서 펼쳐진다.체험마당의 경우 관람객들은 다듬이놀이와 널뛰기, 말뚝이 떡 먹이기, 활쏘기, 떡메치기, 윷놀이 등의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프로그램 연계한 우리놀이인 깃털제기와 산가지, 실뜨기. 비사치기 등과 골든벨, 주령구 던지기 등 경품 제공 이벤트도 실시된다. 공연마당은 곡수원 옆에 마련되는 무대에서 마임과 트로트, 풍선아트, 브라스 밴드 등의 공연이 매일 오후 1시와 3시에 2차례 열려 관람객들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피니티 플라잉 공연도 추석연휴에 이어지고 29일 저녁에는 국악창작극 ‘오줌싸개 보희의 꿈’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지구에 불시착한 네온 외계인을 쫓아가는 콘셉트의 체험형 야외이벤트인 ‘루미나 네온 카니발’도 추석 연휴기간 휴장 없이 개최된다.특히 경주엑스포공원은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한가위 입장료 50% 할인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복 착용자와 3대 가족 관람, 달 관련 아이템 소지자에 대해서는 경주엑스포대공원 및 루미나 네온 카니발 입장료를 일괄적으로 각각 6천원과 5천원을 받는다.△안동온라인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역시 다양하게 생기지만 가끔은 오래된 것들이 그립기도 하다.그럴 때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안동은 고즈넉한 멋과 전통미, 현대미를 모두 갖춘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한 고장이기도 하다.안동하면 가장 먼저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이 떠오르지만 병산서원도 새롭게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세계문화유산이다.병산서원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으로도 손꼽힌다. 낙동강이 서원을 휘감고, 푸른 절벽이 서원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자연 속에서 힐링하기에 완벽한 곳이다.병산서원에 들어서면 ‘자기를 낮추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라는 ‘복례의 뜻’ 그대로, 소박함과 담백함을 갖춘 만대루와 입교당 마루를 만날 수 있다.고려 말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하는 피난 도중에도, 이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고 감동해 ‘서책과 땅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조선시대 병산서원은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며 많은 학자를 배출했다. 서애 류성룡 선생과 인연이 깊은 곳으로, 현재 서애 선생의 문집을 비롯해 각종 문헌 1천여 종 3천여권이 소장돼 있다. 병산서원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곳이기도 하지만 자연 경치가 뛰어나 인생 사진을 찍을 장소가 많다. △예천예천문화관광재단은 추석 연휴부터 10월까지 가을맞이 ‘삼강주막 나루터축제’, ‘삼강 낭만 나들이’, ‘금당야행’ 행사를 개최한다.‘삼강주막 나루터축제’는 추석 연휴 기간 삼강문화단지 일원에서 삼강주막과 보부상체험관, 강문화전시관 등을 개최해 다양한 콘텐츠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한다.축제는 Retro(레트로) ‘과거의 재현’과 Newtro(뉴트로) ‘과거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K-세일즈맨과 보부상운동회, 삼강골든벨, 스토리텔링 공연 등 삼강주막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전통 문화 체험이 준비돼 있다. 또 삼삼오오버스킹과 나룻배만들기, 전통의상, 막걸리만들기, 전통놀이 등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삼강문화단지에서는 ‘삼강 낭만 나들이 행사’가 10월 2~3일, 14~15일, 21~22일 등 3차례 진행된다. 이 행사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 트레킹 및 플로깅, 모꼬지, 포토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한다.용문면 금당실마을 일원에서는 10월 7일부터 이틀간 ‘금당야행’이 개최된다.스탬프투어와 체험프로그램, 전통혼례, 어린이 공연, 스토리텔링 공연, 예술인공연 등을 진행해 참여자들에게 돌담길 사이사이를 오가며 예천군의 독특한 가을 정취를 만끽할 기회를 제공한다. △포항포항 북구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지로는, 사방기념공원이 있다.사방기념공원은 한국의 근대적 사방사업(산에 나무를 심고 강둑을 높이는 등 자연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는 공사)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사방기술의 산교육장으로 야외 시범전시장을 조성해 국내외 방문자들에게 산림복구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사방전시기념관은 전시실 3개에 자료 445점이 보관돼 전시 중이다. 이곳의 정상 지점인 묵은봉은 경치가 뛰어난데다, 최근에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홍반장의 배가 있는 곳으로 유명해졌다.목은봉까지 가는 길은 산책로와 계단로 등 3개 코스가 있다.산책로 코스 중간 지점에는 실제 시공 현장을 모형으로 재현해 놓은 야외 사방 시설과 삼국시대 석실묘와 석곽묘 등을 전시해 놓은 문화유적 전시시설이 있다. 목은봉은 가족과 함께 산과 바다 경치를 내려다 보고 즐기며, 사진을 찍고 산책을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다.남구에서는 최근 장길리복합낚시공원이 인플루언서들의 각광을 받으며 새롭게 부각되는 곳이다. 이곳에는 확 트인 해안데크 산책로와 잔디공원, 부유식 낚시터 등이 인기 만점이다. 맑고 푸른 빛의 바다와 부드럽게 펼쳐진 해안 경관을 자랑하는 이 곳은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조류의 특성으로 전국 낚시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최근 드론으로 보릿돌교에 서 있는 사람들을 촬영해 개인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면서 또다른 인기를 누리고 있다.하지만 보릿돌교는 군사지역으로 허가 없이 드론 촬영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보릿돌교 사진 촬영을 원하는 경우 인접 전망대 4층에서 사진 촬영을 하길 권한다.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가족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기 좋은 이곳 해안데크 중간에 마련된 포토존은 특히 가족 사진 촬영에 안성맞춤이다. /정안진·황성호·피현진·장은희기자

2023-09-26

홀수 길일 맞춰 차례… 안동 풍산 류씨 종가의 ‘중양명절’

오는 29일은 ‘추석’ 명절이다. 한가위·가위·가윗날·가배일(嘉俳日)·중추절 등으로도 불리는 8월 보름 ‘추석’은 ‘설’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로도 손꼽힌다.각 가정은 추석날 아침 햇곡으로 빚은 송편과 각종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추석 전에 산소를 찾아 미리 벌초를 해 두기도 한다. 그럼에도 현재 명절의 모습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핵가족화로 급속하게 쇠락했다. 여기에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는 명절 예법을 간소화하거나 폐지시켰다.우리나라에서 유교 사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안동을 비롯한 경북의 종가나 종택에서 조차 예법들이 간소화 됐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명절 차례에 참석하지 못하자 영상으로 절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방법 등도 동원됐다. 우리 명절의 모습이 변한 것을 넘어 사라진 것이다. 다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전염병으로 고향을 찾지 못한 분들이 고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연휴가 6일로 늘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친지들을 만나고 함께 차례도 지낼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추석에 “해외 여행이나 다녀 오라”는 명문 종가가 있다, 그것도 유교 사상이 가장 강하다는 안동에.추석을 그저 빨간날이 이어져 있는 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곳은 바로 ‘하회마을’ 풍산 류씨 집안이다. 서애 류성룡 선생 15대 류창해(67) 종손은 “우리 집안에서 추석은 해외여행을 가는 등 부담 없이 쉬는 기간”이라며 “각 집안 사정에 맞춰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하회마을이 특이하게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것은 ‘중양절’에 차례를 올리기 때문이다. ‘중양절’은 9월 초아흐레 중구를 말하는 것으로, 숫자에서 홀수를 양수(陽數), 짝수를 음수(陰數)로 치는데 중양(重陽)이란 홀수인 양이 겹쳤다는 뜻이다.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이 모두 중일명절(重日名節)로 길일이다. 특히, 중구라는 말은 양수인 구(九)가 겹친 날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중구는 중국 한나라 때부터 널리 행해졌다고 전한다. 숫자 ‘9’는 하늘과 임금을 상징하는 수로, 옛날 중국에서는 하늘의 제일 높은 곳을 구중천이라 일컬었으며, 땅이 아홉 개의 주로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또한, 9는 황제만이 쓸 수 있는 숫자여서 일반 백성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중구는 임금을 상징하는 9자가 겹치는 날로서 양기가 센 날로 예로부터 경사스러운 날로 여겼다. 고려시대에 중구는 원단(설), 상원(대보름), 상사(삼짇날), 한식, 단오, 추석, 팔관, 동지와 함께 9대 속절로서 큰 명절이었고, 차례의 명절이기도 했다.‘풍류세시기(風流歲時記)’에는 ‘경북지방의 서북부지역에서는 1년 수확기가 추석 때보다는 아무래도 늦어지게 마련이어서 조령에 올리는 천신의 행제를 중양절에 가서야 올리게 되므로 이날이 곧 농공 추수감사제에 맞먹게 돼 명절답게 즐긴다고들 한다’고 기록돼 있다.사실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에서 추석날 차례를 지내기 시작한 것은 산업사회 전후로, 추석이 국가적인 공휴일이 되면서부터다. 경북 북부지역은 추석 무렵에 햅쌀이 나지 않으므로 중구를 앞두고 벼를 거두어 햅쌀로 만든 송편을 빚어 차례를 지낸 것이다. 현재도 하회마을에서는 중구 차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추석 때 햇곡식으로 차례를 드리지 못한 집에서는 중구에 차례를 다시 지냈고, 일부 산간 지방에서는 마을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기일을 모르는 조상의 제사나 연고자 없이 떠돌다 죽었거나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의 제사는 중구에 지내기도 한다.중양절이 되면 하회마을은 온통 한복을 입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거기다 마을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2010년)된데다 워낙 유명한 안동의 관광지다 보니 다양한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하회마을의 중양절을 사진에 담으려는 작가들로 붐빈다, 이에 각 집안에서는 코로나19가 있기 전에는 이들의 접근을 막는 금줄을 치기도 했다.류한철 하회마을보존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하회 류씨의 대종가인 양진당 차례는 늦게 시작된다. 충효당 등 아랫집에서 먼저 차례를 모신 다음, 대종가에 모여 차례를 지내야 많은 후손이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차(之次·맏이 이외의 자식들)들은 부모의 제사를 각 집에서 지내고, 돌아가신 분의 아버지가 속해 있던 큰집으로 가서 차례를 지낸다. 이후 점차 윗대로 올라가면서 차례를 지내다 고조부를 모시는 집에까지 이르면 그 집이 바로 종가다. 이날 양진당 안채에서는 문중 부인들이 모여 차례 음식을 차린다. 두 분의 불천지위(不遷之位·큰 공이 있어 영원히 사당에 모시기를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와 종손으로부터 4대를 모시려면 열두 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제수품은 간단해야 한다.원래 종가 차례상에는 많은 음식이 올라가지 않았다.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 따라 차례상에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하회마을에서는 상마다 떡과 적, 포와 탕, 나박김치와 갖가지 햇과일과 종부가 직접 담근 술 등 모두 7가지를 올린다. 기제사 때 올리는 밥과 국, 나물은 올리지 않는다. 특이한 점은 술안주 적(炙)은 모두 날것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사당에서 모시는 다례 순서도 간단하다. 먼저 음식을 차린 뒤 집사가 신주 문을 열고 종손이 분향(焚香) 강신(降神)한 후 제주 이하 참석자가 절한다. 다시 종손이 신주마다 술을 올리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손잡이가 신주로부터 오른편에 가도록 해 시접 위에 가지런히 올린다. 이것을 삽시정저(揷匙正箸)라 한다.이대 제주 이하 참석자는 ‘조상님 덕분으로 새로운 곡식을 수확하게 됐으니 많이 잡수시라’는 뜻으로 부복해서 아홉 수저 잡수실 동안 기다려야 한다. 이후 집사가 수저를 거두고 제주 이하 참석자들이 두 번 절하는 것으로 조상을 배웅한다. 이러면 중구절 다례가 끝난다. 이렇게 간단한 다례를 두고 무축(無祝·축이 없음) 단작(單爵·술 한 잔)이라 말한다. 이 다례의 특징은 분향 강신 때 쓰는 모사(茅沙) 그릇에 있다. 일반적으로 모사는 모래를 담고 그 위에 띠(茅)를 꽂았으나, 양진당 다례에는 유기 대접에 솔잎을 담아 모사를 상징했다. 또한 술안주인 적(炙)은 모두 날것이다.류한철 국장은 “이것은 혈식군자(血食君子)라 하는데, 군자는 익히지 않은 음식을 올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날고기를 쓰는 더 구체적인 뜻은 배려와 나눔이다. 참석자들은 집으로 돌아갈 때 생선 한 토막씩 가져가는데 이는 봉송(奉送)이라는 제사 예절의 하나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내륙인 이곳에선 생선을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종가 제사 때 얻어가는 생선으로 탕을 끓여 온 가족이 나눠 먹으면서 오랜만에 생선 맛을 보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고 전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9-26

긴 추석연휴 갑자기 아플 땐? 이 병원 기억하세요

28일부터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된다.정부가 휴일 사이에 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28일부터 10월3일까지 무려 6일간의 최장 ‘추석 황금연휴’가 이어진다.누구나 오랫동안 못 봤던 가족과 친척, 친구를 만나 그간의 회포를 푸는 등 연휴기간 많은 모임과 즐거움을 기대하며 마음이 들뜨기 십상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혹시나 모를 급병 걱정이 머리를 스치면 ‘추석 연휴 때 문을 여는 병원이 있을까?’하는 염려가 일순 생기기 마련.세상만사 ‘혹시’가 사람 잡는 법.급병은 대상과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응급상황을 대비해 반드시 연휴기간 문을 여는 병원들을 미리 확인해 둬야 한다.특히 어린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은 더더욱 그러하다.게다가 반드시 병원 질환별 맞춤 전문 치료도 감안해야 한다.의료 공백 없는 안전한 추석을 위해 연휴 기간에도 24시간 문을 여는 포항 지역의 대표 종합병원 3곳을 소개한다. □ 에스포항병원골든타임 내 치료 가능한 ‘뇌혈관 전문병원’최신검사장비 보유, 진단~수술 30분 최소화뇌혈관 질환은 흔하면서도 중요한 사망 원인이지만, 골든타임 안에 치료가 이뤄지면 건강 회복도 가능하다.추석 명절, 응급 뇌혈관 환자들의 신속한 진료를 위해 지역 유일의 ‘뇌혈관전문병원’ 에스포항병원 응급실이 운영된다.에스포항은 1기 신경외과 전문병원을 시작으로 2·3·4기 뇌혈관 전문병원까지 4회 연속 전문병원으로 지정될 만큼, 국내 대학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경북지역의 유일한 전문병원이다.신경외과 전문의 14명이 근무 중이며, 지난해 뇌수술을 917차례나 실시했다.이 가운데 뇌동맥류 클립 수술은 84차례, 뇌동맥류 코일 수술은 235차례, 파열돼 뇌출혈을 동반한 뇌동맥류 환자 69차례, 미세 혈관을 우회 연결하는 뇌혈관문합술의 경우 15차례를 진행했다.특히 응급 뇌혈관 재개통술의 경우 110차례나 된다.이같은 전문성으로 인해 에스포항 응급실에 뇌혈관 환자(상병코드 I60∼I64환자)가 내원할 경우 수술이 불가능해 타 병원에 가거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실제 지난해 응급실을 내원한 뇌혈관 환자 773명 중, 단 3명만이 권고 전원을 갈 만큼 그 치료 성과도 뛰어나다.이는 최신 장비를 통해 Acute stroke MRI 검사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뇌혈관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에스포항병원 관계자는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 내 신경외과와 신경과 의료진이 직접 진단하고 적시 치료하기 위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면서 “진단부터 수술에 이르는 시간을, 빠르면 30분 내로 최소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좋은선린병원포항·영덕·울진·울릉 응급환자 24시간 대응골절·교통사고 등 정형외과적 치료도 가능좋은선린병원은 오랫동안 동해안 지역 응급의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사고와 질병에 대해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연휴기간 포항과 영덕, 울진, 울릉 지역 응급환자에 대해 24시간 야간과 휴일 진료와 입원이 가능하다.정형외과적인(골절 및 교통사고) 응급치료 및 입원도 가능하다.또 북구 유일의 급성기 암 전문 통합병동도 운영 중에 있다.암센터 운영으로 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관리 중인 환자들의 항암 및 방사선 치료 부작용에 대해서도 이번 연휴기간 입원 치료가 가능하다.물론 급하게 항암 치료나 면역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입원할 수 있다.간호간병통합병동으로 간호전문인력이 케어하는 병실과 암 병동 전용식당도 구비돼 있다.지속적인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로 지친 환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피로와 통증완화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특히 경북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코로나 거점 전담병원인 좋은 선린병원은, 코로나 격리병동과 응급실을 운영 중이다.5년 연속 폐렴 적정성 평가 1위, 만성폐쇄성 질환(COPD) 적정성 평가 1위로 지정돼 있어 호흡기와 고열 환자 집중관리 및 응급진료도 효율적이다.좋은선린병원 관계자는 “전국 100대 명의로 선정된 실력 있는 정형외가 의료진이 상담부터 진료, 수술, 수술 후 관리까지 책임 진료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포항시민의 건강 지킴이로서 의료 질을 중시하는 병원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 포항성모병원복지부 지정 ‘경북동해안 권역응급의료센터’소아청소년과 전문의 365일 진료체계 구축포항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지난 2017년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경북동해안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았다.포항을 비롯한 경주와 영덕, 울진, 울릉 지역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와 권역 기반 응급의료체계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응급의학과 전문의 11명과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4명, 내과 전문의 3명 등이 상주 근무 중이고, 각 진료과 전문의가 이번 연휴에도 당직 근무를 한다.포항 지역 종합병원 중 소아청소년과 전문 진료의 경우 24시간 야간과 휴일의 진료와 입원이 포항성모병원에만 가능하다.포항성모병원은 응급실과 소아응급환자에 대해 진료·격리구역을 구분하고 있으며 병상도 운영 중이다.응급전용시설의 경우 수술실과 중환자실, 입원실을 준비해 응급실 포화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포항성모병원은 응급전용 수술실을 지정해 운용 중이고 응급환자진료구역, 중증응급환자진료구역, 음압격리실병상, 일반격리실병상, 소아응급환자진료구역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특히 응급전용 중환자실(EICU)은 20병상을, 응급전용 입원실(병동)은 30병상 운영 중이다.환자 포화 시 병상 확대 운용이 가능한 시스템이다.포항성모병원 관계자는 “권역 응급의료센터로서 포항뿐만 아니라 경북 동해안 중증응급환자를 위해 신속·정확한 응급 진료 차원의 의료진과 장비,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며 “명절 연휴에 발생할 응급상황을 대비, 비상진료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3-09-26

한국문화 속 조명되는 김유신의 엇갈리는 역사적 평가

무능한 조선의 왕 선조에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며 필마단기(匹馬單騎)로 끝까지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임진왜란의 명장 이순신(1545~1598).오늘날로 말하자면 해군 작전사령관격인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로 활약하며 보여준 이순신의 지략과 기개는 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023년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그리고, ‘장군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또 한 인물이 있다. 이순신보다 1천 년쯤 앞 시대를 살다간 김유신(595~673)이다. 이 두 ‘장군’은 한국에서라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이름을 알고, 대략의 업적을 이해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시간을 뛰어넘은 ‘빅 스타들’이다.김유신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노력으로 인격과 품성을 만들어간 것인지는 대구한의대 천인석 교수의 논문 ‘김유신의 생애와 사상’의 서두에 잘 설명돼 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김유신의 탄생은 가야 왕족 출신 진골 귀족과 신라 왕족과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출생설화부터 신이(神異)한 능력을 지닌 그는 어려서부터 지식과 교양을 갖춘 부모로부터 훌륭한 교육 기회가 주어졌고, 성장하면서 문자 교육을 비롯한 경전 교육,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다양한 학술과 무예를 배웠다. 15세에 화랑이 되고, 18세에 국선(國仙·화랑들의 우두머리)이 돼 당대 최고의 화랑으로 교육받았다. 그의 가계에서 전수된 충효의 윤리와 합리적 사고, 화랑으로서 ‘세속오계’로 표현되는 신념, 그리고 가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수양과 노력, 왕도정치의 지향이 그의 사상 형성의 기본이 됐다.” ◆역사의 평가가 엇갈리는 ‘문제적 인물’로서의 김유신인간의 내부엔 선과 악,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이 공존한다. 누구라도 그렇다. 이 명제에선 김유신도 자유로울 수 없다. 수많은 고문헌에선 ‘충성스럽고 용맹한 신하이자 빼어난 장수’로 김유신을 표현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견해도 분명 존재한다.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며, 근대 한국 역사학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단재 신채호(1880~1936)는 김유신을 지목해 “민족의 배신자”로 냉혹하게 평가 절하했다.이와 관련된 논문을 읽어보자. 대구가톨릭대 임선애의 ‘한국문화와 김유신의 재현양상’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김유신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한 위대한 인물이지만, 역사학자 신채호에 이르면 김유신은 민족(고구려와 백제)을 배반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중략) 역사 기록물에 의하면 김유신은 영웅과 모략가라는 배치되는 단어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 연원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기록과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신채호의 저서)’의 주장이 대조를 이루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전자의 기록에서 보면 김유신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한 위대한 인물이지만, 후자의 주장에 이르면 김유신은 민족을 배반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김유신에 대한 양극화 현상은 이후 지금까지 한국문화 속에 조명되는 김유신의 재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후략)”위와 같은 역사학계의 평가만이 아니다. 김유신과 그 가족들의 ‘혼인 관계도’를 그려보면 지금의 상식으론 이해가 불가능한 걸 넘어 외마디 비명이 나올 정도다.잘 알려져 있듯 김유신의 여동생 문희는 김춘추(무열왕)와 결혼해 후에 왕비(문명왕후)가 된다. 그런데, ‘화랑세기’에 의하면 김유신의 또 다른 여동생 보희도 무열왕의 아내였다고 한다.고대 제국의 왕이 여러 명의 아내를 두는 건 특별히 손가락질 받을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같은 친자매를 동시에 데리고 산다는 건 유례가 드문 경우. 이 혼맥 형성의 배후엔 김유신의 권력욕이 있었다는 게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 ◆김유신 장군이 여동생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여기서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김유신은 예순 살이 되던 해 두 번째 아내를 맞는다. 그런데 그 여성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 바로 자신의 여동생 문명왕후의 딸이다. 회갑 노인이 어린 조카와 결혼한 것이다.‘삼국사기’ 등에 지소부인(智炤夫人)이라 기록된 이 여성은 평소 “외숙부”라 불렀던 사람의 아내로 살게 된다. 이 이야기를 들은 기자의 후배 하나는 “사람 족보가 왜 그래요?”라며 정색했다.이는 1천~2천 년 전 신라였으니 가능한 이야기다. 근친간의 혼인은 그 사례가 김유신 가문만이 아닌 신라 왕족들 사이에서도 흔했다고 한다. 왜였을까?수원과학대 교양학부 류선무 교수의 논문 ‘신라시대의 성문화 연구’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위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읽힌다.“신라는 족내혼(族內婚·같은 씨족, 종족, 계급 안에서 배우자를 찾는 혼인)을 철저히 지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정치권력과 부귀영화를 자기 성씨(姓氏)로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의 결과였다. 한 번 왕이 되면 가능한 한 자기 집안 사람과 결혼하게 했다. 신라 초기에 박씨가 지배하는 동안 여덟 왕이 왕위에 올랐는데,그 중 여섯 왕이 박씨 왕비를 맞이했으며,왕권이 석씨(昔氏)에게 돌아가자 석씨 또한 자기 씨족만을 왕비로 맞이했다. 4세기에 김씨가 왕위에 오른 후 초기에는 과거의 왕족이었던 박 씨나 석씨를 왕비로 맞기도 했으나 왕권이 강화될수록 김씨만을 왕비로 맞이했다. 왕족 김씨는 상류사회 계층을 형성해 김씨 사이에서 출생한 자손을 성골(聖骨·골품제도의 최상위 계급)이라 하여 신성시하고, 이 혈통 내에서 혼인을 하도록 권장했다. 신라의 혼인은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부계외 모계,적서(嫡庶·적자와 서자)의 구별은 분명했지만, 여성의 지위나 인권은 남자와 거의 대등하지 않았다 한다.”◆자신의 아들을 처형하라고 문무왕에게 요구한 냉혹한 측면도2023년 현대인의 상식으론 이해가 어려운 혼인을 진행시키고, 스스로도 행한 김유신에게선 덕장(德將)이나 지혜로운 관료의 모습이 아닌 차갑고 냉정한 모습도 확인된다.원술(元述)은 김유신의 아들이다. 20세기 한국의 일부 권력자들은 전쟁이 없는 시대임에도 자신의 돈과 힘으로 아들을 병역의무로부터 해방시켜주곤 했다.신라의 국무총리이자 국방장관이자 합동참모의장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했던 김유신은 이들과는 달랐다. 자식인 원술을 가장 위험한 전쟁터에서 싸우게 했다.거기까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라고 볼 수 있다. 비판받을 일이 전혀 아니다. 근현대 영국의 왕자들과 귀족청년들 또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전투에 앞장서기도 했으니까.헌데, 문제는 원술이 당나라 군대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살아서 돌아왔을 때 발생한다.김유신은 아들 원술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화랑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세속오계’ 중 ‘임전무퇴(臨戰無退)’를 저버린 것이라 판단해서였다.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김유신은 자신의 조카이자 당시 신라의 통치자였던 문무왕에게 “못난 아들 원술이 왕과 우리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으니 목을 베어 죽임이 마땅하다”고 권유한다.대의명분(大義名分) 앞에서는 혈족과의 인연도 주저 없이 단숨에 끊어버리는 냉혈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하지만, 문무왕은 그럴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김유신은 문무왕의 외숙부. 그러니, 원술은 문무왕의 사촌인 것이다. 일부러 패한 것도 아니고, 죽을힘을 다해 싸우다가 안타깝게 진 장수를, 그것도 친척을 죽이는 건 왕으로서도 못할 짓이었기에.이 이야기는 서울예술대학 설립자 유치진(1905~1974)의 희곡 ‘원술랑’에 구체적으로 담겼다. ‘나무위키’는 관련 내용을 아래와 같이 부연하고 있다.“‘원술랑’ 2막의 내용은 신라군이 당나라군의 계책에 속아 궤멸 수준으로 참패한 뒤 원술이 아버지 김유신 앞에 나타났고, 김유신은 ‘전우들이 죽어가는데 어찌 비겁하게 혼자 살아 돌아왔느냐’며 꾸짖자 원술은 부끄러운 마음에 자결하려 하다가 사신이 ‘계급을 강등시켜 나라 밖으로 내쫓으라’는 왕의 명령서를 들고 오자 물러가는 것으로 끝난다.” (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9-26

하늘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마음의 안식처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어우러져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안식처.영일만의 물결과 짙은 녹음을 만끽할 수 있는물의 공원은 산책자들이 즐겨 찾는 곳.충만한 바다 위에 펼쳐지는 윤슬과춤을 추는 나무들의 행렬이 있다. 사시사철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환호공원에는하늘로, 우주로 향하는 스페이스 워크가 있다.그 길을 따라 한발 한발 걷다 보면아득히 저 먼 곳에서누군가의 음성이 들릴 것만 같다.영일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양지바른 곳에손춘익 문학비가 있다.작가의 얼이 새겨진 이곳에서그의 동화가 꿈꿨던 세계를 생각해본다. 환호공원 언덕에서 바라보는 영일만의 해와 달은일월(日月) 포항의 의미를 새삼 음미하게 해준다. 광활한 하늘 아래 푸른 영일만과 초록 산이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곳.낯선 설렘과 감동이 마음을 채워주는 환호공원.- 글 : 김재건(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최수정197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6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현상회, 계명회 등의 회원이며 포항에서 갤러리m을 운영하고 있다. ‘호미곶 이야기’, ‘비밀이 사는 아파트’, ‘꿈꾸는 복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2023-09-25

끊임없는 혁신 추구…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어지다

인도네시아가 하나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잠재력이 높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허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허브가 되기 위한 자원, 노동력, 시장성은 풍부하지만 기술력은 다소 부족하다. 자력으로 전기차 허브로 거듭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전기차와 관련된 많은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투자 유치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전기차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들어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전기차와 관련된 밸류체인 전체를 갖추고 있는 나라가 드물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해외 한 거점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인도네시아가 그런 꽃을 피울 거점이자 기회의 땅이다.글 싣는 순서1. 포항 영일만의 기적, 인도네시아에 닿다2. 이차전지 날개 단 인도네시아, 포항시 기회 찾으려면3. 인도네시아와 포항 기업 간의 교류 현 주소4. K기업문화, 인도네시아에 퍼진 한국기업 저력5. 탄소중립 시대,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떻게 ◇ 제2의 내수시장, 아세안포스코는 아세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이미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지 오래된 내수 시장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등으로 아세안 국가의 가치는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은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만해도 일대일로 정책을 바탕으로 자동차, 철강업계, 니켈 등 다양한 분야에서 MA와 합작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원, 2억7천만명의 인구에서 비롯되는 거대한 시장 규모로 인도네시아에 전세계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2022년 인도네시아 외국인투자(FDI) 규모는 456억달러로 2021년보다 44% 증가했다.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경제가 급격히 성장한다는 것은 철강업체에게 큰 기회다. 산업·인프라 투자에는 반드시 철강 수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6개국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4% 가량 조강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철강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국가다. 포스코는 이러한 적기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성장의 기회지난해 포스코는 행정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옮기는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MOU를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사업은 오는 2045년까지 보르네오섬에 350억달러(50조원)을 투입해 서울 면적 4배 넓이(2천560㎢)의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건설 부문을 비롯해 신수도 사업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는 약 900만t 규모다. 포스코로서는 엄청난 철강 수요가 이미 확보된 셈이다. 전기차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비전 또한 크라카타우 포스코에게 또다른 기회다. 2기 건설을 통해 조강 생산 능력은 물론, 냉연, 도금 생산 라인을 확보하게 되면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동남아시아 유일의 고급강 생산 가능 일관제철소로 거듭나게 된다. 고급강 생산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내 전기차 생산 기지에 전기차 강판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지면 완성차 업계의 투자를 이끄는 것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 인도네시아의 중심에서 K-기업문화를 알리다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을 ‘장기전’으로 보고 있다. 저임금 신흥국의 생산기지로서의 이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미래의 유망 시장이자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포스코의 아성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인 파트너로 인도네시아를 바라보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크라카타우 포스코를 좋은 일터로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노력도 그런 시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최근 포스코는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 철강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BK 인도네시아와 함께 조성한 ‘철강생태계 상생 펀드’가 바로 그것이다. 포스코는 이미 한국에서 ‘철강ESG상생펀드’를 조성해 중견·중소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철강생태계 상생펀드도 유사하다.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협력사·공급사·고객사에 시중금리보다 2%p 낮은 금리로 총 1천만불까지 무담보 대출을 지원한다. 담보대출이 일반적인 인도네시아에서 무담보 저리 대출인 철강생태계상생 펀드는 중소 협력사·공급사·고객사 유동성 확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인재 육성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지난달 29일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산업부 PIDI 센터에서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업인력개발청과 철강산업 현장인력 육성 협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하의 기술대학교와 특성화 고등학교에 포스코 기업 문화·한국어 과정 등이 포함된 철강산업전문과정을 신설, 3년간 이론 교육과 현장실습 후 우수 졸업생을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에 우선 채용하는 것이다.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및 현장 실습을 지원한다. 포스코는 크라카타우 포스코에서 경험을 쌓은 우수 인재를 한국으로 보내 한국 철강 산업계에 다가오고 있는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 또한 검토하고 있다.포스코는 인도네시아 현지 근무 환경도 가족 친화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찔레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 인근에 직장내 어린이집과 유사한 ‘꿈꾸는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부족한 보육시설로 보모를 고용해야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육시설을 조성한 것이다. 어린이집은 특히 육아 부담으로 장기 근속이 어려웠던 여성 직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문 육아교육기관에 위탁해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보육환경도 우수하기 때문이다.제선부 원료소결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인도네시아에는 직장 내 어린이집이라는 게 흔치 않고, 가정 보육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은 회사를 다니는 게 쉽지 않다”며 “믿을 만한 어린이집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건 큰 장점” 이라고 설명했다.“탄소중립 위한 그린스틸 생산체계 구축” 포스코 인니 김광무 법인장 인터뷰 포스코 인니 김광무 법인장날씨부터 문화까지 모든 게 다른 타국에서 일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자카르타와도 거리가 먼 찔레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많다. 쉽지 않은 타국살이를 감수하고, 산업 현장을 지키며 인도네시아, 나아가 아세안에 한국 철강의 위용을 알리는 이들이 있다.지난달 29일 자카르타에 위치한 포스코 인도네시아 법인 사무실에서 김광무 법인장사진을 만나 인도네시아에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 인도네시아라는 국가를 포스코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포스코그룹은 배터리소재부터 전기강판, 자동차 강판까지 전기차 산업에서 필수적인 소재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진, 포스코그룹이 가진 장점을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통해서 시장을 넓혀 한국에서 갖춘 역량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포스코그룹의 전기차 밸류체인의 가치가 글로벌로 실현될 수 있는 좋은 시험장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가동 초반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극복했고, 앞으로 어떻게 실적을 개선해 나갈 계획인지.△해외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것 자체가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포스코에겐 큰 도전이었다.하지만 포스코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 과정에서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기업이다. 포스코의 탄생부터가 ‘불가능을 향한 도전’ 아니었는가. 해외에서 처음 고로를 가동해 보는 것이었고, 생각보다 시장 확보도 어려워서 힘든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 특히 반제품인 슬라브와 후판 두가지 제품밖에 팔 수 없었던, 제품 포트폴리오의 한계가 있었다. 원가 절감, 내수 판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을 정말 많이 했고, 파트너사와 협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해 파트너사와 협의 끝에 열연공장 현물 출자를 받아서 열연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많이 안정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년간 쌓은 경쟁력이 이제 정말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내부적으로 조금 더 좋은 경영환경을 만들기 위해 2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아세안 전체로 보면 철강 공급이 약 6천만 톤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곳에서 메인 플레이어가 되어서 아세안을 내수 시장처럼 키워갈 것이다.- 추가 설비투자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2016년에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과 함께 ‘찔레곤 1천만 톤 철강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선언을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파트너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함께 40억달러를 투입해 2기 투자를 진행했다. 자동차강판을 포함해 60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하는 3자 MOU를 맺었다. 아직은 밑그림 단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3기까지 증설해서 탄소중립을 기반으로한 1천만 톤 체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2기까지는 기존 포스코가 강점을 가진 고로 기반의 제철소를 만들었다면, 3기부터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기술인 하이렉스(HyREX)를 기반으로 한 제철소를 만들고자 한다.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을 실현시키기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2기까지는 고로 체제를 유지하되 CCUS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 배출을 상쇄하고, 3기부터는 수소환원제철기술을 도입해서 그린스틸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포스코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끊임없는 혁신’ 이라고 생각한다. 철강이 무너지면 철강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들도 휘청인다. 그런 사명감에서 포스코는 언제나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왔다. 이런 포스코만의 ‘혁신 문화’가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어지고 있고, 현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한 번 건설한 설비에 의존해 조업을 하는 것이 아닌, 일상 업무에서 설비 혁신 활동을 지속해 안전, 환경을 개선하는 QSS 혁신활동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QSS 혁신활동을 현지 고객사, 파트너사에도 전수해 포스코만의 K-기업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혁신 활동이 인도네시아 현지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부산물 자원화 사업이다. 고로, 제강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슬래그’는 시멘트, 콘크리트의 원료, 비료로도 쓰인다. 시멘트를 제조할 때 탄소가 발생하는데, 슬래그를 재활용해서 쓰면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장점이 있다. 슬래그를 활용한 비료의 경우 규산질이 필요해 산성화된 토양의 토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비료 또한 산성화 된 땅이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슬래그를 인도네시아 현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철강생산도 중요하지만, 이런 철강생산에 따른 부수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민하고, 혁신하는 태도가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인도네시아에서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9-24

“곧 아흔이지만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여전해”

곧 아흔을 맞이하지만 한경식 선생의 기억력은 스무 살 청년 못지않았다. 포항제철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던 때를 정확하게 이야기해줬고, 당시 급박했거나 감동적이던 상황까지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반세기 전에 관계 맺었던 사람들 이름도 잊지 않고 있었다. 전남드래곤즈 사장을 끝으로 일흔 살이 가까워서야 조직 생활을 끝내고 자유로운 생활인으로 살아가게 된 한경식 선생. 그의 노년을 즐겁게 해준 취미는 그림 그리기였다. 주위에서는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솜씨”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 선생의 70대 이후 삶은 어떠했을까? 그 궁금증과 더불어 포항제철 후배들, 나아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격려와 당부를 전하고 싶은지 물었다. 홍성식(이하 홍) : 사장을 맡았던 축구단 전남드래곤즈가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한경식(이하 한) : 먼저 자문단을 구성해 광양에 있는 포항제철 협력업체들의 도움을 받았어. 협력업체가 직원들에게 경기 입장 티켓을 사주면, 그 회사 직원들이 축구장에 가서 응원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며 여가를 보낼 수 있지 않겠어. 게다가 전남드래곤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축구팀이니, 지역민들에게 ‘나도 우리 지역의 축구팀과 함께한다’는 자부심이 생겼지.1994년에 창단된 전남드래곤즈는 전라남도를 연고로 하는 K리그 소속의 프로축구단이다. 김태영, 김도근, 마시엘, 김남일 등 빼어난 수비수들을 배출한 구단이며,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이 구축된 구단이다. 같은 모기업을 가진 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선진 축구 시스템을 일찌감치 도입한 구단으로 평가받는다.홍 : 축구단 운영 역시 마냥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한 : 전남드래곤즈가 너무 잘해서 곤란하기도 했어.(웃음) 창단 초기에는 축구계 관계자 대부분이 신생 팀이니 하면 얼마나 잘하겠냐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뛰어난 성적을 거둔 거야. 게다가 포항제철의 최초 출발지이자 근거지인 포항의 축구팀(스틸러스)에게도 이길 때가 적지 않았으니 “한 회사가 축구팀 두 개를 운영하며 승부조작을 한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까지 떠돌았지. 그것 때문에 나와 허정무 감독이 마음고생을 했어.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다 웃을 수 있는 추억이지.홍 : 30대부터 오랜 인연을 이어온 포항제철을 떠난 건 언제인지요?한 : 일흔 살이 가까워서였지. 1994년에 이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두 번째로 전남드래곤즈 사장을 한 이후야. 그때 든 생각은 ‘이제 후배들에게 모든 걸 물려주고 나는 남은 인생에서 해보지 못한 다른 걸 시도해야겠다’는 것이었지. 홍 : 그렇다면 그림은 은퇴 후에 그리기 시작했나요?한 : 그림을 그리는 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어. 당시는 “그림을 그려서는 밥을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던 시절이잖아. 예술가 대접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지. 사실은 포항에서 광양으로 오면서부터 조금씩 시간을 내 붓을 잡기 시작했어. 젊은 시절엔 사진에도 관심이 있었지. 포항제철 역사에 관련된 사진을 많이 찍었어. 사진대회에 출품해서 입상한 경력도 있고.홍 : 주로 무엇을 그리십니까?한 : 광양으로 온 후에 ‘순천 미술사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덕기 화백을 만났어.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줘 지도를 받게 되었지. 휴일이면 캔버스를 들고 야외로 나가 머리도 식히면서 화우(畫友)들과 그림을 그렸어. 수채화를 그리다가 본격적으로 유화를 시작하게 되었지. 그러면서 화가들이 참여한 단체에도 가입하고 전시회도 열게 되었어. 내 그림의 주된 소재는 세상 풍경이야. 삶의 체험을 풍경 속에 녹여내고 싶어. 그러고 보니 벌써 유화를 시작한 지 30년이 되었네.홍 : 적지 않은 연세인데도 새로 시작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시는군요.한 : 곧 아흔이지만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여전해.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은 죽을 때까지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어?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나는 그들에게 “자기 앞만 보며 달려가지 말고, 소중한 걸 놓치는 게 없는지 주위를 살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홍 : 말이 나온 김에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습니까?한 : 어떤 분야에서 일하건 자신의 몫으로 맡겨진 건 건성으로 넘기지 말고 끈질기게 파고들어 끝을 봐야지.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하고자 하는 일을 연구하고 집중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 나 역시 아흔이 가까우니 그걸 알게 되었어.홍 : 포항제철 후배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텐데요.한 : 신문과 방송을 통해 포항제철의 상황을 보고 있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나와는 여러 면에서 생각하는 게 다를 거야. 다만 무언가를 이루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건 시대를 뛰어넘는 진리 아니겠어. 2022년 태풍 힌남노가 포항제철을 덮쳤을 때 걱정을 많이 했지. 그런데 회사 구성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고난을 극복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 이후에 모두의 노력으로 재난을 잘 극복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지. ‘아직 포항제철의 전통은 살아 있구나’라고 칭찬해주고 싶었어.2022년 9월 6일 포항 일대를 덮친 태풍 힌남노는 여의도 면적의 세 배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생산 라인을 완전히 침수시켰다. 하지만 포항제철은 135일 만에 공장을 복구했고, 그 과정을 ‘함께 만든 기적,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는 책에 담았다.홍 : 포항제철의 전통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합니까?한 : 그게 어떤 일이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남들이 말해도 포항제철 직원들은 해내곤 했어. 밤을 새우더라도 공사 기간을 맞추고, 기존의 해결 방식이 없다면 어떻게든 새로운 해결 방법을 기어코 찾아냈지. 그게 포항제철의 전통이 아닐까. 어떤 큰 고난도 이겨낼 힘이 바로 거기서 나오지.홍 : 포항제철이 다른 기업과 비교해 가진 장점은 뭘까요?한 : 어떤 사람들은 포항제철을 ‘주인 없는 회사’라고 말하는데, 실상 포항제철은 국민이 주인인 기업이라고 봐야 해. 그러니까 구성원들이 책임감 있는 자세로 일해야지. 내가 임원으로 있을 때도 후배들에게 항상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어.홍 :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지요?한 : 젊은 시절에 국가 기간산업의 기틀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탰다는 거야. 어떤 어려운 일을 맡아도 절망하지 않았지. 고생이 클수록 고생 이후의 보람 또한 커진다는 걸 포항제철에서 일하면서 깨달았어. 돌아보면 그때가 내 삶의 황금기였지. 나와 동료들이 허허벌판에 세계에서 손꼽는 철강공장을 만드는 초석을 놓았어. 국가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개인이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건 큰 보람이 아니겠어? 그렇기에 부끄럽거나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홍 :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습니까?한 : 포항제철 성공의 핵심은 공사 기간 단축이었어. 공기 단축은 건설 원가를 줄이는 것은 물론, 불황일 때 제품을 만들어 호황일 때 판매할 수 있게 해주니까. 다만 그 과정에서 부실공사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되겠지. 21세기인 지금도 다를 게 없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부실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빈틈없이 확인하고 감독해야겠지. 이는 개별 회사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 아닐까 싶어.한경식1935년 전남 나주 영산포읍 오량리에서 태어났다. 광주농업학교를 거쳐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으나 4학년 때 중퇴했다. 이후 전남대 전기공학과에서 공부했다.대학을 마친 후 1961년 대한석탄공사에 입사해 장성광업소 전기계장으로 일하다가 1968년 포항제철로 회사를 옮긴다. 제2고로 건설과장, 제1고로 개수추진부장, 제선공사부장, 건설본부장(상무이사) 등을 거치며 포항제철의 초기 역사를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1990년대엔 포스코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승주골프장 대표이사를 지냈고, 축구팀 전남드래곤즈의 창단 작업을 주도해 사장을 맡았다.수준급의 솜씨를 지닌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하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현대미술 최고위과정을 수료했으며, 여러 차례 개인전과 회원전 등을 열었다. 한국 제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1981)과 산업포장(1988)을 받았고, 프로축구대상 특별상(1995)을 수상했다.끝대담·정리 : 홍성식(본지 기자)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 사진·그림 제공 : 한경식

2023-09-20

평생교육·안심 행복도시로, 촘촘한 복지안전망 구축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 사회보장은 필수적인 요소로 경산은 오래전부터 교육에 대한 굳건한 인프라와 함께 사는 사회를 추구해왔다.지역의 교육 흐름과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와 그 규모를 살펴본다. □ 자랑스러운 교육인프라경산의 교육은 유아에서부터 노년의 평생교육까지 모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다.경산지역의 교육은 고려 시대의 향교(경산·자인향교)와 조선 시대의 향교(하양향교)·서원·서당 등으로 교육의 기틀을 다졌고 근대의 신식 학교, 현대의 초중고와 대학 등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시켜왔다. 특히 인구가 꾸준하게 증가하며 교육기관인 학교도 꾸준하게 지역에 설립돼 현재에는 57개의 유치원, 31개의 초등학교, 16개교의 중학교, 지역 인재의 산실인 경산과학고 등 13개 고등학교, 1개의 특수학교가 있다. 특색 있는 학과로 지역을 대표하고 있는 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대구한의대·경일대 등 13개의 대학교, 평생학습 기관 등에서 활기찬 교육이 이루어지며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친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특색도 갖고 있다.경산 교육의 시작점인 향교의 역사는 경산향교가 1390년(공양왕 2) 지금의 옥곡동에 명륜당을 세워 강학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자인향교는 공민왕 연간에 처음 설립되었다고 전해지나 연도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또 하양향교는 1481년(성종 12) 이전에 설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역 교육을 담당하던 향교 외에도 많은 서원과 서당이 지역에서 서민들의 교육을 책임졌다. 서원은 향교처럼 교육과 제향 기능을 동시에 수행했지만, 향교와 다른 점은 제향 된 인물들이 경산을 비롯한 경상도 지역에 연고가 있는 유학자라는 것이다.이황(李滉)과 이언적(李彦迪)을 모신 관란서원 등과 지역의 유일한 사액서원인 금호서원은 허조(許稠)를 제향했다. 특히 1910년대 설립된 공립초등 교육기관인 경산공립보통학교(현 경산초등학교)와 하양공립보통학교(현 하양초등학교), 자인공립보통학교(현 자인초등학교) 등은 개교 100주년을 훌쩍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1979년부터 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줄어들기 시작해 1990년대는 산간벽지의 초등학교는 폐교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주택단지가 조성된 지역에 초등학교가 신설되며 학생 수가 늘어났으나 고학년의 학생 수는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중등교육 기관이 밀집된 대구지역으로 전학을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그러나 1980년대 이후 고등교육 기관이 계속 증가해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많은 학교가 자리 잡으며 ‘학원의 도시’로 불리게 됐다.경산시는 지역의 인재 양성을 위해 2006년 (재)경산시장학회 설립을 위한 육성조례를 제정하고 장학회를 설립해 현재 출연금 95억 원과 기탁금 119억 원 등 214억 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2007년부터 올해까지 9천615명에게 95억 8천4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올해는 진학장학금 지원 대상자를 확대해 217명에게 2억 7천3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해 인재 양성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또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교육경비를 지원해 노후 위험시설을 개선하고 특기 적성 및 인성교육, 방과 후 학교 운영, 다목적 강당 증축사업을 펼치며 올해 40억 1천8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고 고등학교 무상교육비(3억 6천200만 원)와 교복 구입비(12억 원)를 지원해 학부모의 부담을 들어주는 등 교육에 대한 끊임 없는 투자로 교육도시의 변모를 굳혀가고 있다. □ 사회복지로 지켜주는 행복 복지안전한 주거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 다급한 순간에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는 현대의 생활과 때어 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사회복지는 어려운 이웃이나 노인층을 위한 것으로만 오해하기 쉬우나 국민 누구나 누리는 것이 사회복지다.사회복지는 국민의 생활 향상과 사회보장을 위한 정책과 제도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대표적인 사회복지가 국민건강보험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하지만,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사회보장인 것은 틀림없다. 경산시 사회보장의 목표는 ‘지켜주는 행복 복지’로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 사업을 확대하고 증가하는 복지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시가 2023년부터 2026년까지로 수립한 경산시 제5기 지역사회보장계획의 목표 또한 ‘함께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행복한 경산’이다.경산시가 올해 투자하는 사회복지 예산은 4천290억 4천500만 원 규모로 주민 복지와 노인복지, 여성복지, 어린이 복지, 장애인 복지 등에 사용된다.시의 주민 복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빈곤층에게 급여를 지급해 시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고 희망복지지원단과 경산사랑나눔사업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의 어려운 주민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노인복지는 2023년 8월 말 지역의 노인인구가 전체의 18%를 초과하며 고령사회로 접어들어 급식과 주거 편리, 의료 서비스 등으로 안정된 노후 생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기초연금 지급, 경로당 운영 지원, 노인 일자리와 사회 활동 지원사업, 거동 불편 저소득 재가 노인 식사 배달 사업 등도 진행 중이며 경로당 387개소, 노인 복지관 2개소, 노인 주거 복지시설 2개소, 재가 노인복지시설 179개소, 노인 의료복지시설 62개소, 노인 일자리 전담 기관 3개소 등의 노인복지시설을 통해 노인복지를 실현하고 있다.여성복지를 위해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경력 단절 여성의 취업을 지원하고 지역의 20여 개의 여성단체 활동 지원으로 여성 친화 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저소득 한 부모 가족 지원으로 양육 부담을 해결하고 성·가정폭력 상담소 지원으로 폭력 피해자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현재 경산시의 한 부모 가정은 모자 가정 994세대 2천353명, 부자 가정 234세대 639명, 청소년 한 부모 가장 세대 3명 등이다.자라나는 세대인 아동의 복지를 위해서는 소년·소녀 가정과 가정 위탁 아동보호, 아동 급식 지원, 아동 양육시설과 일시 보호시설 운영, 입양 지원, 아동 학대 신고 등을 운영하고 있다.아동 보호·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 제공 등으로 아동의 건전한 육성을 돕는 지역아동센터가 22개소 운영되며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영유아와 아동의 건강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고 부모들이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을 위해 정부 지원 어린이집 20개소, 민간 어린이집 70개소, 가정 어린이집 30개소, 직장 어린이집 3개소에 아동수당을 지원하고 가정 위탁 아동도 지원하고 있다.사회적 아픔인 장애인 복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에 등록된 1만 5천214명(8월 말 기준)을 위해 일자리 사업과 활동·수당 지원, 장애 아동 발달 재활서비스 사업, 언어발달 지원, 장애인 정도 심사 제도 운용, 의료비 지원, 보조기구 교부사업, 특수학교 저소득 장애인 간접 학비 지원, 휠체어 수리 비용 지원에 나서고 있다.시는 2024년부터 전동 휠체어의 보험료를 지원할 계획이다.경산시는 복지 사각지대의 고립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제도를 운용하는 등 틈새 없는 복지안전망을 구축해 행복한 경산을 만들어 간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3-09-20

삼한일통 이룬 신라 ‘문화와 예술의 부흥’을 이룩하다

전쟁은 땅을 황폐하게 만들고,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부정할 수 없는 비극이다. 그건 옛날과 지금이 다를 바 없다.신라는 백제와의 격전, 고구려와의 전투, 당나라 세력을 축출하기 위한 싸움을 오랜 시간 벌였다. 쉽게 이야기하면 7세기 중반과 후반 모두가 ‘전쟁의 시기’였다. 나라가 불길에 휩싸이는 경우가 흔했고, 많은 신라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긴 시간의 전쟁이 야기한 처참한 상황이 끝나고, 삼한일통(삼국통일)을 이룬 신라가 안정화의 길을 걷게 된 건 문무왕(김법민) 때에 와서다.아버지 무열왕(김춘추)과 외숙부인 태대각간 김유신의 조력을 등에 업은 김법민은 ‘삼국통일을 완성한 스타 주군(主君)’이 돼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7세기 후반 일이다.그렇다면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시절이 도래한 신라가 문무왕의 주도 아래 계획한 차기 프로젝트는 뭐였을까? 즉답하자면 ‘문화와 예술의 부흥’이었다. ◆건축물을 통해 왕실의 권위와 번성한 국가의 힘을 보여주다비단 신라만이 아니다. 전 세계 여러 고대·중세 왕조는 왕실의 권위를 과시하고, 강성한 국력을 내외에 보여주기 위해 거대한 건축물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2023년 현재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여행지 중 하나인 베트남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프랑스의 식민지로 전락하기 전 베트남의 마지막 군주 국가 ‘응우옌(Nguyen)’은 중국의 자금성(紫禁城)을 모방한 화려한 궁전을 축조한다. 이른바 후에 왕궁(Hue Imperial Citadel)이다.베트남 중남부의 매력적인 여행지에 자리한 이 궁전은 응우옌 왕조가 빛났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아래는 후에 왕궁에 관한 ‘베트남 셀프 트래블’의 부연.“후에를 수도로 한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응우옌의 궁터로, 해자와 10km에 달하는 성곽으로 둘러싸여 시타델(Citadel·성채)이라고도 부른다. 프랑스와 미국 등 세계열강과의 전쟁을 거치며 많은 문화유산들이 소실됐으나, 종전 후 베트남 정부와 유네스코의 관심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건물들이 복원되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베트남과 이웃한 캄보디아에도 과거 번성했던 크메르 왕조의 흔적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건축물이 존재한다. 앙코르 와트(Angkor Wat)다.한 해 수십 만 명의 한국인이 찾는 핵심 관광지이며, 프랑스와 독일, 영국과 스웨덴에서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온 유럽인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드는 완벽한 조형미의 사원.기자 역시 이곳을 4번 찾았고, 갈 때마다 이름난 이탈리아 로마의 어떤 성당보다 빼어난 미적 완성도에 감탄하곤 했다. ‘위키백과’는 앙코르 와트를 이렇게 설명한다.“캄보디아 시엠레아프 주의 앙코르에 위치한 사원으로, 12세기 초에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의해 크메르 제국의 사원으로서 창건됐다. 앙코르 유적 중 가장 잘 보존돼 있으며, 축조된 이래 크메르 제국 모든 종교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맡은 사원이다. 처음에는 힌두교 사원으로 힌두교의 3대 신(神) 중 하나인 비슈누 신에게 봉헌되었고, 나중에는 불교 사원으로도 쓰였다. 옛 크메르 제국의 수준 높은 건축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적이다.”◆동궁과 월지, 통일 완성한 신라의 화려한 문화예술 부흥신라는 베트남 응우옌 왕조와 캄보디아 크메르 왕조에 한참 앞서 신성함이 담긴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어냄으로써 통일을 이룬 나라의 무너질 수 없는 권위와 뻗어나가던 국가의 힘을 보여준다.예전에는 안압지(雁鴨池)로 불렸던 월지(月池) 일대에 신라의 탁월한 건축기술과 예술적 세련미가 담긴 다수의 건물들을 쌓아올리기 시작한 것. 그렇다. 바로 ‘동궁과 월지’다.동궁과 월지의 건설은 삼한일통을 이룬 문무왕의 ‘문화예술 프로젝트 제1호’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1978년 당시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은 나라의 자랑 중 하나인 동궁과 월지를 지목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동궁과 월지는 경주시 인왕동에 위치해 있는 통일신라시대 궁원지로, ‘삼국사기’에는 문무왕 14년에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귀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宮內穿池造山 種花草 養珍禽奇獸) 또한, 문무왕 19년에는 궁궐을 화려하게 중수하고 동궁을 지었다’(重修宮闕 頗極壯麗… 創造東宮)고 쓰여 있다. 그리고,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월지 인근의 ‘임해전에서 연회를 개최하였다’는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이와 같은 문헌 기록들은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연못과 건물지군, 그리고 ‘의봉4년(儀鳳四年)’ ‘조로2년(調露二年)’이라 새겨진 와전(기와와 벽돌)과 다수의 목간(木簡) 등으로 그 신빙성이 입증된 바 있다.”인공 호수를 파고, 왕자를 교육시킬 동궁을 짓고, 임해전 등의 미려한 건물을 만든 문무왕은 거기에 희귀한 꽃을 심고, 보기 드문 짐승들까지 풀어 신라 왕실의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어렵게 이룬 삼국통일이란 크나큰 성취를 백성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살아가는 내내 아버지 무열왕과 외숙부 김유신을 넘어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을 것이 분명한 문무왕 김법민은 내심 “선친과 외삼촌은 전쟁에서의 용맹만을 보여줬지만, 나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감각도 더불어 갖춘 성군(聖君)”이란 걸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물론, 이는 기자의 추측일 뿐이지만.어쨌건 현대에 들어와 동궁과 월지에선 발굴과 복원이 지속됐고, 그건 21세기인 지금도 진행형이다.복원된 1천400여 년 전 신라의 문화 유적이 2023년 오늘 경주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와 함께 문화적 자긍심까지 선물하고 있으니, 문무왕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을 가진 통치자였던 듯하다. ◆신문왕, 대를 이어 문화예술 ‘주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동궁과 월지는 경주 시내 한복판에 자리했다. 그러니, 경주를 찾는 남녀노소 거의 모두가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다.첨성대와 대릉원(大陵苑), 거기에 최근에 ‘경주의 핫 스폿’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황리단길이 모두 동궁과 월지 지척에 자리했다. 말 그대로 신라 천년의 역사와 청춘들의 즐거움이 어우러지는 공간인 셈.그 정도의 감각적 만족으로는 무언가가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자가용이나 택시, 혹은 버스를 타고 30분쯤을 달려 감은사(感恩寺)가 자리했던 터를 찾는다.동궁과 월지가 문무왕 김법민이 완성시킨 통일신라의 ‘랜드마크(Landmark)’라면 감은사는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김정명)이 긴 시간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통일신라 불교예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사찰의 이름인 ‘감은(感恩)’은 말 그대로 ‘은혜를 고맙게 여기다’라는 뜻. 누가 누구의 은혜에 감사하다는 것일까? 일연의 ‘삼국유사’에 이에 대한 해답이 담겼다. 다음이 그 내용이다.“신라 문무왕은 삼국통일을 이룬 후 나라를 더욱 굳게 지키기 위해 감은사를 짓기 시작했으며 신라 31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의 뜻을 받들어 즉위한 이듬해(682년)에 완공했다. 문무왕은 승려 지의(智義)에게 ‘죽은 후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나라를 지킬 것’을 유언하고 죽었다. 이에 따라 화장한 뒤 동해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大王巖)에 안장했으며, 신문왕이 선왕(先王)의 뜻을 받들어 절을 완공하고 그 이름을 감은사라 했다.”문무왕에게는 콤플렉스와 함께 큰 유산(遺産)을 물려준 두 사람이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무열왕과 김유신이 바로 그들.신문왕 역시 누구도 쉽게 물려줄 수 없는 커다란 물질적·정신적 자산을 선사한 사람이 분명 있을 터. 그는 다름 아닌 아버지 김법민, 즉 문무왕이었다.통일된 국가에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떠난 아버지 문무왕은 신문왕에게 ‘마음 속 스타’였을 터.백제와 고구려의 멸망이라는 비극 위에서 만들어진 통일신라. 그 시작점인 7세기 후반. 세계 어느 나라도 흉내 내기 힘든 ‘문화예술의 집적체(集積體)’ 감은사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계속)/사진 이용선기자/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9-19

푸른 미래를 비추는 포항의 불빛

해가 저물어도 더 밝은 곳이 있다.푸른 바다 위에 솟은 포스코의 불빛이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포항을 지키기에포스코의 밤은 해가 진 뒤 더욱 찬란하다.태양보다 뜨거운 것이 있다.철철 끓는 쇳물의 소리가 공장지대를 울릴 때사시사철 용광로를 지키는 노동자의 땀방울은쇳물보다 더 뜨겁게 흘러내린다. 포스코의 쇳물은 포항의 핏줄삶의 곳곳 어디에도 깃들지 않은 곳이 없다.오십여 년 전 영일만을 쩡쩡 울리던 커다란 꿈도포항의 가슴속에 영원히 이어진다. 섭씨 1500도 쇳물로포스코는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고더불어 푸른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포스코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빗물에 잠시 눈 감을지언정포스코의 불빛은 잠들지 않는다. 태양보다 밝고 태양보다 뜨거운 포항의 심장이여하늘보다 푸르고 바다보다 푸른 포항의 꿈이여포스코의 불빛은 밤하늘을 밝히며포항의 미래를 비추고 있다.-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09-18

문경시, 국내외 스포츠대회 유치 지역경제 불 지핀다

문경시의 주된 시정 목표 중에 하나가 ‘문화가 융성하고 품격이 넘치는 스포츠·관광도시’이다.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 전국 어디서나 2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요충지이다.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문경새재와 철로 자전거, 에코랄라 등 풍부한 관광자원은 중부내륙 최대의 관광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여기에 우수한 스포츠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포산업의 옷을 입힌다.전국 최고의 스포츠 인프라와 우수한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한 융복합 스포츠 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신현국 문경시장은 “스포츠 대회 유치는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대회를 유치하는 것을 최우선 원칙으로 두고 전 행정력을 동원하겠다”며 “대회 참가를 위해 문경시를 방문한 선수, 임원에게 경기장 및 숙소에 관광·축제 홍보 책자를 비치하고 대회 기간 중은 물론 경기를 마치고도 문경에 머물러 주요 관광지와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홍보하고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국내·외 스포츠 대회 유치문경시는 올해 아시아하키연맹 정기총회와 전국단위 육상·유도·탁구·테니스·태권도·씨름 등 국제대회 2개, 전국대회 45개, 도 단위 대회 19개, 시 단위 7개 등 총 73개 대회를 유치했다. 73개 대회의 절반이 올해 신규로 유치해 개최되거나 개최될 계획이다.지난 1월 문경 생활체육 유소년농구대회를 시작으로 8월 말 현재 3만 2천여 명의 선수·임원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또한,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 성공적 개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4년에는 세계 60여 개국 6천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태권도 축제인 ‘2024 세계태권도 한마당’과 ‘2024 아시아 유·청소년 유도대회’, ‘2024 국무총리배 세계 바둑선수권 대회’ 등 굵직한 국제대회 3개를 이미 유치했으며, 2025 아시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와 2031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올해로 25회째 맞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명예 관광 축제인 2023 문경찻사발축제 기간에는 ‘문경새재배 파크골프 대회, 전국 생활 체육대 축전, 동아일보기 전국 소프트테니스대회’ 등이 개최됐다. 경기 관계자 4천여 명 정도가 축제장을 방문해 생활자기 및 명품 도자기 경매에도 참여해 ‘문경찻사발축제 경제효과 137억 돌파’에 일조했다.이외에도 9월 오미자 축제, 10월 사과 축제 기간에도 국방부 장관기 전국 단체 대항 태권도대회, 문경시 소프트테니스협회장배 대회, 문경울트라마라톤대회, 문경사과배 전국 배드민턴대회 등이 개최돼 선수, 임원, 경기 관계자, 가족 등 1만여 명이 축제장을 다녀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에도 역점을 둘 계획이다.이러한 문경시의 스포츠 마케팅 정책은 지역의 숙박업소, 식당, 카페, 농·특산물 등 코로나 이후 침체한 지역경제에 불을 지피고 있어 시민들도 대회 유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 특색있는 문화·체험행사문경시는 각종 스포츠 대회 유치로 문경을 방문한 선수 및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관광자원을 활용한 맞춤형 문화·체험행사는 지속적인 지역경제 발전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지난 3월 STX 문경 리조트에서 아시아하키연맹 31개국 대표단과 국내 관계자 등 총 300여 명이 참석한 ‘2023 문경 아시아연맹 정기총회’를 개최했다.스포츠 체육 도시 육성을 시정 목표로 하는 문경시는 국군체육부대 하키팀과 경북 여자하키팀의 숙소가 속해있는 곳으로서 오랜 시간 하키 종목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오며 인연을 맺어와 이번 하키 연맹 총회가 열리게 됐다.또한, 올해 8월에는 한국,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8개국 초청 국제대학 배구대회를 준비하면서 각국 선수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전부터 문경 문화 체험행사 프로그램을 영어로 작성해 배포했고, 희망하는 국가의 신청받아 경기 휴식기에 ‘어서 와 문경은 처음이지?’ 문경 문화 체험행사를 추진했다.진남역 철로 자전거 체험을 시작으로 물레 체험, 전래놀이 체험,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용상 체험, 전통시장을 탐방하며 뻥튀기, 오미자 시음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도록 했다. 매일 이어지는 경쟁으로 긴장되어 있던 각 국가 선수가 단체 관광과 체험행사로 우정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이번 문경 문화 체험행사에 참여한 미국배구선수 백 웨버는 “한국을 다시 오고 싶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따뜻하게 저를 대해주셔서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고 했다.대한민국의 중소도시인 문경시의 전통시장, 상점가도 방문해 보며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문경 문화를 체험하게 되면, 향후에 한국을 방문할 때는 선수 스스로 문경을 다시 찾아오게 되어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낼 수 있기에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 전국 최고 스포츠 인프라문경시는 전국 최고의 문경 국제소프트테니스장, 시민운동장, 배드민턴 전용 경기장, 온누리 스포츠센터, 국제클라이밍센터, 문경야구장, 파크골프장 등 스포츠 관광도시의 명성에 걸맞은 다양하고 우수한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또한, 문경시 마성면 남호리에 설치 중인 다목적 야외씨름훈련장은 야외 공연도 겸할 수 있는 다목적 훈련장으로 올해 10월에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호계면 호계리에 조성 중인 필드하키장은 내년 10월에 사업을 완료해 필드하키 국제대회를 유치, 전 세계에 스포츠 도시 문경을 홍보하기 위해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최근 급증하는 테니스 이용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 부족을 해소하고 이상 기상 여건에 따른 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실내테니스 경기장 조성사업’ 추진하고 있다. 사업부지 전체 토지 보상은 지난 5월 완료했으며, 내년 1월 실시설계용역 후 25년 12월에 준공할 계획이다.문경시는 전국 어디에서나 2시간대에 접근이 가능한 대한민국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이다. 국제규격의 최신시설을 갖춘 국군체육부대를 비롯해 전국 최고의 스포츠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우수한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한 융복합 스포츠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종 스포츠대회와 전지훈련의 성지로 거듭나 국내·외 스포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면 코로나로 인해 움츠렸던 지역경제에 불을 지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3-09-18

필묵 속 해학·풍자… “평생 단 한 점 작품 위해 붓 들죠”

그 옛날 문인화는 어지러운 세상살이에 정신을 맑게 하는 수양의 한 가지였다지만 오늘날엔 그저 예스러운 예술의 한 장르로 여겨진다. 시를 다루는 화가는 물론 시대와 소통하는 작품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심관(心觀) 이형수의 문인화는 탁월성을 발휘한다. 심관의 화폭에는 고된 일상이 질펀하게 펼쳐지는 현재와, 사상은 빛났으나 조명받지 못한 사람들이 담긴다.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에도 현재를 읽게하는 해학과 풍자가 있다.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있어서 가능한 작업이다. 심관의 화론 또한 단순하고 일상적이다. ‘밥 먹듯이 하면 이루어진다’는 것. 그렇기에 ‘만사를 아는 것은 밥 한 그릇을 아는 것에 있다’던 해월 최시형은 선생의 오랜 공부 대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발 딛고 있는 지역의 문화예술 근원에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는 선생은 포항을 우리나라 근대사상의 시원지라고 말한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눈 밝게 발굴해 필묵으로 재해석하는 이형수 문인화가를 포항 북구 창포동에 위치한 선생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물 맑은 영덕 오십천변이 고향이라고.△영덕 오십천변 남석동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 노닐던 오십천의 맑은 물과 바람을 아직도 기억한다. 부친은 농산물검사소에 계셨고 집안에 여유가 있어 초등학생 때부터 형과 서울에서 공부했다. 영덕에서 서울까지 하루가 넘게 걸렸다. 직통 차편이 없어서 비포장도로를 버스로 3시간 넘게 달려 안동으로 갔다. 안동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꼬박 24시간 걸려야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연료가 석탄인 기차여서 코에서 시커먼 재가 묻어났다. 길이 멀다 보니 일 년에 두 번, 방학 때만 귀향했다.-그림에 눈을 뜬 계기가 있나.△부모와 떨어져 지내면서 사춘기를 심하게 겪었고 그림으로 풀어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이당 김은호(1892-1979) 화백에게 그림 한 쪼가리를 보냈고 문하생이 됐다. 이당 선생 옆에서 먹을 갈고 청소하고 공부를 하면서 1년을 보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이당의 그림을 좋아해서 몇 점 올려보내달라고 해서 보내면 수표로 돌아왔던 기억이 남아있다.-당시에 어떤 그림을 배웠나.△이당에게 처음 받은 체본(體本)은 참새였다. 이당은 자세하고 세밀한 것이 특징인 북종화의 대가인데 당시 내 나이가 어려선지 시간이 지날수록 갑갑함이 생겼다. 남종화의 대가인 옥산 김옥진(1927-2017) 화백에게 가르침을 청하니, 이당이 워낙 대가다 보니 허락을 받고 오라더라. 그렇게 해서 옥산 선생에게 남종화를 배웠다. 지금까지도 세밀한 인물화는 북종화를 그리지만, 나머지는 생략하고 활달한 맛의 남종화를 즐긴다.-포항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옥산 선생의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다 군대에 갔고, 부모님이 계시던 포항으로 내려와 정착하게 됐다. 이 작업실에서 30년째 붙박이로 있다.첫 개인전은 1979년 봄에 포항 도심의 ‘용 다실’에서 했다. 당시 포항 KBS 이동린 방송국장이 전시 서문을 써주었다. 경제성장과 함께 동양화가 대유행하던 시절이라 그림이 꽤 팔렸다. 울릉도에서 온 관람객이 그림값을 깎으려고 해서 젊은 치기에 팔지 않고 버린 적이 있다.-10여 회의 개인전 중 두 차례의 독일 전시가 눈에 띈다. 독일 관람객의 반응은 어땠나.△독일에 정착한 파독 간호사들을 많이 만났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환대해 주었다. 고국의 향수가 묻어나선지 까치나 호랑이를 그린 빨랫방망이나 다듬잇방망이를 특히나 좋아했다. 독일 현지인은 사유나 철학이 담긴 작품에 관심을 보였고 특히 대나무 그림을 좋아했다. 나 또한 사군자 가운데 필력이 매력적인 난(蘭)과 함께 곧고 강직하면서 오랜 수련이 묻어나는 죽(竹)을 선호하는 편이라 반가웠다. -영덕의 인물 3인을 조명한 전시도 주목받았다.△호랑이 그림을 추적하다 보니 고향에도 이처럼 훌륭한 분이 있음을 깨달았다. 세계적인 여중군자 장계향은 사임당보다 더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를 지은 나옹선사와 대학자 목은 이색까지 3인을 그렸다. 세 명 모두 송천강이 배출한 위인이다. 상류로 가면 나옹선사가 태어난 곳이 있고 중간쯤에 장계향의 시댁인 충효당이 있으며 하류에서 목은이 탄생했다. 이토록 중요한 송천강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해 아쉽다.-포항에서 주목해 봐야 할 인문학적 자산은.△포항에 역사 문화자산이 부족하다고 말하는데 물신(物神)에 빠져 등한시되고 있을 뿐. 가진 것은 많은데 몰라보고 있다. 포항 역사의 대표적인 시원으로 5천 년 전 암각화를 들 수 있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러 곤륜산은 가지만 산자락의 귀중한 유적을 찾는 이는 드물다.그리고 한국 근대 사상을 일군 장소인 검등골이 있다. 신광면 마북리 검등골은 동학의 제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 화전을 일구면서 동학의 기본사상을 깨우친 곳이다. 화전의 흔적과 허물어진 담장, 항아리를 묻은 화장실터가 남아있다. 상수원 보호를 명목으로 길이 막혔지만, 번듯한 길을 내어 널리 알려야 할 곳이다.검등골이 한국 근대 사상의 시원지라면, 경제를 일으킨 정신은 ‘롬멜 하우스’에서 찾을 수 있다. 포항제철 건립 당시 건설본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롬멜 장군의 야전사령부 같다고 붙여졌다.-19세기의 해월을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19세기 후반의 조선은 관직을 사고팔 정도로 그야말로 어수선한 시대였다. 지금의 시대라고 뭐 그렇게 나아졌을까. 해월은 신광 마북에서 도를 깨치고 ‘만사를 아는 것은 밥 한 그릇을 아는 것에 있다’며 밥 한 그릇을 도에 비유해 밥의 우주성을 설파했다. 그 시절 ‘사람이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을 설파한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고, 해월은 포항의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법 하다.강원도는 해월이 체포된 곳에 ‘마지막 피체지(被逮地)’를 알리는 표지석을 세웠다. 글을 새긴 이는 무위당 장일순으로 김지하 시인으로 그 사상이 이어진다. 체포된 곳도 비석을 세워 기념하는데 포항은 도를 닦은 중요한 장소도 저렇게 내버려 두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해월의 가족들도 화폭에 담고 있다.△해월이 쫓길 당시 외동딸인 최윤은 죄인의 자식이라고 해서 아전과 강제로 결혼했다. 최윤의 아들 정순철은 동요 ‘짝짜꿍’을 만든 작곡가이다. 동학의 3대 교주 손병희의 도움으로 일본 유학을 다녀왔고, 방정환과 윤극영 등과 활동하다 6·25 때 납북됐다.-역사 속 인물을 문인화 언어로 현재화시키는 작업이 인상적이다.△하나 더 얘기하자면. 해월은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골짝을 숨어 다니며 포교했기에 ‘최 보따리’라고 불렸다. 해월의 ‘보따리 철학’은 박이문 전 포스코 명예교수의 ‘둥지의 철학’과 닮았다. 박이문은 철학의 근간이 되는 존재 차원과 의미론적 차원에 대해 “두 개의 다른 존재가 아니라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존재 전체의 양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둥지의 철학은 ‘인간은 하늘’이라는 해월의 보따리 철학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최근에 관심을 두고 화폭에 담은 인물은.△올해는 동해안 별신굿에 대한 글을 쓰고 김석출 옹을 그렸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전위 예술가 요세프 보이스가 세상을 떠나자 그 넋을 달래는 진혼굿판을 벌일 때 김석출과 김유선 만신 부부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백남준은 “굿은 자기 예술의 시원이자 뿌리”라고 말한 바 있다.-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나.△수묵 인물화 한 점에 그 사람의 삶이 담겨있다는 생각으로 인물화를 그리다가 문득 내 얼굴을 들여다보게 됐고, 나의 삶을 돌아본다는 의미에서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다양한 표정의 나를 그리고 그날 공부한 글귀를 적는다. 강요배는 “며칠간의 공부와 고뇌만으로 거대한 노동 투쟁을 그려낼 수 없다”고 했다. 요즈음은 ‘평생일점’, 일생동안 좋은 그림 한 점 그리고 간다는 심정으로 붓을 들고 있다.이형수 문인화가는 1952년 영덕에서 태어나 동국대를 졸업했다. 현재 (사)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이며, 경북지회 초대 지회장과 수석 부이사장을 지냈다. 사군자를 소재로 한 ‘필묵의 즐거움(2007)’, 부처님 이야기를 담은 ‘먹빛이 마음빛이다(2008)’, 민화를 주제로 서울 인사동과 독일 베를린에서 선보였던 ‘까치는 호랑이의 외로움을 안다(2010)’,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2011)’, 100일 동안 편지 형식으로 쓴 ‘붓끝에서 피어나는 고향의 마음-심관 이형수의 수묵편지(2015)’, 영덕의 인물을 주제로 한 ‘영덕문향의 멋-심관 이형수의 수묵편지(2017)’와 ‘붓으로 그린 세월(2018)’, ‘죽도시장, 여명을 밝히는 사람들(2021)’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2015년부터 소셜미디어에 ‘손안의 수묵편지’를 띄우며 사람들과 소통한다./배은정 작가

2023-09-18

국내서 해외로 이어진 사회공헌활동 ‘뜨리마 까시, 포스코’

◇ 뜨리마 까시, 포스코“저는 포스코가 도와 달라고 하면 어떻게든 힘을 보탤 겁니다.”지난달 30일 찔레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에서 약 2㎞ 떨어진 꾸방사리(Kubangsari) 마을.납시아씨(Napsiah·55·여)는 거실과 방 2개가 딸린 집에서 자식 내외, 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찔레곤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집 안은 맞바람이 들어 시원했다. 글 싣는 순서1. 포항 영일만의 기적, 인도네시아에 닿다2. 이차전지 날개 단 인도네시아, 포항시 기회 찾으려면3. 인도네시아와 포항 기업 간의 교류 현 주소4. K기업문화, 인도네시아에 퍼진 한국기업 저력5. 탄소중립 시대,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떻게납시아씨의 집은 포스코가 ‘스틸빌리지’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 지은 집이다. 포스코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포스코1%나눔재단, 포스코 비욘드 봉사단 등 포스코 사회공헌 역량을 총 동원해 찔레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 인근 저개발 지역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펼쳤다.봉사자들이 직접 지은 집이라 다소 투박하지만 깨끗한 하얀 벽, 하얀 타일이 깔린 납시아씨의 집은 이 동네 집 중 비교적 신식이다. 납시아씨는 집을 찾아온 취재진을 반기며 포스코 덕분에 편안한 집에서 잘 수 있게 됐다며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는 “포스코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자고 가도 좋다”며 “포스코가 도와 달라고 하면 무엇이든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꾸방사리 마을에 거주하는 마스투아(Mastuah·55·여)씨도 반갑게 취재진을 맞았다. 마스투아 씨가 살던 집은 빗물조차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몇 달 씩 매일같이 비가 쏟아지는 우기(雨期) 동안엔 마스투아씨와 가족들은 비에 젖은 축축한 바닥을 닦고, 또 닦아야 했다. 포스코는 2018년 마스투아씨 집에 방 두개와 거실이 있는 새 집을 선물했다. 마스투아 씨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집이 무너질까봐 늘 불안했는데 새 집이 생긴 뒤로 편하게 잘 수 있다”고 밝혔다.찔레곤 현지에서 포스코가 받는 사랑을 한 눈에 체감할 수 있었다.스틸빌리지 사업으로 포스코는 주택 25세대 외에도 화장실 30개소, 학교 건물 3개소, 쓰레기 처리시설 1개소를 새로 지었다. 3년이 넘게 진행된 프로젝트에는 포스코그룹 임직원들, 포스코 비욘드 봉사단, 해비타트 봉사단 등이 개인 시간을 쪼개 참여했다.마을에는 스틸빌리지 사업을 통해 시설을 보수한 초등학교도 있다. 하교를 하던 아이들이 취재진과 포스코 직원들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며, 졸졸 따라다녔다. 익숙한 듯 크라카타우 포스코 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인사를 나누자, 아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뜨리마 까시’(terima kasih·감사합니다)를 외쳤다.크라카타우 포스코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빈부격차가 심해 찔레곤 제철소 인근 저개발 지역은 사람들이 흙바닥에 나무 판자로 지은 집에 거주하는 등 주거 환경이 좋지 않다”며 “특히 학교, 유치원, 보육시설 등 교육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스틸빌리지 프로젝트를 할 때도 미래세대 아이들이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시설 개선도 함께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공헌 프로그램포스코는 크라카타우 포스코를 건설한 직후부터 제철소가 위치한 찔레곤의 지역 발전을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해왔다. 2013년 인도네시아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2015년, 포스코는 크라카타우 포스코 사회적 기업, PT.KPSE (Krakatau POSCO Social Enterprise)를 설립했다. PT.KPSE는 포스코 1%나눔재단 기금 7억원과 KOICA 기금 7억원을 투입해 설립된 포스코의 자회사형 사회적 기업이다.PT.KPSE는 특별한 설립 배경이 있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 가동 초기, 인근 마을 청년들이 생계를 이유로 자재를 훔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돈을 벌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 생긴 일이었다. 포스코는 지역 빈곤층에게 드리운 가난의 고리를 끊기 위해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민들이 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고심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 ‘PT.KPSE’다.PT.KPSE의 사업은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민들이 역량 개발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PT.KPSE는 6개월 단위로 30명씩 인성 교육, 직업역량 강화 교육 등을 실시한 후 교육을 이수한 지역민을 공장 환경 정비 요원 등으로 채용해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마을 주민 대상으로 소규모 창업 지원 교육도 실시하고, 제철소가 위치한 인근 공단에 취업할 수 있도록 컴퓨터, 워드 등 기본 직무 능력 교육도 제공한다. 사회적 기업 운영으로 발생하는 이윤의 70%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기금으로 재환원해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2015년 설립 이후 2023년 상반기까지 총 378명이 교육을 이수했고, 2022년까지 237명이 취업에 성공했다.포스코만의 특별한 사회공헌 활동의 정점은 포스코 커뮤니티 러닝센터(P-CLC, Community Learning Center)다. 2022년 스틸빌리지 사업 일환으로 개관한 찔레곤의 다목적 시설인 CLC는 현재 PT.KPSE에서 운영하고 있다. 시 정부에서 제공한 연면적 약 661.16㎡(200여 평) 규모의 부지에 세워진 지상 2층의 ‘스틸’ 건물은 낮은 목재주택들이 즐비한 찔레곤 마을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지역 주민들의 교육시설이자 문화 공간인 CLC에는 강의실, 컴퓨터실, 도서관 등 지역민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시설들이 자리해 있다. 인근 지역에서 드물게 에어컨이 있는 이 건물은 지역 주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가 되기도 한다.P-CLC에 들어서자 한국에서 온 포스코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다 인도네시아로 파견을 간 직원들이었다.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포스코 주재원, 현지 직원들은 ‘아요 스망앗’(Ayo Semangat·파이팅합시다)이라는 봉사단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 하고 있는 재능봉사활동과 유사하다. 이날 직원들은 P-CLC에 조만간 들어설 한국어 학교 개관을 준비하고 있었다.크라카타우 포스코는 제철소 인근 지역사회 청년 및 보육시설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위한 ‘K-Dream 한글학당’을 지난 7일 개원했다.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한국인 임직원과 통역사 직원이 학생들에게 직접 한글을 가르치며, 약 1년간의 교육과정 운영 후 우수학생은 크라카타우 포스코 및 협력사로 직원으로 채용을 추진할 계획이다.포스코 생산기술전략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지난해 9월부터 크라카타우 포스코 열연 공장장을 맡고 있는 이정희 부장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포스코 직원들답게 인도네시아에서도 주재원들이 봉사활동에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며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게 눈에 보이니 봉사하는 직원들의 의욕도 함께 올라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지역 주민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PT.KPSE 아리(Mr. Arie) 대표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했다.그는 “PT.KPSE가 들어서고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다”며 “PT.KPSE는 지역민들에게는 ‘희망’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회공헌 프로그램들 보다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업시민’ 글로벌 임팩트, 그 원류는찔레곤을 감동시킨 포스코 커뮤니티 러닝 센터, 재능봉사단 아요 스망앗을 보면 포항의 ‘포스코 나눔스쿨’, ‘포스코 재능봉사단’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자회사형 사회적 기업 PT.KPSE는 장애인 고용 사업장인 ‘포스코 휴먼스’를 닮았다. 포스코가 국내에서 펼치고 있는 기업시민 활동이 이들의 원류이기 때문이다.기업의 사회 공헌 개념이 낯설었던 창립 초반부터 포스코는 사회환원과 지역상생에 매진해 왔다. 창립 후 광양제철소 건설이 완료될 때까지 포스코는 작은 어촌이었던 포항의 인프라 건설에 중점을 두고 사회공헌 활동을 개진했다. 문화시설인 효자아트홀 개관, 실내체육관 건립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다.주목할 점은 미래세대 육성에 중점을 둔 것이다.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1986년 국내 최초로 연구중심대학 포스텍을 설립,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의 선견지명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수도권 중심 주의가 강화되면서 지역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며, 지역 대학들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포스텍은 굳건히 국내 최정상 이공계 대학의 아성을 지키고 있다.연이어 설립한 실용화 기술 전문연구기관인 RIST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포스코, 포스텍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포항이 산업 연구 도시로 발전하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포스텍-RIST-포스코로 이어지는 산학연 협력 체계는 지방 소멸 시대 포항이 지닌 주요 자산이다. 든든한 산학연 협력 체제가 있기에 비수도권 지역으로서는 드물게 벤처기업들도 포항을 주목하고 있다. 체인지업그라운드 등 포스코의 벤처 지원 사업과 맞물려 미국 CES에서 주목한 유망스타트업 그래핀스퀘어는 수도권에서 포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 기업 피엠그로우, 협동로봇 전문기업 뉴로메카 등은 포항에 공장을 신설했다.조업이 안정된 90년대 이후에는 더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했다. 포항테크노파크, 환호해맞이공원 건립을 지원하고, 프로축구단 스틸러스를 설립해 지역 문화 발전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 사업도 꾸준히 개진했다. 실직자를 위한 실업기금, 연말 불우이웃돕기, 수재의연금 등으로 900여 억원을 출연했다.포스코의 사회공헌활동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임직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1991년부터 포스코는 각 부서와 포항의 마을, 단체, 학교와 자매 결연을 맺어 봉사활동, 교류활동을 펼쳤다. 2003년부터는 포스코봉사단을 창단해 더욱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직원들이 휴일을 활용해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봉사활동에 참여한 인원만 누적 5천55명으로, 누적 봉사시간은 11만 시간이 넘는다.나눔과 봉사 문화가 있었기에, 1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크라카타우 포스코 역시 기업시민 활동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포스코 관계자는 “한국 최초 일관제철소를 만들며 포항과 강건한 상생관계를 만들어낸 사례가 있듯, 인도네시아에서도 모범적인 지역 상생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인도네시아에서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9-17

전남드래곤즈 창단하고 골프장도 운영

선생은 번지르르한 수사(修辭)가 아닌 실제로 전투를 치르듯 일했다. 1968년 시작된 포항제철 건설의 역사. 짧지 않은 기간 이어진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건 작은 몫의 역할을 했건 직원들에겐 국가 기간산업 구축에 자신의 힘을 보탰다는 자긍심이 있었다. 30대와 40대를 온전히 포항에서 보내며 자신의 열정을 포항제철에 바친 한경식 선생은 1990년대에 들어서며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맡아 호남으로 간다. 그곳에서의 삶과 생활은 어땠을까? 홍성식(이하 홍) :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과 얽힌 추억이 많겠습니다.한경식(이하 한) : 젊은 시절엔 박태준 회장이 안전모를 쓴 내 머리를 때리기도 했고(그때는 이걸 ‘에밀레종’이라 불렀다고 한다),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지.(웃음)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그런 행동을 했던 게 아닐까 싶어.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하라는 뜻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 거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박 회장에게 서운한 마음은 전혀 없어.홍 : 포항제철 건설 과정과 발전 시기를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한 : 높은 설산(雪山)에 오른 산악인들이 정상에 태극기를 꽂고 눈물 글썽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 내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그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돼. ‘전투’라고 불러도 좋을 포항제철의 각종 공사와 프로젝트를 사명감과 애사심, 나아가 애국심을 무기로 완수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듯해.홍 :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으로 일하던 때였군요.한 : 종합제철 건설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나라로부터 받은 조직의 한 사람으로서 생애를 걸고 일했지. 멸사보국(滅私報國)의 마음가짐으로 땀 흘렸던 사람이 어디 나 하나뿐이겠어? 그 시간을 함께한 동료와 선후배들 모두 그런 마음이었겠지.홍 : 1990년대엔 포항을 떠나 호남으로 가셨다고 들었습니다.한 : 1968년 대한석탄공사에서 포항제철로 이직해 22년이 흐른 1990년에 포항제철 상무이사(건설본부장)를 했지. 꽤 긴 세월이었어. 그 전후로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가 만들어졌는데, 거기 건축과 전기 관련 일에도 관여했어. 이후엔 제철장비 철구공업주식회사 대표이사와 제철설비주식회사 대표이사도 했지.홍 : 그러다가 포항에서 광양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한 : 광양에서 일하게 된 건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노동조합 운동의 중재자가 되기 위해서였어.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 사이를 원만하게 만드는 임무를 맡았다고 해야 하겠지.1987년 6월항쟁 이후 7, 8월 노동자 대투쟁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노동쟁의가 발생했다. 이 시기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대우조선 등 대기업의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이 과격화·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 결과 신규 노조가 급증했고 기존의 한국노총에 대한 어용 시비가 일면서 1990년 1월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가 결성되었다. (‘두산백과’에서 인용)홍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한 : 그즈음 경남 창원에서 생산된 재료들이 제때 포항제철로 입고되지 않아 회사가 크게 애를 먹었어. 포항제철은 다른 회사와 달리 1990년대부터 일찍 화상회의를 했지. 서울과 포항, 광양에 있는 임원들이 화상회의를 시작하면 박태준 회장이 주도했어. 박 회장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란 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잖아. 그러니 회의에 참여한 간부들이 긴장을 많이 했지. 어떤 프로젝트라도 기한 내에 완료하지 못하면 엄청난 질책을 받았으니까. 포항제철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제철 장비와 제철 설비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했어. 내가 사장이 되어 그 역할을 맡은 거지. 홍 : 당시 노동조합은 강성이라 다독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한 : 1994년쯤일 거야. 포항제철에서 건설 파트를 만들 때 호남 쪽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이 자주 있었어. 내 고향이 그곳이니 노동조합 간부들과 노동 관련 관청의 후배들을 자주 만났지. 처음 광양에 가서 시청, 노동청, 검찰청, 경찰서 등을 쭉 다니며 인사했어. 광주고등학교와 전남대를 졸업했다고 소개하니, 그곳 관계자 대부분이 “그러면 선배시군요” 또는 “어, 내 후배네”라고 하더군.홍 :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인맥이 중요하군요.한 : 그렇다고 봐야지. 노동조합과의 협의도 편안하게 진행될 수 있었고, 관청과의 업무 협조도 조금은 편했지. 아무래도 타지 사람들보다는 내가 호남의 정서를 잘 알고 아는 사람도 많았으니까.홍 : 그때 협력업체 노동조합 간부들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나갔는지 궁금합니다.한 : 광양에 가면서 노동조합 사람들과 술도 많이 마셨지. 노동조합 간부들도 나와 이야기하면 잘 통한다며 협상의 길을 어렵지 않게 열어줬어. 한번은 광양제철소 사장과 강성 노동조합원 50여 명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자리도 만들었지. “혹시 떠들썩한 인민재판이 열리는 것 아니냐”고 모두 걱정이 많았지만, 내가 중간에서 원만하게 중재했어.홍 : 그래서 그 자리가 잘 끝날 수 있었던 겁니까?한 : 협력사 노동자들은 “우리도 누구보다 힘든 일을 하는데 임금이 본사보다 지나치게 낮다”며 그간 쌓인 불만을 쏟아냈지. 사용자 측에선 “앞으로 회사가 발전하면 모두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달랬어. 회사에 다니면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사람들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포항제철 연수원에 교육 시설을 갖추고, 좋은 강사들을 부르겠다는 약속도 했지.홍 : 1990년대 중후반엔 포항제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승주골프장 대표이사와 축구단 전남드래곤즈 사장도 하셨지요?한 : 어째서인지 공장 시설이건 스포츠팀이건 난 뭔가를 처음 만드는 작업을 많이 한 것 같아. 팔자인지도 모르지.(웃음)홍 : 제철소와 골프장에서의 일은 그 형태가 전혀 다른데 힘들지 않았습니까?한 : 골프장을 처음 맡았을 때가 생각나는군. 알다시피 골프장은 회원권이 비싸잖아. 그러니 선뜻 그걸 구매할 사람이 별로 없었어. 궁여지책으로 내가 포항까지 가서 협력업체 대표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지. 그에 앞서 골프장 운영이 어려우니 포항제철 재무 담당 이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그랬더니 “먼저 열심히 자구 노력을 해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나선 거지. 그때 회원권을 30억 원어치쯤 팔았을걸.홍 : 승주골프장을 운영할 때 위기는 없었는지요?한 : 한번은 큰 태풍이 골프장을 덮쳤어. 물에 휩쓸린 골프장 전체가 박살이 났지. 토사가 쏟아져 내려 인근 논의 벼까지 다 쓰러졌어. 주변 농민들은 당연히 난리를 치며 분노하지 않았겠어? 배상하라고 할 것 아니야. 문제는 골프장으로 들어오는 도로였더라고.홍 : 그래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습니까?한 : 맨 먼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태풍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을 고민했어. 그래서 승주 군수를 찾아갔지. 우리가 돈을 댈 테니 군에서는 제대로 배수가 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비해달라고 요구했어. 만약 그걸 그대로 두면 해마다 태풍이 오는 시기에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테니까. 서울에 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포항제철로부터 돈을 받아와 승주군에 전달했어. 흘러내린 골프장 토사 때문에 피해를 입은 농가에는 불만이 없도록 보상금을 나눠 주고, 주변을 깔끔하게 정비해달라고 했지. 그렇게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한경식1935년 전남 나주 영산포읍 오량리에서 태어났다. 광주농업학교를 거쳐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으나 4학년 때 중퇴했다. 이후 전남대 전기공학과에서 공부했다.대학을 마친 후 1961년 대한석탄공사에 입사해 장성광업소 전기계장으로 일하다가 1968년 포항제철로 회사를 옮긴다. 제2고로 건설과장, 제1고로 개수추진부장, 제선공사부장, 건설본부장(상무이사) 등을 거치며 포항제철의 초기 역사를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1990년대엔 포스코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승주골프장 대표이사를 지냈고, 축구팀 전남드래곤즈의 창단 작업을 주도해 사장을 맡았다.수준급의 솜씨를 지닌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하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현대미술 최고위과정을 수료했으며, 여러 차례 개인전과 회원전 등을 열었다. 한국 제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1981)과 산업포장(1988)을 받았고, 프로축구대상 특별상(1995)을 수상했다.대담·정리 : 홍성식(본지 기자)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 사진 제공 : 포스코

2023-09-17

“일 잘하는 심부름꾼으로, 소통하고 신뢰받는 의정 구현”

“저는 20년간 정치를 해오고 있다. 저는 정치에 정치를 더하고 싶지 않다. 정치에 행정을 더하고 싶다. 정책의회를 추구하는 것도 정책제안을 통해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라면서 “지금까지도 초선 시절의 초심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지나고 나서 하지 못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말고 주어진 자리에서 ‘후회 없이 일하자’고 다짐한다. ‘명분’, ‘원칙’, ‘소신’을 정치철학으로 삼아 시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안동시의회 권기익 의장이 그간 의정활동 성과와 향후 의정활동 계획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한 걸음 더, 시민 곁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출범한 제9대 의회는 의정활동 전문성을 강화하고,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치는 등 시민이 공감하고 신뢰받는 의정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 시의회 역할과 기능 강화제9대 안동시의회는 지난해 7월 개원한 뒤 현재까지 열 번의 임시회와 세 번의 정례회를 통해 총 250여 건의 안건을 처리했다.안동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안을 비롯한 의원발의, 시정 질문, 5분 자유발언, 촉구결의안 등을 통해 시민 편익과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특히, 9대 의회는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에 따라 의회 소속 사무와 직원들의 인사권을 독립하고, 정책지원관을 충원해 의회 전문성을 갖추는 등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그리고 의원과 직원들은 1년에 2회 이상 다양한 주제로 전문교육을 진행해 의정활동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여기에 농촌사랑연구회와 문화복지정책연구회, 자치분권 및 지역재생연구회 3개 의원연구단체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 및 강화하고 자치분권, 도시재생, 축제, 관광, 저출산 극복 등 정책 현안별로 워크숍 개최와 지역실정에 맞는 정책 모색을 위해 시민과 함께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이 같은 노력으로 권기익 시의회의장은 지방자치와 지역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22 서울평화문화대상’ 교육문화자치 부문 의정대상과 전국지역신문협회가 주관하는 ‘제20회 지역신문의 날’에서 의정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권 의장은 지방의회 5선 시의원을 지내며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실천하는 등 지역발전과 주민복리 증진에 크게 기여를 한 점을 공적으로 인정받았다.□ 소통과 화합의 정치 실현권기익 의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소감에 대해 “9대 안동시의회가 개원한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1년간 안동시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더 발전하고 변화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고 평가했다.그는 이어 “수동적인 의회가 아닌 먼저 발 벗고 나서는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치는 등 의회 본연의 책무를 내실 있게 추진했다. 의원들의 정책을 지원할 정책지원관을 충원 배치하는 등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고 덧붙였다.주요 현안 추진 상황과 인사권 독립 뒤 달라진 의회 모습에 대해 권 의장은 “지방의회가 출범한 지 30년이 넘었고,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따라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이 이전보다 강화됐지만, 아직도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돼 있어 의회의 위상 제고를 위해서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실질적인 자치분권 실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그는 또 “의회 소속 사무과 직원들의 인사권을 독립하고, 정책지원관을 충원해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여건도 어느 정도 갖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원과 직원들의 의정활동 역량 강화를 위해서 1년에 2회 이상 다양한 주제로 전문교육을 하는 등 의회의 위상 강화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제9대 안동시의회 의정 성과권 의장은 지난 1년간 시의회의 주요 성과에 대해 “‘한 걸음 더, 시민 곁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의정역량 강화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의정활동의 이해도를 높이고 안건심사의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한 “100일이 넘는 기간동안 회의를 개회하고, 10번의 임시회와 3번의 정례회를 거치며 일하는 의회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의 현안을 다루는 양질의 조례 110건 이상을 제·개정했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모든 의원들이 하나의 조례를 만들기 위해 법률 자문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조례 당사자와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조례 입안 과정을 촘촘하게 준비해 의정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그간의 성과를 자랑했다.권 의장은 이와함께 “의원 연구단체 운영 활성화와 연구단체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 및 강화했다”며 “현재 생산적인 연구 결과를 가져올 현재 총 3개의 연구단체가 등록돼 간담회, 현장방문 등을 통해 안동시 현안에 맞는 연구 활동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으며,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마련된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채용해 의회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안동시 집행부와의 갈등에 대해서는 “안동시집행부와 시의회는 지역과 시민들을 위해 의견을 개진하고, 주장을 펼칠 순 있지만, 대립과 반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앞으로 대승적인 차원에서 집행부와 더욱 소통하고 시민을 위한 생활 정치에 전 시의원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와 전망그는 다만 지난 1년간 의회는 시민을 대변하는 의정활동을 펼치려고 노력했다. 안동시 집행부도 같은 목적을 위해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요사업, 조직개편, 예산안 등 시에서 추진하는 일부사업에서 소통이 부족한 점은 있었다는 생각이다”고 지적했다.권 의장은 특히 “의회와 집행부는 안동시 발전이라는 공동목표 아래 상생하는 동반자 관계로, 의회는 시정 전반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집행부와 현실적인 정책 제안을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갈 의무가 있다. 두 기관 간의 소통강화와 협력을 위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현황 과제로는 “대내외 경기침체와 세수부족에 시 재정난과 지역상권 위축이 가장 시급히 해결 되야 할 현안”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경기불황과 소비위축이 고착화 되면서 주민과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의회는 집행부와 함께 시 재정난읕 헤쳐 갈 방법을 고민하고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권 의장은 의장으로서 초지일관 실천하려는 목표가 있다. 바로 ‘일 잘하는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것이다. 권 의장은 “안동은 경북도청의 이전으로 여전히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도시지만 현재 성장속도는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시의원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역의 현안을 신속히 파악하고, 핵심을 보는 일꾼이 되야한다. 안동시민의 행복을 지키는데 앞장서고, 시민의 대표기관인 만큼 최고의 행정서비스가 이뤄지는 안동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권 의장은 “시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허투루 듣지 않고 그 마음에 공감하며 안동시의회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의정활동을 펼치고 싶다”며 “원인과 해법을 정확히 짚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한 태도로 시민의 삶에 밀접한 현안은 더욱 밀도를 높여 촘촘히 살피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18명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발전적인 정책 대안으로 시민여러분께 신뢰를 드리는 안동시의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9-17

마음의 평화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순례 ‘섬티아고 길’

프랑스 남부의 국경마을 생 장 피에 드 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해 스페인 북서쪽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무려 800㎞를 걷는 순례길이 있다. 수많은 전 세계 여행자가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지는 극한의 고통을 견디며 사람들은 산티아고까지 걷고 또 걸었다. 순례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는 몸부림일 것이다. 규모는 여기보다 훨씬 작지만 국내에도 마음을 순화시키는 아름다운 순례길이 있다. 일명 ‘섬티아고 길’이라고 불리는 전남 신안군 기점·소악도의 ‘12사도 순례길’이다. 가을이 시작되는 눈부신 계절 12사도의 이름을 딴 독특하고 예쁜 건축물을 찾아 신안으로 떠나면 깊은 감동과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예수의 12제자 이름을 딴 건축미술배를 타고 가다 대기점도 선착장에 내리는 순간 그리스 산토리니풍의 하얀 건물이 보였다. 12사도 순례길의 시작점이자 오가는 배를 기다리는 공간이다. 건물은 한두 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미니 예배당(기도소)과 작은 종탑, 그 옆에 붙어 있는 화장실로 된 단출한 구조다. 건물 사이에 낮게 매달린 작은 종을 울리자 청아한 종소리가 바다를 가르며 물밑으로 떨어졌다. 순례의 시작이다.기점·소악도는 염전이 유명한 증도 옆 병풍도에 딸려 있다. 병풍도는 ‘맨드라미 섬’으로 불린다. 신안군이 주민들과 힘을 합쳐 약 2만㎡의 황무지를 꽃밭으로 탈바꿈시켰다. 약 200만 송이의 맨드라미를 심어 꽃동산을 만들고 맨드라미 거리도 조성했다. 집집마다 지붕을 빨간 색으로 칠했다. 꽃동산에서 내려다보면 마을 풍경이 만화 같다. 병풍도는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등 작은 ‘새끼섬’을 거느린다. 이 다섯 개의 섬이 노두로 이어진다.기점·소악도에 있는 12사도 순례길은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을 연결하는 길이다. 때론 섬을 관통하고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노둣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사색의 길이기도 하다. 병풍도,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를 잇는 3개의 노두를 다 합치면 길이가 1.7km가 넘는다. 지금은 말끔한 새 노두가 놓였지만 20~30년 전에는 “망태, 바지게 지고 돌을 날라 만든” 투박한 노두가 있었단다. 썰물 때 갯벌이 드러나면 새 노두 옆으로 옛 노두의 흔적이 드러난다. 이 길을 더욱 신비롭게 하는 것은 물이 차면 사라졌다가 약 3~4시간 뒤에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리는 신안의 자연이다. 물때를 기다리며 걸음을 멈추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귀도 열린다. 싱싱한 갯벌도 눈에 들어온다. 신안갯벌은 서천 갯벌(충남 서천), 고창 갯벌(전북 고창),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신안 갯벌이 압도적으로 넓다. 노둣길과 함께 신비스런 풍경을 가졌다 하여 12사도 길은 기적의 순례길로도 불린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힌트를 얻어 ‘순례자의 섬’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지금은 섬티아고라는 애칭으로 더 익숙하다.12사도길의 처음부터 끝까지 12곳에 세워진 각양각색의 예배당은 특정한 종교의 상징물이 아니다. 어떤 신을 믿든 절대자 앞에 자신을 내려놓는 성찰의 공간이다.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짓는 프로젝트에는 11명의 설치미술 작가가 참여했다. 국적은 제각각이다. 강영민, 김강, 김윤환, 박영균, 손민아, 이원석 등의 한국 작가와 장 미셀 후비오(프랑스), 파코(프랑스·스페인), 브루노 프루네(프랑스), 아르민딕스(포르투갈), 에스피 38(독일) 등의 외국 작가들이 힘을 보탰다.신안군은 작가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해 교회를 어떤 형태로 만들든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예배당인데도 어떤 것은 성당을 닮았고 또 어떤 것은 러시아정교회처럼 둥근 지붕으로 세워졌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종교 간 화합을 건축으로 이뤄냈다.교회를 세울 장소도 작가들이 직접 물색했다. 숲속과 언덕, 호숫가, 마을 입구, 심지어 밀물이 되면 물에 잠기는 노둣길 중간에도 작품이 세워졌다. 작가들은 섬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한국적인 소재를 건축물 속에 적극 활용했다. 돌절구, 구유와 연자방아의 받침돌 등도 건축 소재로 쓰였다. ◇교회 건축물에 녹인 섬사람의 삶건축물을 만들며 작가들은 작품 속에 섬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녹여 넣었다. 12사도 순례길의 두 번째 교회인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에는 양파 모양의 지붕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 이곳 성소가 고양이를 상징물로 택한 이유가 있다. 30여 년 전, 마을이 들쥐로 인해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자 쥐를 퇴치하기 위해 고양이를 섬으로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다. 양파 모양의 지붕은 섬사람 대부분이 양파를 재배한다는 데 착안해서 건축물로 형상화했다.논둑길 끝 고요한 숲 속에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오두막 같은 ‘그리움의 집(야고보)’이 있다. 소기점도와 소악도 노두 앞의 ‘행복의 집(필립)’은 프랑스 남부지방의 전형적인 건축형태를 보여준다. 적벽돌과 갯돌, 적삼목을 덧댄 유려한 지붕 곡선과 물고기 모형이 독특하다. 소기점도 작은 호수에 떠 있는 ‘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은 전체가 유리로 마감됐는데 밤이 되면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온다. 전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명소다. 12사도 교회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장 미셀 후비오와 파코 작가가 만든 ‘필립의 집’이다. 프랑스 남부 툴루즈 지방에서 온 이들은 고향의 붉은 벽돌과 섬에서 채취한 자갈로 교회를 세웠다. 섬 사람이 사용했던 돌절구는 둥근 창문이 됐고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잘라 얹은 지붕은 뾰족한 첨탑형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전통적인 나무배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실내 구조도 특이하다. 이곳에서 노둣길과 바다를 바라보면 계절과 시간, 물때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소기점도를 지나 소악도로 넘어가는 노둣길 중간에는 ‘마태오의 집’이 있다. 밀물이 돼 노둣길이 바닷물에 잠기면 교회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집이 된다. 마태오의 집은 황금빛 양파 지붕이 러시아정교회를 닮았다. 12개 예배당 중 최고의 포토존이다.호수 위에 세워진 ‘바르톨로메오의 집’도 이색적이다. 저수지의 물을 사흘 동안 퍼내고 8개월이나 걸려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 풍경은 저녁에 특히 아름답다. 스테인리스 구조물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채색이 화려한 빛과 만나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12번째 제자이자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의 집’은 프랑스의 남부 도시 몽생미셸의 성당을 연상시킨다. 순례를 마칠 즈음 낙조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햇살은 금가루를 뿌리며 산란하고, 갯벌은 몸을 뒤척이며 밤을 맞을 채비를 서두른다. 해는 분분히 바다 밑으로 자취를 감추고 12사도 교회도 어둠 속에 평안히 잠이 들었다. 여행수첩신안 순례자의 길을 가는 방법은 세 가지다. 신안군 지도읍 송도 선착장에서 병풍도 선착장으로 가는 배(25분 소요)를 이용하는 방법과 목포에서 가까운 신안군 압해읍 송공 선착장에서 소악도(40분 소요)로 가는 방법, 셋째는 송공 선착장에서 대기점도(70분 소요)로 가는 방법이다. 물때를 잘맞춰야 순례자의 길을 다 걸을 수 있다. 당일에 걸을 수 있지만 1박을 하고 차분하게 돌아보면 섬의 아름다운 풍경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최병일 작가

2023-09-14

향긋한 송이향 따라 봉화로 놀러오세요

올해로 27회를 맞는 봉화송이한약우축제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경북 봉화읍 내성천 및 관내 송이산 일원에서 ‘송이향에 반하고, 한약우 맛에 빠지다’라는 슬로건으로 개최된다.수해의 아픔을 이겨내고 열리는 이번 축제는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 등이 풍성하게 준비된다. 기존 판매행사 위주의 축제에서 탈피해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체험 위주의 다채로운 연계행사들이 함께 진행된다.특히 올해는 송이축제 대표 콘텐츠인 송이채취체험을 비롯해 ‘도전! 송이한약우 골든벨’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오색오미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 개막 및 폐막 축하공연, 봉화송이한약우 가요제 등 다채로운 공연행사가 마련된다.송이판매장터와 송이한약우 먹거리 식당 등 다양한 먹거리들도 판매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청량문화제와 봉화송이전국마라톤대회 등 연계행사도 풍성해 다채로운 문화·체험 행사를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다양한 공연개막 첫날인 21일에는 내성천 특설무대 앞 잔디광장에서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하고 신선한 나물과 봉화송이, 한약우로 만든 비빔밥을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제2회 오색오미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축제의 막을 올린다.오후 7시부터는 송이축제의 성공적인 개최 염원을 담은 개막선언과 함께 봉화 홍보대사 최우진, 인기가수 김다현, 현숙, 김용필, 신성이 출연해 멋진 공연을 선보이며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띄울 예정이다.이밖에도 축제기간 동안 내성천 특설무대에서는 매일 다양한 테마 공연이 펼쳐져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축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다문화 출신 가수들이 펼치는 힐링 콘서트 ‘공감’과 유명 개그맨이 진행하는 관광객 참여형 코미디 토크쇼 ‘Talk까놓고 말해보Show!’, 전국 각지 가수 지망생들의 열정이 가득한 제1회 봉화송이 한약우 가요제 등도 펼쳐져 서정적인 가을 분위기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축제 마지막날인 24일에는 스탠딩에그, 유해준, DK(디셈버), 스페이스A가 출연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폐막축하공연과 300여 대의 다채로운 LED 드론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컬러 드론 라이트 쇼를 선보이며 축제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계획이다. □ 송이 채취체험하고 송이 한약우도 맛보고올해는 봉화군의 우수 농특산물을 방문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행사들로 축제를 더욱 알차게 준비했다.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송이축제 대표 콘텐츠인 송이채취체험은 축제기간 중 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 관내 송이산 일원에서 진행된다.솔향기 그윽한 소나무 숲의 맑은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송이를 직접 채취해 보는 체험은 각 회당 100명씩 선착순 사전접수를 통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봉화송이 및 한약우와 관련된 퀴즈를 통해 숲속도시 봉화를 알아보는 도전! 송이 한약우 골든벨은 24일 오후 4시부터 내성천 특설무대 앞 잔디광장에서 펼쳐진다.이외에도 품질좋은 등급별 송이를 구매할 수 있는 송이 판매장터와 안동 봉화축협에서 주관하는 한약우 홍보관 및 판매장터도 열려 맛과 품질이 우수한 봉화한약우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또한 봉화군의 우수 농특산품을 직접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는 농·특산품 홍보 및 판매장터, 송이와 한약우의 화려한 조합을 맛볼 수 있는 송이 한약우 먹거리 식당도 운영된다.□ 문화, 전시, 체육 연계행사도 풍성축제기간 동안 진행되는 연계행사도 풍성하다.봉화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베트남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장인 만큼 베트남의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축제기간 중 22일을 베트남의 날로 지정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맞춤형 베트남 문화 체험을 하며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한다.더불어 봉화군의 우호교류 도시인 박린성의 국제공연단 초청 전통 민속공연과 세계유교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대형 창작 뮤지컬 ‘리롱뜨엉’도 진행된다.또한, 목재친화도시 플랫폼 구축을 위한 목재문화행사와 봉화출신 정치가이자 청백리에 선발된 계서 성이성(이몽룡) 문화제 등 봉화 곳곳에 숨겨진 관광명소들을 축제장에서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유의 전통민속놀이를 재현한 주민화합의 한마당을 만드는 지역의 대표적인 연계문화행사인 제40회 청량문화제는 전국 한시백일장, 삼계줄다리기, 학생사생대회, 전국청량백일장, 장기대회, 작은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다채로운 전시 및 체험행사로 구성돼 지역의 많은 문화단체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뽐낼 예정이다.이밖에도 이색 열기구 체험인 오감만족! 봉화 하늘여행, 2023 봉화송이한약우배 전국 동호인 축구대회 및 테니스 대회, 2023 어린이집 연합운동회 아이사랑가족대축제, 가족건강걷기대회, 제11호 봉화송이전국마라톤대회 등 다양한 문화, 전시, 체육 연계행사도 열려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할 계획이다. □ 안전한 축제로 만족도 높여봉화군은 군민과 관광객 안심 축제 구현을 목표로 철저한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경찰, 소방, 전기, 가스 등 안전관련 유관기관과 협의해 안전사고 제로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또한, 최근 이슈가 된 바가지 요금과 관련해 바가지 요금 근절 의지를 담은 가격 표시제를 추진하고 업체 입점 자격 요건을 강화해 관광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관광 친화도시 이미지를 조성해 축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박현국 봉화군수(봉화축제관광재단 이사장)는 “수해로 인한 아픔을 극복하고 개최하는 첫 축제인 만큼 다양성이 가득한 행사들을 준비했으니 숲속도시 봉화에 방문하셔서 좋은 추억 만들며 힐링하고 가시길 바란다”고 밝혔다./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3-09-14

농민의 땀방울로 키운 ‘영주 특산품’으로 한가위 情 나누세요

농부의 땀방울과 사랑으로 키워진 영주농특산물이 소비자의 신뢰도를 쌓으며 인기몰이 중이다.영주시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은 농심과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생산돼 그 우수성이 더해져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인기몰이는 농가소득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영주시의 특화된 농업정책과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농가들의 기술 접목, 우수제품 생산을 위한 관계기관 및 작목반들의 연구 노력의 결과가 모여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특히 1차 산업에서부터 6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생산된 제품에 대해 국내외 판로 확보와 소비자 신뢰도가 소비로 이어지기까지 유통 관련 지원업무가 적극 뒷받침된 것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영주시는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농특산품 개발과 영주장날 쇼핑몰을 활용한 판매 확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행복 먹거리 발굴을 위한 프드플랜 구축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 풍기 인삼국내 최초 재배삼의 시배지인 영주 풍기 지역은 500여년의 재배인삼 역사를 통해 품질이 우수한 인삼을 생산하고 있다.소백기슭의 풍부한 유기물과 대륙성 한랭기후와 배수가 잘되는 사질양토로서 인삼이 생육하기 좋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어, 타지방보다 육질이 단단하며 유효사포닌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인삼의 효능은 많은 연구결과 인삼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은 체내에서 병 발생에 대한 위험도를 감소시켜 효과적으로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홍삼제품에는 홍삼절편삼, 홍삼차, 홍삼정과, 홍삼정, 홍삼타브렛, 홍삼액, 홍삼분말, 인삼분말, 홍삼정, 홍삼캡슐, 홍삼비누, 홍삼제리, 홍삼캔디 등이 있다.문의 : 풍기인삼공사영농조합법인 054)638-2304.풍기인삼협동조합 054)636-2714. □ 영주사과영주시는 국내 사과 생산의 14.5%를 차지하는 전국 제1의 사과 주산지다.영주사과는 산록지대를 중심으로 천혜의 자연속에서 생산 되며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에 의해 맛과 향이 뛰어나며 성숙기 일교차가 커 사과의 향기와 당도가 높다.영주사과는 포장단위를 5kg, 10kg와 소비자들의 다양한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봉지 사과를 출시하는 등 소비 다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최근 미국 및 말레이시아, 태국, 마카오,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영주사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출 물량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문의 : 영주농협공판장 054)636-8594.풍기농협공판장 054)636-3209. □ 영주한우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소백산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에서 사육된 영주한우는 개량된 암소에 1등급 정액으로 인공수정해 생산된 우량 숫송아지를 5-6개월에 거세하고 한우고급육 표준사양관리프로그램에 의해 사육한다.영주한우는 위생 및 질병 안정성을 위해 부루세라병 등의 악성가축전염병을 차단하고 축산물의 위생·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해 사육 · 도축 · 가공 · 판매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 · 관리하는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을 2006년부터 실시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고 있다.영주한우는 2006년 쇠고기 이력추적 시범 경영체로 선정된데 이어, 농림부가 후원하고 (사)소비자시민모임에서 주관하는 2007년도 우수축산물브랜드로 인증받았다.문의 : 영주축협본점직판장 054)630-6710.횡재먹거리 한우 054)638-0094.□ 풍기인견풍기인견은 땀 흡수력이 탁월하며 정전기가 없고 부드러우며 식물성 자연섬유로 피부가 여린 갓난아기, 알레르기성 피부, 아토피성 피부 등 피부가 약한 분들에게 좋은 건강섬유다.가볍고 얇아서 여름 실내복, 반바지, 잠옷, 침구류, 천연염색을 한 외출복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어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 연로하신 노인 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효도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2012년 3월 5일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등록과 (특허청 제44-0000142호), 한국능률협회인증원으로부터 2008년 4월 15일에서 2023년 4월 14일까지 15년 연속 특산명품 웰빙인증을 받았다.문의 : 풍기인견발전협의회 054)631-8866. □ 고구마빵영주지역에서 재배한 고구마는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해 고구마빵을 만드는데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전국 최초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순수 국내산 고구마을 활용해 고구마빵을 만들어 상품화했다. 고구마빵 전문업체인 미소머금고와 고구맘은 영주에서 재배한 고구마를 활용해 빵을 만들고 있다. 고구마는 칼륨성분이 많은 알칼리성이며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및 양질의 식이섬유가 함유된 건강식품이다.문의 : 미소머금고 054)638-1799.고구 맘 054)638-5955. □ 정도너츠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찹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찹쌀 도너츠로 지역의 특산물인 인삼, 사과, 생강, 고구마 등을 재료로 만든 웰빙 식품이다.찹쌀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도너츠 보다 영양 성분검사를 해보면 적게는 7배 많게는 10배 이상 지방함량이 낮게 나오며 콜레스테롤과 트렌스지방이 0%로 먹을거리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문의 : 054) 631-0061. □ 영주 쌀영주다이어트쌀은 소백산 자락에서 재배한 순수 국산 농산물로 2006년 농림부 선정 신지식인 197호 김기원씨가 정성 들여 생산 가공한 제품이다. 기호에 따라 깜찰, 날씬미, 백찰 혼합해 먹어도 좋다.문의: 삼진미곡처리장 대표 신지식인 김기원 (054)635-8480.이 밖에도 밥맛이 좋고 윤기 있고 구수한 소백산선비골쌀, 밥맛이 우수한 추청벼의 쌀에 전통가마에서 고온으로 구운 참숯을 넣어 포장한 참숯과의 만남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문의 : 안정농협미곡종합처리장 054)632-4572.농협중앙회·농협하나로마트·영주축협·영주농협파머스마켓/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3-09-13

“내 인생의 자부심, 제1고로 제2대 화입식”

박태준 회장의 ‘제철보국’ 기치 아래 진행된 포항제철 건설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경제와 관련된 박정희 대통령의 최대 관심 사업이기도 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건설 초기부터 여러 차례 포항을 찾아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당시 포항제철 직원들은 그 시절과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홍성식(이하 홍) : 박정희 대통령이 포항제철 공사 현장을 자주 찾았지요?한경식(이하 한) : 1970년 4월로 기억해.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비공장을 시작으로 한 종합 착공식을 마치고 상황실에서 건설 공정에 관한 브리핑을 하는데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어.홍 :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한 : 당시 김완주 건설기획실장과 나는 상황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마련된 조작실에서 대기 중이었어.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에게 공정표를 펼치고 설명을 이어가던 박태준 회장이 갑자기 바깥으로 나가는 거야. 모두 깜짝 놀랐지. 박 회장을 대신해 윤동석 부사장이 브리핑을 이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축적된 피로와 스트레스 탓에 박태준 회장에게 위경련이 온 거야. 부랴부랴 대통령 주치의가 응급처치했지.홍 : 국가원수가 참석한 브리핑에서 그런 일이 생겼으니 모두 당황했겠군요.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한 : 윤동석 부사장의 설명이 끝난 후 그 긴장된 시간에 박 대통령이 압연공장과 고로의 위치에 대해 질문하는 거야. 당시 윤동석 부사장은 공장과 고로를 축소해 만든 모형에 익숙하지 않았거든. 그러니 설명하다 실수할 수도 있었지. 그때 내가 임기응변으로 윤 부사장이 답변을 잘할 수 있게 조작실에서 작은 빨간 등을 깜빡거려 공장과 고로의 위치를 알려줬어. 한 가지 더 기억나는 것은 그런 상황을 눈치챈 육영수 여사가 나갈 때 조작실을 향해 수고가 많다는 듯 웃으며 자상하게 손을 흔들어주던 모습이야.홍 : 1972년에 포항제철에 만들어진 ‘주물선 건설추진반’에 대해 이야기 좀 해주시죠.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한 : 주물선 공장은 초기에 상당 기간 적자를 면치 못할 거라고 전망돼 회사로서는 달갑지 않은 설비였어. 어쨌건 최환용 건설반장 등 추진반 다섯 명이 서울 사무소에 파견돼 휴일도 없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구입 사양서 등을 작성했어. 그때도 잊지 못할 일을 겪었지.주물선은 용광로에서 나온 용선에 철·실리콘 합금인 페로실리콘을 첨가해 덩어리 모양으로 굳힌 선철(銑鐵)을 지칭한다. ‘주물’이란 쇳물을 틀에 넣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과정이고, ‘선’은 선철을 줄인 말로 쇳물을 의미한다. 주물선은 주물선 출선-전·후 배재 처리-주선 처리-야드 저장-제품 선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이 제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홍 : 어떤 문제였습니까?한 : 본사에서 ‘70일 공기 단축’ 지시가 떨어진 거야. 그런데 협조해줘야 할 일본 회사가 난색을 표명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가 이어져 석유파동이 일어났지. 그때 포항제철은 한 번 세운 목표는 어떤 이유로도 변경할 수 없었어. 비상이 걸렸지. 이영우 부장이 당장 일본으로 건너가 강력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한국에 남은 우리도 병행작업 실시와 돌관 야간작업 등을 숨 가쁘게 진행했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모두 사표를 내고 영일만에 뛰어들겠다며 전쟁에 임한 군인처럼 일했지.홍 : 힘겨운 시간이었겠군요.한 :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에 미친 사람처럼 현장을 바쁘게 오갔지. 그 험난한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려면 하루로는 부족해. 어쨌건 결과적으로 열풍로 건조를 위한 화입식(처음 불을 넣는 일을 축하하는 의식) 전날 부산항에 도착한 건조용 버너를 밤을 꼬박 새워 설치해 열풍로 화입식을 할 수 있었어. 지금도 많은 사람이 말해. “주물선 공장은 포항제철 설비 중 가장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다”고. 1974년 10월 1일, 70일 공기 단축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그때 일은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거야. 열풍로는 용광로에 열풍을 불어넣는 장치로 모양은 철판으로 된 원통인데, 지름이 6미터, 높이는 20미터 이상이다. 원통의 외피 속에 내화벽돌이 격자 모양으로 쌓여 있다. 이 안에 있는 내화벽돌층 사이에 용광로의 고로가스를 통과시켜 예열하고, 다음에 벽돌층 사이로 냉풍을 보내 열풍을 만든다. 이 열풍의 온도는 섭씨 600∼800도다. 이렇게 예열한 열풍이 용광로 내로 송풍된다.(『두산백과』에서 인용)홍 : 그 외에도 포항제철 건설 초기에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한 : 그랬지. 날짜까지 떠오르는데 1977년 4월 24일 일요일이었어. 오랜만에 즐기는 휴일이라 늦잠을 자고 있는데 근처에서 소방차 사이렌이 크게 울리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알아보니 회사에 불이 났다고 하더군. 그때는 내가 제1고로 추진반장을 맡고 있던 터라 긴급출동 연락을 받지 못한 거지.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걱정되어 바로 회사로 갔어.홍 :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컸나요?한 : 급하게 회사로 달려갈 때는 엄청나게 큰 불일 거라고 예상했지. 정문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제1제강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바깥에서 보기엔 다행히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았어. 진화작업도 순조로운 것 같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현장으로 접근했어. 그런데 소방관들은 보이는데 정비요원들이 어디로 갔는지 없더라고. 제강건설 부서에 근무하며 일본에 연수도 다녀왔고, 전기는 내 전문 분야잖아. 그 감각으로 살펴보니 지하에 있는 케이블이 타면서 전기실로 연기가 퍼지고 있었어.홍 : 심각한 상황이었습니까?한 : 그랬지. 그래서 급하게 정비요원들을 찾았더니 다들 회의 중이라고 하는 거야. 당장 회의실 문을 열고 “지금 뭐하는 거냐”고 소리쳤지. 지하에서 타고 있는 불이 변전소로 옮겨갈 수 있다고 상황을 설명하니, 복구 회의 중이던 사람들이 그때서야 사태가 끝난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어. 내 의견을 받아들인 김준영 이사의 지시로 정비요원들의 응급 대처가 진행되었지. 불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지하의 케이블을 급하게 절단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전기실 기기가 적지 않게 파손되었어. 그래도 거기서 화재를 잡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지.홍 : 화재의 원인은 무엇이었고,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나요?한 : 크레인 기사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전로(轉爐: 철을 제련할 때 압착된 공기를 불어 넣고 높은 열을 가해 불순물을 산화시켜 흡수함으로써 순수한 금속을 만드는 용광로)에 부어야 할 쇳물을 바닥에 쏟은 거야. 천만다행으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화재는 포항제철 역사상 큰 피해를 입힌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되었어. 화재가 있었던 그다음 날 복구본부를 만들었지. 김준영 이사가 본부장을 맡았고, 나도 기획조정 담당을 맡아 신속한 복구를 통해 철강 생산이 되도록 빨리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 그때도 밤샘을 밥 먹듯 했지.(웃음)홍 : 포항제철의 탄생과 성장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장년 시절을 보내셨군요. 돌아보면 가슴 뿌듯한 기억도 많을 듯합니다.한 : 제1고로 제2대 화입식이 열렸던 날도 잊을 수 없어. 그 프로젝트도 애초엔 공사 기간이 78일로 예정됐지만, 57일 만에 마쳤지. 그게 우리나라 최초의 고로 개수작업이었어. 나를 포함해 작업을 진행했던 선후배들이 목이 쉴 정도의 큰 함성으로 만세를 불렀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전례가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니까. 말할 것도 없이 그날의 기억은 내 인생의 자부심으로 남았어.한경식1935년 전남 나주 영산포읍 오량리에서 태어났다. 광주농업학교를 거쳐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으나 4학년 때 중퇴했다. 이후 전남대 전기공학과에서 공부했다.대학을 마친 후 1961년 대한석탄공사에 입사해 장성광업소 전기계장으로 일하다가 1968년 포항제철로 회사를 옮긴다. 제2고로 건설과장, 제1고로 개수추진부장, 제선공사부장, 건설본부장(상무이사) 등을 거치며 포항제철의 초기 역사를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1990년대엔 포스코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승주골프장 대표이사를 지냈고, 축구팀 전남드래곤즈의 창단 작업을 주도해 사장을 맡았다.수준급의 솜씨를 지닌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하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현대미술 최고위과정을 수료했으며, 여러 차례 개인전과 회원전 등을 열었다. 한국 제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1981)과 산업포장(1988)을 받았고, 프로축구대상 특별상(1995)을 수상했다. 대담·정리 : 홍성식(본지 기자)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 사진 제공 : 포스코

2023-09-13

거대한 고목 같은 아버지를 뛰어 넘으려 했던 문무왕

현대와 고대가 크게 다를 바 없다. ‘외교’는 국가 발전을 추동한다.이웃한 나라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어낼 건 얻어내고, 양보할 것은 양보함으로써 전쟁의 위험성을 줄이고, 경제 발전의 포인트를 찾아내는 건 7세기에도 중요한 일이었고, 21세기에도 여전히 중요하다.그래서다. 통치자에겐 ‘탁월한 외교 전략가’ 하나를 가지는 게 용맹한 장수 열을 가지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그런 차원에서 청년 시절의 김춘추(무열왕·603~661)는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았다.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듬직한 신하였던 것.문무왕 김법민의 아버지 김춘추가 왕이 되기 전 어떤 외교적 성과를 보였고, 당시 초강대국 당나라에서 어떤 활약을 했으며, 그를 응접한 당나라의 태도가 어떠했는지는 ‘삼국사기’에 잘 기록돼 있다. 아래 인용한다.“648년 12월 김춘추는 아들과 함께 당(唐)에 입조하였고, 태종(太宗)의 환대를 받았다. 김춘추는 이곳에서 국학(國學)을 방문해 석전(釋奠)과 강론(講論)을 참관하였으며, 신라의 장복(章服)을 고쳐 중국의 제도에 따를 것을 청했다. 당 태종으로부터 특진(特進)의 벼슬을 받고, 당에 체류하던 중 태종의 호출로 불려가 만나게 된 자리에서 백제 침공을 위한 지원군을 요청해 허락받았다…(중략) 김춘추가 신라로 돌아갈 때 당 태종은 3품 이상의 관인들을 불러 송별연을 열었고, 귀한 책과 글씨를 선물했으며, 장안성(長安城)의 동문(東門) 밖까지 나가 직접 전송했다.” ◆당나라 왕과 관료들 매료시킨 김춘추의 외교 전략위의 문장을 지금의 형식으로 풀어 쓰면 ‘마흔다섯 살 신라인 김춘추는 중국 당나라를 방문해 국립대학에서 하늘에 올리는 제사와 학자들의 강의를 참관해 주목받았고, 높은 벼슬까지 얻었다. 이와 더불어 백제를 공격할 병사들을 지원하겠다는 당나라 왕의 약속을 받아낸 후 성대한 환송연 끝에 귀한 선물을 잔뜩 가지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왔다’ 정도가 될 터.2023년 오늘날 이 정도의 외교 성과라면 차관은 장관으로, 장관은 총리로 승진했을 게 분명하다.삼국통일의 과정에서 무신(武臣)으로서 최고 능력을 발휘한 건 단연 김유신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빼어난 신라의 7세기 문신(文臣)은 누굴까? 답은 이미 나왔다. 김춘추다.김춘추는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도 능숙하게 구사했으며, 선풍도골(仙風道骨)의 외모에 반한 당나라 귀족부인들이 추파를 던졌다는 야담(野談)까지 전한다. 그는 안팎이 모두 매력적인 사내였던 것이다.역사학자 박현숙 교수의 논문 ‘삼국유사 기이편 태종 춘추공조의 내용 구성과 의미’에서도 김춘추라는 이름은 여러 차례 등장한다. 박 교수는 그에 관한 학계의 엇갈리는 평가까지 서술하고 있다. 이런 대목이다.“천년의 신라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을 들라고 한다면, 신라의 삼국통일일 것이다. 그리고 신라 삼국통일의 주역으로 김춘추와 김유신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김춘추와 김유신은 신라 삼국통일의 주역으로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조명을 받아왔다…(중략) 김춘추에 대한 평가는 ‘외교를 잘 구사해서 실리를 도모한 군주’라는 평가와 ‘외세 의존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를 한 음모가’라는 평가가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의 연구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보다는 삼국통일에 있어서 김춘추의 정치·외교적 역량을 파악하고, 그를 매개로 당시의 대내외적인 상황을 복원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아버지를 넘어서야 한다’는 김법민의 강박 관념돌올하고도 빼어났다. 김춘추는 그런 인물이다. 지나치게 잘난 부친을 둔 아들은 ‘어떻게든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기 십상이다. 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콤플렉스가 되기도 하다.문무왕 김법민은 김춘추의 아들. 아버지가 잘 닦아놓은 고속도로 위를 달려 고구려를 병합하고, 당나라를 몰아냄으로써 삼한일통(삼국통일)의 구체적 그림을 완성시킨 사람이 바로 문무왕이다.하지만, 나무가 크면 그늘도 짙은 법. 문무왕은 평생 거대한 고목(古木)처럼 자신 앞에 버티고 선 아버지의 그림자를 넘어서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 속에서 살았을 듯하다.캐나다 총리인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52)는 잘생긴 외모로 유명한 정치인이다.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총리가 모이는 G8 또는, G20 정상회담에서 그는 여타의 지도자들을 압도한다. 190cm에 육박하는 큰 키에 영화배우 같은 얼굴. 거기에 더해 탁월한 친화력과 외교적 수완까지. 그런 트뤼도 총리 역시 ‘아버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현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의 아버지는 피에르 트뤼도(1919~2000) 전 총리. 나무위키는 피에르 트뤼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캐나다 자유주의 진영의 신화와 같은 존재. 근현대 캐나다가 배출한 몇 안 되는 세계사적 비중을 지닌 정치인이다. 오늘날 캐나다 국민들이 자부심으로 삼는 무상의료와 자유주의의 토대를 세웠다. 아들과 달리 보수진영에서도 호평 받는다. 현대 캐나다의 기조를 만든 위대한 정치인 중 한 명이다.”이쯤 되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트뤼도 총리가 가졌을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미루어 짐작된다. 잘해봐야 “아버지를 닮았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뿐,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아버지는 훌륭한데 아들은 왜 저따위야”라는 비난을 받을 게 뻔하니까.아마 1천400년 전 문무왕 김법민의 심정도 그러했을 것 같다. 일생 부친 무열왕 김춘추와 비교되면서 살았을 터이니. ◆문무왕릉과 감은사를 돌아보고 쓴 졸시 한 편‘온전한 삼국통일을 이룬 영웅’이 아닌, 사는 내내 아버지와 외숙부 김유신을 뛰어넘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던 김법민의 감춰진 또 다른 모습이 분명 있을 것 같다.문무왕의 바다 위 유택(幽宅)과 용이 된 문무왕이 밤이면 찾아가 잠을 청했다는 감은사 터를 여러 차례 돌아봤다. 졸시 ‘문무왕의 잠’은 그때 기자의 머릿속을 떠돌던 복잡한 감정이 만들어준 것이다.신문왕이 울었다감은사 금당 아래를 들여다보며며칠째 아버지가 처소에 들지 않는다참꽃 매화 만개하고죽순도 무릎 높이로 자랐건만무엇이 하늘에 가닿지 못했나할아비 유택을 찾아 울어나 볼까아비는 문희 할미의 오줌에서 왔으니멀리 재 너머 바다는 푸르고쌍둥이 석탑 뒤로 해 떨어지는데잠을 잃은 용이 된 문무왕아들이 마련한 잠자리는 삼도천보다 멀고천자의 수중릉 희롱하는 흰 파도우울한 햇살 아래 일찍 온 제비 두 마리찬바람은 아직 그칠 기미가 없다.잘 알려져 있듯 문무왕의 유언은 “죽어서도 백성을 지키는 용이 될 것이니, 나를 산에 묻지 말고 일본 해적이 출몰하는 바다에 장사 지내라”는 것이었다.이는 끝끝내 아버지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아등바등 했던 문무왕 김법민의 마지막 ‘콤플렉스 극복 시도’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9-12

새들은 형산강에 가서 산다

한 프랑스 소설가가 그랬다지요,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고.새들이 어디에 가서 죽는지 나는 모르지만새들이 와서 사는 곳은 이곳 형산강인가 봅니다.백로, 왜가리, 물수리, 흰꼬리수리,흰뺨오리, 흰비오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형산강 위로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고 있자면이곳을 날아오른 것이 새들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그 옛날 형산과 제산이 하나였을 무렵형님산과 아우산이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눈물에고을이 물에 잠기고 백성이 비탄에 잠겼다지요. 임금님 눈물로 치성드려형님 아우 가르고 용으로 날아오르실 때눈물 호수 마침내 형산강 되어 쏟아질 때그 변하신 옥체 올려다보고“용이다!” 부르던작은 아이 하나우리가 그 아이의 먼 후예일진대용이 되신 임금님 지금도형산강 위를 날고 계시겠지요.임금님지금 저희는 잘살고 있습니다.더는 큰물 때문에 눈물 흘리지 않으며물가를 거닐고 물 위에서 함빡 웃으며형산강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듯이오늘도 형산강에는새들이 날아오르고사람들이 살아갑니다.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09-11

동국대 WISE캠퍼스, 지역 산업 혁신·특성화 선도

동국대 WISE캠퍼스가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센터장 반상우)를 맡아 제2기 해오름동맹 지역 6개 대학 RD 공동연구사업을 운영하며 지역 산업 혁신과 특성화를 이끌고 있다.제2기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 사업 기간은 2021년 8월부터 2024년 8월까지 3년간으로, 한국수력원자력, 경주시, 포항시, 울산광역시가 지원하고 있다. 동국대 WISE캠퍼스를 비롯해 위덕대학교, 포스텍, 한동대학교, 울산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 등 해오름동맹 지역 6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원자력혁신센터는 연합캠퍼스 ‘원자력 안전 혁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해오름동맹 지역 6개 대학 공동연구를 통해 원자력 안전성 혁신,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기술혁신, 지역가 중소기업 지원, 차세대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 운영2021년 8월, 해오름동맹 도시와 6개 대학은 동국대 WISE캠퍼스 100주년기념관에서 제2기 해오름동맹 지역 6개 대학 RD 공동연구사업 협약체결 및 원자력혁신센터 개소식을 가졌다.해오름동맹 지역 6개 대학들은 원전지역 특화연구, 지역협력 전략연구, 지역수용성 증진연구 등 3개 사업분야에 대해 33개 세부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산업체와 대학 간 협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며, 2022년 4월에는 한수원과 해오름동맹 대학 간 연구성과물 기술사업화 공동추진 MOU를 체결하는 등 산학이 손잡고 ‘유망 지역기술 사업화’에 나섰다.지난 2022년 5월에는 사업에 참여하는 6개 대학 중 5개 대학이 교육부가 지원하는 LINC3.0(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을 신청해, 5개 대학이 선정돼 6년간 총 1천120억원의 국고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었다.8월에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2 국제원자력수출 및 안전콘펙스(NESCONFEX 2022)에 참가해 해오름동맹 6개 대학의 연구성과를 홍보했다.또 경북 기업연구소 협의회 기술교류회에 참가해 6개 대학 RD 공동연구사업을 소개하고 기술교류를 가졌으며, 11월에는 2022년 해오름동맹 벤처창업기업 혁신포럼을 개최했다.2023년 국제원자력 에너지산업전과 2023 대한민국 전기산업엑스포 등에 참가해 해오름동맹 대학들의 연구 성과를 전시하고 확산했다.지난 7월 13일 울산과학기술원 원자력공학과 방인철 교수를 초청해 ‘해오름동맹과 SMR’을 주제로 특강을 개최한데 이어 17일 전동섭 한수원 전략경영단 SMR사업팀장을 초청해 ‘i-SMR을 활용한 탄소중립 실현’을 주제로 특강을 개최했다. 이러한 전문가 특강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해오름동맹의 의미, 원자력발전의 역사, SMR 기술개발 현황과 전망에 대하여 이해를 높이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해오름동맹 6개 대학과 33개 과제 운영 성과지난 2년간 제2기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는 6개 대학에서 총괄센터 운영사업을 포함한 △원전지역 특화연구 △지역협력 전략연구 △지역수용성 증진연구 등 3가지 사업분야에 33가지 과제를 운영 중이다.2023년 8월에 종료된 2차년도에는 특히 대학별 연구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별 연구를 활성화하고, 대학별 연구 분과 간 연구성과를 공유하며 발전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원전지역 특화연구 분야는 SMR을 포함한 원자력융복합 기초 연구 및 지역특화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 기술, 중대사고 분석모델 개발, 원자력 안전기술 개발, 탄소 절감 기술과 연계한 신재생에너지 연구을 수행하고 있다.지역협력 전략연구 분야는 지역중소기업 지원사업, 지역상생모델발굴 연구, 재직자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지역수용성 증진연구 분야는 원자력, 전력산업 관련 전문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지역수용성 증진 프로그램 운영에 관한 내용이다. 총괄센터는 해오름동맹 6개 대학 RD 공동연구사업 수행관리 및 지원, 지역수용성 증진 목적 포럼, 특강 개최, 해오름 사업 홍보를 위한 대외 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반상우 제2기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장(동국대 WISE 창의융합공학부 교수)은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 연구개발 결과물은 탄소를 저감시키는 신에너지 기술 시장에서의 경쟁력 향상 및 에너지 관련 수출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반 센터장은 주요 내용으로 △탄소절감기술과 SMR을 포함한 원자력 기술간 상호보완적 기술개발을 통해 국내 원자력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력을 증진함과 동시에 시장경쟁력을 확보 △해오름동맹 혁신센터 사업을 통해 구축한 인프라를 향후 원전 안전성 강화 기술 개발, 원전 안전성 증대, 원자력 안전 인력양성, 신재생에너지 개발 연구 등 탄소제로기술 전반에 걸친 연구 활동에 활용 △해오름동맹 6개 대학 연합 RD 인프라 플랫폼 구축을 통해 향후 타 대학의 연합대학 RD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성과확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산학협력 교육혁신 경쟁력 높여동국대 WISE캠퍼스는 WISE(와이즈)캠퍼스로 명칭을 바꾸고, 새로운 캠퍼스 명칭과 함께 변화와 혁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며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 융합 인재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동국대 WISE캠퍼스는 변화와 혁신 성과로 2020년부터 지금까지 601억3천만원의 국가 및 지자체 지원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동국대 WISE캠퍼스가 최근 11년간 받은 사업비의 73.7%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동국대 WISE캠퍼스는 지방대 활성화 사업을 통해 SMR, 자동차소재부품, 스마트 관광 분야 특성화를 통해 지역과 산학관 협력으로 인재를 양성해 지역 발전을 리드해 나간다.또한, 대학 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산업, 미래, 지역 등 다양한 수요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학문 분야 육성 및 차별화된 학부 교육 선진화를 통한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학문 분야 특성화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수시 1천614명 모집동국대 WISE캠퍼스는 202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92.6%인 1천614명(정원내)을 모집한다. 수시모집 정원내 전형 최초합격자에게는 장학금 100만원, 정원내 전형 충원1차 합격자에게는 장학금 50만원(불교추천인재전형(승려) 및 특기자/실기우수자 전형, (한)의예 제외)을 지급한다. 불교추천인재전형 합격자((한)의예 제외)는 전원 장학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또한 수시모집 합격자는 전원 기숙사 선발이 가능하다.자세한 일정과 전형 관련 사항, 장학금 지급 조건 등은 동국대 WISE캠퍼스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3-09-11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지원과 규제 완화 필요”

◇ 이차전지 날개 단 인도네시아, 글로벌 전기차 허브 도약 꿈꾸다인도네시아가 전기차에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필수 원료인 니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약 2천100만t의 니켈을 보유하고 있는 니켈 세계 최대 매장국이다. 2019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기차산업 글로벌허브 국가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 생태계를 조성하고 전기자동차 생산·수출 기지로 도약하겠다는 그림이다. 아세안 국가 중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허브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자국 전기차·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인도네시아가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무역장벽’이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배터리 필수 원료인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고, 현지 가공품 수출만 허용했다. 자원을 무기로 삼은 셈이다.기술력을 가진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현지화율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생산 회사의 현지화율을 2030년 이후 80%까지 끌어올리고자 계획하고 있다.아세안 국가 사이의 국제 협력도 탄탄하기 때문에 전기차 관련 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2018년 맺은 아세안무역협정(AFTA)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차량은 아세안 회원국에 무관세로 출국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면 인근 국가인 태국, 베트남 등 다른 아세안 국가들로 진출이 용이한 것이다.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고 있다. 공공시설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연산 15만대 규모의 아세안 지역 첫 완성차 생산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준공한 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5~7일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 등 전기차 3종으로 특별제작한 아트카 23대를 운행하며 2023부산국제박람회와 자사 전기차 라인을 홍보했다. 현대자동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중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합작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성능 NCMA리튬이온 배터리셀은 2024년부터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글 싣는 순서1. 포항 영일만의 기적, 인도네시아에 닿다2. 이차전지 날개 단 인도네시아, 포항시 기회 찾으려면3. 인도네시아와 포항 기업 간의 교류 현 주소4. K기업문화, 인도네시아에 퍼진 한국기업 저력5. 탄소중립 시대,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떻게◇‘전기차’ 블루오션에서 먹거리 찾는 포스코그룹지난달 29일 방문한 포스코 가공공장은 훈훈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자카르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까라왕에 있는 포스코 IJPC 인근에는 최근 전기차 공장이 들어섰다. 포스코 IJPC는 도요타, 혼다를 비롯한 자동차 기업들이 다수 포진한 KIIC(Karawang International Industry City) 공단 내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새로 준공된 현대자동차 완성차 공장과는 차로 40분 정도 떨어져 있고, 2021년 5월 준공한 3공장 인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의 합작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자동차 밸류체인 한 가운데 자리잡은 것이다.포스코 IJPC는 포스코로부터 철강 제품을 수입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규격으로 절단, 가공해 판매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 자동차용 철강재다. 자동차 외판부터, 부품에 쓰이는 소재까지 다양한 철강재를 이곳에서 공급하고 있다. 늘어나는 철강 수요에 발맞춰 지난해 포스코 IJPC는 3공장을 신설했고, 2010년 연간 5만t이었던 판매량은 지난해 27만t을 돌파했다.포스코 IJPC 관계자는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 2기투자가 성공적으로 완수되고, 인도네시아 내에서 냉연, 도금, 자동차 강판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포스코그룹이 수행하는 밸류체인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전기차 확대 정책에 따라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일본 기업이 장악해왔던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을 한국 기업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 IJPC는 판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4공장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소재 분야에서도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생산 사업 2건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이차전지용 니켈 생산에 도전한 것이다.하나는 중국 닝보리친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 니켈 함유량 기준 연산 12만t 규모의 니켈 중간재(MHP 이Mixed Hydroxide Precipitate)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먼저 1단계로 니켈 함유량 기준 6만t 규모의 생산공장을 연내 착공해 2025년에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닝보리친은 니켈 광산에서부터 제련, 트레이딩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사업을 한다. 이미 2021년 인도네시아 최초로 이차전지용 니켈 습식제련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선도기업이다. 이번 협력을 통해 포스코그룹은 니켈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신흥국과의 경쟁, 포항시의 강점 찾으려면정부 주도의 강력한 전기차 산업 육성 계획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투자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 주요 배터리 공급업체인 중국 CATL은 인도네시아에 59억 6천800만달러(약 7조 3천346억원) 규모의 원자재 포함 배터리 생산 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와 미쓰비시사도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전기차 생산공장 설립을 선언했다. 전세계를 ‘투자 유치 전쟁’에 뛰어들게 만들었던 테슬라 기가팩토리의 유력 후보지도 인도네시아다.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유수의 이차전지 소재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포항도 최근 이차전지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전기차 산업의 허브’로 발돋움하고자 힘쓰고 있다. 경북도는 포항시가 이차전지 양극재 산업 특화단지로 최종 선정됨에 따라 인근 구미, 김천, 경산, 영천, 경주 등과 함께 이차전지 산업벨트를 구축해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포항시는 2030년까지 양극재 100만t 생산, 매출액 70조원, 고용창출 인원 1만 5천명을 목표로 경북도와 이차전지 특화단지 추진단을 꾸리고 국내 이차전지분야 전문가, 선도기업들로 구성된 전지보국 전문가 자문단(TF) 가동 계획을 밝혔다. 관련 기업의 동반 성장과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이차진저 기업 협의체도 오는 10월 발족 예정이다.포항시가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성공적인 운영에 이토록 간절한 이유는 이차전지 사업 활성화가 지역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통해 생산 유발효과 23조 3천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9조 5천억원, 취업유발효과 5만 6천여 명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실제로 긍정적인 신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CNGR사와 화유코발트가 포스코그룹 및 LG화학과 손잡고 각각 1조원 가량의 포항 투자를 약속했다.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집적효과로 한국 기업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파격적인 규제개혁을 위한 포항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지난 4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구·경북 정책간담회에서 규제개혁추진단 위원장인 홍석준 국회의원과 김병욱·한무경 국회의원,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7개 정부 부처와 포항시, 대구상공회의소, 기업인들은 규제개혁 안건에 대해 토론했다.포항시는 원활한 기업경영과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단지계획과 관리기본계획을 조기에 변경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의 협의기간을 단축하고 우선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처리를 건의했다.김병욱 의원은 “차세대 주력산업인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제 완화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포항이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규제 완화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그러나 글로벌 보호무역 주의 기조와 해외 국가들의 파격적인 투자 인센티브로 기업들의 탈(脫) 한국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 것은 유의해야할 신호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TSMC,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기업이 올해 잇따라 일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일본에 300억엔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보조금은 100억엔 이상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는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이미 2021년 9월 10년간 재산세의 92.5%, 이후 10년은 90%, 추가 10년은 85%를 돌려받는 인센티브를 적용받았으나, 텍사스 기업프로젝트의 ‘트리플 점보 기업 프로젝트’로 선정해 고용에 따른 지원금을 추가로 제시했다. 파격적인 투자유치책, 안정적인 노사환경 등을 내세우는 해외국가들 사이에서 투자처로서 포항의 매력을 호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터뷰자카르타 사무소 문홍부 경북도소장인도네시아 시장이 성장하면서 지역 강소기업들의 진출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포항에는 금속 가공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어,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철강기업들의 강세는 지역기업들에게도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북도는 2015년부터 경상북도 자카르타사무소를 개소해 경북도 지역 중소기업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인도네시아와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자카르타 사무소 문홍부사진 경북도소장을 만나 지역 기업의 진출 현황에 대해 들어보았다.-경북도 자카르타 사무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지역중소기업 인도네시아 진출 지원이 가장 큰 업무다. 도내 수출 중소기업과 인도네시아 내 바이어를 찾아서 연결하고, 수출 상담을 지원한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현지 정보를 제공하고, 행정 절차를 도와 성공적으로 현지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목표이다. 지역 기업의 제품 홍보를 위해 각종 박람회와 행사에도 참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내에서 한국 관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북도는 K-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에게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높다. 포항의 경우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킹더랜드’ 등이 흥행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경북 주요 관광지, 음식 등을 여행박람회에서 홍보하고, 인스타그램을 운영해 경북도 관광지를 알리고 있다.-인도네시아 내 경북도 기업들의 활약상이 궁금하다.△중소기업들도 인도네시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산시에 위치한 기남금속은 지난해 31만 달러 규모의 맨홀뚜껑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인도네시아 진출 전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에 더욱 뜻깊은 성과였다. 포항에 본사가 있는 제일연마공업도 인도네시아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고 있다. 제일연마공업은 2002년 인도네시아 현지생산법인을 설립한 선구자다. 인도네시아에서만 공장 2곳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연마석 제조기업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새롭게 인도네시아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다른 지역 기업들에게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경북 농산물도 진출하고 있다. 경북도 사무소는 도내 농가의 해외수출 판로를 확보해 농가 수입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청송사과 수입 쿼터 300t을 확보했고, 청도 네이처팜 반건시, 상주 복숭아와 배 등을 수입했다. 올해에는 판매처를 다양화하고, 샤인머스켓 등 수입품목도 추가하고자 한다.-인도네시아 진출을 꿈꾸는 지역 기업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의 성장 잠재력은 단연 주목할 만하다. 경제 성장률 또한 가파르기 때문에 지역 기업도 주시해야 할 시장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초창기 낮은 인건비가 강점이었지만 최근들어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추세다. 산업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이슬람 인구가 대다수인 만큼 식품, 화장품 같은 경우에는 할랄인증을 받아야 하고, 한국과 다른 행정 절차도 신규 진출의 장벽이 될 수 있다. 어려움을 감수할 가치와 매력이 있는 시장이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지역기업들이 진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북도 자카르타 사무소는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 지역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부용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9-10

석탄공사 직원 포항제철로 가다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바다를 지키는 함장이 되고 싶었던 청년의 꿈은 단 한 번의 사소한 실수로 꺾이고 만다. 그러나 마냥 좌절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1950년대의 청년들에겐 ‘고민의 시간’마저 사치였으니까. 20대 중반이던 한경식 선생은 광주로 돌아가 다시 새로운 꿈을 모색한다. 홍성식(이하 홍) : 해군사관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요?한경식(이하 한) : 4학년 때 육·해·공군사관학교 체육대회에서 우승하고 객기에 그만 실수했어. 그때는 사관학교 학생이 음주하면 안 되던 시절인데, 들뜬 기분에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 늦게까지 술을 마셔버린 거지. 그게 문제가 돼 해군사관학교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퇴교하게 되었어. 하지만 해군사관학교를 다닌 경험이 나를 많이 성장시켰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한길로 달려가는 기백과 희생정신을 배울 수 있었으니까. 세월이 많이 흐르고 50대 중반이 된 후에는 해군사관학교 13기 동기들이 “너도 사회에서 해군사관학교 출신들 이상으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살았다”면서 동문으로 대접해주니 고맙지.홍 : 해군사관학교 퇴교 후에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한 : 당장 생계를 해결해야 하니 광주로 가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어. 그러다가 전남대학교 전기공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지. 1, 2학년 과정을 면제받은 건 해군사관학교에 다닌 경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어. 사실 내가 어릴 때도 공학과 기술에 관심이 많았어. 대학 다닐 때 학원강사도 하고 입주 가정교사도 하면서 학비를 벌었지.홍 : 해군사관학교 4년과 전남대 2년을 마친 후 첫 직장은 어디였나요?한 : 1961년 대한석탄공사에 입사시험을 치고 들어가 7년쯤 다녔어. 우리나라에 발전소가 생기면서 특별한 프로젝트를 맡길 사람을 뽑는데 그때 입사하게 되었지. 수백 명의 응시자 가운데 다섯 명을 선발했는데 나도 그중 한 명이었어. 강원도 태백 장성광업소 전기 파트에서 근무했지.대한석탄공사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1월 1일 설립되었으며, 석탄 광산 채굴과 석탄 가공제품의 매입·매출·수출입 등을 담당했다. 한국석유공사처럼 일부 석탄이나 석유를 정부의 명령에 따라 비축하기도 했다. 한때는 국내 최고의 공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1980년대 말 주유종탄(主油從炭) 정책으로 사양화의 길을 걸었다.(‘위키백과’ 참조)홍 : 거기선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한 : 당시는 열악한 한국의 전기 설비를 선진적인 형태로 변화시키던 시기였는데, 그 과정에서 작지만 한몫했다는 긍지가 있어. 당시 내 월급이 한국전력 직원들보다 50퍼센트쯤 많았지. 대한석탄공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나는 나라 발전의 기초가 되는 석탄을 생산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어. 지금으로 말하자면 사원 복지도 나쁘지 않았지. 사택도 딸려 있어 거기서 딸을 낳았어. 7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면서 태백이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했지.홍 : 대한석탄공사에서 포항제철로 옮긴 건 어떤 이유고, 언제쯤인지요?한 : 태백이 워낙 벽지라서 커가는 아이들 교육 문제도 있고, 나도 전기와 관련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었어. 그런데 마침 포항제철에서 사원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신문에 난 거야. 부랴부랴 서류를 준비해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시험을 봤어. 운 좋게 합격해서 1968년 5월에 포항제철에 가게 된 거지. 자랑 같지만 입학시험과 입사시험에서 떨어진 적은 없는 것 같아.(웃음) 포항제철 입사시험은 짧은 기간 준비했는데, 거기 내가 예상문제로 공부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관한 논술 문제가 출제됐더라고. 홍 : 발령을 받아 포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어땠습니까?한 : 상상을 벗어나는 풍경이었지. 지금과는 달리 그야말로 깡촌이었어.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 인근에 수녀원만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전기 시설을 맨땅에 헤딩하듯 만들었지. 종일 반트럭(바퀴가 4개 달리고, 뚜껑 없는 적재함이 설치된 소형 트럭)과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비포장길을 달리면서. 지금 청년들은 이해하기 힘든 시절이자 상황이었지.홍 : 조금 더 상세하게 말씀해주시죠.한 : 1968년 5월 15일 포항 건설본부 전기 담당으로 발령받아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시발택시를 타고 동촌동에 내렸어. 아름드리 소나무밭 오솔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가니 나무와 슬레이트로 지은 2층 건물이 보였어. 그게 이른바 ‘롬멜 하우스’로 불린 포항제철 건설본부였지. 거기에 먼저 온 김명환 소장과 박용진 차장이 있더군. 나는 쉽게 이야기하면 맨 아래 졸병이었지.홍 :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한 :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한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지는 종합제철소 건설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결심했어. 그건 우리나라 경제를 탄탄한 토대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사명감과도 결부되었지. 아직도 기억나. 당시 공장 건설에 실패한다면 우리 모두 영일만에 빠져 죽어야 한다는 각오였지. 그게 이른바 ‘우향우 정신’이야. 목숨을 걸고 일하던 시기였어. 그때 롬멜 하우스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공장 건설’이란 구호가 내걸렸지.홍 : 포항제철 입사 후 맡았던 주된 업무는 뭐였습니까?한 : 처음엔 내 전공인 전기 관련 업무, 그러니까 공사용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전화 인입 등의 업무만 하면 될 줄 알았지. 그런데 천만에. 하천과 돌산의 건설용 골재원 조사와 시료 채취 후 서울 본사 송부 작업, 주택단지 선정 기본 조사에다가 표토 제거, 착공 준비, 공장이 설 자리에 대형 공장 표시기 제작 설치, 정부 지원사업의 진도도 파악해야 했어.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홍 : 선생님만이 아니라 포항제철이 만들어지던 시기엔 직원들 모두 그렇게 바빴겠지요?한 : 말해 뭘 하겠어. 집을 떠나 포항으로 온 대부분 직원은 당시 동촌동에 있던 사찰인 부연사에서 숙식을 해결했어. 책임자인 박종태 소장은 롬멜 하우스에서 군대용 야전침대를 깔고 혼자 잤지. 그런데 어느 날은 자다가 모기장을 건드렸는지 아침에 보니 모기에 물린 자국이 여기저기 벌겋더군. 그래도 짜증 내지 않고 사람 좋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나.‘포스코 50년사’에 따르면 포항제철 건설 초기의 슬로건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1978년 3월 박태준 회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창업 이래 지금까지 제철보국이라는 생각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다. 철은 산업의 쌀이다. 쌀이 생명과 성장의 근원이듯, 철은 모든 산업의 기초 소재다. 양질의 철을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해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고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하며 복지사회 건설에 이바지하자는 것이 곧 제철보국이다.”홍 : 직원들 간의 화합은 어떻게 이뤄나갔는지 궁금합니다.한 : 포항제철 건설 초기 멤버들은 대부분 이전 회사 경력이 있는 직원들이었어. 대한중석, 대한석탄공사, 호남비료 등 여러 회사에서 발탁되거나 공모를 거쳐 채용된 사람들이지. 그래서인지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일 추진 방식이 달랐어. 업무에 관한 이해도와 관련 지식의 깊이도 천차만별이었고. 사실 그로 인한 불협화음이 없지 않았어. 하지만 그때 열두 명의 직원은 소장과 아침마다 체조하며 업무를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힘을 모았어. 우리가 포항제철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로 하나가 된 거지.홍 : 지금도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적지 않겠습니다.한 : 당시 가장 어려웠던 업무 중 하나는 매주 건설 현황을 사진과 함께 서울 본사에 보고하는 일이었어. 자체로 진행하는 공사야 문제가 없었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사업인 항만, 공업용수, 도시토목, 한전 관련 공사, 전화통신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거의 유일했던 교통수단인 반트럭에 올라 종일 돌아다녔어. 사진을 찍으려고 정부 각 지원사업 현장을 찾았고, 관청의 공사감독에게 계약 사항, 공정표, 매주의 실적 등을 물었지. 진땀 흐르는 일이었어. 대체로 협조를 잘해주었지만, 그래도 공식적인 협조 체계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이를 건의했지. 그래서 생긴 조직이 ‘현지공사 조정통제위원회’야. 이후엔 매월 한 번씩 회의를 열어 공정을 파악하고 각 부문의 협조를 쉽게 만들었지.한경식1935년 전남 나주 영산포읍 오량리에서 태어났다. 광주농업학교를 거쳐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으나 4학년 때 중퇴했다. 이후 전남대 전기공학과에서 공부했다.대학을 마친 후 1961년 대한석탄공사에 입사해 장성광업소 전기계장으로 일하다가 1968년 포항제철로 회사를 옮긴다. 제2고로 건설과장, 제1고로 개수추진부장, 제선공사부장, 건설본부장(상무이사) 등을 거치며 포항제철의 초기 역사를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1990년대엔 포스코 계열사라고 할 수 있는 승주골프장 대표이사를 지냈고, 축구팀 전남드래곤즈의 창단 작업을 주도해 사장을 맡았다.수준급의 솜씨를 지닌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하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현대미술 최고위과정을 수료했으며, 여러 차례 개인전과 회원전 등을 열었다. 한국 제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1981)과 산업포장(1988)을 받았고, 프로축구대상 특별상(1995)을 수상했다.대담·정리 : 홍성식(본지 기자)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 사진 제공 : 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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