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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25)

본지가 기획한 `경북의 혼(魂)`특집 연재가 지난 8월 10일 첫회를 시작으로 2012년 세모의 길목에 선 이제 끝을 맺는다. 사계의 전문가와 본지 기자들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은 지난 4개월 동안 회당 20여매씩, 25회에 걸쳐 모두 500여매의 원고를 채우는 노정을 계속 해왔다. 그 과정은 글쓰기의 물리적 어려움 보다는 의욕만 앞선 나머지 수천년 역사 속에 민초들의 땀과 피가 아로새겨진 경북동해안의 정체성을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 시도 떠나지 않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생선 배나 따 먹는 갯가`쯤으로 비춰져온 경북동해안의 정체성에 새로운 모색과 발견의 숨을 불어넣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있는 취재였다. 물론 그 성과는 동해안은 물론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그리고 오늘도 분단의 능선을 울며 불며 오르고 있는 한반도 모든 지역의 정체성들과 함께 교류할 것이며 담대하게 공유될 것임을 확신한다. 글 싣는 순서1부=경북동해안 철기문화 꽃피우다1)프롤로그2)한반도 철기문화의 뿌리3)경북동해안은 고인돌 왕국4)경북 동해안의 소국5)동예인들의 후예6)신라가 진한지역을 통일하다7)철을 가진자가 세상을 지배한다8)철기문화발전의 최적지 영일만9)고래의 고장 영일만10)철기문화의 맹아, 포스코 신화 낳다2부=해양개척과 도전정신의 터11)해양교류와 개척의 기지(基地)12)연오랑세오녀, 태양신화와 문화자긍의 상징13)항해와 조선의 脈은 이어져…14)비단의 길은 서라벌에 닿아15)신라의 달빛, 아시아에 비치다3부=고난에 단련된 국토의 등뼈16)변방, 국토수호의 현장- 항쟁117)포화에 휩싸인 근현대사- 항쟁218)위리안치를 이겨낸 유배문학19)새 세상을 하늘에 빌다- 동학20)험한 노동을 감내한 민초들4부=역동적 삶의 터전, 경북동해안21) 모여서 되찾는 삶의 의욕- 민속22) 바다로 달려간 밥상- 음식23) 구비 마다 세겨진 인물 이야기24) 부활하는 연오랑 세오녀25) 변방의 부활은 창대할지니- 에필로그 경북동해안지역 `정체성 찾기` 새 지평 개척`장기 유배지 체험촌` 관광상품화 실현 기대연오랑세오녀 일본내 흔적찾기 등 숙제 남아 □ 지역 정체성 고찰의 새 지평정체성은 왜 살피는가? 지역 등 여러 동질성을 공유하는 세력에게 어떤 특징이 있으며 이 특징은 또 다른 세력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고칠 점과 북돋워 줄 점은 무엇인지를 알아 내기 위함이다. 포항과 경주, 영덕과 울진으로 이뤄진 경북동해안은 그동안 경북 내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성 분석의 사각지대에 놓여 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북부권이 연구와 저작에 의한 활발한 정체성 찾기를 통해 유교문화로 상징되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자부해온 점을 고려하면 불모지대나 다름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인문학의 풍토가 강한 내륙 지역에 비해 거친 해안 풍토의 특성 상 역동성이 더 강조돼온 문화와 그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온 산업적 특성이 깊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역사적으로도 고구려의 세력이 울진에서 포항 북구 일대에 까지 형성돼 경주 일대의 신라와 대립한 이래 4개 시군의 교류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를 전제로 할 때 본지의 이번 특집은 거친 변방의 이미지로 굳어져 온 경북동해안의 정체성 찾기에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선사시대에 정치적 세력이 통치하는 집단이 정착해 읍락과 소국, 국가로 나아가는 사회적 발전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고인돌이 이 지역에 얼마나 분포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했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을 비롯해 형산강 유역은 전북 순창과 고창, 경기 강화 등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 밀집지로서 강과 들, 바다가 조화돼 그 만큼 삶의 여건이 잘 갖춰진 천혜의 땅임을 보여준다. 이어 최첨단의 소재인 철기문화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태동했는지를 살펴 신라와 같은 최초의 통일국가가 어떻게 경북동해안에 깃들어 실크로드를 통해 서아시아 및 로마에 까지 이어졌는지를 돌아봤다. 수많은 야철지를 보유한 `쇠불이터` 포항 일대의 역사적 연원이 결국 영일만의 포스코 신화로 이어지게 된 우연 또는 필연도 빠트리지 않았다. 제2부는 경북동해안 사람들이 삶의 터전이면서도 곧 한계이기도 한 바다와 맞닿은 여건을 도전과 극복으로 활용해 문물을 교류하고 해외로 진출한 전통을 찾고자 마련됐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서 태양과 달이 상징하는 일월사상의 광명정대함, 대양을 건너 신문물을 전파하는 진취성의 표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제3부는 항쟁사와 유배문학을 통해 국토의 변방인 이 지역이 외세의 침입에 맞선 국방의 중심이었으며 고려와 조선을 통틀어 손꼽히는 유배지인 포항시 남구 장기땅에서 18년 유배의 시작을 한 다산 정약용의 눈에 비친 민초들의 삶을 돌이켜봤다. 신라 천년 수도에서 피어난 찬란한 문화유산과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피폐해진 극단의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모색한 동학이 배태되는 필연적 과정도 살펴보았다.마지막 4부는 민속과 음식, 인물 등을 통해 바다와 내륙이 조화된 지리적 조건이 어떤 삶의 양식을 낳았는지를 다룸으로써 유지되거나 잊혀진 경북동해안 일상의 어느 하나도 결코 돌부리 차듯 할 일이 아님을 공감할 수 있었다. 따라서 24회에 걸친 역정의 끝에서 변방의 부활을 거론한 의도는 국토의 말단에 처한 보잘 것 없는 민초의 삶과 아픔, 역사의 고난과 영광이 당대와 미래에 발전의 한 동력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 기대되는 유배문학촌 건립이번 특집은 그동안 향토사학계를 중심으로 다뤄진 포항 장기와 영덕 영해 등 유배지에서 꽃핀 유배문학을 공론의 장으로 옮기고자 노력했다. 특히 장기면은 조선 태조 이후 모두 106명의 관료와 학자가 유배된 곳으로 수도로 부터 이격된 교통 오지이면서도 중앙의 엘리트와 지역사회가 새로운 유대를 형성하고 시련 속 문학의 산실이 된 곳이다. 때마침 포항시가 14일 오전 11시 남구 장기면 현지에서 `장기 유배지 체험촌`이라는 이름으로 용역보고를 겸한 주민설명회를 열게 돼 본지의 기획의도와 맞물리게 됐다. 이미 경남 남해군이 서포 김만중 등의 유배역사를 유배문학촌으로 관광상품화 했듯이 4개 시군도 풍부한 문화유적 등 유산을 잘 활용해 관광은 물론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교육 효과도 거두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다 못 담은 경북의 혼그 정수만 추리더라도 내용과 양에서 풍부한 한 지역의 정체성을 원고지 500매에 다 담기란 힘들다. 따라서 앞으로 이어질 가칭 `속(續) 경북의 혼`에서는 포항의 부조장과 여자보부상, 울진에서 봉화에 까지 이른 보부상인 `선질꾼` 등 경제활동에 대한 고찰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또 해난사고 희생 어민의 영혼결혼식이 가미돼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강사리 일대에 전해지는 범굿 등 무속신앙, 민중의 기원과 삶이 담긴 민담과 전설, 형산강 주변의 인문지리, 포항 북구에서 울진 일대에 까지 남하한 고구려의 강역 등도 좋은 소재이다. 또 울진신간회를 포함해 `동양의 모스크바` 대구와 함께 남한 좌익의 대표적 무대가 된 이 지역의 이념 갈등 등 민중운동, 실학의 일가를 개척한 의학자 석곡 이규준 선생, 연오랑 세오녀의 일본 내 흔적 찾기도 남은 숙제이다. 이제 돌아보는 자리에 이르러 일생을 바쳐 간난신고의 연구성과를 이룩해낸 배용일 전 포항대 교수와 장기발전연구회, 각 시군의 사(史)와 지(誌) 편찬자 등 향토사학자들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보내는 것으로 특집을 일단락한다.□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끝/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2-12-14

김남학 포항시 공항지역개발팀장

포스코 포항제철소 신제강공장 신축 과정에서 빚어진 비행고도제한 위반 및 포항공항 확장을 놓고 포항시와 동해주민, 포스코와 해군6전단 간에 빚어진 공방은 최근 3년 동안 포항을 달군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다. 이를 위해 포항시가 건축과에 신설한 공항지역개발태스크포스팀의 김남학52·사진팀장은 이번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점을 주민설명회가 열린 지난 2011년 3~4월로 손꼽는다. 당시 일부 단체 관계자가 설명회장에서 격렬하게 반대하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으나 각종 지역발전사업계획을 제시한 결과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자칫 장기 고질 민원이 우려됐던 이번 사태는 지난해 말 나라를 뒤흔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태의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의 공방 끝에 지난 11월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전향적 검토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지난 60여년 동안 항공기 이착륙 소음에 시달린 주민들은 공항 추가 확장에 따른 주거지 잠식 등 주거환경권의 위기가 개선될 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김팀장은 국방부가 국감을 계기로 적극적 해결의지를 피력한 만큼 앞으로 최선책은 공항 확장 계획의 백지화라는 입장이다. 또 여의치 않으면 주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대안을 추진하는 한편 KTX 포항 직결 노선이 개통하는 2014년 12월 이후로 공사 시기를 늦춰 공항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인다는 방침이다.국방부와 해군6전단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미 행정조정협의에 합의한 만큼 특별한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일반 행정보다 군의 작전과 안보가 우선 순위에 있지만 과연 주민의 행복추구권을 과거처럼 제한해야 하는가를 국가적으로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2-12-14

교과부 선정 LINC 사업단 추진… 융·복합 기술 인재양성 요람

국립 안동대학교가 LINC 사업을 통해 경북북부지역 여건을 고려한 융·복합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산학협력 친화형 제도로 개선하는 등 기업연계를 강화해 인재양성과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LINC(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사업이란 기술개발 또는 인력양성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체·연구소·대학 등 각 주체들이 상호작용해 대학과 기업이 상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로 연계·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올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LINC사업은 대학의 교육과 기업의 수요에 따른 산학협력 교육 및 기업 연계 강화를 위해 전국 51개 대학을 선정했다. 지원 규모도 전체 1천7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이 사업에 안동대학교는 올해 28억8천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지자체(경상북도·안동시) 및 대학의 대응자금을 포함해 총 3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책정됐다.이를 바탕으로 안동대학교 LINC 사업단은 자연과학대학 7개 학부(과), 공과대학 12개 학부(과), 생활과학대학 2개 학과, 사범대학 2개 학과, 사회과학대학 1개 학과를 포함해 전체 24개 학부(과)가 참여하고 있다.직접적인 참여 인원만도 학부생 1천575명에 139명의 교수가 참여해 150여개 가족기업도 동참하면서 현장밀착형 산학협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안동대학교 LINC사업단은 산학협력 확산을 위한 교원인사제도 구축, 맞춤형 인력양성을 통한 산합협력체계 구축과 특성화분야 산업체를 위한 인력양성, 기술개발, 기업지원 시스템의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안동대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련 학사조직과 교수진들을 산업계의 환경 변화와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특성화하고, 현장실습이나 캡스톤디자인, 창업교육 등을 통해 현장 맞춤형 인력을 양성·공급하고 있다. 또한 가족회사 제도, 산학협력협의체 운영을 통해 산업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기술개발이나 기술지도, 공용장비 지원, 산업체 재직자 교육 등 맞춤형 기업지원시스템을 갖추고 세부 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이외 안동대학교 LINC 사업단은 기업과의 교육 연구 등의 연계 강화를 위한 산학협의체를 통해 기업의 수요에 기반해 교과과정의 개편 및 기술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현 대학 교수의 사업 참여와 산학협력중점교수를 신규로 채용해 산학협력 일선을 담당하면서 △대학생 현장실습 강화 △캡스톤디자인 운영 △융·복합 교육과정 개설 △ 산학실습멘토링지원 △특성화분야 기술개발 등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특히 사업 효율성을 위해 안동대 LINC사업단은 사업단 내 `창업교육센터`와 `현장실습지원센터`, `산학기술지원센터`를 신설했다.먼저 창업교육센터는 학생들의 창업마인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정규창업강좌, 장·단기 창업특강 및 세미나 캠프 등 다양한 창업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창업동아리지원, 창업박람회, 전시회, 경진대회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안동대학교 내 유관부서와 유기적인 협조로 이어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장실습지원센터는 지역전략사업 기반의 현장실무 능력 배양 및 취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산업체와 학생의 요구를 반영하고 상호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센터는 차후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현장실습 시행 계획 공고, 학생 및 산업체 모집과 배정, 현장방문 관리, 성과 수집 및 분석에 걸친 전 과정을 관리·지원하고 있다산학기술지원센터는 학교에서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가 산업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대학 보유 기자재의 공동활용, 기술·마케팅·디자인·법률 자문 지원 등의 기업 지원 업무와 지식재산권 확보, 기술이전, 기술사업화 아이템 발굴 및 홍보 등의 학내지원 업무를 통해 대학과 기업의 연계를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LINC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산합협력을 통해 기업은 대학, 연구소 등의 기술력과 인적자원을 활용해 기술개발 및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는 기업과 협력을 통해 산업현장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연구 역량 강화 및 특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 교육·연구과정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현장 적합성 높은 인재로 실력을 쌓아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정형진 안동대 총장은 “앞으로 LINC 사업을 통해 경북북부지역 여건을 고려한 융·복합 산학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산학협력 친화형 제도 개선 및 산학협력 인프라 확충, 인력양성이나 취업·창업지원 등 기업과 연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안동/권광순기자gskwon@kbmaeil.com

2012-12-14

아시아 끝과 끝이 만나는 문화의 대향연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찬란하게 빛났던 신라 천년의 문화가 실크로드를 횡단한다.내년 8월 터어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아시아의 끝과 끝이 만나는 문화의 대향연이 화려하게 펼쳐진다.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찬란한 신라문화의 발상지인 경주에서 발원한 동방의 문화가 숨가쁘게 아시아의 끝 지역인 이스탄불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터키는 6·25 전쟁 참전국으로 우리나라와 `형제의 나라`로 인식될 만큼 우리와 친근하고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명이 공존하는 세계최대 관광시장이기도 하다.이곳에서 개최되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한국 문화를 유럽시장에 알린다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터키는 히타이트에서 로마, 비잔틴제국, 오스만제국에 이르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초대 교회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많은 성지순례객이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세계 최고의 관광지이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화려했던 이슬람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등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로 자리를 잡고 있다.`축구를 좋아하는 나라`, 한국전쟁 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만5천여명의 군인을 보냈던 우리나라의 형제 나라이기도 하다.인구 8천여만 명에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8배나 넓고 비옥한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수도는 앙카라로 인구는 400여만 명이다. 특히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최되는 이스탄불은 인구 1천500만의 유럽 최대 도시다.엑스포가 열리는 성 소피아 사원은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이 건립되기 전까지 규모면에서도 세계 최대였다. 이 성당은 오늘날까지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때문에 이 입구에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개최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비잔틴 제국 때 그리스도교를 처음으로 공인하고 이곳에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새로운 도시의 큰 사원으로 325년 성 소피아 성당을 창건했다. 유스타니아누스 대제의 명에 따라 532~537년에 다시 개축됐다.하지만, 역사의 흐름은 성소피아 사원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이후 오스만 제국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회교사원, 즉 모스크로 용도가 바뀌는 운명을 맞았다. 성당을 둘러싸는 미나레트가 세워지고 성당 안에는 회칠로 덮어 이슬람교의 코란 금문자와 문양들로 채워졌다. 이 회칠로 인해 성모 마리아의 모자이크는 사라졌다.성 소피아 성당의 중앙에 서면 이슬람교와 크리스트교가 공존하는 기묘한 장면이 연출되는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총 책임자 압둘라만 쉔 문화사회실장 일/문/일/답전세계에 한국-터키 알릴 기회 양국간 우정도 더 깊어질 것-2013터어키-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최에 대한 이스탄불 시민들의 호응도는 어떤가.△이스탄불은 전 세계적으로 집중적인 관심을 끄는 도시다. 특히 이 행사 양국간의 우정을 더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탄불은 문화적 행사가 많은 도시다. 아직 이스탄불-경주엑스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진 않았지만, 내년 1월 17일 공동 조직위원회 출범을 기점으로 크게 홍보할 계획이다.-엑스포가 개최되면 교통체증 등 시민 불편이 예상되는데.△큰 걱정은 안한다. 시민들이 국제적 활동에 잘 적응하고 있다. 큰 행사를 많이 치렀던 곳이어서 큰 불편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시민들이 좋아할 것이다.-경주가 천 년 고도지만 인구나 도시 규모면에서 이스탄불과 큰 차이가 나는데, 엑스포 추진에 시민들의 반대는 없었나.△이런 문화행사는 `인구`와 `면적`을 두고 비교할 수 없다. 우리 시는 인근 나라보다 인구가 많다. 그러나 그런 차원으로 보지 않고 우수한 문화를 만난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양국 행사의 의미와 양측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나.△엑스포 개최를 통해 많은 영향력을 기대한다. 한국 예술인들과 한국 관광객이 많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이스탄불-경주엑스포를 방문하기 위한 적금상품에 2만 명 이상이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인이 터키에 많이 와서 보게 되고 또 한국과 터키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경제적 한국` 이미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깊이 이해하고 교류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행사기간 많은 한국 관광객의 입국에 따른 불편 해소 대책은.△엑스포 조직위원회를 출범시켜 공항의 통관 절차 간소화를 비롯한 각종 편의대책을 세우겠다.압둘라만 쉔 문화사회실장은… 55년생으로 지난 75년부터 저널리스트로 다양한 미디어에서 활동하면서 특히 문화분야에 기고를 많이 하고 있다.8권의 책을 저술하고 영구 신문기자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스탄불 시장의 최측근으로 지역 단체 등지의 예술 및 문화 고문을 맡고 있다. 지난 95년 터어키 문화관광부로부터 대훈장을 받았다.이스탄불에서/윤종현기자yjh0931@kbmaeil.com

2012-12-13

정병윤 경산시장 직무권한대행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경산시장 보궐선거 당선자가 확정되면 정병윤 경산시장 직무권한대행의 임기도 끝이 난다. 지난 1월 부임과 동시에 경산시장 직무권한대행을 맡은 정병윤사진 부시장의 2012년은 공직생활의 한 획을 긋는 뜻깊은 해다.행정을 관리해야 하는 부시장의 역할과 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시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고단함과 압박감에 시달렸지만 무난하게 권한대행직을 감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정 부시장은 경산과 깊은 인연이 있다. 지난 2008년 1월 25일부터 2010년 7월 26일까지 경산 부시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다 두 번째 부시장직을 수행한 때문이다. 최병국 경산시장이 구속돼 권한대행 체제가 불가피했던 경산지역의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할 시한부 시장 직무대행으로 정 부시장이 낙점된 것이다.20일 권한대행직을 내려놓게 될 정 부시장은 권한대행 기간 중 가장 힘든 일로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8일간 생활쓰레기의 매립장 반입거부 사태를 들었다.반입을 거부하고 나선 남산면 주민협의체와의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권한대행체제의 벽을 실감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대구지하철 2호선의 경산연장, 1호선의 하양 연장 예비타당성 조사사업 선정, 경산지식산업지구 착공, 경산 4 지방산업단지 조성 추진 등 굵직한 지역 현안사업이 해결되었다.또 뜻있는 시민들이 한결같게 걱정했던 분열된 지역민심과 정서를 어느 정도 하나로 추스르고 문제점이 지적되었던 인사문제도 안정감을 찾았다는 평가에 마음이 편안하다.지난 4월 총선을 무난히 넘기고 19일 보궐선거에 공직자의 엄정한 중립을 요구하며 중심을 잘 잡고 있다.시민 이민정(52·여)씨는 "시장의 부재를 상당히 걱정했지만, 정병윤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무난하게 수행해 다행이었다"며 "다시는 권한대행체제로 경산시 행정이 수행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피력했다.경산/심한식기자shs1127@kbmaeil.com

2012-12-13

“미래 성장동력 `블루골드산업` 경북을 세계 중심지로”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 대구·경북서 개최`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이 대구·경북에서 개최된다.`세계물포럼`은 세계물위원회(WWC)에서 3년마다 개최하는 것으로서, 국제기구 및 각국의 정상 등 주요인사와 민간기업·NGO의 물 관련 전문가 등 3만여 명이 참가하는 지구촌 최대의 물 관련 국제행사이다.특히 전 세계의 다양한 물 관련 이슈들이 전문적으로 논의되는 토론의 장이자 물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각국의 행동방안들이 도출되는 정치적인 협의와 함께 지역 간 물 분쟁 등 지역의 물 관련 이슈에 대한 해결방안 등을 논의한다. 아울러, 물 관련 기업의 첨단 기술의 경연이 펼쳐지는 `물 엑스포` (Water EXPO)도 동시에 개최된다. 세계물포럼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가 얻게 되는 효과는 2천억원의 경제적 편익과 1천9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 또 세계물포럼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물 엑스포`를 통해 한국의 물 관련 기업의 우수한 제품과 기술에 대한 홍보가 적극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현재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세계 물 관련 시장에 한국 기업의 진출이 대폭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물 부족에 따른 분쟁발생 현황과 세계 물산업 성장 전망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3분의 2가 물로 덮여 있는 지구.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4억㎦. 그러나 97.5%의 물은 바닷물이며,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2.5%, 3천500만㎦이다. 하지만, 이 담수의 69.55%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 속에 갇혀 있으며, 30.06%는 지하수다.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호수나 하천의 물은 전체 담수 가운데 0.39%에 불과하다.인구증가와 산업화 및 도시화로 물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물은 오히려 부족해지고 있다.□전 세계 24억명 물 부족으로 고통이미 1960년대 초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물 부족을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 과학상과 평화상을 동시에 받을 것”이라 말했으며, 2009년 1월 `세계경제포럼 수자원이니셔티브 보고서`는 “이제는 Oil shock가 아닌 Water shock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과 0.39%의 물이 세계를 끊임없이 분쟁의 소용돌이로 내몰고 있다.지금도 세계 곳곳은 인종, 종교, 문화 갈등, 석유 등 다양한 원인으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제까지는 전쟁의 가장 큰 원인이 메이저 에너지 자원인 석유로 인한 분쟁이었다면 앞으로는 물 분쟁에 따른 전쟁이 가장 빈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갈등은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오대호(미국, 캐나다), 갠지스강(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 라인강(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파라니 강(아르헨티나, 브라질), 나일 강(이집트, 수단), 유프라테스·티그리스강(이라크, 시리아, 터키), 요르단강(요르단, 시리아, 이스라엘), 메콩강(중국, 타이) 등 전 세계적으로 2개 국가 이상에 걸쳐 흐르는 강이 250여 개에 이르다 보니 물을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물로 인한 분쟁은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며 제천시 평창강 취수와 영월군 반대, 부산시 황강 취수와 합천군 반대, 대구시 영천 도수로 건설과 안동시 반대, 용당댐 건설에 대한 충청권 반대, 대구시 위천공단 조성과 부산시 반대, 춘천시와 낙동강 하류지역의 물값 분쟁등이 바로 그것이다.□세계 물산업 시장 급성장세계물시장 규모가 2009년 650조원에서 2015년 1천60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물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세계 물산업을 장악한 다국적 기업은 프랑스 베올리아 워터, 수에즈, 미국의 벡텔 엔론, 영국의 템즈 워터, 앵글리안 워터, 켈다 그룹, 독일의 REW AG 등 대부분 유럽 기업이며 이중 프랑스 기업들이 전 세계 물 시장의 70%를 독점하고 있다.이런 상황 속에 한국무역협회는 국내 기업의 물산업 진출 유망 국가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을 꼽았다. 이러한 신흥시장 진출 시 국내 기업이 핵심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상·하수도 건설과 해수담수화 사업이 전망이 밝은 편이며 기술 경쟁력 확보가 쉬운 재이용수, 하·폐수 처리, 여과막 등 부품·소모품 수출 부문이 장기적으로 유망한 사업으로 분류된다.2009년 우리 기업들은 총 14건, 4억 9천만 달러의 물 사업을 수주했으며, 이 중 상·하수 분야가 4억 4천만 달러(9건)를 차지했고 폐수(3건), 담수(2건)가 뒤를 이었다. 업체별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몽고모 하수시설공사` 등 상·하수 분야에서 3억6천575만9천 달러를 수주해 국내 최대 성과를 올렸다.또 코오롱건설은 리비아 `알사라즈 하수처리시설공사`, 대림산업은 쿠웨이트에 `폐수처리시설 공사`의 건설사업을 따냈다. 이 외에도 두산중공업이 오만에 `바르카 2단계/루사일 발전 담수공사`의 건설을 맡았다.국가적인 추진현황을 살펴보면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인구의 20%(13.5억 명)를 차지하고 있으나, 수자원 보유 비율은 6%에 그치고 있으며 중국 전체 도시 중 66%가 물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수자원 확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해수담수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상하수도 사업 분야에 총 6천억 위안(약 850억 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베올리아(Veolia), 시노 프렌치(Sino Frech), 타운가스 그룹(Towngas Group), 금주환경(Golden State Environment Group) 등 물 메이저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물 부족을 겪는 중동 지역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제리, 이라크 등이 정부 주도로 수자원 확보 사업이 진행 중이며, 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2020년까지 도시의 하수 보급률을 9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수원 확보를 위한 상하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산업 3만7천개 일자리 창출 상하수도 건설, 수질관리, 수력발전 등 물 순환 과정 전반을 담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기, 가스, 통신, 폐기물, 교통, 물류 등 연관되는 공공서비스 분야까지 포함하는 종합서비스 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정부에서도 2020년까지 3조 4천600억원을 투자해 세계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8개의 세계적인 물기업을 육성하여 3만 7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이에 발맞춰 경북도는 지역 물산업 육성과 대체수자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산업을 경북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코자 전국 최초로 물산업과를 설치하고, 물산업 육성 기본계획(10. 2월)과 시행계획(11. 1월)을 수립, 권역별·단계별 육성방안을 수립·추진 중에 있다.□김관용 경북도지사낙동강을 따라 이룬 가야, 신라, 유교문화의 본거지였던 `대구·경북`에서 2015년 1천 600조원의 `메가 인더스트리`로 성장할 물산업의 `앵커 이벤트`가 될 세계물포럼 성공개최를 위해 대구시, 대경물포럼, 물관련전문가, 유관단체, 지역NGO등과 함께 상생 협력, 지혜와 노하우를 모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또 2015년 세계물포럼을 개최하게 된 자체가 경북의 커다란 성취이자 또 하나의 도전인 만큼 도민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길 당부드린다.특히 낙동강 친수공간 재현과 낙동강 유역 물산업 특화지구 조성으로 경북이 물산업 중심지로 거듭날 것임을 확신한다. 세계적인 물주간 행사로 `낙동강 국제물주간`을 정례화 하면서 세계적인 물기업 및 단체들과도 네트워킹을 강화시켜 나가겠다./서인교기자 igseo@kbmaeil.com

2012-12-13

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24)

연오랑 세오녀라는 옛 사실은 경북의 혼을 알아내기 위해 간직해야 할 귀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되돌아 보고 앞날을 내다보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 일 것이다. 과거사 속에서도 커다란 물줄기를 이루는 부분을 바로 잡아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연오랑 세오녀의 부활은 꼭 이루어야 할 필수적인 것이다. 부활의 의미는 연오랑 세오녀를 현재의 여러 가지 방안으로 되살리는 것이다.글 싣는 순서4부=역동적 삶의 터전, 경북동해안 21) 모여서 되찾는 삶의 의욕- 민속22) 바다로 달려간 밥상- 음식23) 구비 마다 세겨진 인물 이야기24) 부활하는 연오랑 세오녀25) 변방의 부활은 창대할지니- 에필로그연오랑과 세오녀는 박인량이 지은 `수이전`에 나오는 설화인데, `수이전`은 전하지 않고 `삼국유사`와 `필원잡기`에 실려 전해지고 있다.고려 충렬왕 2년(1285년) 일연이 펴낸 `삼국유사` 권1 기이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수록됐다.신라 제8대 아달라 이사금 즉위 4년(157년)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오랑이 미역을 따러 올라섰다 바위(귀신고래라는 설이 있다)가 움직이더니 연오랑을 싣고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연오랑을 본 일본 사람들은 그를 신이 보냈다 여겨 왕으로 섬겼다. 세오녀는 남편을 찾다가 마찬가지로 바위에 실려 일본으로 가 서로 만나게 됐다.그러자 신라에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고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말에 따라 사신을 보내 두 사람을 청했으나 연오랑은 하늘의 뜻이라며 돌아 갈 수 없다 하고 세오녀가 짠 고운 비단을 주며 이것으로 제사를 지내라 하였다. 그 말대로 제사를 지내니 다시 해와 달이 빛났다. 이때 제사를 지낸 곳이 영일현(迎日縣:지금의 영일만)이다.연오와 세오의 이동으로 일월이 빛을 잃었다가 세오의 비단 제사로 다시 광명을 회복하였다는 자취인 일월지(日月池)는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이 내용은 저자인 일연(一然)이 당시까지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를 담았을 것이다.▲ ▶일본 신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이즈모 타이사 입구.한편 연오랑이 일본으로 건너가 왕이 되었다는 서술로 `일본제기(日本帝記)`를 살펴보면 “(이 때를) 전후하여 신라 사람으로서 왕이 된 자가 없었다. 이는 변방 고을의 작은 왕이지 진짜 왕이 아니다”고 주를 단 사람도 있었다.이 주를 단 사람들이 전설이나 설화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려고 애쓴 모습이 보이고 있다.아무튼 연오랑과 세오녀에 담긴 내용은 가야의 중심 세력이 본격적으로 일본 열도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는 5세기 이전에 영일만에서 일본으로 건너 간 사람들에 대한 유일한 기록인 것이다.이 지역은 영일(迎日) 이라는 이름처럼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일찍 뜨는 곳으로 새해 첫날 1월1일에는 관광객이 새해 첫 해를 맞이하려고 온다.지금이야 해맞이를 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설화의 배경인 당시에는 태양신, 천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국가적 행사의 장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 제사 장소가 뜻으로 읽으면 도기야, 즉`으뜸가는(都) 제사(祈)를 올리던 들판(野)`이라고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귀비고는 이 제사에 소요되는 제물과 도구를 간직하던 성스러운 장소였는지도 모르는 것이다.그리고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영일현의 옛 이름이 `근오지`(斤烏支)였다라고 하였다. 근(斤)이 `큰`(大)의 이두로서 흔히 쓰였다는 점에서 `큰 오기`의 이두식 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큰 오기`와 현재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이즈모(出雲) 지방 오키(隱岐)섬의 발음이 비슷하다.이것을 두고서 옛날 이즈모 지역이 신라였던 이 지역과 깊은 관련성을 가졌음을 추정하게 하는 요소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본에는 1636년에 제작된 `이즈모 12군도` 등에서 보이듯 이즈모 지역은 원래 한반도 동남부를 떼어 붙였다는 전설이 있다.일본 설화나 지리적 요소 등과 함께 두 지역의 적지 않은 관련성을 시사한다.이러한 사실을 밝혀보고자 하면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현장 조사의 필요성이 절실한 부분인 것이다.한·일 학자들 중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연오랑과 세오녀가 단순하게 신라 초기에 신라인이 일본으로 이주해 간 사실만을 알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보다 더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연오랑 세오녀는 일월신화로 이들 부부가 일본 이즈모로 건너가 제철기술과 농사짓는 법, 베 짜는 법 등을 전수하고 일본의 왕이 됐다는 내용을 제 사실로 보려는 것이다.그리고 이 설화가 일식이나 월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상당한 근거를 찾아 낸 사람들도 있다. `삼국유사`가 연오랑 세오녀의 배경으로 소개한 시기는 서기 157년 중국의 뤄양(陽)에서 일식이 있었다는 `후한서(後漢書)`의 기록을 가지고 당시 이 지역에서도 일식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북의 혼을 찾을 수 있는 연오랑 세오녀를 오늘에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이 근년에 와서 이뤄지고 있어, 연오랑 세오녀가 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 설화가 단순히 신화이냐, 역사이냐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일부 국어학자들이 전자에 중심을 두고 있는 반면, 향토사학계에는 일본 내 문헌과 각종 근거를 토대로 후자를 보강하고 있는 경향이 크다.지난 6월에는 문화 콘텐츠 발굴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불의 여인 세오녀` 창작 창극이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올려져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개발지원사업에 선정돼 포항시시설관리공단과 지역 공연기획 단체인 전국푸른문화연대와 함께 추진하는 공연이다.연오랑과 세오녀가 창작 국악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

2012-12-10

축구장 6배 크기… 달서구 새로운 랜드마크

정부 대구지방종합청사정부 대구지방종합청사가 착공한 지 3년여 만에 지난달 2일 공식적인 개청식을 가진데 이어 기관별로 올해 말까지 입주가 완료되면 대구도 본격적인 지방종합청사 시대에 돌입한다.이미 △대구지방공정거래사무소가 지난 10월16일에 입주할 9개 종합청사 입주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이전했고 이어 △대구지방보훈청이 10월 24~25일, △대구지방교정청이 10월26일,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달 23~29일 등의 순으로 달서구 대곡동 정부 대구지방종합청사로 이전했다.또 입주기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대구지방국세청은 지난 5~9일 이전했고 △대구본부세관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대구북부지청, △대구보호관찰소 서부지소,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영남지역본부 대구사무소 등 나머지 기관들은 늦어도 12월 중순까지 기관별로 모두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다.대구지방종합청사는 땅값 200억원을 포함해서 사업비 1천11억여원이 투입돼 달서구 대곡동 일대 3만3천여㎡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로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로 건립된 후 지난 2012년 9월 지능형 건축물 1등급 본 인증을 획득했다.전체 면적만도 4만6천949㎡로 약 1만4천200평 규모를 자랑하고 축구장 크기와 비교하면 무려 6배의 면적에 해당하며 대규모 녹색공간인 대구수목원 등 주변 환경도 좋아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달서구는 대구 1번지 지자체 별칭이곳이 9개 기관 소속 공무원 700여명이 상주하는 매머드급 건물이 되면서 달서구는 대구 8개 기초지자체 중 인구가 가장 많다는 것 이외에도 `대구 1번지 지자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활기차 보인다.지난 1988년 남구와 서구 외곽지역 일부를 통합해 출범한 이후 꾸준히 발전해 인구가 현재 60만6천여명인 달서구는 대구지방종합청사로 인해 기초지자체로는 서울 송파구에 이어 전국 2위의 규모를 자랑하게 됐다.곽대훈 달서구청장은 “외곽지에서 20여년 만에 정부종합청사까지 들어선 대구 대표 지자체로 성장했다”며 “종합청사에 시내버스 노선을 증설하는 등 달서구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올해 말 입주를 완료하는 정부 대구지방종합청사에는 기관별 인원규모에 따라 이미 배치도가 완성돼 있다.1층에는 대구지방교정청이 자리를 잡았고 2층은 대구보호관찰소와 대구지방보훈청, 농림수산검역본부, 수의과학검역원과 탐지견사, 행안부 청사관리소, 대강당이 있다.3층은 고용노동부 북부지청에서 이름을 바꾼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이 자리 잡고 대구지방보훈청, 제대군인지원센터와 대구지방공정거래사무소, 구내식당이 들어서 있다.4층에는 대구경북지역본부세관과 대구지방환경청 나란히 자리하고 대, 중, 소 영상 등 4개의 통합 회의실이 들어서 있으며 5층은 대구경북지역본부세관 기관장실, 마약견사 등이 위치하고 있다.6~9층 4개 층은 이전 입주 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큰 대구지방국세청이 자리를 잡고 있다.메인 빌딩 옆에 마련돼 있는 입주기관 실험동 1층은 온실로 꾸며져 항상 화사한 식물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지하 1층에는 대구경북지역본부세관, 대구지방환경청, 수의과학검역원이 메인 층에서 부족한 공간을 마련했다. 실험동 옆에 위치한 별동 1층은 샤워실, 탈의실, 경비실로 구성돼 있다.□에너지절약 친환경 청사로 건립애초 대구지방종합청사는 15개의 기관을 한곳에 모아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유부동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추진됐지만 조정 끝에 9개 기관으로 확정됐으며 제주와 광주, 춘천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건립하게 된 것.지난 9월께 완공된 대구지방종합청사의 특징은 과거 공공건물이 지녔던 약간은 근엄한 표정의 건물 분위기를 외형의 꺾임 선을 적절히 포함해 지역사회로 열려 있는 공공성을 상징하는 미래지향적 입면 계획을 선보여 눈에 띈다.또 중앙행정기관의 품격과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미래지향적이고 친환경적 이미지를 구현했고 환경에 순응하는 최적의 배치를 통해 입주공무원과 방문민원인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친근감을 더해준다.물론 공간구성의 극대화 설계로 인해 기관별 독립성과 연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점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특히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녹색청사 만들기의 일환으로 `지열`은 물론이고 `태양광 설비 시스템`, `LED 조명기구`, `우·오수 재활용 시설` 등의 설치로`에너지 효율 1등급`, `친환경 건축물`, `초고속 정보통신 건물`,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을 받는 등 에너지 절약 및 친환경 청사로 건립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여기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감지용 점형 블록과 안내데스크에 휠체어보관소, 휠체어 회전 가능한 장애인 전용 화장실 설치, 부설주차장 주차 대수의 3% 이상인 13대의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대구지방종합청사 개청으로 경제활성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넘치는 달서구에 비해 기존의 청사가 비어있는 지자체는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상권 위축 등을 걱정하고 있다.수성구청 관계자는 “대구지방환경청 덕분에 주변 상권 활성화는 물론이고 깨끗한 지자체 이미지에도 도움이 됐는데 이전하게 돼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2012-12-10

9개 공공기관 옛터 활용 `갈등`

▲ 지난 9월 완공된 정부 대구지방종합청사에는 대구지방국세청을 비롯한 모두 9개의 기관이 올해 말까지 이전해 본격적인 지방청사시대를 열게 된다. 사진은 대구지방종합청 전경. /행안부 제공정부 대구지방종합청사에 9개 기관이 이전하면서 과거 사용하던 청사는 어떻게 될까.대구시는 국·공유재산 교환을 통해 이들 기관의 옛터를 대구시 자산으로 활용할 방침이지만 정부와 해당 기관은 자체 활용하겠다며 교환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대구시의 방안은 이들 9개 공공기관 옛터에 대해 대구시 소유 부지인 수성구 국립대구박물관 9만8천600㎡와 맞교환하는 방안을 내놓고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국립대구박물관은 운영은 정부가 맡고 있어 대구시가 박물관 부지를 정부에 돌려주는 대신 정부기관 옛터를 받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대구지방국세청·대구지방보훈청·대구경북본부세관·대구지방환경청 등 4곳에 관심을 두었다. 또 대구시는 국·공유재산 교환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대지는 공시지가로 정산하고 건물은 과세시가 표준액을 적용하고 나서 차액은 현금정산이나 현물 추가 교환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이렇게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이전 청사에 관심을 표명하는 데는 시청사가 좁아 흩어져 있는 교통국과 환경녹지국, 건설본부 등의 부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하지만 기획재정부와 해당 기관은 자체 활용하거나 공개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이에 따라 대구지방환경청 자리에는 한국환경공단의 영남지역본부 일부와 수질오염방제센터가 이전해 오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고용노동부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 부지를 경쟁 입찰을 통해 공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실제로 대구시가 가장 탐을 내고 있는 부지는 대구지방국세청 9천868㎡로 최근 북대구세무서가 이전키로 결정됐고 기존 북대구세무서 자리에는 중구 수창동에 있는 국세청교육문화관을 이전하기로 결정됐으며 교육문화관 부지는 용도 폐지해 기획재정부로 반납할 예정이다.마땅한 후적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남구 대명동의 대구지방보훈청과 동구 신천동 대구본부세관 부지는 용도 폐지 후 재정부로 반납될 운명이다.이에 따라 대구시는 대구지방보훈청과 대구세관 부지로 눈을 들이고 있으나 이마저도 녹녹하지 않은 상황이다.정부가 반납되는 국유지는 해당 부처와 협의해 수요처를 찾겠다고 밝혀 국·공유재산 교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이런 분위기 속에 대구시는 내년 하반기까지 혁신도시로 이전이 예정된 달서구 죽전동의 징병검사장과 중구 전동 대구경북지방병무청 부지, 동촌유원지로 옮기는 동구 신암동 대구기상대 부지도 정부와의 협상테이블에 함께 올려놓고 적극적인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대구시 관계자는“정부종합청사로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될 내년 초쯤 기재부와 구체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대구지방병무청 등 3개 기관이 내년 하반기에 이전할 계획이어서 협상이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2012-12-10

육성으로 1만4천명 웃기고 울린 고대 그리스 `힐링` 명소

언제부턴가 가로등이 켜진 것처럼 몸과 마음의 치유를 뜻하는 `힐링(healing)`이란 말이 사회 곳곳에서 반짝인다. 힐림 캠프, 힐링 화장품, 힐링 명상, 힐링 오락…. 정치에도 `힐링`자를 붙여 힐링 정치란 말까지 사용한다. 어찌보면 우리 사회는 지금 몸과 마음의 치유를 받아야 할 중증 환자들이 수두룩한지 모른다.일찍이 힐링의 명소로 수많은 환자들이 모였던 곳이 있다. 198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리스 `에피다우로스(Epidauros)`다. 에피다우로스는 그리스 아르고리스 지방의 살로니카 만 가까이 있는 고대 도시다. 아라네오(Arahneo) 산기슭 송림 숲에 자리잡은 이곳은 건강과 치료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Asclepios)가 있었던 성역이다.그 성역 산비탈엔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극장이 있는데 현재도 각종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에피다우로스에 들어서며 우린 대형 극장보다 아스클레피오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의 저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엔 `파이돈`이란 부분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심오한 철학과 최후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영혼 불멸을 믿은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기 전 친구 크리톤에게 “크리톤, 나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네. 꼭 갚아주게”라고 말한다. 영혼 불멸을 죽음으로 증명해 보려 한 소크라테스가 한 말 속에 `아스클레피오스`가 등장한다. 닭은 당시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치유의 감사로 바치는 제물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쓴 히포크라테스의 조상이 아스클레피오스라고 한다.아스클레피오스 출생과 죽음에 따른 신화를 잠시 소개하면 이렇다.플레귀아스 왕에겐 딸 코로니스가 있었다. 그는 아르카디아의 왕자 이스키스라는 남자와 약혼했다. 그런데 태양의 신 아폴론을 만나자마자 아폴론에 반해 그의 아이까지 임신하게 된다. 아폴론의 아이를 임신한 코로니스는 그 사실을 숨기고 이스키스와 결혼한다. 아폴론의 심부름꾼 까마귀는 코로니스의 결혼 사실을 아폴론에게 일러 바쳤다. 화가 난 아폴론은 코로니스를 활을 쏴 죽인다. 아폴론은 코로니스를 죽인 것을 후회하며 까마귀를 향해 `네놈 때문에 코로니스를 죽였어`라며 흰색의 까마귀를 검은 색으로 둔갑시켰다. 죽은 코로니스를 화장하려 장작 위에 올려놓았는데 그의 배에서 아기가 꿈틀대는 것이었다. 이 아이가 바로 아스클레피오스다. 총명한 아스클레피오스는 켄타우로스의 박학다식한 `케이론`에게 생로병사의 열쇠를 배워 죽은 자까지 살리는 능력을 갖게 된다. 지상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아스클레피오스의 치료로 죽지 않자 지하의 신 `하데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아스클레피오스의 치료 행위를 중지하도록 요청한다. 사람이 죽지 않는 일은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라 여긴 제우스는 벼락으로 아스클레피오스도 죽인다. 아는 대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막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개량한복을 입고 있는 내게 달려온다. “우리랑 사진 한 장 찍어요.” 얼떨결에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은 학생들과 사진을 찍었다. 영국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다. 웃옷을 벗고, 포즈도 가지각색이다. 자유분방한 모습이 젊은이 특유의 모습이라 보기 좋다. 한 바탕 웃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표를 끊고 처음으로 찾은 곳은 실내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성역에서 출토된 많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아스클레피오스 성역에서 나온 대리석 조각상, 청동 의료기구, 그리스와 로마 조각물, 도리아식 열주, 아르테미스 돌림띠, 톨로스 기둥머리, 천장의 꽃, 아스클레피오스 석고 조각상.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아스클레피오스 조각 등을 전시한다.박물관을 구경한 우린 노천박물관으로 향했다. 넓은 유적지를 관람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유적지 사이사이 곳곳에 자란 소나무 가지가 푸른 그늘을 만든다. 지금은 허물어졌지만 길은 유물 유적과 이어져 있다. 많은 환자들이 머물 수 있는 병실(카타고제이온, Katagogeion)을 지나 온천 터도 거쳐 아스클레피오스의 축제를 연 오데이온(Odeion)과 연회장을 지난다.천천히 걷다가 스타디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소나무 그늘에 들어가 주변을 살핀다. 무엇이 이렇게 폐허로 만들었을까? 지진과 기독교 전파 그리고 무관심이다. 넓은 스타디움은 제일 낮은 곳에 조성해 놓았다. 그곳에선 운동을 통해 건강한 육체를 만들게 하였을 것이다. 서남쪽에 자리잡은 톨로스는 기원전 360~320년 사이 폴리클레이토스(Polycleitos the Younger)가 둥근 형태로 지은 것이다. 건물의 용도는 불확실하다. 당시 올린 기둥 몇 개 남아 있는데 코린트 양식의 대표적 건물이다. 북쪽으로 아바톤(Abaton)이 있다. 아바톤은 치료소다. 실내박물관에서 본 각종 수술도구들을 사용했던 곳이다. 수술뿐만 아니라 정신치료에도 큰 비중을 두었다. 환자를 몽롱한 상태로 만드는 환각체험을 통해 치유하기도 하였다. 동쪽에는 이집트 신들의 영역도 있다. 당시 이집트와의 교역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이 모든 시설들이 오늘 우리가 접하는 힐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죽음을 앞둔 수많은 환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을 것이다.허물어진 유적을 둘러본 후 대극장으로 향하며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 거울 앞에 활짝 핀 유도화를 꽃병에 꽂아놓았다. 그 자체가 청량감을 준다. 바라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대극장으로 향하며 우리들은 가곡 한 곡을 떠올리고 있었다. 대극장 무대에서 가곡을 부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6년 전 터키의 에페소 대극장에서였다. 객석에 앉아 있을 때 성악을 전공한 사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종종 그 장면이 멋진 추억으로 떠오른다. 가곡을 떠올려보지만 생각나는 게 없다. 오랜 시간 가요에 젖어 가곡을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국가라면 어떠랴, 아리랑이면 또 어떠랴. 하지만 그래도….지중해 고대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대형 극장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극장은 연극뿐만 아니라 무용, 음악, 시와 같은 것을 통해 많은 시민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역할을 했다. 에피다우로스의 야외극장도 마찬가지다. 산비탈을 이용해 만든 야외극장은 이곳 톨로스를 건축한 젊은 건축가 폴리크레이토스(Polycleitos)가 설계했으며, 기원전 4세기 말엽에서 기원전 2세기 중반에 걸쳐 지어졌다. 오랜 세월 흙더미에 묻혀 있던 것을 1881년 발굴하고, 1954년부터 1963년까지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특히 이곳의 음향 효과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대 중앙 원형 돌(지름 20m)에 동전을 던지면 그 소리가 공명되어 제일 상석(위쪽)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원형 무대를 중심으로 펼친 부채 모양인데 객석은 55계단이며 수용인원은 1만4천여 명이다.평민석은 흰 석회암, 귀족석은 붉은 석회암으로 구분하였다. 요즘도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공연하고 있는데 우리 일정하고는 맞지 않아 관람할 수 없어 아쉬웠다. 극장에 들어선 우리 일행은 드문드문 관광객이 앉아 있는 객석을 향해 가곡 `동무생각`을 불렀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그 소리가 계단 한칸한칸 물결처럼 퍼졌다. 노래가 끝나자 객석의 외국인들이 박수친다. 멋진 순간이다. 손을 흔들어 답례한 후 찬찬히 계단을 밟고 올라 극장을 한 바퀴 둘러본다. 누군가 동전을 무대 중앙에 떨어뜨렸는지 동전 구르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이 모든 것들이 힐링이다. 힐링(Healing)!계속

2012-12-07

신설 항공운항계열 신입생 전원 4년간 장학금

201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2천142명을 선발하는 영남대가 최근 3년간 `초고속 성장주`로 주목받고 있다.영남대는 일반학생전형으로 `가`군 1천138명과 `다`군 1천4명을 선발하며 인터넷으로만 22일부터 27일까지 접수하며 군사학과는 26일 오후 6시 마감한다.`가` 군에서는 수능 100%(예체능계열 제외)로 학생을 선발하며, `다` 군에서는 전체 모집단위에서 수능 70%, 학생부 30%로 합격자를 선발한다.2013학년도에 신설되는 기초교육대학 인문자율전공학부 항공운항계열(공군 조종장학생)은 수능성적 3개 영역(언어, 수리, 외국어) 등급의 합이 9등급 이내면 지원 가능하며 신입생 전원에게는 입학금 및 4년간 수업료 전액이 공군 장학금으로 주어진다.교재비와 단기 해외어학연수 기회(1회)도 주어지며, 2학년 진학 시 상경대학 경제금융학부, 경영학부, 국제통상학부 중 1개 학부를 선택하고 졸업 시 상경대학 학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졸업 후에는 전원 공군장교로 임관이 보장되며, 비행교육 수료자는 의무복무기간 만료 후 민간항공사 조종사로도 취업할 수 있는 등 취업 유망학과로 주목된다.의예과와 식품학부, 시각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등 총 3개 학부(과)는 모집인원이 늘어났다.먼저 의예과는 의학전문대학원의 단계적 폐지 방침에 따라 전년도 대비 15명이 늘어난 총 53명을 2013학년도에 선발하는데 정시에서는 총 45명(`가`군 23명, `다`군 22명)을 모집한다.식품학부 식품공학전공과 외식산업학전공도 전년도보다 각각 6명이 더 많은 36명을 모집하는데, 이번 정시에서는 각각 16명(`가`군 8명, `다`군 8명)씩을, 시각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도 전년도 대비 5명이 늘어난 총 40명의 모집인원 중 15명(`가`군 11명, `다`군 4명)을 정시모집에서 선발한다.영남대는 사범대학 수학교육과에 수리 `나`형 응시자도 지원 가능하도록 자격 기준을 완화하고 동시에 정시 `가`군 의예과와 사범대학은 대학수학능력시험만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단 사범대학 특수체육교육과는 학생부 30%, 대학 수능시험 40%, 실기고사 30%로 합격자를 선발한다.김용찬 영남대 입학처장은 “수능성적이 우수할 때는 수능 100%(예체능계 제외)로 전형을 치르는 정시 `가` 군을, 학생부성적에도 자신이 있다면 수능 70%와 학생부 30%로 전형하는 정시 `다` 군을 지원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파격 장학혜택과 취업보장 + α이번 정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영남대 모집단위로는 인문자율전공학부(항공운항계열)과 함께 군사학과, 천마인재학부, 그린에너지연합전공, 글로벌차이나연합전공 등이 있다.파격적인 장학혜택과 특화된 커리큘럼에 의한 특별관리 혜택은 물론이며, 항공운항계열은 공군장교 임관, 군사학과는 육군 장교 임관, 그린에너지연합전공은 대기업(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실트론) 취업을 입학과 동시에 보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이밖에도 영남대는 `박정희리더십장학금` `21세기 천마특별장학금` 등 우수신입생을 위한 풍부한 장학혜택이 있다.2012학년도에 신설된 `박정희리더십장학금`은 수능성적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2과목 평균)영역의 백분위 평균이 계열별 1위인 신입생을 대상으로 인문사회계열(예체능계 포함)과 자연계열로 구분되는데(의예과 제외) 입학금과 수업료 전액(8개 학기), 단기해외어학연수경비(1회), 교재비(학기당 240만원), 대학원 석사과정(2년) 입학금 및 수업료 전액, 생활관 우선 선발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이 밖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의 백분위 평균이 상위 4%와 10% 이내인 학생에게는 `21세기 천마특별장학금 A와 C`가 각각 지급된다(의예과 제외). 입학금과 4년간 수업료 전액, 단기해외어학연수 비용(1회), 학기당 180만원의 교재비(C는 120만원), 대학원 석사과정 입학금 및 수업료 전액(A만 해당) 등이 장학금으로 주어진다.또 상위 13%와 18%의 신입생에게도 최대 8개 학기 수업료 50%를 지원하는 `입학 우수특별장학금`이 주어지는 등 다양하고 풍부한 장학혜택을 제공한다.◆세계대학평가 수학부문 40위영남대는 지난 5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수학분야 세계 4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수학분야에서 세계 50위권에 포함된 국내 대학은 영남대가 유일하며 수학분야의 `논문당 피인용 수(citation)` 평가에선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지난해 QS 평가에서도 서울대와 비슷한 101~150위권에 올랐던 영남대는 올해 50계단 이상 뛰어올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QS 아시아대학평가는 연구능력(60%)·교육수준(20%)·졸업생평판도(10%)·국제화(10%) 등 4개 영역에서 시행됐다.아시아대학평가에서도 지난해보다 41계단 수직으로 상승하며 전체 150위에 랭크됐다. 이는 아시아 지역 평가대상 대학 중 상승폭이 세 번째로 큰 것이다.자연과학 분야에선 92위를 차지해 100위권에 진입했으며 △국내→외국 교환학생가율(36위) △외국인 학생 비율(86위) △외국→국내 교환학생비율(93위) 등 국제화 지표에서도 100위권 내에 올랐다.이어 지난 10월 중앙일보 국내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도 2010년과 2011년에 이어 `3년 연속 비수도권 종합사립대 1위`에 올랐다.전국 4년제 대학 102곳을 대상으로 교수연구, 교육여건, 평판·사회진출도, 국제화 등 4개 부문 점수를 합산해 총점 순위로 평가한 결과로 특히 국제화 부문에서 전국 19위에 랭크됐다.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있는 대학으로서는 절대 쉽지 않은 성과로 그동안 영남대가 국제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다.영남대는 지난 3년간 국제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해외자매대학 수가 2009년 120개에서 2012년 9월 현재 220여 개로 급증했으며, 외국인 유학생 수도 18개국 1천30명에서 현재 46개국 1천212명으로 많이 증가했다.해외파견 학생 수도 급증해 2009년 700명 미만이었지만 3년 만에 1천280명이 넘었다. 9월에만도 231명의 영남대 학생들이 세계 14개국에 파견돼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다.지난 5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에도 선정됐다.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에이스` 대학은 영남대가 글로컬 이니셔티브를 엔진으로 `Y형 인재` 만들기에 교직원과 학생, 동문이 힘을 모은 결실이다.이러한 결실을 보고 최근 3년간 정부와 지자체 등이 영남대를 믿고 투자한 금액이 2천238억원에 달한다.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12-12-07

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23)

외세의 위세 앞에 시시각각 허물어져 가던 19세기말 조선의 민중들에게 `후천개벽 해원상생`(後天開闢 解寃相生)의 희망을 전파한 강증산은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어디 있느냐`며 앞으로는 이 골목 저 거리에서 평범한 이들도 입신양명하는 시대가 올 것을 예언했다. 그의 평등한 인재관을 고려한다면 8도를 뒤져 정·재계의 유명인사들을 앞세워 인재의 고장임을 알리는 저작 또는 보도는 견강부회의 우를 범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고작 밭고랑 정기를 타고 났더라도 삶과 역사의 당당한 주역으로서 가족과 공동체의 의무와 책임에 주저하지 않았더라면 이 땅의 그 어느 누구도 `장삼이사`(張三李四)라고 쉽게 부를 수는 없다. 경북동해안은 큰 족적을 남겼든, 별똥별처럼 명멸한 삶이었든, 다양한 이들의 땀과 눈물 속에 역사의 바퀴를 굴려 왔다.글 싣는 순서4부=역동적 삶의 터전, 경북동해안 21) 모여서 되찾는 삶의 의욕- 민속22) 바다로 달려간 밥상- 음식23) 구비 마다 세겨진 인물 이야기24) 부활하는 연오랑 세오녀25) 변방의 부활은 창대할지니- 에필로그□세 성씨의 시조묘, 삼태사(三太師)포항시 북구 기계면에는 파평 윤씨, 기계 유씨, 영산·영월 신씨 등 세 성씨의 시조묘를 일컫는 삼태사(三太師)가 있다.이 가운데 고려 왕건을 도와 고려 개국 공신인 윤신달의 묘소인 윤태사를 모시는 봉강재는 봉계리에 위치해 있으며 해마다 음력 10월1일 추향제가 열리면 전국에서 400~500여명의 후손이 운집한다. 윤신달 장군의 현손인 윤관은 고려 선종 당시 1107년 여진정벌 원수(元帥)가 돼 17만 대군을 이끌고 출전, 함주와 영주 등 9곳에 동북 9성을 쌓고 침범하는 여진을 평정했다.삼태사 가운데 윤태사는 풍수학자들에게 명당으로 손꼽히고 있어 특히 봄과 가을에는 전국 각지에서 답사여행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으로 유명하다.□고승(高僧)이 개척한 정신문화경주는 신라 천년의 수도로서 원효를 비롯한 고승이 배출된 불교 정신문화의 땅이었다. 해안선을 함께 한 포항과 영덕, 울진도 원진국사와 나옹화상, 공민왕대의 국사 배천희 등에 이어 현대에 와서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 법맥이 이어졌다. 원진국사는 고려 명종 당시 화염경과 인심종을 품계해 이름을 떨치고 청하 보경사 주지를 맡기도 했다. 배천희는 흥해 출신으로 공민왕 당시 국사(國師)로 책봉돼 출생지인 흥해현이 흥해군으로 승격될 만큼 고려말 불교계의 거성이었으며 현재 묘소가 흥해읍 양백리 뒷산에 남아 있다. 조선조 영조대 장기 출신인 남파대사는 어린나이에 승과에 급제해 대사에 이르러 밀양 표충사 수호도총섭을 지냈다.경기도 여주 신륵사에서 입적한 나옹화상은 영덕군 창수면 가산리 불미골에서 출생해 원나라에 유학한 고려말의 고승이다. 울진군 원남면 금매1리에서 출생한 양성법사는 조선 인현왕후와의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충의의 인물들포항시 남구 오천읍민은 스스로를 `충의의 고장 사람`이라며 자부하고 있는데 고려말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가 이 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시호인 문충은 지금 문충리라는 지명으로 남아 있다.수월재 김현룡은 연일현 출신으로 임란이 발발하자 친동생, 사촌동생들과 의병을 일으켜 화왕성 전투에 참여해 전공을 세웠다. 남구 장기면 서학리 출신인 이대임은 임란 때 오성팔현의 위패를 석굴에 봉안한 뒤 의병을 모집해 경주전투에서 공을 세웠다.경주 출신 이장손은 화포장으로 임란 시 비격진천뢰를 만들어 경주성 탈환에 큰 공을 세웠으며 이팽수는 무과에 합격한 뒤 여러 고을에 왜구의 침탈이 심하자 서생포에서 접전을 벌여 장렬히 죽었다. 영덕 평해 출신인 손휴는 고려 예부상서로 이조혁명에 굽히지 않았다.최시창은 세종 때 삼군도진무사로서 육신과 더불어 단종 복위를 모의하다 발각돼 아들 면과 함께 순절했다. 힘이 센 장사였던 장대룡은 인조 때 훈련원 판관으로 삼척포첨사 등을 역임했다. 1636년(인조 14) 국치 후에 청나라 왕을 암살하고자 심양에 잠입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화약고에 방화해 분사했다.□이색과 유척기 등 문신고려말의 문신 목은 이색은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 외가에서 출생했다. 문과에 급제한 뒤 1353년 원나라로 건너가 향시와 정동행성의 향시에서 1등으로 합격해 관리생활을 할 만큼 특출했다. 귀국 후 1367년 대사성, 1373년 한산군으로 봉해지고 성균관 대사성 등을 역임했다. 포항 기계 출신인 유척기는 문과 급제 후 서장관으로서 북경에 다녀온 뒤 사화가 일어나 홍원에 유배됐다가 11년만에 중임돼 우의정과 영의정에 이르렀다.□필공(筆工) 이호익 이호익은 1882년(고종 19년) 12월20일 울진군 북면 주인2리에서 출생해 수공으로 붓을 만들어 울진은 물론 영동에 까지 붓의 우수성이 알려졌다. 1948년 영양에 사는 정씨가 찾아와 붓을 만드는 법을 전수했으며 1951년 2월 이호익이 사망하자 정씨는 상경해 서울 인사동에서 유명한 성문당필방을 운영했다. 하지만 우리 고장에서는 후계자가 한사람도 배출되지 못했다. 이필공의 붓은 삼통필, 양통필이 특히 유명했다고 한다. 이호익의 덕택이었는지 당시 울진의 선비가 붓글씨를 잘 쓴다는 평판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근 영덕에서는 주열, 김하구, 김의봉, 송대만 등이 명필로 알려져 있다.□기인(奇人) 권달삼의 이야기본명이 천만인 권달삼은 1881년 안동에서 태어나 어릴 때 포항 흥해읍 옥성리 56번지로 이주했다가 다시 남성리로 옮겨 살았다.포항시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기인으로 명성을 가진 봉이 김선달, 하원 정수동에 버금가는 우리 고장의 해학자로 팔도강산을 유람하며 재치와 기지, 임기응변으로 숱한 일화를 남겨 삶에 찌든 뭇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또 촌철살인의 독설과 풍자로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생존해 있을 당시 이 지방에는 그의 재담과 유창한 화술로 인해 `산에는 산삼, 바다에는 해삼, 육지에는 달삼`이란 속설이 전해질 정도였다고 한다.북한 인민부력부장 오진우 `포항 장기 고향설`의 진실오진우와 닮았던 창지리 주민 오주락씨가족의 월북으로 평생 곤욕 치르다 사망한때 포항 일대에서는 북한 인민부력부장을 지내다 사망한 오진우가 남구 장기면 출신이라는 소문이 제법 근거를 갖춘 채 나돈 적이 있었다.이 소문은 지난 1970년대 후반 장기면에도 텔레비전이 일반화되면서 오진우의 얼굴이 창지리 주민 오주락(가명)과 너무 닮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해지기 시작했다.소문은 구체적으로 `장기면 학곡리에서 태어난 오진우는 일제 때 만주로 떠나 포목상으로 돈을 벌어 김일성에게 군자금을 대어 일등공신이 됐다. 현재까지 창지리에는 친동생과 친척들이 살고 있으며 한국전쟁 때 인민군 장교로 경주 안강 인근에 왔던 그는 장기 쪽을 가리키며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70년대 장기면 모포리 쪽으로 간첩선이 많이 침투한 것도 오진우가 이 곳 지형을 잘 알기 때문이다`는 내용이다.이에 대해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근무하는 이상준 향토사학자가 관심을 갖게 됐으며 확인한 결과 신빙성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오주락의 형인 오주승은 좌익사상에 경도돼 1952년 인민군이 약세에 몰리자 인민군 함정을 이용해 학곡리에 살던 가족을 월북시켰다. 그때 끝내 월북하지 않고 남은 동생이 오주락이었으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오씨는 연좌제로 인해 정보 당국의 사찰을 받았으며 집안 사람들도 공직에 진출할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어려운 삶을 살던 오씨는 지난 1992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장기면 창지리 본가에서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

2012-12-07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구수곡·통고산 자연 휴양림

우리나라 제일의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는 경상북도 울진의 금강소나무숲길.금강송은 목재의 뒤틀림이 적고 단단해 예로부터 궁궐이나 사찰 등 주요 건축물의 재료로 사용됐다.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수백 년 아름드리 금강송과 함께 화전민, 보부상들이 일궈낸 삶과 이야기가 흐르는 길인데 300여 년 전 조성된 정림송정 마을 숲 등 울진은 이 금강소나무를 중심으로 전체가 천혜의 환경이다.이 천혜의 환경 속에 조성된 구수곡 휴양림과 통고산 자연휴양림은 발을 딛는 그 순간부터 힐링을 느낄 수 있다.◇구수곡 휴양림응봉산(998.5m)자락, 물이 많이 흐른다 하여 구수곡이라 부르는 계곡에 자리 잡은 구수곡 자연휴양림은 10km에 달하는 2개의 처녀계곡에 200년 이상의 울진소나무(금강송) 군락지와 산양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물이 굽이치는 곳마다 18개의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있고 여름철 신록과 가을철 단풍 경관이 수려하며 야생화단지가 잘 꾸며져 있다.특히 양계곡의 끝에는 각각 10m와 30m의 폭포가 있어, 자연신비의 극치를 이루고 있으며 인근에는 전국유일의 자연용출온천인 덕구온천과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수욕장이 있어 산림욕과 온천욕·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물이 많이 흐른다하여 구수곡이라 부르는 계곡에는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물이 굽이치는 곳마다 18개의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있으며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향기와 피톤치드가 스트레스에 젖은 몸과 마음을 가뿐하게 해준다.구수곡 자연휴양림은 통나무집과 야영장, 물놀이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단위로 휴식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자세한 문의는 울진군 문화관광과 054-789-6903, 구수곡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054-783-2241.전화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구수곡의 유래 구수곡(九水谷)은 매봉산 분수령을 따라 모여든 아홉 계곡물이 한 계곡으로 합수된 계곡을 구수계곡(九水溪谷)이라 부른다. 옛날 전설에 의하면 봉화사람이 덕구온천 원탕에 갔다가 매봉산 분수령을 따라 길을 걷다가 길을 잃고 이곳에서 경관이 좋아 머루, 다래를 따먹고 세월을 보내다 갔다는 말이 구전 되고 있다. 구수곡의 아홉골(九谷)은 용문터골, 제단골, 엔기골, 끔억 솔골, 옻밭골, 옹달골, 보수골, 작은 구소골 등 아홉골이 합쳐져서 흐른다. 이 구수골의 경치는 티없는 맑은 물이 청산의 그림자를 담아 흐르고 있는데 그 안에 용소(龍沼) 선녀소(仙女沼)와 물 아래 깔린돌이 자아낸 그림같은 경관은 장관을 이루고 있다.◇통고산 자연휴양림높이 1,067m의. 통고산은 태백산맥의 지맥인 중앙산맥에 위치하며 그 북부를 이룬다. 산세가 웅장하고 넓게 펼쳐지며 산정에는 평탄한 면이 남아 있다.태백산맥의 명승지인 불영계곡 상류에 위치한 통고산 자연휴양림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계곡의 바닥과 양쪽 절벽에는 흰빛을 띠는 화강암이 풍화되어 장관을 이루고 계곡물이 굽이쳐 흐르며 곳곳에 폭포가 있으며 바위바닥이 파여 각기 모양이 다른 작은 물 항아리를 모아 놓은 듯 하다.통고산(1,067m)정상 에서는 동해 일출을 볼수 있으며. 주위에는 신라 진덕 여왕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불영사와 인근 소광리는 맑은 계곡과 금강송 자생지로 유명하며, 500년생 소나무가 당당함을 자랑하고 있다.지리적 사회적 특성 금강소나무와 향토 활엽수가 단풍으로 물들이고 있어 가을철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통고산 해발(1067m)에서 발원되는 심미골 계곡의 깨끗한 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통고산 등산로와 자연숲관찰로가 최적의 산림 숲 탐방 코스로 자연친화적인 산림문화 휴양시설을 갖춘 다시 찾고 싶은 휴양지로서 관동팔경 불영사계곡, 덕구온천, 백암온천, 동해안 해수욕장과 연계한 관광코스로 3욕(금강소나무 숲 산림욕, 해수욕,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휴양림이다.주변이 포인트 휴양림에서 울진방향으로 20km 지점에 신라 651년(진덕왕5년) 의상대사가 창건하신 부처님 바위상 그림자가 연못에 항상 비친다고 해 불영사라 불리는 사찰이 있고 울진에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천년동굴인 울진 성류굴이 있으며 북쪽방향으로는 전국 최고의 자연용출 온천수인 덕구온천이 있어 온천욕을 즐기고 죽변항에 들러 동해바다의 싱싱함을 자랑하는 회와 소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금강소나무 군락지인 울진 서.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에 들러 일광욕을 한 후 깨끗하고 쾌적한 웰빙휴양지인 통고산에서 1박을 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다./주헌석기자 hsjoo@kbmaeil.com

2012-12-06

철판가공 전문업체서 전기차 사업 진출 새 도약

포항시 청하면 소동리에 있는 철판가공업체인 (주)케이티씨(KTC)가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전기차 제조업과 태양열 축전기 제조업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주식회사 케이티씨(KTC)는 현대중공업 1차 협력 업체로 등록돼 있는 회사로, 그동안 철판가공업체에만 전념해 온 업체다. 전체 5만8천여㎡(1만7천830평) 부지에 최첨단 철판절단 설비를 갖춘 공장동과 사무동이 있으며, 물류와 신항만 접근이 용이한데다 친환경적인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주요 제품은 선박용 철판가공제품으로서, 주 거래업체는 전 세계 최대 선박제조업체인 현대중공업을 비롯, 한성중공업, 원창중공업 등 20여곳에 이른다. 수주실적은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 등에 3만t, 2011년 4만8천t, 2012년에는 현대중공업에만 3만5천t, 그리고 한성중공업, 호진, 대광, 원창중공업 등에 약 1만5천t을 수주해 총 5만t을 수주했다. 매출액도 지난 2010년 29억5천만원에서 2011년에는 57억5천만원으로 늘었다. 케이티씨는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약 10여년간 철판 가공 및 제작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이 약 20여명 근무하고 있어 동종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다. 장비도 최첨단이다. 특히 독일 에삽제품인 프라즈마 3대(1대당 가격 약 5억5천만원)를 포함, 약 40억원 정도의 기계 장비와 시설이 설치돼 있다. 공장 견학을 다녀간 은행직원 및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특히 독일산 프라즈마 절단장비는 절단시 정밀성이 뛰어나고, 불량률이 0 %에 달하는 최첨단장비로서 발주업체들로부터 호평을 받고있다.최근에는 플랜트 사업부를 신설, 산업용 폐수처리 탱크(VESSLE TANK ) 8기를 수주받아 제작완료, 지난 10월에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등 플랜트 수출에도 진출하고 있다.특히 케이티씨는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전기차사업과 태양열충전기 사업에 새롭게 진출할 계획이다.조선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던 회사를 최근 인수한 양승민 대표가 이같은 획기적인 변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케이티씨 회사내 여유부지 약 3천평에다 포항시 최초로 5년에 걸쳐 연구 개발한 전기차 사업 조립라인을 신설한다는 것. 이미 12가지 종류의 다양한 전기차 모델이 개발돼 있지만 먼저 경운기를 대체하는 농승용 전기차, 1t 화물이동 전기차, 청소용 전기차 등 3가지 종류의 전기차를 특화시켜 2013년 3월부터 제조해 내년 한해동안 200억원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또 케이티씨는 태양열에 3~5시간 충전하면 2개의 LED 전구를 36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의 휴대용 태양열 충전기 제조에도 나선다. 이 제품은 이미 개인점포들로부터 약 3만개를 선발주받은 상황이며, 내년 2월부터 케이티씨 공장 내에 생산·조립라인을 신설해 제조·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에는 이 충전기에 USB 단자를 설치, 휴대폰 충전도 가능한 멀티 태양열 충전 제품을 개발해 국내 낚시 동호회와 전기설치가 불편한 지역의 조명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케이티씨는 이처럼 철판 가공·전기차·태양열 축전기 사업 등에서 꾸준한 성장을 통해 3년 후 코스닥에 상장시켜 직원 및 지역주민들과 함께 최고의 회사로 키워나가겠다는 새로운 꿈에 부풀어 있다.중국서 전기차 보고 큰 충격경운기 대체 `농승용` 생산 주력휴대용 태양열 충전기 정식제품 내년 상반기 출시▲ 양승민 (주)케이티씨 대표- (주)케이티씨는 언제, 어떻게 인수하게 됐나?◆ 세계최고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1차 협력업체인 (주)케이티씨에 늘 관심을 가져오던 중 조선경기 침체로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회사인수자를 찾는다는 얘기를 들은게 시작이었다. 지난 2011년 12월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가 지난 9월 재협상을 벌여 11월에 최종 인수하게 됐다. 현재 경영권 전체를 인수해 철판 가공과 절단 사업, 그리고 제가 수년간 진행해 온 전기차와 태양열 충전기 사업을 신사업으로 같이 출범시켜 빠른 시일내에 회사를 재도약시킬 계획이다.-내년도 (주)케이티씨 수주 전망 및 목표는 어떤가.◆ 2013년도에 선박용 철판 가공제품 8만톤 수주를 영업목표로 삼고 있으며, 국내 조선소 영업을 담당해온 우수한 인재를 영입, 수주협상을 벌이고 있다. 철판가공제품 매출액은 75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체 임직원이 다같이 뛰고 있다.- 전기자동차 사업에는 어떻게 진출하게 됐나.◆ 4년전 우연한 기회에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전기오토바이 전용도로에서 소음 하나 없이 쌩쌩 달리는 전기오토바이와 전기차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곧 전기차 시장이 열리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평소 친분이 있는 사장이 전기차 사업을 제안해 왔다.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는 동력 발생원만 다를 뿐 나머지 부품들은 자동차와 모두 동일하다는 걸 알고 이 사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수년 전부터 해오던 식품사업을 후배에게 맡기고, 전기차 사업에 몰두해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를 개발해왔다. 한국에서는 엄청난 개발비에 한계를 느껴 눈을 해외로 돌려 중국의 좋은 파트너를 찾게 됐고, 최근에서야 저희의 첫 시제품들이 완성됐다. 우선 케이티씨 공장내 약 2천평 부지에 조립라인을 준비중이며, 시설투자를 위해 30억원의 자금을 유치중이다.-전기차 제품을 소개하면.◆저희들이 개발한 전기차는 모두 특수목적용 전기차로서 경운기를 대신하는 농승용 전기차, 1t 화물이동 전기차, 리어카 청소부의 짐을 들어주는 청소 전기차, 순찰용 전기차, 투어링 전기차 등이다. 이 가운데 경운기를 대체할 농승용 전기차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경운기는 농어촌에 거의 이동장치로만 사용하고 있으며, 사고율이 높다. 저희는 2인승에 최대 적재 중량 450kg, 1회 충전으로 60km 달릴 수 있는 제품이다. 중요한 것은 4륜구동으로 밧데리 효율은 유지하면서 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제품을 완성단계에 있다.-판로 확보는 돼 있나.◆농승용 전기차의 경우 개발과정에서 국내 유명 사찰·농장·양봉업자에 납품을 하여 품질테스트를 완료했고, 이미 150여대의 발주량을 확보하고 있다.-태양열 충전기 사업은 어떤 내용인가.◆휴대용 태양열 충전기는 태양열에 3~5시간 충전해서 LED 등 2개(전구형/막대형)를 36시간 밝힐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각종 스마트폰 충전도 가능하다. 여기에 옵션으로 USB를 사용한 전기제품(5V)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케이티씨 공장내 약 500평 부지에 조립라인을 준비중이며 정식제품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김명득기자

2012-12-06

大學 커리큘럼 3업(취업·창업·학업) 초점… “창의적 실무인재 육성 메카”

대학의 사회적 책무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인재를 길러 사회에 공급하는 것으로 영역을 지역사회로 국한한다면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인재 양성`이 지역대학의 주요 교육목표가 될 수 있다.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실무인재 양성을 교육목표로 2013년 개교 50주년을 맞은 경일대는 그동안 6만여 명의 동문을 배출했다.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경일대 정현태 총장은 대학의 포지션에 맞는 특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도 필요하지만, 기업체의 수요에 맞춘 실무교육중심대학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역설한다.경일대 특성화 전략은 창의적 실무인재를 공급하는 메카가 되는 것으로 대학 커리큘럼을 `3업(취업·창업·학업)`에 초점을 두며 기업체와 활발하게 산학협정이나 MOU를 체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취업률 60.4% 대구권 대학 1위경일대가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이 `우수교원 초빙`으로 잘 가르치는 스승이야말로 교육의 근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정 총장 취임 후 2년간 100명의 전임교원을 확보해 교수확보율을 전국 최고 수준인 90% 선까지 끌어올려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5.8명으로 대구·경북에서 가장 낮다. 즉 교수 한 명이 지도하는 학생 수가 가장 적기 때문에 학업, 진로, 취업 등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밀착지도가 가능하다. 이는 곧바로 취업률 상승으로 나타나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대학 취업률 조사에서 60.4%로 대구권 대학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방학 기간에 영국, 미국, 필리핀 등지로 어학연수단과 해외봉사단, 테마별 문화체험단 등을 파견하고 중소기업 체험과정 운영, 교내 무료 토익강좌 개설, 취업·진로·리더십캠프 운영 등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개발해온 결과이다.또 취업박람회를 `채용면접 로드쇼`로 개편해 기존의 보여주기 취업박람회를 탈피해 지역 우수기업에 취업대상 학생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사전에 보내 1차 심사 후 현장면접, 채용이 이루어지도록 바꾼 결과 현장취업이 2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는 취업의 질을 좌우하는 취업유지율도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로 나타났다.◆다양한 국비지원 사업 수주 및 진행 경일대가 최근 수주했거나 진행 중인 국비지원 사업을 살펴보면 그간의 발전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교육과학기술부와 고용노동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에서 다양한 국비지원 사업을 수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다.소방방재청의 290억원 초대형 사업인 `특수재난 현장 긴급대응기술개발사업`을 비롯해 중소기업청의 `창업선도대학` 사업은 경북권을 대표해 선정됐다.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의 `공학교육혁신센터 지원사업`, 산학협동재단 주관 `산학협동교육활성화 사업`, 중소기업청의 `앱(App) 창업전문기관`에도 선정됐다.기존에 계속해온 고용노동부의 HRD사업과 지식경제부의 RIC사업은 초대형 국고지원 사업이다.◆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기관평가` 인증 획득이처럼 수많은 국비지원 사업과 각종 수상실적 중에서 가장 탁월한 것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대학기관평가 인증`이다.그동안 경일대의 교육인프라 확충과 우수교원 초빙, 학생중심의 대학경영 등을 종합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교수확보율과 취업률, 학생 충원율 등 54개 항목의 엄격한 평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경일대의 교육인프라 수준의 어느정도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특히 시행 첫해에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학교법인의 지속적인 투자와 대학의 학생중심 경영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자평하고 있다.전국적으로는 서울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양대 등이 인증을 받았고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일대와 포스텍, 한동대가 인증을 받았다.◆호텔수성에 대구교육관 개소, 최고경영자과정 등 운영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연 수성호텔에 경일대 대구교육관을 개소해 IGM 최고경영자 과정을 비롯해 산업경영대학원, 보건복지대학원의 최고위과정, 각종 전문기술 교육과정 등 경일대의 우수교수진을 총망라한 강좌를 운영 중이다.지역사회 봉사라는 교육이념에 걸맞게 대구·경북 오피니언리더들을 위한 고품격 강좌로 모든 강좌가 빈자리 하나 없이 운영 중이다.대구교육관 외에도 경주 강동면 천북산업단지 내에 1만 4천㎡ 부지에 현장밀착형 `경일대학교 산학캠퍼스-경주`를 조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제2생활관 완공으로 기숙사 수용률 35%까지 증대경일대는 2013년에 건학 50주년을 맞이한다.50주년 기념사업 역시 떠들썩하게 큰 잔치를 벌이기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예정으로 기념식과 동문 모교방문의 날, 50년사 발간 등 꼭 필요한 기념사업으로 국한하되, 현재 건설 중인 제2생활관의 완공으로 화룡점정을 찍을 계획이다.경일대 기숙사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BTL이나 BTO 방식이 아닌 자력으로 건축 중으로 BTL방식 기숙사는 입주비가 학생 1인당 연간 300만원 가까이 되지만 경일대 기숙사는 연간 170만원의 입주비만으로 가능하다. 또 제2생활관이 완공되면 대구지역 학생에게도 기숙사를 배정해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면학분위기를 제공할 계획으로 이는 지역대학 중 최고인 기숙사 수용률 35%이기에 가능하다.정현태 총장은 “경일대학교가 지난 50여 년 동안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온 것은 설립자와 법인의 확고한 교육이념의 토대 위에서 교수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대학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법인과 대학본부, 그리고 교직원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망도 밝다”고 강조했다.◆사회봉사교과목과 생명윤리 교양필수 전교생의 사회봉사 의무화를 위해 사회봉사교과목을 교양필수로 지정하고 한 학기 평균 6시간의 기초교육과 평가, 26시간(주당 2시간 이상) 이상의 봉사활동을 수행해야 졸업할 수 있다.신입생은 노력봉사 등 기초 봉사에 주력하고 재학생은 전공연계 방식의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게 된다.경일대는 학생들의 봉사활동 장려를 위해 이를 지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사회봉사센터를 개설하고 박사급 전문 사회복지사를 배치했으며 사회봉사센터는 각 전공학과 교수의 지원 아래 전공과 연계된 준 전문적 봉사활동을 제공하며 지역사회 및 기관, 사회복지기관 등에 실제적 도움을 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또 전국 최초로 생명윤리를 교양필수로 지정해 대학에서조차 만연한 사회적 윤리의식 불감증을 해결하고 있다.지난 3월 교양과정을 개편해 현대생명윤리, 공학윤리, KIU학습생활윤리 등을 1학점 교양필수로 지정해 재학생이 이수하도록 하고 신입생은 한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대부분 대학이 학생의 취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학, 컴퓨터 관련 강좌만 교양필수로 지정하거나 윤리강좌를 교양선택으로 개설하더라도 수강인원 미달로 폐강이 속출하는 윤리교육 홀대를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을 내린 것이다.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12-12-03

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22)

사람은 자신이 먹는 음식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심성에 따라 음식을 선택하는 이치를 보면 식성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를 따지기 어려운 것과 같다. 경북동해안은 지리적으로 내륙과 바다가 조화된 곳이다. 따라서 그 먹을 거리도 농임수산물이 그 종류와 양에서 풍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리법은 다양한 재료의 특징과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가공은 최소화하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경북동해안 토속 음식의 정체성인 질박함의 배경에는 수행과 절제를 중요시하는 불교의 음식관, 음식에 초연하고 체면을 중요시한 유교의 전통이 가미돼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한술 퍼뜩 뜨고 노동에 나서야`하는 변방 민중들의 곤궁한 삶과 단순투박한 영남인의 기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글 싣는 순서4부=역동적 삶의 터전, 경북동해안21) 모여서 되찾는 삶의 의욕- 민속22) 바다로 달려간 밥상- 음식23) 구비 마다 세겨진 인물 이야기24) 부활하는 연오랑 세오녀25) 변방의 부활은 창대할지니- 에필로그□ 궁벽한 벽지의 음식들`승정원일기`에는 인조 3년(1625) 8월 18일 조에 가난한 백성을 위해 세금을 거두어 보내지 않고 스스로 조정으로 부터 문책 받기를 자처하는 장기 수령의 기록이 실려 있다. 백성이 먹고 살기에도 어려운 현실을 파악한 장기현감이 왕실 몫으로 배당된 어전, 지금의 정치망에 부여된 어전세 징수를 포기하자 관청이 문책을 요구하며 계(啓)를 올린 것이다.앞서 세종 27년(1445) 10월에는 장기 일대에 유례 없는 흉년이 들어 곡식을 수확할 수 없었다. 보다 못한 경상도 관찰사 이계린이 세금을 감해달라는 상소를 올렸으나 왕이 답(회보)하지 않았다는 의외의 기록이 나온다.이처럼 자연재해와 수탈의 시련 속에 피폐할 대로 피폐한 변방 민중들의 삶은 다산 정약용이 1801년 첫 유배지 장기에서 지은 `기성잡시` 27수에도 잘 묘사돼 있다.`새로 짠 생선기름 온 집안이 비린 냄새/ 들깨도 안 심는데 참깨가 있을쏜가/ 김 무침 접시에선 머리카락 끌려나오고 / 가마솥에 지은 돌벼밥 모래가 있네 그려`. □ 포항 물회와 과메기, 밥식혜이제는 고급음식이지만 물회는 거친 바다에 붙박혀 살아야 하는 가난한 어민들의 음식이었다. 이른 새벽 그물을 걷는 힘겨운 노동에 시달린 어부의 헛헛한 속은 집에서 챙겨온 고추장에 막잡은 생선회를 버물려 물에 말아 삼키지 않으면 감당하기란 어려웠다.물횟감의 생선은 원래 도다리처럼 양념이 잘 배어드는 것이 선호되므로 요즘 자주 등장하는 오징어는 제격이라고 볼 수 없다. 양념도 원형질의 포항물회라면 차라리 배를 안 넣을 지라도 첫술에 정수리가 찡할 만큼 맵디매운 고추장이 빠져서는 안 된다. 최근 몇년간 포항시가 인증해 개점한 서울지역 회식당의 포항물회는 도시 사람들의 미각에 맞춰 개량한 조리법이다.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볼겸 이곳을 찾은 포항 출향인들이 `맹탕`이라고 발길을 돌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포항 현지에서 물회를 맛본 외지의 초심자들은 위장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맛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다.포항에서 전국, 아니 세계로 뻗어나간 향토음식의 대표는 단연 과메기다. 이제는 `관목어`라는 어원의 유례, 꽁치 이전에 청어를 썼다는 이력, 맛 있게 즐기는 법 따위는 너무 알려져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게 됐다. 단지 문헌 상의 기록 정도가 아직은 덜 알려져 있어 소개해본다.`영일만의 토속식품 중 조선시대 진상품으로 선정된 식품은 영일과 장기 등 두 곳에서만 생산된 천연가공의 관목청어뿐이다.`경상도읍지(1832년), 영남읍지(1871년)`매년 겨울이면 청어가 맨 먼저 주진(注津, 영일만 하구)에서 잡힌다고 하는데 먼저 이를 나라에 진헌한 다음에야 모든 읍에서 고기잡이를 시작했다. 잡히는 것이 많고 적음으로 그해의 풍흉을 짐작했다.`동국여지승람 영일현 편`청어는 연기에 그을려 부패를 방지하는데 이를 연관목(煙貫目)이라 한다.`이규경(1788-?)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말린 고기를 오래 두려면 연기를 띄어 말리면 고기에 벌레가 안 난다.`음식디미방(1670년경) `비웃 말린 것을 세상에서 흔히들 관목이라 하니 잘못 부름이요, 정작 관목은 비웃(청어)을 들어 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하여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려 쓰며 그 맛이 기이하다.`규합총서(閨閤叢書,1815년) 이들 음식 외에 동해안 지방의 겨울철 대표 음식인 밥식혜도 빠트릴 수 없다.주로 흰살 생선인 홑데기(횟대), 아지(전갱이), 오징어, 가자미 등을 재료로 하며 토막낸 고기에 찹쌀과 무, 배, 고춧가루를 버무려 항아리에 넣고 며칠 푹 삭혀 먹는 음식이다. 원래 이북에서 남하한 음식으로 전해지며 포항에는 10~20년 전 까지도 고추가루를 뺀 흰 밥식혜가 담가져 주로 명절이나 제사상에 올랐으나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 영덕의 대게와 은어, 꽁치젓포항이 전국적으로 최대산지이지만 영덕의 대표 특산물은 역시 대게이다. 찜과 탕으로 주로 조리해 먹으며 회는 물론 겨울철 제철에는 다리살의 껍질을 갈라 기름장을 발라 굽기도 한다.또 오십천과 영해 송천(松川)의 은어는 명물로서 조선시대에 진상했으며 요즘 들어 훈제가공돼 유통되기도 한다.어촌에서는 조석찬으로 잔생선이 상용화 돼 농촌에 비하면 단백질 자원이 풍부하다. 대게 생선을 날 것으로 한 회와 간장, 막장, 고추장 등에 지진 지짐요리 등이 보통이고 젓을 담아 쓰기도 한다. 재료는 멸치 보다 꽁치젓을 많이 쓴다. 또 꽁치를 삶거나 쪄서 걸러 채소와 함께 끓인 `집을 풀어 끓인 국`은 별미이다. 일상식으로는 노물리 등 어촌에서 장국을 끓이다 날김을 넣고 끓인 생김국이 유명하다.나물류 가운데 도라지와 부추, 고비와 무나물 등은 일상적 반찬이며 어촌에서는 생미역과 파래, 청각 등 나물을 상용한다. 청각은 삶거나 날 것으로 마늘, 고추가루, 기름, 장에 무쳐 먹는데 건조하면 저장성이 좋아 날이 흐릴 경우 하루 이틀 땅에 묻어두면 푸른색이 유지되고 잘 상하지 않는다.장류 가운데 등계(겨)장은 시금장 또는 겨장이라고도 한다. 보리를 찧을 때 나오는 고운 속가루(속겨)를 익반죽하여 김을 올려 찐 다음 뭉쳐 불에 굽는다.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는 젓갈은 영덕에서는 꽁치젓과 오징어젓 외에도 대구알 식혜, 백합젓, 방어젓, 광어젓, 갈치젓, 조기젓 등을 담가 저장하고 생굴은 소금에만 절이며 고춧가루를 넣는 어리굴젓은 이 지역에서는 드물다. 새우젓도 마찬가지며 노물리 등에서는 성게젓도 유명하다.□ `대두박`, `꾹죽`으로 견딘 울진산이 깊은 울진의 밥류는 주로 보리와 조가 차지했으며 감자와 고구마를 섞어먹는 범벅류도 흔했다. 대두박은 주로 민가에서 해먹었으며 콩기름을 짠 나머지 찌꺼기를 밀기울과 함께 끓여 먹던 밥이다. 공출이 심했던 30년 이후 일제강점기를 견딜 수 있었던 열악한 음식으로 기억되고 있다. 꾹죽은 민가에서 가장 널리 분포됐던 주식의 하나로 쌀이나 보리에 씨래기와 된장, 멸치 등을 넣어 푹 끓여 주로 어촌에서 흔했다.울진에서는 양념간장을 `뀌미`라 하는데 집간장에 고춧가루, 깨볶음, 파, 고추, 마늘 등을 섞어 칼국수의 간을 맞춘다. `찌지개`라 부르는 찌게는 주로 꽁치, 고등어, 가자미 등을 선호하며 영덕과 비슷하게 고등어와 꽁치를 토란, 고사리와 함께 끓여 고춧가루,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생선장국인 `고등어(꽁치) 느리미`도 유명하다.젓갈류 가운데 명태 아가미를 재료로 `순태기 식혜`를 만들기도 했다.울진은 이밖에 태백산맥과 연접한 특성으로 인해 송이버섯 등 임산물을 활용한 특산물과 향토음식도 유명하다.□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2-12-03

그리스 미케네왕국 王 트로이전쟁의 주인공 아가멤논 `황금마스크`

그리스로 출발하기 전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스 신화`, `그리스 미술`, `그리스 문명`, `그리스인 조르바` 등 넘긴 책을 곁에 두니 제법 많다. 여행 후 다시 넘겨보기 시작한 책이 호머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다. 아무래도 여행하면서 보았던 그리스 문명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다.일리아드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 아가멤논이 있다.위대한 황금 예술의 전형을 볼 수 있는 황금마스크의 주인. `아가멤논!`트로이 전쟁의 총사령관 `아가멤논!` 우리 일행은 지금 아가멤논의 유물이 발굴된 미케네로 간다. 미케네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고대 성채로 코린트에서 48km 거리다. 길은 아크로코린트 우측으로 뚫렸다. 그 우측 산비탈 자락에는 끝없는 수평선에 걸린 빨래처럼 이야기가 걸려있다.시지프의 신화다. 바위덩어리를 산꼭대기까지 이고가면 그것이 굴러 떨어져 다시 이고 올라가야만 하는 시지프. 금세 시지프가 오르는 신화의 산자락이 달리는 차 뒤쪽으로 사라진다.미케네 주차장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찾은 곳은 벌집형 무덤 `아트레우스의 무덤(또는 금고,金庫)`였다. 벌집형이라는 것은 벌의 애벌레가 부화하기 전 머물던 집의 형태로 무덤이 그와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들어가는 입구 연도 양 옆으로 거대한 돌을 쌓았다. 긴 것과 작은 것을 절묘하게 섞어 쌓았을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긴 돌을 밖으로 뻗게 하여(안 보이지만) 안쪽으로 넘어지는 것도 방지했다. 둥근 사일로 형태의 내부로 들어가니 침침하다. 밖과 안의 조도가 달라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자 돌덩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온다.대단한 건축술이다. 13.2m 높이에 지름 14.5m의 원형으로 돌을 33단 쌓은 다음 천장은 돔형으로 만들었다. 그 모든 형태가 치밀한 수학적 계산 없이는 건축하기 힘든 기하학 건축이다. 즉 천장이 바닥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밖에서부터 안쪽으로 원을 그리듯 둥글게 돌을 올려 중앙엔 하나의 돌로 마감했다. 긴 밤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들 회전하는 모습을 긴 노출로 찍은 사진처럼 말이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올려보면 별들의 움직임이 천장에 있는 느낌이다. 천장(天障)이며 천정(天井)이다. 빗물이 안으로 새지 않도록 방수도 완벽하다. 돔형이기 때문에 안에서 이야기하면 상대편의 소리가 확산되듯 울린다. 한쪽으로 또 하나는 작은 공간이 뚫려있는데 그곳에선 많은 보물을 발견했다. 도굴꾼이 그 공간엔 손을 대지 못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지만 그 형태는 전혀 다르다. 이런 건축물을 기원전 14~13세기 경에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트레우스의 무덤을 본 우리는 산으로 뚫린 미케네 성터로 향했다. 난공불락의 철벽 옹성이다. 왼편으로 바위를 깎아 높은 담장을 쌓고, 성채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엔 `사자(獅子)의 문`을 만들었다.`사자의 문`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물이다. 두 개의 기둥 주춧돌을 놓고 그 위 3.1m 길이의 수평 상석을 올렸다. 수평 상석 위 한 덩어리의 돌로 조각한 사자 두 마리가 가운데 기둥을 붙잡고 있다. 기둥은 미케네 궁궐을, 즉 사자 두 마리가 미케네 궁궐을 보호하는 모습이다. 이 역시 기원전 13세기 경에 세워진 것으로 성벽으로 향하는 사람을 쳐다보며 침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상징물이다. `사자의 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아트레우스의 무덤`처럼 생긴 또 다른 무덤이 보인다. 1876년 독일인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이 발굴한 무덤이다. 그는 이곳에서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를 발견했다.슐리만은 어린 시절부터 호메로스의`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탐독했는데 그는 트로이 전쟁의 주인공 `아가멤논`은 허구가 아닌 실제 인물이라고 믿었다.사업을 시작한 슐리만은 36세까지 큰 돈을 벌어 고고학에 투자한다. 그가 어느 정도 호메로스에 빠졌는가 하면 자신의 아이들 이름을 일리아드에 나오는 안드로마케와 아가멤논으로 지을 정도였다. 그는 1870년 트로이를 발굴하고, 1876년 미케네에서 서른네 개의 갱도를 팠다. 그 중에서 아가멤논의 황금 마스크를 발굴한 것이다. 호머의 `일리아드`주인공 아가멤논은 고대 그리스 왕국 미케네의 왕이다.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여 10년 동안 전쟁을 치렀다. 아가멤논 왕이 전쟁을 지휘하기 위해 왕궁을 비운 사이,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Clytemnestra)는 아이기스토스(Aegisthus)와 불륜을 저지른다. 갖은 고생 끝에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아가멤논이 미케네의 왕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마음은 아가멤논을 떠난 상태였다.왕비는 애인 아이기스토스와 음모를 꾸며 환영식에서 아가멤논을 죽인다.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심리학자 칼융에 의해 `엘렉트라 콤플렉스`란 용어로 탄생한다.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으면서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질투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즉 아가멤논에겐 엘렉트라라는 딸이 있었는데 엘렉트라는 남동생 오레스테스(Orestes)와 공모하여 아버지의 원한(아버지 아가멤논을 죽인 엄마와 아이기스토스를 살해)을 갚는다.우린 성안으로 들어가면서 사방을 둘러봤다. 우리나라의 시골 뒷동산 같은 높이로 삼각형을 눕힌 것 같은 성채는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리적 위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산 밑으로 넓은 들이 보이고, 먼 곳엔 바다가 있다. 동편의 에우보에 산과 이어지는 부분이 직각에 가까운 암벽으로 쉬이 접근할 수 없다. 이런 곳에 성을 쌓고, 문명을 일궜다는 것은 그 만큼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며 고유의 문명을 지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성에 얽힌 신화 한 도막도 빠뜨릴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가 성채를 쌓았다는 속설인데 기원전 1,350년 전에 쌓은 세계최초의 성벽이라고 한다.비탈길을 오르자 왕궁터가 펼쳐진다. 한국, 중국, 일본의 궁궐처럼 넓은 평지가 아니다보니 넓은 편은 아니다. 왕궁터 주변에 쌓은 오래된 석축엔 여름 햇살이 쌓이고 있다. 왕궁터 뒤쪽으로 오르자 옛날 사람이 살던 집터가 보인다. 황금을 다루고, 그릇을 빚고, 장롱을 만든 각 분야의 장인들이 살던 곳이다. 동북쪽 끝부분에 우물터가 있다. 지하도를 따라 내려가면 그 옛날 물을 보관하던 물 창고를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성에서 필요한 물을 공급한다는 것은 식량만큼이나 중요했을 것이다.북문까지 살펴본 우리 일행이 찾은 곳은 그곳에서 발굴한 물건을 전시하는 북쪽 산비탈 박물관이었다. 기원전 16세기에서 11세기까지의 유물을 오밀조밀하게 전시하고 있다. 장인들이 살던 곳에서 발굴한 채색 토기를 비롯하여, 초기 그리스어를 나타내는 점토판도 있다. 유물을 둘러보던 내가 멈춘 곳은 `아트레우스의 무덤`에서 출토된 물건을 전시한 방이었다. 황금 마스크, 황금 목걸이, 황금 귀걸이, 황금 팔찌 등 많은 금세공 유물이 있다. 기원전 14세기 만든 것이란 생각이 안 든다. 며칠 전 만든 느낌이다. 황금 색깔을 보며 정말 변하지 않는 것은 흔한 사랑이 아니라 황금이란 생각까지 든다. 이곳에서 출토된 많은 것들은 이곳뿐만 아니라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에도 전시하고 있다. 위대한 황금 유물은 사진으로 책자에 모셔져 전 세계로 흩어진다. 민둥산 위 낡은 성채만 있던 곳에서 발굴된 황금유물로 세계 곳곳의 여행객들은 오늘도 미케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계속

2012-11-30

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21)

민속의 사전적 의미는 민중에 의해 역사적으로 전승되어 온 유·무형의 전통적, 보편적 문화를 뜻한다. 따라서 경북동해안의 민속은 해양과 내륙이 만나는 지리적 특성 상 주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반농반어(半農半漁)의 노동과 관련된 내용들이 풍부하다. 민속놀이에 주로 줄다리기 종류가 풍부한 것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월월이청청은 남해안의 강강술래와 비견되는 경북동해안의 독특한 군무(群舞)로서 전승되고 있다. 민속신앙은 동제와 별신제, 기우제 등이 주를 이루는데 날씨에 목숨이 좌우되는 바다 일의 특성 상 샤머니즘도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양식이 됐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한바탕 어울어져 펼치는 놀이 속에서 공동체의 결속은 다져지고 삶의 애환도 삭혀졌다. 글 싣는 순서4부=역동적 삶의 터전, 경북동해안21) 모여서 되찾는 삶의 의욕- 민속22) 바다로 달려간 밥상- 음식23) 구비 마다 세겨진 인물 이야기24) 부활하는 연오랑 세오녀25) 변방의 부활은 창대할지니- 에필로그□많고 많은 줄다리기예로 부터 우리 지역에 전해지는 민속놀이에는 가마싸움, 각시놀이, 고누, 그네뛰기, 깨금발싸움, 꼬리잡기, 낫치기, 널뛰기, 눈놀이, 달맞이, 닭싸움, 돈치기, 돌치기, 두꺼비집짓기, 딱지치기, 땅재먹기, 말타기, 목침찾기놀이, 방아개비놀이, 봉사놀이, 새쫓는놀이, 성냥개비싸움, 소꿉놀이, 소싸움, 수건돌리기, 숨바꼭질, 팽이치기, 풀각시, 풀장난, 버들피리불기, 화전놀이, 화투놀이 등 종류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놀이는 장치기나 줄다리기, 월월이청청 등과 같이 일제 침략기에 탄압을 받아 전승이 단절된 것이 많았다. 또 용케 살아남은 것들도 1970년대 이후 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해 연날리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소멸된 상태다. 대신 고무줄놀이, 줄넘기, 술래잡기, 공기놀이 등 일제침략기에 들어와 정착한 것들도 상당 수가 있다.경북동해안의 민속놀이는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계절성과 내륙과 해안 마을이 차이를 보이는 지역성이 있고, 음악과 무용의 요소가 가미돼 예술적 경지에 이른 놀이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놀이가 발달된 점도 특징의 하나다.이 가운데 모포줄다리기는 남구 장기면 모포2리(칠전마을)에 전승되던 것이 이제 포항을 대표하는 민속놀이로 자리잡았다. 원래 매년 추석날 뇌성산 밑에 있는 밭에서 열리다가 근래 들어 바닷가 백사장으로 옮겼으며 인구가 줄어든 요즈음 들어 큰길에서 열리고 있다. 민속적 가치 때문에 1984년 중요민속자료 제187호로 지정된 모포리의 줄, 일명 칠전 큰줄은 수백년 전부터 당겨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놀이의 유래가 된 장기현감의 현몽 일인 음력 8월 16일에 행해지다가 1982년 이후 사람들이 귀향해 많이 모이는 추석 명절인 8월 15일로 변경됐다.보통 볏짚으로 만드는 줄과 달리 모포줄은 짚에다 칡넝쿨, 구피나무 껍질을 섞고 많은 사람들이 힘 주어 당겨도 끊어지지 않도록 동아줄을 여럿 합쳐 완성품에 사람이 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만큼 굵고, 길이도 하나가 50여m에 이른다. 또 모포줄은 동민의 신앙의 대상이어서 신체(神體)로서 동제당에 보관되며 흔히 암줄을 할매, 수줄을 할배라 하는데 줄을 당기는 8월 보름에는 여기에 줄제라는 제사를 지낸다. 특이한 것은 동쪽이 암줄, 서쪽이 수줄인데 동쪽은 바다 쪽이 되며, 서쪽은 내륙 쪽이 된다. 그래서 암줄인 동부(바다)와 수줄인 서부(육지)가 대결하는데 줄다리기는 암줄과 수줄을 연결시켜야 시작할 수 있다.북구 송라면 화진리 구진마을에는 매년 정월 대보름에 앉은 줄당기기 또는 기줄당기기라고 부르는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암줄과 수줄이 각각 네 가닥으로 돼 좌우의 다리가 네개인 `기`(게의 사투리)를 닮았다고 해 `기줄당기기`라고도 하며 흔히 `동네 할뱃줄`이라고도 부른다. 옛날 이 마을에 2~3년 마다 별신굿을 해왔는데 어느 해에 굿을 하던 무당이 굿판에서 급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를 불길하게 여긴 마을사람들이 점을 보러 갔는데 앞으로 별신굿을 말고 보름날 줄을 당기되 여자들만 해야 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그대로 따르고 있다.이 놀이의 특징은 줄이 게의 형태이므로 게의 붉은 색과 날카로운 발이 귀신을 쫓고 무수한 알은 다산의 상징으로 인식되므로 풍요와 다산, 척사(斥邪)를 기원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삼척이나 울진, 밀양에도 게줄다리기라는 이름의 줄다리기가 있으나 구진마을과는 조금 다르며 특히 앉아서 당기는 예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두 편으로 나눈 줄을 잇는 도구인 고를 남자의 성기에 비유한다면 줄다리기에서 여성들이 고를 줄에 끼우는 것은 성행위에 비유된다. 여자들은 이 고를 쟁취하기 위해 힘을 겨루는데 앉아서 하는 줄다리기는 성행위의 상징으로 추측된다.이긴 편이 고를 메고 마을을 돌며 춤을 추는 것은 억눌려 왔던 여성의 성적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로 분석되기도 한다.울진에서는 월송큰줄댕기기와 죽변 후정 기줄댕기기, 평해 직산 기줄댕기기가 대표적이며 평해 월송마을과 후정리의 경우 큰줄이 행해지기 전에 아이들의 `애기줄``골목줄`이 벌어진다.□일제가 탄압한 월월이청청월월이청청은 영덕을 중심으로 남으로는 포항, 북으로는 울진 후포읍까지 분포됐으며 1930년대까지는 성행했으나 일제 말기에 거의 중단됐다. 남해안의 강강술래와 같이 정월 보름날이나 팔월 한가위 달밤에 부녀자들이 하는 집단 군무이다. 포항에서는 청하면과 흥해읍, 동해면 등 해안마을에서 주로 이뤄졌다. 발생시기는 기록이 없어 정확한 추정이 불가능하나 수백년 전일 것으로 짐작된다.노래는 선창자가 `달아달아 밝은 달아`하고 앞소리를 매기면 후창자가 `월월이청청`하고 후렴을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1970년대부터 21세기가 시작된 무렵까지의 우리 시단에서 최고의 민중시인으로 꼽히는 신경림 시인의 시집에 실린 `달넘세`는 동해안에 전승돼 온 민속놀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창작된 것이다.`넘어가세 넘어가세 논둑밭둑 넘어가세/ 드난살이 모진 설움 조롱박에 주워담고/ 아픔 깊어지거들랑 어깨춤 더 흥겹게/ 넘어가세 넘어가세 얽히고설킨 인연/ 명주 끊듯 끊어내고 새 세월 새 세상엔 새 인연이 있으리니/ 넘어가세 넘어가세 언덕 다시 넘어가세/어르고 으르는 말 귓전으로 넘겨치고/으깨지고 깨어진 손 서로 끌고 잡고 가세/ 넘어가세 넘어가세 크고 큰 산 넘어가세/ 버릴 것은 버리고 챙길 것은 챙기고/ 디딜 것은 디디고 밟을 것은 밟으면서/ 넘어가세 넘어가세 세상 끝까지 넘어가세` □ 동해안 전역에 걸친 별신제별신제는 동해안과 남해안 지역에서 무당이 굿거리로 행하는 마을제사를 말한다.이 별신제를 사제하는 무당은 마을과 혈연이나 지연적으로 무관하며 전문적인 직업무들이다. `별신`이라는 이름의 제의(祭儀)는 안동시 하회마을 같은 일부 내륙지방에서도 행해지고 있지만 풍어기원제로서의 별제는 동해안과 남해안의 별신제를 한정하는 이름이다.현재 동해안에서 볼 수 있는 별신제는 사실상 별신굿이다. 근래에 와서 풍어제라는 명칭이 붙으면서 어촌의 풍어기원제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동해안 지역서는 위로 강원도 거진에서 부터 아래로 부산 동래에 이르기까지 마을에 따라 3~10년 간격으로 행해진다. 1980년대 이전까지의 별신제는 계파가 다른 김석출(2005년 작고)과 김영달이 양대 산맥을 이루면서 활동했으나 김영달이 무업을 중단해 중요무형문화재 82호 기능보유자였던 김석출이 주류를 이뤘다.이후 그 계파인 신석남, 이금옥, 송동숙 등이 별도의 사제집단을 이뤄 주제(主祭)하기도 한다.포항에서는 장기면 신창리 죽하마을, 청하면 이가리 등 20여개의 어촌마을에서 3~10년 간격으로 별신제를 지낸다. 울진군의 대표적 무속은 별신굿과 오구굿을 들 수 있다. 직산2리 직고동의 별신굿은 10년마다 열리는 풍어제이다.□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2-11-30

실업자 없는 상주… 제 2농공단지는 신성장 동력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매우 어려운 문제지만 각 지자체가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세계적으로는 유로지역 재정위기가 장기화 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불안한 국면을 맞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감소로 경상수지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상주시는 이러한 여건 아래 지난 2/4분기 경북도 일자리창출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성백영 상주시장으로부터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서민 일자리 창출 실적과 앞으로의 계획은.△상주시는 지난 2/4분기 경상북도 일자리창출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일자리 창출·고용활성화를 위한 고용노동부 영주지청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비롯해 다양한 시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전통디자인 개발 및 교육, 농촌마을관광 비즈니스 전문인력 양성교육 등 지역맞춤형 일자리에 55명, 중소기업인턴사원제 7개소 12명, 청년창업지원 사업 6명, 구마이오토캠핑장, 사벌밥상과 두바퀴여행 등 2개소의 신규 마을기업 육성, 친서민·취약계층 일자리창출 3천173명, 예비사회적기업 발굴 등이 가시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친서민·취약계층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사회적 기업의 확산, 마을기업 육성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으로 다문화여성 공동작업장, 중소기업 취업지원사업 등에 250여명, 공공근로 일자리사업에 180명의 일자리를 창출해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한 삶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희망세상 보호작업장 등 3개소의 사회적기업과 마을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 특화자원을 활용하는 마을기업 2개소를 신규로 육성해 안정적인 소득과 주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계획이다.또 농촌마을 관광비즈니스 전문인력 양성, 전통명주 제품디자인 개발 맞춤형 인력양성, 상주특산물을 이용한 약선 요리 전문인력 양성, 수익성 봉제사업 등 다양한 지역맞춤형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인턴사원제, 청년창업 지원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좋은 아이템과 기술력을 가진 예비 청년창업가를 발굴하고 취업박람회도 내실 있게 개최할 방침이다. -기업유치와 농공단지 활성화 방안은.△상주시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으로 전국 어디나 2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물류와 교통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과 저렴한 부지가격, 적극적인 예산지원, 경북대 상주캠퍼스의 유능한 인재 활용 가능성 등으로 대기업은 물론 많은 중소기업의 입주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대기업, 바이크산업, 친환경중소기업 등 우수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함창 제2농공단지는 현재 분양에 들어갔고 화서 제2농공단지 역시 내년 상반기면 조성이 완료된다.앞으로 공성·공검지역의 신규 일반산업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낙동면 낙동리 일원의 부지 11만1천933㎡에 700억원이 투입돼 유통시설과 상업시설을 갖추게 될 LS네트웍스 물류센터는 2014년에 준공되는데 이 센터가 정상 가동되면 100여명의 고용창출과 더불어 지역경제에도 활력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또 화산동 일원 33만8천655㎡의 부지에 500억원을 들여 물류시설과 도·소매, 공판장, 기타 지원시설 등을 조성하는 상주 종합물류단지도 2014년 준공을 목표로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특히 기업들이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 투자유치 진흥기금을 매년 일정금액씩 적립해 가고 있으며 지역 중소기업의 애로점 해결과 경영여건 개선을 위한 기업체 멘토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운전자금 융자 이자지원, 중소기업 창업 및 경쟁력 강화사업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시책도 펼쳐 입주한 기업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선례를 만들어 갈 것이다. -서민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통시장의 활성화 방안은.△최근 대규모 점포와 SSM 등의 진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시에서는 공성시장 화장실 설치, 함창시장 바닥정비, 중앙시장 주차장 설치, 쉼터조성 등 다양한 현대화 시책을 펼쳐왔다.여기에다 전통시장 활성화 이벤트와 각종 대외 기관단체의 전통시장 장보기 투어, 상인대학운영 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인들의 의식 전환이 중요하다. 상인대학 운영을 비롯해 맞춤형 교육과 벤치마킹도 병행해 의식개혁을 통한 자생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또 연중 지속적으로 전통시장 켐페인과 장보기 행사를 벌이면서 온누리상품권을 판매해 시민들 스스로 전통시장을 애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특히 중앙시장에는 비가림 시설을 설치해 우천시에도 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상주시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의무휴업일 지정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방안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이와는 별도로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137대 규모의 주차장을 조기에 완공해 주차난을 해소하고 깨끗한 시장 이미지를 부각시켜 나갈 방침이다.-상주시의 비전과 시정 운영방침은.△국토의 중심인 상주는 이미 개통된 중부내룩고속도로와 상주-청원간고속도로, 동서남북으로 터진 4차선국도에 이어 2015년 준공예정인 상주-영덕간 고속도로와 함께 상주-영천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상주는 전국을 2시간대에 아우르는 교통결절지가 된다. 이같은 탁월한 접근성을 근거로 상주는 전국에서도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 확신한다.대기업과 바이크, 농기계, 물산업관련 기업을 유치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중심도시로 집중 육성하는 한편 유치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협조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대명제를 완성해 갈 것이다.상주/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2012-11-30

자연환경 그대로 지키며 관광산업 활성화 해답을 찾다

울릉군 `명품녹색 관광섬 건설` 선진국 벤치마킹 현장을 가다울릉군이 세계속의 명품녹색·국제관광휴양섬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릉군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세계 어디서도 접근이 가능한 공항건설이지만 이에 앞서 국제관광지로 발돋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울릉도 자연경관은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어필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마케팅 전략과 함께 편안하고 신속하게 접근이 가능한 관광기반 시설과 개발도 중요하다. 그러나 개발은 항상 자연환경 파괴가 뒤따른다. 따라서 선진국의 대형 관광개발 프로젝트 및 환경 보존사례를 검토해 자연환경을 그대로 지켜가며 관광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과제다.최수일 울릉군수는 이를 위해 선진국의 녹색관광산업 벤치마킹을 위해 직접 나섰다. 최 군수는 군 의원과 문화관광과장, 울릉산악연맹회장, 대구·경북연구원의 울릉군 5개년 개발 용역팀 연구원 박사 3명과 함께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6박8일 일정으로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 유럽선진국을 다녀왔다. ▲선진국 관광산업 벤치마킹이번 선진국 벤치마킹은 친환경정책 추진실태와 관련 현장 비교시찰, 명품 울릉도건설을 위한 중장기 환경섬 조성 전략과 정책방안 모색, 경쟁력 있는 21세기형 친환경 도시의 국제동향분석, 녹색성장, 문화, 생태관광 등 전략 프로젝트사업을 시찰했다. 또 환경도시 성공사례를 통한 친환경 정책 적용사례, 도시구조 및 이벤트, 공원 및 수경시설의 관광자원화 사례견학, 자연경관 관람 등 풍부하고 활성화된 도시의 문화적 토양과 지원 환경 등을 공부했다.이밖에 유적과 광장중심의 문화 이벤트견학과 현장체험, 시민 참여, 이용실태도 점검했다. 또 자연과 역사가 조화되는 공원, 녹지개발 사례 분석 및 도입, 전통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자원화 방안 발굴,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전문 인력 양성, 담당공무원의 국제적 감각 등을 직접 보고 배움으로써 인식전환의 계기가 됐다.▲유럽 선진국의 관광산업 프랑스(la Rpublique franaise) 수도 파리는 연간 9천만 명이 관광객이 찾는 세계 최고 관광 명소이다. 관광자원은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과 승리의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한 고전건축물과 역사,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 울릉도에도 이 같은 대형 랜드마크를 건설,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파리에는 하수박물관이 있다. 파리 세느강 옆 지하로 내려가면 파리 시내에서 유입된 하수와 강물을 정수한 후 중수로 공급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파리 시내에는 전주와 전선을 찾아 볼 수 없다. 모두 이 지하를 통해 전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울릉도는 관광지에서 사진을 촬영하려 해도 전선 등이 가려 방해되는 경우가 많아 좋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파리의 하수시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스위스(Switzerland)는 울릉도보다 험한 산들이 많고 대부분의 높은 산은 백년 설로 덮여 있다. 그러나 정상에는 산악열차와 관광케이블카가 운항되고 있다. 스위스 필라투스산은 해발 2천132m로 성인봉(해발987m)의 2배지만 정상에 호텔까지 있다.산악열차가 운항하는 코스는 평균 경사 45도, 최고 48도에 이른다. 스위스 취리히(Zurich) 필라투스산의 관광지 개발 사례는 울릉도 주요산에 산악열차 케이블카 설치 등 벤치마킹이 필요하다.독일(Germany) 프라이부르크(Frei burg)는 인구 20만명에 자전거가 30만대를 보유하는 있는 세계 최고의 친환경도시다. 원자력발전소가 이 도시에 들어선다는 소문에 전 시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해 무산시킨 뒤 도시의 에너지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후 연구를 거듭하면서 현재는 세계최고 친환경도시로 거듭나 많은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현재 웨이커 복구, 태양전지 제조, 태양전지 모듈 생산 및 시스템 솔루션 생산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프라이부르크시 중 대표적인 생태마을인 버벙(Vaudan)은 지난 1992년까지 주둔했던 프랑스군이 떠나자 시의회에서 재개발해 생태마을로 조성했다. 태양에너지 사용과 자동차 유입 억제, 시민참여가 조화돼 아름다운 생태마을로 조성돼 울릉도가 벤치마킹해야 할 가장 적합한 도시 형태다.독일의 겐슬러 농장은 독일내 농촌 관광 이미지를 구축한 지역이다. 농가에서 휴가(UAF)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국 규모의 조직이 결성돼 있는 관광농장이다.겐슬러 농장은 울릉도 나리분지 정도에 위치해 있고 UN환경보후지구로 지정되면서 관광농장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사보다는 관광객 및 학생들을 유치, 체험 농장을 운영해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어 울릉도의 벤치마킹 모델로 평가됐다. ▲벤치마킹의 성과 울릉도는 자연경관이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하지만 자연경관으로는 외국인 유치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번 울릉도 5개년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대경연구원 박사들이 동행, 다양한 연구를 통해 울릉군이 국제관광 휴양섬, 명품 녹색섬 건설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울릉군은 미래 비전제시 및 중장기 종합발전 전략 마련을 위한 울릉군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주요 선진국 방문을 통해 녹색 성장, 관광, 환경보호, 농업정책 등을 연수 실용적 계획 수립을 위한 트렌트(trend)로 활용할 수 있다.선진국의 환경, 도시기반, 생활상 견학을 통해 울릉군 실정에 맞게 접목시키고 방문국의 문화관광 실태를 분석, 명품 녹색 관광섬으로 부상하는 울릉군의 군정에 반영하는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했다.이번 방문을 통해 선진국의 저탄소녹색성장의 사례, 문화생태관광 전략프로젝트, 스위스 산악열차 및 관광케이블카 운용실태를 파악함으로써 울릉도에 산악열차 및 관광케이블카 도입할 수 있는 길도 찾았다.선진국 환경보호 정책과 시설물 운용실태를 통해 울릉도의 중장기 환경도시계획 및 전략과 정책 방안 모색, 선진 농촌 체험 및 휴양 형 숙박시설, 유기농산물 직판 농장 방문으로 농촌체험관광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특히 이번 방문에서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버벙 생태마을을 조성한 전문가를 울릉도에 초청하기로 약속했다. 이 전문가의 방문을 통해 울릉도에 신재생에너지 및 생태마을 조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2012-11-29

겨울여행 청송자연휴양림·송소고택

겨울철 낭만을 즐기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청송자연휴양림.봄, 여름, 가을, 겨울 제 각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포근함을 간직한 채 산내음 가득히 가슴속에 품어 줄 수 있는 곳이다.청송군 부남면 대전리에 위치한 청송자연휴양림은 봄바람을 타고온 개나리와 함께 푸르름을 더해 가면서 여름에는 신록이, 가을은 아름다운 단풍의 자태가 빛난다.특히 겨울철은 설경의 경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휴양림을 둘러싼 산 허리에는 등산로가 개설돼 숙식과 더불어 간단한 산행과 산책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211ha의 넓은 면적에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잎 향기와 소나무, 그리고 통나무 집으로 구성된 휴양림의 숙박시설과 어울려 겨울철 낭만의 향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휴양림에서 청하는 깊은 잠은 일상생활의 피곤함을 완전히 씻어주며 갓 태어난 새소리와 함께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다.또한 휴양림 주변에 조성해 놓은 산책길은 호젓하게 혼자, 혹은 연인, 가족들끼리 자연을 벗 삼는 트레킹 코스로 정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추억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청송자연휴양림은 지난 1997년 7월 문을 열고 1일 수용인원은 1천여명에 이른다.숙박시설로는 통나무로 곱게 단장한 복합산막 11동과 연수의 집으로 사용되는 숙소, 식당, 회의실, 공동세면장 및 화장실 등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이곳 휴양림의 최고의 즐길 거리로는 등산로다.청송휴양림의 등산로는 일반등산로와는 달리 그렇게 난코스는 아니며 가족과 함께 휴양림을 둘러싸고 있는 산 정상부를 등산할 수 있다.여기에는 등산화와 등산복이 한결 가볍고 약 1km의 산길을 걸을 수 있다.휴양림의 별미는 무엇보다 삼림욕이다. 이곳 휴양림에서의 삼림욕은 따로 없다.휴양림 전체가 숲으로 이뤄져 있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특히 휴양림 초입에서부터 산허리를 감아 도는 등산로는 산책을 하기에 좋으며 휴양림 군데군데를 가로 길러 등산로가 꾸며져 있어 가족과 연인과 함께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숲의 공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상식을 넘어 과학적 연구결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정유물질을 뿜어내는 숲 주의 1m내에는 세균이 거의 없고 신선한 떡갈나무나 자작나무의 잎을 잘라 그곳에 결핵균이나 대장균을 투입하면 몇 분 안에 죽고 만다.생선회와 마늘은 함께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며 솔잎을 넣어 찐 송편은 쉽게 쉬지 않는 등 이러한 정유물질은 우리의 식생활에도 많은 부분이 이용되고 있다.또 삼림욕이 중환자의 병을 고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정유성분의 농도가 높으면 거담 강장 및 통변의 효과가 크며 공기 중 작은 먼지가 정유성분과 함께 호흡할 경우 먼지의 81%가 정화되는 등 심폐기능 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또한 어린이들에게는 숲이 자연의 신선한 공간을 제공하므로 성격개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평소 가족의 건강이나 본인의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주위의 가까운 숲이나 산림욕장으로 조성되어 있는 자연휴양림으로 발길을 돌려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이곳에서 마음껏 자연의 내음을 쐬이고 맡아 보는 것도 현대인의 스트레스나 공해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가족 간에 더욱 공고한 유대를 갖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송소고택청송자연휴양림에서의 겨울철 낭만을 마음껏 누렸다면 주변 고택체험으로 피로를 달래주는 것도 괜찮다.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위치한 송소고택.99칸(7동) 청송 심부자의 송소고택은 체험을 한 관광객들은 편안하고 아늑하고 고향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한번 찾고 싶다고들 한다.반질반질한 마루와 뒤뜰의 장독대, 낯익은 꽃과 나무들이 삶 자체의 모습이고 고향의 정서가 듬뿍 담긴 고택이다.송소고택은 조선시대 영조 때 만석을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에 이거하면서 지었다고 전해진다.지난 1880년께 건립된 송소고택은 큰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크고 화려한 건물로 주인이 거처하는 곳이다.우측에는 작은 사랑이 있고 그 뒤로 안채가 있다.고택 전체는 `ㅁ`자형의 남동향집으로 장대하고 격식을 갖추고 있으며 각 채에는 독립된 마당이 있다.현대인의 구조와는 다르지만 이곳 송소고택에서는 다소 불편함도 있지만 한옥에서의 흙냄새와 환한 달빛을 지붕삼아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도 겨울 여행의 또 다른 멋이 될 것이다.청송/김종철기자kjc2476@kbmaeil.com

2012-11-29

현장중심 직업교육·전문인력 양성 특성화 大學

대경대학은 2013학년도 입시에서 1천928명을 각 학과 단위별로 모집하며 수시 1·2·3차에서 전체 입학정원의 75%인 1천449명을 선발한다. 1, 2차 정시를 통해 110명(5%)을, 대학의 특성화 교육 환경과 맞물리는 창의적인 인재를 위해 입학사정관제로 전형의 20%를 선발한다. 또 입학 후 1학기를 마치고 적성을 고려해 전공 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했다.3차 수시모집은 오는 27일까지, 정시모집 1차는 12월 21일부터 2013년 1월 18일까지, 정시 2차 모집은 2013년 1월 21일부터 3월 2일까지 모집한다.전체 36개 전공학과 학부 중 5개 학과 이상이 국내 및 해외대학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학과를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개설해 성공적인 직업교육과 특성화 교육환경을 열어가고 있다. △세계직업교육의 리더 양성대경대학의 교육목표는 `세계직업교육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다.올해 개교 20주년인 대경대는 전문인을 양성하고자 철저한 실무중심으로 직업교육 캠퍼스 환경을 마련해 현장에 강한 대학으로 평가받으며 예능, 예술, 문화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대학설립 초기부터 연극, 영화, 방송, 뮤지컬과를 개설하고 현장출신의 교수들을 대거 캠퍼스로 영입해 지역에서 가장 먼저 특성화 캠퍼스 환경을 만들었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뮤지컬과는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전국대학생 뮤지컬 경연대회 부문에서 `페임`으로 금상(1위)을 받는 등 특성화의 분명한 색깔을 찾았다.대학 관계자는 “문화, 예술, 예능 분야의 모든 교육환경이 대학 특성에 맞도록 설계되어 있어 가능한 것으로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며 “관련 학과들이 각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대경대학만의 특성화 교육이 정착한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전공 체험프로그램 개방과 특성화 교육대경대학은 이러한 장점을 내세워 모든 관련 학과를 외부에서 체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방하고 있다.유아, 어린이, 중. 고생, 외국인 관광객과 일반인 등 연간 2천여명 이상이 대학에서 제공하는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향수체험관을 지난 5월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학생이 재배한 포도를 와인으로 만들며 숙성시키는 공간인 `DK 와이너리`를 세계의 와인을 시음하며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했다.집중교육을 위해 도입한 슈퍼학점제도 뿌리를 내리며 특성화 교육에 일조하고 있다.슈퍼학점제는 연극연출방송학부와 뷰티디자인학부, 호텔조리학부에 시행된다. 전공 교수 3인 이상이 수업에 참여해 집중교육을 하는 제도로 수업의 테마는 전공자들이 설정하며 8시간 이상을 이수하면 5학점이 주어진다.대경대학의 독창적인 교육 패턴은 4년제 대학하고는 확연하게 다른 점이 특징이다.뷰티, 헤어, 호텔조리, 호텔매니지먼트 등의 학과는 해당 실습실에서 외부 손님을 맞고 운영과 경영, 전문성을 익히고 있다.이처럼 문화·예술·예능 특성화 교육과 직업교육을 목표로 하는 사회실무계열, 보건계열 등 특화중심의 교육은 수도권에도 잘 알려져 재학생 48%가 서울, 경기권에서 지원하고 있다.“수년 전만 해도 대구·경북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 예술학과들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해마다 대구· 경북으로 역 지원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처럼 경쟁력을 가졌다.대경대학의 특성화 교육은 산학 일체형 교육인 CO-OP, 슈퍼학점제, 학내기업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먼저 CO-OP 교육은 재학생이 산업·기업현장에 참여해 현장업무를 습득하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으로 기업 입사 후 유연하게 업무에 임할 수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학내기업은 기업의 환경을 캠퍼스 내에서 흡수하며 적응력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고 전문적인 학습과 현장 분위기를 살리고 소득도 올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뷰티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운영하는 `TK 미용실`은 언제나 손님으로 넘쳐나고 호텔 조리학과와 호텔 매니지먼트학과 재학생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42번가 레스토랑도 음식조리는 호텔 조리학과 학생이, 음식 서빙과 손님 접대는 호텔 매니지먼트 학생들이 맡아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취업 경쟁력 학과 강세이러한 경쟁력은 지난 2013학년도 수시모집 1차에 평균 4.6대1의 경쟁력을 나타냈다. 국내 유일 학과인 동물조련이벤트과는 34명 모집에 304명이 몰려 11.1대1, 수입차 딜러 양성소인 자동차딜러과는 5.1대1의 경쟁력을 각각 보였다.크루즈 승무원을 양성하는 관광크루즈승무원과는 5.2대1 등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에 지원자 쏠림현상이 나타났다.자동차딜러과는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딜러를 육성했고 1학년 2학기 이상의 재학생이라면 수업과 동시에 딜러 활동이 가능하다.예술학과와 관련된 뷰티, 모델, 호텔조리, 경호, 방송MC, 뮤지컬, 연극영화, 영화방송제작, 연예매니지먼트, 동물조련 등과 같은 계열들이 큰 강세를 보이고 있고, 실무중심의 학과와 취업과 유리한 학과들인 사회복지, 경호행정, 부사관, 안경광학, 호텔매니지먼트, 호텔 제과제빵, 항공운항, 피부미용, 헤어디자인과, 분장예술 등은 지원자들의 지원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보건계열인 간호과, 임상병리과, 병원의료행정과도 강세다. 지난해 보건계열 평균 경쟁률은 37.9대 1로 나타났다.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12-11-26

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20)

최근 한 방송사의 교양프로그램을 통해 잘 알려졌듯이 유럽의 근세 국가 중 네덜란드를 세계 최고의 무역국 반열에 올리며 국부를 일군 주역은 바로 청어잡이에 나선 어업인들이었다. 하지만 사농공상의 신분제에 강박돼 있던 조선의 어민들은 `뱃놈`의 천대를 받으며 백정이나 다름 없는 최하위 신분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식솔을 건사하기 위해 험한 바다에 몸을 맡긴 채 칼바람 속에 거친 노동을 감수해야 했으며 때론 해안선을 침략하는 외적에 맞서 항쟁의 최선봉에 서기도 했다. 고난 속에 단련된 원형질의 강인함은 이제 경북동해안 사람들의 심성에 심어져 정체성의 한 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 싣는 순서3부=고난에 단련된 국토의 등뼈 16)변방, 국토수호의 현장- 항쟁117)포화에 휩싸인 근현대사- 항쟁218)위리안치를 이겨낸 유배문학19)새 세상을 하늘에 빌다- 동학20)험한 노동을 감내한 민초들□어로금지령에서 사점(私占)까지 우리 역사, 특히 산업사를 살펴보면 유독 수산업에 관한 기록이 상당한 부족함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세계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도 패총 속에서 낚시바늘과 어망의 석추 등이 발견돼 선사 시대에 상당히 발전된 형태의 어로작업이 짐작되고 있다. 특히 경북동해안 울진의 유적에서 발견된 고대 어선의 제작 시기는 세계 최고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수산업과 그 종사자들에 대한 역사적 홀대의 뿌리는 깊다.철기문화의 시작과 함께 열린 삼국시대에서 어업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고작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나오는 `어량(魚梁)`을 통해 하천이나 얕은 해안에 고정적인(정치) 어구를 설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불교가 유입된 이후에는 백제 법왕 즉위 원년(599)에 내려진 살생 금지령으로 어로행위가 금지됐을 정도이다. `영덕군지`에 따르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신라 법흥왕 16년(529) 살생 금지와 어구 소각의 기록이 나온 것으로 보아 어업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각종 어구와 어장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국 초기부터 토지와 마찬가지로 왕자들이나 권문세가에 하사되거나 수탈 대상이 됐다. 특히 후기에 들어서면 정치와 세제의 문란으로 권문세가가 토지를 다투어 점유하면서 어량도 포함시켜 어민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특이한 점은 元(원)나라의 다루가치가 함경도나 경상도에서 고래기름을 구했다는 기록을 통해 동해안을 중심으로 포경이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이에 비하면 조선기에는 비교적 풍부한 자료가 남아 있는 편이다.건국 후 어업제도 개혁을 통해 어장의 불법 사점(私占)을 국유화 해 어세를 징수케 했으며 성종 대의 경국대전에는 빈민들에게 3년씩 어업면허와 유사한 권한을 준 것으로 보아 어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하지만 어장국유제는 또 다시 사점의 성행으로 문란해져 균역법 시행으로 재개혁되는 등 굴곡을 거듭하다가 1880년대 부터 한반도의 어자원 수탈에 나선 일본 어민들에 의해 잠식돼 갔다. 특히 정어리는 1937년 동해에서 140여만t이 어획돼 당시 단일어장에서 단일 어류로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비참한 어촌의 실상다산 정약용은 1801년 3월9일 나이 40세에 첫 배소(配所)인 포항 장기땅에 도착해 7개월 열흘 동안 머물며 18년간의 유배를 시작한다. 다산의 기록을 통해서도 당시 어촌의 곤궁한 실상은 잘 드러난다.당시 다산은 장기읍성 동문에 올라 해돋이를 구경하거나 신창리 앞바다에 나가 어부들의 고기잡이를 구경했다. 그곳에서 생애 처음으로 해녀의 물질을 구경(`몸에 실오라기 하나도 안 걸치고/ 짠 바다 들락날락 맑은 연못같이 하`-「아가사」)했으며 잡힌 오징어 등 물고기를 보고 자신의 처지를 비유하기도 했다. 또 그는 실학자답게 어부들이 칡넝쿨을 쪼개 만든 그물로 고기를 놓쳐 버리는 것을 보고 무명과 명주실로 그물을 만들 것을 권고하고 부식을 막기 위해 소나무 삶은 물에 그물을 담갔다가 사용할 것을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 들은 현감은 `백성이 입을 옷감을 짤 무명도 없는데 어떻게 무명실로 어망을 짜겠느냐`며 호통을 쳐 묵살했다고 한다.다산은 이처럼 어리석고 오만한 관리들이 장기의 어민들을 수탈한 상황도 `장기농사` 10수 속에 담아놓았다. `상추잎에 보리밥 싸서 파 고추장 섞어 먹세/ 금년엔 넙치마저 구하기 어렵구나/ 잡는 족족 말려서 관청에 바쳤으니`.또 다른 문헌을 통해 해난 사고에 희생되는 어민들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장기발전연구회가 발간한 `장기고을 장기사람 이야기`에 따르면 `승정원일기`숙종 37년 2월10일에는 68명이 한꺼번에 바다에 나가 빠져 죽어 휼전(恤典)을 베푼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항해술과 조선술이 발달한 근대 유럽에서도 청어잡이에 나선 어민의 3분의 1이 해난 사고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기록을 고려할 때 전근대적 어로 현실에 놓인 조선 어민들의 희생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제국주의의 야욕을 키워가던 일본의 어민들이 침탈의 선봉에 선 기록도 안타깝다. 1895년(고종 32·을미년)에는 장기군 근해에서 어물을 빼앗고 배와 그물을 파괴했으며 육지로 침범해 인가에 난입해 백성을 위협하고 부녀자를 잡아가는 등 작폐가 심각했다.□노동요가 위로한 어심(漁心)민요는 민중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향토성과 민족성을 담아 가락으로 표현한 양식이다.그중에서도 노동요는 의식요, 유희요와 달리 노동이 주는 육체의 고통과 불만을 덜고 노래를 통해 즐겁게 수행하기 위한 지혜에서 고안됐다.경북동해안에도 구수한 사투리를 담은 어업 노동요가 전해지는데 주로 그물당기는 소리, 고기 푸는 소리, 노젓는 소리 등이 대표적이다.이 가운데 포항의 `그물당기는 소리`는 `명사십리 해당화야 이여차/ 너 꽃 진다 설워 마라 이여차/ 명년 춘삼월 돌아오면 이여차/ 너는 다시 피건만은 이여차/ 불쌍하고 가련하다 이여차-`. `멸치 그물 당기는 소리`는 `모여 소리 나거들랑/ 동네 사람 다 붙어라/ 이여 소리만 잘하며는/ 모든 고기 다 잡힌다`의 내용이다.영덕의 어업노동요는 노물리의 창자(唱者)들의 덕분에 `영덕군지`에 잘 채록돼 있으며 내용도 풍부한 편이다.`노 젖는 소리`는 `-/ 한주먹을 누어놓고 (이하 반복)어허 저서보자/ 이자지차 잘도 전다/ 젖는 노를야 저사가고/ 노는 사람은 다틀랬다/ 일물에 일사공아/ 허리깡 화장아야/ 이차저차 저서간다/ 홍물에 화장수로구나/ 탁주 한되를 마셨으면/힘이나 벌떡나게/ 이수저수 다보내고/ 우리 고향 다돌아왔다`(천연출, 1972년).`가래노래`는 그물을 당기면서 부르는 선후창으로 `어허 가래요(선) 어허 가래요(후, 이하 반복)/ 그물코가 삼천리라도/ 걸릴날이 있다드니/ 오늘날로 걸렸구나/ 은가락지도 여게서 난다/ 온갖 색시도 여게서 난다/ 비바리도 여게서 난다/ 까끄무도 여게서 나고/ 젓아보자 젓아보자/ 육천리 먼먼길에/ 팔이 아파 우에젓노/ 젖는 노를 멈추지 말고/ 빨리 젓어보자/ 세월 봄철아 가지를 마라/ 알뜰한 청춘 다 늙는다`(김유근, 1972년).`마개노래`는 어장의 그물을 당기거나, 배를 육지로 당겨 올릴 때 부르는 소리의 선후창으로 `어허 마개야(선) 에이아라 돌려보자(후, 이하 반복)/ 고기도 고기도 많이 들었다/ 방에(방어) 카나(랑) 광에(광어)카나 많이도 들었다/ 어허 마개야/ 운반선을 맥히기 실어보자/ 우리 앞에 대어놓고/ 군사들아 군사들아/ 일을 알뜰히 알뜰히 해여보자/ 한치기만 씨리면(실으면) 술이 한말이다/ 방에 한마리 후비나라(훔쳐놓아라)/ 집에 구수가 소주 한빙 먹어보자/ 먹자주의다 먹자주의다/ 방에 한마리 천원 받는다/ 천원 받으면 술이 두말이다/ 여러기 먹어도 남는다/ 전주(주인) 보면 도둑놈 칸다/ 우리들은 먹어보자/ 그래 안된다 소주한잔 주자/ 내일일라 광에 한마리 후비자/ 그마 술먹자`(고천수, 1972년)□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

2012-11-26

글로벌 전시컨벤션센터로 우뚝 서다

대구 엑스코가 지난해 5월 확장 개관하며 전시공간 확대와 오디토리엄 신설로 대형 전시회 및 컨벤션 동시개최와 개별 전시회의 규모 확대 등으로 글로벌 전시컨벤션센터로 도약하고 있다. 2011년 5월 19일 지방에서는 최초로 전시장 확장을 완료한 엑스코는 지난해에 이어 2012년에도 전시회 및 국제행사 개최의 괄목할 만한 양·질적 성장을 이루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엑스코는 2001년 최초 개관된 복층구조 전시장으로 인한 전시회 효과 반감으로 주최자들로부터 선뜻 전시회 개최를 꺼려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국제 규모의 전시회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그러나 지난해 확장공사를 완료하며 전시공간이 종전 1층의 전시공간(3천872㎡)이 1만4천415㎡로 확대되고 오디토리움 등이 신설되며 국제 규모의 대형전시회와 컨벤션을 동시에 개최할 수 있게 됐다. 개별전시회 규모도 확대되는 등 시너지효과가 커졌으며 행사 관람객과 전시 주최자들에게 만족도를 크게 높여주는 등 엑스코 확장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먼저 2011년 디지털케이블TV쇼, 대한민국축산박람회, 대한민국과학축전, 우수시장박람회와 2012년 대한민국그린키퍼전시회, 전국기능경기대회, 디자인코리아 등의 대형전시회를 유치·개최했으며, 2013년도에는 국제상하수도전시회, 경향하우징페어, 세계에너지총회 전시회 등 전시장 전체를 사용하는 대형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전시회 뿐만 아니라 2011년 아태인공와우이식학회, 세계폐기물협회 연차대회, 독일여행자총회와 2012년 세계곤충학회, 세계생명공학대회, 국제수지상세포학회 등과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2015년 세계물포럼 등 국내·외 치열한 경쟁을 벌여 유치에 성공한 행사도 타 도시에 앞서 국제 규모의 전시장(2만㎡)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특히, 대형 국제회의 등 컨벤션 행사는 엑스코 확장으로 각종 회의실(중·대형 34실)과 극장식 회의실인 오디토리움(1천600석)을 갖춰 대형 전시회와 국제회의를 동시에 개최할 수 있는 글로벌 전시컨벤션센터로 도약함과 아울러 앞으로도 국내·외 컨벤션행사 유치경쟁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엑스코 확장 효과는 그동안 규모의 한계로 인해 어려웠던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지난 2011 대구세계육상대회 기간 중 개최된 삼성스마트뮤직페스티벌(6천440㎡), Rain 콘서트(6천440㎡), 포스코 고객초청 행사(6천778㎡), 조용필 콘서트(1만5㎡), 현대백화점 개장기념 콘서트(1만5㎡) 등 대형 공연과 금년도에 램넌트 컨퍼런스(1만5㎡), 메리케이코리아 컨퍼런스(1만5㎡)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대형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국제 규모의 전문전시장을 갖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엑스코는 앞으로 지역 중소기업 수출 극대화를 위한 브랜드 전시회 육성 기반과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에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전시컨벤션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대구의 국제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역의 전시산업 육성을 위해 전시회 규모를 올해 320만㎡, 250만 명에서 2014년 600만㎡, 500만 명으로 확대하고 지역의 대표적인 전시회인 그린에너지엑스포, 대구국제섬유박람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 국제광학전 등을 글로벌 국제전문전시회로 육성 지원하며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신규 전시회인 물 산업 엑스포, 로봇클러스터 등을 더욱 발전시켜 전시회와 수출상담회 등 무역알선 병행, 전시회별 맞춤형 바이어 초청, 전시회와 관광프로그램을 연계시켜 나갈 계획이다.대구시 안국중 경제통상국장은 “국제규모의 전시장 및 회의실을 갖춘 엑스코가 지역 연관산업과의 상승효과로 중소기업 판로를 다변화하고, 전시회의 대형화 및 국제화로 타 시·도 전시산업에 비교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사회공헌으로 이미지 제고 앞장”▲ 박종만 엑스코 사장지난해 5월 확장 개관한 엑스코가 대형 전시회와 국제 규모의 컨벤션 유치에서 괄목할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박종만 엑스코 사장은 오는 2014년까지 전시회 규모를 2012년보다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사장에게 전시공간 확대와 향후 엑스코의 발전계획을 들어봤다.-엑스코 확장으로 인한 효과는.△지난해 5월 확장 개관하며 확장으로 엑스코의 전체 전시·컨벤션 면적은 기존보다 2배가량 늘어났고 중·대형 전시회를 동시 개최하거나 국제규모 대형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데 됐다. 오디토리움(1천500여석)과 회의실(34개) 등 컨벤션 회의 시설도 대폭 강화되어 국제회의 유치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이로 인해 확장 이후 새롭게 유치했던 디지털케이블TV쇼, 대한민국과학축전, 디자인코리아 등 1만㎡ 이상을 사용하는 대형전시회가 확장이전과 비교해 3배 가량 늘었으며(4건 → 13건), 내년 개최 예정인 국제상하수도전시회, 세계에너지총회, 2015년의 세계물포럼 등의 대형 국제행사의 유치가 가능했다.-엑스코를 2배 가량 확장하며 오히려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전시공간이 2배 가량 늘어나며 초기에는 가동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확장이전인 2010년과 2012년의 전시장 사용연면적을 비교해보면 62%나 증가했으며 지난해와 비교해도 약 20%가 증가되고 있다.2013년 이후에도 대형 행사들이 많이 유치되어 있으며 기존의 지역특화산업을 기반으로 한 엑스코 자체 전시회들도 규모 확대를 실현해가고 있는 만큼 3~4년 이내 적정가동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내년도 사업계획과 목표는.△지난해 확장 개관하며 올해는 전시회 규모와 국제화에 첫 발을 디뎠다면 내년은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성장을 통하여 일류 전시컨벤센션터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이다.우선 2013년에는 자체기획전시회 개최 15건, 전시회 유치 50건, 컨벤션 유치 35건 등을 통해 사업매출 235억, 가동율 55%를 달성하겠다.또 자체 기획 전시회의 국제화, 대형화, 전문화,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국내외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국제기구와의 네트워킹 확대를 통한 전시컨벤션 유치 강화,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고부가가치 수익구조 창출, 제도개선을 통한 업무의 효율성 및 투명성 제고, 공익기업으로서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한 이미지 제고 등에 노력하겠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12-11-26

바오로가 꾸짖은 타락의 도시 코린트, 지진으로 황폐화

행복했던 이틀간의 산토리니에서 아테네로 돌아온 다음날이다. 오늘의 첫 번째 관광은 코린트 운하다. 코린트로 가는 도중 `메가라`란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천년의 흐름 속에 한 계절이 지나듯 자동차로 후딱 지난 곳이지만 메가라는 철학사에서 빛나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소피스트 철학자 에우클레이데스(BC 450~380)가 메가라 철학 학파를 창설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즉 `A이지 A는 아니다.`와 같은 명제논리학(命題論理學)을 창시한 학파로 스토아학파 사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 지역이다. 요즘 메가라는 아테네 변방 도시로 농사와 양계를 많이 하는 농촌 마을이다.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을 출발한 지 한 시간 지나 코린트 운하에 도착했다.운하(運河)는 물길이다. 바다와 바다, 바다와 강, 강과 강을 이어 만든 물길. 그 길을 통해 인간은 빠름을 꿈꿨다. 세계 최대의 운하는 162.5km의 수에즈 운하다.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와 인도양을 잇고 있다. 82km의 파나마 운하는 카리브 해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운하다. 이런 운하에 비하면 코린트 운하는 그 길이와 폭이 짧다. 운하 위로 놓인 다리 한쪽 전망대에서 양쪽 끝을 볼 수 있다.코린트 운하는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한 바퀴 돌지 않고 남 그리스 에게 해와 이오니아 해(코린트만과 사로니카만)을 연결해 아테네에서 이탈리아 방면으로 빨리 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총 길이 6.3km(6천343m)의 바닷길이다. 평균 높이는 80m이고 폭은 24m다.운하 위에 놓인 다리 전망대에서 짙푸른 운하를 내려본다. 양옆으로 가파른 절벽 바위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6.3km를 뚫으면서 300km의 먼 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빨리 가고 싶은 바람은 기원전에도 있었다. 한 눈으로 봐도 빤히 보이는 지름길이 있는데 돌아서 가야 한다니……. 거센 태풍의 바다를 거치지 않고 배를 뭍으로 끌어올려 반대편 바다까지 끌고 간 일도 있었다. 그것이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돌아서 가는 것보다 시간과 경비를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AD 67년 로마의 네로 황제는 노예 6천명을 동원해 운하를 뚫기 위해 삽을 들었다. 하지만 운하를 시작한 다음 해 죽게 되자 그 뒤를 이은 갈바(Galba) 황제는 경비 문제로 사업을 중지시켰다.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른 1881년 다시 시작해 1893년 완공하게 됐다.운하를 구경한 우리는 곳에서 7km 떨어진 해발 575m의 아크로코린트(Acrocolinth) 성으로 향했다. 아크로(Acro)란 높은 곳을 가리킨다.가파른 산길 아크로코린트 성문을 지나자 성채 밖으로 인구 3만의 코린트 마을이 펼쳐진다. 코린트는 기원전 5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해 기원전 8세기에는 25만 정도의 인구가 머문 거대 상업 도시로 발전했다. 기원전 27년 아카이아(펠로폰네소스 반도) 속주 총독부로 승격되면서 그리스인, 로마인, 유대인, 동양인 등 여러 인종이 어울리는 국제도시로 성장했다.그런데 이 도시는 사도 바오로의 서간 코린트 전서에서 보듯 타락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도시다.산꼭대기 아프로디테 신전에는 제관(무녀)의 여자들이 천 명 이상 있었다. 그들 중에는 산 밑의 사내들과 불륜을 밥먹듯이 저지르고 그것도 부자(父子)를 끼고 노는 무녀도 있었다. 에페소에서 그런 소식을 접한 사도 바오로가 코린트 사람을 향해 쓴 편지가 코린트 전서다.`그리하여 바오로는 일 년 육 개월 동안 그곳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쳤다.` (사도행전 18:11)바오로 사도가 코린트에 머문 기간은 기원후 51년, 52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성지 순례로 찾는 곳이 코린트다. 코린트는 후일 지진에 의해 황폐화된다. 아크로코린트(Acrocolinth) 성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아랫마을도 내려본 우리는 코린트 박물관으로 이동했다.내려가는 도중 최 형이 코린트의 `피레네의 샘`에 얽힌 신화를 들려준다.“피레네에게는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잘못 날아온 원반에 그 아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죠. 자식을 잃은 피레네는 밤낮 눈물로 세월을 보냈어요. 눈물이 몸을 녹여 마르지 않는 샘으로 변하게 되었는데 그곳을 `피레네 샘`이라고 하죠.”유적(遺蹟)을 담으로 사용하고 있는 낡은 집 옆길을 지나자 박물관이다. 코린트 박물관은 1931년에서 1932년까지 미국 고고학자 스튜어트 톰슨에 의해 지어졌으면 1950년 현재의 규모로 확장했다.그리스의 다른 박물관처럼 실내 박물관과 외부로 나누어 관람할 수 있는데 실내 박물관에는 선사시대부터 비잔틴시대까지의 유물이 있다.표를 끊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아스클레피오스(Asclepios)의 방이 나온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은 사람을 소생시킬 정도로 뛰어난 의술의 신이다. 환자를 치료하면 그 환자는 나은 부분을 작은 조각품으로 만들어 기증했다. 여자의 젖가슴은 물론이거니와 남성의 성기 등 신체의 많은 부위가 전시돼 있다. 그만큼 성생활의 문란으로 질병이 창궐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귀와 발도 그 크기가 다양하다.단층의 박물관에는 4개의 방으로 분야별로 유물을 전시해 놓았는데 어수선할 정도로 작품이 많다. 네로 황제의 두상을 비롯하여, 니케의 여신상, 청동거울, 포도넝쿨 부조, 도자기, 유리공예, 가면, 방패, 조각상 등 다양하다. 하물며 석관에 사람의 유골도 보인다.나의 눈을 특별히 끌어당긴 것은 비잔틴 시대에 만든 모자이크다. 술의 신이며 제우스의 아들 디오니소스를 위한 모자이크다. 원근법에 따른 입체적 느낌이 드는데 네 장의 꽃잎을 펼쳐놓은 듯 섬세하게 만들었다. 바닥에 깔렸던 것을 벽에 걸어 놓은 것이란다.실내 박물관 전시물을 이쪽저쪽 둘러보고 밖으로 나갔다. 넓은 공터 곳곳이 역사의 한 갈림길에서 코린트의 위용을 보여주던 건물 자리다. 기원전 6세기에 제작된 대표적 건물 아폴론 신전을 왼편으로 두고 시계 방향으로 걷는다.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탐방로 양 옆으로 돌들은 누워있다. 성한 것보다 깨져서 마모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 사이에 올리브도 자라고 소나무도 자란다.산쪽(아크로코린트)으로 기둥 세 개가 있다. 로마제국의 황제 옥타비아누스 신전이다. 나머지 부분은 다 무너지고 달랑 기둥 세 개가 하늘을 받치고 있다. 학술, 문예를 장려해 로마 문화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그였다. 로마의 초대 황제(BC 63~AD 14) 카이사르의 양자로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함께 제이차 삼두 정치도 시행했던 인물이다.아고라(Agora) 옆길로 관공서가 자리잡고 또 술집터도 있다. 사람 사는 모습이 시대를 초월해 다 비슷비슷함을 발견하게 된다. 레카이온 거리 끝 연단(베마)은 총독이나 관리가 연설을 하던 곳이다. 기독교 신자들에게 이곳은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로마 총독 갈리오가 이곳에서 바오로 사도를 심문했기 때문이다. (사도 18: 12-17)이동하면서 최 형이 들려주었던 `피레네 샘`도 보고 목욕탕, 수세식 공중화장실도 만난다. 아폴론 신전으로 향했다. 아폴론 신전은 원래 38개의 기둥이었는데 현재 7개밖에 남아 있지 않다. 잦은 지진과 훼손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그 많은 유물을 제자리에 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많기 때문에 흔한 유물이고, 그렇기에 별로 소중해 보이지도 않은 느낌이다. 흩어진 유물을 낡은 시대의 지폐처럼 멍하니 바라본다. 멍한 시간 안으로 수천 년이 햇살처럼 촘촘 스미고 있다.계속

2012-11-23

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19)

경북의 혼(魂)을 밝혀보는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클로즈업되는 사상(思想)은 동학(東學)이다. 올해는 동학이 창도된 지 152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 근대 태동기 사회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집권층과 지도층은 무기력했다. 계층 간의 갈등은 깊어만 갔고, 사회구조의 변동과 향촌 질서의 변화는 사회 변혁의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1860년 경주 출신 최제우가 동학을 창도했다. 동학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시천주(侍天主)와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양반과 상인을 차별하지 않고, 노비제도를 없애며 여성과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는 사회를 추구하여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경북동해안은 우리나라 사회변혁의 큰 획을 그은 역사적 현장이다. 글 싣는 순서3부=고난에 단련된 국토의 등뼈16)변방, 국토수호의 현장- 항쟁117)포화에 휩싸인 근현대사- 항쟁218)위리안치를 이겨낸 유배문학19)새 세상을 하늘에 빌다- 동학20)험한 노동을 감내한 민초들□수운 최제우와 동학의 교리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1824~1864)는 순조 24년(1824) 10월18일 경주시 현곡면 가정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선비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성리학을 공부하고 성장해 가면서 당시 왕조사회에 대한 비판의식과 기성적 가치관이 도탄에 빠진 민중들의 삶을 구제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전국의 명산대찰을 찾아나섰다. 이 구도의 길에서 민중을 구제할 수 있는 새길을 찾은 것이 동학(東學)이었던 것이다. 수운 선생의 원 이름은 제우(濟愚)가 아니었다. 원래 `제선(濟宣)`이란 이름을 `우민을 고난에서 구제한다`는 뜻으로 `제우(濟愚)`라 개명했다.최제우는 서양에서 침투해오는 서학에 대한 대항의식으로 우리 민족도 한울님인 천주의 천도(天道)를 깨우쳐서 다시 민족부흥의 정신적 기초를 마련한다는 신념에서 자신의 `천도`를 동학이라 했다. 모든 사람이 신분차별 없이 시천주의 인간존엄 주체가 돼 성(誠)과 경(敬)의 덕을 닦으면 모두가 군자가 될 수 있다는 평민의 인간자존 의식을 깨우쳤다.한편으로 그의 동학은 왕조사회의 쇠망을 대담하게 예언하고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새시대가 도래한다는 이상향을 제시하고 당시 서양과 일본의 침략에 대한 `척왜양이(斥倭洋夷)`의 민족자주적 저항의식을 서민들의 마음 속에 불어넣었다.왕조 해체기에 피지배층인 백성들에게 신흥종교로 탄생한 동학은 그 교세가 날로 커졌다. 이를 본 조정은 이 동학교문을 민중의 반란조직처럼 위험시해 혹세무민(惑世誣民)의 혐의를 씌워 교주 최제우를 체포하였다. 그리하여 최제우는 1864년 대구 장대에서 `사도(邪道)난정(政)`이란 죄목으로 순교하게 됐다. 민족자주, 인간존중, 만민평등을 바탕으로 한 그의 민본주의사상은 그가 순교한 후 갖은 탄압과 박해 속에서도 나날이 번창해 갑오농민전쟁에서 3·1 독립운동에 이르는 우리나라 근대민족사의 정신적 주류가 됐다. □포항·경주에 남은 최수운의 유적경주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곳에 있는 구미산(龜尾山) 자락에 천도교의 발상지 용담정(龍膽亭)이 자리잡고 있다. 구미산은 거북 구(龜)와 꼬리 미(尾)를 합해 `오랜 뒤끝`이라 해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장소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수운 대신사는 21세 때부터 도(道)를 얻고자 10년이라는 긴 구도(求道)의 여정(旅程)을 가지고 있어 전국에 전설처럼 그 흔적이 남아 있는데, 포항시 남구 구룡포에도 이와 관련된 유적이라 전하는 곳이 있다. 구룡포 후동리(厚洞里) 남쪽 산아래 마을에 불성사(佛聖寺)란 절이 있다. 마을 뒷산에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불을 켜` 놓고 기도를 한다고 해 `불썬바우`라 부르는 큰 바위가 있는데 원효대사와 최제우가 이 곳에서 수도했다고 전한다.1859(己未)년 10월에 경주 용담정으로 돌아와서도 그의 기도는 계속되다가 경신년(1860) 4월5일 밤에 드디어 하느님의 계시를 받게 됐다. 이후 수운 대신사는 양산 천성산 내원암(內院庵), 또는 적멸굴(寂滅窟) 등지에서 49일 기도를 수행했고 마침내 고향인 경주 현곡면 구미산에 위치한 용담정에 돌아오게 된다. 용담정은 수운 대신사의 부친(최옥)이 학사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수운 선생은 `불출산외(不出山外)`라는 네글자를 문 위에 써 붙이고 `여기서 도를 깨닫지 못하면 다시는 세상에 나가지 않겠다`라는 굳은 맹세를 했다. 수도에 전념한지 6개월 만에 그는 `한울님이 사람의 몸에 모셔져 있다`는 `시천주(侍天主)`를 깨닫게 된다. 그 날이 바로 수운(최제우) 대신사가 무극대도를 받은 1860년 4월5일이다. 이와같이 한울님으로부터 무극대도를 받은 장소인 `용담정`을 천도교에서는 최고의 성지로 꼽고 있다. 그러나 수운 대신사 순도 이후 용담정은 방치돼 왔다. 그후 중건과 퇴락을 거듭하던 용담정은 1974년 경주국립공원에 편입됨으로써 성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고 천도교인의 성금으로 1975년 오늘의 모습을 갖춘 용담정을 준공했다. □ 포항에 은거한 해월 최시형해월 최시형(崔時亨, 1827~1898) 선생의 동상은 황성공원에 세워져 그가 태어난 황오동을 향해 있다. 그는 최치원의 후손으로 토박이 경주 사람이다. 초명은 경상이고, 호는 해월(海月)이다. 해월 선생은 청년이 돼 동학을 알게 됐고 수운으로부터 도통을 이어 받은 뒤 평생을 숨어 살며 동학 사상의 기반을 닦고 키워나간 불굴의 혁명아였다. 선생은 심한 탄압 속에서도 포교활동을 통해 교세를 확장하면서 의식과 제도를 정착시켜 교단 조직을 정비했다. 동학을 크게 성장시킨 선생은 교조신원운동과 갑오농민전쟁에도 참여했다.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해월 선생은 5세 때 어머니를, 12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남의 집 머슴살이 등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다가 17세에 현재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신광면 기일동에 있었던 조지소(造紙所)의 고용공이 되었다. 19세에 밀양 손씨를 맞아 결혼한 뒤 처가가 있는 흥해에서 살았다. 그는 용담정에 있었던 수운 선생이 은거해있을 집을 주선해 흥해 매곡리(지금의 매산리) 손봉조라는 신도의 집을 소개했다. 해월은 현 포항시 신광면 마북리의 검곡(속칭 금등곡)에 살았다. 이때 수운선생은 접주제를 확립하고 16개 지역의 접주를 임명했는데 경주, 영덕, 영해, 영양, 청하, 연일, 장기 등 현재의 경북 동해안 지역이 모두 포함됐다.28세 때 마북에 이사해 농사짓던 최시형은 마을 대표인 집강(執綱)에 뽑혀 6년동안 소임을 수행했는데 일을 잘 처리해 마을 사람들이 기념비를 세웠다고 한다.해월은 최제우(崔濟愚)가 동학을 포교하기 시작한 철종 12년(1861) 6월 37세 때에 동학에 입교했다. 한달에 3~4차례씩 최제우를 찾아가 설교를 듣고 의범(儀範)을 배웠으며 집에 있을 때는 명상과 극기로 도를 닦기에 힘써 하늘의 소리를 듣는 등 여러 가지 이적(異蹟)을 체험했다고 한다. 1875년 `도(道)는 용시용활(用時用活)하는 데 있으니 때에 따라 나아가야 한다`며 이름을 때를 따라 순응한다는 뜻의 시형(時亨)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1897년 손병희(孫秉熙)에게 도통을 전수한 뒤 1898년 3월 강원도 원주에서 체포돼 서울로 압송, 6월 교수형을 당했다. □ 영덕 이필제의 난1871년 음력 3월10일(교조 최제우의 순교일) 영덕군 창수면(옛 영해부 서면) 신기2리(우정동) 병풍바위에서 전국의 동학인 600여명이 모여 천제를 지내고 횃불과 죽창을 들고 영해부성에 입성한 뒤 부사를 처단하는 일이 일어났다. 영해부 입성을 성공한 다음날 오후 동학교도들은 자진 철수했다.이 사실은 갑오농민전쟁보다 23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여기에는 해월 선생이 참가하고 이필제가 선봉이 됐다. 관변기록의 참가자수가 600여명이니 실제는 더 많았을 것이다. 이것은 동학교도들이 중심이 된 농민군이 대규모로 거병한 혁명적 사건이었다.그 후 관군의 대대적인 탄압이 계속돼 참가했던 50여명이 체포돼 죽임을 당하고 이필제는 그 해 8월 문경에서 열린 유생들의 모임에 갔다가 체포돼 서울로 압송된 뒤 지금의 서울시청 뒤 무교동에서 처형됐다.□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

2012-11-23

향긋한 솔향 벗 삼아 걷고 또 걷고…

자연 경치라면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풍광을 가진 봉화군이 지역의 특색인 원시 그대로의 산림자원을 활용해 걷기 길을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봉화 솔숲 길. 그 향기로운 산책`을 주제로 코스를 개발한 봉화 솔숲 길은 팸 투어를 통한 코스의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을 모색했다.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서 표현한선보일 듯 말 듯한 외씨버선과 같은 아름다운 길의 모습에서 유래한 외씨버선 길은 우리나라 대표 청정지역인 청송·영양·봉화·영월 4개 군이 연계협력사업단이 3년 계획으로 조성된 전체길이 170㎞나 되는 고요한 사색과 치유의 숲길이며 보부상의 발자국이 오랜 흔적으로 새겨진 백성들의 옛길 탐방로다.그중에서 걸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신비한 길` 봉화 외씨버선 길로 떠나는 마음을 전한다.자연의 신비와 역사와 전통이 함께하는 봉화구간인 `봉화 춘양면사무소~ 서동리~애당리~춘양목산림체험관`으로 이어진 17.6km로 약 5~6시간이 소요되는 길이 열렸다.봉화는 한반도의 허리라 할 백두대간 태백과 거기서 갈비 뼈대처럼 굽이쳐 나온 소백의 틈 약백지간 사이에 자리한 천연의 정토 고요한 분지 속의 땅이었다.바깥으로는 태백산과 청량산, 소백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안으로는 문수산, 구룡산, 선달산과 옥돌봉의 품에 장독의 물처럼 잔잔히 담겨 있는 춘양면 서벽리 두내 약수터를 출발해 외씨버선 길의 `조붓하고 갸름한 맵시`가 서서히 드러나는 숲길에 접어들면 비로소 그의 순진한 속살을 조금씩 엿볼 수 있다.백두대간 국립수목원이 조성 중인 아늑한 문수산 자락의 숲에는 곧으며 단단하고, 늘씬한 금강송 소나무인 춘양목의 군락지가 펼쳐 있다. 고고하고 멋스러운 자태는 한눈에 보아도 귀함을 느낀다.솔향 가득한 숲을 지나 주실령 고개를 걸어본다. 고개에서 바라보는 봉화의 산과 숲은 지상의 낙원이요, 그야말로 천국이다. 금강송 그늘을 지붕 삼아 춘양목 숲을 지나고 나면 솔 향기 냄새가 섞인 바람을 벌컥벌컥 물 대신 마신다. 눈이 환하게 뜨이는 듯하다. 마음 또한 편안하게 열리고 혼탁했던 내 안의 어지러운 찌꺼기가 말끔하게 빠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박달령에 도착해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면, 태백에서 소백으로 백두대간을 잇는 길목임을 알 수 있다.박달령에서 오전약수탕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봉화 외씨버선 길 걷기 여행은 내 몸과 마음으로 만나고 교감했던 모든 것들의 고마움을 되새길 소중한 기회가 되는 시간일 것이다. 또한, 나의 눈과 마음이 향하는 대로 걸음을 옮겨주었던 다리와 발, 건강한 허파와 심장은 나를 키우고 자라게 하는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주변관광지◆만산 고택 춘양면 의양리 288 연락처 054-672-3206 사진 2000년 4월10일 경북민속자료 제121호로 지정된 것으로, 조선 말기의 문신인 만산 강용(1846~1934)이 고종 15년에 지은 집으로 13실 100명이 체험할 수 있는 고가체험 숙박도 할 수 있다.◆닭실마을 봉화읍 유곡리 963 연락처 054-674-0963조선 중종 때 문신 충재 권벌(1478~1548)선생의 유적지로 안동권씨 집성촌이다. 제례 때 사용했던 500년 전통의 한과도 유명하다.◆도심리 장수마을도심2리는 자체 생산되는 임업자원을 관광상품화할 수 있도록 목공예품 제작 작업장을 마련하고 목공예 공구를 비치하여 도마, 탁자, 등 목공예 체험장을 연중 개방해 운영하고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달구지 타기, 소죽 끓이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행사를 운영하고 있다.◇맛집▷동궁회관 (054-672-2702)엄나무 돌솥밥과 엄나무 송이돌솥밥을먹을 수 있는 곳▷춘양 홍가네 (054-673-3395)당귀 밥을 먹을 수 있는 곳,흔하지 않은 당귀 밥은 여성들 에게 좋다고 한다.▷애당식당 (054-672-8213)50년 전통을 자랑,메뉴는 묵 밥과 손칼국수가 전부다. 직접 묵을 쑤고 묵 밥을 만들고, 직접 반죽해서 손칼국수를 만든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인화원 (054-672-8289)1년 내내 송이돌솥밥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당 중에 하나다. 송이요리를 주 메뉴로 하고 있다.▷송이식당 (054-673-4788)전국 최초 송이 국밥을 판매, 값싼 음식의 대명사인국밥에 고기 음식재료인 송이를 넣을 수 있는 건,송이 채취가 가능한 송이 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봉화/박종화 기자pjh4500@kbmaeil.com

2012-11-22

1983년 국내 첫 중수로 원전시대 열어 역사적 의의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한수원(주)월성원자력본부.국내 전력 사업을 주도하는 이 원전기지가 최근 연일 언론과 시민단체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이곳에서 수십 년간 가동됐던 국내 최초 `중수로형` 원전 월성 1호기의 운영허가 기간이 오는 20일 만료되면서 `계속운전` 여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월성 1호기는 현재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규제기관에서 안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월성 1호기의 운명이 결정된다. 월성 1호기가 지난 30년간 걸어온 길과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사에 남긴 발자취를 더듬어 봤다.1983년 4월 경북 월성군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당시 월성 1호기의 상업운전은 고리 1호기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원전이자, 국내 첫 번째 중수로 원전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경수로형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이 한창이던 1973년 4월, 캐나다원자력공사(AECL) 총재가 가압중수로형 원자로 방식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장기원전개발계획` 원자력 개발 분야에 참여할 뜻을 전했다. 같은 해 6월 정부가 중수로 조사단을 구성해, 캐나다에 조사단을 파견한 것이 월성 1호기 건설의 시발점이었다.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건설비`는 조금 높지만,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캐나다 등 여러 국가로부터 연료 공급이 가능해 당시 미국을 통해서만 공급이 되던 농축 우라늄에 비해 연료의 조달이 용이했다. 이는 에너지 안보측면을 고려했다고 할 수 있다. 또 경수로와 달리 연료 교체를 위해 원자로의 운전을 멈추지 않아도 돼 이용률이 높다는 것도 중수로형 원전 도입의 결정적 이유였다.월성 1호기가 건설되던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설계·시운전·건설 관리를 모두 선진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월성 1호기 건설은 고리 1호기와 마찬가지로 건설 주체인 계약자가 모든 권한을 갖는 턴키방식으로 진행됐고, 월성 1호기의 건설 주체인 AECL는 175명의 기술진을 우리나라에 파견했다.AECL이 효율적으로 월성 1호기를 건설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건설허가 시점 기준으로 62개월 만에 준공 성과를 거두는 획기적인 공기 단축을 이뤄냈다. 이로써 1983년 4월 22일 월성 1호기 준공식을 거행하고 우리나라 중수로 원전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월성원전은 지난 30년 동안 월성 1호기의 안전성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설비를 개선하고 보강해 왔다. 2003년 주기적안전성평가 후속 조치로 2009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발전소의 압력관 교체와 주요부품 교체 등 총 9천여건에 대한 대규모 설비개선이 성공적으로 시행했다.이 결과 설비개선 전후 대비, 안전성이 대폭 향상됐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대 사고에 대비해 안전설비를 한층 강화했다. 노심 손상 시 발생할 수 있는 수소를 제거하는 수소제거설비(PAR)를 설치해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수소 폭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지진 자동 정지 설비, 원자로 비상 냉각수 외부 주입 유로 설치 등 안전강화 조치를 했으며 후속조치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월성 1호기는 안정적인 연료 공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1985년 4월 1일부터 1년 동안 평균 98.4%의 이용률을 기록해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전 271기 가운데 이용률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30년간 평균이용률 86.2%로 세계 이용률 1위를 총 4차례 달성했다.또, 1998년 5월 중국 진산원전 측과 시운전 훈련 계약을 체결해 월성원전 현장에서 중국 진산 시운전 요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 중수로 원전 운영기술이 중수로 원전의 종주국인 캐나다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과시했다.2008년에는 우리나라에 중수로 기술을 제공했던 캐나다에 원전 관련 기술을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캐나다의 세계적인 원전 회사인 브루스 파워에 원전 연료 취급계통 설계 개선을 통한 운영 및 정비 최적화를 위한 기술자문에 착수하면서 중수로 운영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했다.특히, 월성 1호기는 캐나다 포인트레프로 원전에 비해 1년 늦게 설비개선에 착수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획한 일정 내에 성공적으로 압력관 교체와 설비개선을 완료한 것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월성 1호기는 캐나다가 해결하지 못한 원자로관 설치 부위인 튜브시트의 표면조도 불량 문제를 밝혀내고, 노심내부의 정밀한 가공을 위해 특수 폴리싱 장비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 중수로 개발국인 캐나다에도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등 월성원자력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월성 1호기의 성공적인 설비개선 진행은 계속운전을 추진 또는 준비하고 있는 해외 동일노형 원전에게는 적극 벤치마킹할 만한 롤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건설 당시보다 안전… 계속운전 안되면 역사 오점”▲ 이청구 월성원전본부장.-월성1호기 안전성을 장담할 수 있나.△기술자의 양심을 걸고 말한다. 계속운전은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 난 35년간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했고, 충분히 안전하다. 이미 시설개선으로 새 발전소라 할 만큼 기기를 새것으로 많이 바꾸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이 완벽하게 안심할 수 있도록 시설을 지속적으로 교체하거나 보완하고 있다.- 원전 운영에 있어 인재(人災)도 있었는데.△원전은 다양한 안전설계 개념이 적용되어 있다. 작은 문제나 고장이 생기면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적 실수도 마찬가지이다. 실수가 있으면 안전하게 정지된다.그래도 실수를 하지 않도록 더 세밀하게 신경을 쓰는 게 맞다. 하지만 지나치게 직원들을 압박해서 주눅들게 하면 안 된다. 누구든지 주눅들면 긴장되고 떨려서 하지 않던 실수도 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자긍심을 심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월성1호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들었다. 한국 원전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계속운전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월성 1호기는 차관을 빌려 우리나라 산업을 키우기 위해 힘들게 만든 시설이다. 우리들의 부모, 형제, 누나들이 밤새워 만든 신발, 옷가지 등을 팔아서 번 돈으로 세운 발전소이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몸 아끼지 않고 일했다. 발전소 시설을 계속 개선하며 기름 치고 닦아서 새 발전소처럼 유지해왔다. 누가 봐도 새시설과 같다. 이런 시설을 계속 유지하지 못한다면 원자력 발전 역사에 큰 오점이 될 것이다.경주/윤종현기자

2012-11-19

방치된 저수지, 아름다운 농촌 명소로 `탈바꿈`

농촌마을 인근 저수지 경관을 활용한 생태공원 조성최근 농촌지역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도민들의 여가활동,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이에따라 경북도는 저수지 주변에 산책로, 운동시설을 설치하고 방치된 저수지를 정비하는 등 아름다운 농촌 경관 조성에 나섰다.농촌마을 인근 저수지 경관을 활용한 생태공원을 조성해 지역을 찾는 방문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명소화와 함께 지역민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이 사업에는 특히 21세기 선진형 복지 농어촌 건설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경북도 농촌개발과가 앞장서고 있다.경북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도내 농촌마을 인근 저수지 경관을 활용한 생태공원 조성 추진 실태를 살펴본다.□생태공원이란 생태적 요소를 주제로 한 자연관찰 및 학습을 위하여 공원녹지를 생태적으로 복원, 보전하며, 이용자들에게 식물, 동물, 곤충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성장, 활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제공된 장소. 즉 소생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접근,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원을 말한다.생태원리에 근거해 조성 측면에서는 도시 속에 야생생물의 서식처를 도입하되, 생태계 질서(종 다양성, 생태적 건전성, 지속가능성 등)에 의해 스스로 유지되도록 조성된 공원, 건강한 야생경관을 도입하고, 최소에너지 투입에 의해 유지관리가 가능하도록 조성된 공원이다. 생태환경적으로는 타 공원과 비교하면 비교우위성에 존재가치를 두고 조성된 공원이다.□생태공원 조성 추진배경농촌지역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도민의 여가활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주민 요구에 부응코자 저수지 주변에 산책로, 운동시설 설치에 나섰다.또 방치된 저수지를 정비하고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조성하는 등 지역을 찾는 방문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명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진내용도는 지난해 접근성이 높은 저수지, 접근도로 등의 교통여건이 양호하고 주변경관이 아름다운 저수지, 마을경계로부터 500m 이내인 저수지, 주민 수요도가 높은 저수지, 자연부락에 인접해 수변공원 조성 때 주민 이용도가 높은 저수지를 대상으로 저수지 인근 마을 내 주택(자연부락) 50호 이상인 마을을 선정해 도비와 시 군비 등 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지구당 2억5천만원을 들여 산책로, 정자, 소공원, 조경수, 연꽃식재, 포토존, 운동시설 등을 조성한다.지난해 11월 시군별 조성 가능한 저수지 현황을 조사했다. 그 후 18개 시군 20개소를 대상지로 자연 부락 인접한 저수지 기초조사를 했다.도는 3개 팀 6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현지심사와 우선순위를 검토해 김천 오룡지, 문경 과곡지, 영덕 구이지, 울진 못단골 등 4개 시군 4개 저수지를 사업지로 확정했다.이에 도는 지구당 2억5천만원 등 10억원을 들여 지난 1월 착공,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업성과경북도는 전국 최초로 마을 인근 저수지 생태공원 조성계획 수립 및 시행으로 문경, 영덕, 울진에 수변공원 조성을 완료하고 김천은 조성 중에 있다.도는 쾌적한 저수지 생태공원 조성으로 주민들의 여가 쉼터로 탈바꿈토록 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수변공원 조성으로 지구별 인근 마을 주민들은 물론 외부 관람객이 증가하는 등 삶의 터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사업효과마을 쉼터, 생활체육공간 조성 등으로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이 차별화된다.경관 조성에 따른 마을을 찾는 방문객 증가로 소득향상은 물론 농업기반시설인 저수지에 대한 효과적 관리가 기대된다.□경북도의 향후 계획올해 4개 시군 4개 지구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북도는 2013년에는 10개 시군 10지구로 지구당 2억5천만원을 들여 저수지 생태공원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특히 경북도의 최초 시행으로 농림수산식품부는 2014년부터 새로운 신규사업으로 채택, 전국으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파급 효과마을 인근 저수지 생태공원 조성으로 새로운 쉼터 문화공간 창출이 큰 소득이다.또 친환경 생태공원을 조성해 본격적인 저수지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농촌마을 정주환경 개선으로 도민의 삶의 질 개선에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또한, 저수지의 농업용수 기능뿐만 아니라 생태 공원조성을 통한 도민의 운동, 여가, 휴식 등의 복합공간 조성이 눈에 띈다.특히 농촌마을 정주환경 개선으로 경북 도정의 최대 목표인 지역민 일자리 창출, 도시민의 방문 증가에 따른 지역 소득 창출로 살맛나는 농어촌 건설에 이바지하게 된다.□지구별 현황 △ 문경 과곡지 생태공원문경시 산양면 과곡리 717번지 일원의 면적 6천790㎡에 지난 1월부터 2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오는 12월 준공하게 된다.문경 과곡지 생태공원에는 자연석쌓기 길이 300m, 폭 2m의 자연석 쌓기와 탐방 데크설치, 황토포장, 462본의 연꽃 식재 등 자연경관을 활용해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영덕 구이지 생태공원영덕군 영덕읍 덕곡리 지내의 면적 7천500㎡에 2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오는 12월 아름다운 생태공원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구이지 생태공원에는 토공 및 잔디 블록, 경계석 등을 설치하고 2개소의 포토존, 목재계단, 평데크, 403주의 갯버들식재, 4주의 등나무, 210본의 연꽃식재, 운동시설 등을 갖췄다.△ 울진 못단골 생태공원울진 평해읍 오곡1리 못단골지 일원의 면적 5천㎡에 사업비 2억5천만원으로 오는 12월 새롭게 탄생할 생태공원의 효과가 기대된다.못단골 생태공원에는 자연석 쌓기, 관찰데트 설치, 연상홍 400주, 배롱나무 10주 등 410주의 조경수를 식재했다.또 평의자 12개소, 파고라 2조, 음수대, 운동시설 등을 설치해 이용객들을 맞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천 오룡지 생태공원김천시 개령면 신룡리 346번지 일원의 면적 1만㎡에도 2억5천만원을 들여 오는 12월 생활 활력소가 될 생태공원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오룡지 생태공원에는 부지 및 기반시설 조성으로 주차장, 산책로, 운동시설, 정자(쉼터) 등을 설치했다.최 웅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도는 농촌을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쾌적한 환경은 물론 적절한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생태공원 등을 조성해 귀농이나 현 거주자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희망의 장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또 “농촌마을 인근 저수지 경관을 활용한 생태공원을 조성해 지역을 찾는 방문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명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건설 의지를 보였다./서인교기자 igseo@kbmaeil.com

2012-11-19

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18)

역사 속의 고려와 조선에는 많은 정변이 교차하면서 권력에서 내쳐진 죄인들은 죽음만 면했을 뿐 왕의 처소와 격리되는 고난 속에서 연명해야 했으니 바로 유배였다. 그 유배자 중에는 권력다툼의 패배자로 전락해 실의에 빠진 채 성은(聖恩)만 학수고대한 파락호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처럼 유배의 고난과 좌절을 한민족 역사를 통틀어 으뜸가는 학문으로 승화시킨 불굴의 도전자도 적지 않았다. 거친 해풍의 풍토에다 왕도(王都)로 부터 섬이나 다름 없이 격리된 경북동해안은 상처 받은 이들을 보듬어 민초들과 새로이 교류하거나 문학을 배태시키는 장이 되었다. 글 싣는 순서3부=고난에 단련된 국토의 등뼈16)변방, 국토수호의 현장- 항쟁117)포화에 휩싸인 근현대사- 항쟁218)위리안치를 이겨낸 유배문학19)새 세상을 하늘에 빌다- 동학20)험한 노동을 감내한 민초들□절해고도와 다름 없는 유배지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는 조선시대 이름난 유배자들의 이야기와 그 유배의 현장을 답사한 사진들로 꾸며 최근 발간돼 화제를 모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유배의 고난 속에서 `낙관이냐, 낙담이냐`의 두 유형으로 대별되는 유배자들의 처신이 한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중죄인의 경우 방구들조차 성하지 않은 허술한 오두막에다 탱자나무로 좁고 높게 애워싸게 해 하늘 조차 잘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만들고 개구멍으로 밥을 넣어주는 위리안치의 형벌. 아무리 고관대작이었더라도 아전이 고약한 마을에 처해지면 온갖 구실로 제재를 받고 평민에게 조차 행패를 당하기 일쑤였던 당시의 기록들이 유배의 처지를 실감케 한다.유배지의 비참한 현실이 왕의 침소에 까지 이르렀던지 영조 때는 몇몇 예를 제외하면 흑산도처럼 험하거나 무인도에는 유배를 금했다.하지만 이 책에서 유배지는 주로 제주도, 백령도 등 섬이며 심지어 남해의 거제도도 등장하는데도 우리 경북동해안 일대는 어떤 언급도 없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과 영덕, 영해 등 일대에 숱한 유배인들의 이야기와 작품들이 전해져 오고 있는데도 이 책은 간과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에 와서 과거 유배지로서 우리 지역의 진면목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정약용과 같은 `걸출한 유배 종결자`의 이야기를 전남 강진군에 선점당한 채 압도돼 스토리텔링으로 재해석하거나 문화관광의 요소들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책임도 있을 것이다.포항 남구 장기면과 영덕군, 경남 기장은 고려의 수도 개성과 조선의 한양에서 3천여리의 거리이므로 유배형 가운데 가장 엄중한 죄인이 주로 보내졌다. 오죽했으면 조선 태종대에 대속(代贖), 이른바 유배의 거리 대신 돈으로 대체가 가능해지면서 이 지역의 액수가 2~3위에 오르게 됐겠는가.□ 중세가 선호한 유배지, 장기▲ 장기초등학교 교정에는 우암 송시열이 심었다고 알려진 은행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포항 장기 출신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 한 교수와 고위 관료, 군 장성과 기업인들이 수두룩하다. 장기사람들은 향토사 연구에도 포항 전역에서 인정 받을 만큼 남다른 열의를 보여 지난 2006년에는 장기발전연구회가 향토사 연구총서인 `장기고을 장기사람 이야기`를 발간했다. 이 책은 장기에 우암 송시열에서 다산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현량과 학자가 머물고 갔으며 그 영향으로 학문을 숭상하고 선비를 존경하며 충절과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풍토가 조성됐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물론 한국사 전체에서 장기는 인접한 월성이 신라의 근거지로서 천년동안 누렸던 융성의 혜택을 가장 많이 나눈 곳이었음을 감안할 때 지나친 겸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니면 고려와 조선에 들면서 신라의 터전이 차별로 인해 뛰어난 철기문화와 천년 수도의 배후지로서 축적한 문화가 쇠퇴했다가 다시 부활했다는 언급을 생략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여하튼 장기는 여말선초(麗末鮮初)에는 귀화 위구르인 설장수가 정몽주 피살 당시 일파로 몰려 유배된 기록을 시작으로 지금의 검찰총장인 대사헌 홍여방은 유배됐다가 사면돼 이조판서에 이르렀다. 단종 복위운동 당시 형조참판이던 사육신 박팽년의 인척들은 관노로 영속돼 장기현의 관노로 내려왔다. 연산군 대에 대사간 양희지가 사초문제가 발단이 된 무오사화에 휘말려 유배됐으며 기사환국 때 영의정 김수흥, 신임사화 때 판서 신사철 등도 고초를 겪었다.이밖에 왕의 잘못을 간하는 언론의 역할을 하는 직무 특성상 미움을 받기 일쑤였던 종3품 사간 가운데 이세진, 정술조, 송영 등은 파직돼 유배나 다름 없는 장기현감으로 온 인물들이다.□다산 정약용과 우암 송시열▲ 다산은 지금 장기중학교 교정에 남아 있는 느티나무 숲을 거닐며 시 `유림만보`를 지은 것으로 전한다. /장기발전연구회 제공다산은 18년에 걸친 유배의 생애에서 7개월 10일(약 220일)을 장기에서 첫 시작한 뒤 17년을 강진에서 보냈다. 그는 첫 유배가 주는 부담과 고통으로 인해 가장 혹독한 경험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장기에 머문 동안 빼어난 사실주의 시인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강진에서 이뤄낼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불후의 저작을 예고했다. 장기 땅에 첫 도착한 그의 마음은 기성잡시의 한수를 통해 전해진다. `산머리에 쓸쓸한 민가 마흔 채/ 기울어진 성문이 시든 꽃 속에 있네/ 물 마실 샘은 한 곳도 없어/ 성에다 줄 매달아 수차를 쓰라 하네/ 조해루 용마루에 저녁놀이 붉게 물들 무렵/ 관리가 나를 몰아 동쪽으로 나왔네/ 시냇가 자갈밭에 초가집 한 채/ 늙은 농부 만나서 주인 삼았네.`그는 장기에서 기성잡시 27수, 장기농가 10수, 고시 27수 등 130여 수의 리얼리즘 한시와 남인의 예론에 관한 시비를 논한 기해방례변, 한자 발달사를 다룬 삼창고훈, 한자 자전류 이아술 6권, 농어민의 비참한 질병치료를 돕고자 한 의서 촌병혹치 등을 남겼다. 이곳에서 한양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도 세편 전한다. 다산의 사실주의가 돋보이는 장기농가 10수 중 제5수에서는 특유의 근면성과 휴머니즘에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에서 언급된 고약한 현지 아전이나 백성과는 다른, 장기사람들과의 정도 옅보인다.`새로 깐 병아리 작기가 주먹만해/ 여리고 노오란 털이 어여쁘기 짝이 없네/ 그 누가 어린 딸 공밥 먹는다고 말하는고/ 꼼짝 않고 붙어 앉아 솔개 쫓는 것을.`촉망받는 개혁가의 꿈이 좌절된 다산은 변방의 민초들을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봤지만 정작 그들은 지치고 불안했을 서울내기 유배 초년생을 경계하지 않고 보듬었다.일국을 좌우한 우암 송시열은 다산보다 120여년 앞서 장기에 보내졌다. 사단법인 포항지역사회연구소가 펴낸 `한권으로 보는 포항의 역사`는 두 사람의 장기 유배를 다음과 같이 상징적으로 비교했다. `다산의 자취는 오직 시문에만 남아 있지만 우암은 토호들의 손으로 세운 생사당인 죽림서원으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이는 다산의 `기성잡시`를 거론한 것으로 `죽림서원이 마산리의 남쪽에 있으니/(중략)/촛불 들고 멀리서 찾아가도 반기지 않고/시골 사람들 아직도 송우암만 이야기하는구나`는 내용이다.장기발전연구회의 노력으로 인해 지금 장기에는 노론의 거두 송시열과 대표적 남인인 다산이 시기를 달리한 앙숙임에도 한 자리에 두 개의 사적비로 남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또 다른 유배지 영덕▲ 다산사적비의 모습.`영덕군지`에 따르면 영영승람과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50여명이 유배지 영덕을 거쳐 갔다. 대표적 인물은 고려 예문관 대제학 윤신걸, 신돈의 전횡을 비판한 신현, 정도전과 남은 등에 대한 권력 집중을 비판한 변중량, 단종 3년에 세조에 의해 관노가 된 김처선 등이다. 조선의 대문호 윤선도는 병자호란 당시 인조를 제대로 못 모셨다는 죄로 8개월 간 유배되는 동안 시와 부 20여수를 남겼다. □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

201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