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원장 취임 후 공동책임제·고객만족 올인<Br>2008년 142억→2012년 280억으로 매출 `껑충`<br>복지부 평가 2년 연속 1위… 공공의료원 경영모델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전국의 34개 지방의료원과 5개 적십자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1년 경영실태 분석에서 김천의료원이 유일하게 의료수익 흑자를 내면서 지방의료원의 경영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국 27개 의료원이 적자를 낸 가운데 청주의료원 등 7개 의료원이 흑자를 냈으나 의료수익에서는 김천의료원만이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또 진주의료원이 폐업 위기에 처한 지금, 김천의료원이 위기 돌파의 모델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지난 2008년 김천의료원의 상황이 진주의료원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21년 개원한 김천의료원은 지난 1983년 지방공사로 전환한 이후 24년 동안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면서 누적적자가 230억원에 이르렀고, 직원 임금도 17억원이나 체납되는 등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직원들의 의욕이 떨어지면서 불친절해지기까지 했고, 환자 수마저 줄어들었는데도 민주노총 소속인 노동조합은 3.9%의 임금 인상을 관철하는 등으로 회생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그랬던 김천의료원이 지난 2009년 6월, 치과의사이면서 경북도 정무부지사이던 김영일(59) 원장이 공모를 통해 부임하면서 상황이 급전했다.
김영일 원장은 취임 후 책임·참여·투명 경영을 김천의료원의 운영 방침으로 정하고, 원장과 전 직원이 함께하면서 주인의식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공동책임제`와 `클린 김천의료원`을 선언하고 `고객만족`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후 김 원장은 원장실에 야전침대를 갖다놓고 밤에는 당직자를 격려하면서, 아침에는 일찍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빵을 구워주면서 병원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를 들었고 낮에는 전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병원을 살릴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또 전 직원을 대상으로 1박2일의 연수회를 하면서 소통하고, 매일 아침 간부들과 티타임을 가지면서 애로사항을 해결했다.
이와 함께 직원을 직종과 직급, 근무 연수별로 나눠 5년차 미만의 미래준비위원회, 5~10년차의 미래발전위원회, 확대간부회의, 핵심간부회의에 참석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영에 참여하게 했다.
특히 경영전략회의나 월례회의를 통해 병원 경영을 공개하면서 노사간의 갈등을 해소했고, 매주 금요일 일과 후에 고성산을 오르면서 심신을 단련하고 직종 간의 친목을 다졌다.
그러자 직원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고 스스로 노조를 탈퇴하면서 당초 126명이던 조합원 수가 8명으로 줄었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이 고객들에게 친절해야 하고, 병원을 청결하게 해야 하고, 돈이 들더라도 낡은 장비는 바꿔야 한다는 거였다.
김 원장은 또 임금의 50%를 반납하는 솔선수범을 보였는데 직원들도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자면서 5개월 동안 임금의 5~15%를 자진 반납했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하던 주5일제도 폐지하고 토요일 진료를 하면서 시간이 없어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공휴일 검진도 했다.
유능한 의료진을 초빙해 산부인과와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내과 등에 배치하고 공중보건의 숫자도 줄였다.
병원 건물도 리모델링하면서 MRI, CT 등을 고급장비로 교체하고 냉난방 시설도 현대화하는 등으로 병원 환경을 쾌적하게 바꿨다.
그러자 지난 2008년 142억원이던 병원 매출액이 2012년에는 280억원으로 늘었고, 환자 진료 실적도 지난해에 33만명이 되면서 지역민이 평균 2회 이상 김천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지역거점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대형 의료원을 제치고 2년(2011년·201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성과에도 김 원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김영일 원장은 “지금까지 거둔 성과의 99%는 직원들의 노력에 기인하고 있고 나머지는 원장의 리더십과 경영방식에 힘입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 이 모든 것을 직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동검진차량 등 경영혁신만성적자 말끔히 탈피
“책임 보건의료로 보답”
도립병원으로 문 열어
김천의료원은 김천이 대구, 포항과 함께 시로 승격한 1949년보다 28년 앞서 1921년 경북 서부지역의 전체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경북도립병원으로 개원했다.
당시 대구·경북 중부지역의 대구의료원, 북부지역의 안동의료원, 남부지역의 포항의료원과 함께 공공의료를 담당하면서 1983년 지방공사 경상북도 김천의료원으로 2005년에는 경상북도 김천의료원으로 명칭이 바뀌는 동안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등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2007년부터 210억원을 투입해 병원을 신축하고 본관과 기숙사를 리모델링하고 주차장을 건립하는 등으로 일신하고 있다.
또 의료원을 찾는 고객께 최고의 시설에서 요양할 수 있도록 지역 최초로 다인 병실을 5인실로 만들고 각종 휴식 공간과 정원을 조성하는 등으로 환경을 쾌적하게 했다.
혐오시설로 기피하는 장례식장에 28억원을 투자해 깨끗한 외형을 갖추는 등으로 고품격 선진장례문화를 정착시켰다.
특히 지역 종합병원 최초로 암 예방을 위한 이동검진차량을 도입해 찾아가는 검진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평일에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는 직장인,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서비스다.
또 공휴일 건강검진으로 검진을 받으려면 휴가를 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 있다.
필리핀 막사이사이기념병원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선진 의료기술을 전파하는 등 글로벌 공공병원으로 도약하고 있다.
`클린 김천의료원`으로 만들기 위해, 안정적이고 균등한 의료보장을 위해 보편타당한 적정진료를 한다 등 5개 항을 선언했다.
공공의료사업으로 위기 청소년에 대한 무료진료 지원, 전국귀농운동본부 회원 진료지원, 여성폭력 피해자 진료지원, 성폭력 피해자 치료비 지원,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계층 무료진료, 범죄피해자 치료사업, 새터민 진료지원 등을 하고 있다.
김영일 원장은 “전 직원들은 경영 개선에 따른 성과를 지역민의 사랑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역 보건의료를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천/최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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